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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던 한 ‘편의점 알바’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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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던 한 ‘편의점 알바’의 죽음

익명 (미확인) | 목, 2017/04/13- 14:41

정의로운 사회를 꿈꿨던 A씨(36)가 지난해 12월 14일 새벽 자신이 일하던 편의점에서 손님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중학교까지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A씨는 사교육 없이도 수능성적이 전국 최상위권이던 충남의 한 기숙형 일반고로 진학했다. 아버지(66)는 공부 잘하는 외동아들에게 의대를 권했지만, 아들은 기자가 되고 싶다며 2000년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를 지원해 수석으로 입학했다. 아버지는 “외동아들이지만 제 것만 챙기는 아이가 아니었다”고 했다.

A씨는 대학에서 진로를 사회학자로 바꾸고 학문의 기본인 철학을 전공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고교 때부터 친한 친구였던 B씨(36)는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은 정의로운 친구로 공부를 정말 잘했다”고 했다. A씨는 재주도 많아 인디음악 작곡가로도 활동했다. 그 무렵 자동차 기업 관리자로 일했던 아버지가 퇴직하고 아들이 다니는 대학 앞에 편의점을 냈다. A씨는 틈틈이 아버지를 도와 편의점 일과 인연을 맺었다. 처음엔 곧잘 장사가 됐지만 인근에 편의점이 늘어나면서 수익도 떨어졌다. A씨가 편의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친구 B씨는 “친구는 집안이 좀 어려워지자 부산과 대구로 이사를 자주했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대학원 마친 뒤 유학을 가려 했는데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친구들은 지난해 방황하던 A씨에게 정신 차리고 자리를 잡으라고 다그쳤다. 친구들의 충고에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경북 경산시 진량읍의 한 CU편의점에서 알바노동자로 일했다. 봄까지 버티며 목돈을 마련해 서울에서 새 삶을 개척할 요량이었다.

편의점 노동자, 봉투값 20원 때문에 피살

지난해 12월 14일 새벽 3시30분께 A씨가 일하는 편의점에 50대 남자가 들어섰다. 진량공단에 있는 편의점의 새벽 손님은 대부분 혼자 사는 공단 노동자다. 손님 조모 씨(51)는 숙취해소 음료를 사려다가 A씨가 봉투값 20원을 달라고 하자 언쟁을 벌였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별 조치 없이 돌아갔다. 조 씨는 편의점 인근 자기 집에서 흉기를 들고 다시 나타나 범행을 저질렀다.

대부분의 편의점이 그렇듯, A씨가 일하던 편의점의 계산대도 퇴로가 막힌 ‘ㄷ’자 형태라 유일한 출입구를 막고 흉기를 휘두르는 범인을 피할 길이 없다. 경산경찰서는 다음날 조 씨를 붙잡아 살인혐의로 구속했다.

편의점 알바노동자는 자주 봉투값 때문에 감정노동에 시달린다. 환경부는 일회용품을 줄이자며 비닐봉투를 공짜로 주는 업소에 과태료를 매긴다. ‘봉파라치’들도 공짜 업소를 노리는 통에 점주들도 알바에게 무료로 주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단골에겐 공짜로 준다. 때문에 몇 십원을 놓고 손님과 벌어지는 잦은 실랑이는 모두 알바노동자 몫이다.

CU 본사, 두 달 넘게 유족 외면

사건 다음날 알바노조는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서울 선릉동 BGF리테일(이후 CU로 표기) 본사 앞에서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일 CU 관계자와 면담에서 “유족과 적극 협의하고 추후 안전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는 말을 듣고 안심했다. 편의점주는 A씨의 장례식장을 찾아 산재보험금과 위로금 300만 원을 내놨다. 그러나 알바노조는 “CU본사가 두 달 넘게 유족과 접촉하지 않았고, 오히려 유족이 콜센터를 통해 대화를 요구했으나 묵살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A씨의 친구들이 나섰다. 친구들은 지난달 4일 알바노조와 모임을 갖고, 지난달 23일 다시 CU본사 앞에서 사과 및 면담 요구 회견을 열었다. 이날 CU는 알바노조에 공문으로 “가맹본부(CU본사)가 가맹점(편의점)을 위해 지속적 지원과 노력을 기울이지만, 개인 사업자인 가맹점주의 권한과 의무를 본사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고 답했다. 숨진 A씨는 점주와 고용관계를 맺었을 뿐, CU본사와는 무관하다는 뜻이다. A씨는 CU 로고송을 들으며 CU 매장에서 CU 유니폼을 입은 채 숨졌지만 형식상 CU본사와 무관한 사람이다.

똑똑했던 외동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49재 때 찾아온 아들 친구들의 권유로 편의점 본사에 문을 두드렸지만 묵살 당했다. 아버지는 아들 같은 억울한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아들 친구와 알바노조 등 시민대책위원회에 모든 것을 위임했다. 아버지는 “지난달 CU 영남권 임원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같은 뜻을 전했다”고 했다.

홈페이지에 사과문 올린 뒤 유족에 문자 통보

알바노조는 지난달 27일부터 CU본사 앞 1인 시위에 들어갔다. CU는 지난 2일 언론을 통해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CU는 이틀 뒤 자사 홈페이지에 박재구 대표이사 명의로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을 발표했다. 발표문은 “유가족과 CU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께 심리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 드립니다”라고 해 사실상 사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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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는 사과문에 △모든 가맹점에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점주와 협의해 개선 △안전사고 예방 매장 개발에 노력 △휴식 및 대피가 용이하도록 ‘안심 카운터’ 단계적 도입 △사고에 대비해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 마련 등 모두 4개항의 개선책을 담았다.

A씨 친구들과 알바노조는 모임을 ‘경산CU편의점알바노동자살해사건 해결 및 안전한 일터 만들기 시민대책위원회’(CU대책위)로 확대하고 지난 4월 8일 첫 회의를 열었다. 대책위는 이날 “유족이 대책위에 모든 걸 위임했는데도 CU는 대책위를 배제한 채 유족과 별도협상을 시도하는가 하면 언론을 통해 개선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일방적으로 올린 뒤 유족에게 문자로 통보하는 상식 밖의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서울에서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개선책도 대부분 기존에 해오던 것이고 새로운 개선책은 ‘노력하겠다’라고 표현해 믿을 수 없다”고 했다.

CU대책위는 8일 A씨 친구들과 알바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 회의에서 CU본사에 ‘△홍석조 회장과 박재구 대표는 유족을 직접 만나 공개사과하고 △유족에 합당한 보상 △안전히 일할 대책에 대해 시기를 정해 집행하겠다는 약속 △알바노동자와 점주를 압박하는 야간영업 유도정책 중단’ 등 4개항을 요구키로 했다.

초고속 성장 속 편의점주들 하청계열화

국내 편의점 프랜차이즈는 양적으로 초고속 성장했다. ‘편의점 천국’인 일본이 1호점에서 1천점까지 확대되는데 6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4년만에 1천점을 돌파했다. 대만은 1천점까지 확대하는데 10년이 걸렸다.

편의점의 초고속 양적 성장에도 개별 가맹점은 부실해졌다.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 ‘프랜차이즈 노동관계 실태’를 연구한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김철식 전문연구원은 “개별점포 수익보다 점포수 확대만 강조하는 편의점 가맹본부의 양적 성장과 ‘방어 출점’으로 인한 무리한 출점경쟁의 폐해가 점주에게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보증기금은 개별 편의점 부실률이 급격히 증가해 2012년부터 편의점 부실률이 전체 프랜차이즈 부실률을 웃돌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국내 편의점은 3만 2,611개로 늘어나, 점포당 인구 수가 1500명에 불과했다. 편의점 천국 일본도 점포당 인구 수가 2천명을 넘는다. 국내 편의점업계는 “일본의 편의점은 SSM(기업형 슈퍼마켓)처럼 매장 규모가 크지만 한국의 편의점은 규모가 작아 과밀화됐다고 볼 순 없다”고 주장한다.

시기 편의점 수 누적연한
1989년 5월 1  
1993년 1,000 4년
1997년 2,000 8년
2001년 3,000 12년
2007년 10,000 17년
2011년 20,000 21년
2016년 32,611 26년

▲ 국내 편의점 성장사

국내 편의점업계는 CU와 GS25가 1만 1천개 이상의 편의점을 개설해 1위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 위드미(신세계그룹)가 뒤쫓고 있다. 전체 매출도 2011년 10조원을 돌파한 뒤 5년 만인 지난해 20조원을 돌파했다.

편의점주, 자영업자 지위마저 흔들

애초 프랜차이즈는 제조업체가 자사제품을 팔려고 판매대리점을 개설하면서 출발했다. 1850년대 미국 재봉틀 회사 Singer가 최초로 대리점을 열었다. 1950년대에 유통업이 프랜차이즈에 뛰어들었다.

한국엔 치킨업체 림스치킨이 1977년 최초로 가맹점 1호를 개설했다. 이후 1979년 커피점 난다랑, 롯데리아가 들어섰고 편의점은 1989년 5월 세븐일레븐이 1호점을 열었다.

21세기 들어 유통업이 프랜차이즈 권력을 장악하면서 제조업체를 누르고 무섭게 확장했다. 김철식 연구원은 “프랜차이즈의 골목시장 진출로 가맹점은 본사(가맹본부)에 더욱 종속됐는데, 이는 80년대 제조 대기업이 독립 중소기업을 자신의 하청계열화 화는 과정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편의점의 성장으로 구멍가게와 동네슈퍼는 붕괴됐다.

편의점엔 바코드 찍힌 완제품이 들어와 스캔을 하는 순간 상품정보가 실시간 본사에 모인다. 외식 프랜차이즈에선 점포가 받은 재료를 가공할 재량권이 있지만, 편의점은 표준화가 극대화돼 점주가 제품에 손도 못 댄다. 그만큼 제품을 둘러싼 점주의 교섭력이 없다. 이렇게 편의점은 ‘구상과 실행’이 극단적으로 분리돼 점주가 사업 구상에 참여할 여지가 없다.

김철식 연구원은 “자영업의 핵심은 사업운영의 자율성과 독자성인데, 편의점주는 자율성과 독자성을 심각하게 제약 받기 때문에 최근엔 자영업자에서 자본-노동 관계로 포섭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익은 본사(가맹본부)와 점주가 일정비율로 철저하게 공유하지만, 영업이 시작된 뒤 일어나는 여러 비용과 위험은 점주가 일방적으로 부담한다. 가장 큰 위험은 주변상권의 변화다. 이 때문에 점주는 가족을 동원한 극단적 장시간 노동을 하거나, 알바노동자의 인건비를 최저임금 이하로 낮춰 생존할 수밖에 없다. 즉 본사, 점주, 알바로 위험과 비용이 전가되는 구조다.

편의점주는 월급 260만원짜리 노동자

김철식 연구원은 “2012년 기준 하루 8시간 자기노동을 하는 편의점주의 월 평균 소득을 계산한 결과 260만원 8,431원으로 도시근로자 평균소득보다 낮았다”고 했다. 이런 편의점주의 저소득이 알바노동자에게 극단적 저임금으로 전가된다.

최근 5년 사이 편의점주와 알바노동자의 소득은 각각 12.5%와 44% 늘어난 반면 본사의 수익은 200% 늘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높은 소득을 기대할 수 없는 편의점 사업인데도 낮은 진입장벽 때문에 편의점은 해마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편의점마다 다르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2,200만~5,000만원이면 편의점 개설이 가능하다.

사망진단서 변조해 대국민 사과했던 CU

자영업은 영업 자율성이 최대의 덕목인데, 자영업자 편의점주는 사업포기의 자유마저 온전히 확보하지 못해 폐점도 제 마음대로 못한다.

2013년 1~5월 사이 4명의 편의점주가 자살했다. 자살한 4명 중 3명이 CU 점주였다. 2013년 5월 16일 경기 용인의 CU 편의점주 C씨(당시 53)가 본사 직원에 폐점 문제로 항의를 하던 도중 수면제를 다량 복용해 자살했다.

숨진 C씨는 2012년 7월부터 CU 편의점을 운영하다가 수익이 나지 않고 오히려 적자에 시달리다가 그해 연말부터 본사에 폐점을 요청했다. CU는 계약서대로 1억원 상당의 위약금을 요구했다. 신속한 폐점절차가 진행되지 않자 C씨는 건강 악화로 편의점 운영을 하루만 쉬게 해달라고 본사 직원에게 요청했으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런 과정에서 본사 직원 앞에서 수면유도제 40알을 삼켜 결국 목숨을 잃었다.

당시 CU 본사는 아주대병원 담당의가 작성한 사망진단서에서 ‘항히스타민제 중독’ 항목을 지운채 보도자료를 배포해 지병에 의한 사망으로 오인하게 했다. CU는 유족의 사전동의도 없이 사망진단서를 배포했다.

참여연대 등은 사건이 불거지자 홍석조 회장과 홍보책임자를 사문서 변조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결국 CU는 5월 30일 박재구 대표이사가 직접 나와 “이번 일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로 삼겠다”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알바노조 최기원 대변인은 “4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개선책 잇따라 내놔도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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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는 본사 앞 1인시위와 대책위까지 구성되는 어수선한 속에 지난 10일에도 언론을 통해 경찰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알바노동자가 단말기 터치스크린에 ‘긴급신고’만 누르면 관할 지구대로 곧바로 통보되는 ‘원터치 신고’ 시스템을 모든 편의점에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도 2012년 가맹사업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하고 가맹사업법 시행령도 개정해 점주들의 권익을 강화해왔다. 국회도 지난달 30일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갑질’하는 가맹본부에겐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편의점업계는 “수차례 법 개정으로 점주의 권익을 강화하는 장치가 있는데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한 건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했다.

CU는 이처럼 안전사고가 계기가 생길 때마다 개선책을 내놨지만 점주들과 알바노동자들은 실효성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대책위 관계자는 “사고 때마다 일방적으로 개선책을 발표해 매번 실질적 개선의 기회를 놓치는 CU의 기업문화가 아쉽다”고 했다. CU 홍보팀 관계자는 “유족과 대화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유족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CU는 지난해 매출 5조 526억 원에 영업이익만 2,170억 원을 냈다. 지난해 현금배당 총액은 396억 원이었다. 31.81%로 최대 주주인 홍석조 회장은 사업보고서상으로 126억 원을 현금배당 받았다. 홍 회장과 친인척의 지분을 합치면 55.36%로 과반이 넘는다.

홍 회장은 2006년 노회찬 의원이 ‘안기부×파일’에 실명을 거론하자 광주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나와 2007년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당시 보광훼미리마트) 회장에 취임했다. 홍 회장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외삼촌이다.

CU대책위는 13일 저녁 CU본사(선릉역) 앞에서 추모 문화제를 열고, CU가 유족에게 직접 사과하고 실질적 개선책을 내놓을 때까지 다양한 항의행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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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해양, 40대 근로자 작업 중 '추락사' (뉴시스)

창원시 진해구 원포동 STX조선해양 작업현장에서 40대 근로자가 안전사고로 숨지는 산업재해 사고가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 16일 오후 6시께 이 회사 협력업체 근로자 A(46)씨가 고소작업차량 바스켓 안에 타고 배 선미에서 용접작업 중 24m 아래로 추락해 '외상성 두개강내 출혈'로 숨졌다.


아래 주소에서 기사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60221_0013910309…

월, 2016/02/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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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 욕설에 양말까지 벗긴 우병우 ‘특별감찰반’

지난해 1월 29일, 문화체육부 감사담당관이었던 공무원 백승필 씨는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소환됐다. 창성동 별관에는 우병우의 ‘친위대’라고 불리는 민정수석 직속 특별감찰반 사무실이 있었다. 특별감찰반 사무실에서 그는 3명의 조사관들에게 둘러싸여 조사를 받았다.

앉자마자 폭언과 욕설로 시작한 특별감찰반 조사관들은 그의 몸을 샅샅이 수색하는가 하면 신발과 양말을 벗으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개인정보이용동의서’에 서명을 하게 하고 이를 근거로 휴대전화를 빼앗아 즉석에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했다. 그가 몇 년전 지웠던 기록까지 고스란히 복원해낸 뒤 하나하나 캐물었다. 정년을 4년 남긴 27년차 공무원인 그에게 13시간 동안 이어진 강압적 조사는 견디기 힘든 모멸감을 주었다. 백승필 감사관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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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사흘 전인 1월 26일에는 그의 사무실에 우병우 민정수석 직속 특별감찰반 조사원들이 들이닥쳐 임의로 압수수색을 하기도 했다. 조사 닷새 뒤에는 부하직원과 함께 좌천성 인사를 당했고, 좌천된 뒤에도 똑같은 건으로 총리실에 불려가 또 조사를 받았다.

그가 이런 수모를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병우 ‘문체부 공무원 반드시 징계하라’.. 동아일보 기자 청탁?

그는 문체부의 감사담당관이었다. 2015년 10월 민정수석실은 그에게 어딘가로부터 온 민원 서류를 건네주며 문체부 공무원 2명을 감사하라고 지시했다. 특검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우병우 민정 수석은 문제의 공무원들을 ‘무조건 징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대체 어떤 사안이기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실세 우병우가 무조건 징계하라고 지시한 것일까?

뉴스타파가 확보한 특검 수사기록을 보면, 그 배경에는 동아일보 기자의 청탁이 있었다.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이 무조건 징계하라고 지목한 두 공무원, 서 모 사무관과 이 모 주무관은 정부의 정책홍보잡지인 ‘위클리 공감’ 발행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이었다. ‘위클리 공감’은 문체부가 입찰을 통해 외주를 맡겨 발행하는데, 이명박 정부 이후 이른바 조중동이 외주 계약을 번갈아가면서 따냈다. 2015년에는 동아일보가 12억 상당의 외주 계약을 따내 위클리 공감을 대행 제작하고 있었다.

특검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위클리 공감의 발행업무를 맡았던 동아일보 기자, 당시 주간동아 편집장 김 모 씨의 민원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수사기록을 보면, 김 편집장은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2015년부터 대행 제작 업체가 동아일보로 바뀌었는데도 (그 전까지는 중앙뉴스프레스) 전부터 일하던 프리랜서 기자와 온라인 홍보 업체의 계약을 승계하라고 서 사무관과 이 주무관이 압박을 가했다”는 민원을 넣었다. 우 수석은 이를 받아 특별감찰반에게 전달하고 특별감찰반은 문체부 감사담당관이었던 백승필 씨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백승필 감사담당관이 사실 관계를 조사해보니 별다른 징계 사유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백 감사관은 이들의 행동이 통상적인 업무 조정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고 판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을’이었던 동아일보가 압박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서 모 사무관에게는 ‘경고’ , 이 모 주무관에게는 ‘업무 배제’라는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그런데 이같은 보고가 올라가자 청와대로부터 다시 조사하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백 감사관은 다시 조사했지만 결론을 바꿀 수가 없어 그대로 보고했다. 그러나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특검 수사기록에 따르면 감사 결과를 전해들은 주간동아 김 편집장은 우병우 수석에게 ‘문체부의 감찰조사는 제 식구 감싸기’라고 다시 불만을 제기했다. 우 수석은 이를 받아 특별 감찰반에게 ‘문체부의 온정적인 감찰조사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한다.

그러자 이때부터는 백 감사관에 대한 일련의 보복성 조치들이 취해진다. 앞에서 언급한 사무실 압수수색과 창성동 별관에서의 강압적인 조사, 좌천과 징계가 그것들이다. 조사 과정에서 특별감찰반 조사관들은 “누구의 지시를 받고 봐주기 감사를 했느냐”라고 추궁했다고 한다. 창성동 별관에서 강압적 조사를 받은 지 닷새 뒤 당한 좌천성 인사에도 우병우 수석이 개입했다고 백승필 감사관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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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기자 “우병우 알지도 못하고 청탁한 적도 없다”

특검수사에서 문제의 발단으로 지목된 주간동아 김 모 편집장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특검의 수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은 우병우 민정수석과 일면식도 없으며 따라서 당연히 청탁을 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특검이 자신에게 연락해 사실 관계를 확인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백승필 감사관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해주자 백승필 감사관 역시 “소설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 서 사무관과 이 주무관에 대한 감사와 관련해, 백승필 감사관의 요청으로 두 차례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은 시인했다.

여러 언론이 백승필 감사관의 억울한 사연을 기사로 썼다. 국회에서는 여러 국회의원이 문체부를 상대로 관련된 질의를 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어떤 언론이나 국회의원도 우병우 수석의 권력남용이 한 언론사의 사적 청탁에서 비롯되었다는 특검의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취재 : 심인보 한상진
촬영 : 김남범
편집 : 박서영

수, 2017/04/0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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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부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서명 운동

실명 위기 놓인 하청 노동자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설 연휴 직전인 지난 4일 삼성전자 3차 하청 업체 20대 파견 노동자 4명이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이 중 3명이 실명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짧게는 8일에서 길게는 3개월 정도 일하던 20대 청년 노동자들은 보호 마스크나 환기 시설도 없이 장갑도 끼지 않고, 자신들이 다루는 것이 무슨 물질인지 모른 채 일했다. 20대 노동자 4명 중 두 명은 두 눈이 실명 위기에 처했고, 1명은 이미 한쪽 눈은 실명했으며 한쪽은 시력이 손상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메틸알코올은 잘 알려진 독성 물질이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1월에는 인도에서 29명이, 11월에는 터키에서 26명이 사망했다. 널리 알려진 독성 물질이기에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안전 교육, 안전 장갑, 보호의, 보호 마스크 지급 및 환기 장치 설치 등이 의무화되어 있고,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처벌 조항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사업주는 아무런 조치 없이 일을 시켰고, 정부의 감독은 완전 사각지대에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전자산업의 다단계 하청으로 삼성전자의 3차 하청 업체였으며, 안전보건관리자 선임에서 제외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법 파견 사업장이었다는 것이다. 제조업 직접 공정은 파견이 금지되어 있다, 다만 일시적, 간헐적 사유로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 조사 결과, 해당 사업장은 일시적, 간헐적 사유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파견 노동자를 사용했고, 파견 업체 또한 무허가 업체였던 것이 드러났다. 재벌 대기업의 위험 업무의 외주화, 불법 파견, 안전 보건 관리의 사각지대인 소규모 사업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참혹한 사고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이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천을 비롯한 전국의 국가 지방 산업단지 공단 내 사업장이 모두 '하청 업체, 불법 파견, 소규모'라는 동일한 조건에서 각종 맹독성 화학물질을 다루며 위험 작업을 하면서 방치되어 있다. 이번의 경우에는 사고가 발생한 노동자의 치료 과정에서 의사가 노동부에 신고를 하고, 점검을 하면서 알려진 경우이나,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동일한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실명을 하고, 중추 신경계 마비가 왔으나 방치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지난해 4월부터 광주에서는 남영전구의 수은 중독으로 떠들썩했다. 형광등 생산의 대표 기업인 남영전구 광주 공장의 설비 철거 과정에서 철거 작업, 운반 작업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 집단 수은 중독이 발생한 것이다. 80여 명의 노동자들이 수은 중독 피해를 입었고, 이중 12명은 산재로 인정받았다. 장비, 운반 종사 등 상당수 노동자들은 산재 보험 적용이 안 되는 특수 고용 노동자였고, 대부분의 노동자가 치료비 정도만 지원받은 상태이다.

 

수은 또한 너무나 잘 알려진 맹독성 물질이다.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도 나오는 '미나마타 병'이 대표적이다. 1956년에 일본의 미나마타 지방의 질소 비료 공장에서 버린 폐수가 바다로 흘렀고, 그곳의 어패류를 먹은 주민들이 집단 수은 중독에 걸려. 중추 신경계 마비, 경련, 사망으로 1956년에만 14명이 사망했다. 당시 공식적으로 2265명의 환자가 확인되었고, 사람뿐 아니라 동물, 물고기 떼죽음 등이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국제 사회는 수은 중독에 대처하기 위해 2020년부터 수은 제품의 제조와 수출입을 금지하고, 수은을 관리하는 '미나마타 협약'을 마련했다. 2013년 140개국 대표가 미나마타 협약을 채택 2016년 발효되며, 한국도 2014년 이 협약에 서명했다. 

 

수은 중독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1988년 온도계 공장에서 수은 주입 작업을 했던 15세 문송면 소년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수은 중독이다. 원진 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과 함께 노동 현장의 안전 보건의 심각성을 알린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위험성이 너무도 잘 알려진 수은 중독이 2015년 세계 11위 경제 규모를 가진 한국에서 발생했다.

 

이 문제도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남영전구-우리토건-ㅅ 건설-(주)에코산업-심장'으로 이어지는 4단계에 걸친 다단계 하도급이 원인이었다. 남영전구는 수은 폐기물을 적법한 처리도 하지 않았고, 매립해왔으면서, 자르면 수은이 뚝뚝 떨어지는 생산 설비 철거 작업을 하면서 철거 업체에 수은에 대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결국 몇 단계에 걸친 도급을 거쳐 맨 마지막에 일하던 노동자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보호구나 장치도 없이 일하다가 수은 중독에 걸린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문제가 커지면서 노동부가 감독에 나섰으나, 현행의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수은은 도급인가를 받아야 하는 유해 위험 업무이지만, 철거 작업은 도급 인가나 원청의 책임을 묻는 어떤 조항에도 적용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 정부는 미나마타 협약을 체결했으나, 주무 부서인 환경부는 그동안 수은에 대한 관리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남영전구는 30년 동안 형광등을 생산했지만 단 한 번도 신고하지 않고 생산을 해왔다. 더욱이 수은의 경우에는 철거 후 운반된 수은이 포함된 고철, 수은을 매립한 땅, 수은이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있는 하천 등 그 지역 주민 전체를 공포와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이미 절반을 넘어선 한국의 비정규직의 심각성은 재벌 대기업에서 더욱 심각하다. 노동부의 2015년 고용 형태 공시제 조사 결과 300인 이상 대기업 3019개 소속 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39.5%다. 300인 이상 기업 간접 고용 노동자 중 92%가 1000인 이상 기업에 분포, 10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 가운데 41.4%가 비정규직이다. 10대 재벌 기업은 더욱 심각해서 현대중공업은 66.7%, GS는 56.1%, 포스코는 50.2% 등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안전 보건 투자는 오히려 전체 사업장 평균 이하로 심각한 수준이다.

 

1년 반 동안 17명의 노동자가 사망해 죽음의 공장으로 불렸던 당진 현대제철도 마찬가지이다. 아르곤 가스 질식 사고로 5명의 노동자 사망이 일어나 노동부 특별감독이 진행되던 해에 수천 건의 법위반과 더불어 당진 현대제철의 안전투자가 0원이었던 것이 밝혀졌다. 이번에 메틸알코올 중독이 발생한 삼성전자는 직업병 사망자 발생과 더불어 불산 누출 사고 당시에도 1000여 건이 넘는 법 위반이 적발되었고, 화학 물질을 다루며 수만 명이 일하는 공장에 전담 보건관리 조직이 없었다. 그러나, 노동부는 화학 물질을 관리하는 보건 관리자 선임에 대한 사업장 감독도 부실했고, 미선임으로 적발되어도 300만 원 내외의 과태료에 그쳐, 사업장에서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도 관리도 교육도 없었다.

 

하청, 파견 등 비정규직 고용의 문제는 노동자의 임금, 고용의 불안정성뿐 아니라 생명과 안전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이미 중대 재해의 40%가 하청 노동자 사망이다. 더구나 2차, 3차 하청으로 이어진 화학물질 취급의 문제는 노동자 사망과 더불어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에도 심대한 타격을 준다. 그러나, 노동부는 유해 위험한 업무에 상시 고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도급과 재하도급을 금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준비했다가 경총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철회했다. 방사선, 화학 물질, 설비 보수 업무 등 치명적인 유해 위험 업무의 도급을 금지하고, 안전보건관리자를 원청에 선임의무를 두게 하는 등 원청의 의무를 강화하는 민주노총의 요구를 반영한 법 개정안과 하청 노동자 산재 사망을 포함하여 산재 사망과 일반 재해에 대한 기업의 처벌을 강화하자는 '중대 재해 기업 처벌법' 청원 입법은 국회에서 심의도 열리지 못하고 법안 폐기의 운명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자의 고용 창출에 기여한다며 뿌리 산업에 파견을 확대하는 파견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요구하며 국회를 협박하고 있다.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며 대한상의와 경제 단체가 주도하는 서명 운동에 대통령이 직접 서명에 나섰고, 강제적 서명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은 경기도 안산의 반월 시화공단을 방문해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에게 파견법 통과를 위해 국회에서 피를 토하면서 연설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그 시각 한국의 대표적인 삼성전자 3차 하청업체에서 불법 파견으로 일하던 앞길이 구만리인 20대 청년 노동자들은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실명 위기에 빠졌다. 이미 차고 넘치는 공단의 불법 파견도 모자라 파견을 확대하는 파견법 통과는 노동자들의 피를 토하게 하고 죽음으로 몰고 가는 길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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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2/2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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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월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2차 기관보고에서는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과 최재경 민정수석 등 3명이 출석을 거부했다. 지난 1차 보고에서 김수남 검찰총장이 출석하지 않은 데 이어 이번에도 국정조사 핵심 증인들이 출석을 거부한 것이다. 특히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은 세월호 참사 초기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추궁할 핵심증인이다.

이에 대해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경호실장이 지금까지 지금까지 국회에 출석해 증언한 바가 없다면 우리 특위가 직접 청와대를 방문하여 증언을 청취하는 일정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주 6일과 7일로 예정된 1,2차 청문회의 핵심증인들도 출석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우병우 청와대 전 민정수석과 그의 장모 김장자 씨, 홍기택 전 KDB 산업은행 회장 등 5인은 증인출석요구서가 송달되지 않아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김장자 씨의 경우 청문회 4차에 반드시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며 “동행명령장도 발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도 정부 측 주요 증인들의 이러한 행태에 비판했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최순실 등이 청와대에 함부로 들어오고 나가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청와대 출입에 관한 모든 기록은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향정신성 의약품에 대한 사용내역 등에 대한 청와대 측의 자료제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의원들이 현장에서 재차 자료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청와대의 탈모제 사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발모제로 발급을 하면 의료보험의 혜택이 안되기 때문에 이게 굉장히 비싸다”며 “전립선 비대증인 것처럼 속여서 지금 청와대에서 발모제를 지금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줬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이번 청문회에서는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집중적인 추궁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큰 오보가 났던 오후 2시 370명이 구조가 됐다는 중대본의 언론브리핑이 50분 후에 안보실에서 190명 추가 인원은 잘못된 것이라고 VIP께 유선으로 정정 보고를 했다”며 “그 직후 대통령께서 혼선에 대해 질책했고 정확히 통계를 재확인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의 이완영 간사를 비롯한 이만희 의원과 정유섭 의원은 1차 기관보고에 이어 2차 기관보고에서도 청와대 옹호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정유섭 의원은 “세월호 사건에 대통령은 총체적인 책임은 있지만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며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놀아도 될만큼 적절한 인사를 실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여야의원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특히 이번 국정조사의 핵심인물인 최순실, 최순득, 장시호씨를 비롯해 정호성 전 비서관과 안종범 전 수석, 차은택 감독 등 핵심 인물들이 오는 7일 청문회 출석을 거부한 것으로 알졌다. 최순실 씨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을 파헤치겠다던 국회의 국정조사가 핵심 중의 핵심인 최순실 씨도 증인으로 세우지 못하는 청문회를 열 상황에 놓였다.

화, 2016/12/06-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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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남기 농민의 유족들이 경찰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이 1년째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물대포를 운용했던 경찰관들이 유족 측의 청구를 받아들이기로 했으나 경찰청이 이를 저지한 사실이 드러났다.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질 당시 살수차를 운용했던 한 모 경장 등 두 명은 9월 26일 담당 재판부에 원고(백남기 농민 유족)의 청구 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청구인낙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들은 경찰청 법무담당관실로부터 청구인낙서를 제출하지 말라는 취지의 압력을 여러 차례 받았다.

한 경장 등의 소송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청구인낙을 하겠다고 경찰청에 최종 의사통보를 한 9월 25일 오후부터 청구인낙서를 (법원에) 제출한 26일까지 경찰청 관계자들로부터 수십 차례에 걸친 회유와 설득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25일은 이철성 경찰청장이 고 백남기 농민 1주기를 맞아 다시 한번 공식 사과를 한 날이다. 경찰청장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시점에 경찰청은 내부에서 당시 살수차 운용 경찰관들을 상대로 사실상 잘못을 인정하지 말 것을 종용한 셈이다.

한 경장 등 두 경찰관은 지난 7월에도 이미 담당 재판부에 낸 기일변경신청서를 통해 백남기 농민 유족들의 청구취지를 전부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백남기 농민 유족들은 지난 2016년 9월 국가와 당시 경찰청장 강신명, 서울경찰청장 구은수, 4기동단장 신윤균, 그리고 한 경장 등 살수차 운용 경찰관 2명 등을 상대로 모두 2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국무총리가 청구인낙하라고 하지 않겠나, 그때 봐서 하면 되는 거 아니냐”

해당 법무법인 관계자는 이미 오래 전 한 경장 등이 유족 측의 청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청구인낙 의사를 밝혔으나 경찰청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직원들이 자신에게 ‘청구인낙의 뜻은 알고 하는 거냐’, ‘청구인낙을 하게 되면 원고 측에서 형사재판에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원론적인 설득부터 ‘계속 버티면 국무총리가 청구인낙하라고 하지 않겠나, 그때 봐서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지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가야지 이게 뭐 하는 거냐’는 등의 내용으로 청구인낙서를 제출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또 “외부 변호인인 제가 이렇게 시달렸을 정도면 내부에 있는 당사자들(한 경장 등)은 얼마나 시달렸겠냐”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당사자인 한 경장 등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두 경찰관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법무과장 최현석 총경은 “두 경장 측에 연락을 한 건 사실이지만 압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고, 공동피고인 신윤균 당시 서울청 4기동단장, 구은수 당시 서울청장,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과 같이 청구인낙서 제출 시기를 조율하자고 하려고 연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는 경찰청이 구은수 전 서울청장과 강신명 전 경찰청장에게는 아직 청구인낙서 제출과 관련하여 연락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 총경은 또 “경찰청은 이미 지난 7월부터 피고들에게 원고와 합의하라고 권유했다”며 “청구인낙이라는 것은 백프로 항복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한 경장 등이 청구인낙서를 제출한 다음날인 27일에는 백남기 농민 사건 발생 당시 서울청 4기동단장이었던 신윤균 총경도 재판부에 청구인낙서를 제출했다. 신 총경은 청구인낙서를 통해 “고인의 희생을 생각할 때, 저희 경찰은 사건의 경위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무수한 갈등과 번뇌를 거듭한 끝에, 이 사건에서 청구를 모두 인낙하는 것만이 그동안 겪으셨을 고인과 유가족분들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인간된 도리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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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신윤균 당시 서울청 4기동단장이 재판부에 제출한 청구인낙서

지난 9월 19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를 대표하여 백남기 농민과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를 했다. 이철성 경찰청장도 지난 25일 백남기 사건에 대해 두 번째 공식 사과를 했지만, 정작 같은 날 경찰청 관계자들이 살수차 운용 경찰관들에게 청구인낙을 하지 말 것을 종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청의 사과가 과연 진정성이 있는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취재 : 임보영

목, 2017/09/2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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