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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마지막 환자의 ‘격리’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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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마지막 환자의 ‘격리’된 진실

익명 (미확인) | 수, 2016/09/14- 09:30

지난해 전 국민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38명의 사망자를 남겼다. 마지막 사망 환자가 지난해 11월 25일에 숨진 80번째 감염환자 김병훈씨다. 김 씨가 사망하면서 정부는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그런데 김 씨의 죽음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암환자였던 그의 사망원인은 메르스가 아니라 악성 림프종이다. 김 씨는 메르스 감염자라는 이유로 필요한 항암치료를 제때 받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서울대병원 음압병실에 격리돼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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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은 WHO 권고를 근거로 김 씨를 격리했지만…

보건당국은 메르스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과 양성 반응을 오고 갔던 메르스 마지막 환자 김 씨를 계속 격리했던 주요 근거로 WHO(세계보건기구)를 들었다. WHO가 ‘감염관리 철저’를 권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당시 WHO 회의결과보고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감염관리 철저라는 권고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보건당국은 당시 WHO회의 결과 특이한 케이스였던 마지막 환자에 대해 ‘특별사례관리팀’을 만들어 특별히 관리하겠다고 결정했으나, 실제로는 관리팀 구성조차 하지 않았고, 서울대병원은 환자가 사망한 이후에 관리팀에 들어갈 의료진을 추천하는 등 어이없는 뒷북 대응을 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그동안 메르스 마지막 환자와 관련해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있다고 강조했던 보건당국의 발표가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이 새롭게 확인된 것이다.

WHO의 ‘감염관리 철저’ 권고에 환자 격리? WHO “권고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0월 26일, 메르스 마지막 환자였던 고 김병훈 씨(사망 당시 34세)의 특이한 사례(전염력은 없지만 PCR검사에서 음성, 양성반응을 번갈아 보이는 경우)와 관련해 질본, 서울대병원 의료진, WHO가 참여하는 ‘WHO상황검토회의’를 열었다.

김병훈 씨가 작년 10월 1일 보건당국의 메르스 완치기준(24시간 간격 음성반응 2회 연속)을 충족해 퇴원했지만, 다시 양성판정을 받고 8일 만에 재입원함에 따라 다시 격리해제 기준을 논의하기 위해 WHO와의 회의를 개최했던 것이다. 당시 김 씨의 가족들은 기저질환인 림프종을 앓고 있는 김씨의 항암치료를 위해 전염력이 없는 만큼 격리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WHO상황검토회의 결과, WHO가 김 씨가 감염력은 지극히 낮지만, “감염관리 철저”를 권고했다며 격리해제 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씨는 재격리된 후 PCR검사에서 음성반응이 연속 3회가 나온 적도 있었지만, 질본은 WHO권고를 앞세우며 기존의 격리해제 지침을 적용하지 않았고, 뚜렷한 격리해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김 씨는 결국 격리된 채로 사망했다.

뉴스타파는 과연 WHO의 “감염관리 철저”라는 권고가 환자를 음압병동에 격리시키라는 수준이었는지, 정확한 권고사항은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당시 WHO회의록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당시에 회의록은 작성되지 않았다며 ‘메르스 상황검토회의 결과보고’라는 1장 짜리 요약본을 공개했다. 이 보고 문건은 질병관리본부장에게 보고된 것이다. 그 결과, 질병관리본부가 그동안 주장했던 WHO의 권고는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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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한국-WHO간 메르스 상황검토회의 결과보고’ 내용을 보면 WHO가 환자에 대한 “감염관리 철저”를 권고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예정대로 한국에서 메르스 전파 종료(Transmission END)선언”이라고 적혀있다.

또 WHO는 “80번 환자가 매우 특별한 사례지만 한국의 다양한 검사와 조사결과 감염력이 지극히 낮다는 의견에 적극 동의하며 예정대로 한국의 메르스 전파 종료 선언 가능”하다고 했다고 적혀있다. 정부가 격리의 근거로 제시했던 “환자에 대한 감염관리 철저”와는 정반대의 결론이 보고 문건에 적혀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질병관리본부 담당자는 “분명히 WHO에서 감염관리 철저를 권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왜 결과보고 문건에는 빠졌는 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재차 사실 확인을 위해 직접 WHO에 김병훈 씨와 관련해 작년 10월 26일 회의에서 무엇을 권고했는지 질의했다. WHO는 “과거에 이와 비슷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WHO는 이번 환자에 대해 특별히 다른 치료를 권고하지 않았다”고 답변을 보내왔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WHO가 김병훈 씨에 대해 권고한적 없는 내용을 앞세워 80번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격리조치를 유지했던 것이다

환자 사망 직전 ‘특별관리팀’ 만든다는 정부, 환자 죽은 뒤 “관리팀 참여” 답장한 서울대병원

또한 질병관리본부는 당시 WHO회의에서 특이한 사례인 김 씨와 관련해, 지병치료와 연구 위한 특별사례관리(환자가족, 병원, 질병관리본부)팀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이 역시 전혀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WHO회의 문건에는 환자가족과 의료진, 질본이 참여하는 특별사례관리팀도 운영해 김 씨의 사례를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관리팀은 구성조차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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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질병관리본부의 공문에 따르면, 질본은 김 씨의 사망 이틀 전인 2015년 11월 23일 처음 서울대병원에 특별사례관리팀 구성 요청 공문을 보냈다. 한달 전에 관리팀을 만들기로 계획해 놓고, 정작 환자 사망 직전에 와서야 “구성을 요청한다”는 늑장 대응을 한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질본의 공문에 대한 서울대병원의 회신이다. 서울대병원은 질본의 요청을 받고 11월 30일, 즉 김 씨가 사망(11월 25일 사망)하고 닷새가 지난 시점에 “질본이 요청한대로 특별사례관리팀에 들어갈 의료진을 추천한다”고 회신을 보냈다. 이미 환자가 죽고 없는데, 해당 환자를 관리할 팀을 꾸리겠다는 답장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측에 공문을 환자 사망 후 보낸 이유를 물었으나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질병관리본부도 “담당자가 바뀌어 당시 자세한 내막을 알기 어렵다며, 왜 늦게 보냈는 지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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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의 아내 안수진 씨는 특별사례관리팀이 있었는 지 조차 몰랐다. 안 씨는 “오히려 질본은 환자 가족의 연락처를 차단하고 남편 죽기 직전까지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다. 마치 WHO회의 결과보고서만 보면 정부가 제대로 남편을 관리했던 것 같은데 실상은 전혀 달랐다. 정부로부터 아무런 관리도 받지 못했다”며 “대체 임종을 준비할 시점에 특별사례팀을 만들겠다고 하고, 남편 죽고나서 그 회신을 보내는 서울대병원은 무엇을 하는 곳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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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정일 변호사는 “병원명 비공개부터 계속 질타를 받아 온 정부가, 또 김 씨가 재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질타를 많이 받게 되고,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전염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 계속 음압병실에 가둬둔 것으로 보인다”며 “감염병 예방법에는 전염력이 없는 환자는 즉시 입원해제를 하게 돼 있는데, 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오로지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메르스 종식 선언에만 급급하고, 종식 시점을 잡기 위해 전전긍긍 했던 것이지, 그 속에서 침해받는 환자의 인권, 존엄성 등은 관심사안이 아니었다”며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별다른 공공의료 대책도 시행되지 않고, 문형표 장관 등의 최고책임자 문책도 안한 걸 보면, 과연 정부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만큼의 반성을 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가 끝난 지 9개월이 지났다. 이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간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정부와 의료진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세월호 참사가 그랬듯,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그랬듯,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또다시 국민의 망각 속에서 똬리를 틀 것이다.

메르스 음성과 양성을 오갔던 고 김병훈 씨…왜 사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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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5일 사망한 고 김병훈(사망 당시 만 33세) 씨는 메르스에 80번째로 감염됐던 환자다. 메르스로 인해 장장 172일을 격리돼 있었지만, 사인은 악성 림프종이었다. 메르스에 감염되면서 완치 후 추적관찰 중이었던 림프종(혈액암의 일종)이 재발했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림프종이 악화된 것이다.

김 씨는 항암치료를 하면 메르스 바이러스가 살아나고, 메르스 치료를 하면 기저질환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김 씨는 메르스 전염력이 거의 없어진 상태에서도 PCR(객담을 채취해 분석하는 유전자 검사)검사에서 음성과, 양성반응이 오가는 특이한 상황이 반복됐다.

보건당국은 작년 10월 1일 김 씨가 당시 보건당국의 메르스 완치 판정 기준인 ‘24시간 간격 PCR검사 2회 연속 음성반응’을 충족하자 김 씨에 대한 격리를 해제했고, 김 씨는 이틀 뒤 퇴원했다. 하지만 퇴원 9일 후 림프종으로 인한 발열이 생겼고, 구급차를 타고 인근 삼성서울병원에 들렀다가 메르스 검사를 다시 하게 됐다. 또 다시 양성 반응이 나왔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읍압병실에 재격리됐다. 김 씨의 아내 안수진(가명)씨는 “10월1일 퇴원 당시에 병원도 의료진도 남편의 전염력이 거의 없고, 음성과 양성을 오가는 특이케이스라 PCR검사는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는데, 언론이 주목하고 비판하자 다시 격리를 시켰다”고 주장했다.

김 씨의 재격리 후 질본과 서울대병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김 씨가 양성반응이 나오기는 했지만 메르스 바이러스는 거의 0%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격리를 해제하지는 않았다. 김 씨는 다시 격리되면서 정작 시급한 림프종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김 씨의 가족들은 항암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음압병실이 아닌 다른 방법의 격리 또는 격리해제를 요구했으나, 질병관리본부는 김 씨 사망 6일 전까지 연락이 되지 않았다.

뒤늦게 연락이 된 질본측은 김 씨가 특이한 경우이기 때문에 일정기간 음성반응이 나올때까지 지켜봐야한다면서 별다른 격리해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김 씨는 11월 25일, 메르스가 아닌 악성 림프종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정부는 이로부터 28일 뒤인 12월 23일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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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홍여진
촬영 : 최형석
편집 : 정지성, 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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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전국 닭, 오리 농가를 휩쓸고 있다. 지난 14일 자정기준으로 살처분한 가금류 수는 266개 농가에서 1,140만 마리다.

정부는 또 31개 농가 400만 마리의 가금류를 추가 살처분할 계획이다. 사상 최악이었던 지난 2014년의 피해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취재진은 AI로 쑥대밭이 된 경기도 일대의 양계 농가를 찾아 피해 상황을 살펴봤다.

빼앗긴 삶의 기반, 허탈한 농심

이번에 AI 피해가 가장 큰 지역 가운데 한 곳인 경기도 이천. 한 때 양계 농가가 밀집해 있던 이 마을에서 닭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계사 담장은 곳곳이 부서져 있었고, 닭장은 녹슨 채 방치됐다. 마을 사람들도 대부분 떠나 해질녘에도 불 켜진 집을 찾기 어려웠다.

취재진이 만난 최윤수(가명) 씨는 키우던 닭을 살처분 하던 중이었다. 최씨는 거의 해마다 찾아오는 AI 때문에 마을 양계 농가가 하나 둘 문을 닫는 중에도 용케 버텨왔지만, 결국 올해 키우던 닭 전부를 매몰 처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씨는 “할 수 있는만큼 최대한 방역을 했는데 결국 어떻게 감염이 됐는지도 모르고, 이렇게 키우던 닭 전부를 죽이게 됐다”면서 허탈한 마음을 토로했다.

최 씨는 가축 전염병에 대한 일본의 신속한 대응을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늦었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번지지 않아야 방역이 효과가 있는 건데 초동 대응이 워낙 늦다보니 이제 아무리 방역을 해도 다 번져갈 정도로 바이러스가 퍼졌다”며 방역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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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는 AI 피해를 크게 겪지 않은 농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20만 마리 규모의 양계 농장을 운영하는 장병일(가명) 씨는 매일 두 차례씩 농장 전체를 소독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주변에 자신과 같은 방법으로 가능한 최대 수준의 방역을 하는 농가들이 하나 둘 AI에 감염되는 것을 보면서 허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 씨는 “노력해서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지 않나. 이건 마치 비행기에서 폭탄을 투하당하는 느낌이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심적인 부담이 크다”며 언제 찾아올 지 모를 AI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무용지물 소독약, 효과없는 방역 대책

정부가 방역 효과가 떨어지는 소독제를 보급해 피해를 가중시킨 측면도 있다.

지난 7일 국회 농식품위 현안보고에서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여러 종류의 소독제 가운데 겨울철 저기온에서 효과가 없는 ‘산성제’가 농가에 보급돼 온 것이 사실인지 농식품부 관계자에게 물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보급한 소독제에 문제가 있다는 생산자 단체의 지적에 따라 올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27개 제품이 효력 미달로 밝혀졌다”고 인정했다. 게다가 이 제품들은 아직 전량 회수되지 않았고, 현재 6천리터 넘게 농가에 남아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4년 대규모 AI 피해를 겪은 이후 정부가 세운 방역 대책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정부는 당시 ① AI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을 ‘방역 관리지구’로 지정하고 ② 방역 관리지구에 대해서는 세척 시설과 소독시설 등을 추가 설치하며 ③ 관심 지역에 대해 정부의 상시 예찰을 강화하는 등의 방역 대책 개선안을 내놨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정부가 지정한 ‘방역 관리 지구’ 내 AI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AI 방역 관리지구와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AI 방역 관리지구를 지정해 특별히 관리했지만 AI 발생을 통제하는 효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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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만 마리

AI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살처분 되는 닭, 오리의 숫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살처분이 있었던 지난 2014년과 비교했을 때 3배 가까이 빠르게 피해 규모가 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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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수의학과 서상희 교수는 앞으로 살처분 될 가금류의 수를 5천만 마리 정도로 예측했다. 이번에 발생한 AI의 유형은 ‘H5N6’ 형인데, 이 바이러스는 겨울철에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H5N6는 겨울철에 영상 4도 이하에서 6개월 이상 생존한다”면서 “겨울이 길기 때문에 방역만으로 잡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5천만 마리는 우리나라 닭, 오리 연간 소비량의 10퍼센트가 넘는 규모이다. 또한 이런 예측이 현실화될 경우, 2003년 이후 지금까지 발생했던 6차례의 AI 피해를 모두 합친 것(약 4600만 마리)보다 피해가 더 큰 대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취재 : 심인보, 김강민, 이보람, 정재원, 연다혜
촬영 : 정형민, 김남범, 신영철
편집 : 정지성

목, 2016/12/1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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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1,401,000 마리 vs 일본 562,000 마리

올 겨울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인해 살처분된 가금류의 숫자다. 우리나라에서는 AI발생 26일만에 살처분 수가 천만을 넘어 하루하루 역대 최악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이같은 차이는 컨트롤 타워 부재와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박근혜 정부의 안이한 상황인식과 무능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15일 뉴스타파가 만난 양계 농민들은 한 목소리로 이번 AI 사태에는 초동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앙정부가 과단성 있게 움직이지 않고, 모든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겼다”고 지적하는 농민도 있었다.

초기 대응 ‘골든 타임’에 박근혜는 무엇을 했나?

전문가들은 이번 AI 사태에 초기 대응 ‘골든타임’이 지난 11월 11일부터 열흘 정도의 기간으로 보고 있다. 11일에는 충남 천안에서 채취한 철새의 배설물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확진됐고, 16일에는 충북 음성과 전남 해남의 농가에서 같은 유형의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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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무엇을 했나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기간동안 AI에 관한 단 한 마디의 언급도, 회의 소집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시기는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초래한 초대형 게이트와 연관된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올 때였다.

철새 배설물에서 AI 바이러스가 나온 11일에는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이 구속됐다. 12일에는 3차 촛불 집회에 100만 명이 모였다. 15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를 선임했다. 16일에는 농가에서 AI가 확진됐지만, 바로 그 다음 날인 17일에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리고 19일에는 서울에만 65만 명이 모여 4차촛불집회를 열었다. 20일에는 검찰이 최순실 씨 등을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공범으로 입건했다. 그리고 21일에는 장시호 씨와 김종 차관이 구속됐다.

이러한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일으킨 게이트 속에 허우적대던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대통령의 임무를 다시 한 번 방기했다. 세월호와 메르스에 이어 이번 AI 사태에 이르기까지 국가적인 재난 앞에 너무나 무기력했던 박근혜 정부의 무능이 다시 한 번 반복된 것이다.

황교안은 ‘골든 타임’에 무엇을 했나?

대통령 유고시에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국무총리다. 그렇다면 황교안 총리는 AI 대응 골든 타임에 무엇을 했을까?

AI 바이러스가 농가에서 처음 확진된 것은 16일, 바로 다음 날인 17일 황교안 총리는 정례적인 총리-부총리 협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황교안 총리가 처음 했던 말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근거 없는 의혹제기로 국정 과제와 개혁과제가 평가절하되고 있다”며 “정확한 사실 관계를 해명해 국민들의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첫번째 안건이 바로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는 근거가 없으니 적극 대응하라’는 메시지였던 셈이다. AI 사태는 이 날의 두 번째 안건으로 밀려났다. 그 마저도 ‘선제적이고 광범위한 방역 대책을 수립하라’는 공허하고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이 날 황 총리의 언급이 공허하고 원론적이었다는 것은 그 다음 날부터의 행보가 입증한다.

AI 발생 이틀째였던 18일, 황교안 총리는 APEC 정상회담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을 했다. 대통령을 대신해 간 황 총리는 별다른 성과 없이 나흘 뒤인 22일에야 귀국을 했다.

▲ 페루에셔 열린 APEC 정상회담이 끝난 뒤, 귀국하는 황교안 총리.

▲ 페루에셔 열린 APEC 정상회담이 끝난 뒤, 귀국하는 황교안 총리.

황교안 총리가 귀국한 뒤 AI와 관련한 첫 행보를 보인 것은 다시 그로부터 사흘 뒤다. 서울 근교인 의정부의 AI 상황실을 방문한 것. AI가 발생한 지 이미 열흘이 지난 시점, 이 때는 이미 전국 곳곳에 AI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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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총리가 AI와 관련해 관계 장관 회의를 처음 주재한 건 AI 발생 26일만인 12월 12일이었다. 황교안 총리는 대통령이 탄핵되고 나서 첫 관계장관 회의에서 “AI 대책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라”고 말했다. 마치 어제까지는 자신이 총리가 아니었던 것 같은 발언이다. 지난 2014년 AI가 발생했을 당시 정홍원 총리가 이틀만에 관계 장관 회의를 연 것과 확연히 비교되는 대목이다.

김재수 장관의 안이한 인식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김재수 장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12월 7일 국회에 출석한 김 장관은, 이번 AI의 전파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고 발언했다. 그런데 이때는 이미 전국 7개 광역시도와 18개 시군의 농가 28곳에서 AI가 발생했을 때다. 발생 23일 만에 무려 58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는데 주무부처의 장관은 AI 확산 속도가 과거보다 빠르지 않다고 말한 것이다. 장관의 태도가 얼마나 안이했던지, 국회 농림축산식품위원회 위원장인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렇게 쉽게 안이하게 생각하거나 대처할 문제가 아니다”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을 정도다.

김영춘 국회 농림축산식품위원회 위원장 : 이번 AI 관련해서 확산 속도가 그 전에 AI 크게 발생했던 2014년 겨울, 2015년 가을 이런 때 비하면 어떤 편입니까?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감염 농가 간에 수평적으로 감염되는 경로를 봤을 때는그렇게는 많지는 않은 것 아니냐는 이런 실무적인 판단을 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경로가, 철새 이동 경로고. 보고 드린대로 농장 간에 전파가 의심되는 것은 충북 음성하고 경기도 이천 이 두 군데 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철새 경로에 있어서.. 아마 과거보다는 적지 않나 이런 실무적인 판단합니다.

김 위원장 : 그렇게 장관님 말씀처럼 쉽게 안이하게 생각하거나 대처할 문제는 전혀 아닌 것 같습니다.

김재수 장관이 이러한 발언을 했던 12월 7일은 이미 초기 대응에 실패해 AI가 광범위하게 전파된 상황이고, 동시에 AI가 추가로 확산되느냐 마느냐 기로에 놓인 상황이었다.

주무부처 장관의 이러한 안이한 인식은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을까. 12월 7일 이후 겨우 일주일동안 AI가 25건이나 추가 확진됐고, 무려 56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앞으로 긴 겨울이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가 어느 정도까지 커질지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국 vs 일본 살처분 숫자 : 11,401,000 마리 vs 548,000 마리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총리, 김재수 장관 등 한국의 부실한 컨트롤 타워를 일본과 비교해보면 아쉬움이 더욱 커진다.

일본의 농가에서 처음 AI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지난 11월 28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날 아침 8시 35분에 발생 제보가 들어왔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9시 30분에 간이 검사에 의해 양성 판정이 됐다. 그러자 일본의 아베 총리는 곧바로 총리 관저에 위기관리 센터를 설치해 직접 상황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 날 자정 즈음부터 살처분 작업이 시작됐고 다음날 오전 9시에는 관계 장관 회의가 열렸다. 오전 11시에는 이미 역학조사팀이 파견됐다.

컨트롤 타워의 차이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철새 19마리에서 AI가 발견됐지만 농가의 감염 사례는 단 6건에 그쳤고, 살처분 숫자도 56만 2천 마리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의 살처분 숫자는 지금까지 1,140만 마리다. 이 엄청난 차이에는 양국의 살처분 정책의 차이도 반영되어 있지만 그보다는 골든타임 동안의 적절한 대처에서 비롯된 부분이 훨씬 크다.

AI와 맞서 싸우는 양계 농민들은 하루하루가 전쟁과 다름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실 지금 뭐 전투적인 상황입니다. 전쟁 상황이라고 저희끼리는 합니다. 뭐 자고 일어나면 아침이 두려울 정도로 주변 농가들이 누구네 뭐 걸렸어 걸렸어, 자고 일어나면 매일 반복되니까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어떤 진짜 아침이 두려운 상태로 매일매일 지내고 있습니다. 요번 사항은 진짜 불가항력적이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주변에 열심히 하는 농가들이 다 그렇게 당하고 하다보니까 너무 허탈하죠. 저희가 키운 닭을 묻는다는 게.. 너무 허탈하죠.경기도 광주의 한 양계 농민

무능하고 무책임하기만한 박근혜 정부를 지켜보면서 촛불시민들뿐 아니라 이제 전국 농가의 농민들도 ‘이게 나라냐’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취재 : 심인보, 정재원, 김강민, 이보람, 연다혜
촬영 : 정형민, 김남범
CG : 정동우, 하난희
편집 : 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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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6/12/23-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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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군 인사와 방위 산업 분야에까지 손을 뻗힌 정황이 드러났다. 최 씨가 지난 3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 예비역 육군 장성의 이력서를 받아 본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력서의 주인은 국가정보원 국방보좌관, 한미연합사령부 정보참모부장 등을 지낸 유현국(육사 35기) 씨다. 그는 이명박 정부 초대 정보분석비서관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에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상임감사를 역임한 인물이다. 뉴스타파는 최 씨 측에 이력서를 보내기 직전인 올해 1월, 유 씨가 국방부 허가를 받아 방위 산업 분야 연구, 컨설팅을 주업무로 하는 연구원을 설립한 사실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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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가 군 인사 등 국방 분야에 개입해 왔다는 의혹은 그 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무기 로비스트인 린다 김과의 거래 의혹, 록히드 마틴 회장을 직접 만났다는 의혹도 있었다. 최근엔 박근혜 정부 초대 국정원장이었던 남재준 씨의 경질 과정에도 최 씨 일가가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적은 없었다.

뉴스타파는 최순실 씨 관련 회사 사무실에서 입수한 문서더미를 확인하던 중, 예비역 장성인 유현국 전 청와대 정보분석비서관의 이력서를 확인했다. 이력서가 나온 서류더미는 최 씨 소유 기업인 플레이그라운드와 존앤룩씨엔씨,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에서 생산된 것이다. 육사 35기 출신으로 2010년 육군 준장으로 전역한 유 씨는 군 재직 당시 주로 정보분야에서 활동했다. 국방정보사령부 참모장(2005~2006년), 국가정보원 국방보좌관(2006~2008년)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에선 한미연합사 정보참모부장과 청와대 정보분석비서관도 맡았다. 지난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상임감사를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

유 씨가 직접 작성한 자기소개서도 이력서와 함께 발견됐다. 자기소개서에는 군 재직 당시 유 씨의 경력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정보장교 출신으로 핵심직위를 두루 거치면서 한국군의 정보능력 발전에 주력했다. 2011년 김정일 사망과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청와대 정보분석비서관으로 안정적으로 정책을 수행했다.
유현국 씨 자기소개서 중 일부

최 씨가 유 씨의 이력서를 받아본 시점은 올해 3월 14일이다. 당시는 최 씨가 주도해 설립한 K스포츠재단이 2대 이사장 후보를 물색하던 때였다. 최 씨가 K스포츠재단 이사장 후보로 유 씨와 접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 유 씨 지인의 설명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유현국 씨 친구의 아들이 다니는 회사에 이력서를 보냈다고 들었다. 될 지, 안 될지 모르지만 일단 보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력서를 받은 곳은 무슨 스포츠재단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유현국 씨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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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도 발견했다. 유 씨가 최 씨 측에 이력서를 전달하기 전인 올해 1월, 국방 관련 연구원을 설립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유 씨가 설립한 연구원은 서울 중구 순화동에 위치한 미래안보산업전략연구원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연구원은 최 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방위 산업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 컨설팅 하는 국방부 산하 사단법인이었다. 게다가 유 씨가 최 씨 측에 보낸 자기소개서에는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로, 국가안보분야 업무에 활용 가치가 크다”는 내용의 인물평이 들어 있다. 최 씨가 국방 관련 인사나 방산 관련 사업을 염두에 두고 유 씨의 이력서를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뉴스타파는 유 씨를 직접 찾아가 최 씨 측에 이력서를 보낸 이유 등을 물었다. 그러나 유 씨는 “최순실 씨를 전혀 모르며, 내 이력서가 최 씨 측에 전달된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나는 MB맨이다. 최순실 씨를 전혀 알지 못한다. 내 이력서가 왜 그 쪽에 전달됐는지도 모른다. 지인에게 전달한 이력서가 어떤 경로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원 외에 국방 관련 자문활동을 할 생각으로 여러 곳에 이력서를 보낸 적이 있다. 유현국 미래안보산업전략연구원 이사장

유 씨가 연구원을 설립한 올해 1월은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만들고, 더블루케이, 비덱 등 개인 회사를 통해 이권 개입을 시도하던 시기다.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큰 그림을 그려가던 때였다. 정보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유 씨의 이력서를 최 씨가 왜 받았는지 궁금증이 커지는 이유다. 국방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최 씨가 국방, 방위 사업 등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비선실세의 국방 관련 개입 의혹은 제기돼 왔다. 특히 군 인사 관련 의혹이 많았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정호성 전 비서관 등 문고리 권력이 의혹의 중심에 있었다.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


취재 : 한상진
영상 : 김남범
편집 : 윤석민
CG : 정동우

금, 2016/12/2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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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방송 수호를 위해 MB정권의 낙하산 사장 선임에 맞서 싸우다 해고됐던 YTN 기자들이 해직 3천일을 맞았습니다. YTN과 MBC 등 해직언론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김진혁 감독의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은 1월 12일 개봉합니다.

금, 2016/12/2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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