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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업체에서 사람 죽거나 다쳤다'... 이런 건 널리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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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업체에서 사람 죽거나 다쳤다'... 이런 건 널리 알려야

admin | 수, 2021/09/08- 23:08

얼마 전 트위터에서 국세청의 고액세금체납자 명단 지도 서비스가 인기를 모았습니다.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에 따라 체납기간 1년 이상, 체납 국세가 2억 원 이상인 고액상습체납자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국세청 홈페이지에서는 이 명단을 지도 형태로 공개하여, 고액체납자들의 성명, 직업(업종), 주소, 체납액, 체납건수, 체납요지 등 다양한 정보를 누구나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링크). 해당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이 강남구에 고액체납자들이 몰려 있다는 사실을 알리거나, 전직 대통령의 세금 체납 액수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트위터에서 인기를 끈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지도 ⓒ 트위터

명단공개 제도의 효과

이렇게 고액상습체납자의 명단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을 행정용어로는 '공표'라고 합니다. 행정상 공표에는 법적인 의무를 위반하거나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성명이나 위반 사실 등을 일반에게 공개하여 명예나 신용에 타격을 주어, 법적인 의무를 이행하도록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법적 의무를 이행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만드는 효과도 있겠죠. 

한국에는 다양한 공표 제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청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식당의 상호명과 소재지, 대표자, 행정처분 등의 내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 웹사이트에서는 식품위생법을 위반하여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들을 공개합니다(링크). 이 경우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는 식당이나 업체들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성격도 있겠죠.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상습적으로 임금체불을 한 사업주들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합니다(링크). 체불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기능도 있고, 구직자들로 하여금 임금체불 사업장을 피할 수 있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직업안정법에서는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공개 제도를 활용하여 임금체불 사업주가 직업소개소에 구인공고를 내지 못하게 하거나, 임금체불 사업장이라는 사실을 적시하도록 하고 있기도 합니다.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에서는 체불사업주의 구인공고에 사전안내를 제공한다. ⓒ 알바천국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의 경우 앞서 살펴봤듯이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지도로 친절하게 세급체납자들의 정보를 공개합니다. 임금체불 사업주 역시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따로 메뉴를 만들어 바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체불사업주 명단공개 메뉴 ⓒ 고용노동부

 
이렇게 다양한 공표제도 중에서는 산업재해 사망사고 사업장에 대한 명단공개 제도도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산업재해가 잦아 사망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사업장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공개 방식은 다른 공표 대상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유독 찾아보기 어려운 산업재해 사업장 명단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의 경우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하지만, 그 내용을 쉽게 찾기 어렵습니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정보공개 → 사전정보 공표목록 메뉴를 거쳐, 산재예방/산재보상 카테고리를 선택해야 '사업장의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 공표'라는 게시판 바로가기 링크가 나옵니다(링크).

이 게시판에서 다시 PDF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수고를 들여야,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 사업장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더라도, 한참을 뒤져야 겨우 발견할 수 있는 셈이죠. 게다가 파일을 열면, 제대로 내용을 알아보기 힘든 빽빽한 표가 나옵니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하는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 일부 ⓒ 고용노동부

 
문제는, 이렇게 어렵게 명단을 확인하더라도 어떤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업종명, 규모, 사업장명, 소재지, 재해자 수 등의 정보는 공개하지만, 해당 사업장에서 어떤 안전 조치를 위반했고 그로 인해 어떤 처벌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국세기본법에서 고액상습체납자들의 명단을 공표하도록 한 것, 근로기준법에서 임금체불 사업주들의 명단을 공표하도록 한 것,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의 명단을 공표하도록 한 것. 셋 모두 법령 상 공표에 대한 조문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각자의 공표 대상 정보 범위를 정하고, 공개 방식은 관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정보는 시민들이 찾아보기 쉽게, 활용하기 쉽게 공개하고, 어떤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게 공개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발생할까요? 매일 일하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죽어가지만, 그 책임을 져야 할 기업들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요?

앞에서 살펴보았듯, 명단공개와 같은 공표제도의 주요 효과 중 하나는 '법적인 의무를 이행하도록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것에 있습니다.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 공개 제도는 2002년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명단공개 제도의 도입 취지는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예방의지 및 실천을 촉구하기 위해, 사업주의 명예·신용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통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함이었습니다(링크).

몇 달 전 산업재해 문제에 경각심을 가진 시민들의 많은 지지를 얻으며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이러한 명단공개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중대재해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사업장 명칭과 재해 내용 등의 정보를 공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사업주가 제대로 산재 예방에 나서라"는 법입니다.

법의 취지가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명단 공개가 '망신'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시민들이 산업재해로 사망사고가 일어난 사업장의 명단을 제대로 찾아보기도 어렵고 기업이 어떤 책임을 다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면, 명단 공개제도는 허울에 불과할 뿐,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명단 공개 자체보다도, 어떻게 공개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미국과 영국은 제대로 망신 주는데
 

 미국 산업안정보건청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장 공개 ⓒ 미국 산업안전보건청

해외의 사례는 어떨까요?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은 산업재해 사고와 관련한 방대한 정보를 데이터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사망사고뿐 아니라 절단, 낙상 등 심각한 재해가 발생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수사하고, 그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립니다. 산업재해 사례 중에서 법 위반으로 소환장이 발부된 케이스들을 개별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고, 주별로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4만 달러 이상의 벌금을 문 사업장들의 명단을 지도 형태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가 일어난 사업장이 어떤 안전의무를 위반했는지, 이로 인해 어떤 사고가 생겼는지,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등의 정보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영국 보건안전청에서 공개하는 보건안전법 위반 기업 데이터 ⓒ 영국 보건안전청

영국 보건안전청도 산업재해 사고에 대해 상세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만약 영국에서 어느 기업이 보건안전법 위반으로 기소되면,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와 위반 법 조항, 구형 내용, 이전의 사건 기록들 등이 상세하게 공개됩니다. 미국과 유사하게 개별 산업재해 사고 사례에서도 사업장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업을 제대로 압박할 수 있는 명단공개 필요

2021년 1월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부터 시행됩니다. 법 시행을 위해서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마련하고, 현재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사업주가 안전보건의무를 위반해 일어난 중대산업재해에 대해 사업장의 명칭, 발생일시와 장소, 재해의 내용과 원인 등을 공표하라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 제정안을 보면 "의무 위반으로 형이 확정된" 경우에야 사업장 명칭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고, 심지어 공표 이전에 소명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명단을 공개한 다음에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기간은 1년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공표하는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은 매년 3월 정도에 공개하는데, 2021년 3월에 2019년에 일어난 산업재해 사업장을 공개하는 방식입니다. 이미 2년 늦은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나마도 재판 등으로 인해 의무 위반 여부가 늦게 확정되면, 3년, 4년 된 사고 정보가 뒤늦게 공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해당 사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다 떠나간 후에야 공개된다는 뜻입니다. 

만약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명단 공개 역시 한없이 질질 끌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2년, 3년 후에야 사업장 명단이 공개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 공개 방식마저도 지금처럼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PDF 파일로 올라온다면, 시민들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기도 어렵겠죠.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명단공개로 인해 '망신당한다'는 압박을 느낄 리 없습니다. 공표 제도의 원래 취지가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공표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명단을 빠르게, 상세하게, 시민들 누구나 쉽게 살펴볼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의 경우 법 위반 사실에 대해 소환장이 발부되면, 영국 역시 법 위반으로 기업이 기소되면 그 사실을 홈페이지에 바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고가 일어나 조사가 진행되면, 6개월 이내에 정보를 공개하는 셈입니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1심 판결이 나면 바로 명단을 공개해야 합니다. 명단공개 방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세청의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처럼 지도까지 동원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처럼 시민들이 쉽게 찾아보고, 검색할 수 있는 방식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매년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 사고로 죽어갑니다. 더 이상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시민들의 열망에 힘입어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이제 공은 정부에게 넘어왔습니다. 법을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 입법 취지를 가장 잘 살리기 위한 방식은 무엇인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어떻게 제도를 운영할 것인가,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시험대에 오른 것입니다.

사업장 공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여러 내용 중에서도 정부가 어렵지 않게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제도 중 하나입니다. 현재 공개된 시행령은 비록 실망스럽지만, 나중에 시행령이 공포될 때는 작은 부분에서부터 제대로 해결하겠다는 태도가 드러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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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방자치단체들은 행정정보공표제도를 통해 주요한 행정정보들을 주민들에게 사전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시민들의 정보공개 청구 건수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시민들이 정보공개 청구를 하게 될 경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자들이 일차적으로 해당 정보의 공개 여부를 결정합니다. 만약, 청구인들이 기관의 비공개 결정을 납득할 수 없는 경우, 이의 신청을 통해서 정보의 공개 여부를 다시 심의하게 됩니다. 이때 정보의 공개 여부를 심의하는 기구가 바로 정보공개심의회입니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공기업들은 정보공개심의회를 설치 운영하게 되어 있습니다. 심의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하여, 5명 이상 7명 이하의 위원들로 구성되는데요, 이때 심의회 위원들은 소속 공무원, 임직원 또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됩니다. 특히 위원의 1/2은 해당 기관의 업무 또는 정보공개 업무에 관한 지식을 가진 외부전문가를 위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는 정보공개 청구에 대하여 공개 여부를 결정할 때, 공공기관 내부자들의 일방적인 입장에 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를 중심으로 공정하게 심의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장은 자격을 갖춘 외부 전문가들을 위촉하여 심의회를 구성하게 되어 있습니다.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12조(정보공개심의회) ①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른 공기업(이하 "국가기관등"이라 한다)은 제11조에 따른 정보공개 여부 등을 심의하기 위하여 정보공개심의회(이하 "심의회"라 한다)를 설치·운영한다.

② 심의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하여 5명 이상 7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③ 심의회의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은 소속 공무원, 임직원 또는 외부 전문가로 지명하거나 위촉하되, 그 중 2분의 1은 해당 국가기관등의 업무 또는 정보공개의 업무에 관한 지식을 가진 외부 전문가로 위촉하여야 한다. 다만, 제9조제1항제2호 및 제4호에 해당하는 업무를 주로 하는 국가기관은 그 국가기관의 장이 외부 전문가의 위촉 비율을 따로 정하되, 최소한 3분의 1 이상은 외부 전문가로 위촉하여야 한다.

④ 심의회의 위원장은 제3항에 규정된 위원과 같은 자격을 가진 사람 중에서 국가기관등의 장이 지명하거나 위촉한다.

⑤ 심의회의 위원에 대해서는 제23조제4항 및 제5항을 준용한다.

⑥ 심의회의 운영과 기능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회규칙·대법원규칙·헌법재판소규칙·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및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그러나, 막상 실제로 정보공개심의회가 운영되는 방식은 그 도입 취지와 걸맞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하여 17개 광역자치단체의 정보공개심의회 위원 구성 현황을 살펴보았습니다. 2018년 현재 외부 전문가로 광역자치단체의 정보공개심의회 위원으로 위촉된 인원은 총 75명입니다. 그 중 30명이 교수고, 28명이 변호사입니다. 전체 외부위원의 77.3%가 교수 아니면 변호사인 셈입니다. 교수들의 경우, 대부분 법학이나 행정학을 전공한 교수들입니다.

 

2018년 광역자치단체 정보공개심의회 외부 위원 현황2018년 광역자치단체 정보공개심의회 외부 위원 현황



물론 정보공개 여부를 심의하는 것에 있어서, 법률이나 행정에 관한 전문 지식을 갖춘 교수와 변호사들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외부 위원 대다수가 교수와 변호사로 채워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정보공개심의회가 형식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알 권리'는 단순히 법적인 논리를 넘어서,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통해 판단하고 보장되어야 할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18년 현재, 경기, 충북, 인천, 전남, 전북, 제주 등 다수의 지자체에서 오로지 교수와 변호사 만으로 정보공개심의회를 꾸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보공개심의회 구성에 있어서 더욱 다양한 구성원, 언론인이나 시민사회 활동가, 혹은 평범한 시민들이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교수를 임명하는 경우에도, 단순히 법학과 행정학 전공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자체에서 주로 요청되는 정보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인물을 위촉해야 할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정보공개심의회 구성원 중 전직 공무원이나 전직 지방의원 등 지방자치단체와 이해 관계를 공유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외부위원으로 위촉되어 있는 상황도 문제적입니다.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민감한 정보들이 제대로 공개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는 법으로 외부위원의 임명을 의무화한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죠.

 

정보공개제도는 기본적으로 시민의 입장에서, 공공기관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심의회 역시 그러한 목적이 제대로 달성될 수 있도록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기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위원을 지명하거나 위촉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심의회가 시민의 입장이 보다도 기관의 관점에서 이끌려가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자격증으로 보증되는 '전문가'가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가 정보공개심의회에 참여하고, 다른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길이 열려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정보공개심의회 외부위원을 임명할 때 개방형 공모제도를 운영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천시 본청 정보공개심의회 운영 현황



현재 정보공개심의회 운영의 문제는 위원 구성이 편중된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심의 과정에서 대면회의 보다 서면회의의 비중이 더 높아, 도저히 제대로 심의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지방자치단체가 많은 형편입니다. 인천시 본청의 경우, 20147월부터 20183월까지 총 27건의 심의회 회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4년 간 단 한 차례도 대면 회의를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4년 간 76건의 안건을 심의한 경기도의 경우, 대면 회의로 심의한 안건은 12건에 불과합니다. 물론 사안이 중대하지 않은 경우, 혹은 도저히 일정이 맞지 않는 경우 굳이 대면회의를 하지 않고 서면 회의로 심의회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황에 따른 대체적 수단이어야 하는 것이지, 서면 회의가 중심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서면회의로 진행될 경우, 안건에 대해 위원들이 논의하는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청구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어떠한 논의에 따라 자신의 정보공개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자연스레 제대로 논의하지 않고 비공개 결정을 내린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이 쌓이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정보공개심의회의 회의 형식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와 법규가 단순히 정보공개법을 준용하고 있을 뿐, 회의의 구체적인 운영에 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보공개심의회가 더욱 편의적으로 운영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시민의 '알 권리'에 대하여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시민 중심의 정보공개제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지금 운영되고 있는 정보공개제도에 있어서도 아직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입니다. 선거 때만 되면 모두가 투명한 행정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당선되고 나서는 폐쇄주의와 편의주의에 기울어지기에 변화가 더딘 것이겠죠.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단순히 말로만 투명성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의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당선자들이 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2014~2018 광역자치단체 정보공개심의회 운영 현황.zip


수, 2018/06/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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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입니다. 동네 곳곳에 후보자의 얼굴 사진이 크게 걸려 있고, 출퇴근 시간마다 지하철 역 앞에서 후보자들의 인사가 들려옵니다. 선출하는 공직의 수가 많은 지방선거의 특성 상, 어디를 가도 후보자들의 얼굴을 찾아볼 수 있죠. 선거운동을 하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면, 공공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후보자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사람들, 과연 당선이 되고 나서도 이렇게 열심히 할까? 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단체장들이야 워낙 무엇을 하든 언론에서 열심히 검증하려 드니, 정보공개센터는 상대적으로 주민들의 시야에서 잘 보이지 않는 지방의원들이 정말 '밥 값'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일전에 소개드렸던 대로 알권리 감시단과 함께 지방의회에 대한 의정 감시 활동을 하고 있구요. 오늘은 지방의원들이 받는 급여, 보수가 얼마나 되는지 찬찬히 따져보려고 합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지방의회의 의원들을 지방의원이라 합니다. 이 지방의원들은 기본적으로 광역의원(광역시의원, 도의원)과 기초의원(시의원, 군의원, 구의원)으로 나뉩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의회를 운영하기 위한 예산으로 다음과 같이 구성되는 의회비를 책정하고 있습니다.


의회비의 구성

먼저, 지방의원들은 지방자치법 33조에 따라 월정 수당과 의정활동비를 받습니다. 월정 수당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력지수와 의원 1인당 주민 수, 지방단체 유형에 따라 그 기준액이 달라집니다. 다음과 같은 공식에 따라 월정 수당 기준액이 정해지면, 기준액 범위의 ±20% 범위 내에서 자치단체의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지급액을 결정하게 됩니다.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지방의회가 새로 구성되는 4년 마다 한 번씩 열리며, 이 회의에서 4년 간의 액수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광역의회의 월정수당 평균액은 연 3943만원, 기초의회의 경우는 연 2538만원입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있는 지방의회 의원 월정수당 지급 기준액 산정 계산식



의정활동비의 경우 의정자료수집·연구비와 보조활동비라는 두 가지 항목으로 구성되는데요, 지방자치법 시행령 33조에서는 광역의원의 경우 의정활동비로 월 120만원 이내, 보조활동비로 월 30만원 이내를 지급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기초의원은 각각 월 90만원, 20만원 이내를 지급 받을 수 있게 되어 있구요. 법에서는 '이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국의 모든 지방의회가 법이 정한 최고 금액을 지급하고 있어 모든 광역의원이 월 150만원, 모든 기초의원이 월 110만원을 받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행정안전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2018년 지방의원 의정비 결정 결과] 문서를 참고했을 때, 월정 수당과 의정활동비를 합쳐서 광역의원에게 1년에 지급되는 의정비는 평균 5743만원, 기초의원은 평균 3858만원에 이릅니다. 특히 인구가 많고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시의 경우 시의원은 평균 6378만원, 구의원은 평균 4378만원을 받아, 어지간한 대기업 못지 않은 보수 수준을 자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8년 지방의원 의정비 결정 결과 (행정안전부)

급여 뿐 만이 아닙니다. 의정 활동에 따르는 경비로 의정운영공통경비와 의회운영업무추진비가 편성되어 있습니다. 의정운영공통경비는 지방의회, 혹은 위원회의 명의로 공적인 의정 활동을 수행할 때 사용되는 경비입니다. 지방의회가 공청회, 세미나, 각종 회의 및 행사, 위탁 교육 등을 진행할 때 경비로 쓰는 돈이죠.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지방의회의 의장단의 경우 의회(기관)운영업무추진비를 쓸 수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서울시의회 의장은 월 530만원, 부의장은 월 260만원, 상임위원장은 월 160만원에 달하는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금도둑잡아라'17개 광역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간담회, 식사 제공 등 기본적으로 식비 지출이 업무추진비 집행의 2/3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지방의원이 되면 말그대로 밥 값 걱정은 없는 셈이죠.

 

2017년 서울시 자치구의회 의장단 의회운영업무추진비 기준액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지방의원은 공무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여비를 지급 받는데, 특히 지방의원의 경우 보통 연 1회 관례적으로 해외연수를 나가곤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여름 사상 최악의 수해에도 불구하고 해외연수를 강행하여 공분을 샀던 충북도의회의 경우, 유럽 해외연수를 계획하면서 도의원 1인당 500만원의 경비를 잡았습니다. 밥 값 뿐 아니라, 해외여행도 제공되니 어찌 보면 '신의 직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미리 신고만 한다면 영리 목적의 겸업도 가능하니, 후보자들이 당선되고자 기를 쓰고 돌아다니는게 이상하지 않겠죠?


2017년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유럽 해외연수 계획서

물론 주민을 대표하여,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지방의원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는 것은 중요합니다. 의원들이 생계 걱정 없이 공공을 위한 활동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다만, 좋은 처우 만큼이나 훌륭한 의정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제대로 평가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무엇보다도, 기본도 못하는 지방의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중앙일보의 기사에 따르면, 4년 전에 선출된 민선 6기 지방의원 중, 각종 사유로 지방의원직을 유지하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의원이 100명이 넘습니다. 사망한 13명은 그렇다치더라도, 1/3 가량인 35명이 선거법 위반 등의 사유로 당선 무효 처리 되었고, 각종 불법 행위로 인해 피선거권이 상실된 의원은 17명입니다. 선거 출마, 개인 사정, 사회적 물의 등을 사유로 사직하거나 퇴직한 의원은 43명에 이릅니다. 기본적으로 4년 임기도 채우지 못한 의원들이 적지 않은 것이죠.


문제는 지방의원들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결국시민들 스스로가 지방의회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선거에서 누구를 뽑느냐 만큼이나뽑힌 사람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정보공개센터는 앞으로도 '알권리 감시단'과 함께 계속 눈을 부릅뜨고 지방의회의 문제들에 대해 파헤쳐보려 합니다. 모순을 찾아내는 돋보기가 되어, 시민들 스스로 직접 지방의회를 살피고, 문제 제기할 수 있도록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 다음 첨부 파일들을 통해 최근 지방의원 의정비와 기초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


★2018년 의정비 결정결과(공개용).xlsx

★2017년 의정비 결정결과.pdf

2015년 의정비 결정결과.pdf

2016년 의정비 결정 결과.pdf

 2017년_자치구의회_의회운영업무추진비_및_자치구_시책추진업무추진비.hwp

2016년자치구의회의회운영업무추진비및자치구시책추진업무추진비기준액결정_서울시.hwp




목, 2018/05/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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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계엄령 문건이 공개되면서 전 국민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역사의 시계를 되돌리고, 민주주의를 암살하려던 계획이 군의 이름으로 자행될 뻔 했다는 사실을 그냥 넘겨서는 안되겠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군인권센터와 세계일보가 공개한 기무사 계엄시행 대비계획 세부자료 전문(67페이지)을 자료 보존 차원에서 이미지 파일로 변환하여 업로드합니다. 기밀해제 문건이니 자유로운 열람과 배포가 가능합니다.






수, 2018/07/2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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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떤 후보를 지지해야 할 지 아직 고심하고 있는 많은 시민들을 위해, 정보공개센터에서 서울 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의 전과기록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습니다.

 

서울지역 국회의원 등록 후보 202명 중 전과자는 총 81. 가장 많은 전과기록은 음주운전입니다.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후보는 총 24명으로 29.6%에 해당 하는데요, 음주운전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동시에 위반해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보들이나 음주운전 후 도주한 후보 등 심각한 사례들도 눈에 띕니다. 도로 위의 무법자가 되어 시민의 생명을 위협한 꽐라 후보들은 누구일까요?

 

 

 

 

 

 

 

 

**주목해야 할 꽐라 후보**

 

중구성동구갑 서경선 후보(국민의당) - 음주운전 2, 벌금 총 250만원

중구성동구을 정호준 후보(국민의당) - 음주운전 200만원 벌금, 무면허 운전

은평구을 이강무 후보(민주당) - 음주운전 2,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

양천구을 이용선 후보(더불어민주당) - 음주운전 2,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

구로구갑 김철근 후보(국민의 당) - 음주운전 2, 무면허 운전

관악구갑 원영섭 후보(새누리당) -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

관악구을 송광호 후보(민주당) - 음주운전 후 도주로 징역 10, 무면허 운전

 

 

 

 

 

음주운전 후보 외에 우리가 절대 지나쳐선 안 될 전과 후보자들이 또 있는데요, 바로 시민들의 삶을 갉아먹는 권력형 범죄를 일으킨 후보들입니다.

 

후보자들의 전과 현황을 보면, 배임, 부정수표단속법, 상법 위반 등 금융관련 비리와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위반 등 정치비리, 부동산 관련 범죄 등 부정부패 관련 전과가 상당수 눈에 띕니다.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비리 범죄를 저질렀던 후보들은 누구인지 한번 살펴볼까요?

 

 

 

 

 

 

 

종로구 이석인 후보(진리대한당)는 부정수표를 발행해 금융비리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강북구을 안홍렬 후보(새누리당), 강서구병 유영 후보(새누리당)는 부정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운용,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고, 영등포구을 진재범 후보(무소속)는 선거법위반 및 무고죄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부동산 관련 범죄와 관련해서는 구로구갑 김승제 후보(새누리당)가 소방법 및 건축법 위반으로. 마포구을 손혜원 후보(더불어민주당)가 건축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고, 강남구병 양영철 후보(한나라당)가 소방시설공사업법 위반, 서초구을 조순형 후보(국민의당)가 도시계획법 위반으로 처벌 받은 바 있습니다. 금천구 유재운 후보(무소속)의 경우 건설업법 위반,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건설업 관련 비리를 수차례 저지른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중랑구갑 민병록 후보(국민의당)의 경우, 공증문서 관련 상법 위반, 건설기술관리법 위반 등 재산관련 범죄로 3번 이상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외에, 성북구을 김효재 후보(새누리당)는 국회의원 재임 직후 공무상 비밀을 누설해 집행유예 2년에 처했던 사실이 있으며, 같은 해 정당법 위반으로 징역 6월에 처한 바 있습니다. 양영철 후보와 조순형 후보는 위증으로 200만원의 벌금을 받은 사실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부정부패는 사회 전체를 갉아먹는 중대한 범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편법을 저지르는 사람에게 국정감시와 운영을 맡길 수 있을지 심히 의문입니다.

 

다른 후보, 전과내역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서울시 국회의원 후보의 전과 내역을 함께 첨부합니다.

 

우리 지역의 국회의원은 누가 되어야 할지, 마지막 판단에 꼭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레알후보 전과기록.xlsx 

 

 

 

 

 

저작자 표시 비영리
월, 2016/04/1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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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지난 22일 헌법 개정안 전문을 공개했다. 개정안 내용 중에서 특히 눈이 가는 부분은 역시 기본권 부분이다. 기존 헌법이 그간 변화한 사회 구조와 조건들을 담지 못한 탓에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서 소모적인 논쟁들이 빈번했던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헌법 개정안에서는 기본권의 주체는 기존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되었으며 공무원 노동3권의 보장, 생명권과 안전권의 신설 등의 큰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중 위에 언급한 변화한 사회 구조와 조건들에 가장 부응하는 부분은 신설된 ‘정보기본권’이다.

청와대는 정보기본권의 신설 취지에 대해 “정보화 사회로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알권리 및 자기정보통제권을 명시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이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고, 정보기본권 보장을 위한 핵심적인 사항으로서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에 대해서는 국가가 예방 및 시정을 위하여 노력하도록 함” 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신설된 정보기본권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2조 ① 모든 국민은 알권리를 가진다.

② 모든 사람은 자신에 관한 정보를 보호받고 그 처리에 관하여 통제할 권리를 가진다.

③ 국가는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를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헌법에 정보기본권과 알권리를 직접 언급하고 있는 국가들은 아직까지 그리 많지 않은 마당에 알권리와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통제권이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 자체가 실제로 일종의 발전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의 정보기본권에 대한 평가가 그렇게 단순하게 종료되면 안 될 것 같다. 헌법은 물론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선언이기에 단순·명확한 조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의 정보기본권 조항 내용은 그저 단순하기만 해서 오히려 모호함을 남긴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첫째로 기본권 부분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해 놓고 정보기본권 조항에서는 다시 대상을 국민으로 한정 짓고 있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오타인가? 현재로서는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신설되는 정보기본권 조항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현행법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다. 현행 정보공개법에서는 심지어 아직 차별적인 절차가 다소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미 외국인에게도 정보공개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현행법보다 이번 개정안이 기본권의 보편성을 위축시키게 된다.

두 번째로 개정안의 ‘알권리’는 무엇을 알권리를 말 하는가? ‘안다’라는 말의 의미가 완결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목적어를 필요로 한다. ‘안다’라는 상태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무엇’이라는 말이 생략될 수 있는 경우는 겨우 맥락상, 또는 편의상 말하거나 쓰는 이와 듣거나 보는 이 사이의 암묵적인 교감과 동의가 있을 때뿐이다. 물론 이번 개정안이 보편적인 개념으로 알권리를 차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일지라도 최소한 차용한 보편적인 개념으로서 알권리가 ‘무엇’을 알 권리인지는 짧게라도 명시되어야 향후 소모적인 개념 논쟁을 방지할 수 있으며 기본권의 보장을 명확히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미 정보기본권을 다루고 있는 다른 나라의 헌법은 알권리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자.

독일 기본법 제5조

누구든지 자기의 의사를 말, 글 및 그림으로 자유로이 표현·전달하고,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정보를 얻을 권리를 가진다.


스위스 헌법 제16조제3항

누구든지 정보를 자유로이 수령하고,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정보를 취득하며, 이를 유포할 권리를 가진다.


독일의 기본법과 스위스의 헌법에는 알권리라는 개념이 직접 명시되지는 않지만 유사한 개념인 정보접근권이 서술된다. 두 법 모두 접근의 대상, 알권리의 ‘무엇’을 알 권리가 있는가에 대해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한다. 여기서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이라는 것은 공공에 이미 공개되어 있거나 합리적·상식적 차원에서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정보들을 말한다.

핀란드 헌법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핀란드 헌법 제12조

누구든지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표현의 자유에는 타인의 사전 제한 없이 정보, 의견, 기타 통신을 표현하고 유포하고 받을 권리가 포함된다. 표현의 자유 행사에 관한 세부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어린이 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진·영상 프로그램에 관한 제한 규정은 법률로 정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문서와 기록은 부득이한 이유로 공개가 법률에 의해 구체적으로 제한되지 않는 한 공개한다. 누구든지 공개된 문서와 기록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


핀란드 헌법 역시 정보에 대한 접근을 표현의 자유에 포함시킨다. 핀란드 헌법은 알권리와 정보접근에 대해 독일과 스위스처럼 이미 공개된 문서와 기록 일반뿐만 아니라 특별히 공공정보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문서와 기록은 공개하며 이것은 구체적인 법률에 의해서만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소 긴 느낌은 있지만 핀란드의 경우 헌법이 공공기관의 문서와 기록까지 명시하며 사람들의 알권리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명확히 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국가의 공공정보의 기록 및 관리, 공개의 의무에도 보다 강한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청와대의 헌법 개정안의 경우 기존 헌법과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에 관련된 조항은 별도로 존재한다. 앞서 살펴본 대로 독일, 스위스, 핀란드의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에 관한 보장이 한 조항에 합쳐져 있는 있지만 오히려 알권리는 보다 명확한 언어로 보장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 개정안은 애써 신설한 알권리가 ‘무엇’을 알 권리인지, 모든 사람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들만이 가진 알권리는 ‘어떻게’ 보장하고자 하는지 너무 단순·모호해서 알 길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제 공은 완전히 국회로 넘어간 셈이다. 헌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가치는 긍정적이지만 국회에서라도 조문안의 완성도는 다시 한 번 면밀히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게 국회발 개헌의 명분이자 첫 걸음이 될 수도 있다.

*이 글은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언론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뉴스톱과 제휴를 통해 팩트체크 보도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보공개센터와 뉴스톱의 팩트체크 보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수, 2018/03/2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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