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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의 위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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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의 위헌성

admin | 토, 2020/02/01- 02:00

인터넷 실명제의 위헌성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2019.11.

1. 들어가며

최근 한 연예인의 사망의 원인으로 대중들의 지나친 ‘악플’이 지목되면서, 악플 근절을 위해 인터넷 표현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논의되는 제도가 인터넷 실명제이다. 인터넷상 표현물과 관련한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 논의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소수 세력의 기사 댓글창을 통한 여론 조작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실명제 도입이 논의되었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2012년도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이하에서는 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중심으로 그 위헌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도입이 쉽게 논의되어서는 안 되는 제도임을 논하기로 한다.

2. 인터넷 실명제의 의의

인터넷상 실명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으나, 크게 인터넷 서비스 이용시 이용자가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인터넷 이용자가 자신의 신원정보와 연계한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특정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강제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던 ‘본인확인제’는 인터넷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에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마련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었다.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을 통해 표현 행위를 하고자 할 때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필연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게 된다. 물론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이용자들과의 합의에 기초하여 실명제를 자율적으로 채택하여 운영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영역이다. 그러나 법으로 실명제를 규정하면 대상 서비스 내에서는 선택의 여지 없이 익명 표현의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이용자와 사업자는 개인정보를 제공할 의무, 확인할 의무를 강제적으로 부담하게 된다.

3.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 개관

인터넷 게시판에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하여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본인확인제를 규정했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 제1항 제2호(이하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인터넷게시판을 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함을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2012. 8. 23. 결정, 2010헌마47). 결정요지에서는, “이 사건 법령조항들이 표방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 등 입법목적은,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당해 정보의 삭제ㆍ임시조치, 손해배상, 형사처벌 등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약하지 않는 다른 수단에 의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에도,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본인확인제의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하여 법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기본권 제한을 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또한 이 사건 법령조항들은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해외 사이트로의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차별 내지 자의적 법집행의 시비로 인한 집행 곤란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고, 나아가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모욕, 비방의 정보의 게시가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할 정도로 의미 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는 반면에,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제한하여 의사표현 자체를 위축시킴으로써 자유로운 여론의 형성을 방해하고,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정보통신망상의 새로운 의사소통수단과 경쟁하여야 하는 게시판 운영자에게 업무상 불리한 제한을 가하며,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었는바, 이러한 인터넷게시판 이용자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불이익은 본인확인제가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결코 더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인터넷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 중 당해 홈페이지의 게시판 등에 정당ㆍ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의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 실명확인조치를 의무화한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등(이하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조항)에 대하여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2015. 7. 30. 결정, 2012헌마734). 결정요지는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언론사 게시판 등을 통한 흑색선전이나 허위사실이 유포될 경우 언론사의 공신력과 지명도에 기초하여 광범위하고 신속한 정보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실명확인조항은 이러한 인터넷언론사를 통한 정보의 특성과 우리나라 선거문화의 현실 등을 고려하여 입법된 것으로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것이다. 실명확인조항은 실명확인이 필요한 기간을 ‘선거운동기간 중’으로 한정하고, 그 대상을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의 게시판ㆍ대화방’ 등에 ‘정당ㆍ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의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게시판 이용자의 정치적 익명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적 표현에 있어 더욱 중요한 익명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헌법소원이 다시 제기되어 진행 중이다(2018헌마456).

4.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헌법적 평가

. 인터넷 실명제의 입법목적

인터넷 실명제의 입법목적은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이다. 실명제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인터넷상의 언어폭력, 불법정보의 유통은 근본적으로 인터넷이 ‘익명의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인터넷의 익명성때문에 이용자들이 책임의식을 갖지 않게 되고 자기 검열을 해태하여 인터넷 공간이 불건전해진다는 것이다. 실명제는 이용자가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 향후 신원확인을 통하여 형사처벌 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어, 표현 내용에 신중을 기하고 불법정보 등의 게시를 자제하도록 하고 책임있는 글쓰기를 유도할 수 있으며, 이로써 불법·유해 표현물의 유통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실제 불법정보가 게시된 경우 가해자를 쉽게 특정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함으로써 수사의 편의를 제공한다는 것도 목적 중 하나이다.

. 침해의 최소성 위반

그런데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이라는 입법목적은 실명제와 같이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사전에 제약하지 않는 다른 수단에 의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우선, 불법정보의 게시자는 현재의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등의 기술을 통하여서도 특정하고 수사할 수 있으며, 게시자에 대한 사후적인 형사처벌, 손해배상 등의 제재수단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이미 과도하다고 할만큼 엄정한 명예훼손죄, 모욕죄 법제를 가지고 있으며, 고소·고발 및 처벌 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여러 제재수단의 집행만으로 실명제가 목적하는 일반예방 효과는 달성될 수 있다. 또한 불법정보의 유통 및 확산은 현행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 제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취급의 거부ㆍ정지 또는 제한명령,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시정요구 제도 등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러한 인터넷상 불법정보의 유통의 폐해를 방지하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규제 조항들이 있음에도,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와 같이 취급하여, 인터넷에 글을 쓰고자 하는 모든 이용자들이 사전에 신원정보를 제공하고 확인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은 수사 편의에 치우쳐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 법익 균형성 위반

1) 익명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

실명제는 인터넷 이용자가 본인 확인을 위하여 자신의 신원정보를 직·간접적으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밝히지 않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표현의 자유 중 표현주체가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

표현의 자유는 국민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의사형성 및 진리발견의 수단이 되며, 국가와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와 사회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다. 특히 익명이나 가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은, 외부의 명시적ㆍ묵시적 압력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사회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ㆍ사회적 약자의 의사 역시 국가의 정책결정에 반영될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국가권력이나 막강한 정치·경제적 거대 권력에 저항하고 이를 비판하고자 하는 사람, 내부 고발이나 공익 제보를 하고자 하는 사람,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각종 보복이나 불이익의 위험을 벗어나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익명’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익명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제한하여 일반적인 의사표현 자체를 위축시키고 자유로운 여론의 형성을 방해한다는 폐해도 있다. 즉, 실명제는 정보 등을 게시하고자 하는 자가 본인의 신원정보, IP 주소 등의 제공·확보에 따른 규제나 처벌 혹은 각종 사회적 불이익을 염려하거나 절차적 번거로움으로 인하여 표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국민의 전반적인 표현행위를 억제·위축시킨다. 실제로, 실명제 실시 이후 게시판에 글을 올린 참여자 수가 약 1/3로 대폭 감소하여 이용자 간의 대화나 소통량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1]

실명제는 이렇듯 인터넷을 악용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다수 시민의 정당한 의사표현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위축시킨다.

2) 실명제 시행으로 달성되는 공익은? – 실명제의 실효성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발현과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기본권으로,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명제가 목적하는 효과는 이용자 개개인이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신원이 추적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책임있는 의견을 개진하리라는 막연한 ‘가능성’에 기대고 있다. 실명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모욕, 비방의 정보의 게시가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할 정도로 의미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없다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사실상 우리나라의 주요 포털은 회원 가입시 간접적인 본인확인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로그인을 하여야만 글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이미 자율적으로 준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며, SNS는 보통 이용자들이 인적 정보를 상당히 노출하고 활동한다. 그럼에도 악플 등의 문제는 공간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즉,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악플의 폐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실명제를 시행함으로써 악플이 근절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인터넷 실명제는 달성될 수 있는 공익은 분명하지 않은 반면, 표현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제도로 법익 균형성을 위반한다.

5. 국제 동향

인터넷상의 불법ㆍ유해정보의 규제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들을 보더라도,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인터넷상의 유해 정보에 대한 규제를 원칙적으로 업계의 자율에 맡기고 있고, 독일 등 유럽의 많은 국가들 역시 민간 주도의 자율규제를 기초로 하여 인터넷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제한이나 면책요건을 정하는 방식으로 관계 법령을 수립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도 불법ㆍ유해정보가 게시되는 때에 민관이 협조하여 사후적으로 대처하도록 규율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 중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의 경우, 1960년에 연방대법원은 Talley v. California 사건에서 전단배포자의 신원확인을 강제하는 것은 익명표현의 자유 (right to anonymous speech)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고, 1995년에 Mclntyre v. Ohio Elections Comm’n 사건에서 선거 유인물을 발행하는 사람이나 선거본부의 이름과 주소가 명기되지 않은 경우에 그 유인물의 배포를 금지시킨 오하이오주 법률을 내용규제에 해당하여 수정헌법의 핵심을 이루는 정치적 언론에 대한 제한이라고 하여 위헌선언한 바 있다.[2]

‘프랭크 라 뤼 (FrankLa Rue)’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한국보고서에서 공직선거법상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조항에 대해서도 개정을 권고했다.[3] 실명제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표현의 자유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견해를 밝힘으로써 받게 되는 형사상 제재 위협으로 인하여 의견 표명을 꺼리는 경향을 보일 것임을 우려하고 있다. 실명제는 사전검열이자, 익명성에 바탕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인터넷 실명제는 국제법상 인권기준에도 명백히 어긋나는 제도다.

6. 나가며

2017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오주현, 2018)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인터넷 뉴스/토론 게시판에 댓글을 달거나 글을 작성 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는 응답자는 8% 정도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7 언론 수용자 의식 조사〉에서도 “지난 1년간 인터넷 뉴스에 직접 댓글을 쓴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11%에 불과했다. 10% 정도의 댓글창 이용자 중 심각한 수준의 악플을 게시하는 이용자는 이보다 더 적을 것이다. 소수의 악플러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당신이 범죄자일 수 있으니 당신의 신원을 먼저 확보해야겠다’거나, ‘당신이 당당하다면 신원을 공개하고 행동하라’는 식의 주문을 하는 것은 폭력이다. 최근 홍콩 시민들이 시위에서의 폭력행위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제정된 ‘복면금지법’에 대해 반발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라.

오프라인 세상에서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듯, 악플이나 불법정보 역시 온라인 세상에서 공기처럼 상존한다. 이들의 폐해를 줄이는 것은 마땅히 지향해야 할 목적이지만, 이것만이 절대시되어 모든 ‘수단’들이 정당화될 수는 없으며, 그것이 적정하고 비례한 수준인지가 항상 냉정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인터넷상의 문제가 발생할때마다 ‘실명제’처럼 대다수 선량한 일반 국민의 자유를 경시하고 전반적인 기본권 보호 수준을 저하시키는 극단적인 수단을 함부로 논하는 세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1] 우지숙, 나현수, 최정민,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의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 행정논총 제48권1호.

[2] 홍진수, ‘인터넷 실명제 법제정을 위한 공청회 자료집’, p.21, (2006. 8)

[3] Frank La Rue (2011),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Mission to the Republic of Korea”(A/HRC/17/27/Add.2), UN Human Rights Council, 21 March 2011

이 글은 한국법제연구원의 ‘법연 Winter 2019 Vol. 65, 정책을 보는 눈 – 인터넷 실명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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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 아청법 = 빅브라더 강요하는 나라

글 | 오픈넷

2015년 11월 4일, 검찰은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 대표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이하 아청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기소 사유로 이 전 대표가 카카오 대표로 재직할 당시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로서 아동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하지 않아 지난해 6월 14일부터 8월 12일까지 ‘카카오그룹’에서 약 7,115명에게 아동음란물이 배포됐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의 모임서비스 카카오그룹

 

카카오 “기술적 조치 했다” vs. 검찰 “조치가 부족하다”

카카오 측은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해 사업자로서 가능한 모든 기술적 조치를 취했고, 성인 키워드를 금칙어로 설정, 해당 단어를 포함한 그룹방 이름이나 파일을 공유할 수 없도록 사전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검찰의 기소에 반박했으나, 11월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 전 대표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제17조 제1항과 시행령 제3조에 의거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아청법 제17조(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의무) 중

    ①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거나 발견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즉시 삭제하고, 전송을 방지 또는 중단하는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거나 발견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전송을 방지하거나 중단시키고자 하였으나 기술적으로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아청법 시행령 제3조(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 발견을 위한 조치) 중

    ① 법 제17조 제1항 본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란 다음 각 호의 모든 조치를 말한다. 다만, 다른 법률에서 정한 조치를 함으로써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조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
    1. 이용자가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로 의심되는 온라인 자료를 발견하는 경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상시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
    2. 온라인 자료의 특징 또는 명칭을 분석하여 기술적으로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로 인식되는 자료를 찾아내도록 하는 조치
    ②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로 판단하기 어려운 온라인 자료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8조에 따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③ 여성가족부장관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고 삭제 등의 조치를 하는 데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하여 온라인서비스제공자, 관계기관 및 관련단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검찰은 카카오 측이 먼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한 상시적 신고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음란물을 신고하려면 5단계나 거쳐야 하므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신고를 위해 들어가야 하는 메뉴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설정 → 도움말 → 문의하기 → 그룹생성오류 → 유해게시물신고

그리고 두 번째 근거로 금지어(금칙어) 등을 통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필터링 기능을 도입하지 않았다고 했는데요,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인 ‘카카오스토리’에는 이용자 본인을 소개하는 프로필에 음란물을 상징하는 단어를 금지어로 등록했고, 카테고리를 등록할 때 사용하는 단어에도 금지어 사용 불가 기능이 존재했지만 ‘카카오그룹’은 없어 그런 기능이 없어 유포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즉, 필터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청법 시행령의 제3조 제1항 중 제1호가 상시적 신고 기능, 제2호가 필터링 조치를 뜻합니다.

 

카카오는 정말 필터링 조치를 허술하게 했나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필터링 기술은 데이터베이스(DB) 필터링과 키워드 필터링 정도가 있습니다. 아동음란물뿐만 아니라 저작물, 일반 음란물 필터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DB 필터링은 아동음란물로 판단된 자료에서 추출한 URL, 해시값, DNA 등의 DB를 기반으로 필터링하는 것입니다. 즉, 이미 유통되고 있는 아동음란물을 찾아내서 분석하지 않으면 DB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매일 새로 쏟아지는 아동음란물을 걸러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동음란물의 “소지”도 처벌하는 아청법을 엄격하게 해석하자면 목적이 어떻든지 간에 사업자들은 DB의 소지만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정부나 수사기관에서 필터링의 기반이 되는 DB를 제공하면 사업자들이 협조하기가 편하겠지만, 여성가족부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별도의 아동음란물 DB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 사업자들은 민간 필터링 업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또한, 키워드 또는 금칙어 필터링은 키워드를 조금이라도 바꾸면 무용지물이 되는 데다가 아동음란물에만 국한된 키워드가 매우 한정적이라서 실효성이 별로 없습니다. 예컨대 “로리”라든지 “교복” 같은 키워드가 사용되었다고 해서 꼭 아동음란물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현재로써는 컴퓨터가 아동음란물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기술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웹하드 업체 등 사업자들은 최선을 다해 필터링하고 있지만, 아동음란물이 발견되기만 하면 필터링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한 것이 되어 처벌을 받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사기업이 이용자의 모든 자료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결국, 카카오와 같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아동음란물을 완벽하게 필터링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이용자가 공유하는 모든 이미지와 동영상을 육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카카오그룹과 같은 폐쇄형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이용자의 통신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는 점에서 “감청”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사인에 의한 감청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입니다. 설령 카카오에 이러한 권리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극소수의 범죄자를 찾아내기 위해 모든 이용자의 헌법상의 기본권(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만약 육안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더라도, 아동음란물은 법적인 개념이고 음란물인지 아닌지는 맥락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여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누가 봐도 명백한 아동 포르노가 있겠지만, 예컨대 교복물이나 애니메이션의 경우 계속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아청법 제2조(정의) 중

  1.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오픈넷이 제기한 아청법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 2015년 6월 25일 5:4의 결정으로 해당 정의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외모, 신원, 제작 동기와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실제 아동·청소년으로 오인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를 의미함을 알 수 있고,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 부분도 전체적으로 표현물을 등장시켜 각종 성적 행위를 표현한 매체물의 제작 동기와 경위, 표현된 성적 행위의 수준, 전체적인 배경이나 줄거리, 음란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때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비정상적 성적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행위를 담고 있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수준의 것에 한정된다고 볼 수 있으며, 기타 법관의 양식이나 조리에 따른 보충적인 해석에 의하여 판단 기준이 구체화되어 해결될 수 있으므로,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 헌법재판소, 2013헌가17, 2013헌가24, 2013헌바85(병합) 이유의 요지 중

그러나 어떤 표현물이 성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수준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고 하겠습니다. 성인교복물이나 애니메이션의 경우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지만, 사업자나 이용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기가 어렵고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렇게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아동음란물로 판단하고 삭제를 하게 됩니다.

 

과도한 필터링 의무 부과, 국제적인 흐름에 역행한다

아청법상 필터링 의무는 이런 기술적 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정보매개자에게 불법정보에 대해 일반적인 감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정보매개자란 다양한 정의가 있을 수 있지만, OECD 보고서를 보면 “인터넷상 제3자들이 생산한 정보의 공유가 가능한 플랫폼을 제공해주는 자”를 말한다고 하겠습니다. 이 기준에 맞기만 하면 ISP든, 검색엔진이든, SNS든 다 정보매개자가 됩니다. 다만 정보를 편집하거나, 직접 제작하거나 유통하는 경우에는 정보매개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정보매개자의 책임이란 이러한 정보매개자가 제3자, 즉 이용자들이 유통하는 불법정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지의 문제입니다. 불법정보를 게시하거나 직접 유통한 자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겠지만, 정보매개자의 서비스가 단순히 불법정보 유통에 사용된 경우에는 달리 봐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택배를 통해 마약이나 무기가 거래된 경우 택배사도 같이 처벌해야 할까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래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정보매개자의 책임 제한을 논의하게 됩니다. 현재 책임 제한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 첫째, 피난처(세이프 하버; safe harbor)
  • 둘째, 일반적 감시 의무 금지

피난처는 일정한 조건하에서 정보매개자를 제3자가 유통한 정보에 대한 책임으로 면책을 시켜준다는 것인데, 주로 권리자나 이용자에 의한 통지가 있어서 정보매개자가 불법정보에 대해 알게 된 경우에만 책임을 진다는 내용입니다.

즉, 일반적 감시 의무 금지는 말 그대로 정보매개자에게 정보를 일반적으로 감시, 즉 모니터링할 의무를 지워서는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일반적 감시 의무 금지는 말 그대로 정보매개자에게 정보를 일반적으로 감시, 즉 모니터링할 의무를 지워서는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왜 정보매개자의 책임을 제한해야 하는가

그럼 왜 정보매개자의 책임을 제한해야 할까요? 나아가 일반적인 감시의무 내지 필터링 의무 부과는 금지되어야 할까요? 그 필요성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인터넷의 문명사적 의미입니다. 헌법재판소에 의하면, 인터넷이란 익명 표현을 통해 민주주의 발전의 물적 토대를 제공하며, 사상의 자유시장에 가장 근접한 매체로 가장 참여적인 매체입니다. 즉 인터넷은 개인들이 타인의 허락 없이 공적 소통을 할 자유가 있는 공간으로, 그 특성으로 인하여 인류의 역사를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소통을 할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된 공간이 인터넷인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공간을 제공하는 정보매개자들에게 자신이 알 수 없는 불법행위들에 대해 책임을 지우기 시작한다면, 정보매개자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개개인의 소통을 검열하고 제한하거나, 아예 닫아버리게 됩니다. 그럼 결국 문명사적 중요성을 획득한 인터넷의 원천이 파괴될 수 있습니다. 허락받은 소통만이 가능한 공간은 더는 인터넷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 99헌마480 중

두 번째 이유는 이용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입니다. 사업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적 검열은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합니다. 특히 그러한 검열이 카카오톡이나 이번에 문제가 된 카카오그룹 같은 통신 수단에 대해 이루어진다면 앞서 말씀드렸듯이 감청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또한, 이런 검열은 위축 효과를 불러오게 됩니다. 그리고 정보매개자는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만한 정보라면 차단하고 삭제해서 책임을 회피하려 할 것입니다. 특히 책임이 클수록, 제한 요건이 불분명할수록 그럴 것입니다. 이는 온라인 표현의 자유를 또한 심각하게 침해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인터넷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위해서입니다. 필터링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고 해도, 아동음란물과 같은 법적 판단이 필요한 정보의 경우 결국은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모니터링 내지 필터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1인 사업자나 대기업이나 마찬가지인데, 단지 정보매개자라는 이유로 이러한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된다면 관련 산업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진입장벽을 만들게 됩니다.

그래서 국제적인 흐름은 이러한 일반적 감시의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시민단체가 성안한 정보매개자책임에 관한 마닐라 원칙에서도 “정보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할 의무를 부과해서도 안 된다”고 하고 있고, EU의 전자상거래지침, 저작권에만 적용되긴 하지만 미국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여 일반적 감시의무를 부과하는 법들이 많습니다.

마닐라 원칙

마닐라 원칙

  1. 정보매개자는 제3자의 정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2. 사법당국의 명령 없이 정보 제한을 의무화해서는 안 된다.
  3. 정보 제한 요청은 명확하고, 모호하지 않으며, 적법절차를 따라야 한다.
  4. 정보 제한 관련 법, 명령 및 관행은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5. 정보 제한 관련 법, 정책 및 관행은 적법절차를 존중해야 한다.
  6. 정보 제한 법, 정책 및 관행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립해야 한다.

특히나 아청법 제17조는 정보매개자 책임과 관련하여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동음란물 규제는 필요하지만, 제작자나 유포자가 아닌 단순한 정보매개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보매개자도 기여 정도에 따라 제작자나 유포자, 또는 방조자로 처벌하면 되는데, 사전적인 필터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하여 처벌을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정보매개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정보매개자를 범죄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범죄자와 동일시하여 과도한 형사책임을 지우는 것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오픈넷은 해당 규정이 최대한 빨리 폐기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니면 사업자가 발견한 경우에는 신고 의무를 지우는 정도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사업자를 아동음란물 단속의 파트너로 보고 자율규제를 장려하고 선진국의 사례처럼 사업자-관계당국-시민사회의 원만한 협조체계를 구축해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5. 12. 29.)

화, 2015/12/2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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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 아홉 번째 판례 : 아동포르노 사건1) -*

 

글 | 황성기(오픈넷 이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의 배경

이 아동포르노 사건은 형사사건으로서 피고인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 사이트에 회원가입하여 여학생이 교복을 입고 성교하는 행위의 동영상 파일 ‘△△ school girl.××’을 공유(업로드)하여 다른 회원들에게 전시‧배포하였다는 이유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이라 한다) 상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 등을 금지하는 규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그런데 제1심2)과 제2심3)에서는 피고인에 대해서 유죄선고를 내렸다. 이 사건의 경우 여학생이 교복을 입고 성교하는 행위의 동영상이 아청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하는지가 문제가 되었는데, 제1심과 제2심에서는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원래 2000. 2. 3. 법률 제6261호로 제정되고 2000. 7. 1.부터 시행된 구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포르노(child pornography)에 해당하는 청소년이용음란물 규제를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청소년이용음란물’을 “청소년이 등장하여 청소년과의 성교행위, 청소년과의 구강·항문 등 신체의 일부 또는 도구를 이용한 유사성교행위를 하거나, 청소년의 수치심을 야기시키는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 등을 노골적으로 노출하여 음란한 내용을 표현한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 기타 통신매체를 통한 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밑줄 필자 강조)으로 정의내렸다(제2조 제3호). 따라서 이 당시의 청소년이용음란물이란 청소년이 ‘실제’로 등장하는 실사 영상물만을 의미하였다. 그리고 이 규정 및 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 등을 형사처벌하고 있던 동 법 제8조 제1항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4)

그리고 2011. 8. 4. 법률 제11002호로 개정되고 2012. 8. 5.부터 시행된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해 정의내리면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여’라는 부분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밑줄 필자 강조)라는 문구로 개정하게 된다. 이 아동포르노사건에 적용된 조항은 바로 이 법률규정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루고 있는 대법원의 아동포르노사건 이후인 2015년 6월 25일 이 법률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죄형법정주의상의 명확성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합헌결정을 내렸다.5) 따라서 여기서 다루고 있는 대법원의 아동포르노사건에서의 쟁점은 바로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의 문제였던 것이다.

한편 2012. 12. 18. 법률 제11572호로 개정되고 2013. 6. 19.부터 시행된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해 정의내리면서,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라는 부분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밑줄 필자 강조)라는 문구로 개정하면서 ‘명백하게’라는 용어를 삽입하게 되고, 이러한 내용이 현재의 아청법에까지 그대로 계속 유지되게 된다.

이러한 개정과정을 거치면서 특히 논란이 된 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사건에서처럼 성인이 여학생인 양 교복을 입고 성교하는 행위의 동영상이 과연 아청법상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즉 아동포르노에 해당하는지 여부이고, 이 대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하급심들에서는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린 판결들이 존재해 왔던 것이다.

 

2.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

먼저 대법원은 아청법의 관련 규정 및 입법취지 등을 앞에서 본 형벌법규의 해석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아청법 제2조 제5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은 ‘아동․ 청소년’과 대등한 개념으로서 그와 동일한 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며, 따라서 해당 음란물의 내용과 함께 등장인물의 외모와 신체발육 상태, 영상물의 출처 및 제작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할 때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이 사건 동영상의 파일명은 ‘△△ school girl.××’이고, 이 사건 동영상 중 일부를 캡처한 사진들에는 교복으로 보이는 옷을 입은 여성이 자신의 성기를 만지고 있는 모습 등이 나타나 있으나, 다른 한편 위 사진 속에 등장하는 여성의 외모나 신체발육 상태 등에 비추어 위 여성을 아청법에서 정한 아동ㆍ청소년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동영상에 명백하게 아동ㆍ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동영상을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아청법에서 정한 ‘아동ㆍ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에 관하여 앞서 본 법리와 다른 전제 아래, 이 사건 동영상이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다고 지적함과 동시에,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아청법에서의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에 대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하여 다시 심리케 하였다.

 

3. 사건의 의의

현행 아청법상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소위 ‘아동포르노’)에 관한 개념정의에 비추어 본다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는 아동이 실제로 출연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성인이 학생인 양 교복을 입은 상태로 출연하는 실사 영상물이나 애니메이션 등도 포함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비록 구 아청법 규정에 대한 해석이기는 하지만, 현행 아청법이 금지하는 아동포르노의 여부 및 범위와 관련하여 중요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행 아청법이 채택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즉 아동포르노 규제제도 중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아청법 제2조 제5호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관한 개념 정의이다. 즉 아청법 제2조 제5호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개념정의를 내리면서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라는 문구를 사용함으로서, 소위 ‘가상아동포르노’ 혹은 ‘아동‧청소년연상음란물(아동이나 청소년으로 연상되는 사람이 출연하는 포르노)’도 포함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청소년이 등장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마치 청소년이 실제로 등장하는 것처럼 묘사되는 것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만화, 애니메이션 등과 같이 가상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표현물’이고, 나머지 하나는 ‘외양은 청소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성인인 사람을 출연시켜서 이용자로 하여금 청소년으로 오인하게 만든 표현물’이다. 현행 아청법 제2조 제5호상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들 표현물들이 과연 현행 아청법 제2조 제5호상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대법원의 아동포르노사건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의의를 가지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아동포르노를 의미하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제작 자체도 금지되는 불법콘텐츠로서, 그에 대한 규제는 헌법적으로 정당화된다. 왜냐하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학대 내지 성적 착취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법콘텐츠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일반음란물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그 보호법익이 다르다. 즉 일반음란물죄의 보호법익이 ‘건전한 성풍속의 보호’에 있다고 한다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죄의 보호법익은 ‘성적 학대 내지 성적 착취로부터의 아동‧청소년의 보호’에 있다.

위와 같이 아동포르노 규제의 목적을 염두에 둔다면, 실제로 아동이나 청소년이 등장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마치 아동이나 청소년이 실제로 등장하는 것처럼 묘사되는 실사 영상물 또는 아동이나 청소년이 성적 행위에 관여하는 것을 묘사하는 애니메이션 등의 표현물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포섭범위에 포함시켜, 일반 음란물죄의 경우보다 가중처벌하는 것이 타당한가의 문제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특히 ‘만화, 애니메이션 등과 같이 가상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표현물’ 및 ‘외양은 청소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성인인 사람을 출연시켜서 이용자로 하여금 청소년으로 오인하게 만든 표현물’을 의미하는 가상아동포르노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포섭범위에 포함시켜 규제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은 매우 중요한 헌법적 쟁점을 안고 있다.

첫째, 가상아동포르노와 ‘성적 학대 내지 성적 착취로부터의 아동‧청소년보호’라는 보호법익은 상호간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가상아동포르노에는 아동 내지 청소년이 실제로 출연하거나 등장하지 않아서, 아동 내지 청소년에 대한 직접적인 성적 학대 내지 성적 착취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가상아동포르노의 경우에는 출연한 아동 또는 출연하였다고 간주할 수 있는 아동이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실존아동과 관련없는 가상아동포르노의 경우에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가상아동포르노 규제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리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가능할 것이다.

둘째, 가상아동포르노까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포함시킬 경우에는, ‘성적 학대 내지 성적 착취로부터의 아동‧청소년보호’라는 보호법익에 비추어 볼 때, 포섭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상의 아동 내지 청소년이 등장하는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표현물의 경우에 표현의 자유의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에는 1996년에 제정된 「the Child Pornography Prevention Act」(일명 CPPA)가 기존의 아동포르노의 개념정의를 수정하면서, 아동포르노는 실제의(real) 청소년이 성행위에 관여하는 것을 실제로(actually) 묘사한 것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성행위에 관여하는 미성년자를 묘사한 것으로 보이는(appears to be) 것 내지 성행위에 관여하는 미성년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conveys the impression) 것조차도 포함시켰다.6) 그런데 1997년 7월 성인물의 제작‧배포업을 행하는 사업자들의 이익단체인 ‘자유언론연합’(the Free Speech Coalition)이라는 단체가 CPPA상의 아동포르노 관련 조항들이 애매모호해서 위헌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북캘리포니아지방법원(Northern California District Court)에 위헌소송을 제기하였다. 북캘리포니아지방법원은 자유언론연합의 청구를 기각하였지만, 1999년 12월 17일 제9연방항소법원은 북캘리포니아지방법원의 판결을 파기하면서, 1996년에 제정된 CPPA의 위 조항들이 애매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 적용범위가 광범위하여 위헌이라고 선고하였다.7) 더 나아가서 연방대법원도 2002년 4월 16일 이들 조항들이 그 적용범위의 광범성으로 인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위헌이라고 선고하였다.8)

생각건대 표현의 자유의 관점에서 본다면, 입법론적으로는 가상아동포르노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포섭범위에서 제외시킬 필요가 있다. 즉 2000. 2. 3. 법률 제6261호로 제정되고 2000. 7. 1.부터 시행된 구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경우처럼 아동 내지 청소년이 실제로 출연하거나 등장하여 당해 아동 내지 청소년이 성적 행위에 관여하는 것을 묘사하는 것만 포섭시키도록 범위를 줄일 필요가 있다. 물론 가상아동포르노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포섭범위에서 제외시키는 경우, 아동포르노에 대한 ‘수요통제’의 취지를 살릴 수 없는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가상아동포르노에 음란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일반음란물죄로도 충분히 규율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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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소개하는 판례와 해설은 커뮤니케이션 이해총서 「한국 인터넷 표현 자유의 현주소-판례 10선」(커뮤니케이션북스, 2015년)에 소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게시글은 오픈넷 홈페이지 하단에 있는 “별도 표시가 없는 한 오픈넷에 게시된 내용은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이용허락표시와 달리 출판사의 출판권에 따라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1) 대법원 2014. 9. 26. 2013도12607,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 동일한 취지의 대법원 판결로는 대법원 2014. 9. 25. 2014도5750,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대법원 2014. 9. 24. 2013도450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이 있다.

2) 부산지방법원 2013. 6. 13. 2013고정590.

3) 부산지방법원 2013. 9. 27. 2013노2068,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

4) 헌재 2002. 4. 25. 2001헌가27,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등 위헌제청.

5) 헌재 2015. 6. 25. 2013헌가17등(병합),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 등 위헌제청.

6)원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8 U.S.C. §2256(8): “ ‘child pornography’ means any visual depiction, including any photograph, film, video, picture, or computer or computer-generated image or picture, whether made or produced by electronic, mechanical, or other means, of sexually explicit conduct, where -
(A) the production of such visual depiction involves the use of a minor engaging in sexually explicit conduct;
(B) such visual depiction is, or appears to be, of a minor engaging in sexually explicit conduct;
(C) such visual depiction has been created, adapted, or modified to appear that an identifiable minor is engaging in sexually explicit conduct; or
(D) such visual depiction is advertised, promoted, presented, described, or distributed in such a manner that conveys the impression that the material is or contains a visual depiction of a minor engaging in sexually explicit conduct”.

7) Free Speech v. Reno, No. 97-16536(1999).

8) Ashcroft v. Free Speech Coalition, 535 U.S. 234(2002).

목, 2015/12/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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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토론토대학 시티즌랩 주최 워크샵 CLSI 참가 후기(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

글 | 손지원 (변호사, 고려대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 연구원)

 

오픈넷과 협력하는 고려대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은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산하 시티즌랩에서 주최한 워크샵 프로그램인 Citizen Lab Summer Institute에 참가하였다. 본 워크샵에서는 캐나다, 미국, 영국, 홍콩, 대만, 한국, 콜롬비아, 등 각국의 인터넷 인권 관련 시민단체 및 학계 등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인터넷 인권 관련 이슈를 논의하였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특히 통신 감시, 검열 현황에 대한 ‘투명성보고’ 연구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패널 세션 및 그룹회의가 구성되어, 투명성보고의 최신 경향 및 투명성보고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첫 날 ‘공공과 기업의 투명성’이라는 주제의 세션에서는, 캐나다 프라이버시 위원회(Privacy Commissioner of Canada)의 Chris Prince의 사회로, Teksavvy의 Bram Abramson, 홍콩 투명성보고의 Jennifer Zhang, Access에서 기업 투명성보고를 분석하는 Peter Micek, 그리고 한국 투명성보고서의 손지원 연구원이 패널로 참여하여,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국의 투명성보고의 경향, 투명성보고를 촉진, 발전시키는 방법 및 한계 등에 대하여 의견을 발표하였다.

손지원 연구원은, 온라인 메신저 대량 감시 사태가 이슈화되자, 국내 네이버, 다음의 양대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투명성보고서를 발간하기에 이르른 한국의 최근 상황 및  한국 정부의 투명성 및 공개 수준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 단위의 투명성보고를 촉진하기 위하여는 입법으로 의무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기업의 투명성보고를 촉진하기 위하여는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사안을 발굴하여 이슈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투명성보고의 궁극적 목적은 대중의 역감시를 가능하게 하고, 정부 및 기업이 과도하게 통신을 검열, 감시하는 관행을 억제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수치를 중립적으로 제공하기보다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개별 사안에 대한 이슈화 및 비평들의 역할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어진 2일 간은 소규모 그룹회의를 통하여 워크샵 참여자들의 투명성보고의 발전 방향에 대한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의견교환이 이루어졌다.

‘주요 투명성보고 데이터의 세팅 및 접근, 구조 (Structure of, and Access to, Primary Transparency Datasets)’를 주제로 이루어진 회의에서는, 최근 공개되고 있는 정부 및 기업의 데이터의 종류와 그 근거 규정, 그 한계와 보충되어야 할 항목들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접근 부분에 관해서는 투명성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는 경우에도, 정부와 기업 모두 데이터 혹은 투명성보고서를 쉽게 찾을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방법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기업 보고서의 경우, 텍스트나 표 시트가 아닌 이미지 등으로의 제공은 오히려 데이터를 활용, 분석하는 데에 있어 복사, 붙이기 등의 작업을 어렵게 한다는 문제점이 있으므로, 이를 용이하게 하는 방향으로 데이터가 공개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단순히 요청 건수, 제공 건수만 공개하는 것은 질적 평가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따라서 1. 요청 형식 (공식/비공식, 긴급/일반, 영장유무), 2. 제공 사항 (통신내용/통신기록/신원정보), 3. 목적 및 근거 규정 (죄명 등), 4. 요청 기관명, 5. 관련 서비스 유형 (메일, 메신저, 동영상, 게임 등), 6. 사후 기소율, 유죄판결율 등과 같은 구체적 데이터 항목이 공개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오갔다. 또한 특히 기업 보고서의 경우에는, 기업이 이용자의 권리를 잘 보장하고 있는지를 평가하여야 하므로,  제공 근거규정에 대하여 단순히 법률만을 인용할 것이 아니라, 각사의 정책에 따른  구체적인 검토, 제공 기준을 공개하고, 구글이 하고 있는 것과 같이 특히 문제될 수 있는 사안에서 제공을 거절 사례와 그 이유를 서술하는 방식의 항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각 기업의 투명성보고서를 비교, 분석하는 작업을 하는 연구자들의 입장에서는, 나라별로 제도가 다르고, 또한 기업별로 공개 항목도 달라 연구에 상당한 고충이 따르고, 또한 더 나은 투명성보고 관행을 수립하기 위하여 투명성보고서의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에 입을 모았다.

‘주요 데이터 수집 및 게시 방법론(Methods of Gathering and Presenting Primary Data)’을 주제로 한 회의에서는, 각 연구자들이 어떻게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종합하여 일반에게 게시하고 있는지, 효율적인 투명성보고를 위하여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논의하였다.

각 국가 내에서 이루어지는 감시, 검열 현황을 관리하는 중앙화된 시스템이 없는 경우에는, 개별 기관마다 따로 정보공개청구를 하여야 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이루어지는 현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고, 또한 이러한 관리와 공개를 의무화하는 근거규정이 없는 이상, 개별 기관들도 공개요청에 불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입법으로 중앙화된 관리와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정책 전략임이 시사되었다. 스노든 사태 이후, 각국 정부의 투명성보고 책임에 대하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앞으로 APEC, OECD 등 국제회의에서도 정부의 투명성보고가 주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투명성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더 나은 투명성보고 관행을 촉진하기 위하여, 각 기업의 투명성보고 수준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는 시민단체의 활동도 있었다. 이러한 활동은 각 사업자들이 모범적인 사례를 따르도록 유인할 수 있다는 면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국가별 투명성보고서의 리스팅 작업과 투명성 수준에 대한 평가 작업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비록 공개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어와 제도가 달라서 분석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감시, 검열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거나, 혹은 공개 수준이 낮은 국가들에게 다른 국가의 공개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공개 요청에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므로, 참여자들이 함께 이러한 작업에 힘쓰기로 하였다.

전체적으로 투명성보고 관련 논의에 있어서 연구자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투명성보고서가 사회에 메세지를 던질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는가였다. 이를 위해서는 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투명성이 필요한데, 아직 정부도, 사업자도, 통신 감시, 검열 행태에 대하여 대중이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정도의 데이터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더 나은 투명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투명성보고만으로 정부나 기업의 행태가 가시적으로 변화하지는 않겠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영역인 것이다. 이번 워크샵은 이러한 장기적인 주제에 대하여 각국, 각계의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국제적인 모범 기준을 세우는 지속적인 연대활동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 함께 읽기: Citizen Lab Summer Institute 2015 참가 후기(오픈넷/김가연 변호사)

월, 2015/12/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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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IGF 인터넷가버넌스포럼 참가 후기

글 | 김가연(오픈넷 변호사)

일시: 2015년 11월 9일 – 11월 14일
장소: 조앙 페소아, 브라질

 

○ 11월 9일 월요일(Day 0)

참여세션: 디지털 인권을 위한 기업 책임성: 국제적 연구 및 활동 네트워크 만들기(Corporate Accountability for Digital Rights: Building a Global Research and Advocacy Network)

- 주최: Rebecca MacKinnon, Director, Ranking Digital Rights, New America Foundation

- 세션 소개

 

○ 11월 11일 수요일(Day 2)

참여세션 1: WS31 잊혀질 권리 결정과 그 함의(The “Right to be Forgotten” Rulings and their Implications)

2015 IGF(브라질)1

- 주최:
Mr Sérgio Branco – Instituto de Tecnologia e Sociedade do Rio de Janeiro
Ms Marianne Franklin – Internet Rights and Principles Coalition /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 UK)
Mr Hernán E. Vales – Office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 세션 소개
- 세션 전체 속기록

- 김가연 변호사 발표 내용:
KELLY KIM: This discussion on the right to be forgotten is very important especially in Korea, as the Korean Communication Commission, which is FCC of Korea, is considering adopting a right-to-be-forgotten law since the ECJ decision Google Spain came out.  It hasn’t been particularly successful yet, but we are worried that we might become the first country to have the right to be forgotten statute, on top of rigorous online censorship carried out by an administrative agency called the Korea Communications Standard Commission which is taking many lawful contents down whenever it’s “necessary for nurturing sound communication ethics.”  a standard as vague and amorphous as the standards used by the Google Spain decision: ‘excessive’, ‘obsolete’, ‘irrelevant’.

Data Protection law in general defines “personal Information” as information related to a living individual and gives the data subject the power to control his or her personal data. A tenet that “one owns data about him or her (and therefore should have control over that data)” sounds good but is not always sustainable and compatible with respect for others’ freedom of thoughts and expressions. For example, “Kelly Kim is a lawyer” is data about me that is known to many already. And the question is, when and under what grounds can I control this perfectly lawful data about myself, that resides in other people’s heads, that is non-defamatory and non-privacy-infringing?

Well, the Google Spain case was one answer to that Question, which we consider more or less lousy.  One reason is that the information deindexed, which was a hyperlink, was already publicly available data, which was published in the newspaper. So applying data protection law on such information is against its original purpose, because the data protection law was meant to protect data that are not publicly available and thus within the privacy area. We wanted to protect privacy through a data protection law.  We should not protect people’s desire to wipe out unfavorable or embarrassing information about themselves.

Let me give you an example on how the right to be forgotten can be abused.

Korea became independent of a 36-year Japanese colonial rule in 1948.  Many Korean people collaborated with the colonial administration and exploited their fellow Koreans.The issue is current because, unlike Germany or France, there has been no government-sponsored efforts to indict and bring to justice those collaborators who number in tens of thousands.  And many were not public figures during the colonial periods and they have never been. Some of them were the officers or civic servants who carried out the military logistics and tactics of the Japanese invasion through Asia, which reached as far as Myanmar. And now there is an NGO-led effort to keep the encyclopedia of these Korean collaborators.  Of course, the collaborators and the descendants are contesting these efforts.  So, in this case, if the right to be forgotten law in the sense of Google Spain is in place, any links to the encyclopedia or the entries themselves may be required to be taken down for the reason that their past wrongdoings are now obsolete because it was more than half a century ago.

So we should stop talking data ownership and start talking about privacy. And the right to be forgotten should not be applied to data that are publicly available, although it’s about an individual. Thanks.

 

참여세션 2: WS60 ICT 기업의 디지털 인권 순위 측정(Benchmarking ICT companies on Digital Rights)

2015 IGF(브라질)2

- 세션 소개
- 세션 전체 속기록

 

참여세션 3: WS142 잊혀질 권리 사례들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Cases on the right to be forgotten, what have we learned?)

- 세션 소개
- 세션 전체 속기록

- 김가연 변호사 발표 내용:
KELLY KIM: This discussion on right to be forgotten or the right to be de-indexed is important for Korea as Korean government and the Korean Communication Commission, which is the U.S.’s FCC of Korea  is considering adopting a right-to-be-forgotten law since the ECJ decision Google Spain came out. However, it hasn’t been particularly successful yet because right to be forgotten in a broad sense is very widely recognized in Korea already.

Firstly, we already have a law under which an individual can compel intermediaries to take down information that is allegedly defamatory or infringing on privacy. And what makes this law similar to the right to be forgotten is that information is required to be taken down simply upon allegation short of any proof of infringement. So every year, more than 200,000 postings are being taken down by the intermediaries, simply for a reason that that data subjects do not like the postings about them. Marianne just mentioned stats from Google that last year like 228,000 requests were received. So you can tell how bad the situation is in Korea. and that means we have that many individual cases that year.

Secondly, we also have an administrative agency called the Korea Communications Standard Commission, which exercises rigorous online censorship. Korea Communications Standard Commission is empowered by the law to make takedown requests on even lawful contents, whenever it is “necessary for nurturing sound communication ethics.” Any lawful content can be taken down by the Korea Communications Standard Commission if it violates the standard. This is a standard as vague and amorphous as the standards used by the Google Spain decision: which are ‘excessive’, ‘obsolete’, ‘irrelevant’.

Thirdly, we have criminal defamation law that punishes even non-privacy infringing, truthful statements, which allows a data subject not only to request takedown but also to criminally punish others for saying bad but true statements about him or her.

And fourthly and finally, you also have data protection law that may or may not give a data subject a blanket authority to demand data erasure about him or her. Well, apparently there aren’t many such requests made, so we don’t have a court case yet.

I just want to underline that if we limit right to be forgotten only to de-indexing from the search, okay, we don’t have any case yet. However, we don’t need a such right in Korea because there are many legal tools that I just illustrated that are used to expunge online information that you don’t like.

So we want to protect privacy through data protection law. We should not protect people’s desire to wipe out unfavorable or embarrassing information about themselves. Think about a word where only favorable or delightful information about a person lasts. I don’t want to live in that world. Thank you.

 

○ 11월 12일 목요일(Day 3)

참여세션: WS169 인터넷 관측소 설립: 접근법과 도전(Building Internet Observatories: approaches and challenges)

2015 IGF(브라질)3

- 주최:
Diego R. Canabarro / Carlos Affonso de Souza – Brazilian Internet Observatory, Multistakeholder Initiative

- 세션 소개
- 세션 전체 속기록

- 김가연 변호사 발표 내용:
KELLY KIM:  Open Net is a Civil Society Organization fighting for digital rights in Korea. We are supporting the Korea Internet Transparency Report project, which is very well staffed as we have one full‑time lawyer.  The methodology of the project is, we gather all legally available data on government requests related to internet transparency, which are online censorship and surveillance. And then we analyse the data and present observations and findings in accessible form and you will find them on the website. PDF version of our report is also available.

And the sources of the data are varied from government to private companies.  And the aim of the project is: promoting civic awareness of online censorship and surveillance carried out by the government; promoting transparency reporting of both the government and private companies; and raising issues and making the public aware of the problems associated with the government’s practices and policies of Internet censorship and surveillance, and in the end, bring about changes.

So the project launched last year. And interestingly, two major Internet companies in Korea, which are Daumkakao and Naver, started to publish transparency reports in few months. So we considered it a great achievement and we also proposed a Bill together with National Assembly members mandating Government’s transparency reporting on mass surveillance.

And also we are involved in Stanford’s WILmap project in building South Korea page.  And the map has been very useful in our advocacy for fixing intermediary regime in Korea. I must say we have been integrating the data and observations with our actions in promoting user rights on the Internet very effectively. Thank you.

 

○ 11월 13일 금요일

참여 세션: WS 242 정보매개자 책임에 관한 마닐라원칙(The Manila Principles on Intermediary Liability)

2015 IGF(브라질)4

- 세션 소개
- 세션 전체 속기록

- 김가연 변호사 발표 자료: 151113 Manila Principles(Kelly Kim)

 

수, 2015/12/1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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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다음카카오팩은 망중립성을 해치는 서비스일까

 

글 | 오픈넷

이 글은 박경신 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의 원고를 필자와 협의해서 슬로우뉴스 원칙에 맞게 편집한 글입니다. (편집자).

 

2015년 8월 5일 KT가 다음카카오(현 카카오)와 함께 유료 부가서비스 “다음카카오팩”과 “다음카카오 데이터쿠폰”을 출시했다.[1] 이용 요금 3,300원으로 카카오톡, 카카오TV, 카카오페이지, 다음, 다음 웹툰, 다음tv팟을 데이터용량 3GB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2]

“다음카카오팩”과 “다음카카오 데이터쿠폰”은 KT의 다른 데이터 충전 부가서비스에 비해 월등히 싸다. “LTE 데이터충전”으로 3GB 이용권을 구입하려면 34,100원으로 약 10배 정도는 더 비싸다. 물론 “LTE 데이터충전”으로는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다음카카오팩”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다음카카오팩

이쯤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망중립성”이다. 다음카카오팩은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망중립성을 어긴 것일까?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이를 두고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위반 소지가 크다’며 KT에 다음카카오팩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아예 위반한 것도 아니고 위반 소지가 크다고 한 건 무슨 뜻일까. 심지어 서비스를 중단시키거나 중단을 권고하지도 않았다.

한국의 망중립성

망중립성이란 ‘모든 망사업자와 정부는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하며 사용자나 내용, 전송방식 등에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며 비차별, 상호접속, 접근성의 세 가지 원칙을 갖는다.

한국의 방통위는 2011년 12월 26일 미국과 유럽 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이용자 권리를 명시적으로 선언:무해하고 적법한 기기나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와 트래픽 관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이용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선언.
  • 투명성: 트래픽 관리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를 망사업자에게 부과
  • 합리적 트래픽 관리: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되 합리적 트래픽 관리는 일정한 경우에 허용됨을 규정
  • 관리형 서비스 인정: 그러나 기본형 서비스의 품질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한도에서 관리형 서비스가 허용됨을 명시

물론 방통위는 KT가 삼성의 스마트TV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차단할 때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거나 지금껏 통신사들이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 역시 허용하는 등 자신들이 세운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나쁘지 않다.

망중립성

 

사례1: 카카오택시 기업 회원의 데이터 무료 서비스

2015년 5월 13일 다음카카오(현 카카오)는 KT에 가입한 카카오택시 기사 회원이 카카오택시 기사용 앱을 이용할 때 드는 데이터 사용료를 무료로 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3] 이를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라고 칭하자.

특정 이용자에게 특정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는 망중립성을 위반한 걸까? 방통위나 미래부는 이 서비스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고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먼저 기억할 것이 있다.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망사업자에 대한 규제다.

그렇다면 이 서비스는 망중립성 위반이 아니다. 카카오는 망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법규나 규정을 적용한다면 “공정거래법”이 적당할 것이다. (물론 망사업자도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

카카오택시

콘텐츠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해 자신의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망사용료를 쿠폰으로 발행하는 것은 망중립성 문제가 아니라 공정거래법의 문제다. 즉,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자로서의 시장지배력이나 진입장벽 등을 따져서 판단을 하면 된다.

따라서 미래부가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를 망중립성 위반이 아니라고 본 것은 좋은 판단이라 여겨진다.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는 별도로 파악을 해야겠지만, 예측컨데 시장상황을 판단할 경우 역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사례2: 이통사의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 차별

반면 KT나 SK텔레콤 등의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우대하는 것은 어떨까? 여기서 “우대한다”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물리적으로 우대한다. (예: 속도를 조절한다. 접근을 차단·허용한다.)
  2. 가격으로 우대한다. (예: 자신의 서비스만 싸게 제공한다.)

일단 1번의 경우처럼 특정 콘텐츠의 접근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다른 콘텐츠의 접근을 막거나 느리게 하는 것은 100% 망중립성 위반이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이용자가 자신이 계약해서 확보한 데이터로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때 용량 제한이 있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예전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가 겪는 차별은 더 크다.

그렇다면 2번처럼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가격으로 우대하는 것은 어떨까? 망중립성이 반대하는 차별이 ‘물리적 차별’만을 뜻한다는 견해와 ‘가격적 차별’도 뜻한다는 견해가 전 세계적으로 맞서고 있다. 물론 전자의 견해가 다수 의견이 되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에서는 시장상황에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례3: KT 카카오팩과 특정 서비스의 트래픽 우대

그렇다면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가 아니라 (계열사가 아닌) 제휴사의 서비스를 견제적 계약을 통해 우대해주기 위해 망사용료를 면제해주는 것은 어떨까? KT의 다음카카오팩을 여기에 맞춰보기 전에 고려해야 할 지점이 있다.

질문 물음표
첫째, 만약 KT 다음카카오팩이 망사업자 주도의 서비스라고 본다면 이는 물리적 차별이 아니라 가격 차별이다. 다음카카오팩을 이용한다고 더 빠른 속도로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네이버나 구글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 못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현재 논란과 토론이 진행 중인 부분이다.

둘째, 만약 다음카카오팩을 KT가 아니라 카카오가 주도하는 것이라면 망중립성 위반과는 관계 없다고 볼 수 있다. 서비스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해 망사용료에 해당하는 쿠폰을 이용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발행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망중립성 원칙 vs. 서비스 촉진

지금까지의 상황은 이렇다.

  • 미래부는 KT의 다음카카오팩 서비스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의 위반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 하지만 미래부는 다음카카오팩 서비스를 중단시키지는 않았고, KT 우선 소명을 요구했다.
  • 미래부는 KT에 다음카카오팩 외에 네이버팩 등 다른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할 것을 권고했지만 KT는 아직 응답이 없다.
  • 미래부는 다른 통신사에게 이와 비슷한 서비스의 출시를 보류하도록 했다.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 자신의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망사업자와 함께 진행된다면 자칫 망중립성을 헤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통사가 다양한 업체들의 여러 프로모션을 최대한 지원해준다 하더라도 신규 서비스나 작은 서비스들이 상대적인 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

이데일리 기사에 따르면 미래부는 통신사가 특정 콘텐츠기업과 제휴해 특정 콘텐츠·서비스 이용시 데이터 요금을 내지 않는 “제로 레이팅(Zero-Rating)”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한다. 통신사가 주도하거나 혜택을 주는 디지털 음원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예: 멜론, 지니, 엠넷 등)

하지만 팀 버너스-리는 이 “제로 레이팅”이 망중립성의 위험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유럽 연합 사이트에 올라온 팀 버너스-리의 글을 인용해 본다.

Sir_Tim_Berners-Lee

‘웹의 아버지’ 팀 버너스-리(2014년 모습, 출처: Paul Clarke, CC SA)

물론 망중립성은 (특정 서비스를) 막거나 (대역폭을) 조절하는 것뿐 아니라 인터넷 업체가 다른 서비스보다 특정 서비스를 지지하는 것 같은 ‘긍정적인 차별’을 막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이를 명시적으로 불법이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엄청난 힘을 통신사와 온라인 서비스 오퍼레이터에게 넘겨주게 될 것이다. 사실 그들은 시장에서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고 자신의 사이트와 서비스, 플랫폼을 좋아하게 만들도록 하는 게이트 키퍼가 될 수 있다.

이것은 경쟁을 밀어내고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가 빛을 보기도 전에 파괴할 것이다. 새로운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들을 모으기도 전에 경쟁자에게 허락을 구하거나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마치 뇌물 수수나 시장을 악용하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망중립성과 멀어질 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Of course, it is not just about blocking and throttling. It is also about stopping ‘positive discrimination’, such as when one internet operator favours one particular service over another. If we don’t explicitly outlaw this, we hand immense power to telcos and online service operators. In effect, they can become gatekeepers – able to handpick winners and the losers in the market and to favour their own sites, services and platforms over those of others.

This would crowd out competition and snuff out innovative new services before they even see the light of day. Imagine if a new start-up or service provider had to ask permission from or pay a fee to a competitor before they could attract customers? This sounds a lot like bribery or market abuse – but it is exactly the type of scenario we would see if we depart from net neutrality.

출처: 유럽 위원회 – Net neutrality is critical for Europe’s future

미래부의 이번 결정은 신중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단계로 보기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어느쪽으로 결정하든 망중립성을 해치지 않는 쪽으로 진행하길 바란다.

—————————————–

[1] 두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같은 혜택을 주는 상품이며 전자는 월정액, 후자는 일회성 상품이다.

[2] 보이스톡, 페이스톡, 카카오게임, 카카오뮤직은 제외

[3] 단, 지도 화면을 확대·축소하거나, 김기사 앱으로 길안내를 받는 경우 발생하는 데이터는 제외했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5. 12. 2.)

수, 2015/12/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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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다음카카오팩은 망중립성을 해치는 서비스일까

 

글 | 오픈넷

이 글은 박경신 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의 원고를 필자와 협의해서 슬로우뉴스 원칙에 맞게 편집한 글입니다. (편집자).

 

2015년 8월 5일 KT가 다음카카오(현 카카오)와 함께 유료 부가서비스 “다음카카오팩”과 “다음카카오 데이터쿠폰”을 출시했다.[1] 이용 요금 3,300원으로 카카오톡, 카카오TV, 카카오페이지, 다음, 다음 웹툰, 다음tv팟을 데이터용량 3GB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2]

“다음카카오팩”과 “다음카카오 데이터쿠폰”은 KT의 다른 데이터 충전 부가서비스에 비해 월등히 싸다. “LTE 데이터충전”으로 3GB 이용권을 구입하려면 34,100원으로 약 10배 정도는 더 비싸다. 물론 “LTE 데이터충전”으로는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다음카카오팩”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다음카카오팩

이쯤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망중립성”이다. 다음카카오팩은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망중립성을 어긴 것일까?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이를 두고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위반 소지가 크다’며 KT에 다음카카오팩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아예 위반한 것도 아니고 위반 소지가 크다고 한 건 무슨 뜻일까. 심지어 서비스를 중단시키거나 중단을 권고하지도 않았다.

한국의 망중립성

망중립성이란 ‘모든 망사업자와 정부는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하며 사용자나 내용, 전송방식 등에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며 비차별, 상호접속, 접근성의 세 가지 원칙을 갖는다.

한국의 방통위는 2011년 12월 26일 미국과 유럽 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이용자 권리를 명시적으로 선언:무해하고 적법한 기기나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와 트래픽 관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이용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선언.
  • 투명성: 트래픽 관리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를 망사업자에게 부과
  • 합리적 트래픽 관리: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되 합리적 트래픽 관리는 일정한 경우에 허용됨을 규정
  • 관리형 서비스 인정: 그러나 기본형 서비스의 품질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한도에서 관리형 서비스가 허용됨을 명시

물론 방통위는 KT가 삼성의 스마트TV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차단할 때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거나 지금껏 통신사들이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 역시 허용하는 등 자신들이 세운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나쁘지 않다.

망중립성

 

사례1: 카카오택시 기업 회원의 데이터 무료 서비스

2015년 5월 13일 다음카카오(현 카카오)는 KT에 가입한 카카오택시 기사 회원이 카카오택시 기사용 앱을 이용할 때 드는 데이터 사용료를 무료로 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3] 이를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라고 칭하자.

특정 이용자에게 특정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는 망중립성을 위반한 걸까? 방통위나 미래부는 이 서비스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고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먼저 기억할 것이 있다.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망사업자에 대한 규제다.

그렇다면 이 서비스는 망중립성 위반이 아니다. 카카오는 망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법규나 규정을 적용한다면 “공정거래법”이 적당할 것이다. (물론 망사업자도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

카카오택시

콘텐츠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해 자신의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망사용료를 쿠폰으로 발행하는 것은 망중립성 문제가 아니라 공정거래법의 문제다. 즉,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자로서의 시장지배력이나 진입장벽 등을 따져서 판단을 하면 된다.

따라서 미래부가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를 망중립성 위반이 아니라고 본 것은 좋은 판단이라 여겨진다.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는 별도로 파악을 해야겠지만, 예측컨데 시장상황을 판단할 경우 역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사례2: 이통사의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 차별

반면 KT나 SK텔레콤 등의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우대하는 것은 어떨까? 여기서 “우대한다”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물리적으로 우대한다. (예: 속도를 조절한다. 접근을 차단·허용한다.)
  2. 가격으로 우대한다. (예: 자신의 서비스만 싸게 제공한다.)

일단 1번의 경우처럼 특정 콘텐츠의 접근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다른 콘텐츠의 접근을 막거나 느리게 하는 것은 100% 망중립성 위반이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이용자가 자신이 계약해서 확보한 데이터로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때 용량 제한이 있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예전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가 겪는 차별은 더 크다.

그렇다면 2번처럼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가격으로 우대하는 것은 어떨까? 망중립성이 반대하는 차별이 ‘물리적 차별’만을 뜻한다는 견해와 ‘가격적 차별’도 뜻한다는 견해가 전 세계적으로 맞서고 있다. 물론 전자의 견해가 다수 의견이 되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에서는 시장상황에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례3: KT 카카오팩과 특정 서비스의 트래픽 우대

그렇다면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가 아니라 (계열사가 아닌) 제휴사의 서비스를 견제적 계약을 통해 우대해주기 위해 망사용료를 면제해주는 것은 어떨까? KT의 다음카카오팩을 여기에 맞춰보기 전에 고려해야 할 지점이 있다.

질문 물음표
첫째, 만약 KT 다음카카오팩이 망사업자 주도의 서비스라고 본다면 이는 물리적 차별이 아니라 가격 차별이다. 다음카카오팩을 이용한다고 더 빠른 속도로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네이버나 구글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 못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현재 논란과 토론이 진행 중인 부분이다.

둘째, 만약 다음카카오팩을 KT가 아니라 카카오가 주도하는 것이라면 망중립성 위반과는 관계 없다고 볼 수 있다. 서비스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해 망사용료에 해당하는 쿠폰을 이용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발행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망중립성 원칙 vs. 서비스 촉진

지금까지의 상황은 이렇다.

  • 미래부는 KT의 다음카카오팩 서비스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의 위반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 하지만 미래부는 다음카카오팩 서비스를 중단시키지는 않았고, KT 우선 소명을 요구했다.
  • 미래부는 KT에 다음카카오팩 외에 네이버팩 등 다른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할 것을 권고했지만 KT는 아직 응답이 없다.
  • 미래부는 다른 통신사에게 이와 비슷한 서비스의 출시를 보류하도록 했다.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 자신의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망사업자와 함께 진행된다면 자칫 망중립성을 헤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통사가 다양한 업체들의 여러 프로모션을 최대한 지원해준다 하더라도 신규 서비스나 작은 서비스들이 상대적인 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

이데일리 기사에 따르면 미래부는 통신사가 특정 콘텐츠기업과 제휴해 특정 콘텐츠·서비스 이용시 데이터 요금을 내지 않는 “제로 레이팅(Zero-Rating)”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한다. 통신사가 주도하거나 혜택을 주는 디지털 음원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예: 멜론, 지니, 엠넷 등)

하지만 팀 버너스-리는 이 “제로 레이팅”이 망중립성의 위험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유럽 연합 사이트에 올라온 팀 버너스-리의 글을 인용해 본다.

Sir_Tim_Berners-Lee

‘웹의 아버지’ 팀 버너스-리(2014년 모습, 출처: Paul Clarke, CC SA)

물론 망중립성은 (특정 서비스를) 막거나 (대역폭을) 조절하는 것뿐 아니라 인터넷 업체가 다른 서비스보다 특정 서비스를 지지하는 것 같은 ‘긍정적인 차별’을 막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이를 명시적으로 불법이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엄청난 힘을 통신사와 온라인 서비스 오퍼레이터에게 넘겨주게 될 것이다. 사실 그들은 시장에서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고 자신의 사이트와 서비스, 플랫폼을 좋아하게 만들도록 하는 게이트 키퍼가 될 수 있다.

이것은 경쟁을 밀어내고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가 빛을 보기도 전에 파괴할 것이다. 새로운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들을 모으기도 전에 경쟁자에게 허락을 구하거나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마치 뇌물 수수나 시장을 악용하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망중립성과 멀어질 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Of course, it is not just about blocking and throttling. It is also about stopping ‘positive discrimination’, such as when one internet operator favours one particular service over another. If we don’t explicitly outlaw this, we hand immense power to telcos and online service operators. In effect, they can become gatekeepers – able to handpick winners and the losers in the market and to favour their own sites, services and platforms over those of others.

This would crowd out competition and snuff out innovative new services before they even see the light of day. Imagine if a new start-up or service provider had to ask permission from or pay a fee to a competitor before they could attract customers? This sounds a lot like bribery or market abuse – but it is exactly the type of scenario we would see if we depart from net neutrality.

출처: 유럽 위원회 – Net neutrality is critical for Europe’s future

미래부의 이번 결정은 신중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단계로 보기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어느쪽으로 결정하든 망중립성을 해치지 않는 쪽으로 진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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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같은 혜택을 주는 상품이며 전자는 월정액, 후자는 일회성 상품이다.

[2] 보이스톡, 페이스톡, 카카오게임, 카카오뮤직은 제외

[3] 단, 지도 화면을 확대·축소하거나, 김기사 앱으로 길안내를 받는 경우 발생하는 데이터는 제외했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5. 12. 2.)

수, 2015/12/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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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페이스북보다 잘한 한 가지

카카오, 페이스북 보다 이용자 권리를 가장 잘 보호하는 기업으로 평가 받아

 

글 | 김가연(오픈넷 변호사)

 

지난 11월 3일 월요일, RDR(Ranking Digital Rights) 프로젝트는 2015 기업책임지수(Corporate Accountability Index)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발표된 기업책임지수는 인터넷·통신 기업이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평가해 객관적인 수치로 보여주고 한 최초의 시도로서 의미가 크다.이번 지수 산정을 위해 전 세계 수십억 명의 디지털라이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총 16개 기업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다. 지리적 요소 및 다양성, 이용자 기반, 기업 규모, 시장 점유율 등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인터넷 기업 8개사와 통신 기업 8개사가 선정되었다. 인터넷 기업 8개사 중 5개사가 미국 기업이었으며, 그 외의 지역에서는 한국의 카카오, 중국의 텐센트, 러시아의 Mail.ru가 선정되었는데, 카카오가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은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렇게 선정된 16개 기업들은 헌신(Commitment), 표현의 자유(Freedom of expression), 프라이버시(Privacy) 세 개의 분야에 걸친 31개의 지표에 의해 평가되었다. 동 지표들은 국제인권법 체계와 프라이버시 및 표현의 자유에 관한 최신 국제 원칙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각 지표는 다시 100여개의 세부 평가요소로 나뉘어 각 지표의 모든 세부 평가요소를 만족시켜야만 해당 지표에 대해 만점(full credit)을 주는 방식으로 매우 까다롭게 심사가 이루어졌다.

kakao1

RDR에 의하면, 상당수의 기업이 이용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자사 정책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높은 순위를 차지한 기업들조차도 일부 지표에서는 아예 점수를 받지 못했으며, 이사급(board) 전반에서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의 보호에 대한 고려를 대외적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득점 가능한 점수 중 최소 50% 이상을 득점한 기업은 6개사 밖에 없었고, 최고 점수는 겨우 65%로 우수하다고 하기 어려우며, 거의 반 이상의 기업이 25% 이하의 점수를 받아 이용자의 권리를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인터넷 기업 중에서는 구글(65%), 통신사 중에서는 영국 회사인 보다폰(54%)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카카오는 47%를 받아 인터넷 기업 중에서는 트위터(50%) 다음으로 5위, 전체 16개사 중에서는 7위를 해, 미국(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트위터, AT&T)과 영국(보다폰) 기업을 제외하면 이용자 권리를 가장 잘 보호하는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카카오의 경우 다음 한메일, 다음 검색, 카카오톡 세 가지 서비스에 대해 평가가 이루어졌는데, 전반적으로 프라이버시(42%, 16개사 중 7위) 보다 표현의 자유(59%, 16개사 중 2위) 보호 점수가 월등하게 높았다. 또한 비서구권 기업 중에서 표현의 자유 및 프라이버시에 대한 헌신 정도와 정보 공개 수준이 눈에 띄게 높았고, 31개의 지표 중 8개의 지표(F2, F3, F4, F8, P2, P3, P4, P13)에서는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카카오가 전반적으로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올해 1월부터 발표한 투명성 보고서의 힘이 컸다고 보인다. RDR은 “한국의 인터넷은 지난 10월 발표된 프리덤하우스의 2015년 인터넷 자유 지수에서 ‘부분적 자유(partly free)’로 분류되었지만, 강한 시민사회와 활발한 언론, 그리고 경쟁적인 정치 체계로 인해 국민이 특히 감시 분야에 있어 정부와 기업의 보다 높은 투명성을 요구”하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RDR 프로젝트의 총괄책임자인 레베카 맥키넌(Rebecca McKinnon)은 “순위를 전반적으로 보면 승자는 없는 게 분명하다”면서, “우리의 희망은 이 지수가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지난 11월 9일 있었던 IGF 2015 RDR 세션에서는 카카오에 대해 “매우 잘 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앞으로 카카오와 같이 국제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지만 영향력 있는 기업들을 더 많이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오픈넷의 김가연 변호사가 객원연구원으로 참여했다.

 

* 위 글은 씨넷코리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5.11.25.)

목, 2015/11/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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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 여덟 번째 판례 : 인터넷게임 강제적 셧다운제 사건1) -*

 

글 | 황성기(오픈넷 이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의 배경

甲은 인터넷게임을 즐겨하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이고, 乙은 16세 미만의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이다. 甲과 乙은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의 제공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인터넷게임 제공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청소년보호법 조항들이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부모의 자녀교육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였다.

丙은 인터넷게임의 개발 및 제공업체이다. 丙은 인터넷게임 제공자로 하여금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의 제공을 금지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청소년보호법 조항들이 인터넷게임 제공자의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였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요 내용

헌법재판소는 인터넷게임 제공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여가와 오락 활동에 관한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①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 및 인터넷게임 중독을 예방하려는 것으로, 인터넷게임 자체는 오락 내지 여가활동의 일종으로 부정적이라고 볼 수 없으나, 우리나라 청소년의 높은 인터넷게임 이용률, 인터넷게임에 과몰입되거나 중독될 경우에 나타나는 부정적 결과 및 자발적 중단이 쉽지 않은 인터넷게임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16세 미만의 청소년에 한하여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만 인터넷게임을 금지하는 것이 과도한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② 여성가족부장관으로 하여금 2년마다 적절성 여부를 평가하도록 하고, 시험용 또는 교육용 게임물에 대해서 그 적용을 배제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으며,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자발적 요청을 전제로 하는 게임산업법상 선택적 셧다운제는 그 이용률이 지극히 저조한 점 등에 비추어 대체수단이 되기에는 부족하므로 침해최소성 요건도 충족한다는 점, ③ 청소년의 건강 보호 및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이라는 공익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법익균형성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강제적 셧다운제는 인터넷게임 제공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여가와 오락 활동에 관한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인터넷게임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결정이다. 그런데 인터넷게임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은, 인권주체로서의 청소년, 가족의 자율성 및 자녀에 대한 부모의 교육권, 청소년 보호와 국가후견주의의 관계, 문화콘텐츠로서의 게임 및 문화국가의 원리 등의 측면에서, 그 결론에 동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요 쟁점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부족하고 또한 논증과정에서도 논리의 비약이 매우 심하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매우 많다.

이 사건의 배경은 짧게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청소년보호법에 실제로 도입된 2011년도부터, 그리고 길게는 2004년도부터 보수적 시민단체, 청소년관련단체들의 제안2)에서 비롯해서 김재경 의원 등 12인이 2005. 7. 18. 국회에 제안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2263)3)에서부터 시작된 위헌 여부 및 그 정책적 정당성에 관한 기나긴 논쟁과정에 있어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강제적 셧다운제 관련 논쟁이 새로운 시점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11. 5. 19. 개정된 청소년보호법은 제26조 제1항에서 “인터넷게임의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동법 제59조 제5호에서 그 위반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소위 ‘인터넷게임 셧다운제’를 도입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청소년보호법상의 인터넷게임 셧다운제는 2011. 11. 20.부터 시행되었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상 인터넷게임 셧다운제는 형사벌을 통하여 국가가 법률로써 강제한다는 점에서 ‘강제적 셧다운제’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런데 청소년보호법 제26조 제2항은 여성가족부장관으로 하여금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협의하여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의 제공시간 제한대상 게임물의 범위가 적절한지를 2년마다 평가하여 개선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는바, 원래 강제적 셧다운제를 도입할 당시에는 PC 온라인게임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모바일게임(스마트폰 게임, 태블릿PC 게임) 및 콘솔기기 게임은 2년간 유예되었고, 2013. 2. 20. 여성가족부 고시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의 제공시간 제한 대상 게임물 범위」(제2013-9호)에 의해서 2015. 5. 19.까지 다시 모바일게임 및 콘솔기기 게임에 대해서는 그 적용이 유예되었다. 그리고 모바일게임 및 콘솔기기 게임에 대한 이러한 유예는 2015. 5. 1. 여성가족부 고시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의 제공시간 제한 대상 게임물 범위」(제2015-21호)에 의해서 2017. 5. 19.까지 한 번 더 연장되었다.

위와 같은 청소년보호법상의 강제적 셧다운제 이외에 또다른 유형의 셧다운제도 존재한다. 예컨대 2011. 7. 21. 신설된 게임산업진흥법 제12조의3 제1항은 인터넷게임사업자에게 게임물 이용자의 게임과몰입과 중독을 예방하기 위하여 과도한 게임물 이용 방지 조치를 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면서, 이러한 조치의 내용 중의 하나로 ‘청소년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요청 시 게임물 이용방법, 게임물 이용시간 등 제한’(제3호)을 포함시키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게임산업진흥법상 인터넷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요청에 따른 게임물 이용시간 제한이라는 점에서 ‘선택적 셧다운제’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편 2013. 1. 8. 손인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3263)(이하 ‘인터넷게임중독예방법안’이라 한다) 제23조는 “인터넷게임 제공업자는 청소년에게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셧다운제를 통한 보호대상 범위를 모든 청소년에게 확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셧다운의 시간대에 있어서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로 확대하고 있다. 다만 그 위반시 제재수단에 있어서는 형사벌이 아닌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동 법안 제24조 제9호). 인터넷게임중독예방법안의 셧다운제는 청소년보호법상의 셧다운제와 마찬가지로 ‘강제적 셧다운제’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그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강제적 셧다운제는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음과 같은 헌법적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문화향유권으로서의 ‘게임할 권리’, 일반적 행동자유권, 알권리 내지 정보접근권 등 청소년의 권리를 침해한다. 일반적으로 청소년은 ‘보호대상으로서의 지위’와 ‘인권주체(혹은 기본권주체)로서의 지위’를 동시에 갖는다. 따라서 청소년은 신체적‧정신적 미성숙성으로 인하여 보호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반면 청소년도 엄연히 ‘놀 권리’, ‘여가를 즐길 권리’, ‘문화를 향유할 권리’, ‘게임할 권리’ 등을 향유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인권주체로서의 청소년보다는 보호대상으로서의 청소년 개념이 법제도나 정책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의 이중적 지위에 관한 왜곡된 관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강제적 셧다운제는 보호의 대상으로서의 청소년이 아닌 인권주체로서의 청소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실제로 필자가 약 10여년 전에 강제적 셧다운제가 위헌이라는 주장을 펼쳤을 때, 당시의 어느 원로 교수님께서 “애들이 무슨 게임할 권리를 향유하느냐? 공부를 해야지!”라고 필자에게 야단을 치신 적이 있다. 청소년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세대 간의 차이 내지 청소년에 대한 극단적인 선입견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둘째, 강제적 셧다운제는 가족의 자율성 및 자녀에 대한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한다. 즉 가정 내에서 자신의 자녀가 게임을 어느 정도 혹은 언제까지, 그리고 어떠한 방법으로 이용하는가에 관한 통제는 원칙적으로 부모의 교육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강제적 셧다운제는 이러한 부모의 교육에 관한 권리‧의무를 배제한 채 국가가 직접적으로 가정 내에 개입하여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므로, ‘가족의 자율성(family autonomy)’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반한다. 가족의 자율성은 가정 내의 문제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가족 구성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헌법원리를 말한다. 물론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의 경우에는 국가가 가정 내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가정 내에 개입하는 것이 허용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국가가 가정 내의 문제에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된다. 그 이유는 바로 가족의 자율성이라는 헌법가치 때문이다. 그런데 강제적 셧다운제는 부모가 자신의 교육권을 적절하게 행사하기 어렵거나 가족의 자율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경우인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가정 내의 문제에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의 자율성이라는 헌법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고 또한 청소년 보호에 있어서의 국가후견주의의 한계를 일탈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강제적 셧다운제는 문화국가의 원리에도 반한다. 우리나라는 문화국가의 원리를 헌법의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다. 문화국가란 국가로부터 문화활동의 자유가 보장되고 국가에 의하여 문화가 공급되어야 하는 국가, 즉 문화에 대한 국가적 보호‧지원‧조정 등이 이루어져야 하는 국가를 말한다. 문화국가원리가 지향하는 핵심가치 내지 핵심목표는 ‘사회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의 개별성ㆍ고유성ㆍ다양성 확보’이다. 게임은 영화, 음악, 비디오와 같은 영상물과 마찬가지로 문화콘텐츠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문화영역에서의 국가 역할의 한계는 청소년 보호의 문제가 개입되는 경우에는, 결국 바로 문화국가원리의 핵심가치인 ‘사회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의 개별성ㆍ고유성ㆍ다양성 확보’와 ‘청소년 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조화시키는 방향성과 관련하여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유해성 개념의 상대성, 개별성, 다양성’이다. 즉 문화콘텐츠로서의 특성을 갖고 있는 게임이 비록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로서의 특성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판단기준은 청소년의 연령이나 정신발달의 정도 및 사회적ㆍ문화적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게임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영화, 음악, 비디오도 문화콘텐츠로서의 특성 이외에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로서의 특성도 갖고 있다. 하지만 강제적 셧다운제는 이러한 개별성, 다양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가정과 사회의 우선성’이다. 즉 청소년 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구현하는 방식이나 순서에 있어서, 가정과 사회에 의한 교육과 선도가 우선되어야 하고, 국가에 의한 규제는 보충적이고도 부차적으로 추구되어야 한다. 하지만 강제적 셧다운제는 가정과 사회에 의한 교육과 선도의 우선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국가가 규제의 방식으로 전면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즉 청소년 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구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본말이 전도’되어 있는 것이다.

넷째, 청소년 보호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강제적 셧다운제는 적합하지 못하다. 여기서 우리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목적인 청소년의 게임중독예방 혹은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한번 근본적으로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왜 청소년들이 게임에 중독될까? 왜 청소년들이 밤에 잠을 자지 않을까? 강제적 셧다운제는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원인이 게임에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게임중독은 보다 근본적인 정신질환 내지 개인문제의 부산물일 가능성이 높고, 청소년들의 수면 부족은 과도한 사교육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OECD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긴 시간을 학업에 투입하는 반면 수면시간이나 여가시간은 이례적으로 적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처방은 제쳐두고, 비본질적인 부분에 집착하여 규제를 하는 것이 강제적 셧다운제의 본질이다. 따라서 강제적 셧다운제는 우리 사회에서 제안이 이루어진 애초부터 ‘문제의 소재’와 ‘비난의 대상’을 혼동한 것이었다. 즉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무책임한 규제 수단에 불과하다.

미국의 문예비평가인 Henry Louis Mencken이라는 사람이 한 말 중에 “모든 문제에는 간단하고 멋지지만 잘못된 해결책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미국의 연방수사국인 FBI가 학교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한 보고서에 인용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고 한다. FBI는 학교 총기난사 발생은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인용했다고 한다. 사실 인터넷게임 강제적 셧다운제에도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고 할 것이다.

한편 현재 손인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예방법안상의 강제적 셧다운제는 국회에 계류중이다. 손인춘 의원이 제안한 강제적 셧다운제의 위헌 여부는 이번 합헌결정과는 별개로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손인춘 의원의 인터넷게임중독예방법안은 현행 청소년보호법상의 강제적 셧다운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예컨대 셧다운제 적용대상 청소년의 범위를 모든 청소년으로 확대하고 있고, 셧다운제 적용 시간대의 범위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7시까지로 확대하고 있으며, 2년마다 실시되는 셧다운제 적용의 적절성 평가도 폐지하고 있다.

그런데, 설령 헌법재판소의 합헌논리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인터넷게임중독예방법안상의 강화된 강제적 셧다운제는 위헌성의 여지가 매우 높다. 왜냐하면 강제적 셧다운제에 관한 합헌논리의 주된 논거들 중의 하나가 셧다운제의 적용대상 청소년의 범위가 ‘16세 미만 청소년’에 한정되고 있다는 점, 셧다운제의 적용대상 시간대가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로 한정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보완조치로서 2년마다 셧다운제 적용의 적절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 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강제적 셧다운제보다 그 적용대상 청소년 및 시간대의 범위를 확대하고, 완충장치로서의 적절성 평가도 폐지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의 취지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위헌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강제적 셧다운제를 둘러싼 논쟁은 손인춘 의원안을 계기로 하여 제2라운드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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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소개하는 판례와 해설은 커뮤니케이션 이해총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커뮤니케이션북스, 2015년)에 소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게시글은 오픈넷 홈페이지 하단에 있는 “별도 표시가 없는 한 오픈넷에 게시된 내용은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이용허락표시와 달리 출판사의 출판권에 따라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1) 헌재 2014. 4. 24. 2011헌마659등, 청소년보호법 제23조의3 등 위헌 확인.

2) 청소년보호위원회·기독교윤리실천운동·청소년마을 등 시민단체들이 2004. 10. 19. 개최한 <청소년 수면권 확보 “청소년, 잘 권리있다”>라는 제목의 세미나에서 강제적 셧다운제 도입이 공식적으로 제안되었다.

3) 김재경 의원안의 핵심내용은 당시 청소년보호법에 ‘게임물 제공시간 제한’이라는 제목의 제19조의 2를 신설하고, 이 규정 위반에 대한 벌칙조항으로 제51조에 제5호의 2를 추가하는 것이었다.
청소년보호법 제19조의 2(게임물 제공시간 제한): 제7조 제1호에 해당하는 게임물 중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의 규정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것은 이용청소년의 연령 등을 감안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심야시간에는 이를 청소년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청소년보호법 제51조(벌칙):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5의 2: 제19조의 2의 규정을 위반하여 청소년에게 게임물을 제공한 자.

화, 2015/11/2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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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 세 번째 판례 : 제3자 명예훼손에 대한 포털의 책임 사건1) -

 

황성기(오픈넷 이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원고 甲은 소외 乙의 딸인 丙과 2004. 4. 친구의 소개로 만나 1년간 교제하다가 2005. 4. 丙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하였는데, 이에 같은 달 丙은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였다. 이에 소외 乙은 피고들(Naver, Daum, Nate, Yahoo 4대 포털) 중 하나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의 미니홈피서비스 내에 있는 丙의 미니홈피에 ‘지난 1년간의 일들’이라는 게시물(이하 ‘이 사건 게시물’이라 한다)을 게시하게 된다. 乙은 위 미니홈피에 “학교와 회사를 그만둔다는 각서를 甲이 꼭 지킬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도와 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올리는 한편 甲이 다니던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도 丙의 미니홈피를 방문해 줄 것과 丙의 사연을 널리 퍼뜨려 줄 것을 호소하는 글을 게재하였다. 이후 丙의 미니홈피 방문자의 수가 급증하고, 그 게시판에 丙의 명복을 빌고 甲을 비방하는 글들이 폭발적으로 게시되었는데, 그 중에는 甲의 실명과 학교와 회사이름, 전화번호 등을 적시한 글들도 있었고, 위 미니홈피를 방문한 네티즌 중 많은 수가 이 사건 게시물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복사해 게시하는 방식으로 이를 전파하였다.

2005. 5. 8부터 위와 같은 내용의 사실을 인터넷신문, 종이신문 등의 기자들이 기사화하여 이들 기사들은 소속 신문사가 운영하는 사이트 등에 정식으로 게시되고, 이들 기사 중에는 丙의 실명, 사진 및 미니홈피의 인터넷 주소가 표시된 丙의 미니홈피 초기화면 사진을 싣고 있는 것도 있었다. 한편 이 기사들은 피고들이 운영하는 포털사이트들에게 제공되어 이들 포털사이트들의 뉴스서비스에도 게시되게 된다. 이후 피고들이 운영하는 뉴스서비스, 지식검색서비스, 검색서비스, 블로그서비스, 카페서비스 또는 토론방서비스 등을 통해서 원고를 비방하는 댓글들이 달리게 됨과 동시에 원고의 사진, 신상정보 등이 담긴 글들이 게시되거나 검색되게 되었다. 피고들은 2005. 5. 8.경부터 원고의 실명을 검색어 순위에서 제외시키거나, 카페, 블로그, 미니홈피, 지식검색 등에 게시된 원고의 실명 및 신상정보 등이 포함된 게시물들이나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모니터링하여 삭제하였다.

원고는 2005. 6. 27. 대리인을 통해서 피고들에 대하여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을 우려하여, 관련 기사에 달린 원고 관련 댓글 전체 삭제, 관련 추모, 안티 까페, 미니홈피, 블로그 등 원고의 피해가 우려되는 커뮤니티의 폐쇄, 원고와 관련한 검색시 나타나는 직간접 정보 등의 차단 및 삭제를 요구하였으나, 피고들은 원고의 요구만으로는 관련 게시물을 특정할 수 없어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어려우니 문제되는 글을 특정하여 삭제를 요구하여 달라고 답변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을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제1심2)과 항소심3)에서는 원고가 승소하였다. 즉 포털들도 원고가 입은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는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실시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인식하였다. 또한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사건에 대한 선고가 이루어지게 된다.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로 선고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건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자신이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을 적절히 관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 사업자가 위 게시공간의 위험으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명예훼손 등 법익 침해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우려한 나머지 그 곳에 게재되는 표현물들에 대한 지나친 간섭에 나서게 된다면 인터넷 이용자들이 가지는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으므로, 위 사업자의 관리책임은 불법성이 명백한 게시물로 인한 타인의 법익 침해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고 그의 관리가 미칠 수 있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된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한 경우, 인터넷종합정보제공사업자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할 주의의무가 있고, 그 게시물 삭제 등의 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그 처리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된 경우에는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된다고 판시하였다. 즉 ①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요구를 받은 경우, ②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던 경우, ③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난 경우이다.

 

3.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포털 이용자가 타인을 명예훼손하는 경우 그 명예훼손에 대한 포털의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 및 기준에 관한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다. 이 사건의 배경이 된 사례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사례로 요약할 수 있다.

甲이라는 사람이 乙이라는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하였다. 이 경우 당해 게시글의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할 때, 甲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게시글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甲의 블로그를 호스팅하거나 당해 게시글을 매개하는 포털은 乙에 대한 명예훼손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할까?

위의 사례에서 甲이 乙에 대한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근대법의 핵심원리인 자기책임의 원리상 당연하다. 어려운 것은 위의 사례에서 문제되고 있는 게시글을 매개하는 포털이 책임을 져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현재 위의 사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게시글을 매개하는 포털의 완전한 면책을 주장하거나 혹은 반대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쟁점은 이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어떤 요건 하에서 포털에 대해서도 책임을 부과할 것인지의 문제로 귀결되게 된다. 바로 여기서 다루는 대법원 판결이 이 문제에 관하여 중요한 법리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포털의 법적 책임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털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한 규명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것은 또한 포털의 법적 책임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터넷 관련 규제의 합리성을 도모하는 데 있어서도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portal site)는 ‘관문’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즉 검색서비스, 메일서비스, 블로그서비스, 카페나 클럽 등의 커뮤니티서비스, 뉴스서비스, 쇼핑몰서비스, 게임서비스, UCC 서비스 등의 각종 다양한 서비스들을 이용자들이 손쉽게 접근 및 이용할 수 있도록 그것들을 매개해 주는 사이트를 말한다. 이러한 포털은 법적인 의미에서 정보통신망법상의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나 저작권법상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Online Service Provider: OSP)에 해당하게 되는데,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면 ‘정보매개자’ 혹은 ‘정보매개서비스제공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 이용자들이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매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내지 사이트를 말한다.

그런데 인터넷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그 서비스의 유형에 따라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이러한 구분은 정보와 관련한 법적 책임의 인정 여부와도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일본, 호주 등 외국에서도 보편화되어 있는 것이다.

첫째, 인터넷콘텐츠제공자(Internet Content Provider:CP)는 인터넷을 통해서 콘텐츠나 또는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제작․제공하는 자라 할 수 있다. 일명 ‘정보제공자’라고 할 수 있다. 위의 사례에서 甲이 바로 인터넷콘텐츠제공자 내지 정보제공자에 해당한다. 인터넷콘텐츠제공자 내지 정보제공자는 명예훼손을 포함한 불법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제공자이므로 원칙적으로 법적 책임을 진다.

둘째, 인터넷콘텐츠호스트(Internet Content Host:ICH)는 타인의 정보(정보제공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매개하는 자를 말한다. 일명 ‘정보매개자’ 또는 ‘정보매개서비스제공자’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과거의 PC통신이라든지 또는 현재 인터넷상의 각종 포털(예컨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나 검색서비스(예컨대 구글 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이용자로 하여금 정보를 이용 내지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 유통을 매개하는 자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인터넷서비스제공자(Internet Service Provider:ISP)는 타인의 정보(정보제공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매개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제공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즉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서비스(Internet carriage service)를 제공하는 자를 의미한다. 일명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자’ 또는 ‘정보통신망접속서비스제공자’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SK 브로드밴드, KT 올레의 인터넷서비스 등 광대역 초고속통신망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전형적인 예가 될 것이다. 인터넷서비스제공자는 일종의 기간통신사업자(common carrier)로서 위의 사례의 경우에 있어서 원칙적으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ISP와 OSP, 포털 등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고 있으나, 포털은 위와 같은 인터넷 관련 사업자의 분류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인터넷콘텐츠호스트(Internet Content Host:ICH)에 해당되고, 따라서 ‘정보매개자’ 또는 ‘정보매개서비스제공자’이므로, 정보유통으로 인한 법적 책임에 있어서도 인터넷콘텐츠제공자 내지 정보제공자와는 달리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진다. 포털의 주된 서비스는 소위 ‘public forum’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특히 게시판서비스나 블로그나 카페서비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뉴스서비스도 기본적으로 여기에 해당한다. 검색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검색서비스의 경우 검색결과에 대한 인위적인 편집이나 조작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정보제공자 등 제3자가 제공하는 정보의 유통과 이용을 ‘매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포털의 본질적 성격 내지 기능이다. 따라서 포털은 기본적으로 ‘정보매개자’ 또는 ‘정보매개서비스제공자’에 해당하므로, 그에 상응하는 규제가 적용되거나 법적 책임을 지워야지, ‘정보제공자’를 전제로 하여 규제를 적용하거나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사물의 본성’에 분명히 반하게 된다.

한편 여기서 포털에 대해서 제3자가 유통시킨 정보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정부의 강제적 규제’라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수많은 정보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포털에게 부과하게 되면, 포털은 자신의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 자신을 통해서 유통되는 정보의 흐름을 ‘사적 검열’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차단하거나 막을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해지게 됨으로써, 위축효과가 분명하게 발생하고, 이러한 위축효과는 정부에 의한 ‘직접적인’ 제한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당해 서비스를 통해서 유통되는 수많은 게시물들을 일일이 포털이 모니터링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잠재적인 법적 책임 발생의 위험에 직면하게 되면 결국 포털은 유통되는 정보의 수와 유형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정책을 채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표현의 자유에 관한 법리상, 이러한 위축효과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이념을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결국 위와 같은 포털의 성격, 포털과 같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한 규제의 헌법적 의미, 표현의 자유와의 관련성 등을 감안하여, 포털이 매개하는 명예훼손관련 정보에 대해서 포털이 그 매개나 유통으로 인한 법적 책임을 어떠한 요건 하에서 지게 되는지를 다루어야 한다.

한편 포털과 같은 온라인서비스서비스제공자의 법적 책임 범위를 설정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으로 고려되는 요건은 ‘인지가능성’과 ‘기술적‧경제적 기대가능성’이라고 하는 두 가지이다. 이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시켜야지만 포털과 같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자 입법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명예훼손관련 정보의 유통이나 매개와 관련된 포털의 법적 책임의 요건과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명문의 법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동안 판례를 통해서 그 요건이나 범위가 제시되어 왔다. 예컨대 소위 ‘청도군청 홈페이지’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경상북도 청도군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원고의 공직생활 중 성추행, 금품수수와 관련된 글이 게시되었으나 원고의 요청에 의해 게시글은 삭제되었다. 원고는 청도군이 원고의 삭제요구 이전에도 명예훼손적인 글들이 게시판에 게시된 것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52일 가량 방치하였다는 이유로 청도군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이 사안에서 명예훼손적 내용의 정보에 대한 삭제조치 등 정보매개서비스제공자의 ‘구체적인 작위의무’의 발생요건과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인 인터넷상의 홈페이지 운영자가 자신이 관리하는 전자게시판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게재된 것을 방치하였을 때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하기 위하여는 그 운영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여야 하고, 그의 삭제의무가 있는지는 게시의 목적, 내용, 게시기간과 방법,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반론 또는 삭제 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당해 사이트의 성격 및 규모·영리 목적의 유무, 개방정도, 운영자가 게시물의 내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시점, 삭제의 기술적·경제적 난이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단지 홈페이지 운영자가 제공하는 게시판에 다른 사람에 의하여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게시되고 그 운영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운영자가 그 글을 즉시 삭제할 의무를 지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게시물의 삭제의무의 발생 유무를 보다 종합적으로 고려하였다.4)5) 하지만 ‘청도군청 홈페이지’ 사건은 홈페이지 내에서의 게시판에 게시된 글과 관련된 사건이었기 때문에, 비록 포털 자체의 법적 책임과는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포털의 법적 책임 그 자체에 관한 사안은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9년 4월 16일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포털의 법적 책임과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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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법원 2009. 4. 16. 2008다53812, 손해배상(기)등.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5. 18. 2005가합64571, 손해배상(기)등.
3) 서울고등법원 2008. 7. 2. 2007나60990, 손해배상(기)등.
4) 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2다72194.
5) 원래 대법원은 명예훼손과 관련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과 관련한 최초의 대법원판결인 소위 ‘가수 P양 사건’에서 전자게시판을 설치, 운영하는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이용자에 의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전자게시판에 올려진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이를 삭제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공개게시판 플라자에 게재된 글들은 피고회사의 정보서비스이용약관 제21조에 정한 ‘다른 이용자 또는 제3자를 비방하거나 중상모략으로 명예를 손상시키는 내용인 경우’에 해당하고, 피고회사로서는 원고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시정조치 요구에 따라 그러한 글들이 플라자에 게재된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5, 6개월 동안이나 이를 삭제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정신적 고통을 겪게 하였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위와 같은 전자게시판 관리의무 위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한 적이 있다(대법원 2001. 9. 7. 선고 2001다36801). 따라서 2002다72194판결은 2001다36801판결에서 제시한 요건을 좀 더 구체화시키면서, 동시에 그 요건을 엄격하게 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화, 2015/06/3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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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올린 페이스북 사진 공유, 범죄인가 표현의 자유인가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얼마 전(2015년 9월) 부평에서 일어난 커플 폭행 사건은 당시 폭행 현장을 찍은 영상이 인터넷으로 퍼져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폭행하는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많은 시민이 분노했습니다.

특히, 가해자 중 한 명은 끔찍한 폭행을 저지른 뒤에도 태연하게 공범들과 함께 찍은 술자리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를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가해자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이유로 가해자가 직접 올린 사진을 ‘방송 기사와 함께 공유’한 최초 유포자를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집단폭행 가해자가 직접 올린 페이스북 사진을 공유한 행위. 이 행위는 가해자(피의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일까요? 아니면 정당한 공적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 표명으로, 사회적 고발 행위로,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야 하는 행위일까요?

이 문제에 관해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가 견해를 밝혀왔습니다. 슬로우뉴스는 이 문제에 관한 다양한 의견 개진과 기고를 환영합니다. (편집자)

 

연합뉴스 - '묻지마 커플 폭행' 가해 여고생 신상털기…경찰 수사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9/24/0200000000AKR20150924223400065.HTML?from=search

연합뉴스 – ‘묻지마 커플 폭행’ 가해 여고생 신상털기…경찰 수사

 

조건과 질문은 단순하다.

가해자가 스스로 찍어 올린 페이스북 사진을 누군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 이것은 비열한 ‘신상털기’인가?
  • 아니면 정당한 ‘사회적 참여’(사회적 고발, 표현의 자유)인가?

내 입장은 이렇다. 길거리 집단폭행은 불특정 다수가 관심을 가질만한 행위다. 그래서 관심을 보인 것도 죄인가? 더구나 이런 고발 행위를 국가가 나서서 수사하겠다니. 참담하다.

Amy Clarke, CC BY https://flic.kr/p/7gFVrj

Amy Clarke, CC BY

 

가해자 인권 보호? 진실은 국가가 독점? 

아직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으니 가해자를 ‘보호’해줘야 한다고?

그건 국가가 범죄 혐의자를 형사처벌할지 말지에 적용하는 기준이다. 시민의 자연스러운 관심과 터져 나오는 말을 막는 기준이 아니다. 국가는 가해자(피고)를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관심 표명을 막는 것이 그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은 전혀 아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그 가해자를 증오하게 될 뿐이다.

또 허위와 진실을 그렇게 국가기관이 독점하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바로 2010년 미네르바사건 허위사실유포죄 위헌 결정의 교훈이다. 모든 사실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절반의 사실이나마 공유하면서 표현하는 것이 진실에 다가가는 길이다. 진실은 마치 제사장 같은 국가기관에 의해 배타적으로 점지 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기관은 제사장이 아니다

국가기관은 제사장이 아니고, 진실은 점지되는 것이 아니다.

경찰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게시물 삭제 차단 요청했겠군. 두고 보겠다. 규정개정으로 제3자 심의나 직권심의가 허용되면 이들 폭행 가해자들이 ‘쫄아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어도 경찰이나 방심위가 알아서 지워준다. 특히 가해자들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민간인으로 보이니 제한도 없다. (참고로, 필자인 박경신 교수는 방송통신심의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 편집자)

 

진실에 다가가는 방법 

어떤 이는 우리가 모르는 사실들이 더해지면 혹시 평가가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예를 들어 길거리 폭행 가해자들이 사실 수년 동안 피해자들로부터 학대를 당하거나 권력적 억압을 당해왔었고, 이번 길거리 폭행이 그에 대한 보복이었다면?

그랬다면 가해자들에 대한 평가는 틀림없이 달라지겠지만, 그렇다고 그전까지 알려진 사실에 대해 잠정적인 견해를 공유할 권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롤러코스터식 반전을 통해 진짜 피해자들은 복잡하고 지루한 사실관계를 뚫고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 호소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의 관심과 새로운 사실의 발견으로 사건의 진실은 롤러코스터식 반전을 맞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좀 더 실체적인 진실에 접근한다.

사람들의 관심과 새로운 사실의 발견으로 사건의 진실은 롤러코스터식 반전을 맞기도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좀 더 진실의 실체에 접근한다.

 

가해자 사생활 침해? 

끝으로 가해자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판단해보자.

일반 시민들이 공적 사건(이 사안에선 집단폭행 사건)에 관심을 표명하는 방식의 하나가 게시물 공유 행위다. 그런 공유(게시)를 통해 지인과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사건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킨다. 가해자가 페북에 올린 사진을 자신의 페북에 올렸다고 해서 사생활 침해가 문제 될 수 있을까?

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를 둔 잊혀질 권리(프라이버시에 근거한 전통적 잊혀질 권리가 아니고) 신봉자들은 ‘홍보 목적으로 뿌린 정보는 비판 목적으로 쓰지마라.’는 입장에 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심을 끌 만한 (사회적으로도 공적인) 폭행 사건에 대한 관심 표명이 사생활 침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프라이버시 사생활 표현의 자유

 

<부평 집단폭행 사건 개요>

2015년 9월 12일 오전 5시: 사건 발생

  • 부평 길거리에서 한 20대 커플(이하 ‘피해자 커플’)이 말다툼 함.
  • 여고생과 20대 초반 성인 남자친구 커플(이하 ‘가해자 남’, ‘가해자 여’)이 이를 보고 욕설. 피해자 남이 그냥 가라고 함.
  • 가해자 남녀가 가해자 남의 친구 둘과 함께(총 4명) 피해자 커플을 폭행.
  • 피해자 커플 각각 남자는 전치 5주, 여자는 3주 진단받음.

9월 23일: 구속영장 청구 및 경찰 조사

  • 전날인 22일, 자진 출석해서 경찰 조사받음.
  • 경찰은 가해자 여에게 구속영장 신청. 가해자 남은 불구속 입건.

9월 24일: 소위 ‘신상털이’ 최초 유포자 조사 천명

  • 부평경찰서는 가해자 4명의 얼굴이 나온 사진과 이름 등이 인터넷에 유포됐다며 최초 사진 유포자를 정통망법 (제70조 제1항은 명예훼손) 위반 혐의로 입건, 수사 착수 밝힘.
  • 부평경찰서, 최초 유포자가 페이스북에 사진과 뉴스 내용을 올린 후 급속도로 확산했다고 말함.
  • 경찰, “비록 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이지만 심각한 인권침해가 우려돼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했다.”
  • 참고로 해당 사진은 사건 후 5일 뒤 가해자들 술자리에서 가해자 여가 직접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것.
  • 경찰은 가해자 남에게도 구속영장 신청.

9월 25일: 인천경찰청 “피해자 보도 자제 요청” 거짓 메시지

  • 인천경찰청은 ‘피해자 부모가 영상보도 자제를 요쳥했다’며 출입 기자들에게 방송 자제 요청 SMS 보냄.
  • 인천경찰청 홍보실은 ‘피해자 부모가 아니라 피의자 삼촌이 요청’며 말을 바꿈.
  • 확인 결과, 사건 관련자 누구도 보도 자제 요청 하지 않음.
  •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커져 인천이 범죄 도시처럼 비치는 것 같아서’ 방송사에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시인. 거짓말을 한 건 잘못했다고 인정함.
  • 참고로 이날 폭행 사건 피의자 4명 전원 검거 완료.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5. 10. 21.)
수, 2015/10/2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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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까지 부른 저작권 합의금 장사는 언제 멈출까 | <4> 메르스 방역 방해하면 징역 2년, 저작권 침해하면 징역 5년

글 | 남희섭(오픈넷 이사, 지식연구소 공방 대표)

GETTYIMAGESBANK

 

저작권 침해 – 걸면 걸린다

친구들과 생일 파티 때 찍은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 저작권 침해로 걸릴 수 있다. 영상에 생일 축하 노래 “Happy Birthday to You”가 들어 있다면 말이다. 영어로 불렀다면 외국 저작권자가 문제지만, 우리말로 불렀다면 번역 저작권까지 고려해야 한다. 라이브로 부르지 않고 음반을 틀었거나 누가 연주를 했다면, 음반제작자와 연주자의 권리 침해도 따져야 한다.[1]

아니 생일날, 그것도 늘상 부르는 노래 때문에 저작권 침해라니? 법이 그렇다. 친구 집에서 부르기만 했다면 괜찮지만, 인터넷에 올리는 순간 저작권 침해다. 1편2편3편에서 소개한 사례들 대부분이 인터넷과 관련된 것들이다. 한 번 올리는 걸로 그치지 않고 친구들 생일 파티 때마다 올렸다면 상습범으로 몰려 저작권 경찰에 불려갈 수도 있다.[2] 권리자의 고소도 필요없다.

인터넷에만 들어오면 저작권이 문제되는 이유는 바로 전송권 때문이다. 인터넷에 정보나 콘텐츠를 올리는 행위는 저작권법상 전송에 해당한다. 보통 전송이라고 하면 무언가를 송신하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저작권법에서는 타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를 전송으로 정의한다. 이 전송권에는 권리 제한이 거의 없다. 그래서 노래든, 이미지든, 폰트 파일이든 인터넷에 올리는 순간 저작권 침해에 걸릴 수 있다.

 

죄와 형벌의 지나친 불균형

생일 축하 노래를 인터넷에 올렸다고 저작권자에게 얼마나 피해가 갈까? 국가의 형벌권을 발동하여 처벌할 사회적 법익은 얼마나 될까? 어려운 질문이 아니다. 피해가 거의 없고 비싼 세금 들여 운영되는 검찰이나 경찰까지 나설 일이 아니라는 데 토를 달기 어렵다. 하지만 법은 다르다. 피해 규모나 법 위반의 경중은 따지지 않는다. 전송이란 행위를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모조리 형사 처벌 대상으로 해 놓았다.

그것도 5년 이하의 징역이란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 제77조, 제79조 제2호에 따르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고위험병원체에 대한 안전관리 점점을 못하게 방해해도 2년 이하의 징역형이고, 생물테러에 사용되는 탄저균을 허가 없이 무단 반입하는 정도의 행위를 해야 5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저작권 침해죄가 얼마나 중형인지 알 수 있다.

다른 나라도 다 이렇지는 않다. 프랑스의 경우 저작권 침해를 조직범죄집단이 한 경우에야 징역 5년 짜리가 적용된다. 우리 법도 처음에는 징역 1년 이하였는데, 미국의 통상압력 때문에 1986년에 3년으로 늘렸고,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저작자의 권리 침해가 날로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으로 2000년에 징역 5년으로 늘렸다. 형벌은 이렇게 강화하면서 범죄 구성 요건에는 아무런 문턱도 두지 않았다. 지재권을 전 세계적 규모로 강화한 대표적인 조약인 세계무역기구(WTO) 지재권 협정(TRIPS)도 상업적 규모(commercial scale)에 대한 형사 처벌을 의무화하고 있을 뿐이다.

 

2008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미국에서는 900년 걸릴 일이 …

아래 그래프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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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저작권법 위반 사건이 2008년에 폭증하여 거의 10만건에 육박한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관찰되는 특이한 현상이다. 2007년부터 전 국민이 저작권을 침해하기로 작정했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법이 바뀌었나? 둘 다 아니다. 저작권법을 악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난 시점이 2007년이기 때문이다.

이는 저작권 침해 고소가 대부분 합의로 종결되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기소되는 비율은 극히 낮다. 2008년의 경우 정식재판에 회부된 건은 불과 8건이었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고소된 사건 중 정식 재판은 0.2% 뿐이다. 약식 기소까지 다 합쳐도 10%도 안된다(7.1%). 저작권 침해자는 경제사범으로 분류되는데, 경제사범 전체의 정식 재판 기소율과 비교하면 33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저작권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터무니없이 악용되고 있다는 점은 미국과 비교해도 금방 드러난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에서 저작권법 위반으로 수사 의뢰된 사건은 모두 293건이다. 한해 평균 100건으로 잡아도 우리나라 2008년의 고소 규모가 되려면 900년이 걸린다. 미국에서는 경미한 저작권 침해는 고소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유죄가 인정된 것이 3년 동안 212건으로 72.4%에 달한다. 실제로 징역을 산 경우도 81건으로 수사 의뢰 건수의 28%에 달한다.

이 정도는 되어야 저작권법에 형사 처벌 규정을 두는 의미가 있다. 범죄의 예방 효과라는 형벌 규정의 본래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저작권 침해죄가 합의금 갈취 수단으로 전락한 지 10년 가까이 되어가는데 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걸까? 이건 이 연재의 마지막인 5편에서 살펴보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사실 “Happy Birthday to You”가 누구의 저작권인지, 보호기간은 만료되었는지는 논문을 쓸 정도로 복잡하다. 2013년에는 책까지 나왔다. 가장 좋은 논문으로는 브라우나이스(Brauneis) 교수의 논문이 꼽히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서는 “Happy Birthday to You”를 저작권료 없이 이용하게 해 달라는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생일 축하곡의 저작권 문제가 이처럼 복잡한 이유는 법률 규정 때문이다. 저작권의 보호기간은 창작자를 알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사람의 사망시점을 알아야 하고(여러 명이 창작한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사망한 창작자의 사망 연도), 무명이거나 업무상 창작인 경우에는 창작한 시점이나 발행 시점을 알아야 한다. 창작자의 국적과 발행 국가에 관한 정보도 필요하다. “Happy Birthday to You”의 멜로디는 힐 자매(Patty Hill과 Mildred Hill)가 1893년에 만들었고 1912년에 출판물에 처음 등장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권리가 여러 경로를 거쳐 워너/채펠 뮤직(Warner/Chappell Music)으로 흘러들어갔고, 그 동안 워너/채펠 뮤직이 저작권 행사를 해왔다. 2008년에는 하루에 5천 달러의 저작권료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2009년에 상영된 ’7급 공무원’도 12,000 달러를 냈다고 한다. 저작권이 종료되었는지는 미국 소송의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국내에서는 이미 저작권 보호기간이 종료되었다고 보인다. 하지만 이걸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인터넷에 올리면 국내 저작권이 아니라 미국 저작권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베른협약의 보호지국법주의, 워너/채펠은 미국 저작권은 2030년이 되어야 만료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멜로디 외에 가사는 힐 자매와 학생들과의 공동창작으로 보이고, 우리말 번역 가사에는 누가 저작권을 주장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번역 내용은 누가 하더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정도여서 창작성이 인정되기는 어렵기 때문이지만, 이것도 법원의 판단이 있어야 명확해진다). 하여간 노래 하나만 해도 저작권 문제를 피하려면 따져야 할 것이 너무 많다.

[2] 저작권 경찰 제도는 저작권법 위반 행위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에게 직접 경찰권을 행사하도록 한 제도로 2008년에 도입되었다. 당시 유인촌 장관은 저작권 경찰 제도를 통해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을 향후 2~3년 내에 OECD 국가 평균인 36%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불법저작물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등 지속적인 단속과 불법 저작물을 영리·상습적으로 유통시키는 헤비 업로더에 대한 추적 강화, 불법저작물 유통 추적관리시스템 구축 등 강력한 저작권보호 정책”을 예고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저작권 경찰은 약 44억원을 수사활동비 등으로 지출했다.

 

* 오픈넷은 총 5회에 걸쳐 과도한 저작권 합의금 요구 사례 및 입법적 해결 방안에 대한 글을 연재합니다.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동시 연재하고 있습니다.

수, 2015/07/0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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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언론에 이어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의 불법정보 유포에도 엄중 대응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유사하게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에게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고 입증책임도 전환시키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윤영찬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02291)이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법안소위에 회부되어 있다. 또한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대표발의한 일명 ‘인터넷 준실명제법’(의안번호: 2106387) 역시 과방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여 전체회의에 상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렇듯 표현행위에 대한 책임성 강화를 명분으로 일반 국민의 표현행위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내용의 법안들은 국민의 표현행위를 두렵게 만들고 자기검열을 심화시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위헌적 법안들로 폐기되어야 한다. 

윤영찬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① 정보통신망 이용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또는 불법정보를 생산·유통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위반행위자로 하여금 고의·중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하는 한편 (입증책임의 전환), ② 손해배상액은 그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징벌적 손해배상). ‘1인 미디어’ 규제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1인 미디어를 구분하는 기준은 없기 때문에 모든 인터넷 이용자가 그 대상이며, 커뮤니티 게시글이나 댓글까지도 규제 대상이다. 또한 허위사실 명예훼손 정보뿐만 아니라, ‘모든 불법정보’ 유포의 경우에 적용되어 사실적시 명예훼손, 모욕, 저작권 침해 등의 정보까지 규제 대상이 되고, 이는 결국 모든 인터넷상의 표현행위를 둘러싼 민사 분쟁에 있어 입증책임의 전환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언론을 대상으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위헌성이 높지만, 본 개정안은 사회적, 보도 윤리적 책임을 가진다고 보기 어려운 일반 대중에게도 높은 주의의무를 부담시키고,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의 위험과 더불어 입증책임까지 가중된 송사적 부담을 떠안게 하여 일반 국민의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전반적으로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위헌성이 훨씬 높다.

박대출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이용자의 아이디 정보 및 IP 주소를 수집 및 공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본 개정안에서 공개 의무가 있는 ‘아이디’란 ‘정보통신망의 정당한 이용자임을 알아보기 위한 이용자 식별부호’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인터넷 이용자가 정당한 이용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신원정보를 직·간접적으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밝히지 않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익명표현의 자유를 필연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설시했듯,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는 일반 국민으로 하여금 보복의 우려 등으로 자기검열 아래 비판적 표현을 자제하게 만들고, 이는 곧 인터넷이 형성한 사상의 자유시장에서의 다양한 의견 교환을 억제하고 국민의 의사표현 자체를 위축시키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것으로써 위헌이다.

언론개혁을 명분으로 언론을 ‘징벌’의 대상으로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가 위험한 것은, 이렇듯 표현물을 거대 위험물로 취급하고 표현행위에 책임과 위험부담을 가중시키는 기조가 결국 모든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규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는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표현의 자유 보장 정신을 되새기고 민주주의 공론장을 위축시키는 언론중재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추진을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2021년 9월 17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글] 
[논평] 민주당 미디어특위는 언론개혁 명분으로 한 언론 위축 정책의 강행 추진을 중단하라 (2021.07.13.)
[논평] 위헌적 인터넷 준실명제 법안 의결한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를 규탄한다 (2021.04.29.)
[논평] 여당은 언론개혁 명분으로 한 ‘공인 보호 위한 언론 자유 위축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2021.02.09.)
[논평] 언론 타깃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철회되어야 하며 일반적 징벌적 손배의 대언론 적용도 신중해야 한다 (2020.11.19.)
[입법정책의견] ‘인터넷 준실명제’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박대출, 2106387)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2020.12.18.)
금, 2021/09/1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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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 여섯 번째 판례 : 임시조치 사건1) -*

 

황성기(오픈넷 이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의 배경

甲은 포털사이트 ‘△△’의 ‘○○ 피해자 가족 연대’라는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위 카페의 자유게시판에 ○○을 비판하는 게시글을 게시하였다. 포털사이트 △△은 ○○로부터, 이 게시물에 ○○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요청을 받은 날부터 30일간 이 게시물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하 ‘이 사건 임시조치’라 한다)를 하였다. 이에 甲은 이 사건 임시조치의 근거가 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44조의2 제2항이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였다.

이 사건에서 위헌 여부가 다투어진 법률조항은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의한 임시조치를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2항이다. 우선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이하 “삭제 등”이라 한다)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해당 정보의 삭제 등을 요청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ㆍ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를 한 사실을 해당 게시판에 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4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정보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하 “임시조치”라 한다)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시조치의 기간은 30일 이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6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유통되는 정보에 대하여 제2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하면 이로 인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법률조항들이 규정하고 있는 제도를 일반적으로 임시조치제도라고 부르는데, 이 사건에서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가 규정하고 있는 임시조치제도의 위헌 여부가 문제된 것이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요 내용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임시조치제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임시조치제도는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권리침해 주장자의 삭제요청과 침해사실에 대한 소명에 의하여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임시조치를 취하도록 함으로써 정보의 유통 및 확산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 또한 적절하다고 보았다.

둘째,‘사생활’이란 이를 공개하는 것 자체로 침해가 발생하고, ‘명예’ 역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사실이 적시되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임으로써 침해가 발생하게 되므로, 글이나 사진, 동영상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통신망에 게재되는 사생활이나 명예에 관한 정보에 대해서는 반론과 토론을 통한 자정작용이 사실상 무의미한 경우가 적지 않고, 빠른 전파가능성으로 말미암아 사후적인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로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의 인격 파괴가 이루어질 수도 있어, 정보의 공개 그 자체를 잠정적으로 차단하는 것 외에 반박내용의 게재, 링크 또는 퍼나르기 금지, 검색기능 차단 등의 방법으로는 임시조치제도의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없다고 보았다.

셋째, 임시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권리침해 주장자의 ‘소명’이 요구되므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려는 영리적 목적과 사인의 사생활, 명예, 기타 권리의 침해 가능성이 있는 정보를 차단하는 공익적 목적 사이에서 해당 침해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 ‘30일 이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의 정보 접근만을 차단할 뿐이라는 점, 임시조치 후 ‘30일 이내’에 정보게재자의 재게시청구가 있을 경우라든가 임시조치기간이 종료한 경우 등 향후의 분쟁해결절차에 관하여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자율에 맡김으로써 정보의 불법성을 보다 정확히 확인하는 동시에 권리침해 주장자와 정보게재자 간의 자율적 분쟁 해결을 도모할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임시조치의 절차적 요건과 내용 역시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를 필요최소한으로 제한하도록 설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보았다.

넷째,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표현의 자유가 갖는 구체적 한계로까지 규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헌법 제21조 제4항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만한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통됨으로써 타인의 인격적 법익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려는 공익은 매우 절실한 반면, 임시조치제도로 말미암아 침해되는 정보게재자의 사익은 그리 크지 않으므로, 법익균형성 요건도 충족한다고 보았다.

 

3.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현행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제도의 의미를 규명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행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제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임시조치제도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에 의해 제도화되어 있는 것으로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하면 포털은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삭제 또는 30일 이내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해야 하는 제도로 이해되고 있다. 이러한 임시조치제도는 2000년도 정보통신망법의 개정을 통해 이미 도입되어 있던 ‘피해자의 삭제‧반박문게재요청제도’에 포털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소위 ‘사이버 가처분제도’를 법률 차원에서 수용함과 동시에 가미한 것이다.

임시조치제도의 기본적인 취지는, 한편으로는 인터넷상에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을 그 내용으로 하는 정보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피해자 권리의 신속한 구제 및 피해확산의 방지를 도모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당해 정보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임시조치제도는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그동안 문제점들이 지적되어 왔다.

첫째, 임시조치제도가 ‘피해자에 의한 남용’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인격권과 사생활 v. 표현의 자유 간의 조화로운 균형이라고 하는 기본취지가 몰각된 채,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수단으로 전락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국가나 정부권력, 사회적 권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 내지 정치적 표현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간부의 사진과 관련된 사례2), 장자연리스트와 관련한 국회의원 이종걸 의원의 발언사례3), 쓰레기 시멘트 관련 게시글과 관련된 사례4) 등을 들 수 있다.

셋째, 임시조치제도는 제도의 성격상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본질적으로 열려 있다는 점이다. 명예훼손인지 여부에 대한 종국적인 판단권은 법원이 갖고 있다. 따라서 법원의 종국적인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명예훼손의 ‘주장’만 있을 뿐이다. 다만 피해자의 권리의 신속한 구제 및 피해확산의 방지를 위하여 ‘잠정적’으로 일방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표현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임시조치제도는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 및 재게시청구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많다. 포털들이 내부적으로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 및 재게시청구를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사업자의 내부정책에 불과하므로 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넷째, 임시조치의 요건충족 여부에 대한 실체적 판단의 부담을 개별 포털사업자가 안게 되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개선책으로 임시조치제도의 남용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단순한 주장만 있다고 해서 임시조치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에만 국한해서 피해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임시조치를 해주는 것을 상정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여전히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포털사업자가 해야 하는 부담이 여전히 남게 되고, 실제로 명예훼손의 특성상 그 판단이 쉽지 않으므로, 결국 포털사업자는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임시조치를 ‘자동적으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현행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제도의 취지나 의의, 문제점을 전제로 할 때,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이 사건의 쟁점은 ‘타인의 사생활, 명예 등 권리’를 침해하는 또는 침해한다고 주장되고 있는 정보에 대하여 권리침해 주장자로부터의 ‘삭제 등 요청’과 ‘소명’이라는 요건하에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30일의 범위 내에서 임시조치를 하도록 함으로써, ‘사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인격권’과 ‘사인의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충돌상황에서 임시적으로나마 30일이라는 범위 내에서 전자에 우위를 두는 선택을 한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인지 하는 점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임시조치제도가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둘째, 임시조치제도는 권리침해 주장자의 정보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를 삭제하지 아니하고 다만 그에 대한 접근을 ‘30일 이내’의 범위에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차단하는 임시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이때 ‘30일 이내’에 정보게재자의 재게시청구가 있을 경우라든지 등 향후의 분쟁해결절차에 관하여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자율에 맡김으로써, 정보의 불법성을 보다 정확히 확인하는 동시에 권리침해 주장자와 정보게재자 간의 자율적 분쟁 해결을 도모할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일정한 자율규제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인터넷자율정책기구’(Korea Internet Self-governance Organization: 이하 ‘KISO’라 한다)이다.

2009년에 포털사이트들을 중심으로 설립‧출범한 자율규제기구로서의 KISO가 수행하는 여러 가지 기능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 서비스를 통해서 유통되는 게시물의 취급정책에 관한 의사결정이다. KISO가 수행하는 게시물 취급정책에 관한 의사결정은 ‘정책결정’과 ‘심의결정’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정책결정’은 KISO 정책위원회가 이용자 게시물 등의 일반적 취급방안에 대해 의결을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서, 포털이나 커뮤니티 게시물의 취급정책에 관한 일종의 ‘일반규범’을 정립하는 작용이다. 다음으로 ‘심의결정’은 KISO 정책위원회가 개별 게시물 등에 대한 불법 및 청소년 유해 여부 등에 대하여 의결을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서, 특정 개별 게시물의 불법 여부 및 청소년 유해 여부에 대해서 심의 및 판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정책결정과 심의결정 모두 KISO 회원사를 자체적으로 구속하는 힘을 가진다. 따라서 KISO 회원사는 이러한 정책결정과 심의결정을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진다. 물론 이러한 의무는 법적 의무가 아니라 윤리적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기본적으로 KISO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적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즉 KISO는 전형적인 민간자율기구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가행정기관이다. 따라서 이들 두 기관이 수행하는 기능도 그 법적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다 안전한 인터넷 공간을 위해서 국가기관의 역할이 필요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에 기반한 규제의 효율성이나 융통성을 위해서는 민간이나 시장에서의 자율규제가 보다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의 인터넷 영역에서 KISO의 존재와 기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현재의 KISO가 수행하는 자율규제에 대해서 헌법적으로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도 불구하고 현행 임시조치제도에 대해서는 특히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 및 재게시청구권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못함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인격권과 사생활 보호 v. 표현의 자유 간의 조화로운 균형이라고 하는 기본취지가 몰각된 채,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수단으로 전락되고 있다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입법론적으로 피해자의 인격권과 사생활 보호 v. 표현의 자유 간의 조화로운 균형이라고 하는 기본취지가 살아날 수 있도록 절차적인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입법적 개선방향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 및 재게시청구권을 법적으로 명문화해서 보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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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소개하는 판례와 해설은 커뮤니케이션 이해총서 「한국 인터넷 표현 자유의 현주소-판례 10선」(커뮤니케이션북스, 2015년)에 소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게시글은 오픈넷 홈페이지 하단에 있는 “별도 표시가 없는 한 오픈넷에 게시된 내용은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이용허락표시와 달리 출판사의 출판권에 따라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1) 헌재 2012. 5. 31. 2010헌마88,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제2항 위헌확인.

2) 2009년 5월 1일 노동절 시위 현장에서 지하철 입구를 막고 시민들에게 장봉을 휘두르는 경찰의 사진이 인터넷에 퍼졌었는데, 당사자인 서울경찰 모 간부가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임시조치를 요청하여 해당 사진을 담은 게시물 다수가 임시조치되었던 사례이다.

3) 2009년 4월 장자연리스트와 관련한 국회의원 이종걸 의원의 발언이 모 유력일간지에 의한 임시조치요청으로 인해 포털에서 초기 대량으로 임시조치되었던 사례이다.

4) 2008년 12월 최병성 목사(‘생명과 평화’블로거 운영자)가 포털에 게재한 ‘1000마리 철새 떼죽음 된 시화호 원인 조사해보니’등 게시물 17개가 양회협회의 ‘명예훼손에 따른 임시조치 요청’에 의해 임시조치되었던 사례이다.

 

목, 2015/09/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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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 다섯 번째 판례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정요구 사건1) -*

 

1. 사건의 배경

甲은 포털사이트인 ○○의 블로그에 재활용 폐기물로 생산된 국내산 시멘트의 유독성에 관한 글을 게재하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한국□□협회 등으로부터 이 게시글에 대한 심의신청이 제기되자, 이를 심의한 후 이 게시글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44조의7 제1항 제2호 소정의 불법정보인 ‘비방 목적의 명예훼손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9. 4. 24.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송통신위원회법’이라 한다) 제21조 제4호, 같은 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제2항에 근거하여 ○○에 대하여 이 게시글의 삭제를 요구하였다(이하 ‘이 사건 시정요구’라 한다). 甲은 이 사건 시정요구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제기하였으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09. 6. 23. 이의신청을 기각하자, 2009. 8. 31.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이 사건 시정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며, 서울행정법원은 2010. 2. 11. 甲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항소하여 항소심 계속 중이던 2010. 6. 8. 甲은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2011. 2. 1. 그 중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2)에 대한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여 헌법재판소에 이르게 된 것이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요 내용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내린 핵심적인 판시사항은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의 법적 성격이다. 이와 관련하여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국가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에게 조치결과 통지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이 이에 따르지 않는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의 해당 정보의 취급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이라는 법적 조치가 예정되어 있으며,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게 되는 결과의 발생을 의도하거나 또는 적어도 예상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는 단순한 행정지도로서의 한계를 넘어 규제적ㆍ구속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헌법소원 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았다.

둘째,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의 위헌 여부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 중 ‘건전한 통신윤리’라는 개념은 다소 추상적이기는 하나, 전기통신회선을 이용하여 정보를 전달함에 있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질서 또는 도덕률을 의미하고,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이하 ‘불건전정보’라 한다)’란 이러한 질서 또는 도덕률에 저해되는 정보로서 심의 및 시정요구가 필요한 정보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며, 정보통신영역의 광범위성과 빠른 변화속도, 그리고 다양하고 가변적인 표현형태를 문자화하기에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위와 같은 함축적인 표현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① 불건전정보에 대한 규제를 통하여 온라인매체의 폐해를 방지하고 전기통신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점, ②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하여금 불건전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에 적절한 방법이라는 점, ③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시정요구는 정보게시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자 시행령에서 단계적 조치를 마련하고 있고, 시정요구의 불이행 자체에 대한 제재조치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며, 달리 불건전정보의 규제수단으로 표현의 자유를 덜 침해할 방법을 발견하기 어려우므로,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 ④ 인터넷 정보의 복제성, 확장성, 신속성을 고려할 때 시정요구 제도를 통해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이라는 공익을 보호할 필요성은 매우 큰 반면, 정보게시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해당 정보의 삭제나 해당 통신망의 이용제한에 국한되므로, 법익균형성도 충족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소위 ‘최△△ 목사 사건’으로서,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의 법적 성격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사건의 배경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2011년 2월 1일 최△△ 목사 사건의 제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은 사건심리 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제도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이라고 함) 제21조 제4호에 대한 최△△ 목사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동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제청하는 결정을 내렸다.3) 담당 재판부는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내리면서 명확성원칙 위반, 과잉금지원칙 위반 등을 그 이유로 제시하였다.

그런데 법원의 위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의 내용 및 취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의 계기가 된 당해사건(본안에 해당하는 사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해사건은 바로 최△△ 목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한 소위 ‘쓰레기 시멘트’ 관련 게시글이 한국□□협회 등의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정보에 해당되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 및 삭제의 시정요구를 한 것이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실제 이 사건에서 다투어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처분이 적법한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었다.

제1심 법원은 불법정보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였고, 실제 이 사건에서 다투어진 시정요구처분은 관련 게시글이 ‘비방목적의 명예훼손정보’ 즉, 불법정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4)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측이 항소를 하여 제2심에 계류 중이었는바, 소속계속 중 최△△ 목사측이 이 사건 시정요구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에 대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담당 재판부가 이를 인용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담당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으로 인하여 분쟁의 양상은 ‘불법정보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및 개별 명예훼손정보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가 적법한지 여부’ 문제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제도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의 위헌 여부’ 문제로 전환되게 된다. 그리고 후자와 관련된 분쟁의 해결은 헌법재판소로 넘어 가게 되었고, 결국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이 나오게 된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 사건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불법정보를 비롯한 인터넷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는 행정기관의 심의 및 시정요구에 대한 ‘행정소송법적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현행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전신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및 동 위원회의 행정작용의 법적 성격과 관련한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과거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결정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적이 있다.5) 하지만 불법정보에 대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는 직접적인 법적 강제력이 없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존의 판례의 입장이었다.6) 그런데 기존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기능과 기존 방송위원회의 기능 중 심의기능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최△△ 목사 사건의 제1심 법원은 불법정보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에 대해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인정하게 된다.

그동안 정보통신윤리위원회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측은 자신이 행하는 시정요구는 단순히 권고적 효력만을 가지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인 행정지도에 불과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조직, 권한, 법적 성격, 시정요구제도의 기본구조 등을 고려하여, 이용자(게시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성을 인정하였다. 비록 대법원의 판결은 아니지만, 최△△ 목사 사건의 제1심 법원이 기존의 판례와는 정반대로 행정처분성을 인정하였다는 것은 결국 불법정보를 비롯한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에 대해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는 단순한 행정지도로서의 한계를 넘어 규제적ㆍ구속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헌법소원 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최△△ 목사 사건의 제1심 법원의 입장을 지지함으로써, 이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통한 구제가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입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정요구 사건’과 같은 날에 선고된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서 2008년도에 일어난 소위 ‘조중동 광고불매운동’과 관련된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선언되었다.7)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사건’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일부 네티즌들이 포털사이트인 ○○ 내의 ‘▽▽’ 게시판과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이라는 인터넷 카페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광고를 게재한 회사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목록을 작성하고, 위 회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위 각 신문사에 대한 광고 게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자는 취지의 게시글을 작성하여 등록을 하였다. 포털사이트 ○○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 사건 각 신문사에 대한 광고게재중단 캠페인과 관련한 게시글들에 대하여 심의를 신청하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포털사이트 ○○이 심의신청한 게시글 중 일부 게시글들이 불법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포털사이트 ○○에 대해서 ‘해당 정보의 삭제’라는 시정요구(이하 ‘이 사건 시정요구’라고 한다)를 하였다. 이에 포털사이트 ○○은 이 사건 시정요구에 따라 당해 게시글들을 삭제하였다. 그러자 삭제된 게시글들을 작성‧등록한 이용자들이 이 사건 시정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것이다.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의 법적 성격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정요구 사건’에서와 똑같이 헌법소원 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면서, 동시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를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는 이상 이는 항고소송의 대상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이라 할 것이고, 이 사건에서 삭제당한 게시글들을 작성‧등록한 이용자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을 우려가 있으며, 관련 법령에 이용자들의 이의신청권을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들 이용자들의 원고적격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들 이용자들은 이 사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최△△ 목사 사건의 제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도 이 사건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내려진 판결에서 제1심인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유지하면서 피고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항소를 기각하게 된다.8)

둘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에 대해서 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함으로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제도에 대해서 합헌성을 인정하였다. 이 사건은 그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제도의 합헌성을 인정함으로써, 그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헌법이론적인 측면에서 문제는 남아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즉 “사법부의 판단 이전에 행정기관이 일정한 표현물이나 정보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함과 동시에 그를 전제로 삭제 등의 시정요구를 통해 당해 표현물이나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는 것”으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행정심의가 사실상 행정기관에 의한 검열의 위험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라고 하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 10. 18.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한 심의 및 시정요구가 사후심의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행정기관의 자의적 통제를 허용할 여지가 있어 사실상 검열로서 기능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보통신심의에 대해서는 민간자율에 위임할 것을 제안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 기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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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소개하는 판례와 해설은 커뮤니케이션 이해총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커뮤니케이션북스, 2015년)에 소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게시글은 오픈넷 홈페이지 하단에 있는 “별도 표시가 없는 한 오픈넷에 게시된 내용은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이용허락표시와 달리 출판사의 출판권에 따라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1) 헌재 2012. 2. 23. 2011헌가13,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4호 위헌제청

2)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심의위원회의 직무) : 심의위원회의 직무는 다음 각 호와 같다.
    4.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

3) 서울고등법원 2011. 2. 1. 2010아189,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4) 서울행정법원 2010. 2. 11. 2009구합35924, 시정요구처분취소. 행정사건인 2009구합35924사건에서 피고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사건 시정요구의 처분성 여부와 관련하여, “피고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독립기구의 성격을 지니고 있을 뿐 행정청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설령 행정청이라고 본다고 하더라도 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상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이 피고의 시정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으므로, 이 사건 시정요구는 단순히 권고적 효력만을 가지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인 행정지도에 불과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5) 대법원 2007. 6. 14. 2005두4397, 청소년유해매체결정취소.

6) 서울행정법원 2001. 5. 4. 2001구3555, 이용정지처분취소.

7) 헌재 2012. 2. 23. 2008헌마500,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4호 위헌확인 등.

8) 서울고등법원 2012. 5. 3. 2010누9428, 시정요구처분취소.

 

화, 2015/08/2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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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백신’에 관해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자기 권리를 스스로 지키는 체험이 되길 바란다.” (남희섭 오픈넷 이사)

국정원이 해킹팀으로부터 사들인 스파이웨어(RCS)를 불특정 다수 국민의 스마트폰에 감염시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상상하기도 싫지만, 스파이웨어에 감염된 국민이 직접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왜? 국정원은 사실상 국내 백신 업체의 ‘갑’ 노릇을 한다. 이런 현실에서 국내 백신 업체들이 국정원이 이용하는 스파이웨어를 감지하는 전용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까?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국회의원이 안랩을 포함한 10여 개 국내 보안업체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업체들이 이 요청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말이 벌써부터 들리고 있다.

한겨레 국정원 큐레이션

해킹팀의 스파이웨어에 대응해 엠네스티가 주도해 스파이웨어 감지 프로그램인 ‘디텍트’를 개발했고, 이를 발표했다. 하지만 디텍트는 PC에 기반한 프로그램이라 모바일 기기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디텍트

이에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국민 백신 프로젝트’가 발족했다. 그리고 어제(2015년 7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발표회를 개최했다. 국민 백신 프로젝트를 주도한 남희섭 오픈넷 이사에게 국민 백신 프로젝트의 이모저모와 향후 계획을 물었다.

남희섭 오픈넷 이사 일문일답

– 이왕에 엠네스트 주도로 ‘디텍트’가 개발됐다. ‘국민 백신’과 디텍트의 차이점은.

디텍트는 PC용인데, 국민 백신은 안드로이드 모바일에 주안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모바일 중심이라고 했는데, 특히 안드로이드가 주력인 이유는?

개발자의 증언에 의하면 안드로이드폰이 잘 감염된다고 한다. 아이폰은 애플이 직접 패치를 내놓으면 이용자가 바로 업데이트를 할 수 있으나 안드로이드폰은 구글이 패치를 내놓아도 제조사까지 전달되서 실제 이용자의 스마트폰에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보안에 취약성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더불어 우리나라 모바일 사용자의 압도적 다수가 안드로이드폰 이용자기이도 하다.

– 국민 백신은 의미 있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걱정이다. 해킹과 백신은 ‘창과 방패’, ‘톰과 제리’의 게임이라서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지 않나.

당연히 걱정하는 부분이다. 큰 백신 개발업체라면, 상시 인력이 그때그때 바로바로 업데이트할 수 있겠지만, 국민 백신 프로젝트는 참여 개발 인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창과 방패

– 어떻게 이런 난제를 극복할 생각인가.

국민 백신은 ‘오픈소스’로 개발하고 있다. 프로그램 코드를 공개하는 것이다. 현재 개발인력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국민 백신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하는 개발자들이 업데이트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참여가 임계점을 넘으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기존 보안업체에 협조를 요청했나. 상호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처음에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 기존 업체의 참여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사실상 국정원이 보안 업체의 ‘갑’ 노릇을 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전제로 보안업체의 분위기를 전한 한 개발자는 이렇게까지 말했다.

“민감한 사안이다. 밥줄 잘린다. 전용 백신 개발 가능성은 전혀 없다.”

기존 보안업체가 전용 백신을 개발한다는 것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국민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 현재 확보한 개발 인력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엔진을 만드는 사람 4명이다. 여기에 해외 ‘화이트해커’ 그룹도 참여하고 있다.

– 향후 개발 계획은?

원래는 발표회에서 베타 버전을 발표하고, 다음 주(2015년 8월 첫째 주) 정식 발표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정이 생각보다 좀 늦어지고 있다. 내부적으로 테스트한 뒤에 다음 주 베타 버전을 발표할 계획이다.

– 어떤 방식으로 배포할 계획인지.

우선 안드로이드 모바일 사용자에게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국민 백신 앱을 업로딩하면 간단하다. PC용으로도 개발할 계획이다.

– PC용은 어떤 방식으로 배포되는가.

안드로이드용은 배포 플랫폼이 있어서 걱정이 없는데, PC용은 홈페이지에 올리면 해커들에게 공격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래서 PC용 버전 배포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P2P 방식으로 배포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현재 논의 중이다.

–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 정보 인권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 직접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행동을 해보는 체험이 중요하다. 하지만 해킹이나 감시, 감청 등의 정보 인권 침해에 평범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IT 영역의 전문지식을 모든 국민이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선의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민 백신과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스스로 자기 권리를 지키는 구체적인 ‘행동’에 참여하는 일이다. 이런 체험을 통해 스스로 권리를 자신이 지킨다는 걸 체감할 수 있다면 좋겠다.

참고로 사단법인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 P2P재단코리아준비위원회가 현재 개발 중인 ‘오픈 백신’은 설치된 해킹 프로그램을 치료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치료보다는 해킹 프로그램의 설치 여부를 진단하는 것이 목표다. (편집자)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게재하고 있습니다.

 

금, 2015/07/3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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