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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정부가 투자보수율 3%만 낮췄어도 기본료 폐지 충분히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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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정부가 투자보수율 3%만 낮췄어도 기본료 폐지 충분히 가능했다

익명 (미확인) | 화, 2018/07/10- 16:44

정부가 투자보수율 3%만 낮췄어도 기본료 폐지 충분히 가능했다

참여연대, 2G·3G 이동통신 원가 관련 회계자료 분석 결과 발표

SKT의 경우 적정이윤 포함하고도 원가보상율 최대 140%에 달해

투자보수율 기준 투명하게 밝히고, 이통사 수익과 소비자 편익 균형 맞춰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본부장 : 조형수 변호사)는 지난 4월 12일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공개한 이동통신 3사의 2G, 3G 서비스 관련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이동통신사들이 최대 140%에 달하는 높은 원가보상률과 투자보수율을 통해 폭리를 취해왔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이동통신3사에 전력 등 다른 공공서비스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의 투자보수율을 보장함으로써 통신사들이 연 약 2천억원 규모로 총괄원가를 부풀리고 이러한 부담을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시켜왔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분석에 따르면 당시 정부가 이통사의 투자보수율을 1%만 낮게 책정했어도 국민 1인당 약 3천원의 요금인하를 이끌어낼 수 있었으며, 한국전력 수준으로 3%를 낮췄다면 1인당 약 1만원의 기본료를 폐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적정이윤을 포함하고도 원가보상률이 최대 140%에 달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이동통신 3사의 원가보상률이 대부분 100%를 넘어 과다한 이익을 거두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위 사업자인 SKT는 2G 사업을 통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꾸준히 117%가 넘는 원가보상률을 기록했으며 2006년엔 123.08%, 2008년 134.99%로 계속 증가하여 2010년엔 무려 140.65%의 원가보상률을 기록했다. 이는 SKT가 2G 서비스를 통해 적정이윤을 포함한 총괄원가보다 매년 17%에서 40%의 영업수익을 더 거두어왔다는 뜻이며 그만큼 소비자들로부터 과도한 요금을 통해 폭리를 취해왔다는 것을 뜻한다.

 

<표1. 2004-2010년 이동통신 3사의 원가보상률 현황>

 

 

SKT

KT

LGU+

 

2G

3G

2G

3G

2G

3G

2004

117.75

0.04

104.23

0.02

99.44

 

2005

121.17

0.49

108.06

0.12

105.60

 

2006

123.08

4.54

105.75

2.55

103.41

 

2007

122.29

38.36

111.72

40.70

96.75

 

2008

134.99

54.58

106.34

78.93

95.48

 

2009

128.75

114.23

95.46

106.65

97.69

 

2010

140.65

112.40

96.85

113.84

91.30

 
 
이통사들은 이러한 원가보상률이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개발 및 투자를 위해 과다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주장하지만 SKT의 경우 3G 서비스에서도 상용화 초기엔 4.54%의 원가보상률을 기록하다가 3년만인 2009년에는 114.23%로 100%를 가뿐히 넘어서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이번에는 2010년까지의 자료만이 공개되어 2010년 112.40% 이후의 3G 서비스 원가보상률을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2G 서비스의 원가보상률 추이를 미루어볼 때 이후 최근까지 수 년간 최소 110%가 넘는 높은 원가보상률을 거두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다.
 
원가보상률이란 이동통신사가 거둔 영업수익을 적정이윤이 포함된 총괄원가로 나눠 100을 곱한 것으로 원가보상률이 100% 이상이면 통신사가 적정이윤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원가보상률이 100% 미만이면 이동통신사가 손해를 보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 원가보상률에는 적정이윤인 ‘투자보수율’을 반영하기 때문에 100% 미만이더라도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일례로 KT는 2015년 원가보상률이 100%에 못 미치는 97.2%라고 밝혔지만 약 1조 3천억원의 영업이익과 약 4천 9백억원의 계속영업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시민사회와 통신소비자들은 통신사의 원가보상률을 전기, 가스 등 다른 공공요금과 같이 100% 미만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이동통신서비스가 민간사업자들을 통해 제공되고는 있지만 국민 대다수에게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린 통신서비스의 공공적인 성격, 통신요금을 결정할 때 ‘이용자가 편리하고 다양한 전기통신역무를 공평하고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한다는 전기통신사업법의 취지를 볼 때, 사실상의 독과점 시장에서 이동통신사들이 100%, 110%를 넘어 최대 140%에 달하는 과도한 폭리를 취하는 것을 기업활동의 자유로 무작정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투자보수율 3%만 낮췄어도 2005년 기본료 폐지 가능했다.
 
이동통신사들이 이토록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데에는 2004년에서 2010년 당시 통신사들이 과도한 이익을 거둘 수 있도록 높은 투자보수율을 보장해준 정부의 책임도 크다. 투자보수율이란 이동통신사가 다른 사업 영역에 투자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을 책정하여 정부가 이를 총괄원가에 보장해주는 것으로 이동통신 3사의 투자보수율은 2004년 9.43%, 2006년 10.09%, 2007년 9.86%, 2009년 7.62%로 나타났다. 통신사들은 이 투자보수율에 요금기저를 곱한 적정투자보수에다가 영업비용 및 법인세 등을 포함한 적정원가를 더해 총괄원가를 산출한다. 투자보수율이 클수록 적정투자보수가 늘어나 그만큼 총괄원가가 커지는 구조다.
 

<표2. 2004-2010년 이동통신 3사의 투자보수율 및 비교표>

 

SKT

KT

LGU+

한국은행기준금리1/1기준

한국전력투자보수율

 

2G

3G

2G

3G

2G

3G

2004

9.43

9.43

9.43

9.43

9.43

9.43

3.75

-

2005

9.43

9.43

9.43

9.43

9.43

9.43

3.25

6.10

2006

10.09

10.09

9.43

9.43

9.43

9.43

3.75

6.40

2007

9.86

9.86

9.43

9.43

9.43

-

4.50

6.00

2008

9.86

9.86

9.86

9.86

9.86

-

5.00

5.60

2009

7.62

7.62

7.62

7.62

7.62

-

3.00

5.63

2010

7.62

7.60

7.62

7.62

10.51

-

2.00

6.11

* 출처 : 한국은행,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

 
 
문제는 이러한 투자보수율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물론, 다른 공공서비스 투자보수율과 비교해봐도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사실상 ‘무위험 사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점이다. 또한 높은 투자보수율로 인해 이동통신사업의 총괄원가도 부풀려져 결국 이러한 부담이 높은 요금으로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구조로 되어있다. 
실례로 SKT의 경우 9.43% ~ 10.09%에 달하는 투자보수율을 (다른 공공서비스 요금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인) 한국전력 수준으로 약 3%만 낮춰도 연간 약 2천억원이 총괄원가에서 빠지기 때문에 그만큼의 요금인하가 가능했다. 2005년 당시 SKT의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약 2천만명(1,953만명)이었음을 감안하면 대략 계산해봐도 1인당 1만원의 요금을 인하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반대로 얘기하면 당시 정부는 통신사들의 투자보수율을 한국전력보다 3% 높게 책정해주면서 소비자들에게 1만원의 요금을 더 부담하게 했고 통신사에게는 1인당 1만원의 요금을 더 거둘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었다. 당시 소비자들은 정부가 1%를 낮춰 8%대 투자보수율만 책정했더라도 1인당 약 3천원의 통신비를 아낄 수 있었다. 기본료 폐지가 가능했다는 얘기다.
 
투자보수율 책정의 구체적인 기준 투명하게 공개해야
 
문제는 이러한 투자보수율이 어떤 근거로 책정되는지가 상당히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훈령인 '공공요금 산정기준'에 따르면 적정투자보수율은 ‘자본비용 및 위험도, 공금리수준, 물가상승률, 당해회계년도의 재투자 및 시설확장계획원리금상환계획등 사업계획과 물가전망 등을 고려하여’ 결정된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각 통신사의 투자보수율은 필연적으로 이동통신사와 서비스별로 다르게 책정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사들의 투자보수율이 통신사별, 2G/3G 서비스별 차이 없이 거의 동일하다는 것은 실제 요금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투자보수율 산정이 상당히 자의적으로 이루어지거나 특별한 산정 기준 없이 이루어 지는 것 아닌지 의심을 갖게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동통신 3사와 한국전력 사이에 3~4%까지 나던 투자보수율 격차가 2009년부터 1.5%대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후 10년 가까이 1-2%대의 저금리 시대가 이어진 것을 감안하면 7%대의 투자보수율도 적정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번 분석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전기통신사업법이 정부에게 부여한 당연한 책무였던 요금인가제도를 이통사들의 입맛에 맞게 형식적으로 운영해온 것도 모자라 소비자들의 요금 부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투자보수율 산정 또한 이동통신사들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운영해왔다면 이는 지난 정부들이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닌 이통사를 위한 정부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이제라도 투자보수율이 어떻게 책정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밝히고 이통사의 수익과 소비자의 편익이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가 2004년부터 2011년까지의 자료이고 공개범위도 한정적이다보니 애초에 기대했던 서비스별 원가분석이나 요금제별 원가분석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다한 원가보상률과 투자보수율로 인해 이동통신 재벌 3사가 막대한 폭리를 취해왔고 이러한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어왔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밝혀낼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기본료 폐지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온 시민·소비자 단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동통신 재벌 3사는 그건 그 때 일이라고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오랫동안 누렸던 과다한 이익을 소비자들에게 ‘기본료 상당의 요금인하’로 되돌려주어야 한다. 또한 다가올 5G 서비스에서는 이러한 폭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요금을 책정해야 할 것이다. 정부 또한 보다 철저하고 투명한 투자보수율 산정을 통해 총괄원가가 부풀려지지 않도록, 이러한 부담이 국민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현재 이통사에 적용되는 회계기준이 대부분 유선통신 또는 음성 중심 요금제 시절의 것이어서 현재 데이터 중심 요금의 원가나 비용을 산정하고 분석하는데는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회계기준을 현재보다 보완·세분화하여 LTE요금제는 물론 5G 요금제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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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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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토론회 

일시 : 2018년 6월 21일(목) 10시

장소 : 참여연대 아름드리홀

 

시국토론회.jpg

 

 

양승태 대법원 당시 사법 농단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높습니다. 지난 5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동의를 얻기 위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시도하고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뒷조사한 정황이 밝혀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법관의 독립성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훼손한 초유의 사법 농단 사태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세 차례의 자체조사는 이미 근본적인 한계를 보여주었습니다. 관련하여 사법발전위원회를 비롯해 서울고법부장판사회의, 전국법원장 회의, 대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수사의뢰를 하지 않지만,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피해자 단체를 비롯해 각계가 나서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그리고 피해에 대한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416연대,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공동제안하여, 현황과 쟁점을 공유하고, 진상규명과 처벌, 피해 구제, 사법개혁 등을 어떻게 실현해나갈지 모색하는 시국토론회를 제 단체들의 참여로 열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토론회 진행

(1) 사회: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

 

(2) 발제

1. 문제점과 현황 (최용근 사무차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2. 이번 사태의 의미와 대응방향 (한상희 교수 /참여연대)

3. 피해구제 가능성과 방안 (김태욱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3) 토론 (주제: 목표와 대응방향)

: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각 단체

 

 

 

 

 

 

 

토론회자료집 [원문보기/다운로드]

목, 2018/06/21- 11:46
90
0

참정권 확대와 선거제도 개혁의 목소리를 외면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어제(6/28) 헌법재판소는 정치개혁을 위한 민의를 외면하는 결정들을 내렸다. 민의를 반하는 지방선거제도 개혁과 참정권 확대를 통한 정치개혁의 목소리가 드높은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오늘 결정은 시대정신을 외면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와 원리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오히려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판단을 한 것에 우리는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국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직의 피선거권을 25세로 규정한 현행 공직선거법 제16조 제2항 및 제3항에 대한 합헌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 현행 공직선거법 규정은 헌법상 권리인 공무담임권을 자의적으로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정권이자 공무담임권으로서의 피선거권은 헌법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헌법재판소 스스로도 그 가치의 중요성과 대표성을 인정해왔다. 더구나 우리 헌법이 정하고 있는 보통·평등 선거 원칙에 부합하기 위해서도 피선거권 연령을 선거권과 달리 규정하려면 중대한 사유가 인정되어야 하며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부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런데 현행 공직선거법은 모든 공법상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만 19세부터 만 24세의 청년세대에게 아무 근거 없이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명백히 위헌이라고 할 것이다. 여타의 공무담임권과 달리 선출직 공무원에 대해서만 별도의 연령제한을 두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만약 만 19세부터 만 24세의 청년세대가 선출직공무원이 되기 위한 역량이 부족하다면 이는 민주적 선거과정을 통해서 검증되는 것으로 충분할 뿐, 후보에 나설 수 있는 자격까지 제한될 수는 없다. 

 

청년세대의 정치혐오와 무관심을 질타할 것이 아니라, 청년세대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그런데 여전히 사회 경험 등을 연유로 어떠한 정당성과 합리성도 없이 만 19세에서 만 24세의 국민에게 선거권만 부여하고 피선거권은 부여하지 않는 현행 공직선거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회에서는 이러한 목소리에 관하여 조속히 응답해야할 책무가 있다.

 

기초의원 및 광역의원 선거구획정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또한 매우 유감스럽다. 우리 헌법이 평등선거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평등선거의 핵심은 1인 1표의 원칙이 관철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상 가치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당들의 기득권 질서 등을 이유로 광범위한 게리멘더링이 만연했던 것이 우리 정치사의 현실이었다. 이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는 인구편차 기준으로 1995년에는 4:1을 기준으로 제시했고, 2001년에는 3:1로 기준을 설정했으며 2014년에는 2:1로 기준을 정함으로서 평등선거 원칙에 부합하기 위하여 의미 있는 행보를 해온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헌법재판소는 지방의회 선거에 관해서는 선거구 획정시 인구허용편차를 여전히 4:1로 용인하여 왔다. 이는 명백히 평등선거 원칙과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훼손하는 기준임이 헌법재판소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방자치의 특수성 등을 제아무리 감안하더라도 표의 등가성을 해치는 것은 엄격히 통제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따라서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에 있어서 인구편차가 허용될 수 있는 최대치는 국회의원 선거와 동일하게 2:1의 범위 이내여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이다.

 

그러나 오늘 결정을 통해서 헌법재판소는 다시 한 번 민주주의 진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쳐버렸다. 지방자치가 더욱 성숙하기 위해서는 표의 등가성이 확보되고 민주적 선거과정을 통해서 지방의회가 구성되는데서 시작해야한다. 오늘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참정권 실현과 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정치개혁의 요구는 결코 멈춰질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오늘 정치개혁을 외면한 헌법재판소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표하며, 9월 정기국회에서 다양한 정치개혁 과제들이 조속히 입법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끝.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금, 2018/06/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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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

 

어제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헌법상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의 실현으로서 인정했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형사처벌이 아닌 대체복무제가 주어져야 함에도 이를 보장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은 다양한 양심을 존중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결정이며, ‘군대가 아니면 감옥인 사회’를 바꿀 평화의 문을 연 결정입니다.

이제는 소모적인 찬⋅반 대립을 넘어 ‘어떤 대체복무제인가’를 논의할 시간입니다. 하루빨리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 한국 사회의 평화와 인권을 위해 함께 애써주신 모든 법률가, 언론인, 활동가, 그리고 성역에 맞서 온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보기 : http://www.peoplepower21.org/Peace/1571611

금, 2018/06/2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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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특수활동비 내역 정보공개청구 3년만에 제공

국회, 1, 2, 3심 내리 패소 뒤에야 특수활동비 내역 늑장 공개 

국회 특수활동비 제도개선 일환으로 빠른 시일 내 자료 일체 공개할 예정

 

 

참여연대는 지난 6월 29일(금) 늦은 오후 국회 사무처로부터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을 전달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참여연대가 2015년 5월 국회를 상대로 2011년~2013년 3년간 의정활동지원 부문의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한 지, 3년만에 이뤄진 국회의 조치입니다. 지난 5월 3일 대법원이 정보공개하라는 판결(2018두30133)을 한 지 거의 2개월 만입니다. 당연히 공개되어야 할 자료 공개가 소송까지 거쳐서야 이루어지고 실제 자료 공개까지도 많이 지연된 것에 참여연대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여연대가 청구한 정보는 2011년~2013년까지 의정활동지원의 4개 세항, 즉 1031세항 의정지원, 1032세항 위원회운영지원, 1033세항 의회외교, 1035세항 예비금 중 각각의 특수활동비로 지출된 것들입니다. 이번에 국회 사무처가 참여연대에 공개한 자료는 지출결의서 1,529장의 PDF파일 형태로 되어있다고 참여연대는 밝혔습니다. 참여연대는 다음주 중 빠른 시일 내에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 분석 결과와 함께 국회 사무처가 제공한 자료 일체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참여연대는 국회가 이번에 공개한 내역 이외 2014년 이후 자료 또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회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 스스로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아가 국회가 특수활동비를 쌈짓돈처럼 여기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불필요한 특수활동비를 폐지하는 등 관련 제도개선에 즉각 착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끝.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일, 2018/07/0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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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_이게 국회냐!

'국회 패싱' 현상을 말하다

 

글.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말했던 그 광장에서 시민들이 나눈 고민은 새 정부 출범 이후 현실의 다양한 공적 실천으로 나타났다. 공영 방송사 사장이 바뀌었고, 세월호가 세워졌고, 묻혀 있던 진실에 대한 규명작업과 억울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이 공공기관과 민간영역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2017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고 걸림돌도 많아 보인다. 그중 국회는 단연 톱으로 꼽힌다.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 눈에 국회는, ‘발목 잡고, 미적거리고, 시민들이 시키는 일은 안 하면서 지들 좋은 일은 번개같이 하’는 밉상 중 밉상이다. 앞서 말한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적 실천들은 대개 대통령이나 행정부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더 대비가 되어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명을 하면 대답이라도 나오는데 국회는 답이 없다. 한다는 건지, 안 한다는 건지, 한다면 언제 어떻게 한다는 건지…. 대안을 말하기 이전에,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촛불 이후 국회가 더 갑갑하게 느껴지는 이유

많은 시민들은 그때 그 광장에서, 그리고 이후의 일상에서 ‘주권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이 더 온전히 현실의 규범이 될 수 있기를 바랐고, 선거제도를 바꾸어 다시는 저런 대통령과 집권당이 나오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으며, 청소년과 청년의 현실이 바뀌려면 교육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도 공감했다. 노조결성을 했다는 이유로 탄압받는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바꿔야겠다, 언론이 다시는 시민의 눈과 귀를 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은 국회의 입법을 거쳐야만 가능한 일이다. 대통령이 바뀌었고 우린 많은 가시적 변화를 체감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와 그가 통솔하는 관료조직만으로는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촛불 이후 국회를 더 갑갑하게 느끼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국회 패싱’은 가능하지 않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는 비약적으로 커졌지만 국회는 여전히 그 자리에 맴돌고 있는 현실의 괴리가 커질수록 분노와 냉소가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다. 

 

그럼 촛불과 탄핵이 지났음에도 국회가 지금 저러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 이유는, 우리 모두가 알듯이 우리가 2017년 5월에 한 선거는 대통령 선거였고 2018년 6월에 한 선거는 지방선거였으며 국회를 새로 구성하는 총선은 아직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촛불 전 구성된 국회가 촛불 이후 정책요구를 받아들이는데 지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회해산과 조기총선을 말하기도 한다. 물론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화가 나니까 하는 말일 터다. 

 

다음 총선까지 2년여의 시간은 길어 보이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유익한 시간일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촛불광장에서 앞으로의 사회변화에 합의한 내용은 많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말했고 들었지만 어느 한 방향으로 합의해낸 건 별로 없다. 권력형 비리를 뿌리 뽑기는 해야 하는데 어떻게? 교육개혁을 말하지만 어떻게? 재벌개혁은 대체 어떤 방향으로? 노동이 존중받고 대접받는 사회가 되긴 해야 하는데, 대체 무엇부터? 

 

이 모든 걸 ‘이니’한테 맡겨 두면 잘 해결될까? 그런 일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래서도 안 된다. 지도자가 아무리 도덕적이고 능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에게 정치공동체의 운명을 위탁하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또 견제받지 않고 모든 걸 떠맡은 지도자는 과부하에 걸릴 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도덕적 해이에 빠지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답하더라도 앞으로 2년 동안 우리 사회 핵심의제들에 대해 어떤 방향을 설정해 나가야 할지 정당들에 답을 요구하고 시민들 사이에 공론화 과정도 거쳐 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지금 만들어야 할 변화는 훨씬 더 긴 시간 우리의 삶과 우리 자녀세대의 삶을 결정할 중대하고 근본적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년은 그리 긴 시간도 아니다. 이 시간을 우리가 서로에게 유익하게 활용해나갈 수 있다면 21대 국회는 좀 더 숙고된 정책 방향을 추진해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국회와 대통령의 결정적인 차이 

지금 국회가 갑갑해 보이는 두 번째 이유는, 정당체제 재편기라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촛불 이후 보수정당의 분화와 정체성 확립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지자걸음이 국회 전체의 원활한 운영을 가로막고 있다. 인정을 하든 하지 않든 현재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한 축은 지난 30년 한국 정당체제의 중심축이었다. 촛불 이후 한국 보수는 변화된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해 자기 변화를 꾀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지만, 현재 보듯이 그 일이 그리 쉬울 것 같지는 않다. 

 

또 당연하기도 하다. 수십 년간 기대온 반공주의도 버리고 재벌 대기업 중심 성장주의도 버려야 하는데, 그것 없이는 생존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들의 자기 변화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생존 모색의 시간을 거쳐 2020년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앞으로의 2년은 지나온 시간 동안 그 당을 원내 제1당, 집권당으로 만들어온 유권자들이 치러야 하는 정치비용인 셈이다. 그 당의 성장과 집권에 기여한 바가 별로 없는 젊은 세대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국회가 답답해 보이는 세 번째 이유는, 사실 국회 자체의 속성과 관련이 깊다. 현재의 국회는 시민들의 높아진 기대 때문에 더 갑갑해 보이긴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전에도 국회의 행보는 늘 대통령에 비해 뒤처졌던 게 사실이다. 왜 그럴까? 헌법이 부여한 두 기관의 속성 자체가 근본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국회 모두 직접 선출된 대의기관이긴 하지만, 국회는 서로 다른 이익과 의견을 대표하는 300명이 모여 심의하고 협의해서 규범과 제도를 바꾸는 게 임무이고, 대통령은 이미 정해진 법률에 따라 관료조직을 통솔해 집행하는 게 임무다. 국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가 대표되어 지속 가능한 입법을 하는 게 직업윤리이므로 효율성이 우선할 수 없는 반면, 집행기관인 행정부는 관료조직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당장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대통령은 1인 기관이기 때문에 빨리 결정할 수 있지만 국회는 300명의 결정이니만큼 속도가 느리다. 

 

앞으로 남은 2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물론 이런 일반론을 다 감안하더라도 지금 국회의 모습은 여전히 갑갑하다. 다수와 소수의 여론이 분명한 많은 의제에 대해서조차도 진전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직 그 당을 지지하는 20% 내외의 유권자들 역시 국회에서 대표될 권한이 있다는 점은 인정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결정으로 움직이지만, 결정에 이르기까지는 단 1%의 소수도 존중을 받아야 하는 체제이기도 하니까. 20% 내외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국회 전체의 운영을 좌우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다음 대표를 뽑기까지 나타나는 시간 지체조차도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속성이니 어쩌겠는가. 

 

어차피 ‘국회 패싱’이 불가능하다면,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앞으로 2년 동안 부단히 우리 사회의 중심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정당과 정치인에게 말하고 압박하는 노력을 해보자. 이런 노력 자체가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시민의 힘을 성장시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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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2018/07/0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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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_이게 국회냐!

이중적 국회의원의 역할,
이제는 균형이 필요하다

 

글.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

 

 

국회의원은 취임과 함께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서 엄숙히 선서”한다. 하지만 그들의 역할은 이중적이다. ‘개별적·독립적 헌법기관으로서의 의원’과 ‘정당 조직원으로서의 의원’이다. 두 역할은 상충한다. 

 

정당 조직원보다 헌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우선이다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이 우선이다. 얼마 전 있었던 자유한국당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은 독립적이며 개별적인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의 표결결과였다. 당시 113석의 자유한국당 의석수를 넘어서는 141표와 172표의 반대표가 나왔다.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지만 최소 20표 이상의 ‘반란표’가 나오지 않고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었다.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여당 원내대표가 “특권과 반칙 없는 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국회가 제 식구 감싸기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자가당착이며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했지만 그게 사실이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동업자 의식’을 발휘한 셈이다. “이런 식이면 모든 국회의원이 조사대상”이라거나 “지역민원 때문에 고민하는 건 국회의원의 고통”이라는 당사자들의 호소가 동료의원들의 심금을 울렸다. 

 

당론투표로 대표되는 정당집단주의가 ‘독점과 배제의 정치’는 물론 ‘대립과 교착의 의회정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원인이라면, ‘권고’ 당론조차 따르지 않은 그들의 행동은 ‘헌법기관’으로서 바람직하다. 문제는 국민적 공감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느냐다. 국회의 자기 식구 지키기나 자정 노력 부재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정말 그래야 할 때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그렇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제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당론에 충실한 ‘정당 조직원’으로서의 역할을 우선했다. 이미 시한을 넘긴 후반기 국회 원 구성부터 그렇다. 9월 정기국회까지 국회 지도부 공백 상태가 우려된다. 5월 말까지 국회 의장단 구성을 완료하도록 한 걸 헌법기관으로서 지키지 못했지만 어느 누구도 걱정하거나 사과하지 않는다. 직무유기다. 현재 국회에 1만 여 건의 법안이 계류 중인 건 차치하더라도 청문회 없이 경찰총수가 바뀔 수도 있다. 

 

무릎

지난 6월 15일,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6.1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새누리당

 

‘직무유기’와 ‘식물국회’의 일상화

대한민국 국회의 오래된 관행이 된 ‘합의 지향형 규정’ 때문이다. 원내 교섭단체와 원내대표로 불리는 정파 간 협의와 합의를 통해 법안처리 여부와 의사일정이 정해진다. 법적 강제규정이라도 여야 협의와 합의가 없으면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만장일치형 국회운영’이지만, 여야합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국회’다. 새로운 국회가 구성될 때마다 “가장 빠른 개원”이니 “역대급 지연 개원”이니 하는 소리가 나오는 건 개원조차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헌법기관이 헌법과 법률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책임의회’의 포기다. 책임의회는 ‘문제제기’의 국회가 아니라 ‘문제해결’의 국회다. 국민 삶의 문제해결을 위해 적절한 입법선택과 결정이 적절한 시점에 이뤄지려면 ‘당론투표의 최소화’와 ‘다수결 원칙의 존중’이 필요한데 우리 국회엔 이게 없다. 당파적 이익이 국민적 이익에 앞서는 거다.  

 

이번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이 작년 12월 13일, 완료되어야 했지만 올해 3월 초 예비후보 등록 때까지도 확정하지 못했다. 예비후보들은 자신의 지역구도 모른 채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광역의원 정수와 선거구 그리고 시도별 기초의원 총 정수를 국회가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2년 전 총선 때는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 선거구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헌법기관으로서 정해진 걸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 오늘 우리 정치와 정치인의 수준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민주화 30년의 한국 정치가 청산해야 할 ‘적폐 1호’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는 출발점은 정해진 걸 제때 행하고 제대로 지키는 일이다. 정치는 곧 약속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액션의 정치개혁과 개헌

작년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그 후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위’도 논의를 거듭하는 모습만 ‘연출’했다.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이 늦어진 건 광역의원 정수 때문인데 여야가 증원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몇 명을 늘릴지를 놓고 합의점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지방의원 총수를 유지하면서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의 기능을 조정하는 방향은 고려하지도 못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이 무엇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선거제도가 되어야 하는지는 아니었다. 광역의원 선거제도를 놓고 대립하는 거대양당이 기존의 2인 선거구를 대폭 줄이고 3~4인 선거구를 늘리는 기초의원 선거제도 개선안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같은 입장인 걸 보면, 결국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하냐가 기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헌정특위는 3월 말 청와대 개헌안 제출 이후 사실상 논의가 중단되었다가 4월 16일 제14차 전체회의가 마지막 회의였다. 사개특위 위원장조차 “개혁과제에 대해 제대로 논의조차 어려웠다.”라고 말할 정도로 사법과 정치개혁 과제가 지난 2년간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했고 앞으로도 전망이 밝지 않다.  

 

국회의 개헌논의 실패는 ‘협상과 타협 그리고 제도설계능력의 부재’를 상징한다. 총론에 공감하면서도 구체화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개헌안과 자유한국당 개헌안의 목표는 ‘제왕적 대통령제’로부터의 탈피다. 모두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한 권력집중에서 수평적 분권을 지향한다. ‘대통령 권력의 분산과 국회권한과 기능의 확대’가 핵심이다.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이 아니라 정당 조직원으로서의 역할과 이익을 우선한 게 실패에 결정적이었다. 

 

총리 추천제가 출발점일 수도

‘총리의 국회선출(변형된 의원내각제) vs. 총리의 국회동의 대통령 임명(제왕적 대통령제의 8년 연장)’의 대립은 두 개의 상충되는 국회의원의 역할 중 어떤 게 우선되었느냐를 보여준다. 한 쪽에서는 총리가 대통령의 정치적 보조 장치다. ‘현재권력’이자 미래권력으로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연한 정치적 선택이다. 다른 한쪽에서 총리는 독자성을 일부라도 갖는다. 

당분간 대선승리는 어렵지만 원내 1당 가능성을 가진 정파의 합리적 선택이다.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 역할이 우선되었다면 ‘국민직선 대통령과 총리 추천제’는 개헌논의와 타협의 출발점이 될 수 있었다. 여야가 대통령 권력분산에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정도의 차이기 때문에 총리역할과 권한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분권 그리고 견제와 균형을 통한 협치의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가장 낮은 수준부터 출발한다면 ‘국회의 총리 복수추천과 대통령 지명 그리고 해임 건의권을 가진 총리’가 가능하기도 했다. 헌법기관이자 정당 조직원으로서의 국회의원의 이중적 역할, 이제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 국회의원과 정당의 각성과 노력을 기대한다.   

 
일, 2018/07/0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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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3_이게 국회냐!

바람직한
의회정치를 위하여

글.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2020

 

 

의회정치의 기본은 조정과 타협 

어느덧 제헌국회가 개원한 이후로 7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일찍이 공자께선 ‘나이 70이 되면 어떤 행동을 하거나 결정을 해도 실수가 없다’는 뜻으로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慾不踰矩)’라고 한 바 있다. 과연 이런 공자님 말씀이 고희를 맞은 우리 국회에도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을까? 70년의 의정사를 되돌아보면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국회의 역할과 위상은 오히려 제헌국회보다도 못했다고 평가받는 퇴행의 시기를 겪은 바 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구성된 1988년 제13대 국회 이후로 30년 동안은 크게 볼 때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회의 기능과 역할은 이전보다 훨씬 강화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정부기관 중에서 최하위라는 사실은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 여타의 정부기관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의회신뢰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는 의회라는 조직의 특성 자체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즉 의회는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다양한 사회세력이 대표되는 곳이기 때문에, 입법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이익간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또한 의회는 집합적 의사결정기관이기 때문에 최종적인 의사결정에 도달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사회이익간의 갈등은 국회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사절차와 규칙을 통해서 조정과 타협, 협상의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인 의사결정에 도달한다. 의사결정규칙은 대부분 원내 다수파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다수당이 선호하는 정책대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입법과정에서 소수파의 참여와 선호표출을 보장하기 위한 의사절차, 예를 들어 본회의 무제한토론제도를 제도화하는 방식으로 최종적인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협의제’적 국회 운영의 열쇠는 신뢰와 상호인정의 정치문화

우리 국회가 여전히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국회 스스로가 정한 의사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점을 들 수 있다. 민주화 이후로 국회는 의사절차에서 민주성과 대표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제도개혁을 꾸준히 해 왔고, 그 결과 국회는 적어도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나무랄 바 없는 수준의 ‘게임의 규칙’rule of game을 갖추고 있다. 가장 최근의 대대적인 개혁으로 2012년 5월의 소위 ‘국회선진화법’을 들 수 있다. 문제는 그 게임규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국회 원구성이다. 국회의 원구성 지연이 반복되자, 1994년 6월 제14대 국회에서 원구성 시한을 국회법에 규정했지만, 그 이후로도 원구성은 법정시한 내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국회 원구성 지연이 반복되었던 배경에는 ‘원내교섭단체대표간 협의’에 기반한 국회운영원리가 자리잡고 있다. 이 원리는 원구성뿐만 아니라 국회운영 전반과 입법과정을 지배하고 있으며, 국회를 ‘협의제’가 지배하는 의회로 평가하는 주된 근거이다. 국회 의사일정의 결정이나 회의소집, 처리할 쟁점법안까지도 사실상 원내교섭단체대표간의 협의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다. 교섭단체 의석비율에 따라서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문제나 처리할 교섭단체대표간 협의를 통해서 처리할 쟁점법안을 결정하는 것은 아무런 법적 근거규정이 없지만, 국회의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교섭단체대표간 협의에 기반한 ‘협의제’적 국회운영은 다수당의 독주를 막고 소수당의 참여가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된다는 점에서 승자독식winner-take-all의 ‘다수제’적인 의회운영방식(미국 하원)에 비해서 민주성과 대표성의 측면에서 더 민주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협의제적인 국회운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원내정당간의 신뢰와 상호인정이 지배하는 정치문화가 필수조건인데, 그동안 이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서 협의의 실패는 곧 입법교착이나 국회파행을 초래해 왔던 것이다.

 

집권여당과 대통령의 관계, 본분을 잊지 말아야 

협의제적 국회운영의 다른 측면은 ‘실질적 권한이 거의 없는 국회의장’이다. 국회의장이 행사하는 네 가지 권한 국회대표권, 의사정리권, 사무감독권, 질서유지권 중에서 핵심은 의사정리권이다. 입법과정에서 의장에게 재량권이 얼마나 부여되어 있는지는 국회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입법기능의 수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국회의장의 의사정리권은 상당 부분 ‘교섭단체대표의원과의 협의’를 거쳐서 행사하도록 되어 있어서 상당히 제한적이다. 

 

국회의장의 의사정리권을 제한하게 된 배경은 그동안 국회의장이 수행해 온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 사실상 대통령의 지명을 통해서 선출된 국회의장들은 국회 전체를 대표하는 중립적 중재자로서의 역할보다는 집권여당의 입법의제를 신속하게 통과시키기 위한 당파적 지도자 역할에 더 충실했다. 민주화 이전에는 법안의 날치기처리, 민주화 이후로는 주로 직권상정(심사기간 지정) 권한을 이용한 쟁점법안의 신속처리가 의장의 주된 역할이었던 것이다. 

 

2012년의 국회법 개정(국회선진화법)에서 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엄격하게 제한한 것도 결국은 국회법에서 설정하고 있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의장의 역할수행을 위한 조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법 개정 이후인 제19대 국회에서도 국회의장에게 주로 대통령 주도의 입법의제를 직권상정할 것을 요구하는 집권여당의 압박은 계속되었다. 이는 여당과 대통령과의 관계, 여야 원내정당간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당이 대통령의 정책의제가 국회에서 입법에 성공하도록 협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야당과 협조하여 대통령과 행정부의 정치권력을 견제하고 정책집행을 감독하는 것은 더욱 더 중요한 여당 역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집권여당과 대통령간의 대등하지 못한 권력관계는 여당으로 하여금 국회에서 대통령의 호위무사 역할에 집중하게 하고, 이로 인해서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은 파국적인 대립을 반복해 왔던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입법활동뿐만 아니라, 국정감사나 인사청문회와 같은 행정부 감독활동, 그리고 예산심의와 같은 재정통제 활동 등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이다.

 

국회개혁, 정당차원의 개혁과 함께 이뤄져야 

사실 국회나 국회의원에 대한 비판의 상당 부분은 국회 차원의 개혁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의 자율성 부족과 당론기속의 문제는 단순히 국회법 제114조 2항의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조문을 신설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 문제는 국회의원을 당론에 기속시키는 근본적인 원인, 즉 대통령과 정당지도부 중심의 후보자 공천제도에 대한 개혁 없이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회개혁은 각 정당차원의 개혁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영향력과 권력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해야 국민의 대표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필수적이다.

 

정치적 관행이나 정치문화적인 요인, 정치구조적인 요인으로 인한 문제들은 법·제도 개혁과 같은 단기적인 처방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나 국회차원에서 개선할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찾아나가는 노력이 쌓일 때 보다 거시적 차원의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일, 2018/07/0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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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_이게 국회냐? 

우리동네 국회의원
감시하는 방법

글. 박대용 뉴스타파 기자

 

 

6.13 지방선거가 끝난 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사진을 보면서 쓴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네티즌들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현수막 글씨 자리에 조롱하는 글씨를 입혀가며 의원들의 면종복배를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조롱하는 것에만 그친다면 그들이 받고 있는 억대 연봉이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오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할 수 있다.

 

감시 사본

 

정치인 ‘조롱’을 넘어 유권자 직접 ‘감시’로

정치인은 자신의 부고(訃告) 빼고는 언론에 나올수록 좋아한다는 얘기가 있다. 국회의원들이 상식 밖의 막말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선거가 끝난 후 유권자들은 동네 국회의원이 언론에 등장해야 그가 존재하는지 알게 되고, 다음 선거 때도 투표용지에 익숙한 이름이 적힌 사람에게 눈길이 먼저 가게 마련이다.

 

유권자들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기득권층에 유리한 발언을 하고, 동네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해도 언론이 보도해주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경영악화로 과열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국내 언론사들의 현실과 정치인 발언 중심으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의 취재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언론보도를 통한 국민의 알 권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언론보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비관할 일은 아니다. 다행히 유권자 스스로 조금만 관심을 갖고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동네 국회의원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어떤 법안을 발의했는지 어떤 법안에 찬성 혹은 반대표를 던졌는지 출석은 잘하고 있는지 등 거의 실시간으로 국회의원을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글에서는 쉽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동네 국회의원 감시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우리 동네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어느 정당 소속이고, 어떤 상임위원회 소속인지부터 알아보려면 국회 홈페이지(http://www.assembly.go.kr)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홈페이지 맨 상단 [의원활동] 메뉴를 클릭한 뒤, [국회의원현황] 메뉴를 누르거나 우측 중간쯤 [국회의원] 메뉴를 누르면 바로 ‘국회의원현황’ 검색창이 열린다.

 

우리 동네 국회의원 감시법 ① 대표 발의 법안

입법부는 법을 만드는 곳이다. 우리 동네 국회의원이 선거 때 공약한 현안을 실현하려면 예산을 확보하고,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는지 보려면 일단 그가 발의한 법안부터 살펴보자. 국회 홈페이지 중간에 검정색 바탕의 메뉴 바가 있다. 좌측 첫 번째 메뉴가 [법률안과 예결산]이고 중간에 사진을 사이에 두고 좌측 맨 위에 [의안정보] 메뉴가 있다. 그 메뉴를 누르면 ‘의안정보시스템’으로 들어간다. 의안검색 입력할 부분이 많은데, 이중에 발의자/제안자에서 ‘발의종류전체’를 클릭하면 대표발의, 1인발의, 공동발의가 열리는데, 대표발의를 선택하고 국회의원 이름을 입력한 뒤 검색 버튼을 누른다.

 

그림1 

대표 발의 법안 국회의원이 직접 발의한 법안을 검색하려면 ‘대표발의’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 동네 국회의원 감시법 ② 발언 찾기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무슨 발언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과거에 무슨 발언을 했는지에 대한 정보도 국회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 홈페이지 가운데 검정색 바탕 메뉴 중 두 번째 ‘회의공개’를 클릭하면, 좌우 메뉴가 바뀌는데, 우측 회의록 메뉴를 누른 뒤, 상단 메뉴에서 회의록 검색을 클릭하면 국회의원별 발언 내용을 검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발언자에 김진태, 내용에 지역구인 춘천을 입력하면, 김진태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발언한 내용 중 지역구 현안을 얼마나 언급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림2

발언 찾기 발언자와 내용만 입력하면, 지역구 현안을 얼마나 언급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동네 국회의원 감시법 ③ 표결 결과

어떤 법안을 발의했는지와 함께 어떤 법안에 찬성 혹은 반대표를 던졌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원의 의정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의원별 표결 결과를 보려면 회의록 파일을 하나씩 다운로드한 뒤, 회의록마다 표시된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했지만, 이제는 국회 홈페이지에서 의원별 법안 찬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국회 홈페이지 메뉴 가운데, ‘본회의 표결정보’를 클릭한 뒤 우측에 의원별 메뉴를 클릭하면 의원 이름을 선택할 수 있다. 표결이 있었던 회기별, 법안별로 찬성과 반대, 기권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검색 방법을 ‘표결결과’로 선택한 뒤, 찬성 혹은 반대를 입력해보면 해당 의원이 무슨 법안에 주로 찬성표 혹은 반대표를 던졌는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림3

표결 결과 표결결과에 반대를 입력해서 검색하면 반대표를 던진 법안만 추려서 볼 수 있다

 

우리 동네 국회의원 감시법  출석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출석만으로 평가할 순 없지만, 출석률을 통해 의정활동을 얼마나 성실하게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이 정보 역시 회의록을 하나 하나 열어봐야하기 때문에 출석을 얼마나 잘하는지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쉽게 알기 어렵다. 다행히 참여연대가 운영하는 ‘열려라국회’(http://watch.peoplepower21.org) 사이트에서 의원별 본회의와 상임위 출석률을 확인할 수 있다. 의원들이 특정 의안에 대해 반대를 하기 곤란할 경우, 아예 출석을 하지 않기도 하고, 출석은 했는데 표결은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표결과 출석 정보는 같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동네 국회의원 감시법 ⑤ 재산

공직을 맡고 나서 재산이 불어났다면 재산 형성 과정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 재산을 확인하려면 국회공보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재산정보는 재산의 추이를 살펴보기는 불편하다. 뉴스타파가 제공하는 고위공직자 재산정보공개사이트(http://jaesan.newstapa.org)에는 국회의원 이름만 입력하면, 최초 공개한 재산부터 최근까지 재산 변동 내역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동네 국회의원 감시법 ⑥ 공약

선거 때 집으로 배달되는 국회의원 후보의 공보물은 투표하고 나면 어디에 뒀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쉽게 잊히기 마련이다. 당선되고 나서 후보 시절 선거 운동하면서 유권자들에게 했던 약속을 기억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러나 다음 선거 때 과거 공보물과 현재의 공보물을 비교해보면 지난 공약은 제대로 지켰는지 재탕 공약은 없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후보의 과거 선전물은 중앙선관위 선거정보도서관(http://elecinfo.ne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서 [후보자선전물]이라는 메뉴를 클릭한 뒤, 후보의 이름만 입력하면 역대 선전물을 모두 확인해볼 수 있다.

 

그림4

공약 2012년 총선 당시 김진태 의원 공보물(좌)과 2016년 총선 당시 김진태 의원 공보물(우)

 

자신이 선거 때만 유권자고, 선거가 끝나면 세금 내는 현금인출기나 다름없다고 느낀다면, 이제부터라도 우리 동네 국회의원부터 직접 감시해보면 어떨까. 미국처럼 공직자 집에 화장실이 몇 개인지 까지 공개할 정도로 투명하지는 못하지만, 그나마 조금씩 공직자를 감시할 수 있는 정보들이 공개되고 있다. 여전히 국회가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지만, 국회의원 특수활동비도 법원 소송을 통해 공개해야 할 정보로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평범한 시민들도 이제 SNS나 블로그를 통해 기성언론 못지않은 전파력을 갖출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지역구별로 유권자들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365일 실시간 감시한다면, 선거 때뿐만 아니라, 선거가 끝난 후에도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을 주인 대접하고, 형식적 민주주의가 아닌 실질적 민주주의에 조금 더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일, 2018/07/0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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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깨뜨리기

신지예 녹색당 전 서울시장 후보

참여연대_신지예  (5)

 

경쟁을 통해 순위를 가리는 게임에서 1등이 아닌 사람이 주목받는 경우는 별로 없다. 안타깝게 2등을 한 경우라면 칭송받을 때도 있다. 우리나라가 좀처럼 메달을 따지 못하는 올림픽 종목에서 동메달을 땄을 때는 3등도 가끔 박수를 받는다. 2002년 월드컵 국가대표팀을 제외하곤 4등에게 의미부여를 한 적이 있었던가. 내가 아는 한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소선거구제하에서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선거에서 4등을 하고도 세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한 녹색당 신지예 후보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전례 없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마한 27세의 정치신인. 그녀는 선거 후 “한 달만 더 있었으면 김문수 후보를 이겼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자신의 득표율인 1.7%보다 10배 이상의 득표율(23.3%)을 올린 후보를 이길 수 있었다는 말은 젊은 정치인의 패기일까, 근거 있는 자신감일까. 지방선거가 끝나고 2주가 지났는데도 인터뷰 일정 등으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신지예 후보를 만났다. 

 

이번에 1.7%를 득표했다. 서울시장 후보 중에 4등을 했고, (소수정당인) 정의당보다 많은 득표를 했다. 결과에 만족하나?

만족 못 한다. 시간이나 자원이 더 있었으면 조금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 기탁금 5천만 원을 포함해 총 1억 5천만 원을 썼다. 캠프 내 상근자도 반상근을 포함해 10명이 안 됐고, 유급 봉사원은 전혀 쓰지 못했다. 한 캠프에서 유급 사무원을 45명까지 쓸 수 있고, 별도로 운동원까지 둘 수 있는데 굉장히 적은 자원으로 시작한 거다. 유세차도 전광판 없는 1톤짜리 트럭 1대가 전부였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나름 잘했다고 생각하고 유권자들에게 감사드리지만, 자본이나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거 같다. 

 

선거 기간이 짧아서 아쉬웠던 부분이 뭔가.

선거 기간에 할 수 있는 홍보방식이 제한되어 있다. 광고도 TV나 신문 지면, 또는 온라인 밖에 안 되는데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호별 방문도 안 되니까 후보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유세차에 스피커 달고 다니거나, 후보자와 후보자가 지목한 1인이 명함을 돌리는 게 전부다. 13일밖에 안 되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제한된 방식으로밖에 홍보할 수 없으니 유권자를 만나기 어렵다. 유세 기간에 후보자라고 못 밝히는 거나 호별 방문이 금지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해외에서는 호별 방문이 전통적인 운동방식이다. 누구를 뽑았고,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선거 때 투표를 안 했거나 다른 정당에 투표한 사람을 설득한다. 물론, 금품수수 때문에 호별방문을 금지한 것도 있지만 소수정당 입장에서는 호별 방문도 안 되고, TV토론에 나갈 수도 없고, 여론조사에서도 배제되니까 후보자나 정책에 대해 알리기 어려운 조건이다.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벽보가 훼손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비교적 온순한 사진을 골랐는데, 시건방지다는 얘기를 들어서 깜짝 놀랐다. 더 독한 사진이 많았는데….(웃음) 후보자가 나이도 어리고, 여성이고, 살짝 옆으로 째려보는 거 같은데 페미니스트라고 하니까 그런 거 같다. 

 

당차 보인다고 표현할 수도 있는데 ‘시건방지다’라고 표현한 게 단순히 사진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시건방지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게 더 신기했다. 누군가에게 시건방지다고 얘기할 수 있는 건 본인이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할 때만 가능한 거 아닌가. 그런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시건방짐이 부럽더라. 

 

지금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건가?

안 되고 있는 거 같다. 경찰이나 선관위가 굉장히 미온적이었다. 몇몇 지역 선관위는 경찰에 신고도 안 했더라. 징역 2년에 처할 수 있는 중대 범죄인데 선관위가 신고도 안 하고 벽보를 다시 붙이라고만 했다. 강남은 21곳이 연쇄적으로 훼손됐는데, 범인은 한 명밖에 못 잡았다. 

 

포스터

신지예 녹색당 전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포스터 ⓒ신지예 선본 

 

여러모로 어려운 조건에서 선거를 치렀는데, 홍보 전략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뭔가?

매번 선거 때마다 녹색당이 직면한 문제는 언론의 무관심이었다. 안 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관심을 안 가지는 건데, 그럴 때마다 택했던 방식은 스스로 콘텐츠를 만드는 거였다. 이번에도 절반 이상이 홍보국이었다. 콘텐츠 기획하고, 영상 만들고, 사진 찍는 것들에 중점을 뒀다.

 

효과가 있었다고 보나? 

그것 외엔 방법이 없다. 잘한 선택이긴 하지만 더 많은 정책이 드러나지 못해서 아쉽다고 생각한다. 근데 선거에서 시민들이 인지하는 건 딱 한 단어다. 문재인은 적폐청산, 박원순은 미래. 생태와 페미니즘이 모두 들어간 ‘에코 페미니즘’이나 ‘평등주의자’를 고민하기도 했는데 페미니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녹색당은 선거에서 진정성을 담으려다보니 너무 많은 메시지를 발신하는 게 문제였다. 이번에는 그런 방식을 뛰어넘고 싶었고, 어느 정도 효용성을 봤다고 생각한다. 

 

녹색당, 하면 보통 환경이나 생태를 떠올리는데 메인 슬로건을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고 잡은 이유가 있나? 

일부 당원들이 반박하기도 했는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페미니즘 이슈라고 생각했다. 한국 사회는 개발 성장주의를 중심으로 누구를 착취하거나 배제, 차별하는 걸 눈 감거나 당연한 걸로 만들었다. 핵발전소, 전쟁 위협, 사드 배치 같은 것들이 그런 가치관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우리 정치의 절반이 여성이었다면 한반도에서 이 정도까지 대립각을 세우는 게 가능하지 않았을 거다. 녹색당은 모든 위원회와 당내 조직 신설시 여성이 과반이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녹색당 후보자의 78%가 여성이었다. 여성을 착취하는 구조를 가지고 어떻게 생태주의, 녹색정치가 가능하겠나. 앞으로도 페미니즘은 녹색당의 주요 가치로 전면에 내세울 생각이다.

 

페미니즘 실현을 위해서는 양적으로 여성의 정치나 사회참여 비율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고, 돌봄이나 성폭력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한다.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근래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한국은 진짜 다이내믹한 거 같다. 흐름이 있는 게 아니라 팝콘 튀기듯 동시다발적으로 이슈가 튀어나온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어려운 문제인데, 일단 여성 정치인 수가 늘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후보 비율이 광역단체장은 8%, 기초자치단체장은 4%였다. 여성 후보자를 찾기 굉장히 어렵다. 우리나라 선거권이 남녀 모두 1948년에 생겼는데, 당시 국회의원 여성후보자 비율이 3%였다. 70년 동안 여성의 정치 참여가 크게 늘지 못했다.

 

선거운동

6월 7일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숙명여대 앞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신지예 선본(남어진) 

 

메인 슬로건은 ‘페미니즘 서울시장’이라고 걸었지만, 서울시의 가장 큰 문제를 부동산 개발정책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페미니즘은 여성 정책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 세상을 보는 가치관이다. 착취당하거나 억압받지 않고 모두가 평등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주거 정책은 굉장히 착취하는 구조다. 헌법에도 주거권이 명시되어 있지 않고, 재산권을 우선한다. 법이 세입자 보호보다 임대인의 재산 증식에 주목한다. 현행 임대차 계약 기간이 89년에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뒤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정치가 작동하지 않음을 자명하게 보여주는 것 아닌가. 서울시장은 입법권이 없지만,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주택 정책을 제시하고자 했다. 서울시민의 절반이 세입자다. 공약 중에 임대차 계약서를 전자문서화하겠다는 게 있었는데, 그러면 각 지역의 전월세 계약 현황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전월세상한제로 나아가는 토대가 마련되면 정주성이나 안정성이 크게 늘어날 거다.

 

그동안 박원순 시장도 개발, 재개발에 제동을 거는 정책들을 펼쳤는데 미흡하다고 보는 건가?

그렇다. 이번에 박원순, 김문수, 안철수 세 시장후보가 공통적으로 지하개발 사업 추진을 공약했다. 주요 간선도로를 지하화하는 건데, 세계에 유례없는 깊이와 넓이의 도로다. 민간기업, 국토부, 서울시가 공동 투자한 건데 지하 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어떻게 처리하고, 미세먼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건지에 대한 계획 없이 추진되고 있다. 박원순 시장 하에서도 재개발, 재건축 허가가 많이 나거나, 젠트리피케이션이 반복되는 것도 문제다. 

 

박원순 시장 정책 중에 공용자전거 ‘따릉이’나  마을만들기 사업은 녹색당 가치랑 맞닿는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따릉이는 잘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자전거 도로가 확보되지 않은 것이나 자전거 주차 위치가 도로와 인도 사이라 사고 위험이 있는 부분이 조금 아쉽긴 하다. 마을 만들기 정책은 회의적이다. 남성들이 마을 이장이나 센터장을 담당하지만, 주로 여성들이 임금이나 보상 없이 일하고 있다. 마을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주성이다. 그 마을에 10년, 20년 살면 꼭 마을을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이웃을 만나게 되고, 갈등이 생겨도 풀어나가려는 힘이 작동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체가 서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가능해진다.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마을의 문제가 뭔지 가늠하기 어려우니까 시의원, 구의원에 관심이 별로 없다. 마을만들기는 상의하달식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참여연대_신지예  (1)

 

신지예 후보도 그렇고, 제주도지사로 출마한 고은영 후보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원은 좀 늘었나? 

조금 늘긴 했는데, 원래 총선이나 대선에 비해 지방선거는 당원 가입으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 

 

2020년 총선까지 당원을 늘리기 위한 전략은 세웠나?

1년 10개월 남아서 이제 선거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 녹색당을 원내 진입시키고 싶다. 녹색당은 기성 정당들과 다른 독특한 정당이다. 당내에 계파가 없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니까 정치적 다양성이 생긴다. 느리고 비효율적인 것도 있지만 그것들을 6년 동안 잘 쌓아왔다고 생각한다. 잃을 것이 없으니까 당내 민주주의든, 선거 대응이든 과감하게 했다. 이런 사람들이 국회에 진입했을 때 얼마나 용기 있게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원내진입을 넘어서 교섭단체까지 만든다는 생각으로 1년 10개월을 준비하려고 한다. 그동안 해본 적 없는 방식의 선거를 치러야 할 때가 온 거 같다. 그동안은 최대한 자생적으로 정치하고 내부에서 정치인을 길러내는 순결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외부 사람들도 영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내에서 운영하는 좋은 민주주의제도는 뭐가 있나?

추첨제 대의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나도 추첨으로 대의원으로 뽑혀서 활동을 시작했다. 시스템이나 맥락을 전혀 모르는 당원이 추첨됐을 때는 난감한 면도 있지만, 당원 교육을 통해 시민성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의미있게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공천제 없이 추첨으로 후보를 추리고, 경선 토론회를 거치고, 100% 당원들이 투표를 하니까 권력자가 자리를 주는 게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대의원 추첨제가 아니었으면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신지예가 없었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 열려 있기 때문에 후보로 나갈 수 있었던 거다. 바른미래당이나 민평당에 있었으면 내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갈 수 있었겠나? 아무리 깨어있는 사람이어도 공천제 안에 들어가면 정치 카르텔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나를 공천해준 사람에게 충성을 맹세해야 하니까. 해당지역 국회의원이 추천한 사람이 구청장 되고 시의원 되는 구조를 못 벗어나는 지역도 많지 않나. 녹색당은 그런 것에서 탈피할 수 있는 좋은 제도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녹색당 후보 중 78%가 여성인 것도 일부러 만든 게 아니다. 여성 과반제가 실시되고, 공천제가 없어서 가능한 부분이다.

 

앞으로 계속 정치를 할 생각인가?

유권자들을 만나보면 신지예 개인에게 기대고 싶어 하더라.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고, 거기에 평생을 바칠 생각을 하고 있지만 특정 인물이 세계를 바꾸는 게 아니라 집단이 정치를 하면서 서로 견제하고 좋은 정책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또 한 인물이 정치를 오래하면 부패하게 된다. 아무리 신적인 존재라고 하더라도 정치인을 오래하면 기득권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래도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려면 권력을 가져야 하는 거 아닌가.

본인들의 이해관계나 기득권만을 지키는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국회에 기자회견 하러 갈 때마다 비참함을 느낀다. 시민들은 뒷문으로 들어가게 하니까 위축되는데, 의원들은 정문으로 고개 빳빳하게 들고 다닌다. 그들이 받는 월급이나 처우가 그런 문화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민의를 반영한 민주주의적 권력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신지예를 지지해준 분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녹색당뿐만 아니라 나도 정치적 실험과 도전을 해나가고 있다. 녹색당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 정치 흐름을 바꾸어 나가고 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한국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당장 2020년 총선부터 세계를 바꾸기 위한 녹색당의 전방위적 도전들에 함께 해주길 부탁한다.

 

투명성의 강제는 기존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 투명성 속에는 기존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의문시하는 부정성이 들어 있지 않다. 투명성은 시스템의 외부를 보지 못하고, 그저 이미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고 최적화할 뿐이다. 따라서 투명사회는 포스트정치와 일치한다. 완벽하게 투명한 것은 오직 탈정치화된 공간뿐이다. 지향점 없는 정치는 (지향점 없는) 국민투표로 전락한다.

- 한병철 『투명사회』 중에서 

 

현대의 선거제도는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후보등록, 선거운동, 선거결과의 공개는 선거법에 따라 정해진 기준과 절차를 따른다.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듯한 선거제도는 일견 공정해 보인다. 그러나 만 25세 이상이고 5천만 원의 기탁금을 낼 수 있어야 입후보가 가능한 조건부터, 이전 선거에서 원내 진입한 정당(정당득표율 3% 이상)의 후보자이거나, 원내 의석이 5개 이상 있는 정당의 후보자, 이전 선거에서 5% 이상의 득표율을 얻은 후보자만이 참여할 수 있는 TV 토론까지 신생 정치인이나 정당은 접근할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한다. 표면적으로 누구든 ‘가능하다’는 메시지 뒤에 교묘하게 설치된 유리천장은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음’을 선사한다. 투명성과 공정성의 외피를 쓴 불합리한 선거제도의 ‘유리천장’은 언젠가 깨져야 한다. 신지예 후보 같은 정치인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이선희 미디어홍보팀 팀장 

사진. 김경희 미디어홍보팀 간사 

 

 

일, 2018/07/0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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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한 그루의 나무를 세우며

홍성희 회원 

 

“오늘 정말 감개무량하네요, 언니랑 나랑 이런 자리에서 이렇게 다시 만난다는 게. 우리 얘기가 꼭 들어가면 좋겠어요. 이렇게 마주 앉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동적인지.”

우리 이야기라….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2009년. 그해 5월 바보라 불리던 한 남자가 죽었고 그 죽음은 두 아이의 엄마로서 평범한 일상을 살던 나를 세상 밖으로 불러냈다. 그 무엇도 더 이상 유예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 휩싸여 내가 처음 찾아간 곳은 참여연대. 그곳에서 아카데미느티나무 간사로 일하고 있던 그녀를 처음 만났다. 모든 것이 낯설어 그녀의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던 나, 그런 나를 무심한 척 살뜰히 챙겨주던 그녀. 10년 전의 기억들은, 따뜻하기만 하다. 

 

홍성희

 

인연 하나 - 느티나무 

“참여연대에 처음 발을 디딘 건 2004년 NGO대학원에 다닐 때, 데이터 정리하는 알바를 하러 왔었어요. 그 이후 풀뿌리운동 쪽에 관심이 있어 동북여성민우회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참여연대에서 다시 연락이 왔죠. 시민교육 사업을 준비 중인데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그때가 2006년이었고, 참여연대에 시민교육만을 위한 기관인 ‘아카데미느티나무’가 만들어진 건 2009년인데….”

 

이 따옴표 속에 들어가 있는 문장 몇 개는 대략 30분 정도 이어진 이야기를 요약한 것이다. 질문 하나를 던진 것뿐인데, 그녀의 대답 속엔 낯선 이름들이 끝도 없이 등장하고 10년 전 참여연대가 걸어갔던 발자취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처음엔 시민참여팀 안에 시민교육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제가 시민교육만을 위한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부서를 따로 꾸려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죠. 참여연대만이 해낼 수 있는 시민교육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의 아카데미느티나무를 출발시켰다는 자부심도 솔직히 있어요.”

 

2009년 봄, 허름한 맥줏집에서 그녀는 내게 대뜸 물었다. “미술 좋아하세요?” 당시나 지금이나 겸손과는 거리가 먼 나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두 번 읽었다며 허세를 피웠고 그 대화 후 자원활동가로 강의 스텝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올해로 10년째 느티나무와 인연을 맺어 오고 있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이내 이곳을 떠났다. 

“학생운동, 시민운동 이런 것들도 좋지만 한번 사는 인생인데 다른 식으로 살아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죠. 당시 전체 시민운동 판에도 그런 담론이 형성되고 있었고요. 앞으로의 시민운동에 대한 고민 같은 것들, 활동가나 운동조직 중심의 활동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일단 참여연대에 아카데미느티나무가 만들어졌으니까 한이 풀리기도 했고요.”

 

그러나 그녀가 그토록 애정했던 이곳을 떠난 진짜 이유는, 아팠기 때문이다. 

“당시 많은 선후배들이 아카데미 사업을 이렇게 벌여놓고 나가는 게 어딨느냐고 만류했어요, 책임감, 미안함도 있었지만 몸도 마음도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여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죠. 보통 하루에 3~4시간 자고 일했으니까.”

아카데미느티나무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서른셋,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태워 나무 한 그루를 세워놓고 그녀는 그해 겨울 춘천으로 떠났다. 

 

인연 둘 - 산골 유학

시골 느낌은 나는데 서울과 너무 멀지 않아 선택했다는 춘천. 그곳에서 처음 맞이한 겨울을 그녀는 내내 잠만 자며 보냈다. 

“한 3개월은 정말 잠만 잤어요. 그러다 이장님을 만났는데 마을 초등학교가 폐교 위기에 있다고, 그걸 막기 위해 ‘산골 유학’을 할까 하는데 아이들 좀 맡아 키워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시골 사람들의 정서는 남의 자식을 맡아서 키우는 걸 꺼린다면서 저더러 산골유학 1호집이 되어달라고 하셨죠. 근데 전 아이를 키워 본 적이 없으니까 처음엔 무척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나도 쉬고 싶어서 여기 왔으니까 산골 유학 온 아이도 그냥 놀고 쉬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근데 실제로 해 보니까 가사노동이란 게 너무나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한 일이더라고요.” 

 

처음엔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키울 생각이었다. 중·고등학생이 되어 사춘기에 들어간 남자아이를 맡을 엄두는 도저히 나지 않았다. 그러나 길고 긴 사연과 인연을 거쳐 그 아이와 함께한 세월이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도시병에 찌들어 있던 아이는 산골에서 그녀와 함께 쉬고 놀며 자랐고 지금은 근사한 사격선수가 되어 고등학교 기숙사에 머물고 있다. 

“그 아이를 제게 맡기러 왔던 할머니의 표정이 지금도 잊히지가 않아요. 애 키운 경험도 없는 33살의 여자한테 자신의 금쪽같은 손주를 맡겨야 하는 참담함 같은 게 보였죠. 근데 한 달 두 달, 1년 2년 지나면서 아이가 달라지니까 나중엔 저한테 모든 걸 맡기시더니 끝까지 저를 믿고 응원해 주셨어요.”

 

그 경험을 통해 그녀는 육아정책이 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사람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행복하고 아이 키울 맛이 나야 결국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아이를 낳은 적도 없는데 아이 키우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주양육자로서 응원받고 지지받은 것 모두.” 

 

자연과 더불어 아이를 키웠던 10년이란 세월. 그 안엔 그녀가 경험하고 배우고 성장한, 가슴 벅찬 이야기들이 빼곡하다. 

“저는 생물학적 부모가 아니었기에 그 아이의 과거나 미래를 고민하지 않았어요. 이 아이가 나중에 뭐가 되면 좋겠다는 욕망 같은 게 없었죠. 오로지 그 친구의 현재 감정만 보다 보니 아이가 보여주는 작은 발전들, 아이의 미세한 감정 변화 같은 것들을 볼 수 있었던 거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 부모’의 존재가 무척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핏줄로 맺어지지 않은 사람들끼리 가족을 이루고 살았던 경험. 그 안에서 그녀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 하나를 발견했다. 

“내가 낳지도 않은 아이를 키우면서 저는 이런 게 바로 ‘사회적 케어’라고 생각했어요. 이제 우리도 ‘사회적 모성, 사회적 부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처럼 비혼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도 모두 사회적 모성으로 다른 아이를 같이 볼 수 있어야 해요. 그렇게 되었을 때 우리 사회는 더 안전하고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산골

춘천 산골유학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   출처 홍성희 페이스북

 

인연 셋 - 판도

인터뷰는 최근 그녀가 만든 정신분석센터 ‘판도’에서 이뤄졌다. 공간이 너무 근사해서 한참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실내에서 바라보는 바깥의 풍경도 서울의 한복판답지 않게, 아름다웠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빈 둥지중후군’ 같은 게 찾아왔어요. 언젠가 아이들은 떠날 테고 그럼 나도 다시 내 삶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취직도 생각해 봤는데 산골에서의 10년, 그 정신없이 재밌고 강렬했던 경험을 가지고 찾아갈 마땅한 일자리는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런 일자리를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뜬금없이 등장한 것 같지만 사실 ‘정신분석’이라는 키워드는 그녀 인생의 오랜 동반자다. 참여연대에 있을 때 받기 시작한 정신분석을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는 중이며 그 사이 본격적으로 공부도 시작했다. 춘천에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하며 이어진 오랜 공부의 결과가 지금의 ‘판도’이다. 

“2009년이 제겐 여러모로 힘든 해였던 것 같아요. 특히 엄마와 관련된 상처가 많았죠. 학생운동을 하며 수배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모든 게 정리되고 제가 집에 돌아갔을 때, 그즈음에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우리 엄만 나 때문에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셨구나 하는 죄책감,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험, 그런 것들 때문에 많이 약해져 있었어요. 그때 우연히 아카데미느티나무를 통해 정신분석 분야에 인연이 닿았는데, 그때 만난 상담사와 7년 넘게 상담했어요. 거기서 안 토해낸 게 없는 거 같아요. 정신분석 공부를 하면서 나의 유년기도 떠올리게 되었고, 이론과 마음과 현실이 합일되는 그런 찐함을 느꼈던 거 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상담도 받고 공부도 하고, 깨닫고 배우는 중입니다.”

 

‘판도’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정신분석을 통한 상담뿐만 아니라 상담사들 사이의 학문적인 연구와 교류가 가능한 공간이며 더 나아가 정신분석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 또는 전문가들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수익 면에서 보자면 교육 프로그램은 운영하는 데 부담만 되는 게 사실이에요. 그럼에도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이유는, 사람은 한 번의 계기로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그게 변화로까지 연결되려면 내 것으로 씹어서 먹는 경험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구체적인 공간에서 만나고 같이 경험하고 또 그걸 서로 나누고 하는 작업을 지향하는 거죠.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교육만이 그 사람의 일상과 내면을 바꾸고 지혜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시민교육은 너무 중요하죠.”

 

이런 그녀의 뜻에 공감한 많은 이들이 판도의 출발을 도왔다. 무려 76명이 4억에 가까운 돈을 판도에 투자를 해주었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지금도 주주들을 모집 중이라고. 그녀가 꿈꾸는 판도의 미래는 ‘시민의 힘으로 만들고 뻗어 나가는, 정서적 성숙과 내면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전문적인 공간’이다. 

“상담은 아픈 사람이 받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의 어떤 것에 대해 들여다볼 용기가 있는 사람이 하는 작업인 거죠. 내면이 건강해야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거. 판도가 이런 사회적 담론을 세워나가고 확장시킬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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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센터 ‘판도’는 학문적 성숙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하는 공간, 정신을 다루는 안전한 공간이다 

 

나무를 세우는 사람

미국 유타주에는 ‘판도Pando’라고 불리는 무려 8만 살 먹은 사시나무 군락이 있다. 구석기 시대에 씨앗 하나로 시작되었을 이 생명체는 지금 4만여 그루의 나무로 자라났다. 신기한 것은, 이 나무들이 모두 같은 뿌리에서 뻗어 나왔다는 것이다. 정신분석센터 ‘판도’는 뻗어 나간다는 의미를 지닌 이 라틴어에서 따왔다. 

“이 사회를 이루고 있는 우리는 ‘정서적 공동체’예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죠. 더 성숙한 이가 있어 그가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돌봐주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살아가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돌봄’이라는 말은 좀 일방적인 느낌이 들어요.”

 

이 글을 쓰는 내내 나는 5권짜리, 2400쪽 분량의 소설 『레 미제라블』을 20쪽의 동화책 『장발장』으로 요약, 편집한 이의 고통에 대해 생각했다. 대답 좀 짧게 하라는 나의 구박에도 꿋꿋이 자신의 대서사를 이어가던 그녀. 단순한 질문 하나에도 그녀의 대답은, 사건의 시원始原에서 시작하여 드넓은 벌판을 지나 끝을 알 수 없는 대양으로 도도하게 흘러만 갔다. 그 긴 이야기 안에는 일일이 기억할 수도 없는 수많은 이들의 이름과 가슴 벅차오르는 소중한 인연들과 귀하고 강렬한 경험들이 무수하게 흩어져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그렇게 하나로 얽혀있다는 4만 그루의 나무를 닮아 있었다.

 

유구한 세월 동안 땅속을 흘렀을 나무의 뿌리와 그 생명력에 대해 생각한다. 10년 전 느티나무라는 한 그루를 참여연대에 세웠던 사람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누군가와 소주 한잔할 수 있는 2천 원이 항상 자신에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녀는, 또다시 우리들 가운데 나타나 판도라는 나무 한 그루를 세웠다. 

오늘, 그 나무 아래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 사이로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맑은 바람 한 줄기가 지난다.  

 


글. 호모아줌마데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애 엄마. 2007년 참여연대 회원 가입과 동시에 자원활동 시작.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백인보’라는 코너에 비정규적으로 인터뷰 글을 쓰고 있음. 특기사항 : 합기도 빨간띠.

사진. 이영미, 이한나 미디어홍보팀 간사

 
일, 2018/07/0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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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전 여름의 기억,
김수경

 

1990년 6월 5일 대구 경화여고, 오후 5시를 살짝 넘은 시각. 고3 수험생 수경이는 청소 시간에 짬을 내어 친구 소연이와 교문 앞 문구사에 들르려던 참이었다. 열 명 남짓의 학생들이 드나들던 교문 앞에서, 체육교사 서 모 선생이 수경이와 소연이를 불러 세웠다. “너희같이 기분 나쁜 놈들은 처음이야.”라는 폭언과 함께 시작된 구타는 체육실 앞까지 이어졌다. 많은 학생들이 보는 앞이었다. 

 

선생은 눈물을 흘리는 소연에게 수돗가로 씻으러 가라고 했고, 혼자 남은 수경에게 퇴학처분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 학생회 총무 부장이었던 수경은 음악실에 쓰러져 있던 소연을 집에 데려다준 뒤, 학교로 돌아와 짝꿍에게 학생회장이자 친구인 은남에게 “어렵더라도 학교를 잘 이끌어 가라”는 내용을 써둔 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한 뒤 7시쯤 학교를 떠났다. 그녀는 고2 담임선생님께도 편지를 부쳤고, 그 후 영남대로 향했다. 수경이는 인문관 4층 옥상에 생전 마지막으로 머물렀다. 그가 몸을 던진 곳에는 부모님께 남긴 16절지 크기의 유서가 놓여있었다. 그의 부모님 또한 교사였다. 그가 차가운 바닥에서 발견된 것은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전교조 교사 대량 해직사태와 고등학생운동

“성적 때문에 비관 자살했노라고 왜곡되는 게 싫어 유서를 남깁니다.”

지금으로부터 29년 전인 1989년 5월 28일. 연세대에서 1년여의 준비 끝에 전국교직원노조(이하 ‘전교조’)가 결성되자마자 그들이 처음으로 해야 했던 일은 그들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었다. 600개 분회 2만여명의 조합원들로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1,500여 명의 교사가 해직되는 국면으로 이어졌고, 대구 경화여고도 6명의 교사가 해직되었다. 그중에는 당시 고2였던 수경이의 담임선생님도 포함되어 있었다. 수경이는 그 반의 반장이었다. 그녀는 해직교사들에 대한 징계철회를 요구하는 크고 작은 10여 차례의 학내 시위를 이끌었다. 전교조 자료에 의하면 교육 당국의 조기방학 시도에도 불구하고 89년 여름 전국적으로 211개 학교, 34만 명의 학생들이 징계철회 시위에 참여했다고 전해진다. 

 

전교조 교사 대량 해직사태로 인한 일시적 해프닝 정도로만 언급되는 고등학생운동(이하 ‘고운’)의 실체는 민주화 과정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고등학생들만의 자생적인 민주화운동의 흐름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학생회 직선제를 비롯해 학생들 스스로 제기한 학내 민주화 요구가 많은 학교에서 실현되었고, 1987년 대선 국면에서는 서울지역고등학생연합회가 명동성당에서 부정선거 항의 농성을 펼치기도 했다. 

 

해직 사태가 있고난 뒤 김수경 또한 학생회장 선거 출마를 준비했었다. 학교 측 후보에 맞서 표 분산을 우려한 친구 차은남 선본의 제안을 받아들여 후보를 양보하고 찬조연설까지 하며 학생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학생회를 꾸린 수경이었다. ‘빨갱이’, ‘운동권’ 등의 수사를 붙여가며 수경을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미성숙한 존재들은 고등학생이 아닌 어른들이었다. 수경의 장례식이 있은 다음날 오전, 학교 측은 학생조회를 열어 수경이의 친구들인 고3을 제외한 1~2학년 학생들을 세워두고, 성격파탄자, 동맥을 끊은 자국 등을 언급하며 고인을 폄훼하였다. 그해 충주고 휴학생 심광보를 비롯한 고등학생의 희생이 연달아 이어졌다. 그 다음해 1991년 5월 분신 정국에서는 전남 보성고의 김철수가 참교육을 외치며 분신했고, 당시 분신했던 8명 중 박승희, 김영균, 천세용, 김철수 4명은 고운에 참여한 이들이었다. 분신 정국을 수습하고자 노태우 정권이 등용한 총리는 전교조 해직사태를 주도했던 문교부 장관 정원식이었다.

 

김수경

1990년 6월, 당시 대구 경화여고 고3 학생이었던 김수경 열사는 전교조 교사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던 끝에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고운의 정신, 오늘날 청소년 인권운동으로 이어지다

2004년 김수경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고, 그 이듬해 대구 경화여고 졸업식에서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 한 세기가 바뀌면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과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운동을 거치면서 고운이라는 이름도 청소년 인권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진화했지만, 사회구성원으로서 엄연히 존재하는 학생, 청소년들의 요구는 여전히 사회의 관심으로부터 빗겨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발의 되었던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수경이의 학교가 있던 대구에서는 박근혜 정부 여가부 장관 출신으로 국정교과서, 정유라의 이대 특혜 입학, 국정 역사교과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옹호 전력이 있는 강은희 후보가 지난달 교육감으로 당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운동’이라는 단어가 한 시대에만 고립되어 있을 사어死語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단견이 될 수 있다. 학생시절을 보낸 고등학생 활동가들도 28년 전의 자신만큼의 자식들을 가진 성인이 되었다. 그들 중 많은 수가 대학, 노동, 시민단체, 정당의 주력 활동가로 성장했다.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을 것 같았던 그들의 이야기는 고운에 참여했던 사람들 그들 스스로의 손으로 기록되었다. 하명희의 소설 『나무에게서 온 편지』, 박명균 수필집 『나는 언제나 술래』에는 고운에 참여했던 기억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양돌규의 석사 논문 「민주주의 이행기 고등학생운동의 전개과정과 성격에 관한 연구」는 당시 고운과 현재 청소년 인권운동의 맥락을 촘촘히 총괄하고 있다.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서 파고다 공원 앞 단독 집회를 열었던 수백여 명의 청소년들처럼 모순이 있는 시위 현장에서 청소년의 대오 또한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 스스로가 모순의 담지자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운명을 스스로 책임질 주체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집회

2017년 11월 청소년들만으로 개최됐던 박근혜 퇴진 촛불 시위

 


글. 권경원 다큐멘터리 <1991, 봄> 감독

<1991, 봄>은 1991년 4월 26일부터 5월 25일, 강경대 열사로 시작해 김귀정 열사까지 국가의 불의에 저항한 11명의 청춘들과 당시 유서대필, 자살방조라는 사법사상 유일무이의 죄명으로 낙인 찍힌 스물일곱 살 청년 강기훈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일, 2018/07/0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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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남성과 자국 여성

 

국경을 넘나드는 ‘디아스포라’의 시대 

지난 6월 세계난민의 날을 하루 앞두고, 유례없이 난민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제주에 약 500여 명 정도의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가 머무르고 있다고 전국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청와대 인터넷 국민청원게시판에 “제주도 불법난민 신청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 개헌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오자 그 지지자가 며칠 만에 20만 명을 훌쩍 넘었다. 갑자기 다가온 익숙하지 않은 나라 예멘, 그곳의 상황을 알려고 하기보다 당장 이곳의 위험을 염려한다고 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미 자의적, 타의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국경을 넘나든다. 외국인노동자와 결혼이주민, 그리고 난민을 포함해 다민족, 다국적의 이주자들이 ‘지금-여기’에 이미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더 많은 자산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이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선택이기도 하다. 특히 난민은 정치적이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절박하게 자신의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 중 다수는 근대 제국주의 국가들이 자행한 식민지 지배와 지금까지 지속되는 그 후과(後果)로 그 나라의 안과 밖에서 분쟁이 지속되어 이주를 감행한다.

 

예멘 역시 지리적 요충지로서 예로부터 밖으로는 강대국의 통치와 개입을 받았고, 안으로는 이념과 종교에 따라 나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분단과 통합, 그리고 충돌을 거듭하는 와중이다. 그리고 현재 한국도 ‘재외동포’ 700만 시대를 살고 있다. 여기에도 식민과 분단, 그리고 전쟁과 냉전으로 고향을 떠나는 디아스포라(diaspora)의 역사가 면면하다. 자이니치와 까레이스키, 조선족 및 탈북민 모두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이주해야만 했던 이들이다. 한국이 스스로의 ‘정통’으로 헌법에 새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자체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설립된 국민회의까지를 결합한 난민들의 망명정부였다. 물론 이 과정에는 당연히 ‘여성 난민’들도 동참하고 있었다.

 

청원

지난 6월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참여인원은 6월 25일자 기준으로 40만 명을 넘었다

 

외부의 남성으로부터

내부의 여성을 보호하라?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도 불구하고, ‘우리’에 대한 위협으로 난민을 생각하는 공포는 힘이 세다. 예멘 난민에 대한 뉴스가 온 매체를 뒤덮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반(反)난민 정서가 일렁였다.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그들이 나의 직업과 세금을 빼앗지 않을까’하는 반사적인 적개심을 갖는 이들에게는 난민을 둘러싼 각종 ‘팩트체크’로 반박이 가능할지 모른다. 예를 들어 지난 25년 동안 한국은 UN 난민협약 가입국이면서도 난민인정률은 3%에 불과했다. 이는 세계평균 38%에 절대적으로 못 미치는 수치이고, 이마저도 작년에는 1.5% 언저리로 떨어졌다. 가장 반감을 샀던 난민 신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비 지원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약 3% 정도의 난민에게만 적용됐을 뿐이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남성 난민’을 받아들이면 자국 여성에 대한 위험이 증가한다는 즉각적인 우려다. 예멘에서 온 난민 신청자 중 대다수가 남성임이 알려지자, 이 난민 남성이 한국 여성을 강간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반대의 증거로 나왔다. 그런데 이러한 ‘외부의 남성으로부터 내부의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는 가부장적 민족주의자들의 유구한 화법과 일치한다는 데에서 문제적이다. 이는 ‘제국의 남성이 억압된 식민지 여성을 구할 수 있다’는 제국주의자들의 논리와 정확히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민족주의와 제국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언제나 여성의 몸을 경유하여 주장된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전시(戰時) 성범죄는, ‘자연적인 것’으로 주장되는 남성의 성욕 때문이 아니라, 타자의 완전한 절멸을 기도하기 때문에 자행된다. 그리고 이것이 가장 최상의 남성성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믿음에서 조직적으로 방조 된다.

 

난민 남성과 자국 여성의 이분법 너머,

지금-여기를 사유할 때  

그러므로 단지 남성이라는 생물학적 의미가 아니라, 특정 사회에서 어떠한 특징을 ‘남성적인 것’으로 승인해왔는가가 주목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난민이라는 상태 혹은 난민 남성성이란 과연 강간과 어떠한 관계를 가지는지, 그와 관련해서는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은 통계를 낼 사건 자체가 희소하다. 다만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만은 확실하며, 여기에 예멘 혹은 무슬림에 대한 통계는 따로 집계된 적이 없다. 그리고 만일 범죄행위의 책임을 오롯이 인종적 지표에 귀속시킬 수 있다면, 지금 여기에서 가장 먼저 추방되어야 할 존재는 따로 있을 것이다. 

 

더 중요하게는 난민 문제를 ‘남성 난민에 의한 자국 여성의 위험’으로만 접근한다면, 민족과 인종, 그리고 종교와 젠더·섹슈얼리티가 어떻게 결합하여 난민의 문제를 만드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런 논리에서 실종되는 존재는 오히려 ‘여성 난민’들이기도 하다. 과연 남성 난민의 위험을 말하는 것만큼, 그 40여 명 예멘 여성들이 어떤 상황인지 질문했는지. 지금 국제적 규준에 맞게 적절히 난민을 단계적으로 수용하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갈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남성 난민뿐 아니라 이들과 더불어 어떠한 여성들이 함께 왔는지, 혹은 다른 여성들은 어디로 갔는지를 이해할 기회도 사라진다. 이미 한국 사회는 단일 민족으로 볼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하여 ‘지금-여기’에서 필요한 것은 난민 남성과 자국 여성이라는 이분법 너머를 적극적으로 사유할 용기가 아닌지. 

 


글. 류진희 성균관대 강사 

동아시아학과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했다. 탈/식민 서사, 장르, 매체를 횡단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와 매체/장르/언어를 횡단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관심 있다. 『양성평등에 반대한다』,『소녀들』,『그런 남자는 없다』를 같이 썼다. 

일, 2018/07/0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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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소복이

혼자 살다가 짝꿍과 살다가 아기까지 셋이 사는 이 생활이 어리둥절한 만화가입니다.

 

 

이럴줄몰랐지023_01이럴줄몰랐지023_02

일, 2018/07/0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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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휴가를 떠나지 않아도
전혀 부럽지 않아(도 괜찮아)?

 

확실히 휴가철이다. 내가 휴가를 쓰느냐 쓰지 못하느냐는 무관하다. 나도 여름휴가 계획이 없으면서 사람들을 만나면 여름휴가는 언제냐고 묻는 한심한 처지이니, 내가 휴가를 가든 못 가든 괘념치 않고 나에게 여름휴가 계획을 물어보는 이들을 탓할 이유도 없다. 다행히 휴가를 떠나지 못하더라도 휴가 준비는 할 수 있다. 무슨 말이냐고? 말 그대로다. 올여름에 휴가를 가든 못 가든 언젠가는 휴가를 갈 수 있을 테고, 우리는 지금부터 그 휴가를 준비하는 역사적 사명을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그게 퇴사 이후가 될 수도 있겠으나, 그러면 또 어떤가. 그만큼 떠나고 싶은 곳을 만나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다면,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계획만 세우고 짐조차 싸지 않은 이들에게

어디로 떠나든 어떻게 떠나든 그리고 언제 떠나든, 여행을 떠나려면 짐을 싸야 한다. 수하물 제한이 없는(정말 없는지는 타보지 않아 모르겠다) 퍼스트클래스를 타지 않는 한, 그리고 내 짐을 직접 들고 다녀야 한다면,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지는 여행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래서 ‘행복한 여행자’라 불리는 여행의 고수들이 어떤 소지품을 가방에 담았는지 살펴보려 한다. 

 

『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은 ‘소박한 여행’에 필요한 목록 마흔한 가지를 전한다. 작품마저 별다른 공을 들이지 않았던 마르셀 뒤샹은 주말여행을 떠날 때 짐 가방은 절대 사절이었고, 따로 셔츠를 담아가는 일도 귀찮아서 두 벌의 셔츠를 껴입고 출발했다고 하니 본받을 만하다. 가볍게 떠나는 주말여행이니 그렇게 갈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법하다.

 

그렇다면 미국 국립공원의 아버지로 불리는 자연주의자 존 뮤어의 천마일 도보여행은 어떨까. 그는 말로만 “사람은 홀로 침묵 속에서 짐가방 없이 떠나야 진정으로 황야의 심장에 다다를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여행은 모두 먼지와 호텔과 짐가방과 수다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떠든 게 아니다. 실제 가방에도 빗, 브러시, 수건, 비누, 속옷, 번스 시집 사본, 밀턴의 『실락원』, 우드의 『식물학』, 작은 신약성서, 일기장, 지도만 넣고 떠났다고 하니, (빗과 브러시가 무엇이 다른지 알지 못하는 나의 의심을 제외하면) 만점짜리 소지품 목록이라 하겠다.

 

이번 휴가에 가져갈 가방이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은 나로서는, “우리는 물질을 소유하면 기쁨을 얻는다. 또 우리는 물질로부터 자유로워지면 기쁨을 얻는다. 이 두 가지 모순되는 기쁨 사이에서 우리는 삶을 춤추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우리는 휴가를 떠나면 기쁨을 얻는다. 또 우리는 휴가로부터 자유로워지면 기쁨을 얻는다. 이 두 가지 모순되는 기쁨 사이에서 우리는 삶을 춤추어야 한다.”로 고쳐 읽으며 어정쩡한 스텝을 밟을 수밖에. 

 

떠나지 않아도 떠날 수 있는 방법

다행히 우리에게는 아래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어디로도 떠나지 않으면서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어차피 떠날 수 없는 곳을 상상하면서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다.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그렇다, 전자는 너무 억지스러우니 그래도 후자를 먼저 살펴보자.

 

『지금 놀러 갑니다, 다른 행성으로』는 태양계 여행 안내서다. 어차피 아무도 떠나지 못하는 곳에 가까우니, 마음껏 상상하며 만족감을 느끼기에 이만한 여행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지구와는 다른 환경이니 준비는 필요하다. 하루에 40번씩 20초 동안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며 중력 훈련을 받아야 하고, (아마도 우주 유영을 위해) 테니스화를 신고 25미터 길이 수영장에서 쉬지 않고 세 번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야 한다. 어차피 우리는 바로 떠나지는 못할 터이니 당장 이 부담스러운 훈련을 받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이 여행에는 퍼스트클래스나 비즈니스클래스가 따로 없고, 무작정 무게를 늘릴 수도 없으니, 어떤 면에서는 평등한 여행이라고 평할 수도 있겠다.(당신도 나도 당장은 상상만으로 떠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역시 평등하다.) 

 

이 엉뚱한 가이드들은 가까운 달부터 명왕성까지 차례로 안내를 하고 있으나, 그나마 눈에 보이는 달을 살펴보는 걸로 만족하도록 하자. 달은 언제 가야 좋을까? 지금이다. 달은 해마다 지구에서 3.81센티미터씩 멀어지고 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비행거리가 늘어나고, 이는 당연히 시간과 비용으로 환산된다. 호텔에 도착하면 지구가 보이는 방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 지구가 보이기만 한다면 높이는 중요하지 않다. 달은 언제나 같은 방향을 향하기에 일단 지구가 보인다면, 지구가 시야에서 사라질 일은 없다. 참, 역사 탐방을 좋아하는 이라면 아폴로 우주선 여섯 대가 착륙한 지점에 꼭 가보는 게 좋겠다. 특히 1969년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은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으니, 꼭 자신의 신발을 옆에 대고 기념촬영을 해보자.

 

어차피 떠나지도 않을 여행을 숨 가쁘게 돌아보니 벌써 지치는 기분이다. 어디론가 떠나는 일도 귀찮아지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성공이다. 이제 여름휴가를 떠날 마음이 사라졌으니, 남들 부러워할 이유도 못내 아쉬워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참, 앞서 말하고 설명하지 않은 “어디로도 떠나지 않으면서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 여전히 궁금하다면 『내 방 여행하는 법』을 펼쳐보길 권한다. 제목 그대로 내 방에서 세계를 만끽하는 방법을 전하는 책인데,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에서 벗어나 ‘세상에서 가장 값싸고 알찬 여행’을 즐기는 놀라운 비법을 알려준다. 이제 방구석은 초라한 안식처가 아니라 안락한 휴양지가 될 것이고,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우리는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정말, 꼭, 그렇게 될 것이다. 정말로.  

 

지금놀러갑니다다른행성으로

지금 놀러 갑니다, 다른 행성으로 - 호기심 많은 행성 여행자를 위한 우주과학 상식

올리비아 코스키, 야나 그르세비치 지음 / 지상의책

 

내방여행하는법

내 방 여행하는 법 - 세상에서 가장 값싸고 알찬 여행을 위하여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지음 / 유유



글. 박태근 알라딘 인문MD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일, 2018/07/0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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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평양,
뉴욕 필하모닉의 <아리랑>

 

마젤

2008년 뉴욕 필하모닉 공연을 지휘한 거장, 로린 마젤 

 

한반도에 평화가 꽃필 것인가. 멀지만 가야 할 평화의 길에 음악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2008년 2월 26일 열린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평양 공연은 북미 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등장과 함께 모든 게 다시 얼어붙고 말았다. 그로부터 10년, 드디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고 정권의 향배(向背)에 흔들리지 않는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음악은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위대한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평양에 울려 퍼진 북미 양국의 국가 

10년 전, 거장 로린 마젤이 이끄는 뉴욕 필하모닉은 북한 <애국가>와 미국 <성조기Star Spangled Banner>를 첫 곡으로 역사적인 평양 공연을 시작했다. 뉴욕필이 연주하는 북한의 <애국가>를 듣는 미국인들은, 북한 사람들도 자기들처럼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일 뿐, 머리에 뿔 난 도깨비가 아니라는 걸 느꼈을 것이다. 미국의 <성조기>를 듣는 북한 사람들은 더 복잡한 상념이 머리를 맴돌았을 것이다. ‘철천지원수’, ‘미제 승냥이들’이라 욕하며 오랜 세월 적개심을 불태운 미국의 국가가 평양 한복판에 울려 퍼지다니…. 이제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화해해야 할 상대임을 인정해야지,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다잡았을 것이다.   

 

북한 국가 <애국가>와 미국 국가 <성조기>

지휘 로린 마젤     연주 뉴욕 필하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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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에서 뉴욕필 평양공연 북한 미국 국가를 검색하세요. 

 

전쟁 책임 얘기는 생산적이지 않으니 논외로 하자. 미국에 대한 북한의 적대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전쟁 기간 미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북한의 도시 82개가 지도에서 사라졌다. 세균전과 민간인 학살도 얘기하지 말자. 휴전이 성립된 뒤 북한은 폐허 위에 나라를 다시 세웠지만, 미국의 핵 위협과 군사훈련에 늘 긴장해야 했고, 미국 주도의 경제봉쇄 때문에 벼랑 끝에서 생존을 이어가야 했다. 한국전쟁 당시의 민간인 학살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미국의 평화운동가 램지 클라크 선생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는 ‘경제 봉쇄 자체가 학살’이라는 뜻밖의 대답으로 피디를 놀라게 했다. 1990년대 중반, 수많은 북한 사람들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은 북한 위정자들에게 1차 책임이 있지만, 미국의 경제봉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구소련과 동구권의 지원이 끊어지자 속수무책으로 벌어진 참극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경제봉쇄란 것 자체가 전쟁 행위의 연장이다. 총알과 폭탄으로 죽이는 대신 보급을 차단하여 상대의 전의를 상실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19세기 유럽, 나폴레옹은 영국을 공격하는 게 쉽지 않자 대륙 봉쇄로 영국 경제를 고사시키려 했다. 2차 대전 당시 히틀러의 나치군이 800일 넘게 레닌그라드를 포위 공격하자 수십만 명이 굶어 죽는 참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미국의 경제봉쇄에 맞서 수십 년 동안 체제를 유지해 온 북한 사람들이 겪은 고통은 어느 정도였을지, 남쪽에서 살아온 우리들이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2008 뉴욕 필하모닉 평양 공연 앵콜곡 <아리랑> 

작곡 최성환     연주 뉴욕 필하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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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에서 뉴욕필 평양공연 아리랑을 검색하세요.

 

뉴욕필 평양 공연의 감동을 다시 한번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려면 북미 간 적대관계를 청산해야 하며, 해묵은 적대관계가 청산된다면 북한도 더 이상 핵과 미사일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이’ 이뤄져야 하듯 북미 평화체제 또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이’ 이뤄져야 하며, 여기에는 전쟁 행위의 연장인 경제 제재를 완전 철폐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야 한다. 2008년 뉴욕필 평양 공연, 북미 양국의 청중들은 서로의 국가를 존중하며 경청했고, 아낌없이 박수를 나누었다. 이러한 감동이 일상 속에 자리 잡을 때, 비로소 항구적인 평화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이제 남과 북의 교류와 화합을 생각할 때다. 모든 분야의 교류가 확대되겠지만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10여 년 전 평양을 방문했을 때 고려호텔 옆 샤브샤브집에서 차이코프스키를 들은 기억이 있다. 책에서 ‘북한은 쇼팽을 진보적인 작곡가로 높이 평가한다’는 구절을 읽기도 했다. 남북 합동음악회를 전하는 뉴스에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소리를 얼핏 듣고 반가워한 적도 있다. 북측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이 음악을 느끼고 즐기고 위로받는, 우리와 똑같이 피와 살로 된 인간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망각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북미 회담이 성사되어 역사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 남쪽의 일부 수구 세력들은 남북 갈등을 일으키고 이를 지렛대로 북미 갈등을 조장하려고 든다. 역사를 거스르는 이러한 움직임을 음악의 힘으로 진정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뉴욕 필하모닉이 2008년 평양에서 연주한 앵콜곡은 북한의 공훈예술가*북한의 예술인들에게 수여되는 국가 영예 칭호 최성환이 작곡한 <아리랑>이었다. 남이든 북이든 보수든 진보든 우리 겨레라면 누구나 하나임을 느끼게 해 주는 <아리랑>, 평화의 길을 가는 지금 다 함께 귀 기울여 듣기 좋은 곡 아닐까.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도 훌륭했지만, 남북 교향악단이 함께 연주하는 <아리랑>도 곧 듣게 되기 바란다.  

 

 


글. 이채훈 클래식 칼럼니스트, MBC 해직PD

MBC에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클래식 음악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2012년 해직된 뒤 <진실의 힘 음악 여행> 등 음악 강연으로 이 시대 마음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저서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 『클래식 400년의 산책』 등.

일, 2018/07/0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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