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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비평] 두뇌가 '납치'된 상황, 그래도 피해자가 저항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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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비평] 두뇌가 '납치'된 상황, 그래도 피해자가 저항하라고?

익명 (미확인) | 토, 2018/04/14- 22:37

필리핀 국적의 처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형부에게, 법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1심은 피해자가 적극적인 항거를 하지 않았고, 이후 피해자의 행동이 강간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가해자의 시각에서 피해자의 항거 여부만 바라본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 재판장 이재권 판사)의 판단은 달랐고, 가해자에게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판결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성폭행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나라 형법에서 강간죄에 대한 구성요건의 문제에 대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실행위원 현지현 변호사님께서 기고해주셨습니다.

 

 

두뇌가 '납치'된 상황, 그래도 피해자가 저항하라고?

[광장에 나온 판결] 필리핀 처제 성폭력 사건 재판을 통해 보는 '항거' 기준의 문제점(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 2017노67, 재판장 이재권 부장판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실행위원 현지현 변호사

 

우리 형법상 강간죄는 폭행·협박으로 사람을 강제로 간음할 것을 요건으로 한다. 그런데 법원은 강간죄 요건인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저항)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가해자들이 무죄 판결을 받아왔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거나, 재빨리 도망가거나, 주위에 도움을 청할 여지가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추어본다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저항할 수 없는 정도'의 폭행·협박을 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였다. 

 

2017년 2월에 제주에서 일어났던 친족 성폭력 사건의 1심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법원은 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필리핀 국적의 처제를 성폭행한 형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① 체구가 작은 편인 피고인이 피해자의 팔을 잡고 몸을 누르는 것만으로는 피해자의 제압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 ② 피해자가 피고인을 피해 도망가거나 다른 방에서 자고 있는 아버지와 오빠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피해자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극도의 당혹감과 공포감에 휩싸인 피해자에게, 최선의 능력을 다해 반격하거나 도피 또는 구조 요청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편도체의 두뇌 납치와 성폭력 피해자

 

당신은 구석기시대, 손도끼를 손에 쥔 인간이다. 토끼를 사냥하러 다니는 참이다. 그런데 갑자기 커다란 호랑이가 눈앞에 나타났다. 당신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애써 용기를 끌어올려 호랑이와 싸울 수도 있다. 큰 소리를 질러 동료들을 불러모으려 할 수도 있다. 어떻게든 도망가기 위해 내달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극도의 공포감으로 뻣뻣하게 굳어 꼼짝도 못할 수도 있다. 위의 반응은 모두 폭력에 대한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반응이다. 즉시 자리를 피하는 것, 꼼짝도 못하는 것은 둘 다 본능적인 반응 형태다. 

 

이런 극도의 흥분 상태일 때는 생존에 필요한 신체 기능을 담당하는 소뇌 편도체가 뇌 전체를 지배한다.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 전두엽의 조절 기능은 거의 상실된다. 이를 두고 편도체의 두뇌납치(편도체가 뇌의 지배권을 장악하는 현상)라고 한다. 편도체는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고, 위장기능을 낮추고, 근육을 긴장시킨다. 더욱 빠르게 달아나거나, 호랑이의 눈으로부터 잘 숨어있도록 준비해주는 것이다. 그에 반해 호랑이와 싸우기 위해 용기를 내는 것이나 동료들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것은 모두 이성이 개입된 두뇌 작용의 결과이다. 편도체에 납치된 두뇌에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성폭력 피해 상황도 마찬가지다. 위기 상황을 맞닥뜨린 두뇌는 편도체에 납치된다. 피해자는 심리적·정신적으로 몹시 위축되며, 자신이 일반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적은 일조차 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이것은 생존본능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데도 법원은 피해자가 '객관적으로' '충분히' 저항했는지를 놓고 강간의 유무죄를 심리한다.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니 무죄가 유죄로 

 

이 사건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사건 당시, 피해자는 심리적, 정신적으로 매우 위축되면서 극도의 공포심에 사로잡혔다. 피고인은 이러한 피해자를 강제로 끌고 가 피해자의 양손을 자신의 손으로 잡아 제압하고 자신의 몸으로 피해자의 몸을 눌렀다. 이와 같은 유형력 행사가 피해자의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의 폭행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편, 극도로 긴장되고 위축된 상태에서 상황인식력과 판단력이 현저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 피해자에게 객관적으로 볼 때 충분한 방법으로 구조 요청을 하거나 피고인으로부터 벗어날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시하기도 하였다(피해자는 당시 심리상태에 관하여 '무서워서 몸이 차가웠고, 떨렸고, 힘이 없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는 진술을 하였다. 이는 편도체의 두뇌납치가 일어났을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사건 2심 판결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대법원의 2005년 판결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객관적·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제3자의 기준이 아니라 피해자가 당시 겪었던 심리적·정신적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극도로 긴장되고 위축된 상태에서 상황인식력과 판단력이 제한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위축 여부를 인식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피해자가 극도로 긴장되고 위축된 상태인 경우 피고인이 몸부림치는 피해자를 피고인의 몸으로 눌러 제압하는 정도만으로도 강간죄의 폭행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유형력의 정도가 약했으므로 강간할 의도가 없었다는 류의 변명은 향후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강간죄 구성요건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이 사건 2심 판결은 피해자를 기준으로 폭행·협박의 정도를 판단했다는 점에서 분명 진일보한 판결이다. 그러나 강간죄의 폭행·협박이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정도여야 한다는 판례의 기본 태도 자체가 문제다.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폭행·협박을 입증하지 못할 우려 때문에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고도의 폭행·협박을 요구하는 범죄는 강간죄와 강도죄 정도이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강간을 정의할 때 피해자의 '저항 가부'가 아니라 '성관계 동의 여부'를 중점에 둬야 한다고 권고한다. 현재 우리 국회에는 위 취지를 반영한 비동의간음죄 신설을 위한 입법이 여럿 발의되어 있기도 하다. 향후 비동의간음죄 신설을 비롯, 강간죄의 구성요건에 대하여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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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20기 청년공익활동가학교는 2017년 7월 3일(월)부터 8월 10일(목)까지 6주 동안 진행하게 됩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24명의 20대 청년 분들이 함께 참여하는데, 이 6주 동안 우리 청년공익활동가학교 친구들은 인권과 참여민주주의, 청년문제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직접행동을 기획하고 진행함으로써 미래의 청년시민운동가로 커나가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후기는 강서영님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

 

* 청년공익활동가학교란?
청년공익활동가학교는 그 동안 방중마다 실시되었던 참여연대 인턴프로그램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청년들의 공익활동을 위한 시민교육과 청년문제 해결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며 공부하는 배움 공동체 학교입니다.

 

<정보공개청구로 세상에 물음표를 던지다> 요약 및 후기

 

정보공개청구란?
: 정보공개청구는 국민의 알 권리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때, 알 권리는 국민이 의사/여론을 형성하고자 할 때 필요한 정보를 수집, 접근할 수 있는 권리이면서 나아가 이에 방해가 되는 요인을 제거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적극적 권리를 일컫는다. 또한 정보공개청구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다.

 

정보공개청구의 대상과 방법
1) 정보: 직무상 작성 또는 취득하여 매체에 기록된 사항을 대상으로 한다.
2) 공개: 열람/사본/전자파일 중 신청자가 선택할 수 있으며, 공개/비공개/부분 공개로 나뉘는 공개 여부를 10일 이내에 고지하도록 되어있다.
3) 청구: 온라인·우편·팩스·방문 중 선택 가능하며, 청구는 헌법/교육/입법/사법/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사/공단, 기타 대통령령에 의한 기관에 가능하다.

 

공개 여부는 공개, 비공개, 부분 공개, 부존재로 나뉘며 이를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정보공개청구에 필요한 tip과 현실 적용

-정보공개 포털을 이용하면 다중 정보공개청구가 가능하다 (국정원, KBS, 법원 은 제외)
-공무원의 취하 권유에는 응하지 말자! ( 공개할 수 없으면, 비공개로 해줄 것을 요청한다)
-청구 이유, 용도는 밝힐 의무가 없다. (e.g. 이유-궁금해서, 용도-정보를 봐야 알 것 같아요)
-사립대 정보공개 청구가 가능해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학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적극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20170720_[강연]정보공개로 세상에 물음표를 던지다 (2)   20170720_[강연]정보공개로 세상에 물음표를 던지다 (1)

 

후기
정보공개청구는 세금 사용내역과 같이 내가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지만, 공개되어 있지 않은 정보에 대한 공개 요청입니다. 그동안 정보를 모르고 것에 익숙해져 있는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이를 실제 활용하기 위한 방법들도 알게 되어 유익했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기관이 시민들의 감시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게 하면, 투명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금, 2017/07/2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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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의료민영화법 ‘규제프리존특별법’ 폐기 입장을 명확히 하라

 

문재인 정부의 이낙연 총리가 후보 시절 규제프리존특별법(이하 규제프리존법) 찬성 입장을 밝히고, 이어서 김부겸 행자부장관이 규제프리존법 찬성 입장을 밝히더니 이제는 아예 문서에 공공연하게 규제프리존법 통과 노력을 명시할 정도다. 

 

정부 스스로 ‘일자리 추경’이라 이름 붙인 “2017년도 추가경정예산안 등 심사결과” ‘부대의견(안)’에 정부가 ‘규제프리존특별법’ “법안 통과에 최대한 노력한다”는 문구를 넣은 것이다. 국회가 정부에 법안 통과 노력을 권고하는 형식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문구다.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지들은 “‘규제프리존법’ 입법화 등 규제 완화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의료 민영화 법안인 규제프리존법에 반대하는 입장을 정말이지 수없이 밝혀왔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될 때부터 그리고 다시 20대 국회에서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가장 먼저 이 법안을 발의했을 때에도 쉼 없이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안 폐기를 촉구해 왔다.

 

규제프리존법이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메르스 사태와 같은 재앙을 낳을 생명·안전 규제 폐기를 목적으로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 법에는 병원을 영리화하고 병원 인수합병을 가능하게 하는 등 의료 민영화를 전면화하고, 환경보호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법은 ‘다른 법들보다 우선’하고 ‘다른 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도록 돼 있다. 기존의 모든 법을 무력화시키고 규제를 없애는 것이 법의 핵심이다.

 

무엇보다 규제프리존법이 생명과 안전을 파괴하는 법인 이유는 ‘기업 실증 특례’라는 제도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처럼 기업이 상품으로 내놓을 제품의 안전 여부를 판매자인 기업이 결정하는 위험천만한 제도다. 규제프리존법이 통과되면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은 침몰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미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잘 알려졌듯이 규제프리존법은 박근혜-최순실-재벌기업의 뇌물로 고안된 법안이다. 기업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774억 원을 주었고, 이를 뇌물로 받아 구속 수감된 박근혜가 규제프리존법 통과를 36차례나 지시했다. 17개 대기업은 전국에 나눠 먹기 식으로 규제프리존을 정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규제를 없애 특혜를 얻고자 했다.

 

19대 대선 기간 중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규제프리존법 찬성 입장을 밝혀 대선 핵심 이슈가 됐었다. 유은혜 문재인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규제프리존법 찬성 입장을 밝힌 안철수 후보를 향해 "오늘도 자신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계승자임을 드러냈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그리고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올해 2월 21일 무상의료운동본부와의 면담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규제프리존법 반대 당론이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이승철, 차은택이 전국을 다니며 만든 법이기 때문에 오염된 법’이라며 통과시킬 수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박근혜 정부가 미르와 K스포츠재단을 통해 입법을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있는 대기업 청부입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이 법은 의료, 환경, 교육 등 분야에서 공공 목적의 규제를 대폭 풀어 시민의 생명과 안전, 공공성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또 교육과 의료의 영리화가 심화되고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국민의 사적인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마저 침해할 수 있는 내용도 담고 있다.” 대선 당시 유은혜 수석대변인이 규제프리존법을 비판한 내용이다.

 

어제 청와대 기업인 간담회에서도 기업인들이 서비스산업 육성, 4차 산업혁명 관련 규제 완화 등을  적극 요구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 완화는 공약한 부분도 있고,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의료를 비롯한 공공서비스 민영화 법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찬성 입장인만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불과 몇 달 전에 자신들이 한 발언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으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국정농단에 대한 심판이 아직 진행 중인데도 이에 깊이 연루된 법안을 살려내려 할 정도로 적폐가 청산됐는지 묻고 싶다.
‘사람중심 경제’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내건 게 불과 며칠 전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규제프리존법 폐기 입장을 분명히 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엇보다 우선하는 정부임을 입증하라. 

 

2017년 7월 28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금, 2017/07/2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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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1심 판결 깊은 유감

헌법과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훼손과 직권남용 및 실제적 강요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양형,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어

 

어제 (7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정치적 반대 문화 예술인들을 국가 지원 사업에서 배제하기 위해 이른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등을 주도한 핵심인물인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에 징역3년을 선고했고, 김기춘 전실장과 함께 협의, 실천했던 김종률 전교문수석, 김종덕 전문체부 장관 등 관련자들도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조윤선 전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위증한 것만 유죄로 인정되고 블랙리스트 관련은 무죄가 선고되었다. 


블랙리스트는 헌법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와 국가의 중립성 의무를 심대하게 훼손하여 민주주의의 기본을 흔든 사건이다. 국민에 의해 탄핵된 박근혜 전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중대 범죄혐의 중 하나다. 이번 판결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재판부가 관련자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고는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 판결이라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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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정치권력의 기호에 따라 국가의 자원 지급을 차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헌법과 문화기본법이 보장하고 있는 문화표현활동에서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인정하였다. 이로써 법치주의와 국가의 예술지원의 공정성에 대한 문화예술계와 국민의 신뢰가 훼손되었고 그로 인한 피해 정도를 쉽사리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김기춘 전실장에 예술위 책임심의위 선정, 문예기금 등 지원배제, 영화 관련 지원 배제 도서관련 지원배제 등에서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지 않고 가장 정점에서 지시, 실행 계획을 승인한 범죄의 본질적 기여자로 인정하면서도  3년을 선고한 것은 범죄의 중대성과 사회적 파장에 비해 국민 눈높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 양형이란 비판을 받을 만하다.  

 

특히 조윤선 전 장관에게는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 당시 비서관 등에게 블랙리스트 보고를 받거나 승인했다고 보기 어려워 관여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조윤전 전 장관이 정무수석으로 재임할 때 정무수석실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 조 전 장관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관련자 한 두 명이 그에 부합하는 진술을 했다고 해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실장이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지시를 내리고, 청와대 각 수석들이 문체부에 이를 하달하면 문체부 공무원들 등 관련 기관에서 집행하는 구조였다. 청와대 내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된 작업에 대해서 조 전 장관이 배제되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고 몰랐다는 변명을 수긍하기 어렵다. 최소한 조전 장관은 관련 부서의 책임자로서 블랙리스트에 대해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암묵적 승인 내지 동조한 것으로 보는 것이 국민 일반의 상식이다.

 

또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부당하게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의 사직서 제출을 지시한 부분을 직권남용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 쟁점인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행위에 대해선 책임을 물을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박근혜 전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사적 이익을 공고히 하고 정치적 비판 입장을 억누르기 위해 국가공무원을 동원하여 비판세력을  국가의 자원배분에서 철저하게 배제시켰다는 것이 본질이다. 대통령이 가지는 상징적 실체적 권한이 막중한 만큼 책임 또한 크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일일이 배제명단을 거론하거나 구체적으로 지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이 사건의 정점에는 박근혜 전대통령이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특검이 항소하겠다고 밝힌 만큼 관련증거를 보강하고 공소유지 활동에 최선을 다하여  관련자들이 엄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2심 재판부가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부분을 제대로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 적어도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직권남용 사건과 다르다는 것이 국민 여론이다. 국가권력을 사유화하여 사적 이익을 취한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한덩어리인 이번 사건은 정치적 반대 세력을 배제하기 위해  국가공무원제도와 국가의 자원 배분 권한을 남용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만으로도 중한 처벌이 필요한데, 이 블랙리스트는 장시간 계획되고 실행되었고 그로 인해 문화예술계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다시는 누구도 이런 헌법파괴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분명한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 사법부의 역할은 범죄에 대한 적정한 처벌을 판단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장차의 범죄에 대한 예방의 역할도 있다. 이번 1심 판결이 유감인 이유다. 

 

논평 [원문/다운로드]

금, 2017/07/2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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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20기 청년공익활동가학교는 2017년 7월 3일(월)부터 8월 10일(목)까지 6주 동안 진행하게 됩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24명의 20대 청년 분들이 함께 참여하는데, 이 6주 동안 우리 청년공익활동가학교 친구들은 인권과 참여민주주의, 청년문제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직접행동을 기획하고 진행함으로써 미래의 청년시민운동가로 커나가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후기는 권지혜님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

 

* 청년공익활동가학교란?
청년공익활동가학교는 그 동안 방중마다 실시되었던 참여연대 인턴프로그램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청년들의 공익활동을 위한 시민교육과 청년문제 해결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며 공부하는 배움 공동체 학교입니다.

 

<녹색당 당사 방문 및 기본소득 강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리 1호기가 폐쇄됐다. 이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탈핵 강연을 하시는 김익중 교수님의 강연을 괴담 강의, 매일 경제에서는 괴변 강의라면서 비판하고 나섰다. 이처럼 여러 보수 언론에서 주목하는 김익중 교수님의
강연을 참여연대에서 듣게 되었다.

 

제일 먼저 교수님께서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원전 구조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일본과는 다른 가압 경수로
형태이다. 그 후, 노후 원전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들에 대해 알려주셨다. 노후 원전은
30년 이상 된 원전을 말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폭발한 원전들은 모두 노후 원전이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도 노후
원전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교수님께서는 일본산과 북 태평양산 고등어, 명태, 대구, 표고버섯의 섭취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
씀해주셨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지도 어느덧 6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일본 정부는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은 물론이며
피해 경위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2011년 이후 일본 인구가 100만 명 이상 감소한 것도 다 자연사라면서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이런 일본 정부의 태도가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왜냐하면
대게 이런 사고의 경우 정부가 가해자인 경우가 대다수인데, 사고가 나면 또 수사하고 해결하는 기관이 정부가 되기 때문이다
. 즉, 범인이 자신들의 잘못을 수사하는 꼴이기에 제대로 수사될 리가 없다는 것이다.

 

20170724_[강연]탈핵 - 안전한 나라 (1)   20170724_[강연]탈핵 - 안전한 나라 (3)

 

현재 일본의 방사능 기준치는 100Bq이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말 극소수의 수산물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수산물들이 이 기준치 이하였다. 이 말은 현재 기준치가 너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교수님께서는 4Bq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우리나라가 탈핵을 해야 하는 이유에는 노후 원전 외에도 높은 원전 수 그리고 세계 1위의 원전 밀집도가 있다. 현재까지 원
전 사고가 난 지역은 미국, 구 소련, 일본이다. 이들은 각각 원전 수 1,2,4등이기에 현재 5등인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원전 사
고가 날 수 있다고 교수님께서는 얘기해주셨다. 또한 남동 임해 공업 지역 및 지방에 원전이 밀집되어 있어 만일 사고가 난다
면 그 피해는 매우 클 것이라고 하셨다. 또한 원전을 가동하면 발생하는 핵폐기물 역시 아직까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
는 상황이라 더욱 탈핵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 원전 사고 확률을 원전 수에 맞춰 계산한다면 약 30% 이상이 된다고 하셨다. 근데 교수님과의 주장과는 다르게 세계 원자력 관리자들은 원전 사고 확률은 아주 낮으며 원전은 아주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10년 주기로 난 것을 보면 절대로 원전 사고의 확률이 낮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탈핵.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현재 유럽을 필두로 탈핵을 선언한 국가들처럼 풍력, 태양력 같은 친환경 에너지원을 대
체 에너지로 사용한다면 충분히 탈핵은 가능하다고 한다. 탈핵은 우리가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이며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원전 사고 없는 안전한 세상에서 우리 후손들이 살 수 있도록 탈핵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이다.

 

20170724_[강연]탈핵 - 안전한 나라 (2)

금, 2017/07/2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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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5_사드미국대표단 기자회견

2017.07.28. 사드 미국 대표단 기자회견 (사진 = 녹색당)

 

사드배치철회 미국평화시민대표단 기자회견

No to THAAD in Korea, 
Yes to Peace through Dialogue

2017년 7월 25일(화) 오전 10시,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20호

 

 

대표단

  • Medea Benjamin, CODEPINK 메디아 벤자민, 코드 핑크
  • Reece Chenault, U.S. Labor Against the War 리스 쉐놀트, 미국 노동 반전위원회
  • Will Griffin, Veterans for Peace, Taskforce to Stop THAAD in Korea and Militarism in Asia and the Pacific 윌 그리핀, 평화재향군인회, 한국사드배치와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군사화 저지 태스크포스
  • Juyeon Rhee, Taskforce to Stop THAAD in Korea and Militarism in Asia and the Pacific 이주연, 한국사드배치와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군사화 저지 태스크포스
  • Jill Stein, 2016 presidential candidate, Green Party U.S.A. 질 스타인, 2016년 녹색당 대선후보

 

대표단 주요 발언


메데아 벤자민 "여성단체로서 우리는 북한과의 갈등에 대한 외교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없는 상황에 사드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갈등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군사적 긴장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반대한다. 또한 우리 지구가 직면하는 환경위기와 인간의 필요를 무시하고 이미 부풀려진 군대에 국가의 자원을 더 많이 쏟아붓는 미국정부,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파괴적인 정책방향의 일환이기에 반대한다.

As a women's organisation, we oppose THAAD because it increases tensions in the region, with the grave threat of nuclear confrontation, instead of using diplomatic means to solve the conflict with North Korea. It is also part of a destructive tendency in the United States, particularly under Donald Trump, to put more and more of our nations resources into an already bloated military, while ignoring human needs and the climate crisis facing our planet."

 

질 스타인 "괌에 사드가 배치되기 전에 진행된 환경영향평가가 2년 가까이 걸렸다. 성주 주민들은 최소한 같은 수준의 건강권 보장과 존중을 받을 권리가 있다.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되기 전에 (사드 레이다를 가동)하는 것은 성주와 김천 주민의 생명을 가지고 실험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비양심적인 행위다.

In the case of THAAD deployment in Guam, the Environmental Impact Assessment took two years. The people of Seongju are no less deserving of health and respect. Moving ahead withouot an Environmental Impact Study amounts to a real life experiment on the people of Seongju/Gimceon. This is unconscionable."

 

리스 쉐널트 "기후변화로 위협을 받는 세계에서 미국 노동자가 전쟁무기를 계속 생산해야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사드 배치는 미국 노동자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사양산업에 대한 재투자를 강요한다.  

Weapons of war aren't what American workers need to produce in a world being shaped by climate change.  THAAD represents a reinvestment in a declining industry that union workers can no longer afford."


윌 그리핀 "우리 미국시민평화대표단은 사드 미사일 방어체계에 저항하는 지역주민의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미사일과 폭탄, 얼룩무늬 군복은 평화를 가져올 수 없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평화는 민중의 연대로 만들어진다.
Our Solidarity Peace Delegation is here in South Korea to support and strengthen the local resistance against the THAAD anti missile system. We understand that peace doesn't come in the form of missiles, bombs, or camouflaged uniforms. Peace is achieved by building unity in community."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대화를 통한 평화 실현!

 

한국 사드 배치와 아시아 태평양지역 군사화 저지 태스크포스 & 임창영·보배교육재단의 ‘사드배치철회 미국시민평화대표단’ 성명서 

 

어둠의 장막 아래 한국 성주의 사드 배치는 지난 4월 26일 기습 감행되었다. 지역주민과 전국적으로 확산된 반대 의견과 매일 열리던 저지 시위, 그리고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절차를 무시한 행위이다. 사드 배치는 이미 예민해져 있는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긴장시키고, 국내의 군세력 및 반민주주의 정치세력을 고양시키며 남북관계의 긴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여론에서 정확하게 지적해왔다. 또한 사드 레이다 망의 운영은 주변 지역의 건강과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원불교의 성지에 대한 모독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과 일부 한국 고위 관계자들은 사드 체제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서 한국을 보호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렇지만, 거의 2천5백만의 인구를 가진 서울 수도권 지역은 135마일 남쪽에서는 사드의 보호막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관계자들은 이야기한다. 더구나 MIT 물리학자이며 미사일 방어체제 전문가인 테드 포스톨(Ted Postol) 교수는 사드 체제가 미사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실제 발사되는 상황에서도 유용하다는 검증이 되지 않았다고 부연한다. 반면에 한국에 배치될 사드 레이다는 중국의 미사일 체제를 감시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이것이 사드 한국 배치의 실제 주된 목표일 것이라 많은 이들이 추측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를 노골적으로 반대해왔으며, 가속화되는 군비확산경쟁을 경고했다.

 

한국 사드 배치는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으로의 ‘회귀’ 정책의 일환이다. 이는 기존의 중국과 러시아를 둘러싸는 미국 미사일 방어체제를 확장한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감소 추세인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증대하기 위한 고육책인 한국의 사드 배치의 비용은 미국 시민들에게는 큰 희생을 요구한다. 이는 미국 사회가 기간산업의 노후화, 전례 없는 사회적 불평등과 사회적 공공성 약화를 경험하고 있는 이 시기에 국민이 필요로 하는 공공서비스에 사용될 수 있는 수십억 달러의 공적 자금을 유용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는 또한 지역간 군사 긴장을 높이고, 군비확장경쟁을 부추기며, 상상할 수 없는 인명 피해를 초래할 핵무기를 포함해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 위기를 고조시킴으로써, 평화를 사랑하는 미국인들의 안전과 원칙을 위협한다

 

미국의 사드 한국 배치는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한다면 핵동결을 할 수 있다는 제안을 낸 이 시점에서 남북한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다. 오바마 정권 때는 북의 이런 제안은 으레 거부되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리차드 하스(Richard Haass) 미국외교협회 회장, 전 하원의원 제인 하먼(Jane Harman) 우드로윌슨 국제학술센터 소장, 클린턴 정부 1기의 국방장관이었던 윌리엄 페리(William Perry) 등 쟁쟁한 정책 전문가들 및 미국 관리들이 북핵 동결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교환하는 조건으로 북핵문제 해법의 첫걸음을 내딛는 것을 지지한다고 발표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북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에 비추어 이 제안을 지지하고 있다.

 

많은 미국 시민들은 사드 배치, 한국 시민들의 배치 반대 여론,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회복하려는 최근의 외교적 노력에 관하여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의 전작권이 미군에 있다는 사실과, 한국인들이 평화통일을 아직도 염원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극소수의 미국 시민들만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은 미국 시민들의 이해와 직결된다. 한국전쟁을 종결한 것이 아니라 잠시 중단시킨 데 불과한 불안하기 짝이 없는 정전협정이 깨어져 한반도에 전쟁의 불길을 다시 일으킨다면, 우리 미군뿐만이 아니라 남북한의 시민들, 그리고 셀 수 없는 아시아 지역의 사람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다. 미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전쟁 발발 첫달 안에 백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날 것이라고 예상된다. 제임스 매티스(James Mattis) 미국 국방장관은 “만약 이 문제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진다면, 믿지 못할 스케일의 재앙이 될 것”이라 표현했다.
 

이 중대한 시점에 미국과 한국 정부는 남한을 더욱 군사화함으로써 전쟁의 불길을 부채질할지, 아니면 영구적인 평화의 기반을 구축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다. 미국 정부는 어느 방향을 선택하든, 미국 시민들의 이름으로 그 선택을 집행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 시민으로서 우리는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그들과 함께 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대결을 해소하기 위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갈 책임이 있다. 그 공동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우리 대표단의 주된 목적이다. 

 

미국시민평화대표단은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해 싸우고 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분쟁을 종결지을 수 있는 기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 시민들에게 평화를 사랑하는 미국인들의 연대를 전달하고자 한국을 방문한다.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높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나아가 자주적 평화통일을 이루자는 한국 국민들의 염원에 맞게 미국의 정책을 조정하는 방법을 모색하려 한다.

 

미국시민평화대표단은 한반도의 군사적 경쟁이 한국과 미국 시민에게 초래하는 막대한 피해를 인식하며 미국과 한국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한국 사드배치를 철회하라!
  2. 북한의 핵무기 생산 동결에 맞추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함으로써 군비 확장 경쟁을 중단하라!
  3. 한국전쟁을 종결짓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북한과 국교 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한국 시민들의 노력에 최선을 다해 협조하라!

마지막으로 우리는 귀국 후, 한국 사드 배치 철회와 아시아지역에서의 미국의 군사화 저지를 위한 연대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는 미국과 세계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활동에 같이 할 것을 호소한다.

 

No to THAAD in Korea, 
Yes to Peace through Dialogue


Solidarity Peace Delegation of the Task Force to Stop THAAD in Korea and Militarism in Asia and the Pacific and the Channing and Popai Liem Education Foundation, July 2017

 

Under cover of darkness a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 missile defense system was installed in Seongju City, ROK in April 26 this year, in spite of daily and growing opposition from local villagers and their nation-wide supporters and without official deliberation by South Korea’s governing bodies. Protesters correctly fear that its deployment will strain their country’s already delicate relationship with China, embolden militaristic and anti-democratic political forces in their own country, and exacerbate tensions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They also worry about potential negative health and environmental effects associated with the operation of the THAAD radar system, and defilement of sacred lands like the nearby pilgrimage site of the Won Buddhist community.
 

U.S. and some ROK officials claim the THAAD system will protect South Korea from the threat of North Korean missiles. However, because it is stationed 135 miles south of Seoul, virtually all observers agree that the 25 million Koreans living in the capital city area fall outside THAAD’s protective shield. Even more damning, missile defense expert, MIT physicist Ted Postol, adds there is no demonstrable evidence that THAAD is effective under live fire conditions with multiple incoming missiles and decoys. On the other hand, THAAD radar in South Korea has the capacity to monitor missile systems in China, which many suspect is a chief U.S. objective in insisting on stationing it in Korea. China has voiced its opposition to THAAD in Korea in no uncertain terms, enacted economic retributions against South Korea, and threatened an accelerated arms race.
 

The U.S. THAAD deployment in South Korea is part of the U.S. “pivot” to the Asia Pacific. It expands the already significant network of U.S. missile defense systems encircling China and Russia. This effort to boost declining U.S. political and economic influence in the region comes at a high cost, however, to the American people. It diverts billions of dollars away from critical domestic needs at a time of decaying infrastructure, unprecedented economic inequality, and limited access to basic human services. It also compromises the principles as well as safety of peace-loving Americans by intensifying regional military tensions, fuelling a new arms race, and threatening a renewed outbreak of fighting on the Korean peninsula, this time involving nuclear weapons with unimaginable consequences for human life. 
 

The U.S. deployment of THAAD also complicates North/South Korean relations at a time when North Korea has offered to freeze its nuclear weapons program in exchange for an end to or significant reduction in annual U.S.-South Korea war games. This proposal was routinely rejected by the Obama administration. But today a growing number of respected U.S. officials and policy analysts such as Richard Haass, president of the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Jane Harman, former congresswoman and head of the Woodrow Wilson International Center for Scholars, and William Perry, Secretary of Defense during the first Clinton administration, have expressed support for considering a freeze and halting war games as a first step toward first step toward addressing North Korea’s security concerns as well as those of the U.S, its allies, and China and Russia in light of North Korea’s progress in producing nuclear capable ICBMs. 
 

Most Americans know nothing about THAAD, the opposition of South Koreans to its deployment, or recent diplomatic overtures by North Korea to reduce tensions on the peninsula. Even fewer remember the Korean War, are aware that the U.S. retains war time control over South Korea’s armed forces, or understand the desire of the Korean people to achieve the peaceful reunification of their country. Yet, these unknowns should be of vital concern to people in the United States. Should the fragile armistice agreement that halted the fighting but did not end the Korean War give way to renewed fighting, we, along with Koreans in the North and South and countless others in the region will suffer untold losses. In the words of U.S. Secretary of Defense, James Mattis, “…if this goes to a military solution, it is going to be tragic on an unbelievable scale…”
 

At this critical moment, the U.S. and South Korean governments can continue to fuel the fires of war in Korea by further militarizing South Korea or take steps to create international conditions for a lasting peace in Korea. Whichever path the U.S. adopts will be done in the name of the American people. It is, therefore, incumbent upon citizens of the U.S. to engage and work with the people of Korea to arrive at mutually agreeable, peaceful means to resolve hostilities in the region. Beginning this collective work is a primary goal of our delegation.
 

The Peace Delegation travels to South Korea to express the solidarity of peace-loving Americans to those in Korea fighting the THAAD deployment and seeking a fundamental resolution to conflict on the peninsula and in the region. We aim to strengthen mutual understanding about how to achieve these objectives with the goal of aligning U.S. policy with the desire of the Korean people to achieve a lasting peace on the peninsula and, ultimately, the peaceful and independent reunification of Korea.
 

Recognizing the immense costs of increased militarization of Korea for both the American and Korean people, the Solidarity Peace Delegation calls upon the governments of the United States and the Republic of Korea to: 
ㅡRemove THAAD from South Korea.
ㅡHalt the arms race on the Korea peninsula by ending the U.S.-South Korea war games in favor of an agreement by North Korea to freeze its production of nuclear weapons.
ㅡEngage in diplomacy with North Korea to end the Korean War with a peace treaty, normalize relations with North Korea and support all efforts by the Korea people to achieve the peaceful reunification of their country.
 

Finally, we state our intention to build solidarity in the U.S. for the struggle against the stationing of THAAD in South Korea and the expansion of U.S. militarism in Asia. We also call on peace-loving people in the United States and globally to join us in this effort. 
 

화, 2017/07/2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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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논평

공론화위, 공론화의 본질과 목표에 충실하라

 


공론화위원회가 위태롭다. 어제(27일) 2차 회의를 마치고 진행한 브리핑은 내용과 형식 등에서 우려스럽다. 공론화의 과정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신고리 백지화 시민행동은 공론화위원회가 국가적인 공론화 절차를 진행하는 초유의 위원회로서 보다 신중하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현재 공론화위의 활동은 결정이나 업무 처리가 일방적이고, 사업 계획 역시 국민들의 공감을 높게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찬반 양측이 절차를 이해하고 결과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들을 배제하고 독주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에 신고리 백지화 시민행동은 공론화위원회가 속도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공론화의 절차, 위원회 운영방안, 국민여론 수렴방안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책임 있는 안을 가지고 소통하길 바란다.

 

공론화위원회는 사회적으로 갈등이 큰 신고리 5,6호기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임무다. 이는 정부에 대한 권고안 마련뿐만 아니라,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갈등을 완화하고 수용력을 높여야 하는 다른 목적을 함께 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공론화위원회가 국민과 소통하고, 특히 찬반 양측과 다양한 논의와 협력을 통해 이견을 줄여가야 한다. 공론화위원회는 자신들의 본질과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신고리 백지화 시민행동은 이미 26일 공문을 통해 공론화위원회에 면담을 신청한 바 있다. 우리는 이 면담을 통해 공론화의 성공을 위한 의견과 요청을 전달하고자 한다. 


2017. 7. 28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금, 2017/07/2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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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사일 발사 못막는 군사적 대응만 반복할 것인가

남북미, 을지프리덤가디언 계기로 쌍중단 협상과 대화의 물꼬 터야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한미의 무력시위가 반복되고 있다. 어제(28일) 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남북간 상호비방과 적대행위의 중단을 위한 한국 정부의 대화제의에 응답하지 않은 채 한반도 위기를 가중시키는 북한의 군사행동을 강력히 규탄한다. 동시에 지금의 사태를 군사력 과시로 대응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 역시 매우 우려스럽다. 오늘 정부는 미 전략자산을 동원한 무력시위와 사드 잔여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결코 문제해결 방안이 아니다. 특히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는 철회되어야 한다.


이번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로 북한은 언제, 어디서든 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밤중에 그것도 한미 정보당국이 발표했던 평북 구성이 아닌 자강도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거리 기준으로 7월 4일보다 더 진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한미가 그동안 취해 온 미사일 요격훈련, 전략자산 전개와 같은 무력시위와 대북제재 강화가 사실상 북한의 미사일 능력 강화 의지를 꺾지 못했음을 재확인시켜준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내놓은 대응방안은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우리 군의 입장’을 발표하며 전략자산 전개와 더불어 “추가적인 사드 발사대 4기 배치”와 “한미연합 확장억제력과 함께 우리의 독자적인 북한 핵·미사일 대응 체계”를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남측에서 미사일 방어능력을 강화한다고 해결될 것이 아니다. 바로 어제 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던 정부가 오늘은 추가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정부 스스로 내세운 원칙과 입장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사드를 추가 배치한다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구실로 미국의 동북아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보 능력을 기반으로 대북 선제타격까지도 상정하는 한미의 미사일 대응 체계는 북한의 기습적인 미사일 발사 능력이 확인된 상황에서는 유효한 방안이 될 수 없다. 결국 정부가 내놓은 군사적 방안은 문제해결 보다는 중국과의 갈등을 부추기고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북의 연이은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은 필요하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해결의 제1의 원칙은 한반도 내 군사충돌은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군사적 해법이 아니라면 문제해결을 위한 협상의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껏 한미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라는 예측되는 행동에 '상호위협감소'라는 확실하고 실효성있는 해법을 두고도 이를 우회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연합훈련의 동시 중단을 과감하게 결단해야 한다. 북한의 폭주를 막고 한반도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대화의 입구에 설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8월에 또 다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8월 한반도에 군사적 갈등이 아닌 대화 모드가 조성되도록 정부가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토, 2017/07/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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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보위는 최저생계비 인상,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논의해야 합니다

 

일시 장소: 2017년 07월 31일(월) 오후1시, 서울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 앞

 

 

7월31일(월) 오후2시 2018년 기준 중위소득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별 최저보장수준을 논의할 제53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갑작스럽게 빈곤에 처한 이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한국사회 마지막 안전망입니다. 하지만 그 보장수준이 너무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습니다. 실제 수급자들의 삶은 '빈곤의 감옥' 에 갇혀 죽지않을 정도의 급여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또한 빈곤의 책임을 가난한 사람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강제하는 부양의무자기준은 100만 명이 넘는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수준의 현실화를 공약한바 있습니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역시 공약했습니다. 하지만 국정기획자문위를 통해 발표된 계획은 ‘완전폐지’가 아니었습니다. 2018년 11월 주거급여에서 폐지, 정작 빈곤층에게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욕구인 생겨급여와 의료급여에서는 폐지가 아닌 완화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이번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2018년 최저보장수준의 현실적인 인상과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논의할 것을 촉구하며, 제53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개최될 예정인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 우스 달개비 앞, 오후1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중생보위는 최저보장수준의 현실적 인상과 부양의무자기 준 완전폐지를 논의해야 합니다!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면담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합니다.

월, 2017/07/3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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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동향 2017년 8월호

기획주제1.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부양의무자 기준

기획주제2.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

기획주제3.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방안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

 

배진수 | 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

 

1.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의 규모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의 규모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정치가 존재한다. 거칠게는 우리나라 전체 빈곤율에서 수급자 비율을 제외한 나머지를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 규모로 예측한다. 이와 관련한 여러 연구를 살펴보면 대략 그 비율을 전체인구의 2.1%~4.27% 사이로 보고 있다.1) 2008년 보건복지부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사각지대 현황 조사’에서는 소득인정액 기준을 충족하고 있음에도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인구의 3.3%인 160만 명 정도라 보았다.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 규모에 대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2010. 빈곤실태조사’에서 빈곤층의 규모를 추정한 수치인데, 이에 따르면 전국 약 66만 가구 117만 명이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자 선정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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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소득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모두 통과하더라도 수급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2007년의 연구(석재은, 유은주)에서는 수급신청 탈락사유를 다룬 연구결과들을 비교분석한 결과, 소득·재산기준이나 부양의무자 기준이 아닌 ‘기타사유’로 수급자가 되지 않는 비율, 즉 개인정보의 공개를 꺼리거나, 수급자가 된다는 낙인효과 때문에 수급을 거부하거나, 정보가 부족해 수급 신청조차 하지 못한 사람들의 비중이 전체 비수급 빈곤층의 약 5%, 많게는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비수급 빈곤층 대부분이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탈락자라고는 볼 수 없지만 이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그 규모는 대략 100만 명 안팎일 것으로 본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개정된 2015년 이후에도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의 규모는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 간주부양비 부과로 인한 보이지 않는 ‘수급 빈곤층’의 존재

 

100만 명 규모의 수급 사각지대 외에,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 빈곤층’의 존재도 묵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어떻게 수급 빈곤층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부양의무자 기준 통과여부는 전적으로 부양의무자에게 부양능력이 있고 없음에 대한 판단에 달려있다.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에 대한 판단은 ‘부양능력 없음’, ‘부양능력 미약’, ‘부양능력 있음’의 세 층위로 나뉜다.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부양능력 있음’ 기준 아래면 모두 부양능력이 없다고 보아 수급자로 선정하는 것이 마땅해 보이나, 보건복지부 지침은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이 ‘부양능력 없음’ 이하일 경우에만 온전히 수급자로 선정하고, 그 소득이 ‘부양능력 없음’ 보다는 많으나 부양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소득구간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부양능력이 미약하다고 본다. 이 구간에서는 일단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으나 수급자가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비를 받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다시 말하면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비를 받든 받지 못하든, 보건복지부 지침이 설정한 일정 비율의 부양비를 수급자의 소득으로 산정한 후 수급자로 선정해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급자는 실제 부양비를 받지 못하더라도 생계급여 상한액인 495,879원(2017년 1인 가구 기준)을 온전히 받지 못하게 된다. 간주부양비가 20만원이라고 했을 때, 부양의무자로부터 실제 부양을 받지 못하는 수급자는 20만원이 삭감된 약 29만원만을 수급비로 받아 생활해야 된다는 것이다. 2008년 12월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시한 “수급가구 및 비수급 빈곤가구의 피부양실태에 관한 심층조사”에 따르면 50개 수급가구 중 이와 같은 간주부양비가 책정되어 있는 가구는 36가구로, 해당가구에게 간주된 부양비는 평균 월 19.72만원이었으나 실제 부양비는 월 평균 4.56만원이었다. 실제 받고 있는 부양비가 간주되는 부양비의 약 1/4수준밖에는 되지 않는 것이다. 또, 수급가구의 대부분인 94.4%가 책정된 부양비 보다 적은 금액의 부양료를 받고 있었다. 부양의무자에게 부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는 ‘부양의무자 가구 역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서’라는 답이 47.1%로 가장 많았고, ‘연락이 되지 않거나 관계가 단절되어서’라는 답변도 27.8%나 되었다.

 

이처럼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판단에 의해 책정되는 간주부양비는 무늬만 수급자인 사람들을 필연적으로 양산해내고 있다. 따라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를 추정할 때는 비수급 빈곤층 뿐 아니라, 수급자이면서도 간주부양비가 부과되어 최저생계수준 이하로 생활하는 수급 빈곤층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3. 개정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수급 사각지대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양산되는 광범위한 수급 사각지대와 수급자로 선정은 되었음에도 최저생계비 미만으로 살아가는 수급 빈곤층 문제의 해결은 이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사회적 의제가 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된 지난 2000년 이후 17년 간 부양의무제도의 폐지 또는 개선에 대한 요구는 계속되어 왔고, 그동안 부양능력 판단 및 부양의무자 범위 기준 완화 등을 통해 수급 사각지대의 축소를 꾀하기도 했으나 단 한 번도 수급사각지대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개정되어 2015년 7월 시행된 개정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고는 하나, 이 역시 수급 사각지대 해소에 대한 답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 개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판정기준 
2015년 7월 개정 시행된 기초법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개정 전과 가장 다른 점은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을 판단하는 소득기준이 대폭 상향되었다는 것이다.2) 2015년 7월 이전 수급자 1인 가구를 4인의 부양의무자 가구가 부양해야 할 경우, 부양능력 없는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은 부양의무자 가구 최저생계비의 130%(약 217만원)이었으나, 개편 후에는 부양의무자 중위소득(2017년 4,467,380원) 이하로 대폭 상향되었다. 그리고 ‘부양능력 있음’ 구간은 부양의무자가 수급자를 부양한 이후에도 중위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를 고려하여 수급자 중위소득의 40%에 부양의무자 중위소득을 더한 5,128,552원 이상으로 상향되었다. ‘부양능력 있음’과 ‘부양능력 없음’ 사이의 구간은 앞에서 살펴본 ‘부양능력 미약’ 구간이다.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완화를 통해 기존에 ‘부양능력 있음’으로 분류되었던 부양의무자 가구가 ‘부양능력이 없음’, 또는 ‘부양능력 미약’ 구간으로 일부 편입되었고, ‘부양능력 미약’ 구간의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 없음’으로 판단되었다. 그 결과 신규 수급자가 늘고 간주부양비 부과로 생계급여가 삭감되었던 가구의 급여액이 일정 정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개정 기초법 시행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 해소 효과를 조금 더 면밀히 살펴보면, 생계급여 신규수급자가 2015년 6월 대비 2016년 5월에 9만 명가량 증가했는데3) 이는 부양의무자 완화로 인한 효과와 더불어 부양의무자 기준은 통과했지만 정보부족 등으로 인한 미신청자에 대한 발굴노력이 함께 이루어져 나온 결과이다. 보건복지부는 신규수급자의 약 62%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48% 가량은 복지소외계층 발굴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신규 생계급여 수급자 9만 명 중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통해 진입한 사람들은 9만 명의 62% 인 5.6만 명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더하여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완화를 통해 간주부양비를 부과 받던 14만 가구의 평균급여액이 17만원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부양능력이 미약하지만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실제 지급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되어오던 간주부양비가 감소된 것으로, 처음부터 실제 지급받지 못하던 급여의 일부를 이제야 받게 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전체 수급자 대비 간주부양비를 부과 받는 수급자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을 상향하는 것만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사각지대를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미비하다.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 완화로 신규 진입한 생계급여 수급자 5.6만 명은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발생하는 100만의 수급 사각지대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수치이다. 아래에서는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 상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급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금 더 들여다보기로 한다.

 

2)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판정기준 중 소득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

「2017년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이하 ‘보건복지부 지침’)에 나타난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판정기준 중 소득기준은 아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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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에 따르면 부양의무자 1인의 월 소득이 2,314,103원을 넘을 경우 수급자 1인을 부양할 부양능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월 230만 원 정도를 받는 2~30대 1인 가구가 소득이 전혀 없고 주거비용도 지불해야 하는 부 또는 모를 온전히 부양해야 하는 의무를 지는 사례도 다수 나타날 것이다. 부양의무자인 자녀 1인이 부모를 2인을 모두 부양해야 할 경우라면 월소득 2,788,711원이면 부양능력이 있다고 본다. 2017년 기준 2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은 281만원 정도이고, 2인 가구가 최저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금액이라고 보는 생계급여 기준인 기준 중위소득의 30%는 844,335원이다. 월 280만원을 버는 자녀는 부모의 생계를 위해 대략 85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보조하고, 주거비용을 지불하고, 만약 부모가 아플 경우라면 의료비도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부양의무를 짊어진 자녀는 과연 스스로의 노력으로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을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기초법의 부양의무자 제도는 국가가 빈곤한 자의 자녀의 삶을 담보로 운영하는 제도이자 부모세대의 빈곤을 자녀세대에 대물림하는 결과를 묵과한 채 존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정 기초법에 따라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을 판단하는 소득기준이 대폭 상향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부양의무자 가구가 1인일 경우일 경우에는 개인이 지는 부양의무의 무게는 다인가구에 비해 더욱 크게 다가온다. 현실적으로 월소득 280만원으로는 부양의무자 1인이 부모를 부양하기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운 소득수준이다. 이러한 소득기준으로 인해 부양의무자에게 부양능력은 있지만 여전히 부양을 받지 못하는 수급 사각지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3)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판정기준 중 재산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

개정 기초법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는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기준 완화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기초법 상 부양의무자 기준은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뿐 아니라 재산기준까지 모두 충족해야 수급자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재산의 소득환산에서 제외되는 기본재산액은 대도시 기준 2억2천8백만 원4) 으로 개정 전후 동일하다. 따라서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이 완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주거용 주택 역시 소득으로 환산되는 재산에 포함하는 현재의 부양의무자 재산기준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통과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의 연구보고에 따르면5) 수급을 신청하였으나 부양의무자의 재산기준으로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정되어 수급에서 탈락한 비율은 57.29%였다. 부양의무자의 소득으로 보면 부양능력이 없으나 재산기준으로만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 가구도 22.01%에 달하였다. 더욱이 재산의 경우 소득에 비해 처분가능성이 낮고 대부분의 재산이 주거용 재산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부양의무자의 재산기준은 실질적인 부양현실을 반영하기 어려운 판정기준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부양의무자가 재산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한다면 이는 수급 사각지대의 발생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4) 부양의무자의 부양거부·기피로 인한 사각지대

개정 기초법은 그동안 가장 논란이 되어 왔던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거부·기피함이 인정되지 않아 발생하는 수급 탈락’의 경우, 즉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이 실질적인 부양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에 발생하는 수급 사각지대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을 받을 수 없다’고 인정되는 사례에 대해서는 기초법 제8조의2 제2항에 규정하고 있다. 제1호에서 제6호까지는 구체적으로 부양의무자가 병역의무 중이거나 해외이주자인 경우,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경우 등을 부양 받을 수 없는 상태로 판단 할 수 있다고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 반면, 제7호에서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로 들고 있는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경우’는 법문 상 그 해석이 명확하지 않다. 보건복지부 지침이 법문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부양이 거부·기피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위해서 ‘가족 간 경제적·정서적 지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가족관계가 해체되었음’을 증명하길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지침 역시 가족관계 해체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가족관계의 해체로 볼 수 있는 몇몇 사례만을 들고 있을 뿐이다.6) 보건복지부 지침의 내용을 살펴봐도 ‘가족관계 해체’의 정의는 무엇인지, ‘정상적인 가족기능이 상실’되었다고 볼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지가 불명확하다. 결국 각 사안마다 ‘부양의무자와 가족관계 해체상태’로 정상적인 가족기능을 상실하여 정서적・경제적 부양을 받을 수 없다는 사정’을 담당 공무원의 재량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 지침에서도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의 확인은 보장기관의 재량행위라고 본다.7) 지침의 ‘부양의무자에 대한 조사방법’에서 역시 부양의무자에 대한 조사가 미비할 경우에는 담당 공무원의 종합적인 판단으로 사실관계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함으로써 그 판단을 공무원 재량영역으로 넘기고 있다.8) 

 

이는 경직된 법 적용을 넘어서 보장기관이 수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수급자격을 주는 융통성을 발휘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러한 재량의 부과가 과연 수급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의문이다. 또 비슷한 요건을 가진 수급자들 사이에서도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보장기관에서는 재량을 발휘하기 보다는 지침의 틀 안에서 경직된 판단을 하기 쉽고, 실제 지침에서 열거된 몇몇 사례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부양을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부양 거부·기피를 인정받기 힘들 수 있다. 이렇게 부양의무자로부터 실제 부양을 받지 못하는 경우, 그에 대한 입증책임조차 수급자에게 부과되는 현 상황에서 부양의무자의 소득이나 재산기준이 아무리 상향된다고 하더라도 수급자가 되기란 요원한 일이다. 

 

5.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국가는 국민에 대한 헌법적 의무를 이행해야

 

이상에서 살펴본 수급 사각지대가 특히 문제되는 것은 그로 인해 수많은 빈곤층이 그들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 제34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제34조 제2항에서 국가의 사회보장 및 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명시했다. 헌법 전문을 비롯하여 앞에서 열거한 헌법 제10조와 제34조는 사회적 기본권의 헌법적 근거로 일컬어져 왔다. 즉, 사회적 기본권은 헌법으로부터 직접 도출되는 구체적인 권리로서 국가는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지며, 단순히 국가 사회·정책적 목표나 지향점으로 삼는데 그치면 되는 문제가 아니므로 국가의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그 구체적인 권리성을 부인할 수 없다.9)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된 이래 17년 간 부양의무자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틀 안에서 부양의무자의 범위나 부양능력 판정 기준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수급 사각지대를 줄이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100만이 넘는 비수급 빈곤층과 수급 빈곤층은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부양의무자 기준이 존재하는 한 수급 사각지대는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2015년 개정 시행된 기초법 역시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을 대폭 완화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비수급 빈곤층과 수급 빈곤층은 그들의 사회적 기본권, 그 중에서도 핵심인 공공부조수급권을 지속적으로 침해받고 있다. 

 

이제는 과연 국가가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후의 보루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운영으로 국민에 대한 헌법적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이다. 대선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약속한 바 있다. 조속히 그 약속을 이행하여 수급 사각지대의 가장 큰 원인인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헌법상 의무를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이승호, 구인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적절성 평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사회연구」30(1), 2010.
여유진 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재산기준 개선방안 연구”,「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책보고서 2014-87」,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4.
김지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부양의무자 기준의 위헌성”,「공법연구」제41집 제3호, 2013. 2.
박성민, “평등권 침해를 중심으로 본 부양의무자 기준의 위헌성”, 「사회보장법학」제5권 제1호, 한국사회보장법학회, 2016. 
배진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한 입법방안에 대한 소고”,「사회보장법연구」제6권 제1호, 서울대 사회보장법연구회, 2017
보건복지부(2017),「2017년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
 

화, 2017/08/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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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동향 2017년 8월호

기획주제1.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부양의무자 기준

기획주제2.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

기획주제3.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방안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부양의무자 기준

 

박영아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1.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자 기준이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자 기준은 공공부조급여(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등)를 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 중 하나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8조 등은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서 그 소득인정액이 제20조 제2항에 따른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결정하는 금액(이하 이 조에서 ‘생계급여 선정기준’이라 한다) 이하”일 것을 수급요건으로 삼고 있다. 부양의무자가 없으면 본인의 소득과 재산만으로 수급자격요건을 따진다. 그러나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여부, 즉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에 따라 수급자격 여부가 가려진다. 여기서 부양의무자는 민법에 따라 부양의무를 지는 친족 중 1촌 이내의 직계혈족, 즉 부모 또는 자식을 말한다.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여부는 수급권자의 소득과 마찬가지로 보장기관의 조사로 파악하며, 금융거래, 신용정보 등의 정보를 낱낱이 볼 수 있는 금융정보제공동의서 제출을 요한다(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1조 제3항). 부양의무자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보장기관은 수급신청을 각하할 수 있다(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2조 제8항).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왜 본인도 아닌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을 수급자격요건으로 삼고 있을까?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있으면 “부양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양을 받지 못하는 수급신청자는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있어도 부양받을 수 없는” 사정을 입증해야 한다. “부양받을 수 없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부양의무자의 군입대, 수감, 해외이민 등은 보건복지부 지침상 부양받을 수 없는 사정으로 명시되어 있어 별다른 논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사정이 없음에도 부양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보건복지부지침에 의해 “가족관계가 해체”되었음이 인정되어야 급여를 제공토록 하고 있다. 

 

2. 부양의무자 기준과 민법상 부양의무의 관계

 

부양의무자는 민법상 부양의무가 있으므로 부양능력이 있으면 부양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자 기준이 민법상 부양의무와 그렇게 맞물리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가. 부양능력과 부양의무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유무는 위에서 본 것처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자격요건을 구성하는 요소로, 아래와 같이 획일적 기준에 따라 판정한다. 반면, 민법상 부양의무는 기본적으로 부양의무자와 부양청구권자 간의 개인적 권리의무관계로, 부양의 정도와 방법은 우선 당사자 간 협의, 그리고 협의가 없을 경우 당사자의 청구에 의해 정하는데, 획일화된 기준이 없고,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정도와 부양의무자의 자력 기타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정한다. 부양의 정도를 결정할 때 고려되어야 할 ‘제반사정’에는 부양권리자와 부양의무자 사이의 과거의 유대관계, 부양권리자의 생활이 곤궁하게 된 원인 등이 포함될 수 있다.1) 

 

대법원 판례는 나아가 부부와 미성년자녀와 부모 간, 즉 핵가족 간 부양의무를 1차적 부양의무라 하고 성년 자식과 부모 및 기타 친족 간 부양의무를 2차적 부양의무로 구분하고 있다. 즉 “부모가 성년의 자녀에 대하여 직계혈족으로서 민법 제974조 제1호 제975조에 따라 부담하는 부양의무는 부양의무자가 자기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부양을 받을 자가 그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그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2차적 부양의무”라는 것이다.2) 따라서 부양의무자는 자기의 생활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서도 잉여가 있는 때에 비로소 현실적인 부양의무를 지게 되고 그 생활 정도를 낮추어 가면서까지 부양할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3)  

 

2차적 부양의무관계에서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낮추어가면서까지 부양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는 민법과 달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자녀양육비, 본인의 노후대비자금 등 실제 생활비를 고려하지 않고, 부양의무자의 소득 또는 재산으로 부양의무자 가구의 기준중위소득과 부양권리자 가구의 최저생계비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만 되면 부양능력이 있다고 보고 실제로도 부양을 할 것이라는 기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어떻게 보면 부양의무자 가구에 대해 일방적으로 생활수준을 기준중위소득에 맞출 것을 주문하는 셈인데, 그렇게 강요할 법적 근거가 없고, 기대와 현실 간의 괴리로 인해 광범위한 복지사각지대가 형성되는 결과만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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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부양의 단위

민법상 부양의무는 개인 간의 권리의무관계라는 점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과 차이가 있다. 민법상 부양권리자는 원칙적으로 자신에 대한 부양을 청구할 수 있을 뿐, 딸린 식솔이 있다 하여 이들에 대한 부양까지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가구에 속한다 하더라도, 각자 자신의 부양청구권을 개별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반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부양의무자의 부양권리자 가구 전부에 대한 부양을 전제로 한다. 부양권리자 가구원 중 일부에 대해 부양의무가 성립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급여제공여부가 원칙적으로 가구 단위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모는 생계를 같이 하지 않는 자녀의 배우자의 전혼관계에서 태어난 자녀에 대해 민법상 부양의무가 성립하지 않지만4)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모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자녀의 배우자의 자녀를 포함한 가구 전체를 부양할 것이라고 상정을 한다. 다만 보건복지부 지침으로는 부양의무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가구원에 대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별도 가구로 분리해서 그 소득인정액 기준에 따라 급여종류별 수급자로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2017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

 

부양의무 미성립 별도가구 보장

 

1. 개념: 수급(권)자 가구 전체의 소득인정액은 주거급여 선정기준 이하이지만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있음, 미약구간의 부양비 부과로 주거급여 선정기준 초과 포함)으로 인해 주거급여 수급자로 선정이 어려운 가구 중,
-그 부양의무자(미약구간인 부양의무자가 다수인 경우 부양비가 부과되는 모든 부양의무자)와 법률상 부양의무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다음의 가구원은 별도가구로 분리하여 그 소득인정액 기준에 따라 급여종류별 수급자로 보장하려는 제도

 

(1) (외)조부모와 같이 사는 18세 미만 손자녀(20세 이하의 중고등학생, 대학생 포함) 가구로,
-(외)조부모의 부양의무자 부양능력으로 가구전체가 생계·의료·주거급여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경우 그 18세 미만 손자녀(20세 이하의 중고등학생, 대학생 포함)를 별도가구로 보장
-이때 별도가구로 인정되는 18세 미만 손자녀는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로 인정되어야 함

 

(2) (조)부모·(손)자녀(가구)로 이루어진 가구 중 독립한 다른 자녀 또는, 부모의 직계존속으로 인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초과한 경우,
-아래의 세가지 조건 중 하나에 해당하면, 다른 자녀 또는 (조)부모의 직계존속과 부양의무 관계에 있는 (조)부모를 제외한 나머지 (손)자녀(가구)를 별도가구로 보장

(가) (조)부모 중 1인 이상이 노인·장애인·희귀난치성질환자 및 중증질환자(암환자·중증화상환자)인 경우
(나) 가구원인 (손)자녀(가구)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1~4급 등록장애인으로 보장이 필요한 경우
(다) 기타 가구특성으로 지방생활보장위원회를 통해 (손)자녀(가구)를 별도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일정기간 동안 결정한 경우

 

다. “부양을 받을 수 없다”의 의미와 민법상 부양의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보건복지부 지침은 부양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수급자격이 없다고 보고 있다5). 법원 판례 중 상당수도 보건복지부 지침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고등법원 2011. 1. 11. 선고 2010누21435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부산지방법원 2011. 10. 28. 선고 2011구합2881 판결도 같은 취지). 

 

“원고는, 부양의무자들이 원고를 부양할 형편이 되지 못하여 부양료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같은 조 제4호의 ‘부양을 기피 또는 거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부양의무자들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그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모두 부양을 기피 또는 거부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국가에서 수급권자로 인정해 준다면 아래 라.항에서 살피는 바와 같은 위 법 제1조 및 제3조 등의 규정취지에 어긋난다고 보이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미약한 경우 부양의무를 이행할 것을 조건으로 수급권자로 인정하는 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4호 다목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 되므로, 이 경우는 단순히 부양비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것을 넘어서서 부양의무의 임의이행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정 해석함이 상당하므로{실제로 보건복지부 지침인 ‘보장사업안내(갑 제3호증의 2, 제24면)’에서도 부양을 기피 또는 거부하는 경우를 생활실태로 보아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을 받지 못하여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는 경우로 시장·군수·구청장이 인정하는 경우, 실질적인 가족관계의 단절상태 또는 이에 준하는 사유로 부양을 받을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혈연관계가 아님을 이유로 부양을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 등으로 예시하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이 부양의무자들이 관련 법령에서 정한 어느 정도의 부양능력이 됨에도 불구하고 단지 생활형편이 어려워 부양료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시행령 소정의 ‘부양을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

 

반면 대구고등법원 2011. 4. 29. 선고 2010누2549 판결은 “부양능력 있는 부양의무자가 어떠한 이유이든 실제로 명백히 부양을 기피하거나 거부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면 이 법에 따른 수급권자가 되기 위한 요건인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를 충족한다고 해석할 것이고(보건복지부 지침인 「201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에서 ‘부양을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로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은 대표적으로 흔한 사례를 예시한 것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수급권자에게 보장비용을 지급한 보장기관은 이 법 제46조에 따라 부양능력을 가진 부양의무자로부터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양의 범위 안에서 징수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과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듯하나, 부양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 이상으로 “부양의무자가 실제로 명백히 부양을 기피하거나 거부하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남으며, 개별 사건에 관한 법원 판결은 보건복지부지침이나 보장기관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을 집행하는 방식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먼저 부양의무자를 상대로 부양료청구를 하고 모자랄 경우 다시 급여청구를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맞는다는 취지의 판례도 있다.6) 그러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나 보건복지부 지침은 가정법원이 결정한 부양료가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거나 부양료청구가 기각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사정으로 본다는 내용이 없다. 부양의무자가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을 충족하면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단할 뿐 민법에 따른 부양의무의 범위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원론적으로, 당장 최저생활조차 유지 못하는 부양의무자를 상대로 부양의무이행 청구를 먼저 하도록 하는 것은 공적부조를 목적으로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근본취지와도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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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20. 청와대앞,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공약이행 촉구 1인시위 ⓒ 참여연대

 

3. 부양의무자 기준의 문제

 

부양의무자 기준의 근본적 문제점은 본인이 지배할 수 없고, 본인의 생활실태와 관계없는 사정을 수급요건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 있는” 것으로 간주되면 수급(신청)자는 “부양받을 수 없음”을 입증함으로써 부양의무자 기준을 헤쳐지나가지 못하는 한 자기 소득으로 최저생활을 유지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수급자로 선정되지 않는다.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없다”는 판정을 받아 일단 수급자로 선정되었다 하더라도 자기도 모르는 부양의무자 소득의 변동으로 인해 급여가 삭감되거나 다시 탈락되기 일쑤다. 

 

실제 부양여부와 상관없이 “부양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수급선정에서 제외하는 부양의무자 기준은, 실질부양이 아닌 잠재적 부양가능성을 이유로 급여지급을 거부하고 있다.7) 그러나 잠재적 부양가능성을 이유로 급여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오로지 부양의무자의 도덕적 규범으로서의 부양의무의 이행에 기대는 것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4. 결론

 

부양의무자 기준이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사각지대는 공적부조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며 애초에 그 설계가 잘못되었음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지난 7월 19일에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를 살펴보면 주거급여는 2018년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생계, 의료급여는 소득재산 하위 70% 중 노인,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가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을 제외(‘19년부터 단계적 확대)하겠다는 외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언제까지 어떻게 폐지하겠다는 전체적인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굳어지고 딱딱해진 허물을 벗겨내는 데 단계적 폐지라는 신중한 접근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단계적 폐지”가 자칫 “완화”에 그치는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한 청사진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1) 김주수, 김상용 공저, 친족상속법, 10판, 법문사 2011, 464면

2)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1다96932 판결

3) 법원실무제요[II], 2010, 584면

4) 민법 제974조 제1호

5) ⌜2017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 71-75면 참조

6)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09. 7. 3. 선고 2008구합335 판결

7) 김지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자 기준의 위헌성, 공법연구, 4193), 111-135

화, 2017/08/0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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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주해군기지반대전국대책회의>

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출범식

<평화야 고치글라> 7/31~8/5 제주 전역에서 개최

일시 장소 : 07. 31. (월) 오전 8시, 제주 해군기지 입구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 <평화야 고치글라: 평화가 길이다, 우리가 평화다>이 오는 7월 31일(월)부터 8월 5일(토)까지 제주 전역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그 시작으로 7월 31일(월) 오전 8시, 제주해군기지 입구에서 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출범식을 개최했습니다. 출범식을 마친 후 대행진 참가자들은 동진과 서진으로 나눠져 출발했습니다. 행진이 마무리되는 8월 5일(토) 오후 6시에는 제주시 탑동해변공연장에서 ‘평화야 고치글라’, 범국민문화제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올해 대행진에도 연인원 3,000여명이 함께할 예정입니다. 이번 대행진에는 강정마을과 연대해 왔던 용산 참사 유가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을 비롯해 사드에 맞서 싸우고 있는 성주 주민들도 함께 할 예정입니다.

 


▣ 출범식 개요

제목 : 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출범식 ‘평화야 고치글라, 평화가 길이다 우리가 평화다’
일시와 장소 : 2017년 7월 31일(월) 오전 8시, 제주해군기지 정문
주최 : 강정마을회,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


출범식 순서
사회 : 이영웅 제주 범대위 사무국장

발언
- 강정마을회 : 조경철 마을회장, 문정현 신부
- 제주 범대위 : 제주여성인권연대 김지수 활동가
- 제주 전국대책회의 : 이태호 공동집행위원장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행진 안내
강정마을 출발

 


▣ 기자회견문

평화가 길이다, 우리가 평화다

오늘로 부당한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저항한 지 3,728일을 맞습니다. 거대한 국가폭력 맞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워온 지 1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1분 1초라도 공사를 멈추기 위해 연행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700여명의 마음을 발걸음마다 간직하려 합니다. 용산과 밀양에서, 쌍용자동차에서, 성주에서 그리고 지금도 평화를 위해 싸우고 있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평화를 온 몸으로 증거하셨던 故 권술용 단장님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지난 10년간 강정과 연대했던 모든 이들의 마음을 담아 다시 평화의 길을 떠나려 합니다.


다시 구럼비 바위에 기대어 생명의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강정 주민들이 어릴 적 뛰어놀던 그 곳에는 생명의 숨결이 살아 있었습니다. 생명의 숨결, 평화의 기억이 채워졌던 그 구럼비의 추억을 되찾고 싶습니다. 다시 기억을 되살려 봅니다. 작은 생명들을 품고 솟아나던 할망물, 붉은발 말똥게, 아름다운 연산호 군락의 자태를 다시 되찾고 싶습니다.


구럼비 생명들을 죽이고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고 강정바당 연산호를 파괴한 정부와 해군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습니다.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소중한 가치들이 파괴된 것에 대해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정부에 맞선 결과 돌아온 것은 34억50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구상권뿐이었습니다. 여기다 대림과 삼성의 추가 구상권 추진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강정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고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부당한 구상권 청구 철회야말로 그 시작이자 당연한 조치입니다.


올해는 특히 성산 주민들과도 더욱 뜨겁게 연대하려 합니다. 제2공항 건설이 예정된 성산을 또다른 폭력적 국가 정책 결정의 희생지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삶의 터전을 내주어야 하는 성산 주민들의 기본적인 동의도 없이 추진되는 것이 제2공항입니다. 여기다 제2공항을 공군기지로 활용하려는 국방부의 전략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제주를 동북아 군비경쟁과 군사적 갈등의 무대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기지까지 들어선다면 제주는 세계평화의 섬이 아니라 동북아 군사적 갈등을 일으키는 거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한미 양국이 제주해군기지에 미 해군의 최신 이지스함 줌왈트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제주도가 미국의 대중국 복합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는 우리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제주의 평화는 군사기지와 무기경쟁으로 지켜질 수 없습니다. 평화의 발걸음, 우리의 연대만이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킬 수 있습니다.


평화의 발걸음으로 제주의 평화를 지켜나가겠습니다. 평화만이 유일한 길이고, 그 길을 걷는 우리가 바로 평화입니다. 평화야 고치글라. 우리 함께 제주의 평화를 지켜나갑시다.


2017년 7월 31일


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 일동

 

 

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과 함께하는 단체들 (7/29 현재, 가나다 순 185개 단체. 이후 추가 예정)
공동주최단체 (185개)

 

(재)전태일재단,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4.3도민연대, 4.3연구소,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4.9통일평화재단,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 제주본부, 강정마을회, 강정불자회, 강정을사랑하는육지사는제주사름, 강정책마을, 강정친구들, 개척자들, 경계를넘어, 공의정치실천연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곶자왈사람들,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기독교장로회 정의평화위원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독청년아카데미, 나눔문화, 남북평화연구소, 남북평화재단, 노동당, 노동당제주도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인권회관, 노동자연대, 노점노동연대, 녹색당, 녹색연합, 농민약국, 동북아평화교육훈련원, 무기제로, 문화연대,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민족화합운동연합(사),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수호제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중연합당, 민중연합당 제주도당(준), 반전평화연대(준), 불교인권위원회, 불교평화연대, 비폭력평화물결, 빈곤사회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 사월혁명회, 사회진보연대, 새벽이슬, 새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생명평화결사, 생명평화기독연대, 생명평화마당, 생명평화연대, 생태지평, 서귀포시민연대, 서귀포여성회, 세상을바꾸는 민중의힘, 시민평화포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얼굴있는거래,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예수살기,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의료영리화저지와의료공공성강화를위한제주도민운동본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인권실천시민행동, 인권재단 사람, 재단법인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전국노동자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제주도연맹,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제주본부,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조제주본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전국빈민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제주도연합, 전국여성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전대협동우회, 전쟁없는세상,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정의당, 정의당제주도당, 제주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제주군사기지저지와평화의섬실현을위한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녹색당, 제주대 87 길동무, 제주민권연대, 제주민예총, 제주민주청년단체협의회동우회, 제주사회문제협의회,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통일청년회, 제주평화인권센터, 제주해군기지반대강정주민대책위원회,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DPI,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진보사랑, 진실을알리는시민, 참교육제주학부모회, 참여연대,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 제주교구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탐라자치연대, 통일광장, 통일문제연구소, 평화군축박람회준비위원회, 평화네트워크, 평화누리,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모임, 평화바닥, 평화바람, 평화박물관, 평화여성회,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평화재향군인회, 평화통일시민연대, 평화통일연구소, 피스모모, 하나누리,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 한국가톨릭농민회(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선교연대,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한국민주청년단체협의회동지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한민족생활문화연구회(사), 한빛누리, 함께하는시민행동, 현장실천노동자연대,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노동전선),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희년함께, AWC한국위원회, KYC한국청년연합

 

월, 2017/07/3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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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김성욱 |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복지정책과 제도는 한 공동체와 그 구성원을 대하는 당대의 이해(理解)를 반영한다. 따라서 정책과 제도를 보면 사회구성원들이 사회적인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부조제도는 복잡하기로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제도이다. 수급신청자 가구 뿐 아니라 수급가구의 법적 부양의무자의 주민등록정보에서부터 가구원 전체의 소득과 재산, 민감한 금융정보와 출입국 기록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수급자격을 부과할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정보의 양과 범위는 어떤 사정기관도 범접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고 방대하다.  

 

왜 우리는 다른 어떤 나라도 하지 않는 복잡한 제도를 운영하게 되었을까. 사실 우리 공공부조제도 형성사를 돌아보면, 가난에 몸부림치다 국가의 원조를 요청한 자가 있더라도 긴급한 구호를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몰래 숨겨놓은 소득과 재산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지배되었다. 단순히 현금소득만 없고 몇십억대 집에서 살고 있는 자산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신청자의 자녀가 대기업에 다니는 고소득자임에도 불구하고 파렴치하게 국가의 도움을 요청한 자라고 미루어 걱정하기도 했다. 그래서 혹여 있을지 모를 부도덕한 신청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전에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물론 이런 사례는 전 세계에서 손쉽게 발견되지만, 부정수급자가 있다면 추후에 환수하고 적절한 처벌을 가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선택을 했다. 어쩌면 부정한 신청자에게 복지를 제공했다는 비난이 두려운 정책입안자와 공무원들의 보신주의도 한몫 했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지역, 성, 가구원 수, 소득유형, 주거형태, 질병의 정도, 노동가능능력, 장애여부, 직종, 부양의무 등 온갖 판정기준과 예상사례들로 만든 엄청난 ‘경우의 수’를 제도에 반영하고자 했으며, 결국 수급자격이 있는지 여부조차도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개인이 처리할 수 없는 복잡한 제도괴물을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그래서 정부는 매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수급자격 판정용 슈퍼컴퓨터와 전담조직을 별도로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수십년 연락이 끊인 자식의 소득으로 수급권이 박탈된 노인의 음독자살이나 ‘송파 세모녀’와 같이 국가지원을 받지 못한 가족의 동반자살과 같은 안타까운 기사를 끊임없이 목격하는 사회에 살게 되었다.

 

다시 환기하자면, 제도는 당대의 이해를 반영한다. 피상적으로만 보면 이러한 아이러니는 제도적 합리성의 오류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쩌면 답은 우리에게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울 의지가 있는가. 사회의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는 개인과 가족의 역사와 고통을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보다 우리는 서로 신뢰하는가. 

 

이번 호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기준을 기획으로 한다. 이는 가족이 일차적인 생계의 책임을 진다는 것이고, 달리 말하면 국가가 정한 부양의무자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피부양자는 사회적 구호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짧은 지면에 다 열거하기도 어려운 문제와 사회적 아픔을 가진 대표적인 독소조항이긴 하나, 대표적으로 법적쟁점과 사각지대 문제 그리고 폐지여부와 관련한 쟁점을 중심으로 세 가지 주제를 준비했다. 돌이켜보면 부양의무자기준이 그나마 세간의 관심이라도 받은 경우는 정권이 바뀌면서 시민사회의 요구가 응집되고 생계형 가족동반자살과 같은 극단적 사건이 발생할 때였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새로운 이슈가 부상하면 자연스럽게 다음을 기약하지도 못한 채 잊혀져갔다. 모쪼록 이번 복지동향이 부양의무자기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들의 관심과 고민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화, 2017/08/0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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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어준의 파파이스 154회 (2017.7.28 방송)에 참여연대 안진걸 공동사무처장이 출연, 통신비인하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월, 2017/07/3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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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참여연대>

미하원 일본군성노예제 결의 채택 10주년 맞이 기자회견

2015한일합의 무효!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의 인권을

한미일동맹강화와 국익의 거래수단으로 희생시키지 마라!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일 시 : 2017년 7월 28일(금) 오전 11시
장 소 : 미국대사관 앞

    

순 서                                                       
 사 회 : 양노자 정대협 사무처장

- 참석자 소개

- 기자회견 취지 설명 및 인사말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  

- 일본군‘위안부’피해자 발언        이용수 할머니

- 연대 발언                       이연희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이미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    
                                 곽지민 평화나비네트워크 서울대표

- 공개요청서 낭독                 정태효 정대협 이사                                   
- 미국대사관에 공개요청서 전달

 

 

<공개요청서>

2015 한일합의 무효!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의 인권을
한미일동맹강화와 국익의 거래수단으로 희생시키지 마라!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정부에게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나서신지 26년의 세월이 지났다. 고령의 피해자들이 계속 돌아가시고 있는 가운데, 그들의 명예와 존엄은 회복되지 못하여 아직 정의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는 전쟁이 끝난 후 반세기동안이나 역사 속에서 지워져 있었다. 연합군을 위시한 국제사회, 특히 미국정부는 종전 시 아시아 여성들에게 저지른 일본군의 성노예 범죄를 조사 확인하고, 문서로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과 불처벌로 가해국의 범죄은폐에 협조했으며, 가해자들이 처벌되지 않고 활보하는 사회는 피해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분위기로 작동하였다. 불처벌과 침묵 가운데, 가해국은 그들의 범죄를 은폐하고 미화했으며, 범죄가 드러나기 시작한 이후에도 오히려 범죄를 부정하며 피해자들에게 제2, 제3의 가해를 저질러 왔다.

 

1990년대 초에 이르러 반세기에 가까운 강요된 침묵을 깨고 떨쳐 일어난 피해자들은 노구를 이끌고 전 세계를 돌며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간절한 호소에 공감한 국제사회가 수많은 보고서와 결의를 통해 진정한 문제해결을 거듭 확인하고, 국제사회의 보편적 상식을 만들어냈다. 미국 또한 지난 2007년 7월 30일, 일본군이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요한 사실을 명백히 인정하고 사죄할 것을 일본정부에 권고하는 미하원 결의안(121 결의안)을 채택하며 관심을 표명하였다. 그 후 네덜란드, 캐나다, 유럽의회 등 세계 각국의회가 일본정부에게 범죄사실인정과 공식사죄, 법적책임 이행, 역사교육 등을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하며 국제사회의 소중한 정의 가치를 성립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의 노력과 세계의 노력은 2015한일합의로 인해 위협받게 되었다. 한일 정부는 제대로 된 인정도, 사죄도, 배상도, 후속조치도 실종된 합의를 통해 위로금조로 10억 엔을 가해국이 거출함으로써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종결짓기로 약속하고, 그 역사를 제기하지 않으며, 소녀상 철거 등 역사지우기에 동의했다. 피해자들의 요구와 인권원칙마저 저버린 굴욕적인 2015한일합의였다.

 

그리고 지금, 합의를 무효화한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던 새 정권이 출범한 후에도 명예와 인권회복을 바라는 피해자들의 기다림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한국정부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내외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2015합의에 위배된다며 한국정부를 압박하고 있고, ‘위안부’ 피해자들과 관련한 국외 및 국내 정책까지 종결지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책임이행을 강요하는 이런 부당하고 부정의한 상황이 2015한일합의 이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정의실현이 지연되고 있는 현재의 사태에 대해 미국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정부는 가해자 일본정부가 범죄인정과 사죄, 배상할 자세도 갖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일 정부에게 ‘위안부’ 합의를 종용하고 압박하였다. 이것은 2015한일합의 전후에 나온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 보도 등을 통해서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발언에 대해서도 미국무부 웬디 셔먼 당시 국무부 차관은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서 값싼 박수를 얻어내는 것을 쉬운 일”라고 비난하고, “이런 도발은 마비를 유발한다”(2015. 2. 27)며 우회적으로 한미동맹을 빌미로 한일합의를 압박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러한 미국정부의 모습은 피해자에게 인권회복의 권리를 제대로 요구하지 못하게 하고, 포기할 것을 압박한 것이나 다름없다.

 

합의발표 이후에도 미국의 합의 이행 압박은 계속되었다.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2015한일합의를 반대한다며 절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지지한다고 발표하며 피해자들의 절규와 목소리에 입막음을 시도했다. 블링큰 당시 국무부장관은 미국의 한국계 시민단체가 2015한일합의 반대목소리를 내자, 위안부 문제 활동을 자제하라고 압박하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처사를 보였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위안부 합의가 미국에게 문을 열어준 것이며, 군사적 참여가 바로 더 늘어났다고 평가하고, 대니얼 러셀 미국무부 차관보는 한일합의로 인해 한미일 3국 동맹 강화의 기회가 만들어졌다며 한일합의를 높이 평가하였다.  이와 같은 정황은 미국정부가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의 권리를 한미일동맹 강화와 국익의 거래수단으로 희생시키려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우리는 미하원 결의 채택 10주년을 맞이하며 다시 그 결의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한일합의 무효와 피해자들의 요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미국정부 및 국제사회의 부당한 압력이 아닌, 정의로운 연대와 협력을 요구한다.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의 인권회복 활동을 한미일동맹 강화의 걸림돌로 취급하는 ‘돈’ 중심의 사회에 대해 ‘인권’과 ‘개인의 존엄성’의 가치가 존중될 수 있는 그런 해결을 요구한다. 미국사회 그리고 구 연합군이였던 나라들에게 1945년 8월 15일 이후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에 대해서 불처벌과 진실은폐로 역사청산의 기회를 놓친 책임을 더욱 높이 추궁하고자 한다.

 

우리는 피해자들이 살아 계실 때 우리 손으로 해방을 이루고,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이룰 수 있도록 세계각지의 여성들, 시민들과 연대하여 아래와 같이 미국 정부에게 요구한다.

 

1. 미국정부는 소유하고 있는 일본군성노예제 관련한 제2차 대전 관련 공문서를 포함, 모든 문서를 공개하라.
1. 일본군‘위안부’와 관련한 2015한일합의에 대한 미국정부의 간섭을 중단하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의 권리를 보장하라!
1. 한일 양 정부가 2015한일합의를 즉각 파기하고,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관련자 처벌, 피해자 명예훼손 방지 등을 통해 아시아 전체 피해자들의 인권이 진정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지원하라.


2017년 7월 28일

미하원 일본군성노예제 결의 채택 10주년 맞이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기독교대한감리회전국여교역자회. 기독여민회, 대한예수교장로회전국여교역자연합회,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여성교회, 이화민주동우회, 전국여성연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여성위원회, 한국기독교장로회여교역자협의회, 한국기독교장로회여신도회전국연합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마창진시민모임, (사)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부산시민모임, 평화나비 네트워크, 오내친구장애인성폭력상담소, 서울남서여성민우회, (사)포항여성회, 한울남도생협, 참여연대, (사)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대학생겨레하나, 일본군‘위안부’연구회, 평화비전국연대(강서소녀상추진위원회, 경기광주미래세대와함께하는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 구리시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 금천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 김포평화나비, 당진평화비건립위원회, 도봉평화의소녀상추진위원회, 상주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 서산평화의소녀상보존회, 성남평화나비, 수원평화나비, 안양평화의소녀상네트워크, 양평평화의소녀상, 오산평화의소녀상건립시민추진위원회, 용산평화의소녀상건립시민추진위원회, 용인평화의소녀상 건립 시민추진위원회, 우리겨레하나되기울산운동본부, 원주평화의 소녀상 시민모임, 의정부 평화나비, 일본군‘위안부’한일협상무효와구로평화의소녀상건립을위한주민모임, 일본군‘위안부’합의무효와평화의소녀상건립을위한서울강북주민모임, 전남평화의소녀상연대(여수평화의소녀상추진위원회・순천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목포평화인권위원회・해남나비・나주평화의소녀상건립운동본부・광양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준비위원회・곡성평화의소녀상추진위원회・담양평화의소녀상위원회), 전주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 정읍평화의소녀상추진위, 제천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 천안평화나비시민연대, 충북평화의소녀상건립 시민추진위원회, 평화나비대전행동, 한일일본군‘위안부’합의무효와정의로운해결을위한포항행동, 한일‘위안부’합의무효와정의로운해결을위한제주행동), 평화비 작가 김서경・김운성, 캐나다 나비 토론토

 

금, 2017/07/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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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인 돌봄에 관한 소고

 

전용호 |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는 글

 

문재인 정부가 치매 노인 돌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발표하면서 정책 의지를 보이고 있다. 치매지원센터를 확충해서 돌봄 인프라를 확충하고 본인부담금 상한제 도입 등을 통해 가족의 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간 세 차례의 국가 차원의 ‘치매관리종합계획’을 실행했는데 이번 치매 국가책임제를 통해 그 내용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치매는 선진국에서도 ‘난제(難題)’ 중의 하나다. 주지하듯이 치매는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같이 시급한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급성기 질환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적으로 기능이 나빠지는 진행성 만성질환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비롯한 대부분의 치매는 이전의 정상 기능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치매에 걸린 사람은 처음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인지기능에 장애가 오면서 최근 기억부터 시작해서 과거 기억을 점차 못하게 되고, 시간, 장소, 사람 등을 인식하지 못하는 지남력 장애와 기본적인 계산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치매가 더욱 진행되면 옷입기, 용변처리 등이 어렵고 간단한 대화도 어려워진다. 배회, 망상, 이식, 욕설, 폭력 등의 공격성향과 같은 ‘행동심리증상’ (Behaviou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in Dementia, BPSD)도 빈번해진다. 갈수록 각종 문제가 발생하므로 노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 중의 하나다.

 

치매는 곁에서 치매 노인을 돌보는 가족이나 친척 등의 돌봄 제공자에게도 힘든 일이다. 치매 노인의 부양 방법과 역할 분담을 놓고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이 발생하거나 치매 노인의 문제행동이 빈번해지면서 돌봄 스트레스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난제인 치매에 대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간 치매 노인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으로만 여겨져 왔던 것을 국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적극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치매 노인을 제대로 돌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리나라는 치매 노인을 위한 보건의료와 복지 서비스의 역사가 짧고 여러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글의 목적은 치매 국가 책임제의 도입에 즈음해서 현재 치매 정책의 현황과 이슈를 점검하고 그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데 있다.

 

치매 관련 현황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치매 노인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치매로 진단을 받은 65세 이상 노인 환자의 수가 지난 2015년을 기준으로 64만 8,223명으로 전체 노인인구의 9.8%에 달하고 있다(중앙치매센터, 2016a:7). 치매환자 중 남성은 28.7%, 여성은 71.3%로 여성의 비율이 훨씬 높고, 연령대별로도 전체 치매환자 중 85세 이상 노인이 38.4%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80-84세가 26.2%, 75-79세 21.0%, 70-74세 7.3%, 65-69세 7.1%로 각각 나타났다. 치매노인을 중증도별로 네 단계로 나누면 최경도가 17.1%, 경도 40.7%, 중등도 26.4%, 중증 치매의 비율은 15.8%로 초기 치매 환자(최경도와 경도)의 비율이 57.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앙치매센터, 2016a:11). 장기요양보험 이용자 중에서 치매환자 비율이 23만 5,844명(2014년 기준, 54.4%)으로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중앙치매센터, 2016b: 16). 치매특별등급을 신설하면서 경증 치매 노인의 서비스 이용이 점차 늘었다.

 

앞으로 인구고령화가 급속히 이뤄지면서 치매환자의 수가 크게 늘어 국가적으로 의료비와 장기요양비용이 급증하고 노인과 가족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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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치매를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간주하고 방치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치매 정책이 시행되면서 각 지역에서 검진을 통한 조기진단이 비교적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는 그간 세 차례에 걸쳐 시행된 정책이 큰 영향을 끼쳤다. <표 1>처럼 우리나라에서 제 1차 치매관리 종합계획을 시행한 것은 2008년으로 비교적 최근이다. 1차 종합계획에서는 치매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돕고 조기검진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데 중점이 맞춰졌다(김민경, 서경화,2017). 2차 종합계획에서는 치매 인프라가 본격적으로 확충되었고 최근에 발표된 3차 종합계획은 수요자 중심의 시스템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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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치매 노인 돌봄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치매 국가 종합계획은 치매에 관한 돌봄의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치매노인 돌봄을 위한 하드웨어를 구축했을 뿐 실제 현장 차원에서 바람직한 치매노인 돌봄은 아직 시작 단계다. 치매노인이 각 요양원, 요양병원, 주간보호기관, 집 등 여러 공간에서 무시, 방임, 방치되는 등 인간적인 돌봄을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치매 돌봄의 의료적 접근 방식의 한계

 

치매의 돌봄에는 크게 세 가지 접근 방식이 있다(최혜경, 2017: 75-8). 첫째, 의료적 접근은 치매를 하나의 질환으로 보고 뇌손상에 따른 증상들을 중심으로 치매노인을 이해하려고 한다. 치매에 대한 의료적인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의사 등 전문가가 중심이 되어 투약을 통해서 치매의 문제행동을 완화시키거나 치매에 대응하려는 경향성이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치매노인의 개별적인 특성을 고려하기 보다는 표준화된 방식으로 치료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해 노인에 대한 학대와 일상생활의 지원의 측면에서 소홀한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의료서비스가 필요 이상으로 제공되는 ‘과잉의료(over-medicalisation)’의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전용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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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심리사회적인 접근이 있다. 이 방식은 치매 노인과 치매 노인을 둘러싼 여러 환경적인 요인들(의사소통, 가족관계, 집안 환경, 돌봄방식)간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최혜경, 2017). 치매노인에게 적절한 환경과 돌봄을 제공해서 치매 노인이 느끼는 심리적인 위축이나 불안감 등을 최소화시켜서 치매노인의 심리행동 증상을 완화시키려는 것이다. 특히, 영국의 Tom Kitwood(1997)는 ‘사람 중심의 돌봄 모델(Person Centred Care)’을 주창하고 심리사회적인 접근 방식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는 의료적 접근처럼 노인을 ‘치매 질환’으로만 보는 방식에서 벗어나서 치매노인의 과거 삶의 이력과 특징, 선호 등의 전반적인 상황과 개별 노인들의 고유한 개성(personhood)을 이해하고 이에 적합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전용호, 2017). 정형화된 방식으로 치매 노인을 돌보는 방식을 거부하고 치매노인이 하는 여러 행동이나 증상을 오히려 표현하지 못하는 치매노인을 이해하는 실마리로 여기고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치매노인을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시민권적 접근은 치매노인이 사회적으로 낙인과 고립의 주요한 배제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고, 치매노인이 소외와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최혜경, 2017). 이를 위해 치매노인이 당당한 시민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이 같은 세 가지 접근 방식을 고려할 때, 현재 우리나라의 치매 노인 돌봄은 어느 접근 방식에 해당될까? 여러 가지 다양한 사항을 고려해야 하지만 아직은 의료적 접근 방식에 가까운 것 같다. 그 이유는 현재 치매 정책의 입안과 치매의 주요한 기관인 중앙치매센터와 치매지원센터 등의 관리 및 운영 등에 있어 보건의료 전문가의 영향력이 지배적인 것 같다. 다학제적 접근의 필요성을 인식하지만 의료, 보건, 복지 등 영역간 구분 의식이 강해서 상호간의 교류나 논의는 매우 제한적이다. 아직 의료적 접근에 해당하는 더 분명한 근거는 ‘사람 중심의 돌봄 모델(Person Centred Care)’과 같은 치매 노인을 인간적으로 존중하면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심리사회적인 접근 방식의 모델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 같은 모델의 존재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고, 학계와 제공기관과 같은 현장에서도 논의가 미비하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학계와 제공기관들이 PCC 모델에 대한 도입과 확산에 적극 나섰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김춘남, 2017).

 

물론, 치매를 주요한 정책으로 인식하고 제도화한 시기가 얼마 되지 않은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현재 의료적 접근 방식의 근본적인 한계를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치매를 질병으로 보고 의료적 치료에 신경을 집중함으로 인해 생활인으로서 치매 노인의 일상생활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나아가서는 비인간화, 학대, 소외시키는 문제가 있다(최희경, 2017:75). 더 근본적으로는 치료를 통해서 치매가 완치될 수 없고 치매 증상의 관리 측면에서 의료적 접근은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새로운 접근을 위한 당면과제

 

이제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치매 정책의 방향은 분명해졌다. 기존의 의료적 접근을 탈피해서 심리사회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나아가서는 시민권적 접근으로 발전해야할 것이다. 치매노인을 인간적으로 돌볼 수 있는 구체적인 모델의 개발과 확산에 힘쓰는 동시에 치매노인이 사회적으로 소외되지 않고 시민권을 당당히 행사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같은 새로운 접근을 실현하려면 먼저 치매 노인 돌봄에 국한하지 않고, 보건의료와 복지 등 노인 돌봄의 전반적인 측면에서 관련된 당면 과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치매노인을 위해서 재가와 지역사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확충되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현재 치매노인의 약 40%는 경증 치매 노인이다. 경증 치매 노인은 시간이 갈수록 각종 기능 상태가 약화되면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늘어난다. 경증단계에서는 단순한 인지 프로그램이나 생활지원이 필요하지만 중증의 치매로 진행될수록 보건의료와 복지의 다양한 분야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필요한 서비스가 늘어난다. 따라서 의사나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인력이 집으로 방문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의사의 왕진제도가 부재하고 기본적인 간호서비스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전용호, 2017). 특히 재가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간호서비스는 세 가지로 제한적이다. 먼저, 보건소의 방문간호사는 인력이 부족해서 진단이나 상담 위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장기요양의 방문간호서비스는 갈수록 축소되어 전체 장기요양 인력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3.64%에 불과하고, 의료기관의 재가가정간호사서비스도 매우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다(전용호.2017). 경증의 치매노인에게 적절한 서비스가 집에서 제공될 수 없으므로 치매노인의 기능상태가 실제보다 더 빨리 악화되거나 가족들의 돌봄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치매노인의 시설입소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삶터에서의 노후(Aging in place)’를 희망하는 노인들의 요구에 역행하고 시설입소로 인한 의료비나 장기요양 비용의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선진국에서는 의료서비스와 사회적 돌봄(health and social care)을 유기적으로 연계 및 통합해서 노인의 복합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정책적 노력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의료, 보건, 복지의 ‘각 영역내’에서의 연계나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영역간’ 협조도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전용호, 2017). 예를 들면, 1차, 2차, 3차 의료기관간에 환자를 의뢰하거나 이송하는데 협조하지 않고, 같은 지역사회에서도 보건소와 복지기관들 간에 대상자를 위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 치매노인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서비스가 원스톱으로 통합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데 의료, 보건, 복지의 영역간의 칸막이가 매우 높고 다양한 서비스별 전달체계가 매우 복잡한 상황이다. 그간 우리의 노인 돌봄은 각 영역내와 영역간의 연계와 조정, 통합이 중요한 정책으로 추진된 적이 없다. 그저 각 영역내에서 자체적인 제도와 서비스의 확장에 몰두했고 정부도 연계와 통합을 유도하지 않았다.

 

셋째, 노인을 돌보는 비공식 인력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노인 복지에서 가장 격차가 발생하는 부분이 바로 노인을 돌보는 가족이나 친척, 이웃 등 소위 ‘비공식 돌봄자(informal carer)’에 지원 정책이다. 장기요양보험을 통해서 노인을 위한 공식적인 돌봄이 확충되고 있지만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시간이나 일상적인 수발은 여전히 비공식 돌봄자의 역할이 지대하다. 특히, 치매노인을 돌보는 비공식인력의 돌봄 스트레스는 중풍에 걸린 노인을 돌보는 것보다 그 강도가 훨씬 크다. 더욱이 비공식 돌봄자는 노인을 돌보기 위해서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거나 장기간 돌봄 부담으로 인한 우울증과 질환 등의 여러 지표에서 일반인들에 비해서 훨씬 나쁜 경우가 많다. 장기간 치매노인 돌봄으로 발생하는 ‘간병살인’이나 ‘간병자살’은 돌봄의 고통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비공식 돌봄자에게 현금급여, 건강검진, 여행, 휴가 지원, 상담 프로그램 등 다양한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수행하는 돌봄의 노고를 사회적으로 인정함으로써 돌봄의 역할을 지속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특히 가족의 돌봄기능 약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젊은 부양인구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비공식 인력의 역할을 지속시키는 것은 사회적으로 시급한 과제이다. 우리도 치매가족휴가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잘 이뤄지지 않고 있고 지원의 내용과 효과의 측면에 이제 시작 단계다.

 

나가며

 

치매노인에게 인간적인 돌봄과 시민권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당사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각 영역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할 때다.

 

 


 

<참고문헌>

김민경, 서경화(2017) 국내외 치매관리정책에 대한 비교 연구, 국가정책연구, 31(1): 233-260.

김춘남(2017) 퍼슨센터드 케어의 이해와 실천전략, 한국노인복지학회 춘계워크숍 발표문, 5월 26일, 춘천 한림대학교
중앙치매센터(2016a)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6,  성남시. 
중앙치매센터(2016b) 국제 치매정책 동향 2016,  성남시.
전용호(2017a)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치매노인과 요양보호사의 관계와 돌봄 경험에 관한 연구, 생명연구, 43(1): 129-171.
전용호(2017) 문재인정부의 노인의 건강과 돌봄의 공약 진단과 향후 과제: 의료, 보건, 복지 영역의 돌봄의 연속성을 중심으로, 한국노인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 발표문, 5월 26일, 춘천 한림대학교. 
최혜경(2017) 치매인을 위한 인권중심 사회복지실천의 방향과 방안에 대한 연구, 노인복지연구, 72(1): 69-91.T.(1997). Dementia Reconsidered:The Person Comes First. Buckingham:Open University Press. 

화, 2017/08/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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