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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잡는 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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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잡는 해병대

익명 (미확인) | 수, 2017/10/25- 15:38

해병대에서 엽기적인 폭행과 가혹행위가 장기간 일상적으로 발생했지만 내부에서 묵인, 은폐돼 온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드러났다. 지난 8월엔 해병대사령부의 감찰반이 와서 피해 병사들의 진술까지 받아갔지만 두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최근 해병대사령부가 운영하는 해병대 휴양시설인 덕산스포텔, 일명 덕산대에서 복무 중인 해병대 병사들의 폭행 및 가혹행위 피해 자술서를 입수했다. 이 자술서엔 덕산대 부사관들이 사병들을 상대로 자행한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이를 묵인한 과정 등이 상세히 기재돼 있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뚝배기 집게로 병사 혀 잡아 당기기, 주방용 가위를 병사 입과 귀에 대고 자른다고 위협하기, 병따개를 손가락에 끼워 꺾는 동안 웃으며 노래 1절을 부르기, 목공용 공구인 타카를 병사를 향해 쏘기, 빨래 건조대 봉에서 뽑은 철심을 허벅지나 팔에 튕기기, 술을 마시고 들어와 병사의 머리에 야구배트를 크게 휘두르기, 글러브를 끼고 권투를 하듯 병사 때리기 등등.

이 같은 폭행과 가혹행위가 상습적으로 발생한 경기도 화성 해병대사령부 덕산스포텔은 해병대사령부와 차로 불과 10분 거리에 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피해 병사들의 피해 진술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덕산스포텔을 찾았다.

객실과 연회장, 골프장 등이 딸린 군 복지시설, 해병대원 20명 복무

서울에서 약 두 시간 거리. 산비탈에 걸쳐 있는 덕산스포텔은 해병대사령부 본부대 본부중대가 직접 관리하는 군 복지시설이다. 이 곳은 주말이면 발디딜 틈이 없는 이른바 핫플레이스다. 바로 앞에는 골프장이 있고 노래방, 목욕탕, 한실과 양실을 겸비한 객실, 그리고 150명은 거뜬히 수용하는 연회장과 룸, 식당이 들어선 4층 복합건물이다. 현역, 전역 해병대 관계자뿐 아니라 민간인도 10% 부가세를 붙인 가격이면 이용할 수 있다. 음식과 주류도 저렴하고, 객실 이용료도 보통 휴양시설보다 싼 편이다. 그래서인지 3성 장군인 해병대사령관부터 가족 단위 민간인들도 많이 오는 곳이다.

▲ 주말 저녁은 대부분의 테이블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전현직 군인들이 회식장소로 찾는다.

▲ 주말 저녁은 대부분의 테이블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전현직 군인들이 회식장소로 찾는다.

덕산스포텔은 상사 1명, 중사 3명 등 4명의 부사관과 사병 16명, 그리고 민간인 군무원까지 총 25명이 근무한다. 병사들은 폭행과 가혹행위가 주로 이 모 중사(26)에 의해 자행됐다고 진술했다. 부사관 4명의 직무는 관리관, 시설관, 보급관, 보좌관으로 나뉜다. 이 중사는 시설관이다. 그는 올해 봄 덕산스포텔으로 근무 명령을 받았다. 이 중사는 덕산스포텔에 빠르게 적응했고 “내가 이곳의 실세”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혀 잡아당긴 집게로 주방 일 해야 하는 병사들

병사들의 피해 진술서에는 피해 당사자로서 쓴 진술도 있고, 동료 병사가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내용도 담겨있다. 취재진이 병사들의 피해 진술서 수십 장을 분석해보니 이 중사가 자행한 폭력의 유형은 크게 세가지로 나타났다. 구타와 도구를 이용한 폭력 및 가혹행위, 그리고 성희롱이 섞인 언어폭력이었다. 특히 조용하고 겁이 많은 병사들이 주요 폭력의 대상이었다. 다음은 한 피해 해병의 진술서 내용이다.

나는 과업지 후임과 같이 항상 폭행을 당했다. 주먹과 팔꿈치는 기본이고 때로는 도구를 이용해 때리기도 한다. 도구는 가위, 집게, 야구방망이, 가느다란 철봉 타카 등 많다.

뚝배기 집게

▲ 뚝배기 집게

▲ 뚝배기 집게

또 다른 피해 병사는 지난 4, 5월 경 이 중사와 단 둘이 사무실에 있다가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한다. CCTV는 물론 다른 병사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 중사는 뚝배기 집게를 들고 이 병사의 혀를 집게로 잡아 당겼다. 다음은 진술서 내용이다.

이oo 중사가 혀를 내밀라고 하여 혓바닥을 잡고 당겼습니다

취재진은 덕산스포텔 현장 취재 과정에서 이 병사를 직접 만나 당시 상황을 재확인했다. 그는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증언했다.

혀를 내밀라고 해서 이렇게 내밀었더니 더 내밀라고 해서 (집게로) 집어서 당겼습니다.

가위

▲ 덕산스포텔 주방용 가위

▲ 덕산스포텔 주방용 가위

지난 8월 중순 쯤 덕산스포텔 프론트에서 근무 중이던 한 피해병사는 이 중사에게 가위로 위협을 당했다. 점심을 같이 먹지 않고 먼저 먹었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밥을 같이 먹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술과 귀에 가위를 들이대며 잘라버리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당시 장면을 목격한 동료 사병은 이렇게 진술했다.

가위로는 후임의 신체 일부를 자른다고 했습니다.

병따개

▲ 덕산스포텔 병따개

▲ 덕산스포텔 병따개

병따개로 괴롭힘을 당한 병사도 있었다.

상습적으로 병따개를 손가락에 끼워서 꺾습니다. 다른 병사들도 많이 당했습니다.

병따개 가혹행위는 다른 병사들도 여러번 목격했다.

병따개로 손가락을 꺾어서 당한 병사가 아파하면 웃으면서 중사 이OO는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노래가 1절이 끝날 때까지 계속 손을 꺾고 있는 거죠.

야구배트

▲ 덕산대 가혹행위에 사용된 야구배트

▲ 덕산대 가혹행위에 사용된 야구배트

알루미늄 야구배트도 동원됐다. 이 중사는 야구방망이로 병사들의 팔, 다리는 물론 머리도 가격했다고 한다.

야구방망이로 엉덩이와 팔을 가격했습니다. 정말로 다른 후임, 선임도 있는데 퍽퍽 소리나서 이걸 이렇게 세게 때리냐고 했습니다.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야구배트를 휘둘렀다는 목격 병사의 증언이다.

술을 먹고 스포텔에 온 이OO 중사가 시설근무를 서고 있는 000 해병에게 욕설과 야구배트로 머리를 때리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고..

빨래 건조대 철심

▲ 덕산대 가혹행위에 사용된 빨래 건조대 철심

▲ 덕산대 가혹행위에 사용된 빨래 건조대 철심

가느다란 철봉은 빨래 건조대의 살인데 허벅지를 주로 때렸습니다.

쇠막대기로 팔뚝을 휘둘렀습니다. 아프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너 번 더 때렸습니다.

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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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스포텔 가혹행위에 사용된 ‘타카'

▲덕산스포텔 가혹행위에 사용된 ‘타카’

목공용 공구인 이른바 ‘타카’는 벽에 포스터를 붙일 때나 건물 벽을 세울 때 사용한다. 가혹행위에 사용된 ‘타카’는 디귿자 형 심을 박는 일반 타카와 바늘처럼 생긴 심을 쏘는 에어 타카 등 2종류였다. 방아쇠를 당겨 총을 쏘듯 타카를 병사들에게 쐈다고 한다.

타카라고. 스테이플러같은 것인데, 좀 센 스테이플러인데, 그것을 사람한테 쏘는 거죠. 일반 타카는 스테이플러가 좀 센 정도인데 콤프레셔 연결해서 쓰는 타카도 있는데 그건 캔음료에 쏘면 캔음료가 빵꾸날 정도의 강도인데 그걸 사람한테 쏘는 거죠. 총처럼.

뉴스타파 취재진은 덕산스포텔 현장에서 시설관 이 중사를 만났다. 그는 병따개와 야구배트, 타카로 병사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시인했다. 이유를 묻자 병사들이 “말을 듣지 않고 장난을 쳐서”라고 답했다.

새벽에 술 취해 들어와 근무 중인 병사에게 가족 성희롱도

해병대사령부 덕산대 내에서 일어난 언어폭력, 성희롱 발언도 병사들을 괴롭혔다.

새벽 근무를 서고 있는데, 중사 이OO와 중사 최OO가 술에 취해 스포텔에 왔습니다. 노래방을 이용하고 새벽 3시 30분에 누나를 소개시켜 달라는 말을 꺼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안된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요구를 하길래 저는 피곤하고 귀찮은 마음에 누나에게 물어보겠다며 상황을 넘겼습니다. 그렇게 상황이 마무리 되는 듯했으나 중사 이OO가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손동작을 취하면서 “네 덕에 한 번 하겠네”라며 성희롱을 했습니다. 저는 순간 너무 화가 나서 표정을 굳히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병사 진술서

방관과 은폐, 그리고 제보

덕산스포텔에서 근무하는 해병 부대의 책임자는 관리관이라는 보직을 맡고 있는 장 모 상사다. 취재진과 만난 그는 이곳에서 일어난 폭력과 가혹행위 일체를 부인했다. 그는 병사들과 “매일 고충상담을 하고 있다”면서도 병사들이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사 오OO과 상사 장OO 모두 아무 말 없이 넘어가고 방관만 하며 상황을 회피하고 넘어가려고만 했다.

피해병사 진술서

덕산스포텔 근무 해병 16명은 이렇게 절망 속에서 군생활을 지속했다. 그런데 지난 7월, 박찬주 육군 대장의 이른바 공관병 갑질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여론이 비등해졌고, 8월 말 덕산스포텔에도 해병대사령부의 감찰반이 나왔다. 사령부 감찰팀은 병사들에게 “우리는 사령관 직속 기관이기 때문에 다른 간부나 누가 터치하는 게 없고 바로 사령관님한테 보고한다. 우리가 다 해결해줄테니 문제 되는 것들 다 써라”고 말했다고 했다. 병사들은 설문조사지를 받아 들고 꼼꼼하게 부사관들의 폭행 및 가혹행위와 간부들의 근무태도 불량, 갑질 등을 작성해서 사령부 감찰팀에 제출했다.

병사들은 곧 변화가 오길 기대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었다. 병사들은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덕산스포텔 현장 취재 중 마침 연회 차 이곳을 방문한 전진구 해병대사령관을 만날 수 있었다. 그에게 덕산대 감찰 결과를 보고받았는지 물었다. 하지만 전진구 사령관은 “지금 처음 듣는 얘기”라며 “폭력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전 사령관은 덕산스포텔에서 음식 조리와 서빙, 시설 관리 등을 담당하는 해병대원들이 상습적인 폭행과 가혹행위, 비인간적인 대우를 당하고 있는 시기에도 각종 모임과 행사, 연회 등을 위해 이곳을 자주 방문했다. 해병대는 뉴스타파 취재가 시작되고나서야 덕산대 가혹행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해병대는 피해 병사들을 보호하고, 부사관들의 폭력과 묵인을 제대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고 바꾸고 싶어서. 솔직히 걱정도 많이 했고 지금도 걱정이 되는데. …알려진다면 제대로 된 조사나 제대로 된 처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사령부가 지척에 있는 작은 해병 부대에서 가혹행위에 시달려온 병사들이, 도저히 내부에서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두 달이 넘게 고민하고 피해 진술서를 쓰며 외부에 제보를 결심하고 결행했던 날, 뉴스타파에 보내 온 간절한 바람이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군내 폭력과 가혹행위 관련 제보를 뉴스타파 홈페이지를 통해 받고 있다.


취재: 박종화, 박대용
촬영: 정형민, 김기철, 오준식
편집: 윤석민, 박서영
디자인: 하난희
C.G.: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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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정권 때 청와대 부산 인맥이라는 사람들이 전부 부림사건 관련 인맥입니다. 그러면 전부 공산주의 활동, 공산주의 운동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저는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적화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다라고 저는 확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영주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2013.1.4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을 했던 고영주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뒤늦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검찰이 기소를 하고 유죄판결이 확정이 된다면 공영방송 이사장직을 그만두는 게 맞다고 생각하느냐”는 뉴스타파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습니다.

고 이사장은 자신의 법률적 양심상 잘못한 게 없지만 만약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다면 이사장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의 이 말 역시 MBC 방문진 이사장 임기를 염두에 둔 말장난으로 보입니다. 뉴스타파의 언론개혁 시리즈 4편(이런 공영방송 이사장 어떤가요? – MBC고영주 이사장)에서 고영주 이사장의 교묘한 답변을 확인하십시오.


취재 : 최경영
촬영 : 최형석 김기철
C.G : 정동우
편집 : 이선영

수, 2017/07/1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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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죄 빠진 최순실 게이트…검찰의 한계인가, 전략인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이영렬 특별수사본부 본부장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이영렬 특별수사본부 본부장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확정했다. 검찰은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과 공모해 여러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20일 검찰은 최순실 씨 등을 구속 기소하면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검찰의 기소 범위는 예상보다 좁았다. 알려진 의혹 중 기소대상에 포함된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비리, 최 씨의 업무상 횡령, 정호성 전 비서관의 군사기밀 유출 등 혐의는 아예 다뤄지지도 않았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대통령과 최 씨의 뇌물혐의도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대기업들이 돈을 낸 대가로 사면, 세무조사 무마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삼성그룹이 최 씨 모녀에게 35억 원을 별도로 보내고 사업상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공소장에 없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774억 원을 몰아주며 뇌물 공여자로 지목돼 온 재벌기업들은 그저 ‘강요를 받은 피해자’일 뿐이었다. 뇌물을 준 사람이 없으니 받은 사람도 없는 상황. 검찰 수사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대통령은 피의자, 재벌은 피해자?”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최순실 등에 대한 공소장에는 두 개의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바로 ‘공모’와 ‘강요’다. 공모는 피의자로 신분이 바뀐 대통령에 대해, 강요는 800억 원 가까운 돈을 낸 기업들과 관련된 혐의에 쓰였다. 대기업이 대통령의 강요를 받고 어쩔 수 없이, 두 재단에 돈을 내고 최순실씨 관련 회사에 일감도 몰아준 것으로 검찰은 결론을 내렸다. 공개된 공소장만 보면 대기업들은 이미 수사 대상이 아닌 것이다. 공소장에는 이런 표현이 반복해 기재돼 있다.

이로써 피고인 최순실, 피고인 안종범은 대통령과 공모하여 대통령의 직권과 경제수석비서관의 직권을 남용함과 동시에 이에 두려움을 느낀 피해자 이OO 등 전경련 임직원, 피해자 삼성전자 대표 권OO 등 기업체 대표 및 담당 임원 등으로 하여금 위와 같이 486억원의 금원을 출연하도록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
재단법인 미르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에 대해

그러나 대통령-최순실측과 대기업이 돈을 주고 받는 과정에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은 이미 여러 곳에서 확인된 바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삼성그룹, 사면 등 법적인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한화그룹과 SK,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했다는 부영그룹, 정부 도움으로 해외 사업을 싹쓸이 했다는 의혹을 받은 대림산업 등이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기업들을 봐주기 수사한 것은 아닌지, 형량이 무거운 뇌물죄를 대통령이 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업들을 의도적으로 뺀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된다.

의도적으로 뺐다면… 좋은 전략

물론 좋게 보는 견해도 있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뇌물죄 부분을 기소대상에서 제외했을 것이란 예측 혹은 주장이다. 검찰이 피의자인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뇌물죄를 적용할 경우 공소유지도 어렵고, 대통령측에 수사내용만 알려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기업들이 돈을 낸 대가로 무엇을 받았는지 검찰은 수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뇌물죄의 경우 대가성을 특정하지 못하면 무죄가 난다. 피의자인 대통령을 직접 조사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뇌물죄로 기소하는 것은 부담스런 일이다. 피의자인 대통령에게 수사내용을 알려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첫 기소에서 뇌물죄 부분을 뺀 것은 전략적으로 좋은 판단일 수 있다.노영희 변호사/전 대한변협 대변인

그럼 만약 검찰이 추후에라도 대통령을 뇌물죄(혹은 공범)로 기소한다면 적용 가능한 법조항은 어떤 걸까. 대다수 법조인들은 수뢰죄와 제3자 뇌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형법은 두 혐의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②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후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제130조(제삼자뇌물제공)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청와대 입장을 밝히는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입장을 밝히는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그러나 수뢰나 제3자뇌물 모두 쉬운 건 아니다. 최순실 씨가 범죄행위로 얻은 이익을 대통령과 나눠 가졌는지, 최소한 대통령이 자신의 행위가 최 씨에게 부당이득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 한 대형 로펌 소속 법조인은 “대가성 입증 책임이 덜하다는 점에서 검찰은 제3자 뇌물보다는 수뢰죄로 가려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도덕적으로 끝장난 대통령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미르와 K스포츠, 문제의 두 재단은 대통령 지시로 만들어졌다. 재단 설립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비서실(안종범 전 수석)에 지시한 사람도, 돈을 낼 기업 총수들과의 만남을 제안하고 모금을 독려한 사람도 모두 대통령 자신이다. 재단의 기금규모도 대통령이 결정했다. 대통령은 최순실 씨가 실소유하고 있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의 영업에도 발벗고 나섰다. 최 씨의 부탁을 받고 민간기업인 KT에 인사청탁도 했다. 대통령은 이 모든 과정에 대통령 비서실을 동원했다.

검찰의 공소 사실이 알려진 뒤 청와대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입장문에서 “검찰이 상상과 추측으로 환상의 집을 지었다”거나 “(검찰의 주장은) 한 줄기 바람에도 허물어질 그야말로 사상누각” 따위의 표현까지 동원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두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불법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통령 변호인의 주장은 대부분 검찰의 해석에 대한 반발일 뿐, 검찰이 제시한 사실관계에 대한 반론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입장문 어디에도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구체적으로 반박하는 내용은 없었다. 재단 설립에 나서며 대통령이 한 구체적인 지시 내용, 현대차나 KT 등 민간기업의 납품과 인사 등에 개입하며 대통령이 비서에게 한 구체적인 지시 내용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는 주장은 내놓지 않았다. 변호인의 주장을 굳이 해석한다면, “청탁을 한 것은 맞지만 결정은 기업들이 한 것이다” 정도로 읽힌다.

포스코와 GKL은 그런 제안을 받고 회사 내부에서 검토한 결과 회사 사정상 어렵다며 거절하고 수차례의 협상과 조정을 거쳐 계약이 성사된 것처럼 기재되어 있는데, 사정이 그렇다면 공소장 기재가 모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을 협박으로 본다는 것은 우스운 일임.유영하 대변인 입장문/11월 20일

그런 점에서 대통령 변호인의 주장은 사실 대통령의 고백 혹은 자백에 가깝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개인적인 부탁을 받고 비서실을 움직여 민간기업의 경영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꼴이기 때문. 법조항을 두고 법정다툼을 할 만한 대상이 될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에는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인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의 거짓말

대통령은 지난 10월 25일 발표한 1차 사과문에서 “최순실씨에게 연설문, 홍보문에 한해 일부 도움을 받았고, 보좌체계가 완비된 뒤 그만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공소장은 대통령의 주장이 거짓말이었음을 보여준다.

공소장을 보면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정부 문서가 흘러간 건 올해 4월까지. 전달된 총 180건의 문서에는 정부부처 고위직 인사안, 국무회의 대통령 말씀자료, 대통령 비서실 보고문건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 중 47건은 ‘장차관급 인선 관련 검토자료’ 등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자료였다.

하지만 대통령이 변호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는 왜 대국민사과 당시 거짓말을 했는지에 대한 입장은 담겨 있지 않았다. 변호인은 공정성 시비를 이유로 앞으로 검찰 조사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정연국 대변인을 통한 긴급 브리핑에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내용이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진행될 특검 수사를 통해 대통령의 무고함을 밝힐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일, 2016/11/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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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스캔들이 터진 이후 대한민국에는 박근혜로 대표되는 궁중정치와 촛불로 대표되는 광장민주주의의 역사적 대결이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3차례 담화 등을 통해 거짓 해명과 눈물, 교란책 등을 내놓으며 줄기차게 국면전환과 반격을 시도했지만 촛불민심은 단호했다. 박근혜 즉각 퇴진과 처벌을 흔들림 없이 요구하며 우왕좌왕하던 정치권을 탄핵의 대오로 이끌었다.

촛불 vs. 박근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비리 의혹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제일 먼저 꺼낸 카드는 ‘개헌’, 그것도 본인이 주도하는 개헌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과 정부 비밀문건을 미리 받아 봤고, 수정까지 했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개헌 카드는 하루만에 좌절됐다. 대통령은 1차담화를 발표했지만 거짓말 해명 논란에 검찰 수사를 대비한 가이드라인 제시 성격이 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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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일대에 모인 2만 명 촛불의 민심은 허탈과 배심감, 그리고 분노였다. 전국에서 대통령 퇴진 요구가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꺼낸 두번째 깜짝 카드는 일방적인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이었다. 새누리당이 제안하고 있었던 거국내각 취지에도 맞지 않고 야권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왜 일방적으로 총리를 지명했을까? 총리 지명을 강행함으로써 파행을 일으켜 총리 정국으로 시선을 돌리고, 동시에 김병준 씨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던 국민의당을 회유해 야권 분열을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은 대통령이라는 진술이 나오는 등 게이트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자 대통령 지지율은 5%까지 추락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2차 담화를 발표했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했나”로 대표되는 이날 담화의 핵심은 진심어린 사과가 아닌 최순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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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촛불은 광장 민주주의 시대를 열었다. 서울 20만 명을 포함해 전국 30만 촛불 민심은 ‘박근혜는 물러나라’였다. 촛불에 놀란 야권은 탄핵이나 퇴진을 거론했을 때의 역풍에 대한 우려에서 벗어나서 촛불을 두려워하며 대오를 갖추기 시작했고, 새누리당도 친박과 비박으로 분화하기 시작했다.

정치권이 촛불을 의식하기 시작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한번 반전을 시도했다. 본인의 거취나 총리의 권한 범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 없이 국회에 총리 추천 권한을 기습 제안한 것이다. 김병준 총리 지명자 카드는 결국 버리는 돌이 됐고, 당리당략이 복잡한 정치권은 흔들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끊임 없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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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을 느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는 기존 입장에서 180도 태도를 바꿨다. 퇴진이나 2선 후퇴는 없다고 못박으며 반격으로 돌아섰다. 우선 우선 검찰 수사에 적극 응하겠다던 스스로의 약속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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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수사를 회피하면서 부산 엘씨티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엄단하라는 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차관 인사와 한일군사보호협정 체결, 사드 배치, 그리고 교과서 국정화 등을 밀어붙였다. 친박계도 대통령의 행보에 발맞춰 각종 발언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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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침묵했던 친박 중진들까지 전방위로 박근혜 호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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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친박의 반격에 촛불은 직접 청와대로 향했다.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서 136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다음날 검찰은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공범으로 박근혜를 지목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피의자 대통령이 됐다.

대통령은 버티기에 들어갔다. 검찰 수사를 상상과 추측, 사상누각이라며 비판했고 국회에 제안했던 총리 추천권도 철회할 뜻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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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비, 한파에도 최대 인파가 모였다. 190만 명 촛불 민심은 직접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며 청와대로 진격했다. 한달 만에 2만에서 190만 명으로 증가하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새로 쓰여지고 있었다.

이때 박근혜 대통령은 회심의 한 수를 정치권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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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의 시기와 방법을 국회가 정해달라며 조기퇴진의 가능성을 비쳤지만 사실상 이간책이었고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우선 탄핵을 다짐했던 비박계가 돌아서면서 탄핵시계는 멈춰섰다. 친박과 비박계는 4월 퇴진, 6월 대선 당론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다시 합쳤고 청와대는 비박계를 설득하기 위해 면담을 추진했다.

비박이 이탈하자 야권은 우왕좌왕했다. 추미애 대표가 단독으로 김무성 의원을 만나 퇴진 일정을 논의한 것이 알려지자 다른 야당이 발끈했고 탄핵안 표결 시점을 놓고는 2일, 5일 또는 9일 등 오락가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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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이간책과 이에 흔들리는 정치권의 모습은 촛불을 횃불로 만들었다. 236만 명의 민심은 청와대와 정치권, 특히 새누리당을 동시에 압박했다. 비박계는 민심 앞에 고개를 숙여 대통령의 4월 퇴진 여부와 관계 없이 9일 탄핵안 표결에 참여로 돌아섰다. 광장은 거대한 축제의 장인 동시에 전세계가 주목하는 민주주의의 산실이 됐다.

목, 2016/12/0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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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사거리 광고탑에 올라 고공 단식농성을 했던 노동자들이 농성 27일만에 지상으로 내려왔다.

금속노조 콜텍지회 등 6개 노조로 구성된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 소속 노동자들은 지난 4월14일부터 광화문 사거리 40m 상공 광고탑에서 단식농성을 벌여왔다.

고공농성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은 △김경래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조 동양시멘트지부 부지부장 △오수일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대의원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 △고진수 세종호텔노조 조합원 △김혜진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민주노조사수 투쟁위원회 대표 △장재영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 등 6명. 이중 이인근 콜텍 지회장은 건강 악화로 지난 6일 단식을 중단, 현재 녹색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들이 대선기간에 광고탑에 올랐던 이유는 대선후보들이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 등 근본적인 노동문제 해결을 약속해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대선후보는 없었다. 그렇게 대통령선거는 끝났고,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했다. 같은날 이들은 고공 단식농성을 중단했다.

공투위측은 “1700만의 국민이 촛불을 밝혔고, 박근혜 정권을 파면시켰지만 그 투쟁의 맨 앞에 섰던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이는 없었다. 문재인을 비롯한 대선주자들도 마찬가지였다”며 “이제는 고공단식투쟁을 결의했던 그 마음으로 땅에서 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겠다. 그렇게 문재인 정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취재 : 홍여진
촬영 : 김기철, 신영철
편집 : 정지성

수, 2017/05/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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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씨가 정호성 비서관을 통해 넘겨받은 각종 청와대 문건 가운데는 박근혜 정부 인수위 시절의 ‘미완성 내각구성도’와 비상 국정운영 체계 가동방안’이 포함돼 있다. 이 문서들은 검찰이 최 씨를 기소하면서 발표한 47건의 기밀자료 가운데 일부로 알려졌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완성 내각구성도’ 넘겨받은 최순실…초대 내각 인선 개입 가능성

검찰은 최순실 씨가 사용하던 태블릿PC와는 별도로 최 씨의 비밀창고에서 또 다른 컴퓨터를 압수해 분석했다. 그 속에 저장돼 있던 문건 가운데 파일명 ‘130211 행정부_3안.pptx’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 시절이던 2013년 2월 11일에 작성된 것으로, 새 행정부의 골격을 짜는 과정이 담겨 있는 문건이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이 문건을 자신이 최 씨에게 전달했다고 시인했다.

▲정호성이 최순실에게 넘겨준 ‘미완성 내각구성도’

▲정호성이 최순실에게 넘겨준 ‘미완성 내각구성도’

문건에 그려진 조직도에는 국무총리 정홍원, 국가보훈처장 박승춘 등 당시 사실상 내정된 장차관급 인사들이 표시돼 있다. 또 국가정보원장 자리에는 김재창과 이병호가,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는 이명재와 권영세가 기재돼 있는 등 복수 후보자를 놓고 고심 중인 정황도 나타나 있다. 검찰이 정호성 전 비서관에 대한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이러한 극히 기밀성이 요구되는 정보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극소수만 알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추궁하자 정 전 비서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더구나 이 조직도에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조정실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상당수 요직이 공란으로 남겨져 있다. 이 문건을 미리 받아본 최순실 씨가 최종 인선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정 전 비서관에게 “최순실이 현 정부 초기 행정부 최고위직 인선과 구성에 관여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정 전 비서관은 “그와 관련해서는 알지 못한다”고만 대답했다.

‘비상 국정운영체계 가동 방안’도 최순실에게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21일 동안 행정부를 구성하지 못했다. 국회의 정부조직법 협상이 난항을 거듭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2013년 3월 6일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은 ‘비상국정운영체계 가동 방안’을 작성해 각 정부기관에 하달했다. 그런데 이 문건 역시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최순실 씨에게 넘겨졌다.

▲정호성이 최순실에게 넘겨준 ‘비상 국정운영체계 가동 방안’ 문건

▲정호성이 최순실에게 넘겨준 ‘비상 국정운영체계 가동 방안’ 문건

이 문건에는 당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장관 후보자 8명과 채택이 예상되는 후보자 5명에 대한 공식 임명 일정과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 국무회의 개최 일정 등이 담겨 있었다. 또한 청와대 각 수석실을 중심으로 소관 부처들을 지휘하고, 신설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경우는 당시 교과부 2차관과 방통위 부위원장 등과 함께 현안에 대응하라는 등의 지침도 들어 있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에게 “최순실은 아무런 공직을 가지고 있지 않은 민간인 신분인데, 이와 같은 국정에 관한 중요한 문서까지 최순실에게 보내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한 정 전 비서관의 답변은 “대통령님의 뜻에 따라 최순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여러 참고자료를 보냈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 초기 대한민국 행정부 조직을 설계하고 운영한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최순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취재 : 김성수
영상취재 : 정형민
영상편집 : 윤석민

화, 2017/01/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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