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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첫 관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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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첫 관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익명 (미확인) | 수, 2017/05/24- 13:47

“총리 내정자님이 직접 글 쓰시고 태그 다시는 거예요?” “소통은 직접 해야지요. 목욕을 직접 해야 하는 것처럼. 그것을 남에게 맡길 수는 없지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이낙연 전 전남지사(65)의 페이스북에 이 후보자가 남긴 댓글이다.

“혹시 총리 내정되시면 페북 닫으시는지요?”라는 질문에는 “아니오”라고 직접 답한다.

지난 13일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들을 찾아 휴대번호가 적힌 명함을 건네며 “총리가 돼도 이 번호를 바꾸지 않을 테니 언제든지 전화 주시라”고 했다는 내용도 직접 페이스북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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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KTX 열차 특실을 예매했으나 밀려드는 전화통화를 위해 객실 밖 보조좌석을 이용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무난한 인사청문회?

이낙연 후보자는 이미 총리 지명 발표 당시 KTX 보조의자에 앉아 상경하는 소탈한 모습이 화제가 됐다. 특실을 예약했지만 지명 발표 뒤 밀려드는 전화를 받느라 객실 밖 좁은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이 모습이 사진으로 포착된 것이다.

사진 속 이 후보자가 돋보기로 보이는 안경을 쓰고 눈을 내리깔며 스마트폰을 직접 조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지인은 1만5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인맥을 잘 관리하는 것으로 소문나 ‘엄지족’이란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2004년 전남지사 선거에서 찬조연설을 다니다가 목이 상해 성대결절 수술을 하면서 얻은 ‘훈장’이다. 목을 한 달간 쓰지 못해 문자메시지를 사용하면서부터 어느덧 ‘선수’가 됐다고 한다.

이런 모습들에서 기자로 21년, 정치인으로 17년을 살아온 내공이 엿보인다. 전 정권의 고위 공직자들이 보여준 모습이 너무 실망스러워서일까. 오는 24~25일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한결 여유가 있다.

전남개발공사가 후보자 부인의 그림을 고가로 매입했다는 의혹, 아들의 증여세 탈루와 군면제 의혹 등이 제기되며 청문회 자료 늑장 제출까지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는 했지만 아직까지 후보 사퇴가 거론될 만한 결정적 흠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인수위 없이 곧바로 정부 출범을 맞이해야 하는 급박한 일정 때문에 국회 인준이 거의 무난한 인사를 선택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후보자는 국회의원 4번과 전남지사까지 5번의 선거에서 단 한 번도 고배를 마신 적이 없다.

“낡은 잎이 떨어진 뒤에 새싹이 나오는 게 아니다. 새싹이 나오는 힘에 밀려 낡은 잎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는 과거 기자 시절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촛불 혁명’으로 태어나 필연적으로 적폐 청산과 개혁을 어느 정부보다 요구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다. 국무총리에 정식 취임한다면 국정 2인자로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까지도 견인해 낼 수 있을까.

성공한 정치인, 성공한 도지사

이낙연 후보자는 1952년 전남 영광의 가난한 농부 집안에서 태어났다. 10남매 중 3남으로 태어났지만 6·25 전쟁 때 형 둘을 잃으면서 장남이 됐다.

학업 성적이 좋아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교사의 권유로 광주 유학을 선택한다. 어려운 살림살이 탓에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선생님이 적극 설득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채소 행상까지 나서며 뒷바라지를 했다. 이를 계기로 이 후보자는 광주일고를 거쳐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다.

훗날 정치인이 된 뒤 광주 유학을 권했던 담임교사를 찾아 후원회장으로 모시기도 했을 정도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79년 동아일보에 입사한 이 후보자는 정치부 기자 시절 ‘동교동계’를 담당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는다. 1989년부터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사양했다고 한다.

국제부장, 논설위원 등을 거친 뒤 2000년에 들어서야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고향인 전남 함평-영광에 출마해 당선됐다.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 때도 민주당에 남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역풍’ 속에서도 17대 총선에서 당선되는 등 19대까지 내리 4선을 지냈다. 19대 의원 재임 중 주승용 의원과 당내 경선 끝에 전남지사에 출마, 당선을 거머쥔다.

이 후보자는 ‘5선 대변인’이란 별칭이 있을 정도로 대변인을 자주 맡았다. 명대변인으로도 꼽힌다. 초선 시절 새천년민주당 대변인 두 번, 2002년 대선 때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2007년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 등 모두 5차례나 대변인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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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새천년민주당 대변인 시절의 모습. (사진 출처: http://jmagazine.joins.com/monthly/view/316673)

기자 시절 도쿄특파원을 다녀왔고 국회 한일의원연맹 수석부회장을 지내 정치권 내에서 일본 사정에 밝은 정치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국회의원 14년 동안 이 후보자는 203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농어민과 원전지역을 지원하는 등 지역구를 위한 법안도 많지만 장애인·노인·홈리스 등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법인세율 인상과 낙후지역을 지원하는 법안도 적지 않았다.

둘째와 셋째 아이에게 월 5만,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법안,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조건에서 부양의무자 부분을 빼는 법 개정안도 발의한 적이 있는데 이들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도 비슷하다. 의정활동 우수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34개의 각종 상을 받기도 했다.

전남 지사직 수행도 대체로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100원 택시’ 정책도 호응을 받았다. 오지에 사는 주민들이 택시를 부르면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까지 100원을 받고 택시를 운행한 뒤 차액을 자치단체에서 지불하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포함되기도 했다.

도청 비정규직은 취임 뒤 399명에서 236명으로 줄었다. 서민·복지 예산도 전임 도지사 때보다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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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이낙연 전남지사가 담양군 고서면 창평새벽이슬산지유통영농조합법인을 찾아 생산현장과 유통현황을 살피는 모습. (사진출처: 전라남도)

이 후보자의 좌우명은 근청원견(近聽遠見)이다. 가까이 듣고 멀리 본다는 뜻이다. 그는 직원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격의 없이 소통하는 것을 즐겼다. 전남도청 공무원노조 지도부과 종종 도지사 공관에서 막걸리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총리가 되면) 막걸리 같이 먹을 상대가 늘어나서… 그래도 체력이 허락하는 한 저수지 몇 개 마셔야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4대강 사업의 한 축인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예산 통과, 제주~목포간 해저터널 추진 등 토건개발 위주의 경제성장 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꼼꼼하고 세심한 업무 스타일 탓에 전남도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 주사’로 불리기도 한다. 주로 실무를 맡는 6급 공무원 같다는 의미다. 보도자료 문구 하나하나도 직접 챙긴다고 한다.

안중근 의사의 장흥 사당 관리가 부실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각 시군의 역사문화 유적 관리가 엉망이라며 행정 최일선의 읍·면·동장을 직접 질책하기도 했다.

명대변인, 뛰어난 글솜씨 …성공한 국무총리될까?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 큰길을 모르겠거든 직진하라. 그것도 어렵거든 멈춰 서서 생각해 보라.”

2002년 10월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사퇴를 압박하는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의원들의 공세가 최고조에 달하자 당시 선대위 대변인이었던 이낙연 후보자가 남긴 논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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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가 이낙연 대변인 등과 방송녹화 원고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 출처: http://jmagazine.joins.com/monthly/view/316673)

이 논평은 세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후보자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취임사의 최종 정리를 맡았다.

취임식을 이틀 앞두고 준비된 취임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했던 노 전 대통령은 최종 정리된 연설문을 보고 극찬하며 토씨 하나 고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 후보자를 아낀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 당시 여러 차례 사람을 보내 장관직까지 제안하며 신당 참여를 권유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만류로 신당행을 접은 일화는 유명하다.

언론인과 정치인의 삶을 반반씩 살아온 이 후보자에게 ‘말과 글’은 그의 생각과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다. 이 후보자는 군더더기 없고 세련된 문장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낙연 선배는 머리카락이 들어 있는 청국장은 아무렇지 않게 먹어도 군더더기가 들어 있는 글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한 언론계 후배의 말이 회자될 정도다.

연설문도 주로 직접 작성한다고 한다. ‘42.195㎞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달린 사나이가 이제 저희에게 한 걸음도 오시지 못합니다.’

2002년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생이 작고하자 발표한 추도 성명은 다른 정당의 천편일률적인 내용과 달라 참신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동아일보 논설위원 시절 칼럼은 현재 상황과 맞물려 다시금 읽힌다. 당시 이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의 진행된 개혁이 추진력을 잃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이렇게 썼다.

 

“고르바초프의 경우도 되새길만하다. 그는 세계사적 개혁 업적을 남기고도 맥없이 무너졌다. 개혁에 따른 저항으로부터 권력을 지킬 역량이 약했기 때문이다. 대수술이 그렇듯이 개혁도 지탱하는 힘이 있어야 성공한다. 그런 힘이 최소한의 정치력이다. 지탱은 정치집단이 할 수 있다.”(국민회의 이대로는 안 된다)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얻어진 성취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늘 새로운 것을 찾는다. 그것이 신통치 않으면 좌절, 불만, 분노를 느낀다. 소수정부가 가장 의지해야 할 것은 국민의 감동이다. 감동을 주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쉽다.”(내정에는 ‘감동’이 없는가)

“개혁은 필연적으로 보수세력과 급진세력의 협공을 받는다. 보수세력에는 개혁이 지나치게 급진적으로 비친다. 급진세력에는 너무 미지근하게 보인다. 개혁가는 두 전선에서 동시에 싸워야 한다. 한 전선에서의 적을 다른 전선에서는 동지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개혁은 정교한 전략과 전술이 동시에 필요하다. 하버드대 새뮤얼 헌팅턴 교수는 점진적 전략과 전격 전술의 결합을 제안했다. DJ 1년도 상당한 성과와는 별도로 전략과 전술의 결합에서는 깔끔하지 못했다.”(DJ가 듣기 싫어하는 말)

20년 전 상황이 꼭 오늘날 읽어도 손색없을 만큼 비슷하다. 더욱이 20년 가까이 정치인으로 생활하면서 이 후보자는 개혁이 쉽지 않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체감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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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가 전남 나주의 한국전력공사 본사를 방문했을 때, 이낙연 전남도지사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그는 과거 칼럼에서 영화 <혁명아 자파타>의 주인공 자파타가 한 말을 인용한다.

“여러분은 결점이 없는 지도자를 찾는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그러면서 그는 “혁명도 성취되는 그 날부터 ‘권력의 함정’에 빠진다”고 경고한다.

문재인 정부와 이낙연 국무총리가 ‘함정’에 빠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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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포럼이 지난 15일이 열린 열번째 포럼 ‘다음세대가 꿈꾸는 민주공화국’을 마지막으로 올해의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백년포럼에 참여해 귀중한 의견을 주신 분들, 그리고 관심을 가져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는 보다 새롭고, 참신한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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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열린 10회 백년포럼에서 조성주 정치발전소 기획위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일시: 12월 15일 오후 7시 30분

장소: 국민TV 지하카페(서울 마포구 합정동)

발제: 조성주(정치발전소 기획위원)

토론: 이수호(청년유니온 기획팀장)

10회 백년포럼 자료집

수, 2016/12/2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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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안철수 후보 양 강 구도가 형성됐다. 1987년 대선에서 양 김 구도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물론 이번은 30년 전과 아주 다르다. 노태우, 김종필은 피라미가 되고 양 김이 압도적 선두를 이루고 있는 모양새다.

놀랍게도 12월 9일 국회 대통령탄핵의결, 3월 10일 헌재 대통령탄핵선고, 3월 31일 전(前) 대통령 구속수감에 이르기까지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던 촛불민의의 거대한 힘이 만든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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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YTN)

87년 대선에 비해 훨씬 행복한 상황임에 분명하다. 자, 이렇게 되었으니 이제 누가 되든 느긋이 관전하고 있으면 될까?

아니다. 기억을, 지난 30년의 역사를 다시금 들추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금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감추어져 있다.

87년 이후 30년의 교훈

87년 양 김 분열의 폐해는 그 해의 대선 패배에 그치지 않았다. 대선 이후 오히려 눈덩이처럼 커졌다.

노태우 정부 시절 한소, 한중, 남북유엔가입 등 해빙기류가 급격히 흐르는 역사적 상황에서 양 김은 서로 상처주기에 바빴다. 어느 쪽도 대국적으로 세계사적 상황변화를 이끌지 못했다.

급기야 이 구도에서 상대적 열세에 몰렸다고 판단한 YS는 노태우, 김종필과 삼당합당을 감행했다. 이후 YS는 92년 대선에서 전대미문의 ‘대통령 훈령조작’ 사건을 일으켜 노태우의 남북화해 정책에 펑크를 내기에까지 이른다.

이유는 오직 하나, 남북화해 정책이 그해 겨울의 대선에서 그의 경쟁자인 DJ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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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2년 9월, 평양에서 열린 제8차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남한측 대변인이었던 이동복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대한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지침이 없었는데도, 엉뚱한 훈령을 정원식 대표에게 보고하는 ‘훈령조작사건’을 일으켰다. 사진은 당시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악수를 나누는 정원식 남한대표와 연형묵 북한대표의 모습. (사진출처: 한겨레신문)

물 건너 간 구 민주화 세력, 구 야당 세력이 이제 철 지난 냉전체제의 주공격수가 되어 민주화 세력을 앞장 서 저격하는 판도가 여기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분열의 상처, 패배의 앙갚음을 엉뚱한 데 해대었던 셈이다.

그 결과 세계의 냉전은 해체되었는데, 한반도의 냉전은 오히려 더욱 강화되는 괴이한 상황이 이어졌다.

민주화세력의 절반이 냉전세력으로 넘어갔으니, 판은 냉전세력(구세력) 대 탈냉전세력(신세력)이 2대1로 되었다. 훗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했던 구조적 상황의 기원은 바로 여기다.

그 아래 우연과 행운으로 간신히 집권할 수 있었던 두 차례의 ‘민주정부’는 이 판 자체를 결코 바꾸어놓을 수 없었다. 거꾸로 이 시기 충격을 받은 구체제 세력, 냉전세력은 오히려 더 강고하게 결집했다. 그 결과 2대1의 상황,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욱 굳어졌다. 그 결과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였다.

이제 간신히 그 2대1의 상황을 뒤집어 놓았다. 순전히 촛불혁명의 놀랍고 위대한 힘으로 이룬 기적과 같은 일이다.

실은 87년에 이미 이루었어야 할, ‘탈냉전시대의 정상상태(normal state)’이기도 하다. 탈냉전 세력이 안정적 다수, 헌정적 다수파가 되는 상태다.

지금 대선 상황에서는 이 비율이 거의 2대2대1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탈냉전시대의 정상상태가 4대1의 안정적 우세를 유지하는 것. 이것이 촛불혁명이 낳은 한국사회의 새로운 풍경이 되어야 한다.

이 순간 초점은 물론 87년과 같은 민주진영 양 후보의 단일화가 아니다. 훨씬 크고 넓게 보아야 할 일이다. 2대1, 더 나아가 4대1의 구도를 헌정적 토대로 확고히 굳혀야 한다.

냉전, 독재, 독점의 시대를 이윽고 마감하고, 평화, 민주, 공생의 시대로 나아가는 헌법적 질서를 굳건하게 세워야 한다.

안철수, 문재인 양 후보는 이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협력해야 마땅하다. 물론 선거 역학상 표 다툼을 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어쩔 수 없는 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품격과 정책, 원대한 비전으로 경쟁해주기 바란다. 지금 오가는 양 후보 쌍방의 ‘네거티브’ 공세에는 진실이 별로 없다. 양 후보 모두 충분한 자격과 경륜을 가지고 있다. 이를 전제한 위에서 페어플레이를 해주기 바란다.

지지자들 역시 자중해야 한다. 87년 대선 시 양자, 양 진영의 상호 상처주기와 배척심리가 이후 역사의 크나큰 걸림돌이 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남에게 가한 상처는 반드시 자신을 해치는 상처로 되돌아온다. 그것이 87이후 30년의 복기(復碁)가 가르쳐 주는 뼈아픈 진실이다.

촛불혁명을 촛불헌법으로

문재인, 안철수 양 후보가 현재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압도적으로 촛불혁명의 힘이다. 양 씨, 양당 모두 촛불혁명에 충심을 가지고 한 편에 섰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둘 중 한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대선 이후 대한민국2.0을 만드는 역사적 과업은 그렇듯 당선된 새 대통령과 그의 소속 정당의 일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우선 박빙의 1,2위가 될 양 후보와 정당의 대국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대한민국2.0이란 ‘탈냉전시대의 정상상태’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헌정 체제로 안정되는 것을 말한다. 이 일은 결국 촛불혁명이 촛불헌법으로 완성됨으로써 이루어진다.

세계가 경탄했던 대한민국 촛불혁명의 장전(章典)이 될 촛불헌법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개헌’으로 불릴 일 이상의 의미가 있다. 새로운 헌법 만들기, 대한민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헌정사적 Year One’을 여는 역사적 사건이 되어야 마땅하다.

촛불광장에서 ‘우리는 대통령 하나 바꾸려고 촛불을 든 것이 아니라’고 외쳤던 목소리를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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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촛불혁명은 마침내 박근혜를 구속시키는데 성공했다. 시민의 힘으로 법을 위반한 통치자를 몰아냈다는 점에서 촛불혁명은 시민혁명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혁명 이후 구질서로의 회귀를 막고, 새로운 질서를 공고히하기 위해서는 촛불혁명이 촛불개헌으로 이어져야 한다.

87 민주화를 결국 박근혜 신유신 독재가 회수하고, ‘서울의 봄’을 5·18이 회수하며, 4·19를 5·16이 회수하고 말았던, ‘독재가 민주를 회수하는’, 그 지긋지긋했던 60년의 ‘마(魔)의 순환고리’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끊어야 한다.

동서냉전이 종식된 마당에 전쟁의 공포가 오히려 증폭되고 있는 오늘의 기막힌 상황에 분명히 마침표를 찍는 헌정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 심화되기만 해왔던 양극화를 확실히 역진·감쇄시킬 장치를 헌법 안에 내장해야 한다.

이 무거운 책무가 누구보다 우선 이번 대선에서 선출될 새 대통령의 어깨 위에 놓여있다. 현재 양 후보 역시 심중에 촛불혁명을 촛불헌법으로 완성시키고자 할 나름의 복안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작년 촛불이 시작된 직후부터 그 가장 확실하고 실현가능하며 또한 가장 공정한 방법으로 ‘헌법 개정 시민의회’를 소집하는 길을 대선후보와 국회 각 정당에 제안해왔다.

그러나 국회와 정당들은 지금까지 이 제안을 수용하고 실현하는 데 시종 무기력·무관심했다. 자신들의 정략적 이해를 넘어설 국량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반대로 일부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촛불혁명의 대의와 거꾸로 가는 자기들만의 기득권 강화 밀실졸속개헌을 도모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그동안 확인한 것은 이렇듯 서로 이해가 크게 갈리는 5개의 정당이 촛불민의가 제대로 반영된 개헌안을 만들어 2/3 이상의 합의에 이룰 가능성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렇듯 이해가 갈린 국회가 자신의 이해를 내려놓고 시민의회를 소집할 가능성 역시 (현재의 국회구성으로는) 극히 희박하다. 이러한 상황은 대선 이후라고 하여 전혀 달라질 바 없다. 결국 촛불개헌은 없는 것으로 된다.

다시 한 번 혁명은 유산되고 마는 것인가. 대통령 하나 바꿔놓고 끝나는 것인가.

촛불헌법을 위한 시민의회 소집

그러나 여전히 ‘촛불헌법 제정을 위한 시민의회’의 소집, 그리고 이를 통한 촛불혁명의 완성은 가능하다. ‘여전히’가 아니라, 실은 가장 확실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로가 하나 남아 있다.

오는 대선에서 당선된 새 대통령이 개헌을 위한 시민의회를 직접 소집하는 길이다. 이 길은 오로지 새 대통령의 결단만으로 가능하다.

새 대통령이 개헌 문제에 관해 ‘이제 대통령으로 선출된 제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겸허하게 내려놓고, 국민이 주인이 되어 가장 민주적이고 공정한 방법으로 논의하여 합의해 준 개헌안을 대통령인 저의 것으로 받아 대통령의 개헌 발의안으로 국회에 제출할 것입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이러한 결단은 신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믿음을 한층 더 넓히고, 새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어갈 정치적 주도권과 권능 역시 크게 높일 것이다.

새 대통령이 헌법 개정을 위한 시민의회를 소집할 헌법상의 권한과 근거는 명확하다. 현행 헌법상 헌법 개정을 발의할 수 있는 권한은 국회와 대통령에게만 있다(헌법 제128조).

촛불혁명을 촛불헌법으로 완성해야 함에도 국회가 그 역할을 완수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임무를 대통령이 지는 것은 너무나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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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일, 국회도서관에서 (사)다른백년과 국민참여개헌절차법을 발의한 김종민의원이 공동 주최한 시민의회 토론회가 열렸다. 또한 (사)다른백년은  최근 시민의회를 주제로 한 백년포럼 시즌1을 3차례 개최했다.

문제는 대통령의 헌법 개정 발의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이다. 지금껏 9차례의 개헌에서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모두 대통령 독재권의 강화, 대통령의 임기연장을 위한 것이었다. 이렇듯 대통령 자신이 밀실에서 준비해 내놓는 개헌안이라면 국민들이 환영할 리가 없다. 오히려 큰 반발에 부딪칠 것이다.

시민의회를 통한 개헌 합의안 도출은 이러한 방식과 정반대다. 철저히 민주적·개방적이다.

그 동안 나왔던 각 정당과 시민사회의 주요 개헌안들을 시민의회에서 공정하게 심의하여 합의에 이르는 방식이다(시민의회 소집과 진행 방법에 관해서는 필자의 이전 칼럼들 참조).

이렇듯 도출된 합의안을 대통령 자신의 개헌 발의안으로 받겠다고 신임 대통령이 선언하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촛불혁명의 완성을 위해 대승적으로 내려놓겠다고, 국민 앞에 자신을 겸허히 비우겠다고 하는 대통령의 선언은 진실의 결단일 수밖에 없다.

현재 개헌 문제는 새 대통령의 임기와도 연관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문제를 국민의 뜻에 맡기겠다고 할 때, 국민들은 감동하고 뜨겁게 지지할 것이다.

새 대통령의 이러한 뜻을 구현하기 위한 ‘헌법 개정 시민의회’를 헌법 제75조에 의거하여 대통령령으로 소집하면 된다. 회기는 1년이 적절하다. 양 후보 모두 내년 6월의 지방의회 선거일에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이야기해왔다. 꼭 1년의 시간이 주어진다.

시민의회 수용한 심상정에게 경의를

개헌 문제에 대한 새 대통령의 이렇듯 대국적이고 자기희생적인 결단은, 대선 이후 정치국면에서 경쟁 후보들, 야당들, 그리고 시민사회와의 활발한 협력 구축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우선 여야 각 정당들은 시민의회에 제안할 개헌안의 지지를 넓히기 위해 활발하게 접촉하고 협력하게 된다. 이러한 논의틀은 동시에 여러 개혁 입법안에 대한 정당 간 협의 통로로도 기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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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헌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그녀는 “개헌은 국민이 주도하는 것이 돼야 한다”며 “성별·세대별·지역별·계층별로 국민이 골고루 참여하는 개헌을 위한 시민의회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서 개혁입법과 촛불개헌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내왔던 시민사회단체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선 시민의회의 심의과정에 제안자로서 적극 참여함으로써 촛불헌법 제정의 주체로 나서는 기회를 충분히 얻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새 대통령, 새 정부의 결단에 대해 시민사회가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주저 없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한다.

시민사회가 ‘새로운 권력’인 대통령과 여당의 ‘친위부대’, ‘2중대’로 나섰다는 야당과 국민의 사시와 의혹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추기> 4월 10일 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성별, 세대별, 지역별, 계층별로 국민들이 골고루 참여하는, ‘헌법개정을 위한 시민의회’를 구성해 대한민국의 새헌법을 함께 논의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지난 4월 7일 (사)다른백년을 포함한 주권자 전국회의 등 23개 시민단체가 국회 정론관에서 각 당 대표와 대선후보에 대해 ‘시민의회 소집을 통한 촛불개헌’을 요구했던 데 대한 첫 번째 반응이었다.

심상정 후보의 혜안과 결단에 큰 갈채를 보낸다. 심 후보가 촛불혁명의 완성으로 가는 큰 길의 첫걸음을 떼어주었다.

화, 2017/04/1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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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당불기(倜儻不羈)
뜻이 있고 기개가 있어 남에게 얽매이거나 굽히지 않는다

이 한자성어는 지난 22일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하면서 끝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홍 대표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측 인사가 “돈을 건넬 당시 홍준표 의원실에서 이 글씨를 봤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홍 대표 측은 “그 액자는 의원실이 아닌 당 대표실에 걸려 있었다”고 맞섰다. 끝내 ‘척당불기’ 논란의 진실은 확인되지 않았고, 법원은 “돈 전달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만약 “척당불기(倜儻不羈)가 홍준표 의원실에 있었다”는 진술이 사실로 확인됐다면 법원 판결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뉴스타파는 최근 홍준표 의원실에 ‘척당불기’가 쓰여진 액자가 걸려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동영상 자료를 발견했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던 홍 대표가 자신의 의원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영상이다. 영상 속에서는 사람 키보다 높은 곳에 붙어 있는 ‘척당불기’ 액자가 확인된다. “척당불기 글씨는 단 한번도 의원실에 걸려있지 않았다”는 홍 대표 측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이 물증으로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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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홍 대표에게 1억 원을 전달했다고 지목된 사람은 경남기업 부사장이던 윤승모 씨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윤 씨는 2011년 6월 11일에서 30일 사이 故 성완종 회장의 지시를 받고 홍준표 의원실(당시 국회 의원회관 707호)에서 직접 돈을 건넸다고 검찰과 법정에서 일관되게 진술했다. 그리고 돈을 건네던 날, 홍 의원실에서 ‘척당불기’라고 쓰인 액자 혹은 족자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 의원 측은 재판에서 “척당불기라고 쓰여진 액자는 의원실이 아닌 한나라당 당대표실에 걸려 있었다. 척당불기 액자는 단 한번도 의원실에 걸려 있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윤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발견한 6분 분량의 동영상에서 홍준표 의원실에 걸려있는 척당불기 액자가 확인된 것이다. 홍 대표 측이 그동안 재판에서 허위주장을 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다.

뉴스타파가 발견한 동영상은 2010년 8월 4일 MBC가 찍은 영상이다. 영상이 촬영될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었던 홍 대표는 안상수 당시 당대표의 당직인선안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은 ‘풀영상’으로 표시된 것으로 보아 국회 방송기자단에 소속된 다른 방송사에도 제공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홍 대표의 기자간담회 발언은 촬영 당일과 다음날 여러 언론에 보도됐다.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된 것은 촬영 다음날인 8월 5일이었다.

MBC 풀영상은 대부분 의자에 앉아 있는 홍 대표를 향해 고정돼 있다. 그리고 5분 55초경, 간담회를 끝낸 홍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카메라가 그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영상 속에는 홍 대표의 뒤로 벽에 걸린 4개의 액자와 병풍이 담겼는데, 그 중 4번째 액자가 윤승모 씨가 봤다고 진술한 바로 ‘척당불기’였다.

지난 2016년 홍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1심 재판 당시 돈 전달자인 윤 씨와 홍 대표 측은 치열한 법정다툼을 전개했다. 돈을 건넨 경위와 윤 씨의 동선, 심지어 돈을 전달했을 당시 홍 대표와 윤 씨가 앉았다는 자리까지 다툼거리가 됐다. 그러나 홍 의원실을 찾아간 윤 씨의 동선과 자리 배치에서 윤 씨의 진술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홍 대표를 기소한 검찰은 코너에 몰렸다. ‘척당불기’는 그런 가운데 나온 증언이어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졌다. “돈을 전달할 당시 홍 의원실에서 분명히 척당불기라고 쓰인 글씨를 봤다”는 윤 씨의 주장에 맞서 홍 대표 측은 “척당불기는 당 대표실에 있던 액자다. 의원실에는 의자제세(義者濟世)라는 글씨가 붙어 있었다. 윤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맞섰다. 홍 대표 측은 이를 입증하는 각종 언론기사를 증거로 제출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윤 씨와 윤 씨를 증인으로 내세운 검찰이 추가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서 논란은 흐지부지됐다. 사실상 홍 대표의 주장을 깨뜨릴 중요한 증거 하나가 날아간 셈이다.

뉴스타파는 이번에 발견된 동영상 속의 글씨와 홍 대표 측이 법정에 제출한 글씨가 같은 액자인지를 확인했다. 글자는 물론 갈색의 액자 테두리 색깔, 액자의 크기 등으로 볼 때 동일한 것으로 판단했다. 뉴스타파는 돈 전달자였던 윤승모 씨에게도 동영상의 존재를 알리고 의견을 물었다. 뉴스타파가 찾은 동영상 속 액자가 그가 본 것과 동일한 것인지를 묻기 위해서였다. 그는 기억이 명확치 않지만 돈을 전달할 당시 ‘척당불기’를 분명히 봤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홍준표 의원실에서 척당불기를 본 것은 분명하다. 검찰에서도 처음부터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평소에 한자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사람 인(人) 변에 두루 주(周)자가 합해져서 척자로 읽힌다는 것이 나에게는 신기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사전을 찾아보기도 했다. 법정에서 홍 대표 측은 척당불기는 의원실이 아닌 당 대표실 내실에 걸려 있는 글자였다고 주장했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난 당 대표실 내실에는 들어가 본 적도 없다. 홍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내가 꿈에서 그 글씨를 봤다는 얘긴가. 윤승모 / 전 경남기업 부사장

홍 대표는 1심에서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 법원에 이어 대법원은 홍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돈 전달자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발견한 이 동영상으로 홍 대표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최소한 ‘척당불기’가 2010년 8월부터 어느 시점까지는 그의 의원실에 걸려 있었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뉴스타파가 발견한 이 동영상은 인터넷에서 누구나 찾을 수 있는 화면이었다. 검찰이 이를 미리 확인했더라면 법원의 판단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향후 검찰의 부실수사와 법원의 판결에 대한 오심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취재 : 한상진
편집 : 윤석민

월, 2017/12/2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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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도쿄신문 “박근혜, 책임추궁은 물론 탄핵 가능성도” – 서울발로 최순실 국정개입 긴급 브리핑 – 향후 박근혜 거취에도 관심 표시 최순실의 국정개입은 이웃 일본에서도 관심 거리다. 일본 도쿄신문은 최순실의 국정개입을 알린 <JTBC뉴스룸> 보도를 인용하면서 박근혜의 대국민 사과, 그리고 최순실의 정체를 간략하게 브리핑했다. 특히 이 신문은 박근혜가 “책임추궁은 물론 국회 탄핵소추안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적어 박근혜의 향후 ...
목, 2016/10/2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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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우리나라 예산에 반영된 이른바 ‘최순실표 예산’ 총액이다.

뉴스타파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나라살림연구소의 자료를 바탕으로 수만 페이지 분량의 내년 예산안을 샅샅이 훑어 찾아낸 결과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 그리고 최순실과 차은택의 측근들이 개입돼 있는 기업체의 사업영역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예산만 추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순실 등 이른바 비선실세들이 청와대를 등에 업고 기업들에서 모금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후원금 800억 원의 3배가 훨씬 넘는 돈이 국민들이 낸 세금에서 빠져나가도록 설계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배정됐던 최순실표 예산 1500억 원에 비해서도 배 가까이 늘었다. 내년 전체 예산이 올해보다 3.6%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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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 등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내년 국가사업은 모두 48개, 부처별로 보면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예산과 기금이 2644억 원으로 전체의 90%가 넘었다. 외교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의 ODA, 즉 공적개발원조 사업에도 비선실세들과 관련된 것으로 분류되는 예산이 숨겨져 있었다.

‘최순실표 예산’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민간경상보조와 민간자본보조 등 민간 기업과 단체에 지원하는 이른바 민간이전 보조금 사업이 최순실표 예산의 80%를 차지한 것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민간경상 보조나 민간자본 보조는 제대로 관리감독이 되지 않아 ‘눈먼 돈’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태통령과 최순실 씨와의 인연으로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리는 CF 감독 출신 차은택 씨가 기획한 문화창조융합벨트 관련 예산이 대표적인 보조금 사업이다.

문체부는 올해 9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데 이어 내년에는 13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책정했다. 재외 한국문화원 운영 예산도 대폭 늘었다.한식과 한복 관련 케이컬처(K-Culture) 체험관 운영 등 대표적인 ‘최순실표 예산’이 포진했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이 주도해 졸속 추진된 코리아 에이드 사업은 내년 예산이 143억 원으로 확대됐다. 코리아에이드는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맞춰 시작된 원조 사업으로 당시에도 큰 논란거리였다.

국회 예산 심사과정에서도 비선실세 예산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자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내년 예산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약속했다. 하지만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예산이 국회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말끔히 삭감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체부는 1차관을 팀장으로 4개 분과의 특별전담팀을 가동, 최순실표 예산을 재검검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회 예산 심의 법정기한은 오는 30일로 시일이 촉박하다. 게다가 문체부는 전면 재검토를 말하면서도 여전히 문화창조융합 관련 사업에 대해선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특별전담팀이 과연 최순실표 예산을 제대로 가려낼 지 의문이다.

여기에 야 3당은 최순실 표 예산 전액 삭감에 합의했으나 새누리당이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예산심사 시한에 쫓겨 유야무야 살아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취재 : 현덕수, 황일송, 김성수
촬영 : 최형석, 김남범
편집 : 정지성

목, 2016/11/0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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