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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소원] 참여연대 활동가, 양심적 병역거부 헌법소원 청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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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소원] 참여연대 활동가, 양심적 병역거부 헌법소원 청구해

익명 (미확인) | 화, 2017/05/23- 14:08

양심적 병역거부, 이젠 헌법재판소도 과거와 달리 판단해야

 병역거부한 참여연대 활동가, 5/23(화) 헌법소원 청구해 
대체복무제 도입이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 조화시킬 대안이라 주장


1.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양홍석 변호사)는 오늘(5/23)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홍정훈 참여연대 간사를 대리하여 헌법재판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사처벌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청구인인 홍정훈 간사는 지난 2016년 12월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뒤,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지난 4월 20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이다. 

 

2. 헌법재판소는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사처벌의 근거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법원의 위헌제청과 헌법소원청구는 계속되었고, 2015년 7월 공개변론까지 진행되었다. 최근 심판대상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대한 해석을 통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하급심 판결들이 이어지고 있으나, 홍정훈 간사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재판부에 따라 무죄판결과 유죄판결이 병존하고 있는 이 사태는 결국 헌법재판소의 병역법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을 통하여 근본적이고 통일적인 해결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청구인과 대리인들은 2004년과 2011년에는 위헌의견이 각각 2인에 불과하였지만, 이번에는 헌법재판소가 과거와 다른 결론을 내릴 것을 기대하며 이번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3. 이번 헌법소원 청구서에서는 대체복무제도라는 수단을 택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청구인의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당하지 않을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근거로 ▲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바탕이 되는 근본적인 기본권이라는 점, ▲ 따라서 입법자는 양심의 자유를 국가안보를 위해 일방적으로 유보시킬 것이 아니라 소수자의 양심을 존중하면서도 국가안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택해 기본권의 침해를 최소화할 의무가 있다는 점, ▲ 이미 산업기능요원 등 보충역의 비율이 상당함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인정이 전체 병력자원의 큰 손실이 되기 어렵다는 점, ▲ 외국의 운용사례에 비추어볼 때 그 기간 및 강도에 있어 현역복무와의 형평성을 갖춘 대체복무제도의 설계 및 적절한 심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 등을 제시하였다. 

 

4. 특히 최근 치러진 제19대 대선 과정에서 주요 후보자 5인 중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원론적인 반대 입장을 취한 후보는 없었고, 선거 내내 안보 이슈가 주된 쟁점이었음에도 대체복무제 도입 찬성 입장을 밝힌 후보자들에 대해 안보위기나 사회적 공감대 부족 등을 이유로 하여 적극적인 공세가 이루어진 바도 없었으며,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 찬성입장을 밝힌 문재인 후보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성숙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하였다. 대체복무제의 도입이 헌법재판소가 과거 우려했던 대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것이라기보다 소수자의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사회통합을 공고히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5. 또한 우리나라가 가입한 자유권규약 제18조에서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의 내용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된다고 유엔인권이사회 및 자유권규약위원회가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해석을 밝히고 있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기소와 구금이 자유권규약에 위반되며 이들을 석방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지적과 요구 또한 강력해지고 있으므로 이를 수용하는 것이 헌법 제6조에서 채택한 국제법 존중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점도 주장하였다. 

 

6. 이번 헌법소원청구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의 김선휴 변호사와, 그 자신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로서 수감생활을 한 바 있는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가 함께 대리하였다. 끝.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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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로 입대하라', 전 법정에 서는 걸 택했습니다

[대체복무제가 답이다①] 양심 내세워 군복무자 양심 짓밟는다? 사실 아닙니다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 


 


▲  홍정훈 병역거부 기자회견 ⓒ 홍정훈    
 

2017년 4월 20일, 정장을 입고 집을 나서려다, 다시 앉아서 발톱을 깎았습니다. 1심 판결로 구속될 수도 있다는 변호인의 조언에 이미 많은 걸 정리했습니다. 10분 남짓한 법원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안주머니에 챙겨둔 펜과 편지지를 꺼내어 전날 밤 생각한 인사를 적었습니다. 부끄럽게도 많은 분들이 법정 입구에서 초조하게 절 기다리고 있었는데, 막상 당사자는 평소의 습관대로 제 시간에 딱 맞춰서 도착했습니다. 

 

그날따라 법정 안에 들어서면서 유치장으로 향하는 문이 가장 먼저 눈에 밟혀, 다시 마음을 단단히 여미었습니다. 예정된 시간이 지나도 제 재판이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아, 옆에 앉아있던 변호인에게 편지를 건넸습니다. 워낙 악필인데다가 흔들리는 버스에서 어렵게 쓴 글씨라 잘 알아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그는 편지를 받자마자 눈물을 왈칵 쏟았습니다. 변호인을 울린 게 미안해서 손수건을 꺼내려는 순간, 재판장이 홍정훈이라는 이름을 호명해 변호인과 함께 피고인석으로 향했습니다.

 

5개월여 전인 2016년 11월, 느닷없이 집으로 통지서 한 장이 날아왔습니다. 4주 후에 논산훈련소로 입대하라는 병무청의 통보였습니다. 작년 초부터 "해당 기간에는 입영가능한 날짜가 없습니다"라는 병무청 홈페이지의 메시지를 몇 번이나 확인하고 안심했는데, 느닷없는 국가의 요구에 아무런 손을 쓸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없었습니다. 군대에 관한 오래된 고민을 끝낼 수 있는 결정에 대한 마지막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결정을 마치고, 우스갯소리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권유했던 동료들에게 덤덤하게 제 뜻을 밝혔습니다.

 

최후변론 한 대목에서 소리없이 흐느낀 변호사

 

10여년 전 양심적 병역거부를 했던 변호사를 다짜고짜 찾아가 두 번째 변호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그 역시 피고인 홍정훈을 변론하는 법정에서, 멋지게 준비했던 최후변론의 한 대목에서 갑작스레 말을 멈추고 소리없이 흐느꼈습니다. 

 

그가 온전히 읽을 수 없었던 대목은 10여년 전 자신이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던 법정에서, 또다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변호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는 문장입니다. 마지막 순서로 제가 힘겹게 최후진술을 읽자, 법정은 방청석에 앉아있던 동료들의 훌쩍이는 소리로 가득찼습니다.

 

결국 저는 1심 재판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저에게 씌워진 죗값의 크기가 왜 1년 6개월이나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겠다고,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무기를 들지 않겠다고, 어떠한 종류의 폭력에도 가담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어떻게 범죄로 정의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 신념을 가진 개인이 무려 국가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논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저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무기를 들겠다는 선택도, 무기를 들지 않겠다는 선택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정훈과 같은 병역거부자들이 양심을 내세워, 군대에 복무한 수많은 남성들의 양심을 짓밟는다는 비난은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그런데 국가제도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만으로, 저는 신념과 존재 자체를 인정받을 수 없는 비난을 직면해야 합니다.

 

대체복무제 도입, 정말 그렇게 어려운 문제인가요

 

 
▲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인 지난 5월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주최로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처벌 중단 및

대체복무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병역거부자 및 엠네스티 관계자들이 옥중 기자회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감옥의 문턱에서 겨우 멈춰서 숨을 돌리고 있을 무렵, 항소심 재판의 시작을 알리는 법원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7년 8월 17일, 항소심 재판의 첫 기일에 출석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는 달리, 재판을 곧바로 진행하지 않고 올해 12월까지 기일을 연기했습니다. 피고인의 변호인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냈고, 올해 안에는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단을 내릴 경우, 사법부는 더 이상 저와 같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형사처벌을 할 수 없으며, 정부와 국회는 곧바로 대체목부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2016년 UN자유권위원회는 한국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즉시 석방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제게 유죄를 선고했던 1심 재판부도 판결문에 "필요성이 여러 차례 제기되었음에도 현재까지 대체복무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점"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국회에도 대체복무제법이 발의되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대체복무제는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게 정말 그렇게 어려운 문제인지 묻고 싶습니다. 행정부도, 입법부도, 사법부도 스스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감옥을 눈앞에 둔 제게, 그리고 이미 감옥에 수감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겐 너무나도 가혹한 시간입니다. 

 

"어쩔 수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누군가의 생각과 신념을 감옥에 가두는 일은 멈춰야 합니다. 왜 병역거부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아무런 중압감 없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부디 내년에 감옥이 아닌 곳에서, 대체복무를 하면서 저를 지켜주는 사람들에게 지금처럼 웃으며 괜찮다고, 잘 지내고 있다고 인사하고 싶습니다.

 

 

*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 http://omn.kr/o5n8

수, 2017/09/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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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훈 병역거부 재판 방청단 모집

 

 

홍정훈 활동가 병역거부 재판 방청단 모집
평화를 향한 양심의 증인이 되어주세요

 

2017년 4월 4일 오후 2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22호 (오시는 길)

 

* 방청단 신청하기 >> 클릭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는 2016년 12월 23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곧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습니다.

 

2017년 2월 28일, 병역법 위반 사건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변호인단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입영 통지에 응하지 않은 '정당한 사유'라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 이 재판이 홍정훈 개인에 대한 판단을 넘어, 헌법과 UN 자유권 규약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가 우리 사회에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017년 4월 4일 화요일 오후 2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22호에서 두 번째 공판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증인 신문과 피고인 신문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선고 전 마지막 기일이 될지도 모르는 두 번째 재판을 함께 방청하실 분들을 모집합니다. 평화를 향한 양심의 증인이 되어주실 분들과 법정에서 함께하고 싶습니다.


홍합지졸 X 참여연대
문의 : 오픈카톡 goo.gl/HMDquG / 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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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국가범죄 판결의 문제점과 대응 모색 토론회

긴급조치 배상판결에 대한 대법원의 징계검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2018. 4. 17.(화) 09:30, 국회의원회관 5간담회실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대법원은 공권력의 범죄행위에 대해 그 책임을 제한하는 반인권적인 판결을 내놓았고, 결국에는 201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2011년 헌법재판소가 사법심사의 대상이라고 판단한 긴급조치권 행사에 대해서까지 ‘통치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가 2015년 10월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부장 판사 등에 대한 징계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했다고 합니다. 사실이라면 이는 피해자들의 재판받을 권리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사건으로 중대한 헌법위반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긴급조치권 행사를 통치행위로 보고 국가의 배상책임을 부정한 판결과 시효기간을 단축함으로써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한 판결은 박근혜 정권의 눈치를 본 위헌적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공권력의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의 법적 책임을 부정한 판결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위헌적인 판결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제도적 장치와 재판 헌법소원 등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사회 한택근 변호사(법무법인 양재, 민변 전 회장)

발표 김형태 변호사(긴급조치 위반 사건 소송대리인)

        -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과거사 판결의 문제점

        오동석 교수(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긴급조치 배상판결의 재판 헌법소원에 대하여

 

피해자 발언

 

토론 신옥주 교수(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서중희 변호사(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 위원장)

        장철준 교수(단국대학교 법학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주최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박범계, 박주민, 이재정

주관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수, 2018/04/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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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주거권특별보고관이 한국 시민사회에 남긴 과제

 

홍정훈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UN주거권특별보고관, 한국의 주거권 실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다

레일라니 파르하(Leilani Farha)는 홈리스와 빈곤 문제를 위해 싸워온 캐나다의 명망 높은 활동가다. ‘빈곤없는 캐나다(Canada Without Poverty)’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수십 년간의 활동을 인정받아, 2014년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UN Special Rapporteur on the right to adequate housing, 이하 ‘유엔특보’)으로 임명됐다. 유엔으로부터 국가를 조사할 권한을 부여받은 그가 2018년 5월 중순, 한국의 주거권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방한했다. 

 

유엔특보는 약 열흘간의 공식 일정을 통해 한국의 주거 정책을 총괄하고 집행하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 등을 면담했다. 그는 시민사회가 주관한 일정도 소화하며 거리홈리스, 쪽방, 고시원, 재건축·재개발 피해지역, 이주민 등 다양한 당사자와 면담했다. 유엔특보는 한국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의 주거권 실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유엔특보는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뽑아, 한국 정부를 향한 권고 사항1)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홈리스(Homelessness)>

  •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따라 2030년까지 (노숙인 복지법 등에 따른) 홈리스를 예방, 해결, 종식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것
  • 고정된 주소지가 없는 모든 사람에게 사회보장급여와 주거급여를 제공할 것
  •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방지하고, 사설경비원들이 홈리스를 대하는 방식이 경찰 부합하도록 할 것

 

<취약계층>

  • 인권보호와 사회보장급여에서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제도는 국제인권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즉각적으로 개정할 것
  • 급증하는 이주민의 숫자를 고려하여 ‘유엔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 비준할 것
  •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주거급여, 공공임대주택,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일반적으로 제외하는 제도는 ‘유엔 사회권규약’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으로 가능한 빨리 시정할 것
  • 장애인이 가족과 함께 거주하거나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장애인에 대한 적정주거 및 사회적 지원을 제공할 것

 

<도시 재개발 및 재건축>

  • 재개발 및 재건축과 관련한 정책과 법률 체계를 주거권에 대한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일반논평과 ‘개발로 인한 퇴거와 이주에 관한 기본 원칙과 지침’을 완전히 준수할 수 있도록 개정할 것

 

<주거비 부담과 주거환경>

  • 주거급여의 보장수준을 평균임대료에 상응하고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수준으로 향상시킬 것
  • 주민과의 사전 협의를 토대로, 고시원과 쪽방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비닐하우스 등 환경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장기임대주택을 제공할 것

 

<거주의 안정성>

  •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고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하여 세입자의 거주 안정성을 높이는 조치를 취할 것
  • 거주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로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자등록을 의무화할 것

 

<부동산 투자자들의 인권에 대한 주의 의무>

  •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은 ‘기업과 인권에 관한 지도원리’에 따른 인권에 대한 주의 의무를 이행하고 이를 투자지침에 반영할 것

 

‘주거권’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한 한국인에게 유엔특보의 권고안은 다소 충격적으로 보일 수 있다. 과거 한국 정부는 주거정책을 계획하고 수립할 때, 시민의 주거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보다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는 목적에 훨씬 큰 비중을 두었다. ‘집’은 거주자가 주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소유자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정부는 2018년에 들어서야, 외부 전문가로 이루어진 위원회를 통해 과거 정부가 ‘빚내서 집사라’라는 정책을 추진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권고안2)을 발표한 것이 전부다.

 

부동산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그보다 더 큰 욕망을 사람들에게 불어넣는 사회적 현상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특수한 상황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유난히 주거권이라는 개념이 주거정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부동산 가격의 동향을 보도하는 언론이 ‘폭탄’과 ‘봇물’ 따위의 단어를 도배하는 틈에서 주거권이 그 생명을 유지할 가능성은 낮다. 이에 맞서 시민사회가 오랜 기간 주장했던 ‘집은 상품이 아니라, 주거의 공간’이라는 말을 사람들은 식상하다고 여길 뿐이다. 물론 그 말이 도덕적으로 옳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그와 똑같은 말을 유엔특보가 여러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꺼냈을 때, 참석자들은 매번 큰 울림을 느꼈다.

 

UN인권이사회의 특별절차를 이행하는데 기여한 한국 시민사회의 노력

유엔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는 사람의 시민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권리 등 모든 인권 주제를 다룰 수 있는 특별절차(Special Procedures)를 운영한다. 유엔은 민간 전문가를 각 분야별 특별보고관으로 임명해, 어떠한 국가나 기관으로부터도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특별보고관은 국가를 직접 방문하여 인권 실태를 조사하여 권고안을 발표할 수 있고, 개인의 진정사건을 접수하여 해당 국가에 긴급조치나 성명을 통해 시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유엔인권이사회에 특정한 주제 또는 국가 방문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할 수 있다.

 

한국은 특별보고관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도록 ‘상시초청(standing invitation)’제도를 시행 중이다. 올해 유엔특보의 방한 전에도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2016년) ▲인권과 유해물질(2015년) ▲현대적 인종차별(2014년) ▲인권옹호자(2013년) ▲표현의 자유(2010·1995년) ▲이주민 인권(2006년) 등을 다루는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특히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매우 중요한 시점에 방문해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농민을 계기로 촉발된 평화적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해 한국 정부에게 의미 있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특별절차를 통한 결과물은 각국의 시민사회의 인권옹호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되므로, 시민사회는 더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특별보고관과 협력한다. 특히 한국의 주거권을 다루는 시민단체들은 2016년 유엔해비타트III(UN Habitat III: 제3차 주거와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에 관한 유엔회의)에 참가해, 유엔특보에게 한국의 주거권 실태를 직접 전달하며 공식 방문도 먼저 요청했다. 그리고 시민단체들은 유엔특보가 1년 반 만에 한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시민사회보고서3)를 발표했고, 유엔특보가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하는 데 필요한 여러 당사자와의 면담을 주선하여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의 주거권 실태: 가장 취약한 사람을 보호하지 못하는 현실

유엔특보는 한국의 <주거기본법>이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주거권으로 정의한 것이 국제인권기준을 적절히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의 시민사회는 정부가 주거권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보이지도 않았고,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 특별한 주의를 기울인 적도 없다는 현실을 전달했다. <주거기본법>은 2015년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가치가 실현되지 않는 제도이며, <대한민국헌법>이 명시한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주거생활이 쾌적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전부다. 정부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의 통계조차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그런 비인간적인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을 구제하려는 노력을 보이지도 않았다.

 

유엔특보는 적절한 생활수준에 대한 권리의 구성 요소인 적절한 주거(adequate housing)의 완전한 실현을 촉진하고, 사회적 약자와 취약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필요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유엔특보는 빽빽한 일정 속에서도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시민단체들과 ▲아현동 재건축 지역 ▲공덕역 컨테이너 ▲성북구 주거급여 수급자 ▲서울역 거리홈리스 ▲동자동 쪽방 ▲대연우암공동체 ▲부산 지역 이주민 주거시설 ▲서울역 고시원 ▲홈리스 자활시설 ▲상도동 재개발 지역 등을 방문했다. 그는 한국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주거환경을 확인하고, 적절한 주거를 실현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계획은 매우 부실한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2018.05.22. 상도동 재개발 지역을 둘러보는 유엔특보> ⓒ주거권실현을위한한국NGO모임

 

유엔특보는 여전히 기존 주거지를 전면 철거하는 방식이 지배적인 한국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있으며, 거주민들을 강제로 퇴거시킬 수 있는 절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쪽방·고시원 등 빈곤층이 밀집한 주거환경을 직접 둘러보고 참담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고, 그 환경을 개선할 의무가 있는 소유주들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현실에 분노했다. 유엔특보는 시내를 이동하는 곳곳에서 발견한 홈리스의 수에 대해서도 탄식했고, 홈리스 당사자와 대화하는 와중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는 공식 일정 마지막에 발표한 성명에서 본인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을 수 없었지만, 2019년 3월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할 한국 조사결과를 담은 보고서에는 더 상세한 현실을 담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시민사회에게 남은 과제, ‘유엔특보의 방문 이후가 더 중요하다’

유엔특보는 자신이 국제사회에서 활동한 경험에 비추었을 때, 한국은 매우 독특한 국가라고 총평했다. 조금이라도 비슷한 모델을 가진 국가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시민사회 관계자의 관점에서 그 말을 풀어보자면, 경제의 풍요로움과 부동산 시장의 규모가 큰 국가 중에 주거정책을 계획하고 수립할 때 고려해야 할 인권기준이 한국 수준에 머물러있는 곳은 없다는 뜻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그마나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는 인권 의제는 자유권 분야이고, 주거권을 비롯한 사회권 분야는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인해 크게 뒤쳐져 있다. 유엔특보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이제는 주거를 인권의 영역으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유엔특보가 한국에서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인 거리홈리스, 이주민, 강제퇴거 피해자, 주거급여 수급자 등의 사람들을 만난 후에 남긴 말은 매우 인상적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을 보고 가장 놀라웠던 점은 자신이 주거권을 요구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의 말은 당사자들을 나무라는 뜻이 아니다. 정부가 자본의 편에 서서 약자들의 권리를 빼앗았고, 나아가 빈곤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명제’를 학습시킨 한국의 현실을 개탄한 것이다. 그 명제는 빈곤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한국의 세입자는 2년마다 같은 집에 계속 거주할 권리를 위협받지만, 집주인에게 얹어줄 웃돈이 없다면 모두가 그 이상 살 권리가 없다는 것을 학습했다. 집주인이 선의를 제공할 기미가 없다면, 누구나 포기하고 이삿짐을 싼다. 옮길 곳이 없는 가장 취약한 사람만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정주할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 악다구니를 부려야만 한다.

 

<2018.05.14.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유엔특보> ⓒ주거권실현을위한한국NGO모임

 

유엔특보가 한국을 조사한 활동이 큰 의미를 갖게 된 것은 가장 취약한 당사자를 직접 옹호하는 시민단체들의 역할 덕분이다. 한국 사회가 이제야 가장 취약한 사람의 입장에 공감하기 시작한 건, 어떠한 정치세력도 옹호하지 않는 사람들의 곁에 있었던 소중한 활동가들의 공이다. 물론 대안적 정책을 개발해서 정치권이 수용할만한 의제를 제시하는 것 역시 시민사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하지만 분양가격을 제한하거나 전월세 인상률을 제한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사항이 부동산 시장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수준에 머무른 아쉬움이 남는다. 시민사회의 주장으로 정치권이 수용한 주거 의제에서 유엔특보가 강조했던 인권의 관점은 찾아볼 수 없다.

 

쉽게 믿을 수 없지만, 한국에는 여전히 한 평 남짓의 쪽방에서 빗물의 악취에 시달리는 사람, 10년 째 개발이 멈춰있는 폐허 같은 땅에 재개발을 반대하며 살아가는 사람, 공휴일에는 임시시설에서도 쫓겨나 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하지만 21세기의 한국 정부는 그들을 과거에만 존재했던 사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치부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시민사회는 유엔특보의 방문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다짐을 늘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구가 내린 권고, 견해, 결정 등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해석하면 끝나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이사국과 의장국을 역임한 한국 정부는 이를 수용하고 이행할 국제적 의무가 있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정부가 그 의무를 이행하도록 지속적으로 압박해야 한다. 주거를 소비의 영역에서 인권의 영역으로 옮겨오고, 한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절한 주거가 실현될 수 있도록.

 


1)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 <End of Mission Statement to Republic of Korea>

http://www.ohchr.org/EN/NewsEvents/Pages/DisplayNews.aspx?NewsID=23116&… 

2)  국토교통분야 관생혁신위원회, 2018, <국토부 주요 정책에 대한 1차 개선권고안>

3)  주거권 실현을 위한 한국 NGO 모임, 2018, <2018 한국 주거권 보고서>

일, 2018/07/0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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