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감시와 견제는 언론사의 기본 책무

허위사실이라면 정정보도 요구하면 될 일

대통령실이 오늘(2/3)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에 역술인으로 알려진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와 이 내용이 실린 저서의 저자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등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고 한다.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면 대통령 대변인실이 적극 해명하고 해당 언론사 등에 정정보도 요청하면 될 일을, 대통령실이 고발이라는 형사사법절차를 앞세우는 행태는 의혹해소는커녕 그 어떤 의혹도 제기하면 ‘고발하고 괴롭힘을 당할 것이다’는 시그널을 주어 헌법상 중요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은 명확하다. 대통령실은 언론길들이기와 국민입막음을 위한 형사고발을 중단해야 한다.

대통령실이 나서 언론인을 직접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지만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를 고발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2월에도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 천공의 관여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등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바 있고, 1월 30일에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을 고발하였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사회적 역할은 국민이 알고 싶어하거나 알아야 할 공적 사안에 대한 적극적인 보도이다. 또한 국민은 누구나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의 공적 사안에 대해 의혹을 제기할 수 있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대통령 자신과 가족 및 측근에 대해 쏟아지는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적 해명과 언론에 대한 정정보도 요청보다는 형사적 고소고발로 응수하고 있다. 이처럼 대통령실이 고소고발을 하고 형사사법절차가 개시되는 순간부터 의혹을 제기한 언론인, 국민은 심적 물적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고발 사건의 수사와 기소를 담당할 경찰과 검찰을 통할하는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과 그 가족, 그 측근 관련 의혹제기에 고소고발로 대응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바로 잡기 위한 조치로 보기 어렵고, 실제 범죄성립의 여부와 상관없이 고소 고발이 가져다주는 위축효과를 얻기 위한 목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정부나 공직자들이 결과를 불문하고 고소나 소송을 제기하는 주된 목적은 당사자들을 위축시킴으로써 국민의 공적 발언을 스스로 검열하게 하고 비판여론을 위축시키기 위함이라는 지적은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및 문재인정부때도 있어 왔다. 그동안 법원은 일관되게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기관과 공무원이 그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는 늘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따라서 공적 사안에 대한 의혹제기가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 더욱이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공적 영역에 대한 감시와 비판 등 표현의 자유는 보다 폭넓게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정부는 더이상 언론길들이기와 국민입막음용으로 명예훼손 고발 등의 행위를 중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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