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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귀국과 미국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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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귀국과 미국의 두 얼굴

익명 (미확인) | 화, 2016/04/12- 15:25

30년 만에 드러난 미국의 두 얼굴

외교부가 지난 3월 31일자로 공개한 30년 경과 비밀해제 문서에는 겉과 속이 다른 미국의 민낯이 드러나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귀국하기 전부터 귀국 이후까지 미국과 한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외교문서를 통해 추적했다.

▲2016년 3월 31일 공개된 30년 경과 외무부 비밀문서

▲2016년 3월 31일 공개된 30년 경과 외무부 비밀문서

귀국 전, “DJ의 귀국을 막아라”

김 전 대통령은 1982년 12월에 신병치료를 이유로 미국 망명길에 나섰다. 귀국 전까지 2년여 동안 한국 정부는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김 전 대통령의 귀국 움직임이 포착됐고 한국 정부는 귀국하면 재수감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서에 따르면 월포위츠 당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유병현 당시 주미 한국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총선 전 귀국이 한국의 정치와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며 사실상 김대중 전 대통령의 귀국을 반대했다.

▲1985. 1. 5 주미 한국대사관의 월포위츠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면담 내용 보고 문서

▲1985. 1. 5 주미 한국대사관의 월포위츠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면담 내용 보고 문서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LA의 한 강연에서 1985년 2월 8일에 귀국하겠다고 천명했다. 김 전 대통령의 귀국이 확실해지자 워커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 정부에 새로운 제안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을 사면하는 조건으로 귀국을 총선 후로 연기시키자는 방안이었다.

놀라운 것은 제안 이유였다. 30년만에 공개된 비밀문서에 따르면 워커대사는 “김 전 대통령이 제안을 거부하면 그 사실을 공개해 궁지에 몰아넣고, 수락하더라도 정치활동을 계속해서 규제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다른 한편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귀국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그의 귀국이 한국의 정치발전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었다.

▲1985. 1. 19 김대중에 총선 후 귀국과 사면 제안에 대한 외무부 장관과 워커 주한미대사의 면담 문서

▲1985. 1. 19 김대중에 총선 후 귀국과 사면 제안에 대한 외무부 장관과 워커 주한미대사의 면담 문서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귀국 의지를 꺾지 않았고 “정치적 보복은 없어야겠지만 살인에 직접 관련된 사람들(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들로 추정됨)은 예외”라고 하면서 “전두환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귀국 당일, “선동가들이 DJ와 짜고 소동을 일으켰다”

1985년 2월 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귀국했다. 미국으로 망명한 지 777일, 2년 2개월 만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안전을 염려한 스물 일곱 명의 미국 인사들이 함께 입국했다. 이 중에는 두 명의 하원의원과 전직 고위 외교관도 포함돼 있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들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한국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며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1985. 2. 8 귀국하자마자 동교동 자택에 가택연금된 김대중 전 대통령

▲1985. 2. 8 귀국하자마자 동교동 자택에 가택연금된 김대중 전 대통령

그런데 이번에 비밀해제된 외교문서에는 이런 미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른 미국의 속내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폭행 사건 발생 후 한미 외교 담당자들이 주고 받은 대화록에 따르면, 워커 대사는 폭행 사건이 “과격 선동가들이 김대중과 짜고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1985. 2. 11 김대중 전 대통령 귀국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드러나는 외무부 장관과 워커 주한미대사의 면담 문서

▲1985. 2. 11 김대중 전 대통령 귀국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드러나는 외무부 장관과 워커 주한미대사의 면담 문서

미국은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귀국이 가져올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축소 보도에 대한 미국 내 비난은 감수하겠다”며 AFKN에 대한 보도 규제를 실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공개된 외무부 비밀문서에는 미국의 입장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당시 외무부 공무원들의 이해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런 점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외교문서에 나타난 미국 정부의 속내는 미국의 겉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


  • 김  대  중   귀  국
    출처 : 제23차 외교문서 공개(1985년)
  • 1985. 1. 4.

    외무부 주미대사 –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면담

    “김대중이 재수감되면 미국정부는 의회나 언론으로부터 시달릴 것”

    “김대중의 선거 전 귀국이 한국의 정치와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할 것”


  • 1985. 1. 10

    김대중의 안전한 귀국 요청 서한

    하버드 대학 총장, 러스키 전 국무장관 등이 포함

  • 1985. 1. 11

    외무부 – 주미대사

    “김대중이 선거 후 귀국한다면 유럽여행을 허가하겠다”

  • 1985. 1. 18

    LA강연에서 귀국을 천명

    “1985년 2월 8일에 귀국하겠다”

  • 1985. 1. 19

    워커 주한미대사의 제안 : 김대중에 귀국연기와 사면 거래를 제안

    “제안을 거부하면 이를 공개해 궁지에 몰아넣자”

    “수락하더라도 정치 활동을 계속 규제하자”

  • 1985. 1. 21

    외무부 내부 회의

    “선거 후 귀국을 추진”

    “귀국하면 재수감, 병원수감, 가택연금하겠다.”

  • 1985. 1. 22

    전두환 대통령 – 워커 주한미대사 면담

    재수감에 대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강경한 의지

  • 1985. 1. 23

    미국 국무성

    “전두환 정권의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다.”

    “김대중과 다시 접촉을 시도해보겠다.”


  • 1985. 1. 25

    외무부 장관 – 워커 주한미대사

    미국이 김 전 대통령에 귀국 연기 요청

  • 1985. 1. 26

    김대중의 귀국 확정

    “정치적 보복은 없어야겠지만 직접 살인관련자들은 예외”

    “전두환 대통령이 물러나면 충분한 보복”

  • 1985. 1. 28

    관계기관 합동회의

    한국이 미국 측에 AFKN 방송규제 요청

  • 1985. 2. 8

    김대중의 귀국, 그리고 미국인 폭행사건

    “미국이 네 번의 강력한 항의와 불만을 표시”

  • 1985. 2. 11

    외무부 장관 – 워커 대사

    “이번 일은 과격 선동가들이 김대중과 짜고 한국 정부를 궁지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임으로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

    “미국이 거듭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지만 한국이 거절”


촬영 :최형석
편집 : 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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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뜨겁게 달군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야당의 필사적인 필리버스터, 네티즌들의 반응을 뉴스프로가 스토리파이로 5탄을 준비하였습니다.
화, 2016/03/0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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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3/0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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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3/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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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3/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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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3/0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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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을 방문해 김영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9%로 2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1%로 3위에 올랐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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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6/03/0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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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테러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은 192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며 이 법안의 위험성을 알렸지만, 박근혜 대통령 발(發) 법안에 대한 여당의 강행 의지를 막지는 못했다. 테러방지법은 국민들의 민감한 개인정보에 대한 국정원의 접근 권한을 강화시켜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테러방지법 통과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이 테러방지법을 밀어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1. 총선 앞두고 보수 결집?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는 이른바 경제활성화 3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노동개혁법) 입법이었다. 여야는 이 법안을 두고 릴레이 협상을 벌였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해를 넘겼고, 박 대통령은 이를 두고 국회의 직무 유기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 1월과 2월에 있었던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와 국회 연설 등을 통해 국회가 반드시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북한의 위협을 테러방지법 관철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테러방지법은 각종 테러행위 예방을 위해 정보기관의 정보수집 역량을 확충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고, 북한의 도발을 예방할 수 있는 조항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이른바 ‘기승전테러방지법’ 식의 논리로 일관했다.

그 과정에서 테러방지법 논란은 안보정국 효과로 이어졌다. 이른바 ‘살생부’ 논란으로 내홍을 겪던 새누리당은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맞서 테러방지법 통과를 촉구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 새누리당은 단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이 법을 통과시켰다. 정부와 보수 언론, 보수 시민단체들도 연일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비판하며 법안 통과에 힘을 실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 보수단체까지 이어지는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보수층 결집으로 이어졌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테러방지법 논란이 본격화된 2월 둘째 주를 기점으로 하향세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새누리당에 대한 정당 지지도 역시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이에 대해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테러방지법을 통한 안보정국이 보수층 결집을 가져왔고 현재의 추이로 봤을 때 다음 달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16030301_01

2016030301_02

2. 보수 장기집권 플랜?

테러방지법이 국회에 처음 발의된 것은 9,11 테러가 있었던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다. 현재 법안과 같이 국정원 정보 수집 능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추진됐지만, 인권침해와 민간인 사찰 등에 대한 우려로 상임위 심사 단계에서 폐기됐다. 당시 이 법안 폐기를 주도한 제1야당은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이었다.

이후 16대에서 19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테러방지법이 발의됐지만, 국정원 비대화를 부르는 독소조항들이 문제가 돼 번번이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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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법률전문가들은 이번 테러방지법이 역대 테러방지법 가운데서도 권력자에 의한 악용 소지가 가장 높은 법안이라고 평가한다. 과거 법안들이 계획성과 목적성 등 테러행위 규정에 대한 구체적 요건을 제시한 반면, 현행법에서는 모호한 표현으로 이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영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국가기관이 이 모호한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게 되면 정적에 대한 일상적 감시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2월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이 통과될 수 있었던 데에는 시기적 특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연이은 북한 도발로 인해 안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데다, 총선을 앞두고 있어 법안에 대한 야당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소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2월 국회는 지난해부터 지연돼 온 선거구 획정 처리에 대한 부담을 안고 시작한 회기였다. 필리버스터를 포함한 야당의 보이콧은 곧바로 선거 일정 차질로 나타날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결국 야당은 ‘선거 책임론’을 제기한 여당과 보수언론의 압박에 필리버스터 출구전략을 모색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국정원에 의한 선거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정통성 논란을 겪었다. 이후에도 국정원은 간첩 조작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나 어느 때보다도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받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주도한 이번 테러방지법으로 인해 국정원은 오히려 한층 강화된 권한을 갖게 됐다. 박 대통령이 테러방지법을 추진한 배경에 보수진영의 장기 집권 포석이 있다는 의혹도 이 때문이다.

3. 심판론 사라진 총선?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임기 말 선거는 ‘정권심판용’ 선거로 불린다. 임기 동안의 정책적 성패가 고스란히 수치로 나타나고, 그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가 곧바로 표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목은 경제, 이른바 ‘먹고 사는 문제’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테러방지법 정국 속에 정작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실종된 상태다.

현 정권의 경제 성적표는 ‘적신호’ 투성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국가 채무는 443조 원(2012.12.31 기준)에서 지난해 말 595조 원으로 급증했지만, GDP 성장률은 3년 동안 2%대를 벗어나기도 버거웠다. 가계부채도 큰 폭으로 상승해 2013년 963조 원이었던 부채액이 1,207조 원으로 증가해 250조 원 가까이 늘었다.

수출도 하향세다. 박 대통령 임기 초 소폭 상승세를 보였던 수출은 올 2월까지 14개월 연속 마이너스(전년동월대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부의 재벌 집중과 빈부 격차도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지만, 정부는 계속 노동법 개혁을 통해 쉬운 해고가 가능해야 경제가 살아날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필리버스터 토론자로 나선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경제 위기야말로 국가위기상황인데 이를 돌봐야 할 정부, 여당이 테러방지법 통과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목, 2016/03/0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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