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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에 내맡긴 도청 탐지… ‘낮말 밤말’ 모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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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에 내맡긴 도청 탐지… ‘낮말 밤말’ 모두 두렵다

익명 (미확인) | 금, 2016/04/01- 21:19

‘도청탐지’ 법적 근거 흐릿해 되레 ‘도청’ 논란
절차와 범위 두루뭉술… 시민 불안 부추겨
민간 업체 실태 점검도 허술

국가 전파 감시•감독 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 중앙전파관리소의 도청(불법감청) 탐지 절차와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35개 민간 불법감청설비탐지업 등록법인에 대한 실태 점검 체계도 허술해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낳고 있다.

전파관리소 사법경찰관과 민간 불법감청설비탐지업자가 누구의 어떤 대화를 엿듣고 녹음 파일을 얼마나 만들어 어떻게 다뤘는지 낱낱이 확인할 수 없는 상태. 관련 자료 보존•폐기 여부도 오로지 도청 탐지 장비를 다루는 공무원과 민간 업자의 양심에 기댈 뿐이다.

특히 전파관리소가 불법감청설비탐지업체의 영업 실태를 점검할 근거마저 없어 문제다. 전파관리소 관계자도 “(위법 행위) 예방 차원에서 1년에 한두 번 계도할 뿐 장비 현황이나 운영 실태, 영업 실적 따위를 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확인했다. 불법감청설비탐지업체가 도청 여부 탐지를 맡긴 시민의 개인 정보를 얼마나 가졌고, 어떻게 보호•관리하는지조차 제대로 살펴볼 수 없어 개선이 요구된다.

전파관리소도 “근거 애매하다” 시인

법이 애매한 경우도 많으니 (도청 탐지 근거를) 명확히 하자. 법이 명확하지 않으니 (전파관리소가 시민 대화를 엿듣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지 않나 하는 취지로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3월 18일 전상하 중앙전파관리소 불법감청설비팀장의 말. 지난 2월 22일 광주전파관리소가 사기도박 몰래카메라 영상과 무선 통신 내용을 녹화•녹음한 뒤 경찰과 함께 혐의자들을 붙잡은 게 되레 국가기관의 도청 논란으로 번지며 불거진 전파관리소의 고민이 들어 있다. 전파관리소 쪽이 도청 탐지 행위의 법적 근거를 다 갖추지 못한 상태임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전파관리소가 도청 탐지 근거로 내세운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를 보면 그 누구든지 전기통신을 엿듣거나 공개되지 않은 다른 사람 간 대화를 녹음•청취할 수 없지만 ‘혼신 제거 등을 위한 전파 감시’를 예외로 해 뒀다. 이 예외 조항에 기대어 ‘전파 감시 활동 중에 감청과 녹음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겼던 것. 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의 예외 근거로 이어진 전파법 제49조와 51조는 허가받지 않았거나 혼신을 일으키는 전파를 찾아 바로잡기 위한 것이지 주파수를 타고 흐르는 남의 대화를 듣거나 녹음하는 데 쓸 기준은 아니다. 해당 법률에 ‘도•감청’이나 ‘녹음’ 같은 낱말이 명시되지도 않았다. 이처럼 두루뭉술한 근거 때문에 늘 시빗거리가 될 수 있음에도 법률과 세칙 따위를 개선하지 않은 채 사기도박 증거로 감청•녹음을 내민 터라 전파관리소 스스로 감청 논란을 불러왔다.

▲최시중 제1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왼쪽 줄 가운데)이 2008년 7월 10일 서울 가락동 중앙전파관리소를 찾아가 오승곤 당시 전파보호과장(오른쪽 줄 아래)으로부터 불법감청 탐지 체계에 관해 들었다. (사진: 옛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

▲최시중 제1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왼쪽 줄 가운데)이 2008년 7월 10일 서울 가락동 중앙전파관리소를 찾아가 오승곤 당시 전파보호과장(오른쪽 줄 아래)으로부터 불법감청 탐지 체계에 관해 들었다. (사진: 옛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


▲최시중 제1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 앞)이 2008년 7월 10일 서울 가락동 중앙전파관리소에서 이동형 전파측정장비를 살펴봤다. 장비를 설명하는 이는 민원기 당시 중앙전파관리소장. (사진: 옛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

▲최시중 제1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 앞)이 2008년 7월 10일 서울 가락동 중앙전파관리소에서 이동형 전파측정장비를 살펴봤다. 장비를 설명하는 이는 민원기 당시 중앙전파관리소장. (사진: 옛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

광주전파관리소는 실제로 “콜, 들어가라. 콜, 콜” 같은 대화를 담은 44초짜리 녹음과 몰래카메라 영상 녹화로 사기도박 혐의자를 잡는 데 큰 구실을 했다. 전파관리소의 이런 능력이 정치인은 물론이고 시민을 표적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으로 풀이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전파관리소의 시민 사찰 의혹과 걱정을 내놓은 까닭이다.

전파관리소의 자랑이었던 도청 탐지

그동안 전파관리소는 도청 탐지 활동으로 사기도박단을 잡아낸 걸 자랑할 일로 여겼다. 국가기관의 부지런한 전파 감시 덕에 사기도박 덫에 빠진 시민을 구해 낸 미담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중앙전파관리소가 2011년 5월 31일 보도자료를 내어 2010년 불법감청설비 적발 수가 25건이라고 널리 알렸을 정도. 이 가운데 하나인 2010년 1월 19일 대전전파관리소의 사기도박단 검거 사례도 올 2월 광주에서 일어난 일과 비슷했다. 무선 영상 몰래카메라와 생활 무전기를 갖춘 채 사기도박으로 생각된 ‘전파에 담긴 음성’을 추적해 잡아냈다.

이 사건이 더욱 눈길을 끈 건 “아산시 전파 관리를 위해 설치한 원격 지능형 전파측정시스템에 의해 사기도박으로 추정되는 ‘음성이 감지돼’ 전파 송신 위치를 추적했다”는 대전전파관리소 쪽 설명. ‘원격 지능형 전파측정시스템’은 서울•부산•광역시•도청소재지를 중심으로 설치한 붙박이 전파측정장비 70식(주변기기를 포함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결합 체계)과 준붙박이 장비 14식이다. 중앙전파관리소 쪽 설명으로는 “국내 거주 지역의 35%”를 덮는 규모. 이 체계에 이상한 전파가 감지되면 방향탐지장비 15식과 전파측정차량 23대를 이용해 송신 위치를 찾아간다. 아산시 사례는 전파관리소가 폭넓은 전파 속 음성 탐지와 위치 추적 체계를 갖췄음을 방증했다.

2009년 4월 17일 대전전파관리소가 대전지방검찰청에 송치한 사기도박단 사건도 전파 탐지와 위치 추적 형태가 비슷했고 보도자료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대전에 사는 100억 원대 자산가 김 아무개 씨가 사기도박 덫에 걸려들었다는 내용과 모자에 숨겼던 몰래카메라 사진까지 곁들여 흥미까지 불러일으켰다.

▲움직이며 전파를 측정하는 전파관리소 자동차(왼쪽)와 2009년 4월 대전전파관리소가 잡아낸 사기도박용 몰래카메라•무전기. (사진: 옛 방송통신위원회와 중앙전파관리소 보도자료)

▲움직이며 전파를 측정하는 전파관리소 자동차(왼쪽)와 2009년 4월 대전전파관리소가 잡아낸 사기도박용 몰래카메라•무전기. (사진: 옛 방송통신위원회와 중앙전파관리소 보도자료)

2008년 10월 30일 더 재미있는 보도자료도 나왔다. 중앙전파관리소가 그해 11월을 ‘불법감청(도청) 예방 및 집중 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지방 전파관리소별로 전국 일제 단속에 나선다는 것. 단속 기간에 도청 대응 심포지엄을 열어 무료로 탐지 서비스까지 해 주겠다고 곁들여 마치 잔치를 벌이는 듯했다.

오승곤 당시 중앙전파관리소 전파보호과장은 “소형 도청기를 이용한 사기도박, 개인비밀 도청, 관음적 촬영 등의 불법 행위가 발생하기 때문에 집중 단속이 불법감청으로 인한 국민의 사생활 보호는 물론 일반 국민에게 불법감청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 과장과 중앙전파관리소는 보도자료에 ‘불법도청 예방수칙’까지 곁들여 눈길을 모았다. 가정 무선 전화로는 중요한 대화를 하지 말라거나 복제될 수 있으니 휴대폰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 주지 말라는 내용을 넣은 ‘도청 예방 10계명’을 내놓은 것. 처음 보는 휴대폰 같은 전자기기가 주변에 있다면 전원을 끈 상태로 서랍에 넣어두라는 ‘불법감청 육안 체크리스트’들도 담아내 전파관리소가 다각적이고 다면적인 도청 탐지 체계를 운영하고 있음을 엿보게 했다.

▲2008년 10월 30일 중앙전파관리소가 내놓은 도청 예방 10계명.

▲2008년 10월 30일 중앙전파관리소가 내놓은 도청 예방 10계명.

민간 도청탐지업 실태 관리에 구멍

통신비밀보호법에 실태 점검을 해라 그런 게 없어요. 법이 미비한 점이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저희한테 어떻게 하라는 규정이 없어요. 그분들(불법감청설비탐지업자)이 등록한 뒤 (위법 행위) 예방 차원에서 계도하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3월 21일 이재택 중앙전파관리소 조사계장(방송통신기기•불법감청설비 총괄)의 말. 올 2월 기준으로 35개에 이른 불법감청설비탐지업체의 영업 활동이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이나 위법 행위를 막을 만한 관리 체계가 없다는 뜻이다.

“예방 차원에서 계도한다”고는 하나 “그 업체에서 (사법경찰관이 사업장에) 오셔서 지도 점검할 근거가 있느냐고 되물으면 (대답할 게) 없다”는 게 전파관리소 관계자의 설명. 도청 전파를 찾아 녹음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자유롭게 영업하는 불법감청탐지업체의 위법 행위를 딱히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였다. 이른바 ‘계도’를 위한 업체 방문도 “웬만하면 1년에 한 번 이상 가려고 노력한다”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불법감청설비탐지업체가 새로운 도청 탐지기를 사들였더라도 전파관리소에 ‘장비 변경 신고’를 할 의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 사업 등록을 할 때 유선(통신)선로분석기와 주파수스펙트럼분석기를 각각 1식만 갖춘 뒤로는 장비에 관한 감독을 따로 받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민간 업체가 일하며 알게 된 고객의 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 이 또한 사업 등록을 할 때 ‘이용자 보호 계획’을 낸 뒤로는 중앙전파관리소의 감독이 미치지 않는 상태다. 고객 정보 관리 실태를 들여다볼 법적 근거가 없음은 물론이다.

한 불법감청탐지업체 대표는 “(고객) 개인 정보를 다 파기한다”고 말했으되 일하다가 음성을 녹음한 건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질문에 “회사 보안상 말씀드릴 수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나중에 녹음한 것도 지우느냐는 질문에도 “보안상 모두 말씀드릴 수 없고, 개인 정보는 저희가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전파관리소가 계도 차원에서 실태 조사 같은 걸 나왔을 때 고객 정보 관리 상황을 살펴봤느냐는 질문에도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전파관리소는 벤츠급이고 우리는 그랜저나 소나타급”이라며 도청 탐지 장비의 기능상 차이가 없음을 내보인 또 다른 업체의 대표도 ‘녹음이 적법하냐’는 질문엔 입을 다물었다. 그는 기자의 질문이 법적 근거 여부로 이어지자 갑자기 “(도청 탐지 중에 들리는 음성은) 사람 목소리를 말하는 게 아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2013년 어느 날 서울 서초동 한강변 아파트를 지날 때 ‘탐색기에서 한 여성의 통화 내용이 들렸다’고 소개해 뒀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스펙트럼분석기와 전파방향탐지기를 들고 ‘음성이 더욱 또렷하게 들리는 곳으로 걸어갔다’고도 밝혔다. 고객이 도청 탐지를 의뢰하지 않았음에도 대화를 일부러 엿들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 시비에 휘말릴 개연성이 커 보였다.

이 업체가 서울 서초동에 사는 어느 여성의 통화 내용을 엿듣기만 했는지, 녹음까지 했는지를 전파관리소 쪽이 알거나 확인할 길이 없다. 통화 내용에 담겼던 개인 정보를 제3자에게 넘겼거나 달리 이용했는지도 깜깜하기로는 매한가지. 모두 도청 탐지 장비를 든 이의 양심에 맡겨야 할 따름이다.

▲한 불법감청탐지업체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한 도청 탐지 사례. 탐지 장비를 켠 채 돌아다니다가 도청 전파에 담긴 음성을 엿들은 것으로 보였다. 설거지 소리까지 들렸다는 내용도 있다.

▲한 불법감청탐지업체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한 도청 탐지 사례. 탐지 장비를 켠 채 돌아다니다가 도청 전파에 담긴 음성을 엿들은 것으로 보였다. 설거지 소리까지 들렸다는 내용도 있다.


▲불법감청탐지업체들이 인터넷에 소개한 여러 장비. 도청 탐지 전파에 담긴 음성을 녹음하는 기능이 있는 걸(오른쪽 위 빨간 점선 원) 확인할 수 있다.

▲불법감청탐지업체들이 인터넷에 소개한 여러 장비. 도청 탐지 전파에 담긴 음성을 녹음하는 기능이 있는 걸(오른쪽 위 빨간 점선 원) 확인할 수 있다.

전파관리소도 사법경찰관 양심에 기댈 뿐

전파관리소도 도청 탐지 장비를 쓰는 사법경찰관 20명의 양심에 기댈 뿐이다. 불법 전파를 감시하다가 만난 도청 내용(음성)을 얼마나 들어야 할지, 녹음할지 말지 따위의 기준과 절차로 미리 정해 둔 게 없기 때문. 엿들은 정보와 녹음을 사사로이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넘기지 않는 것 또한 사법경찰관 제각각의 도덕에 맡겨야 한다.

이런 지경임에도 미래창조과학부와 전파관리소의 도청 탐지 사법경찰관에 대한 교육이나 활동 관리 체계마저 허술했다. 1년에 한두 차례 지방검찰청별로 수사 관련 교육을 할 뿐 도청 탐지 기술이나 개인 정보 보호와 관련해서는 사법경찰관의 개별 경험에 기대는 형편이다.

녹음과 개인 정보를 포함한 도청 탐지 수사 자료의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청 탐지 활동을 몇 년 동안 얼마나 벌여 몇 건을 잡아냈고, 어떤 내용을 녹음해 검경에 증거로 제공했는지 따위를 따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게 전파관리소 쪽 설명. 전파관리소 한 관계자는 “수사 자료 원본을 모두 검찰에 송치한다”며 기자의 정보 공개 청구가 있더라도 “(전파관리소 차원에서) 공식적인 자료를 파악하지 않는다고 답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로 헤아려 관리하는 자료가 없기 때문에 공개할 게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옛 정보통신부 출신 업계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전파 쓰임새가 많아지다 보니 불법 이용에 대한 감시도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그만큼 역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파 감시 장비를 다루는 공무원(사법경찰관)과 민간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점검할 것인지를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고 보았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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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통신요금 인가 방치가통신사의 획일적인 결합상품 판매 야기- 결합상품 할인율 통신3사 약...
화, 2015/08/1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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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설의 비리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 최초, 최대 장애인 복지법인 한국소아마비협회가 운영하는 직업재활시설 정립전자에서 348억 원의 사기와 20여억 원의 개인 횡령까지 벌어져 검찰이 시설 대표(원장)와 본부장을 구속하고 관련 12명을 불구속기소한 지 두 달이 넘었으나 관할 행정기관인 서울시와 광진구청은 행정조치를 미루고 있다.

‘정립전자’는 한국소아마비협회(정립회관)가 운영하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다. 중증장애인 120명과 노숙인 출신 등 모두 160명이 발광다이오드와 CCTV 카메라, 지폐 계수기 등을 만들고 있다. 정립전자는 서울시가 선정한 ‘우수 사회적기업’이다. 투명 경영을 하고 수익금 전부는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11월 8일 정립전자가 다른 회사에 명의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고, 유령 직원과 출근부 조작 등으로 정부보조금 등을 가로채는 등 모두 348억 원을 사기 및 횡령한 혐의로 정립전자 김현국(44)대표(원장)과 박모(49)판매본부장을 구속하고 또 다른 정립전자 간부 신모(56)씨 등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멀리는 1980년대 형제복지원을 시작으로 1996~2002년 에바다 농아원, 2004년 성람재단 인권침해, 2005년 청암재단 인권유린, 2005~2006년 성람재단 2008년 석암재단 재정비리, 2014년 인강재단 인권유린, 2015년 인천 해바라기 장애인주거시설 사망 사건 등 수많은 복지시설이 각종 비리로 물의를 빚었지만, 시설 민주화와 투명 운영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요원하다.

최초, 최대 장애인 기관 ‘한국소아마비협회’

정립전자를 운영하는 한국소아마비협회 역사를 통해 복지시설 비리가 되풀이되는 근본 원인을 찾아본다. 이 협회가 다른 시설보다 더 비리가 많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소아마비협회는 다른 곳보다는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협회의 심장인 정립회관에선 1990년, 1993년, 2004~2005년 시설 민주화를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농성이 3차례나 연이어 벌어졌다. 장애인들은 2005년엔 정립회관 관할 행정기관인 광진구청 농성까지 벌였고, 구청은 100여 명의 직원을 동원해 농성 장애인을 끌어냈다.

한 시설에서 비슷한 문제로 3번의 농성이 벌어졌는데도 최근에는 또 350억 원에 달하는 사기와 횡령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의 각별한 지원

서울 광진구 아차산 자락에 있는 한국소아마비협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육영수 여사 집안엔 소아마비를 앓던 친조카가 3명이나 있었다. 이 때문에 육 여사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육 여사는 1965년 소아마비 장애인인 황연대 씨(의사, 당시 27)를 청와대로 불러 하사금 20만 원을 건넸다. 황 씨는 이 돈으로 아차산 자락에 정립회관 터를 계약했다.

한국소아마비협회는 1966년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저명인사 10여 명이 소아마비아동특수보육협회(1977년 명칭 변경)로 설립허가를 받은 한국 최초 장애인단체다. 황연대 씨가 의사 이수길, 판사 김용준, 변호사 송영욱, 동양화가 이완수 등과 함께 설립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지명자 김용준 판사도 이사 지내

1966년 협회 창립 정관을 만들고 1980년까지 이사를 맡은 김용준 판사는 정립회관을 계기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딸 근혜 양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13년 초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로 지명됐다가 부동산 투기와 자녀 병역 기피 의혹 때문에 낙마했다. 1966년 협회 초대 대표는 소설가 김팔봉(본명 김기진)이었다. 1977년 소아마비협회로 이름을 바꾼 뒤 첫 이사장은 ‘불도저 시장’으로 불렸던 김현옥 전 서울시장이 맡았다. 현재 이완수 이사장 역시 1966년 협회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50년 동안 이사다.

소아마비협회는 1970년부터 장애인이 이용할 정립회관을 짓기 시작했지만, 자금난에 시달렸다. 육 여사는 영화관 입장료의 일부를 떼어내 모은 돈을 정립회관 건립에 사용하도록 도움을 줬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74년 12월 공사중단 위기를 맞은 정립회관에 2억 원의 하사금을 내렸다. 이 돈은 당시 대통령의 공식 하사금 가운데 최대였다.

협회는 1975년 10월 30일 5년 공사 끝에 정립회관을 개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준공식에 참석해 황연대 초대 관장과 나란히 서서 테이프를 끊었다.(영상 참고) 두 사람의 인연은 2014년 음주운전 때문에 사퇴한 현정화 마사회 탁구감독 대신 여든을 앞둔 황연대 씨를 2014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선수촌장으로 임명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 정립회관 개관 테이프를 끊은 박근혜 대통령과 황연대 초대 관장 (경향 75년 10월 31일 7면)

▲ 정립회관 개관 테이프를 끊은 박근혜 대통령과 황연대 초대 관장 (경향 75년 10월 31일 7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립회관 현판을 직접 썼다. 경향신문은 1975년 10월 28일 자 기사에서 “정립회관이 세워지기까지 평소 소아마비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도 깊었던 고 육영수 여사의 특별한 배려와 소아마비협회 상임이사인 황연대 씨의 끈질긴 집념이 점철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황 씨는 1993년 장애인들의 2차 농성으로 사실상 불명예퇴진했다.

▲ 정립회관 건립 과정을 소개한 경향신문 75년 10월 28일자 7면 기사

▲ 정립회관 건립 과정을 소개한 경향신문 75년 10월 28일 자 7면 기사

장애인운동 개척자 황연대 전 정립회관 관장

1938년생인 황연대 씨는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았지만 1963년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한 의사다. 황 씨는 정립회관 초대 관장으로 초중고교에 다니는 장애인에게 특수체육을 실시해 그 점수를 체육점수에 반영시켜 장애인 학생의 체육성적 차별을 개선했다. 또 당시 큰 사회문제였던 장애인의 대학입시 불이익을 해결하는 데 앞장섰다.

황 씨는 1982년 법관 임용에서 탈락한 장애인 구제에도 앞장서 장애인들의 대모(代母)로 자리 잡았다. 황 씨는 60~80년대 척박한 장애인 운동의 한 시대를 대변하는 상징이었다. 많은 장애인들이 황 씨의 눈물 어린 호소로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

황 씨와 정립회관의 역사는 곧 장애인 복지의 역사다. 정립회관은 장애인 자립에 꼭 필요한 ‘활동보조인 제도’를 법보다 훨씬 앞서 운영했다. ‘활동보조인 제도’는 2000년대 초 장애인이동권 운동을 벌이던 장애인에게 유용한 무기가 됐다. 장애인들이 지하철 선로점거나 집단으로 버스 타기 운동으로 이동할 권리를 알릴 때 정립회관이 지원한 활동보조인은 늘 장애인들과 함께했다.

최초 장애인 재활시설 ‘정립전자’

1975년 장애인 이용시설로 출발한 정립회관은 1989년 장애인을 사원으로 채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정립전자를 회관 부지 안에 설립했다. 88 장애인올림픽이 끝나자 수요가 많았던 체육사업을 대체할 새 사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정립회관은 일본 장애인작업장 ‘태양의 집’을 벤치마킹한 장애인작업장을 계획했다. 때마침 기업 이미지를 고려한 삼성전자가 이에 호응했다. 회관은 처음에 1개 생산라인에 직원 40명 규모를 계획했다. 그러나 삼성과 협의하면서 3개 라인 130명으로 커졌다. 삼성전자는 기계 시설 설치와 기술자 4명, 일할 물량 공급만 지원했다. 이 때문에 정립전자는 초기엔 달마다 몇백만 원씩 적자를 냈다.

1990년 들어서야 월 5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겨우 현상 유지에 들어섰다. 그러나 당시 장애인 노동자는 일당 4,300원, 월 14만 원을 받는데 그쳤다.

▲ 서울시 사회적기업 전용쇼핑몰 ‘함께누리’에 소개된 정립전자 작업장 모습

▲ 서울시 사회적기업 전용쇼핑몰 ‘함께누리’에 소개된 정립전자 작업장 모습

1990년 관장 퇴진 요구 46일 점거농성

서울장애인운동청년연합(서장청련) 소속 장애인 30여 명은 1990년 6월 8일 한국소아마비협회 정립회관의 황연대(당시 53) 관장과 남편 정은배(53) 상임이사 부부의 퇴진과 비리의혹을 국정조사하라며 한 달 반 동안 회관을 점거해 농성에 들어갔다. 당시 정립회관은 32명의 직원으로 연간 6억여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소아마비협회 정립회관은 1975년 개관 이후 지체장애인의 요구를 가장 앞장서 해결해온 단체라 당시 점거농성은 충격이었다. 1990년 초 정립회관 상담교사 김 모 씨 등 3명이 퇴직하면서 공금유용 시비가 드러났다. 3명이 퇴직금을 받지 못하자 직원들이 자체 조사해 퇴직적립금과 직원 상조회 기금, 재형저축기금이 유용된 사실을 밝혀냈다. 퇴직적립금이 2년간 적립되지 않았고, 직원 상조회 기금도 유용됐다. 직원들은 급여에서 공제된 재형저축기금도 은행에 제대로 적립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은 이 사실을 이사장에게 알리고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농성에 들어간 서장청련은 정립회관과 황 관장의 남편인 정은배 상임이사의 재정 운영 관련 비리 의혹 10여 건을 담은 백서를 공개했다. 서장청련은 정립회관이 1987년 토지 매매 과정에서 평당 25만 원 가량을 빼돌리고, 직원들의 재형저축기금과 퇴직적립금을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하루 평균 10만 원 이상인 판공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보사부가 정립전자에 일일 1인당 급식비 300원과 문화생활비 200원씩을 지원했는데 장애인 당사자들이 받지 못한 점 등도 거론했다. 서장청련은 “황연대 관장이 대외적으로 장애인 처우개선에 노력한 점은 인정하지만, 정립회관 관장으로 남편 정 이사의 비리와 회관의 파행운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황 관장 부부는 비리 백서의 상당 부분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립회관 측은 서장청련의 주장을 “복지시설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운동권 장애인들의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농성이 계속되자 소아마비협회(정립회관)는 황 관장의 남편 정은배 이사의 사표를 수리하고, 김원기 소아마비협회 이사장이 퇴진하면서 황연대 관장은 유임시켰다. 장애인들의 정립회관 점거는 농성 46일째인 7월 23일 정립회관 발전 특별위원회 설치와 특별감사 실시에 합의하면서 겨우 봉합됐다.

93년 두 번째 농성…전 상임이사(관장 남편) 구속

황연대 관장은 1993년 4월 공기업인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까지 겸직하게 됐다. 그러나 봉합된 정립회관 의혹은 3년 만에 다시 불거졌다. 장애인복지신문은 1993년 4월 16일 자 머리기사에서 ‘황연대 전 관장이 윤상장학금을 횡령했다’고 폭로했다.

정립회관 직원과 이용 장애인들은 4월 21일 ‘정립회관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정립 공대위)를 구성하고, 4월 23일부터 “정립회관 정상화와 비리주범 황연대 전 관장의 구속”을 요구하며 김응준 이사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한 기관에서 같은 내용으로 두 번이나 점거농성이 일어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정립 공대위’는 90년 제기된 의혹 외에도 “1991년 4월 18일 소아마비협회 기본자산 2,200만 원을 무단 인출, 횡령하는 회계비리가 계속 자행됐다”고 폭로했다. 정립 공대위는 황 관장의 수영장 수입금 횡령 의혹도 새로 제기했다. 황 관장은 해명자료를 내고 “윤상장학금은 기탁자인 이정식씨가 회관 운영 여건상 여의치 못하면 협회나 회관이 임의로 전용해도 이의가 없다는 전제하에 기탁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장학금 중단은 정부 보조금을 받는 기관은 장학사업을 하지 말라는 지자체의 방침 때문이라고 밝혔다.

협회(정립회관)은 1993년 4월 26일 긴급이사회에서 황 관장의 관장직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 관장에 백일영 전 서울시 법률과장을 임명했다. 농성자들은 황 관장 사임이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 겸직 금지를 해소하기 위함일 뿐 비리에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며 반발했다. 4월 30일 김응준 이사장이 전격 사퇴하고 백일영 씨 관장 임명도 취소했다. 농성자들은 이사회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황 전 관장의 이사직 사퇴와 사법처리, 재산환수와 함께 회관이 정상화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하기로 했다. 정립회관 사태는 임시국회에서 정식 거론돼 새로운 양상으로 번졌다.

신계륜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은 1993년 5월 12일 국회 노동위원회에서 “황연대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이 1975~1992년까지 17년 동안 정립회관장으로 재직하면서 최소 20억 원 이상의 공금을 횡령하고 임야 5천여 평을 사들이는 대규모 부동산투기까지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황연대 이사장이 정립회관 상임이사였던 남편 정은배 씨와 함께 영수증과 지출결의서, 물품대금을 허위로 조작하고 수영장 운영수익과 장학금 횡령을 포함해 해마다 회관 예산 중 1억 원 이상 모두 20여억 원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횡령의 증거로 동일필체의 가짜영수증 사본과 백지영수증 다발, 직원들의 허위가불 지출결의서, 허위출장 지출결의서, 물품대금 계약서, 정립협회 통장 등을 공개했다. 황 이사장은 1983년 안성군 공도면과 원곡면 땅을 집중적으로 사 부동산 투기 의혹도 받았다.

신 의원은 “황 이사장이 정립회관 감독관청인 서울시와 보사부의 공무원에게 기관운영 판공비 명목으로 수시로 20~50만 원씩 제공한 증거도 입수했다”고 밝혔다. 당시 신 의원이 밝힌 정립회관 날짜별 지출내역에 따르면 ‘1월 10일 보사부 재활과 식사 50만 원(식사비 18만 원), 1월 30일 서울시청 시회과 박 계장 노씨 봉투전달’ 등의 내용이 적혀 있어 감독관청 공무원과 유착 의혹을 낳았다.

신 의원의 의혹 제기에 답변에 나선 이인제 당시 노동부장관은 “수사를 의뢰해 흑백을 가리겠다”고 밝혔다. 정립회관은 “회관 주도권을 둘러싼 반대파들의 음해”라고 설명했다. 황 관장은 농성자들의 배후에 협회 이사인 송영욱 변호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송 변호사는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지검 동부지청 특별수사부(정진규 부장검사)는 수사에 나서 1993년 7월 9일 황 씨의 남편 정은배 전 정립회관 이사를 물품구입 명목으로 2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하고 부인 황 씨의 공모 여부를 조사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정은배 이사가 협회와 정립회관의 모든 업무를 사실상 총괄하면서 허위 차용 뒤 변제 명목으로 회관 수익금을 인출해 유용하고, 물품대금을 부풀리고, 허위 영수증을 만들어 횡령한 2억여 원을 유흥비와 생활비로 썼다고 밝혔다. 검찰은 93년 6월 22일 정립회관 수영강습비 4,800여만 원을 횡령한 총무과 회계담당자 이강택씨도 구속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서울 동부지청 김홍섭 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공금횡령 공소시효가 7년이라 86년 이전 범죄는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또 “(불과 3년 전) 회계서류도 없어서 복지시설 운영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물의를 빚은 황연대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사실상 불명예퇴진이었다. 황 씨는 검찰 수사에서 남편의 횡령을 전혀 아는 바 없다며 여전히 “협회 이사인 송영욱 변호사와 이완수 신임 관장 등이 짜고 자신을 음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1년여 수사 끝에 황 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의혹은 다시 잠복했다.

93년 6월 이완수 이사, 정립회관장 취임

이완수 신임 관장은 1993년 6월 말 검찰 수사와 성동구청의 감사를 받는 어수선한 가운데 취임했다. 그는 협회 창립 때부터 이사를 지냈고 1993년 6월 정립회관장을 시작해 2005년부터 지금까지 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관장은 취임 직후 장애계 전문지 <함께걸음>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불투명한 회계처리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정립회관 이사진들의 내부갈등설을 질문받자 “나는 내일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자리를 비울 생각”이라며 “서울증권의 고문을 겸직하고 있는데 정립회관 일이 자리가 잡히면 다른 분이 일을 맡아서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완수 관장은 2004년 정년까지 12년간 재임한 후 정년 이후에도 관장직을 유지하려다가 장애인들의 3차 농성 사태를 불러왔다.

2004~05년 관장 변칙 연임 반대 231일 농성

2004년 6월 정립회관을 이용하는 중증 장애인 30여 명과 활동보조인 10여 명, 노조원 10여 명 등 50여 명이 다시 회관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한국소아마비협회가 6월 말 65세 정년을 앞둔 이완수 관장을 2년 촉탁직으로 바꿔 연임시켰기 때문이다. 농성자들은 정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정립 공대위)를 구성하고 2004년 6월 22일부터 231일의 장기농성을 이어갔다.

보건복지부는 2002년 잇따르는 복지시설 비리 때문에 지침으로 시설장의 정년을 65살로 정해 장기집권을 막았다. 정립회관 운영규정도 관장 정년이 만 65살이었다. 정립회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정립회관 노조는 그해 2월부터 관장 정년 이후 대안 마련을 이사회에 요구했지만, 정립회관은 노조원 11명을 징계했다.

2004년 9월 8일 새벽 검은 복면을 쓴 괴한 30여 명이 쇠파이프를 들고 정립회관 농성장에 난입해 농성하던 장애인을 끌어낸 뒤 비장애인 남성 농성자 9명의 웃옷을 벗기고 머리를 땅에 박게 한 채 쇠파이프로 폭행했다. 이들은 농성 집기를 모두 밖으로 집어 던진 뒤 30분만에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농성자 2명 등 모두 11명이 다쳤다.

정립 공대위는 “이날 폭행이 농성 시작 이후 4번째”라며 “회관이 11년을 재직한 이완수 관장의 연임을 위해 용역깡패를 고용했다”고 주장했다. 회관은 “회관 정상화를 원하는 곰두리 봉사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해명했다. 농성하는 공대위와 곰두리 봉사회의 충돌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 2004년 12월 23일 정립 공대위 농성자들이 곰두리 봉사회와 충돌하고 있다.

▲ 2004년 12월 23일 정립 공대위 농성자들이 곰두리 봉사회와 충돌하고 있다.

정립 공대위는 해를 넘겨 2005년 2월 5일 이완수 관장 퇴진과 노조원 징계 완화, 고소고발 철회에 합의하고 231일 만에 농성을 풀었다. 때마침 7년을 끌어온 에바다 복지회 사태가 장기집권해온 비리 이사진을 몰아내면서 마무리된 게 도움이 됐다. 그러나 해결의 기쁨도 잠시였다.

2005년 6월 퇴진한 관장, 이사장 승진

정년을 맞은 이완수 정립회관장을 변칙 연임시키려다 8개월가량 시설 운영에 파행을 불러온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가 장기농성 8개월 만에 겨우 이룬 합의를 무시하고 2005년 6월에 물러나는 이 관장을 협회 이사장으로 오히려 더 높은 자리로 추대했다.

이 관장을 이사장으로 임명하자 정립 공대위는 “이완수 관장이 합의를 파기하고 넉 달 뒤 더 높은 자리인 이사장으로 옮겼는데도 농성 해결을 중재했던 광진구청이 방관하고 있다”며 7월 4일부터 광진구청 앞에서 1인 시위와 함께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공대위는 해마다 10억 원 이상의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립회관의 비민주적 의사결정에 항의했다. 공대위는 “10여 명의 소아마비협회 이사 중 몇몇은 길게는 30여 년을 연임하면서 장애인보다는 자리 나눠 먹기에 혈안”이라고 했다.

광진구청은 구청 앞 노숙농성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자 2005년 8월 23일 오전 직원 100여 명을 동원해 천막을 뜯어내고 농성하던 장애인과 비장애인 10여 명을 정문 밖으로 밀어냈다. 밀려났던 정립 공대위는 이날 오후 3시께 구청에 재진입해 종합민원실을 점거했지만 3시간 만에 경찰과 구청 직원에게 강제해산 당했다. 공대위는 해산 과정에 구청이 여성장애인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며 국가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농성 장애인과 정립회관의 갈등이 깊어지자 1966년 협회 설립에 참여했던 이수길 박사까지 나서 “협회 창립이사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소아마비협회 이완수 새 이사장은 2006년 9월 231일 장기농성 때 농성장에 난입해 쇠파이프를 휘두른 곰두리 봉사회 사무총장을 정립회관의 새 관장으로 임명했다.

2007년 CCTV로 직원 감시 논란

이완수 이사장 체계가 굳어져 가던 2007년 8월 정립 공대위는 “정립회관이 CCTV와 몰래카메라로 비판적인 직원을 감시해왔다”며 회견을 열었다. 정립회관이 회관 운영을 비판하는 직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그 증거자료로 CCTV 촬영 영상을 내놓은 게 화근이었다. 정립 공대위는 정립회관이 CCTV 8대와 몰래카메라 1대를 설치해 직원들을 감시했다며 국가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회관 측은 이완수 이사장 퇴진을 요구해온 직원을 징계하고 2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회관은 “건물이 낡아 승강기에 물이 차는 등 안전을 위해 CCTV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정립회관 민주화를 요구하다 해고된 김재원 노조조지부장 등 3명은 3년 넘는 법정투쟁 끝에 2010년 9월 고등법원에서 승소하고 복직했다.

2015년 348억 원 비리 정립전자 대표 구속

정립회관엔 지난 2005년 3차 농성 사태 이후 10년 만에 다시 대규모 비리 사건이 터졌다. 회관이 운영하는 정립전자 김현국(44)대표(원장)와 박 모(49)판매본부장 등 2명이 348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고 또 다른 정립전자 간부 신 모(56)씨 등 12명이 불구속 기소된 것이다.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에 따르면 장애인 업체가 직접 생산하는 제품은 공공기관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우선구매해야 한다. 모든 공공기관은 총 구매액의 1% 이상을 장애인 업체에서 구매해야 한다.

검찰에 따르면 김 대표와 박 본부장은 공공기관과 제품 납품을 수의계약하고서 실제 생산은 비장애인 회사에 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계약금액의 10%를 챙기는 방법으로 3년간 모두 348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립전자는 연 200여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직접 생산한 비율은 1/3 이하였다. 정부가 중증장애인 생산시설 지정 때만 현장 심사를 하고 이후엔 현장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 허점을 노렸다.

김 대표와 박 본부장은 최근 2년 동안 있지도 않은 장애인 직원을 내세워 지원 급여 20여억 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불구속 기소된 신 씨는 출근부를 조작해 장애인 노숙인을 위한 도우미를 고용한 것처럼 속여 서울시로부터 보조금 2천여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구속된 김 대표가 공공기관 납품 계약을 따내려고 김모(57) 전 광진구의원에게 모두 1,600여만 원을 준 혐의도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도 알선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장차연)은 지난달 14일 정립전자를 운영하는 소아마비협회 이사진 전원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 장차연은 “25년 동안 소아마비협회 법인과 산하 정립회관의 비리 의혹 제기했는데도 서울시와 광진구는 땜질식 처방만 일삼았다”며 “서울시에 이사장 해임과 공익이사 파견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소아마비협회는 사건이 터지자 박춘우 상임이사를 정립전자 대표(원장)로 내정하고 광진구에 승인을 요청했다. 서울 장차연은 “책임을 져야 할 상임이사를 대표로 임명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고 반발했다.

“근본 해결책은 ‘탈시설’뿐”

서울 장차연은 이날 회견 뒤 서울시 장애인정책과장을 만나 상임이사의 정립전자 대표 임명을 불승인할 것과 법인 이사진 전원을 해임할 것을 촉구했다. 사건이 터지자 서울시와 광진구는 공동으로 시설 감사를 벌였다.

수용 장애인을 상습 폭행하고 이사장 일가의 김장과 벌초에 직원을 동원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장애인주거시설 인강원의 비리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조아라 씨는 “한 곳에 대규모로 장애인 등을 몰아넣어 수용하는 집단 시설은 결국 비리로 연결될 수밖에 없기에 장애인 자립생활주택 등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립전자 대표(원장) 구속 이후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관할 행정기관인 서울시 장애인정책과에 후속 조치를 묻기 위해 4차례 전화를 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답만 돌아왔다. 서울시와 광진구청은 사건이 터지자 시설 감사에 나섰지만 이후 두 달째 행정처리를 미루고 있다.

수, 2016/01/2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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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IGF 인터넷가버넌스포럼 참가 후기

글 | 김가연(오픈넷 변호사)

일시: 2015년 11월 9일 – 11월 14일
장소: 조앙 페소아, 브라질

 

○ 11월 9일 월요일(Day 0)

참여세션: 디지털 인권을 위한 기업 책임성: 국제적 연구 및 활동 네트워크 만들기(Corporate Accountability for Digital Rights: Building a Global Research and Advocacy Network)

- 주최: Rebecca MacKinnon, Director, Ranking Digital Rights, New America Foundation

- 세션 소개

 

○ 11월 11일 수요일(Day 2)

참여세션 1: WS31 잊혀질 권리 결정과 그 함의(The “Right to be Forgotten” Rulings and their Implications)

2015 IGF(브라질)1

- 주최:
Mr Sérgio Branco – Instituto de Tecnologia e Sociedade do Rio de Janeiro
Ms Marianne Franklin – Internet Rights and Principles Coalition /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 UK)
Mr Hernán E. Vales – Office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 세션 소개
- 세션 전체 속기록

- 김가연 변호사 발표 내용:
KELLY KIM: This discussion on the right to be forgotten is very important especially in Korea, as the Korean Communication Commission, which is FCC of Korea, is considering adopting a right-to-be-forgotten law since the ECJ decision Google Spain came out.  It hasn’t been particularly successful yet, but we are worried that we might become the first country to have the right to be forgotten statute, on top of rigorous online censorship carried out by an administrative agency called the Korea Communications Standard Commission which is taking many lawful contents down whenever it’s “necessary for nurturing sound communication ethics.”  a standard as vague and amorphous as the standards used by the Google Spain decision: ‘excessive’, ‘obsolete’, ‘irrelevant’.

Data Protection law in general defines “personal Information” as information related to a living individual and gives the data subject the power to control his or her personal data. A tenet that “one owns data about him or her (and therefore should have control over that data)” sounds good but is not always sustainable and compatible with respect for others’ freedom of thoughts and expressions. For example, “Kelly Kim is a lawyer” is data about me that is known to many already. And the question is, when and under what grounds can I control this perfectly lawful data about myself, that resides in other people’s heads, that is non-defamatory and non-privacy-infringing?

Well, the Google Spain case was one answer to that Question, which we consider more or less lousy.  One reason is that the information deindexed, which was a hyperlink, was already publicly available data, which was published in the newspaper. So applying data protection law on such information is against its original purpose, because the data protection law was meant to protect data that are not publicly available and thus within the privacy area. We wanted to protect privacy through a data protection law.  We should not protect people’s desire to wipe out unfavorable or embarrassing information about themselves.

Let me give you an example on how the right to be forgotten can be abused.

Korea became independent of a 36-year Japanese colonial rule in 1948.  Many Korean people collaborated with the colonial administration and exploited their fellow Koreans.The issue is current because, unlike Germany or France, there has been no government-sponsored efforts to indict and bring to justice those collaborators who number in tens of thousands.  And many were not public figures during the colonial periods and they have never been. Some of them were the officers or civic servants who carried out the military logistics and tactics of the Japanese invasion through Asia, which reached as far as Myanmar. And now there is an NGO-led effort to keep the encyclopedia of these Korean collaborators.  Of course, the collaborators and the descendants are contesting these efforts.  So, in this case, if the right to be forgotten law in the sense of Google Spain is in place, any links to the encyclopedia or the entries themselves may be required to be taken down for the reason that their past wrongdoings are now obsolete because it was more than half a century ago.

So we should stop talking data ownership and start talking about privacy. And the right to be forgotten should not be applied to data that are publicly available, although it’s about an individual. Thanks.

 

참여세션 2: WS60 ICT 기업의 디지털 인권 순위 측정(Benchmarking ICT companies on Digital Rights)

2015 IGF(브라질)2

- 세션 소개
- 세션 전체 속기록

 

참여세션 3: WS142 잊혀질 권리 사례들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Cases on the right to be forgotten, what have we learned?)

- 세션 소개
- 세션 전체 속기록

- 김가연 변호사 발표 내용:
KELLY KIM: This discussion on right to be forgotten or the right to be de-indexed is important for Korea as Korean government and the Korean Communication Commission, which is the U.S.’s FCC of Korea  is considering adopting a right-to-be-forgotten law since the ECJ decision Google Spain came out. However, it hasn’t been particularly successful yet because right to be forgotten in a broad sense is very widely recognized in Korea already.

Firstly, we already have a law under which an individual can compel intermediaries to take down information that is allegedly defamatory or infringing on privacy. And what makes this law similar to the right to be forgotten is that information is required to be taken down simply upon allegation short of any proof of infringement. So every year, more than 200,000 postings are being taken down by the intermediaries, simply for a reason that that data subjects do not like the postings about them. Marianne just mentioned stats from Google that last year like 228,000 requests were received. So you can tell how bad the situation is in Korea. and that means we have that many individual cases that year.

Secondly, we also have an administrative agency called the Korea Communications Standard Commission, which exercises rigorous online censorship. Korea Communications Standard Commission is empowered by the law to make takedown requests on even lawful contents, whenever it is “necessary for nurturing sound communication ethics.” Any lawful content can be taken down by the Korea Communications Standard Commission if it violates the standard. This is a standard as vague and amorphous as the standards used by the Google Spain decision: which are ‘excessive’, ‘obsolete’, ‘irrelevant’.

Thirdly, we have criminal defamation law that punishes even non-privacy infringing, truthful statements, which allows a data subject not only to request takedown but also to criminally punish others for saying bad but true statements about him or her.

And fourthly and finally, you also have data protection law that may or may not give a data subject a blanket authority to demand data erasure about him or her. Well, apparently there aren’t many such requests made, so we don’t have a court case yet.

I just want to underline that if we limit right to be forgotten only to de-indexing from the search, okay, we don’t have any case yet. However, we don’t need a such right in Korea because there are many legal tools that I just illustrated that are used to expunge online information that you don’t like.

So we want to protect privacy through data protection law. We should not protect people’s desire to wipe out unfavorable or embarrassing information about themselves. Think about a word where only favorable or delightful information about a person lasts. I don’t want to live in that world. Thank you.

 

○ 11월 12일 목요일(Day 3)

참여세션: WS169 인터넷 관측소 설립: 접근법과 도전(Building Internet Observatories: approaches and challenges)

2015 IGF(브라질)3

- 주최:
Diego R. Canabarro / Carlos Affonso de Souza – Brazilian Internet Observatory, Multistakeholder Initiative

- 세션 소개
- 세션 전체 속기록

- 김가연 변호사 발표 내용:
KELLY KIM:  Open Net is a Civil Society Organization fighting for digital rights in Korea. We are supporting the Korea Internet Transparency Report project, which is very well staffed as we have one full‑time lawyer.  The methodology of the project is, we gather all legally available data on government requests related to internet transparency, which are online censorship and surveillance. And then we analyse the data and present observations and findings in accessible form and you will find them on the website. PDF version of our report is also available.

And the sources of the data are varied from government to private companies.  And the aim of the project is: promoting civic awareness of online censorship and surveillance carried out by the government; promoting transparency reporting of both the government and private companies; and raising issues and making the public aware of the problems associated with the government’s practices and policies of Internet censorship and surveillance, and in the end, bring about changes.

So the project launched last year. And interestingly, two major Internet companies in Korea, which are Daumkakao and Naver, started to publish transparency reports in few months. So we considered it a great achievement and we also proposed a Bill together with National Assembly members mandating Government’s transparency reporting on mass surveillance.

And also we are involved in Stanford’s WILmap project in building South Korea page.  And the map has been very useful in our advocacy for fixing intermediary regime in Korea. I must say we have been integrating the data and observations with our actions in promoting user rights on the Internet very effectively. Thank you.

 

○ 11월 13일 금요일

참여 세션: WS 242 정보매개자 책임에 관한 마닐라원칙(The Manila Principles on Intermediary Liability)

2015 IGF(브라질)4

- 세션 소개
- 세션 전체 속기록

- 김가연 변호사 발표 자료: 151113 Manila Principles(Kelly Kim)

 

수, 2015/12/1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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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건설업체 누슬리(Nussli)가 최순실 씨의 차명 회사를 ‘한국 정부의 회사’로 알고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는 누슬리 내부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뉴스타파는 이 업무 협약 전후 사정을 아는 누슬리 내부 임원급 관계자 A씨를 단독 인터뷰했다.

누슬리는 지난해 3월 8일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최 씨의 차명회사 ‘더블루케이’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비공개 회의(closed meeting)로 진행된 당시 자리에는 누슬리 측 임원 3명, 더블루케이측 관계자 3명(조성민 대표, 최철 변호사, 고영태 이사), 그리고 K스포츠재단 관계자 2명(정현식 사무총장, 박헌영 과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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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 전 문체부 2차관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도 시차를 두고 이 회의장을 찾았다. A씨는 누슬리가 애당초 더블루케이를 ‘한국 정부의 회사’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 쪽 관계자(Government Officer)의 방문이 이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쪽 사람들이 나중에 회의장에 왔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더블루케이’가 한국 정부가 만든 회사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누슬리도 그렇게 알고 업무협약을 맺은 것입니다.누슬리 관계자 A씨

당시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는지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A씨는 이에 대해 ‘누슬리로선 잃을 것이 없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누슬리’라는 이름만 빌려줄 뿐, 나머지 사항은 더블루케이가 일체 알아서 한다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이미 평창올림픽 관련 사업 수주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누슬리가 이 같은 더블루케이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누슬리는 이 업무협약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한 푼도 낼 필요가 없었던 데다 양쪽 어디나 원하면 업무 협약을 취소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누슬리의 이름을 쓰기 전에 누슬리 본사의 허락을 받기로 돼 있었기 때문에 누슬리 입장에서는 리스크(risk)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누슬리 관계자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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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더블루케이가 정부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은 누슬리의 관심을 끌었다. A씨는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대형 국제스포츠 행사에서 주최국 정부가 만든 가짜 회사가 사업 이권만 얻고 사라지는 일이 관행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더블루케이 역시 이와 같은 경우로 여겼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는 관행적으로 월드컵, 올림픽 때면 이런 회사들이 나타나서 이름만 빌려 사업을 맡고 사라지곤 합니다. 누슬리는 국제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각 나라의 사업 여건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슬리 관계자 A씨

박헌영 “내가 누슬리 소개자…’막무가내’ 최순실 때문에 제대로 된 사업 없어”

이 거래의 다리를 놓은 사람은 K스포츠재단의 박헌영 과장과 누슬리 한국인 직원 이 모 씨였다. 박 과장은 최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최 씨에게 누슬리를 소개시킨 당사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씨가 누슬리 측에 상식에 맞지 않는 요구를 하면서 실제 제대로 진행된 사업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MOU를 통해) 수익의 5% 정도를 세일즈 피(fee)로 받기로 했어요. 저는 그것이 대단한 수확이라고 생각했는데, 최 씨는 만족하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최 씨가 김종 차관에게 들었는지 한국에 ‘누슬리 코리아’ 합작법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어요. (2016년) 4월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누슬리 CEO를 만났는데 최 씨가 막무가내로 ‘수익을 5:5로 나누지 않으면 같이 일하지 않겠다’고 우겼어요. 나중에 누슬리 CEO가 허탈해서 막 웃더라고요.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

검찰은 최 씨가 누슬리와 계약을 맺고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사업의 이권을 노렸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이 문제에 깊이 관여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안 전 수석의 수첩 사본에는 누슬리와 관련한 대통령의 지시가 수차례 기록돼 있다(관련기사 :  박근혜-최순실 기획, 안종범 실행…대통령 권한남용의 전모)

안종범 수첩(2016.3.6.일자)

안종범 수첩(2016.3.6.일자)

최 씨가 추진한 주요 이권 사업인 ‘5대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에도 누슬리의 이름은 곳곳에 등장한다. 최 씨는 부영과 롯데 같은 대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체육시설을 건설하고, 이 시설의 운영을 자신이 실소유한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가 맡아 사업 이권을 취하도록 계획했다(관련기사 :  박근혜-최순실 기획, 안종범 실행…대통령 권한남용의 전모). 검찰이 법정에서 공개한 다수의 관련 문건들에 따르면, 경기도 하남 등에 조성되는 스포츠센터의 건설사업은 추후 누슬리가 맡도록 되어 있었다.

최순실 회사의 5억 원, 누슬리 자회사로 흘러가

최 씨가 최소한 지난해 6월까지 누슬리와의 관계를 지속했다는 정황도 뉴스타파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최 씨가 실소유한 또다른 차명회사 ‘플레이그라운드’는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에 맞춰 열린 K-day 한류문화 행사를 수주했다. 당시 플레이그라운드가 이 사업 예산으로 해외문화홍보원으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은 7억여 원. 이 가운데 약 5억여 원(41만4000유로)은 독일의 한 이벤트 시설 관련 회사로 지출됐다. 계약서에는 사업과 관련해 발생하는 추가비용 역시 플레이그라운드 측이 부담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 독일회사의 이름은 ‘암브로시우스(Ambrosius)’, 누슬리 본사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다.

암브로시우스 계약서

암브로시우스 계약서

한 국제 전시행사 전문가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웰컴라운지’ 건축 비용으로 들어간 5억 여 원이 지나치게 큰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정확한 도면이 없어 구체적인 비용을 산출할 순 없지만, 행사의 규모 등을 놓고 따져봤을 때 상식에 벗어난 계약금이라는 것이다.

취재진이 접촉한 플레이그라운드의 한 내부 직원은 파리 행사 당시 플레이그라운드가 해외 행사 경험이 많은 다른 직원들의 인맥을 이용해 관련 부대 지출을 최대한 줄였다고 말했다. 다른 사업비는 최대한 줄였지만, 유독 암브로시우스에 대한 지출에는 아낌이 없었던 셈이다.

이 같은 지출은 우연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13일, 최 씨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공판에서 제시된 검찰의 증거물에서도 최 씨 일당이 프랑스 행사와 누슬리를 관련지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검찰은 더블루케이 직원 류 모 씨가 검찰에 임의제출한 문건 가운데 ‘프랑스 행사’, ‘누슬리’가 함께 기재된 문건이 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취재 : 오대양, 조현미

수, 2017/01/1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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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과 그의 비선실세 일가에 수백억 원 대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지만, 삼성그룹 후계자는 일단 구속 수사를 빠져 나갔다. 이로써 3대에 걸쳐 세습이 이뤄진 삼성그룹은 3대 총수 모두가 각종 비리와 정경유착, 뇌물 사건에 연루됐으나 단 한 명도 구속되지 않는 기록을 이번에도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이 완전 마무리될 때까지 ‘법 위의 삼성’ 신화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재용

서울지방법원 조의연(51·사법연수원 24기) 영장 전담 판사는 19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일가 등에 430억여 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잡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조 판사는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조 판사는 지난해 롯데 비자금 사건 당시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할 때도 비슷한 논리를 편 바 있다. 법원의 이번 판단은 삼성이 최 씨 일가에 막대한 돈을 준 행위가 단순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삼성 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이번 법원의 판단은 삼성그룹에 대한 ‘봐주기 기각’이란 지적을 낳는 등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은 논외로 치더라도, 삼성그룹이 최순실 씨 일가에 별도로 제공한 자금 230여억 원을 뇌물로 판단하지 않은 건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별도 제공 금품은 대통령이 두 재단 설립의 정당성과 본인의 무죄를 주장하며 강조해 온 문화융성, 스포츠강국 따위의 주장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그저 대통령과 한 몸이나 마찬가지 역할을 해온 비선실세에 대한 ‘맞춤형 지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이미 검찰 및 특검수사와 언론의 취재를 통해 차고 넘칠 만큼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삼성 ‘봐주기 기각’ 논란 속에 일단 특검 수사는 차질을 빚게 됐다. 특검은 오늘 오전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매우 유감이나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벌 수사와 2월 초로 예상됐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일정도 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 수사에 명운 걸어… 예상 깬 직접 뇌물죄 적용

박영수 특검은 출범 때부터 삼성 수사에 명운을 건 것으로 관측됐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가장 많은 돈을 출연했고,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 씨 일가에 200억 원 넘는 별도 자금을 제공한 삼성을 처벌한 뒤 대통령을 정조준하지 못한다면, 반쪽 특검이 될 것이란 판단과 각오가 특검 내부에 팽배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삼성의 행태에 대한 국민적 공분도 특검에게는 동력이자 짐이 됐다. 특검 최강화력인 윤석열 수사팀장,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했던 기업수사통 한동훈 부장검사를 삼성 수사에 투입한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동안 특검 주변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거란 예상이 많았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들어간 자금은 뇌물죄 적용 대상에서 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특검은 예상을 깨고 강수를 뒀다. 특검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이 두 재단에 출연한 돈은 제3자 뇌물, 최 씨측에 별도로 준 돈은 직접 뇌물이라고 밝혔다. 대통령과 최순실이 수십 년간 이익을 공유해 온 경제공동체인 만큼, 최 씨 측에 직접 전달된 자금은 모두 대통령에게 제공된 뇌물과 다를 바 없다는 논리였다. 특검이 장충기 사장, 최지성 부회장 등 이번 사건에 관련된 여타 삼성 임원들은 불구속 수사하면서, 그룹의 정점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대통령 비선실세에 맞춤형 지원과 청탁… 왜 뇌물 아닌가?

사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만을 목적으로 했다면 다소 쉬운 길도 있었다. 이미 위증 문제가 걸려 있는 이 부회장에게 최소한의 혐의만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될 일이었다. 두 재단에 출연한 돈은 제외하고 최 씨 측에 직접 전달된 자금, 특히 최 씨의 딸 정유라에게 제공되거나 제공될 예정이었던 220억 원(약정 금액)만을 제3자 뇌물로 적시해 영장을 청구했다면 영장 발부 가능성은 높아질 게 분명했다. 삼성과 최 씨 측이 독일에서 약정을 맺었던 220억 원을 뇌물로 볼 사유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검은 쉬운 길을 버리고 대신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특검이 택한 길은 어찌보면 당연하고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일단 특검 수사에 따르면, 두 재단 출연 자금이나 최 씨 일가에 직접 건네진 자금은 같은 성격의 돈이다. 삼성의 지원금이 승마협회와 최순실 씨가 설립한 독일 유령회사 비덱 등을 거쳐 최 씨 주머니로 들어갔다면, 미르와 K스포츠 두 재단에 들어간 출연금은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같은 최 씨 소유 기업을 거쳐 최 씨 일가 주머니로 일부 들어갔거나 들어갈 예정이었다. 모두 중간에 업체를 끼워 넣어 계획적으로 자금을 빼내려 했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같은 범죄 혐의라고 특검은 판단한 것이다.

삼성, 정유라, 최순실

또 재단이나 최순실 씨 일가에게 돈을 낸 기업들 모두 저마다의 민원을 대통령에게 청원했다는 점도 같다. 출연금과 지원금 규모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삼성이 계열사 합병을 부탁한 것과 여러 다른 기업들이 사면과 검찰 수사 및 세무조사 무마, 혹은 면세점 문제 해결 등을 청원한 것은 본질적으로 다를 수 없다. 법의 형평성이란 측면에서, 재단 출연금과 삼성의 최 씨 일가 지원금이 같은 기준으로 평가돼야 마땅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일괄 뇌물죄 적용은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특검 수사에 일정 부분 차질은 불가피하게, 무모한 도전으로 치부될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또 깨지지 않은 ‘법 위의 삼성’ 신화

이번 영장 기각으로 특검의 대기업 수사는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만 출연한 재벌들은 일단 특검의 칼날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최순실 씨 측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거나 계획했던 롯데, SK 등에 대한 수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영장기각 이후 특검이 “흔들림없는 수사”를 강조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3대에 걸쳐 세습이 이뤄진 삼성그룹. 공교롭게 1, 2, 3대 총수 모두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하지만 한 번도 구속 수사를 받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멀게는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 시대인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 때부터 가깝게는 2대 이건희 회장 시절인 1995년 비자금, 정관계 로비 사건, 2008년 비자금, 불법 경영승계 사건까지 모두 마찬가지였다. 2005년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 당시 이건희 회장은 아예 검찰에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사실상 3대 총수가 된 이재용 부회장도 이번에 특검의 구속 수사를 피해 가면서, 여러 비리와 정경유착에도 불구하고 3대째 이어져 온 삼성의 총수 불구속 기록은 이번에도 깨지지 않게 됐다. 하지만 구속 수사든, 불구속 수사든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피의자인 삼성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이른바 ‘법 위의 삼성’ 신화가 이번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취재 강민수 한상진

목, 2017/01/1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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