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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피터의 글은 왜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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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피터의 글은 왜 사라졌나

익명 (미확인) | 목, 2016/02/04- 19:27

아이엠피터의 글은 왜 사라졌나

글 | 오픈넷

 

인터넷 시대, 이용자들이 작성한 수많은 정보가 포털 등 인터넷업체나 망사업자들을 통해 매개된다. 이들 이용자가 작성한 정보가 타인의 명예나 저작권을 침해할 때는 소위 “정보매개자들”에게 어떤 책임을 지우는 것이 타당할까?

정보매개자란?

정보매개자란 쉽게 말하면 포털을 포함한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말한다. 우리는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와 같은 인터넷망사업자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다.

우리는 인터넷망에 연결된 후 네이버나 다음, 구글, 카카오톡, 각종 커뮤니티 등에서 정보를 주고받는다. 블로그 등에 글을 쓰기도 하고, 댓글을 달기도 하고, 채팅하기도 한다. 이렇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기업)를 모두 정보매개자라고 한다.

정보매개자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나?

표현의 자유가 허락된 개인들끼리 (인터넷에서) 소통을 하다 보면 서로 부딪히는 일들이 생길 수 있다. 저작권 침해와 같은 권리침해 행위들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런 일들이 발생할 때 정보매개자를 처벌하는 것이 옳을까? 대부분 나라는 정보매개자 면책조항을 둔다.

  • 불법적인 정보가 정보매개자의 서비스를 통해 유통되더라도
  • 정보매개자가 그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는
  • 정보매개자에게 책임을 묻지 말자

쉬운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범죄 중 칼을 이용한 범죄는 엄청나게 많다. 그렇다고 해도 칼을 이용한 범죄가 벌어질 때마다 해당 칼 제조사는 처벌받지 않는다. 만약 쇠파이프를 가지고 사람을 폭행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쇠파이프 제조사는 처벌받지 않는다. 트럭이 추돌사고를 일으켜도 트럭에 문제가 없다면 트럭 제조사는 책임이 없다.

위의 여러 예처럼 정보매개자가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에는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각 나라는 이와 관련하여 면책조항들을 만들어 놓았다. 면책이라서 “세이프하버(피난처라는 의미)”라고 불린다. 이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나라별 저작권법 면책조항

위 표에서 한국의 저작권법 102조를 보면,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의 정보매개자면책조항을 온전하게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103조 1항과 2항의 존재다. 한국은 정보매개자의 면책조항뿐만 아니라 의무조항까지 존재한다.

즉, 다른 나라의 법은 신고 게시물에 대해 삭제·차단을 하면 정보매개자의 책임을 면해준다. 따라서 정보매개자는 신고에 대응할 “동기”를 부여한다. 하지만 한국은 103조가 별도로 존재함으로써 정보매개자에게 모든 신고 게시물을 삭제·차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동기와 의무가 낳는 차이

“동기”와 “의무”의 차이는 크다.

“동기”만 부여된 상태라면 정보매개자가 스스로 판단하여 합법적인 게시물은 놔두고 불법적인 게시물만 차단할 자유가 존재한다. 정보매개자에게 불법과 합법을 판단할 의무가 주어지지 않았으므로 “정보매개자가 원한다면” 어떤 게시물은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삭제·차단이 “의무”라면 정보매개자는 자신의 판단과는 관계없이, 자신이 보기에 아무리 합법적인 게시물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삭제·차단을 해야 한다. 의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작권 침해가 아닌 경우에도 누군가 침해신고를 했다면, 정보매개자는 삭제차단을 해야만 한다.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욕을 먹거나 음모론의 대상이 되는 건 덤이다) “의무조항”이니 피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종 권리자들은 더욱 적극적인 침해신고를 하게 되고 정보매개자는 이를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네이버 임시조치 안내 헤더

 

더 큰 문제: “신고시 삭제 의무”가 다른 법에서도 도입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저작권법은 2011년 법 개정을 통해 미국의 선진적인 세이프하버 조항을 완전히 도입했다”는 오해다.

결국, 저작권법의 “요청하면 반드시 삭제·차단할 의무”가 명예훼손이나 사생활침해 등 다른 법제에도 복제됐다. 대표적인 것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인데 침해신고가 된 게시물은 아무리 합법이라 하더라도 정보매개자는 임시로 삭제 및 차단을 해야 할 의무가 있게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그런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결까지 내려줬다(2010헌마88. 헌법재판소 2012.5.31. 결정). 말이 “임시”이지 복원을 요구하는 조항이 없으니 대부분 정보매개자들은 게시물에 당했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다시 복원할 용기가 없다. 결국 이렇게 되면 저작권뿐만 아니라 명예훼손이나 사생활침해를 빌미로 무분별하고도 부당한 삭제가 가능해진다.

실제로 돈을 내고 제공받은 서비스의 질이 나쁘다고 평가한 글들이 차단당하거나 정당한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임시조치에 취해지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정보통신망법의 경우 저작권법 제도의 근간인 제102조, 즉 면책조항도 없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즉, 정보통신망법이 저작권법에 불필요하게 포함된 “의무조항”만 도입하면서 정보통신망법은 “세이프하버”와는 거리가 먼, 가장 후진적인 정보매개자 책임 규제가 되어버렸다.

오픈넷

이렇게 되면 인터넷에서 사적 검열이 강화되는 효과가 생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상대방이 “포털은 저 글을 삭제해야 한다.”고 신고를 하면 포털을 비롯한 정보매개자는 꼼짝없이 삭제할 수밖에 없다.

혹자는 삭제·차단을 하지 않아도 벌칙조항이 존재하지 않으니 위 조항들이 정보매개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보매개자 입장에서 살펴보자. 요청시 반드시 삭제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정보매개자가 삭제 요청에 맞서서 해당 정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법을 따르는 게 모든 면에서 속 편한 일이니 그냥 삭제해 버리면 그만이다. 기업 입장에서 긁어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

그 결과물들이 이런 거다.

 

쥬얼리 성형외과 사례 

인터넷상 사적 검열 효과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는 쥬얼리 성형외과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12월 쥬얼리 성형외과는 직원들이 올린 ‘수술실 생일파티 인증 사진’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사진은 인터넷의 다양한 공간으로 퍼졌다. 많은 언론과 블로거는 ‘수술실 생일파티 사진’이라는 사실 자료를 바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쥬얼리 성형외과 측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쥬얼리 성형외과를 비판하는 블로그 게시물에 대해 임시조치 요청을 했고, 그렇게 쥬얼리 성형외과에 관한 비판글은 하나둘씩 블라인드되었다.

오픈넷 임시조치 고스톱

 

아이엠피터의 글은 왜 사라졌나 

‘아이엠피터’(사진)는 널리 알려진 1인 정치 미디어다. 본인이 직접 이야기하는 것처럼 ‘다음’이라는 포털서비스를 통해 많은 독자를 만나왔고,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는데 포털도 큰 역할을 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그가 왜 포털을 떠나 독립 사이트를 마련했을까? (아이엠피터는 2016년 1월 1일부터 ‘티스토리’ 플랫폼을 떠나 워드프레스에 기반한 독립형 서비스로 주된 근거지를 옮겼다.)

아이엠피터

직접 아이엠피터의 말을 들어보자.

[‘아이엠피터’ 일문일답]

– 아이엠피터에 올라온 정치 비평이 꾸준히 임시조치당해왔는데. 
한마디로 폭력이다. 일단 한 대 때리고 보는 것 같다. 문제가 생기면 서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일단 한 대 때린 뒤에 ‘네가 잘못한 게 없는지 증명해 봐’라고 한다.

– 절차상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한다? 
그렇다. 삭제된 사람이 정보매개자(포털)에 이의 제기하지 않으면 일단 30일 동안 블라인드(차단) 효과가 생긴다. 이런 과정은 심적 부담을 주는 동시에 신고당한 입장에서는 아주 귀찮은 일이다.

– 신고자에 대해선.
신고자들은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나로선 그들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 임시조치 때문에 활동의 근거지를 포털에서 독립 사이트로 옮겼는데.
포털은 우선 임시조치한다. 그리고 그 뒤에 따로 신고당한 사람(글쓴이)는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다. 반면에 독립 사이트는 포털과 같은 ‘우선 임시조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옮겼다.

– 순서가 중요하다는 건가. 
그렇다. 옳다 그르다의 가치평가 이전에 절차, 즉 시스템의 문제라고 본다. 먼저 콘텐츠를 차단하고 보는 현재의 시스템은 아주 문제가 많다.

– 임시조치,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임시조치는 현실적으로 헌법상 평등권에 반한다. 글쓴이와 신고자, 각각의 권리를 공정하게 존중해야 하는데 한 사람(신고자) 이야기만 듣고 처벌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니라) 유죄추정의 원칙과도 같다.
일단 임시조치로 차단하기보다 좀 더 엄격하게 판단해 명예훼손 등으로 엄벌하거나 민사상 손해를 무겁게 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형사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관해선 이 역시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므로 폐지하자는 의견도 많은데. 
공인과 공적 사안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더 널리 확보되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공적인 사안이 아니고, 공인이 아닌 개개인의 명예는 더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끝으로 한마디.  
최근 분위기가 공적인 사안에 대한 의혹 제기도 스스로 경계하게 하는, 일종의 자기 검열 분위기가 너무 강하다. 글을 쓸 때 옳고 그름만에 얽매여서 자유를 망각하지는 말되, 방종은 경계하면 좋겠다.

 

개정이 필요하다

국제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우선 저작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의무조항을 면책조항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저작권법 개정안 제안

그리고 정보통신망법도 개정이 필요하다. 정보통신망법에는 아예 세이프하버와 같은 면책조항이 없는데, 저작권법 102조와 유사한 책임제한 조항을 만들면 된다. 즉, 콘텐츠에 대해 권리침해 신고가 들어왔을 때 그 게시물을 내리기만 하면 몰랐던 게시물에 대해서는 면책된다는 조항을 두는 것이다. 이 또한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제안

외국의 정보매개자 규제를 도입하려면 정확하게 벤치마킹을 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다른 수정사항들이 존재할 수 있으나 최소한 이 정도의 면책조항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칼을 판다고 칼로 인한 모든 범죄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이상한 논리는 이제 그만 사라지는 것이 옳지 않을까.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6.02.04.)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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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토렌트 이용자를 상대로 한 형사고소사건에서 무죄판결 이끌어내

- 본 판결로 인해 토렌트를 이용한 저작권자의 남고소 및 저작권 합의금 장사 근절되길 기대

 

사단법인 오픈넷은 2016년 7월 6일 대구지방법원에서 토렌트 이용자를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 형사 소송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대구지방법원 2016. 7. 6. 선고 2015고정858판결, 검사의 항소 포기로 확정, 첨부파일 참고)

그동안 토렌트를 이용한 패킷의 송수신 행위가 저작권 침해(복제 및 전송)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였고, 이를 악용한 일부 저작권자들은 토렌트 송수신에 직접 참여하여 이용자의 IP 주소를 캡처하는 간이한 방식으로 해당 IP 이용자를 고소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작년 무협소설 작가 4인이 토렌트 이용자를 상대로 1만 4천건의 고소를 한 바 있어 사회적 으로 큰 문제가 되었으며, 올해 4월 오픈넷이 방어에 성공한 대규모 민사소송 역시 토렌트 이용자를 상대로 한 사건이었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한 채 피고인이 이 사건 저작물을 다운로드 받아 공유폴더에 저장하고 고소인에게 업로드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고 무죄 선고의 취지를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검사는 피고인이 이용한 IP 주소에서 다수의 소설 저작물이 압축된 118기가바이트 상당의 파일을 구성하는 패킷을 토렌트 방식을 이용하여 해당 파일의 98%가 수신(다운로드)되었다는 캡처 화면을 증거로 제출하였다. 또한 고소인은 압축파일에 포함된 여러 저작물 중 본인의 저작물만 선택하여 다운로드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토렌트를 이용한 패킷 송수신에 참여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송신(업로드) 제한조치를 하여 고소인은 피고인으로부터 최대 8.65 메가바이트의 패킷만 수신(다운로드)했다는 점만 입증되었을 뿐, 해당 패킷이 고소인의 저작물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미 지난해 말 창원지방법원 항소심(창원지방법원 2015. 12. 17. 선고 2015노1982 판결)에서 같은 취지의 무죄 판결이 선고된 바 있고 이번 판결을 통해 토렌트를 이용한 패킷의 송신 및 수신이 저작권법상 복제나 전송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입증되어야 한다는 취지가 재차 확인되었다.

오픈넷 측은 이번 무죄 판결로 인하여 저작권자가 스스로 토렌트 방식의 송수신에 참여하면서 이용자의 IP 주소를 캡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대규모 기획고소가 줄어들고 이를 악용한 합의금 장사 역시 근절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첨부. 2015고정858판결문

 

수, 2016/07/2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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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처리: 구시대적 지도 검열

글| 허광준(오픈넷 정책실장)

 

이 글은 총 두 편입니다. 1편은 지도 반출 문제, 2편은 지도의 보안 처리 문제를 다룹니다. (필자)

  1. 구글 지도 반출, 21세기식 접근이 필요하다
  2. → 보안 처리: 구시대적 지도 검열

 

이미 알려진 대로 한국 지도 데이터를 국외 서버에 저장하겠다는 구글의 신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하여 허락되지 않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정부는 일정한 시설물을 지도나 위성사진에 공개하지 않는 방침을 갖고 이에 따라 지도를 제작 및 공개하고 있으나, 미국 기업인 구글이 이를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지도에서 은폐되는 시설물과 보안 처리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온라인 지도는 규정에 따라 일정한 시설물을 표시하지 않거나 위장, ‘물칠’(블러링) 등의 형태로 가려야 한다. 이것은 공간정보법 제35조와 그에 따른 보안관리규정이 일정한 지도 정보를 비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규들에 따르면 공간정보를 관리하는 기관(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국가정보원과 협의하여, 공개가 제한되는 정보의 접근이나 유출을 막는 조치(보안 처리)를 시행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설물이 보안 처리가 되는지는 3급 기밀 사항이다. 그러나 보안관리규정의 공간정보 분류기준표와 실제 지도를 참고하면 대략적인 기준을 알 수 있다. 청와대나 국가정보원 같은 특수 정부 기관, 군부대 등 군사 시설, 휴전선 일대, 교도소, 발전소, 변전소, 댐, 송유관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송전탑이나 각종 맨홀(전기, 통신, 전화 맨홀들)도 그 대상이다.

이들 시설물은 안보 위험도에 따라 ‘비공개’와 ‘공개 제한’으로 나눈다. 비공개는 그 존재를 아예 표시하지 않는 것이며, 공개 제한은 무언가가 있지만 삭제했다는 흔적을 남기는 방식이다.

이러한 조치가 국가 중요 시설물을 보호할 목적으로 취해진 것은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정보 통신 환경이 조성되면서 이 같은 정책의 필요성이나 실효성에 변화가 생기고 있고, 점증하는 국민의 공간정보 서비스 수요와도 잘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갑자기 사라지는 교도소

법무부가 운영하는 교도행정 종합 웹사이트인 ‘교정본부’에는 전국 교도소의 위치를 안내하는 지도가 게시되어 있다. 각 교도소에는 주소가 명기되어 있고, ‘오시는 길’이라는 버튼도 달려 있다. 버튼을 누르면 다시 해당 교도소를 안내하는 약도가 뜨고 버스 편 같은 정보가 나온다.

이렇게 오시는 길은 알려주고 있지만, 실제로 방문자가 가시는 길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일상에서 길찾기나 위치 확인의 표준이 되다시피 한 네이버나 다음의 지도에서는 이 교도소들을 도무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지도에서는 ‘OO교도소’를 넣어도 검색되지 않고, 교정본부 웹사이트에 나온 교도소 주소를 넣으면 없는 지역이라는 응답이 뜬다.

어찌어찌 하여 주변 지역을 찾아갔더라도, 거대한 시설물 중에서 어느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진입로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거리뷰로 경로를 쫓다 보면 건물들은 갑자기 사라지고 대신 뿌연 물칠이 앞을 가로막는다. 정부 사이트에 ‘오시는 길’을 약도와 더불어 친절히 안내한 시설물이 지도에서는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보안관리규정에 따르면 대형 댐은 공개제한 대상이다. 발전소를 겸한 대표적인 대형 댐인 소양댐은 네이버와 다음의 지도에서 이러한 규정에 따라 보안 처리되어 있다. 거리 지도에는 아예 나오지 않았고, 위성사진에는 덧칠했다.

그러나 소양강댐 주변의 거리뷰를 따라가면 댐 시설물이 배경에 그대로 보이고, 댐 자체도 관광지로 조성되어 있어 관광버스들이 늘어선 모습을 보게 된다. 다시 말해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고 심지어 관광지가 되어 누구나 접근하여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옛날식 규정에 따라 지도에서만 가려져 있는 것이다.

 

미국도 공개하는 미군 부대, 한국이 지켜준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경계지역에는 소규모 미군 부대가 주둔해 있다. 역시 한국 인터넷 지도에는 보안 처리되어서, 위성사진에도 나오지 않고 거리뷰는 뿌연 물칠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미군 부대 코앞으로 1호선 전철(도봉산~망월사 구간)이 지나간다. 전철은 지상보다 높은 위치에 설치되어 있어서, 차 안에서 미군 부대 영내가 훤히 다 들여다보인다. 매일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감상하며 지나는 곳이 지도에서만 가려져 있다.

한국을 포함한 해외의 미군기지는 미국 영토의 일부 간주되며, 이 미군기지도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정작 미국 기업은 자기네 군대가 주둔한 자기네 영토의 모습을 아무런 규제없이 보여주는데(미국 본토의 군사기지도 마찬가지다), 제3자인 한국은 남의 나라 부대의 안전을 염려하여 삭제해주고 있는 셈이다.

 

18개의 비밀 골프장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을 놓고 정부가 하는 주장은, 이 지도 데이터를 (구글닷컴의 위성사진처럼) 보안 처리하지 않은 위성사진과 결합하면 주요 안보 시설에 대한 위협이 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도 데이터를 가져가려면 위성사진을 보안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구글은, 데이터와 위성사진을 합칠 필요도 없이 모니터 두 개를 놓고 지도를 비교해 보기만 해도 누구나 알아낼 수 있는 일을 놓고 위협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지도의 보안 처리 덕분에 새로운 취미를 발견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지도에서 사라진 주요 시설물들을 찾아보는 일을 게임에서 수행해야 할 퀘스트(임무)처럼 생각한다.

이런 일을 본격적으로 해본 사람도 있다. 독일인으로 한국에 와서 가르치는 막스 노이페르트 교수는 어느 날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이 사용하는 외국 지도와 한국의 웹 지도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시각예술가이기도 한 그는 정말로 ‘모니터 두 개를 놓고’ 대한민국의 전국 지도를 이 잡듯이 뒤져 보았다. 그 결과 한국 지도에서 삭제되어 있는 많은 시설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그의 눈길을 끈 것은 수십 개의 골프장이 한국 지도에는 모두 삭제된 점이었다. 바로 군부대 안에 있어 ‘군사시설’로 간주되는 골프장들이었다. 노이페르트 교수는 이러한 조사를 바탕으로 하여 [열여덟개의 은밀한 골프장]이라는 소책자를 펴내고 전시회도 열었다.

 

그가 이 문제에 흥미를 느낀 것은, 이것이 분명한 검열에 해당하기 때문이었다. 검열치고는 상당히 우스꽝스러운 것이었다. 아예 검게 처리한 것도 아니고, 주변 지형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형태로 위장했기 때문이다. 골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다른 위성사진이 흔해빠진 세상에서 극구 이를 지우려 하는 모습도 우스꽝스러웠다. 노이페르트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렇게 썼다.

“검열되지 않은 이미지를 공짜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을 검열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의미한 것처럼 보인다. 한국 내 지도에서 이런 지역을 가리려는 노력은 아무런 실익이 없는 시지푸스의 행위 같은 것이다.”

이렇게 대중의 눈을 피한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이따금 보도에 흘러나오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군 골프장의 정식 명칭은 ‘체력 단련장’이다. 군사시설이고 그래서 지도에서도 가려져 있지만, 실제로 이곳에서 체력을 단련하는 사람은 대부분 군인이 아니다. 현역은 20%가 채 되지 않고, 그것도 대개 고위급이다. 나머지 80% 이상은 예비역이나 민간인들이다. 조금 과장하여 말하자면 특권층들이 쉽게 부킹하여 값싸게 골프를 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면서도 안보를 명분으로 하여 대중의 시야로부터 철저히 차단한다.

 

민간에 떠넘긴 보안 작업

국내 지도나 위성사진에 이런 보안 처리를 하는 실무 주체는 정부 기관이 아니다. 다음, 네이버 같은 민간 업체가 규정을 참고하여 알아서 처리한 뒤 기관의 검사를 받는다. 정부가 해야 할 보안 업무를 민간에게 떠넘긴 것이다.

이들 업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보안 처리를 수행하는데, 대개 ‘알바’ 형태의 인력을 고용하여 진행한다. 보안 처리 대상 시설은 1천 개 이상이고, 위성사진뿐 아니라 거리뷰 모습까지 하나하나 작업해야 한다. 엄청난 작업량을 비전문가들이 담당하다 보니 실수가 쉽게 벌어진다. 국내 지도들의 거리뷰 등을 보면, 규정에 따르면 명백히 가려야 할 곳이 가려지지 않은 곳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반대도 있다. 가릴 필요가 없는데도 그냥 보안 처리를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편이 훨씬 안전하다. 가릴 곳을 못 가리면 문제가 되지만, 안 그래도 될 곳을 가렸다고 해서 심각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노이페르트 교수가 처음에 찾아낸 비밀 골프장은 60개 이상이었다. 전국에 존재하는 실제 군 골프장은 29개다. 착오가 생긴 것은, 지도 서비스 업체의 보안 처리 담당자들이 군부대와 인접해 있는 사설 골프장까지 모두 보안 처리했기 때문이다. 실효도 없는 보안 처리 규정 때문에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이 얼마나 보호되지 못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적성 국가와 맞붙어 있는 준전시 상태 국가에서 중요 시설들이 지도에 드러나지 않도록 처리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접근이 시대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데다, 변화하는 정보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효성도 없이 규제의 짐만 되는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공간정보에 대한 개인과 기업의 요구가 커지고 이동성이 대폭 확장된 오늘날, 대중 노출을 차단하고 보호하여야 시설은 최소한으로 국한되어야 한다. 꼭 필요한 시설물을 보호할 때, 보호 조치는 의미가 있다. 정부는 케케묵은 목록을 민간 업체에 던져주고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변화한 상황을 반영하여 보호 대상 시설물을 재정의하고 실질적인 보호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민간 업체들도 상황 개선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자문해 봐야 할 일이다. 과도한 정부 지침을 그대로 이행하기만 하는 데 바쁘지 않았는지, 자신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본 적은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불합리하거나 무리한 규제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수용하면서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릴 때, 그런 일을 하지 않는 경쟁자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도 고민해볼 일이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6.08.16.)

 

화, 2016/08/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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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구글과는 다른 페이스북

“대통령 모욕죄” 영장 협조에 우려한다

 

페이스북은 지난 1월 15일 청와대를 공격한다는 제목 하에 페이스북에 사제총기사진을 게시한 이용자에 대해 국내 법원이 발급한 압수수색영장에 응하여 이 이용자의 IP주소를 제공함으로써, 한 달이 지난 2월 17일 그 이용자의 체포에 이르게 하였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국내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에 동시에 심대한 침해를 가하는 것으로서 그렇게 결정하게 된 이유와 기준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외국의 영토에 있는 은밀한 정보를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할 때는 반드시 그 나라의 사법부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형사사법공조조약(MLAT)이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 사이에 체결되어 있다. 이에 따라 FBI가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우리나라 법무부 국제법무과에 신청을 하여 한국 검찰이 법원영장을 득해야만 하며, 우리 검찰이 페이스북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려 해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그리고 미국의 통신비밀보호법 (ECPA) 제2702조(a)(3)에 각각 해당 법을 통하지 아니하고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IP주소 포함) 제공이 금지된 것도 이 맥락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형사사법공조조약을 거치지 않고 외국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그대로 집행해준 것이다. 이는 각 나라 내에서의 수사는 그 나라 국민들에게 공적 책무를 지는 사법부에 의해 규율되도록 하여 프라이버시와 수사 목적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는 법률을 위반한 것이다. 이런 관행이 자리잡아 외국정부의 부당한 압수수색요청에 각 기업들이 응할 경우,세계인들은 자신의 인권에 대해 아무런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외국 판사들의 영장심사에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내맡겨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서 이용자가 한국인임이 밝혀졌지만 페이스북이 형사수사협조와 같이 이용자에게 긴절한 사안에 있어서 추정국적이나 사용언어에 따라 이용자들을 차별할 수는 없다. 도리어 페이스북은 인터넷이 글로벌한 매체임을 이용해 권위주의적 정부 하의 국민들이 자국정부의 감시와 검열을 피해 외국 서비스들을 이용하여 표현 통신을 해왔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물론 긴절한 피해예방을 위해 필요하다면 IP주소의 제공이 정당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15일 해당 포스팅이 올라오자마자 경찰은 해당 사제총기사진이 진짜가 아니라 인터넷 매체에서 떠돌던 사진이었음을 알았고, 이 때문에 해당 이용자가 박근혜 대통령 욕설을 올린 것에 대해 모욕죄 수사를 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며칠 후 별다른 이유 없이 경찰이 갑자기 강력범죄인 대통령에 대한 협박죄로 죄목을 바꾸고 페이스북에 영장을 제시하여 어제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미 비슷한 사진 게시에 대한 대통령협박죄 기소가 있었지만 여러 차례 무죄로 끝난 점을 감안하면 IP주소 요청의 목적이 협박죄 수사인지 모욕죄 수사인지 불분명하다. 모욕죄는 애매모호함과 권력자의 남용 가능성 때문에 UN인권위원회도 폐지권고를 여러 차례 해온 인권침해적 규제인데, 바로 이 규제를 대통령 비호를 위해 집행하는 길을 페이스북이 닦아준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특히 페이스북은 최근 우리나라가 대통령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기관이 제기한 여러 명예훼손 민형사소송 때문에 프리덤하우스의 연례조사에서 OECD국가들 중에서 드물게 ’부분적 자유’국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용자 표현의 자유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페이스북이 불법적인 영장 역외집행까지 범하면서 우리나라의 인권침해적 법률의 집행을 도와줘서는 안될 것이다. 이에 비하여, 애플은 테러범의 아이폰 수사에 있어서도 FBI의 과도한 압수수색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구글도 미국법이 허용하지 않는 한 외국법원의 영장은 형사사법공조조약을 통해서만 집행되도록 하고 있다. (https://www.google.com/transparencyreport/userdatarequests/legalprocess/#how_does_google_respond)

 

 

금, 2016/02/1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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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감청법”을 반대해야 하는 이유

- 진정한 암호화 기술 구현을 가로막는 세계 유일의 SNS 감청설비의무화법안

글 | 오픈넷

 

2005년 신설된 통신비밀보호법 제15조의2는 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그 협조의무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협조의무를 구체화하는 법안이 17대 국회부터 지속적으로 발의되어 왔는데, 협조의무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논의는 전기통신사업자의 감청설비 구축 의무화 문제이다. 19대 국회에서는 2014년 1월 3일 발의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서상기 의원 대표발의안과(이하 ‘서상기의원안’), 2015년 6월 1일 발의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박민식 의원 대표발의안(이하 ‘박민식의원안’) 두 건이 감청설비 의무화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서상기 의원안 대 박민식 의원안 비교>

구분

서상기 의원안

박민식 의원안

전기통신사업자의

범위

전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기통신사업자,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기통신사업자

전화, 인터넷, SNS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통신 서비스 역무를 담당하는 전기통신사업자

의무의

내용

통신제한조치 집행에 필요한

장비·시설·기술 및 기능

감청협조설비(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제한조치 집행에 필요한 장비·시설·기술 및 기능 등을 갖추고 운용하는 설비 등)

설비비용 부담

국가가 부담

국가가 부담

의무 불이행시 

제재

이행강제금 1

20억원 이하

이행강제금1

매출액의 100분의 3 이하 또는

20억원 이하

관리·감독기구

통신제한조치기술자문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소속)

통신제한조치 감시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대동소이하게 보이는 두 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감청설비의무를 갖는 전기통신사업자의 범위이다. 박민식의원안은 감청설비 구축 의무를 지는 대상의 범위를 전화 서비스 사업자뿐만 아니라 “인터넷, SNS 등”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미 서상기의원안이 작년 11월부터 소관 상임위에 상정되어 심사중인 상황에서, 올해 6월 거의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것은 작년 10월부터 논란이 된 일련의 카카오톡 감청 사건에 대한 대응이라고 보인다. 즉 카카오톡을 염두에 둔 “카카오톡 감청법”이라고 할만하다. 다만 서상기의원안도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기통신사업자”라고 하여 박민식의원안 보다 범위가 넓다고 볼 여지는 있다.

휴대전화나 인터넷 망 사업자에 대한 감청설비 의무화의 타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중요한 것은 인터넷 업체들(법적으로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감청설비 의무를 지울 것인가의  문제이다. 인터넷의 구조 상 부가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이용자들에 비해서 질적으로 다른 존재가 아니다. 홈페이지에서 중고품을 사는 사람도 부가통신사업자가 될 수 있고 블로그에 배너광고를 파는 사람도 게시판을 통해 블로그방문자들이 상호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통신역무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가 될 수 있다. 학교나 동창회도 운영내역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사업자 모두에게 감청설비 구축 의무를 지우는 법은 이행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규범과 우리 헌법이 보호하는 프라이버시권과 익명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한다.  그렇기에 SNS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 감청설비 구축 의무를 지우는 법안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다. 미국에서도 모든 인터넷 서비스에 의무를 지우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엄청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감청설비 구축 의무를 지운다는 의미는, 이용자들이 통제하는 암호화 통신을 무력화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다. 서비스 유형별로 구체적인 감청 방법은 다르지만, 감청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서비스 제공자가 서비스 설계 단계부터 이용자들의 통신을 서버 등에 저장하거나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통신을 암호화하지 않거나, 암호화하더라도 복호화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예컨대 카카오톡은 작년 12월부터 종단간 암호화 기술이 적용된 프라이버시 모드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렇게 암호화된 통신의 경우 각 이용자의 단말기를 모두 취득하여 분석하지 않는 한 복호화가 불가능하다. 또한 P2P 기술을 사용해서 단말기 간에 직접 송수신되는 통신의 경우는 서비스 제공자가 암호화를 하지 않는 것 외에는 감청에 협조할 방법이 없다. P2P나 종단간 암호화가 아니더라도 서버상의 암호화도 결국 수사기관에게 복호화키를 주거나 사업자들이 복호화해서 내용을 넘겨주는 수 밖에 없어 이용자 입장에서는 진정한 암호화를 통한 프라이버시 보호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이 “통신제한조치 집행에 필요한 장비·시설·기술 및 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결국 제대로 된 암호화 기술의 구현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통신의 암호화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인 흐름이다. 세계인권선언 제12조는 “어느 누구도 그의 … 통신에 대하여 자의적인 간섭을” 받지 않으며 이로부터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으며,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7조는 “어느 누구도 그의 …통신에 대하여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작년 7월 유엔인권최고대표는 “디지털 시대의 프라이버시권”이라는 보고서에서 디지털 통신 감청은 프라이버시권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등에 영향을 미치며, 기업에게 감청설비 의무를 지우는 법은 “싹슬이(sweeping) 감시 조치를 촉진하는 환경을 낳기 때문에” 특별히 우려된다고 한 바 있다. 또한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올해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디지털 통신에서의 암호화와 익명성은 프라이버시권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특히 국내 법은 국민들이 통신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암호화 기술이나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승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처럼 통신의 암호화는 오늘날 매우 중요한 인권인 프라이버시권과 표현의 자유의 수호자로서 쉽게 양보되어서는 안 된다.

범죄를 예방하고 진압하기 위해서는 “익명성이 제거되고 투명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모든 사람이 잠재적인 범죄자이기 때문에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감청의 90% 이상이 국정원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통계는, 일반적인 범죄의 수사는 감청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반증이다. 게다가 불과 몇 달 전 국정원이 해킹팀의 감청프로그램 RCS(Remote Control System)를 구입해서 사용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런 불법적 감청에 대한 제대로 된 통제수단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카카오톡 감청법까지 입법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통신의 비밀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인터넷망 감청의 경우 미국, EU 등에서는 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감청 기술 표준을 정해 보급하고 있다. 이런 표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무를 지우고 이행강제금까지 감수하게 하는 것은 사업자의 영업수행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게 된다. 또한 범죄의 수사라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부담을 사업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며, 사실상 사업자에게 잠재적 범죄자를 찾아내야 할 의무이자 권한을 넘겨주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한국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적인 제도는 해외 사업자에게는 적용하기 어려워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국내 사업자의 기술에 대한 제한으로 작용하며 관련 산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화, 2015/12/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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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포럼]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 대표 기소와 정보매개자 책임

- 아청법상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아동음란물 필터링 의무의 타당성

 

참가신청하기

 

지난 11월 4일,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 대표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검찰은 기소 사유로 이 전 대표가 카카오 대표로 재직 당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로서 아동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카카오그룹’에서 약 7,115명에게 아동음란물이 배포됐다고 밝혔습니다.

아청법 제17조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거나 삭제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 위반 혐의로 인터넷 사업자가 기소된 것은 아청법이 제정된 이래 처음이자, 아동음란물의 제작자 또는 유포자가 아닌 단순한 정보매개자의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인정한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건입니다.

아동음란물은 절대적으로 금지되어야 하며, 아동음란물의 제작자나 유포자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동음란물이 유통되는 플랫폼을 제공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필터링 의무를 지우고 의무 위반시 형사처벌을 하는 법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이번 오픈넷 포럼에서는 정보매개자의 필터링 의무와 관련된 국내외의 논의에 대해 알아보고, 필터링 의무 위반으로 처벌을 하는 것은 형사정책상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필터링 의무가 실제로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이러한 의무의 존재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나아가 인터넷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 참가비는 무료이며 링크를 통해 참가신청을 해주시면 행사준비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 주차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건물(현대타워) 주차장 이용 가능하며, 주차 영수증을 지참하시면 무료 주차권 발급이 가능합니다.

* 참석하신 분들께는 샌드위치가 제공됩니다.

 

<행사 안내>

[오픈넷 포럼]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 대표 기소와 정보매개자 책임

- 아청법상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아동음란물 필터링 의무의 타당성

 

주최: 국회의원 이종걸, 국회의원 송호창, 사단법인 오픈넷

일시: 2015년 12월 14일 (월) 저녁 7시 30분 - 9시 30분

장소: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앤스페이스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423, 현대타워 7층/선릉역 10번 출구에서 직진, 3분거리)

- 지도: http://startupall.kr/location/

 

발제 1: 김가연 변호사(오픈넷) – “아청법상 필터링 의무와 정보매개자 책임”

발제 2: 남희섭 이사(오픈넷) – “필터링 의무 해외 사례”

토론:

전현욱 박사(형사정책연구원)

류한욱 팀장(주식회사 이지원인터넷서비스)

김태하 팀장(주식회사 뮤레카)

여성가족부/방송통신심의위원회(협의중)

 

참가신청하기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수, 2015/12/0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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