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포쉐어드(4shared) 차단 취소: 심판자는 누가 심판하는가 – 손지원 인터뷰

지역

포쉐어드(4shared) 차단 취소: 심판자는 누가 심판하는가 – 손지원 인터뷰

익명 (미확인) | 금, 2016/01/29- 11:07

포쉐어드(4shared) 차단 취소: 심판자는 누가 심판하는가 – 손지원 인터뷰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저작권 필드’에는 크게 세 명의 플레이어가 있다.

  • 생산자(저작권자)
  • 이용자(네티즌)
  • 유통자(플랫폼 사업자)

이들은 공생관계다. 생산자가 몰락하면 이용자는 이용할 컨텐츠가 없고, 유통자가 몰락하면 생산자와 이용자가 만날 공간이 사라진다. 이용자가 컨텐츠를 향유하지 못하고, 위축해도 이 생태계는 죽음에 이른다.

디지털 문명의 저변에는 ‘복제 기술’이 자리한다. ‘원본 없는 복제’는 디지털 시대의 깊은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그 어두운 공간에서 원작자는 무시당하고, 때로 ‘공유의 적’으로 매도된다. 이용자는 도덕적 해이에 빠진 ‘도둑놈’ 취급받으며, 유통자는 자신만의 욕심을 채우려 생산자와 이용자를 수단으로 전락시킨다고 비난받는다.

하지만 결국 생산과 이용, 유통은 서로 불가분이다. 이 세 명의 플레이어들이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고, 규칙을 마련해 상생하지 않으면 모두 공멸한다.

그래서 여기 또 한 명이 등장한다. 바로 심판자다. 국가기관이나 법원이 그런 역할을 한다. 심판의 역할을 맡은 국가기관을 구체적으로 예시하면, 문화관광부(이하 ‘문화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다. 물론 제도의 최종 심급에선 법원이 그런 역할을 하고, 또 본질에서 궁극적으론 시민 사회, 공동체가 그 최종적인 판단자로서의 심판 역할을 수행한다.

포쉐어드(4shared)라는 유명한 서비스가 있다. 이 서비스는 2014년 10월 16일 방심위 시정조치 요구(“서비스 차단”)에 의해 차단당했다. 그리고 오늘(2016년 1월 28일), 그 차단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했다. 즉, 서비스 차단은 취소됐다. 방심위라는 ‘심판자’의 역할을 판단한 이번 행정소송의 의미를 이번 소송을 지원한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에게 물었다.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 일문일답 

손지원 변호사

 

– 자기소개 . 

오픈넷에서 ‘포쉐어드’ 사건을 담당한 손지원 변호사라고 한다.

– 사건 개요. 

2014년 10월 16일 방심위의 시정조치 요구로 웹하드와 스트리밍을 동시에 서비스하는 포쉐어드 차단됐다. 일부 불법을 근거로 전체 서비스를 차단한 것이다. 방심위에 신고한 건 문화부였다.

이에 오픈넷은 차단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대리인: 김기중, 최귀일). 그리고 방심위의 처분은 부당하니 취소하라는 판결이 오늘 나온 거다(서울행정법원 2016. 1. 28. 선고 2015구합3461 판결).

– 판결의 쟁점은. 

일부 컨텐츠의 불법을 사이트 전체의 불법으로 볼 수 있는가.

– 판결을 평가하면. 

어떤 서비스 사이트든지 불법으로 이용하는 이용자는 있을 것인데, 전체 서비스 차단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판결이다. 이를 ‘재량권 남용’과 ‘비례원칙 위반’으로 봤다. 즉, 일부 불법물이 유통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이트 운영 자체가 저작권법 위반 행위를 방조하고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고, 포쉐어드 사이트 전체를 차단한 것은 위법한 처분으로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 포쉐어드 사이트는 언제 열리나? 

아직 1심판결만으로는 판결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 항소 제기 기간도 남아 있어서. 판결이 확정되어야 그 효력이 생겨 취소 조치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

포쉐어드 메인 사이트

포쉐어드 메인 사이트는 아직 차단 중이다.

포쉐어드 검색 사이트(search.4shared) https://search.4shared.com/q/020

포쉐어드 검색 사이트(search.4shared.com)는 접속 가능한 상태.

– 방심위 차단 이후 폐업에 이른 그루브샤크와의 차이점은. 

그루브샤크도 같은 맥락에서 사이트 전체 차단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루브샤크가 소송에 참가하지 않아서 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 이번 소송은 행정소송이다. 방심위가 행정기관인가. 

방심위는 행정기관이고, 방심위의 접속차단 결정을 비롯한 시정요구 역시 행정처분이라는 것이 명확한 판례이다.

– 차단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 

차단당하는 주체(해외든 국내든)인 서비스 사업자에게 통지하거나 사전에 경고하는 조치하는 절차가 없이 심지어 사후통지도 없이 망사업자(이통3사 등)에게 직접 시정요구처분이 통지되고, 차단되는 점이 문제다.

– 이번 사건에서 문화부 역할은.

문화부는 평소 산하 기관인 저작권위원회 등을 통해 저작권 관계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방통심의위에 의견을 내는 것으로 안다.

– 이번 건은 방심위 회의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원래 이번 사건의 심의는 방심위의 통신소위원회(장낙인 위원장)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사안의 중요도를 고려해 전체회의로 회부됐다. 장낙인 위원은 차단을 반대했고, 함귀용 위원(심의위원 중 유일한 변호사)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 함귀용 위원의 차단의견, 그 근거는.

포쉐어드를 검색하면 우리나라 컨텐츠가 많이 나오고, 침해가 심하다는 막연한 것이었다. 심지어 함귀용, ‘일단 차단하고, 소명자료를 받아보자’는 의견까지 냈다. 반면, 장낙인 의원은 컨텐츠 중 70%를 넘어야 전체 서비스를 차단해야 한다는 내규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방심위

– 불법이 70%를 넘어야 전체 서비스를 차단해야 한다는 내부 준칙?

일종의 방심위 내부 가이드다. 박경신 교수가 방심위원으로 있었을 당시에 너무 손쉽게 차단이 이뤄져서 적어도 이런 가이드가 있어야 하지 않나 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법적 구속력은 없다. 포쉐어드 차단은 이런 내부 가이드를 무시하고 이뤄진 일이다.

– 저작권자 측에게는 반갑지는 않은 판결일 것 같다. 

어쨌든 컨텐츠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이뤄지는 사이트에 대한 이런 법원의 판결은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비교형량의 문제라고 본다. 이용자와 사업자 그리고 저작권자 상호가 서로 상생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 유튜브도 저작권으로 문제가 많았지만, 광고 수익 분배 시스템을 정착한 이후로 많은 문제가 해결됐는데. 

사업 규모 등을 고려하면 유튜브와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저작권 보호와 이용자의 이용권, 그리고 사업자의 사업권을 상호 고려해야 하는데, 포쉐어드는 원작자에게 ‘테이크다운’ 계정을 제공하는 등 저작권 침해 방지 노력을 해왔다.

– ‘테이크다운’ 계정?

포쉐어드 측에서 저작권자임을 인증하면, 직접 로그인해서 본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을 차단할 수 있는 계정이다.

– 테이크다운, 실효성이 있나. 

기술적인 차원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테이크다운’ 계정뿐만 아니라 ‘저작권 침해 자동 방지’ 필터링 서비스도 병행해왔다고 한다. 이런 저작권 침해 노력이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저작권위원회도 포쉐어드에 소명해서 ‘테이크다운’ 계정을 제공받아 이용자의 이용권과 저작권 보호를 접점을 마련해볼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사이트 전체를 차단이라는 의견에 도달한 점은 아쉽다.

– 생산자, 이용자, 유통자의 균형추인 심판자로서 국가기관(방심위나 문화부) 역할을 평가한다면.

우선 원저작자에게 제대로 수익이 돌아가지 않고, 대형 저작권단체나 사업자의 개입과 입김이 너무 크다고 본다. 더불어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하는 국가기관이 자신의 막대한 권한을 너무 함부로 행사한다고 판단한다.

이용자의 이용권과 향유권, 그리고 생산자인 원작자의 권리 등을 충분히 고려해서 균형감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하는데,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알 권리와 향유권, 표현의 자유가 너무 손쉽게 침해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이용자가 합법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하고, 또 그렇게 이용한 저작물을 통해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정책적 방향이 고민되어야 한다고 본다.

정의의 여신

– 이번 판결 결과는 유지될 것으로 보나.

방심위가 항소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무리한 차단이었기에 1심 판결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

– 끝으로 독자에게. 

“일부 불법을 근거로 전체 서비스를 차단하면, 인터넷을 닫아야 할 것이다.”

한 네티즌이 이렇게 말했다. 심판자로서 국가기관이 행사하는 ‘규제의 적정성’을 다시 한 번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2016.01.28.)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망 이용 대가’는 없다

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이사)

 

요즘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의 인터넷기업에 ‘망 이용 대가’를 물려야 한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다. 5G 시대에는 망사업자들이 인터넷기업들에 ‘고속’ 인터넷을 비싸게 팔 수 있어야 한다거나 국외 인터넷기업들에 국내 접속료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이 정치적, 경제적 민주화의 도구로 여겨져온 것은 인터넷의 ‘참여적인 매체’로서의 성격 때문이었다. 힘없는 개인들도 방송이나 신문과 같이 대중에게 동시에 호소할 수 있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생산자가 되어 이들의 ‘참여’ 아래 여론과 산업이 형성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만인이 만인에게 한꺼번에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은 어떻게 물리적으로 가능할까? 수억 개의 모든 단말이 다른 단말에 직접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터넷의 혁명은 그렇게 하지 않고도 모두가 서로 통신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모두가 서로의 전령이 되어주기로 한 것이다. A와 Z 사이의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B, C, D, E, F, G 등 많은 단말들이 물을 먼 곳에서 길어서 불을 끌 때 사람들이 줄을 서서 양동이를 전달하듯, 차례대로 정보 전달을 하기로 약속했다. 모든 단말이 각자 자신의 이웃 단말이 전달한 정보를 다른 방향의 이웃 단말에게 전달하는 소임에만 충실하면 모두가 모두에게, 즉 C도 W에게, L도 H에게 통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터넷의 혁명이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또 하나의 원칙이 필요했는데 각자가 자신의 이웃 단말과의 통신에 대해서 돈을 받지 않기로도 약속한 것이다. 우편이나 전화처럼 발신자나 수신자에게 돈을 받으려 했다면 발신자와 수신자는 중간에 몇개의 단말을 거쳤는가에 따라서 비용을 물고 그 비용은 각각의 중간 단말에게 배분됐어야 할 것인데 이를 정산하는 거래 비용만으로 인터넷은 붕괴되었을 것이다. 결국 자신에게 전달된 정보가 누구에게서 왔고 누구에게로 가는지 어떤 내용인지에 관계없이 다음 사람에게 무료로 전달해준다는 원칙이 정립됐다. 이렇게 모두가 모두의 정보 전달에 기여하는 대신 서로 간에 배달료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이 바로 망중립성이다. 정보 전달에 대해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더 빠른 전달 또는 더 안정적인 전달에 대해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과 등가이고 망중립성의 더 잘 알려진 표현인 ‘우대 금지’(no prioritization) 원리이다. 인터넷의 민주성은 모두가 서로의 정보 전달에 무상으로 기여한다는 참여적인 기초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덕분에 인터넷은 무료 정보의 바다가 되기도 했다. 내 웹사이트에 다른 대륙의 누군가가 접속하여 정보를 퍼간다고 해서 내가 정보전달료를 물어야 한다면 나는 웹사이트에 무료로 정보를 올리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정보까지 받아 올려 또다른 사람들이 퍼가도록 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다음 메일, 네이버 검색, 카카오톡, 유튜브, 페이스북을 우리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망중립성 덕택이다.

그런데 시대가 흘러 서로간의 연결을 대행해주고 돈을 받는 기업이 생겨났다. 이게 바로 망사업자이다. 망사업자는 많은 단말들 사이의 연결을 통제하게 되어 지금은 A에서 Z까지 가는 동안 30개의 단말을 거친다면 그중 10개쯤을 통제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망사업자들은 ‘정보전달 전 구간은 아니라도 상당 부분을 책임지므로 배달료를 받겠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전선의 용량을 키워서 한꺼번에 많은 정보가 자신과 오가도록 하는 접속료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이게 바로 한국 망사업자들이 ‘망 이용 대가’라고 부르는 것인데 외국에서는 이런 표현 자체가 없다. 굳이 대응되는 단어를 찾자면 ‘(망사업자의) 최종소비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요금’을 발신자로부터 받겠다는 의미로 ‘터미네이션 피’(termination fee)라고 부른다. 전화망 사업자들끼리는 이것을 받지만 인터넷에서는 금기시되어왔다.

‘망 이용 대가’라는 개념은 인터넷의 작동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결국 인터넷의 참여적 매체로서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국내 망사업자가 그렇게 돈을 번다면 외국의 망사업자들도 자신이 한국 국경까지 정보 전달을 한 것에 대한 ‘망 이용 대가’를 한국의 이용자나 망사업자들로부터 받으려 들 것이다. 심지어는 유력한 정보 제공자들은 국내 이용자가 정보를 퍼갈 때만 유료로 하려 들 것이며 ‘정보의 바다’는 한국에서만 귀신같이 증발해버릴 것이다.

* 위 글은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8.11.19.)

화, 2018/11/20- 10:51
34
0

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우리는 불완전한 지식에 터잡은 어떤 예언에 우리의 구원을 의존한다.’ 홈스 판사가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을 설파한 소수의견에 나오는 문장이다.

진실은 누군가에 의해 배타적으로 점지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발언으로부터 현출된다(emergence). 명제가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사실과 다르고 불명확한 ‘공익’을 해한다는 이유로 형사 또는 민사적으로 벌하는 제도, 즉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한 국제인권과 헌법의 평가는 명백하다. 불완전한 의혹 제기들이 가능해야 진실이 현출될 수 있는데 어떤 명제가 당장 근거가 부실하다고 하여 처벌하게 되면 진실은 영원히 현출되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표현에 대한 제한은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명예훼손, 사기 등을 제재하는 이유는 특정인에 대해 특정할 수 있는 피해를 발생시킬 위험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허위명제들을 처벌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독재보위를 위해 이용되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긴급조치 1호와 9호의 유언비어유포죄이다. 국민들이 사람을 욕하지 않고 유신헌법을 욕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급조된 법제이다. 가깝게는 미네르바의 이명박 정부 환율정책 비판을 처벌하려는 시도에 동원되었던 전기통신기본법 47조도 있다. 또 MBC 의 광우병 보도를 관련 정책 담당자의 명예훼손으로 환원하여 기소하려고 했던 시도 역시 허위사실유포죄와 다를 것이 없다. 위 시도들 모두 우리나라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결정되거나 파기되었다.

그런데 2021년 민주당이 이와 비슷한 법을 다시 만들려고 하고 있다.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를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저지르면 그 피해에 대해 법원이 5배수 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순히 허위보도가 피해를 초래한다고 해서 모두 민사책임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 때문에 표현에 대한 민사적 제재도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등 유형화되고 특정화된 인격권 침해나 재산상 피해가 있을 경우에만 인정되어왔다. 이번 개정안은, 형사처벌은 아니지만 5배수 손배에 의한 위축효과 역시 강력하여 민사법적으로 허위사실유포죄를 부활시킨 것과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정보를…매개하는 행위”에 대해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까지 부과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들이 언론사별로 제휴·제공 여부를 결정할 뿐이지 기사별로 제공 여부를 결정하지 않기 때문에 개별 기사의 내용은 물론 그 불법성에 대해 알 수가 없다는 면에서 자기책임원칙에도 위반된다. 결국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조금이라도 논란이 될 만한 기사들을 자진해서 삭제 차단할 것이며 언론의 자유는 사적검열에 처하게 된다.

더욱 가관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추정하는 조항이다. 즉 징벌적 손배가 부당함을 입증하지 못하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5배수 손배를 감당하라는 것인데,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하여 보도한 경우’를 보자. 인터뷰 기회를 얻기 위해 무단횡단이나 과속을 하는 경우, 잠입취재를 위해 신분을 숨기는 경우가 모두 포함될 텐데 탐사보도가 위축될 것이다. 삼성X파일, 계룡대 내 ‘룸살롱’, 유아원 급식위생 모두 ‘위법적 취재’로 거악을 드러낸 보도인데 기사가 부정확하면 5배수 손배를 감수해야 한다. 인터넷기사에 정정보도청구 표시가 되지 않는 경우 ‘왜곡된 기사제목’, ‘왜곡된 시각자료’,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충분한 검증없이’ 인용하는 경우도 징벌적 손배의 부과를 추정하고 있는데 모두 기존의 법이나 판례로 포섭되지 않았던 새로운 위법행위를 창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입증책임까지 언론에 전가하고 있다.

인권 면에서 이번 정부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 달랐던 것은 명예훼손 형사처벌이나 허위사실유포죄로 공적토론을 입막음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그 영예를 걷어차버린다. 언론은 우리의 거울이다. 언론은 우리가 읽고 싶어 하는 기사를 쓰며 결국 우리 스스로의 정치적·역사적 정체성만큼 다양한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게 된다. ‘개혁’의 칼자루는 정부·여당이 쥐게 마련인데 ‘언론개혁’은 ‘국민개조’를 의미한다. 이런 식의 강압적인 ‘언론개혁’이라면 5공 때의 ‘정의사회 구현’과 무엇이 다른가.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했습니다. (2021.08.21.)

월, 2021/08/02- 20:50
18
0

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다크웹 아동포르노에 대한 미국 수사에서 한국 이용자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기사의 후속으로 한겨레에서 ‘한국은 아동음란물 처벌에 관대하다’면서 ‘70%가 기소유예이고 대부분 벌금형으로 끝난다’는 취지의 기사가 떴는데, 맥락을 알고 읽어야 할 기사이다.

다크웹 아동포르노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기소는 실존 아동의 성행위 장면을 촬영한 것들 즉, 아동 성학대 촬영물이니 강력처벌하는 것이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4057.html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도에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성행위 묘사도 실제 아동의 성행위를 촬영한 것과 똑같이 아동성범죄로 처벌하는 식으로 법이 바뀌었다(법률에 이렇게 명시한 것은 한국 ‘아청법’이 세계유일하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에 입건되는 아동음란물 대부분의 사건들이 만화나 애니메이션들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아동포르노죄는 실제 아동에게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주기 때문에 형량도 높고(제작 최저 5년, 배포 최고 7년까지) 아동성범죄자에게는 10년 채용제한, 20년 주소지보고 등등 엄벌에 처한다. 그러나 아청법 개정 후 엄밀히 말해 피해자가 없는 만화/애니메이션 같은 가상의 표현물까지 아청법 적용 대상에 집어넣으니 검경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2012년 아청법 개정 후 아동성범죄사범 입건 수는 100명에서 2,200명으로 늘어났다. 경찰은 아동성범죄가 승진점수를 딸 수 있는 5대 범죄에 들어가니 만화/애니메이션 파일 다운로더들을 마구 잡아들였다. 이 중에는 여성도 많았고, 아청법이 보호하는 대상인 아동·청소년들도 많았다. 오죽하면 당시 토론회에서 ‘경찰은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진짜 아동성범죄자들을 잡으라. 아청법 때문에 아동들이 망가진다’는 얘기가 나왔을까.

결국 검찰은 만화/애니메이션 파일 다운로더들을 기소유예나 벌금형으로 기소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한겨레 기사와 같이 “한국은 아동음란물 처벌에 관대해서 70% 기소유예, 대부분 벌금형”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 기사의 미덕은 한국에서 실존 아동촬영물에 대한 처벌을 더 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데 있다.) 2013년부터 오픈넷이 가상 표현물에 대한 아청법 적용 반대 운동을 하고, 판사들이 위헌제청을 해서 만화/애니를 아동성범죄로 잡는 건수는 5분의 1로 줄어들었다. “70% 기소유예, 대부분 벌금형”에만 집중하다가 경찰이 만화/애니메니션을 다시 마구 잡아들이기 시작하거나 검찰이 기소유예나 벌금형으로 기소하지 않고 더 엄벌하기 시작할까봐 겁난다.

  • 추가설명: 다크웹에 들어가보지도 않고 실존 아동촬영물인지 어떻게 아냐고? 미국도 우리나라 아청법처럼 법을 바꾼 적이 있었는데 시행되자마자 위헌판정이 났다(Ashcroft 판결). 그래서 오픈넷이 주장했던 것처럼 미국 의회는 만화, 애니메이션 같은 표현물은 별도 처벌을 하려고 조항을 따로 만들었다(18 USC §§ 1466A). 아래 기소장을 보면 조항들이 모두 2천번대인데 이것은 전부 다 실존 아동촬영물들이다.
수, 2019/10/23- 02:24
17
0

글 |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최근 ‘디지털교도소’가 논란이 되면서, 개인이 다른 사람의 잘못을 폭로하는 이른바 ‘사적 제재’가 법치국가에서 용인되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교도소만의 운영방식이나 표현 수위에 따른 특수한 문제에 대해서는 별개로 논의되어야 하며, 운영자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국가 아닌 사인(私人)이 다른 사람의 신상을 공개하며 그들의 잘못된 행위를 알리는 활동 자체를 비판하고 금기시하는 목소리는 위험하다.

사실 ‘사적 제재’란 없다. ‘제재’란 본래 국가가 제도로써 잘못을 저지른 이들에게 일정한 의무를 강제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며, 개인이 이를 할 수는 없다. 아마도 여기서 ‘제재’란 사회적 비난을 당하게 되는 것을 상징하는 용어일 것이다. 그런데 개인이 다른 사람의 잘못을 알려―물론 그것이 진실이라는 전제하에―그들이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나쁜 일인가? 언론사가 기업이나 정치인의 비리를 추적하고 보도하는 것이나 미투 운동 등의 사회 고발 활동도 모두 이러한 사적 제재에 속한다. 타인의 잘못된 행위를 알리는 표현 활동은 행위자가 이로 인한 사회적 비난이 두려워 자신의 행위를 시정하도록 하여 피해를 구제하거나 제3의 피해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행위 역시 사회적 감시와 공개적인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어 사회구성원들이 공론장에서 좋은 사회적 평가를 유지하기 위해 각자의 행동을 반성하고 교정하도록 만든다. 민주주의 사회는 이렇듯 사회구성원들이 각자에 대한 평가를 교환하는 공론의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 언론사가 어느 총수 일가 등의 갑질 행태를 보도함으로써 부유층의 갑질에 고삐가 죄어질 수 있고, 미투 운동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크고 작은 성폭력, 성차별적 문화가 개선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만 논하면 되지, 신상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상공개는 곧 행위자를 특정하기 위함인데, 행위자를 특정하지 않으면 위와 같은 효용은 달성할 수 없다. 즉,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다른 주변인들에 희석되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면하고 자신의 행동을 교정할 동기도 없어지는 반면, 유사한 직종·특징을 가진 선량한 주변인들만 억울하게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대중의 정당한 알 권리도 침해된다. 개인의 부조리는 사법 시스템을 통해서만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법적’ 처단을 받는 것과 ‘사회적’ 평가를 받는 것은 별개의 책임 영역이다. 성희롱 등 모든 부조리한 행위가 법적 처단의 대상도 아닐뿐더러, 법이 있더라도 적정한 처단이나 보호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복잡한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여력이 없는 서민 피해자들도 많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는 법망을 피해 가던 양육비 미지급 건들을 다수 해결하고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크게 공론화했다. 또한 국가가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를 하는 이유와 같이, 이미 과거의 잘못에 대해 법적 제재를 받았다고 해도 재발 위험은 있고, 사회구성원들이 이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알 권리가 우선되어야 하는 영역도 있다. 임금체불을 했던 업주,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던 식당 업주, 의료사고를 냈던 의사들의 명단을 알리는 사이트가 있다면, 이같이 노동자,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알리는 공간들이 차단되어야 할까?

물론 개인이 하는 활동은 오류 가능성이 크므로 이 위험성을 지적하거나 정보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할 필요는 있으며, 행위자도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마치 국가기관만이 개인의 비위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공개해야 하고, 사인은 이를 공표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목소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시각은 미투 운동을 비롯한 사회 고발, 언론사의 보도 등 사회를 움직이는 모든 ‘사적 제재’들을 위축시킬 것이다.

나쁜 짓을 해도 개인적 망신을 당할 염려는 없는 세상, ‘사적 제재’가 없는 세상이 과연 살기 좋은 세상일까. 나쁜 사람들만 더 살기 좋아진 세상은 아닐까.

이 글은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10.26.)

화, 2020/10/27- 19:17
16
0

인터넷 실명제의 위헌성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2019.11.

1. 들어가며

최근 한 연예인의 사망의 원인으로 대중들의 지나친 ‘악플’이 지목되면서, 악플 근절을 위해 인터넷 표현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논의되는 제도가 인터넷 실명제이다. 인터넷상 표현물과 관련한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 논의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소수 세력의 기사 댓글창을 통한 여론 조작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실명제 도입이 논의되었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2012년도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이하에서는 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중심으로 그 위헌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도입이 쉽게 논의되어서는 안 되는 제도임을 논하기로 한다.

2. 인터넷 실명제의 의의

인터넷상 실명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으나, 크게 인터넷 서비스 이용시 이용자가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인터넷 이용자가 자신의 신원정보와 연계한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특정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강제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던 ‘본인확인제’는 인터넷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에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마련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었다.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을 통해 표현 행위를 하고자 할 때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필연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게 된다. 물론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이용자들과의 합의에 기초하여 실명제를 자율적으로 채택하여 운영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영역이다. 그러나 법으로 실명제를 규정하면 대상 서비스 내에서는 선택의 여지 없이 익명 표현의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이용자와 사업자는 개인정보를 제공할 의무, 확인할 의무를 강제적으로 부담하게 된다.

3.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 개관

인터넷 게시판에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하여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본인확인제를 규정했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 제1항 제2호(이하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인터넷게시판을 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함을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2012. 8. 23. 결정, 2010헌마47). 결정요지에서는, “이 사건 법령조항들이 표방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 등 입법목적은,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당해 정보의 삭제ㆍ임시조치, 손해배상, 형사처벌 등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약하지 않는 다른 수단에 의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에도,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본인확인제의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하여 법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기본권 제한을 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또한 이 사건 법령조항들은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해외 사이트로의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차별 내지 자의적 법집행의 시비로 인한 집행 곤란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고, 나아가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모욕, 비방의 정보의 게시가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할 정도로 의미 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는 반면에,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제한하여 의사표현 자체를 위축시킴으로써 자유로운 여론의 형성을 방해하고,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정보통신망상의 새로운 의사소통수단과 경쟁하여야 하는 게시판 운영자에게 업무상 불리한 제한을 가하며,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었는바, 이러한 인터넷게시판 이용자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불이익은 본인확인제가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결코 더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인터넷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 중 당해 홈페이지의 게시판 등에 정당ㆍ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의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 실명확인조치를 의무화한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등(이하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조항)에 대하여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2015. 7. 30. 결정, 2012헌마734). 결정요지는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언론사 게시판 등을 통한 흑색선전이나 허위사실이 유포될 경우 언론사의 공신력과 지명도에 기초하여 광범위하고 신속한 정보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실명확인조항은 이러한 인터넷언론사를 통한 정보의 특성과 우리나라 선거문화의 현실 등을 고려하여 입법된 것으로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것이다. 실명확인조항은 실명확인이 필요한 기간을 ‘선거운동기간 중’으로 한정하고, 그 대상을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의 게시판ㆍ대화방’ 등에 ‘정당ㆍ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의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게시판 이용자의 정치적 익명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적 표현에 있어 더욱 중요한 익명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헌법소원이 다시 제기되어 진행 중이다(2018헌마456).

4.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헌법적 평가

. 인터넷 실명제의 입법목적

인터넷 실명제의 입법목적은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이다. 실명제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인터넷상의 언어폭력, 불법정보의 유통은 근본적으로 인터넷이 ‘익명의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인터넷의 익명성때문에 이용자들이 책임의식을 갖지 않게 되고 자기 검열을 해태하여 인터넷 공간이 불건전해진다는 것이다. 실명제는 이용자가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 향후 신원확인을 통하여 형사처벌 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어, 표현 내용에 신중을 기하고 불법정보 등의 게시를 자제하도록 하고 책임있는 글쓰기를 유도할 수 있으며, 이로써 불법·유해 표현물의 유통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실제 불법정보가 게시된 경우 가해자를 쉽게 특정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함으로써 수사의 편의를 제공한다는 것도 목적 중 하나이다.

. 침해의 최소성 위반

그런데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이라는 입법목적은 실명제와 같이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사전에 제약하지 않는 다른 수단에 의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우선, 불법정보의 게시자는 현재의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등의 기술을 통하여서도 특정하고 수사할 수 있으며, 게시자에 대한 사후적인 형사처벌, 손해배상 등의 제재수단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이미 과도하다고 할만큼 엄정한 명예훼손죄, 모욕죄 법제를 가지고 있으며, 고소·고발 및 처벌 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여러 제재수단의 집행만으로 실명제가 목적하는 일반예방 효과는 달성될 수 있다. 또한 불법정보의 유통 및 확산은 현행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 제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취급의 거부ㆍ정지 또는 제한명령,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시정요구 제도 등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러한 인터넷상 불법정보의 유통의 폐해를 방지하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규제 조항들이 있음에도,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와 같이 취급하여, 인터넷에 글을 쓰고자 하는 모든 이용자들이 사전에 신원정보를 제공하고 확인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은 수사 편의에 치우쳐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 법익 균형성 위반

1) 익명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

실명제는 인터넷 이용자가 본인 확인을 위하여 자신의 신원정보를 직·간접적으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밝히지 않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표현의 자유 중 표현주체가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

표현의 자유는 국민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의사형성 및 진리발견의 수단이 되며, 국가와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와 사회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다. 특히 익명이나 가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은, 외부의 명시적ㆍ묵시적 압력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사회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ㆍ사회적 약자의 의사 역시 국가의 정책결정에 반영될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국가권력이나 막강한 정치·경제적 거대 권력에 저항하고 이를 비판하고자 하는 사람, 내부 고발이나 공익 제보를 하고자 하는 사람,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각종 보복이나 불이익의 위험을 벗어나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익명’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익명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제한하여 일반적인 의사표현 자체를 위축시키고 자유로운 여론의 형성을 방해한다는 폐해도 있다. 즉, 실명제는 정보 등을 게시하고자 하는 자가 본인의 신원정보, IP 주소 등의 제공·확보에 따른 규제나 처벌 혹은 각종 사회적 불이익을 염려하거나 절차적 번거로움으로 인하여 표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국민의 전반적인 표현행위를 억제·위축시킨다. 실제로, 실명제 실시 이후 게시판에 글을 올린 참여자 수가 약 1/3로 대폭 감소하여 이용자 간의 대화나 소통량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1]

실명제는 이렇듯 인터넷을 악용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다수 시민의 정당한 의사표현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위축시킨다.

2) 실명제 시행으로 달성되는 공익은? – 실명제의 실효성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발현과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기본권으로,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명제가 목적하는 효과는 이용자 개개인이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신원이 추적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책임있는 의견을 개진하리라는 막연한 ‘가능성’에 기대고 있다. 실명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모욕, 비방의 정보의 게시가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할 정도로 의미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없다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사실상 우리나라의 주요 포털은 회원 가입시 간접적인 본인확인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로그인을 하여야만 글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이미 자율적으로 준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며, SNS는 보통 이용자들이 인적 정보를 상당히 노출하고 활동한다. 그럼에도 악플 등의 문제는 공간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즉,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악플의 폐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실명제를 시행함으로써 악플이 근절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인터넷 실명제는 달성될 수 있는 공익은 분명하지 않은 반면, 표현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제도로 법익 균형성을 위반한다.

5. 국제 동향

인터넷상의 불법ㆍ유해정보의 규제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들을 보더라도,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인터넷상의 유해 정보에 대한 규제를 원칙적으로 업계의 자율에 맡기고 있고, 독일 등 유럽의 많은 국가들 역시 민간 주도의 자율규제를 기초로 하여 인터넷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제한이나 면책요건을 정하는 방식으로 관계 법령을 수립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도 불법ㆍ유해정보가 게시되는 때에 민관이 협조하여 사후적으로 대처하도록 규율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 중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의 경우, 1960년에 연방대법원은 Talley v. California 사건에서 전단배포자의 신원확인을 강제하는 것은 익명표현의 자유 (right to anonymous speech)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고, 1995년에 Mclntyre v. Ohio Elections Comm’n 사건에서 선거 유인물을 발행하는 사람이나 선거본부의 이름과 주소가 명기되지 않은 경우에 그 유인물의 배포를 금지시킨 오하이오주 법률을 내용규제에 해당하여 수정헌법의 핵심을 이루는 정치적 언론에 대한 제한이라고 하여 위헌선언한 바 있다.[2]

‘프랭크 라 뤼 (FrankLa Rue)’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한국보고서에서 공직선거법상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조항에 대해서도 개정을 권고했다.[3] 실명제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표현의 자유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견해를 밝힘으로써 받게 되는 형사상 제재 위협으로 인하여 의견 표명을 꺼리는 경향을 보일 것임을 우려하고 있다. 실명제는 사전검열이자, 익명성에 바탕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인터넷 실명제는 국제법상 인권기준에도 명백히 어긋나는 제도다.

6. 나가며

2017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오주현, 2018)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인터넷 뉴스/토론 게시판에 댓글을 달거나 글을 작성 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는 응답자는 8% 정도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7 언론 수용자 의식 조사〉에서도 “지난 1년간 인터넷 뉴스에 직접 댓글을 쓴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11%에 불과했다. 10% 정도의 댓글창 이용자 중 심각한 수준의 악플을 게시하는 이용자는 이보다 더 적을 것이다. 소수의 악플러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당신이 범죄자일 수 있으니 당신의 신원을 먼저 확보해야겠다’거나, ‘당신이 당당하다면 신원을 공개하고 행동하라’는 식의 주문을 하는 것은 폭력이다. 최근 홍콩 시민들이 시위에서의 폭력행위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제정된 ‘복면금지법’에 대해 반발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라.

오프라인 세상에서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듯, 악플이나 불법정보 역시 온라인 세상에서 공기처럼 상존한다. 이들의 폐해를 줄이는 것은 마땅히 지향해야 할 목적이지만, 이것만이 절대시되어 모든 ‘수단’들이 정당화될 수는 없으며, 그것이 적정하고 비례한 수준인지가 항상 냉정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인터넷상의 문제가 발생할때마다 ‘실명제’처럼 대다수 선량한 일반 국민의 자유를 경시하고 전반적인 기본권 보호 수준을 저하시키는 극단적인 수단을 함부로 논하는 세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1] 우지숙, 나현수, 최정민,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의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 행정논총 제48권1호.

[2] 홍진수, ‘인터넷 실명제 법제정을 위한 공청회 자료집’, p.21, (2006. 8)

[3] Frank La Rue (2011),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Mission to the Republic of Korea”(A/HRC/17/27/Add.2), UN Human Rights Council, 21 March 2011

이 글은 한국법제연구원의 ‘법연 Winter 2019 Vol. 65, 정책을 보는 눈 – 인터넷 실명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토, 2020/02/01- 02:00
1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