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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 아청법 = 빅브라더 강요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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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 아청법 = 빅브라더 강요하는 나라

익명 (미확인) | 화, 2015/12/29- 13:46

카카오 + 아청법 = 빅브라더 강요하는 나라

글 | 오픈넷

2015년 11월 4일, 검찰은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 대표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이하 아청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기소 사유로 이 전 대표가 카카오 대표로 재직할 당시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로서 아동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하지 않아 지난해 6월 14일부터 8월 12일까지 ‘카카오그룹’에서 약 7,115명에게 아동음란물이 배포됐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의 모임서비스 카카오그룹

 

카카오 “기술적 조치 했다” vs. 검찰 “조치가 부족하다”

카카오 측은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해 사업자로서 가능한 모든 기술적 조치를 취했고, 성인 키워드를 금칙어로 설정, 해당 단어를 포함한 그룹방 이름이나 파일을 공유할 수 없도록 사전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검찰의 기소에 반박했으나, 11월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 전 대표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제17조 제1항과 시행령 제3조에 의거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아청법 제17조(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의무) 중

    ①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거나 발견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즉시 삭제하고, 전송을 방지 또는 중단하는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거나 발견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전송을 방지하거나 중단시키고자 하였으나 기술적으로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아청법 시행령 제3조(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 발견을 위한 조치) 중

    ① 법 제17조 제1항 본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란 다음 각 호의 모든 조치를 말한다. 다만, 다른 법률에서 정한 조치를 함으로써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조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
    1. 이용자가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로 의심되는 온라인 자료를 발견하는 경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상시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
    2. 온라인 자료의 특징 또는 명칭을 분석하여 기술적으로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로 인식되는 자료를 찾아내도록 하는 조치
    ②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로 판단하기 어려운 온라인 자료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8조에 따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③ 여성가족부장관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고 삭제 등의 조치를 하는 데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하여 온라인서비스제공자, 관계기관 및 관련단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검찰은 카카오 측이 먼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한 상시적 신고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음란물을 신고하려면 5단계나 거쳐야 하므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신고를 위해 들어가야 하는 메뉴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설정 → 도움말 → 문의하기 → 그룹생성오류 → 유해게시물신고

그리고 두 번째 근거로 금지어(금칙어) 등을 통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필터링 기능을 도입하지 않았다고 했는데요,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인 ‘카카오스토리’에는 이용자 본인을 소개하는 프로필에 음란물을 상징하는 단어를 금지어로 등록했고, 카테고리를 등록할 때 사용하는 단어에도 금지어 사용 불가 기능이 존재했지만 ‘카카오그룹’은 없어 그런 기능이 없어 유포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즉, 필터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청법 시행령의 제3조 제1항 중 제1호가 상시적 신고 기능, 제2호가 필터링 조치를 뜻합니다.

 

카카오는 정말 필터링 조치를 허술하게 했나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필터링 기술은 데이터베이스(DB) 필터링과 키워드 필터링 정도가 있습니다. 아동음란물뿐만 아니라 저작물, 일반 음란물 필터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DB 필터링은 아동음란물로 판단된 자료에서 추출한 URL, 해시값, DNA 등의 DB를 기반으로 필터링하는 것입니다. 즉, 이미 유통되고 있는 아동음란물을 찾아내서 분석하지 않으면 DB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매일 새로 쏟아지는 아동음란물을 걸러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동음란물의 “소지”도 처벌하는 아청법을 엄격하게 해석하자면 목적이 어떻든지 간에 사업자들은 DB의 소지만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정부나 수사기관에서 필터링의 기반이 되는 DB를 제공하면 사업자들이 협조하기가 편하겠지만, 여성가족부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별도의 아동음란물 DB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 사업자들은 민간 필터링 업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또한, 키워드 또는 금칙어 필터링은 키워드를 조금이라도 바꾸면 무용지물이 되는 데다가 아동음란물에만 국한된 키워드가 매우 한정적이라서 실효성이 별로 없습니다. 예컨대 “로리”라든지 “교복” 같은 키워드가 사용되었다고 해서 꼭 아동음란물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현재로써는 컴퓨터가 아동음란물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기술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웹하드 업체 등 사업자들은 최선을 다해 필터링하고 있지만, 아동음란물이 발견되기만 하면 필터링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한 것이 되어 처벌을 받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사기업이 이용자의 모든 자료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결국, 카카오와 같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아동음란물을 완벽하게 필터링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이용자가 공유하는 모든 이미지와 동영상을 육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카카오그룹과 같은 폐쇄형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이용자의 통신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는 점에서 “감청”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사인에 의한 감청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입니다. 설령 카카오에 이러한 권리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극소수의 범죄자를 찾아내기 위해 모든 이용자의 헌법상의 기본권(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만약 육안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더라도, 아동음란물은 법적인 개념이고 음란물인지 아닌지는 맥락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여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누가 봐도 명백한 아동 포르노가 있겠지만, 예컨대 교복물이나 애니메이션의 경우 계속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아청법 제2조(정의) 중

  1.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오픈넷이 제기한 아청법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 2015년 6월 25일 5:4의 결정으로 해당 정의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외모, 신원, 제작 동기와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실제 아동·청소년으로 오인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를 의미함을 알 수 있고,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 부분도 전체적으로 표현물을 등장시켜 각종 성적 행위를 표현한 매체물의 제작 동기와 경위, 표현된 성적 행위의 수준, 전체적인 배경이나 줄거리, 음란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때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비정상적 성적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행위를 담고 있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수준의 것에 한정된다고 볼 수 있으며, 기타 법관의 양식이나 조리에 따른 보충적인 해석에 의하여 판단 기준이 구체화되어 해결될 수 있으므로,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 헌법재판소, 2013헌가17, 2013헌가24, 2013헌바85(병합) 이유의 요지 중

그러나 어떤 표현물이 성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수준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고 하겠습니다. 성인교복물이나 애니메이션의 경우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지만, 사업자나 이용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기가 어렵고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렇게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아동음란물로 판단하고 삭제를 하게 됩니다.

 

과도한 필터링 의무 부과, 국제적인 흐름에 역행한다

아청법상 필터링 의무는 이런 기술적 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정보매개자에게 불법정보에 대해 일반적인 감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정보매개자란 다양한 정의가 있을 수 있지만, OECD 보고서를 보면 “인터넷상 제3자들이 생산한 정보의 공유가 가능한 플랫폼을 제공해주는 자”를 말한다고 하겠습니다. 이 기준에 맞기만 하면 ISP든, 검색엔진이든, SNS든 다 정보매개자가 됩니다. 다만 정보를 편집하거나, 직접 제작하거나 유통하는 경우에는 정보매개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정보매개자의 책임이란 이러한 정보매개자가 제3자, 즉 이용자들이 유통하는 불법정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지의 문제입니다. 불법정보를 게시하거나 직접 유통한 자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겠지만, 정보매개자의 서비스가 단순히 불법정보 유통에 사용된 경우에는 달리 봐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택배를 통해 마약이나 무기가 거래된 경우 택배사도 같이 처벌해야 할까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래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정보매개자의 책임 제한을 논의하게 됩니다. 현재 책임 제한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 첫째, 피난처(세이프 하버; safe harbor)
  • 둘째, 일반적 감시 의무 금지

피난처는 일정한 조건하에서 정보매개자를 제3자가 유통한 정보에 대한 책임으로 면책을 시켜준다는 것인데, 주로 권리자나 이용자에 의한 통지가 있어서 정보매개자가 불법정보에 대해 알게 된 경우에만 책임을 진다는 내용입니다.

즉, 일반적 감시 의무 금지는 말 그대로 정보매개자에게 정보를 일반적으로 감시, 즉 모니터링할 의무를 지워서는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일반적 감시 의무 금지는 말 그대로 정보매개자에게 정보를 일반적으로 감시, 즉 모니터링할 의무를 지워서는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왜 정보매개자의 책임을 제한해야 하는가

그럼 왜 정보매개자의 책임을 제한해야 할까요? 나아가 일반적인 감시의무 내지 필터링 의무 부과는 금지되어야 할까요? 그 필요성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인터넷의 문명사적 의미입니다. 헌법재판소에 의하면, 인터넷이란 익명 표현을 통해 민주주의 발전의 물적 토대를 제공하며, 사상의 자유시장에 가장 근접한 매체로 가장 참여적인 매체입니다. 즉 인터넷은 개인들이 타인의 허락 없이 공적 소통을 할 자유가 있는 공간으로, 그 특성으로 인하여 인류의 역사를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소통을 할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된 공간이 인터넷인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공간을 제공하는 정보매개자들에게 자신이 알 수 없는 불법행위들에 대해 책임을 지우기 시작한다면, 정보매개자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개개인의 소통을 검열하고 제한하거나, 아예 닫아버리게 됩니다. 그럼 결국 문명사적 중요성을 획득한 인터넷의 원천이 파괴될 수 있습니다. 허락받은 소통만이 가능한 공간은 더는 인터넷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 99헌마480 중

두 번째 이유는 이용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입니다. 사업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적 검열은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합니다. 특히 그러한 검열이 카카오톡이나 이번에 문제가 된 카카오그룹 같은 통신 수단에 대해 이루어진다면 앞서 말씀드렸듯이 감청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또한, 이런 검열은 위축 효과를 불러오게 됩니다. 그리고 정보매개자는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만한 정보라면 차단하고 삭제해서 책임을 회피하려 할 것입니다. 특히 책임이 클수록, 제한 요건이 불분명할수록 그럴 것입니다. 이는 온라인 표현의 자유를 또한 심각하게 침해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인터넷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위해서입니다. 필터링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고 해도, 아동음란물과 같은 법적 판단이 필요한 정보의 경우 결국은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모니터링 내지 필터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1인 사업자나 대기업이나 마찬가지인데, 단지 정보매개자라는 이유로 이러한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된다면 관련 산업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진입장벽을 만들게 됩니다.

그래서 국제적인 흐름은 이러한 일반적 감시의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시민단체가 성안한 정보매개자책임에 관한 마닐라 원칙에서도 “정보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할 의무를 부과해서도 안 된다”고 하고 있고, EU의 전자상거래지침, 저작권에만 적용되긴 하지만 미국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여 일반적 감시의무를 부과하는 법들이 많습니다.

마닐라 원칙

마닐라 원칙

  1. 정보매개자는 제3자의 정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2. 사법당국의 명령 없이 정보 제한을 의무화해서는 안 된다.
  3. 정보 제한 요청은 명확하고, 모호하지 않으며, 적법절차를 따라야 한다.
  4. 정보 제한 관련 법, 명령 및 관행은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5. 정보 제한 관련 법, 정책 및 관행은 적법절차를 존중해야 한다.
  6. 정보 제한 법, 정책 및 관행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립해야 한다.

특히나 아청법 제17조는 정보매개자 책임과 관련하여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동음란물 규제는 필요하지만, 제작자나 유포자가 아닌 단순한 정보매개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보매개자도 기여 정도에 따라 제작자나 유포자, 또는 방조자로 처벌하면 되는데, 사전적인 필터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하여 처벌을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정보매개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정보매개자를 범죄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범죄자와 동일시하여 과도한 형사책임을 지우는 것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오픈넷은 해당 규정이 최대한 빨리 폐기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니면 사업자가 발견한 경우에는 신고 의무를 지우는 정도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사업자를 아동음란물 단속의 파트너로 보고 자율규제를 장려하고 선진국의 사례처럼 사업자-관계당국-시민사회의 원만한 협조체계를 구축해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5.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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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논란 이후 통신자료 공동대응 캠페인에 지금까지 6백여 명의 시민·노동자들이 참여하였습니다. 3월 29일, 공동대응 단체들은 긴급좌담회를 개최하고 1차 집계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국회의원, 변호사, 언론인, 노동자, 활동가, 평범한 직장인까지 광범위한 피해가 드러났습니다. 우리 단체들은 통신자료에 대한 첫번째 법적 대응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로 결정하고, 청구인을 공개모집합니다.

 

 

통신자료 무단수집 헌법소원 청구인 공개모집

 

- 4월 30일까지 온라인으로 청구인 모집, 5월 초 제기 예정

http://phone.jinbo.net

 

발표일자: 
2016/04/24
[안내문] 헌법소원 청구인 모집

나머지 보기

일, 2016/04/2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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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우리는 불완전한 지식에 터잡은 어떤 예언에 우리의 구원을 의존한다.’ 홈스 판사가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을 설파한 소수의견에 나오는 문장이다.

진실은 누군가에 의해 배타적으로 점지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발언으로부터 현출된다(emergence). 명제가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사실과 다르고 불명확한 ‘공익’을 해한다는 이유로 형사 또는 민사적으로 벌하는 제도, 즉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한 국제인권과 헌법의 평가는 명백하다. 불완전한 의혹 제기들이 가능해야 진실이 현출될 수 있는데 어떤 명제가 당장 근거가 부실하다고 하여 처벌하게 되면 진실은 영원히 현출되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표현에 대한 제한은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명예훼손, 사기 등을 제재하는 이유는 특정인에 대해 특정할 수 있는 피해를 발생시킬 위험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허위명제들을 처벌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독재보위를 위해 이용되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긴급조치 1호와 9호의 유언비어유포죄이다. 국민들이 사람을 욕하지 않고 유신헌법을 욕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급조된 법제이다. 가깝게는 미네르바의 이명박 정부 환율정책 비판을 처벌하려는 시도에 동원되었던 전기통신기본법 47조도 있다. 또 MBC 의 광우병 보도를 관련 정책 담당자의 명예훼손으로 환원하여 기소하려고 했던 시도 역시 허위사실유포죄와 다를 것이 없다. 위 시도들 모두 우리나라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결정되거나 파기되었다.

그런데 2021년 민주당이 이와 비슷한 법을 다시 만들려고 하고 있다.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를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저지르면 그 피해에 대해 법원이 5배수 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순히 허위보도가 피해를 초래한다고 해서 모두 민사책임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 때문에 표현에 대한 민사적 제재도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등 유형화되고 특정화된 인격권 침해나 재산상 피해가 있을 경우에만 인정되어왔다. 이번 개정안은, 형사처벌은 아니지만 5배수 손배에 의한 위축효과 역시 강력하여 민사법적으로 허위사실유포죄를 부활시킨 것과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정보를…매개하는 행위”에 대해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까지 부과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들이 언론사별로 제휴·제공 여부를 결정할 뿐이지 기사별로 제공 여부를 결정하지 않기 때문에 개별 기사의 내용은 물론 그 불법성에 대해 알 수가 없다는 면에서 자기책임원칙에도 위반된다. 결국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조금이라도 논란이 될 만한 기사들을 자진해서 삭제 차단할 것이며 언론의 자유는 사적검열에 처하게 된다.

더욱 가관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추정하는 조항이다. 즉 징벌적 손배가 부당함을 입증하지 못하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5배수 손배를 감당하라는 것인데,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하여 보도한 경우’를 보자. 인터뷰 기회를 얻기 위해 무단횡단이나 과속을 하는 경우, 잠입취재를 위해 신분을 숨기는 경우가 모두 포함될 텐데 탐사보도가 위축될 것이다. 삼성X파일, 계룡대 내 ‘룸살롱’, 유아원 급식위생 모두 ‘위법적 취재’로 거악을 드러낸 보도인데 기사가 부정확하면 5배수 손배를 감수해야 한다. 인터넷기사에 정정보도청구 표시가 되지 않는 경우 ‘왜곡된 기사제목’, ‘왜곡된 시각자료’,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충분한 검증없이’ 인용하는 경우도 징벌적 손배의 부과를 추정하고 있는데 모두 기존의 법이나 판례로 포섭되지 않았던 새로운 위법행위를 창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입증책임까지 언론에 전가하고 있다.

인권 면에서 이번 정부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 달랐던 것은 명예훼손 형사처벌이나 허위사실유포죄로 공적토론을 입막음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그 영예를 걷어차버린다. 언론은 우리의 거울이다. 언론은 우리가 읽고 싶어 하는 기사를 쓰며 결국 우리 스스로의 정치적·역사적 정체성만큼 다양한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게 된다. ‘개혁’의 칼자루는 정부·여당이 쥐게 마련인데 ‘언론개혁’은 ‘국민개조’를 의미한다. 이런 식의 강압적인 ‘언론개혁’이라면 5공 때의 ‘정의사회 구현’과 무엇이 다른가.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했습니다. (2021.08.21.)

월, 2021/08/0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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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다크웹 아동포르노에 대한 미국 수사에서 한국 이용자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기사의 후속으로 한겨레에서 ‘한국은 아동음란물 처벌에 관대하다’면서 ‘70%가 기소유예이고 대부분 벌금형으로 끝난다’는 취지의 기사가 떴는데, 맥락을 알고 읽어야 할 기사이다.

다크웹 아동포르노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기소는 실존 아동의 성행위 장면을 촬영한 것들 즉, 아동 성학대 촬영물이니 강력처벌하는 것이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4057.html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도에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성행위 묘사도 실제 아동의 성행위를 촬영한 것과 똑같이 아동성범죄로 처벌하는 식으로 법이 바뀌었다(법률에 이렇게 명시한 것은 한국 ‘아청법’이 세계유일하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에 입건되는 아동음란물 대부분의 사건들이 만화나 애니메이션들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아동포르노죄는 실제 아동에게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주기 때문에 형량도 높고(제작 최저 5년, 배포 최고 7년까지) 아동성범죄자에게는 10년 채용제한, 20년 주소지보고 등등 엄벌에 처한다. 그러나 아청법 개정 후 엄밀히 말해 피해자가 없는 만화/애니메이션 같은 가상의 표현물까지 아청법 적용 대상에 집어넣으니 검경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2012년 아청법 개정 후 아동성범죄사범 입건 수는 100명에서 2,200명으로 늘어났다. 경찰은 아동성범죄가 승진점수를 딸 수 있는 5대 범죄에 들어가니 만화/애니메이션 파일 다운로더들을 마구 잡아들였다. 이 중에는 여성도 많았고, 아청법이 보호하는 대상인 아동·청소년들도 많았다. 오죽하면 당시 토론회에서 ‘경찰은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진짜 아동성범죄자들을 잡으라. 아청법 때문에 아동들이 망가진다’는 얘기가 나왔을까.

결국 검찰은 만화/애니메이션 파일 다운로더들을 기소유예나 벌금형으로 기소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한겨레 기사와 같이 “한국은 아동음란물 처벌에 관대해서 70% 기소유예, 대부분 벌금형”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 기사의 미덕은 한국에서 실존 아동촬영물에 대한 처벌을 더 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데 있다.) 2013년부터 오픈넷이 가상 표현물에 대한 아청법 적용 반대 운동을 하고, 판사들이 위헌제청을 해서 만화/애니를 아동성범죄로 잡는 건수는 5분의 1로 줄어들었다. “70% 기소유예, 대부분 벌금형”에만 집중하다가 경찰이 만화/애니메니션을 다시 마구 잡아들이기 시작하거나 검찰이 기소유예나 벌금형으로 기소하지 않고 더 엄벌하기 시작할까봐 겁난다.

  • 추가설명: 다크웹에 들어가보지도 않고 실존 아동촬영물인지 어떻게 아냐고? 미국도 우리나라 아청법처럼 법을 바꾼 적이 있었는데 시행되자마자 위헌판정이 났다(Ashcroft 판결). 그래서 오픈넷이 주장했던 것처럼 미국 의회는 만화, 애니메이션 같은 표현물은 별도 처벌을 하려고 조항을 따로 만들었다(18 USC §§ 1466A). 아래 기소장을 보면 조항들이 모두 2천번대인데 이것은 전부 다 실존 아동촬영물들이다.
수, 2019/10/23-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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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최근 ‘디지털교도소’가 논란이 되면서, 개인이 다른 사람의 잘못을 폭로하는 이른바 ‘사적 제재’가 법치국가에서 용인되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교도소만의 운영방식이나 표현 수위에 따른 특수한 문제에 대해서는 별개로 논의되어야 하며, 운영자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국가 아닌 사인(私人)이 다른 사람의 신상을 공개하며 그들의 잘못된 행위를 알리는 활동 자체를 비판하고 금기시하는 목소리는 위험하다.

사실 ‘사적 제재’란 없다. ‘제재’란 본래 국가가 제도로써 잘못을 저지른 이들에게 일정한 의무를 강제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며, 개인이 이를 할 수는 없다. 아마도 여기서 ‘제재’란 사회적 비난을 당하게 되는 것을 상징하는 용어일 것이다. 그런데 개인이 다른 사람의 잘못을 알려―물론 그것이 진실이라는 전제하에―그들이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나쁜 일인가? 언론사가 기업이나 정치인의 비리를 추적하고 보도하는 것이나 미투 운동 등의 사회 고발 활동도 모두 이러한 사적 제재에 속한다. 타인의 잘못된 행위를 알리는 표현 활동은 행위자가 이로 인한 사회적 비난이 두려워 자신의 행위를 시정하도록 하여 피해를 구제하거나 제3의 피해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행위 역시 사회적 감시와 공개적인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어 사회구성원들이 공론장에서 좋은 사회적 평가를 유지하기 위해 각자의 행동을 반성하고 교정하도록 만든다. 민주주의 사회는 이렇듯 사회구성원들이 각자에 대한 평가를 교환하는 공론의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 언론사가 어느 총수 일가 등의 갑질 행태를 보도함으로써 부유층의 갑질에 고삐가 죄어질 수 있고, 미투 운동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크고 작은 성폭력, 성차별적 문화가 개선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만 논하면 되지, 신상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상공개는 곧 행위자를 특정하기 위함인데, 행위자를 특정하지 않으면 위와 같은 효용은 달성할 수 없다. 즉,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다른 주변인들에 희석되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면하고 자신의 행동을 교정할 동기도 없어지는 반면, 유사한 직종·특징을 가진 선량한 주변인들만 억울하게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대중의 정당한 알 권리도 침해된다. 개인의 부조리는 사법 시스템을 통해서만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법적’ 처단을 받는 것과 ‘사회적’ 평가를 받는 것은 별개의 책임 영역이다. 성희롱 등 모든 부조리한 행위가 법적 처단의 대상도 아닐뿐더러, 법이 있더라도 적정한 처단이나 보호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복잡한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여력이 없는 서민 피해자들도 많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는 법망을 피해 가던 양육비 미지급 건들을 다수 해결하고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크게 공론화했다. 또한 국가가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를 하는 이유와 같이, 이미 과거의 잘못에 대해 법적 제재를 받았다고 해도 재발 위험은 있고, 사회구성원들이 이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알 권리가 우선되어야 하는 영역도 있다. 임금체불을 했던 업주,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던 식당 업주, 의료사고를 냈던 의사들의 명단을 알리는 사이트가 있다면, 이같이 노동자,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알리는 공간들이 차단되어야 할까?

물론 개인이 하는 활동은 오류 가능성이 크므로 이 위험성을 지적하거나 정보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할 필요는 있으며, 행위자도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마치 국가기관만이 개인의 비위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공개해야 하고, 사인은 이를 공표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목소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시각은 미투 운동을 비롯한 사회 고발, 언론사의 보도 등 사회를 움직이는 모든 ‘사적 제재’들을 위축시킬 것이다.

나쁜 짓을 해도 개인적 망신을 당할 염려는 없는 세상, ‘사적 제재’가 없는 세상이 과연 살기 좋은 세상일까. 나쁜 사람들만 더 살기 좋아진 세상은 아닐까.

이 글은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10.26.)

화, 2020/10/2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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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의 위헌성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2019.11.

1. 들어가며

최근 한 연예인의 사망의 원인으로 대중들의 지나친 ‘악플’이 지목되면서, 악플 근절을 위해 인터넷 표현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논의되는 제도가 인터넷 실명제이다. 인터넷상 표현물과 관련한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 논의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소수 세력의 기사 댓글창을 통한 여론 조작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실명제 도입이 논의되었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2012년도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이하에서는 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중심으로 그 위헌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도입이 쉽게 논의되어서는 안 되는 제도임을 논하기로 한다.

2. 인터넷 실명제의 의의

인터넷상 실명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으나, 크게 인터넷 서비스 이용시 이용자가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인터넷 이용자가 자신의 신원정보와 연계한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특정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강제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던 ‘본인확인제’는 인터넷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에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마련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었다.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을 통해 표현 행위를 하고자 할 때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필연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게 된다. 물론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이용자들과의 합의에 기초하여 실명제를 자율적으로 채택하여 운영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영역이다. 그러나 법으로 실명제를 규정하면 대상 서비스 내에서는 선택의 여지 없이 익명 표현의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이용자와 사업자는 개인정보를 제공할 의무, 확인할 의무를 강제적으로 부담하게 된다.

3.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 개관

인터넷 게시판에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하여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본인확인제를 규정했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 제1항 제2호(이하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인터넷게시판을 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함을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2012. 8. 23. 결정, 2010헌마47). 결정요지에서는, “이 사건 법령조항들이 표방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 등 입법목적은,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당해 정보의 삭제ㆍ임시조치, 손해배상, 형사처벌 등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약하지 않는 다른 수단에 의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에도,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본인확인제의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하여 법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기본권 제한을 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또한 이 사건 법령조항들은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해외 사이트로의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차별 내지 자의적 법집행의 시비로 인한 집행 곤란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고, 나아가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모욕, 비방의 정보의 게시가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할 정도로 의미 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는 반면에,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제한하여 의사표현 자체를 위축시킴으로써 자유로운 여론의 형성을 방해하고,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정보통신망상의 새로운 의사소통수단과 경쟁하여야 하는 게시판 운영자에게 업무상 불리한 제한을 가하며,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었는바, 이러한 인터넷게시판 이용자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불이익은 본인확인제가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결코 더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인터넷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 중 당해 홈페이지의 게시판 등에 정당ㆍ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의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 실명확인조치를 의무화한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등(이하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조항)에 대하여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2015. 7. 30. 결정, 2012헌마734). 결정요지는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언론사 게시판 등을 통한 흑색선전이나 허위사실이 유포될 경우 언론사의 공신력과 지명도에 기초하여 광범위하고 신속한 정보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실명확인조항은 이러한 인터넷언론사를 통한 정보의 특성과 우리나라 선거문화의 현실 등을 고려하여 입법된 것으로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것이다. 실명확인조항은 실명확인이 필요한 기간을 ‘선거운동기간 중’으로 한정하고, 그 대상을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의 게시판ㆍ대화방’ 등에 ‘정당ㆍ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의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게시판 이용자의 정치적 익명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적 표현에 있어 더욱 중요한 익명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헌법소원이 다시 제기되어 진행 중이다(2018헌마456).

4.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헌법적 평가

. 인터넷 실명제의 입법목적

인터넷 실명제의 입법목적은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이다. 실명제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인터넷상의 언어폭력, 불법정보의 유통은 근본적으로 인터넷이 ‘익명의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인터넷의 익명성때문에 이용자들이 책임의식을 갖지 않게 되고 자기 검열을 해태하여 인터넷 공간이 불건전해진다는 것이다. 실명제는 이용자가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 향후 신원확인을 통하여 형사처벌 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어, 표현 내용에 신중을 기하고 불법정보 등의 게시를 자제하도록 하고 책임있는 글쓰기를 유도할 수 있으며, 이로써 불법·유해 표현물의 유통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실제 불법정보가 게시된 경우 가해자를 쉽게 특정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함으로써 수사의 편의를 제공한다는 것도 목적 중 하나이다.

. 침해의 최소성 위반

그런데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이라는 입법목적은 실명제와 같이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사전에 제약하지 않는 다른 수단에 의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우선, 불법정보의 게시자는 현재의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등의 기술을 통하여서도 특정하고 수사할 수 있으며, 게시자에 대한 사후적인 형사처벌, 손해배상 등의 제재수단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이미 과도하다고 할만큼 엄정한 명예훼손죄, 모욕죄 법제를 가지고 있으며, 고소·고발 및 처벌 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여러 제재수단의 집행만으로 실명제가 목적하는 일반예방 효과는 달성될 수 있다. 또한 불법정보의 유통 및 확산은 현행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 제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취급의 거부ㆍ정지 또는 제한명령,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시정요구 제도 등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러한 인터넷상 불법정보의 유통의 폐해를 방지하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규제 조항들이 있음에도,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와 같이 취급하여, 인터넷에 글을 쓰고자 하는 모든 이용자들이 사전에 신원정보를 제공하고 확인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은 수사 편의에 치우쳐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 법익 균형성 위반

1) 익명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

실명제는 인터넷 이용자가 본인 확인을 위하여 자신의 신원정보를 직·간접적으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밝히지 않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표현의 자유 중 표현주체가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

표현의 자유는 국민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의사형성 및 진리발견의 수단이 되며, 국가와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와 사회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다. 특히 익명이나 가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은, 외부의 명시적ㆍ묵시적 압력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사회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ㆍ사회적 약자의 의사 역시 국가의 정책결정에 반영될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국가권력이나 막강한 정치·경제적 거대 권력에 저항하고 이를 비판하고자 하는 사람, 내부 고발이나 공익 제보를 하고자 하는 사람,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각종 보복이나 불이익의 위험을 벗어나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익명’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익명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제한하여 일반적인 의사표현 자체를 위축시키고 자유로운 여론의 형성을 방해한다는 폐해도 있다. 즉, 실명제는 정보 등을 게시하고자 하는 자가 본인의 신원정보, IP 주소 등의 제공·확보에 따른 규제나 처벌 혹은 각종 사회적 불이익을 염려하거나 절차적 번거로움으로 인하여 표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국민의 전반적인 표현행위를 억제·위축시킨다. 실제로, 실명제 실시 이후 게시판에 글을 올린 참여자 수가 약 1/3로 대폭 감소하여 이용자 간의 대화나 소통량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1]

실명제는 이렇듯 인터넷을 악용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다수 시민의 정당한 의사표현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위축시킨다.

2) 실명제 시행으로 달성되는 공익은? – 실명제의 실효성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발현과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기본권으로,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명제가 목적하는 효과는 이용자 개개인이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신원이 추적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책임있는 의견을 개진하리라는 막연한 ‘가능성’에 기대고 있다. 실명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모욕, 비방의 정보의 게시가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할 정도로 의미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없다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사실상 우리나라의 주요 포털은 회원 가입시 간접적인 본인확인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로그인을 하여야만 글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이미 자율적으로 준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며, SNS는 보통 이용자들이 인적 정보를 상당히 노출하고 활동한다. 그럼에도 악플 등의 문제는 공간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즉,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악플의 폐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실명제를 시행함으로써 악플이 근절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인터넷 실명제는 달성될 수 있는 공익은 분명하지 않은 반면, 표현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제도로 법익 균형성을 위반한다.

5. 국제 동향

인터넷상의 불법ㆍ유해정보의 규제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들을 보더라도,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인터넷상의 유해 정보에 대한 규제를 원칙적으로 업계의 자율에 맡기고 있고, 독일 등 유럽의 많은 국가들 역시 민간 주도의 자율규제를 기초로 하여 인터넷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제한이나 면책요건을 정하는 방식으로 관계 법령을 수립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도 불법ㆍ유해정보가 게시되는 때에 민관이 협조하여 사후적으로 대처하도록 규율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 중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의 경우, 1960년에 연방대법원은 Talley v. California 사건에서 전단배포자의 신원확인을 강제하는 것은 익명표현의 자유 (right to anonymous speech)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고, 1995년에 Mclntyre v. Ohio Elections Comm’n 사건에서 선거 유인물을 발행하는 사람이나 선거본부의 이름과 주소가 명기되지 않은 경우에 그 유인물의 배포를 금지시킨 오하이오주 법률을 내용규제에 해당하여 수정헌법의 핵심을 이루는 정치적 언론에 대한 제한이라고 하여 위헌선언한 바 있다.[2]

‘프랭크 라 뤼 (FrankLa Rue)’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한국보고서에서 공직선거법상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조항에 대해서도 개정을 권고했다.[3] 실명제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표현의 자유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견해를 밝힘으로써 받게 되는 형사상 제재 위협으로 인하여 의견 표명을 꺼리는 경향을 보일 것임을 우려하고 있다. 실명제는 사전검열이자, 익명성에 바탕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인터넷 실명제는 국제법상 인권기준에도 명백히 어긋나는 제도다.

6. 나가며

2017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오주현, 2018)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인터넷 뉴스/토론 게시판에 댓글을 달거나 글을 작성 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는 응답자는 8% 정도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7 언론 수용자 의식 조사〉에서도 “지난 1년간 인터넷 뉴스에 직접 댓글을 쓴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11%에 불과했다. 10% 정도의 댓글창 이용자 중 심각한 수준의 악플을 게시하는 이용자는 이보다 더 적을 것이다. 소수의 악플러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당신이 범죄자일 수 있으니 당신의 신원을 먼저 확보해야겠다’거나, ‘당신이 당당하다면 신원을 공개하고 행동하라’는 식의 주문을 하는 것은 폭력이다. 최근 홍콩 시민들이 시위에서의 폭력행위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제정된 ‘복면금지법’에 대해 반발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라.

오프라인 세상에서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듯, 악플이나 불법정보 역시 온라인 세상에서 공기처럼 상존한다. 이들의 폐해를 줄이는 것은 마땅히 지향해야 할 목적이지만, 이것만이 절대시되어 모든 ‘수단’들이 정당화될 수는 없으며, 그것이 적정하고 비례한 수준인지가 항상 냉정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인터넷상의 문제가 발생할때마다 ‘실명제’처럼 대다수 선량한 일반 국민의 자유를 경시하고 전반적인 기본권 보호 수준을 저하시키는 극단적인 수단을 함부로 논하는 세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1] 우지숙, 나현수, 최정민,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의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 행정논총 제48권1호.

[2] 홍진수, ‘인터넷 실명제 법제정을 위한 공청회 자료집’, p.21, (2006. 8)

[3] Frank La Rue (2011),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Mission to the Republic of Korea”(A/HRC/17/27/Add.2), UN Human Rights Council, 21 March 2011

이 글은 한국법제연구원의 ‘법연 Winter 2019 Vol. 65, 정책을 보는 눈 – 인터넷 실명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토, 2020/02/0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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