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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도 금지했는데…‘사람 장사’ 계속되는 중간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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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도 금지했는데…‘사람 장사’ 계속되는 중간착취

익명 (미확인) | 수, 2015/12/02- 17:09

2011년 겨울 서울역 구 역사를 개조해 만든 문화공간에선 1세대 사진작가 임응식 (1912~2001)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50년 작품을 한데 모은 ‘임응식’전이 열렸다. 전시회 표제사진은 그가 1953년에 찍은 <구직>이었다. <구직>은 사진을 예술로 끌어올린 ‘생활주의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구직이란 팻말을 매고 거리에 나선 남루한 실직청년. 모자를 푹 눌러 쓰고 고개 숙인 청년의 앙다문 입에선 자신의 처지에 대한 절망감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 뒤에 양복 입고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신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1953년 당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자리는 여전히 생사가 달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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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도 근로기준법은 임응식이 실업청년을 찍었던 1953년에 제정됐다. 현행 근로기준법 9조는 ‘중간착취의 배제’라는 제목으로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업을 미끼로 한 ‘중간착취’를 금지한 것이다. 이 조문은 1953년 법 제정 때부터 들어 있었다.

박정희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1961년 경제제일주의를 내세우며 ‘직업안정법’을 제정했다. 당시 제정된 직업안정법 9조(유료 직업소개사업의 금지)도 “누구든지 유료의 직업소개사업을 행하지 못한다”고 명시해 중간착취를 더 엄히 금지했다.

근로기준법과 직업안정법에 중간착취를 금지한 이유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1950년대까지 일자리를 미끼로 돈을 챙기는 ‘중간착취’가 널리 퍼져서다. 이승만 정부도, 박정희 정부도 경제부흥을 위해선 이런 중간착취부터 막아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엄격히 금지됐던 중간착취는 1998년 2월 20일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허물어졌다. 파견법은 근로기준법의 중간착취 금지 취지에 맞게 간접고용을 규제해야 할 정부가 거꾸로 중간착취를 합법화한 것이다. 파견법 제정으로 1명의 노동자에게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라는 이름의 2명의 사장이 등장했다. 파견법으로 물꼬를 턴 간접고용은 이제 우리 사회의 일반적 고용형태로 자리 잡았다. 연세대학교에 출근해 청소하지만 용역회사 소속인 청소노동자, 대우조선에서 배를 만들지만 하청회사 소속인 조선노동자, 래미안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지만 다단계 하청회사 소속인 건설일용직, 현대아산병원에서 환자를 돌보지만 소개업체 소속인 간병인 등 오늘날 노동자 대부분이 간접고용으로 일자리를 구한다. 간접고용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

‘사라진 사장’…아무도 모르는 ‘간접고용’

그런데도 이들 간접고용 노동자는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노동시장을 연구하는 학자들마다 추정치가 서로 다르다. 적게는 40만 명, 많게는 400만 명까지 다양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정규직 중에서도 기간제, 특수고용직, 파견직, 일용직 등의 숫자는 통계청이 해마다 3월과 8월 두 차례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근거로 한다.

올 8월 현재 근로형태별 노동자 구성은 아래 표와 같다. 임금 노동자 1,931만여 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627만여 명(32.5%)이다. 이들 비정규직 가운데 간접고용 노동자는 통계청 조사로는 파견직 21만 명(1.1%)과 용역직 65만여 명(3.4%)에 불과하다. 결국 정부 통계상 정규직 안에는 간접고용으로 차별받는 상당수의 비정규직이 숨어 있다고 봐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2014년 고용형태 공시 결과’만 봐도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확 늘어난다. 5천 명 이상 고용한 대기업이 자체 집계한 걸 발표했는데 2,942개 기업에 소속된 노동자 436만 4천 명 가운데 간접고용 노동자(정부 용어론 ‘소속 외 근로자’)는 87만 8천 명으로 20.1%에 달했다. 대기업만 대상으로 한 수치인데도 통계청 조사 65만여 명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사용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대우조선해양으로 무려 69.9%였다. 막대한 국민 세금을 투입해 사실상 공기업인 대우조선이 70% 가량을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으로 채워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는 기업은 현대중공업이었다. 현대중공업에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4만 767명이 존재했다.

5천 명 이상 고용한 대기업 가운데 정규직 비율이 97.6%로 가장 높은 회사는 미8군(USFK)이었다. 1만 2,210명이 일하는 이 미국계 회사엔 절대 다수인 1만 1,914명이 정규직이었고, 기간제 계약직만 296명이 있었다. 단순 비교하긴 힘들지만 한국 기업에서 간접고용이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출처: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출처: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간접고용은 모든 산업으로 확대됐다. 서비스업종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 공시’에 따르면 이마트는 2013년에 모두 3만 6,561명을 고용한 가운데 정규직은 2만 5,656명, 계약직은 2,302명, 간접고용(소속 외 근로자)은 8,603명이라고 밝혔다.

▲ 이마트공동대책위원회가 11월 23일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마트공동대책위원회가 11월 23일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이마트의 정규직은 공통직(약 8천명)과 전문직(약 1만9천명)으로 나뉜다. 공통직만 순수한 정규직이고, 전문직은 공공부문의 무기계약직과 흡사하다. 전문직(무기계약직)은 고용이 정규직처럼 보장되지만 임금은 정규직보다 훨씬 적다. 이마트 노조 전수찬 위원장은 “전문직의 월급은 110만 원 가량에 불과해 임금으로 보면 사실상 비정규직”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노조와 ‘이마트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서울고용노동청 등 전국 4곳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직 중심으로 노조 가입이 늘어나자 최근 회사가 노조를 음해하고 노조 탈퇴를 유도해 한 달여 사이에 60여 명이 노조를 탈퇴했다”며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등 전국 11개 점포 36명의 관리자급 직원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 고발했다.

10년을 롯데백화점에 출근했지만 그녀는 ‘날품팔이’

롯데백화점은 롯데쇼핑 창립 36주년(창립일 11월 15일)을 맞아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본점, 잠실점, 부산본점에서 ‘이태리&프랑스 페어’를 진행했다. 부산 서면에 있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도 10월 중순부터 창사 기념행사를 알리는 광고판과 POP(구매시점광고)가 매장 곳곳에 나붙었다.

10월 22일 창립 기념행사를 알리는 광고판이 매장 곳곳에 나붙은 부산 서면의 롯데백화점 9층. 점심시간이 막 지난 낮 1시 20분께 9층 의류행사장에서 일하던 박유정 씨(40)가 행사장 옆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동료 최모 씨가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유정 씨는 1시간만에 숨졌다. 사인은 심장마비.

▲ 롯데백화점에 간접고용돼 일하다 숨진 박유정 씨(40)

▲ 롯데백화점에 간접고용돼 일하다 숨진 박유정 씨(40)

유정 씨는 10년 넘게 롯데백화점에서 일했는데 원청 롯데 소속이 아니었다. 사건 초기 롯데백화점도 우리 직원이 아니라고 하고, 유정 씨를 고용한 입점업체도 나타나지 않아 ‘유령직원’이 됐다. 그러나 장례를 치르면서 롯데의 한 입점업체 소속으로 3일째 근무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오빠 박창언 씨(43)가 수소문해 부산고용노동청에서 받은 고용보험 가입 내역엔 유정 씨가 3년 동안 56개 롯데백화점 입점업체에 길게는 23일, 짧게는 하루씩 근무한 것으로 나와 있다. 유정 씨는 지리산 자락 함양군 서상면에서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부산으로 와서 1994년부터 의류판매 일을 해왔다. 오빠는 “동생이 98년쯤부터 롯데백화점에서 일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부산에서 살았다”고 했다. 오빠 창언 씨는 “동생이 일하는 곳에서 숨졌기에 백화점과 입점업체를 통해 동생의 근무기록을 확인해 산업재해 신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박종석 안전관리담당 매니저는 “지난 주 유족들을 만나 이 문제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 고 박유정 씨의 3년치 근무내역. 박 씨는 10년 동안 한결같이 롯데백화점에서 옷을 팔았지만 소속은 여러 입점업체를 오갔다.

▲ 고 박유정 씨의 3년치 근무내역. 박 씨는 10년 동안 한결같이 롯데백화점에서 옷을 팔았지만 소속은 여러 입점업체를 오갔다.

3개월씩 계약하는 조선소 ‘물량팀’

경남 마산에 사는 고모 씨(55)는 매일 아침 6시 거제 대우조선으로 향하는 통근버스를 탄다. 고 씨는 대우조선에서 9년째 ‘배관’ 일만 해온 사내하청(협력업체) 소속 ‘물량팀’ 팀원이다.

조선소 물량팀은 파워 그라인더 같은 고숙련 업무에 초단기로 고용돼 일한다. 최근엔 물량팀이 배 만드는 전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해양플랜트쪽은 물량팀 의존도가 훨씬 높다.

원청인 대우조선이 1차 사내 하청회사에 작업물량을 주면, 고 씨의 물량팀은 1차 하청회사로부터 물량을 재도급 받는 2차 하청회사다. 1차 사내 하청회사엔 상용직(정규직)과 기간제 직원을 합쳐 300명쯤 일한다. 기간제는 다시 1년 이상 계약직과 3~11개월짜리 단기계약직으로 나뉜다. 이들 단기 계약직은 다시 일반 계약직과 좀 더 숙련도가 높아 단가가 센 직시급제로 나뉜다. 고 씨가 바로 물량팀 소속 직시급제 노동자다.

직시급제 노동자는 임금과 상여금, 연차휴가, 퇴직금을 모두 합친 시급을 받는다. 일당제 시급보단 좀 높다. 고 씨의 시급은 1만 6천 원이다. 여기서 팀장이 3~5%쯤 떼 간다. 직시급에 모든 게 포함돼 있으니, 4대보험을 요구해도 시급을 깎아 가입시킨다.

20년쯤 가구점을 하다가 실패한 고 씨는 40대 후반 뒤늦게 조선소에 들어와 3개월 단위로 계약을 반복했다. 아이들 학자금 때문에 단가가 높은 물량팀에 배치됐다. 한 물량팀장 밑에서 5년을 일하다 팀이 해체되자 지금의 팀장 밑에서 만 3년 넘게 일하고 있다. 고 씨는 “원청(대우조선)과 1차 하청이 어렵고 힘들어 꺼리는 일을 물량팀에 던져 버려, 우리는 제일 마지막 밑바닥에서 어쩔 수 없이 일을 쳐내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1차 하청회사엔 한 반에 20여 명씩 15반까지 일한다. 1~11반까진 1차 하청회사의 상용직으로 4대보험도 된다. 고 씨가 속한 14반을 포함해 12~15반이 물량팀이다. 형식상 1차 하청사 소속 같지만, 팀장이 사실상 소사장이다. 1차 하청사 사장의 친구가 지금의 14반 물량팀장이다. 고 씨의 팀장은 그래도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정식으로 도급계약을 맺고 일한다. 옆반 15반은 그런 것도 없다가 올 들어 팀원 중에 한명이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표] 국내 대형 9개 조선소 직능별 고용변화

연도 기능직(정규직) 기능직(하청)
1990 34,701 7,360
2013 35,712 105,041

▲ 출처 : 한국조선협회

▲ 출처 : 한국조선협회

고 씨는 통근버스로 오전 7시20분쯤 대우조선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체조 뒤 인원점검을 받는다. 계약서엔 8시부터 작업 시작이지만 보통 7시45분엔 작업에 들어간다. 오전 10시에 10분 쉬고, 점심시간 1시간 쉬고, 오후 3시에 다시 10분 쉰다. 계약서엔 저녁 6시까지 작업하지만 1주일에 3번, 2시간 정도 잔업을 한다. 토요일 출근은 기본이고, 바쁠 땐 일요일에도 일한다.

원청 대우조선의 직장이 아침에 나와 한바퀴 돌면서 “오늘 용접 다 끝내야 하는데 근태가 요즘 왜 이러냐”며 협박조로 말하고 다닌다. 이런 행위는 명백히 불법이다. 얘기하려면 하청 사장에게 해야지 원청이 하청회사 소속 노동자에게 작업을 지시하는 것 자체가 파견법 위반이다.

고 씨는 “물량팀은 ‘5분 대기조’다. 돈을 좀 더 받지만 조선소 1차 하청도 힘들고 위험하다고 걷어찬 일만 맡는다”고 했다.

고 씨의 한 달 노동시간은 270시간쯤 된다. 하루 평균 10시간씩, 한 달에 27일쯤 일한다. 많을 땐 300시간도 넘는다. 현재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월 소정근로시간인 209시간보다 50%나 더 많다. 이런 장시간 고무줄 노동은 우리 조선산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때문이다. 물량팀은 다른 팀과 섞여서 작업할 수 없다. 따라서 내일 다른 팀이 들어오기로 돼 있는 작업공간을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끝내야 한다.

물량팀은 주거 환경도 열악하다. 고 씨는 “하청회사가 기숙사를 주지만 잠만 자는 돼지우리”라고 했다. “한방에 4~5명씩 자니 땀 냄새나고 씻을 곳도 부족하다. 잔업 마치고 기숙사 오면 밤 10시가 넘어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나려면 대충 씻고 쓰러져 잔다”고 했다. 그래서 고 씨는 지난 봄부터 기숙사를 나와 마산 집에서 출퇴근한다.

고용노동부 통계로는 우리나라 전체 산업재해의 81%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난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노동자 100명당 재해자 수를 나타내는 재해율은 0.66으로 조선업 평균 재해율 0.69보다 낮았다.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8월 산재보험료를 101억여 원이나 감액 받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재해율까지 포함하면 현대중공업의 재해율은 0.95로 높아진다. 결국 대기업이 위험마저 하청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출처 : 고용노동부

▲출처 : 고용노동부

현대중공업 산재사망자는 2005년까진 원청 정규직 노동자가 많았지만 이후부턴 하청노동자가 훨씬 많아졌다. 이 통계는 산재 신청 이후 근로복지공단이 인정한 재해자만을 모은 거다. 하청회사의 비일비재한 산재사고 은폐는 모두 빠졌다. 고 씨는 “대부분 ‘공상’처리 한다. 요즘은 단속이 심해 다치거나 죽어도 구급차가 아니라 자재차량에 몰래 싣고 나간다”고 했다. 고 씨는 “지난해 여름에 다친 한 친구는 원청 안전관리과장까지 나와서 보고서를 썼는데 산재처리 못하고 공상처리해서 두 달쯤 임금의 70%쯤 주다가 이후 출근하라고 했어요. 그 친구가 아파서 출근 못하겠다고 하니 퇴사처리시켰죠”라며 현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산재은폐가 얼마나 심각한지 설명했다.

이승만도, 박정희도 경제를 위해 중간착취를 엄격하게 금지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의 딸 박근혜 대통령은 파견제도를 전 업종으로 확대해 간접고용을 더욱 확산하고, 비정규직을 늘리고,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동법 개악’을 강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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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추재엽 전 양천구청장의 인사비리와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중단한 배경에 국정원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국정원에는 추 전 구청장과 친분이 두터운 원세훈 씨가 원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13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지난 2010년과 2011년 추재엽 당시 양천구청장의 비리에 대한 경찰 수사가 2차례에 걸쳐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중단됐는데 이 과정에서 당시 서울경찰청 담당 국정원 연락관 안태동 씨가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 추재엽 전 양천구청장

▲ 추재엽 전 양천구청장

추재엽 양천구청장 인사비리 수사 2차례나 중단

지난 2010년 10월 서울청 광역수사대는 추재엽 양천구청장이 직원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인사기록을 조작해 승진시켜줬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며칠 뒤 광역수사대장과 지능범죄 수사계장으로부터 수사 중단 지시를 받았다. 정식 고발사건이 아니어서 수사의 공정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2011년 2월 서울청 외사과 국제범죄수사대에서도 추재엽 구청장의 비리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해외골프 로비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에 외사과장의 결재에 따라 수사가 진행됐다. 두달에 걸친 수사 끝에 제보자들의 진술에 부합하는 인사기록카드와, 추재엽 구청장의 지시에 따라 허위공문서가 작성됐다는 인사담당자들의 진술도 확보했다. 또 금융정보분석을 통해 추 씨 장모의 계좌에서 특정인과의 수차례에 걸친 현금 거래 등 수상한 돈거래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2011년 5월 외사과장은 관할문제를 들어 이 사건을 양천경찰서로 이첩하라고 지시했고 이 사건을 이첩받은 양천서는 결국 2011년 8월 추 구청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추 구청장은 같은해 10월 보궐 구청장 선거에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해 3선에 성공했다. 반면 외사과에서 수사를 맡았던 김주복 경위와 장 모 경감은 수사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로 감찰 조사를 받았고 감찰이 무혐의로 종결이 된 이후에도 지구대로 발령받는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검찰은 다음해인 2012년 2월 추 전 구청장의 비서실장 홍 모 씨를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의 수사 중단으로 덮어졌던 혐의가 검찰에 의해 일부 확인된 것이다.

진선미 의원은 13일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통상적으로 인지수사를 담당하는 광역수사대가 고발사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내사를 중단한 것과 상급기관인 서울청이 관할문제를 이유로 일선서로 사건을 내려보내는 것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조치였다”고 밝혔다.

김주복 경위는 국감에 참고인으로 나와 당시 수사 좌절에 대한 심경으로 “인지 부서 수사 경찰은 사건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라며 “굳이 비유하자면 어머니로부터 아이를 떼어냈을 때의 심정과 같았다”고 말했다.

또 진선미 의원이 “누군가에 의해 강압적으로 묻혀진 것이냐”고 묻자 김 경위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2010년 당시 서울청 광역수사대장이었던 이상정 현 제주경찰청장은 “당시 팀장, 계장과 협의를 통해 양천구청 감사실에서 파악한 문제이니 만큼 내부징계를 하거나 고발조치에 따라 수사가 이뤄질 사건이라고 판단했고 제보에 의해 수사를 진행할 경우 공정성에 논란이 있을 수 있어 그렇게 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뉴스타파는 2011년 당시 서울청 외사과장이었던 김원준 현 서울청 정보관리부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추 구청장과 친분 깊은 원세훈 휘하 국정원의 개입”

경찰은 왜 혐의를 입증할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일까?

진 의원은 경찰의 수사 무마 과정에 당시 서울청과 본청을 담당했던 국정원 연락관을 통한 국정원의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진 의원은 13일 경찰청 국감에서 “2012년 서울청의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당시 당시 압력을 가했던 세 사람의 관계가 추재엽 수사 중단 사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면서 국정원 연락관 안태동과 김병찬 당시 서울청 수사2계장, 김헌기 양천서장의 관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씨는 서울청 담당 국정원 연락관으로 지난 2012년 12월 11일 서울경찰청이 국정원 직원 김하영 씨의 노트북 하드디스크를 분석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할 당시 김병찬 서울청 수사2계장과 4일 동안 50여 차례에 걸쳐 통화해 외압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인물이다. 검찰은 안 씨가 국정원 간부의 전화를 받은뒤 김병찬 수사계장과 통화하고 다시 순차적으로 간부와 통화한 내역이 수십차례 나온 것으로 미뤄 안 씨가 국정원의 지시를 이행하고 결과를 보고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김헌기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장은 경찰청 차원의 대응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진 의원의 설명에 의하면 이보다 앞선 2011년 추재엽 구청장에 대한 수사 무마 외압 의혹에도 이들 3명이 똑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서울청 담당 국정원 연락관은 안태동씨였고 수사2계장은 김병찬, 그리고 추 구청장을 무혐의 처리한 서울 양천경찰서 서장은 김헌기였다.

추재엽 전 양천구청장은 보안사 수사관 출신으로 1991년 서울시의회 전문위원을 거쳐 국회 정책연구위원과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지내다 2002년부터 양천구청장에 당선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행정안전부 장관 시절인 2008년에 출간된 추 구청장의 자서전 <열정의 자치> 추천사에서 추 구청장과 자신이 20년 동안 알아온 사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원세훈 전 원장이 서울시 과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서울시의회 전문위원이었던 추 구청장과 인연을 맺어 그때부터 20년 간 친분을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국정원 사정을 잘아는 관계자는 원세훈 원장이 추 구청장을 끔찍이 챙겨준 사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추재엽 양천구청장의 자서전 <열정의 자치>에 실린 원세훈 당시 행안부 장관의 추천사(진선미 의원실 제공)

▲추재엽 양천구청장의 자서전 <열정의 자치>에 실린 원세훈 당시 행안부 장관의 추천사(진선미 의원실 제공)

진 의원은 “추 구청장의 양천구청장 재보궐 선거 출마를 위해, 절친한 사이였던 원세훈 씨가 국정원장으로 재직 당시 직원들을 동원해 수사가 무마되도록 서울청에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대한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정 제주청장(2010년 당시 광역수사대장)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의 외압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수사가 무마된 뒤 3선에 성공한 추재엽 양천구청장은 보안사 근무 시절 고문 전력이 드러나 2013년 4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와 무고, 위증죄로 구속돼 징역 1년 3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청장에서 물러났다.


취재:최기훈 강민수

토, 2017/10/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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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메르스 관련 병원명 전면 공개 당시 “환자들이 단순 경유한 병원은 감염 우려가 없다”는 최경환 부총리의 황당 발언이 청와대가 전달한 이른바 ‘BH 쪽지’를 그대로 읽은 것이었다는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는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부실 대응 책임을 면하기 위해 모르쇠 전략에 들어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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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기사 : ‘BH 지시’ 대국민 거짓말…“경유병원은 안전”

<뉴스타파>는 지난 6월 7일 정부 브리핑 당시 최 부총리에게 전달된 쪽지에 ‘BH 요청’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한 바 있다. 쪽지에 담겨 있던 “환자들이 단순히 경유한 18개 의료기관은 감염 우려가 없으니 마음 놓고 이용해도 된다”는 내용은 애초부터 병원명 공개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 비상식적 정보였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발표 직후 거짓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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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청와대 요청’ 쪽지 관련 뉴스타파 보도 내용에 대해 청와대 비서실 등을 상대로 한 사실 확인과 책임 추궁이 집중됐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정부가 감염 우려가 없다고 발표한 18개 경유병원에서 발표 바로 다음날부터 확진 환자가 속출했다”며 “이 메모는 메르스에 대한 청와대의 부실한 대응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도 “잘못된 정보를 유포해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을 확산시킨 당사자가 바로 청와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청와대가 (해당 내용을) 요청한 적도, (이 비서실장 자신이) 직접 지시한 바도 없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의 계속된 추궁에 이 비서실장은 “해당 쪽지의 내용은 6월 3일 병원명을 공개하라는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질문의 요지를 벗어난 동문서답식 답변을 반복하기도 했다.

청와대 내 메르스 관련 실무자인 최원영 고용복지수석비서관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해명을 자청한 최 수석은 해당 업무의 담당자인 자신이 모르는 요청은 있을 수가 없다며 “(뉴스타파 보도) 화면 속의 내용은 저희가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최 수석이 아니라 더 윗선에서 보낸 요청이 아니냐”는 진선미 의원에 질문에 대해서도 “그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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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당 쪽지가 문형표 복지부장관을 거쳐 최경환 부총리에게 전달되는 과정과 쪽지에 담긴 내용이 고스란히 방송 화면에 담겨있는 만큼 이같은 모르쇠식 해명은 막무가내로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해명대로라면 최 부총리는 공식석상에서 누구의 요청인지도 모르는 쪽지 속에 담긴 잘못된 정보를 국민을 상대로 읊어댄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청와대의 어이없는 해명에 대해 의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은 “BH에서 요청한 중요한 사항이 BH를 총괄하는 비서실장도 모르고 담당 수석도 모르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게 정상적이냐”고 지적했고, 같은 당 진선미 의원도 “그렇다면 누가 장난으로 (쪽지를) 보낸 것이란 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이병기 비서실장은 누가 쪽지를 전달한 것인지 파악해 다음 운영위원회에서 밝히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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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뉴스타파>는 보건복지부와 청와대에 해당 쪽지를 누가 어떤 경위로 전달한 것인지 공식 답변해줄 것을 수십 차례 요청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

금, 2015/07/0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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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롯데마트노동조합은 회사로부터 부당한 징계로 희생된 단 한명의 직원도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지켜낼 것입니다!!

4월 12일 울산진장점 농산파트에서 근무하는 이혜경 행복사원(민주롯데마트노조 진장점 지부장)이 징계해고 처분을 받았습니다.
징계사유는 이혜경 사원이 근무 중에 34건의 상품을 임의할인 했다는 것입니다.
회사가 말하는 34건은 임의할인이 아닙니다.
마트에서 안팔리는 할인물건을 구매한 것 뿐입니다. 지금도 회사는 팔리지 않는 상품을 직원할인 판매하고 있습니다.

롯데마트에서 일하는 직원 중에 할인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영업손실을 줄이기 위한 재고처분으로 할인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롯데마트 직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회사는 임의할인이라는 누명을 씌워 징계해고를 감행하였습니다.

할인텍 부착과 상품판매는 분명히 직원들의 업무입니다. 또한 퇴근 후에는 직원들도 엄연한 고객입니다. 롯데마트 뿐 아니라 모든 대형마트가 그러합니다. 민주노조는 사원의 할인상품 구매내역을 임의할인이라고 징계하는 회사의 행태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회사는 해명해야 합니다. 할인상품을 일반고객이 구매하는 것은 괜찮고, 할인업무를 하는 직원들은 구매하면 안된다는 것입니까?
이와 같은 회사의 명분과 처분이라면 롯데마트 전 직원이 징계해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17일 1차 징계위 때는 배임횡령이라는 어마무시한 혐의로 사원을 서울 본사까지 불러 조사해놓고, 한 달이 지나도록 결과 통보조차 없었습니다.
그러고는 3월 30일 2차 징계위를 열어 배임횡령은 온데간데 없고, 구매한 34건 할인상품을 임의할인이라며 징계해고를 결정하였습니다.
심지어 4월 12일 바로 당일, 하루종일 일을 하고 퇴근하는 이혜경 사원에게 해고장을 통지한 회사의 비인간적인 처우는 그야말로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롯데마트는 그동안 회사성장과 고객중심을 앞세워 1만4천여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을 강요해왔습니다. 오늘날 롯데마트가 마트업계 3위의 자리에 있는 것은 98년 창립 이래 십수년간 일개미처럼 살아온 직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밑거름 되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합니다.
많은 직원들이 지나친 감정노동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일한 만큼 대접받기는 커녕 법으로 보장된 연차조차 자유로이 쓰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민주롯데마트노조는 출범 직후부터 일찍출근‘늦게퇴근에 대한 연장수당을 잘라먹는 문제, 계산원들이 과부족금과 쓰레기봉투값을 충당하는 문제, 휴게실 환경 개선과 소모품’비품 지원하는 문제, 평균 10시간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정규직 칼퇴근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제기해왔습니다. 이러한 관행들은 일부 점포에서 개선되었지만 전국적으로는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뿐입니까? 롯데마트에서는 사람(직원)이 아니라 일이 우선하는 조직운영방식도 여전합니다.
산업안전교육, 소방안전교육, 성폭력예방교육, 개인정보관련 교육 등등 대기업에서 의무적으로 직원들에게 시행하게 되어있는 각종 교육들이 무시되거나 요식행위로 치러지고 있습니다.

민주롯데마트노동조합은 롯데마트 현장에서 자행되는 온갖 불법부당편법 행위들에 대해 더욱 강력하게 문제제기하고 싸워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을 유린하고 직원들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존중하지않는 비민주적인 조직문화도 바꿔낼 것입니다.
더불어 롯데마트 직원들의 임금과 근무조건 및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투쟁도 더욱 완강하게 전개할 것입니다.

롯데마트 1만 4천여 직원여러분!
민주롯데마트노조와 함께 손잡고, 노동자의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일터로 롯데마트를 만들어갑시다.
직원 여러분, 민주노조는 언제나 여러분의 곁에 있습니다. 단결! 투쟁! 승리!!

민주롯데마트노동조합 위원장 김영주

목, 2016/04/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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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이대로는 끝난 게 아니다

무너진 사업장 보건 관리 대책은 전무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확진자 186명, 사망자 36명(19.4%), 치료 중 환자 10명. 현재(8월 17일 기준) 메르스 현황이다. 메르스 사태로 전 국민이 불안에 떨던 시간이 너무도 오래전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지난달 29일 정부는 사실상 메르스 종식 선언을 했다. 국회 메르스 특위도 메르스 재발 방지와 감염병 예방을 위한 정부 이행 촉구 결의안을 의결하는 것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그러나 메르스 감염 확산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사업장 대책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제2, 제3의 메르스 대책은 없이 메르스는 그야말로 잊혀가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세월호 참사를 연상했다. 무능력한 국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은폐에 급급한 정부. 너무도 닮아 있는 두 참사에 좌절했다. 그러나 세월호가 여전히 바닷속에 있는 것처럼, 지금도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에 대한 대비책은 없다. 2009년 신종 플루 이후에도 변화된 것이 없었던 것처럼.

 

구멍 난 사업장 단위 감염 예방 대책

 

메르스 사태로 방역 대책이나 공공 의료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제기됐다. 그 중 주요하게 제기된 문제가 병원의 간접 고용 노동자 문제와 '무너져 작동되지 못한 사업장 보건 관리 체계'의 문제이다. 노동부가 지난달 14일 고용보험위원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격리 대상자 중에서 유급 휴가 사용이나 인사상 불이익 등의 문제로 노동부의 지도를 원한 노동자만 234명에 달한다. 보건복지부가 사업장 명단을 공개하지 않음으로 인해 노동부가 17개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확인한 희망자 숫자만 이 정도이니, 실질적으로 문제 발생 노동자와 사업장은 몇 배 수준이 될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자체적인 조사와 언론 취합을 통해 정리한 바, 메르스 환자는 병원 노동자를 비롯해 쌍용자동차, 삼성전자 등 제조업, 건설현장, 버스운송, 공무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그러나 사업장 차원의 예방 대책은 보건 당국과 기업의 자의적인 판단에만 맡겨져 있었다.

 

경기도 평택 지역의 주요 버스운송회사인 협진 여객에서는 관리직 노동자 1명이 확진 판정 이후 사망했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관리직만 격리시켰다. 식당 등 시설을 같이 사용했던 버스 기사 노동자들은 불안에 떨다가 민주노총 경기본부 기자 회견 이후에야 전 직원 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 보건 당국은 처음에는 환자를 자영업자로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에서는 확진 환자 1명이 발생했으나, 회사의 선제적 예방 조치는 7일 동안 없었다. 확진 판정 이후에 77명이 격리됐을 뿐이다.

 

안산 대흥정공 확진 환자는 계속 거주 지역과 나이만 발표되었으나, 이후 이 환자가 4개 사업장을 방문했던 것이 밝혀졌다. 고령 노동자가 많고 분진 발생이 많은 현장 특성상 호흡기 질환자가 많은 건설 현장의 경우에도 환자 발생 현장이 있었으나, 현장은 공개되지 않았고, 작업 중단 조치 이후 현장을 이동하는 건설 노동자에 대한 예방 조치는 별도로 없었다.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중동 지역 파견 건설 노동자는 1만2000여 명에 달하고, 오지에 있어 응급 처치가 어렵고, 집단 숙소 생활로 감염 위험도가 높다. 그러나 사업장 예방 대책 등 현지 상황은 파악되지도 않고, 해외 파견 노동자가 감염이 되면 산재 보험 적용도 되지 않는다.

 

사업장은 집단 노동을 하는 공간이다. 또한 공공 교통, 유통, 사무금융, 학교 급식,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업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이다. 다중 이용 시설 종사 노동자는 감염성 질환에 노출 빈도가 높기도 하고, 다중 이용 시설의 예방 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는 시민의 생명과 건강에도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한다. 그런 의미에서 감염성 질환에 대한 사업장 보건 관리 문제는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건강 모두를 위해 주목돼야 한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사업장 보건 관리 문제의 치명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첫째, 2009년 당시 사업주 보고 대상이었던 감염성 질환 4군이 규제 완화로 대부분이 삭제됐다. 사업장 예방 대책을 관리 감독해야 할 노동부조차 기업의 자발적인 신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환자 발생 사업장 명단조차 파악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둘째, 예방 대책을 수립해야 할 사업장 보건 관리 체계가 무너져 있었다. 노동부 메르스 대응 지침에 의하면 "사업장 내 전담 부서와 관리 체계를 두도록" 했다. 그러나 이는 사업장에서는 그야말로 휴짓조각에 불과한 지침이다. 산업안전보건법 16조는 산업보건관리자 선임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50인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그나마 1~2년 전에는 서비스업과 건설업 등 많은 업종이 적용 제외돼있었다. 2014년 서비스업, 2015년 건설업도 일정 규모 이상에서 산업보건관리자 선임 의무가 적용됐으나, 실질적으로 병원을 비롯한 서비스업, 건설업 산업보건관리자는 거의 선임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기업 규제 완화 특별 조치법(특조법)에 의해 산업 보건의 선임은 완화됐고, 안전 보건 관리는 무제한적으로 외부 기관에서 1개월에 1~2회 점검만 하는 위탁 관리가 허용됐다. 현재 한국의 약 200만 개 사업장 중에서 보건관리자 선임 대상 사업장은 1만2000개 정도로 0.6% 내외이다. 특조법 도입 이후 보건관리자 선임은 하락했고 80% 이상이 보건 관리를 위탁 대행하고 있다. 이렇게 무너진 사업장 보건 관리 체계는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 사업장 단위 대책 수립 불가로 집단적 감염의 온상지가 될 것이다.

 

셋째, 병원 사업장의 간접 고용의 확대는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점이다. 삼성 서울병원은 8440명이 비정규직으로 병원 간접 고용 노동자는 19%에 달했다. 청소, 주차, 시설 관리, 환자 급식, 간병을 비롯해 이송 업무까지 외주화가 확대된 것이다. 병원의 간접 고용 노동자들은 감염 정보와 예방 조치의 완전한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간접 고용 노동자의 피해도 심각했고, 이로 인한 감염의 확산 문제도 심각했다. 병원 중환자실의 청소, 간병 노동자의 에이즈 주사 찔림 사고, 2009년 신종플루 당시 병원 청소 노동자 백신 접종 누락 등 병원 간접고용 노동자와 감염성 질환 문제는 지속 제기되어 왔으나 제도 개선은 없었다.

 

병원뿐 아니라 인천공항 보안, 청소 등 비정규직 노동자, 유통매장의 비정규직 노동자, 제조업의 비정규 간접 고용 노동자들은 보호구 지급이나 예방 교육에서 차별받거나 대상에서 제외됐다. 같은 간병 업무를 해도 요양보호사 노동자는 예방과 보상의 권리가 있고, 특수고용 간병 노동자는 예방은커녕 감염돼도 산재 보상 적용도 제외된다. 회사가, 학교가 휴업을 하면 정규직은 유급 휴가로 보상이 되고, 비정규직은 연차 휴가를 강요받았다. 울산대 병원은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영 악화를 빌미로 하청 용역 업체 도급 단가를 일방 하향 조정 통보했다.

 

메르스 사태는 간접 고용의 증가가 어떻게 위험을 확대하고 노동자,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그러나 현재의 법으로는 원청 사업장은 하청 노동자에게 보호구 지급의 의무도, 예방 교육의 의무도 없다. 이에 노동부가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 사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실태 조사와 권고뿐이었다. 전 세계 140개 국가가 실시하는 질병 휴가가 법제화돼있지 않은 한국에서 유급 휴가를 단지 '권고'했던 것처럼….

 

공공 의료와 더불어 하청 비정규 노동자를 포괄하는 사업장 보건관리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사업장 보건 관리 대책은 감염성 질환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대면 노동으로 인한 감정 노동의 문제, 만병의 원인인 과도한 직무 스트레스 관리, 장시간 고강도 노동으로 인해 대표적인 직업병인 근골격계 질환 등이 모두 다 산업 보건 관리의 영역이다. 그동안 한국은 사고성 재해를 우선시하여 안전 관리 체계에만 집중돼있었다. 그러나 이미 서비스업 사무직 노동자의 비중이 역전하고 있는 상태에서 보건관리 체계의 구축은 필수적이지만, 그동안 완전히 방치되고 있었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 한 메르스 사태는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사업장 단위 보건관리 체계 제도개선과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에 대한 대책 수립이 주요한 과제로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메르스 종식 선언은 기만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http://www.pressian.com/ '시민정치시평' 검색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수, 2015/08/1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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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5/12/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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