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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도 금지했는데…‘사람 장사’ 계속되는 중간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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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도 금지했는데…‘사람 장사’ 계속되는 중간착취

익명 (미확인) | 수, 2015/12/02- 17:09

2011년 겨울 서울역 구 역사를 개조해 만든 문화공간에선 1세대 사진작가 임응식 (1912~2001)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50년 작품을 한데 모은 ‘임응식’전이 열렸다. 전시회 표제사진은 그가 1953년에 찍은 <구직>이었다. <구직>은 사진을 예술로 끌어올린 ‘생활주의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구직이란 팻말을 매고 거리에 나선 남루한 실직청년. 모자를 푹 눌러 쓰고 고개 숙인 청년의 앙다문 입에선 자신의 처지에 대한 절망감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 뒤에 양복 입고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신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1953년 당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자리는 여전히 생사가 달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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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도 근로기준법은 임응식이 실업청년을 찍었던 1953년에 제정됐다. 현행 근로기준법 9조는 ‘중간착취의 배제’라는 제목으로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업을 미끼로 한 ‘중간착취’를 금지한 것이다. 이 조문은 1953년 법 제정 때부터 들어 있었다.

박정희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1961년 경제제일주의를 내세우며 ‘직업안정법’을 제정했다. 당시 제정된 직업안정법 9조(유료 직업소개사업의 금지)도 “누구든지 유료의 직업소개사업을 행하지 못한다”고 명시해 중간착취를 더 엄히 금지했다.

근로기준법과 직업안정법에 중간착취를 금지한 이유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1950년대까지 일자리를 미끼로 돈을 챙기는 ‘중간착취’가 널리 퍼져서다. 이승만 정부도, 박정희 정부도 경제부흥을 위해선 이런 중간착취부터 막아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엄격히 금지됐던 중간착취는 1998년 2월 20일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허물어졌다. 파견법은 근로기준법의 중간착취 금지 취지에 맞게 간접고용을 규제해야 할 정부가 거꾸로 중간착취를 합법화한 것이다. 파견법 제정으로 1명의 노동자에게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라는 이름의 2명의 사장이 등장했다. 파견법으로 물꼬를 턴 간접고용은 이제 우리 사회의 일반적 고용형태로 자리 잡았다. 연세대학교에 출근해 청소하지만 용역회사 소속인 청소노동자, 대우조선에서 배를 만들지만 하청회사 소속인 조선노동자, 래미안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지만 다단계 하청회사 소속인 건설일용직, 현대아산병원에서 환자를 돌보지만 소개업체 소속인 간병인 등 오늘날 노동자 대부분이 간접고용으로 일자리를 구한다. 간접고용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

‘사라진 사장’…아무도 모르는 ‘간접고용’

그런데도 이들 간접고용 노동자는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노동시장을 연구하는 학자들마다 추정치가 서로 다르다. 적게는 40만 명, 많게는 400만 명까지 다양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정규직 중에서도 기간제, 특수고용직, 파견직, 일용직 등의 숫자는 통계청이 해마다 3월과 8월 두 차례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근거로 한다.

올 8월 현재 근로형태별 노동자 구성은 아래 표와 같다. 임금 노동자 1,931만여 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627만여 명(32.5%)이다. 이들 비정규직 가운데 간접고용 노동자는 통계청 조사로는 파견직 21만 명(1.1%)과 용역직 65만여 명(3.4%)에 불과하다. 결국 정부 통계상 정규직 안에는 간접고용으로 차별받는 상당수의 비정규직이 숨어 있다고 봐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2014년 고용형태 공시 결과’만 봐도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확 늘어난다. 5천 명 이상 고용한 대기업이 자체 집계한 걸 발표했는데 2,942개 기업에 소속된 노동자 436만 4천 명 가운데 간접고용 노동자(정부 용어론 ‘소속 외 근로자’)는 87만 8천 명으로 20.1%에 달했다. 대기업만 대상으로 한 수치인데도 통계청 조사 65만여 명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사용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대우조선해양으로 무려 69.9%였다. 막대한 국민 세금을 투입해 사실상 공기업인 대우조선이 70% 가량을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으로 채워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는 기업은 현대중공업이었다. 현대중공업에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4만 767명이 존재했다.

5천 명 이상 고용한 대기업 가운데 정규직 비율이 97.6%로 가장 높은 회사는 미8군(USFK)이었다. 1만 2,210명이 일하는 이 미국계 회사엔 절대 다수인 1만 1,914명이 정규직이었고, 기간제 계약직만 296명이 있었다. 단순 비교하긴 힘들지만 한국 기업에서 간접고용이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출처: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출처: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간접고용은 모든 산업으로 확대됐다. 서비스업종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 공시’에 따르면 이마트는 2013년에 모두 3만 6,561명을 고용한 가운데 정규직은 2만 5,656명, 계약직은 2,302명, 간접고용(소속 외 근로자)은 8,603명이라고 밝혔다.

▲ 이마트공동대책위원회가 11월 23일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마트공동대책위원회가 11월 23일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이마트의 정규직은 공통직(약 8천명)과 전문직(약 1만9천명)으로 나뉜다. 공통직만 순수한 정규직이고, 전문직은 공공부문의 무기계약직과 흡사하다. 전문직(무기계약직)은 고용이 정규직처럼 보장되지만 임금은 정규직보다 훨씬 적다. 이마트 노조 전수찬 위원장은 “전문직의 월급은 110만 원 가량에 불과해 임금으로 보면 사실상 비정규직”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노조와 ‘이마트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서울고용노동청 등 전국 4곳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직 중심으로 노조 가입이 늘어나자 최근 회사가 노조를 음해하고 노조 탈퇴를 유도해 한 달여 사이에 60여 명이 노조를 탈퇴했다”며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등 전국 11개 점포 36명의 관리자급 직원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 고발했다.

10년을 롯데백화점에 출근했지만 그녀는 ‘날품팔이’

롯데백화점은 롯데쇼핑 창립 36주년(창립일 11월 15일)을 맞아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본점, 잠실점, 부산본점에서 ‘이태리&프랑스 페어’를 진행했다. 부산 서면에 있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도 10월 중순부터 창사 기념행사를 알리는 광고판과 POP(구매시점광고)가 매장 곳곳에 나붙었다.

10월 22일 창립 기념행사를 알리는 광고판이 매장 곳곳에 나붙은 부산 서면의 롯데백화점 9층. 점심시간이 막 지난 낮 1시 20분께 9층 의류행사장에서 일하던 박유정 씨(40)가 행사장 옆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동료 최모 씨가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유정 씨는 1시간만에 숨졌다. 사인은 심장마비.

▲ 롯데백화점에 간접고용돼 일하다 숨진 박유정 씨(40)

▲ 롯데백화점에 간접고용돼 일하다 숨진 박유정 씨(40)

유정 씨는 10년 넘게 롯데백화점에서 일했는데 원청 롯데 소속이 아니었다. 사건 초기 롯데백화점도 우리 직원이 아니라고 하고, 유정 씨를 고용한 입점업체도 나타나지 않아 ‘유령직원’이 됐다. 그러나 장례를 치르면서 롯데의 한 입점업체 소속으로 3일째 근무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오빠 박창언 씨(43)가 수소문해 부산고용노동청에서 받은 고용보험 가입 내역엔 유정 씨가 3년 동안 56개 롯데백화점 입점업체에 길게는 23일, 짧게는 하루씩 근무한 것으로 나와 있다. 유정 씨는 지리산 자락 함양군 서상면에서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부산으로 와서 1994년부터 의류판매 일을 해왔다. 오빠는 “동생이 98년쯤부터 롯데백화점에서 일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부산에서 살았다”고 했다. 오빠 창언 씨는 “동생이 일하는 곳에서 숨졌기에 백화점과 입점업체를 통해 동생의 근무기록을 확인해 산업재해 신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박종석 안전관리담당 매니저는 “지난 주 유족들을 만나 이 문제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 고 박유정 씨의 3년치 근무내역. 박 씨는 10년 동안 한결같이 롯데백화점에서 옷을 팔았지만 소속은 여러 입점업체를 오갔다.

▲ 고 박유정 씨의 3년치 근무내역. 박 씨는 10년 동안 한결같이 롯데백화점에서 옷을 팔았지만 소속은 여러 입점업체를 오갔다.

3개월씩 계약하는 조선소 ‘물량팀’

경남 마산에 사는 고모 씨(55)는 매일 아침 6시 거제 대우조선으로 향하는 통근버스를 탄다. 고 씨는 대우조선에서 9년째 ‘배관’ 일만 해온 사내하청(협력업체) 소속 ‘물량팀’ 팀원이다.

조선소 물량팀은 파워 그라인더 같은 고숙련 업무에 초단기로 고용돼 일한다. 최근엔 물량팀이 배 만드는 전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해양플랜트쪽은 물량팀 의존도가 훨씬 높다.

원청인 대우조선이 1차 사내 하청회사에 작업물량을 주면, 고 씨의 물량팀은 1차 하청회사로부터 물량을 재도급 받는 2차 하청회사다. 1차 사내 하청회사엔 상용직(정규직)과 기간제 직원을 합쳐 300명쯤 일한다. 기간제는 다시 1년 이상 계약직과 3~11개월짜리 단기계약직으로 나뉜다. 이들 단기 계약직은 다시 일반 계약직과 좀 더 숙련도가 높아 단가가 센 직시급제로 나뉜다. 고 씨가 바로 물량팀 소속 직시급제 노동자다.

직시급제 노동자는 임금과 상여금, 연차휴가, 퇴직금을 모두 합친 시급을 받는다. 일당제 시급보단 좀 높다. 고 씨의 시급은 1만 6천 원이다. 여기서 팀장이 3~5%쯤 떼 간다. 직시급에 모든 게 포함돼 있으니, 4대보험을 요구해도 시급을 깎아 가입시킨다.

20년쯤 가구점을 하다가 실패한 고 씨는 40대 후반 뒤늦게 조선소에 들어와 3개월 단위로 계약을 반복했다. 아이들 학자금 때문에 단가가 높은 물량팀에 배치됐다. 한 물량팀장 밑에서 5년을 일하다 팀이 해체되자 지금의 팀장 밑에서 만 3년 넘게 일하고 있다. 고 씨는 “원청(대우조선)과 1차 하청이 어렵고 힘들어 꺼리는 일을 물량팀에 던져 버려, 우리는 제일 마지막 밑바닥에서 어쩔 수 없이 일을 쳐내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1차 하청회사엔 한 반에 20여 명씩 15반까지 일한다. 1~11반까진 1차 하청회사의 상용직으로 4대보험도 된다. 고 씨가 속한 14반을 포함해 12~15반이 물량팀이다. 형식상 1차 하청사 소속 같지만, 팀장이 사실상 소사장이다. 1차 하청사 사장의 친구가 지금의 14반 물량팀장이다. 고 씨의 팀장은 그래도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정식으로 도급계약을 맺고 일한다. 옆반 15반은 그런 것도 없다가 올 들어 팀원 중에 한명이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표] 국내 대형 9개 조선소 직능별 고용변화

연도 기능직(정규직) 기능직(하청)
1990 34,701 7,360
2013 35,712 105,041

▲ 출처 : 한국조선협회

▲ 출처 : 한국조선협회

고 씨는 통근버스로 오전 7시20분쯤 대우조선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체조 뒤 인원점검을 받는다. 계약서엔 8시부터 작업 시작이지만 보통 7시45분엔 작업에 들어간다. 오전 10시에 10분 쉬고, 점심시간 1시간 쉬고, 오후 3시에 다시 10분 쉰다. 계약서엔 저녁 6시까지 작업하지만 1주일에 3번, 2시간 정도 잔업을 한다. 토요일 출근은 기본이고, 바쁠 땐 일요일에도 일한다.

원청 대우조선의 직장이 아침에 나와 한바퀴 돌면서 “오늘 용접 다 끝내야 하는데 근태가 요즘 왜 이러냐”며 협박조로 말하고 다닌다. 이런 행위는 명백히 불법이다. 얘기하려면 하청 사장에게 해야지 원청이 하청회사 소속 노동자에게 작업을 지시하는 것 자체가 파견법 위반이다.

고 씨는 “물량팀은 ‘5분 대기조’다. 돈을 좀 더 받지만 조선소 1차 하청도 힘들고 위험하다고 걷어찬 일만 맡는다”고 했다.

고 씨의 한 달 노동시간은 270시간쯤 된다. 하루 평균 10시간씩, 한 달에 27일쯤 일한다. 많을 땐 300시간도 넘는다. 현재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월 소정근로시간인 209시간보다 50%나 더 많다. 이런 장시간 고무줄 노동은 우리 조선산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때문이다. 물량팀은 다른 팀과 섞여서 작업할 수 없다. 따라서 내일 다른 팀이 들어오기로 돼 있는 작업공간을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끝내야 한다.

물량팀은 주거 환경도 열악하다. 고 씨는 “하청회사가 기숙사를 주지만 잠만 자는 돼지우리”라고 했다. “한방에 4~5명씩 자니 땀 냄새나고 씻을 곳도 부족하다. 잔업 마치고 기숙사 오면 밤 10시가 넘어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나려면 대충 씻고 쓰러져 잔다”고 했다. 그래서 고 씨는 지난 봄부터 기숙사를 나와 마산 집에서 출퇴근한다.

고용노동부 통계로는 우리나라 전체 산업재해의 81%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난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노동자 100명당 재해자 수를 나타내는 재해율은 0.66으로 조선업 평균 재해율 0.69보다 낮았다.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8월 산재보험료를 101억여 원이나 감액 받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재해율까지 포함하면 현대중공업의 재해율은 0.95로 높아진다. 결국 대기업이 위험마저 하청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출처 : 고용노동부

▲출처 : 고용노동부

현대중공업 산재사망자는 2005년까진 원청 정규직 노동자가 많았지만 이후부턴 하청노동자가 훨씬 많아졌다. 이 통계는 산재 신청 이후 근로복지공단이 인정한 재해자만을 모은 거다. 하청회사의 비일비재한 산재사고 은폐는 모두 빠졌다. 고 씨는 “대부분 ‘공상’처리 한다. 요즘은 단속이 심해 다치거나 죽어도 구급차가 아니라 자재차량에 몰래 싣고 나간다”고 했다. 고 씨는 “지난해 여름에 다친 한 친구는 원청 안전관리과장까지 나와서 보고서를 썼는데 산재처리 못하고 공상처리해서 두 달쯤 임금의 70%쯤 주다가 이후 출근하라고 했어요. 그 친구가 아파서 출근 못하겠다고 하니 퇴사처리시켰죠”라며 현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산재은폐가 얼마나 심각한지 설명했다.

이승만도, 박정희도 경제를 위해 중간착취를 엄격하게 금지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의 딸 박근혜 대통령은 파견제도를 전 업종으로 확대해 간접고용을 더욱 확산하고, 비정규직을 늘리고,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동법 개악’을 강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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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핵심 기술 이전 거부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우리나라는 왜 26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최대 우방이라는 미국으로부터 핵심기술을 이전받지 못하게 됐을까? 전투기 개발 사업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한 공군 예비역 장성의 말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KF-X 사업을 책임지는 정부 당국자들은 처음부터 KF-X나 기술이전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철학이 없었어요. 미국이 요구하는 록히드 마틴사의 F-35를 사야 한다, 거기에 다 매몰된 겁니다. KF-X 사업에 관심을 가질 정신이 없었죠. 미국이 나중에 다 해 주겠지, 그런 생각만 한 겁니다. 이게 팩트입니다.

한마디로 한국형 전투기 개발이라는 국익보다 미국의 입장이 우선 고려됐다는 말이다.

2003년부터 최근까지 KF-X 사업은 총 7번 타당성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타당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 건 딱 한번. 그것도 사업 주체인 공군이 한 대학에 의뢰한 ‘셀프 조사’ 뿐이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한국개발연구원(KDI) 같은 국책연구기관들은 모두 사업타당성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정부와 군은 이 사업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F-X 사업)은 고성능 전투기를 미국 록히드 마틴사로부터 사들이는 8조 3000억 원 규모의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절충교역 형태로 4개의 핵심기술을 포함, 총 25개의 기술을 이용해 한국형 전투기를 만든다는 게 KF-X 사업의 핵심이다. 당초에 이전 받은 기술을 바탕으로 전투기를 개발하는 방안이 설계됐기 때문에, 기술 이전 문제는 F-X, KF-X 사업 모두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조건’이었다.

기술 이전이 KF-X 사업의 전제 조건

그런데 미국이 4개 핵심 기술에 대한 이전을 거부하자 정부 당국자들은 말을 뒤집었다. 기술 이전 문제가 KF-X 사업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는 황당한 말까지 쏟아내고 있다. 지난 10월 8일 한민구 국방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4개 기술의 이전에 관한 문제가 그렇게 결정적인 거냐, 그것 아니면 KF-X 사업을 기술 이전을 안 받고 다른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느냐 하는 문제는 또 우리가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이전 받지 못한 4개 핵심 기술을 우리 스스로 개발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미 90% 정도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을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기술 개발을 할 수 있으면 좋죠. 지금 정부는 9000억 원 정도를 들여 4개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또 체계통합까지 이루겠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대다수 국가들이 수조 원의 돈을 들이고도 실패한 일입니다. 상당한 기술을 가진 유럽의 경우도 AESA레이더 하나 개발하는데 1조 원 넘는 돈을 썼습니다. 기간도 10년 넘게 걸렸고요. 만약 우리가 계획대로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전 세계가 놀랄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겁니다.
부승찬 박사/연세대 북한연구원

핵심기술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에 대해서도 방위사업청, 국방부, 청와대의 주장이 모두 다르다. 심지어 같은 입에서도 매번 말이 달라졌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10월 8일 국정감사장에서 “올해 4월에야 알게 됐다”고 했다가 “F-X 기종 선정 당시인 2013년에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했다.

한민구 국방장관도 마찬가지. 지난 10월 19일 국방위원회 회의에서는 “4개 기술 이전이 안 된다는 것은 이미 사업을 시작하던 때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했던 그는, 10월 28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해서는 “올 6월에야 알게 됐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무능과 무책임이 불어온 참사

방위사업청이 록히드마틴과 F-X 사업 합의각서를 체결한 건 지난해 9월이었다. 만약 기술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도 계약을 맺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F-X 사업을 통해 확보한 기술로 KF-X 사업을 추진하겠다던 정부의 주장이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수십조 원이 소요되는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부와 군이 철저히 국민을 속여 왔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KF-X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국방부의 계속된 말바꾸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당 내에서까지 나오고 있지만, 아무렇지 않게 외면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예비역 공군 장성은 이 모든 상황을 “정부와 군이 무능”해서 생긴 결과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부와 군의 무능이 불러온 일입니다. 창피한 일이죠. 한미동맹을 주장하면서 정작 아무 것도 미국에 요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거죠. 비리보다 더 무서운 게 무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금, 2015/11/06-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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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제출된 ‘새누리당의 노동개악안', 어떠한 지지도, 최소한의 명분도 없다

야당, 좌고우면할 사안 아니며, 어떠한 거래도 있을 수 없어
 

새누리당이 20대 국회 첫날, 파견법 등 회기종료로 자동폐기된 4개 법안을 소속 의원 123명의 공동발의 형태로 또다시 제출했다. 2015년 9월, 당론발의한 5개 노동관계법 중 기간제법을 제외한 파견법, 근로기준법 등의 개정안으로, 정권은 이들 개정안을 관철시키고자 학계의 이름을 빌어 여론을 호도하고 급기야 대통령이 민간이익단체를 앞세워 입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서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재차 발의한 노동개악안에서는 시민의 어떠한 동의와 지지도, 최소한의 명분도 찾아 볼 수 없다. 

 

2015년 9월, 당론발의한 5개 법안 중 기간제법이 제외되었다는 점은 새누리당이 123명의 소속 의원의 서명을 받아 제출한 개정안의 본질을 보여준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2015년 9월, 노동관계법 개정안 발의 이후, 그 어떤 양보도, 타협도, 합의도 있을 수 없으며 제출한 5개의 개정안 모두를 한꺼번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치 물러섬이 없었다. 그러나 2016년 초, 대통령의 담화 이후, 기간제법을 포기했다. 그토록 단호하고 강경했던 입장이 왜 후퇴하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대통령의 단 한 마디에 입법추진이 중단된 기간제법은 정부와 새누리당의 노동관계법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어 누가, 누구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대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노동개악의 핵심은 파견법 개정이고, 그 내용은 55세 이상, 고소득 전문직, 뿌리산업 등에 대한 파견허용이다. 이것은 파견의 전면적인 확대에 다름 아니다. 새누리당은 이를 통해 파견확대로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고 일자리 질을 제고하며 파견규제 강화 및 파견근로자 보호를 위한 대책도 반영했다니 새누리당에게 지난 주말의 구의역에서의 사망사고와 현재 진행형인 조선업계의 대량해고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구의역에서 사망한 정비노동자는 서울메트로가 아닌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였고, 조선업계에서 진행 중인 대량해고에서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고용안전망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도 역시 거대재벌의 조선업체 소속이 아닌 파견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이미 전 산업에 만연해 있는 ‘파견’의 결과는 너무나 명확하니 새누리당이 다시 제출한 파견법이 초래할 결과에 대해 자세히 논할 이유가 없을 지경이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고용안전망을 후퇴시킬 새누리당의 노동개악안의 처리는 절대 불가하며 노동자의 삶과 권리는 어떠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야당은 어떤 작은 성과를 남기기 위해 새누리당의 노동개악안의 일부라도 통과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좌고우면할 일이 아니다. 

화, 2016/05/3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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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안전진단보고서’ 가리고 고치고… (한겨레)

고용노동부의 안전진단 명령에 따라 실시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 안전보건진단 보고서 가운데 영업비밀과 관련성이 없는 부분을 삼성 쪽이 임의로 가리거나 일부 내용을 편집해 고용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부는 영업비밀 해당 여부 등에 대한 검토 없이 삼성이 편집한 보고서를 그대로 국회에 제출해 이기권 장관이 사과하는 등 소란이 빚어졌다.


아래 주소에서 기사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765627.html

금, 2016/10/1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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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잇달아 희생된 비극은 모두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구조에서 비롯된 불합리한 노동 환경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여당은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법을 내놓고, 야당은 일부 직종에 대해서만 직접 고용을 의무화 하도록 하는 법을 내놨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노동 4법, 위험에 내몰린 비정규직 문제 해결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구의역 사고가 서울메트로와 서울시의 관리 부실에 있다며 강하게 책임을 물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에 열린 원내대표 회의에서 “19살 비정규직 젊은이의 비극 뒤에는 철밥통처럼 단단한 정규직 보호가 숨어있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부추겼다.

새누리당은 구의역 참사에 대해 근본적 개선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혁신적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는 새누리당이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만 놓고 보면 오히려 퇴행적이라고 비판한다. 구의역 사고의 해결책이라며 이완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노동4법’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으로 노동계의 강력한 저항을 받고 있다. 이 법안에는 일부 직종에 대해서는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있지만, 그마저도 이번에 사고를 당한 김 모 군과 같은 경우엔 해당되지 않는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새누리당의 ‘노동4법’은 “노동자를 살리기 위한 법이 아니라 기업, 그것도 대기업을 살리기 위한 법안”이라며 기업의 인건비 절감 혜택만 있을 뿐,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법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또 지난 2014년, 새누리당과 정부가 밀어붙인 이른바 ‘노동개혁’안만 아니었다면 이번 구의역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생명과 관련된 직종 직접 고용 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직종의 종사자들은 사업주가 직접 고용을 해야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김 군이 했던 스크린도어 정비 업무도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당시 정부여당이 ‘노동개혁’안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이 법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구의역 사고 이후 현장을 찾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사고와 전혀 관련 없는 질문에 대해서는 충실히 답변했지만, 과거 새누리당의 책임을 묻는 뉴스타파 취재진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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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근본적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 될 수 없어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7개안은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직접고용 등에 관한 법률안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철도안전법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다.

그러나 이 법의 적용 범위를 공공영역이나 유해위험 물질을 다루는 일부 직종에만 한정했기 때문에 산업 현장 곳곳에서 위험에 내몰린 비정규직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규직에 비해 적은 임금과 고용 불안 등 각종 차별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일반에 대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말이다.

노광표 소장도 “위험 안전의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할 수는 있지만,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외면되는 것이 또 다른 현실의 과제”라며, “우리 사회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각종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야말로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개선해나가는 경제민주화 조치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공식통계로만 봐도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32%(2016.3월 기준)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20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취재 신동윤
촬영 김기철, 김수영, 최형석
편집 박서영

목, 2016/06/0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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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원문(영어) 보기 | See original version(EN)

북한과 미국 간 군사적 긴장이 한계점에 다다랐던 지난 9월 25일 아침,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숙소인 뉴욕의 한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강경 발언을 한 데 이어 지난 23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북한 지도자들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공언한 데 대해 격분한 리용호 외무상은 기자들에게 트럼프가 북한에 “명백한 선전포고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이 선전포고를 한 이상 북한은 “미국 전략 폭격기들이 (북한의) 영공선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서 모든 자위적 대응 권리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 외무상은 9월 23일 미 국방부가 미 공군 전략폭격기 B1-B를 북한 동해로 출격시킨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이 때문에 미국 언론에서는 김정은의 군사적 의도와 역량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다. 리 외무상이 태평양상 수소 폭탄 실험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미국 언론은 한층 더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오랫동안 북한을 지켜봐 온 관찰자들을 걱정시켰다.

부시 정부 당시 6자회담 미국 측 특사를 지낸 전직 CIA 핵확산문제 전문가 조셉 디트라니(Joseph DeTrani)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저건 내가 수년간 협상을 하며 알아온 리용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사 자격으로 리 외무상을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군사적 충돌이 아닌 협상이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디트라니는 과거 북한이 군사적 조치를 취했던 여러 사건을 분노와 함께 상기했다. 그 중에는 지난 1969년에 북한이 미군 정찰기 EC-121기를 격추시키며 승무원 31명이 전원 사망한 사건도 포함됐다(최근에 공개된 미국 정부 문건에 따르면, 이 정찰기 격추사건으로 인해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한 보복을 할 뻔했지만 결국 무산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미국 정부를 대표해서 수차례 평양에 방문한 디트라니는 지난 26일 영향력있는 군사싱크탱크 CSIS(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전략국제연구센터)에서 있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기조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 150명의 사람들 중 하나였다. 강 장관은 북한의 핵 실험이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표현함으로써 이 같은 생각에 동의하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공감을 표시했다.

강 장관은 “북한이 미 대륙에 도달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완성 목표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중 CSIS에 말한 것처럼, 강 장관은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공공외교와 소통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올려놓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행사에 강 장관이 참석함으로써 CSIS는 미국과 한국 간 비공식 연락창구로서의 입지를 굳힌 것으로 보였다. 이 관계는 빅터 차 현 CSIS 한국석좌가 예상됐던 것처럼 주한미국대사로 임명될 경우 공식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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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오른쪽)와 차기 주한미국대사로 내정된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그러나 북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문재인과 트럼프 간에 존재하는 정책 차이, 그리고 미국 정부 내에서도 지속된 의견 차이를 감안한다면, 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북한 지도부가 미국의 의도를 해석하는 데 있어 혼선을 겪는지 이해할 수 있다.

리 외무상과 북한 지도부가 혼선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26일 워싱턴포스트의 스위스 현지 보도를 통해 명백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 고위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정권에 대한 그의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미국 공화당과 연결된 워싱턴 분석가들과 조용히 회담자리를 마련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한 공화당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들(북한 지도부)의 가장 큰 우려는 트럼프다. 북한 측은 트럼프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측이 접촉한 미국인 중에는 미국 우익 헤리티지 재단의 북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브루스 클링어(Bruce Klinger) 전 CIA 분석가와 레이건·부시 정부에서 아시아 분석가로 일했던 더글라스 파알(Douglas Paal) 등이 있었다. 파알이 지난주 카네기 국제평화센터(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에서 주재한 회의에 참석한 일본인 전문가 두 명은 미국이 북한과 하는 모든 협상에 아베 정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경고했다(필자는 이 내용을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클링어와 파알 모두 북한 측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6일 열린 CSIS의 또다른 세미나에서는 과거 CIA에서 한반도 선임연구원을 역임했던 수미 테리 전 미국 국가안보회의 한국과장은 자신이 이번 여름에 북한 정부 관계자들과 스웨덴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테리에 따르면 북한 측은 비핵화는 이미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하면서도 “평화 협약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테리는 미국 정부가 이 제안을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는 북한 측의 전략”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테리는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트윗과 그의 유엔총회 연설이 “역효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CSIS 포럼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왼쪽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부 장관, 가장 왼쪽에는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CSIS 포럼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왼쪽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부 장관, 가장 왼쪽에는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강경화 장관이 기조연설을 한 CSIS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 화제의 중심이었다. 역대 미국 관료 중 최고위 인사로 지난 2000년 북한을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현재 고조된 긴장을 가라앉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는 지난 1994년 클린턴 정부와 북한 간 제네바 합의가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미국 관료들과 전문가들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올브라이트는 북한이 제네바 합의에 따라 “어떠한 핵분열 물질도, 어떠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그리고 어떠한 미사일도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김정일 전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김 전 위원장이 “주한미군을 남한에 주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위험한 발언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25일 월요일, CBS 뉴스는 53%의 미국인들이 트럼프가 성급하게 “한반도에서 불필요한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CBS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상황을 다루는 방식에 반대하는 미국인들이 더 많고, 미국이 너무 성급하게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는 부분을 우려하는 응답자들도 더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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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팀 셔록
번역: 임보영

금, 2017/09/2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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