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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지지 교수 모임’의 실체는?…소속 대학 안 밝혀 큰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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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지지 교수 모임’의 실체는?…소속 대학 안 밝혀 큰 혼란

익명 (미확인) | 목, 2015/10/22- 02:31

뉴스타파, 102명 중 34명 신원 1차로 확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와 집필거부를 선언하는 교수들의 성명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최근 국정화를 지지하는 교수들이 등장해 주목을 끌었으나 뉴스타파 확인 결과 이 중 상당수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 몸담았거나 새누리당 출신 인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은 기자회견 참석자 3명 이외엔 소속 대학과 전공을 밝히지 않은 채 이름만 공개하는 상식 밖의 행태로 동명이인이 지지 성명 참가 교수로 오인되게 하는 등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이에 따라 성명에 참가한 명단을 전수 조사해 현재까지(10월 21일 자정) 신원이 확인된 이름을 소속 학교와 전공, 그리고 경력까지 함께 공개한다.

나승일 서울대 교수(전 교육부 차관),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 김희규 신라대 교수 등 3명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가 책임지고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는 모두 102명의 교수가 참여한 것으로 돼 있지만 이름만 있고 통상 교수들의 공동 성명이나 입장 표명 때 함께 기재되는 소속 학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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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정치권과 일부 매체에서 지지 성명에 참가한 교수라며 소속 대학과 함께 명단을 공개했는데 전혀 관계가 없는 동명이인이 일부 포함됐다며 항의하는 일이 빚어졌고, 본인의 동의 없이 이름이 올라간 정황도 발견됐다. 뉴스타파는 이 성명에 참여한 것으로 나온 교수 102명을 일일이 접촉을 시도해 1차로 실제 성명에 참여한 교수 34명을 확인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박근혜 대선 캠프나 새누리당 출신이었고, 뉴라이트단체에서 활동하는 인물도 있었다.

상당수가 박근혜 캠프·새누리당·뉴라이트 출신…교학사 교과서 지지 전력도

34명 가운데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출신으로 곽병선, 김용직, 김희규, 나승일, 양정호 교수 등 5명이 확인됐다. 지난 2013년 일제 식민지배 미화 논란으로 이른바 ‘교학사 교과서 파동’을 초래한 교학사 교과서를 지지했던 김용직, 어명하, 이주천, 최진덕, 황홍섭 교수 등 5명도 이번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곽창신, 김성조, 신용수 교수 등 3명은 새누리당 출신이고, 이주천, 김용직 교수 등 2명은 뉴라이트 단체 소속으로 확인됐다. 김용직 교수의 경우 박근혜 캠프, 교학사 교과서 지지, 뉴라이트 단체, 그리고 이번 국정교과서 지지 명단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다음은 현재까지 뉴스타파가 신원을 확인한 교수 명단이다.

국정화 지지 교수 확인 명단

[표-1] 실명 확인 교수 명단(10월 21일 자정 현재)

이름 주요경력 소속 및 직책 전공 이력
곽병선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18대 대통령직 인수위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교육학 ·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행복교육추진단 단장
·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교육과학분과 간사
·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 마퀘트대학교 박사
·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
곽창신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세종대학교 교육대학원장 겸 대외부총장 교육행정 및 정책, 직업윤리 ·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 교육과학기술부 학술연구정책실장
·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
· 민주평통 자문회의 자문위원
권한용   동아대학교 대외협력처장 국제경제법  
김광래   가톨릭관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마케팅 · 대통령자문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사회통합전문위원
·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 2014년 강원도 교육감 출마
김남현   가톨릭관동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미국사 미국사학회 회장
김도기   창원대학교 음악과 교수 클라리넷, 지휘 · 창원예총 회장
· 한국 지휘연구회 회장
· 경남음악협회 회장
김성조 한나라당의원 한국체육대학교 총장 행정학 · 제16대~18대 국회의원
· 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김용직 새누리당 100% 대한민국 대통합 위원회
교학사 교과서 지지선언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외교학 · 새누리당 100% 대한민국 대통합 위원회 위원
· 교학사 교과서 지지 지식인 모임 참여
· 싱크넷(뉴라이트) 상임집행위원
김장수   가톨릭관동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서양근대사  
김종호   서울과기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프레스 금형설계,
소성가공개발
· 서울산업대학교 제품설계금형공학과 교수
· 한국과학기술원(KAIST)조교
김태완   전 계명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철학 · 前한국교육개발원(KEDI) 15대 원장
· 前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 전문위원
· 교육과학강국실천연합 상임대표
· 前대학선진화위원회 위원장
· 사단법인 한국미래교육연구원장
· 교육부 지방교육재정 혁신추진단장 (2015)
김형곤   건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서양사(미국)  
김희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신라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교육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행복교육추진단 추진위원
나승일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18대 대통령직 인수위
서울대학교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 산업교육학 ·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교육과학분과 전문위원
·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행복교육추진단 추진위원
· 전 교육부 차관(2013)
류여해   수원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 법학 · 한국사법교육원 교수
· 국회사무처 법제실 법제관
· 대법원 재판연구관
류호섭   동의대 건축학과 건축학 · 부산광역시청 건설기술심위위원
· 한국교육시설학회 학회 감사
· 대한건축학회 이사
모영기   동원대학교 총장 교육행정학 · 국립교육평가원 원장
·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정책실 실장
· 문화체육관광부 교직국 국장
박명수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소장 기독교역사  
박성수   한국학 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사학 ·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실장
· 성균관대학교 문과대 부교수
신용수 새누리당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경제학 ·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안보전문위원
· 다물평생교육원 이사
· 새누리당원
신형식   이화여대 사학과 명예교수 사학 ·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위원장
· 제13대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 한국고대학회 회장
· 역사교육연구회 회장
양정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교육사회학 새누리당 국민행복 추진위원회 위원
어명하 교학사 교과서 지지선언 전 통일교육원 교수 교육학 교학사 교과서 지지 지식인 모임 참여
이기숙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유아교육과정 · 이화어린이연구원 원장
· 한국 유아교육학회 회장
· 세계 유아교육기구 한국위원회 회장
이주천 교학사 교과서 지지선언
뉴라이트 전국연합 대표
전 원광대학교 사학과 교수 사학(서양사) · 뉴라이트 전국연합 대표
· 교학사 교과서 지지 지식인 모임 참여
이춘수   충북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정치학, 정치교육 · 국립대 발전 추진위원
· 대통령실 정책자문위원 역임
· 교육과학기술부 규제완화위원회위원
이택휘   전 서울교육대학교 총장 윤리교육 · 전 서울교육대학교 총장
· 한영외국어고등학교 교장
· 국학원 원장
· 국가보훈처 정책자문위원
·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
이화룡   공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건축계획 및 설계 한국교육시설학회 회장
정완호   전 한국교원대학교 총장 과학교육 교육학 · 한국생물교육학회 회장
· 한국과학교육학회 회장
조연순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초등교육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초등교육과 명예교수
최진덕 교학사 교과서 지지선언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철학 교학사 교과서 지지 지식인 모임 참여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고전문학사상 · 세종시 교육감 출마(전국 보수단체중앙회 추대)
· 한국어 교육학회 이사
· 대통령 자문위원
허숙   경인교대 교육학과 명예교수 교육 · 경인교대 전 총장
· 교육과학기술부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황홍섭 교학사 교과서 지지선언 부산교육대학교 사회교육학과 교수 문학박사 지리학 · 한국사회과교육연구학회 부회장
· 부산좋은학교운동연합 공동 대표
· 교학사 교과서 지지 지식인 모임 참여

소속 대학 밝히지 않아 동명이인 교수 피해 속출

뉴스타파 확인 결과 지지 성명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동명이인인 관계로 성명에 참여한 것으로 오인된 피해자도 11명이나 됐다. 지지 성명 발표 이벤트 주최 측이 참여 교수들의 소속 기관과 직책 등을 기재하지 않고 이름만 발표한데다 정치권이나 언론이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동명이인을 지지 교수라고 공개했기 때문이다.

[표-2] 동명이인-이름이 같아 언론에 지지 교수로 알려졌으나 성명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교수들

이름 소속 및 직책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숙명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박순우   대구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서민규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
신동선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
안성수   동신대 사회개발대학원 리더십학과 교수
안성진   성균관대 사범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이상정   경상대 건축학과 교수
이원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정숙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 총장
이재승   서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정동준   대진대 역사문화콘텐츠학부 교수

또 뉴스타파 취재진이 본인 여부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교수들은 국정교과서 정책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주최 측이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자신의 이름을 명단에 포함시켰다고 털어놓았다. 명단 자체가 급조됐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표-3]국정교과서는 지지하지만 사전 동의 없이 명단에 포함됐다고 말한 교수들

이름 소속 및 직책
김광래   가톨릭관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신용수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신형식   이화여대 사학과 명예교수

소속 대학 비공개가 초래한 ‘블랙코미디’

이른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의 기자회견 사흘 뒤인 19일, 한 야당 의원이 지지 성명에 이름을 올린 교수 명단을 전수 조사한 결과 102명 중 역사학 전공자는 6명 뿐이라고 밝혔다. 그 무렵부터 일부 언론에서도 102명의 소속과 경력 등을 분석한 기사가 보도되기 시작했고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뉴스타파도 자체적으로 지지 성명 교수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웃지 못할 일을 수시로 겪어야 했다.

성명에 참여한 것으로 보도된 박순우 대구카톨릭대 의과대학 교수는 “나는 의사다. 역사 문제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런 일에 참여했겠나. 동명이인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이에 따라 ‘한국연구자정보(KRI)’ 사이트에 등록된 박순우라는 이름의 다른 교수가 있는지 확인했다. 공주대에도 박순우 교수가 있었지만, 확인 결과 지난 7월부터 미국으로 연구년 휴가를 떠난 상태였다. 더구나 공주대 박순우 교수는 지난해 4월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시국선언에 참여한 적이 있는 학자였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현대경제연구원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성명에 참여한 것으로 보도된 강 교수는 “거기에 내 이름이 왜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며 지지 성명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동명이인인 강인수 수원대 교수에게도 연락해 봤지만 역시 참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 KRI 사이트에서 검색되는 ‘마지막’ 강인수 교수(부경대·퇴임)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런 경우가 최소 11건에 달한다. 결국 한 야당 의원실의 부실한 조사와 이를 별다른 검증 없이 받아 쓴 일부 언론의 부주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근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바로 지지 성명 기자회견을 연 주최 측이다. 지지 성명 명단에는 ‘김현숙’이라는 이름이 있다. 이 이름으로 KRI 사이트를 검색하면 무려 80여 명이 나온다. 소위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이 소속 대학을 감추는 바람에 전국에 있는 ‘김현숙’이라는 이름을 가진 교수나 학자가 잠재적으로 지지 성명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대학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고, 전문가로서의 권위를 인정받는 중 전문직 중 하나다. 그런 집단이 매우 민감한 이슈에 대해 입장을 내놓으면서 소속 대학조차 밝히지 못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뉴스타파는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직접 참석했던 나승일, 양정호, 김희규 교수에게 102명의 소속 대학이 기재된 명단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특히 이번 성명과 관련해 언론 대응을 담당하고 있다는 양정호 교수는 취재진이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 연락을 취하고, 연구실까지 찾아갔지만 자신이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답 문자만 남긴 채 연락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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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반대 불길 맞불 놓으려 ‘지지모임’ 급조 정황 곳곳에 드러나

그렇다면 이처럼 비상식적인 형식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지지 성명은 어떤 과정을 통해 발표되게 된 것일까. 성명의 취지에 공감하고 직접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조연순 이화여대 교수는 “명단이 102명이나 되는 줄은 몰랐다. 저는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김성조 한국체육대학 총장, 정완호 한국교육단체 총연합회장 등 몇 분이 주도해서 15~20명 정도가 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성명을 주도한 사람은 기자회견장에 직접 참석한 3명의 교수와 조연순 교수가 언급한 3명 등 6명 정도였으며 그 가운데서도 주축은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곽 이사장은 취재진에게 “몇몇 교수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얘기를 나누는 중에 의기투합해서 같은 의견이 나온 거지 딱히 내가 앞장섰다고 얘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원로 교수는 “지난 주부터 곽병선 교수를 주축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성명서에 이름을 올려달라며 교육학계 교수들에게 연락이 돌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100명이 넘는 교수 명단이 확보되는 과정에서 보수우익단체의 역할이 있었던 정황도 드러났다. 이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어떤 절차를 거쳐 성명에 참여하게 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대라는 단체의 대표가 연락을 해와서 부탁한다고 하길래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 단체에서 성명이 나가는 것인 줄로 알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또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도 “성명서에 내 이름을 올리겠다는 연락을 받은 것은 없다. 그러나 내가 보수단체인 애국시민연대에서 활동을 많이 해왔는데, 아마도 그쪽을 통해 이름이 올라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런 식으로 명단이 작성되다보니 본인의 동의 과정이 생략된 사실상의 ‘명의 도용’이 의심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드러났다. 102인 명단에 기재된 서민규라는 이름을 SRI에서 검색해보면 건양대 기초교양교육대학 소속 교수가 유일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해당 교수는 이번 성명에 참여한 사실도, 어떤 식으로든 관련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성명에 기재된 신동선 교수의 경우도 KRI에서 단 2명이 검색되는데, 1명은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로 지난 2009년에 별세한 것으로 확인됐고 다른 1명은 호서예술전문대 교수로 이번 성명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응답했다.

결국 102명의 국정화 지지 교수 명단이 어떤 동의 절차에 따라 작성된 것인지, 명단에 들어있는 전체 이름의 실체는 해당 ‘모임’ 측에서 소속 대학이 기재된 명단을 공개해야만 정확하게 확인될 수 있다. 뉴스타파는 지지 성명 참여 교수들의 신원이 추가로 확인되는 대로 명단을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국정화 찬성 교수들의 지지 이유 들어보니… “일본도 치부 가리고 역사 교육하는데 우리도…”

이번 성명에 참여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이름을 올렸다는 교수들은 현재 34명이 확인된 상태다. 취재진은 이들에게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찬성하는 이유를 물었다. 이들의 대답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곽창신 세종대 교육대학원장

(현대사 파트는 아예 없어야 된다는 건가요?)
“없어도 돼요. 아직 정리가 안 돼 있잖아요. 5.16 이런 거 가지고 매일 싸우게 만드는 거 아니에요. 5.16이 혁명인지 쿠데타인지는 아직 모르는 거 아니냐, 평가를 더 받아봐야 되지… 뭐가 되든지 중고등학교 역사는 하나가 됐으면 좋겠어요.”

(역사학 전공은 아니시죠?)
“교육행정학 박사에요.역사는 우리가 어릴 때 다 겪어본 거잖아요. 전공이 중요한 게 아니고, 고대사나 중세사는 다르지만 현대사는 우리가 더 잘 알 수 있어요. 우리 때는 고시공부를 했기 때문에…”

(교수님 지론이 교과서는 하나로 해야 된다?)
“그렇죠. 교과서는 하나로, 중고등학교는 하나로 가야죠. 별 오만 걸 삐딱하게 가르쳐 가지고 되겠어요? 일본도 그렇게 자기 치부를 가리고 가르치려고 그러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우리도 자랑스러운 역사책을 써야 한다는 말이에요. 중고등학교 때까지는, 나쁜 점은 크게 부각시키지 말고. 그런 건 얘들한테는 안 된다… 내가 교육학 선생이에요. 국론이 분열되고 이렇게 전교조 땜에 시끄럽고 그러잖아요. 그런 나라가 어디 있어요. 나는 국수주의자에요, 국수주의자. 멘탈리티가 그렇다고. 나는 6.25 사변 부상자 참전 용사자를 아버지로 두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난 좌익은 절대 용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니까.”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지금 역사학계가 해석하고 중요시하는 역사 인식하고 보통 국민의 일반 정서하고 괴리가 있는 거예요. 그리고 그 괴리를 반영하고 있는 게 현재의 집권 세력인 거에요. 집권세력이라는 것은 아시는 것처럼 적어도 대선을 통해서 국민의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어서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가진 세력 아닙니까? 그 사람들이 동의를 못 해주는 역사교육을 한다, 그것은 있을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국론이 분열되는 거예요. 국론 분열시키는 게 역사 교육이 아니에요.”

(그럼 대선에서 국민들이 박근혜 후보를 선택한 것 자체가, 역사에 대한 우파적인 인식을 국민들이 허용하고 용인하고 있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렇게 직설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겠죠. 왜냐면 대선 때는 그런 이슈가 있지 않았으니까.”

조연순 이화여대 교수

지금 현재는 역사학자들이 너무나 나름대로의 사관을 심어주려고 노력을 하니까, 그게 학생들에게 오히려 편향된 영향을 준다. 옛날에 우리 시대에는 국가에 대해서 자긍심을 갖게 해줬는데 요새는 너무나 국가를 비판적으로만 보는 사관을 주니까 이건 정말 미래 세대를 위해서 바른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친일 문제나 민주화 문제, 전체적으로 다 그런데, 친일파 문제의 경우 사실은 너무 편파적으로, 그 당시 어쨌든 일제 하에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 가서 교육을 받는다든가 이런 일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다 친일파라고 볼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일본하고 관계만 있으면 다 친일파라고 보고. 또 미국에 갖다 왔다고 다 친미파, 이렇게 몰아붙일 수는 없는 거잖아요.

신용수 단국대 교수

“우리가 지구촌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데, 지금 현재 저 전교조 애들이나 진보진영에서 주장하는 내용대로 역사 교육을 하게 되면 곧 상대인 적을 이롭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겠어요? 그렇게 되면 나라가 가게 될 곳이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해야 한다는 이념에는 제가 백 번 박수를 치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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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각종 경제지표들이 심상치 않다. 특히 제조업 관련 지표들이 한국 경제에 적색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수출을 이끌었고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며 경제성장을 주도해온 전자, 조선 등 제조업은 여전히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산업이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끝없이 쇠락하고 있다.

제조업 생산 2년 연속 감소

몇 가지 통계가 제조업의 위기를 드러낸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증가했던 광업 제조업 출하액은 최근 2년 연속 감소해 2014년 기준 1490조3910억 원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제조업종 중 자동차 산업의 출하액은 4.7% 증가했으나 전자(-4.6%), 철강(-4.1%), 화학(-2.2%) 등이 감소 추세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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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이익률 역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제조업 분야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10년 6.7%를 기록한 이후 2013년 소폭 반등한 뒤 꾸준히 하락해 작년 4.2%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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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실적도 신통치 않다. 올해 들어 매달 마이너스를 기록한 수출액(전년 동기 대비,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은 지난 10월 -15.8%를 기록해, 낙폭만 따지면 최근 6년 사이 가장 큰 규모로 감소했다. 수출입이 실제 국민소득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실질무역손익을 보면 보다 확연하게 교역 조건의 악화를 확인할 수 있다. 실질무역손익은 최근 4년 연속 적자를 기록(기준년 2010년)하고 있다. 처음 통계를 작성한 1953년 이후 55년 간 흑자를 유지하다가 처음 적자로 돌아선 뒤 마이너스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역을 통해 국부가 쌓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빠져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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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나열한 각종 데이터들이 혹시 현장의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일시적인 통계 수치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취재진은 통계 속의 숫자가 현실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파악해보기 위해 대표적인 수출 제조업 사업장들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 안산과 경상남도 거제 지역을 찾았다.

안산 : 반월공단의 손님 없는 ‘깡통매점’

안산 반월공단에는 특이한 모습의 매점이 있다. 철제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해 만든 ‘깡통매점’이다. 이 매점에서는 공단 노동자들이 간식이나 담배 등을 구입하고 간단한 식사까지 할 수 있다. 현재 반월공단에만 100여 개 이상이 영업 중인데, 지역 노동자들과 밀착해 있는 상점인 만큼 지역 경기에 가장 민감한 곳이기도 하다.

▲ 반월공단에서 ‘화랑매점’을 운영 중인 조원만 씨

▲ 반월공단에서 ‘화랑매점’을 운영 중인 조원만 씨

안산에 33년째 거주 중인 조원만 씨(55세)는 90년대 초반 반월공단에 컨테이너 매점을 열었다. 공단이 점차 규모를 갖춰가던 때였다. 조 씨는 도로에 오가는 화물차들만 봐도 최근의 지역 경기를 알 수 있다면서 기자를 직접 가게 앞 신호등이 보이는 곳으로 안내했다.

예전에는 거의 (차가) 밀려있었단 말이에요. 근데 요즘엔 잠시 밀렸다가 금방 풀리잖아요. 보다시피 저기 빨간 신호인데 차가 없잖아요 별로. 항상 차가 쭉 많아야 경기 자체가 살아나는 건데, 지금은 그 물류가 줄어든 게 눈에 보이는 거지.

반월공단에서 또 다른 컨테이너 매점을 운영하는 김숙자(가명) 씨도 “장사가 안 되니까 사람이 가장 많아야 하는 점심시간에 손님이 하나도 없다”면서, 올해 들어 경기가 가장 안 좋다고 말했다.

▲ 안산 반월공단

▲ 안산 반월공단

안산 반월공단에 입주한 업체 상당수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PCB(인쇄회로기판, 전자부품을 장착해 서로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자회로 기판)를 제조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청사들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스마트폰 실적이 악화되면서 고통이 고스란히 지역의 하청업체들에게 옮아오고 있다. 안산 반월공단에서 직원 40명 규모의 PCB 생산업체를 운영중인 하모 씨는 안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다면서, 고용을 줄이고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는 무급 휴가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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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하청업체의 일자리 감소는 지역의 노동자들에게 먹고 사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현실의 문제다. PCB업체에서 파견직으로 일하는 이윤서(가명, 23) 씨는 “3개 조에 한 조마다 30명씩 있었는데, 지금은 한 조에 12명,13명 이렇게 줄었다”면서, 취재진을 만난 당일에도 같은 조였던 노동자 한 명이 해고됐다고 말했다.

전략시장에서 추락하는 삼성 스마트폰

안산 반월공단의 PCB 업체 상당수는 삼성전자의 하청사들이다. 올 3분기에만 810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고한 삼성전자는 여전히 세계 시장점유율 24.5%로(출처 : Canaccord Genuity), 애플(출고량 4800만대)을 큰 폭으로 따돌리고 있다. 출고량으로만 보면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의 압도적인 1위 사업자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따져보면 삼성의 사업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삼성 스마트폰 판매량 중 갤럭시S, 갤럭시 노트 등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31% 정도로 낮다. 나머지는 갤럭시A, 갤럭시J, 갤럭시Z 등 국내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 중저가형 스마트폰들이다. 삼성은 세계시장에서 점점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해왔고, 이들 시장을 위해 수익성이 낮더라도 중저가 제품을 개발해 왔다.

▲ 삼성 스마트폰 기종별 판매비중

▲ 삼성 스마트폰 기종별 판매비중

그렇다면 신흥시장에서 삼성의 최근 실적은 어떨까. 중국과 인도를 놓고 보면, 불과 3년여 전까지 삼성은 이들 시장에서 스마트폰 판매량 기준으로 압도적인 1위 사업자였다. 하지만 한때 20%를 넘었던 중국시장 점유율은 최근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고, 인도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어 1위 자리를 곧 내주게 될 전망이다. 삼성의 점유율은 대부분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업체들이 가져가고 있다.

▲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테크팀장은 “중국 시장에서 삼성의 추락 속도는 황당할 정도로 빠르다”고 말했다. 또한 “전세계 판매량의 30% 이상이 팔리는 중국 시장에서 중저가 제품이 자리를 못 잡고 있고, 인도 시장에서도 원래는 압도적이었지만 최근 급격하게 점유율이 빠지고 있다”면서 신흥시장에서 삼성 스마트폰의 전망은 밝지 않다고 밝혔다.

거제 : 죽어가는 지역경제, 사라지는 일자리

경상남도 거제시는 세계 3대 조선사 중 두 곳(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조선의 도시다. 조선소 노동자들이 유입되면서 인구가 늘고 경제규모가 커졌으며, 현재 거주하는 경제활동인구 대다수가 조선소나 관련 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그 덕에 평균연령도 36.1세(출처 : 2014년 주민등록 인구통계보 고서)로 전국 평균보다 3.7세가 낮다. 지역 상권도 대부분 조선소 노동자와 가족을 주 소비자로 해서 형성돼 있다.

그 중에서도 거제시 아주동은 대우조선해양 정문과 남문 인근에 최근 몇 년 사이 새롭게 형성된 상권이다. 2010년 이후 대규모 해양플랜트 수주가 늘어남에 따라 ‘물량팀’으로 불리는 임시 노동자들의 유입이 늘었고, 그들이 먹고 지낼 곳을 제공하기 위해 거주지와 상권이 확장된 결과다.

▲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앞 거리

▲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앞 거리

아주동 거리에는 신축 원룸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고 지금도 공사가 여러 곳에서 진행중이다. 하지만 비어있는 가게나 방들이 많이 눈에 띈다. 아주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집은 없는데 인원이 너무 많이 들어와 포화상태였다”면서, 당시에는 방(원룸)을 짓는 즉시 나가기 바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이 안 들어오다보니 비어있는 점포나 방들이 많다고 말했다.

▲ 거제시 아주동 상점가의 밤거리

▲ 거제시 아주동 상점가의 밤거리

아주동 밤거리에는 고깃집, 술집들의 불빛이 반짝였지만 인적은 드물었다. 이 일대에서 가장 먼저 고깃집을 열었다는 한 가게 사장은 처음 문 열었던 3년여 전에 비해 매출이 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 국내 조선 3사 영업이익, 2015년 추정치

▲ 국내 조선 3사 영업이익, 2015년 추정치

본격적인 지역 경기의 침체는 조선사들이 크게 악화된 실적을 발표한 2014년부터 시작됐다. 매출액 기준 세계 1~3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모두 수조 원 대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2014년 이후 국제유가가 50% 이상 폭락하면서 우리 조선사들의 주 수익원으로 떠올랐던 해양 플랜트 수주량도 급감하고 있다.

해양 플랜트 구조물은 바다에 매장돼 있는 석유나 가스 등과 같은 해양자원을 발굴, 시추, 생산하는 장비와 설비를 뜻한다. 그런데 원유값이 폭락하면서 고가의 시설 비용이 드는 해양플랜트에서 생산되는 석유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게 되자 글로벌 석유 시추사들이 해양플랜트 사업을 접거나 줄이게 됐다. 이에 따라 우리 조선사들이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조현우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은 “지금 저희 대우조선도 현재로서는 수주가 전무하다”면서 “2016년 상반기만 지나면 한두 개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작업할 물량이 없다”고 말했다. 2015년 한국 조선업의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는 삼성중공업의 한 척(부유식 가스저장재기화 설비)이 유일하다.

유가 폭락과 경영진의 과욕… 조선업 위기로 이어져

▲ 거제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공장의 해양플랜트 설비

▲ 거제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공장의 해양플랜트 설비

조선업은 세계 경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 물동량이 늘면서 해운업이 활성화 되고, 이에 해운업체들이 선박 건조 발주량을 늘리면 조선업체들의 실적도 좋아진다. 하지만 2008년 세계적인 경기 침체기에 해운업 업황이 대폭 악화되었고, 이에 따라 국내외 중소 조선소들은 큰 위기를 겪게 됐다. 이 때 중국은 산업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과 저렴한 인건비에 힘입어 가격경쟁력을 통해 위기를 돌파했고 오히려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한국 중소 조선업체들은 이 시기에 대부분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심해 석유시추시설(해양플랜트) 쪽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성공적으로 위기를 넘겼다. 2008년 7월 유가가 사상최고치(140.70달러, 두바이유 기준)를 기록한 뒤 2011년까지 100달러 이상을 유지하는 고유가 행진에 힘입어 해양플랜트 사업은 활황을 구가했다. 대형 상선 한 척의 가격은 1억달러 정도에 불과하지만 해양플랜트는 시설 하나당 평균적으로 5~6억 달러에 이른다. 이에 힘입어 조선 3사는 유례 없는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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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유가 하락과 함께 찾아왔다. 조선업의 산업 구조를 연구해 온 박종식 박사(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는 “해양플랜트가 수지타산이 맞으려면 유가가 80달러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2014년 여름 이후 고유가가 끝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면서, “이 시기 이후 발주자들이 의뢰했던 플랜트를 안 가져가거나 인수 시기를 미루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손해가 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선사들이 손 쓸 수 없는 외적 요인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세계 수위를 다투던 국내 조선 3사는 서로 실적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협상력을 잃어, 발주자인 세계 오일 메이저들과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설계와 관련해 계약서에 까다로운 조항이 삽입되거나, 지나친 저가 수주를 했던 것들이 업황이 안 좋아지면서 큰 손해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장범선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해양 프로젝트는 워낙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리스크 덩어리라고 볼 수 있는데, 경쟁하는 과정에서 (조선사들이)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물량을 받아놓고 경험 없는 조선 인력이나 신규 인력을 해양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식의 무리수를 두면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경영진들은 수주 실적이 필요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저가로라도 수주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조선업 위기는 ‘하청, 해양플랜트 위주 성장의 위기'(뉴스타파)

정부는 여전히 ‘창조경제’ 동어반복

제조업 침체는 단순히 통계 수치 상의 마이너스를 의미하지 않는다. 제조업은 곧 일자리다. 취재진이 안산과 거제에서 목격한 것은 소득이 줄고 일자리가 사라져 당장 어려움을 겪게 된 사람들의 팍팍한 생활이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제조업 침체와 장기적 저성장 국면이 교차하는 이 시기에 국민 경제를 위해 어떤 정책을 준비하고 있을까. 최근 정부가 내놓은 경제 정책들을 보면 창조경제 외에 다른 대안들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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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문화창조융합센터에서 일어나고 있는 창업열기를 각 기업들의 특성에 맞게 새로운 신 산업으로 연결해 창조경제의 틀을 완성시켜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10월 27일 국회에서 있었던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창조경제를 통해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공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조업에서 시작된 실물경기 악화를 창조경제로 돌파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취재진은 3명의 경제전문가들에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현재의 경제 상황에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 왼쪽부터 이동걸 교수, 송원근 교수, 이병천 교수

▲ 왼쪽부터 이동걸 교수, 송원근 교수, 이병천 교수

성장동력을 새로 일으키키 위해서 새로운 기업들이 커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 부분이 본질적으로 우리 경제를 운영해 나가는데 굉장히 중요한 문제거든요.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미사여구를 가지고 재벌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요. 그럼으로써 우리 기업들이 재벌은 재벌대로 성장동력을 잃고, 중소기업이나 신생기업은 새로 커나가지 못하는 그 후유증 생기는데, 꽤 오래 갈 거라고 봐요.
– 이동걸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동국대 초빙교수

창조경제, 말은 좋은데 발상의 전환이 없다는 거죠. 가장 핵심은 저는 지역이라고 봐요. 지역의 산업정책이라면 정부 지원의 효과들이 지역에 어떻게 하면 잘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느냐, 이런 게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런데 지역의 모든 경제 잉여들이 수도권으로 빨려들어가는, 마치 블랙홀 같은 구조를 가만히 놔두고서는 그게 될 리가 없잖아요.
– 송원근 경남과학기술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내용적으로 보면 창조경제란 중요하긴 합니다. 왜냐하면 한국 경제의 기본적인 경쟁력의 질이라고 하는 것이 비용 경쟁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든요. 결국은 임금도 깎고 해고도 쉽게 하고, 이명박 정부 때 같으면 환율을 올린다든가 하는 식이죠. 하지만 그건 혁신의 경쟁력이 아닙니다. 그렇게 때문에 창조라는 말은 의미는 있는 말인데 내용이 없는 거죠.
– 이병천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

목, 2015/12/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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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겨울 서울역 구 역사를 개조해 만든 문화공간에선 1세대 사진작가 임응식 (1912~2001)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50년 작품을 한데 모은 ‘임응식’전이 열렸다. 전시회 표제사진은 그가 1953년에 찍은 <구직>이었다. <구직>은 사진을 예술로 끌어올린 ‘생활주의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구직이란 팻말을 매고 거리에 나선 남루한 실직청년. 모자를 푹 눌러 쓰고 고개 숙인 청년의 앙다문 입에선 자신의 처지에 대한 절망감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 뒤에 양복 입고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신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1953년 당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자리는 여전히 생사가 달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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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도 근로기준법은 임응식이 실업청년을 찍었던 1953년에 제정됐다. 현행 근로기준법 9조는 ‘중간착취의 배제’라는 제목으로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업을 미끼로 한 ‘중간착취’를 금지한 것이다. 이 조문은 1953년 법 제정 때부터 들어 있었다.

박정희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1961년 경제제일주의를 내세우며 ‘직업안정법’을 제정했다. 당시 제정된 직업안정법 9조(유료 직업소개사업의 금지)도 “누구든지 유료의 직업소개사업을 행하지 못한다”고 명시해 중간착취를 더 엄히 금지했다.

근로기준법과 직업안정법에 중간착취를 금지한 이유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1950년대까지 일자리를 미끼로 돈을 챙기는 ‘중간착취’가 널리 퍼져서다. 이승만 정부도, 박정희 정부도 경제부흥을 위해선 이런 중간착취부터 막아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엄격히 금지됐던 중간착취는 1998년 2월 20일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허물어졌다. 파견법은 근로기준법의 중간착취 금지 취지에 맞게 간접고용을 규제해야 할 정부가 거꾸로 중간착취를 합법화한 것이다. 파견법 제정으로 1명의 노동자에게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라는 이름의 2명의 사장이 등장했다. 파견법으로 물꼬를 턴 간접고용은 이제 우리 사회의 일반적 고용형태로 자리 잡았다. 연세대학교에 출근해 청소하지만 용역회사 소속인 청소노동자, 대우조선에서 배를 만들지만 하청회사 소속인 조선노동자, 래미안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지만 다단계 하청회사 소속인 건설일용직, 현대아산병원에서 환자를 돌보지만 소개업체 소속인 간병인 등 오늘날 노동자 대부분이 간접고용으로 일자리를 구한다. 간접고용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

‘사라진 사장’…아무도 모르는 ‘간접고용’

그런데도 이들 간접고용 노동자는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노동시장을 연구하는 학자들마다 추정치가 서로 다르다. 적게는 40만 명, 많게는 400만 명까지 다양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정규직 중에서도 기간제, 특수고용직, 파견직, 일용직 등의 숫자는 통계청이 해마다 3월과 8월 두 차례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근거로 한다.

올 8월 현재 근로형태별 노동자 구성은 아래 표와 같다. 임금 노동자 1,931만여 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627만여 명(32.5%)이다. 이들 비정규직 가운데 간접고용 노동자는 통계청 조사로는 파견직 21만 명(1.1%)과 용역직 65만여 명(3.4%)에 불과하다. 결국 정부 통계상 정규직 안에는 간접고용으로 차별받는 상당수의 비정규직이 숨어 있다고 봐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2014년 고용형태 공시 결과’만 봐도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확 늘어난다. 5천 명 이상 고용한 대기업이 자체 집계한 걸 발표했는데 2,942개 기업에 소속된 노동자 436만 4천 명 가운데 간접고용 노동자(정부 용어론 ‘소속 외 근로자’)는 87만 8천 명으로 20.1%에 달했다. 대기업만 대상으로 한 수치인데도 통계청 조사 65만여 명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사용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대우조선해양으로 무려 69.9%였다. 막대한 국민 세금을 투입해 사실상 공기업인 대우조선이 70% 가량을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으로 채워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는 기업은 현대중공업이었다. 현대중공업에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4만 767명이 존재했다.

5천 명 이상 고용한 대기업 가운데 정규직 비율이 97.6%로 가장 높은 회사는 미8군(USFK)이었다. 1만 2,210명이 일하는 이 미국계 회사엔 절대 다수인 1만 1,914명이 정규직이었고, 기간제 계약직만 296명이 있었다. 단순 비교하긴 힘들지만 한국 기업에서 간접고용이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출처: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출처: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간접고용은 모든 산업으로 확대됐다. 서비스업종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 공시’에 따르면 이마트는 2013년에 모두 3만 6,561명을 고용한 가운데 정규직은 2만 5,656명, 계약직은 2,302명, 간접고용(소속 외 근로자)은 8,603명이라고 밝혔다.

▲ 이마트공동대책위원회가 11월 23일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마트공동대책위원회가 11월 23일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이마트의 정규직은 공통직(약 8천명)과 전문직(약 1만9천명)으로 나뉜다. 공통직만 순수한 정규직이고, 전문직은 공공부문의 무기계약직과 흡사하다. 전문직(무기계약직)은 고용이 정규직처럼 보장되지만 임금은 정규직보다 훨씬 적다. 이마트 노조 전수찬 위원장은 “전문직의 월급은 110만 원 가량에 불과해 임금으로 보면 사실상 비정규직”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노조와 ‘이마트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서울고용노동청 등 전국 4곳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직 중심으로 노조 가입이 늘어나자 최근 회사가 노조를 음해하고 노조 탈퇴를 유도해 한 달여 사이에 60여 명이 노조를 탈퇴했다”며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등 전국 11개 점포 36명의 관리자급 직원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 고발했다.

10년을 롯데백화점에 출근했지만 그녀는 ‘날품팔이’

롯데백화점은 롯데쇼핑 창립 36주년(창립일 11월 15일)을 맞아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본점, 잠실점, 부산본점에서 ‘이태리&프랑스 페어’를 진행했다. 부산 서면에 있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도 10월 중순부터 창사 기념행사를 알리는 광고판과 POP(구매시점광고)가 매장 곳곳에 나붙었다.

10월 22일 창립 기념행사를 알리는 광고판이 매장 곳곳에 나붙은 부산 서면의 롯데백화점 9층. 점심시간이 막 지난 낮 1시 20분께 9층 의류행사장에서 일하던 박유정 씨(40)가 행사장 옆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동료 최모 씨가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유정 씨는 1시간만에 숨졌다. 사인은 심장마비.

▲ 롯데백화점에 간접고용돼 일하다 숨진 박유정 씨(40)

▲ 롯데백화점에 간접고용돼 일하다 숨진 박유정 씨(40)

유정 씨는 10년 넘게 롯데백화점에서 일했는데 원청 롯데 소속이 아니었다. 사건 초기 롯데백화점도 우리 직원이 아니라고 하고, 유정 씨를 고용한 입점업체도 나타나지 않아 ‘유령직원’이 됐다. 그러나 장례를 치르면서 롯데의 한 입점업체 소속으로 3일째 근무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오빠 박창언 씨(43)가 수소문해 부산고용노동청에서 받은 고용보험 가입 내역엔 유정 씨가 3년 동안 56개 롯데백화점 입점업체에 길게는 23일, 짧게는 하루씩 근무한 것으로 나와 있다. 유정 씨는 지리산 자락 함양군 서상면에서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부산으로 와서 1994년부터 의류판매 일을 해왔다. 오빠는 “동생이 98년쯤부터 롯데백화점에서 일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부산에서 살았다”고 했다. 오빠 창언 씨는 “동생이 일하는 곳에서 숨졌기에 백화점과 입점업체를 통해 동생의 근무기록을 확인해 산업재해 신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박종석 안전관리담당 매니저는 “지난 주 유족들을 만나 이 문제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 고 박유정 씨의 3년치 근무내역. 박 씨는 10년 동안 한결같이 롯데백화점에서 옷을 팔았지만 소속은 여러 입점업체를 오갔다.

▲ 고 박유정 씨의 3년치 근무내역. 박 씨는 10년 동안 한결같이 롯데백화점에서 옷을 팔았지만 소속은 여러 입점업체를 오갔다.

3개월씩 계약하는 조선소 ‘물량팀’

경남 마산에 사는 고모 씨(55)는 매일 아침 6시 거제 대우조선으로 향하는 통근버스를 탄다. 고 씨는 대우조선에서 9년째 ‘배관’ 일만 해온 사내하청(협력업체) 소속 ‘물량팀’ 팀원이다.

조선소 물량팀은 파워 그라인더 같은 고숙련 업무에 초단기로 고용돼 일한다. 최근엔 물량팀이 배 만드는 전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해양플랜트쪽은 물량팀 의존도가 훨씬 높다.

원청인 대우조선이 1차 사내 하청회사에 작업물량을 주면, 고 씨의 물량팀은 1차 하청회사로부터 물량을 재도급 받는 2차 하청회사다. 1차 사내 하청회사엔 상용직(정규직)과 기간제 직원을 합쳐 300명쯤 일한다. 기간제는 다시 1년 이상 계약직과 3~11개월짜리 단기계약직으로 나뉜다. 이들 단기 계약직은 다시 일반 계약직과 좀 더 숙련도가 높아 단가가 센 직시급제로 나뉜다. 고 씨가 바로 물량팀 소속 직시급제 노동자다.

직시급제 노동자는 임금과 상여금, 연차휴가, 퇴직금을 모두 합친 시급을 받는다. 일당제 시급보단 좀 높다. 고 씨의 시급은 1만 6천 원이다. 여기서 팀장이 3~5%쯤 떼 간다. 직시급에 모든 게 포함돼 있으니, 4대보험을 요구해도 시급을 깎아 가입시킨다.

20년쯤 가구점을 하다가 실패한 고 씨는 40대 후반 뒤늦게 조선소에 들어와 3개월 단위로 계약을 반복했다. 아이들 학자금 때문에 단가가 높은 물량팀에 배치됐다. 한 물량팀장 밑에서 5년을 일하다 팀이 해체되자 지금의 팀장 밑에서 만 3년 넘게 일하고 있다. 고 씨는 “원청(대우조선)과 1차 하청이 어렵고 힘들어 꺼리는 일을 물량팀에 던져 버려, 우리는 제일 마지막 밑바닥에서 어쩔 수 없이 일을 쳐내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1차 하청회사엔 한 반에 20여 명씩 15반까지 일한다. 1~11반까진 1차 하청회사의 상용직으로 4대보험도 된다. 고 씨가 속한 14반을 포함해 12~15반이 물량팀이다. 형식상 1차 하청사 소속 같지만, 팀장이 사실상 소사장이다. 1차 하청사 사장의 친구가 지금의 14반 물량팀장이다. 고 씨의 팀장은 그래도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정식으로 도급계약을 맺고 일한다. 옆반 15반은 그런 것도 없다가 올 들어 팀원 중에 한명이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표] 국내 대형 9개 조선소 직능별 고용변화

연도 기능직(정규직) 기능직(하청)
1990 34,701 7,360
2013 35,712 105,041

▲ 출처 : 한국조선협회

▲ 출처 : 한국조선협회

고 씨는 통근버스로 오전 7시20분쯤 대우조선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체조 뒤 인원점검을 받는다. 계약서엔 8시부터 작업 시작이지만 보통 7시45분엔 작업에 들어간다. 오전 10시에 10분 쉬고, 점심시간 1시간 쉬고, 오후 3시에 다시 10분 쉰다. 계약서엔 저녁 6시까지 작업하지만 1주일에 3번, 2시간 정도 잔업을 한다. 토요일 출근은 기본이고, 바쁠 땐 일요일에도 일한다.

원청 대우조선의 직장이 아침에 나와 한바퀴 돌면서 “오늘 용접 다 끝내야 하는데 근태가 요즘 왜 이러냐”며 협박조로 말하고 다닌다. 이런 행위는 명백히 불법이다. 얘기하려면 하청 사장에게 해야지 원청이 하청회사 소속 노동자에게 작업을 지시하는 것 자체가 파견법 위반이다.

고 씨는 “물량팀은 ‘5분 대기조’다. 돈을 좀 더 받지만 조선소 1차 하청도 힘들고 위험하다고 걷어찬 일만 맡는다”고 했다.

고 씨의 한 달 노동시간은 270시간쯤 된다. 하루 평균 10시간씩, 한 달에 27일쯤 일한다. 많을 땐 300시간도 넘는다. 현재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월 소정근로시간인 209시간보다 50%나 더 많다. 이런 장시간 고무줄 노동은 우리 조선산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때문이다. 물량팀은 다른 팀과 섞여서 작업할 수 없다. 따라서 내일 다른 팀이 들어오기로 돼 있는 작업공간을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끝내야 한다.

물량팀은 주거 환경도 열악하다. 고 씨는 “하청회사가 기숙사를 주지만 잠만 자는 돼지우리”라고 했다. “한방에 4~5명씩 자니 땀 냄새나고 씻을 곳도 부족하다. 잔업 마치고 기숙사 오면 밤 10시가 넘어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나려면 대충 씻고 쓰러져 잔다”고 했다. 그래서 고 씨는 지난 봄부터 기숙사를 나와 마산 집에서 출퇴근한다.

고용노동부 통계로는 우리나라 전체 산업재해의 81%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난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노동자 100명당 재해자 수를 나타내는 재해율은 0.66으로 조선업 평균 재해율 0.69보다 낮았다.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8월 산재보험료를 101억여 원이나 감액 받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재해율까지 포함하면 현대중공업의 재해율은 0.95로 높아진다. 결국 대기업이 위험마저 하청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출처 : 고용노동부

▲출처 : 고용노동부

현대중공업 산재사망자는 2005년까진 원청 정규직 노동자가 많았지만 이후부턴 하청노동자가 훨씬 많아졌다. 이 통계는 산재 신청 이후 근로복지공단이 인정한 재해자만을 모은 거다. 하청회사의 비일비재한 산재사고 은폐는 모두 빠졌다. 고 씨는 “대부분 ‘공상’처리 한다. 요즘은 단속이 심해 다치거나 죽어도 구급차가 아니라 자재차량에 몰래 싣고 나간다”고 했다. 고 씨는 “지난해 여름에 다친 한 친구는 원청 안전관리과장까지 나와서 보고서를 썼는데 산재처리 못하고 공상처리해서 두 달쯤 임금의 70%쯤 주다가 이후 출근하라고 했어요. 그 친구가 아파서 출근 못하겠다고 하니 퇴사처리시켰죠”라며 현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산재은폐가 얼마나 심각한지 설명했다.

이승만도, 박정희도 경제를 위해 중간착취를 엄격하게 금지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의 딸 박근혜 대통령은 파견제도를 전 업종으로 확대해 간접고용을 더욱 확산하고, 비정규직을 늘리고,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동법 개악’을 강행하고 있다.

수, 2015/12/0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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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 치료를 위해 설립된 보훈병원에서 남성 간병인이 거동을 못하는 환자에게 심한 폭언을 하고 폭행까지 가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지켜본 같은 병실의 다른 환자 보호자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곽 모(51) 씨는 24일 오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중앙보훈병원 산하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장인 이 모(83) 씨를 문병 왔다가 오후 1시 30분 쯤 남성 간병인이 맞은편 병상에 누워 있던 정 모(75)씨에게 심한 폭언을 하고 이마를 손바닥으로 거세게 내리치는 장면을 목격했다.

월남전 파병 군인이었던 정 씨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앓아 이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정 씨는 손을 제외하고는 몸이 굳어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폭행 장면은 곽 씨와 곽 씨의 아들, 부인, 어머니가 동시에 목격했다.

이날 병원에서 뉴스타파 기자와 만난 곽 씨는 “폭행 사건이 발생하기 전 의사와 간호사가 왔는데 할아버지가 소변줄을 떼셨는지 간호사와 의사가 ‘할아버지 소변줄 자꾸 빼시면 안 된다’며 다시 삽입하고 돌아갔다”며 “그 후 간병인이 피해 할아버지에게 다가가서 손으로 옆구리를 찌르며 ‘야 이 씨발놈아, 왜 자꾸 소변줄을 빼냐, 죽고 싶냐, 내가 죽여 줄까’라고 폭언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죽여 줄게’ 하면서 오른쪽 손바닥으로 할아버지의 이마를 ‘빡’ 소리가 나도록 거세게 1회 가격했다”고 말했다.

곽 씨는 이어 “나중에 할아버지가 휴대전화를 손에 드니 간병인이 ‘어디다 전화를 하려고 하느냐’고 물었고 할아버지가 ‘경찰서’라고 답하자 ‘경찰서? 해봐 씨발놈아’라고 말했다”며 “할아버지가 진짜 버튼을 누르니 주먹으로 전화기를 들고 있는 왼손 손등을 그냥 내리쳐 버렸고 휴대전화가 날라가 버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24일 오후 남성 간병인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한 정 모 씨.(사진 오른쪽) 정 씨는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해당 병실에서는 2명의 간병인이 4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남성 간병인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한 정 모 씨.(사진 오른쪽) 정 씨는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해당 병실에서는 2명의 간병인이 4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곽 씨와 가족들은 이 남자 간병인이 피해 할아버지의 옆 병상에 누워 있던 환자의 침대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의자에 앉아 있어 지인이나 보호자인 줄 착각했다. 곽 씨는 “그런데 자세히 보니 간병인이었다”며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같은 병실에 있던 여자 간병인에게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저 할아버지 치매 환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곽 씨는 “치매환자한테는 그렇게 해도 되냐고 되물으니 답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간병인의 주먹으로 가격 당한 이 씨의 손등에는 멍이 생겼다. 경찰 수사관이 방문한 자리에서 담당 간호사는 “이 환자는 상체에는 주사를 못 놓고 발에만 주사를 놓는다”고 증언했다. 해당 멍 자국이 주사바늘 자국이 아닌 것이다.

간병인은 곽 씨 가족들이 놀라 쳐다보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후 커튼을 쳐 버렸다.  곽 씨는 “평소에 하는 행동이다보니 무의식적으로 폭언, 폭행을 하다 뒤늦게 아차 싶었던 것 같다”며 “커튼을 닫은 뒤에도 욕하는 소리는 계속 들렸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오후 남성 간병인에게 폭행을 당한 정 모 씨의 왼쪽 손등 위에 멍 자국이 남아 있다.

▲지난 24일 오후 남성 간병인에게 폭행을 당한 정 모 씨의 왼쪽 손등 위에 멍 자국이 남아 있다.

이날 환자를 폭행한 남성 간병인은 라 모(60) 씨로 중국동포로 확인됐다. 해당 병실에는 거동을 못하는 4명의 환자가 요양 중인데 남자 간병인 1명, 여자 간병인 1명이 24시간 간병을 하고 있다. 이들이 속한 용역업체는 ‘한길’로 보훈병원과 계약을 맺고 간병 업무를 하고 있다. 라 씨는 이 병원에서 10개월 가량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곽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피해 환자 정 씨에게 “당시 어디로 전화를 하려고 했었던 것이냐”고 묻자 이 씨는 힘겹게 “경찰서”라고 대답했다. 이 씨는 라 씨가 경찰서에 불려간 이후에도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않고 있었다.

라 씨는 경찰에 임의동행해 조사를 받았고, 이날 있었던 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사건은 강동경찰서에서 수사하고 있다.

보훈병원측, 환자 보호자에 “기자 막아 달라”

당초 곽 씨는 경찰에 신고하기 전 병원 측에 먼저 문제 제기를 하는 선에서 끝내려고 했다. 병원장과 통화를 하길 원했지만 “내일(25일) 행사 때문에 부재 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곽 씨는 “비서실장에게 오늘 사건을 다 설명했고 ‘알았다’는 답변을 듣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 분이 내 연락처도 모른 상태에서 전화를 끊었다”며 “아차 싶었다”고 말했다.

곽 씨는 결국 병원장과 통화를 하기 위해 병원 관계자들과 20번 넘게 통화를 시도하다 안 돼 경찰에 신고했다. 곽 씨의 신고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기자가 병원을 찾아 취재를 시작하자 병원 관계자들은 곽 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기자 만은 막아 달라”고 사정하기도 했다.

곽 씨는 “이 사람 저 사람 할 것 없이 계속 전화가 와서 앞으로 재발 방지를 강력하게 하겠다, 무릎이라고 꿇고 용서를 빌겠다고 말하며 대신 기자만 막아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해당 병동의 간호사가 피해 환자에게 “정말 맞은 것이 맞냐”고 묻자 환자 보호자들은 “가뜩이나 충격을 받은 환자를 괴롭히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간호사는 “본인도 이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폭행 장면을 함께 목격한 곽 씨의 아들은 “그 간병인이 10개월 동안 일했다는데, 이런 사실을 간호사들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환자 보호자, 병실에 CCTV 설치 요구

이 병실에 입원 중인 환자들은 대부분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중증 환자들이다. 이날도 환자 보호자가 직접 폭행 사실을 목격하지 않았더라면 병실에서 가혹행위가 벌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수 없었다. 더군다나 다른 환자의 보호자가 있는 상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환자 보호자들은 경악하고 있다.

피해 환자의 아들 정 모씨는 “어머니가 일주일에 2~3번 병원에 오고 매주 주말에는 제가 오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간호사 인원이 적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병실 문도 항상 열려 있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당 병실은 간호사들이 머무르는 스테이지 바로 옆옆 병실이었다. 정 씨는 “병원에서는 단순히 용역계약을 맺은 간병인의 문제로 치부하는데,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다른 곳도 아니고 보훈병원에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보훈환자를 이렇게 대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 24일 밤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입구. "보훈은 살아 있는 사람의 책임"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24일 밤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입구. “보훈은 살아 있는 사람의 책임”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정 씨를 비롯한 환자 보호자들은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환자들이 제대로 간호 받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각 병실에 CCTV를 달아 줄 것을 병원 측에 요구했다. 이날 저녁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라 씨가 다시 병동으로 돌아오자 환자 보호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환자의 안전을 우려했다.

곽 씨는 “같은 병실에 계시는 환자 할아버지가 폭행을 당하고 갖은 욕설을 당하는 것을 봤을 때 저희 장인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며 “병원 관계자들이나 간병인들이 나라를 지킨 분들한테 너무 소홀한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강동경찰서 수사관은 병실을 찾아 추가 피해가 없는 지 확인했다.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한 한 환자는 “침상에 발을 올려놓지 말라고 하면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다른 할아버지들이 폭행을 당하고 있을 때 할아버지들은 뭐하고 계셨냐”는 수사관의 질문에 이 환자는 “폭행하고 있을 때 눈을 뜨고 있으면 혼나기 때문에 눈을 감고 있었다”고 말했다.

임세용 보훈병원 운영실장은 “차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병원장과 상의해 보완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토, 2016/06/2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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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가스검침원에 최저임금 미달 가이드라인 제시

도시가스는 필수 공공재다. 따라서 도시가스회사가 요금을 임의로 정할 수 없고 시도지사가 정한다. 2013년 도시가스법 개정 이후 가스검침원들의 임금가이드라인이 되는 고객센터 지급수수료도 시도지사가 결정한다.

2014년부터 도시가스 검침원들의 임금 가이드라인을 결정해온 서울시가 해마다 ‘서울시 생활임금’은 고사하고 구조적으로 1년에 절반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지급수수료(임금 기준)를 제시해왔다. 발표한 지급수수료의 총액만 관리하고 실제 검침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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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가까이 파업중인 서울도시가스 강북5센터 가스검침원들이 21일 낮 서울시청 앞에서 ‘적정인건비를 반영한 지급수수료 결정’을 서울시에 요구하는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이정호

서울시는 2014년부터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해마다 6월에 ‘서울지역 도시가스고객센터 지급수수료 산정’ 용역보고서를 발표한다. 보고서에는 도시가스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검침원과 민원기사, 사무행정직의 기본급과 상여금, 시간외수당, 연차수당, 교통보조비, 식대보조비를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은 서울지역 도시가스회사들의 임금 가이드라인 성격을 띤다.

해마다 뒷북 보고서

아래 표에서 서울시가 제시하는 임금 가이드라인과 서울 강북5센터 가스검침원의 실제 기본급, 최저임금, 서울시 생활임금을 비교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6월 공개한 임금 산정표에 따른 검침원 기본급은 1,285,270원(파란색)으로 지난해 최저임금 1,260,270원보다 약간 높다. 그러나 올 최저임금 월 1,352,230원보다는 6만 7천원 가량 적다. 결국 서울시가 도시가스회사 검침원들의 임금 가이드라인을 해마다 반년은 최저임금에 미달하도록 설계해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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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가길현 녹색에너지과장은 최저임금 위반은 아니라면서도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맡인 용역 보고서가 해마다 6~7월쯤 나오는데 당해연도 최저임금에 준할 정도로 낮은 기본급을 산정하다 보니 뒷북치는 보고서가 됐다. 금년 용역보고서엔 내년도 최저임금 등을 고려해 지급수수료(임금)를 산정해줘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가 과장은 “장기적으론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 서울시 생활임금으로 가야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림의 떡 서울시 생활임금

올해 서울시 생활임금은 시급 8,197원으로 최저임금 6,470원보다 훨씬 높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생활임금을 실시해왔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5일을 ‘서울시 생활임금의 날’로 정해 박원순 시장이 참석하는 행사에 이어 토론회를 열어 생활임금을 홍보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까지 서울시 생활임금 적용인원은 1,480명에 불과했다. 소요예산도 15억여 원에 그쳤다. 서울시는 생활임금의 민간부문 확대를 고민하지만 현재까진 시청 직원과 투자출연기관, 위탁 기간 노동자 정도에 그친다.

공공성 높은 도시가스의 현장서비스를 담당하는 검침원의 경우 서울시가 지급수수료 결정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최저임금 선상의 임금 가이드라인을 매년 제시해 생활임금 활성화에 역행해왔다. 반면 서울 성북구는 2015년 한성대, 성신여대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지난해부터 두 사립대학은 청소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시간당 1,500원 이상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성북구는 100% 민간영역인 사립대 임금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데도 대학과 업무협약으로 서울지역에선 생활임금을 처음으로 민간까지 확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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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서울시 도시가스 고객센터 지급수수료 산정 보고서(2016.6)

서울시는 도시가스 지급수수료 산정 보고서에서 기본급 외에도 상여금과 시간외수당, 연차수당, 교통보조비, 식대보조비 등 5개 항목의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지난해 6월 공개한 보고서에 기본급(1,285,270원)과 5개 임금항목을 더해 검침원의 월평균 급여를 1,632,174원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도시가스회사는 시도지사가 결정한 지급수수료 전액을 고객센터에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본급은 올리고 수당은 안 주고

그러나 올 1월 법정 최저임금이 월 1,352,230원으로 오르자 도시가스 고객센터는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려고 검침원들에게 기본급은 서울시 가이드라인(1,285,500원)보다 높은 1,358,500원을 지급하는 대신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나오는 식대와 상여금은 일부만 지급하고, 교통비와 연차수당, 연장근로수당은 아예 지급하지 않았다. 도시가스회사는 기본급을 올려 최저임금 위반은 피하면서, 제수당은 아예 안 주거나 가이드라인보다 적게 지급했다. 결국 서울시 지급수수료 산정보고서(가이드라인)은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도시가스회사는 검침원의 임금총액에서 서울시 지급수수료보다 월 10~20만원씩 적게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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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2014년부터 해마다 지급수수료(임금 가이드라인)를 발표했지만 총액만 감독하고 검침원 개인에게 실제 제대로 된 임금이 지급되는지는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이달 초 파업에 들어간 서울도시가스 산하 일부 가스검침원들이 시청 앞에서 점심시간 피켓팅을 시작하자 서울시는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명절선물 준 뒤 월급에서 공제해 근로기준법 위반

파업중인 검침원들이 근무하는 서울도시가스 강북5센터는 2014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명절과 근로자의 날에 검침원들에게 4만원 상당의 선물을 지급한 뒤 그달 월급명세서에 공제금액으로 잡아 회수했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임금지급 4대 원칙 중 하나인 “임금은 반드시 통화로 지급한다”(법 43조)는 규정을 위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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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분 급여명세서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김진랑 조직부장은 “결국 4만원 가량의 임금을 통화가 아닌 물건으로 지급한 셈인데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회사의 탈세와도 관련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도시가스 강북5센터 김동춘 대표이사는 “선물지급을 회계 처리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어 지난해 1월 이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화된 도시가스사 지역별 독점

도시가스는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해 전국 34개 도시가스회사(서울 5개)에 도매로 판다. 도시가스회사가 소비자에게 소매로 판다. 가스공사는 공기업이지만 도시가스회사들은 민간기업이다. 도시가스회사는 대부분 재벌기업이 소유다. 서울에는 코원에너지서비스(SK), 예스코(LS), 대륜E&S(한진중공업홀딩스), 서울도시가스(대성), 강남도시가스(귀뚜라미) 등 5개사가 있다. 이들은 해당 지역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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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지역별 독점구조

도시가스회사와 소비자 사이엔 전국 367개 고객센터(서울 88개)가 있다. 이들 고객센터는 도시가스회사와 위탁을 맺은 독립사업자가 운영하다가 최근 급속히 도시가스회사의 자회사로 통합되고 있다. 이들 고객센터 현장직원(검침원과 민원기사)이 고지서를 보내고 가정을 방문해 검침하고 고장수리 등 대민서비스를 직접 담당한다.

맞벌이 늘어나 검침 점점 어려워

대부분 40~50대 여성들로 구성된 검침원들은 서울시의 낮은 임금 가이드라인 때문에 최저임금 선상을 오르내리며 실수령액으로 월 120만 원대의 월급을 받고 1인당 4천여 세대에 고지서를 손수 돌리고, 가스검침도 한다. 여성 검침원에 대한 성희롱은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 낮시간대 검침이 점점 어려워져 새벽과 야간, 주말 노동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에 파업에 참가하는 강북5센터의 검침원 나현숙 씨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3,400세대를 맡고 있다. 고지서를 배낭에 20kg 가량 메고 평창동 일대를 돌며 우편함에 꽂는다. 고지서 배달은 우편함에 꽂으면 그만이지만 검침은 집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 씨는 “맞벌이 부부가 출근해 버리면 낮시간대 검침이 어려워 야간과 주말에 주로 검침하는데 사람이 있어도 문을 잘 안 열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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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검침원 근무복(위) 과거 검침원 근무복(아래)

검침원은 서울도시가스 일을 하지만 신분은 별도회사인 고객센터 소속이다. 시민들이 검침원 근무복에 붙은 고객센터 이름표를 보고 방문판매원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몇 년 전까진 ‘서울도시가스’라고 적힌 이름표였는데 불법파견 소지를 없앤다며 고객센터 이름표로 바꿨다. 문을 안 열어주는 고객 집에 갈 땐 예전 이름표를 잠시 붙이고 들어가기도 한다.

화, 2017/02/2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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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지와 위생용품 등으로 유명한 모나리지와 쌍용C&B의 전 회장 김광호 씨가 대표적인 조세도피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전통 도자기 제조 업체인 광주요 그룹의 조태권 회장도 조세도피처인 바하마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광호 회장… 투자 전문가, 혹은 기업 사냥꾼?

김광호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을 전문으로 하면서 거액의 차익을 챙겨온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02년 법정 관리 상태였던 모나리자의 지분 66%를 80억 원에 사들인 뒤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지난 2013년, 이 지분을 대표적인 사모펀드인 모건 스탠리 프라이빗 에쿼티스에 6백억 원에 팔았다. 아내와 두 딸 등 일가가 모두 참여한 이 거래로 6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모나리자 뿐이 아니다. 김광호 회장은 지난 10여 년 동안 기업 인수와 매각을 열 번 넘게 거듭했다. 김 회장의 기업 거래는 다음과 같다.

▲ 김광호 회장의 기업 인수, 매각 시기

▲ 김광호 회장의 기업 인수, 매각 시기

끊임없이 기업을 사고 판 결과 김 회장은 수천억 대의 돈을 벌었다. 가장 최근인 2013년, 모나리자와 쌍용C&B, 대전모나리자 등을 매각하면서 벌어 들인 돈만 해도 2천억 원이 넘는다. 이로 인해 김 회장은 전문 경영보다는 잦은 인수 합병으로 매각 차익을 노리는 데 더 집중하는 인수 합병 전문가로 비판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매각 과정에서 차익에 부과되는 세금을 덜 내는 기술도 절묘했다.

▲ 대주주가 주식을 매각할 때 양도소득세율

▲ 대주주가 주식을 매각할 때 양도소득세율

대주주가 주식을 팔면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세율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다른데, 대기업의 경우 30%, 중소기업은 10%다.

김 회장이 지분을 팔 때 모나리자와 쌍용씨앤비는 연매출이 천억 원을 넘어 이미 대기업으로 분류돼 있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양도세율 10%를 적용받아 50억 원만 냈다. 어떻게 100억 원에 가까운 세금을 피한 것일까.

답은 ‘증소기업 유예기간’이라는 제도에 있다. 중소기업이 성장해 대기업이 된 경우 대기업 수준의 갑작스러운 제재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3년까지 중소기업으로 간주해주는 것이 중소기업 유예기간 제도다. 김 회장은 유예 기간 마지막 해에 지분을 매각해 150억 원이 될 뻔한 세금을 3분의 1로 줄였다.

M&A 전문가가 조세도피처에 간 이유는?

뉴스타파 취재진이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에서 유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김광호 회장은 지난 2008년 5월 20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트랜스 인터컨티넨탈(Trans Intercontinental)’이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설립 서류엔 김 회장의 여권 사본과 서명 등 그가 이 페이퍼 컴퍼니의 실소유주임을 증명하는 다양한 자료가 들어있었다.

▲ 김광호 회장의 ‘트랜스 인터컨티넨탈(Trans Intercontinental)’ 설립 서류

▲ 김광호 회장의 ‘트랜스 인터컨티넨탈(Trans Intercontinental)’ 설립 서류

이 회사에는 김 회장이 유일한 이사와 주주로 등재돼 있다. 회사의 주소는 모색 폰세카 버진 아일랜드 지점이 있는 ‘아카라 빌딩(Akara Building)’이다. 이 곳은 수천 개의 페이퍼 컴퍼니가 주소를 두고 있는 곳으로,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 프로젝트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트랜스 인터컨티넨탈’은 2008년 5월 설립돼 2012년 11월 폐쇄된 것으로 나온다. 이 기간에도 김 회장은 기업 인수 합병을 통해 큰 돈을 벌었다.

▲ 2008년~2012년 사이 김 회장의 기업 거래 내역

▲ 2008년~2012년 사이 김 회장의 기업 거래 내역

김 회장은 1989년 직접 설립한 웨스텍코리아를 2010년 예림당에 팔아 250억 원을 받았고, 2011년에는 엘칸토를 이랜드에 팔아 200억 원을 받는 등 총 450여 억 원의 매각 대금을 벌어들였다.

김 회장은 현재 자신의 이름 앞 글자를 딴 ‘KH’ 인베스트먼트(KHI)라는 회사를 통해 여전히 기업 인수와 매각, 벤처 투자 등에 나서고 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김 회장에게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이유를 묻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회신을 주겠다고 했던 김 회장 회사 임원과 기타 관계자들은 취재진의 연락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광주요 그룹 조태권 회장, ‘유령회사 설립, 해외계좌 개설’

전통 도자기 제조 업체인 광주요 그룹의 조태권 회장도 모색 폰세카를 통해 조세도피처인 바하마에 1998년 8월 12일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1963년 설립된 광주요는 주력인 도자기 사업 외에도 프리미엄 소주 브랜드인 ‘화요’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중견기업이다. ‘화요’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8년 부친으로부터 가업을 물려 받아 현재 광주요를 이끌고 있는 조태권 회장은 바하마에 설립된 ‘와 련 엔터프라이즈 리미티드(Wha Ryun Enterprise Limited)’라는 페이퍼 컴퍼니의 이사로 등재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회사의 98년 9월 7일 자 회의록에는 조 회장뿐 아니라 성복화라는 사람을 함께 이사에 임명한다고 기록돼 있다. 성복화 씨는 조 회장의 부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페이퍼컴퍼니 설립 당시 일본의 주소를 거주지로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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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련 엔터프라이즈’는 싱가포르에 있는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는데, 조 회장과 부인을 계좌의 서명권자로 임명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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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페이퍼컴퍼니는 1달러 짜리 주식 1주씩을 무기명 주주 1과 2에게 발행했다. 주주의 정체는 익명으로 해 둔 것이다. 조 회장 부부가 이사로 등재돼 있고, 계좌 서명권자도 조 회장 부부로 해 놨는데 굳이 주주의 정체는 왜 무기명으로 숨겼는지 의문이다.

‘와 련 엔터프라이즈’는 설립 후 약 9년 뒤인 2007년 6월 폐쇄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 유령회사 이름으로 개설된 싱가포르 계좌가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취재진은 조 회장에게 페이퍼컴퍼니와 계좌에 대해 물었지만, 그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페이퍼컴퍼니 관련 서류에는 조 회장과 부인 성 씨의 자필 서명이 있다. 조 회장에게 자료를 보여주고 좀 더 정확한 해명을 듣기 위해 광주요 서울 사무실을 방문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3주가 지난 현재까지 조 회장 측은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취재 : 이유정, 정재원
촬영 : 김남범
편집 : 정지성

목, 2016/04/2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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