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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검찰, 탈세 혐의로 포스코건설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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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검찰, 탈세 혐의로 포스코건설 수사

익명 (미확인) | 금, 2015/09/04- 16:56

[편집자주]

포스코 비자금 수사가 6개월째를 맞고 있다. 그 동안 검찰은 포스코그룹 전현직 임원과 협력업체 대표 등 10여 명을 비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실패한 수사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사법처리에 실패했기 때문. 비자금 조성의 주범으로 지목된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번이나 기각됐고, 정 전 회장은 최근에야 검찰에 소환됐다. 호가호위하며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온 동양종합건설 배성로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역시 기각됐다. 수사가 이대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포스코 수사가 계속돼야 하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먼저 지난 6년 간 포스코건설의 수의계약 목록을 <뉴스타파>가 분석한 결과다. 수의계약은 포스코와 협력업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구조적인 비리가 만들어지는 시작점이다. 두번째, 포스코의 브라질 공사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형사 소송 취재 결과다. 한 토목협력업체가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인데, 100억 원 가까운 공사대금이 사라졌다는 내용이다. 이 협력업체는 이 자금이 포스코건설의 비자금으로 둔갑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한다.


2. 브라질 검찰, 탈세 혐의로 포스코건설 수사

브라질 검찰이 최근 포스코건설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브라질 제철소(CSP) 공사에서 세금을 탈루하고 외화를 밀반출했다는 혐의다. 수사 대상에는 원청인 포스코건설 외에도 5~6곳의 우리나라 하청업체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사실은 브라질 연방경찰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문서에는 브라질 연방검찰의 지휘로 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적혀 있다. <뉴스타파>는 브라질 현지 관계자들을 통해 관련 문서를 확보했다.

6월 30일, 브라질 쎄아라주 연방경찰이 일선 경찰에 보낸 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브라질 검찰 수사 지시 문서

▲ 브라질 검찰 수사 지시 문서

쎄아라주 연방검찰청은 공문서(번호 n. 3218/2015/LEM/PR/CE)를 통해 수사지휘를 하달했으며…다음과 같이 처리함. 성 곤살로 두 아마란찌시에 적을 둔 포스코건설의 책임자와 까우까이아시에 있는 (포스코 하청업체) 브라코 건설사의 책임자가 상호 협의 및 협력하여, 한국인 근로자들의 급료를 브라질 노동부에 적게 신고하고, 나머지 큰 차액은 한국으로 불법송금한 사실…형사 소송법 제 22조에 의거한 외화 밀반출 혐의와 형사송법 제 1조에 의거한 조세 탈루의 혐의의 수사를 초동 수사 단계에 다음과 같이 처리토록 지시한다.

CSP는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는 일관제철소다. 브라질 동북지역인 포르탈레자에 위치해 있다. 2011년 8월 착공해 2015년 9월 현재 90%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국영기업인 광물업체 발리(50%)사가 대주주이며 우리나라의 동국제강(30%)과 포스코(20%)가 참여하고 있다. 연간 300만t 규모의 철강 반제품을 생산하게 될 CSP의 공사 규모는 총 5조 원으로, 국내 철강 회사의 해외 진출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협력회사 실적 조작

이번 수사는 포스코건설의 토목협력업체인 브라코(대표 박정근)가 올해 초 원청인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벌인 게 단초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브라코는 포스코건설의 외화밀반출, 탈세, 횡령 등을 문제삼았다. 박정근 브라코 대표는 <뉴스타파>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포스코건설은 하청업체 직원들의 임금을 브라질 정부에 허위신고한 뒤 환치기 수법으로 한국에 보내 세금을 탈루하는 데 간여했다. 포스코건설이 공사 대금을 횡령한 의혹도 조사해 달라고 브라질 검찰에 요청했다. 포스코건설이 사실상 관리해 온 브라코 법인계좌에서 사라진 100억 원 정도의 자금을 찾아 달라는 내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검찰에서도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 박정근 대표 검찰 진술서

▲ 박정근 대표 검찰 진술서

진술인(박정근)은 포스코사의 코크스 소장 김OO, 이OO 공무부장 그리고, 제강측 소장인 손 상무등이 브라코를 이용하여, 결국 브라코사에게 제강과 코크스측의 공사관련 일체의 세금과 각종 공과금등의 책임을 전가하고, 편법적 탈세 및 외화 밀반출 등을 통해 한국인 직원들의 급여외에도 각종 뇌물의 공여를 위해 브라코를 이용한 사실을 파악하였으며, 2013년 3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13.000.000 헤알의(당시 한화 62억상당) 외화를 밀반출토록 하였으며, 이를 모두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이들은 김OO와 (브라코의 모기업이었던) 한국의 씨앤지사, 그리고 김OO이며, 이는 포스코사의 변호인단인 ** 이라는 로펌사의 자문과 계략으로 이루어졌으며, 각 한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은 미화 6000~7000 달러 수준이었으며, 당연히 포스코사는 이 금액의 급여를 해당 근로자들의 근로자 등록수첩(CTPS)에 약 미화 2000 달러 상당으로만 등록케했다.

▲ CSP 공사 현장 동영상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민형사 고소를 한 협력회사 브라코(BRACO)는 전남 여수에 있는 건설사 씨앤지엔지니어링(씨앤지)이 2012년 브라질 현지에 설립한 회사다. CSP공사 참여를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이다. 설립 당시 씨앤지는 연매출이 15억원에 불과하고 해외공사 경험도 없었다. 그럼에도 CSP 공사에 참여해 1000억 원대 공사를 따냈다. 모기업인 씨앤지 연매출의 60배가 넘는 공사.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CSP는 브라질 정부가 추진하는 사실상의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참여기업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정상적인 절차를 따른다면, 씨앤지 정도 기업은 명함을 내밀 수도 없는 구조다. 하지만 어찌된 이유인지 원청인 포스코건설은 씨앤지를 공사에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편법을 동원했다. 씨앤지가 해외공사 경험이 많은 중견 건설사 O산업의 자회사인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있지도 않은 공사실적을 만들었다. 씨앤지 정OO 대표는 최근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갖고 이런 사실을 고백했다.

포스코건설 이OO 부장이 씨앤지의 공사 실적을 부풀려 서류를 만든 뒤 CSP에 갖다 냈다. 씨앤지가 O산업의 자회사인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포스코건설측이 다 알아서 한 일이다.
– 정OO 대표

브라코를 설립하고 서류상 대표를 맡았지만, 정 대표는 브라코의 경영에 전혀 간여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브라코가 무슨 공사를 하는지, 공사비를 얼마나 받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브라코의 브라질 현지 사업 책임자(법인장)도 포스코건설이 일방적으로 지정해 줬다. 김OO라는 사람인데, 포스코건설은 김OO를 현지 법인장에 임명하는 것을 조건으로 브라코에 공사를 줬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공사 시작 이후 벌어졌다. 브라코로 들어온 공사대금이 어디론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 대표는 2013년 2월 들어온 착수금(60억원)도 절반 가량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협력회사 인사에도 간여

포스코건설에서 공사비가 들어왔지만, 대표인 내게는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다. 포스코건설이 정해준 법인장은 나에게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2013년 8월 답답한 마음에 제가 브라질로 갔다. 그런데 법인장은 회사 대표인 나를 만나주지도 않았다. 포스코건설도 마찬가지다. 법인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열람했는데, 엄청난 규모의 돈이 어디론가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 2013년 2월부터 8월경까지 대략 300억원 정도 공사비가 들어왔는데, 그 중 90억원 정도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포스코건설과 법인장에게 돈을 어디에 썼는지 물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오히려 ‘알려고 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았다.

▲ 브라코-포스코건설 공동관리약정 (Escrow Agreement) 사본

▲ 브라코-포스코건설 공동관리약정 (Escrow Agreement) 사본

법인자금이 어딘가로 빠져나가면서 브라코는 경영위기에 빠졌다. 그리고 지난해 2월, 결국 브라코는 포스코건설에 공동경영을 요구했다. 사실상의 경영권 포기였다. 이때부터 브라코의 모든 자금관리는 포스코건설이 맡았다. 포스코건설의 허가가 있어야 돈이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브라코 법인자금의 의심스런 유출은 계속됐다는 게 브라코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8월에는 브라코의 주인이 바뀌었다. 정 대표가 자신의 브라코 지분을 모두 브라질 교민 출신의 법인장 박정근 씨에게 넘긴 것이다. 박씨는 대표에 취임한 직후 브라코 법인계좌를 열람했고, 그 과정에서 전임 대표인 정 씨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임을 확인했다. 박 대표는 “그 동안 브라코 법인계좌에서 사라진 자금은 총 100억 원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2014년 2월 포스코건설과 공동관리약정(Escrow Agreement)을 맺었다. 명목은 공동관리였지만 포스코건설이 모든 권한을 갖는 계약이었다. 돈거래에 필요한 법인 OTP카드도 포스코건설이 관리했다. 그런데 포스코건설이 직접 자금관리를 하는 동안에도 수십억원의 법인자금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포스코건설이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다. 사라진 자금은 총 100억원 정도 된다.

의혹의 수취인 ‘SP브라질’

<뉴스타파>는 정 전 대표와 박정근 현 대표 등의 도움을 받아 브라코에서 빠져나간 돈의 행방을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두 시기에 걸쳐 자금이 집중적으로 사라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2013년 2월 첫 공사대금이 입금된 이후부터 그해 8월까지 약 30~40억 원이 집중적으로 빠져 나갔다. 이 시기는 포스코건설이 앉힌 김모 씨가 브라코 법인장을 맡던 시기다.

지난해 4월부터 8월 사이에도 수십억 원대 자금이 빠져 나갔다. 이 때도 브라코 계좌의 관리 권한은 포스코건설에 있었다.

▲ 횡령 금액 의심 은행 전표 중 하나

▲ 횡령 금액 의심 은행 전표 중 하나

브라코에서 인출된 자금의 수취계좌를 보면, 브라코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법인과 개인이 여럿 등장한다. 개인의 경우 한국 사람 뿐 아니라 브라질 사람도 많았다. 2013년 4월부터 8월까지의 수상한 돈흐름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SP브라질’이란 기업으로 빠져나간 자금이었다. 7차례에 걸쳐 총 6억 원 가까운 돈이 이체됐다. 그런데 브라코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이 회사 대표의 이력이 흥미로웠다.

‘SP브라질’의 대표 정OO 씨는 2013년 포스코 하청을 받아 전남지역에서 사업을 하던 중 고의 부도를 낸 뒤 브라질로 도피해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그런데 정 씨가 고의 부도를 내 하청업체에 막대한 피해를 준 뒤에도 포스코건설은 무슨 이유인지 정 씨에게 계속 사업을 몰아줘 문제가 됐었다. 정 씨는 몇몇 포스코건설 임원의 비호를 받으며 사업을 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내용은 2013년 몇몇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다.

전기공사를 담당했던 포스코건설 하청업체 동광이엔씨는 수많은 업체에 돈을 갚지 않은 채 국내법인을 폐쇄했다. 그러나 동광이엔씨는 바지사장을 내세워 브라질에 이름을 바꿔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포스코 해외건설 현장에 하청업체로 등록해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문제에도 포스코건설은 이 업체에 수백억 원대의 해외건설 일감까지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뉴스웨이 2013년 10월 22일(링크)

지난해 4월경부터 사라진 자금의 용처는 확인이 쉽지 않았다. 누군지 전혀 알 수 없는 개인계좌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SP브라질쪽으로 흘러간 자금도 추가로 확인됐다. 정 씨의 친인척이 설립한 회사(VRC COMERCIO DE MATERIAIS DE CONSTRUCOES LTDA)로 3억 7000만 원이 이유없이 빠져나갔던 것이다. 박 대표는 “이 회사 역시 브라코 사업와는 이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최근 브라질 수사당국에 제출한 진술기록에는 이 시기 브라코에서 빠져나간 돈의 출처가 일부 들어있는데, 대부분 브라질 수도 상파울로에 사업체를 둔 의류회사나 여행사, 식당 등이었다. 박 대표는 “브라코 사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곳도 있고, 관련이 있지만 금액이 부풀려져 지급된 것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대표의 검찰 진술서 내용 중 일부.

1. 현지인 직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하OO와 그의 소유 회사를 통해 식대비용이 30% 부풀려 지불, 세금계산서를 일체 발급받지 않고 무단 지출. 약 660,000 헤알(2억 7천 5백)의 금액 횡령.
2. 법인장 김OO이 기획 부동산 업체를 통해 환치기 및 횡령 (한화 3억 2천 6백만원)
3. 법인장 김OO와 (SP브라질) 정OO 대표가 허위 세금 계산서를 발급받아 횡령. (한화 3억 7천 8백만원)

박 대표와 브라코측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뉴스타파>는 먼저 브라코 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 법인장 김모 씨에게 연락해 입장을 물었다. 그러나 브라질에 머물고 있는 김 씨는 전화인터뷰에서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는 “브라코사가 고용한 20대 초반의 회계부서 여직원이 돈을 빼돌렸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만 반복했다. 한 차례 전화통화가 이뤄진 후엔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포스코건설측에도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만 전했다.

환치기 방법으로 임금을 지급한 적 없다. 외화밀반출 사실도 없다. 브라코에는 모든 공사비가 정상적으로 지급됐다. 브라코에서 벌어진 자금 문제는 포스코건설과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CSP공사에 차질을 빚게 된 것과 관련 브라코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중이다. SP브라질 정모씨는 CSP공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포스코건설, 의혹 부인

브라코에서 사라진 돈의 행방은 아직 미지수다. 브라질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사라진 돈이 포스코건설의 비자금과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관련자들의 개인비리인지, 그것도 아니면 회계적인 실수인지가 수사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이 서류를 조작하면서까지 설립에 간여한 하청업체에서 탈세, 횡령 의혹이 불거진 점, 포스코건설이 사실상 관리해 온 계좌에서 수상한 자금흐름이 발견된 사실만으로도 의혹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검찰은 이미 포스코가 국내외 공사현장에서 비자금을 만든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베트남에서 조성한 200억 원대 비자금은 이미 확인됐고 인도, 인도네시아에서 만들어진 비자금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중이다. 브라질에서 사라진 공사대금도 비자금 조성과 관련됐을 정황이 드러난만큼 포스코측의 해명과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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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 발암물질 PM2.5… “황사와는 다른 물질”

미세먼지는 황사와는 성분이나 발생 원인이 다르다. 미세먼지는 황사보다 작은 10㎛이하로 입자의 크기에 따라 PM10과 PM2.5로 구분된다. 초미세먼지라고 하는 PM2.5는 입자가 매우 작아서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침투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혈관에 염증을 발생시키는 등 매우 위험한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PM2.5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1군은 벤젠이나 석면과 같이 인체에 매우 위험한 물질들이다. 호흡기질환은 물론 심혈관계질환, 각종 암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 임산부나 심장질환, 순환기질환을 겪는 환자들은 더욱 심각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PM2.5는 심장과 혈관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당뇨병, 우울증 같은 만성질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단순한 먼지가 아니라 독성물질이라는 것이다.

수도권보다 지방이 더 심각

뉴스타파는 국립환경과학원이 공개한 일일 PM2.5데이터를 종합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오염 정도를 분석했다(PM2.5에 대한 측정값 공개는 2015년부터 시작됐고 현재 1월에서 7월까지의 자료가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음). PM2.5 오염이 가장 심한 지역은 전북으로 34㎍/㎥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충남과 충북이 32㎍/㎥이었다. 그 뒤를 이어 대전과 인천이 29, 경기, 강원, 울산, 대구, 경남, 광주가 28㎍/㎥, 부산이 27, 전남과 경북이 26, 그리고 서울이 24㎍/㎥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2016051901_01

서울은 25개 자치구별로 각각 PM2.5측정소가 설치돼 있다. 종로, 은평, 강서, 금천, 관악구 등 주로 서쪽 지역이 26㎍/㎥으로 오염이 심했던 반면 노원과 강북구는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지역 PM2.5 (㎍/㎥)
전북 34
충남 32
충북 32
대전 29
인천 29
강원 28
울산 28
경기 28
대구 28
경남 28
광주 28
부산 27
전남 26
경북 26
서울 24

▲ 전국 PM2.5 농도(2015년 1월 1일 ~7월 31일)

지역 PM2.5 (㎍/㎥)
강서구, 관악구, 금천구, 마포구, 은평구, 종로구 26
강남구, 동작구, 중구, 중랑구, 성동구,영등포구 25
구로구, 도봉구, 서초구, 용산구 24
강동구, 동대문구 23
광진구, 서대문구, 성북구, 송파구 22
강북구, 양천구 21
노원구 20

▲ 서울 25개 자치구 별 PM2.5(2015년 1월 1일 ~ 7월 31일)

누구를 위한 기준인가?

현재 우리나라의 PM2.5에 대한 대기환경기준은 연 평균 25㎍/㎥, 일 평균 50㎍/㎥이다. WHO 권고기준은 연 평균 10㎍/㎥, 일 평균 25㎍/㎥이다. 이 기준치가 유지되어야만 건강 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연 평균15㎍/㎥, 일 평균 35㎍/㎥, 호주는 연 평균 8㎍/㎥ 일 평균 25㎍/㎥이다.

미국 암학회(AACR)에 따르면 PM2.5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는 수치가 10㎍ 증가할 때 사망률이 7% 증가하고 심혈관, 호흡기 관련 환자들의 사망률은 12%나 증가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PM2.5 기준은 연 평균 기준으로 WHO의 2배가 넘고, 규제도 세계 주요 국가보다 훨씬 느슨하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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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2.5 배출량이 영업 비밀?

PM2.5는 특히 공장의 굴뚝에서 배출되는 비율이 매우 높다. 2013년 4월, 환경부는 PM2.5에 대한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사업장에서 나오는 PM2.5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고 배출원에 대한 규제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장의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해 PM2.5 상승에 기여하는 정도를 산정해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사업장에서 PM2.5가 어느 정도 배출되는지 측정조차 되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 배출량은 보고 되고 있지만 PM2.5 배출량은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며 이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WHO나 세계 주요 도시보다 우리나라 대기환경 기준이 느슨한 것도 업계의 상황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의 건강보다 기업의 영업비밀이 우선시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도권의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집행한 예산만 1차에 3조 814억 원이다. 2차 사업에도 4조 5581억 원이 계획돼 있다. 이렇게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대기환경개선은 체감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전반적인 대응이 늦었을 뿐 아니라 정책 자체가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지난 해부터 시작된 2차 수도권대기환경 개선사업이 성공할 경우 2024년에는 수도권의 PM2.5 농도가 연 평균 20㎍/㎥까지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원에 따르면 계획이 성공하더라도 수도권의 PM2.5 농도는 연 평균 30㎍/㎥으로 국내 기준치조차 충족하지 못할 정도로 계획 자체가 부실했다.

뉴스타파는 PM2.5와 관련해 정부가 세우고 있는 특별 관리 대책이 무엇인지 수차례 취재를 요청했지만 환경부는 답변을 회피했다. 정책을 검토 중이어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취재 : 이보람, 연다혜
데이터 : 최윤원
촬영 : 최형석
편집 : 박서영

목, 2016/05/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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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지역, 시멘트 공장 초미세먼지로 인한 건강영향 심각

사람이 초미세먼지 PM2.5에 장기간 노출되면 어떤 위험이 있을까?

지난 2013년 조선대학교 연구팀은 전라남도 장성군 시멘트 공장 주변 지역의 대기오염 상태와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조사한 후, 시멘트 공장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가 사람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라남도 장성군의 시멘트 공장

▲전라남도 장성군의 시멘트 공장

조사 결과, 시멘트 공장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서 주로 호흡기계 질환과 심혈관계 질환이 발견됐다. 공장 주변 지역 주민 중 9.3%가 환기능 장애 중 제한성 폐질환으로 판별됐다. 고밀도컴퓨터단층촬영(HRCT)을 활용한 정밀 진단 결과, 분진 관련 직업에 종사한 적이 없는 주민 3명에게서 진폐증이 확인됐다. 또 폐정밀컴퓨터 촬영 과정에서 혈관에 협착 및 동맥경화를 보이는 석회반(plaque)이 주민 27%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공장 주변지역 주민들은 다른 지역 주민들에 비해 기침은 1.9배, 호흡곤란은 1.8배 많이 호소하는 등 호흡기계 증상이 많았다.

이 연구에서 시멘트 공장 주변 지역의 PM2.5 수치는 약 25µg(마이크로그램)으로 시멘트 공장에서 비교적 멀리 있는 대조 지역(비교 대상지역)의 20µg에 비해 높았다. 25µg은 우리나라 PM2.5 연간 기준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이 정도의 수치로도 “노약자 등 생물학적인 약자들에게 건강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대학교 연구팀도 주민들이 시멘트공장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서, 장기간에 걸친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특히 ‘초미세먼지가 호흡기계뿐만 아니라 심혈관계질환 발생에도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호흡기 및 심장질환자에 대한 건강관리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예보와 경보는 60km 떨어진 목포 기준으로 받아

이러한 건강에 대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장성 주민들은 PM2.5의 위험성에 대해 거의 경고받지 못하고 있었다. 노년층에서는 초미세먼지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많았고, 젊은 층에서는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위험성이 인식되고 있었다. 취재진이 장성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작년에 어린이집에서 정보가 공유되면서부터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주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초미세먼지 정보를 확인한다고 했다.

▲포털사이트에서 ‘장성 미세먼지’로 검색한 결과

▲포털사이트에서 ‘장성 미세먼지’로 검색한 결과

한 포털사이트에서 ‘장성 미세먼지’로 검색하면 광주 건국동 측정소가 나온다. 장성에서 14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곳이다. 또 다른 포털사이트에서 같은 검색어로 검색하면 목포시 부흥동 측정소가 나온다. 이곳은 전라남도에서 장성과 가장 가까운 측정소지만 장성에서 자동차로 1시간, 직선거리로 60km 떨어져 있다. 장성주민들은 이렇게 멀리 있는 측정소의 PM2.5 정보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박찬오 전라남도보건환경연구원 주무관은 “PM2.5 측정장비가 설치가 안 됐는데도 (예경보) 발령을 하니까 실효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중부권에서도 4개 정도 시에 측정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환경부에 예산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PM2.5 측정소 수도권, 대도시 편중

초미세먼지 측정소가 특정 지역에 편중됨으로써 생기는 문제는 전라남도의 문제는 아니었다. 우리나라 전체 PM2.5측정소는 2016년 5월 초 기준 162곳이다. 이중 57개의 측정소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몰려 있었고 부산, 대전, 광주 등 비수도권 지역 대도시에도 48개의 측정소가 집중돼 있었다. 반면 화력발전소가 많은 충청남도는 PM2.5측정소가 3곳으로 가장 적었다. 경상북도가 5곳으로 뒤를 이었고, 강원도도 6곳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병욱 한국교통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충북만 해도 음성 등 새로 산업체가 많이 들어서는 지역에 PM2.5 측정소가 없다”며 측정망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 사이트에 표시된 PM2.5측정소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 사이트에 표시된 PM2.5측정소

분류 광역 측정소 수
수도권 서울 25
경기 20
인천 12
대도시 부산 21
대구 9
울산 7
광주 6
대전 4
세종 1
시도
지역
경남 12
충북 10
전남 10
전북 8
강원 6
경북 5
충남 3
제주 3
총계 162

측정소 대부분 옥상에 설치돼, 설치기준 무의미해져

측정소가 비교적 촘촘하게 배치돼 있는 수도권 지역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환경부가 발행한 「대기오염측정망 설치·운영지침」을 보면 시료채취구는 “사람이 생활하고 호흡하는 높이인 지상 1.5m에서 10m 사이에 설치”하도록 정하고 있다. 조영민 경희대 환경학 및 환경공학과 교수는 “우리가 호흡하고 부딪치는 쪽이 중요하다”며 지상 10m 높이보다 우리 키 높이인 1.5m 정도에서 측정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취재한 수도권의 PM2.5 측정소 중 대다수가 10m가 넘는 곳에서 대기 측정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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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지침에도 부득이한 경우 30m 이내의 높이에 시료채취구를 설치하게 하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측정소가 10m를 넘는 위치에 설치돼 기준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

감사원 감사로 측정 장비 신뢰도 문제 밝혀져

측정 장비 자체의 신뢰도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 있었던 환경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에 설치된 PM2.5 자동측정기 65대 중 49대가 등가성평가시험에 불합격했다. 평가대상 장비 4대 중 3대가 정확도 기준에 못 미친 것이다. 이런 장비들이 2015년 11월 감사원 감사가 있기 전까지 PM2.5의 측정과 예보에 활용됐다.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발표한 ‘환경성과지수’를 보면 우리나라의 PM2.5 오염도는 180개 국가 중 174위로 나타났다. 평가대상 국가 중 거의 최하 수준이다. 초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측정 단계에서도 허점을 노출하고 있었다.


취재: 김강민, 최윤원, 최문호
촬영: 최형석, 정형민
편집: 정지성
C.G: 정동우

목, 2016/05/1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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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2.5(초미세먼지)에 대한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자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은 PM2.5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지시했다. 그러나 대책은 이미 수립돼 있었다. 정부는 지난 2013년에 PM2.5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문제는 PM2.5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해가 거듭될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책은 수립됐지만 부처 간 엇박자로 PM2.5 관리가 효과적으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석탄화력발전소, PM2.5 주범…충남 지역 석탄화력발전소 수도권 PM2.5 농도에 28% 기여

국립환경과학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7월 충남 지역의 PM2.5 평균 농도는 32µg/m³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24µg/m³인 서울보다 8µg/m³ 높은 수치다. 오염이 특히 심한 겨울철에는 충남 지역의 PM2.5 농도는 서울보다 13µg/m³ 높은 41µg/m³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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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2.5의 주요 배출원으로 지목되는 자동차가 많은 서울보다 충남 지역의 PM2.5가 농도가 높은 이유에 대해 조영민 경희대 환경학 및 환경공학과 교수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가스 배출량 총량 자체가 워낙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PM2.5는 1차적으로 배출되는 PM2.5와 2차적으로 만들어지는 PM2.5가 있다.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이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또 다른 PM2.5가 만들어지는 것이 2차 PM2.5인데 조 교수는 “1차 PM2.5와 2차 PM2.5를 합하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PM2.5가 가장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남 지역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지역의 PM2.5 농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수도권 PM2.5에 최대 28%까지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풍이 심한 겨울철에는 국내 전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오염물질로 먼지도 있지만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이 있는데, 이런 가스상 오염물질이 이동이 되면서 바람에 따라 수도권 쪽으로 유입이 될 수 있다”며 “이 물질이 수도권에 유입되는 과정에서 PM2.5가 생산돼 수도권 PM2.5 농도를 높이게 된다”고 밝혔다.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생긴 이후 마을에 암 환자 늘어나…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발전소가 생긴 99년 이후부터 암 환자가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발전소가 운영된 99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당진시 석문면 교로2리의 경우 마을 주민 13명이 암으로 숨졌고 11명이 암 투병 중이다. 교로3리까지 합하면 암 환자는 30명이 넘는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자체가 국제암연구소에서 정한 1급 발암물질로 규정됐다”며 “미세먼지에 노출이 많이 이루어지면 이루어질수록 암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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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로3리에 사는 장진태 씨는 “발전소가 생기고 난 다음에 암 환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전주환 씨도 “발전소가 생긴 후에 젊은 사람들이 암으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배출원에서 PM2.5 배출량 측정하지 않고 있어…PM2.5 농도 관리에 허점

대기 중 PM2.5의 농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PM2.5의 배출원, 예를 들어 발전소나 공장에서 PM2.5가 얼마나 배출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수다. 그러나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 발전소의 경우 먼지 배출량은 측정을 하고 있지만 PM2.5 배출량은 측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 부처 간 대책 엇박자…산자부, 환경부의 석탄화력발전소 축소 의견 묵살

PM2.5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해 산업통산자원부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오는 2023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20기를 추가로 건설하기로 확정했다. 환경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산자부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지만 산자부는 이를 묵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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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건기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과장은 “전력 수급 여건 상 석탄 화력발전소가 수급 안정성, 전력 요금에 미치는 영향 등의 경제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확과 교수는 “공해가 적은 기체 연료가 아닌 고체 연료로 에너지 정책 방향을 잡은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며 “경제 논리를 갖고 싼 연료를 쓰겠다는 것인데 결국 환경적으로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 자가용 이용량 줄이자는 환경부의 협의 묵살

PM2.5의 또 다른 핵심 배출원은 자동차다. 질소산화물은 PM2.5를 생성하는 주요 물질인데, 국내 질소산화물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에서 배출된다.

환경부는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 수립’에 자가용 일일평균 교통량을 2015년부터 매년 3%씩 2024년까지 총 30%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국토부에 교통 수요 관리에 대한 이행 방안을 요청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자가용 일일평균 주행거리 30% 감축은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고 별도로 국토부에서 추진 중인 대책이 있다는 등의 사유로 이행방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토부 교통정책조정과 담당자는 “일 평균 주행거리 30% 감축은 다른 과제들을 포괄했던 과제였다”면서 “대중교통 활성화, 2층 버스 도입 등의 과제를 통해 일 평균 주행거리 30%가 되는 것이니 독자적인 추진 계획을 낼 수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PM2.5 대책과 관련한 환경부의 교통 수요 관리 계획은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PM2.5 문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PM2.5에 대한 대책들은 3년 전에 이미 수립됐다. 부처 간 엇박자로 대책 이행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지난 16일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2016 환경성과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PM2.5 노출 정도는 180개국 중 174위를 기록했다. 171위였던 2014년보다 더 악화됐다. PM2.5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보다는 책임있는 결정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촬영 : 정형민
편집 : 윤석민

목, 2016/05/1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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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위기 속에 지난 5월 6~8일 거제, 통영, 고성지역을 돌았다. 일요일인 8일 오전 8시 30분께 경남 고성군 거류면 STX고성조선해양 주차장 2곳엔 출근한 차량 1천여 대가 늘어서 있었다. 조선업 위기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토요일도 아닌 일요일 오전에 그 많은 노동자가 출근해 있었다.

조선소 현장노동자 대부분 사내하청 비정규직

STX고성조선해양은 직영(원청) 400여 명에 사내하청 2,100여 명이 근무한다. STX고성조선해양은 인근 SPP조선과 함께 현장 근무자 대부분이 사내하청 비정규직인 조선소다. 기아자동차 ‘모닝’을 만들지만 일하는 사람 모두 기아차 소속이 아닌 100% 비정규직 공장 ‘동희오토’와 닮았다.

STX고성조선해양엔 40여 개의 1차 사내하청회사가 들어와 있다. 한 회사마다 50~60명씩 고용해 2천 명 넘는 노동자가 비정규직이다. 1차 사내하청사 안에서도 또다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다.

하청노동자에 직접 작업지시 파견법 위반 소지

파견법에 따르면 원청 관리자나 노동자가 하청노동자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할 수 없다. 그러나 STX고성조선해양에서 이런 파견법 위반은 밥 먹듯 일어났다. 원청 관리자가 카톡으로 날마다 하청노동자에게 출근자 수를 보고받고, 카톡으로 작업지시도 내리고 있다. 하청노동자는 작업한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카톡으로 수시 보고했다. 이는 파견법 위반 소지가 다분했지만, 거제, 통영, 고성지역 조선소에선 일상화된 일이다.

▲ 원청 관리자에게 카톡으로 출근보고하고, 업무지시 받는 하청노동자(왼쪽). 일요일 오전 불황을 무색케 할 만큼 꽉 들어찬 조선소 주차장 ⓒ 이정호

▲ 원청 관리자에게 카톡으로 출근보고하고, 업무지시 받는 하청노동자(왼쪽). 일요일 오전 불황을 무색케 할 만큼 꽉 들어찬 조선소 주차장 ⓒ 이정호

STX고성조선해양에서 사내하청으로 일했던 이모(32) 씨를 만났다. 85년생인 이 씨는 6년째 이 지역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했다. 이 씨는 2010년 대우조선 기술교육원을 3개월만에 이수하고 나와 2010년 5월부터 거제, 통영, 고성지역에서만 선박 전기부문에서 일했다. 만 6년 동안 일하면서 이 씨가 옮겨 다닌 하청업체는 무려 8곳이나 됐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이승호 미조직비정규직부장은 “중소조선소 몰락과 조선 하청노동자들 대량해고는 약 2년 전부터 시작됐는데 정부는 이제껏 침묵하다가 최근 요란한 대책을 쏟아내지만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며 “실제 요란한 대책보다 파견법 위반 등 현행 노동법 준수 여부만이라도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아스포라 : 6년 동안 8개 조선하청사 전전

이 씨는 2010년 5월 대우조선 사내하청 정우기업에 첫발을 디딘 뒤 역시 대우조선 하청사 대성이앤지, 보양전기, 마린이앤아이를 거쳐, 삼성중공업 사내하청 정석기업과 삼현, 정현계전을 거쳐, 지난해엔 STX고성조선해양 사내하청 삼원에서 근무했다.

월 소정근로 209시간의 2배 넘는 438시간 근무

지난 7일 밤 거제시 삼성중공업 인근 숙소 앞에서 만난 이 씨는 조선소 장시간 근무를 설명했다. 이 씨는 유급으로 인정되는 작업 시작 시간은 아침 8시지만, 이보다 훨씬 빠른 아침 7시에 출근해 7시 30분까진 작업하는 배 위에 올라가야 한다. 7시 45분에 체조하고 작업지시 받고,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꼬박 10시간을 일한다. 직영은 오후 5시에 정상근무가 끝나고 그 뒤부턴 잔업시간으로 인정되지만 하청은 저녁 6시까지 해야 정상근무다. 보통 월, 화, 목, 금 1주일에 4일을 밤 10시까지 야간 잔업을 한다. 잔업 땐 임금을 1.5배 쳐준다. 밤 12시까지 일할 때도 있는데 이 땐 2배로 쳐준다.

이 씨는 이렇게 한 달에 438시간 일한 적도 있다. 노동부가 8시간 정상근무한 노동자의 월 소정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책정했는데 이 씨는 이보다 2배 이상 일한다. 이 씨는 “공기 마감을 앞두고 바쁠 땐 월 400시간 이상 석 달 연속 일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 씨는 “이렇게 개처럼 일한 곳에선 꼭 체불 같은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고 했다. 이 씨는 일요일에도 일했다. “13일 연속해서 일하고 격주 일요일마다 쉬었는데, 방에 오면 쓰러져 자기 바빴다”고 했다.

이 씨는 2013년 대우조선 사내하청 마린이앤아이에서 이렇게 일하다가 월급이 체불돼 노동부 통영지청에 진정을 내기도 했다. 이 씨는 최근 STX고성조선해양 사내하청 삼원에서도 이런 식으로 일하다가 월급을 제때 받지 못했다. 삼원 소속 60여 명의 노동자가 1~2달씩 4억여 원의 임금을 못 받았다. 이들은 대책회의 끝에 생계가 급한 40여 명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이 씨 등 남은 20여 명이 지난달 4일부터 원청인 STX고성조선해양 앞에서 체불임금 해결을 위한 시위를 벌였다.

▲ STX고성조선해양 사내하청 삼원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달 밀린 임금을 달라며 원청 조선소 앞에서 집단시위를 벌였다. ⓒ 김경습

▲ STX고성조선해양 사내하청 삼원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달 밀린 임금을 달라며 원청 조선소 앞에서 집단시위를 벌였다. ⓒ 김경습

하청노동자가, 그것도 집단으로 원청 조선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하청노동자가 원청 조선소 앞에서 시위하는 건 거제, 통영, 고성지역에서 앞으로 일하길 포기하는 것이다. 심지어 시위 노동자가 주는 유인물을 받아가는 것도 눈치 보인다. 그런데 이 씨는 “다른 하청 노동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며 유인물을 받아가면서 ‘어떻게 돼 가냐’며 묻기도 했다”고 했다.

체불임금을 요구하며 시위했던 삼원 노동자들은 4월 27일 3주 만에 체불 일부를 받고 나머지는 정부의 체당금에서 충당하기로 하고 문제를 해결했다. 이 씨도 한 달치 체불임금 300여 만원을 받았지만, 다른 사업장을 알아봐야 하는 처지다.

하청회사 삼원의 사장은 다른 사장들보다 악질은 아니었다. 원청 STX가 주는 기성금(원청이 하청사에 주는 공사대금)에서 일부 관리비만 떼고 대부분 노동자들 임금으로 줬다. 그런데도 임금이 체불됐다. 삼원의 현장 관리직들은 “원청이 공수(투입된 노동자 수)를 깎아서 그렇다”고 했다. 실제론 50명을 투입했는데, 원청이 30명 밖에 인정해주지 않아, 기성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기성 삭감으로 하청사 사장들 줄 잇는 자살

이렇게 원청 조선소가 기성금을 후려치면 하청사 사장들은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거제, 통영, 고성지역엔 자금난에 시달린 하청사 사장과 일자리를 잃은 하청노동자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4월 22일 밤 10시25분께 통영 가야중공업 협력사 대표 양모 씨(58)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인들에 따르면 양 씨는 삼성중공업 정규직이었다가 독립해 협력업체를 차려 성동조선과 SPP조선, 가야중공업 사내하청사를 운영해왔으나 최근 조선경기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양 씨가 마지막으로 일했던 가야중공업은 블록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조선소로 삼성중공업 최우수 협력업체로 뽑히기도 했으나 전기요금마저 연체돼 지난 3월 19일 한국전력으로부터 단전 조치를 받기도 했다. 통영시 광도면 안정공단에 위치한 가야중공업 인근 주민들은 “호황일 땐 사내하청까지 1천명 이상이 출근했던 조선소였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오후 4시 25분께 거제시 장목면 매동 바닷가에서 대우조선 사내하청사 대표 이모(53) 씨가 변사체로 발견돼 해양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씨가 타고 나간 차는 거제시 칠천교 인근에서 발견됐다. 거제통영고성지역 노동단체 ‘새터’ 관계자는 “숨진 이 씨가 2009년 조선소 사내하청사를 인수해 운영하다가 늘어난 부채 때문에 체불임금이 25억 원으로 늘어나 고민해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원청이 저가로 수주한 물량을 하청에 떠넘기면서 기성금을 대폭 삭감하는 바람에 일을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였다. 조선업 불황으로 해고된 2, 3차 하청노동자의 위기가, 1차 하청노동자를 넘어, 이젠 제법 규모가 큰 1차 하청사 사장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거제통영고성지역에서 올 1분기 동안 도산이 확인된 기업체가 1천20개로 급증했다. 2014년 213개, 지난해 501개에서 크게 늘었다. 체불임금 규모도 올 1분기 동안 9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6억 원보다 3배 가량 급증했다. 도산한 기업과 체불임금 사업장은 모두 조선업 하청사들이다. 물량팀으로 불리우는 조선업 2, 3차 하청사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엔 1차 하청사 소속 노동자들도 체불임금 신고에 나섰다.

조선노동자 자살은 지난해부터 시작돼

삼성중공업 가공1부 가공1과 정규직이었던 김상근(50) 씨는 지난해 12월 4일 해고 통보를 받은 뒤 장평 인근 바닷가에서 자살했다. 앞서 김 씨는 지난해 11월 16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기도 했다.

삼성중공업 하청사 소망기업 소속 김태창(43) 씨는 4월 25일 오후 3시 50분께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G4도크에서 건조중인 배 안에서 목을 매 숨졌다. 80여 명의 하청노동자를 고용한 소망기업은 삼성중공업 협력업체로 선박 건조 업무를 담당해왔다. 숨진 김 씨는 지난 2013년 8월 소망기업에 고용돼 삼성중공업에서 2년 넘게 취부와 용접 업무를 담당해왔다.

역시 삼성중공업 사내협력업체 성우기업 소속 정정수(38) 씨는 지난 11일 새벽 6시15분께 경남 거제시 고현동 고려아파트 102동 604호 자신의 집 욕실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동료들에 따르면 정씨는 성우기업 입사 8년차로 취부반 반장으로 일해왔는데, 최근 조직개편에서 물량팀 관리로 보직이 바뀌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정 씨는 지난 5일 어린이날에도 정상근무하고 정부 지정 임시공휴일인 6일부터 8일까지 아내와 세 아이들과 캠핑을 다녀왔다. 9일 출근하자 정 씨는 상사로부터 SNS 그룹채팅방에서 연휴기간에 특근을 하지 않았다며 심한 질책성 문자를 받았다. 보직 변동과 심한 모멸감에 시달린 정 씨는 10일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동료들과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한 뒤 숨졌다. 가족과 동료들에 따르면 정씨는 사표를 내고 10일 낮에 집에 와 아내에게 “아이들과 많이 못 놀아 줘 미안하다”고 했다. 정 씨는 10일 저녁 동료들과 술자리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도 큰 아들을 안고 “아빠가 미안해”하며 여러 번 사과한 뒤 잠들었다.

▲ 숨진 하청노동자 정정수 씨가 “이제 무겁다.. 내려놓아도 될까”라는 글을 자신의 카톡방에 남겼다. ⓒ 김경습

▲ 숨진 하청노동자 정정수 씨가 “이제 무겁다.. 내려놓아도 될까”라는 글을 자신의 카톡방에 남겼다. ⓒ 김경습

정 씨는 자신의 SNS 상태메시지 창에 “이제 무겁다. 내려놓아도 될까”라는 말을 남겼다. 정 씨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7, 5살 두 딸을 둔 가장이었다. 정 씨는 병역특례로 시작해 20년 동안 조선소에서 일한 숙련공이었다. 정 씨는 협력업체 소속으로 대부분을 삼성중공업에서 일하면서 25살에 최연소 반장이 될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동료들은 “취부반 반장에서 물량팀 관리로 가는 건 강등 조치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성우기업은 “고인에게 사직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원책 유명무실… 언발에 오줌누기”

거제, 통영, 고성지역에서 일자리를 잃을 조선노동자가 최대 4~5만명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과 지방정부는 이들을 돕기 위해 고용안정특별지구 지정과 실업급여 2달 연장 등의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금속노조 경남지부 이승호 미조직비정규직부장은 “정규직 조선노동자는 고용보험 가입율이 90%를 넘지만 하청노동자는 40%대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물량팀은 10% 남짓에 불과해 노동부가 실업급여를 아무리 늘려줘도 당장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물량팀 하청노동자들에겐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한 물량팀 노동자는 “50명의 물량팀 노동자 중에 고용보험 가입자는 7~8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이 발표되는 가운데 지역 노동자들은 지난 4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거제, 통영, 고성지역 조선소하청노동자살리기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무더기 해직사태에 공동대응키로 했다.

역시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린 고성군 안정공단의 성동조선해양 노조 강기성 지회장은 “조선소에 수천억 원대의 피해를 안긴 키코(KIKO, 파생금융상품) 강매 등 채권은행의 도덕적 해이나 정부의 정책실패에는 눈감은 채 하청노동자 해고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성동조선해양은 키코에 8천억 원이 물렸고, 이제껏 그에 따른 이자만 8천억 원을 물어줬다. 성동조선은 지금도 연 500억 원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월, 2016/05/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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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 쪽 상임위원 다수결로 합의제 행정 훼손
야권 위원은 헛심만…위원장 임명 체계 개편이 열쇠

지난 4월 29일 오전 10시 17분, 이기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하 위원)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심판정을 나갔다. 그날 오전 9시 7분에 시작한 방통위 2016년 제23차 회의가 미처 끝나지 않았을 때라 최성준 위원장은 물론이고 김재홍 부위원장과 김석진, 고삼석 위원이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야권 교섭단체 추천을 받아 방통위 심판정에 앉게 된 김재홍 부위원장과 고삼석 위원은 이 위원의 퇴장에 문제가 있음을 잇따라 지적했다. 이기주 위원이 회의 도중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 게 나머지 위원을 무시한 처사였기 때문이다.

최성준 위원장과 김석진 위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지명(최성준)을 받거나 새누리당 추천(김석진)을 받아 이기주 위원(대통령 지명)과 함께 정부 여당 쪽에 섰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됐다.

이기주 위원의 4월 29일 퇴장 사태는 정부여당 쪽 위원 셋이 뭉쳐 다수결로 야권 추천 위원 둘을 지배하는 방통위 현실을 그대로 내보였다. 퇴장을 막았어야 할 최성준 위원장마저 정부 여당 쪽 이해에 따른 다수결에 힘을 보태기 일쑤여서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린다.

정부 여당에게 거북한 대화는 싫다?

이기주 위원이 회의 도중에 심판정을 나간 까닭은 “방송문화진흥회가 남북 방송 교류협력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고삼석 위원의 문제 제기를 두고 논의하기 싫었기 때문. 이 위원은 “얘기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며 자리를 떠 다른 위원들과 대화할 뜻이 없음을 몸으로 드러냈다.

고삼석 위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남북방송교류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석진 위원이 해명 발언을 이미 한 데다 최성준 위원장까지 의견을 내놓은 상태였기에 이기주 위원의 갑작스런 퇴장은 모두들 당황하게 만들었다. 김재홍 부위원장도 “이기주 위원이 (고삼석 위원이 제기한 문제를 방통위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다며) 퇴장했는데 이 문제를 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게 맞지 않다는 건 옳지 않다”며 “방통위가 임명권을 행사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정파적으로 나뉘어 (남북 방송 교류협력 사업에) 찬성하는 쪽이 일방적으로 (사업 추진 소위원회 구성을) 통과시키는 등 합리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면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0일 열린 2016년 제13차 방통위 심판정의 왼편. 앞줄 왼쪽부터 최윤정 당시 의안정책관리팀장, 이기주 상임위원, 김재홍 부위원장. 의안정책관리팀장이 사무처와 위원회 사이에서 안건을 조율하고 심판정 안팎을 관리한다. (사진: 방통위 홍보용 가상현실영상 갈무리)

▲지난 3월 10일 열린 2016년 제13차 방통위 심판정의 왼편. 앞줄 왼쪽부터 최윤정 당시 의안정책관리팀장, 이기주 상임위원, 김재홍 부위원장. 의안정책관리팀장이 사무처와 위원회 사이에서 안건을 조율하고 심판정 안팎을 관리한다. (사진: 방통위 홍보용 가상현실영상 갈무리)

최성준 위원장과 김재홍 부위원장, 김석진•고삼석 위원은 이기주 위원이 퇴장한 뒤로는 물론이고 23차 회의를 끝낸 뒤 회의장 밖에서까지 방송문화진흥회의 남북 방송 교류협력(북한 주민의 한국 방송 시청 확대 지원) 사업을 두고 서로 목소리를 높였다. 최 위원장이 이기주 위원처럼 23차 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 관련 사업을 논의할 까닭이 없다고 주장했고, 고삼석 위원은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최성준 위원장을 포함한 정부 여당 쪽 위원(김석진•이기주)은 ‘MBC 백종문 녹취록 사태’ 진상 조사 요구처럼 야권 쪽 위원(김재홍•고삼석)이 제기한 중요 의제와 안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삼석 위원은 5월 19일 기자와 만나 “(MBC 녹취록 사태와 함께) EBS를 포함한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 문제,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비위) 문제 같은 걸 (방통위가) 검토할 사안이 아니라며 아예 묵살한 것”을 정부 여당 쪽 다수결에 떠밀린 대표 사례라고 전했다.

이런 흐름은 제2기(2011년 3월 28일 ~ 2014년 3월 27일)와 제1기(2008년 3월 26일 ~ 2011년 3월 27일) 방통위로부터 줄기차게 이어졌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게 껄끄러운 문제가 방통위에서 제대로 논의되거나 합의된 적이 없다는 얘기다.

관료 출신 상임위원의 뒷심

최성준 위원장과 김재홍 부위원장, 김석진•고삼석 위원을 자리에 남겨 둔 채 퇴장한 이기주 위원의 뒷심은 무엇일까. 그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다고는 하나 지명도가 최성준 위원장보다 무거울 수는 없는 일. 이 위원은 새누리당 추천을 받은 김석진 위원보다 널리 알려진 인물도 아니다. 방통위 직위표도 ‘최성준‒김재홍‒김석진‒이기주‒고삼석’ 순으로 짜여 이 위원의 위치(넷째)를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이기주 위원은 최성준 위원장을 비롯한 나머지 위원들을 자리에 남겨 둔 채 퇴장하는 힘을 과시했다. 그 힘은 어디서 왔을까.

방통위 사무처를 실제로 다루는 뒷심이 최성준 위원장이 아닌 이기주 위원에게 있기 때문일 개연성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옛 정보통신부 출신 위원의 힘이다. 정부 행정법무 관련 업무를 한데 모아 다루는 차관회의에 이기주 위원만 참석하는 게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3명에 이른 방통위 사무처 직원들 눈길이 정통부 출신인 이기주 위원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차관회의에 참석하는 위원과 참석하지 않는 위원을 바라보는 관료 사회의 인식 차는 매우 크다. 방통위 사무처 직원들은 자신의 인사와 맡은 일에 영향을 미칠 위원을 더 성실히 대해야 한다는 걸 체득한 지 오래다. 방통위 안팎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도 “아무래도 (관료 출신이 사무처의) 자기 식구니까. (이기주 위원의 사무처 인사나 업무 관련) 입김이 가장 셀 것”으로 봤다.

차관회의 참석자를 두고 첫 단추를 잘못 꿴 건 제1기 방통위 때. 한나라당 추천을 받아 상임위원이자 전반기 부위원장을 지낸 송도균 위원이 2008년 3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차관회의에 참석한 뒤로는 후반기 부위원장(2009년 9월 ~ 2011년 3월)인 이경자 위원이 아니라 직위표상 다섯 번째였던 형태근 위원이 차관회의에 나갔다. 질서가 깨진 것. 야권 추천 위원이었던 이경자 부위원장의 차관회의 참석을 정부 여당 쪽이 껄끄러워해 배척한 결과였다. 그 뒤 차관회의 참석자는 대통령 지명 정통부 출신 위원인 형태근(제1기), 신용섭•김대희(제2기), 이기주(제3기)로 굳어졌다. 행정 부-처-청 사이 협력을 꾀하고 국무회의에 올린 안건을 심의하는 차관회의를 정통부 출신 위원들이 도맡으면서 이들의 방통위 내 뒷심이 더욱 강해진 건 물론이다.

야권 추천 위원은 견제에 한계

합의제(방통위) 설치 입법 취지가 용인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다수결에 의한 일방적 운영이 방통위 존립 근거와 정체성을 위협합니다.

김재홍 부위원장이 지난 3월 4일 2016년 제11차 회의에서 한 말. 정부 여당 쪽 위원들이 “다수결을 무기로 삼아 (야권 추천 위원의) 소수 의견을 묵살해” 합의제 행정 원칙이 무너졌다는 뜻이었다. 야권 쪽 고삼석 위원도 “다수 위원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MBC 녹취록 사태와 같은 걸 방통위에서 진상 조사와 자료 조사 요구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다수 위원이 (다룰) 권한이 없다고 해석하면 무력화한다”고 말했다.

그날 두 위원은 방통위 상임위원 간 정책 조율 도구인 비공식 간담회(티타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근본적인 변화를 바랐다.

▲지난 3월 10일 열린 2016년 제13차 방통위 회의. 앞줄 왼쪽이 김재홍 부위원장. 오른쪽은 최성준 위원장. 뒤에 앉은 이는 최성호 창조기획담당관으로 방통위 직제와 예산 따위를 맡는다. (사진: 방통위 홍보용 가상현실영상 갈무리)

▲지난 3월 10일 열린 2016년 제13차 방통위 회의. 앞줄 왼쪽이 김재홍 부위원장. 오른쪽은 최성준 위원장. 뒤에 앉은 이는 최성호 창조기획담당관으로 방통위 직제와 예산 따위를 맡는다. (사진: 방통위 홍보용 가상현실영상 갈무리)

김재홍 부위원장과 고삼석 위원의 반발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한 달여 만에 티타임에 다시 참석하기 시작한 것. 야권 추천 위원이 맡은 바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로 읽혔다.

지금까지 야권 추천 위원은 이경자•이병기(제1기), 김충식•양문석(제2기), 김재홍•고삼석(제3기)으로 이어졌다. 이 가운데 이병기 위원은 2010년 3월 서울대 교수로 되돌아가기 위해 임기를 1년 남겨 둔 채 스스로 그만뒀다. 양문석 위원은 그해 7월 이병기 위원이 비운 자리를 채운 뒤 제2기(2011년 3월 ~ 2014년 3월)까지 3년 8개월 동안 활동했다.

여당 추천 위원 구실도 제한적

송도균(제1기)•홍성규(제2기)•허원제, 김석진(이상 제3기)으로 이어진 여당 추천 위원의 구실도 제한적이다. 인사권이 없을 뿐만 아니라 따로 펼칠 수 있는 사업이나 정책도 많지 않았다.

특히 SBS(송도균•허원제), KBS(홍성규•허원제), MBC(송도균•김석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 자리를 이은 게 업무와 활동 범위를 좁혔다. 송도균 위원이 제1기 방통위의 전반기 부위원장으로서 차관회의에 참석했지만 역시 인사권이 없어 방통위 안 영향력이 작았다. 홍성규•허원제 위원도 제2, 제3기 방통위의 전반기 부위원장이었으나 차관회의에 아예 나가지 않아 행정법무 관련 업무에서 더욱 멀어졌다. 김석진 위원은 20대 총선에 출마하며 사임한 허원제 위원의 빈자리를 채웠기 때문에 남은 임기 동안 부위원장이 될 수 없다.

중립 위원장 임명 체계가 열쇠

위원장 임명 체계를 바꿔야겠죠.

방송통신 정책 행정에 밝은 업계 전문가의 지적. 독립적이고 공정한 방통위 의결 구조를 갖추기 위한 선결 조건인 ‘중립 위원장’을 찾을 열쇠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지명하는 체계를 접고 정부 여당과 야권 교섭단체가 합의한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장이 중립하고 정부 여당과 야권 쪽 위원이 ‘2 대 2’로 맞서는 의결 구조를 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 선생(멘토)인 최시중(2011년 3월 28일 ~ 2012년 2월), 관료이자 한국통신(옛 KT) 사장이었던 이계철(2012년 3월 ~ 2013년 4월), 여당 4선 국회의원이던 이경재(2013년 4월 ~ 2014년 3월). 그 누구도 당파와 기업 이해에 치우지지 않을 만한 배경을 갖추지 못한 위원장이었다.

최성준 제3기 위원장(2014년 4월 ~ )도 매한가지.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33년 동안 판사였던 그를 대통령이 지명해 임명장을 준 터라 이미 한쪽에 치우칠 개연성을 품었다.

▲지난 3월 10일 열린 2016년 제13차 방통위 심판정의 오른편. 앞줄 왼쪽부터 김석진 위원, 고삼석 위원, 정종기 기획조정실장. 뒷줄은 왼쪽부터 김상순 위원장비서관, 김수진 속기사, 진성철 홍보협력담당관, 김용수 공보팀장. 김수진 속기사는 방통위 심판정의 산증인이다. (사진: 방통위 홍보용 가상현실영상 갈무리)

▲지난 3월 10일 열린 2016년 제13차 방통위 심판정의 오른편. 앞줄 왼쪽부터 김석진 위원, 고삼석 위원, 정종기 기획조정실장. 뒷줄은 왼쪽부터 김상순 위원장비서관, 김수진 속기사, 진성철 홍보협력담당관, 김용수 공보팀장. 김수진 속기사는 방통위 심판정의 산증인이다. (사진: 방통위 홍보용 가상현실영상 갈무리)

대통령이 위원장(최성준)과 위원 1명(이기주)을 지명하고 여당이 1명(김석진)을 추천해 ‘3 대 2’ 다수결 구도로 짜는 상임위원 임명 체계로는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할 수 없음이 정책행정 현장에서 거듭 방증됐다. 종합편성방송채널사용사업자 선정 작업이나 KBS•MBC•EBS 임원 임명 과정 따위에서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결정이 되풀이된 것.

이런 허점은 위원장과 관료 출신 위원에게 힘이 쏠린 방통위 인사•행정법무 구조에 힘입어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한쪽으로 기울기 쉬운 의결 체계를 깰 첫 열쇠는 ‘중립 위원장’이고, 두 번째 열쇠는 ‘상임위원의 방송통신 전문성’이라는 게 방통위 안팎 중론이다.

화, 2016/05/2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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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산업은 삼성전자의 우수 협력업체였다. 박근혜 정부들어서는 천만불 수출탑도 받았다. 법정관리 중이었지만 2014년 한 해에만 영업이익 90억 원 정도 났다. 채권단에 진 빚 200여 억 원 정도는 3년이면 금방 털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데 2014년 9월.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의 모임인 협성회에서 긴급 공지가 떴다. 협성회의 회장단으로부터 태정산업 권광만 회장은 삼성전자가 어려우니 협력업체들이 돈을 갹출해서 200억 원의 협력기금을 조성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말을 듣는다. 실제 그가 받은 문자에도 분명히 “각 사별 협조하실 금액”이라고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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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회사는 법정관리 중이었다. 직접 돈을 낼 수도, 스스로 납품단가를 인하해서 각 사 별로 사실상 할당된 액수를 맞출 수도 없었다. 법원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삼성전자 구매팀 상무에게 직접 자신의 사정을 전달하고 삼성전자의 요구를 완곡히 거부했다. 그리고 그 뒤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여기까지가 삼성전자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태정산업 권광남 회장의 주장이다.(5월 10일 기사 링크해주세요) 뉴스타파 취재진이 직접 접촉한 전 삼성전자 구매팀 부장-2014년 9월 협성회 모임을 예약한 당사자-도 권 회장과 비슷한 진술을 했다. 삼성전자가 말하는 원가절감이란 곧 납품단가 인하며 그 해에는 특정금액을 정해 놓고 사실상 강제로 납품단가 인하를 하도록 해야할만큼 삼성전자 가전부문의 누적적자가 심했다는 증언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200억 원 강제 모금이나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 요구는 없었다고 계속 부인하고 있다. 그러자 권 회장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추가로 삼성전자의 ‘갑질’을 증언했다.

태정산업 등 협력업체들의 중국 투자를 독려해 온 삼성전자가 협력업체들이 막상 중국에 진출한 뒤에는 한국에서보다 더 노골적으로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다.

같은 부품을 만드는 회사를 서너 개 이상 두는 이른바 ‘부품사 다원화’ 전략을 실시하면서 서로 단가 인하 경쟁을 시키고 단가를 인하하지 않으면 납품물량을 줄이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해왔다는 것이다.

실제 권회장이 취재진에게 보여준 중국 삼성전자로부터의 메일에도 “추가 단가 인하가 필요합니다”, “오늘 내로 완성할 것으로 요구하셨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이 메일의 발신자는 삼성전자 중국공장의 중간 간부. 오늘 내로 납품가 인하를 완성하라는 고압적인 말에서는 원청과 하청간의 일방적 관계가 엿보인다.

태정산업은 이렇게 2014년에 4번, 지난 해에는 8차례나 삼성전자로부터 일방적으로 단가 인하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태정산업은 내국 법인이기 때문에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하도급법 위반 사안’이라고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말했다.

2014년 9월 협성회를 통해 전달된 삼성전자의 ‘각 사별 협조하실 금액…’에 응하지 않은 뒤 2015년 삼성전자 수주물량이 급감하고, 매출액이 60% 수준으로 줄어든 태정산업의 권 회장은 마지막 절규하는 심정으로 삼성전자 구매팀장(부사장급)에게 서한을 보낸다. 여기엔 삼성전자 때문에 태정산업이 2015년 막대한 손실을 입었으며, 이는 삼성전자가 마땅히 보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갑질을 당한 권 회장의 심정이 구구절절 들어 있다. 권 회장은 서한을 이렇게 끝맺었다.

귀사의 구매팀은 협력업체는 밟히면 밟힌다고 안다. 그렇지 않은 정의로운 업체도 있어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권 회장은 이 서한을 보내고 한 달쯤 지난 뒤 삼성전자는 중국 돈 1500만 위안과 한화 10억 원 등 약 35억 원의 현금을 태정산업에 입급시켰다고 증언했다. 취재진은 실제 입금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은 결국 삼성전자 스스로 자신들의 갑질을 인정한 것이 아닐까?

삼성전자는 뉴스타파의 해명 요청에 대해 자신들은 “국제 원자재가격 변동에 따른 원가 하락분을 납품가에 조정했을 뿐 일방적 납품 단가 인하 요구는 하지 않았다”고 서면으로 답변했다. 또 “태정산업에 지급한 돈도 긴급 운영자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별도의 자금계약서를 체결하고 3자 위탁 대출 방식으로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태정산업 측은 “지원금의 형식이 아니면 삼성전자가 손실을 보전해줄 합법적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취재:최경영
촬영:김남범
편집:윤성민

목, 2016/05/2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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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납품 부품 진열대에는 거미줄이 내려 앉았다. 냉매를 압축하는 냉장고 컴프레셔엔 녹이 슬었다. 공장 기계의 상황판은 3월 29일로 멈췄다. 만평 규모의 공장을 밝히던 발전기는 취재진이 오자 오랜만에 굉음을 냈다. 뉴스타파가 지난 5월 18일 찾아간 중국 쑤저우 공단 내 태정산업의 모습이었다. 태정산업은 27년 동안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한 협력업체다.

삼성전자의 오랜 협력업체 생산라인은 왜 이렇게 멈춰 섰을까. 태정산업의 중국 공장 직원들은 삼성전자를 성토했다. 이들은 태정산업이 새 기술을 개발하면 삼성전자가 중국 협력업체를 데려와 기술을 빼가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전자가 강제로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납품 물량을 빼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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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 협력업체 견학시켜 기술 빼가게 했다”

(삼성전자 간부에게)이런 기술을 안 갖고 있는 경쟁사(중국업체)를 (태정공장에) 데리고 와서 보시는 것만은 조금 제가 못하겠다고, 그것만 그건 막아주셔야 되지 않느냐, 상도의 상 맞지 않는 것 아니냐, 차라리 보시고 가서 그 업체를 가르쳐 주시는 것은 괜찮다, 그 업체가 보고 가게 하는 건 너무 맞지 않는 것 아닙니까라고 그렇게 말씀드린 적도 있었습니다.

태정산업 권광남 회장의 말이다. 권 회장은 삼성전자가 중국업체에게 태정산업을 견학시켜 첨단 기술을 배울 수 있게 해줬다고 한다. 중국 납품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태정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우려한대로 중국업체가 태정산업과 비슷한 기술을 습득하게 됐고, 중국업체는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부품을 만드는 협력업체가 두 곳 이상이 되는 이른바 ‘다원화’가 진행되면 삼성전자는 손쉽게 협력업체 사이에 가격 경쟁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 태정산업 제조부의 우싱 웬 부장은 “태정은 28년동안 콤프레셔 부품을 만든 기술력이 있다”면서 “태정산업이 부품을 개발하고 나면 삼성측이 정보를 캐내, 중국업체에 주면서 중국업체와의 다원화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2. 돈 받을 때는 50일, 줄 때는 25일?

부품 대금 지급 기일을 두고도 갑을 관계가 있었다고 한다. 권 회장은 태정산업이 삼성전자에 납품한 부품 대금을 받으려면 50일을 기다려야 했지만, 원자재 대금을 삼성전자에 지급할 때는 25일 안에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항상 자금난에 시달렸다고 말한다.

(개선요구는)많이 했는데 (삼성전자가)안 해줬죠. 이게 한때 저희가 이 돈으로 묶이는 돈이 최고 많을 때는 한 20억까지 묶였습니다. 매출, 매입을 같은 시기에 공제를 해야 되는데 (납품 대금을)두 달 후에 돈을 주는 과정에서 지난달 납품 분에서 원자재 (매입 대금에) 따라서 공제하니까, 삼성전자가 (원자재 대금)20억 먼저 떼어가는거죠.

삼성전자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삼성전자는 오히려 태정산업 중국공장에 선지급 결제를 해왔다고 말했다.

3.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 1년에 수차례씩?

태정산업측은 2014년 가을, 삼성전자가 협성회를 통해 사실상의 단가 인하 요구해 왔으나 이를 를 거부한 이후부터 삼성전자의 태도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품질를 문제 삼자, 태정산업이 그 요구 사항대로 부품의 품질을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납품을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 태정산업의 2015년 매출은 2014년에 비해 급감했다. 태정산업 품질부 왕리 대리의 말이다.

(2015년 9월에) 저희가 품질 불량이 발생해서 잠시 납품 중단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경우에는 저희가 개선 대책을 세워서 개선이 완료된 사항을 삼성전자에 제출합니다. 삼성전자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삼성전자 내부 부서에서 서로 미루고 제 때 처리를 안 해서 납품을 못하기도 했습니다.

납품 물량이 줄어든 2015년에는 삼성전자의 일방적인 단가 인하 요구가 여덟 차례나 있었다고 한다. “오늘 내로 단가 인하를 완성하라”는 삼성전자의 메일에 태정산업이 항의를 했지만, 돌아온 것은 물량을 빼버리겠다는 삼성전자의 협박이었다고 태정산업 송창용 제조이사는 증언했다.

(강제 단가 인하 요구에) 삼성전자에 항의는 하죠. 지금 상태에서 원가 분석을 한 결과 사실상 어렵다고, 다음에 하면 안 되겠냐고 하면 그쪽에서는 답변이 물량 빼버리겠다고 해요.

그러나 삼성전자는 뉴스타파에게 보낸 서면답변에서 강제 단가 인하 요구는 없었으며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납품가를 조정해 달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협력업체, “우리가 동의하지 않으면, 단가 인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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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뉴스타파가 만난 삼성전자 중국 협력업체들은 태정산업과 상황이 많이 달라 보였다. 삼성전자에 냉장고 부품을 납품하는 영위전자의 영업부장은 “(삼성전자가) 모든 방면에서 지원을 해준다”면서 “삼성전자가 더 발전해서 협력업체도 발전하고 (납품)물량도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강제 단가 인하 요구가 없었냐는 물음에는 “동의를 안 한다고 꼭 단가 인하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일반적으로는 쌍방 협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반드시 협력업체가 단가 인하에 동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가 인하를 거부하자 삼성전자가 물량을 빼버리겠다고 협박했다는 태정산업 측의 말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협력업체인 야징전자 공장장 역시 “삼성과 오래 시간 거래를 했고 삼성의 협조로 우리 회사 내부의 관리 수준도 많이 높아졌다”면서 “삼성전자는 야징전자의 개선 활동에 지원을 해주고 있으며 서로 배우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한국업체인 태정산업을 오히려 중국 시장에서 역차별한 것이 아니냐는 뉴스타파의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취재: 강민수
촬영: 김기철
편집: 정지성

목, 2016/05/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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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요 언론은 이번 태정산업의 ‘삼성전자 갑질’ 폭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의 독자나 시청자들은 지상파 3사(KBS, SBS, MBC)나 5대 일간지(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를 통해서 관련 기사를 볼 수 없었다. 태정산업 공장이 있는 광주에서는 지역 언론사들이 관련 기사를 다뤘지만 이른바 ‘중앙 언론사들’은 이를 아예 취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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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올렸다가 삭제해버린 언론사도 있었다. 파이낸셜뉴스는 태정산업에 대한 삼성전자의 ‘갑질’ 관련 기사를 올렸다가 삭제해버렸다. 기사를 내보낸 뒤 삼성전자 측에서 전화가 왔지만 그것때문은 기사를 내리지는 않았다는 게 파이낸셜 뉴스의 해명이다.

또 서울경제는 되레 삼성전자를 두둔하면서 협력업체인 태정산업이 약자의 지위를 악용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해당 기자는 태정산업을 비판하는 기사를 2건이나 내보냈으나 당사자인 태정산업에 대해서는 취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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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뿐만 아니라 언론과의 관계에서도 삼성은 이미 무소불위의 ‘갑’이 되어버린 것일까? 위 영상을 클릭하면 삼성전자가 뉴스타파는 어떻게 상대했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다.

목, 2016/05/2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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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1년…메르스 마지막 환자 아내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밝다. 활달하다. 상처가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초긍정적 성격이란 소리를 듣고 살았다. 그랬다. 2015년 5월 이전에는. 지금도 그렇다. 복숭아를 안 보면, 일회용 식기를 안 보면, 일회용 마스크를 안 보면, 병원을 안 가면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안 볼 수가 없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은 카페에는 신 메뉴로 복숭아 주스가 나왔다. 장을 보러 간 마트에는 일회용 식기가 널렸고, 병원은 제약회사 일 때문에라도 자주 찾는다.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에는 일회용 마스크를 쓴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띈다.

어쩔 수 없다. 남편 생각이 난다. 남편이 음압병실에서 그렇게 먹고 싶어했던 복숭아 주스가, 172일간 음식을 담아 전달했던 일회용 식기가, 남편을 만날 때마다 썼던 일회용 마스크가, 남편을 마지막까지 가둬 두었던 병원이 자꾸 그날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 웃다가도 울고, 울다가도 또 웃는다. 제 정신이 아닌 거다. 온 가족이 그렇다. 애교 많던 사위를 잃은 장모도, 이제 막 치과의사가 된 장남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시아버지도. 그날 이후 모두 비정상이 됐다.

남편을 보낸 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효과는 없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잠이 든 날엔 종종 꿈을 꾼다. 나도 남편도 ‘음압병실’에 갇힌 꿈. 방호복으로 무장한 터라 남편에게 끝까지 전하지 못했던 말, “미안해하지 말고 편하게 가라”는 말은 가슴에 응어리로 남았다. 그렇게 산다. 사는 게 아니고 살아내고 있다. 지난해 5월 메르스에 감염돼 172일이란 세계 최장기간 투병 기록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메르스 마지막 환자의 아내 배 모 씨(37세)의 이야기다.

▲ 메르스에 감염되기 전 건강했던 김병훈 씨와 그의 가족

▲ 메르스에 감염되기 전 건강했던 김병훈 씨와 그의 가족

지난해 11월, 서울대병원 음압병동에서 만났던 배 씨를 그의 회사에서 6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보건당국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그게 남편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던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메르스 사태 1년을 맞아 후속대책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는 요즘, 그는 어떤 생각하고 있을까.

회사 구조조정으로 2년 간 일한 회사를 떠나게 됐다는 배 씨. 구조조정 당한 이야기를 “이제 아이랑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웃으며 말할 정도로 밝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남편 이야기가 나오자 금세 표정이 바뀌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입은 웃고 있는데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메르스 사태가 벌써 1년이 지났다는데, 사실 저는 변한 게 없어요. 서울대병원 39병동에서 집으로, 회사로 내가 있는 자리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음압병동에 살고 있는 기분이에요. 남편의 영혼도 아직 음압병실을 떠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억울함을 풀지 못했으니까요.

그가 여전히 음압병실에 갇혀 있다고 느끼는 건, 남편의 죽음에 대해 정부와 병원 그 어디로부터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과는 물론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격리 조치가 타당했는 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 남편이 떠난 후 빈소에는 서울대병원 간호사들만 다녀갔다. 정부 측은 연락 한 통이 없었다. 그렇게 메르스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점 잊혀져 갔다.

“그때 격리만 해제해줬더라면….국가가 남편을 포기한 것 같았다”

1년 전인 2015년 5월 27일. 배 씨의 남편 고 김병훈(사망 당시 35세)씨는 감기 증세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사망 직전까지  80번째 환자로 불렸던 그는 장장 6개월을 격리돼 있다가 지난해 11월 25일 사망했다. 그렇게 국내 메르스 마지막 환자가 됐다.

하지만 ‘80번’, ‘마지막’, ‘최장기간’ 이라는 수식어로는 다 설명하지 못하는 억울한 사연이 그에게 있다. 메르스로 격리되는 바람에 림프종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배 씨의 남편.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메르스 감염력이 없는데도 정부가 격리를 해제하지 않는 바람에 림프종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남편의 이야기다. (메르스 80번 환자 사망은 보건당국의 살인).

▲ 2015년 10월 13일,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이 생일을 맞은 김 씨를 위해 케이크와 주스를 준비했다. 가족들은 이날이 마지막 생일이 될 것이라고는 이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 했다.

▲ 2015년 10월 13일,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이 생일을 맞은 김 씨를 위해 케이크와 주스를 준비했다. 가족들은 이날이 마지막 생일이 될 것이라고는 이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 했다.

배 씨는 메르스 사태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크다. 남편이 그렇게 당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죽기 한 달 전 질병관리본부가 배 씨에게 했던 대응이 배 씨를 그렇게 만들었다.

남편이 재격리 된 후부터 질병관리본부 담당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도 없이 보냈어요. 남편 이야기가 나온 뉴스도 보내고, 격리 해제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도 보내고…분명히 메시지를 읽었는데 답을 안 해요. 제 질문에 ’o’이라도, ‘점’이라도 하나 찍어서 보냈으면 ‘아, 우리 이야기를 듣고는 있구나, 관심은 있구나’ 하고 감정이 조금 나았을 것도 같은데…그냥 이 나라가 우리를 포기한 것 같았어요. 지금도 같은 일이 벌어지면 국가가 나를 지켜줄 것 같지 않아요.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아래는 배 씨가 질병관리본부에 격리 해제와 관련해 면담 요청을 하고 약 한 달만인 2015년 11월 19일 처음 이뤄진 통화 내용이다. 이후 6일 만인 11월 25일 배 씨의 남편은 결국 격리된 상태에서 세상을 떠났다.

80번째 환자 아내 : 여보세요?

질병관리본부 : 아 여보세요. 저 이00 과장이라고 합니다. 전화 주셨는데 제가 계속 전화를 못 받았다고요.

80번째 환자 아내 : 전화를 못 받으신 게 아니고 안 받으신 거죠 사실.

질병관리본부 : 아, 그게 왜그러냐면 그날 첫 번째 전화 주실 때, 지인 여러분들이 하도 (연락을) 하셔가지고 어느 번호가 어느 번호인지 모르고 다 문자들도 오시고 전화들도 오시고 그래서 그때 하루 이틀 수신 거절을 해 놔서 이 번호가 환자분 가족 되시는 번호인지 제가 잘 몰라서 그렇게 (차단)했어요. 죄송합니다.

80번째 환자 아내 : …

질병관리본부 : 너무 안타까우시죠?

80번째 환자 아내 : …

질병관리본부 : 이 80번째 환자분 관련해서는 저희나 저 윗분이나, 저저저 저 위에 계신분이나 특별히 신경쓰고 관리하고 있어서 환자 상태는 일일이 알고는 있었습니다.

80번째 환자 아내 : 그런데도 그렇게 가족 연락을 안 받으시고, 격리해제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으시고 이러고 있으셨던 거예요?

질병관리본부 : …


보건당국은 당시 김 씨를 계속 격리하는 이유로 WHO(세계보건기구)를 앞세웠다. 김 씨가 다른 사람에게 메르스를 전파할 우려는 없지만, WHO가 감염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에 김 씨의 격리를 해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3월 23일 KBS 추적 60분에 따르면, 질본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WHO는 전 세계적인 권고사항과 지침을 내린 것일 뿐, 개개인 환자에 대한 조치는 한국의 보건당국에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우리 국민에 대한 책임을 국제기구로 돌려온 것이 확인된 셈이다. 여기에 대해 정부는 어떠한 설명도 없다.

▲ 1년 전만 해도 건강했던 고 김병훈 씨는 메르스에 감염돼 172일을 투병했다. 가족들은 전염력이 없는 김 씨의 격리 해제를 보건당국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김 씨는 음압격리병실에서 결국 숨을 거뒀다.

▲ 1년 전만 해도 건강했던 고 김병훈 씨는 메르스에 감염돼 172일을 투병했다. 가족들은 전염력이 없는 김 씨의 격리 해제를 보건당국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김 씨는 음압격리병실에서 결국 숨을 거뒀다.

“메르스 피해 트라우마 치료 첫 단계는 정부의 사과”

메르스 사태 1년을 맞는 동안 정부는 각종 후속대책들을 발표했다. 음압병실 확충과 병문안 문화 개선, 역학조사관 충원 등이다. 배 씨는 쓴웃음만 나온다. 책임과 반성 없는 대책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겠느냐 하는 생각에서다. 메르스 컨트롤타워로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오히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걸 보면서 더 희망을 잃었다. 때문에 그에게 필요한 트라우마 치료제는 정신과 약이 아니고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다.

정말로 유가족들한테 필요한 것은, 이 사람들이 앞으로 삶을 그나마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게 하기 위한 것은 ‘사과’예요. 그게 치유의 첫 단계예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이 그렇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그게 트라우마 치료의 첫 단계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그 다음 대책이 제대로 나올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그게 빠진 대책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요?

삼성서울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메르스 2차 진원지라는 오명을 얻은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5일 메르스 사태 1년을 맞아 후속대책으로 변화된 병원건물을 언론에 공개했다. 응급실을 확장하고,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전에 없던 음압격리병실 10개를 신설했다. 1000억 정도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언론은 이러한 삼성의 대책을 높이 평가했다. 배 씨는 쉽게 동의할 수가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사과할 때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겠다’라고 했어요. 그런데 제 남편이 작년 11월 25일까지 치료 받는 동안 어떤 책임을 졌는지 모르겠어요.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됐고, 메르스 검사를 해달라고 요청해도 일주일이나 지연시켜서 증상이 악화됐어요. 메르스 사태 내내 허술하고 우왕좌왕 했던 삼성서울병원이에요. 그랬는데 유가족에게는 사과 한 마디 안 했잖아요. 뭘 어디서부터 잘못했는지, 누구에게 사과해야 하는지 생각을 못하고 있는데, 병원 리모델링 했다고 홍보하는 건 유가족 입장에선 우스운 일인 거죠.

메르스 사태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은 배 씨 만이 아니다. 현재 경실련을 통해 13건의 메르스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배 씨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통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남편이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았던 날로부터 1년이 되는 6월 7일 소장을 접수한다. 피고는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그리고 국가다.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다. 배 씨가 소송을 통해 듣고 싶은 답변은 한 가지다. 당시 ‘남편을 격리시킨 조치는 불합리했으므로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말이다. 배 씨는 이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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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씨의 아들은 아빠가 떠난 후 5살이 됐다. 아빠, 엄마를 닮아 밝고 긍정적이다. 아빠가 하늘나라로 여행갔다는 엄마의 거짓말을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다. 비행기를 타면 아빠를 만날 수 있냐고, 비행기가 안 되면 로켓을 타고 가면 아빠를 만나러 갈 수 있느냐고 해맑은 얼굴로 엄마에게 묻는다. “이제 여름인데 아빠가 여름 옷을 안 챙겨 간 것 같아요”라며 걱정하는 아들에게 엄마는 종종 할 말을 잃는다.

아들이 곧 뉴스 검색을 하게 되는 나이가 되면 아빠가 왜 세상을 떠났는지 알게 되겠죠. 그 전에 정부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어요. 그래서 ‘아빠는 정부의 미흡한 대응으로 돌아가셨지만 정부가 이렇게 사과를 했어, 그러니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는 않을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런 국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은 우리나라가 그런 곳이라고, 너를 끝까지 지켜줄 수 있는 국가라고 말해 줄 수가 없네요.

하루 만에 메르스 치료자 1명에서 0명으로…여전히 오락가락한 질병관리본부

정부는 지난해 12월 23일로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지만, 아직도 메르스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며 메르스 현황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기자는 오랜만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운영하는 메르스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지난 5월 25일 확인한 메르스 현황에는 치료 중인 환자가 1명으로 표기돼 있었다.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있다는 뜻이다. 어떤 환자이며 이렇게 오랜기간 치료 중이라면 위중한 것은 아닌 지 궁금했다. 질병관리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질본 측은 공식적인 답변을 정리해서 알려주겠다며 다음날로 답을 미뤘다.

다음날 질본에서 온 답변은 이렇다. “해당 환자는 74번째(72세, 남성 )환자로 메르스는 진작에 완치됐으나 합병증인 호흡기질환이 낫지 않아 아직 입원 치료 중이고, 따라서 치료 중 환자로 표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자의 전화를 받고 마치 메르스 치료로 오해할 소지가 있겠다 싶어 다시 포털사이트를 고쳐 놓았다고 했다. 그렇게 메르스 포털사이트의 치료 중 환자수는 하루 만에 ‘0’명으로 바뀌었다.

▲ 메르스 포털 사이트 첫 화면에 보이는 메르스 현황. 메르스로 치료중인 환자가 1명인 것으로 돼 있다가, 기자가 문의하자 해당 환자는 메르스는 완치됐고 합병증으로 치료 중인 것이라며 치료 중인 환자수를 0명으로 바꿨다. 아직도 질병관리본부의 기준은 오락가락이다.

▲ 메르스 포털 사이트 첫 화면에 보이는 메르스 현황. 메르스로 치료중인 환자가 1명인 것으로 돼 있다가, 기자가 문의하자 해당 환자는 메르스는 완치됐고 합병증으로 치료 중인 것이라며 치료 중인 환자수를 0명으로 바꿨다. 아직도 질병관리본부의 기준은 오락가락이다.

74번째 환자는 급체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들른 아내의 보호자다. 지난해 6월 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355일째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는 나았지만 폐섬유화 등의 후유증 때문이다. 이를 메르스로 인한 치료로 볼 지, 별개의 치료로 볼 지 보건당국은 정확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기자가 문의하니 메르스와 별개인 치료로 결정한 것이다.

문제는 단순히 포털사이트 상의 오류가 아니다. 메르스로 입원했으나 감염력이 없고 합병증만 있는 환자, 그래서 합병증 치료 중인 환자를 메르스 치료 환자로 분류할 지 말 지에 대한 기준이 질병관리본부에 있느냐는 것이다.

질본은 “기준은 그때그때 환자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다시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80번 째 환자는 정부에서 메르스 감염력이 없다고 판단했고, 메르스와 별개로 림프종 치료가 시급했는데 왜 메르스 환자로 분류해 계속 격리를 시켜두었는가. 그때의 기준은 무엇이었는가.

다시 질문했다. “만약 그때 80번째 환자를 지금 기준에서 다시 본다면 꼭 격리를 시키지 않을 수도 있던 건가요?” 질본측은 “사후약방문 격인 답변이겠지만, 그럴 수도 있었겠죠. 그때는 사회 분위기가 워낙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 사람의 생명보다 사회 분위기를 더 먼저 생각했던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가 결국 수많은 가정의 가장을, 아들을, 남편을 앗아간 것은 아닐까. 메르스 사태 1년, 피해자 가족들은 다시 정부에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월, 2016/05/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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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도 노조가 있어야 되고 다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 그런데 그런 노조가 꼭 민노총하고 연결될 필요는 없어.

올해 2월 대전에 있는 을지대학교 병원에서 한 부서 팀장이 노조에 가입한 직원을 불러 한 말이다. 이 팀장은 출근을 앞둔 직원을 불러 1시간 넘게 면담을 하면서 “OO선생님은 (노조 가입) 대상이 아니다”며 “대상이 아닌 사람이 하게 되면 제재가 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 탈퇴를 종용한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사용자가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다.

대전을지대학병원 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병원이 박근혜 정부의 기조에 맞춰 밀어 부친 임금피크제 도입 시도가 노조 결성의 기폭제가 됐다고 한다. 노조 출범 일주일 만에 가입 대상 직원의 3분의 2(600여 명)가 노조에 가입해 과반수 노조가 됐다.

▲ 보건의료노조 을지대학교병원지부(지부장 신문수)가 지난 1월 직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스티커 설문조사. 대다수의 직원들은 황인택 을지대학병원장이 임금단체협상에 교섭 위원으로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지만(왼쪽) 황 원장은 부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교섭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상당수의 직원들이 자신의 연봉을 2000만 원~4000만 원 사이라고 밝히고 있다(오른쪽).

▲ 보건의료노조 을지대학교병원지부(지부장 신문수)가 지난 1월 직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스티커 설문조사. 대다수의 직원들은 황인택 을지대학병원장이 임금단체협상에 교섭 위원으로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지만(왼쪽) 황 원장은 부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교섭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상당수의 직원들이 자신의 연봉을 2000만 원~4000만 원 사이라고 밝히고 있다(오른쪽).

병원은 노조가 생긴 지 이틀 후 긴급히 노사협의회를 열어 임금 총액 대비 3% 인상, 임금피크제 시행 유보 등을 의결한다. 노조가 생기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임금교섭인데 먼저 ‘선수’치고 나간 것이다. 노조는 교섭을 통하지 않은 임금 인상을 거부했고, 병원은 임금인상 소급분을 신청한 ‘비조합원’에 한해서만 임금 인상분을 지급하고 있다. 병원은 “노조와 임금교섭 종결 전에 노조원에게 일방적으로 임금인상분을 지급하는 것은 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 위험이 대단히 높다는 법률 검토 결과에 따라 부득이 임금인상분 지급을 희망하는 비조합원에 한해 지급하게 됐다”고 밝혔다.

노조 결성 1개월 만인 올해 1월 병원에 김 모 행정부원장이 부임하면서 노사관계는 급격히 얼어 붙고 있다. 팀장들은 조합 활동을 열심히 하는 주임 또는 파트장급 직원을 불러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사규상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하고 있다.

특히 병원 관리자들은 전직원을 일대일로 불러 근무시간 중 노조 가입을 권유받았는지 일일이 조사했다. 노조원 중 누가, 언제, 어디서 권유활동을 했는지, 노조 가입을 권유 받고 가입원서를 작성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됐는지 등을 꼼꼼하게 물었다.

김 모 행정부원장은 올해 5월 근무시간 중 노조 핵심 간부 6명을 따로 불러 2시간 가까이 사실관계조사라는 것을 진행했다. 가령 이런 식의 질문이다.

2016년 3월 19일 오후 1시경부터 4시 30분 경까지 약 3시간 30분 동안 조합원 5명이 병원 지하 2층 여직원 탈의실 앞에 테이블 1개와 게시대 3개를 설치해 놓고 진정 신청서 및 근로자 대표 선임서를 배포하고…신청서 작성 권유 행사 및 게시 행위를 진행한 사실을 알고 있지요?

김 모 행정부원장은 뉴스타파에 이메일을 통해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 여부에 대한 사실조사는 법과 원칙에 근거한 정당한 조사이자 준법적 노사관계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 김 모 대전을지대학병원 행정부원장은 5월 30일 뉴스타파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지부장에 대한 부서 이동 압력을 넣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 김 모 대전을지대학병원 행정부원장은 5월 30일 뉴스타파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지부장에 대한 부서 이동 압력을 넣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김 부원장은 과거 여러 병원 사업장에서 인사노무관리자로 이름을 날렸다. 대전성모병원, 부천세종병원, 대구시지노인전문병원,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등에 있었는데 조합원 탈퇴, 징계, 해고, 장기 파업, 단협 해지 등 노사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대구시지노인전문병원에 부원장으로 있던 2012년에는 노조 간부에게 체불임금 소송 취하를 위해 ‘불이익 처우’를 시사하고 임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해고와 징계 위협을 한 사실이 인정돼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다.

김 부원장은 이런 과거에 대해 “법과 원칙을 위반한 부당한 노동운동에 대해 정당한 법과 원칙으로 조치를 한 것을 노동탄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저는 지금도 정당한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결코 부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며 오로지 부당한 노동운동에 대해서만 정당한 법과 원칙, 사규가 준수되도록 노력할 뿐”이라고 답변했다.


취재 : 조현미
촬영 : 정형민
편집 : 정지성
그래픽 : 정동우

수, 2016/06/0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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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에서 학부모들이 학교 선생님을 차례로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3명 중 1명은 DNA 대조 결과 9년 전 다른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로 확인됐다. 엽기적인 범행에 여론은 들끓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여전히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잘 짜여진 각본처럼 세 명이 순차적으로…공모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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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지난 5월 21일 밤,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 벌어졌다. 학부모 2명과 주민 1명이, 초등학교 여교사를 성폭행한 것이다.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5월 2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현장 증거 분석을 의뢰했다. 피해자 진술과 일부 혐의에 대한 자백을 받아낸 경찰은 5월 26일 박 씨 등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 씨 등 피의자들이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며 경찰이 신청한 체포영장을 한 차례 반려했다. 경찰은 국과수에서 세 사람의 DNA를 확인하자 곧바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이들은 현재 구속돼 목포경찰서 유치장에 수감 중이다. 성폭행 혐의자 가운데 박 씨와 이 씨는 혐의를 인정했다. 김 씨는 부인하고 있지만, 김 씨 DNA가 지난 2007년 대전에서 일어난 미제 성폭행 사건 용의자의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상습 성폭행범일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관사에 대문도 없어…정부는 탁상행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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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교사는 지난 3월 이곳 섬 학교로 발령받았다. 이곳 초등학교 교사는 모두 11명으로 이 중 6명이 여교사다. 이 학교 교사들은 모두 관사 생활을 했다. 사건이 있었던 날, 관사에는 피해 여교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교사들은 주말이 되면, 모두 가족이 있는 육지로 나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관사의 안전망은 열악했다. 보안 시설이라고는 가로등 불빛이 전부였다. 또 관사는 담장과 대문이 없는 단독 주택 형태였다. 도로에서도 현관문이 보이고, 누구나 현관까지 접근할 수 있는 구조다. 관사 근처에는 CCTV도 없었다. 경찰이 관할하는 CCTV는 섬 전체에 파출소 앞 2개가 전부다.

다른 도서 지역 학교의 교사 거주용 관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여교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나 치안 시설은 터무니없이 열악한 실정이다. 전남의 한 섬에서 2년간 근무 경력이 있는 한 여교사는 “관사 주변에 가로등이 전혀 없었다, 보안 시설은 방충망이 전부였다”면서 “초과근무를 하고 집에 가는 길에는 손전등을 들고 가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큰 파문을 일으키자 교육부는 지난 5일 교사들의 낙오 지역 근무 여건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여교사 섬 발령을 자제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공립학교의 여교사 비중이 초등학교의 경우 80%, 중학교의 경우 75% 등으로 압도적으로 높은 현실에서 여교사의 낙오지역 근무를 자제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형적인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취재: 강민수
촬영: 김영민
편집: 윤석민

화, 2016/06/0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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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새누리당이 추천한 황전원 상임위원에 대한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선출 안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대다수 특조위원들이 황 위원의 ‘자격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안건 처리를 거부한 데 따른 것으로, 향후에도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사실상 부결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월호 특조위는 오늘(13일) 열린 제32차 전원위원회에서 황전원 상임위원에 대한 부위원장 선출 안건을 상정했지만 13명의 참석 위원들 가운데 7명의 위원들이 표결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퇴장함에 따라 정족수 부족으로 처리를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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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건에 대해 김진 위원은 “여당 추천 위원을 부위원장으로 선출하는 것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당시 여야간 합의에 따른 것이지만, 여당은 특별법에서 보장한 특별검사도 통과시켜 주지 않는 등 특조위 방해에만 골몰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특조위만이 여야간 합의 정신을 존중해줄 수는 없다”면서 표결 거부 의사를 밝히고 퇴장했다.

이호중 위원도 “부위원장은 전체 조사업무에 있어서 위원장을 보좌해 지휘할 책임이 있는 자리인데, 정치권에 기웃거리던 분이 이렇게 다시 돌아와 부위원장을 맡겠다고 한다면 특조위의 독립성을 현저하게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역시 퇴장했다.

류희인 위원 역시 “특조위 준비단 시절부터 개인적 기자회견을 열어 특조위를 비난했고, 특조위와는 별도의 예산과 인원 안을 해수부로 전달하는 등 방해 행동을 해왔던 분이 부위원장이 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표결을 거부했다.

김서중 위원은 “황 위원은 특조위의 청와대 조사 결정이 내려지자 해수부 문건의 시나리오대로 사퇴를 했던 분이다. 본인은 해당 문건의 존재를 몰랐다고 하고 있지만 그 정도의 오해를 받았다면 이 자리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 이런 분을 추천한 여당도 이해할 수 없지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추천을 받아들인 황 위원 본인”이라면서 퇴장했다.

이어 장완익, 최일숙, 신현호 위원 등도 황 위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특조위의 부위원장을 맡는 것은 특조위 활동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표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전체 13명의 참석 위원들 가운데 7명의 표결 거부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되면서 황전원 상임위원에 대한 부위원장 선출안은 보류됐다. 이 안건은 차기 전원위원회에 자동적으로 재상정되지만 특조위원들의 표결 거부 의사가 완강해 계속해서 처리가 보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황전원 상임위원은 회의 뒤 뉴스타파 취재진을 만나 “이런 결과가 나와서 안타깝다. 여러 위원들이 오해하고 계신 부분이 있지만 더 큰 오해를 부를까봐 발언을 자제했다. 설령 계속해서 부위원장으로 선출되지 않는다고 해도 상임위원으로서의 활동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만큼 주어진 여건에 맞게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황전원 상임위원은 여당 추천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던 중 지난해 11월 특조위가 전원위원회를 열어 청와대 조사를 의결하자 다른 여당 추천 위원들과 함께 사퇴 의사를 밝히고 회의장을 떠났다. 이후 12월에는 4.13 총선의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당적을 보유할 경우 위원 자격을 상실한다는 특별법 규정에 따라 공식 면직됐다. 그러나 불과 두 달여 뒤 새누리당은 이헌 전 부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특조위 부위원장 자리에 황전원 전 비상임위원을 다시 추천해 지난 5월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정식 통과시켰다.

특조위원들이 황전원 상임위위원에 대한 부위원장 선출을 강력히 거부한 것은 정부와 여당의 지속적인 특조위 무력화 시도에 대한 정면 대응의 성격이 짙다. 특히 최근 해양수산부 등이 이달 말로 특조위 조사활동 시한이 종료된다는 점을 공식화하는 공문을 특조위 측에 수 차례 송부함으로써, 20대 국회 들어 야3당의 공조로 추진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 움직임을 깡그리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취재 : 김성수

촬영 : 김기철

월, 2016/06/1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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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신입사원 아버지는 이석우 이사장과 대학 동문
“이사장이 호남 출신 배제”…신입사원 17명 중 호남 출신은 없어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6월 신입 직원을 뽑을 때 지원 자격에 모자란 유 아무개 씨를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유 씨 아버지는 한 공기업 고위간부로 이석우 이사장과는 대학 동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이사장이 최종 선발 과정에서 호남 출신 지원자를 모두 배제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실제로 서류 심사와 직무기초능력검사를 거쳐 면접에 오른 80명 가운데 호남 출신이 15명에 이르렀지만 최종 합격한 사람이 없었다.

지원 자격 없던 유 아무개 씨

지난해 5월 29일 시청자미디어재단 신입•경력직 채용 공고가 났을 때 유 아무개 씨는 9개월 뒤인 ‘2016년 2월’에나 대학을 마칠 예정이었다. ‘2015년 8월 졸업 예정자’까지였던 지원 자격에 모자랐다. 아예 지원서를 낼 자격이 없었던 것.

▲2015년 5월 29일 공고된 시청자미디어재단 신입•경력직 채용 공고 가운데 신입 지원 자격(왼쪽)과 제출할 서류(오른쪽) 알림. ‘2015년 8월까지 학사 학위 취득 예정인 자’로 제한했다.

▲2015년 5월 29일 공고된 시청자미디어재단 신입•경력직 채용 공고 가운데 신입 지원 자격(왼쪽)과 제출할 서류(오른쪽) 알림. ‘2015년 8월까지 학사 학위 취득 예정인 자’로 제한했다.

사정이 그랬음에도 이석우 이사장은 유 씨의 지원서를 접수하도록 재단 실무진에 지시했다고 한다. 이런 도움을 받아 채용된 유 씨는 재단 동료에게 아버지와 이 이사장이 서로 아는 사이임을 스스로 드러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우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대전 시청자미디어센터에 배치했던 유 씨를 5개월만인 올해 3월 재단 본부(서울)로 불러올렸다. 그동안 재단은 본부와 지역 센터에 배치한 신입 직원이 1년 이상 일을 배운 뒤에나 인사이동 대상에 포함했다. 이 이사장은 이런 관례를 깨고 유 씨를 포함한 신입 17명 가운데 11명을 본부와 서울센터로 발령해 이른바 ‘이석우 키드’로 만들었다. 지역 센터에 배치됐던 김•박•정•황 아무개 씨도 입사 1 ~ 3개월여 만에 이사장 곁으로 왔고, 나머지 5명은 처음부터 본부에 있었다.

지금 재단은 지역에 있던 ‘이석우 키드’를 본부(4명)와 서울 센터(1명)로 불러올린 대신 부산•광주•대전•강원•인천 센터로 먼 거리 발령된 선임자가 많아 어수선하다. 이 가운데 일부는 사전 협의 없이 보내져 부당한 인사 발령 논란까지 일었다.

이기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재단의 이런 소란을 잘 알고 있었던 듯 지난 2월 24일 열린 2016년 제10차 회의에서 이석우 이사장에게 “직원이 직장에 대해 애착도 없고 자꾸 다른 데로 가려는 순간 (재단의) 전문성은 엄청나게 훼손되는 것”이라며 “(재단이) 공공기관으로서 면모와 역량을 갖추려면 (이사장이) 내부 직원과 융합하고, 직원의 만족도가 높아야 외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석우 이사장은 그러나 이기주 위원의 지적이 있은 지 12일 만인 3월 7일 대전 센터에 있던 유씨를 본부로 발령해 재단 안 ‘금수저 소란’을 불러일으켰다.

호남 출신 합격률 0%…대구는 40%

전라도를 그냥 싫어한답니다. (이석우 이사장이 호남 출신을 배제하기 위해 신입 직원 지원) 서류까지 마음대로 하려 했고, (전라도 출신을 걸러 내려는) 그런 의지를 계속 보였어요. (경영기획실 인사 담당자들에게) 말을 계속 그렇게 하는 거죠.

시청자미디어재단 관계자의 말. 이 이사장이 지난해 6월 최종 선택한 신입 직원들의 출신 지역 분포를 보면 이 말이 이해된다.

서류심사(435명)와 직무기초능력검사(240명)를 거쳐 면접에 오른 80명 가운데 광주(12명)•전남(2명)•전북(1명) 출신이 15명이었지만 모두 떨어졌다. 합격률 0%. 인사위원회가 80명을 면접한 뒤 최종 채용 인원의 3배수를 선발해 이석우 이사장에게 보고했고, 이 가운데 17명을 이 이사장이 직접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출신을 한 명도 뽑지 않은 것은 결국 이 이사장의 의중이라고 볼 수 있다.

대구 출신은 5명 가운데 2명이 뽑혀 합격률이 40%에 달했다. 3명 가운데 1명이 뽑힌 강원도가 33.3%, 19명 중 7명 합격한 서울이 31.5%, 7명 가운데 2명이 뽑힌 부산이 28.5%였다. 14명 중 3명이 합격한 경기가 21.4%, 6명 가운데 1명이 뽑힌 경남이 16.6%, 7명 중 1명이 합격한 인천이 14.2% 뒤를 이었다. 충북은 면접에 오른 정 아무개 씨가 그대로 뽑혀 100%였다.

지난해 6월 재단 경영기획실장을 겸했던 박태옥 시청자진흥본부장은 그때엔 “뽑는 사람의 3배수가 되면 지역 안배 등을 감안해 이사장이 (최종 합격자를 결정)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석우 이사장이 결과적으로 호남을 배제한 채 17명을 낙점한 사실을 확인해 준 셈이다. 박 본부장은 “국감에서 (직원 선발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해 성적순으로 하게 바꿨다”고 덧붙여 재단에 왜 ‘이석우 키드’가 등장하게 됐는지를 가늠하게 했다.

먼 거리 발령에 시름하는 선임 직원

올 1월과 3월 이른바 ‘이석우 키드’ 17명 가운데 11명이 본부와 서울센터(1명)에 자리 잡으면서 선임들이 지역 센터로 잇따라 옮겨야 했다. 7급 신입 직원 5명이 본부에 발령된 대신 4 ~ 7급 선임 5명이 지역으로 갔다. 광주 센터에서 대전과 인천(2명)으로 간 3명도 먼 거리 발령을 받았다.

특히 이석우 이사장은 선임 직원 1명을 두고 ‘장애가 있는데 시청자를 상대하는 일을 하니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지역 센터에 발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직원은 장애와 상관없이 지역과 본부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터라 갑작스런 먼 거리 발령이 마땅하지 않았다는 재단 내 지적이 많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시청자미디어재단지부는 지난 1월 인사를 두고 의견서를 내어 “채용된 지 7개월밖에 되지 않은 7급 (신입) 직원들의 본사 발령”으로 “구성원 갈등을 조장하고 인사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만 키웠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동조합 집행 간부와 대의원 5명을 협의 없이 먼 거리로 발령한 것은 “노조를 와해하자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지부는 5월에도 전체 이메일을 내어 “직원의 불안을 조장하는 원칙 없는 수시 인사발령, 수요 없는 경력직 채용, 독선적인 의사 결정 구조, 계획 없는 조직 운영”을 지적한 데 이어 <뉴스타파>가 보도한 이사장의 사사로운 공금 씀씀이에 대해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이석우 이사장과 유 씨의 아버지는 서로 모르는 사람?

그(신입 7급 직원) 인사는 인사담당부서 담당자들과 전부 협의하면서 한 겁니다. 우리 재단 실정에 가장 필요성이 무엇이냐를 전체 공통으로 협의해서 한 겁니다.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이석우 이사장이 기자에게 ‘정확하게 옮겨 달라’고 요구한 말. “전파진흥원과 재단은 인사 원칙이 똑같을 수 없고 사람이 부족해서 곳곳에서 달라고 하는 상황”이라는 대답에 덧붙어 온 말이다. 재단 모체인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때로부터 신입 직원은 처음 배치된 곳에서 1년 이상 일을 배운 뒤에나 인사이동 대상이 되고는 했는데 7개월여 만에 발령한 까닭에 대한 이 이사장의 대답이었다.

신입 7급 직원 가운데 2016년 2월 졸업 예정자여서 애초 지원할 수 없었던 유 아무개 씨에 대해서는 “우리가 ‘학력 철폐’로 가는데 (2016년) 2월 졸업이든 (2015년) 8월 졸업이든 무슨 문제인가” 싶어 “(직원 채용) 규정을 가져오라고 해서 보니 ‘이사장이 특별히 인정하는 자’가 있더군요. 학력 철폐 차원에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신입 7급 직원들이 재단 발족 뒤 첫 채용이어서 누가 지원했는지 관심이 많아 이력서(435장)를 죽 넘기면서 다 봤어요. 성적도 다 들여다봤다”고 인정했다. 이런 관심 덕에 서류를 낸 435명 가운데 한 명밖에 없던 결격자 유 씨를 구제한 셈이다.

이석우 이사장은 유 씨의 아버지를 두고 “잘 알지는 못합니다. 혹시 이런저런 모임에서 봤는지는 모르겠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모르는 사람이긴 하지만 저야 이런저런 공적 자리가 많으니까 혹시 명함을 주고받았는지는 모르겠다”며 “그런 자리에서 봤는지 안 봤는지 모르겠어요. 기억에 없다”고 덧붙였다.

공기업 고위간부인 유 씨의 아버지는 회사 홍보팀을 통해 “아들이 시청자미디어재단에 다니는 건 맞는데 (이석우 이사장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며 채용 청탁과 관련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혀 왔다. 그는 최근 아들을 통해 “요즘 회사(재단)가 조금 시끄럽다”고 들었고, 지난해에는 재단 임직원들이 아들의 입사 동기들을 “‘이사장 키드’로 부르며 따돌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월, 2016/06/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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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사실상 강제 종료시키기 위한 행정절차에 돌입했다.

해양수산부는 오늘 세월호 특조위에 공문을 보내 “특조위 조사활동 기간 만료일이 도래함에 따라 종합보고서와 백서 발간을 위해 필요한 정원안을 6월 14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 기간 내에 정원안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관계부처 간 협의에 따라 필요 인력이 배정될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행정자치부가 공문을 보내 “종합보고서와 백서 발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원안을 6월 3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 지난 7일에는 기획재정부가 “백서 작성 및 발간을 위한 정원안을 관계부처와 조속히 협의 및 확정하여 그에 따른 향후 소요 예산안을 오는 14일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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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세월호 특별법에 따르면 특조위 활동 기간은 위원회가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1년이며 한 차례에 한해 6개월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리고 종합보고서와 백서 작성 및 발간 작업을 위해 3개월 이내에서 기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최근 정부 부처들이 특조위에 일제히 보낸 공문들은 지난해 1월 1일을 특조위 활동 개시일로 보고 1년 6개월이 경과하는 이달 말에 특조위 조사활동이 종료된다고 전제한 뒤 이후 3개월 동안 종합보고서와 백서를 발간한 뒤 특조위를 해산시키겠다는 압박인 셈이다.

그러나 특조위는 활동 인원과 예산이 갖춰진 지난해 8월이 활동 개시일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특조위은 최근 정부 부처들의 공문에 대해 “아직 종합보고서와 백서 발간을 위한 정원과 예산의 산정 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니 차후에 요청해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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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들의 특조위 활동 종료 압박은 최근 야당이 발의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전면 무시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지난 7일 박주민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24명과 정의당 의원 6명이 공동발의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은 특조위 활동 개시일을 예산을 최초 배정받은 지난해 8월로 규정하고 선체가 인양된 뒤 최대 1년간 정밀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특조위에 부여하고 있다.

금, 2016/06/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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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로 재편된 20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한 연장 관련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처리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올해 6월까지만 특조위 예산을 배정해 놓은 상태여서 자칫 선체가 인양되기도 전에 활동이 종료될 위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변호사’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야3당이 공조를 선언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 입장이 명확해 20대 국회 초반 여야 간 힘겨루기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세월호 특조위, 서울중앙지검 실지조사 시도 (6월 8일)

▲ 세월호 특조위, 서울중앙지검 실지조사 시도 (6월 8일)

특조위 활동 중단 임박… 조사대상 기관들 비협조 극심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 5명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실지조사에 나섰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한 보도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토 전 산케이 서울지국장 사건의 수사와 재판 기록 일체를 제출받기 위해서였다. 특조위는 신청 사건 중 하나인 ‘참사 당일 청와대 대응의 적정성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해당 사건의 증거기록들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청와대 등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제출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간접적인 확인을 위해 검찰 자료에 대한 실지조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날 서울중앙지검 측은 특조위 조사관들의 출입을 건물 입구 민원실에서 제지했다. 그리고 민원실 유선전화를 통해 실지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 해당 자료가 세월호 참사 조사와 관련이 없고 서울중앙지검은 특조위의 조사 대상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특조위 조사관들은 참사와의 관련성을 판단하는 것은 검찰이 아닌 특조위라며 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했으나 검찰은 끝내 거부했고 조사관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 서울중앙지검 민원실 앞에서 출입을 제지당하고 있는 특조위 조사관들

▲ 서울중앙지검 민원실 앞에서 출입을 제지당하고 있는 특조위 조사관들

비슷한 상황은 지난달 말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경비대 본청에서도 발생했었다. 특조위 조사관들이 참사 직후 해경과 해군의 교신기록이 담긴 TRS 기록 원본 제출을 요구하며 실지조사에 나섰지만 해경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특조위 조사관들은 1주일 동안 해경 본청에 머물며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현재는 일정 부분 협의가 진행돼 기록이 담긴 장치에 대한 이미징과 포렌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 기관들이 최근 들어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를 강력히 거부하고 있는 배경엔 특조위 활동 기한이 다 돼 간다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특조위 활동이 지난해 1월 1일부터 개시된 것으로 보고 18개월의 활동 기간이 종료되는 이달 말까지만 예산을 배정해둔 상태다. 이에 대해 권영빈 특조위 상임위원은 “정부 부처로부터 자료 하나 제출받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정부 차원의 비협조이자 결국 세월호 진상규명 방해 행위”라고 말했다.

▲ 지난달 28일 세월호 ‘선수 들기’ 작업 현장. 해수부는 ‘기술적 이유’로 작업을 2주 연기했다.

▲ 지난달 28일 세월호 ‘선수 들기’ 작업 현장. 해수부는 ‘기술적 이유’로 작업을 2주 연기했다.

특조위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힐 핵심 증거물인 선체의 인양 과정에도 거의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특조위는 지난해부터 선체의 온전한 인양 여부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현장 바지선에 동승하게 해 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이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 28일에는 특조위 조사관들이 낚시배를 빌려타고 뱃머리를 들어올리는 작업 현장에 접근했지만, 해수부는 ‘기술적 문제’로 작업이 2주 연기됐다면서 끝내 바지선 동승을 허용하지 않고 조사관들을 돌려보냈다. 어떤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당초 해수부가 밝힌 인양 공정이 몇 차례 연기되면서 세월호 인양은 7월 말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6월말 이후로 특조위에 예산을 추가 배정하지 않는다면 특조위는 인양된 선체를 한번 보지도 못한 채 활동을 접게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은 그동안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해 1월 특조위가 출범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이른바 ‘세금도둑론’을 확산시키고 3월엔 조사 대상 부처의 공무원들을 특조위에 대거 파견하도록 한 특별법 시행령을 강행하면서 ‘특조위 힘빼기’에 나섰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특조위가 청와대에 대한 조사를 의결할 경우 여당 추천위원들의 집단 사퇴도 불사한다는 내용을 담은 해수부 내부 문건이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또 실제 문건 내용대로 사퇴했던 황전원 위원이 4.13총선의 새누리당 예비후보 나섰다가 낙마하자 새누리당은 올해 2월 황 전 위원을 다시 특조위 부위원장으로 추천하는 일까지 있었다. 하나 같이 정부와 여당이 특조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에서 벌인 일이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전원이 공동발의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제출 (6월 7일)

▲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전원이 공동발의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제출 (6월 7일)

‘여소야대’ 20대 국회 개원… 야3당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공조 나서

그러나 4.13총선 결과 여소야대로 재편된 20대 국회가 열리면서 이 같은 상황에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20대 국회 개원 1주일 만인 지난 7일, 세월호 유가족들의 법률대리인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123명 전원, 그리고 정의당 의원 6명 전원이 서명한, 사실상 두 야당의 ‘당론 발의’였다.

이 개정안은 우선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개시일을 예산을 최초 배정받았던 지난해 8월로 못박아 특조위가 내년 2월까지 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인양된 선체에 대해 특조위가 최대 1년까지 정밀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함으로써, 예정대로 인양이 완료될 경우 내년 7월까지 선체 조사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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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은 이 개정안 발의 단계에서 공동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안 처리에 공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주민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야3당의 공조가 이뤄진 것이다.

희생자 가족들도 지지를 표명했다. 비록 특별사법경찰 도입 등 가족들이 원하는 특조위의 조사권 강화 방안은 빠졌지만 특조위 활동 기간 보장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 ‘특조위 연장 반대’ 여전… 개정안 처리 결과 관심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특조위 활동 기간 연장을 핵심으로 하는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계속 밝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초청 간담회에서 “세월호 특조위 연장은 국민 세금이 더 들어가는 문제”라고 언급한데 이어 지난달 여야 신임 원내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특조위를 연장하면 국민 세금이 많이 들고 여론도 찬반이 있다”면서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을 ‘진상 규명’의 차원이 아닌 ‘세금 투입’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인식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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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 조사는 상당 부분 이뤄져 특별히 기한을 연장할 만큼 남은 과제가 있다는 데에 과연 많은 국민들이 동의할 것인가 반문하고 싶다”면서 “특별법을 개정해서 조사 기한을 연장하는 것이 과연 필요할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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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참사 이후 2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확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구조 실패의 윗선에 대한 조사와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직도 9명의 미수습자들이 선체와 함께 아직도 바닷속 깊은 곳에 머물러 있다.

4.13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법률대리인이었던 ‘거리의 변호사’를 국회에 보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야3당이 이에 공조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좌초가 임박한 세월호 특조위를 존속시켜 참사의 진상을 온전히 규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20대 국회가 앞장서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취재 : 김성수
영상취재 : 최형석, 정형민, 김기철
영상편집 : 윤석민

목, 2016/06/0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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