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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정치개혁시민연대] 각 정당 대표와 국회 정개특위에 선거제도 개혁 방안 유권자 공론조사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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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정치개혁시민연대] 각 정당 대표와 국회 정개특위에 선거제도 개혁 방안 유권자 공론조사 제안

익명 (미확인) | 목, 2015/08/27- 12:24

2015정치개혁시민연대,

각 정당 대표와 국회 정개특위에 선거제도 개혁 방안 유권자 공론조사 제안


의원 정수 및 비례대표 의석 비율 등 유권자 의견 수렴 서둘러야  

 

전국 250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기구인 2015정치개혁시민연대는 오늘(8/27), 각 당 대표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방안에 대한 공론조사 및 당대표 면담을 요청하였다. 

 

2015정치개혁시민연대는 선거구 획정의 기준과 국회의원 정수,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 등 최근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논의하고 있는 사항은 유권자의 정치적 권리와 직결된 사항인데도, 유권자들의 구체적인 의견 수렴 과정은 생략된 채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각 정당과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유권자 의견 수렴을 위한 공론조사를 공식 실시할 것을 제안하였다. 
   
구체적인 공론조사 방식으로는 지역이나 세대, 성별 대표성을 고려해 상징적인 수의 유권자를 모집해, 선거제도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고, 심층 토론을 거쳐 모아진 개혁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을 검토할 것을 제안하였고, 이 조사는 선거구획정위원회 논의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15정치개혁시민연대는 지난 25일, 발족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3대 방향과 17개 주요 정치개혁 과제를 소개하고, 유권자 공론조사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당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방안에 대한 공론조사 및 당대표 면담 요청 공문 

 

1. 안녕하십니까? 

 

2. 2015정치개혁시민연대는 ‘사표는 없애고! 정치 독점은 깨고! 유권자 권리는 되찾고!’ 라는 슬로건 하에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하고자 전국 250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연대기구입니다. 올바른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다음 2가지 사항들을 각 정당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제안합니다.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 다     음 --------------- 

 

① 선거제도 개혁에 국민여론을 반영하기 위한 공론조사 실시 
   
 -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선거구 획정의 기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의 비율, 국회 의석수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과 기준을 논의하면서 유권자의 구체적인 의견 수렴 과정은 고려하지 않아 이 논의가 각 정당의 이해득실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이에 2015 정치개혁시민연대는 각 정당과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주관하여  최근 논의되고 있는 국회의원 정수,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등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방안에 대한 유권자 공론조사를 진행해 줄 것을 제안합니다. 유권자 공론조사는 선거구획정위의 획정 논의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 공론조사의 방식은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지역이나 세대, 성별 대표성을 고려해 상징적인 수의 유권자를 모아 선거제도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후 유권자가 직접 국회의원 적정 수, 정수를 정하는 바람직한 기준, 비례대표의 규모 등에 대해 토론하고, 모아진 개혁 방향과 방안을 국회에 제시하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② 2015정치개혁시민연대와의 면담 요청 

 

- 2015정치개혁시민연대가 정리한 선거제도 등 정치개혁 방안을 소개하고, 유권자 공론조사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당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합니다. 면담에는 2015정치개혁연대 공동대표와 집행위원장 4~5명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면담 일정은 9월 첫 주 이내에 가능한 일자로 협의를 거쳐 정하겠습니다. 

 

※ 2015정치개혁시민연대 소개 

 : 전국 250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정치개혁 활동을 위한 연대기구입니다. 8월 25일에 공식 발족하여 ‘사표는 없애고! 정치 독점은 깨고! 유권자 권리는 되찾고!’ 라는 슬로건 하에 3대 방향 17개 주요 과제를 발표했고, 이 가운데 △비례대표 최소 100석 이상과 국회의원 360명 이상으로, △정당 설립의 요건 완화, △선거연령 18세로 하향 조정, △사전 투표소 확대와 투표시간 9시로 연장, △비례대표 50%, 지역구 최소 30%는 여성 공천 의무화를 5대 역점과제로 제안하였습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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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정당 전공 정치학자 71.2% 
“비례대표제 확대․의원수 330 이상 되어야”

참여연대, 선거 및 정당제도 전문가 의견조사 결과 보고서 발표
국회 정개특위, 전문가 의견 충분히 반영해 선거제도 논의 서둘러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소장 :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오늘(7/13), 이슈리포트 <선거․정당 전공 정치학자 “비례대표제 확대․강화해야” 71.2%, “국회의원 330명 이상 되어야” 71.2%>를 발표하였다. 

 

이번 이슈리포트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진행한 ‘공직선거법 및 정당법 개정에 대한 전문가 의견조사’의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2일까지 한국선거학회와 한국정당학회 회원 중 선거, 정당, 정치과정 전공자 26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의견조사를 진행했으며, 263명 가운데 111명이 응답하여 42.2% 응답률을 보였다. 이번 의견조사는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활동 시한이 한 달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아직까지 본격화하지 않고 있어, 해당 분야 전공 학자들의 의견을 확인해 알리고, 정치개혁 논의를 촉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하였다.

 

선거․정당 전공자 의견조사 결과, 조사에 응한 전문가 111명 가운데 80명(72.1%)이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변경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개선 방향으로 비례대표제를 확대·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111명 중 79명(71.2%)으로 나타났다. 의원 정수에 대해서는 111명 중 86명(77.5%)이 현재보다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고, 79명(71.2%)이 총 의석수가 최소 330석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권역별 비례대표와 관련하여, 조사에 응한 전문가 111명 중 76명(68.5%)이 현재 비례대표 54석을 유지한 채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하는 것에 반대하였고,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하려면 지금보다 비례대표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111명 중 92명(82.9%)으로 압도적이었다. 즉,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을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확인할 수 있다. 

 

정당설립 및 활동과 관련하여, 중앙당 소재지 및 시․도당 개수, 시․도당 별 당원 요건 등 현행 정당설립 요건은 완화되거나 폐지되어야 한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나타났으며, 지구당 부활 의견에 111명 가운데 85명(76.6%)이 찬성하였다. 공천 방식 개선에 대해서는 당내 경선 방식 또는 날짜를 법률로 확정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이 높았음. 특히 111명 중 69명(62.2%)이 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에 반대하였다. 

 

선거․정당 전공 정치학자 의견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비례성과 대표성 확대, 정당 활동의 자유 보장 등 그동안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정치개혁 방안과 크게 부합한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이번 의견조사에서 나타난 관련 분야 전문가의 견해를 충분히 반영하여 선거제도 개편, 의원 정수 확대 등 근본적인 정치개혁 방안을 서둘러 논의해야 한다.

 

 

<선거․정당 전공 정치학자 의견조사 결과 요약>

 

◎ 조사 기간 및 방법 : 6월 25일 ~ 7월 2일 (8일간), 온라인 의견조사

 

◎ 조사 대상 및 응답 : 한국선거학회와 한국정당학회 회원 중 선거, 정당, 정치과정 전공자 26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의견조사 진행함. 263명 가운데 111명(42.2%)이 응답함. 

 

◎ 성별 : 남성 85명(76.6%), 여성 26명(23.4%)

 

◎ 연령 : 30대 6명(5.4%), 40대 65명(58.6%), 50대 36명(32.4%), 60대 이상 4명(3.6%) 

 

◎ 전공(주요 연구 분야) : 투표행태 37명(33.3%), 정당 22명(19.8%), 선거제도 18명(16.2%), 행정부/의회/사법부 15명(13.5%), 이익집단 5명(4.5%), 방법론 4명(3.6%), 기타(시민사회, 정치사, 정치이론 등) 10명(9.0%)

 

◎ 조사 결과 요약
- 의석 할당 방식과 관련하여, 현행 선거제도를 지지와 의석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음. 조사에 응한 전문가 111명 가운데 80명(72.1%)이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변경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개선 방향으로 비례대표제를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답변하였음. 

 

- 의원 정수와 관련하여, 111명 중 86명(77.5%)이 현재보다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고, 79명(71.2%)이 총 의석수는 최소 330석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응답하였음. 

 

- 정당설립 및 활동과 관련하여, 중앙당 소재지 및 시․도당 개수, 시․도당 별 당원 요건 등 현행 정당설립 요건은 완화되거나 폐지되어야 한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나타났으며, 지구당 부활에 111명 가운데 85명(76.6%)이 찬성하였음.  

 

- 공천 방식 개선과 관련하여, 당내 경선 방식 또는 날짜를 법률로 확정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이 높았음. 특히 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에 111명 중 69명(62.2%)이 반대함. 

 

 

 

월, 2015/07/1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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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패러다임’ 벗고 새 단계 향한 방향타 잡아라

정리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신승민 인턴기자 [email protected]
■ 분권형 정부 : 1인 통치자가 국회에서 소속 정당까지 조종하며 사회의 모든 하위구조를 통제해서야
■ 새로운 경제 : 고용확대 못하는 재벌대기업 성장이 한국사회 성장과 복리 증진에 얼마나 기여할지 의문
■ 협력적 노사 : 우리 모두는 노동자… 투쟁 중심의 노동운동 방향 바꿔 ‘노동 있는 민주주의’로 가야
촛불시위와 대통령 탄핵에 이어 곧바로 19대 대통령선거가 이어진다.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계속되는 ‘비상시국’은 비상한 생각과 아이디어, 실천력을 요구한다. 탄핵 과정에서 경험한 민주주의에 대한 특별한 경험과 교육은 새로운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탄핵국면 초기부터 언론 인터뷰와 강연을 통해 민주주의의 방향을 제시해온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견해를 듣는다. 최 교수가 3월 14일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소장 조운찬) 주최 시민대학 정치강좌에서 강연한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대통령 탄핵 이후 ‘정부구조 개혁’ ‘새로운 경제 운영’ ‘노사관계 개혁’이라는 관점에서 한국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모든 대통령선거가 중요하지만, 특히 이번 대선은 정말 특별하다. 현 정권과 대통령이 탄핵으로 퇴진했고, 이걸 가능케 한 굉장한 촛불시위가 있었다. 되돌아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87년 이후 뭔가 잘못됐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잘못이 누적돼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 탄핵 이후 대선일에 맞춰 각 정당과 후보들이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이번 조기 대선에서 요구되는 게 무엇인지, 어떤 정책으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할 것인지 각 정당과 후보들은 고민할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것이 뭔가 하는, 제 나름으로 생각한 주제를 세 개 정도로 골라 설명하겠다.

첫째, 정부의 계기(契機: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변화하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이나 기회), 즉 정부 구조 개혁에 관한 것이다. 둘째는 새로운 경제 운영과 관련된 것이다. 셋째는 노사관계의 개혁이다.

지금 한국 민주주의에서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시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음 정권에서 이 세 가지 모두 괄목할 만한 변화나 진전을 이루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다음 정부는 최소한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만으로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다음 정부에서 시작하면 또 그 다음 정부로 이어질 수 있다. 촛불시위와 탄핵 인용으로 전환점이 만들어졌다. 이 전환점으로부터 제대로 새로운 단계의 대한민국의 방향을 잡는 게 중요하다.

Ⅰ. 정부구조 개혁


▎최근 최장집 교수가 젊은 학자들과 함께 펴낸 <양손잡이 민주주의>.

‘정부의 계기’라는 것은, 최근 젊은 동료학자들과 함께 펴낸 <양손잡이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중 한 부분에 ‘이번 촛불시위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중요한 문제는 정부의 계기였다’고 언급했다. 이번보다 앞선 정부의 계기는 1980년대 젊은 세대들이 민주화를 이뤄낼 때였다. 그때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부족했다. 그 이전에는 경험할 수도 없었고, 권위주의 정권과 싸우며 문자 그대로 쟁취하는데 몰두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직선제 대통령’이었다. 그걸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생각했다. 앞선 시기의 권위주의 체제는 군부정권이나 유신체제였다. 때문에 시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할 수 없었다. 시민은 주권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대통령을 직접 선출만 하면 국민의 뜻을 실현하는 대통령이 개혁의 선봉장이 돼 한국사회를 확실하게 뜯어고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한 민주주의를 30년간 경험한 지금 와서 돌아보건대, 그것은 민주주의를 아주 좁은 의미에서 이해한 것이었다. 민주주의를 정부로서 이해하지 못했다는 거다.

민주주의는 영어로 데모크라시(democracy)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어의 ‘데모크라티아’에서 온 말이다. 대부분 민주주의라고 하면 자유주의나 민족주의처럼 특정한 이념이나 가치 등으로 이해했다. 민주주의는 인민주권이라든가 정치적 평등, 다수결의 원리를 통해 굉장한 것을 성취할 수 있는, 어떤 이상적 체제의 이념 같은 것, 권위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좋은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체제 같은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민주주의, 즉 ‘데모크라티아’는 인민의 통치체제, 다수지배체제를 의미하는 한 가지 정부 형태를 말한다. 민주주의는 오랫동안 발전하면서 현재의 대의제 민주주의에 도달했다. 우리는 보수니 진보니 하면서 서로 경쟁하는 정당들이 선거운동도 하고 정부도 운영했던 경험을 갖게 됐다. 민주개혁파임을 자임하는 현 야당도 두 번이나 집권한 경험이 있다. 되돌아보면 보수정권이나 진보정권이 실제로 한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

정부를 잘 운영하기 위해선 정책대안과 비전, 좋은 의견 등을 수렴해 민주주의 토대 위에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좋은 정부를 가져본 경험이 많지 않다. 보수정권이나 진보정권이나 유사했다. 그동안 ‘박정희 패러다임’이 한국정치와 한국사회를 지배해왔는데, 진보적 정권이든 보수적 정권이든 그 패러다임의 틀 안에서 정부를 운영한 셈이다.

보수 정권이나 진보 정권이나 큰 차이 없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큰 사건으로 기억될 촛불집회.

박정희 패러다임은 성장제일주의를 국가 운영 목표로 삼고, 권위주의 또는 독재 방식으로 이를 달성하고자 했다. 한국의 산업화와 경제 발전은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흔히 관치 경제라고 하는, 즉 국가가 성장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기업들에 사회·경제적 자원을 전폭적으로 쏟아붓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구축된 것이 국가권력과 재벌대기업 간 동맹이다. 관치경제란 사적 영역에서 시장의 힘, 즉 자율적 기업이 경제 운영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목표를 집행하는 경제행정관료체제가 정책을 집행하고 경제를 운영해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이것이 박정희 패러다임의 첫째 요소다. 그리고 둘째 요소는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생산자 집단으로서 노동자·농민 같은 사회집단을 사회의 조직된 집단으로서나 성장의 과실을 분배하는 데서 소외시키고 차별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탄핵을 통해 조기 퇴진했다는 것은, 박정희 패러다임이 우리 시대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완벽히 실패했음을 드러낸다. 권위주의를 통해 만들 수 있는 경제성장과 그 운용방식은 민주주의의 규범과 가치에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물론 탄핵으로 귀결된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 정부를 운영했던 제도적 측면이나 국정운영 방식, 리더십 스타일, 정책내용뿐 아니라 대통령과 최씨 간의 특별한 사적 관계라는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인 점도 있다. 그럼에도 그러한 복합적 요소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를 운영하고 통치했던 제도와 방식, 그리고 대통령이 추구했던 이념과 가치 등 모든 요소를 담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국가운영 모델을 새로운 시대에 맞춰 개혁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우리는 큰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첫째 문제는 권력의 과도한 중앙집중화가 가져온 정부의 실패다. 정부가 잘못 돌아가서 그렇게 됐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를 움직이는 권력구조, 정부가 운영되는 방식, 기존의 제도 등 정부의 실패나 퇴행 또는 무질서(decay, disorder) 등을 포함하는 정부의 구조와 운영 방식을 ‘정부의 계기’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실패의 핵심은 우리나라의 권력배분 구조가 너무 중앙과 정점으로 집중됐다는 점이다. 그 정점은 대통령이다. 국가가 다뤄야 할 문제들은 빠른 사회발전의 결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또한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국가를 움직이는 권력은 대통령이라는 1인 통치자에게 초집중화됐다. 권력의 위계구조에서 하위 단위로 위임돼야 할 권력이 위임되지 않기 때문에 자율성을 갖지 못하고 정점의 결정이나 행위에 의존하는 구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회의 모든 하위 구조를 정점에서 통제하는 구조다. 이는 집중화된 권력의 분산과 다원화, 팽창한 국가의 역할과 기능을 제한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강한 국가’의 대표적 사례가 한국이다. 강한 국가라는 말은 두 가지 차원이 있다. 첫째는 국가의 역할, 국가 행정의 권한과 권력이 얼마나 강하냐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과 법을 집행해나가고, 강력한 행정력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힘이 얼마나 강하고 효과적인가 하는 측면이다. 둘째는 국가의 범위가 얼마나 크냐는 것이다. 미국은 국가의 공권력이 집행되는 것은 강한 데 비해 범위는 좁다. 한국은 국가권력 자체도 강하고 국가의 범위도 넓다.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다원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국가의 사업인 듯 국가가 다 하는 식으로 국가가 팽창할 대로 팽창해 있다. 박근혜 정부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만들 때도 엄연한 사적기업들로부터 강압적으로 모금하지 않았나?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교육부 역시 국·공립 대학은 물론 사립대학까지 모두 관할하고, 명령하고 지휘하고, 통제한다. 정유라에게 특혜를 주고, 마사회를 길들이는 과정을 보자. 문체부 산하에 등록된 스포츠 단체들을 감사한다고 고지하면 자율적으로 조직됐다는 2600개가 넘는 결사체가 불과 며칠 사이에 보고서를 제출한다. 국가권력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구분 없이 사회 전체에 지배권을 확장해 행사된다.

이런 국가권력의 집중성을 완화, 축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지방자치단체라고 하지 지방정부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방자치정부의 권력·권한·지위 등 모든 것이 약하다. 중앙정부와 대통령이 아니면 되는 게 없는 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 대통령은 예산과 인사를 제 마음대로 못해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 최장집 교수는 이번 헌재의 탄핵인용 결정사유 중 ‘대통령이 법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했다.

그 다음에 볼 것은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삼권분립을 기반으로 한 대통령제의 모델인 미국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미국 대통령은 제도적으로 한국처럼 강하지 않다. 일단 미국의 대통령은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하원의 예산을 다루는 상임위가 주로 그 역할을 한다. 인사문제는, 그 비준이 상원 소관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모든 주요 공직자는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그 비준 과정이 무척 거칠어서 거부되는 경우가 많다. 오바마 정부 출범 시기 수많은 고위 공직자가 비준을 못 받아 상당기간 동안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미국에서는 국회가 비준하지 않는 것이 전혀 비정상적인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일을 하지 못하게 “정파적 이익 때문에 국회가 발목 잡는다”고 비판하면서 느슨한 청문 절차조차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번에 탄핵 인용한 헌재 재판관 구성도 그렇다. 대통령·의회·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추천한다. 이렇게 되면 한 대통령 임기 안에 6명까지 지정하는 일도 가능하다. 이번에는 사이클이 잘돼서 헌재 재판관 구성에서 대통령이 이점을 갖기 어려웠다. 물론 이 말이 판사의 판결이 임명자에게 반드시 우호적이라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안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은 대통령이 연방법원 판사를 추천하지만, 연방법원 판사들은 청문회에서 굉장히 힘들고 오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은 추천만 할 뿐, 맘대로 안 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그런 것이 제도이기 때문에 애당초 누가 봐도 자격 있는 후보를 임명하게 된다. 미국은 또 종신제여서 각각 소신대로 판결하는 점도 있다.

한국의 행정부는 법안 발의권을 갖지만, 미국은 그런 게 없다. 집행부권력과 비교할 때 의회권력이 제도적으로 강하다. 그 위에 한국의 대통령은 정당 공천권까지 행사해 자신의 정당을 의회에서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만들어 지휘할 수 있다. 공천권까지 가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정당을 조종할 수 있다.

이번에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중요 결정 사안을 보자.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폐쇄, 사드배치 등 참으로 중대한 이슈라 할 만한 것이 여럿 있다. 이들 사안은 모두 숙고를 거듭해야 할 중대 문제다. 그런데 모두 밀실에서 누가 결정했는지도 모르게, 그리고 사려 깊지 못한 방향으로 결정했다. 사드배치만 해도 지난해 2월에는 국방부에서 안 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정반대로 바뀌었다.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는데, 어느 순간에 돌아섰다. 애초에는 주무부서에서 이들 세 사안이 모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어떤 힘 때문인지, 곧 아무런 심의 없이 대통령에 의해 정반대로 바뀌었다. 여기에서 제도적 관점에서 말한다면, 이런 중대 사안들은 국회의 비준 절차를 밟는 제도가 필요하다. 정책결정 과정을 좀 더 민주적 규범을 따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청와대 개혁 역시 우선순위가 제일 높은 개혁 사안이다. 대통령 관저는 물리적으로 너무 크고, 권위주의적이고, 위압적이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청와대를 보통사람들이 사는 데로 옮기는 게 좋다고 본다. 대통령이라는 말을 쓰면, 듣는 사람도 그렇지만, 그 자신도 그 스스로 굉장하게, 사회 전체 위에서 군림하는 통치자인 듯 생각하기 쉽다. 자존망대의 권력관을 갖기 쉬울 것이다. 그 말은 분명 권위주의적 표현이다.

청와대, 대통령의 권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스스로 법의 지배하에 들어가는 것부터 거부감을 갖기 쉽다. 이번 헌재의 탄핵 결정은 두 가지 사유에 근거했다. 즉, 대통령이라는 공적 권력을 남용해 사기업들로부터 사적 이익을 위해 거금을 모금한 실체적 행위와, 도무지 민주주의의 근본법으로서 헌법을 지키려는 의지와 행위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규범적 행위가 그것이다.

의회중심제 같은 권력 분할 제도 떠올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판결을 하루 앞둔 2017년 3월 9일 오후 청와대 정문 앞에서 경찰이 근무를 서고 있다. 최장집 교수는 청와대를 개혁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며 물리적으로 너무 큰 건물이므로 보통사람들이 사는 데로 옮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동안 개헌과 관련해 대통령중심제를 주로 논의했다. 대안도 4년중임제가 많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번 계기를 거치면서 대통령중심제 선호가 줄고, 의회중심제라든가 이원집정부제 같은 권력 분할 제도가 떠올랐다. 권력이 민주적으로 배분되고 공유될 수 있는 체제를 선호하는 여론의 변화는 이번 탄핵 과정이 만들어낸 좋은 효과다.

헌법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역할이 대표적이다. 헌법 86조, 89조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정책을 심의하도록 규정했다. 그래서 광범위한 정책 심의에 대통령이 참여하도록 적시했다. 이런 법칙이 그대로 진행됐다면 이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장관들이 대통령을 만날 수조차 없는 상황부터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우리는 헌법을 우습게 아는 면이 있다.

Ⅱ. 새로운 경제운영


▎2016년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한 비선실세 국정개입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압수품을 운반하고 있다. 최장집 교수는 전경련이 해체되고 진정한 의미에서 사기업들의 공동이익을 대표할 수 있는 결사체가 재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권력과 재벌대기업 간 동맹관계는 그동안 한국사회를 움직여왔다. 이것이 박정희 패러다임을 지속시켜왔던 정치적 기반이다. 공적 영역에서 국가권력, 사적 영역에서 재벌대기업에 의해 대표되는 경제권력이 합쳐질 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은 한국사회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동맹관계는 1960∼70년대 국가 주도의 산업화 시기에 형성됐고, 그 이후 우리사회는 이 구조 위에 차곡차곡 구축됐다. 그리고 반 세기 정도의 긴 시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이 구조는 역사적 역할을 다하고 국가 능력, 경제성장, 사회발전 모든 측면에서 역기능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이 되기 시작했다.

재벌대기업의 성장이 곧 한국사회 전체의 성장과 복리를 증진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양적 성장지표를 늘릴 수 있지만 고용확대에는 기여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고용의 80% 이상은 중소기업에서 맡는다. 재벌대기업이 고용확대에 기여한 부분은 크지 않다.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로 일국의 대기업이 국가의 경제발전에 곧바로 기여하는 비중도 줄어들었다. 국가권력과 재벌대기업의 동맹관계는 이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사태는 이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사건만 봐도 전경련이 모금창구가 돼서 거의 강탈식으로 770억원을 거둬들였다. 이 과정을 너무나 투명하게 볼 수 있었다. 정경유착 고리의 단절이 중대 이슈로 제기됐다.

이제 재벌대기업은 세계적 수준이 됐다. 권위주의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 혹은 정부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능력도 실력도 없다. 국가는 기업이 자유롭게 경제행위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정책방향만 제시해주면 된다. 시시콜콜 명령하고 지시하면 부작용만 낳는다. 유착관계가 분리돼야 한다.

그동안 정경유착의 고리 역할을 한 전경련은 해체돼야 한다. 전경련을 해체한다는 건 재벌대기업이나 여타 기업의 결사체가 불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진정한 의미에서 사기업들 공동의 이익을 대표하고, 그들의 정책을 국가 경제정책에 투입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결사체가 재구성돼야 한다.

재벌을 해체하라는 건 비현실적이다. 순기능의 통로가 만들어져 자율적으로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와 같이 대기업들이 선진적 거버넌스를 통해 스스로 국가경제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기업의 역할이 이 정도로 커지면 사익을 추구하기 어렵다. 10대 대기업의 매출액이 전체 국민총생산의 80%라면 사익 추구를 넘어 공적 역할을 하고 사회 전체에 기여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 정책은 이들이 한국의 경제정책을 주도하면서 경제·산업 엘리트로서 자율적이고 순기능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관치경제는 없어져야 한다. 대기업들로부터 자금을 갹출하는 채널이 폐기돼야 한다. 재벌대기업이 정부에 의존해 쉽게 돈 버는 습관도 변해야 한다. 이래야 한국사회에 제대로 된 법의 지배가 관철될 수 있다. 사적 영역에서 재벌대기업이 자율성을 가져야 작은 결사체들도 자율적이 된다. 강력한 집단이 국가권력의 명령을 받으면 다른 작은 집단은 어떻게 자율적일 수 있겠는가?

어떤 정당, 어떤 후보든 다음 정권에서는 이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습관에 젖어 있다. 권력을 가지면 뭐든지 다할 수 있을 거 같은 습관 말이다. 무엇을 손보겠다는 식의 행태는 적어도 민주적 국가 운영방식이 아니다. 노동자나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 존엄성을 가져야 하고, 또 존중받아야 한다. 갑을관계의 차별적 상호관계는 훨씬 더 평등하고 공정해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기업구조는 법적으로 규제하되, 이해 당사자들이 시장경쟁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통해 체계적이고 사회적으로 조율된 규제가 필요하다, 국가가 할 일은 그것이다.

Ⅲ. 새로운 노사관계

노동문제는 한국 민주주의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숙제다. 기업은 물론 정부, 사회 엘리트, 중산층 등 모든 분야 모든 사람이 ‘노동자’를 대체로 부정적으로 본다.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거나 과격하다는 등 나쁜 이미지로 인식한다. 한 발짝만 들어가보면 이는 사실 오해와 편견일 뿐이다. 굉장한 재산을 가진 사람을 제외하면 모든 사람이 노동자다. 우리 스스로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셈이다. 노동자를 배제하고 억압하는 구조, 파업을 하면 친북·좌경·종북으로 매도하는 구조는 우리가 수십 년에 걸쳐 산업화를 이루고 민주화됐음에도 하나도 변화하지 않았다. ‘노동 없는 민주주의’가 바로 한국 민주주의의 특징이다. 이를 ‘노동 있는 민주주의’로 바꿔야 한다.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기업 또는 경영자를 상대로 자신들의 이익을 획득하려는 투쟁 중심의 노동운동 방식에 큰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노동 있는 민주주의에 이르는 길은 기업경영과 노동운동 사이의 상호 교환의 문제라는 발상의 전환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고용주는 노동자를 적대시하거나 기업의 존속과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인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공동의 기업 발전에 동참하는 행위자라고 이해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자기의 이익을 획득하는 데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기업에 협력적인 노동운동으로 질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것은 어려운 게 아니다. 허황된 게 아니다. 유럽의 자본주의 선진국가에서 다 교과서라고 할 정도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실현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나는 ‘코포라티즘(corporatism: 노·사·정 타협/협력주의)’을 한국사회에서 민주적 노사관계의 대안적 방법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원리는 이렇다. 자본과 노동 간의 이해갈등은 화해할 수 없다는 계급투쟁의 논리를 이론화한 마르크시즘의 전통이 한 흐름이다. 좌 대 우를 대립축으로 한 정치가 마르크스 이론이라고 한다면, 코포라티즘은 좌와 우 사이의 협상과 타협, 협력을 만들어내는 노사관계를 말한다. 그것은 마르크스 이론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노사관계 모델이다.

코포라티즘의 생성과 실천은 1880년대 독일 비스마르크의 사회정책에 연원을 둔다. 독일에서 산업화가 처음 시작되고 비스마르크가 독일을 통일할 당시 외교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국내의 노사관계 문제에 직면했다.

나는 비스마르크를 위대한 지도자로 본다. 물론 독일에서는 독재를 한 인물이니 좋지 않게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비스마르크는 보험제도를 체계화했고, 사회보장제도를 최초로 수립했다. 1870년대 당시 사회주의법으로 지금의 사민당을 억압하고 불법화를 했지만, 그 대신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체계적인 사회보장제도를 만들었다. 노년보험·실업보험·질병보험·산재보험을 만든 사람이 바로 비스마르크다. 이들 보험을 만들 때 중앙정부의 재정이 부족해 노동조합 기금들을 동원하고, 그들을 사회복지제도에 참여시켰다. 기금을 낸 만큼 노동조합들에 직접 관리를 맡겨 노조가 공동관리를 했다. 이러한 복지체제와 그 운영방식이 2차대전 이후 타협과 협력의 노사관계로 이어졌다.

노동운동이 민주주의 체제 내로 들어와 그 가치와 병행돼야


▎1871년 독일 제국의 첫 총리 비스마르크. 프로이센 총리로 ‘철혈정책’을 펼쳐 독일을 통일했다. 최장집 교수는 19세기 비스마르크 시대에 만들어진 ‘노·사·정 합의주의 (코포라티즘)’를 다음 정부에서 도입해볼 것을 제안했다.

비스마르크는 사회주의 정당의 활동을 억압했지만, 노동자를 억압하지 않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노사관계의 틀을 만들었다. 자본은 너무 억압하지 말고, 노동자들은 자기 이익만 추구하지 말고 서로 공동의 이익으로 타협하라는 것이었다. 이를 조율하는 게 중앙정부와 국가를 구성하는 지방정부였다. 이 3자의 협력체제를 코포라티즘이라 한다.

1970년대 들어 독일의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신자유주의가 도입되었고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이 큰 압박 중 하나로 부각되면서 이를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됐다. 이때 노동자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다시 코포라티즘이 등장했다. 기업 대표와 노동자 대표들이 앉아 심사숙고했다. 노동자들이 ‘임금인상 요구 안 할 테니 자르지 말라’고 합의했는데, 이게 바로 코포라티즘이다.

이제는 노동운동의 방향과 성격을 바꿨으면 좋겠다. 투쟁 일변도의 옛날식 운동은 세상이 변하고 시대적 역할이 변했기 때문에 안 통한다. 노동운동이 민주주의 체제 내로 들어와 그 가치와 병행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 모든 정당의 노동관은 비슷하다. 귀족노조, 전문 시위꾼, 악성노조 등을 언급하면서 부정적으로만 말해서는 안 된다. 모든 노조가 다 좋은 건 아니지만 노동운동 안에서 자정돼야 한다. 또 다른 노조를 만들어 정상적으로 활동하면 된다. 제조업을 부정하는 것도 문제다. 한국경제의 고용창출이 부진한 게 제조업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제조업이 한계에 부닥쳐 한국경제가 힘들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이다. 우리나라 제조업 비중은 27.8%다.

물론 신자유주의적 국가 중에서 서비스 산업 중심의 경제가 있기도 하다. 몇몇 국가는 금융산업을 주로 추진한다. 미국과 영국 경제가 대표적인데, 이건 특수한 사정일 뿐이다. 세계제국이었고, 영어를 쓰며, 자본주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금융경제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다. 이런 장점이 있어 서비스업 방향으로 밀고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고학력 서비스 산업으로 세계경제를 주도할 수 없다. 제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의 희망은 제조업에 있다는 말이다.

노동문제는 ‘산업적 시민권’이라고 하는 권리를 규범으로 하고, 이에 기초한 접근이 필요하다. 유럽에서 실시되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잘 조율된 시장경제 시스템 위에서 노동을 코포라티즘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함께 가야 한다. 그러면 불평 등의 차이가 줄어든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논의해야 한다. 다음 정부는 노동을 체제 내로 포섭하는 제도 개혁과 실천적 변화를 이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재의 대선 진행 과정은 너무 평범하다. 여러 가지 이슈의 중대성에 비해 그렇다. 이번 한국 민주주의의 전환적 계기는 엄중하고 중요한 문제를 내장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포착해 방향을 제시하는 정당이나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논한 세 가지 주제를 놓고 풍성한 논의가 이어지고, 제도적·정책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면서 조금씩 진전하다 보면 지금까지의 방향과는 질적으로 다른 한국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정리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신승민 인턴기자 [email protected]

금, 2017/03/2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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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 제대로 반영하는 연동형 비례제 발의안 환영한다

득표만큼 의석 배분, 비례대표 확대, 의원정수 산출 기준 마련 등 
박주민 의원 발의안, 대표성 및 비례성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고 비례대표 의석 확대, 의원정수 산출 기준을 마련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대표로 발의되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이번 개정안이 유권자의 민의를 왜곡하는 불공정한 현행 선거제도를 대표성, 비례성 높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평가하며, 현재 계류 중인 관련 법안들과 함께 20대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선거법은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 배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 2:1로 조정, △의원정수 ‘인구 14만 명 당 국회의원 1명’으로 산정, △권역별로 비례대표 명부 작성 등이 골자다. 이는 승자독식 소선구제에서 생기는 절반의 사표(死票)를 방지하고 유권자의 민의를 의석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다. 19대 국회 때 54석보다 축소된 현행 47석 비례대표 의석으로는 지역구 선거에서 생기는 불비례성을 보정하는 효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의 절반가량으로 확대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 개정안은 의원정수 300명을 유지하거나 소폭 확대하는 기존 발의안과 달리, 의원정수의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동안 국회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인해 의원정수에 대한 논의는 한국 사회에서 금기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다양해진 사회구성원들의 정치적, 입법적 요구를 반영하고 비대해진 행정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불필요한 특권과 세비 동결 등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방안을 병행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미 20대 국회에는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편안이 박주현 의원, 소병훈 의원 등 발의로 계류 중이다. 그동안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차기 선거 직전에야 진행되어 사회적 합의를 마련할 시간도 부족하였고, 무엇보다 거대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지 못 하고 매번 좌초되었다. 지난 20대 총선 결과, 투표하고도 의석에 반영되지 않은 유권자의 표가 50.3%에 이르러 득표와 의석 간 불비례성이 이전 선거보다 더 악화되었다. 정치적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대표성과 비례성 높은 선거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20대 국회가 빠른 시일 내 논의에 착수하고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 참고. ‘20대 총선, 유권자 지지와 국회 의석배분 현황 보고서’(2016.7.7. 발표) https://goo.gl/aVNqoF

 

 

목, 2017/02/1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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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대선승리 이후, 5월 10일 오전 8시 처음으로 당선증이 나왔다.

이후 약 11일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일들을 복기해보면, ▴임종석-조국 등 청와대 참모 인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 ▴국정교과서 폐지 ▴미세먼지 축소를 위해, 노후 화력발전소 일시적 가동중단(=셧다운) ▴세월호 기간제 선생님 순직 인정 ▴돈 봉투 감찰 지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임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추모사 ▴윤석열 검사의 서울지검장 임명 ▴5당 원내대표 청와대 초청 회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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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지시했고, 19일에는 5당 원내대표와 만나 협치와 개헌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조치는 의회의 입법없이 대통령의 지시만으로 가능한 조치들이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제도개혁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하다.

이러한 문재인 정부 초기 활동에 대한 조선일보 분석의 핵심은 ‘국민 지지율 60%가 넘는 정책’만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 적절한 분석이다.

5/9 대선은 한국 정치사에서, 민주파 후보가 몇 달 전부터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맞이한 최초의 선거였다.

문재인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도 월등히 앞섰다. 그렇기에 당적 일체감이 높았고, 경선 후유증이 적었고, ‘취임 100일 플랜’ 등에 대해서 미리부터 준비하기 용이했다. 최근 우리가 목도하는 일련의 조치들은 그 결과물이다.

2004년 4대 개혁입법은 왜 실패했는가

오히려 문제는 ‘100일 이후’이다. 100일 이후에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노무현 정부의 실패’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2004년 4월 총선을 목전에 두고, 3월 12일 한나라당-민주당은 ‘의석수가 많음’을 믿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국회에서 가결한다. 이후 ‘민심의 역풍이 분다. 그 에너지로 열린우리당은 152석으로 원내과반 정당이 된다.(*총의석 299석, 한나라당 125석, 민주노동당 10석, 민주당 9석이었다.)

2004년 총선은 한국 정치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다. 민주파 정치세력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동시에 장악한 최초의 선거였기 때문이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그 이전까지는 ‘과반 미만’ 의석이었기에 ‘한나라당 때문에 안된다’는 핑계를 댈 수 있었다. ‘남 탓의 정치학’과 ‘핑계의 정치학’이 통용되었다.

2004.4.15 / 15ÀÏ Àú³á 6½Ã Á¤°¢ Á¦7´ë ±¹È¸ÀÇ¿ø¼±°Å ¹æ¼Û»ç ÃⱸÁ¶»ç °á°ú ¿­¸°¿ì¸®´çÀÌ °ú¹Ý¼ö¸¦ Â÷ÁöÇÒ °ÍÀ¸·Î ¿¹ÃøµÇÀÚ °³Ç¥»óȲ½Ç¿¡¼­ ¹æ¼ÛÀ» ÁöÄѺ¸´ø ´çÁ÷ÀÚµéÀÌ È¯È£Çϰí ÀÖ´Ù. / ¿À¸¶ÀÌ´º½º ±Ç¿ì¼º ±âÀÚ
2004년 4월 15일, 17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는 출구조사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민주파는 사상 처음으로 선거에 의해 의회 다수파가 됐지만, 개혁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행정부도 잡고, 입법부도 과반을 차지하게 되자 더 이상 핑계꺼리가 사라진다. 이제 온전히 ‘실력으로’ 개혁을 이뤄내야 했다. 그때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제시한 의제는 4대개혁 입법이었다.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언론개혁법 ▴사립학교법이다.

2004년 그 해 겨울, 국회는 4대개혁 입법을 둘러싼 내전을 치뤘다. 국회는 몸싸움과 욕설로 뒤덮였다. 당시 한겨레-경향 등 진보언론은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을 적극적으로 지지-엄호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개혁’이 아니라 ‘민생’이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즉, <개혁 VS. 민생>의 프레임을 짰다.

4대개혁 입법은 결국 실패했다. 중요한 것은 ‘왜’ 실패했는지를 제대로 성찰하는 것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과 직결된다.

그리고 최근 열성적인 문재인 지지자들 일부가 진보언론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 타당한지와 직결되며, 동시에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와도 직결된다.

반대파 집결시킨 요란한 개혁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4대개혁 입법은 3가지 오류를 범했다.

첫째, ‘아젠다 셋팅’에서 실패했다. 노무현 대통령, 열린우리당, 한경오프(한겨레-경향-오마이-프레시안) 모두 틀렸다. 결과적으로, 조선일보가 옳았다.

국가보안법같은 ‘개혁이슈’가 아니라 ‘민생이슈’를 전면에 내걸었어야 했다. 개혁이슈는 속된 말로 운동권 출신들이 좋아하는 이슈였다. 생활에서 겪고 있는 서민대중의 눈물과 울분을 달래주는 이슈가 아니었다. ‘국민들을 위한 아젠다’가 아니라 ‘운동권을 위한 아젠다’였다.

한국의 학생운동은 ‘고학력 + 메이저 캠퍼스 중심’이었다. 그들은 성인이 되어, 먹고 사는 것은 그다지 아쉽지 않은 ‘고소득 + 중산층’이 된다. 4대개혁 입법의 오류는 본질적으로, ‘고학력 + 중산층 + 민주화 운동 세력’이 낳은 자기만족적 패착이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지표 중 하나가 당시 국가보안법에 대한 여론조사이다. 당시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가보안법 개정 및 폐지 입장이 1/3, 반대 입장이 1/3이고, 나머지 ‘관심없다’가 1/3이었다.

2004년탄핵몸싸움
2004년 1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보법 폐지법안을 단독상정하려는 여당 의원과 이를 저지하려는 야당 의원이 뒤엉켜 몸싸움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http://media.khan.kr/)

둘째, 개혁이 성공하려면 ‘개혁, 다수자연합’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4대 개혁입법은 오히려 ‘반대파, 다수자연합’을 만들어줬다. 국민들은 관심 없는 아젠다였고, 반대파는 결집시켜줬다.

①국가보안법은 한국전쟁의 경험과 분단을 중시여기는 보수 유권자 전체를 민감하게 자극했고 ②과거사법은 한국전쟁과 연결된 보훈단체들을 자극했고 ③언론개혁법은 조중동을 단결시켜줬고 ④사립학교법은 지역구 선거에서 목소리가 큰 이권집단인 학교-이사장-교장을 자극했다.

4대개혁 입법을 통해 보수유권자-보훈단체-보수언론-사립학교 이사장이 연대할 수밖에 없는 ‘반(反) 노무현, 반(反) 열린우리당 통일전선’을 구축해서 ‘선물’해준 꼴이었다.

셋째, 국가보안법 ‘폐지’가 아니라 ‘개정’ 수준에서 합의하고 빠져나왔어야 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박근혜였다. 과반 집권여당이 쎄게 밀어붙이자 당시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도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한나라당도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해서는 개정 의견을 밝혔다.

국보법 7조는 ‘찬양•고무’ 조항이다. 국가보안법이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할 때, 핵심조항이 바로 7조이다. 이적표현물로 규정된 책을 소지하거나, 봤다는 이유로 잡아가는 것도 7조에 근거한다. (*이적표현물은, 민중가요 노래책, 전태일 평전도 포함된다.)

열린우리당 152석 중에 108명은 ‘초선 국회의원’이었다. 이들 108명은 ‘개정’은 안되고 ‘폐지’만이 옳다고 강변했다. 그리고 ‘민주당(=열린우리당)의 왼쪽’을 자임하는 노회찬-심상정을 포함한 민주노동당 역시 폐지만이 옳다고 강변했다. 진보언론도 대동소이했다.

열린우리당 초선 108명은 워낙에 강경한 입장만을 고집했기에 ‘백팔(108)번뇌’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혹은 ‘열린우리당 탈레반’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국가보안법 구속자의 약 90%는 7조 때문이라고 한다. 만일, 2004년에 열린우리당이 ‘7조+알파’ 수준에서, 국보법 개정 합의를 했었다면, 국가보안법은 사실상 사문화(死文化)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도, 김부겸 의원같은 분은 용감하게 ‘개정’에서 합의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지난 대선TV토론에서 여전히 ‘폐지론’을 주장하는 심상정 후보를 보며, “아직 2004년에 머물러 계시는구나~..”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실패한 개혁

논의를 정리해보자. 4대개혁 입법은 왜 실패했나? 3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아젠다 셋팅’에서 실패했다. 어떻게? ‘국민들이 관심있는’ 이슈가 아니라, ‘운동권(출신 국회의원들)이 관심있는’ 이슈를 추진했다. 이들은 ‘의석수만 믿고’ 힘으로 밀어붙이려 했다. 민심을 무시한 오만함이 있었다.

둘째, ‘개혁파, 다수자 연합’을 만들어야 개혁을 성공할 수 있는데, 거꾸로 ‘반대파, 다수자연합’을 만들어줬다. 역시 ‘아젠다 셋팅’의 실패에서 파생된 문제이다.

셋째, 초기 아젠다 셋팅이 실패했으면, 민심의 흐름을 읽고 ‘개정에서 합의하고’ 빨리 빠져나왔어야 한다. 그러나, 자기들 선명성 과시에만 혈안이 된 (운동권스러운) ‘포지셔닝 정치’를 일삼는 108번뇌-탈레반-진보파들에 의해서 타협국면 및 국면 전환 시점을 놓쳐 버렸다.

나는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 정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쟁에서 한번 패배는 병가의 상사”(一勝一敗 兵家常事)”라는 말이 있듯이, 실패한 것을 성공했다고 우길 필요도 없고, 거꾸로 한번 실패했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다.

벤쳐-스타트업 창업 분야에서는 ‘실패학’을 존중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실패에서 배운다. 정치에서도 <왜 실패했는지>를 복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만 다음에는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4대개혁 입법의 실패를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위의 3가지 결론을 ‘뒤집어’ 생각하면 된다.

문재인정부의 개혁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

첫째, ‘아젠다 셋팅’이 가장 중요하다. 야당-진보-운동권 출신이 관심있는 아젠다가 아니라 ‘국민들이 관심있는’ 아젠다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핵심은 ‘불평등’과 ‘저성장’이다. (*현재 ‘검찰개혁’은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이다.)

둘째, ‘반대파, 다수자연합’이 아니라 ‘개혁파, 다수자연합’을 만들어야만 개혁을 성공한다. 아젠다 셋팅 단계에서부터 유념해야 한다.

사회운동 세력은 51%를 중시여기지 않아도 된다. ‘소수파’ 진보정당도 51%를 중시여기지 않아도 된다. 지지율 6% 진보정당은 진보성향 유권자 30%만 찬성하는 이슈를 해도 (속된 말로) ‘남는 장사’이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다루는 ‘수권 정당’은 개혁을 지향하되, 항상 51%를 유념해야 한다. “자나깨나 불조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나깨나 5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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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초반 성적은 매우 좋다. 개혁의 열기는 높고, 여론의 지지도 높다. 그러나 초반의 조치는 대통령의 업무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다분히 상징적이고, 임시변통적인 성격이 강하다. 개혁이 법과 제도의 뒷받침을 받으며 항구화하려면 의회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개혁을 위한 다수파의 확보, 여기에 문재인 정부 개혁의 성패가 달려 있다.

셋째,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쟁점’들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합의’하고 다음 의제로 넘어가야 한다. 정치 리더십의 핵심은 결국 선후경중(先後輕重)을 잘 가리는 것이다. 정치적인 이슈-분쟁-갈등도 ‘제한된 자원’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나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는 노무현 대통령 개인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80년 5월 광주, 광주시민들의 억울한 죽음, 학살자에 대한 분노, 증오심, 독재타도, 그래서 반대하는 용기가 가장 중요했던, 80년대스러운 ‘민주화운동 세력 전체’의 오류와 한계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다.)

운동권 출신이 ‘처음으로’ 집권했을 때, ‘처음으로’ 뺏지를 달았을 때, ‘모든 처음’이 그렇듯이, 서툴렀고, 의욕이 앞섰고, 반대 세력의 비판은 ‘악의 무리’가 저항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전체적인 지형지물을 살피기보다 환호하는 우리 편에 도취되어 너무 앞질러갔다. 게다가 운동권들의 존재적 기반은 예나 지금이나 ‘고학력+중산층+소득 상위 10%’이다.

‘희생양’을 찾지 말자. ‘남 탓’을 하지 말자. ‘핑계’를 대지 말자. 진영론에 기반한 ‘희생양의 정치’, ‘남 탓의 정치학’, ‘핑계의 정치학’은 ‘민주정부 3기’의 성공을 돕는 것이 아니라, 지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반복하는 지름길이다.

정치는 본래, 주어진 모든 제약조건을 전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소명(召命)을 달성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서, 재주껏~ 잘해야 하는 것이다.

핵심은 결국, 아젠다 셋팅이다. ①국민들이 삶에서 고통받는 것이되 ②‘개혁파 다수자연합’을 만들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③중요한 핵심이 반영된다면 나머지는 과감하게 합의하고, 다음 단계 의제로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문재인 정부는, 87년 민주화 이후, 최초로, ‘성공하는 통치의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

화, 2017/05/2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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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평가집담회

 

촛불의 뜨거운 겨울은 전 대통령을 구치소로 보냈고,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광장에 나선 시민 1,700만 명이 의미하는 것은 부패한 권력자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분노로만은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는 이전 정권의 청산과 새정부의 출범만으로는 광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민들이 발 딛고 있는 일상 곳곳에 산적한 적폐부터 재벌과 사법권력의 남용,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당구조까지 새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개혁과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광장에 나섰던 촛불의 수만큼 다양한 삶이 있고, 이것은 곧 이 사회의 청년으로서의 삶, 여성으로서의 삶, 노동자로서의 삶, 성소수자로서의 삶처럼 다양한 위치와 계층에 따른 권리와도 맞닿아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전 선거들과는 다르게 다수의 후보들이 경합을 벌이고, 다자구도가 형성되면서 어느 때보다 첨예하고 일상적인 쟁점들이 판도의 변곡점이 되었습니다. 물론 북핵이나 사드배치라는 전통적인 안보쟁점이 부각되기도 했지만 성소수자의 문제나 국공립 유치원 및 공공인프라 등 기존에 잘 다루어지지 않았거나 삶의 지근거리에 놓여있는 쟁점들이 판세에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지역이나 세대투표의 색체가 옅어지는 등 이전의 선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촛불이 만들어낸 대선인 만큼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다채로운 선거독려활동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정책선거를 위한 캠페인 등이 활발히 이어졌습니다.

 

이번 대선평가집담회는 19대 대선의 선거과정을 평가하고 새정부의 역할, 나아가 시민사회운동의 과제까지 살펴보는 자리로서 관련 전문가들을 모시고 토론해보고자 마련했습니다.

여려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참여사회연구소: 대선평가집담회

5·9대선평가와 시민사회운동의 과제


일시: 2017년 5월 11일(목) 14:00~16:30
장소: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주최: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사회
장지연 참여사회연구소 『시민과 세계』 편집위원장(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패널
김윤철 참여사회연구소 부소장(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
박정은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부위원장(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연정 배재대 공공정책학과 교수

 

일정
      14:00~15:00 한국정치지형의 변화와 대선
      15:10~16:10 새정부의 역할과 시민사회운동의 과제
      16:10~16:20 정리발언
      16:20~16:30 질의응답


문의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 02-6712-5249

 

수, 2017/05/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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