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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이제는 평화] 대체 복무제, 헌재 결정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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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이제는 평화] 대체 복무제, 헌재 결정만 남았다

익명 (미확인) | 수, 2015/07/15- 23:50

2015년은 해방과 한반도 분단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는 여전히 요원해 보입니다. 70년 전,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비극은 핵무기가 인류에 미치는 재앙적인 영향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지만 갈등과 대결, 군비경쟁의 악순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 그에 따른 미국 핵 자산의 한반도 진입과 일본의 재무장, 그리고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군사력 확충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의 군비 경쟁은 70년이 지난 지금 당시보다 더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불안하고 위험한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까지 그냥 두어야 할까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이 악순환의 출발 지점인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보장하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2015, 이제는 평화' 연재를 시작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진을 통해 현안에 대한 분석과 대안, 국방·외교 분야를 바라보는 평화적인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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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복무제, 헌재 결정만 남았다

[2015, 이제는 평화] 병역 거부자 처벌 위헌을 기대하며

 


여옥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지난 7월 9일 헌법재판소는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조에 대한 위헌 소원 공개 변론을 열었다. 동일 조항에 대해 2011년 합헌 결정이 내려진 이후 4년 만에 공개 변론의 자리가 다시 만들어진 것이다.

 

그 사이 또 2000여 명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약 2만여 명이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감옥에 다녀왔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동일 조항에 대해 2004년,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 헌법재판관들은 이전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왜 지금 시점에 다시 공개 변론을 여는지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11년 합헌 결정 이후에도 일선 법원과 개인들은 위헌 법률 심판 제청과 헌법 소원을 거듭 제기해왔다. 병역 거부자들에게 직접 실형을 선고해야 하는 판사들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병역 거부자들의 재판을 갈 때마다 확인할 수 있었다. 2011년 이후 유럽인권재판소는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아르메니아, 터키에 유럽 인권 협약을 위반했다며 배상 판결을 내렸다.

 

또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에 대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분석 보고서(2013년)를 통해 병역 거부로 인한 수감자가 한국에 가장 많다는 공공연한 사실이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 종교, 신념 등을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해 수감 중인 사람은 723명인데 이 중 한국인이 669명이었다. 2014년 말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포함해 자의적 구금에 해당한다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지금 헌법재판소에 접수되어 있는 병역 거부 관련 사건은 30여 건에 달한다. 지난 5월 광주지방법원에서는 "헌법적 가치인 국방의 의무만을 온전하게 확보하면서 양심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법률 해석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병역 거부자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2004년 서울남부지법, 2007년 청주지법 영동지원에 이은 세 번째 무죄 판결이었다. 두 차례의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적으로 문제 제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또다시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병역법 위헌소원 공개변론 즈음 기자회견

▲ 지난 9일 헌법재판소는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조에 대한 위헌 소원 공개 변론을 열었다. 이날 시민단체 및 인권단체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현행 병역법은 위헌이라며 기자 회견을 열었다. ⓒ전쟁없는세상 

 

헌법재판소는 2011년 안보 상황과 병력 자원 손실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병역법에 대해 7대 2 합헌 결정을 내렸다. 결정문에는 국방부 관계자가 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국가 안보에 대한 걱정이 넘쳐났다. 

 

헌재는 국제인권규약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병역 거부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해석을 했지만, 지금까지 유엔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총 8차례에 걸쳐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라는 직접적인 권고를 내렸다. 자유권규약위원회는 병역 거부권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18조에 의거해 보장받는 권리임을 한국 정부에 다섯 차례나 권고했다.

 

지난 2010년의 헌재 공개 변론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다음 해에 2004년 결정보다 훨씬 더 후퇴한 내용의 합헌 결정이 나온 것을 떠올려본다면, 내부적으로 어떤 논의가 이루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어서 내심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7월 9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을 가득 채운 100여 명의 사람들은 숨죽인 채 공개 변론을 지켜봤다. 유럽연합(EU) 대표부, 미국을 비롯한 몇몇 대사관에서 방청을 온 관계자들, 전수안 전 대법관과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도 눈길을 끌었지만, 방청권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섰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번 공개 변론에 쏟아지는 관심과 간절함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거의 3시간이 넘게 진행된 공개 변론 내내 진지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청구인 측 대리인 오두진, 박주민, 김수정 변호사는 병역 거부의 오랜 역사와 한국의 국제 기준 위반, 안보 상황, 병력 손실 등 과거 헌법재판소의 우려를 고려해도 문제가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대만(타이완)의 사례나 2007년 국방부 안 등을 예로 들며 대체 복무 제도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했고, 더 이상 대체 복무제 입법 책임을 다하지 않는 정부나 국회에만 맡겨둘 수 없으니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조치를 취할 때라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국방부 측 서규영 변호사는 지난 두 번의 합헌 결정 이후 그 결론을 바꿀만한 사유가 없다면서 남북 분단과 대치 상황, 의무 부과의 평등, 병력 자원 손실 우려, 병역기 피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질의 응답 시간에는 청구인 측보다는 국방부 측에 더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청구인 측에게는 병역 거부를 기본권으로 볼 것인지, 전시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진정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병역 기피자와 어떻게 구분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했다. 국방부 측에게는 사회 복무 제도의 여러 방법이 있는데 왜 병역 거부자들은 인정을 못 해주는지, 유엔의 권고를 안 따르는 것도 국제법을 존중하는 헌법을 위반하는 게 아닌지, 2007년 국방부 안이나 현재 발의된 전해철 의원 안이 합리적인 대체 복무 제도가 아닌지,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실질적 가치가 무엇인지, 병역 거부로 인한 해외 난민은 어느 수준인지 등의 질문을 했다. 국방부 측은 답변 과정에서 '합리적인 대체복무 제도'에는 원론적 동의를 한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온 한인섭 서울대학교 교수는 병역 거부는 전 세계적 쟁점이지만 한국이 그 중심에서 세계 제일의 문제 국가가 되어버렸음을 안타까워했다. 과거 교도소를 방문했을 때 수감 중인 병역 거부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대체 복무의 가능성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경험을 전했다. 심사 제도가 또 다른 인권 침해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병역 기피를 가려내는 실력은 병무청이 이미 가지고 있으며 법관들도 재판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한정 위헌과 위헌에 대한 질문에는 헌법 불합치가 가장 적당할 것 같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국방부 측 참고인으로 나온 장영수 고려대학교 교수는 병역 거부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오·남용될 가능성 때문에 어떻게 합리적으로 대체 복무 제도를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고, 그 핵심은 병역 기피 수단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상정된 대체 복무 법안이 합리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더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군 복무자와 대체 복무자 사이의 형평성도 문제지만 대체 복무자들 사이의 복무 강도로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생각이 다르다면 설사 그게 옳더라도 국민을 설득하고 합의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래야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전과 비교해 이번 공개 변론에서 달라진 점은 대체 복무제의 필요성에 대해서 국방부 측에서도 인정했다는 것이다. 양측 모두 대체 복무제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면, 헌법재판소가 2004년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대체 복무제 입법 권고를 한 이후로 6000여 명이 넘는 병역 거부자들이 전과자가 되는 동안 국회나 정부가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대체 복무제 도입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인지의 여부로 논의가 정리된다.

 

남북 관계를 더욱 악화시킨 보수 정권이나 선거 준비에 집중하는 국회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은 지난 10년간 확인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는 결정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할 때가 됐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우리 사회가 분열되거나 대혼란이 초래되지는 않을 것이다. 호주제나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 되어도 혼란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오히려 다양한 양심이 존중받는 사회로 향하는 초석을 놓는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가 한 발 더 진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동안 양심을 지키기 위해 다른 선택지 없이 무조건 감옥에 가야 했던 젊은이들이 전과자의 신분에서 해방되고,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국회에서 좀 더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게 되길 기대해본다. 더불어 금기처럼 여겨져 온 군대에 대한 토론이 활발해지고 안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많아지는 사회 분위기를 상상해본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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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병역거부의 역사와 현재상황
Conscientious Objection in Korea: Past and Present

 

2016년 9월 / 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September 2016 / Yong Seok, Activist for “World Without War”
 

 

 

 

 

※ 시민평화포럼은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국 시민사회의 시각과 입장을 해외 각국에 알리고자 정기 영문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본 보고서는 작성자 및 출처를 밝힌 후 비상업 용도로 자유로이 배포하실 수 있습니다. 
국/영문 보고서 전문은 첨부파일을 확인해주세요. 
 

월, 2016/10/3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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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보다 여름징역이 더 큰 고통인 이유

- 구치소 과밀수용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묻다

[광장에 나온 판결] 부산고등법원 2014나50975판결(재판장 윤강열 판사 박성준 엄성환)


 
장서연(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한 나라의 인권 수준은 재소자의 인권 수준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구금이라는 상황 자체에서 재소자들은 인권침해에 쉽게 노출되는 취약한 조건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재소자, 수형자의 인권과 상충할 우려가 있는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수형자의 1인당 수용면적이 지나치게 협소하여 인권침해문제가 되는 교정시설의 과밀수용행위에 대하여 최근 법원에서 중요한 판결이 나왔다.
 
법원, 구치소 과밀수용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다
 
부산고등법원은 2017년 8월 31일, OO구치소에 수용됐던 원고들이 과밀수용 등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다. 부산고등법원의 이번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지난 해 12월 29일 구치소의 과밀수용행위가 수용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결정(헌법재판소 2016.12.29. 2013헌마142 결정)을 내린 이후의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원고들이 수용되었던 기간 수용거실의 수용자 1인당 공간은 각각 1.23㎡~3.81㎡, 1.44㎡~2.16㎡이었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평균 신장의 키를 가진 사람이 팔을 마음껏 펴기도 어렵고 어느 쪽으로 발을 뻗더라도 발을 다 뻗지 못하고, 다른 수용자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하여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할 정도로 매우 협소한 공간이었다. 1심은 원고들이 2㎡도 되지 않는 1인당 공간에 수용된 것이 일응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일정 부분 침해당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면서도, 교정시설의 입장에서 임의로 수용자 수를 제한할 수 없고 단기간에 과밀수용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으며, 정부의 경제규모와 예산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국가의 과밀수용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에 2심인 부산고등법원은 이러한 사회, 경제적 사정들만으로는 기본 생활영위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조차 확보되지 못한 거실에서 인격체로서의 기본 활동에 필요한 조건을 박탈당하는 수용자들의 고통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국가는 수용 인원 증가에 대응하는 교정시설 신축 등 과밀수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장기대책의 수립과 함께, 우선 임시조치로서 교정시설 내 사무실, 창고, 작업공간 등 다른 공간을 수용거실로 리모델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수용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책무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비롯되는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준수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교정시설에서의 과밀수용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이다. 최근 10년 동안 증감을 반복하던 교정시설 수용률이, 2013년 104.9%로 수용률을 초과하기 시작하여 2014년 108.0%, 2015년 115.6%, 2016년 8월 기준 122.8%로 점점 증가하고 있어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6년 형사정책연구원은 과밀수용이 초래하는 문제점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교정시설의 수용인원의 수준과 그 추이는 일반적으로 그 나라의 범죄동향이나 사회의 치안상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되는데, 과밀수용은 범죄발생의 악순환 심화,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왜곡을 초래함으로써 국가 전반적인 형사정책과 형사사법체계가 총체적인 위기에 봉착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수용자의 기본적 인권 침해, 분류수용 및 개별처우 등의 곤란에 따른 사회복귀처우의 곤란, 교정시설 관리운영의 지장에 따른 교정사고 발생의 증가, 권리구제 관련 청원 및 소송의 급증, 직원의 근무여건 악화를 들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과밀수용행위 위헌확인사건에서 보충의견으로 수형자 1인당 적어도 2.58㎡ 이상의 수용면적을 상당한 기간 이내에 확보하여야 한다고 밝히면서 신영복의「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인용하기도 하였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 여름징역은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파악되지 못하고 말초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혐오에 있습니다.”
 
교정시설에서의 과밀수용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어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후에도 과밀수용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법원에서도 국가의 과밀수용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인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시작하였다. 교정시설에서의 과밀수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과 노력이 시급하다. 

 

목, 2017/09/2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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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신속하게 탄핵 결정하라” 

참여연대, 탄핵인용 촉구 의견서 헌재에 제출

 

오늘(2/22) 헌법재판소에 「대통령(박근혜)에 대한 신속한 탄핵인용을 촉구하는 참여연대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대통령 탄핵 사유는 이미 충분하며, 헌정질서를 조속히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헌재가 대통령 탄핵인용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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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22일(수) 오후 1시, 헌법재판소 앞, 참여연대 탄핵심판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 (사진=참여연대)

 

 

첫 번째 파면 사유인 ‘국민 생명 및 안전보호의무 위반’ 관련

 

국가의 총체적 역량을 구조현장에 투입하고, 구조의 모든 상황을 관리․운영해야 하는 최고 상위의 위기상황 관리자로서의 책무와 지위를 갖고 있는 대통령이 476명의 생명권이 경각에 달려 있는 상황임에도 어떠한 구체적인 지시나 적절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문제입니다. 또한 대통령에게 절실하게 요구된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나 각 정부기관과 민간기관 등이 가진 자원을 동원하는 데에 있어 어떠한 조정이나 통제, 지휘 등의 행위도 없었고, 대형사고 발생에 수반되어야 하는 정보수집․분석, 결과에 대한 판단이나 대안 마련을 위한 작업 자체도 거의 이루어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직무유기는 무능함이나 정책상의 불합리성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으로, 대한민국 헌법 전문, 헌법 제10조, 제34조 제6항, 제66조, 제69조 등을 위반한 것입니다.  

 

두 번째 파면 사유인 ‘삼성그룹과 관련한 뇌물수수’ 관련 

 

삼성그룹 및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공모해 뇌물을 수수하고 직권을 오남용한 것 등은 국민이 위임한 공권력을 사유화하고 법치주의를 위반한 것이며, 대통령에게 부가되는 공무원으로서의 청렴성과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입니다. 또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그 과정과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은 시장경제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헌법상의 경제 질서 자체를 훼손하고 위협한 것으로 헌법 제119조 제1항, 제126조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위반한 것입니다.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는 박근혜 측 변호인단의 시간끌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월 24일 변론 종결을 확정하고,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관 퇴임(3/13) 전에 탄핵인용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합니다. 신속한 대통령 탄핵인용 결정을 통해 더 이상의 국론 분열과 혼란을 차단하고, 모든 국민들이 헌정질서 회복에 주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자세한 참여연대 의견서는 첨부파일을 다운로드 
대통령(박근혜)에 대한 신속한 탄핵인용을 촉구하는 참여연대 의견서.pdf

수, 2017/02/2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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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80만 촛불은 박근혜와 비호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다

  [caption id="attachment_173715"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19"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2월 11일 열린 15차 범국민대회에 영하 7도의 추위를 뚫고 시민들이 다시 모였다. 거짓과 변명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청와대 압수수색과 특검연장을 거부함으로써 범죄를 은폐하는 황교안 권한대행, 범죄비호 관제데모를 부추기는 새누리당, 혹시 시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았을까 하여 다시 발호하려는 공범자들을 80만 촛불은 준엄하게 꾸짖는다. 대통령 선거에 빠져있는 정치권에게도, ‘주권자의 명령은 탄핵이며 여기에 힘을 다하라’고 요구한다. 헌재에도 요구한다. 민심을 바라보고 신속하게 탄핵하라!
[caption id="attachment_173717"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18"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80만 촛불은 시민들이 전혀 지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주권자로서 스스로를 세워낸 시민들의 촛불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 우리는 정치인들의 감언이설에 속지 않고 깨어서 지켜볼 것이며, 언론의 거짓에 흔들리지 않고 진실을 찾을 것이며, 정치권과 결탁하여 노동자와 시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재벌을 심판할 것이다. 모이고 행동함으로써 시민들의 무서움을 알리고 민심에 귀를 기울이도록 만들 것이다. 이것이 2월 11일 광장에 모인 80만 촛불의 선언이다. 이 촛불은 2월 18일, 2월 25일 100만의 함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시민자유발언- 월성1호기 승소 소식]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처장)
[caption id="attachment_173728"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embedyt] http://www.youtube.com/watch?v=Fabx0ndwb5E[/embedyt]

15차 범국민행동.월성1호기 폐쇄와 원안위의 항소포기를 촉구하는 환경연합 양이원영 처장의 시민발언입니다. 노후원전 월성 1호기 수명연장취소 판결 받았습니다. 2,166명의 국민소송인단이 승소했습니다. 수명연장 허가를 사법부가 취소한 것은 세계 최초의 일입니다. 그동안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업자와 한통속으로 신규원전이든 노후원전이든 신청만 하면 안전성평가 제대로 안 하고 법도 어겨가며 허가를 남발해왔습니다. 국토도 좁고 인구도 밀집해 있는 우리나라에서 원전이 세계에서 가장 밀집한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전안전, 국민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노후원전 수명연장하고 신규원전 허가를 남발했습니다.
재판부는 우리가 제기한 거의 모든 것을 인용했습니다. 미리 돈 쓰고 나중에 승인 받는 게 관행은 위법입니다. 원전사업자는 월성 1호기 수명연장 허가 받기도 전에 수천억원 돈을 써서 설비를 교체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허가 사항임에도 과장 전결로 처리했습니다. 무려 90건을 그렇게 처리했습니다. 이것은 위법입니다. 법에 나온 서류도 제출하지 않아 위법입니다. 수명연장 하려면 설비개선 전 후 비교, 적용 기술기준 비교를 해야 한다고 법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건 제출은 물론 작성하지도 않았습니다. 위법입니다. 결격 위원장과 위원이 참여한 것은 위법입니다. 3년내 원전사업자의 일에 관여해서 돈을 받은 위원은 결격 사유로 당연 퇴직입니다. 그런데 당시 이은철 위원장과 조성경 위원은 결격임에도 회의에 참석해서 수명연장을 위해 적극 발언하고 표결에 참여했습니다. 당연히 위법입니다. 최신기술기준 적용해 안전성 평가하지 않은 것은 위법입니다. 30년 전 기준으로 건설 운영해 오던 원전이 수명연장 허가를 받으려면 지금의 기술기준을 적용해 안전성 평가를 해야 합니다. 법에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시행규칙, 고시로 제한하면서 상위법 위반했습니다. 월성 1호기는 40년전 기준으로 수명연장 되었습니다.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위법입니다. 월성 1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의하기 6개월 전 이미 수명연장 결정나 있었습니다. 고 김영한 수석 업무수첩에 나와있습니다. 표결 당일에는 위원들에게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은 청와대의 결정이었습니다. 위원들은 허수아비로 위법한 수명연장 결정을 한 겁니다. 사실상, 이번 승소는 여기 계신 분들, 촛불집회가 만들어 낸 겁니다. 그런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항소하려고 합니다. 불법을 저지른 것을 반성하지 않고 항소할 태세입니다. 월성 1호기 당시 불법을 저지른 사무처장이 지금 원자력안전위원장으로 항소를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 원자력안전위원회 항소를 막아주십시오. 오는 22일이 항소 마감일입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항소를 포기하고 월성 1호기 즉각 폐쇄하라.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15차 범국민행동 정월대보름 촛불소등 퍼포먼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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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포위 행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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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포위 행진 2]

[embedyt] http://www.youtube.com/watch?v=RaHDFX0ks2o[/embedyt]

[헌법재판소 국민엽서 보내기 풍경]
[caption id="attachment_173779" align="aligncenter" width="360"]photo_2017-02-13_20-59-03 엽서보내기에 동참해주신 가수 이은미씨[/caption]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광화문을 찾은 많은 시민들이 헌법재판소에 엽서보내기 운동에 동참해주셨습니다. 영하의 찬바람이 부는 날씨였지만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계속된 엽서보내기 캠페인 장소에는 탄핵인용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총 2,196장의 엽서가 모였고 후원금도 745,510원이나 모아주셨습니다. 시민여러분 고맙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173745"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46"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47"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48"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49"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50"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51"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52"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53"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54"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55"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56"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57"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58"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59"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60"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61"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62"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63"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64"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65"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66"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67"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68"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69"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70"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71"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72"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73"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74"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75"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3776"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광화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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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7/02/1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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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퇴행 막은 헌재 판결
한국 정치사 이정표적 대사건
그럼에도 헌재의 구조 불안정
짧은 임기, 임용 방식 등 문제
‘헌재 개혁’은 또 다른 숙제

최장집고려대 명예교수·정치학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정치학

헌법재판소(헌재로 약칭)가 현임 대통령을 면직한 것은 한국 정치사와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이정표적인 대사건이다. 해방과 국가수립 이후 논란이 심했던 대통령이 피를 흘리지 않고 현직에서 물러나 정권이 교체된 사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전까지 한 번도 없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대통령들이 모두 그러했다.

20세기의 대철학자인 칼 포퍼, 대표적인 민주주의 이론가의 한 사람인 아담 셰보르스키는 민주주의를 “피를 흘리지 않고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체제”라고 정의했다. 무척 간결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이처럼 강력한 정의는 없다. 우리나라와 같이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려 본 역사를 지닌 나라에서 더 절실하게 느껴질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주요 제도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언론을 통해 터져 나온 이래 헌재의 탄핵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대통령 퇴진, 또는 탄핵 이슈를 둘러싼 대중 동원의 내용과 성격에는 여러 단계가 있었다. 그 마지막 단계에서는 탄핵 지지파와 반대파 사이의 경쟁적 시위가 전개됐다. 시위 군중들이 충돌해 피를 불러 오면 어쩌나 하는 큰 위기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일부 과격 시위 군중들이 가하는 물리적 위협만이 판사들이 감내해야 하는 정신적 압력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부정적으로 말한다면 여론에 반응하도록 디자인된 정치체제다. 분출하는 열정이 광장을 메우는 상황에서 판사들이 여론의 압력에 영향 받지 않고 사실에 기초해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탄핵 결정 이후 헌재의 판결에 대해 긍정과 부정을 묻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응답자의 90%에 달하는 절대다수가 헌재의 탄핵 인용에 긍정적이었다. 이는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행해진 수많은 여론조사 가운데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일반 시민들이 헌재의 결정이 여론에 크게 상치하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탄핵 반대 의견을 가졌던 이들조차 헌재의 결정이 정치적 열정이나 의견에 휘둘린 편향적 판결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세 중심축의 하나인 사법부의 헌재가 정치 위기의 결정적인 순간에 해야 할 결정을 통해 현임 대통령이 법적 절차를 따라 질서 있고 평화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그동안 많이 뿌리내렸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헌재 판결 이전까지 필자는 제도로서의 헌재와 그 역할에 대해 마냥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87년 민주화 이후 헌법 개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법원의 헌법 해석권과 관련해 일반법원을 대표하는 미국식 연방최고법원이 아니라 왜 유럽식인 독립적인 헌법재판소를 설치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시한 적이 없다. 오랜 권위주의 체제를 경과하며 민주주의의 전통과 실천의 경험이 취약한 조건에서 사법관료 체제의 최상위에 이른 엘리트 법관들에게 헌법 해석권이 부여될 때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았다. 미국 헌법 제정 당시 최대 쟁점이 인민주권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다수결을 통해 결정한 법안을 소수의 판사들이 헌법 해석을 통해 번복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였다. 법의 지배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판사들에 의한 헌법 해석을 통해 성취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헌법 해석을 위한 독립적인 법원으로서 헌재의 필요성을 처음 이론화한 한스 켈젠의 논거는 지금 우리에게도 큰 설득력을 갖는다. 사법관료 제도의 중심에 있는 일반법원은 법과대학에서 교육받은 법률가들로부터 충원된다. 그런데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일반법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광범한 정치적 문제를 그들이 모두 평결하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 이런 의구심 때문에 일반법을 다루는 위계구조밖에 헌법 문제를 다루는 독립적인 헌재가 필요하다고 한 것이고, 헌재의 판사는 반드시 법관일 필요가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현재 미국을 제외한 독일·프랑스·일본 등 많은 선진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방식은 일반적이다. 한국의 경우엔 헌재 재판관의 구성도 문제지만 임용 방식과 6년이라는 짧은 임기도 문제가 된다.

헌재의 취약성은 헌재의 구성과 성격을 불안정하게 하고, 정치의 사이클에 따라 정치권력에 쉽게 휘둘릴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 헌재 개혁의 필요는 이번 탄핵 결정이 남긴 최대 과제일 것이다.

민주주의가 퇴행을 거듭하던 시점에서 헌재가 법의 정신에 부합하는 이성적이고 사려 깊은 판결을 내린 것은 우리에게 큰 행운이다. 가장 긴요한 시점에서 결정적인 판결을 내린 헌재 판사팀 전체에게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정치학

[출처: 중앙일보] [최장집 칼럼] 헌재의 역할과 취약성

월, 2017/03/2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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