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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900년 걸릴 일이… 2008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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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900년 걸릴 일이… 2008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익명 (미확인) | 수, 2015/07/01- 12:41

자살까지 부른 저작권 합의금 장사는 언제 멈출까 | <4> 메르스 방역 방해하면 징역 2년, 저작권 침해하면 징역 5년

글 | 남희섭(오픈넷 이사, 지식연구소 공방 대표)

GETTYIMAGESBANK

 

저작권 침해 – 걸면 걸린다

친구들과 생일 파티 때 찍은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 저작권 침해로 걸릴 수 있다. 영상에 생일 축하 노래 “Happy Birthday to You”가 들어 있다면 말이다. 영어로 불렀다면 외국 저작권자가 문제지만, 우리말로 불렀다면 번역 저작권까지 고려해야 한다. 라이브로 부르지 않고 음반을 틀었거나 누가 연주를 했다면, 음반제작자와 연주자의 권리 침해도 따져야 한다.[1]

아니 생일날, 그것도 늘상 부르는 노래 때문에 저작권 침해라니? 법이 그렇다. 친구 집에서 부르기만 했다면 괜찮지만, 인터넷에 올리는 순간 저작권 침해다. 1편2편3편에서 소개한 사례들 대부분이 인터넷과 관련된 것들이다. 한 번 올리는 걸로 그치지 않고 친구들 생일 파티 때마다 올렸다면 상습범으로 몰려 저작권 경찰에 불려갈 수도 있다.[2] 권리자의 고소도 필요없다.

인터넷에만 들어오면 저작권이 문제되는 이유는 바로 전송권 때문이다. 인터넷에 정보나 콘텐츠를 올리는 행위는 저작권법상 전송에 해당한다. 보통 전송이라고 하면 무언가를 송신하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저작권법에서는 타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를 전송으로 정의한다. 이 전송권에는 권리 제한이 거의 없다. 그래서 노래든, 이미지든, 폰트 파일이든 인터넷에 올리는 순간 저작권 침해에 걸릴 수 있다.

 

죄와 형벌의 지나친 불균형

생일 축하 노래를 인터넷에 올렸다고 저작권자에게 얼마나 피해가 갈까? 국가의 형벌권을 발동하여 처벌할 사회적 법익은 얼마나 될까? 어려운 질문이 아니다. 피해가 거의 없고 비싼 세금 들여 운영되는 검찰이나 경찰까지 나설 일이 아니라는 데 토를 달기 어렵다. 하지만 법은 다르다. 피해 규모나 법 위반의 경중은 따지지 않는다. 전송이란 행위를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모조리 형사 처벌 대상으로 해 놓았다.

그것도 5년 이하의 징역이란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 제77조, 제79조 제2호에 따르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고위험병원체에 대한 안전관리 점점을 못하게 방해해도 2년 이하의 징역형이고, 생물테러에 사용되는 탄저균을 허가 없이 무단 반입하는 정도의 행위를 해야 5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저작권 침해죄가 얼마나 중형인지 알 수 있다.

다른 나라도 다 이렇지는 않다. 프랑스의 경우 저작권 침해를 조직범죄집단이 한 경우에야 징역 5년 짜리가 적용된다. 우리 법도 처음에는 징역 1년 이하였는데, 미국의 통상압력 때문에 1986년에 3년으로 늘렸고,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저작자의 권리 침해가 날로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으로 2000년에 징역 5년으로 늘렸다. 형벌은 이렇게 강화하면서 범죄 구성 요건에는 아무런 문턱도 두지 않았다. 지재권을 전 세계적 규모로 강화한 대표적인 조약인 세계무역기구(WTO) 지재권 협정(TRIPS)도 상업적 규모(commercial scale)에 대한 형사 처벌을 의무화하고 있을 뿐이다.

 

2008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미국에서는 900년 걸릴 일이 …

아래 그래프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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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저작권법 위반 사건이 2008년에 폭증하여 거의 10만건에 육박한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관찰되는 특이한 현상이다. 2007년부터 전 국민이 저작권을 침해하기로 작정했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법이 바뀌었나? 둘 다 아니다. 저작권법을 악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난 시점이 2007년이기 때문이다.

이는 저작권 침해 고소가 대부분 합의로 종결되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기소되는 비율은 극히 낮다. 2008년의 경우 정식재판에 회부된 건은 불과 8건이었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고소된 사건 중 정식 재판은 0.2% 뿐이다. 약식 기소까지 다 합쳐도 10%도 안된다(7.1%). 저작권 침해자는 경제사범으로 분류되는데, 경제사범 전체의 정식 재판 기소율과 비교하면 33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저작권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터무니없이 악용되고 있다는 점은 미국과 비교해도 금방 드러난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에서 저작권법 위반으로 수사 의뢰된 사건은 모두 293건이다. 한해 평균 100건으로 잡아도 우리나라 2008년의 고소 규모가 되려면 900년이 걸린다. 미국에서는 경미한 저작권 침해는 고소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유죄가 인정된 것이 3년 동안 212건으로 72.4%에 달한다. 실제로 징역을 산 경우도 81건으로 수사 의뢰 건수의 28%에 달한다.

이 정도는 되어야 저작권법에 형사 처벌 규정을 두는 의미가 있다. 범죄의 예방 효과라는 형벌 규정의 본래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저작권 침해죄가 합의금 갈취 수단으로 전락한 지 10년 가까이 되어가는데 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걸까? 이건 이 연재의 마지막인 5편에서 살펴보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사실 “Happy Birthday to You”가 누구의 저작권인지, 보호기간은 만료되었는지는 논문을 쓸 정도로 복잡하다. 2013년에는 책까지 나왔다. 가장 좋은 논문으로는 브라우나이스(Brauneis) 교수의 논문이 꼽히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서는 “Happy Birthday to You”를 저작권료 없이 이용하게 해 달라는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생일 축하곡의 저작권 문제가 이처럼 복잡한 이유는 법률 규정 때문이다. 저작권의 보호기간은 창작자를 알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사람의 사망시점을 알아야 하고(여러 명이 창작한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사망한 창작자의 사망 연도), 무명이거나 업무상 창작인 경우에는 창작한 시점이나 발행 시점을 알아야 한다. 창작자의 국적과 발행 국가에 관한 정보도 필요하다. “Happy Birthday to You”의 멜로디는 힐 자매(Patty Hill과 Mildred Hill)가 1893년에 만들었고 1912년에 출판물에 처음 등장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권리가 여러 경로를 거쳐 워너/채펠 뮤직(Warner/Chappell Music)으로 흘러들어갔고, 그 동안 워너/채펠 뮤직이 저작권 행사를 해왔다. 2008년에는 하루에 5천 달러의 저작권료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2009년에 상영된 ’7급 공무원’도 12,000 달러를 냈다고 한다. 저작권이 종료되었는지는 미국 소송의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국내에서는 이미 저작권 보호기간이 종료되었다고 보인다. 하지만 이걸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인터넷에 올리면 국내 저작권이 아니라 미국 저작권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베른협약의 보호지국법주의, 워너/채펠은 미국 저작권은 2030년이 되어야 만료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멜로디 외에 가사는 힐 자매와 학생들과의 공동창작으로 보이고, 우리말 번역 가사에는 누가 저작권을 주장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번역 내용은 누가 하더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정도여서 창작성이 인정되기는 어렵기 때문이지만, 이것도 법원의 판단이 있어야 명확해진다). 하여간 노래 하나만 해도 저작권 문제를 피하려면 따져야 할 것이 너무 많다.

[2] 저작권 경찰 제도는 저작권법 위반 행위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에게 직접 경찰권을 행사하도록 한 제도로 2008년에 도입되었다. 당시 유인촌 장관은 저작권 경찰 제도를 통해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을 향후 2~3년 내에 OECD 국가 평균인 36%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불법저작물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등 지속적인 단속과 불법 저작물을 영리·상습적으로 유통시키는 헤비 업로더에 대한 추적 강화, 불법저작물 유통 추적관리시스템 구축 등 강력한 저작권보호 정책”을 예고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저작권 경찰은 약 44억원을 수사활동비 등으로 지출했다.

 

* 오픈넷은 총 5회에 걸쳐 과도한 저작권 합의금 요구 사례 및 입법적 해결 방안에 대한 글을 연재합니다.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동시 연재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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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포럼 요약문]

자율주행차 시대의 카풀 규제 강화 논의, 어떻게 볼 것인가?

 

자율주행차는 4차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 꼽힙니다. 기존 기간시설과 데이터가 결합해 내놓을 수 있는 가시적이면서 실현가능한 혁신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우버(Uber)나 디디추싱(滴滴出行) 등 차량 공유 플랫폼 기업은 단순히 운송수단을 공유하는 일을 넘어 교통량과 이용자 정보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자율주행차 시대에 밑바탕을 그리는 중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카풀 서비스가 발조차 붙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규제 당국은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근거로 차량 공유 스타트업이 활동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손잡고 주기적으로 ‘혁신과 규제 포럼’을 열어 국내에서 혁신적 서비스가 성장하면서도 규제가 공익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려 합니다. 첫 번째 주제로 그나마 국내에서 운영 중인 라이드 쉐어링 대표 사례인 ‘카풀’ 규제를 꼽았습니다. 2017년 11월 8일 저녁 7시30분부터 서울시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앤스페이스에서 진행한 제1차 혁신과 규제 포럼 현장을 정리했습니다.

 

기조 발제
교통 혁명 시대, 도시의 재구성 (강정수 | 메디아티 대표)

– 발표자료: 교통 혁명 시대-도시의 재구성_강정수(메디아티 대표)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기조 발제에서 도시에서 삶의 양식을 재구성한다는 측면에서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교통 혁명을 바라봐야 바람직한 규제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이미 큰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2040년부터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네덜란드와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같은 맥락의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신차 소비시장입니다. 미국, 독일, 일본을 합한 것보다 중국 시장이 큽니다. 사실상 중국이 세계 차 시장의 방향키를 쥐고 있다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런 중국이 2016년 말 내연기관 금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전면 금지 시기는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2017년부터 전기차 판매량 할당제를 도입한다고 했습니다. 자동차 시장이 중요한 독일은 발등에 불 붙은 셈이었습니다. 경제부 장관이 급히 중국을 방문해 쿼터 도입을 2019년으로 1년 미루었습니다. 2019년부터 8%씩 할당량이 생깁니다. 2020년이면 25%에 육박합니다.

파괴적 혁신(disruption)이란 기술만 혁신적이라고 나타나지 않습니다. 혁신적 기술이 경제 구조를 바꾸는 겁니다. 기존 경제 구조가 무너지고 새 경제 구조가 나오는 것입니다. 내연차가 전기차로 변하기는 어렵습니다. 생산구조가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판매량이 일정 수준을 넘기면 판매량이 증가하는 만큼 비용이 늘어나지 않습니다. 규모의 경제입니다. 반대로 판매량이 일정 수준 이하라면 판매량이 줄어드는 데에 따른 수익 하락폭이 큽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내연차 생산설비는 전기차 생산설비로 쓸 수 없습니다. 내연차 부품은 200개가 넘지만, 전기차는 고작 18개뿐입니다. 독일 노동자 4명 중 1명은 자동차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됐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울산, 광주 같은 도시가 해체됩니다.

이동수단 혁명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도시에 인구가 밀집하며 살기 시작한 때는 산업혁명부터입니다. 베를린은 40년 만에 인구 100만 명을 거느린 대도시로 성장했습니다.

도시의 형태는 이동수단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미국은 기차 역마다 도시가 형성되고, 출퇴근 가능한 거리만큼 도시가 확장됐습니다. 교통 혁명은 도시의 형태가 바뀌는 세 번째 변화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을 공유하고, 네트워크에 연결해 인공지능과 결합하는 겁니다. 여러 요소가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면 다양한 조합식이 나타납니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죠.

지금 교통 정책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시민 생활을 어떻게 편리하고 아름답게 할 것인가. 둘째, 도시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혁신할 것인가. 서울시는 이런 원칙으로 모든 논의를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버나 풀러스뿐 아니라 커낵티드카, 블록체인 등 다양한 스타트업이 나타납니다. 도시 환경을 바꾸는 이런 스타트업과 시민 사이에 다양한 논의가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이 교통 정책 당국이 해야 할 우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특정 사업자를 보호하는 규제(레드플래그 법)를 내놓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고 봅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37년부터 인간 운전을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술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 겁니다. 독일은 16세부터 운전면허를 받을 수 있는데, 16~25세 운전자가 운전 중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 교통사고가 증가합니다. 운전을 좋아하는 유권자 규모도 무시할 수 없지만 2037년이면 자녀가 운전하다 다칠 것을 염려하는 부모 유권자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보고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겁니다. 기술이 변화를 촉진시키지만 그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정치적 결정입니다.

택시 사업 중요합니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힌 중요한 사업입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사업자가 아니라 이용자의 편익입니다. 이용자는 분산돼 정치적으로 조직되지 않습니다. 반면 이해관계자는 소수여도 조직돼 있죠. 교통당국은 손쉽게 조직된 소수 편을 들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분산된 다수가 서울이라는 도시를 기술로 어떻게 혁신할지는 논의가 없습니다. 새 차원의 기술이 줄 편익이 발화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셈입니다.

운송수단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다양한 시도와 결합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버나 풀러스, 버스 공유 같은 서비스도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경계를 희미하게 만듭니다. 어떻게 다양한 사업자가 나타나 도시를, 서울을 바꿀지 큰 밑그림이 필요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시정연설에서 말했습니다. ‘미국 차 산업이 위기를 겪었다. 미국은 자동차 산업은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동차 기업은 포기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무슨 역할을 할지 얘기했습니다.

한국에서도 행정적인 고민이 많을 것으로 압니다. 한국은 도시화에서 대화가 단절되는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용자나 사용자가 바라는 서울의 모습이 무엇인지 먼저 논의해야 합니다.

 

패널토론

사회: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패널: 김태호 풀러스 대표, 정보라 더기어 객원기자,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

임정욱: 라이딩쉐어 산업에 이슈가 많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장족의 발전이 있던 영역이기도 하죠.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시작한지 4년 정도 되는데, 초기에 10~20조 회사라고 했던 우버가 지금은 70~80조 회사라고 합니다. 중국 디디추싱도 40조 회사라고 합니다. 동남아시아 그랩이나 고젝도 다 유니콘이 됐습니다. 인도 올라도 유니콘 됐고요. 그런데 한국만 이런 업체가 못 나오는 상황 같습니다.

오늘은 일단 어떤 이슈가 있는지 풀러스 김태호 대표에게 이야기 듣고 정보라 기자한테 사용자로서 시각을 듣고 저도 덧붙이는 식으로 진행한 뒤 청중에게 질문 받는 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김태호 대표 이슈 한 가운데 들어와 계십니다.

김태호: 본의 아니가 이슈가 많은 날 여러분을 뵙게 됐습니다. 원래 규제 혁신 포럼을 준비할 때는 이런 상환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어제 화요일 서울시로부터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최종 통보 받았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에 서울시 택시물류과에서 고발하겠다는 메일이 왔습니다. 월요일에 서비스 개시했으니 사실 서울시가 고발하겠다는 의사를 고발이라는 표현까지 정확하게 써서 서비스 전에 미리 연락 준 거라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주말 동안 서비스를 오픈할까 말까 고민 많았지만 우리가 검토한 바에 따르면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이고, 실제로 우리가 만들 가치를 평가받을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 서비스를 열었습니다.

임정욱: 배경 설명드리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카풀앱, 라이드쉐어링 쪽에 조금씩 변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4년 전에도 몇몇 업체가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카풀로 풀거나 우버나 우버엑스처럼 진입하기도 하며 애썼는데 정부가 철퇴를 내리면서 우버도 우버엑스를 접습니다. 이리오나 몇몇 업체도 정부가 규제한다니 투자를 못 받았습니다. 모두 팀 해체하고 딴 일하거나 풀러스로 들어가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2년 전부터 변화 조짐이 있었습니다. 풀러스, 럭시가 새로 시작하고 카카오가 미국 사모펀드 TPG에서 1200억 원을 투자받아 카카오모빌리티를 분사했습니다. 해외 자본은 한국에서도 (라이딩쉐어 서비스가) 클 수 있다고 보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럭시도 해외 자본에서 50억 원 정도를 투자받았습니다. 풀러스도 네이버에서 220억 원을 투자받았죠. 이런 배경을 보면 변화를 만들어가는 상황이었죠.

정보라 기자는 유저로서 카풀 서비스를 어떻게 봤는지, 어떻게 발전하면 좋을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보라: 평소 택시를 자주 이용합니다. 카풀이라는 게 묘합니다. 처음에는 호기심 반 취재 욕심 반으로 이용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는 어떤 모습일까 타봤죠. 그 즈음에 택기기사에게 데인 게 많았습니다. 잘못 걸리면 2~3만 원 내고 담배 냄새, 기사의 체취를 맡으며 듣기 싫은 라디오 들으며 가야 했어요. 풀러스는 많이 달랐어요. 제 의사를 묻더라고요. “노래 틀까요? 선곡은 마음에 드세요?” 서비스 초기에는 포르쉐 같이 타보기 힘든 차가 많았던 것도 나름 재미있는 지점이었습니다. 말 잘하는 드라이버도 많았고요.

지금은 자주 타다보니 초반 산뜻함은 많이 사라지고 생활인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청소 안 하거나 카시트나 담요, 과자 부스러기가 있는 드라이버도 많더군요. 처음에는 인상이 좋았는데 타다 보니 헛갈리더라고요. 쿠폰이 사라지며 지하철 요금으로 서울-분당을 오가던 호시절도 다 갔고요. 택시는 아닌데 택시 수준 요금으로 택시와 비슷한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저렴한 모범택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임정욱: 청중 중에서 풀러스나 우버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분 손들어주시겠어요? (거의 없음) 대부분 일반 국민은 풀러스나 우버도 경험을 못 해봤습니다.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정부가 “새로운 건데 시장을 교란한다”라고 하면 그냥 “나쁘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라이드쉐어 서비스가 어떤 가치를 가져오고 왜 이걸 문제삼으면 안 되는 건가요?

김태호: 풀러스 사업을 준비할 때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연결하는 서비스가 어떤 의미냐는 겁니다.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언젠가 없어질 건 다 압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23년, 어떤 미래학자는 2050년으로 시기는 다르지만 그런 미래가 오리라는 사실만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이런 변화는 점진적이 아니라 격렬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봅니다. 기존 사업자가 공고한 벽을 세워두고 혁신이 일어나지 않게 막으면 이런 변화를 일시적으로 감당해야 할 겁니다.

긴 미래로 보면 젊은이가 운전을 직업으로 택하지 않고, 오래 운전해 온 분은 계속 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할 겁니다. 이동권 보장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여기서 공유경제, 라이딩쉐어 모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변화를 시장 수요자가 스스로 감당하는 것이죠.

여기서 데이터가 나옵니다. 자율주행차를 준비할 때 근거가 될 겁니다. 이걸 우리가 준비 안 하고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업체가 주도하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장기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주 가까이는 저는 6.4라는 숫자를 중시합니다. 서울시 교통량을 6.4% 줄이겠다는 중기 목표입니다. 서울시가 휴가철 쾌적할 때 교통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2011년 연구했습니다. 6월 첫 주와 8월 첫 주 교통량을 비교하니 6.4%밖에 안 줄었는데, 몸으로 느낀 차이는 어마어마하지 않습니까.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교통량이 6.4% 감소했는데 속도는 25% 증가했습니다. 어마어마한 효율입니다. 교통량 6.4%가 줄어들면 1년 내내 휴가철 같은 쾌적한 교통 상황을 누리는 즐거움을 누리는 겁니다. 출퇴근 시간이 짧아지고 많은 환경문제도 개설한 겁니다. 도로가 잠식할 생활공간도 지킬 수 있습니다.

임정욱: 낮 시간대에 (풀러스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지금은 유연하게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아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상 전업하는 드라이버를 방치해 우버엑스 같은 서비스를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사고 나면 보험은 어쩌냐는 사람도 있고요.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김태호: 서비스 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했다는 말은 안 씁니다. 카풀 호출 서비스를 24시간으로 늘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변형 근무나 주말 근무하는 사람이 풀러스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역차별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드라이버가 출퇴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바꿨을 뿐입니다. 카풀 하루 서비스 가능 시간이 15시간이고, 월~금만 가능합니다. 출퇴근시간선택제를 선택하면 하루 운행 가능시간이 8시간으로 줄고 주5일은 같습니다. 시간대도 한달에 한 번만 바꿀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불법 유사운송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출퇴근선택제를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드라이버 신뢰나 안전 문제도 많이 얘기합니다. 택시는 운전자 범죄 사실 조회도 하고 시험도 봅니다. 풀러스는 민간이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범죄 사실 조회를 요구할 자격이 없습니다. 대신 드라이버와 라이더가 활동하는 내내 평가합니다. 처음 드라이버로 가입할 때 신분증, 차등록증, 보험서류, 차량 확인 절차가 있습니다. 차주가 다르면 차주한테 권한을 위임 받았다는 증명도 요구합니다.

확인한 뒤 드라이버로 활동하면서도 상대방(라이더)한테 평점을 받습니다. 운전 태도, 차량 상태 등을 평가 받고 알고리즘이 평점을 조정합니다. 평점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운행 기회를 배치받지 못합니다.

라이더도 드라이버처럼 평가받습니다. 진상처럼 굴거나 무례하게 행동하면 라이더도 평점이 떨어져 드라이버가 호출을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가 택시보다 친절할 수 있는 겁니다. 서울에 택시가 7만 대 있습니다. 살면서 택시를 아무리 많이 타도 같은 택시 기사를 2번 만날 확률은 무척 낮습니다. 그래서 택시 기사의 임무는 운행하기 좋은 손님을 태우는 것까지입니다. 기본 서비스만 제공하고 내려준 뒤에는 더 이상 평가받을 일도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손님이 불편했는지는 크게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범죄 사실 조회하고 면허증으로 시험보는 것보다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임정욱: 풀러스 같은 서비스가 허용돼야 한다는 데서 한발 나아가 한국에 라이드쉐어 스타트업도 없고, 전기차 부품 회사도 없는데 어떤 문제를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강정수: 4년 전 우버 토론회를 3번 했습니다. 항상 택시업계에서 왔습니다. 굉장히 거친 대화가 오갔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큰 논점은 없습니다.

서울시는 그동안 뭐 했나 싶습니다. 중개 역할을 해줘야지요. ‘지금은 규제하지만, 앞으로는 어떤 토론회를 하고 마일스톤을 정해서 이행하겠다’라는 식으로요. 최소한 정책 토론 채널이라도 열어야 하는데 그냥 불가능하게 금지했다가 터지면 또 금지하는 식이죠.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매개로 새로운 생활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관련 스타트업 셀 수 없이 나옵니다. 어반스타트업(Urban Startups)이라고 합니다. 독일은 자동차정상회담에 총리와 차 업계가 같이 나옵니다. 관련 서비스, 스타트업, 언론사 모두 모아 2박3일 동안 컨퍼런스를 합니다. 컨퍼런스에 총리도 상주합니다. 답을 내기 전에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다른 목소리도 짝짓습니다.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이 논의를 진행합니다.

가장 중요한 게 대화입니다. 서울시 보세요. 경고하고 고발합니다. 이렇게 빨리 할 지 몰랐습니다. 이 문제가 이렇게 속도전으로 해결해야 할 시급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임정욱: 한국이 스마트시티, u시티 논의∙연구는 많이 하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얘기 하지 않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최근 몇 년간 일본에 가서 보면, 일본도 겉으로는 우버가 금지된 것 같지만 업계에서 대책회의, 공론회 많이 해서 택시협회가 공동으로 앱을 만들고 관광객을 위해 요금을 확정하고 갑니다. 도쿄올림픽까지는 관광객을 위해 필요하니 문을 열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라이드쉐어에 문을 열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고 그때까지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합니다. 한국에는 이런 공감대가 없습니다.

방금 평창에서 우버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이런 것도 미리 논의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태호: 평창올림픽에 우버 같은 헤일링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풀어준다면 그것도 충격적인 뉴스입니다. 풀러스에는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없었거든요. 모든 업계에 다 열어준다고 해도, 다국어 서비스 등을 준비할 물리적 시간을 주지 않아 혜택을 입을 회사가 외국계 기업밖에 없다면 이거야 말로 역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보라: 사용자 입장에서는 풀러스가 모두가 수긍할 만한 멋진 논리를 가져왔다면 어땠을까 아쉬웠습니다.

 

임정욱: 한 마디씩하고 마무리하지요. 지자체 입장에서는 시민 편익 서비스를 개선하려고 새로운 시도하는 회사를 장려하고 협업해도 모자랄 판국에 꼬투리 잡고 방해하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해외 사례로 실리콘밸리에서 스쿠프라는 카풀 서비스를 인상적으로 봤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출퇴근 길에 카풀 차선을 쓸 수 있어 빨리 갑니다. 미국은 역까지 차를 타고 와 주차하고 출퇴근하는 문화가 많은데, 스쿠프를 쓰면 카풀해 온 사람에게 주차우선권을 줍니다. 이렇게 교통량은 줄이고 카풀을 많이 하게 유도해 교통 문제와 주차 문제를 해소합니다.

한국도 혁신하는 회사를 풀어 키워주고 협업하는 방안을 찾고, 기존 택시회사는 개선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보라: 오늘 이 자리가 풀러스라는 한 기업만을 위한 자리로 남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카풀 이용자이기는 하지만 (한국 시장에) 카풀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아 이용자 목소리가 작다는 생각도 듭니다. 둘이 대체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강정수: 3년 전 BMW코리아 연구원을 만났습니다. 도쿄에서 일하다 한국에 온 사람이었는데, 왜 도쿄와 서울은 교통량도 인구도 비슷한데 서울만 이렇게 막히냐고 묻더군요. 통행량 전수조사가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올림픽대로 교통량 표본 추출하는 것도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이 계산합니다.

다양한 기술이 도시를 바꿨습니다. 가로등, 엘리베이터, 전기 등 다양한 기술이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제는 스마트폰이라는 기술이 다양한 변화를 가져옵니다. 특정 사업자를 돕자는 게 아니라 시민 생활에 큰 영향일 미치는 출퇴근길과 오가는 길을 어떻게 개선할지 정책 1순위로 고민하자는 얘기입니다. 안전 문제는 함께 해결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김태호: 이런 상상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규제가 풀리고 공유경제가 활성화됐습니다. 회사 올 때 카풀로 출근합니다. 회사에 차를 세웁니다. 주차장에 세운 차를 P2P 서비스에 공유합니다. 회사 근처에 잠시 차가 필요한 사람이 제 차를 몰고 가 일을 봅니다. 그럼 주차장이 빕니다. 그 주차장을 공유해 다른 사람이 차를 댑니다.

규제가 풀리면 가능합니다.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교통 효율이 얼마나 개선될지 상상해봐셨나요? 이제 잘 안 됩니다. P2P 쉐어링도 금지, 카풀도 출퇴근 빼고 금지, 주차장 공유만 서울시 조례 개정으로 조금씩 확산되는 상황입니다. 여러분이 응원해주고 지지해주시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통합운수사업법처럼 기존 교통사업자도 밀어주고 당겨주는 상황이 되면 좋겠습니다.

<끝>

목, 2017/11/16-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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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는 참을 이길 수 없다

글 | 허광준(오픈넷 정책실장)

 

지난 3월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디캠프에서는 미디어의 정보 신뢰도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미국 시민단체인 퍼스트 드래프트구글 뉴스랩이 함께 주관하는 특별 강좌가 열렸다.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이날 강좌는 가짜 뉴스로 대표되는 불량 정보가 넘치는 디지털 환경에서 언론인들이 어떻게 정보를 확인하고 검증할 것인가를 주제로 하여 진행되었다.

가짜 뉴스 특별 강좌
이날 발표자는 퍼스트 드래프트의 활동가인 에이미 라인하트였다. 그녀는 가짜 뉴스에 대한 최근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가짜 뉴스로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첫 슬라이드는 구글 트렌드에서 ‘가짜 뉴스(fake news)’에 대한 검색수를 시간 흐름으로 보여준 도표였다.

 

지난 5년간 “fake news”의 구글 검색 추이

지난 5년간 “fake news”의 구글 검색 추이

발표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발표자와 깊은 연대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이틀 전인 3월 28일, 나는 사단법인 오픈넷이 사회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오픈넷 아카데미’ 제5기 수업 중 두 번째를 맡아 가짜 뉴스에 대해 발표했다. 여기서 나도 똑같은 도표로 이야기를 시작했었다.

라인하트와 나는 당연한 듯 그 다음 순서로 가짜 뉴스의 정의에 대해 말했고, 풍자를 목적으로 한 무해한 가짜 뉴스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미국 풍자 신문 [디 어니언]을 사례로 든 것도 똑같았다.

이 지경이니 난생 처음 보는 외국 미디어 활동가와 연대의식을 갖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발표 여정은 그다음부터는 달라졌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가짜 뉴스

두 발표가 함께 나가다 분기점에서 갈라진 것은 발표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는 언론인을 교육하려는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을 인식하고 정책 방향을 짚어보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러한 분기가, 가짜 뉴스라는 골칫덩이를 놓고 사회가 대응하는 방식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정보를 더욱 확인하고 올바른 정보 유통을 고무함으로써 극복하려는 접근방식과 규제하고 단속하고 처벌함으로써 극복하려는 접근방식의 차이.

라인하트는 언론 자유 지수가 계속 추락하고 있는 한국에서 또 다른 규제와 처벌이 모색된다고 해도 그리 놀라지 않을지 모르지만, 여하튼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서서 칼을 대려는 모습을 낯설고 희한하게 생각하리라는 점은 틀림없어 보였다.

 

가짜 뉴스에 발목 잡힌 반기문?

 네이버 “가짜 뉴스” 검색 추이

네이버 “가짜 뉴스” 검색 추이

한국의 ‘가짜 뉴스’ 검색 그래프는 2월 초에 정점을 찍는 형태로 나타난다(위 네이버 “가짜 뉴스” 검색 추이). 2월 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가장 그럴 듯한 설명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다. 그는 2월 1일 대선의 꿈을 접는다는 발표를 하면서,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가짜 뉴스를 들었다.

“그러나 이런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서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면서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발표를 하기 며칠 전에는 국회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짜 뉴스 단속법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2월 초의 피크 현상은, 강력한 대선 후보로 손꼽혔던 사람이 가짜 뉴스 때문에 낙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갑자기 가짜 뉴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잊소리 반기문

지난 2월 21일 국회에서는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 주최로 가짜 뉴스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하 의원은 선거 정국에서 가짜 뉴스가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 사실을 강조하며, 왜곡 편집된 유튜브 영상을 즉석에서 틀어 보였다.

국회에서 열리는 토론회는 대개 입법 활동의 방향성을 잡기 위한 것이다. 해당 토론회도 가짜 뉴스를 법률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진행되었어야 옳은지 모른다. 그러나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대체로 법적 규제가 능사가 아니며 다른 다양한 방식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짜 뉴스와 관련한 법적 규제안이 실제로 등장하기도 했다. 3월 3일에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이 법안은 가짜 뉴스 제조와 유포 자체에 대한 처벌은 아니지만, 가짜 뉴스와 관련이 있는 디지털 증거물을 선거관리위원회가 무리하게 수집하는 길을 허용하고 있다. 가짜 뉴스에 대한 우려는 공감할 만하지만, 그 해법으로서는 요령부득에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음은 해당 발의안에 대해 오픈넷이 낸 논평에 잘 나타나 있다.

 

“트럼프 당선에 미친 실제 영향은 알 수 없다” 

가짜 뉴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 추이에서 입증되듯, 가짜 뉴스는 미제(美製), made in USA다. 지난해 말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정국에서 확 불이 붙은 개념이다. 가짜 뉴스를 알게 된 많은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에 가짜 뉴스가 일정한 역할을 했으리라고 믿거나 그렇게 의심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일까? 과문이어선지 모르겠지만 2016년 미국 대선에 가짜 뉴스가 미친 영향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그러리라는 추정과 의심이 있을 뿐이다. 대선 이후 나온 많은 분석이 말하듯, 트럼프 현상에는 일정한 정치적, 사회적 배경이 있다. 트럼프 당선을 단지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의 결과라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에서 열린 특별 강좌에서, 퍼스트 드래프트의 발표자 라인하트에게 한 청중이 “미국에서 가짜 뉴스가 실제로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가짜 뉴스 현상을 긴밀하게 추적해 왔고 그 위험성을 잘 알고 있으며 여러 나라에서 ‘가짜 뉴스에 속지 않는 법’을 강의하는 라인하트, [뉴욕 타임스] 온라인판의 창립 멤버였고 컬럼비아 대학 저널리즘 스쿨에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한 바 있는 그녀가 내놓은 대답은 “모르겠다”라는 것이다.

질문 물음표

나는 그 말이 옳다고 본다. 나아가, 잘 모르는 것(검증되지 않은 것)을 잘 모른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가장 신뢰할 만하다는 믿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가짜 뉴스를 놓고 겁에 질린 나머지 국가가 나서서 단죄하는 위험한 방법까지 모색하는 한국의 풍조는, 가짜 뉴스의 효과를 실제보다 훨씬 과장된 것으로 예단하는 데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짜 뉴스라는 게 허위 사실, 혹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어떤 의도에 따라 유포하는 것임을 상기하면, 이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짜 뉴스 부추기는 한국적 특수성

가짜 뉴스는 사실 낯선 현상이 아니다. 그와 유사한 현상은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그것은 ‘가짜 뉴스’가 아니라 ‘유언비어’나 ‘흑색선전’ 같은 이름으로 불렸을 뿐이다.

차이도 있다. 가짜 뉴스가 유언비어나 흑색선전과 다른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차이는 △언론 기사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과 △인터넷, 특히 SNS나 메신저를 통해 확산된다는 점이다. 기사, 그리고 인터넷. 이 두 가지 특성을 고려해 볼 때, 한국 사회와 한국인이 유달리 가짜 뉴스에 취약할 수 있는 배경이 있긴 하다.

1. 낮은 언론 신뢰도 

첫째, 우리나라 언론의 신뢰도는 바닥 수준이다. 언론이 자초한 일이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 중 중요한 하나는 정보의 출처를 밝히지 않는 행태다. 지금 당장 아무 매체나 골라 들여다 보라. 서술된 정보가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 취재원은 누구인지 정정당당하게 밝히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며, 사실 대신 추정과 예단의 문장으로 가득 채운 기사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좀 과장되게 말한다면, 번듯한 매체에 실리는 기사 대부분이 이미 가짜 뉴스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사람들이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품이 짝퉁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을 때, 소비자가 짝퉁에 속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

2. 뉴스 소비자의 강한 정파성 

둘째, 뉴스 소비자들이 강한 정파성을 갖고 있다. 극단적 대립의 양상을 띠는 정치 지형, 그리고 그런 지형을 그대로 정체성으로 반영하는 정파적 언론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정파성에 지배받는 뉴스 수용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비판과 공격, 그리고 아군에 대한 변호와 옹호다. 사실이나 언론의 윤리 따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명박을 까기 위해서라면 부정확한 정보도 대환영이고, 박근혜를 옹호하기 위해서라면 새빨간 거짓말도 퍼다 나른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은 매체 수용자의 전통적 미덕(?)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디지털 뉴스 소비의 특성으로 점점 더 강화된다. 죽(竹)의 장막, 인(人)의 장막 다 위험하지만, 요즘 가장 위험한 것은 필터 장막이다.

자신의 신념을 유지하기 위해 반대 증거는 모조리 폄하, 제거하고,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는 증거와 근거만을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이 소셜미디어에서는 더욱 구조적으로 강화된다. 이런 확증편향 현상은 필연적으로 '눈먼 증오'를 강화한다.

자신의 신념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는 증거와 근거만을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이 소셜미디어에서는 구조적으로 더욱 강화된다.

3. 디지털 리터러시 부족 

셋째, 디지털 경험을 충분히 하지 못한 세대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이들은 이른바 디지털 해득력(디지털 리터러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온라인에서 나도는 가짜 뉴스의 단골 희생양이 된다.

대표적인 집단은 아동, 청소년이다. 이들은 상업적이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제조된 메시지에 취약한 계층으로 알려져 있고, 따라서 디지털 교육은 주로 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사각지대에 버려져 있는 또 하나의 그룹이 있다. 바로 노년층이다. 디지털 생태계의 음지와 양지를 차근차근 밟아오지 못한 채, 바로 스마트폰 시대를 맞닥뜨린 사람들이다. 주민센터 강습에서 인터넷을 배우고 손자 손녀에게 이메일을 배우며 디지털 걸음마를 하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스마트폰과 채팅앱이라는 날개가 주어졌다. 밀랍으로 붙인 날개가 위태하듯, 인터넷의 뻘소리, 헛소리에 단련되지 않은 날갯짓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어용 시위에 나서서 극단적인 주장을 쏟아내는 노년층 상당수는 인터넷에 떠도는 허황된 이야기를 사실로 믿고 있다. 나는 이들에 대한 디지털 교육이 아동, 청소년에 대한 그것보다 훨씬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지만, 노년층은 실제로 국가 운명을 결정하는 데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구글, 페이스북, 가짜 뉴스

4. 정부와 국가기관이 유언비어 유포하는 사회 

넷째, 가짜 뉴스와 관련하여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지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한국적 특수성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한국은 정부, 국가기관이 나서서 가짜 뉴스급 유언비어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사회라는 점이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원세훈 산하의 국가정보원이 국민을 대상으로 하여 댓글 공작을 펼치며 선거에 개입하였던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국정 농단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김기춘이 언론과 어용 단체를 움직여 공작을 펼치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대한민국 쉬운 직업 - 국정원

과거의 일일 뿐인가? 아니다. 바로 지금도 계속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강남구청장 신연희가 퍼나른 악성 유언비어는 30년 동안 국정원에서 근무한 자가 만들어 퍼뜨린 것임이 드러났다. 현직 직원이 아니니 국가기관이 그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가 가진 기형적 소신이 국정원을 비롯한 반민주적 권위주의 기구들과 공유되어 왔음을 고려하면, 정부의 한구석에서 허위사실 유포 공작을 모의하고 전개하는 일이 언제든 다시 시도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네 가지 조건은 가짜 뉴스를 잉태하고 키워내는 환경이 된다. 지금 가짜 뉴스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차고 넘치지만, 나는 가짜 뉴스를 걱정하기보다 이렇게 가짜 뉴스를 활개치게 만드는 환경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본다. 물을 주지 않으면 잡초는 저절로 말라 시든다. 시원한 물과 기름진 비료를 열심히 주면서 잡초가 자라난다고 걱정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자기 편한대로 갖다 쓰는 말? 

미국발 가짜 뉴스는 우리에겐 낯선 개념이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가짜 뉴스에 대한 관심은 ‘가짜 뉴스란 게 뭐야?’, 즉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거의 비슷한 내용의 정의를 만들어 왔다.

정의에 집착하는 것은 ‘사전에 등재하기 위해서’와 같은 단순한 학문적 관심에서가 아니다. 정확한 규정이 있어야 그 특성을 이해할 수 있고,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할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정의 내리기’는 지극히 실용적인 목적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가짜 뉴스에 대한 정의가 이미 엄밀하고도 적절하게 잘 형성되었음에도, 실제로는 이러한 정의가 거의 쓸모가 없다. 다들 편한 대로 갖다 쓰는 말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너의 의도나 속마음이 네가 한 말에 '각주'를 따로 달아주는 건 아니다.

‘가짜 뉴스’는 다들 편한 대로 갖다 쓰는 말이 되어버렸다.

앞에서 가짜 뉴스 이전에 유언비어, 흑색선전 같은 개념이 있다고 했다. 가짜 뉴스는 이들과 달라야 하기 때문에 정의가 새로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일반인은 물론이고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말하는 가짜 뉴스는 이런 정의에 잘 부합하지 않는다. 그냥 늘 있던 유언비어, 흑색선전을 부르는 새로운 이름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흑색선전, 허위사실, 유언비어를 모두 가짜 뉴스라고 퉁친다.

이런 행위의 의도는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가짜 뉴스의 심각성을 강조하려는 것이 좋은 의도라면, 이미 있던 일탈을 새로운 말로 포장하여 시류에 편승하고 (정치인의 경우) 피해를 강조하려는 것은 나쁜 의도라 할 것이다. 반기문의 피해의식이 대표적인 예다. 가령 ‘퇴주잔 사건’은 가짜 뉴스가 아니었음은 물론이고, 흑색선전, 허위사실, 유언비어, 비방 등의 어느 항목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가짜 뉴스라는 말이 마구잡이로 쓰이다 보니, 이제는 ‘우리 편을 까는 뉴스는 다 가짜 뉴스’라는 인식까지 퍼졌다. 욕망이 언어에 간섭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가짜 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13일, 대선을 앞두고 벌어질 수 있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관련 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경찰, 검찰, 포털사, 기자협회, 방통위, 방심위 등 13개 기관, 단체가 모인 자리였다. 이 회의의 이름은 ‘가짜 뉴스 등 비방/흑색선전 대응 유관기관 대책회의’였다.

‘가짜 뉴스 등’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관위가 회의 자료로 만든 문건에서 본문 10쪽 중 가짜 뉴스에 대한 것은 그림 한 페이지를 포함하여 2쪽 반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비방과 흑색선전이다. 말만 화려한 가짜 뉴스보다 전통적인 골칫거리가 더 심각한 것이다.

 

규제 법안 마련? 이미 규제는 차고 넘친다  

가짜 뉴스의 내용을 엄밀하게 따지고 이현령비현령식 적용을 경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짜 뉴스가 위험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누군가 나서서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진 좋다. 그런데 그 누군가에 국가를 설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가가 나서서 가짜 뉴스를 규제하고 처벌하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으로 처벌하려면 그 이유와 대상이 매우 명확해야 한다. 아무 데나 갖다 붙이면 되는 딱지로는 규제도 처벌도 정당하게 할 수 없다. 가짜 뉴스가 심각하다고 여기면 여길수록, 규제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느낄수록 가짜 뉴스인 것과 아닌 것(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존의 유언비어나 흑색선전과 다른 것)을 구별해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의 법 현실을 생각하면 가짜 뉴스를 규제하고 처벌할 새로운 법이나 조항이 필요한지 강력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허위 사실 표현을 처벌하는 법을 이미 차고 넘치게 갖고 있다. 선진국치고는 그 정도가 심해서, 한국을 표현의 자유 후진국으로 만들고 있는 법들이라는 평을 듣는 것들이다.

예컨대 형법에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있다. 욕만 해도 처벌 받을 수 있으며, 사실을 서술해도 어이없게 명예훼손죄를 덮어쓸 수 있다. 평범한 사람끼리 이런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주로 정치인 같은 공인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공공 영역에 대한 대중의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 악용되는 것이다. 심지어 국정원, 해경, 청와대 같이 명예훼손의 주체가 될 수 없는 국가기관이 피해자랍시고 나서는 경우도 흔하다.

국민을 상대로 '너 고소' 남발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공직자

국민을 상대로 ‘너 고소’ 남발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공직자

또 선거 때에는 공직선거법에 있는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가 오랏줄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공직 선거에 나선 후보자는 다른 어떤 종류의 사람보다 더 많이, 더 넓게 검증의 도마에 올라야 할 것인데도, 한국 선거법은 거꾸로 검증의 폭을 극단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인터넷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정보통신망법의 임시조치 조항이 족쇄를 채운다. 악법 중의 악법인 이 조항은 명예훼손 등 권리 침해가 실제로 벌어졌는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자가 요구하면 무조건 지워준다. 누구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 자신에게 불리한 글이나 콘텐츠를 손쉽게 삭제할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국은 허위 사실(심지어 진실 사실)에 대해서도 법적 처벌과 행정적 규제를 모두 할 수 있는 촘촘한 족쇄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가짜 뉴스는 이미 존재하는 이런 처벌, 규제에도 모두 걸린다. 가짜 뉴스를 규제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시류에 영합한 것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후진적인 표현의 자유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

Looking Glass, CC BY SA

 

손쉬운 규제 vs. 쉬운 길 대신 옳은 길 선택할 용기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점을 말하기에 앞서, 나는 앞에서 이미 말한 몇 가지를 다시 강조하고 싶다.

  1. 첫째, 가짜 뉴스가 선거에 미치는 실제 영향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다. 다들 그러리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대중의 짐작이나 믿음과 실제 사실이 다른 사례는 차고 넘친다.)
  2. 둘째, 가짜 뉴스는 새로운 현상도, 놀라운 발명도 아니다. 다른 형태와 이름으로 우리 주변에 늘 있어왔던 것이다.
  3. 셋째, 가짜 뉴스를 잉태하고 살찌우는 (특히 한국적인) 환경이 있다.
  4. 넷째, 가짜 뉴스 등 허위 사실 유포를 단죄하는 법은 이미 지나치게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가짜 뉴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그 윤곽이 그려진다고 생각한다. 가짜 뉴스는 새로 칼을 빼 들어 혀를 베고 목을 치는 방식으로 근절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런 메시지가 나오는 현상을 살펴 그 토양을 말려버리는 것이 최선이다. 또 미디어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의 디지털 해득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나쁜 정보, 그른 정보에 대응하여 옳은 정보를 확산하는 여러 장치, 이를테면 팩트 체크의 제도적 일상화 같은 작업도 중요하다.

나는 가짜 뉴스에 대해 발표하는 마지막에, 지난 겨울 우리가 찬 바람을 맞아내며 몸으로 깨달았던 진리를 그 대책의 핵심으로 말씀드렸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Susanne Nilsson, CC BY SA https://flic.kr/p/oTqd8Q

Susanne Nilsson, CC BY SA

청중 중에서 두어 분이, 이러한 접근은 너무 순진하고 소극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하셨다. 그런 걱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만, 나는 실은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간편하게 칼을 들어 말문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야말로 비겁하고도 순진한 생각이다. 그렇게 하는 데에는 고민도 필요 없고 노력도 필요 없다는 점에서 비겁하며, 그렇게 해서는 근절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순진하다. 반면, 참이 거짓을 덮으리라는 신념을 갖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쉬운 길을 마다하고 옳은 길을 선택하는 의연한 용기를 가져야만 가능하다.

진실은 억압과 족쇄에 의해서가 아니라 넓게 열린 마당에서 벌어지는 싸움 속에서 모색되고 확정된다. 표현의 자유를 주창한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표현의 자유가 꼭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잘못된 의견의 가치는 옳은 의견이 옳다는 증거를 부지런히 제출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점을 든 것을 상기해 보면 좋겠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게재하고 있습니다. (2017.04.07.)

월, 2017/04/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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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of Marrakesh_3

 

[오픈넷 포럼 ]

“마라케시의 기적: 독서장애인을 위한 정의 구현과 세계지식재산기구의 변화”

The Miracle at Marrakesh:
Doing Justice for the Blind and Visually Impaired While Changing the Culture of Norm Setting at WIPO

 

참가신청

 

지난 2013년 6월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는 획기적인 국제 조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시각 장애나 지체 장애로 인해 책을 읽기 어려운 독서장애인들이 저작물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적재산권을 제한하는 ‘마라케시 조약’이 그것입니다. 장애인들의 정당한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발의된 것으로,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 때문에 5년 간의 치열한 공방을 벌인 끝에 얻은 성과입니다.

조약에 따르면 회원국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독서장애인이 향유할 수 있는 형태로 저작물을 만들어 복제, 배포, 송신할 수 있고, 이런 저작물을 다른 회원국과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마라케시 조약이 기적이나 혁명으로 불리는 것은 이처럼 지적재산권을 제한한 최초의 국제 조약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2014년 6월에 이 조약에 서명하였고 이듬해 11월에 비준서를 기탁하였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는 지적재산권을 제한한다는 개념이 여전히 낯설고, 정책적으로도 충분한 속도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오픈넷의 5월 정기 포럼은 마라케시 조약 전문가인 미국 메인 대학 법대 학장 다니엘 콘웨이 교수를 초청하여 그 의미를 짚어보고, 이 조약이 실질적으로 장애인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점검합니다. 지적재산권 관련 이슈나 장애인 인권에 관심 있는 많은 분의 참석을 바랍니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순차 통역이 제공됩니다.

  • 참가신청을 해주시면 행사준비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 주차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건물(현대타워) 주차장 이용 가능하며, 주차 영수증을 지참하시면 무료 주차권 발급이 가능합니다.
  • 참석하신 분들께는 샌드위치가 제공됩니다.

 

<행사 안내>

1. 행사 일정

일시: 2016년 5월 19일(목) 오후 7~9시

장소: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앤스페이스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423 현대타워 7층 / 지하철 2호선 선릉역 10번 출구에서 직진, 걸어서 5분)

* 지도 보기: http://startupall.kr/location/

 

2. 행사 내용

주최: 사단법인 오픈넷, CCKOREA

주제: “마라케시의 기적: 독서장애인을 위한 정의 구현과 세계지식재산기구의 변화”

 

사회: 우지숙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발제: 다니엘 콘웨이(Danielle Conway) 교수 | 미국 메인 대학교 법대학장(Dean, University of Maine School of Law)

토론:

윤종수 | 변호사, CCKOREA 프로젝트 리드

남형두 |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남희섭 | 사단법인 오픈넷 이사장

참가신청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수, 2016/05/1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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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을 위대한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면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여기 두 개의 발언이 있다.

A.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다.”

B. “대통령에 대한 막말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대통령에게 해서는 안 될 막말을 했다.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 시정잡배 수준의 막말에 제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경악스러운 사건이다”

 

누가 한 말일까.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한 말일까.

 

발언 A. 

전 대통령 박근혜가 2014년 9월 16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참고: 한겨레).

어떤 상황에서 나온 이야기일까.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 “대통령 연애는 거짓말로 생각한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한 반응으로 대다수 언론은 해석했다(참고: 프레시안). 새누리당은 이와 관련해 설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

참고로 설훈 의원의 발언은 ’14. 9. 12.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이 소집한 여야 상임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박근혜의 7시간’에 관해 언급하면서 했던 발언인데, 좀 더 자세히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왜 수사권 주는 거 반대하느냐.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7시간 동안 뭐 했냐 이 얘기”, “툭 털어놓고 얘기하겠다. 나는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얘기,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면 더 심각하다는 것”(재인용 출처: 조선일보)

2014년 9월 16일 제40회 국무회의 모습 (출처: 청와대) http://www1.president.go.kr/news/media/photo.php?srh%5Bpage%5D=74&srh%5Bview_mode%5D=detail&srh%5Bseq%5D=7260 2014년 9월 16일 제40회 국무회의 모습 (출처: 청와대)

 

발언 B. 

현재(’17. 7.) 민주당 원내대표인 우원식이 2017년 6월 16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한 말이다. 발언 상대방은 전날인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지목하며 “아주 나쁜 놈, 깡패 같은 놈”이라고 언급한 강동호 자유한국당 서울시당위원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강동호 자유한국당 서울시당위원장을 20일 ‘허위사실 공포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참고: 뉴시스).

우원식출처: 우원식.kr

 

발언 A, B의 본질 

발언 A와 B는 그 주체와 상황은 다르지만, 그래서 이들을 같은 평면에서 같은 가치로 평가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부당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 발언들은 대통령에 대한 ‘막말’ 혹은 ‘모독’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는 절대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점에서는 본질에서 같다.

물론 얼마든지 다른 평가가 있을 수 있겠으나, 개인적인 입장으로 위 발언 A, B를 평가하면, 어느 발언이 더하거나 덜하지 않고, 대체로 우리에게 익숙한 권력의 한심한 본질을 보여주는 ‘권위적인 발언’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평가하면, 민주주의, 특히 ‘표현의 자유’와는 친하지 않은 발언으로 생각한다.

 

검찰, 권력 눈치 너무 보는 당신

집권세력은 필연적으로 공권력에 우호적이다. 그게 장구한 역사의 대답이다. 아무리 선량하고, 아무리 정의로운 집단이라도, 일단 권력을 잡으면, 그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진다. 그게 권력의 속성이고, 힘의 본질이다. 여기에는 동서고금이 따로 없다. 그리고 어찌 보면, ‘정의’를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평등’을 위해 그 힘을 휘두르라고 그 집단을 우리 자신이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공권력을 상징하는 권력기관, 특히 검찰은 그 힘의 향배에 민감했다. 여기 흥미로운 연구와 통계가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1995년~2015년 21년간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 사건 관련 판결문 총 1,569건을 전수조사했다(박경신 오픈넷 이사, 유종성 호주국립대 교수 공동 연구). 이러한 주제로 판결문을 전수조사한 연구로는 최초다. 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오픈넷 테두리

  •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에 대한 검찰 기소는 2004년부터 증가해 2007년 대선에 급증했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교육감 선거에서 기소의 정치적 편향성이 심했다.
  • 대통령 선거에서 허위사실공표죄는 90.3%, 후보자비방죄는 80.3%가 보수 진영(한나라당, 새누리당 등) 후보를 비판해 기소당한 경우였다. 특히 교육감 선거에서는 100%가 보수진영 후보를 비판해 기소당한 경우였다.
  • 검찰은 대통령 선거 최종 당선자를 비판하는 사람을 훨씬 더 많이 기소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특히 2007년 대선, 2012년 대선에서는 총 기소 건수 중 85% 이상이 이명박 후보나 박근혜 부호를 비판한 경우였다.
  •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비판한 것에 대한 기소는 두 후보를 합쳐서 13%에 불과했다(기소 건수 중 박근혜 후보 비판은 86.4%).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이처럼 권력에 대한 비판을 권력 자신이 수행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집권세력이 타락하고, 그 권력을 남용하면 그 집단을 어떻게 견제할 수 있을까. 검찰과 경찰이 그 권력에 빌붙고, 법원마저 돈과 힘에 굴복하는 재판으로 사회의 기강을 제대로 세우지 못할 때, 여전히 그때나 지금이나 남은 건 하나다.

아.가.리.

민주주의 시스템이 최후의 보루로 남겨 놓은 것. 누구나 맘껏 떠들 권리, 누구나 권력을 그리고 권력자를 맘껏 ‘씹을 권리’. 민주주의 시스템은 최후의 보루로 ‘표현의 자유’를 민에게 남겼다. 그런데 그 아가리를 다물라? 그 권위의 목소리를 우리는 의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적으로 그 목소리는 권력이 타락하는 전조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국민’을 앞장세우는 그 목소리는 궁극적으로 내 입을 막고, 내 눈을 가리며, 내 귀를 막으려는 권력의 목소리였다. 결국, 그저 ‘자신’의 권력을 보우하겠다는 일차원적인 욕망,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이중잣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거기에 무슨 권력의, 국민의 신성한 뭔가가 있는 건 전혀 아니다.

Raul Lieberwirth, "shouting in the storm", CC BY-NC-ND https://flic.kr/p/7Gn1FXRaul Lieberwirth, “shouting in the storm”, CC BY-NC-ND

 

문재인을 위대한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면 

“위대한 정신은 숭배받기보다는 비판받기를 원한다.”

내가 좋아하는 잠언이다.1 하지만 너무 어려운 말이다. 누군가에게 요구하기도 어렵고, 자신에게 적용하기는 더 어렵다. 우리는 누구나 칭찬받기를 원하고, 숭배받기를 원하니까. 이 외롭고, 차가운 세계에서 우리는 더 따뜻하길 원한다. 누군가 내 편이길 원한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면, 우리가 지지하고, 또 믿고, 기대하는 대통령이라면? 더 말할 게 뭐 있나. 대통령을 욕하는 게 마치 나 자신을 욕하는 것처럼, 부모가 조롱당하는 것처럼, 짜증스럽고, 못마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박근혜의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 발언이 있고 난 직후 고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했다는 연설의 한 구절이 인구에 회자했다. 얼마나 회자했는지, 경향은 그 소식을 따로 보도하기까지 했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통령을 욕함으로써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노무현)

노무현 아이엠피터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유승희 선대위 표현의자유위원회 위원장의 입을 빌려, “블랙리스트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명예훼손죄, 허위사실공표죄, 모욕죄, 후보자비방죄를 개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권력에 대한 비판을 옹호하는 노무현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 주변에서 노무현의 정신, 문재인의 의지에 반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오히려 문 대통령을 앞장서서 욕보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혹시라도 이 글 취지를 오해할 수도 있을까 싶어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기우로 적는다. 국민의당 ‘문준용 특혜 제보 조작’ 사건도 공선법상 ‘허위사실 공표’가 문제되는 사안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와는 하등 관계가 없다. 이 사건은 공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경쟁 후보자를 음해하기 위해 (그 조직적 개입의 정도는 일단 별론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적극적으로 조작’한 사건이다.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권은희)이 말하는 것처럼, “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으면 위헌정당해산심판 사유”라고 해도 무방할 사건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적극적인 조작·왜곡 없이 단순히 대선 후보자를 조롱·비방하는 표현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형사 처벌하는 것”(오픈넷 논평 중)을 비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문재인이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길 원하는가. 나는 원한다. 그러길 진심으로 원한다. 그가 대한민국의 적폐를 불사르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나라”를 국민과 함께 힘을 모아 만들어가길 바란다. 그런 나라를 위해, 그에게, 문재인에게 필요한 건, 숭배가 아니라 비판이다.

위대한 대통령은 숭배받기보다는 비판받기를 원할 테니까.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출처: 청와대) http://www1.president.go.kr/news/media/photo.php?srh%5Bpage%5D=9&srh%5Bview_mode%5D=detail&srh%5Bseq%5D=301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출처: 청와대)

 

1. 황지우가 김수영문학상 수상소감으로 인용한 니체의 말로, 황지우의 산문집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에서 처음 접했던 문장으로 기억한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게재하고 있습니다. (2017.07.19.)

수, 2017/07/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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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정보매개자 책임원칙 구현을 위한 법개정안 발의

- 이용자 권리 신장과 정보통신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

 

10월 1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박주선 의원은 오픈넷과 수 개월에 걸친 공동 작업의 끝에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 5월 28일, 오픈넷과 하버드 버크맨센터가 박주선 의원, 염동열 의원, 유승희 의원과 국회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정보매개자 책임의 국제적 흐름’ 국제 세미나에서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정보매개자 책임 제도가 국제적인 기준에 역행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국회와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한 끝에 이 법을 발의하게 된 것이다.

먼저 현행 저작권법 제103조의 복제ㆍ전송의 중단 제도를 「한‧미 FTA」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과 합치하도록 수정했다. 권리자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중단 요구 시 권리소명자료를 포함한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출하게 했으며, 무분별한 중단을 제한하기 위해 현재의 “권리침해주장자의 요청에 따른 복제전송 즉시 중단” 의무화 규정을 삭제하고, 법원이 조치를 명할 때는 정보매개자에 대한 상대적인 부담 및 저작권자에 대한 피해 등을 고려하도록 했다. 특히 의무화 규정의 삭제는 정보매개자법제의 본연의 목표가 책임 부과가 책임 면제를 통한 자유로운 인터넷 공간의 보호임을 명확히 하였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논의과정에서 불법정보에 대한 일반적 감시의무를 금지해야 한다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 신설 조항이 누락된 것은 안타깝다. 현행 제도처럼 이용자가 유통하는 정보에 대한 정보매개자의 책임 범위가 불명확한 경우 서비스 제공자는 정보 유통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불법정보 모니터링 등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이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및 정보접근권을 제한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매개자에게 일반적인 감시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제적인 원칙이 EU전자상거래디렉티브 제15조에 조문화되어 있다.

미국이나 EU, 그리고 일본 모두 권리침해주장자의 요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보매개자에게 정보 차단 및 삭제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은 없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맞춰 우리 법제를 정비하여, 이용자의 권리를 신장할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사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15년 10월 29일

 

사단법인 오픈넷

 

목, 2015/10/2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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