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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숙소 완비 소방시설, 비정규직 숙소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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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숙소 완비 소방시설, 비정규직 숙소에는 없었다

익명 (미확인) | 화, 2016/10/11- 11:16

삼척 남부발전 그린파워발전소 건설하청노동자 숙소 화재 현장
가설건축물은 소방시설 설치 의무규정 없어…함바숙소 행정 관리 사각지대 속 방치

지난 9월 8일 찾아간 삼척시 원덕읍 임원리의 한 건설노동자 숙소. 지난 8월 12일 화재가 나기 전까지 인근 한국남부발전 그린파워발전소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숙소로 사용했던 이곳은 불에 타 앙상한 철골 구조만 남아 있었다. 화재가 난 숙소 앞에 놓여 있던 자동차에서 강상현(48)씨는 동생 강모(45)씨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강 씨 동생 차는 새카맣게 타 있었다.

▲ 지난 8월 12일 화재로 전소된 삼척시 원덕읍 임원리의 건설노동자 숙소.

▲ 지난 8월 12일 화재로 전소된 삼척시 원덕읍 임원리의 건설노동자 숙소.

동료들에 원한 품고 방화…무고한 동료 희생

사고는 지난 8월 12일 밤에 발생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숙소 화재는 염모(60) 씨가 방화를 해서 발생했다. 지난해 이 숙소에 머물렀던 염 씨는 동료와의 폭행 사건에서 다른 동료들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은 것에 원한을 품고 숙소에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재로 강상현 씨의 동생과 차모(59)씨가 사망하고 민모(46)씨 등 2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은 염 씨의 폭행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노동자들이었다.

▲ 노동자 숙소 화재로 동생을 잃은 강상현 씨가 9월 8일 오후 동생의 차에서 유품을 정리하고 있다.

▲ 노동자 숙소 화재로 동생을 잃은 강상현 씨가 9월 8일 오후 동생의 차에서 유품을 정리하고 있다.

스티로폼 내장 샌드위치 판넬, 순식간에 불에 타

이 숙소는 한국남부발전의 그린파워발전소 건설현장에서 GS건설의 하청을 받은 협력업체 영진산업 노동자들이 주로 묵던 숙소였다. 삼강F&C라는 업체가 운영했는데 숙소동 6개와 식당 1개동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중 숙소 2개동이 완전히 불에 탔다. 화재가 난 숙소 통로 두 곳에서 모두 시너통이 발견됐다.

▲ 불이 난 4동과 5동 평면도. 복도에 뿌려진 시너를 통해 불이 순식간에 숙소로 번졌다. (자료=삼척소방서 화재 조사결과 보고서)

▲ 불이 난 4동과 5동 평면도. 복도에 뿌려진 시너를 통해 불이 순식간에 숙소로 번졌다. (자료=삼척소방서 화재 조사결과 보고서)

삼척소방서가 작성한 화재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각 호실은 “샌드위치 판넬 내벽으로 구획하여 천장을 통해 쉽게 숙소 전체로 연소 확대가 가능한 구조”였다. 실제 불이 붙고 몇 분 만에 전체 숙소로 불이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강 씨의 동료 김 모 씨도 화재 당시 5동에 머물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다. 김 씨는 “텔레비전을 보다 벽에 기대어 얼핏 잠이 들었는데 퍼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며 “샌드위치 판넬이 터지는 소리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소방관이 아무리 물을 뿌려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며 “완전히 전소된 다음에야 불길이 잡혔다”고 회상했다.

▲ 지난 8월 12일 화재 당일 영상. (영상=삼척소방서 제공)

피해자 있지만 책임자가 없어

문제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방화 용의자인 염 씨는 사건 발생 11일 만에 부산에서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숙소 운영 업체인 삼강F&C는 제대로 된 소방시설도 갖추지 않은 데다 화재보험도 가입하지 않았다. 삼강F&C 지 모 대표는 “가설건축물이라 보험사가 보험 가입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인근에 있는 또 다른 함바숙소인 A업체 대표는 “가설건축물이라도 보험 가입은 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 업체는 숙소에서 노동자들이 다쳤을 경우에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을 가입해 놓은 상태였다. 지난해 삼강F&C가 원덕읍사무소에 가설건축물 설립신고를 받도록 도움을 준 브로커 홍아무개 씨는 “사업주에게 화재보험을 가입하라고 조언을 했다”며 “농협(보험)으로 해서 견적을 떼어보니 (월 보험료) 20여만 원이 나왔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창문으로 탈출해 가까스로 살아남은 김 모 씨는 “죽은 사람뿐만 아니라 그 숙소에 머물다가 피해본 사람들, 자동차가 타서 피해본 사람들은 아무런 보상도 못 받았다”며 “책임 주체가 붕 떠서 살아나온 것 만으로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숙소비 지원한 업체는 나 몰라라

이번에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일했다. 발전소 건설현장은 대부분 외딴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공사 기간 동안 인근에 함바 숙소가 세워진다. 삼강 F&C의 함바 숙소도 지난해 3월 세워졌다.

노동자들을 고용한 영진산업은 하루 2만원의 숙소비를 지원했다. 숙소와 건설 현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도 2대 운영했다. 하지만 숙소는 노동자들이 함바숙소 업체인 삼강 F&C와 개별 계약했기 때문에 이번 사고와 피해에 대해서도 전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영진산업은 사망자 유가족에게 500만 원의 장례비만 지원했다.

삼강 F&C는 월 35만 원에서 40만 원을 현금으로 받아 노동자들에게 숙소와 하루 두 끼(아침, 저녁) 식사를 제공했다.

가설건축물은 소방시설 설치 의무규정 없어 화재예방 무방비

사고 피해가 컸던 이유 중 하나는 숙소에 제대로 된 소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보기도 울리지 않았다. 삼척소방서에 확인한 결과 해당 숙소는 한번도 소방시설에 대한 점검을 받지 않았다. 그럴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삼척소방서 관계자는 “가설건축물은 시에 신고만 하는 사항”이라며 “시에서는 어디에 가설건축물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소방서에는 어떤 가설건축물이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가설건축물은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상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때문에 사실상 숙박업소 또는 기숙사처럼 운영되는 함바숙소는 소방시설 설치 제한을 전혀 받지 않고 있다.

▲ 불에 탄 숙소 내부 모습

▲ 불에 탄 숙소 내부 모습

하지만 이런 함바숙소처럼 다중이 집단으로 묵는 숙소는 소방시설법에 따라 엄격한 소방시설 규제를 받고 있다. 예를 들면 연면적 100제곱미터 이상의 교육연구시설 내에 있는 합숙소, 바닥면적 합계 600제곱미터 이상의 생활형숙박시설, 고시원 등은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또 수용인원 100명 이상의 수련시설은 자동화재탐지설비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한 번에 수십에서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함바숙소는 가설건축물이라는 이유로 이 모든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소방시설법에 따라 내년 2월까지 모든 주택(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은 의무적으로 기초소방시설인 단독경보형감지기를 방과 거실마다, 소화기는 세대별, 층별로 설치해야 한다. 단독경보형감지기는 전기 배선을 따로 설치할 필요 없이 감지기 내부에 건전지를 넣어 천장에 부착하면 된다. 연기나 열을 감지하면 음성이나 사이렌 경보가 울린다. 가격도 1만원 대에서 10만원 대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가설건축물인 함바숙소는 이 규제 대상에서마저 제외돼 있는 상태다.

정규직 숙소 가보니 가건축물인데도 자체 소방시설 완비

가설건축물은 법적으로 소방시설을 갖출 의무는 없지만 이번에 화재가 난 숙소 인근에 있는 정규직 숙소는 소방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인근에는 대우건설과 GS건설 직원들이 사용하는 숙소가 있었다.

이 숙소 역시 가설건축물이었다.

하지만 이 곳에는 방마다 단독경보형감지기뿐만 아니라 자동확산소화기까지 갖춰 있었다. 자동확산소화기는 열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소화기 분말이 터져 나오는 설비다.

▲ 정규직 직원들이 묵는 숙소에는 방마다 소방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천장에 달린 둥근 것이 자동확산소화기, 그 옆에 있는 것이 단독경보형감지기다.

▲ 정규직 직원들이 묵는 숙소에는 방마다 소방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천장에 달린 둥근 것이 자동확산소화기, 그 옆에 있는 것이 단독경보형감지기다.

▲ 삼강F&C의 숙소 중 불에 타지 않은 숙소. 천장에 전등만 달려 있다.

▲ 삼강F&C의 숙소 중 불에 타지 않은 숙소. 천장에 전등만 달려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GS건설에서 사용하는 숙소는 임대인하고 직접 계약을 해서 단체로 사용하는 숙소이고, (이번에 화재가 난 숙소는) 임대인이 노동자와 직접 계약해서 쓴 개념”이라며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일일이 관여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건설현장의 발주처인 한국남부발전 관계자는 유족에게 “남부발전에서 직원을 고용해서 사용한 것도 아니고 숙소도 개인 간에 임대차 계약을 했기 때문에 남부발전에서 관여를 하는 것은 책임 밖의 일”이라고 답했다.

▲ 한국남부발전 삼척그린파워건설 현장 입구.

▲ 한국남부발전 삼척그린파워건설 현장 입구.

2011년 국민권익위 제도 개선 권고 범위에 ‘숙소’는 빠져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 위원장 시절인 2011년, 건설현장 함바식당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 조사를 벌였다. 그리고 공공사업장 건설현장의 함바식당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당시 함바 숙소 브로커 유 모 씨가 구속되면서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기 위한 로비사건이 사회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함바식당 선정에 공무원의 알선·청탁 등 이권이 개입되거나 식당이 건설사 임원의 비자금이나 탈세 창구가 되는 문제가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권익위가 내놓은 제도 개선안은 함바 ‘식당’ 운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함바 식당에 딸려 있는 ‘숙소’의 안전 문제는 미처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당시 권익위는 함바식당이 탈세 창구로 악용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부서간 협조 미흡으로 불법영업행위를 적발하는 것이 곤란하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주택, 건설 관련 사업 인허가 부서는 환경평가, 개발 타당성 평가만을 실시할 뿐 위생시설 및 근로 조건 등은 소관업무로 인식하지 않음.”

“건설현장식당(함바)은 관할 세무서, 지자체 식품위생과 등에서 관리·감독을 하여야 하지만, 정보 공유 및 인력 부족 등의 사유를 들어 관리 소홀.”

“그간 부서간 협조 미흡으로 나타난 건설현장식당의 관리·감독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대형 사업장 인·허가시 건설현장식당 설치 예상 사업장을 관할 세무서와 지자체 식품위생과 등 관계기관에 통보하는 것을 의무화.”

-국민권익위원회 2011년 3월 24일자 보도자료 ‘건설현장 식당(함바) 선정 투명해진다’

이번 삼척 숙소 화재 사건에서도 이런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 삼척소방서, 삼척세무서, 삼척시청, 고용노동부 태백지청 모두 숙소의 영업이나 안전 문제에 대해 자신의 소관이라고 말하는 곳은 아무 곳도 없었다.

가설건축물은 일정 기간 존치 기간이 있기 때문에 규제를 안 하고 있습니다. 시에서는 가설건축물 신고를 하기 때문에 어디에 가설건축물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소방서에서는 가설건축물이 어디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자료가 없습니다. 법정 소방시설 점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소방검사는 실시가 안 됐습니다. 삼척소방서 관계자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는 신고로 끝나는 사항이에요. 건축법상 사용승인도 필요 없고 따라서 관리 실태를 점검할 대상 건축물이 아닙니다. 공사 기간이 끝나면 철거를 해야하는 건물이에요.삼척시청 관계자

관할 태백지청 근로감독관 “노동부 관여할 바 아니야”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가장 먼저 신경 써야할 부처는 고용노동부다. 하지만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의 이상웅 근로감독관은 이번 사고에 대해 “사업주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근로감독관은 기숙사 형태로 운영된 숙소에서 화재가 났음에도 단순히 노동자가 머무는 집에서 화재가 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보였다.

기자분도 근로자죠. 집에 가서 불이 났어요. 사업주가 책임을 져야 합니까? 근로자가 사는 숙소에 대해 노동부가 규제를 한다고 하면 사업주가 어떻게 사업을 하겠어요.고용노동부 태백지청 근로감독관

이 근로감독관은 “앞으로도 건설현장에서 이런 문제가 또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노동부는 넋 놓고 있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노동부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원청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는 소방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고 지적하자 “그런 것은 소방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 감독을 받는 숙소를 제공받도록 법으로 만들어 놔야 하는데 그런 법이 없다”며 “그것은 노동부 소관이 아니고 국회의원 소관”이라고 말했다.

▲ 삼척소방서가 작성한 화재 현장 조사서. 해당 숙소를 ‘남부발전 협력업체 영진산업 근로자 숙소’로 명시하고 있다.

▲ 삼척소방서가 작성한 화재 현장 조사서. 해당 숙소를 ‘남부발전 협력업체 영진산업 근로자 숙소’로 명시하고 있다.

그나마 향후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기관은 소방 당국뿐이었다. 강원도 소방본부는 이번 사고로 숨진 강 씨의 형 강상현 씨의 진정에 대한 답변서에서 “이번 화재를 계기로 다수가 숙박하는 용도의 집합가설건축물의 경우 경보설비 등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안을 국민안전처 및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노동자 숙소 화재로 동생을 잃은 강상현 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강 씨는 동생의 사망 이후 생업을 포기하고 삼척에 머물며 책임자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노동자 숙소 화재로 동생을 잃은 강상현 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강 씨는 동생의 사망 이후 생업을 포기하고 삼척에 머물며 책임자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상현 씨는 “동생이 억울하게 죽은 만큼 합당한 보상을 받아서 부모님께 돌려드리고 싶다”며 “가설건축물이라는 이유로 안전이나 생명에 대한 의식 없이 무법천지처럼 운영된다면 똑같은 사고가 발생해도 유가족만 억울한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및 촬영:조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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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대중공업, 스파이 심어 노조 감시했다" (프레시안)

현대중공업에서 원청 노동조합은 물론, 하청노조를 조직적으로 관리해온 정황이 확인됐다. 소위 '어용' 조합원을 대의원 선거에 당선시키려 금품‧향응 접대는 물론, '민주파' 조합원 낙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12년 동안 회사에 우호적인 정파가 집권해왔다. 


아래 주소에서 기사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4197

금, 2016/03/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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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새누리당이 추천한 황전원 상임위원에 대한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선출 안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대다수 특조위원들이 황 위원의 ‘자격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안건 처리를 거부한 데 따른 것으로, 향후에도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사실상 부결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월호 특조위는 오늘(13일) 열린 제32차 전원위원회에서 황전원 상임위원에 대한 부위원장 선출 안건을 상정했지만 13명의 참석 위원들 가운데 7명의 위원들이 표결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퇴장함에 따라 정족수 부족으로 처리를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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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건에 대해 김진 위원은 “여당 추천 위원을 부위원장으로 선출하는 것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당시 여야간 합의에 따른 것이지만, 여당은 특별법에서 보장한 특별검사도 통과시켜 주지 않는 등 특조위 방해에만 골몰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특조위만이 여야간 합의 정신을 존중해줄 수는 없다”면서 표결 거부 의사를 밝히고 퇴장했다.

이호중 위원도 “부위원장은 전체 조사업무에 있어서 위원장을 보좌해 지휘할 책임이 있는 자리인데, 정치권에 기웃거리던 분이 이렇게 다시 돌아와 부위원장을 맡겠다고 한다면 특조위의 독립성을 현저하게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역시 퇴장했다.

류희인 위원 역시 “특조위 준비단 시절부터 개인적 기자회견을 열어 특조위를 비난했고, 특조위와는 별도의 예산과 인원 안을 해수부로 전달하는 등 방해 행동을 해왔던 분이 부위원장이 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표결을 거부했다.

김서중 위원은 “황 위원은 특조위의 청와대 조사 결정이 내려지자 해수부 문건의 시나리오대로 사퇴를 했던 분이다. 본인은 해당 문건의 존재를 몰랐다고 하고 있지만 그 정도의 오해를 받았다면 이 자리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 이런 분을 추천한 여당도 이해할 수 없지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추천을 받아들인 황 위원 본인”이라면서 퇴장했다.

이어 장완익, 최일숙, 신현호 위원 등도 황 위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특조위의 부위원장을 맡는 것은 특조위 활동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표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전체 13명의 참석 위원들 가운데 7명의 표결 거부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되면서 황전원 상임위원에 대한 부위원장 선출안은 보류됐다. 이 안건은 차기 전원위원회에 자동적으로 재상정되지만 특조위원들의 표결 거부 의사가 완강해 계속해서 처리가 보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황전원 상임위원은 회의 뒤 뉴스타파 취재진을 만나 “이런 결과가 나와서 안타깝다. 여러 위원들이 오해하고 계신 부분이 있지만 더 큰 오해를 부를까봐 발언을 자제했다. 설령 계속해서 부위원장으로 선출되지 않는다고 해도 상임위원으로서의 활동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만큼 주어진 여건에 맞게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황전원 상임위원은 여당 추천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던 중 지난해 11월 특조위가 전원위원회를 열어 청와대 조사를 의결하자 다른 여당 추천 위원들과 함께 사퇴 의사를 밝히고 회의장을 떠났다. 이후 12월에는 4.13 총선의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당적을 보유할 경우 위원 자격을 상실한다는 특별법 규정에 따라 공식 면직됐다. 그러나 불과 두 달여 뒤 새누리당은 이헌 전 부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특조위 부위원장 자리에 황전원 전 비상임위원을 다시 추천해 지난 5월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정식 통과시켰다.

특조위원들이 황전원 상임위위원에 대한 부위원장 선출을 강력히 거부한 것은 정부와 여당의 지속적인 특조위 무력화 시도에 대한 정면 대응의 성격이 짙다. 특히 최근 해양수산부 등이 이달 말로 특조위 조사활동 시한이 종료된다는 점을 공식화하는 공문을 특조위 측에 수 차례 송부함으로써, 20대 국회 들어 야3당의 공조로 추진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 움직임을 깡그리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취재 : 김성수

촬영 : 김기철

월, 2016/06/1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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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조기 탄핵을 촉구하는 2016년 마지막 촛불집회가 31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10주 연속 열린 주말 촛불집회였다.

추운 날씨에도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광화문광장 인근을 메웠고 서울 외 지역에서도 10만여 명이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이에 따라 1차 집회가 열린 지난 10월 29일부터 이날까지 전국적으로 누적 참가자 숫자는 1천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1천5백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송박영신(送朴迎新) 10차 범국민행동’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 낸 촛불집회의 의미를 되새기고 새해에도 박 대통령 퇴진과 조기 탄핵, 한국사회의 적폐 청산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취지의 발언들이 이어졌다.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본행사 여는말을 통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기득권 계층의 추한 민낯이 드러났을때 모든 국민들이 ‘이게 나라냐’면서 한탄했지만 결국엔 절망의 순간을 새로운 희망의 순간으로 바꿔냈다”면서 2016년 촛불의 성과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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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송박영신’ 10차 촛불 집회가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이어 세월호 희생자 미수습자인 고 허다윤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 박은미 씨는 “벌써 세월호 참사 1천 일이 임박해 있는데, 마지막 한 명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겠다는 약속을 부디 지켜달라”며 조속한 세월호 인양을 촉구했다.

이어진 문화제에서는 록밴드 시나위 기타리스트 신대철 씨가 가수 전인권 씨와 함께 무대에 올라 자신의 아버지 신중현의 대표곡 ‘아름다운 강산’을 선보여 집회 참여자들의 폭발적 호응을 이끌어냈다.

문화제 이후에는 이전 집회에서처럼 청와대와 국무총리공관, 헌법재판소 앞 100미터까지 접근하는 가두행진이 이어졌다. 박 대통령 체포와 공범자 처벌, 적폐 청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사퇴, 헌재의 신속한 탄핵심판을 촉구하는 함성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보신각으로 집결해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합류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대거 보신각 인근으로 몰려 구호를 외치자 마치 광화문광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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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과 통인시장 상인, 자원봉사자들은 31일 밤 청와대 인근을 행진한 촛불시민들에게 컵밥을 나눠줬다.

앞서 촛불 행렬이 청운동사무소에서 보신각으로 향하는 길목인 통인동 커피공방 앞에서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시민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뜻으로 카레덮밥 4천160 그릇을 대접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취재 : 김성수 조현미

촬영 : 정형민 최형석 신영철

편집 : 정지성

일, 2017/01/0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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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 쪽 상임위원 다수결로 합의제 행정 훼손
야권 위원은 헛심만…위원장 임명 체계 개편이 열쇠

지난 4월 29일 오전 10시 17분, 이기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하 위원)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심판정을 나갔다. 그날 오전 9시 7분에 시작한 방통위 2016년 제23차 회의가 미처 끝나지 않았을 때라 최성준 위원장은 물론이고 김재홍 부위원장과 김석진, 고삼석 위원이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야권 교섭단체 추천을 받아 방통위 심판정에 앉게 된 김재홍 부위원장과 고삼석 위원은 이 위원의 퇴장에 문제가 있음을 잇따라 지적했다. 이기주 위원이 회의 도중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 게 나머지 위원을 무시한 처사였기 때문이다.

최성준 위원장과 김석진 위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지명(최성준)을 받거나 새누리당 추천(김석진)을 받아 이기주 위원(대통령 지명)과 함께 정부 여당 쪽에 섰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됐다.

이기주 위원의 4월 29일 퇴장 사태는 정부여당 쪽 위원 셋이 뭉쳐 다수결로 야권 추천 위원 둘을 지배하는 방통위 현실을 그대로 내보였다. 퇴장을 막았어야 할 최성준 위원장마저 정부 여당 쪽 이해에 따른 다수결에 힘을 보태기 일쑤여서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린다.

정부 여당에게 거북한 대화는 싫다?

이기주 위원이 회의 도중에 심판정을 나간 까닭은 “방송문화진흥회가 남북 방송 교류협력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고삼석 위원의 문제 제기를 두고 논의하기 싫었기 때문. 이 위원은 “얘기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며 자리를 떠 다른 위원들과 대화할 뜻이 없음을 몸으로 드러냈다.

고삼석 위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남북방송교류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석진 위원이 해명 발언을 이미 한 데다 최성준 위원장까지 의견을 내놓은 상태였기에 이기주 위원의 갑작스런 퇴장은 모두들 당황하게 만들었다. 김재홍 부위원장도 “이기주 위원이 (고삼석 위원이 제기한 문제를 방통위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다며) 퇴장했는데 이 문제를 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게 맞지 않다는 건 옳지 않다”며 “방통위가 임명권을 행사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정파적으로 나뉘어 (남북 방송 교류협력 사업에) 찬성하는 쪽이 일방적으로 (사업 추진 소위원회 구성을) 통과시키는 등 합리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면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0일 열린 2016년 제13차 방통위 심판정의 왼편. 앞줄 왼쪽부터 최윤정 당시 의안정책관리팀장, 이기주 상임위원, 김재홍 부위원장. 의안정책관리팀장이 사무처와 위원회 사이에서 안건을 조율하고 심판정 안팎을 관리한다. (사진: 방통위 홍보용 가상현실영상 갈무리)

▲지난 3월 10일 열린 2016년 제13차 방통위 심판정의 왼편. 앞줄 왼쪽부터 최윤정 당시 의안정책관리팀장, 이기주 상임위원, 김재홍 부위원장. 의안정책관리팀장이 사무처와 위원회 사이에서 안건을 조율하고 심판정 안팎을 관리한다. (사진: 방통위 홍보용 가상현실영상 갈무리)

최성준 위원장과 김재홍 부위원장, 김석진•고삼석 위원은 이기주 위원이 퇴장한 뒤로는 물론이고 23차 회의를 끝낸 뒤 회의장 밖에서까지 방송문화진흥회의 남북 방송 교류협력(북한 주민의 한국 방송 시청 확대 지원) 사업을 두고 서로 목소리를 높였다. 최 위원장이 이기주 위원처럼 23차 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 관련 사업을 논의할 까닭이 없다고 주장했고, 고삼석 위원은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최성준 위원장을 포함한 정부 여당 쪽 위원(김석진•이기주)은 ‘MBC 백종문 녹취록 사태’ 진상 조사 요구처럼 야권 쪽 위원(김재홍•고삼석)이 제기한 중요 의제와 안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삼석 위원은 5월 19일 기자와 만나 “(MBC 녹취록 사태와 함께) EBS를 포함한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 문제,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비위) 문제 같은 걸 (방통위가) 검토할 사안이 아니라며 아예 묵살한 것”을 정부 여당 쪽 다수결에 떠밀린 대표 사례라고 전했다.

이런 흐름은 제2기(2011년 3월 28일 ~ 2014년 3월 27일)와 제1기(2008년 3월 26일 ~ 2011년 3월 27일) 방통위로부터 줄기차게 이어졌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게 껄끄러운 문제가 방통위에서 제대로 논의되거나 합의된 적이 없다는 얘기다.

관료 출신 상임위원의 뒷심

최성준 위원장과 김재홍 부위원장, 김석진•고삼석 위원을 자리에 남겨 둔 채 퇴장한 이기주 위원의 뒷심은 무엇일까. 그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다고는 하나 지명도가 최성준 위원장보다 무거울 수는 없는 일. 이 위원은 새누리당 추천을 받은 김석진 위원보다 널리 알려진 인물도 아니다. 방통위 직위표도 ‘최성준‒김재홍‒김석진‒이기주‒고삼석’ 순으로 짜여 이 위원의 위치(넷째)를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이기주 위원은 최성준 위원장을 비롯한 나머지 위원들을 자리에 남겨 둔 채 퇴장하는 힘을 과시했다. 그 힘은 어디서 왔을까.

방통위 사무처를 실제로 다루는 뒷심이 최성준 위원장이 아닌 이기주 위원에게 있기 때문일 개연성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옛 정보통신부 출신 위원의 힘이다. 정부 행정법무 관련 업무를 한데 모아 다루는 차관회의에 이기주 위원만 참석하는 게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3명에 이른 방통위 사무처 직원들 눈길이 정통부 출신인 이기주 위원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차관회의에 참석하는 위원과 참석하지 않는 위원을 바라보는 관료 사회의 인식 차는 매우 크다. 방통위 사무처 직원들은 자신의 인사와 맡은 일에 영향을 미칠 위원을 더 성실히 대해야 한다는 걸 체득한 지 오래다. 방통위 안팎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도 “아무래도 (관료 출신이 사무처의) 자기 식구니까. (이기주 위원의 사무처 인사나 업무 관련) 입김이 가장 셀 것”으로 봤다.

차관회의 참석자를 두고 첫 단추를 잘못 꿴 건 제1기 방통위 때. 한나라당 추천을 받아 상임위원이자 전반기 부위원장을 지낸 송도균 위원이 2008년 3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차관회의에 참석한 뒤로는 후반기 부위원장(2009년 9월 ~ 2011년 3월)인 이경자 위원이 아니라 직위표상 다섯 번째였던 형태근 위원이 차관회의에 나갔다. 질서가 깨진 것. 야권 추천 위원이었던 이경자 부위원장의 차관회의 참석을 정부 여당 쪽이 껄끄러워해 배척한 결과였다. 그 뒤 차관회의 참석자는 대통령 지명 정통부 출신 위원인 형태근(제1기), 신용섭•김대희(제2기), 이기주(제3기)로 굳어졌다. 행정 부-처-청 사이 협력을 꾀하고 국무회의에 올린 안건을 심의하는 차관회의를 정통부 출신 위원들이 도맡으면서 이들의 방통위 내 뒷심이 더욱 강해진 건 물론이다.

야권 추천 위원은 견제에 한계

합의제(방통위) 설치 입법 취지가 용인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다수결에 의한 일방적 운영이 방통위 존립 근거와 정체성을 위협합니다.

김재홍 부위원장이 지난 3월 4일 2016년 제11차 회의에서 한 말. 정부 여당 쪽 위원들이 “다수결을 무기로 삼아 (야권 추천 위원의) 소수 의견을 묵살해” 합의제 행정 원칙이 무너졌다는 뜻이었다. 야권 쪽 고삼석 위원도 “다수 위원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MBC 녹취록 사태와 같은 걸 방통위에서 진상 조사와 자료 조사 요구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다수 위원이 (다룰) 권한이 없다고 해석하면 무력화한다”고 말했다.

그날 두 위원은 방통위 상임위원 간 정책 조율 도구인 비공식 간담회(티타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근본적인 변화를 바랐다.

▲지난 3월 10일 열린 2016년 제13차 방통위 회의. 앞줄 왼쪽이 김재홍 부위원장. 오른쪽은 최성준 위원장. 뒤에 앉은 이는 최성호 창조기획담당관으로 방통위 직제와 예산 따위를 맡는다. (사진: 방통위 홍보용 가상현실영상 갈무리)

▲지난 3월 10일 열린 2016년 제13차 방통위 회의. 앞줄 왼쪽이 김재홍 부위원장. 오른쪽은 최성준 위원장. 뒤에 앉은 이는 최성호 창조기획담당관으로 방통위 직제와 예산 따위를 맡는다. (사진: 방통위 홍보용 가상현실영상 갈무리)

김재홍 부위원장과 고삼석 위원의 반발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한 달여 만에 티타임에 다시 참석하기 시작한 것. 야권 추천 위원이 맡은 바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로 읽혔다.

지금까지 야권 추천 위원은 이경자•이병기(제1기), 김충식•양문석(제2기), 김재홍•고삼석(제3기)으로 이어졌다. 이 가운데 이병기 위원은 2010년 3월 서울대 교수로 되돌아가기 위해 임기를 1년 남겨 둔 채 스스로 그만뒀다. 양문석 위원은 그해 7월 이병기 위원이 비운 자리를 채운 뒤 제2기(2011년 3월 ~ 2014년 3월)까지 3년 8개월 동안 활동했다.

여당 추천 위원 구실도 제한적

송도균(제1기)•홍성규(제2기)•허원제, 김석진(이상 제3기)으로 이어진 여당 추천 위원의 구실도 제한적이다. 인사권이 없을 뿐만 아니라 따로 펼칠 수 있는 사업이나 정책도 많지 않았다.

특히 SBS(송도균•허원제), KBS(홍성규•허원제), MBC(송도균•김석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 자리를 이은 게 업무와 활동 범위를 좁혔다. 송도균 위원이 제1기 방통위의 전반기 부위원장으로서 차관회의에 참석했지만 역시 인사권이 없어 방통위 안 영향력이 작았다. 홍성규•허원제 위원도 제2, 제3기 방통위의 전반기 부위원장이었으나 차관회의에 아예 나가지 않아 행정법무 관련 업무에서 더욱 멀어졌다. 김석진 위원은 20대 총선에 출마하며 사임한 허원제 위원의 빈자리를 채웠기 때문에 남은 임기 동안 부위원장이 될 수 없다.

중립 위원장 임명 체계가 열쇠

위원장 임명 체계를 바꿔야겠죠.

방송통신 정책 행정에 밝은 업계 전문가의 지적. 독립적이고 공정한 방통위 의결 구조를 갖추기 위한 선결 조건인 ‘중립 위원장’을 찾을 열쇠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지명하는 체계를 접고 정부 여당과 야권 교섭단체가 합의한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장이 중립하고 정부 여당과 야권 쪽 위원이 ‘2 대 2’로 맞서는 의결 구조를 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 선생(멘토)인 최시중(2011년 3월 28일 ~ 2012년 2월), 관료이자 한국통신(옛 KT) 사장이었던 이계철(2012년 3월 ~ 2013년 4월), 여당 4선 국회의원이던 이경재(2013년 4월 ~ 2014년 3월). 그 누구도 당파와 기업 이해에 치우지지 않을 만한 배경을 갖추지 못한 위원장이었다.

최성준 제3기 위원장(2014년 4월 ~ )도 매한가지.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33년 동안 판사였던 그를 대통령이 지명해 임명장을 준 터라 이미 한쪽에 치우칠 개연성을 품었다.

▲지난 3월 10일 열린 2016년 제13차 방통위 심판정의 오른편. 앞줄 왼쪽부터 김석진 위원, 고삼석 위원, 정종기 기획조정실장. 뒷줄은 왼쪽부터 김상순 위원장비서관, 김수진 속기사, 진성철 홍보협력담당관, 김용수 공보팀장. 김수진 속기사는 방통위 심판정의 산증인이다. (사진: 방통위 홍보용 가상현실영상 갈무리)

▲지난 3월 10일 열린 2016년 제13차 방통위 심판정의 오른편. 앞줄 왼쪽부터 김석진 위원, 고삼석 위원, 정종기 기획조정실장. 뒷줄은 왼쪽부터 김상순 위원장비서관, 김수진 속기사, 진성철 홍보협력담당관, 김용수 공보팀장. 김수진 속기사는 방통위 심판정의 산증인이다. (사진: 방통위 홍보용 가상현실영상 갈무리)

대통령이 위원장(최성준)과 위원 1명(이기주)을 지명하고 여당이 1명(김석진)을 추천해 ‘3 대 2’ 다수결 구도로 짜는 상임위원 임명 체계로는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할 수 없음이 정책행정 현장에서 거듭 방증됐다. 종합편성방송채널사용사업자 선정 작업이나 KBS•MBC•EBS 임원 임명 과정 따위에서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결정이 되풀이된 것.

이런 허점은 위원장과 관료 출신 위원에게 힘이 쏠린 방통위 인사•행정법무 구조에 힘입어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한쪽으로 기울기 쉬운 의결 체계를 깰 첫 열쇠는 ‘중립 위원장’이고, 두 번째 열쇠는 ‘상임위원의 방송통신 전문성’이라는 게 방통위 안팎 중론이다.

화, 2016/05/2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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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혁 스포츠토토 빙상감독이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개명전 ‘장유진’)씨 소유 차명회사인 ‘누림기획’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의 전무이사직을 맡고 있는 이규혁 감독은 그 동안 장 씨와 함께 영재센터와 관련된 이권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재능기부 차원에서 참여했을 뿐, 금전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뉴스타파의 취재로 이 감독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누림기획’은 장시호씨가 주도해 설립한 영재센터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받아 갔다는 의혹이 제기돼 온 곳이다.

▲ 영재센터 협력사 '누림기획'의 주주명부

▲ 영재센터 협력사 ‘누림기획’의 주주명부

“금전적 이익 없었다” 이규혁 주장 설득력 잃어

이규혁 감독은 지난 20년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를 지낸 빙상스포츠계의 간판스타다. 2014년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그는 지난해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주도한 영재센터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에 영재센터가 깊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스포츠계 이권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장유진은 가까운 중학교 후배고, 광고기획 쪽 일을 잘 안다고 해서 영재센터 일에 관여하게 된 것으로 안다. 월급도 안 받고 재능기부 형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시작한 것인데 일이 이상하게 됐다. 돈 받은 것도 하나도 없고 개인적으로 잘못한 게 없다.이규혁 감독, 11월 1일 중앙일보 인터뷰

그러나 뉴스타파는 최근 영재센터와 관련된 취재를 진행하던 중 이 감독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는 자료를 다수 확인했다. 이 감독이 장시호 씨가 진행한 각종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누림기획 주주명부에 ‘이규혁’ 이름 명시

먼저 뉴스타파가 입수한 영재센터의 협력사 누림기획의 ‘주주명부’에 따르면, 이 감독은 설립 당시부터 누림기획의 지분 30%를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 지분 70%는 장 씨 소유였다.

이런 사실은 이 감독의 역할이 장시호 씨의 사업을 순수하게 도와준 정도를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누림기획의 설립과 운영, 향후 수익배분 등에까지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단서다.

뉴스타파는 영재센터의 자금 수천만 원이 누림기획에 흘러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자료도 확보했다. 그 동안 장 씨의 차명소유 회사인 누림기획은 영재센터와 쌍둥이처럼 설립, 운영됐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누림기획이 어떻게 영재센터를 통해 각종 이권에 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뉴스타파가 민주당 신동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영재센터의 정산보고서에 따르면, 영재센터와 누림기획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최소 3개월 이상 거래를 지속해 왔고, 시간이 갈수록 거래 규모가 커졌다.

▲ 영재센터 정산보고서(2015.12~2016.2) (출처:신동근의원실)

▲ 영재센터 정산보고서(2015.12~2016.2) (출처:신동근의원실)

정산보고서에 따르면, 누림기획은 지난해 12월 온라인광고대행 용역(330만 원)을 시작으로 캠프관련 제작물 디자인 용역(1650만 원), 홈페이지 관리 및 홍보 용역(330만 원), 빙상캠프 행사진행 용역(2850만 원)을 연달아 수주했다. 이렇게 세 달 동안 얻은 수익만 총 5,200여만 원에 달했다.

누림기획 통해 챙긴 돈, 최소 5천700여만 원

뉴스타파는 신동근 의원실 자료와는 별도로 영재센터가 지난해 11월에도 누림기획과 거래를 했음을 보여주는 세금계산서 사본도 확보했다. 이 문서에는 영재센터가 누림기획에 온-오프라인 홍보대행 용역 명목으로 550만 원 가량을 지급했다고 기재돼 있다. 세금계산서가 발행된 때는 영재센터가 문체부의 지원을 받아 각종 캠프사업을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지난 10월까지 누림기획이 영재센터의 각종 사업을 진행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실제 거래규모는 뉴스타파가 확인한 액수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 영재센터와 누림기획의 거래내용을 담고 있는 세금계산서

▲ 영재센터와 누림기획의 거래내용을 담고 있는 세금계산서

이 수상한 거래와 관련 누림기획의 한 전직 직원은 최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영재센터와 누림기획의 거래 관계가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영재센터의 업무를 수행할만한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사실상 ‘셀프 용역’을 주고 받는 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누림기획의 직원은 사실상 장시호씨의 측근이자, 영재센터의 직원인 김모 씨 한 명이었다. 김 씨가 누림기획과 영재센터를 오가며 각종 행사 관련 홍보물을 제작했다. 누림기획 전직 직원

이 전직 직원의 증언은 영재센터의 쌍둥이처럼 설립, 운영된 누림기획이 사실상 영재센터에 들어온 정부와 기업의 지원금을 빼 먹기 위해 급조된 회사였다는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참고로 영재센터는 2015년 6월 설립된 이후 정부와 기업 등에서 15억 원 가까운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이 가운데 삼성이 낸 돈만 5억 원에 달했다.

뉴스타파는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이규혁 감독과 영재센터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연락해 해명을 요구했지만, 끝내 답을 듣지 못했다.


취재 : 오대양, 김강민

목, 2016/11/1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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