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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문재인, 점입가경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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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문재인, 점입가경 박원순

익명 (미확인) | 수, 2018/08/08- 16:34

어느덧 문재인 정부가 〈8.2부동산 대책〉(실수요 보호와 단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지 1년이 지났다. 〈8·2부동산 대책〉을 요약하면 ‘투전판으로 전락한 청약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고, 양도세를 높여 투기유인을 줄이며, 투기의 진앙 역할을 하고 있는 강남 재건축 시장에 투기세력이 진입하는 걸 억제하고, 금융규제를 통해 과잉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투입되는 총량을 억제하겠다’정도가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8.2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주거복지로드맵과 가계부채종합대책을 연이어 내놓으며 부동산 시장 안정에 힘을 쏟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패키지가 주효한 탓인지 뜨겁게 달아오르던 서울 및 수도권의 주택시장은 거래량과 가격 양 측면에서 소강상태에 놓였다. 

물 건너간 보유세 개혁, 고개드는 부동산 투기심리

하지만 잠잠하던 서울의 아파트 시장이 움직이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서울 아파트값 다시 꿈틀…”3.3㎡당 2400만원 돌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서울의 아파트 시장이 꿈틀대는 것일까?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만한 큰일이 있었던 것 아니다. 재경개혁특위의 알량한 종부세 개혁안을 기재부가 뭉개 보유세 개혁이 사실상 형해화 된 사태를 제외하곤 말이다.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은 부동산 시장에 정부 정책이 미치는 효과를 절대 간과하지 않는다.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시장격언이 까닭없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시장참여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부 정책을 통해 판단한다. 그리고 시장참여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철학과 관점에 대해 가늠하는 기준은 단연 보유세에 대한 입장이다. 양도세도, 청약규제도, 금융규제도, 재건축 관련 규제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아닌 보유세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 개혁에 별 뜻과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시장이 바로 반응하는 게 그 방증이다. 시장은 보유세 개혁에 별 관심이 없는 문재인 정부를 보고 이 정부 임기 안에는 부동산 불로소득의 사전적 차단이나 사후적 환수가 여의치 않을 것이고, 따라서 부동산에 투기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한 듯 싶다. 문재인 정부는 토지공개념 개헌이라는 용의 머리로 시작했지만, 보유세 개혁 포기라는 뱀의 꼬리로 귀결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시장은 토지공개념 개헌보다 보유세에 훨씬 관심이 많다.

 

재벌-지주 동맹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박원순 시장 

 

용의 머리를 그리려다 뱀의 꼬리를 그린 문재인 대통령이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데 이어 박원순 시장은 부동산 시장에 휘발유를 부어 시민들을 경악시켰다. 박 시장이 지난 10일 싱가포르에서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하겠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서울역- 용산역 구간을 지중화하고 그 위에 마이스(MICE. 회의·관광·전시·이벤트) 단지와 쇼핑몰 등을 짓겠다고 공언해 여의도 및 용산 등의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켰기 때문이다.(대권 길트는 박원순 vs 집값 소방수 김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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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겨레

박원순 시장은 지금과 같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사전적으로 차단하거나 사후적으로 환수할 장치들이 극히 미비한 상태에서 서울시의 수장이 노른자위 땅의 개발을 천명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녕 모른단 말인가? 나는 박 시장이 대권플랜을 가동한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박 시장의 계획과 공언이 부동산 시장을 혼란에 빠트리고 재벌-지주들에겐 꿈과 희망을, 땅이 없는 시민들에겐 절망과 고통을 안겨줄 것이란 사실만은 분명히 안다.

부동산공화국 해체에 나설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이는 대통령과 오히려 투기세력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서울시장을 바라보는 심정은 참혹하고 답답하다. 대한민국이 부동산공화국이라는 오명과 작별하는 날이 오긴 할 것인지 모르겠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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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대통령의 당선은 한반도 평화회담을 재개하고, 한 세대에 영감을 불어넣는 동아시아 내 안보를 위한 포괄적 비전을 추구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으로 일하던 노무현 대통령 정부 시절의  6자 회담 당시 불거졌던 의혹과 분쟁을 부채질했던 오해와 혼선을 벌써 감지할 수 있다.

‘햇볕정책’을 둘러싼 부정적인 인상을 초월하는 진정한 의미의 본래적 접근방식을 수용하지 않는 한, 문재인 대통령은 워싱턴과 도쿄, 그리고 서울의 회의론자들의공격에서 – 이들 회의론자들은 많은 이들이 지향하는 원대한 계획을 실현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 자신을 방어하는데 정권 전체를 할애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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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열린 6자회담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유력한 대안 중 하나로 꼽히지만, 2008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심지어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6자회담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다. 이로써 북핵문제를 다룰 국제적 협의틀이 사실상 사라졌다.

6자회담 멤버들과 인도의 관계

6자 회담의 멤버들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미국)을 한자리에 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국가들이 이번  6자회담이  10년전에 시도했던 것의 반복에 불과하다고 느낀다면, 이 어려운 협상은 희망보다는 더한 절망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다른 국가가 이 절차에 참여하여  6자 회담의 개최국 역할을 하면 어떨까?

관련된 모든 국가와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의견 불일치에 있어서는 직접 당사자가 아닌, 비핵화와 관련된 까다로운 이슈를 해결한 광범위한 경험이 있는 나라 말이다. 

대체 그런 나라가 어디냐고 물을 수 있다. 사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좋게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가 바로 그런 나라이다.

인도는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에 대사관을 두고 있으며, 북한의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기도 하다. 동시에 인도는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고, 평양의 현실적인 개혁을 고무한 바 있다.

인도는 또한 중국과 여러 단계에 걸친 장기간의 연대를 가지고 있다. 분쟁이 없었던것은 아니지만, 여기에는 ‘친디아 (Chindia)’로 알려진 경제통합의 일부로 이루어진 거대한 쌍방협력도 있었다. 이 두 국가는 개발도상국의 두 리더로써 깊은 군사 및 외교관계를 가지고 있다.

인도와 러시아의 관계 또한 넓고 깊다. 이 관계는 6자회담을 확장하여 아시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안보에 관한 이슈를 다룰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잠재적 접근방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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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북핵 6자회담에서의 9.19 공동성명 타결 직후의 모습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인도는 개발도상국들과 강한 연대를 유지해왔을 뿐만 아니라, 6자회담을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모든 노력에 대해 무척이나 회의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일본과 미국과 가까운 관계를 구축하는데 있어서도 놀랄만한 혁신과 유연성을 보여왔다.

인도는 일본 및 미국과 무역과 안보에 대한 매우 진지한 논의를 한 바 있다.  양국 모두 인도가 중개한 거래를 그들의 국가이익과 긴밀한 관계를가지는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많은 수의  6자회담 회의론자들이 거대한 인도지지자 (big India boosters)들이다.

마지막으로, 인도는 강한 경제를 가지고 있으며, 자유무역협정과 인도 내 한국 기업들의 거대한 투자규모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국과 연대를가지고있다.

인도는 정직한 중개인, 그리고 오랜 동반자로써, 오직 소수의 국가들에게만 가능한 방식으로 한국에 접근할 수 있다.

뉴델리에서 6자회담을 연다면…

뉴델리에서 다음 6자회담을 개최했다고 상상해보자. 어떤결과가있을것인가?

물론 커리가 매우 맛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회담 멤버들이 높이 평가하는 중립국이라는 점이다. 이런 변화만으로 회담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

인도는 가장 훌륭한 두 명의 평화운동가, 석가모니와 간디의 출생지로써, 진지한 회담을 하기에 완벽한 장소이다.

6년 간의 비동맹운동 리더로써, 인도에서의 회담은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진지함을 가져올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를 가진 국가들 중 하나, 인도가 모두의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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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6자회담 멤버국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남북한과도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6자회담 개최국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뉴델리는 평양의 핵프로그램에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다른 불만을 가진 적이 없으며, 한반도의 평화를 지역 전체의 평화를불러올 수 있는 더 넓은 행동을 하기 위한 핵심으로 간주한다.

인도는 지역 내 공정한 통합을 통해 이익을 얻는 나라이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역내 충돌 위험은 인도에게도 안 좋은 일이다.

인도는 한국과 북한 모두와 경제적으로, 또 외교적으로 강한 연대를 가지고 있다. 한국과 북한 모두, 뉴델리에서 마음의 평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도는 외교적적으로 국제적 신뢰를 받고 있으며, 북한문제 논쟁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완벽한 위치에 있다. 모디 총리의 역동적인 리더십 아래 인도는 한반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6자 회담 참가국들이 마음과 눈을 열도록 격려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인도 최초의 국제주의자였던 석가모니는 이렇게 말했다. “그대 자신이 길 그 자체가 되기 전까지는 그 길을 여행할 수 없다”

목, 2017/08/1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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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경력과 실적에 근거해 정치 리더를 뽑는 중국의 정치적 실적주의(political meritocracy)가 오히려 서구의 선거민주주의보다 낫다”

이같은 논쟁적 주장을 담은 <차이나모델>의 저자, 대니얼 벨 산동대 교수가 오는 21, 22일 한국의 독자들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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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판 ‘차이나모델’ 책을 들고 있는 대니얼 벨 교수.

첫번째 행사는 21일 오후 3시,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차이나모델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열리는 토론회입니다. 

(사)다른백년 등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경희대), 강정인 교수(서강대), 나종석 교수(연세대), 소준섭 박사(국회도서관 조사관), 이정남 교수(고려대) 등이 지정토론자로 나섭니다. 

두번째 행사는 22일 오후 7시, 북카페 비플러스(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2길 16-12)에서 ‘차이나 모델, 중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왜 유능한가’라는 주제로 열리는 북토크입니다.

두 행사에 참가를 원하시는 분들은 선착순으로 여기(☞ 신청서 작성)로 신청서를 작성해 주십시오. 공간 제약으로 선착순으로 참가자를 받는 점, 양해 바랍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다른백년으로 전화(02-3274-0100)으로 전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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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7/08/1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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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10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소속이 외교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바뀌었을 뿐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 자리 그대로다.

노무현 정부에서 조지 부시 미 행정부를 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계 협상을 주도했다면,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한미FTA개정 협상을 지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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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취임사를 하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사진 출처: http://www.news33.net/)

김 본부장은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수동적이고 수세적인 골키퍼 정신은 당장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예측 가능하게 행동하기를 원하는 건 협상 상대방 뿐”이라고도 했다. 취임 일성부터 한미FTA 재협상을 위한 포석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한미FTA의 주역

‘김현종 귀환’에 대한 평가는 논쟁적이다. 한미FTA의 직격탄을 맞은 농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촛불정신을 훼손하지 말라”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2005년 김 본부장이 주도한 쌀시장 개방 재협상에 대한 국회비준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다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정용철·홍덕표 농민이 사망한 트라우마가 가시지 않고 있다. 새 정부에서 또다시 통상 개방으로 농민의 삶을 앗아 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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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청와대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모임 ‘농민의 길’과 시민단체모임 ‘FTA(자유무역협정) 대응 범국민대책위’가 정용철, 홍덕표 농민의 영정을 들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출처: 전국농민회총연맹).

김 본부장은 대한민국이 처한 통상 환경을 위기 상황으로 진단하며 자신의 복귀의 불가피성을 에둘러 설명한다.

그는 “우리에게는 안이하게 상황을 판단하거나 오판할 여유가 없다”며 “전시 지도자와 평시 지도자는 달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모범답안을 새로이 쓸 때”라고 말한다. 그는 “과거의 통상정책과 전략이 원교근공(遠交近攻: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한다)이었다면 이제는 성동격서(聲東摩西: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이 과연 참여정부의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과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조기유학 1세대…업신여김 극복하려 독종으로 공부

김 본부장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노르웨이 대사까지 지낸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두 살 때부터 미국, 일본 등지를 거듭 옮겨 다니며 자랐다.

14세때 아버지가 네덜란드 대사관으로 발령을 받자 가족과 떨어져 미국에 남아 공부했다. 이 때문에 조기 유학 1세대로 꼽히기도 한다. 조기유학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7막7장’의 주인공 홍정욱 헤럴드 회장보다 11년 앞서간 나 홀로 유학 길이다.

매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의 보딩스쿨(기숙학교) 월브라햄 앤 몬슨 아카데미(Wilbraham & Monson Academy)가 모교다. 지금도 한국인은커녕 아시아계 학생도 찾아보기 힘든 백인 중심의 유명 사립학교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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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은 김현종 본부장의 부모 김병연(오른쪽)·최정심 부부. 오른쪽 사진은 초등학생 시절의 김현종 본부장(오른쪽)과 동생 현용 씨. (사진 출처: http://egloos.zum.com/)

김 본부장은 독종으로 여겨질 정도로 공부에 매달렸다. 밖으로 나가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위해 책상 아래 바닥에 못 박아 고정한 운동화를 신고 공부한 일화도 알려져 있다.

“미국 아이들이 두 시간 공부한다면 나는 4, 5시간 공부해야 이길 수 있다”는 각오였다고 한다.

‘마이너리티’(소수자)라는 자각이 채찍이 됐다. 김 본부장에게 미국·일본에서의 생활은 또래 친구들이 경험할 수 없는 하나의 기회였지만, 때로는 ‘조센징’으로 때로는 ‘옐로 칼라’로 이유 없는 멸시를 받아야 하는 인내의 시간이기도 했다. 어린 김현종 홀로 들기에는 만만찮은 짐이다.

부친인 김병연 전 코리아헤럴드·내외경제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대사관 근무 때 소학교에 입학시켰는데, 일본 아이들이 조센징이라고 놀려대 크게 상처받고 학교에 안 가겠다고 했다”며 “자신이 소외계층에 속한다는 생각이 어린 현종에게 ‘남들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각오를 갖게 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1977년 아이비리그에 속한 컬럼비아대에 진학해 국제정치학을 전공, 석사학위를 받는다. 내쳐 통상법 전공으로 진로를 바꿔 법학박사 학위도 따낸다.

1982년 같은 대학 로스쿨로 진학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뒤에는 뉴욕 월스트리트로 활동 무대를 옮긴다. 대형 로펌에서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1985년부터 4년간 활동했다. 로펌 근무 중 단기 선사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김 본부장은 1989년 귀국해 김·신&유 법률사무소에 몸담는다.

 유창한 영어와 한국어… “내 ‘에센스’는 국익”

김 본부장은 한국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다. 1993년 홍익대 교수 공채에 응모해 무역학과 조교수로 채용된다.

1995년 외교통상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대책반 고문변호사로 위촉되면서 정부와 첫 인연을 맺는다. 무역분쟁과 관련해 필요한 소장을 작성하고 증빙서류 등을 준비하는 일이 주어졌다.

한국산 TV에 대한 미국의 덤핑관세 부과, 한국의 농수산물 수입통관절차에 대한 미국의 제소, 한국 주세 불평등에 대한 제소 등 거의 모든 무역분쟁을 다뤘고, 승소율도 높았다.

김 본부장은 1999년에는 동양인 최초이자 최연소라는 기록을 세우며 WTO 법률자문관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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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본부장은 지난해 WTO 상소기구 위원으로 선임돼 최근까지 활동하다 이번에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되면서 사임했다.

전세계에서 난다 긴다 하는 140여명의 통상전문 변호사를 물리치고 WTO법률국 수석법률자문관 자리를 차지했다. 김 본부장은 “WTO에 들어가기 위해 통상법률 분야의 핵심 인사들과 교류하고, 시사에 뒤떨어지지 않게끔 50여 종의 통상법률 국제학술지를 구독하는 등 꼬박 5년을 준비했다”며 독종의 면모를 드러냈다.

김 본부장의 세계관에 가까운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자각은 그를 다시 한국으로 이끈다.

2003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대비해 통상교섭조정관으로 영입한 것이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당선인 신분이던 노 대통령 요청으로 통상분야에 대한 비공개 프레젠테이션을 한 것이 계기가 됐지만, 연봉이 반토막 나는 선택을 한 데 대해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김 본부장은 이에 대해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에센스가 있는데, 내게는 국익”이라며 “국익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독 ‘국익’, ‘국가관’ ‘애국심’ 등의 단어를 많이 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우리말 실력이 출중한 것도 “언제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준비해온 덕이다.

28ÀÏ ³ë¹«Çö´ëÅë·ÉÀÌ ÇÑ´ö¼ö ±¹¹«ÃѸ®,±èÇöÁ¾ UN´ë»ç, ¹®ÀçÀÎ ºñ¼­½ÇÀåµî°ú ÇѹÌFTAÇù»óÀ¯°øÀå°Ý·Á¿ÀÂùÀåÀ¸·Î °É¾î¿À°íÀÖ´Ù.
2007년 8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FTA 유공자 격려 오찬장으로 입장하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의 모습.

김 본부장은 초등학교 3, 4학년 2년간만 서울에서 다녔을 뿐, 대부분의 시간을 해외에서 보냈다. 생각도 영어로 하고, 꿈도 영어로 꿀 정도로 영어가 친숙하다.

하지만 우리말도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없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법전을 읽어내는 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유창하다. 부모님의 힘이 컸다. 집에서는 한국어만 쓰도록 했다.

어머니 최정심씨가 학년에 맞춰 국어, 국사 등 한국 교과서를 마련해 가르쳤다. 만화책은 가장 좋은 교과서였다. 월가 로펌에서 근무할 때도 빠듯한 시간을 쪼개 ‘공포의 외인구단’을 빠짐없이 읽었을 정도로 만화 사랑이 대단한 배경이다.

김 본부장은 자신과는 반대로 자녀들에게는 미국 만화책으로 영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승부사 기질 강한 FTA협상 적임자… 친미·친대기업 꼬리표

김 본부장은 2003년 1급 통상교섭조정관으로 공직 입문 1년 2개월만에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 자리를 꿰찬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통상협상 전문가답게 한미FTA 체계에 속도를 더한다.

그는 FTA전도사를 자임하며 국익론을 앞세워 국내의 반대 여론을 지워간다. “개혁 개방을 미루고 기존 시장에만 안주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김 본부장을 FTA 반대 진영에서는 “개방주의적 친미주의자”라고 몰아세웠다.

반면 국익에 어긋난다면 FTA 협상을 언제든 내던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 그를 ‘개방주의적 국수주의자’라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는 이도 적지 않다.

일례로 2007년 한미FTA 협상 당시 김 본부장이 협상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일화를 든다.

2007.4.2 / 2ÀÏ ¿ÀÈÄ ¼­¿ï ÇÏ¾æÆ®È£ÅÚ¿¡¼­ ¿­¸° ÇѹÌFTA Çù»ó Ÿ°á ¹ßÇ¥ ±âÀÚȸ°ß¿¡¼­ ±èÇöÁ¾ Åë»ó±³¼·º»ºÎÀå°ú Ä«¶õ ¹ÙƼ¾Æ ¹Ì¹«¿ª´ëÇ¥ºÎ ºÎ´ëÇ¥°¡ ¾Ç¼ö¸¦ Çϰí ÀÖ´Ù. / ¿À¸¶ÀÌ´º½º ±Ç¿ì¼º
2007년 4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김 본부장은 협상 마감을 하루 앞두고 카란 바티아 미통상대표부(USTR) 부대표에게 “24시간 안에 많은 이슈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협상은 끝났다. 짐 싸서 워싱턴으로 돌아가라”고 최후통첩 했다.

자동차 등 한미간 최대 통상 현안과 관련해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승부수 띄운 것이다. 결국 미 측이 협상 마감시한을 목전에 두고 대폭 양보한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협상이 마무리 될 수 있었다.

김 본부장이 한미FTA 개정 협상의 적임자를 평가가 적지 않은 배경이다.

다만 친미, 친대기업 성향의 행보 등의 논란 가능성은 여전하다. 김 본부장은 공직에서 물러난 뒤 주UN 대한민국대표부 특명전권대사를 역임했다.

2009년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에 영입돼 2011년까지 재직하며 애플과 특허소송 등을 총괄했다. 지난해에는 WTO 상소기구 위원으로 선임돼 최근까지 활동했다.

WTO 실무규칙에 따라 상소기구 위원이 사퇴할 경우 이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90일간 정부직을 맡지 못하도록 돼 있기도 하다.

월, 2017/08/1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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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른백년의 고정 필진인 페스트라이쉬 교수의 신간 ‘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이 출간됐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이 지정학적 운명론을 떨치고, 스스로 세상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가 한국의 원칙과 신념을 자신있게 지구촌에게 선언하라고 격려한다. 

한국은 과거 선진국의 꽁무니를 쫓는 위치에서, 지금은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길을 만들어 가야할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4년 동안 여러 곳에 발표한 글을 새롭게 다듬은 것으로,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깊이 이해하는 저자의 매서운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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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7/08/1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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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한겨레신문(2017. 8. 8)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도 증세 카드를 꺼냈다. 증세 없이는 복지가 가능하지 않다는 시민사회 진영의 당연한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졌지만, 그 정도 증세로 복지국가 건설은커녕 대통령의 공약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증세안이 나오자 ‘세금폭탄’론이 또다시 등장했다. 조세가 재산권 침해라 보는 세력의 힘은 여전히 막강하다.

성장을 통해 전체 경제 파이를 늘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는 성장이 곧 고용과 복지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도 충분히 확인했다. 그래서 공공지출의 확대를 통해 고용을 확대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지, 장차 어떤 사회경제 시스템을 만들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그것은 누가,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더 내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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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복지를 원하면 그만큼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갈수록 복지수요와 요구는 증가하는데 거기에 비례해 세금을 내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점에 어려움이 있다. 많은 조건이 필요하겠지만, 정부의 공정한 법집행에 대한 사회적 신뢰,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풀겠다는 사회적 연대의식 등이 필요하다. (이미지 출처: 시사인)

한국의 조세부담률, 사회복지 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세계 모든 사람들이 살기 좋은 나라로 지목하는 북유럽 국가는 모두 조세부담률이 높고 공공 사회지출의 비중이 매우 높다.

그리고 사회 양극화로 갈등이 심한 나라 대부분은 조세부담률이 낮은데, 그것은 국가가 국민을 위해 실제로 할 수 있는 재원이 부족해서 각자가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나라들은 취약한 복지를 자선과 기부로 메운다.

자본주의 국가들을 단순하게 분류하면 높은 조세로 공공복지를 유지하는 나라와, 낮은 조세로 인한 사회 파괴의 위험을 자선과 기부로 막는 나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북유럽 복지 자본주의가 전자라면 미국·영국 등 앵글로색슨형 자선자본주의는 후자에 속한다.

당연히 중북부 유럽 국가들이 삶의 질이 높고 사회통합성도 높다. 조세부담률이 낮다는 점에서 한국은 영미형 국가에 가깝지만, 자선이나 기부도 이들 국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는 점에서, 아직 이런 국가의 반열에 들어서지 못했다.

즉 복지, 교육, 의료, 주거의 상당 부분을 사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한국에서는 ‘능력 있는’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 간의 격차와 갈등이 매우 심각하다. 이른바 ‘수저 계급론’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한국은 가족책임, 가족투자 국가다. 국가나 사회에 대한 낮은 신뢰 수준과 공공서비스의 부족이 가족주의를 강화해왔다. 큰 부자들이 반칙으로 돈을 벌어도 세금도 잘 내지 않고 사회적 책임도 지지 않기 때문에, 작은 부자들도 재산을 무조건 자식에게 물려주려 한다.

국가의 공공 인프라 확대로 거저 얻은 부동산 재산이 자녀들에게 편법으로 상속되는 것이 가장 정의롭지 않은 일이다. 재벌, 언론, 사학, 대형교회 등 사실상 공공적 성격을 가진 기관이 한 가족에게 독점, 상속되는 행태는 한국 사회의 천박한 수준을 말해준다.

어쨌든 낮은 조세, 낮은 사회지출 국가인 한국이 하루아침에 복지국가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중위 조세부담, 중위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기부를 어렵게 만드는 제도와 법을 손봐서 ‘사회적 상속’의 관행을 확산해야 한다.

조세부담률이 높거나 기부가 활성화된 나라들은 모두 국민의 정치 참여율이 높거나 신뢰 수준이 높다. 즉 국민이 정치과정에서 배제되지 않고, 정부를 믿어야 자발적으로 세금도 내고 기부도 한다는 이야기다.

작은 부는 노력과 행운의 결과지만, 큰 부는 모두 국가나 사회의 인프라로 얻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중위의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사법정의 수립,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립, 그리고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대기업에 대한 각종 특혜나 조세감면 조치를 없애야 하고, 불로소득을 엄격히 추징해야 하며, 불법 편법 상속 관행을 막아야 한다.

또한 국민의 80%는 지금보다 소득세와 소비세를 더 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는 물론 토지보유세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한편 한국처럼 국가가 모든 것을 주도하는 나라에서는 사회적 역량 강화를 위해 자선보다는 공공영역에 대한 기부를 더 격려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문화인들이 정부 지원에만 의존할 경우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사건 같은 것이 일어난다. 문화, 교육, 학술 영역의 재단 설립이 확대되어야 사회가 튼튼해진다.

정부는 조세와 기부를 점진적으로 높여 후진적인 가족투자 국가에서 사회연대 국가로 이행하기 위한 로드맵을 보여주어야 한다.

목, 2017/08/1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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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의 대통령은 이재용이었고, 비서실장은 장충기였다. 박근혜와 김기춘은 들러리처럼 보였다.”

최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도한 <시사IN>에 따르면, 국정농단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 과정에서 나온 이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못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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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정유라 특혜 지원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출석한 장충기 전 차장의 모습.

청와대와 국정원의 고위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장 전 사장에게 내부 정보를 보고한다. 대법관 후보자로 추정되는 인사는 계속해서 자기 상황을 보고하면서 삼성의 눈치를 본다.

전직 검찰총장은 삼성에 근무하는 사위의 인사를 청탁한다. 언론인들은 떨어지는 떡고물 하나 없을까 하고 연신 굽신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장 전 사장이 대체 어떤 인물이었길래 그의 주변에서 쉴 새 없이 정보가 드나들고 검은 청탁이 오가며 때론 쉬파리까지 들끓었을까. 그는 삼성에서 정보 및 대관(對官)업무를 총괄해 온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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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장충기 문자’를 보면, 낯 뜨거워 볼 수 없을 정도의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청탁이 가득하다.

대관 업무란 정부나 국회 관계자들을 만나서 정보를 수집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때론 로비활동까지도 벌이는 업무를 말한다. 그의 삶을 추적하다보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은 어쩌면 예견된 사건이었음을 알게 된다.

‘삼성의 제갈량’으로 불린 기획통

‘삼성 기획통의 삶 그 자체’로 불리는 장충기 사장은 1954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부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이 부산고 동기로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져 있다. 부산고 후배로는 역시 삼성 내에서 전략통으로 꼽히는 윤순봉 전 삼성서울병원 사장이 있다.

서울대 무역학과 동문으로는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박상진 삼성SDI 사장 등이 있다.

최지성 전 실장은 직장생활도 장 전 사장과 삼성물산에서 출발했고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우연히도 두 사람 모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함께 기소된 처지다.

서울대 재학 시절에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우연히 서울 종암동의 같은 하숙집에서 살며 친구가 됐다고 한다. 하숙집에서 그는 ‘부산고 천재’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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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초반, 서울 종암동 하숙집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3인. (이미지 출처: 중앙일보)

홍준표 대표는 “고2 때까지 반에서 48등을 하다 고3 때 ‘서울대 상대에 가야겠다’고 선언하더니 몇 개월 만에 성적을 최상위권으로 올렸고, 정말로 서울대 상대에 갔다. 당시 충기는 정말 머리가 비상했다”고 회상한다.

1978년에 삼성물산에 입사하면서 삼성그룹에 첫발을 내딛는다. 삼성에 ‘기수’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생긴 것이 그 해 입사한 19기라고 한다. 훗날 이들은 임원급만 70여명을 배출할 정도로 잘 나갔다.

장 전 사장은 삼성물산에서 전자2과, 일반상품과, 완구팀 등을 거쳤다.

기획통으로서 발돋움한 것은 1993년이었다. 그해 삼성물산은 전략경영팀을 신설하고 경영 효율 극대화를 위한 ‘2000년 장기 비전’ 수립을 맡긴다. 신설된 이 전략경영팀의 팀장을 맡은 인물이 장 전 사장이었다.

그 후 장 전 사장은 1995년 삼성그룹 비서실 기획홍보팀 기획담당 이사보로 자리를 옮긴다. 삼성그룹 총수체제의 핵심이자 컨트롤 타워에 진입한 것이다.

1959년 이병철 회장 시절 출발한 삼성그룹 비서실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구조조정본부로, X파일 사건이 불거진 2006년 전략기획실로 간판을 바꿔달기도 하고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이후 잠시 해체되기도 했지만 이내 2010년 미래전략실로 부활한다.

장 전 사장은 비서실을 거쳐 구조조정본부 기획팀장, 전략기획실 기획홍보팀장을 지냈고 해체 시기에는 브랜드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다가 다시 부활한 미래전략실의 커뮤니케이션팀장을 맡았다. 20년이 넘도록 그룹의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셈이다.

최근까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의 바로 아래인 미래전략실 차장으로, 이른바 ‘실차장’으로 불리면서 그룹 내 3인자로 꼽혔다. 장 전 사장은 임원 승진 이후 한 번도 휴가를 가지 않았을 정도로 일에 몰두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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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도 당시의 삼성 미래전략실 조직도. (이미지 출처: http://premium.chosun.com/)

미래전략실의 기능은 재무와 경영진단·지원, 기획홍보, 인사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삼성전자 사장단도 크게 COO(전략·기획) 출신, CMO(마케팅) 출신, CFO(재무) 출신, CTO(R&D) 출신 등 4개 파트로 나눠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장 전 사장은 전통적으로 기획 파트를 맡았고, COO형 인사로 분류된다.

여기서 ‘기획’이란 무엇일까. 흔히 생각하듯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투자를 조정하고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일까. 그런 업무들은 미래전략실 내에 경영과 재무 파트에서 담당한다.

삼성에서의 ‘기획’ 업무란 사주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는 업무를 말한다. 이때 주가 되는 것이 바로 대관업무를 비롯한 대외 협력 업무다.

기획홍보라는 이름으로 같은 파트에 있어도 홍보가 ‘양지’의 커뮤니케이션을 맡는다면, 기획 파트는 ‘음지’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

예전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실 기획 파트에서 하는 일은 웬만한 고위급 인사들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보안 수위가 높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획 파트는 X파일 사건, 비자금과 편법 승계 등과 같이 삼성이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는 업무들을 음지에서 수행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인적 네트워크를 관리·동원하고 필요하면 로비까지 불사하는 것이다.

이건희 인물…이재용 체제에서도 건재

장 전 사장은 ‘삼성의 제갈량’으로 불린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 신년사를 대신 쓰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 내 기획과 정보수집, 분석 등의 업무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 전 사장은 이건희 체제의 대표적 인물이었고, 이재용 체제로 넘어와서도 여전히 건재했다. 전략기획실이 해체돼 삼성물산 보좌역으로 물러나야 했던 시기에도 그는 계속해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만큼 삼성 입장에서는 ‘쓰임새’가 컸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일을 소신껏 밀어붙이지만 꼼꼼하게 일처리를 한다는 의미의 ‘불도저와 돌다리’라는 독특한 별명 역시 의미심장하다.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그룹의 로비를 담당한 핵심 임원 30여명의 명단을 특검팀에 제출했다. 그 중 국회 등 정치권과 금융감독원 로비를 맡은 인물로 올라와 있던 것이 장 전 사장이었다. 그는 이 일로 특검 수사에 불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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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 삼성은 이건희 회장 퇴진 등을 포함한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2008년 4월 22일 이건희 회장이 경영쇄신안 발표하고 임직원들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이때 해체됐던 전략기획실은 2010년 미래전략실로 부활했다. (사진출처: 뉴시스)

김용철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 일가의 자산 중 상당부분이 임직원 명의의 차명으로 관리되고 있는데 그 명의를 빌려준 사람 중 한 명이 장 전 사장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2007년 임채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에는 베네스트 골프장에서 임 총장 후보자와 장 전 사장이 함께 자주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에버랜드가 소유하고 있는 베네스트 골프장은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로비가 주로 이루어졌던 장소라고 지목했던 곳이다. 장 전 사장의 부산고 1년 선배인 임 전 총장은 사위의 인사를 부탁한 문자메시지에서도 알 수 있듯 계속해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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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임채진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장충기 전 차장과의 골프 회동이 도마에 올랐다. 그리고 이번에 드러난 장충기 문자에서는 장 전 차장에게 삼성에 근무하는 사위의 인사청탁 문자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 비자금 사건 이후 물러났던 이건희 회장이 다시 일선에 복귀한 뒤 삼성 서초사옥에 본격 출근하면서 한 일은 바로 장 전 사장을 미래전략실 차장에 임명한 것이었다. 이는 이건희 회장이 본격적으로 ‘몸을 푸는’ 신호탄처럼 해석됐다.

장 전 사장이 최지성 실장과 함께 ‘현명관-이학수’, ‘이학수-김인주’ 등로 대표되는 삼성의 실·차장 라인 핵심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때부터 이미 안팎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무적 토대를 제공할 인물로 장 전 사장을 꼽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에도 여러차례 교체설이 나돌았지만 그는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그런 장 전 사장이 왜 휴대전화를 순순히 특검에 압수당했는지, 또 문자메시지를 삭제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이다.

대관 업무의 핵심으로서 휴대전화만 7~8개를 가동했을 법도 한데 그는 어떤 연유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자신감이었을까, 아니면 모든 걸 포기한 심정이었을까.

그는 법정에서 “10년 넘게 한 번호만 썼고 다른 휴대전화는 없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내 휴대전화에 저장된 문자메시지가 논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숨길 게 없었다’는 태도다.

삼성공화국의 민낯

박영수 특별검사는 지난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경영권 승계의 편의를 봐 주는 대가로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300억 원대의 뇌물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에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 전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 최지성 미래전략실장과 함께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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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전 사장은 특검 수사 이전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여야 간사 간 협의에서 빠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삼성의 로비력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그 만큼 핵심 인물로 꼽혔고, 또 삼성 입장에서도 보호해야 할 인물이었던 셈이다.

미래전략실의 최고 우두머리는 최지성 부회장이지만, 사실상 대관 업무를 총괄하면서 실질적으로 외부 인사를 접촉하고 일을 만들어나간 것은 장 전 사장이었던 것이다. 특히 장 전 사장은 삼성의 청와대 창구를 맡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여러 차례 접촉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장 전 사장의 문자메시지는 ‘뇌물 재판’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삼성의 뇌물 대가성 여부를 더욱 확실히 굳혀주는 증거로 채택될 것인지, 아니면 그저 변호인 측 주장처럼 “대관업무를 하는 사람에게 여러 사람의 문자가 오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장 전 사장의 문자메시지가 삼성 X파일 녹취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이어 ‘삼성공화국’의 민낯을 보여준 대표적 사건으로 매김할 것이란 사실이다.

금, 2017/08/1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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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한미 양국군의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시작되고, 이에 대해 북한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상태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2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시스코 교육회관(212호)에서 ‘한반도 군사적 충돌위기, 탈출전략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평화전략시국 대토론회가 열립니다. 

이번 대토론회는 (사)다른백년과 (사)평화통일시민연대가 주최합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김준형 한동대 교수가 ‘한반도 군사적 충돌위기, 탈출전략은 없는가’, 김동엽 경암대 교수가 ‘북핵문제/사드배치, 탈출전략은 없는가’, 이장희 명예교수가 ‘한반도 군사적 충돌위기, 평화 시민단체의 역할과 과제’ 등을 주제로 발표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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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7/08/2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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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문에는 독자가 별 관심이 없는 시시콜콜한 내용이 가득하다. 최근 UN에서 북한을 제재하기 위해 각 국의 외교관과 정치가의 일거수 일투족을 중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어느 누구도 그런 제재가 북한의 핵 개발을 멈추게 할 거라고 믿지 않을 것이다.

한국 언론은 독자들에게 나라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를 알리는 기능을 더 이상 하지 못하는 ‘환상의 공간’이 된 것 같다. 대신 오해와 혼란만을 야기하는 것 같다.

이러한 언론의 타락은 사람들을 장님으로 만들고, 북핵보다 더 위험한 위협이 되고 있다. 보수매체든, 진보매체든 마찬가지이다.

북한에 대한 UN의 제재를 다룬 신문들은 국제사회의 이면에 대해 거의 다루지 않는다. 동아시아에는 미사일 실험과 소요에 관한 협약이 없기 때문에 국제법상 미사일 발사는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은 지적되지 않는다. 또 북핵을 핑계로 중국, 미국, 일본, 한국이 핵무기 경쟁을 할 위험성을 지적하는 신문도 좀처럼 볼 수 없다.

결국 가장 중요한 뉴스가 빠져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침묵하는 한국 언론

더욱 놀라운 점은 미래의 더 큰 재앙인 기후변화에 대해 신문들이 완벽히 침묵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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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가운데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해 진지하게 보도하는 매체를 찾아 보기 힘들다.

한국인들은 해가 갈수록 왜 이렇게 날씨가 더워지는지, 왜 이렇게 가뭄이 심한지 궁금해하지만, 그에 대해 설명하는 신문은 드물다. 홍수 문제 아시아 사막화 문제 그리고 장기적인 변화에 대한 설명은 좀처럼 찾을 수 없다.  

 만약 기후변화가 신문 헤드라인이 된다면, 그건 적어도 추측이 난무하는 북핵보다 과학적으로 더 정확한 기사일 것이다. 그렇지만 기후변화가 헤드라인이 되는 일은 없다.

 비과학적인 북핵 관련 기사, 가능성 매우 낯은 북한 핵무기 공격은 그토록 자주 나오면서 왜 기후변화 기사는 그렇게 적을까. 나는 혹시 북핵 이슈로 기후변화 이슈를 덮으려는 음모가 아닐까 의심해본다.

 북핵에 정신에 팔려 사람들은 사막화와 해수면 상승, 온난화 등에 대해 대책을 세울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기후변화 이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 궁금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원자력발전소와 공장의 미세먼지에 대해 진전된 대책을 내놓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이 없다.

미세먼지에 대해 잠깐 언급했지만, 더 큰 위기인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 또는 박근혜 대통령보다 더 언급 횟수가 적다.

더군다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가 완전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과학전문가들이 말하는 기후변화 관련 대책에 대해 반대한다.

문재인 대통령, ‘한국의 오바마’되나?

하지만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비판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는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 그가 혹시 한국의 오바마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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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변화를 기치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결국 월스트리트와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리버럴한 간판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마바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에 대한 대중의 염증을 바탕으로 선거에서 ‘변화’를 약속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자마자 그의 주변은 티모시 가이트너같은 월가 은행가들로 가득찼다. 부시 정부가 시작한 해외 전쟁을 계속 했을 뿐 아니라, 그 전쟁을 리비아, 시리아 등으로 확대했다.

적폐인 투자은행, 군산복합체 등에게 오바마는 매우 유용한 존재였다. 오바마는 흑인인데다 진보적인 성향이었기 때문에 비판적 지식인들이 자신들의 사업과 군사주의를 비판하는 것을 오바마를 통해 방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미디어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항상 좋게 보도되곤 했다. 이는 진정한 개혁을 추진하다 미디어의 지속적 공격을 받았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대조된다.

북핵 이슈에 대한 태도,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완전한 무시 등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오바마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리버럴을 표방함으로써 사실상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험한 정책을 펼쳤던 오바마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건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촛불을 배반하는 것이 될 것이다. 잘못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들이 자신의 이익을 감추는 트로이의 목마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누가 그의 정책이 잘못됐다며 청와대 앞에서 또 촛불시위를 할 수 있겠는가?

월, 2017/08/2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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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체제’란 한국(ROK)과 조선(DPRK)이 국제법상 정상국가로 상호 인정하고 수교하여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상태를 말한다.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이후 남북의 국제적 지위와 상태가 실제로 그러하다. 그 현실을 현실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세계전쟁’이란 한반도 남북 대립을 빌미로 주변 강대국 간의 긴장이 국지전으로 비화하고 (‘상징적 타격’의 교환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동북아시아로, 세계로 비화하는 전쟁을 말한다. 이 상황은 총 한발이 세계전쟁으로 번져갔던 제1차 세계대전 전야(前夜)와 유사하다. 그 결과는 어느 편도 원하지 않았던, 예측하지 못했던 대참사였다.

지난 9월 3일 정오 함경도 지하에서 60-70 킬로톤 전후의 고강도 핵실험이 있었다. 가까운 북중국 연길, 길림 등에는 주민들을 공포에 빠뜨릴 만큼의 큰 진동이 감지되었다. 거리상 그 다음 가까운 곳은 이 나라, 대한민국이었다. 일본과 미국은 그 규모를 100킬로톤 이상으로 ‘후하게’ 상향 평가했다. 현재 미일 집권층은 북핵의 위협을 상향 평가할수록 정치적으로 이익이 된다.

이 중 가장 애써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이 나라, 대한민국이다. 그날 인터넷 검색 순으로 보면 프로야구 소식이 이 핵실험을 눌러, ‘북핵보다 쎈 프로야구’라는 기사가 돌았다. 반면 일본은 비상이다. 8월 29일 북의 미사일이 일본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떨어졌다. 일본 여러 도시에서 핵 대피 훈련이 시행되고 있다.

배짱 세기로 하면 조선(DPRK)을 이길 데가 없다. 핵실험을 하거나 말거나 미사일이 어디로 날아다니거나 말거나 태평해 보이는 한국(ROK)의 배짱을 한참 넘어선다. 내 상대는 오직 미국, 도날드 트럼프다. 조선이 보내는 ‘서울 불바다’ 협박에 한국민이 전혀 태연하다면, 조선은 미국이 보내는 핵 세례를 육탄으로 받겠다고 태연하다. 이 ‘태연함’은 기마민족의 위대한 기상인가? 해외 언론이 이 상황을 불가사의하다고 보는 건 당연하지 싶다.

우리 한국인들은 지난 87년 6월 항쟁 시 전두환 독재의 마지막 선물을 두고 ‘위대하다 최루탄아’라고 풍자할 여유를 가졌다. 그 담대한 우리 민족은 이제 ‘위대하다 원자탄아’라고 또 한 번 여유만만하자는 것인가?

사태의 핵심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동구권 붕괴·소련 해체 이후 미국은 조선도 금방 붕괴할 줄 알았다. 한국이 소련(1990년), 중국(1992년)과 수교했지만 미국은 조선과 결코 수교하지 않았다. 미국이 인정해주지 않을수록 조선은 핵개발에 죽자 사자 올인했다. 그리고 이윽고 오매불망하던 핵보유 국가가 되었다. 조선이 핵보유국 지위에 그토록 목매다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미국은 우리를 없애려 하지 말라. 미국으로부터 주권 인정을 받겠다는 것이다.

조선이 또 하나 목매는 것이 있다. 소위 ‘통미봉남(通美封南)’, 요즘 통용되는 말로 ‘코리아 패싱’이다. 미국과만 교섭하고 한국은 배제한다는 것이다. 가만 들여다보면 이는 결국 조선의 입장에서 한국이 ‘진실로’ 위협이라는 말이다. 미국은 군사적 위협일 뿐이지만, 한국은 군사적일 뿐 아니라, 지리적·경제적·문화적·정서적으로도 위협이다. 인접한 같은 민족이고 더 잘살기 때문에 그 만큼 몇 갑절로 체제 존립에 위협적이다. 소위 ‘코리아 패싱’은 한국이 무력해서 벌어지는 일이 결코 아니다. 정 반대다. 진실로 위협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북측이 의도적으로 조성하고자 하는 상황이다.

북이 핵으로 북미협상을 하겠다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한국을 무시하겠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같다. 한국이 인정하지 않는 북미수교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촛불혁명 이후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지위는 과거와 같지 않다. ‘코리아 패싱’이란 이제 조선에게도 허언일 뿐 아니라 자충수다. 한국이 북미수교의 다리가 되어 주지 않으면, 조선이 원하는 것을 절대로 이룰 수 없다. 조선이 체제보장을 원하면 한국을 먼저 보아야 한다. 한국과 협력해야만 한다. 촛불혁명 이후 한국은 준비가 되어 있다.

인정해야 할 사실이 있다. 그 동안 미국 조야의 여론에서 한국의 이미지란 “북한이라는 악당이 우리를 먹어치우지 않게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바짓가랑이 잡고 애처롭게 매달리는 존재였다. 일반 한국인은 설마 하겠지만, 그 동안 한국의 집권층은 미국의 조야에 실제 그런 모습을 보여 왔다. 한국전쟁 이후 근 70년이 흘렀고 남북의 상황이 이 만큼 변했음에도 그 비굴함은 한결같았다.

지난 촛불혁명 기간 기묘했던 태극기-성조기 집회가 그걸 잘 보여줬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동안 안방에서는 기고만장한척 했었다. 조갑제가 그랬던가, 남한의 탱크가 평양의 주석궁을 접수할 때 통일은 이루어진다고. 그러나 그들의 그림에서는 항상 남한의 탱크 위에 미국의 전폭기가 까맣게 날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미국 없이 남한의 탱크만으로 북을 ‘수복’할 의지도 용기도 없었다. ‘수복’은커녕 자주국방의 의지조차 없었다. 그들은 겁쟁이들에 불과했다.

촛불혁명으로 그런 겁쟁이들의 허풍은 확실히 사라지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달라졌다. 조선이 진실로 체제보장을 원한다면 이 명백한 사실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한국의 진심어린 협력 없이 결코 조선은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을 받지 못한다. 한국과 조선이 서로를 인정할 때야만 조선은 미국과 수교할 수 있다.

온 세계가 주지하듯 트럼프의 미국 정부는 혼란과 공백 상태다. 이 ‘절호의’ 상황에서 비로소 조선은 핵 질주의 자유를 얻었고, 이로써 조선이 원하던 주권의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고 믿는가? 세계의 많은 진심어린 식자들은 하나 같이 반대로 말한다. 조선의 핵 질주가 실제로 손뼉을 맞춰주고 있는 것은 트럼프나 아베와 같은 대결 세력들뿐이라고. 세계전쟁의 길을 닦고 있을 뿐이라고.

수, 2017/09/0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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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6차 핵실험 이후 천하의 여론방·토론방이 뜨겁다. 의견백출, 백가쟁명이 나쁘지는 않지만 어쩐지 코끼리 다리 만지기 식이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문제가 큰 데다 워낙 변수가 많고 그조차 매우 복잡하게 꼬여 있기 (또는 그렇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보니 문제를 보는 시각과 주목하고 강조하는 지점이 백인백색이다. 국제적으로도 관련 당사국마다, 또 그 내부에서도 입장과 관점에 따라 강조점이 크게 다르다.

양국체제는 중성미자와 같은 전혀 새로운 발상

이럴 때 전혀 새로운 착상이 필요하다. 복잡하게 어질러진 테이블을 싹 밀치고 백지 위에서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중성미자
물리학에서 ‘중성미자’의 발견은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혀줄 핵심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중성미자처럼 해방 이후 70여 년 동안 생각하지 못해왔던 것이 한반도 양국체제 아닐까? (이미지: 인터넷 캡처)

일례로 물리학에서 ‘중성미자(neutrino)’의 발견이 그렇다. 방사선 방출로 원자의 성격이 변할 때, 기존 입자와 새로운 입자의 에너지 합이 일치하지 않았다. ‘에너지 불변의 법칙’에 위배되는 골치 아픈 현상인데,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전혀 새로운 발상이 나왔다. 보이지 않고 관측되지 않는 미세입자가 이 변환 과정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역사적으로 뛰어난 착상들이 종종 그러했듯 이 생각도 처음에는 황당하다고 조롱받았다.

그러나 이 착상에 몰두한 이들이 결국 그 존재를 입증해냈다. 애초에 ‘보이지 않고 관측되지 않는다’고 하였던, 그래서 조롱을 받았던 이 입자는 이제 물리학·우주론의 최대 총아가 되었다. 지구와 태양의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가 하면,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혀줄 핵심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보이지 않기는커녕 알고 보니 가장 많은 입자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몸을 수조 개의 중성미자가 투과하고 있다. 다행히 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양국체제’가 중성미자 같은 것 아닐까? 해방 이후 70여 년 동안 생각하지 못해왔던 것, ‘보이지 않고 관측되지 않았던 것’이 한반도 양국체제 아닐까? 반드시 하나라고 생각해왔던 것이 문제 해결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는 것 아닐까? 실은 하나가 아니라 둘인데 말이다. 그 70여 년 간 좌든 우든 남이든 북이든 통일을 말해왔다. ‘분단’은 일시적이고 ‘통일’은 항구적이다 라고. 오직 하나만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하나만 알면 곤란하다. 둘을 생각해 볼 때다.

반드시 하나여야 한다가 남북의 독재 불러

반드시 하나라고 하니까 70년 동안 피차 죽기로 악착같았던 것 아닌가? 먹히지 않으려고 말이다. 서로 인정하고 제각각 잘 살아보자고 하면 안 되나? 절대로 불가능한가? 그렇다면 도돌이표다. 피차 사생결단, 죽기로 악착같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다 보니 남이든 북이든 독재가 판쳤다. 독재를 끊어 보자고 4·19를 하고, ‘서울의 봄’을 하고, ‘광주항쟁’을 하고, ‘6월 민주화 대항쟁’을 했지만, 결국 다시 독재가 되돌아 왔다. 다이하드(die hard)였다. 잡초보다 끈질겼던, ‘독재가 민주를 회수하는 마의 순환고리’였다. 이제 위대한 촛불이 또 한 번 독재를 끊었다. 이번에는 영영 끊어야만 하겠다.

그 지긋지긋했던 ‘독재의 순환고리’가 먹고 살았던 것이 ‘분단체제’다. 통일을 해야 하는데 저기 휴전선 너머 남에, 휴전선 너머 북에, 불구대천의 원수, 적이 있다. 이 흉악한 적과 맞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는 독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독재자들은 이야기해 왔다. 그것을 유신 독재라 하든, 인민 독재라 하든, 이름을 뭐라 그럴 듯하게 붙이든, 그것은 그냥 적나라한, 창피할 정도로 아주 지독한 독재였을 뿐이다.

남북정상회담

한반도 양국체제란 간단하다. 한국(ROK)과 조선(DPRK)이 수교하여 공존하는 것이다. 한국이 중국, 러시아와 수교한 것처럼, 조선도 미국, 일본과 수교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정상(正常)이다. 이미 다 유엔 회원국들이다. 유엔헌장에 회원국들은 서로 주권을 인정한다고 되어 있다. 유엔 회원국들끼리 수교를 안 하고 있는 게 비정상일 따름이다.

한 민족이 두 나라를 이룬다는 것이 하등 이상할 이유가 없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멀쩡히 잘 살고 있다. 옛적 통일신라와 발해도 멀쩡히 잘 살았다. 서로 하나라고, 반드시 통일하겠다고, 아등바등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둘이라고 오가지 못하나?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워진다. 서로 비자 받아 오가면 된다. 경제 협력이 안 되나? 이거야 지금보다 안 될 수는 없으니 두 말하면 잔소리다.

발해 신라
한 민족이 두 나라를 이룬다는 것이 하등 이상할 이유가 없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도 그렇지만 우리 민족도 옛적 통일신라와 발해가 멀쩡히 잘 살았지 않은가. 서로 하나라고, 반드시 통일하겠다고, 아등바등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양국체제일 때 남북협력 오히려 더 증진될 것

둘이 되더라도 초반에는 관계가 안정되기까지 덜컹거림이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익숙해지는 데 필요한 잠시 동안의 물리적 상수일 뿐이다. 시작이 반이다. 남과 북이, 한국과 조선이, 서로를 인정하겠다는 결심을 확고하게 굳히는 것, 그 합의를 이루는 것이 우선이고 중요하다. 이 결심이 진실하고 솔직하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면 된다.

하기로 하면 남 탓할 일이 많기는 하겠다. 그러나 남 탓 이전에 우리 내부를 먼저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한국과 조선이 이렇게 움직여 갈 때, 주변 어느 나라도 이 길을 대놓고 반대하거나 방해하지 못한다. 도대체 어떤 나라가 그럴 권리와 명분이 있다고 나서겠는가? 세계가 축하할 것이다. 세계를 평화롭게 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수, 2017/09/1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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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사람들은 다 가기 싫다고 했고, 다정한 사람들은 가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저는 또 다른 길을 떠납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는 지난달 25일 춘천지방법원장 근무를 마감하며 도종환 시인의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이라는 시를 인용했다. 김 후보자는 “누구나 힘들어하는 길이기에 어쩌면 더 의미 있는 길인지도 모르겠다”며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가는 것은 전혀 다르지만, 여러분을 믿고 그 길이 어떤 길인지는 모르지만 나서보겠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은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대법관 출신이 아닌 세 번째 대법원장이 되는 김 후보자의 대법원장 인선을 놓고 사법부 내에서는 ‘환영’과 ‘충격’으로 반응이 극단적으로 엇갈린다.(사진: 연합뉴스)

김 후보자가 양승태 현 대법원장보다 13기수 후배라는 것부터 이번 인선은 파격으로 평가 받는다. 현직 13명의 대법관 중 9명이 기수상 선배이기도 하다. 대법관을 거치지 않고 대법원 수장 후보가 됐다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대법관 출신이 아닌 세 번째 대법원장이 된다. 1948년 초대 대법원장에 오른 가인 김병로 선생을 제외하면 1961년 조진만 대법원장 배출 이후 48년만의 일이다. 조 전 대법원장의 경우 앞선 1951년 법무부장관 등을 역임했음을 감안하면 일선 법원장이던 김 후보자의 발탁이 어느 정도 파격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김 후보자는 청렴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법원 공식 행사 외에는 관용차를 타지 않고, 16년 된 2001년식 SM5 자가용을 직접 운전해 다닌다. 대법원장 지명 후 양승태 대법원장 면담을 위해 서울 서초동 대법원을 방문할 때는 춘천에서 동서울터미널까지는 시외버스를, 서울 시내 이동은 지하철을 이용해 혼자 움직여, ‘BMW(Bus-Metro-Walkㆍ버스와 지하철, 걷기)족’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춘천지법원장 이임식을 마친 뒤에도 승용차를 직접 운전해 서울로 향했다. 조수석에는 19년을 함께한 반려견이, 뒷좌석에는 김 후보자의 부인 이혜주씨가 앉아 배웅 나온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김 후보자의 대법원장 인선을 놓고 사법부 내에서는 ‘환영’과 ‘충격’으로 반응이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을 취임하면 사법부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관건은 가뜩이나 보수적인 사법부 내부의 저항을 김 후보자가 어떻게 돌파해 낼 것이냐다. 김 후보자는 “31년 5개월, 법정에서 재판만 해 온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법관회의
6월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열고 있다. 법원행정처 소속 고위법관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계기로 열린 이 회의에서는 사안을 조사한 법원의 진상조사 결과에 대한 평가와 연루자의 책임 규명, 사법행정권 남용 재발방지 개선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연합뉴스)

“난 31년 재판만 한 사람… 어떤 수준인지 보여드리겠다”

김 후보자는 195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고를 졸업해 서울대 법학과로 진학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이 고교 동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고교 3년 후배다. 양승태 현 대법원장보다 13기나 아래인 사법연수원 15기로, 사법시험 동기 가운데도 정치권 핵심 인사들이 유독 많다.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유기준 한국당 의원, 주중대사를 맡았던 권영세 전 의원, 김기현 울산시장 등이 거론된다.

그렇다고 정치권과 특별한 인연이 있지는 않다. 오로지 판사의 길 한 길만 걸었다. 김 후보자는 1986년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판사를 시작 법관 생활을 시작한다. 이후 1999년부터 3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잠시 자리를 옮긴 것을 제외하면 30여년 법원 생활 내내 법정을 떠나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특히 법원 내 민사법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 법원행정처가 ‘법원실무제요’를 펴낼 때 민사편(민사실무제요) 발간위원으로 참여해 원고 집필을 주도했다. 민사실무제요는 민사재판을 맡는 법관과 법원 직원들을 위한 실무지침서로 정석과도 같은 필독서로 분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경력은 김 후보자에게는 자부심이고, 의지의 원천인 듯하다. 김 후보자는 8월 22일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직후 “31년 5개월 동안 법정에서, 그것도 사실심(1, 2심) 법정에서 당사자들과 호흡하며 재판해 온 사람”이라며 “그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어떤 모습인지 이번에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진보 성향 판사의 ‘대부’… 사법민주화 주도

김 후보자는 법원 내 대표적 진보 인사로 꼽힌다. 진보성향 판사모임이라는 수석어가 붙는 법원 내 연구단체 ‘우리법연구회’의 일원이라는 이유가 크다.

박시환-법률신문
김명수 후보자는 유력한 대법원장 후보자로 하마평에 함께 올랐던 박시환 전 대법관보다 더 강한 개혁 성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사진:법률신문)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사법부 개혁의 도화선이 됐던 이른바 ‘제2차 사법파동’ 이후 만들어졌다. 제2차 사법파동은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전두환 군사정부 시절 임명된 김용철 대법원장을 유임시키려 하자 판사 300여명이 사법부 독립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하며 이에 맞서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새로운 대법원 구성에 즈음한 우리들의 견해’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대법관 전면 개편을 포함한 사법부 민주화와 과거 시국사건과 관련한 정치적 판결에 대한 법원의 자성 필요성 등을 주장했다. 이에 김 대법원장이 성명서 발표 이틀 만에 자진 사퇴하면서, 사법개혁의 물꼬가 트이게 된다.

김 후보자는 2004년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참여정부 때로, 우리법연구회가 전성기를 맞은 시기다. 창립 회원인 강금실 판사는 법무장관으로, 박범계 판사는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초대 회장 박시환 판사는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박 전 대법관은 이번 대법원장 인선 과정에서 김 후보자와 함께 하마평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우리법연구회는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보수진영으로부터 ‘법원의 하나회’라는 정치공세에 시달리다 2010년 결국 해산 수순을 밟는다.

김 후보자는 이후에도 진보 판사의 대부로서 역할을 이어간다. 우리법연구회 후신 격으로 만들어진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초대ㆍ2대 회장을 지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유엔 국제인권법 매뉴얼 한국어판을 발간했고,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함께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첫 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독점 문제를 제기하며 8년 만에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를 주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회적 약자ㆍ소수자 배려하는 판결로 정평

김 후보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는 판결을 많이 내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합법노조 지위를 유지하는 결정을 내린 2015년 11월 판결이 대표적이다. 당시 전교조는 해직교원이 가입됐다는 이유로 법적 지위를 박탈하려는 고용노동부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었다. 2심까지 법원은 전교조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그 해 6월 대법원은 노동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서울고법 행정10부 재판장으로 파기환송심을 맡은 김 후보자는 대법원의 결정과 달리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효력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를 깨고 독립적 결론을 내린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이와는 별개로 진행중인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은 법원이 판단을 미루며 현재 500일째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노동기구(ILO) 등은 전교조 법외노조 등과 관련해 국제노동기준에 어긋나는 법 조항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양승태-한겨레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취임하면 사법부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김명수 개혁’은 사법부에 많은 상처와 논란을 불러온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의 청산과 혁신으로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한겨레신문)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가 2015년 조창희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회장을 해고한 사건에 대해서도 무효 판결을 내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삼성에버랜드는 노조활동을 위해 직원 개인정보를 외부 이메일로 전송한 것을 문제 삼았지만, 김 후보자는 이를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했다. 2011년에는 5공화국 대표적 공안 조작 사건인 ‘오송회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와 가족에게 국가가 150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시대에 맞는 대법원장” 자신감… 사법부 내 개혁 저항 난제

이런 김 후보자에 대해 법조계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무엇보다 대법원장 후보자로 하마평에 함께 올랐던 박시환 전 대법관보다 더 강한 개혁 성향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사법개혁을 바라는 법관들은 김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고법 부장판사 이상 고위직을 중심으로 법조계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법관들은 김 후보자의 등장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후보자가 법관의 관료화 문제를 주요 개혁 과제로 꼽고 있다는 점이 고위직 법관들이 반발하는 한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근무평정을 하는 법원장이나 인사권자인 대법원장에 반하는 의사표시를 하기가 쉽지 않고, 상급심 판결에 반하는 판결을 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는 법원 내 문화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법원 내 기득권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보수적인 사법부 내부의 반발을 극복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도 놓여 있는 셈이다.

김 후보자는 하지만 사법부 안팎의 우려와 관련해 “이 시대에 맞는 대법원장”이라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김 후보자는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판사는 소송당사자들의 주장과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보편타당한 원칙을 기초로 분쟁의 합리적 해결책을 찾아가는 사람”이라며 “저 역시 판사로서 다양한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개인의 기본권 보장과 소수자 보호라는 사법의 본질적 사명에 충실했을 뿐, 이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생각을 가져 본 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이 된다면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전관예우의 원천적 근절과 공정한 재판에 대한 법관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 권위 같은 것은 모두 내려놓고 그야말로 여태까지 재판 중심 사법행정 되지 않았다는 것을 바로잡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목, 2017/09/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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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2회 유엔 총회가 개막된 가운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북핵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도 해결책은 군사행동이 아닌 정치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고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다.

“완전한 해결이란 정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군사행동은 엄청난 파괴를 초래할 수 있고, 이를 회복하는데 수 세대가 걸릴 것입니다.(The solution can only be political. Military action could cause devastation on a scale that would take generations to overcome.)”

북핵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를 전달하면서도 군사적 해결이 아닌 정치적 외교적 방식으로만 이 문제를 풀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구테흐스 총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의 최근 핵과 미사일 실험이 동북아시아와 국제 안보에 심각한 불안정을 초래했다”고 비판하면서도 국제사회에 평화적인 해결책을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총장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전임 반기문 총장에 이은 제 9대 유엔 사무총장이다. 포르투갈 총리 출신인 그가 국제사회 평화의 증진을 위해 보이고 있는 활발한 행보는 전임자와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 뉴시스)

구테흐스 총장의 단호한 ‘反 군사행동’ 경고

“대결적인 수사들은 사태를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군사적 행동의 잠재적 결과는 끔찍할 것이며, 정치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Confrontational rhetoric may lead to unintended directions. The solution must be political solution must be political….”

그는 유엔의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두 가지 새로운 계획도 발표했는데, 하나는 평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의 배가로서 그 일환으로 고위급 중재 자문위원회(High-Level Advisory Board on Mediation)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으며 다른 하나는 유엔 양성평등 제고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우리가 국제연합으로서 함께 행동할 때 사람들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번 총회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일반토의(General Debate)에는 세계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데 문 대통령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국가원수 90여 명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 러시아 라브로프 외교장관, 리용호 북한 외무상 등 총 196명이 각국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다음은 구테흐스 총장의 연설 전문이다.

언론 관계자 여러분. 참석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여러분을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우리는 매우 바쁜 한 주를 보내게 될 것입니다. 다음 주에 세계 지도자들이 이곳에 모입니다. 핵의 위협과 전 지구적 테러리즘, 불평등과 사이버 범죄 등 세계가 중대한 위협에 직면한 시기에 말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허리케인과 홍수를 보면서,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기상이변이 향후 더 자주 발생하고 더욱 심각해질 것임을 예상하게 됩니다.

어떤 나라도 이러한 도전을 홀로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한다면 한층 안전하고 안정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유엔 총회가 대단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유엔총회-뉴시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2회 유엔 총회가 개막됐다.(사진: 뉴시스)

오늘 저는 전 세계가 가장 우려하는 두 가지 이슈, 그리고 두 개의 개혁과제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미얀마의 상황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방치되어 심각해진 불만이 이제 미얀마 국경을 넘을 만큼 고조되었고, 지역의 안정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인도주의와 관련한 상황은 비극적입니다. 우리가 지난 주 만났을 당시,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로힝야 난민은 12만5천 명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숫자가 38만 명으로 세 배가 되었습니다. 많은 수의 로힝야 난민이 임시 거처에 머물거나, 가진 것을 너그러이 나누려는 공동체에 의탁하고 있습니다. 여성과 아동이 굶주리고 영양결핍 상태로 들어옵니다.

 

세계가 두려워하는 두 가지 이슈, 북핵과 미얀마 사태

저는 모든 국가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인도주의적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는 저의 염려를 담은 공식 서한을 안보리에 전달했습니다. 이 위기에 관하여 토의하기로 한 안보리의 오늘 결정을 환영합니다.

저는 라카인 주에서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이 벌인 공격에 관하여 규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보안군이 일반 시민을 공격했다는 충격적인 보고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유엔과 국제 비정부기구들의 구호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저는 미얀마 정부에게, 군사행동의 중단과 폭력의 종식, 법률의 준수, 그리고 미얀마를 떠나야만 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귀국할 권리를 부여할 것을 요청합니다.

저는 미얀마 정부에게 유엔과 비정부기구의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을 보장할 것을 촉구합니다.

저는 이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유할 수 있는 효과적인 행동계획 수립을 다시 요청합니다. 라카인 주 이슬람교도들에게 반드시 국적을 부여해야만 합니다. 적어도 이들에게 거주이전의 자유와 노동시장과 교육 및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법적 지위가 먼저 허용되어야 합니다.

반기문-연합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전임자인 반기문 총장. (사진: 연합뉴스)

 

북핵 해결, 군사행동은 절대 안돼  

이제 북한에 관하여 말씀드리려 합니다.

북한이 실시한 핵과 미사일 실험은 한반도와 주변 지역 및 그리고 그 너머까지 커다란 불안과 긴장을 조성했습니다.

안보리의 일치된 결정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번 주에 만장일치로 채택된 새로운 결의안은 북한이 국제적인 의무를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저는 모든 회원국에게 안보리의 이번 결의안과 관련 결의안들을 온전하게 이행할 것을 요청합니다.

안보리의 일치된 결정은 한편으로 외교적 해결의 기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입니다.

완전한 해결이란 정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군사행동은 엄청난 파괴를 초래할 수 있고, 이를 회복하는데 수 세대가 걸릴 것입니다.

여러분, 저는 유엔의 활동을 강화하기 위하여 두 가지 새로운 계획도 발표하고자 합니다. 이는 제가 가지고 있는 보다 광범한 개혁 의제의 일부입니다.

사무총장에 취임하면서, 저는 평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의 배가를 주창했습니다. 이후 저 스스로 외교적인 교섭을 늘려왔고 유엔의 중재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저는 오늘 고위급 중재 자문위원회(High-Level Advisory Board on Mediation)의 새로운 설립을 발표합니다.

 

평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 배가할 것

중재라는 극도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경험과 전문성 및 깊은 이해와 광범한 네트워크를 지닌 18명의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인물들로 위원회가 구성될 것입니다. 명단은 여러분 모두에게 배포될 예정입니다.

위원회가 구체적인 중재 노력에 관한 조언을 저에게 제공하고 지원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중재 이슈와 관련하여, 우리가 지역기구와 비정부그룹 및 여타 주체들과 더욱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또한 오늘 저는 저의 유엔 양성평등 전략을 내놓습니다. 이 로드맵은 급박한 요구와 도덕적 의무, 운영상의 필요에 부응합니다.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우선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전략은 2021년까지 고위직에서의 양성평등을 성취하고, 2028년까지 전체적인 평등을 성취할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미 저는 제 몫의 노력을 해 왔습니다. 지난 1월부터 제가 유엔 사무국 내각에 임명한 인사들의 과반수가 여성입니다. 임명된 분들과 규정에 의하여 연임한 분들 전체를 보면 현재 여성이 17명이고 남성이 15명입니다. 연임한 분들의 대다수가 남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새로 임명된 여성의 비율이 대단히 높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숫자를 넘어서, 우리는 우리의 태도와 접근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양성평등과 여성의 권리확대에 솔선수범해야만 합니다. 이는 현재 인권에 대한 가장 중대한 도전이자 기회입니다.

마지막으로, 각종 위기를 알리는 헤드라인이 매일 화면을 채우고 있고 우리는 이를 의제로 다룹니다. 당연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 비상사태 하나를 조명하고 싶습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지난 석 달 만에 난민과 살던 곳을 떠난 사람들의 숫자가 37% 증가했습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절박하게 지원을 필요로 하는 국가에서 이는 심각한 걱정거리입니다. 저는 다음 주 논의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저는 우리가 함께 행동할 때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국제 인도주의 기관들은 올해 초, 소말리아와 예멘, 남수단, 그리고 나이지리아 북부에서의 기근 위험에 관해 경고했습니다. 제가 이 회의실에서 했던 첫 번째 기자회견이 이 문제에 관해서였음을 기억합니다.

이들 국가에서 식량공급이 대단히 불안하고 이는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지금까지 심각한 기근은 피해 왔습니다. 각국 정부와 비정부기구, 기부자, 그리고 유엔이 협력하여 노력한 덕분입니다. 유엔 인권기구에서 일하는 동료 모두의 노력에 깊이 감사드리고자 합니다. 언론 역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

이들 4개국의 약 1천3백만 명이 매달 지원을 받아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지원을 고대하는 모든 이들의 필요에 계속 부응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국제연합으로서 함께 행동할 때 사람들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다시 깨닫게 합니다.

경청하여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제, 당연히, 여러분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금, 2017/09/1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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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달 동안 핵무기 이야기만 듣다 보니까 핵무기만이 유일한 위험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오지는 않지만 훨씬 더 위험한 문제가 동시에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다.

초여름, 유례없는 가뭄으로 농사가 큰 피해를 입고 저수지는 바짝 말랐다는 기사가 신문을 뒤덮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5월 총 강수량은 161.1밀리미터밖에 되지 않았다. 1973년 측정을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낮은 기록이다.

그러나 가뭄과 기후변화를 연결 짓는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동북아시아 사막화 현상과 관계있다는 언급 또한 없었다. 실지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망은 좋지 않다.

가뭄-연합
(사진: 연합뉴스)

7월 중순이 오자 폭우로 가옥이 침수되고 자동차가 떠내려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을 담은 사진이 언론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이번에도 홍수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언급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한 목소리도 언급되지 않았다.

홍수로 비옥한 표토가 소실되어 농업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고통스러운 침묵이 이어졌다. 폭우와 함께 바다로 떠내려간 표토는 수백 년간 영양분을 흡수하며 형성된 농업자원이다. 데이비드 몽고메리는 저서 <흙(Dirt: The Erosion of Civilization)>에서 표토의 1%가 매년 침식되면 그것만으로 가장 강력한 제국도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는 북한에서도 심각한 가뭄 뒤 바로 홍수가 이어져 큰 피해를 입었다는 보도가 나온다. 인도적 위기 수준이라서 이를 기회로 북한에 구호 자원을 보내 남북교류를 시작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신기하게도 북한의 가뭄은 DMZ를 경계로 한국과 분리된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북한의 가뭄은 한국이 겪은 가뭄과 동일한 가뭄이며, 둘 다 중국 사막화와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이상기후에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 정책 구상을 시작하지 않았다. 세금 지출은 가뭄과 홍수 피해자를 구제하는 선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폭우
8월 31일 오전 충북 지역에 시간당 60㎜가 넘는 국지성 호우가 내려 음성군 금왕읍 시내가 물에 잠겼다. [사진 음성군]

그러나 이는 사막화와 돌발성 홍수 증가가 장기적으로 제기하는 위협을 완전히 외면한 행동이다.

앞으로는 호우가 내릴 때 이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잘 받아둔 다음 이를 저장해 수자원으로 전환하고, 통합관개를 통해 긴 가뭄이 찾아왔을 때 농지에 재분배하는 시스템을 연구 및 개발하는데 전폭적 투자를 해야만 한다.

점차 농사가 힘들어지는 환경에서 수확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교육과 새로운 유기농법 도입, 수직농장(vertical farming)을 비롯한 혁신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은 수직농장 시설과 함께 농작물 생산의 효율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향후 20년간 한국은 식량과 관련해 가장 큰 안보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FTA(자유무역협정)가 도움될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실망시켜서 미안하지만, 지금 호주와 미국, 칠레,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사막화가 진행 중이다. 식량 생산비는 세계적으로 가파른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들 국가도 농산물 수출이 힘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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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기온 상승에 따른 한반도 기후의 변화. 2030년경에 2도가 상승해 중부지방까지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2065년경에는 4도가 올라 수도권 대부분 지역까지 아열대 기후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자료 출처: 그린스타트)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가뭄과 홍수 피해자를 위로하는 발언을 하면서 ‘기후변화’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장기적 계획도 제시하지 않았다.

가뭄과 폭우의 증가, 해수면 상승은 한국의 최대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는데 외면 받고 있다. 다발적 FTA 협상 추진은 이미 심각한 한국의 농산물 수입 의존도를 악화시킬 수 있다. 농지 감소, 비옥한 표토 소실이 가져올 장기적 영향은 조금도 우려하지 않고 아파트와 쇼핑몰 건설에만 몰입하는 모습도 보인다.

다가온 불행을 못 본 척하지 말고, 필요한 기간시설에 대대적 투자를 할 시기가 왔다. 돌발 홍수로 불어난 물을 잡아두는 관개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이 차세대 스마트폰 개발보다 우리 미래에 훨씬 더 중요하다.

월, 2017/09/1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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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가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굵은 주름과 야생의 늑대를 연상케 하는 강한 눈빛. 온갖 풍상을 다 겪었을 법한 그의 얼굴을 보면서, 2003년 그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했던 사회복지시스템과 노동시장 개혁 프로그램인 “어젠다 2010”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연상되는 또 한 명의 인물이 있다. 그의 60회 생일에 슈뢰더 총리가 헬기를 타고 날아와서 참석할 정도로 당시(2001년) 그 명성이 대단했던 이. “어젠다 2010”의 개혁 프로그램을 입안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의 이름은 페터 하르츠.

슈뢰더 자서전

페터 하르츠(Peter Hartz)는 독일 니더작센 주 볼프스부르크(Wolfsburg) 시에 주공장이 있는 폴크스바겐(주)의 인사담당임원 겸 노동이사(Arbeitsdirektor)로서, 일자리나누기를 위한 “주4일 근무제” 및 “아우토 5000 프로젝트” 등으로 잘 알려진 폴크스바겐의 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인물이었다.

 

하르츠 위원장과 폴크스바겐의 개혁 프로그램

경영학 박사인 하르츠는 1993년 폴크스바겐의 개혁을 이끌면서 노사 양측을 설득하기 위한 여러가지 다양한 초식(招式)을 선보인다. 존 롤스의 ‘차등의 원칙’을 끌어오고, 미국의 민주주의를 쓴 토크빌의 ‘혁명의 역설’을 감각적으로 들이밀기도 하며, 사회보험에서 쓰이는 용어인 ‘Zumutbarkeit(감당가능한 정도 혹은 수인가능성)’라는 개념으로 노사 양측을 무장해제 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이 글의 주제인 ‘제2의 임금’이라는 결정적인 신공(神功)을 시전함으로써, 당시 개혁의 여러 이해관계자들로 하여금 잊고 있었던 일자리의 가치를 새롭게 일깨우게 했고, 그 결과 노사는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양보하고, 토론함으로써 마침내 어려운 개혁을 위한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된다.

폴크스바겐은 80년대에 이미 대량 감원을 경험한 바 있었는데(점진적 은퇴제도와 명예퇴직을 통해 약 30,000명의 인원을 줄였다),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그와 비슷한 규모의 인원을 이번에는 정리해고를 통해 줄여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만약 계획에 따라 정리해고가 진행되었더라면, 당시 폴크스바겐의 6개 공장 중 카셀 공장을 제외한 5개의 공장이 있던 니더작센 주는 아마도 독일에서 가장 암울한 지역이 되었을 것이다.

 

머리를 자르지 말고, 비용을 잘라라!

그랬다면 당시 니더작센 주 지사였던 슈뢰더가 98년의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까? 폴크스바겐은 ‘해고 대신 비용절감(Kost statt Köpfe)’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혁신적인 안을 놓고, 이 안을 교섭사항으로 받아들인 금속노조(IG Metall)와 끈질긴 협상을 벌이게 된다.

페터 하르츠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만약 높은 비용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안전망이 잘 갖춰지고, 질 높은 교육훈련이 보장되고, 추가적인 복리후생이 제공되는 일자리가 가치있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리고 높은 수준의 경영참여(공동결정제도)에 의한 특별한 노동자 보호가 보장된 일자리가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것들을 ‘보이지 않는 제2의 임금’으로 평가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제1의 임금’, 즉 원래 의미의 임금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의 인하는 감당하겠다고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더구나 일자리에 따르는 회사의 총비용 증가가 전적으로 노와 사의 문제가 아닌, 제3의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면 더더욱 양보할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총임금액을 고려해야 하지만, 종업원 개개인에게는 총임금액에서 세금 및 사회보험료 등이 공제된 순임금액만 보일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문제를 풀 실마리를 제공해 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순임금액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만 ‘희생’되어도, 각종 공제금액의 총임금액에 대한 레버리지 효과로 인해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정도의 비용절감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Jeder Arbeitsplatz hat ein Gesicht”, Campus Verlag, 1994, pp.24~25)

실제로 회사는 금속노조와의 교섭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고, 이 협상의 성공에 따라 종업원은 고용을 보장받았고, 회사는 대략 20억 마르크(약 1조 5천억원) 이상의 비용절감을 이룰 수 있게 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게 된다.

하르츠 책
페터 하르츠의 폴크스바겐 개혁을 다룬 책의 표지

페터 하르츠는 ‘제2의 임금’으로서 사회안전망, 수준높은 교육훈련, 노동자의 경영참여 등을 열거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독일 사회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것들이다. 그러나 이를 제2의 임금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발상’은 그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러한 것들은 숫자로 표시된 ‘임금액’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 관계를 좀 더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사고가 필요하다.

단편적이 아닌 ‘시스템 사고’가 필요하다

시스템 사고란, 일방적이며 단순한 인과관계를 통한 사고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하위의 구성요소들간의 다양한 상호의존성을 인식하고 문제해결에 임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시스템의 특징은, 구성요소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고, 그 상호작용을 통해 분석적 사고를 통해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며(창발성), 단편적 관점이 아니라 다차원적으로 바라볼 때에만 그 본질이 보이며, 사람의 논리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면 저 문제가 튀어나오고, 문제해결을 위해 투입한 요소에 의해 오히려 원래의 문제가 더 꼬여버리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시켰더니 성산업이 지하화하면서 오히려 더 번성해지고, 마약단속을 대대적으로 강화했더니 공급감소로 인해 마약가격이 오르면서 마약매매는 더욱 지능화되고, 비싼 마약을 구입하기 위해 다른 범죄가 더 빈번해지는 등 단순인과관계를 통한 해결책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인식하는 것이 시스템 사고의 출발이다.

피터 센게(Peter Senge)에 따르면, 시스템 사고는 전체를 보는 학문이다. 사물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들 사이의 상호관계를 보고, 정지된 스냅사진이 아니라 변화의 패턴을 보는 틀이다. 시스템 사고를 통해서 우리는 임금 인상을 둘러싼 노사간의 대립이 단지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더 큰 사회의 문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사회의 모든 시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직면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제2의 임금은 ‘보이지 않는 임금’

경영학에서는 한 기업이 임금수준을 결정함에 있어서 고려하는 요인은, 기업의 지불능력, 노동자의 생계비 수준, 다른 기업의 임금수준(또는 지배임금률), 그리고 기업이 선택하는 경영(임금)전략이라고 말한다. 그것뿐일까? 시스템 사고를 하면 사교육비용, 부동산가격, 결혼비용, 물가수준, 국민연금의 수준과 안정성, 과소비를 부추기는 사회분위기, 겉치레를 중시하는 문화와 같은 요인도 노동자가 임금 수준을 받아들일 때 고려하는 요소가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더 멀게는 대입경쟁률, 취업경쟁률, 어린이집의 수, 공교육의 질,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 방송통신위원회의 성향(방송언론의 사회적 기능), 검찰의 엄정한 법집행과 정치 중립성, 사법부의 독립성, 인구의 노령화 속도, 한국은행의 위상(물가 안정),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 방향, 국세청의 공정세정 등도 모두 임금수준 결정의 간접적인 고려요인이 된다.

제2의 임금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함으로써 그리고 제2의 임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향후 임금을 둘러싼 노사간의 첨예한 대립 국면이, 의외로 쉽게 노사간의 타협이라는 국면으로 급물살을 탈지도 모르겠다. 제2의 임금에 대한 인식을 예민하게 하기 위해 즉, 제2의 임금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아래의 내용을 시스템 사고를 하면서 읽어주기 바란다.

 

제2임금으로 노사대립을 노사타협으로

  • 회사를 (대학)캠퍼스라고 부르며(SAS 캠퍼스), 식사, 의료서비스, 세탁, 육아 등을 회사 내에서 해결해 줌으로써 직원들이 즐겁게 업무에 몰두하게 하고(그것도 철저하게 주당 37.5시간을 준수한다), 개인이 아닌 부서의 성과를 토대로 보상체계를 설계함으로써, 직원들이 ‘우리는 사내경쟁을 하지 않는다. 목표와 경쟁한다’고 말하는 등, 훌륭한 기업문화를 유지하면서 40년 넘게 업계 수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해 온 SAS 인스티튜트의 짐 굿나잇 회장, 그는 행복한 직원이 좋은 성과를 발휘한다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직원의 의욕’이라고 믿고, 직원들이 100%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사장의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미라이공업의 야마다 사장, 미라이공업에는 잔업과 휴일근무가 없고, 전 직원이 정규직이며, 7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며, 3년간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5년마다 전 직원이 해외여행을 한다. 일찌감치 노동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하고, 하루 6시간(주 30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이는(그것도 임금감소 없이) 경영실험을 하는 보리출판사의 윤구병 대표. 철학자이기도 한 윤구병은 노동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들과 밥상머리에 앉아 식사할 시간도 없어지고 가정이 깨어졌다고 말한다. 이런 기업들의 훌륭한 경영문화는 제1의 임금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제2의 임금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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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의료서비스, 세탁, 육아 등을 회사 내에서 해결해 줌으로써 직원들이 즐겁게 업무에 몰두하게 함으로써 미국 내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직장‘에서 매년 최상위권에 선정되는 SAS 인스티튜트의 로고. 이 회사의 사옥은 (대학)캠퍼스라고 불린다.
  • 만약 우리사회가 어떤 직업을 가지든, 얼마의 연봉을 받든 그것과 상관없이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데 스스로 아무런 문제를 못 느낀다면, 또한 다른 사람들이 내가 어떤 직업을 가졌고, 얼마의 연봉을 받든지 간에 아무런 편견 없이 볼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이 또한 제2의 임금으로 평가해 마땅하다. 우리사회에서는 아무리 내 직업에 대해 스스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도, 특정직업에 대한 주위의 편견으로 인해 주위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자존감이 이내 사라지고 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주위의 시선이 없어진다면 노동자의 삶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 젊은이들이 워라밸이라고 하는, 일과 삶의 균형(Work-Life-Balance)도 당연히 제2의 임금의 범주에 들어간다. 장시간 초과노동에 허덕이지 않고, 퇴근 후에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며, 때로는 책을 읽고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저녁이 있는 삶’이 될 것이고, 저녁이 있는 삶은 그 자체로 제2의 임금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 필자가 광주광역시에서 광주형 일자리모델의 설계에 참여하면서, 그 실행방안에 집단성과급제 설계를 통해 단순히 금전적인 보상을 넘어 경영에의 참여라는 내면적 욕구가 실현되도록 하고, 소득은 다소 감소하더라도 고용의 안정성은 높아지는 유연안정성(Flex-security)의 개념을 적극 검토하며, 근로시간 등의 결정과정에서 노동자 개인의 의사가 적극 반영됨으로써 노동시간주권(time sovereignty)이 증대되도록 하는 등의 여러 제안을 담았는데, 이것 또한 제2의 임금 항목을 구성하는 것들이다. 노와 사는 다양한 층위에서 유불리가 첨예하게 갈라지게 마련인데, 제2의 임금이라는 개념을 통해 노사간 합의의 공간이 생길 수 있음을 강조한다.

 

  • 이번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의 구체적인 정책으로 최저임금 시급 1만원 달성, 기초연금 30만원까지 단계적 인상, 실업급여 실직 전 평균임금의 60%까지 인상, 청년 실업자를 위한 30만원 구직촉진수당 3개월 지급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 연 17만호 공적임대주택 공급으로 주거비를 낮추고, 15세 이하 아동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은 5%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만약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사회안전망이 더 강화된다면 이는 제2의 임금으로 간주될 것이다.

 

  • 토빈세로 유명한 제임스 토빈은, 왜 우리가 조금 덜 불평등하게 재화를 분배하지 못하는가, 즉 시장에 그냥 맡겨놓았을 때보다 조금만 덜 불평등하게 분배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의아해 한다. ‘노가다’ 김지영(2017.8.1., 오마이뉴스)도 3D 산업을 조금 덜 더럽고, 덜 위험하고, 덜 어렵게 개선할 수 없느냐고 반문한다. 조금만 덜 불평등하게 재화를 분배하는 사회, 덜 더럽고, 덜 위험하고, 덜 어려운 3D 산업은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제2의 임금으로 받아들여질 것이 틀림없다.

 

  • ‘인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갈등의 많은 부분이 없어질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인간에 대한 존엄’이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에게 오랫동안 숙제로만 남겨져 있었던 사내민주화, 위계가 아닌 수평적 의사소통을 통한 의사결정, 노동자의 참여를 통한 민주적 경영문화, 갈등이 아닌 협력에 기반한 새로운 노사관계의 형성 등이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 대한 존엄’을 조직(기업)과 사회의 구성원이 모두 공유하는 가치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가치는 또 다른 제2의 임금으로서, 지나치게 ‘돈’에 집착하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는 치유제가 될 것이다.

 

  • 경제학자 박종현에 따르면, 어떤 일의 결과는 특정 개인을 넘어서 여러 사람들과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므로, 그런 과정 속에서 일어난 성공과 실패를 오롯이 당사자의 몫으로 돌리지 말자고 제안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승자에게는 과도한 보상이 집중되고, 패자에게는 지나친 비난과 부담이 전가되기 때문이란다. 극소수의 승자는 자신이 (사회)시스템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자신의 노고와 분투와 기여에 존경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세상에 화를 내고, 다수의 패자들은 상황을 개선할 의지도, 불운을 탓하며 새로운 출발을 기약할 긍정심도 키우지 못한 채, 처지가 더 열악한 약자들에게서 열패감을 해소할 배출구를 찾는다고 한다. 말하자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갑질’ 사회가 되는 것이다. 이런 갑질사회의 구조와 분위기가 개선된다면, 그 자체가 이미 제2의 임금으로서 기능할 것이다. 그렇게되면 우리사회에서 임금과 노동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대폭 완화되지 않을까?

일자리위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공약은 일자리 창출이다. ‘제2의 임금’이라는 개념을 창의적으로 활용해서 일자리 창출의 첫번째 걸림돌인 임금수준에 관한 논의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사진: 연합뉴스)

노사관계 ‘야만의 상태’ 극복 위한 새로운 발상을

모든 일자리에는 얼굴이 있고*, 그 얼굴에는 무수한 측면이 있다. 거기에는 생계유지가 있고,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이 들어 있으며, 가족과 공동체의 안정이 들어있고, 그 안정 위에서 이루게 될 한 사회와 국가의 미래가 있다. 하나의 일자리가 갖는 의미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2017년 대한민국에서 헬조선을 벗어나고픈 청년들의 몸부림과 흙수저를 뱉어버리고 싶은 욕지기와 갑질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는, 많은 이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보장됨으로써 비로소 누그러질 수 있을 것이다. (* 페터 하르츠의 ‘모든 일자리에는 얼굴이 있다’라는 책의 제목을 차용)

제2의 임금이라는 개념을 창의적으로 활용해서 일자리 창출의 첫번째 걸림돌인 임금수준에 관한 논의에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다만, 이 논의는 결국에는 노동자가 양보하게 될 것이라는 의구심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이러한 문제는 피상적인 숫자만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 사고에 따라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사용자 측과 정부 측이 이 문제에 대해 시스템 사고로 접근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노동자 측의 이러한 의구심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듯이 나침반은 틀림없이 북쪽을 가리키지만, 북쪽으로 가는 길에 널려 있는 진흙탕과 구덩이와 돌덩이들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동안 쌓여 있던 수많은 노사간의 앙금을 논리적으로 또 정서적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노사관계라는 평지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좋은 제도와 법률도 중요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노사관계에서 보이는 ‘야만의 상태’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은‘제2의 임금’과 같은 새로운 발상을 하고, 시스템 사고를 통해 노사간 역지사지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극복될 것이며, 그때 우리는 나침반이 가리킨 ‘북쪽’에 무사히 도달해 있을 것이다.

 

화, 2017/09/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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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비상사태에 방통위가 감독기관으로 손 놓고 있는 건 직무유기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66)은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KBS와 MBC에 충분히 감독권 행사 용의가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맞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위원장은 최근 KBS·MBC 두 공영방송의 총파업에 대해서도 “방송 본연의 가치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것을 방송종사자 스스로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을 “공영방송 이사장으로는 매우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말하면서 방문진 이사, 감사들에 대한 해임을 추진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효성-미디어오늘
이미지 출처: 미디어오늘

이 위원장의 발언은 새삼스럽지 않다. 국회 청문회에서부터 취임식까지 공영방송 정상화를 강조해 왔다. 지난달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난 뒤 “공영방송 사장과 방문진의 임기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고 해서 꼭 그렇게 가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해 주목을 받았다. KBS, MBC 사장 해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이를 빌미로 자유한국당은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방통위를 찾아가 이 위원장에 대해 성토했다.

만신창이 공영방송 정상화 적극 나설까

지난 10년 동안 공영방송에 묻은 땟국물이 줄줄 씻겨 나오고 있다. 공영방송의 신뢰도는 더 이상 떨어질 수 없을 나락까지 추락했다. 문제제기에 나섰던 내부 구성원들은 언론인으로서 한창 기량을 뽐내야 할 시절을 유배지에서 보냈다. 새 방통위원장은 무엇보다 ‘방송개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기대가 높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지난 10년간 참담하게 무너진 부분이 공영방송”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그럼에도 한칼에 잘라내기 어렵다는 것이 취임 한 달이 조금 넘은 이효성 위원장의 딜레마다. 공영방송 개혁의 당위성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과거 MB 정부처럼 강제로 끌어내리고 물갈이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쉽지 않다. 내부 종사자들의 90% 이상이 찬성하고 여론도 호의적이지만 ‘방송 장악’이라는 야당과 보수 언론의 비난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최악의 경우 현 공영방송 사장들이 ‘해임’당한 뒤에도 무효 소송을 내며 버티기에 들어갈 수도 있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파업 중인 KBS와 MBC 직원들. (사진:중앙일보)

빨리 처리하기는 어려운데 시간이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이 위원장이 소통과 합의를 중시하는 성향으로 알려져 있어 언론노조마저 “(이 위원장이) 언론개혁 부문에서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왔다”며 개혁이 더딜까 우려의 목소리를 냈을 정도다.

이 위원장은 취임 후 MBC·YTN 해직 언론인들을 직접 만났다. 영화 <공범자들>도 관람했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SNS를 통해 “이효성 위원장을 만나보니 가장 적합한 위원장을 임명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이르지는 않겠지만, 너무 늦지 않게’ 정상화하도록 하겠다는 위원장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현실참여형 언론학자

이효성 위원장은 1951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남성고와 서울대 지질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언론과 권력, 정치 커뮤니케이션, 저널리즘론 등을 주로 가르쳤고 지난해 정년퇴임했다. 진보성향의 학술단체인 한국언론정보학회 초대 회장을 지냈고 한국방송학회 회장도 역임했다.

학자로서 이 위원장은 ‘소통’ 연구에 천착해 왔다. 지난해 정년 기념으로 <소통과 권력> <소통과 언어> <소통과 지혜>을 묶어 ‘소통 3부작’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저서 <통하니까 인간이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소통의 장은 언제나 권력투쟁의 장이기도 하다.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신문, 잡지, 방송, 인터넷 등과 같은 대중 소통의 장은 치열한 권력투쟁의 장이기도 하다. 권력자, 정치세력, 조직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들도 이들 대중 소통의 수단을 자신에게 유리하고 적이나 경쟁자에게 불리한 정보나 의견을 퍼뜨리는 수단으로 삼는다.”

그에게 있어 소통은 단순히 정보나 의견, 정서를 주고받는 행위가 아니다. 소통은 내 의견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다. “소통행위가 타인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고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소통행위는 곧 권력행위이기도 하다.”(소통과 권력)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언론의 권력은 진실과 사실을 소통함으로써도 발휘되지만 조작된 정보나 기만적인 지식에 의해서도 발휘될 수 있다. 어쩌면 후자가 언론이 권력을 발휘하는 더 적나라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소통과 권력)

이 위원장이 대표적인 현실참여형 언론학자로 활동한 것은 그런 그의 ‘소통’ 연구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방송행정 경험도 풍부하다. 김대중 정부 시절 민관 합동 정책자문기구인 방송개혁위원회 실행위원을 맡아 통합방송법 제정에 참여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2기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부위원장 시절 SBS에 대해 조건부 재허가 추천을 결정한 것은 ‘방송 길들이기’란 비판도 받았지만 방송위의 위상이 강화되는 계기도 됐다. 하지만 DMB 서비스는 대표적인 미디어 정책 실패 사례로도 꼽힌다. 위원장 스스로도 인정했다.

 

“사회개혁은 언론개혁에서부터”

시민단체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 및 정책실장을 지냈다. 1998년에는 35개 언론·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출범시킨 범국민기구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 대표를 맡았다. 그 즈음 그는 한 신문 기고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정권은 민주화하고, 재벌은 어느 정도 위축되었지만, 언론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권의 민주화와 약화로 야기된 공백을 메우고 더욱 더 그 힘이 비대해졌다. 사회개혁을 위해 먼저 이들 언론의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시민단체가 요구해야 할 언론정책으로 소유지분 제한, 지배력 제한, 편집권 독립, 강력한 신문고시 실시를 포함한 공정거래법의 엄격한 시행, 중앙정부부처와 지방정부의 기자실 개방 또는 폐쇄 등을 꼽았다.

이 위원장은 미국에서 언론이 ‘권력화’하지 않는 이유를 언론, 시민단체, 언론학자에 의해 상시적인 감시가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른바 ‘메타저널리즘’이 공고히 구축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이 위원장은 언론개혁의 중심 역할을 시민단체가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언론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그는 정부의 언론정책은 언론통제로 오인될 수 있고, 언론인 단체는 이익단체라는 한계가 있어 결국 “언론개혁을 위해 온전히 나설 수 있는 존재는 바로 언론개혁과 발전을 추구하는 언론운동 시민단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안티조선 운동’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2002년 강준만 전북대 교수 등과 함께 안티조선 운동 지지를 선언하는 언론학 교수 34인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일보라는 특정 매체를 반대하는 운동에 언론학자들이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그 즈음 이 위원장은 <경향신문> 기고에서 “조선일보는 특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노골적으로 편파적인 보도를 해왔고, 걸핏하면 진보적인 인사들과 운동권에 붉은 색칠을 해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이 편파보도로 음성적 후보 지지를 계속하느니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낫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등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대해서도 당시 <서울신문>이 8개 대학 교수 8명을 조사한 결과 유일하게 찬성 의견을 밝혔다. “기자들이 정부가 하는 일을 제대로 알면 되는 것이지 굳이 기자실을 통해서만 정부 부처를 알고 정보를 알아내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부처에 기자실을 둘 필요가 없다. 이번 기회를 영역별로 취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반발하기보다는 언론도 새로운 시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본다.”

이 위원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후보지지 선언 원로 언론인 71명’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대선 때도 문재인 캠프 중앙선대위에서 정책 제안을 담당한 전문가 그룹인 집단지성센터에 위원으로 참여했다.

선명한 노선을 거침없이 내보이며 걸어온 행보 덕분에 가끔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한국언론학회는 방송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방송 3사의 탄핵 보도를 분석한 뒤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당시 현직 방송위 부위원장이었던 이효성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에 “공정성은 ‘기계적 균형’과 동의어가 아니다”라는 반박 기고를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중립적이어야 할 현직 부위원장이 개인의견을 노골적으로 피력했다는 것이다.

방문진 이사진 교체 적극 나설지 관심

최근 이 위원장이 방문진 이사진 교체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사례를 든 것도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장과 이사 ‘임명권’에도 해임 권한이 포함돼 있다고 밝히면서,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고무효 소송에서 대법원이 ‘임명’은 ‘임면’(임명과 해임)을 포함한다고 판단했다는 예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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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파행의 ‘주범’들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의 포스터. 김장겸 MBC 사장, 고대영 KBS 등을 교체하는 데 ‘이효성 방통위’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지 출처: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러나 정연주 전 KBS 사장 해고무효 소송이 진행되던 당시 이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KBS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이사회의 임명제청을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수준으로서 적극적인 개념이 아니다. 형식적인 의미의 임명권을 매우 적극적으로 해석해 공영방송사 사장에 대한 면직권까지 인정해준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방송법 제정 당시 대통령의 면직권한을 삭제한 것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고도 했다. ‘임명권’에 대한 해석이 시차를 두고 달라진 셈이다.

 방송개혁 뒤에도 산적한 과제

이효성 위원장의 당면 과제는 공영방송 개혁이지만 산적한 과제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종합편성채널 문제다. 이 위원장은 애초에 종편 출범 과정에서부터 “콘텐츠 발전이 목적이 아닌 대기업과 신문사에 방송사를 허가해 주려는 차원”이라며 문제제기를 해 왔다.

이 위원장은 이미 인사청문회에서 대표적인 종편 특혜인 ‘의무전송’에 대해 “4개는 너무 많다”며 포문을 열었다. 의무전송이란 케이블·위성방송·IPTV 등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가 해당 채널을 의무적으로 내보내도록 하는 정책을 말한다. KBS 1TV와 EBS 등이 그렇다. 의무전송은 본래 공익적 목적이라 KBS 1TV나 EBS는 무상으로 콘텐츠를 제공한다. 하지만 종편은 의무전송 특혜를 누리면서 500억이 넘는(2015년 기준) 콘텐츠재전송료까지 따로 받고 있다. 미디어렙을 통하지 않는 사실상의 직접 광고영업도 문제로 꼽혀 왔다.

2017년 말 허가기간이 만료되는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재허가 심사, 종편인 MBN의 재승인 안건 등도 목전에 다가와 있다. 방송뿐만 아니라 통신 분야도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 문제 등도 지나쳐갈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위원장은 방통위원장 내정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현안들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방송법 제5조, 6조에 나와 있는 방송의 공정성, 공공성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방송이 되도록 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방송 개혁, 무언가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정상으로 되돌아가는 것, 비정상의 정상화다. 부당하게 억울하게 해직된 언론인이라면 바로 잡는 것이 정상화 아니겠느냐.”

■ 참고자료

[미디어스 2017. 9. 14] 이효성, “방송 비상사태,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401

[조선일보 2017. 8. 11] 이효성 방통위원장 “‘임기보장’ 공영방송 사장도 공적 책임져야…공영방송 나락 떨어진 상태”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1/2017081101230.html

[PD저널 2017. 8. 7] 이효성 ‘공영방송 정상화’ 행보…‘공범자들’ 관람 예정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60901

[허핑턴포스트 2017. 7. 19]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종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발언을 했다

http://www.huffingtonpost.kr/2017/07/19/story_n_17524786.html

[BUSINESS POST 2017. 7. 19] [Who Is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http://www.businesspost.co.kr/BP?command=naver&num=54279

[주간조선 2017. 7. 10] 과거 발언 보면 이효성發 언론개혁 보인다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3&nNewsNumb=002465100006

[이데일리 2017. 7. 7] 4기 방통위, 노무현 정부 2기 ‘방송위’ 부활?..이효성·고삼석·표철수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newsid=03165206615992224&SCD=JE31&DCD=A00503

[한겨레 2017. 7. 4] 이효성 후보자 “방송, 비정상의 정상화 이루겠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801351.html

[미디어오늘 2017. 7. 3] ‘공영방송 개선’ ‘종편특혜 반대’ 이효성 교수 방통위원장 지명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7679

[한겨레 2017. 7. 3] 새 방통위원장에 원로 언론학자 이효성 교수 내정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801310.html

[미디어스 2009. 11. 13] “환영”…”대통령의 해임권 인정은 말도 안돼“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469

[서울신문 2007-05-24] 언론학자 8명중 7명 “통폐합 반대”

[연합뉴스 2003. 2. 13] “언론개혁 주도적 역할 시민단체 몫”

http://news.hankyung.com/article/2003021310648

[경향신문 2002-10-01] 언론학자 34명 ‘안티조선 지지’ 선언 – 강준만교수등 동참

[경향신문 2002-07-09] 언론의 특정후보 지지 토론회/’시기상조’-‘당당해야’ 팽팽

[경향신문 2002-06-04] <미디어비평> 퇴진을 권고받은 언론

[한겨레 2001-12-19] ‘언론감시가 권력화 막는다’ / 이효성교수, 미 메타저널리즘 분석

 

 

목, 2017/09/2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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