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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두테르테 대통령은 초법적인 살인과 필리핀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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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두테르테 대통령은 초법적인 살인과 필리핀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 중단하라

익명 (미확인) | 월, 2018/06/04- 07:38

두테르테 대통령은 초법적인 살인과 필리핀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 중단하라

한국 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에 기반한 신남방정책 추진하라

민주주의와 인권 무시하는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방한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단체 입장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청와대는 두테르테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양국 간의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신남방정책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시민사회는 문재인 정부 취임 후 한국을 방문하는 첫 번째 아세안 국가의 정상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무시하는 두테르테 대통령이란 사실에 아쉬움을 표하며,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초법적인 살인 행위와 시민사회에 대한 전방위적인 탄압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한국 정부가 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본격 추진하려고 하는 신남방정책이 진정한 의미의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의 공동체 건설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정책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 하에 수립되고 이행되기를 희망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국제사회로부터 큰 우려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직후 ‘마약과의 전쟁(War on Drugs)’을 선포하고 경찰에 즉결 처형 권한을 부여하여 총 4,075명(정부 집계, 2018년 3월 기준)을 처형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자경단 활동까지 포함하면 사법 절차를 무시한 초법적 살인으로 정부 집계의 3배가 넘는 13,000여 명이 처형당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여기엔 어린이 74명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가 조사에 착수할 정도로 심각한 반인도적 범죄 행위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깊이 우려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은 초법적 살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시한 채 최근 경찰의 마약범 단속 재개를 승인했다. 또한 ICC 탈퇴를 선언하고 “ICC가 더 이상 마약 용의자 사살에 대해 조사하거나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리핀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정권을 비판하는 인권옹호자들을 ‘죽여버리겠다’, ‘목을 베어버리겠다’며 공공연하게 위협하는 한편, 최근에는 인권단체들이 ‘마약과의 전쟁’을 집요하게 비판하는 이유가 마약왕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기 때문이라는 억지 주장까지 펴고 있다. 필리핀 인권단체 카라파탄(KARAPATAN)이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에게 보낸 서신에 따르면 아로요 정권(2001~2010)에서 474명, 아키노 정권(2010-2016)에서 139명의 인권옹호자가 살해된 것에 이어, 2016년 7월 집권한 두테르테 정권에서는 벌써 33명의 인권옹호자가 살해된 것으로 전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프론트라인 디펜더스(Front Line Defenders)의 연례 보고서 역시 지난해 인권활동가 사망 사건의 80%가 필리핀, 브라질, 캄보디아, 멕시코 등 4개국에서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땅과 자원을 지키려고 하는 농민과 선주민, 그리고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도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선주민문제실무그룹(IWGIA, International Work Group for Indigenous Affairs)은 2016년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매달 2명꼴로 선주민과 활동가들이 초법적인 살해를 당하고 있으며, 2017년에만 41명이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또한 필리핀 정부가 정기적으로, 점점 더 많은 수의 선주민들을 위협하거나 학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시민 단체인 Pesticide Action Network(PAN)는 지난해 선주민이 가장 많이 희생된 국가로 필리핀을 꼽았다. 한편 필리핀 법무부는 유엔 선주민 권리 특별보고관(UN Special Rapporteur on the Rights of Indigenous People)을 ‘테러리스트’ 목록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두테르테 정부의 인권 탄압은 계속되고 있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를 비판하는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내외 시민사회, 유엔 인권기구에 대해 무시와 조롱을 넘어 협박을 계속하고 있다. 필리핀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급격히 후퇴시키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 정부는 초법적인 처형을 즉시 중단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급 관계자들은 이러한 살인을 선동하거나 장려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또한 불법 살해로 의심되는 모든 사건에 대해 즉각적이고 공정한 조사에 착수해야 하며,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조사와 활동을 적극 보장해야 한다. 시민사회에 대한 전방위적인 위협과 탄압도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 역시 두테르테 대통령의 폭압에 대해 우려와 항의의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청하는 필리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또한 필리핀을 포함해 아세안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한국 기업의 투자와 공적개발원조(ODA)가 이러한 심각한 인권 후퇴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을 확고하게 천명하지 않는다면,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와 ODA 사업이 결과적으로 협력 대상국 시민들에게 고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필리핀 경찰의 부패와 공권력 남용에 의한 인권 탄압이 심각한 상황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경찰청-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사업’이나 ▷선주민들의 권리를 빼앗고 필리핀 국내법 위반 등 절차적 타당성을 결여한 채 진행되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필리핀 할라우강 다목적사업(2단계)’ 등 ODA 사업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 하에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을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허울 좋은 슬로건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우선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한국 내 이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돌아보고, ‘사람’을 우선에 둔 정책을 마련하고 이행해야 한다. 신남방정책의 ‘평화’ 기조 역시 군사 원조나 한국 무기 수출의 기반을 다지는 데 악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아세안을 단순한 투자 지역으로 볼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상생하여 번영할 수 있도록 아세안 지역 내 한국 기업에 의한 노동 착취와 인권 침해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민주주의와 인권에 기반한 신남방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광주인권지기, 국제민주연대, 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 다산인권센터,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불교인권위원회,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사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진보네트워크,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총 21개 시민사회단체)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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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현대 민주주의의 최초 모델 가운데 하나인 영국에서 처음 민주주의를 하게 되었을 때, 그들은 그 의미를 어떻게 정의했을까. 그것은 정당 정부(party government), 즉 정당이 정부가 되는 체제였다. 의회 주권이 강화되면서 ‘왕은 군림하나 통치하지는 못한다’는 규범이 자리 잡게 되었는데, 그때 등장한 것이 ‘그럼 누가 통치할 것인가(who governs)?’의 문제였다. 긴 논란 끝에 ‘선거에서 다수 시민의 지지를 받은 정당이 정부를 맡는다’는 정당 정부의 원리가 만들어졌고, 본격적인 제도화 기점은 1868년 총선이었다. 이 선거에서 윌리엄 글래드스톤이 이끄는 자유당이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이끄는 보수당에 압승을 거둬 자유당 정부를 구성했다.

정부가 다수 시민의 지지와 요구에 반응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위임된 시민 주권은 해지된다는 책임 정부(responsible government)의 원리 역시 이 정당 정부의 원리에 기초를 두고 발전했다. 정당이 책임 정치의 보루가 되지 못하면 그때의 통치자는 ‘선출된 군주’에 가깝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극 역시 ‘새누리당 정부’로 불릴 수 없게 된 것, 다시 말해 집권당을 ‘박근혜 정부’라고 하는 사인화된 정부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 때문에 발생했다. 특정 정당의 후보로 선출된 대통령이 자신의 정당을 통해 책임 정치를 실천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에서도 ‘선출된 전제정(elective despotism)’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잘 보여준 것이다. 다음 정부는 어떨까. ‘문재인 정부’나 ‘안철수 정부’처럼 특정 개인의 정부로 불리지 않고 공통의 정견과 가치, 정책을 갖춘 ‘민주당 정부’ ‘국민의당 정부’로 부를 수 있게 될까.

민주주의에서라면 정당은 사회적으로 책임 있고 조직적으로 유능하고 정책적으로 체계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라는 거대한 공공재를 이끌 수 있다. 이런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선거를 하고 제아무리 좋은 사람을 청와대로 보낸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의 국정 담론과 정책 공약이 화려해도 지켜지거나 실현되지 않는 것은 정당의 조직적, 사회적 기반이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치가 제도나 형식에만 매달려 존재할 뿐, 민주적 책임성을 감당할 수 있는 정당의 사회적 기반이나 조직적 토대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다음 정부가 되고자 하는 정당들이 해야 할 역할일 텐데 상황은 밝지 않다.

우리 정당들은 평소에 언론과 뉴미디어에만 존재하다가 선거 때 비로소 사회로 내려오지만 그나마도 개인 캠프가 주도하고 여론조사의 수치 올리기에만 매몰돼 있다. 이래서는 제대로 될 게 있을 리 없다. 후보 개인과 수치화된 여론에 따라 유동하는 선거를 치러서 누군가 집권한다고 한들 안정된 정당의 뒷받침 없이 대규모의 정부 조직과 행정 관료제, 시장경제와 노사 관계, 교육과 문화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운 수많은 영역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사회 구성체를 무슨 재주로 운영할 수 있겠는가.

지금 한국의 정당들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다. 다른 당 후보를 탓하기 전에 뒤를 돌아 자기 정당부터 돌아봐야 할지 모를 정도로 무질서하고 무조직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한다 해도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감동적인 화음을 만들어 내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지휘자가 청중을 등지고 자신의 팀을 향해 서 있을 때 가능하다. 각각의 악기는 그 자체로는 불협화음이다. 이를 거대한 화음으로 조율해 내는 것이 지휘자인데, 그 아래에서 악기 파트들과 악장들의 역할이 살아나야 좋은 소리는 가능하다. 무대 뒤 보이지 않는 스태프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 모든 게 제대로 되어야 관객들의 반응이나 태도도 제 몫을 하게 된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정치가가 여론을 향해 인기를 끌려고 하는 동안 자신의 정당은 공허해지고 끊임없는 당내 불협화음으로 시민들을 괴롭힌다면 어찌될까. 자신의 정당이 하나의 조직이자 팀으로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치가라면 여론을 뒤에 둘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정당을 제대로 기능하게 만드는 정치가가 대통령이 되고 그런 정당이 책임 있고 유능한 정부를 이끌 때, 민주주의라는 ‘시민의 집’은 제 모양을 갖춰 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또 다른 선출직 군주를 뽑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음번 정부가 될 정당을 선택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0411/83793110/1#csidx1819994f3f2711ab04a7f7a6dbb3ed8

화, 2017/04/1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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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농민 국가폭력살인사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투쟁본부(이하 백남기 투쟁본부)는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살인사건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해  2017년 4월 18일 화요일 오전10시30분 광화문 세월호 광장 앞에서  19대 대선 후보들에게 백남기 농민을 죽음으로 내몬 국가폭력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묻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대선후보에게 묻는다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살인사건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한 집시법,경직법 개정에 대한 정책질의

 

백남기 농민은 지난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의 시위진압 물대포에 맞아 317일간의 투병 끝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사건 발생 50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사건발생 직후 시민사회와 국회 야3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지난해 9월 국회 청문회가 열렸지만 당시 정부,경찰 관계자 그 누구도 사과지도 책임지지도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사건 직후 검찰에 고발된 당시 진압경찰관 7인에 대한 수사도 어떻게 진행되는지, 기소는 되는지 알 수 없고, 지지부진한 검찰수사에 야3당의 발의로 특검법을 상정했지만 해당 상임위에 6개월째 계류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500여일 동안 정부와 경찰은 자신들의 책임을 다 하지 않았습니다. 사회각계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에도 잘못 조차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이에 차기 행정부의 수장을 선출하는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사건 해결에 대한 입장과 정책대안을 질의합니다. 대선 후보 및 후보캠프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다립니다. 

 

진상규명 


정부와 경찰은 지금까지 이 사건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내부감사 보고서등을 끝내 공개하지 않았고 법적 판단을 기다리겠다고만 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시겠습니까? 마련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진행 하시겠습니까?

 

책임자 처벌 


당시 진압경찰관 7명이 검찰에 고발되어 있지만 지난 500여일간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기소는 되는지 조차 알수가 없습니다. 국회에 특검법안도 발의 되어있지만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고 있지 않습니다. 경찰 내부적으로도 해당 진압 경찰관에 대한 징계 검토조차 없었습니다. 공권력에 의해 한 사람의 국민이 생명을 잃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처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십시요 

 

재발방지 대책


현재 백남기 투쟁본부는 집회시위에서의 국가폭력 재발방지를 위해 집시법,경직법개정 입법청원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입법을 통한 재발방지 이외에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정부차원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지에 대해 입장을 밝혀주십시오

2017년 4월 18일 

화, 2017/04/1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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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보를 ‘3.9% 감옥’에 가뒀나?

[김성희의 정치발전소] 양당체제의 못된 유산 ‘사표론’
어느 선거나 마찬가지겠지만, 한 밤중에 선거 캠프로 걸려오는 전화는 대개 두 종류이다. 하나는 반대자들의 전화, 대개 육두문자로 시작해서 육두문자로 끝난다. 다른 하나는 지지응원의 전화이다. 거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를 기분 좋게 한다. 반대자들과의 통화는 간혹 수화기를 사이에 두고 얼굴 붉히는 언쟁으로 끝을 맺기도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이골이 나도록 걸려오는 이런 종류의 전화쯤은 노련한 당직자들이라면 대개 멋지게 응대할 수 있다. 정작 응대하기 어려운 전화는 따로 있다. 지지자들로부터 걸려오는 “사랑하지만 떠날 수밖에 없다”는 식의 난감한 전화들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16대 대선 마지막 날이었던 2002년 12월 18일, 나는 민주노동당의 상근자로서 심야 당직을 서고 있었다. 그날은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 연대가 파기되고, 이 일로 인해 노무현 후보 측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른 날이었다.
그날의 심야 당직은 여느 날과는 확연히 달랐다. 예상치 못했던 지지자들의 난감한 전화를 수도 없이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대개 내용은 이랬다. ‘본인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는데, 이러다간 이회창 후보가 당선될 것 같으니 이번에는 노무현 후보를 찍어야겠다’는 것이거나 아예 좀 더 나아가서 ‘권영길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화를 건 이들이 모두 당원 또는 지지자라고 밝혔기 때문에 이런 통화에 응대하는 것은 참으로 당혹스런 일이었다.
그날 받은 수많은 전화 가운데 유독 기억에 남는 전화가 있다. 동틀 무렵 걸려온 한 노조위원장의 전화이다. 그는 밤을 꼬박 샌 듯, 잠기고 갈라진 음성으로 천천히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밝혔다. 안면은 없지만 이름은 들어 본 적 있는 꽤 큰 노조의 위원장이었다. “이번에는 권영길 후보를 제가 찍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선거운동도 열심히 했고, 권영길 선배도 존경합니다. 그러나 이번은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말을 이었다.
난감한 생각에 “노무현 후보는 그를 절실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킬 것이지만, 위원장 같은 분이 권영길 후보를 찍지 않으면 누가 민주노동당을 지킬 수 있습니까”라고 설득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미안하다, 사표를 만들 수는 없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거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슬프고 아픈 통화였다.
16대 대선 결과 진보정당은 100만 표에 약간 못 미친 3.9%를 득표했다.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권영길 후보 지지율이 6%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실제 득표는 그 절반 수준이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턱없이 얇은 월급봉투를 받아들고 허탈해 하면서도, 이것이 진보정당이 유권자로부터 받은 첫 월급이라는 데 나름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는 심정이었다.
그날 밤, 얼마나 많은 지지자들이 사표론의 무게에 눌려 증발해버렸을까? 사표를 만들 수 없다는 그 노조위원장의 마지막 목소리는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생생하게 전해진다.

▲ 정의당 심상정 후보 ⓒ심상정 후보 공식 사이트

사표(死票), 말 그대로 보면, 죽은 표 또는 의미 없는 표다. 사표의 정의는 당선된 후보를 찍지 않은 표, 주로는 당선 가능성이 없는 후보에게 주는 표 정도로 풀이된다. “49%를 얻든, 5%를 얻든 당선되지 못하면 모두 사표가 된다”는 식의 주장은 흔히 접할 수 있다. 선거의 최대 목표는 당선이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꽤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2002년 대선 사례처럼 사표론의 수혜자와 피해자는 뚜렷하게 구분된다. 큰 정당의 당선가능성 높은 후보는 늘 사표론으로 득을 보게 된다.
선거는 반복된다. 사표론 역시 그렇다. 선거 때마다 반복된 사표론의 정치적 결과는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믿어지는 극소수 정당의 정치 독점 강화로 이어졌다. 이것이 기득권 양당체제다. 이런 정치체제에서는 정치적 대안이 협소하거나 부재한 사람들, 즉 가난한 사람들, 노동자들, 약자들의 공동이익은 독립적으로 대표되지 못하거나 억압된다. 시민이라는 이름으로 개별화된 투표는 사표론에 쓸려들어온 거대한 표 더미 속에서 의미 없이 희석된다.
이런 사표론이 선거 때마다 횡행하는 것은 선거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 대통령, 광역자치단체장을 뽑는 큰 규모의 선거에서 작은 정당은 당선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외면 받거나 ‘존재’자체가 분열이라는 이유로 종종 사퇴를 종용받는다. 각 정당이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충분히 펼쳐 보일 기회를 주는 결선투표제만 도입되어도 이런 종류의 사표론은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사표론의 덕을 보아온 독점적 정당들은 제도 개선에 소극적이다.
현대 민주주의는 다양한 시민의 자율적 결사에 기초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가치와 효능은 개인이 행사하는 평등한 투표권에서 자동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회경제적 차이로 구분된 시민들이 공동이익을 중심으로 조직될 때, 민주주의는 시민의 삶을 보호하는 체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노동자가 개별 시민으로 투표하는 것과 정체성을 공유한 노동자로서 조직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그 정치적 결과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유권자를 각각의 사회경제적 처지나 정체성의 차이에 기초해 조직하는 가장 대표적이고 강력한 수단은 정당이다. 정당(party)은 사회를 부분(part)적으로 조직하고 대표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사회를 통합한다. 이를 통해 돈이나 권력의 크기에 따라 사회가 일방에게 유리하게 쏠리는 것을 막고, 정치적 균형을 잡는다. 그러나 당선가능성만을 기준으로 표를 던지게 하는 사표론은 이러한 정당, 정치의 기능을 궁극적으로 저해한다.
정당 중심의 현대민주주의라는 시각에서 볼 때, 사표론은 애초의 사전적 의미와는 전혀 다른 정치적 결과를 낳는다. 즉 사표를 만들지 않기 위한 선택이 오히려 자신들의 공동이익과 거리가 먼 죽은 표, 의미 없는 표가 되는 아이러니를 낳고 만다. 사표론이 곧 진짜 사표를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사표론을 민주적 기준에 따라 다시 정의해야 할 필요를 갖게 된다. 사표는 당선가능성 없는 후보나 정당에게 주는 표가 아니다. 시민들이 자신의 이익과 무관한 정당이나 후보에게 던지는 표가 바로 사표이다. 한마디로 자신의 정치적 주소를 잃은 표가 사표라고 할 수 있다.
보수정당이 집권했던 지난 10년 동안 사표론의 가장 큰 수혜자는 제2당이었던 민주당이었고 최대 피해자는 대체로 제3정당의 지위를 유지했던 진보정당이었다. 변형된 사표론인 ‘야권분열 필패론’ 같은 담론들이 위력을 떨쳤다.
지난 총선과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기존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 대표되던 양당 체제가 갑작스럽게 무너졌다. 아직은 불안정하지만 모처럼 여러 정당이 경쟁하는 새로운 정당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아쉽게도 진보정당이 사표론과 맞서 싸워 만들어낸 것, 즉 왼편으로부터의 도전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다.
지난 총선에서 야권분열 필패라는 변형된 사표론을 홀로 돌파한 것은 국민의당이었고, 탄핵과정에서 새로운 보수를 만들겠다며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로 탄핵당한 집권당을 깨고 나온 것은 바른정당이었다. 오른편으로부터의 도전이 적대적으로 공존해 온 공고한 양당체제를 무너뜨렸다.
경로야 어찌되었건, 한국 정치는 모처럼 온건 다당제의 기회를 맞고 있다. 경쟁하는 정당의 수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가 대표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처지에 있는 시민들 구석구석까지 무리지어 대표될 때, 사회는 그만큼 통합되고 좋아질 수 있다.
이제 19대 대통령선거의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부디 이번 대선의 결과가 경쟁하는 정당의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않기를, 불모의 적대를 넘어 여러 정당이 경쟁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정당체제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권을 바꾸는 것보다 체제를 바꾸는 것이 더 진보적이고, 근본적인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김성희 정치발전소 대표
화, 2017/04/1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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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권 기구 아티클19와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 , 헌재에 통신자료무단수집 사건 의견서 제출


영장없는 통신자료 수집은 익명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침해 
유엔 시민, 정치적 권리19조 등 국제적 기준 위반 지적


오늘(4월 19일) 국제적 인권 기구인 아티클19(Article19)와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Pryvacy International)이 각각 한국의 헌법재판소에 통신자료무단수집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제3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 두 국제 인권단체는, 지난 2016년 5월 18일 자신의 통신자료가 국가기관에 무단 제공된 사실을 확인한 500여명의 시민이 헌재에 제기한 통신자료 무단수집 헌법소원 사건에서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무단 수집 근거 법률인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 4항이 익명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권 등 국제적 인권기준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하고 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두 국제 인권 단체는 공히 한국의 통신자료무단수집제도의 근거 법률인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 등이 국제인권법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헌재가 국제인권 기준을 고려하여 해당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판할 것을 제안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아티클19는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하는 활동을 하는 비영리, 비정부 국제 인권 기구이다.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 또한 런던에 본부를 두고 전세계 사생활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비영리 국제 인권기구이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원리와 인권의 근본원칙 중 하나로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필수적인 기반 중 하나이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에 관한 제한은 유엔 자유권 규약 제19조 3항에 명시된 대로, 명문화된 법률에 따라, 타인의 권리나 명예, 또는 국가안보, 공공질서 등을 위해서만 제한될 수 있고, 이때도 필요성, 비례성의 원칙에 부합하여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 4항은 이와 같은 국제적 인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이들 두 단체의 평가이다.
  
먼저, 아티클19는 이번 헌법소원 사례가 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 행사를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지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제기를 한다고 보았다. 아티클19에 따르면, 사생활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상호의존적이라 둘 중 하나에 대한 침해는 나머지 다른 하나에 대한 침해의 원인이며 결과이다.  


아티클19의 진단은, 한국이 가입하고 있는 시민,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과 세계인권선언(19조), 유럽인권협약 등 세계 각 지역의 인권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 기준을 적용하면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3항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구체적으로,  ▶법률 문구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해당국가기관이 마음대로 광범위한 사용자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는 점, ▶ 이 조항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해’라는 문구 등은 지나치게 넓고 명확하지 않는 점 등을 지적하며 자유권규약 19조3항이 요구하는 법률의 합목적성, 필요성 및 비례성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제83조 4항에서 ‘긴급한 사유’가 있을 시에는 서면요청 조차 무시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때의  ‘긴급사유’ 와 같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단어의 선택도 자유권 규약 제19조 3항에서 요구하는 필요성, 비례성의 요구를 준수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 4항은 사생활의 권리도 침해한다고 보았다. 세계인권선언 12조, 유엔 자유권 규약 17조에 의해 전세계적으로 보장되는 사생활의 자유를 제한할 때도 자유권 규약 제19조에서 요구하는 합목적성, 비례성, 과잉금지원칙 등을 준수해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 4항은 ▶ 정보 수집 절차에서 영장이 필요하지 않고, ▶ 정보제공 여부에 대해 정보주체에 통지 규정이 없어, 이와 같이 국제법에서 요구하는 필요성과 비례성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 자유권 위원회도 한국의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 4항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은 특히 익명표현의 자유가 사생활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미치는 중요성에 천착하여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 4항이 한국인의 익명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의견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은, ▶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가입자 정보를 정부기관의 서면 한 장에 넘길 수 있도록 전권을 위임하고 있고, ▶ 이로써 사업자들이 개인식별 정보를 다른 인적 자료와 함께 묶을 수 있어, 익명성과 익명표현을 위태롭게 하여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익명성은 개인이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적 행위를 경감하거나 피하는 중요한 도구 중 하나이다. 익명성은 국가기관의 통제로부터 자유롭게 정보를 주고받는 권리를 향유하게 하는 수단으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데 중요한 안전망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인터넷의 출현과 현대기술이 가져온 소통방법의 변화는 익명성과 익명 표현의 자유를 위협해 왔다. 인터넷은 사람들의 소통방법뿐 아니라, 소통빈도와 개인정보 커뮤니케이션의 양적 증가도 가져왔다. 디지털화된 세계에서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정보가 가입자 정보와 결합되어 한 개인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식별하는 것을 더욱 쉽게 만든다. 이에 국제법 전문가들을 비롯해 프랭크 라뤼 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및 데이빗 케이 현 특별보고관은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 간의 상호연결성을 강조하며 익명성을 지지해 왔다. 그리고 익명성을 침해하는 요소 역시 적법성, 필요성, 과잉금지 원칙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보다 앞서 이미 유엔 자유권 위원회와 프랭크 라뤼 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한국정부에  ▶정부기관이 가입자정보를 요청할 때는 법원이나 독립된 행정조직의 사전 검토를 받아야 하며, ▶정보주체에 통지 의무를 부과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은 한국의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 4항이 한국이 준수의무가 있는 이 같은 국제인권법과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요약하면, 아티클19은 ‘우리나라의 통신자료제공에 영장 등 아무런 제약이 없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져서 비례성이 없다'는 점을,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은 ‘익명권도 다른 프라이버시권처럼 중요하기 때문에 (단 1명에 대해 이루어지더라도) 영장처럼 법원이나 다른 독립조직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점을 중요하게 지적하고 있다. 

 

정보,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무단 수집에 항의하는 피해자 500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한 헌법소원은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중이다. 헌법소원 사건 대리인단은 오늘 이들 두 단체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였다. 아티클19,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과 같은 대표적 국제인권기구들이 헌법재판소에 직접 의견서를 내면서 한국의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 제4항이 국제적으로 합의된 인권기준을 침해한다는 점을 입모아 지적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헌재도 이러한 국제적 관심과 우려를 깊이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 붙임자료 
1.아티클19 의견서-국문
2.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 의견서_국문
3.아티클19 의견서_영문
4.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 의견서_영문

수, 2017/04/1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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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이다 10회 / 선거와 민주주의, 그리고 선택

 

  • 진행 : 바갈라딘(편집자, 알라딘MD), 황주부(콘텐츠 기획자), 김느낌(회사원)

 

책사이다 4월의 주제는 '선거'입니다. 4월의 주제책 《신호와 소음》은 통계학을 기반으로 잘못된 정보를 거리고 의미있는 정보를 찾을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고 《국민을 위한 선거는 없다》는 '민주주의=선거'라는 고정관념에 대한 문제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메이징 데모크라시》는 고대 그리스에서 발현된 민주주의 탄생 과정을 담은 그래픽 노블입니다. 대통령 선거가 20일 정도 남은 지금 출연진들이 선정한 책을 통해 '선거'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s://goo.gl/gHhSkT (팟빵에서 듣기)

 

4월의 주제 [선거] 관련 추천 책 

  • 네이트 실버, 《신호와 소음》
  • 다비트 판 레이브라우크 《국민을 위한 선거는 없다》
  • 알레코스 파파다토스, 《어메이징 데모크라시》

 

주제 랭킹쇼

  •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이재명, 안희정 각 후보자의 책
  • 모리치오 비롤리,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 조윤호, 《프레임 대 프레임》
  • 배철호,김봉신 《네거티브 아나토미》
  • 전두환, 《전두환 회고록》
  • 이순자, 《당신은 외롭지 않다》

 

산책판책

  •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 윌리엄 데레저위츠, 《공부의 배신》
  • 이강민, 《나는 부엌에서 과학의 모든 것을 배웠다》
  • 마고 리 셰털리, 《히든 피겨스》
  • 마크 월린, 《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
  • 강상중,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 오언 존스, 《기득권층》
  • 오언 존스, 《차브》

 

[책사이다] 목록

1회. 일에서 재미를 찾아도 될까요?

2회. 우리는 왜 떠나는 걸까요?

3회. 책은 왜 읽어야 할까요?

4회. 왜 지금 기본소득인가?

5회. 시 읽기 좋은 계절, 당신에게 맞는 시는? 
6회. 혼자살기와 함께살기, 당신의 취향은?

7회. 여러분, 죽을 준비 했나요?

8회. 재난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

9회. 책에서 만난 나의 멘토

10회. 선거와 민주주의, 그리고 선택

 

 

화, 2017/04/1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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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지켜줘야 할 존재 혹은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아이처럼 생각한다. 촛불집회에 나가다 보면 ‘기특하다’, ‘대단하다’, ‘청소년이 미래다’라고 말씀하시는 어른들을 많이 본다. 칭찬하시려는 의도는 감사하지만, 어린아이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또 ‘집회 참여도 하지만 공부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그때마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집회 참여는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물론 공부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그 중요한’ 공부를 하지 않고 왜 거리에 나왔는지 알아주셨으면 한다. 우리는 청소년의 정체성과 평가의 잣대가 ‘공부’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많은 청소년은 자신의 의견을 말할 기회를 받지 못했다. 참정권, 즉 선거권이 없는 데다가, 어리다는 이유로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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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도 우리 사회의 정치 주체

2016년 촛불집회에서 청소년들이 개인적 그리고 조직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알리면서 ‘촛불집회의 주역’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집회에 참여하신 어른들은 우리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셨다. 청소년들은 비상시국에서 진행하는 집회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청소년 단체끼리 연합하여 스스로 집회를 열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의견을 더욱 많이 알리려 노력했다. 이는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으며, 시민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런 활동은 한두 번이 아니라 꾸준하게 이어져 왔고, 청소년도 주체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처럼 청소년도 우리 사회의 정치 주체로 성인 못지않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고, 하고 있다. 나의 경우 한 정당의 예비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내가 속한 당은 당원이 될 수 없는 청소년을 위해 예비당원제를 도입하여, 청소년이 정당에 가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대한민국청소년의회는 위원회마다 현직 국회의원 1인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입법청원의 길을 열어두었다. 물론 모든 청소년이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치 참여를 위한 활동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이런 노력에 비해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 청소년에게는 선거권이 없을뿐더러, 정치인이 청소년에게 의견을 먼저 물어보는 경우도 거의 없다. 현재 우리 사회의 청소년에게는 자신의 의견을 대변해줄 사람이 없다. 성인들이 짜놓은 틀 안에서만 생각하고 활동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정치와 사회 참여 기회를 얻게 된다면, 청소년을 위한 정책도 많이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선거연령 하향이 그중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OECD 국가 중 대한민국만 만 19세로 선거연령을 제한하고 있다. 청소년의 정치 참여 확대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보완할 방안 중 하나다. 청소년 국회의원이 청소년을 위한 법 제정을 하고, 정당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상상하면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만 18세 청소년 참정권은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청소년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청소년의 의견이 존중받는 세상을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찬영 고등학생

목, 2017/04/2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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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광장에는 늘 청소년들이 먼저 있었다. 헌법 조문을 외우고,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 현실을 정확히 꼬집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18세 선거권이 실현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청소년들은 광장, 국회, 거리를 다니며 선거권을 외쳤다. 그리고 문제가 선거제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질곡 돼 있다는 자괴감을 느꼈다.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칠 때, 청소년들은 자신들을 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뭣도 모르는 어린 것들’ 혹은 ‘기특한 학생’ 그 어디쯤 있다고 느낀다.

10대는 공부만 하는 존재?

지난해 한국청소년재단과 비영리여론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이 실시한 청소년 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5.5%가 선거연령 18세 하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보기) 이유로는 ‘정치적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 57.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기 때문’이 29.7%로 뒤를 이었다. 또한, 청소년들이 정치적 의사 표현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응답이 82% 넘게 나왔다. 하지만 정치권이 청소년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92%에 달했다. 청소년과 정치권 사이에 큰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18세 선거권 문제만 하더라도, 청소년들은 자신 스스로 사회적 의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치권이나 학교는 이들을 사회적 존재로 보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 청소년들이 광장에서 외치고 실현하려는 것들은 가정이나 학교로 돌아가면 무색해지고 만다. 그들은 여전히 훈육의 대상이다. ‘10대=학생(공부하는 존재)’이라는 강력한 인식의 프레임은 도통 변하지 않고 있다.

20대 국회가 들어서고 촛불정국 속에서 선거연령 18세 하향 운동이 진행됐다. 이는 2000년 이후 계속돼 온 청소년 및 시민사회계의 선거연령 하향 운동의 맥락 속에 있다. 만 20세에 머물러 있던 선거연령은 2005년 선거법 개정을 통해 19세로 하향되는 데 그쳤고, 19대 국회 정개특위에서는 정치적 이해득실로 인해 18세 선거연령 인하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보이지 않지만 스스로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들

참여민주주의 확대라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선거연령 하향의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18세 연령의 독자적 인지능력과 정치 의식 수준 인정, OECD 34개국 중 한국 제외 33개국 선거권 18세 이하, 타 법률과 형평성 문제, 국가인권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의 18세 선거권 확대 공식 표명, 민주주의 선거권 확대의 타당성 등… 이러한 당위에도 불구하고, 선거연령 인하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대표 의견은 청소년의 미성숙이다. 공부해야 할 나이인 청소년들이 부모나 교사에 의해 정치적으로 휩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대로 라면, 청소년은 18살에서 19살이 되면서 1년 사이에 미성숙이 성숙이 되고 어떤 연습 없이 교육대상에서 정치 주체가 되는 절대적 분리를 극복해야 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보이지 않는 경로를 통해 스스로 성장해 왔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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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18세선거권국민연대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hopevote18)

18세 선거권 운동은, 자발적인 청소년 당사자 운동과 함께 18세선거권국민연대, 18세선거권공동행동네트워크, 한국YMCA전국연맹 등이 활동을 주도해왔다. 20대 국회 개회 이후에는 선거 연령을 18세로 하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법안 발의, 피선거권 하향 조정 및 당원 자격연령 하향 등의 법안발의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2016년 하반기부터 토론회, 캠페인, 축제 등 청소년 당사자들과 활동가들이 18세 선거권 실현을 목표로 다양한 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대국민 캠페인, 국회 선거법 개정 청원 등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진행됐다. 2016년 11월에는 국회의원실에 18세 선거연령 인하 현판 부착식을 시작했고, 2017년 1월에는 18세 선거권 국민연대 창립, 대선 후보자 간담회, 정세균 국회의장 및 3당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18세 선거권 보장을 위한 국민대회 및 토론회 등을 진행했다. 또한 2017년 2월까지 ‘18세 선거연령 인하 선거법 개정 통과 촉구’ 국회 릴레이 피켓시위와 기자회견 등이 계속 이어졌다.

학교가 정치 참여의 공론장 되어야

2017년 2월부터는 청소년 참여권 보장을 위한 연속토론회 ‘청소년 참여를 허하라!’(관련내용 보기), 2017년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 18세 참정권 확보 특별위원회가 주관한 5개 정당 청년당원 초청토론회 ‘18세 참정권 확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에서 청소년 당사자들의 목소리와 의견을 실제로 반영하는 기구나 조직,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덧붙여 18세 선거권뿐만 아니라 피선거권을 포함한 참정권 확대 논의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또한 청소년이 뽑는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전국 청소년 선거인단 20만 명을 모집하여 모의투표 진행을 계획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이 좌절되면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18세 선거권은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지만, 이는 더 큰 참정권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장에 모인 청소년들의 모습은, 더는 미성숙을 이유로 그들을 학교와 교과서 안에 가둘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어떤 이는 청소년의 사회참여 혹은 참정권을 위해 그들의 일상인 비인권적인 학교 현실을 개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틀리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이럴수록 18세 선거권과 청소년 참정권을 더 이야기해야 한다. 18세 투표가 학교에서 참여와 학생 인권 실현의 가장 크고 의미 있는 시작이 되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투표를 이야기하고, 후보를 평가하고,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정책과 공약을 논할 때야 비로소 학교가 정치 참여의 공론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으로 확보된 권리를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모습이 학교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그 자체가 민주시민교육과 체험의 장이 되는 것이다. 18세 선거권은,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시작으로 그들을 문제나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 온전히 볼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월호 세대는 기성세대에게 이야기한다. 그만 미안해하고, 그냥 기회와 권리라도 달라고…….

– 글 : 하성민 홍은청소년문화의집 관장·한국청소년재단 이사

목, 2017/04/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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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월)부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한-메콩 특별정상회의가 연달아 열릴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사람(people), 번영(prosperity), 평화(peace) 3P 원칙을 표방하는 신남방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세안 국가들과 이러한 원칙에 따라 잘 관계 맺고 있을까? 몇 가지 이슈를 통해 살펴본다. -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①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International&document_srl=16... style="background-position:0px 0px;color:rgb(102,153,204);" target="_blank" rel="nofollow">댐 붕괴됐는데 하루 수당 700원... 사과도 보상도 모르쇠

② http://www.peoplepower21.org/International/1670837" style="background-position:0px 0px;color:rgb(102,153,204);" target="_blank" rel="nofollow">로힝야 학살 침묵한 아웅산수치, '투자' 운운한 한국

③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International&document_srl=16... style="background-position:0px 0px;color:rgb(102,153,204);" target="_blank" rel="nofollow">문 대통령님, '친구의 나라' 베트남에서 사과를 원합니다

④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International&listStyle=list&... style="background-position:0px 0px;color:rgb(102,153,204);" rel="nofollow">신남방정책 성공에 필요한 '마지막 열쇠' 


 

문 대통령님, '친구의 나라' 베트남에서 사과를 원합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연속기고③]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임재성(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베트남전 진상규명 TF 간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19/1127/IE002575956_STD.jpg" style="border-width:1px;border-style:solid;width:600px;text-align:center;"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한-아세안 관계 30년이 지난 지금 교역은 20배, 투자는 70배, 인적교류는 40배 이상 크게 늘었다" "이제 우리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친구가 되었고, 함께 새로운 꿈을 꾸며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사실이며 지향이다.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친구' 속에서는 아세안 국가 중 하나인 베트남 역시 포함된다. 베트남은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주요 대상국이다. 2019년 상반기 교역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은 베트남의 수요 수출국 중 4위, 주요 수입국 중에서는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단위의 외교적 관계, 경제 교역량의 증가를 넘어서 과연 정말 한국은 베트남과 '친구'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19/1126/IE002575601_STD.jpg" style="border-width:1px;border-style:solid;text-align:center;width:600px;" />

 

▲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 ⓒ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

 

 

지난 4월 4일,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학살 당하거나 본인이 상해를 입은 민간인 피해자 103명이 대한민국 청와대에 청원서를 접수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한국 사회에 퍼져 있는 오해에 대해 명확하게 지적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베트남이 사과를 원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한국의 공무원들도 우리 생존자들에게 찾아와 '사과를 원하냐'라고 묻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보다 한국 정부에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생존자들은 사과를 원한다'라는 것을 이 청원서를 통해서 분명히 알리고 싶습니다."

 

앞서 표현을 빌리면, '없어서는 안 될 친구'의 나라에서, 103명의 피해자들이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걸고 대한민국에 진상규명과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답변은 참담했다. 국방부는 지난 9월 9일 '국방부 보유 자료에서는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관련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한국 측의 단독조사가 아닌 베트남당국과의 공동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나, 한국-베트남 정부 간 공동조사 여건이 아직까지 조성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사과는커녕 진상조사를 시작조차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민간인학살은 기록 없고, 진상조사는 할 수 없다'였던 것. 1999년부터 20년 가까이 공론화됐던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제에 있어서, 한국 정부 최초의 공식적 서면 답변이었다.

 

최소한 일본도 1990년대 초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되자 나름의 진상조사를 통해 1993년 고노 담화라는 형태로 일정한 사실인정과 유감의 의사표명을 했다.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하였다는 것이 명확하게 되었다" "위안소에서의 생활은 강제적인 상태 하에서의 참혹한 것이었다" "종군위안부로서 허다한 고통을 경험하고, 심신에 걸쳐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께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올린다" 등의 표현이 나왔다.

 

현 아베 정권에서 위 고노 담화를 부정하는 인식과 태도, 즉 퇴행적 역사 수정주의는 매우 노골적이다. 하지만 최소한 1993년의 일본은 2019년의 한국보다 나은 점이 있었다. 부끄러운 일이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 103명의 청원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19/1126/IE002575606_STD.jpg" style="border-width:1px;border-style:solid;text-align:center;width:564px;" />

▲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 103명의 청원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

ⓒ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

 

 

베트남과 한국이 친구가 되려면... 응우옌티탄의 분노에도 귀 기울여야

 

103명의 청원인 중 한 명인,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위치한 퐁니 마을에 거주하는 응우옌티탄은 국방부의 회신을 받고 이렇게 분노했다.

 


"국방부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에는 민간인학살 자료가 없다며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세상에 어떤 나라 군대의 전투 사료에 자신들이 학살했다고 보란 듯이 기록을 합니까!

 

한국군의 자료에 관련 내용이 없다고 학살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있나요? 국방부가 미국 자료는 봤나요? 퐁니 마을에 나 같은 생존자들이 살아 있는데 한국 정부가 직접 마을에 와서 우리의 증언을 듣고 확인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 일도 전혀 하지 않고, 자신들의 자료만 조금 들춰보고 이런 답변을 내놓는 게 말이 되나요?"


 

그녀가 8살이었던 1968년 2월 12일, 청룡부대 1대대 1중대는 퐁니 마을에서 작전을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청룡부대는 퐁니 마을 거주 민간인 70여 명을 학살했다. 8살이었던 그녀는 복부에 총을 맞았고, 그녀의 어머니, 이모, 누나, 조카, 동생이 모두 같은 날 학살 당했다.

 

이제 59세가 된 응우옌티탄은 아직도 그날을 잊을 수 없다고, 죽기 전에 꼭 사과와 명예회복을 받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기대를 가지고 4월 4일 청와대 앞까지 직접 와서 청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그녀의 기대와 희망은 모두 거절 당했다.

 

부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사람'과 '번영'과 '평화'라는 3P를 기조로 하는 이 정책이 아픈 역사 속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배제한 것이 아니길 희망한다. 아니, 피해자들의 구체적이고 현재적인 요구를 외면하는 사람과, 번영, 평화라는 것이 존재할 수는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의 요구에, 최소한 한국 정부와 사회가 응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할 것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90640" target="_blank" rel="nofollow">오마이뉴스에서 보기>>

목, 2019/11/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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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철수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혀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적폐가수’로 몰려 곤욕을 치른 가수 전인권 씨.
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박근혜 정부의 몰락 이유를 꼽으라면, 나는 이견과 비판을 적대하고 증오한 것을 들겠다. 그런데 같은 잘못을 다음번 정부도 쉽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짧은 정의는 ‘야당이 있는 체제’이고, 이때 야당이란 반대당(opposition party)을 뜻한다. 반대가 없는 체제란 곧 비민주주의 체제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곧 정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야당 또한 자신들에 대한 반대는 용인할 수 없다고 한다면, 정권 교체의 의의는 무엇이 될까.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연기자이자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위한 지지 연설을 하면서 당시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를 ‘존재감 없는 무능 대통령’으로 비하했다. 그 일이 있은 지 이틀 뒤 오바마는 이스트우드 연설 때문에 상처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가 그 정도에 모욕을 느낀다면 다른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스트우드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실과 무관하게 “이스트우드는 훌륭한 배우이고, 감독으로서는 더 훌륭하다”며 자신은 여전히 이스트우드의 팬이라고 밝혔다.

미국 유권자 가운데 흑인은 8분의 1에 불과하다.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도 매우 심하다. 그런데도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고 재선에 성공하고 퇴임 후 가장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반대에 대해 그가 보여준 민주적 자세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19일 TV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판한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 대해 민주당의 송영길 총괄본부장이 보인 반응을 보면서 참혹한 기분이 들었다. 문 후보를 비판한 심 후보를 그가 재비판한 것 때문이 아니다. 다른 후보를 비판할 수 있고 또 그게 그의 역할 가운데 하나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의 핵심은 비판의 이유나 근거 없이 비판 그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그의 태도였다.

누가 보더라도 문 후보에 대한 심 후보의 비판적 질문은 합당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진보적인 정당으로서 물을 만하고, 아니 당연히 물어야만 하는 사안들이었다. 그런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 없이 송 본부장은 심 후보가 “정의가 아닌” 일을 했고, “온몸에 화살을 맞으며 버티는 문재인에게 칼질”했다고 말했다. 정의당을 작지만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지하는 동료 시민에게 모멸감을 갖게 하는 일을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그는 어떤 ‘정의의 정치’를 지향하는 것일까. 정의당이 그간 민주당과의 야권 연대에 의존해 당세를 유지하려 해놓고 이제 와서 이럴 수 있느냐는 ‘공정 보상의 원칙’을 이야기한 것일까. 아니면 민주당이 집권하면 연정을 통해 장관직을 얻으려는 속셈을 갖고 있는 주제에 이러기냐 하는, ‘미래 소득을 둘러싼 거래의 원칙’을 상기시킨 것일까.

혹시 정의당과 다르지 않은 개혁적 본심을 갖고 있는 문 후보가 보수 세력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애써 그 개혁성을 감추고 있는 것을 몰라주느냐는, ‘동업자의 숨은 계획’을 알아달라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문 후보를 지지하면 선의이고, 비판하면 적폐세력’이라는 비이성적 신념에 따른 것일까.

송 본부장의 발언과 뒤이은 정의당에 대한 댓글 공격을 보면서 ‘친문은 친박과 과연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여겨진 일이 있었다. 그것은 가수 전인권 씨가 안희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져 ‘적폐가수’로 공격받은 것과 관련해 문 후보가 보여준 자세였다. 그는 적폐 청산을 위해 자신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왜 다른 후보를 지지하냐고 문제 삼지도 않았다. 가수로서의 자질을 잃었다는 비난은 더더욱 안 했다. 단지 “그의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저는 그를 가수로서 좋아하고, 그의 애국가에 국민으로서 감사하고, 촛불집회에서 노래했던 그의 진정성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전인권 씨, 고맙습니다.”

이견과 비판을 상대하는 민주적 태도로서, 이 이상 뭐가 더 필요할까. 극성 지지자나 조력자들보다 후보가 낫다는 것은 민주당의 큰 복이다.

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ISSUE/2017president/News?gid=84050641&date=20170425&path=#csidx817dacd5c06c2ceb30b8da0848fbdfe

화, 2017/04/2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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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의 민주주의 교실

<정당의 발견> 함께 읽기

> 정당은 왜 현대 민주주의의 중심이며 어떤 역할을 하는가
> 2번의 선거와 촛불집회를 거치며 만들어진 다당체계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 정당들의 연정은 무엇을 의미하고 또 어떻게 가능한가
> 좋은 정치를 위해 정당은 어떠해야 하는가

* 이 프로그램은 <정당의 발견>을 교재로 하여 강독과 토론을 통해 진행됩니다.

<프로그램 안내>
일     시 | 5월 22일~6월 19일(매주 월) 오후 7:00
장     소 | 정치발전소
정     원 | 15명
교     재 | 정당의 발견(후마니타스)
수강신청 | http://bit.ly/정당의발견
참 가 비 | 10만원(비회원 15만원)
입금계좌 | 1005-702-851358 우리은행 정치발전소

<커리큘럼>

날짜 제목 교재
1강(5.22) 정치와 정당, 그리고 민주주의 1, 2부
2강(5.29) 정당정치의 형성과 그에 대한 도전 3부, 4부
3강(6.05) 정당의 민주적 기능과 역할 5부
4강(6.12) 정당 조직과 체계의 변화 6부
5강(6.19) 정당정치를 좋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 7부, 에필로그
목, 2017/05/0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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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학교장님의 새 저서 <정치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가 출간되었습니다.

지난 해 겨울에 진행된 동명의 강의를 바탕으로 쓰인 이 책은 ‘시민을 위한 정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좋은 정치에 대해 고민하는 시민들에게 좋은 입문서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추천기사도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추천기사 : 정치학자 박상훈, 시민을 위한 정치이야기

월, 2017/05/0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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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무위당 학교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모두를 껴안고 함께 가는 것.’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한살림 생명운동을 그리 말씀하셨지요.
지난겨울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한 촛불광장은 ‘껍데기 민주주의’를 벗겨내는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진짜 민주주의!
더 많은, 더 깊은 민주주의를 위한 배움터.
여러분을 한살림고양파주 무위당 학교에 초대합니다.

 

1. 대상 : 한살림고양파주 조합원과 일반 시민 60명(선착순)

2. 참가비 : 2만원(411-910004-61304 하나은행 한살림고양파주 / 입금 시 무위당-입금자명 기재)

3. 신청 : 홈페이지 해당 공지 신청란 접수 후 참가비 입금

4. 문의 : 기획홍보팀 031-926-3563

 

일정 등 자세한 내용은 참가하신 분께 별도 안내드립니다.

 

2017 무위당학교 참가 신청하기

 

 

화, 2017/05/0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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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통치의 시간’, 준비돼 있습니까?

정치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선거 시기가 되면 연락이 뜸하던 친구들로부터 종종 안부 확인을 겸한 선거의 전망을 묻는 전화를 받곤 한다. 며칠 전에도 친구로부터 ‘선거가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전화를 받았다. 긴 수다 끝에 친구가 물었다. “근데 왜 이번 대선은 12월이 아니라 5월에 하지?”, 농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뜬금없는 질문을 받고 순간 당황했다. 중년의 건망증이라고 서로 웃어넘기긴 했지만, 통화가 끝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친구의 질문이 영 생뚱맞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우리가 왜 여기에 있고,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잊은 채, 선거판의 정글에 빠져들어 길을 잃고 있는 것이 단순한 건망증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대선의 열기 속에 어느새 까마득한 일이 된 듯하다. 간간이 언론을 통해 양념처럼 등장했다 사라지는 전임 대통령을 비롯한 사건 연루자들의 사법처리과정과 수감생활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만이 우리가 왜 12월이 아니라 5월에 대선을 치르고 있는지를 문득 상기시킬 뿐이다.
이번 대선은 87년 민주화 이래 최대 사건, 헌정 중단에 준하는 정치적 대위기가 초래한 선거이다. 또한 대다수 시민들은 대통령을 파면한 것을 폭군을 내쫓은 일종의 명예혁명으로 이해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다음 정부는 명예혁명 이후의 새로운 질서를 주조해야 하는 비상한 책무를 부여받게 된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그러한 비상함은 찾기 어렵다. 선거 과정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를 잊게 할 만큼, 이전의 여느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 문제를 두고 냉전적 시각으로 상대를 적대하는 것도, 심판론의 연장인 적폐청산론으로 피아를 구별해 적대하는 것도 그렇다. 이놈 저놈 하는 격한 정치적 언사도 모두 기시감이 느껴진다. 그 틈을 타 탄핵당한 헌법 밖의 정치세력이 슬슬 다시 몸을 풀고, 또 그만큼 적대와 증오는 깊어지고 있다.
새로운 정권이 등장하면 모든 문제들이 일거에 해결될 거라는 자족적 기대도 상당히 커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탄핵정국 통해 표출된 사회적 에너지의 규모에 비춰, 그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의 다양함에 비춰,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의 복합적인 성격에 비춰 지극히 불충분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번 대선이 12월이 아니라 5월에 치러지게 된 것은 통치의 위기가 불러온 결과다 
보수-진보, 여-야를 떠나 절대 다수 시민들이 유사 사회적 합의를 통해 최고 통치자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 과정은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넘어, 극심한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불균형, 시장을 지배하는 권력과 재벌 간의 오래된 담합구조, 대통령과 청와대로 초 집중화된 권력체계, 자율성과 자생력을 상실한 대학을 비롯한 사회 각 부분, 예스맨들의 집합체가 된 집권당과 책임성 없는 내각, 외교안보적 무능력과 리스크 증대 등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정치, 경제, 사회 각 영역의 누적된 위기에 대한 시민의 불만이 일거에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것이 조기 대선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촛불시위 과정에서 보인 “이게 나라냐”라는 광장의 함성은 더 나은 통치에 대한 시민들의 집약적 요구라고 할 수 있고, 이번 선거는 그것을 묻고 있다.
선거는 정치가 가진 여러 얼굴 가운데, 가장 경쟁적이며 대립적인 측면이다. 그러나 선거가 정치의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없다. 선거가 끝나면, 누가 집권하든 통치의 시간이 온다. 통치(government)는 원래 배의 키를 잡는 행위에서 유래한 말이다. 키를 잡고 거대한 함선을 이끌 듯이 최선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나라의 전반을 조정하고, 조율하고, 운행하는 정치적 실천이 통치다. 따라서 선거하듯 통치할 수 없다. 민주적 통치는 경쟁보다는 건설적 협력을, 대립보다는 상호 존중과 이해에 기초해야 한다.
더 좋은 통치의 비전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핍박과 조롱을 통해 이기는 것만을 추구하는 것은 통치의 위기가 불러온 이번 대선의 의미를 정확히 뒤집는 것이나 다름없다.
선거 과정에서 과도하게 동원된 적대와 상대에 대한 모욕은 비단, 후보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어떤 이유로든 그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 역시 그러한 적대와 모욕으로 고통받는다. 우리가 협력할 수 있고, 또 서로 존중받고 있다는 시민적 공감대가 없다면, 선거의 뒤끝은 격렬한 분열에 이끌릴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누가 집권해도 여소야대의 분권정부, 즉 소수파 정부일 수밖에 없다. 지금 유력한 대선후보가 상대하는 후보와 정당은 선거가 끝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 촛불을 거치면서 높아진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수준 속에서 나라를 이끌기 위해서는 집권한 정당, 후보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첩첩산중이다. 아무리 승부가 중요하다 해도 서로가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 서로가 존중받고 있다는 신뢰의 근거는 남겨놓아야 한다. 그것이 통치의 시간을 준비하는 ‘통치자의 태도’이다.
선거는 이제 종반전이다. 비상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평범한 선거를 보며, 미래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비단 나만의 우려는 아닐 것이다. 단 며칠이라도 적대와 증오, 서로에 대한 모욕이 커지는 선거가 아니라, 우리가 더 나은 공동체를 함께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 서로가 존중받고 있다는 이해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 그 맨 가장자리에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희망’을 발견했듯 말이다.
[email protected]
월, 2017/05/0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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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와 협력하지 않는 대통령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DB

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여느 때처럼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 아닌, 곧바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제1시민’ 혹은 ‘시민 중의 시민’을 뽑는 선거 일정이 오늘로써 마무리된다. 승자가 누릴 기쁨의 시간은 짧을 것이다. ‘시민 속’을 누비며 경합해야 했던 대선 후보로서의 지위를 마치자마자, 하루아침에 ‘시민 앞’에 우뚝 선 최고 통치자로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 선거 후유증을 다독이며 숨을 돌릴 한동안의 여유가 내일의 대통령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 수준의 대통령이라면, 일을 빨리 하는 것을 과시하려는 조급증에 빠지기 쉽다.

크고 빠른 성과에 연연하는 조급함은 한국의 역대 대통령 모두를 망가뜨린, 일종의 ‘정치적 질병’이었다. 그런 점에서 정치적 조급증은 이번 대통령만의 특별한 위험은 아닌데, 다만 심리적 압박은 어느 대통령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런 압박을 견디지 못한 대통령일수록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이 안 될 때마다 야당이나 반대파들이 협조해 주지 않는 것을 알리바이 삼아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청와대와 주변 참모들은 ‘국민과의 대화’나 ‘대국민 홍보 강화’를 빌미로 여론 정치를 확대하려는 충동을 절제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여야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집권당 내부에서조차 정상적인 정당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이런 사태가 신정부에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부드러운 풍모와 유머, 침착함을 대통령이 잃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상황에서 빠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새 대통령은 앞선 정부에서 임명된 내각과 앞선 대통령의 정책을 위해 마련된 예산을 갖고 출발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당 지도부 개편과 내각의 진용을 짜는 일을 서둘러야겠지만, 거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정부조직법을 손보고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 일을 하려면 추경 예산도 편성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 준비도 코앞의 일이다. 보통의 신정부에서보다 훨씬 늦게 시작하는 일정이니 내실을 기하는 데 전념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게 입법부와의 좋은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 야당과의 협의 능력이 중요할 텐데, 이는 집권당 지도부의 유능함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민주주의에서 제1의 권력기관은 입법부이며, 대통령도 이를 초월할 권력은 갖지 못한다. 통치 행위는 법에 입각해야 하고 그런 법을 제정하는 입법자에게 시민 주권이 위임되어 있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초 원리다. 입법부를 움직이는 것은 시민의 의사를 나눠서 대표하는 정당들이며, 이 가운데 집권당과 내각이 긴밀히 협력해서 정부를 관장하는 것을 ‘책임 정부’라 부른다. 박근혜 정부일 뿐 새누리당 정부가 아니었던 지난 정부에서 책임 정치가 어떻게 실종되는지를 보았듯이, 신정부 역시 정당의 정부가 아니라 특정 대통령 개인의 정부로 불리면 민주정치의 미래는 없다.

입법부와 싸우는 대통령은 최악이다. 안정된 당정 관계를 바탕으로 입법부와의 협력을 도모하고 여야 정치인을 넘나들어 대화를 이끌 수 있는 ‘다정한 자신감’은 민주적 리더십의 핵심 덕목이다.

혹자는 양당제로의 수렴 효과가 큰 대선에서조차 5당 구도가 유지된 만큼, 신정부하에서 다수 야당의 발언권은 강해질 것이라 말한다. 경제와 외교 등 이런저런 상황의 어려움을 들어 ‘신정부 조기 실패’를 예견된 일처럼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인간의 활동 가운데 정치만큼 독립 변수로서의 측면이 강한 것은 없다. 객관적인 상황이 좋아서 성공하고 상황이 나빠서 실패했다는 인과론이 적어도 정치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정치의 역할에 따라 나쁜 상황에서도 성공하고 좋은 상황인데도 실패했다고 말하는 것이 사실에 훨씬 더 가깝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셰리 버먼 교수가 자신의 책 제목으로 삼은 것으로 유명한 ‘정치가 우선한다’는 테제야말로 민주주의의 본질이 아닐 수 없다. 주권이라고 하는 절대적 권력을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아 창의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단연코 정치의 역할이다.

민주정치의 이상은 ‘숙고된 결정’과 ‘합의적 변화’에 있는데, 이는 통치자의 자신감이 침착하고 다정한 리더십으로 실현될 때만 가능하다.

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ISSUE/2017president/News?gid=84267160&date=20170509&path=#csidx2103e245134d6618c882c45214adee5

화, 2017/05/0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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