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22) 청와대가 대통령 발의 헌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중 정부형태를 비롯한 권력구조 개편안을 공개했다. 국회 구성의 비례성을 강화하는 등 일부 진전된 내용이 있지만, 대통령과 행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실질적으로 분산시키는 개헌안이 제시되지 못했다.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실망스럽다. 대통령이 26일 발의할 개헌안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었고, 조문 전체도 공개될 예정이다. 나아가 대통령은 국회에 합의안 마련과 발의를 요청했다. 이제 국회가 나서서 국민들의 뜻을 확인하고, 제 역할을 해야 할 때이다. 대통령이 발의하는 개헌안은 국회의 개헌합의안 마련을 위한 촉매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정부형태와 관련하여 청와대는 대통령중심 4년 연임제를 제시했다. 대통령제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도 일관된 국민적 요구이다. 예산법률주의 도입 이외에는 실질적으로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은 찾기 어렵다. 대통령제를 강조하면서 여전히 정부가 법률안 제출권을 가지고, 정부의 법안 제출시 국회의원 10명에게 동의를 받도록 하여 ‘국회의 입법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실질적 의미가 없는 면피용 방안이다. 대통령의 인사권과 관련해서도 헌법재판소장의 추천권을 호선으로 바꾼 것 이외에는 새로운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감사원을 독립기관화하겠다면서 주로 행정부를 감사할 감사위원을 피감대상인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3명 추천하겠다는 것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일부 자문위원들이 주장한 바대로 감사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위원을 국회가 전원 추천하거나 국회 6인, 법관회의 3인 등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법관추천위원회 구성이나 대법원장 임명 관련 대통령의 인사권을 과감히 축소하지 않고 보도자료에도 명료하게 언급하지 않은 것은 사법부의 독립과 관련해서 우려스럽다. 사법부의 정권에 대한 예속을 막을 방안을 보다 진취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 개헌안이 대법원장의 권한을 일부 축소하고 배심제의 근거를 헌법에 명시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대법원장의 인사추천권을 대법관회의 등에 넘겨주는 것만으로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민주적 통제의 예외로 존재해온 사법부를 개혁할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개헌안은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이나 선출과 관련해서는 국민여론을 내세워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국회에 추천권이나 선출권을 주지 말자는 여론이 높은 이유는 현재 국회에 대한 불신 때문이지 절대불변의 가치는 아니다. 비례성이 강화되어 구성된 새로운 국회에게 협치에 기반하여 국무총리 추천권 또는 협의권을 주는 권력구조가 전적으로 불가능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중권력이 우려된다면 협의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대통령과 국회간의 사전협의장치를 명문화하는 등 타협방안을 모색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정치권간 합의가 어렵다면 전국민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회 구성의 비례성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회의원 의석배분의 비례성이 강화되고, 새로운 국회가 구성될 것이다. 개헌안대로 국회가 민의에 비례해 구성되게 되고, 직접민주주의 제도까지 보완될 경우, 국회의 대표성과 역할은 좀 더 개선될 수 있다. 현재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의 국회를 상정하고 권한 부여와 강화에 망설일 이유는 없다. 국회권한 강화는 선거제도 개혁과 국민의 국회견제제도 강화와 연동되어야 하고, 그럴 경우 입법권과 인사권에 있어 국회가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 한편, 개헌안이 선거연령을 낮추고 선거의 자유를 대폭 확대한 것은 상당한 진전이다. 하지만 선거연령을 18세로 헌법에 못 박을 경우, 추가적인 선거연령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 다른 정치선진국의 경우 18세 미만의 국민에게도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대통령과 청와대는 대통령제가 국민의 뜻이라고 강조하면서, 정작 그 내용에 있어서는 대통령제의 기초인 권력분립에 소홀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2016년과 2017년 겨울 촛불집회가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한 것에 항의한 범국민행동이었음을 상기하기 바란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능했던 것은 국민의 힘을 바탕으로 정치적인 탄핵연합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권력구조 개편안에는 탄핵연합과 같은 개헌연합을 형성하겠다는 적극적 의지가 부족하다. 국민의 권리인 기본권 강화에 대해서는 촛불의 정신을 바탕으로 분명한 태도를 취하고,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진정한 견제와 균형, 연합정치와 협치가 가능한 방안을 추가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참여연대가 일관되게 강조해 왔듯이 개헌과 관련되어 이제 국회가 나설 때이다. 여당은 보다 적극적인 권력구조 개편안을 마련하여 야당과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모든 원내정당은 정치적∙정략적 고려보다 대한민국을 새로운 주권과 인권의 바탕 위에서 재탄생하겠다는 각오와 사명감을 가지고 ‘개헌’에 관한 국회의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도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국민투표에 부치지 못한다. 개헌 절차와 내용에 대한 고위정치협상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동시에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정당-시민사회연석회의를 구성하고 주된 쟁점에 대해 국회가 아직 사용하지 않은 개헌 국민의견 수렴 예산을 사용하여 전국적인 숙의토론에 착수해야 한다. 국회에겐 앞으로 두 달의 시간이 남아있다. 국민을 중심에 두고 진정한 협치와 연합을 실현해주기를 촉구한다. 끝.
참여연대는 매 해 2번, 대학생 방학기간 마다 6주 동안 청년들이 모여 공부하고, 토론하고, 직접 캠페인까지 기획하고 시행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년연수, 청년인턴, 청년공익활동가학교라는 이름을 가진 이 프로그램은 올해로 어느덧 10년을 맞았습니다. 지난 11월 25일 토요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참여연대 청년프로그램을 거처간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홈커밍데이 후기는 2017년 여름 20기로 참가했던 고은비 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어 삶을 바꿔간다는 것
참여연대 인턴·청년연수·청년공익활동가학교 홈커밍데이 후기
10년 동안 참여연대에서 진행했던 과정 중 하나가 인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이름을 바꿔가면서 청년들이 참여했던 인턴 프로그램이 10주년을 맞으면서 그동안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10년 동안 활동했던 사진을 전시하고, 서로가 인터뷰 하는 형태로 소개를 한 후에 5가지의 언어를 가지고 조를 나누어 마인드맵 형태로 의견을 나눈 후에 발표하는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참여연대의 인턴 프로그램이 ‘청년공익활동가학교’ 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때 참가했습니다. 오랜만에 같이 했었던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설레기도 했지만, 그 전에 참여했던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긴장감도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행사 당일에 내리던 겨울비가 장마처럼 내리던 터라 ‘무사히 도착은 할 수 있을까?!’ 의구심도 조금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저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니, 힘을 얻었다고 해야겠습니다. 특히 각 조마다 놓아져 있는 단어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대학 생활을 할 때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적도 있지만, 추상적인 주제를 가지고 얘기를 한 적은 거의 없었거든요. 설령 한다고 해도 금방 끝나버리는 터라 ‘이것이 내 삶과 어떠한 연관을 지니고 있으며, 어떻게 유지를 하거나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식의 깊숙한 닿음까지는 힘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이에 관해 모두의 의견을 써서 알 수 있었고, 긴밀한 이야기로도 이어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를 통해서 ‘나 혼자가 아니라 같이 생각하고, 같이 움직이면 우리의 삶은 바뀐다!’는 깊은 확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나무 한 그루만으론 숲을 이룰 수 없지만, 여러 그루의 나무가 모여서 숲을 이루면 사람은 그 숲을 통해 삶이 조금씩 바뀌듯,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덕분에 홀가분하게 많이 웃을 수 있었어요. 고맙습니다.
지난주에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간에 오간 말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두 나라에서 ‘정치’가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절감했다.
자신이 소유한 고급 골프코스와 사치스런 요리에 대해 말하는 트럼프의 말에선 한국과 미국의 수백만 저임금 노동자와 실업자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듯했다. 그의 말은 단지 ‘미국 퍼스트’를 넘어서 ‘트럼프 퍼스트’를 떠들어대는 것으로 들렸다.
그런 트럼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전혀 이의를 달거나 꾸짖지 못했다. 그의 인종주의적인 발언이나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적 정책, 북한에 대한 무분별한 위협에 대해 제동을 거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한국의 언론들은 모든 미국인들, 그리고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트럼프의 우스꽝스럽고 위험한 정책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나는 트럼프와 문재인 두 사람의 발언들을 보면서 ‘정치’는 정확히 어떤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되돌아보았다.
정치란 무엇인가?
우리는 정치 문화를 개혁하고, 정책과 함께 지역사회와 도시, 그리고 국가 전체의 장기적 발전을 활발히 논의해야 한다.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담화, 정책을 입안, 이행, 해석하는 이들이 바로 반영할 수 있는 담화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난 30년간 한국에서 발전한 사회구조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미국에서 발전한 사회구조도 면밀히 살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마 정치 지도자들이 진보적 외양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더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은 수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지금의 노력이 끝나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를 교육지원하는 데에도 이와 비슷하게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정치는 평범한 시민의 삶과 완전히 동떨어진 요식적 공간이 되어 버렸다. 의미가 없고, 접근이 가능하지도 않다. 정치인은 자기들끼리 만나 외부인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방식으로 자신의 필요와 관심에 대해서만 논한다. 시민 앞에서 연설을 하고 정기적으로 공식만남을 가지는 등 형식적 행동은 한다. 그러나 이는 자신에게 권한이 있으며, 권력자로서 지역사회를 향해 선의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질문을 받고 미리 준비한 답변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민과 만나 이야기를 하는 건 지역사회 상황을 파악하고 의견을 들어 정책으로 만들고자 함이 아니다. 대중 홍보용 이미지를 다듬고 언론의 조명을 받기 위해서다.
이는 하나의 형식으로 굳어진 요식 행위일 뿐이며, ‘정치’의 원래 의미와도 맞지 않는다. 시민과 정치인의 우선순위에는 큰 간극이 존재하며, 이를 줄이기 위한 어떤 노력도 없다.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들이 더 잘 알지만, 지난 50년간 소비문화가 맹위를 떨치면서 시민들은 수동적 자세가 몸에 배었다. 정치인은 그저 고를 수 있는 상품이고, 기대했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 때 폐기하면 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해결책을 제시하고 요구하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음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 정치인은 펩시콜라나 코카콜라처럼 광고를 통해 접하고 구매한 다음 소비해 버리는 상품이 아니라, 책임의식을 가진 시민과 끊임 없이 소통하고 압박을 받으면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격려하고 이끌어야 할, 강점과 약점을 가진 사람이다.
‘시민과의 만남’은 정치인의 권위를 돋보이게 하거나 언론에 좋은 모습으로 나오기 위한 기회가 아니다. 정책을 제안하고 논의하는 입안과정에서 뺄 수 없는 필수 과정이다. 치열한 논의와 정책 입안을 위한 의사결정은 특정 위원회 안에서 비밀스럽게 내려지거나 정치인, 기업인, 고위 관료가 특권계층을 위한 클럽에서 만나 술을 마시며 내려져서는 안 된다. 시민 또한 이 과정을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참여해야 하고, 도로 건설이나 교육예산 삭감 계획 등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정치 참여야말로 시민의 책임이라는 의식과 열의가 있다면, 정치를 개혁할 수 있다. 아무리 재능 있는 정치인이라도 혼자 힘으로 혁신을 이뤄낼 수는 없다. (먹방 동영상이나 프로그램을 보는 대신) 국회에서 논의되는 이슈가 무엇인지 시민이 알고, 국회에서 계류 중인 법안과 예산이 무엇인지 신문기사를 만들 만큼 일상에서 잘 따라가고 있다면,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는 한국 문화, 특히 정치 문화가 변할 때에만 가능하다.
시민과 정치인의 관계는 환자와 의사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환자 대부분은 자신이 받는 치료에 대해 상세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런 수동적 태도는 많은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환자가 자신이 받는 치료의 원리와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의사도 환자를 위해 치료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면, 치료 결과는 훨씬 좋아진다. 환자가 유의미한 반응을 보이고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이며, 의사와 환자간 신뢰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의사 또한 환자가 해당 분야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의사의 전문성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자세를 고맙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정치위기 극복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오바마 미 대통령의 실수를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이 의회에서 다수당 자리를 확보하고 변화를 위한 강한 열망이 있을 때 변화를 이끌라는 임무와 함께 대통령직에 취임했다. 그러나 그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 쉬운 일에 집중했다. 정치적 이미지와 입지를 구축하는 데에는 놀라운 재능이 있었다. 그러나 투자은행이 행정부 정책입안 과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바꾸기 위한 노력은 별로 기울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부시 행정부 때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금융전문가 일부를 그대로 데려와 경제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물론, 오바마는 자신이 영리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굳이 갈등과 물의를 일으키지 않았고, 공화당에 손을 내밀어 무리 없이 정책을 처리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했다. 그러나 중요 문제에 있어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인기가 떨어지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다. 그 결과 월스트리트는 정치적 영향력을 더욱 키웠고, 오바마는 금융자본의 정부 장악을 숨기기 위해 시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진보정치의 마스코트로 전락했다. 결과는 재난에 가까웠다. 민주당의 정치 임무가 흐려지면서 결국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미국 시민은 민주당이건 공화당이건 별 차이가 없다는 걸 점차 느꼈다. 민주당이 더 이상 평범한 서민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걸 유권자가 깨달았기 때문에 미국 우선주의로 강렬한 감정을 일깨운 트럼프의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
미국 민주당의 역사를 보면 현재 한국 정치에 관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1980년대 미국 민주당은 시민과 (힘 잃은) 노조, 청년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동시대 유권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인식하지 못했고, 시민의 불안과 우려를 알지 못했다. 공화당에서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민주당은 표를 받지 못했다. 민주당이 더 이상 서민의 상황을 알지 못하고, 함께 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 빌 클린턴이 등장했다. ‘새로운 민주당’을 표방한 그는 새로운 전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연설문에 민주적 개념과 원칙을 넣긴 했지만, 시민단체와 노조의 지지가 예전처럼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공화당이 그 동안 무시했던 산업에 손을 내밀어 그들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공화당이 석유기업이나 방산업체를 보호했다면, 민주당은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IT 기업을 위해 나선 것이다. 전략은 효과적이었고, 클린턴은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이 평범한 시민을 대변하지 않고 공화당과 영역이 다른 재계를 대변한 변화의 시작점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점차 투자은행으로 옮겨갔고, 기존 지지층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이제는 많은 시민이 정치에서 소외되어 있다. 이들은 어떤 후보에도 표를 줄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어떤 정당에도 당원으로 등록하지 않았다. 민주당 등의 정당은 시민이 원하는 바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선거철이 되면 표를 얻으려고 능력 있는 연설문 작가를 고용해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는 연설문에만 집중한다는 걸 경험상 알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정치인들은 기업 고객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자취를 감출 것이다. 정책입안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없다. 서민을 위한 자리도 없다.
그러나 정치가 항상 이랬던 건 아니다. 민주당이 처음부터 진보당이었던 것도 아니다. 민주당이 정치인을 돕는 조직 이상의 정당이 된 시기는 1920년대 말이다. 당시 민주당은 지역사회의 일부가 되어 국민이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정치 조직으로 성장했다. 선거철에만 나서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국민을 한 자리에 모으는 협력적 형태의 조직이었다. 완벽한 정당은 아니었지만, 사회에서 분명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시민에게 의미 있는 정당이 된 민주당은 보수 공화당이 소유한 부와 이것이 만들어낸 권력에 맞설 수 있었다. 서민의 상호 지원을 돕는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강력한 조직을 기반으로 권력을 가진 기업에 성공적으로 맞서며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정당은 이제 미국과 한국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주류 정당은 있지만, 우리 일상과 관계가 없고 국민 대부분이 깊이 신뢰하지도 않는다. 특정 이슈 때문에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참여가 제한될 것이다. 진보 정당조차도 돈 쪽으로 기우는 결과가 발생했다.
정당의 기능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때다. 정책입안 과정을 정당과 컨설턴트, 기타 이들과 관련된 기업이 장악하면, 헌법에 반하는 정치 환경이 만들어진다. 정책입안과 정책이행은 정부가 담당해야 한다. 충분한 자원을 갖추고 정책을 효과적으로 이행할 역량 있는 인재를 고용해야 한다. 정책입안은 정부와 국민이 해야 한다. 정당은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역할만 할 뿐이다. 정당이 거대 관료조직처럼 되어 정책을 입안한다면, 정책입안 시스템을 통해 책임을 지우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시대의 이슈
해결할 이슈의 범위는 엄청나게 넓지만, 대부분 무시받고 있다. 문제 일부는 정책을 통해 해결 가능하지만, 다른 해결 방식을 필요로 하는 문제도 있다. 어떤 경우든, 시민의 앞에 놓인 복잡한 문제를 역시 복잡한 방식으로 해결 가능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현재 우리에겐 금리 인상 혹은 인하, 정부조직 예산 증액 혹은 감액이라는 선택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정부 조직은 그 특성상 지역사회와 유리되어 있어서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예산을 집행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잠재적 해결책과 논의 주제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앞으로의 성공을 위해 필수다.
예를 들어 보자. 계급 문제는 한국 사회의 중심 이슈지만, 정치인은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는다. 소수 특권계층에 부가 집중되고, 이들은 엘리트 계층이 되어 법을 무시하고 가족을 위한 특권을 돈으로 산다. 한국민은 이런 사회문제에 관해 잘 알고 있지만, 계급 격차를 불러온 경제구조의 왜곡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부의 집중은 계급 격차를 가져왔고, 부유층이 자신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사람을 어떻게 하대하며 ‘갑질’을 하는지 우리는 많은 사례를 보아왔다. 그렇게 하대를 받는 하위 계급이 증가하고 있다.
부유층 자녀는 가족의 끈을 이용해 인턴이나 일자리를 쉽게 얻는다. 대학 입학 또한 학생 각자의 능력보다 자녀를 엘리트 학교로 보내는 부모의 재력이 좌우한다. 이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결국 사회 구조를 파괴할 것이다.
경제학적 문제 또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GNP’나 ‘수출’만이 경제 성장을 측정하는 유일, 혹은 최선의 기준이 아니다. 요즘 이들 수치는 소수에게 집중된 부의 정도만을 보여주고 있다. 안타깝게도 서민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금융기관이 이끄는 경제를 지칭할 때 이들 수치를 인용한다.
이들 정치인은 서민의 상황을 공감한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서민의 삶을 도울 정책은 만들지 못한다. 이들은 자금의 상당 부분이 결국 대기업으로 향하는데도 낙수효과를 통해 서민에게도 조금은 돌아간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의도가 아무리 좋다 해도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제한된 선택안 사이에서 억지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정치는 아니다. 이 틀을 벗어나야 한다. 우리 경제에 필요한 사항을 결정하고 서민의 필요에 집중한 경제를 만드는 것이 정치가 되어야 한다. 로봇이나 공장, 기업 채권과 파생상품 등 각종 금융상품이 아니라 사람, 그것도 모든 사람을 향한 투자가 우리의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무역이 증대된다고 반드시 서민의 부가 증가하는 건 아니다. 은행은 단기 수익에 매몰되지 말고 장기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은행이 주식채권과 연관된 어떤 투기행위도 못 하도록 금지하고, 국가 중요 프로젝트에 관해 뻔하지만 체계적이고 일관된 방식으로 자금을 제공하는 업무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국가 프로젝트의 경우 규모가 크고 기간이 10~40년까지 늘어날 수 있으며, 재생 가능한 경제 참여에 기여해서 지역사회에 협동조합을 만들고 가차 없는 경쟁을 지양하면서 일자리를 주도적으로 창출하도록 도울 수 있다.
그런데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경제를 새롭게 조직하거나 제도적 변화를 통한 해결책을 제안하지 않고 있다. 탐욕을 부리는 ‘악당’을 공격하려는 경향은 있지만,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피해자 다수의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없다. 대부분 정치인은 빈곤층이나 노동계층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는다. 중산층도 무시하기 일쑤다. 사회 최상위층에 속한 경제 엘리트나 기업의 편의를 먼저 봐주고 그 다음에야 서민으로 눈을 돌린다. 그러나 이 순서는 반대로 바뀌어야 한다.
게다가 기후변화의 위협도 있다. 이제 과학계는 기후변화가 인류 최대의 위협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다수의 생물종이 멸종하고 어쩌면 인간도 멸종할지 모른다. 농업을 완전히 혁신하고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고 사막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수조 달러의 돈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기후변화를 우선 과제로 삼거나 심각한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 기후변화는 국내 정치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하나의 요소로 확실히 고려해야 하며, 상대적으로 위해 가능성이 낮은 북한을 넘어서는 요소로서 안보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결론
뛰어난 교육을 받은 유능한 인재가 정부에 필요하다. 사회계급이나 기후변화 등의 난제를 피하지 않는 자신감과 용기를 갖추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산업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기업은 이들 위협이 실재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돈을 지출했다. 그 결과 북한 핵무기만이 최대 위협이며, 계급격차와 기후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존재한다. 한국의 정치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교육과 정치 행동, 구체적 제안을 통해 이들 문제가 실재함을 인식해야 한다.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정부 혹은 각종 조직과 힘을 합치거나 이들의 목표를 알리거나 교육하는 과정에 폭넓게 참여하는 모습이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참여가 가능하며, 그것이 도덕적 의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시험 점수가 목적이 아니라 시민 역량을 부여하기 위한 교육, 다른 사람의 이익을 갈취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보다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교육을 맛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을 위해 일하고, 국민과 함께 일하는 걸 당연시 여기는 정부를 보여줘야 한다. 이런 노력은 하루아침에 결실을 이룰 수 없지만, 조금씩 시험적 노력을 하다 보면 다른 이에게 영감을 주어 진전이 일어날 것이다.
정당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한국 사회가 진화함에 따라 정당의 역할도 변화한다는 걸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야 한다. 서민의 필요에 집중하는, 보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정치 문화 및 경제가 최종 목표다. 가는 길에는 고통스럽고 많은 좌절과 희생이 따르겠지만, 목적을 이루고자 노력한다면 일상의 행동은 새로운 의미를 가질 것이고, 우리가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참여연대(공동대표 법인·정강자·하태훈)는 20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되는 오늘(5/30, 월) 20대 국회에서 우선 다뤄야 할 입법과제 69개와 정책과제 15개를 제안하고 국민에게 열린 국회로의 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참여연대는 20대 국회가 4·13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에 따라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잘못된 입법을 바로잡고, 실패한 정책과 국가기관의 권한남용 문제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참여연대는 9대 분야 69개 입법과제와 15개 정책과제로 구성된 입법·정책과제 중에서 다섯 개의 과제를 가장 시급한 우선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이 중 검찰/사법 개혁을 위한 입법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입법과제1. 지방검사장 주민직선제 도입을 위한 「검찰청법」 개정
입법과제2. 상설기구 특검 도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전면개정
입법과제3. 검사의 청와대 편법 파견 근절을 위한 「검찰청법」 등 개정
입법과제4.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위한 「정부조직법」·「검찰청법」 등 개정
입법과제5.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독립성 강화를 위한 「검찰청법」 개정
입법과제6. 사회 다양성 반영한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인선을 위한 「법원조직법」·「헌법재판소법」 개정
입법과제7. 국민참여재판 확대와 평결 효력 강화하는 「국민참여재판법」 개정
입법과제8. 대통령 사면권 남용 방지 위한 「사면법」 개정
1) 현황과 문제점
●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권도 법치주의 내에서만 인정되는 것임. 대통령의 무분별한 사면권 행사는 사법권을 무력화시켜 법치주의 정신을 형해화시키는 것임.
●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 재벌총수들에 대한 보은식 사면 등 사면권 남용이 심각함. 2009년 12월 31일 당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조세포탈로 유죄 판결을 받은 지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단독 특별사면도 있었음.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대기업 지배주주 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 제한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2015년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 바 있음. 사면권 남용을 막기 위해 19대 국회에서도 여러 건의 사면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새누리당의 반대와 야당들의 의지부족으로 임기만료 폐기되었음.
2) 입법과제
① 특별사면의 범위와 대상을 한정하는 「사면법」 개정
● 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권력형 범죄, 배임횡령 등 기업범죄 등은 사면에서 제한함.
● 대통령 본인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를 사면하는 소위 ‘셀프 사면’을 금지함.
● 형기를 2/3 이상 채우지 않은 자 등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내려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자는 사면을 금지함.
② 사면심사위원 구성 다양화, 투명성 강화하는 「사면법」 개정
●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결정하기 전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의견을 듣거나 국회에 사전 통지하여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치도록 함
● 사면심사위원회 위원 구성권을 법무부장관 단독에서 국회와 대법원장으로 확대하고, 사면심사위원회 위원회 회의록은 해당 특별사면 등을 행한 후 즉시 공개하도록 함.
팜한농이 어제(12/11)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국민권익위) 보호조치 결정을 수용해 공익신고자 이종헌 씨에 대한 2016년도 개인종합평가 등급을 한 등급 상향 조정하고, 이종헌 씨를 2018년 1월 1일자로 구미공장으로 전보조치 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팜한농의 국민권익위 보호조치 결정 수용은 당연하며 더 이상 이종헌 씨에 대한 부당한 불이익조치를 반복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참여연대는 팜한농이 추가로 불이익을 가할지 끝까지 지켜 볼 것이며, 만약 불이익조치를 가할 경우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할 것이다.
그 동안 팜한농은 이종헌 씨가 2014년 6월 5일, 팜한농의 산업재해 은폐 사실을 고용노동부에 신고 한 후, 이종헌 씨에 대한 불이익조치를 거듭해 왔다. 국민권익위의 화해 권고를 받아 들여 2015년 1월 당사자 간에 화해가 성립되었지만 이종헌 씨에게 2015년 성과평가를 이용해 불이익을 가했고, 2016년 9월 5일 내린 국민권익위의 보호조치 결정을 수용하고 다시 2016년도 성과평가 등으로 불이익을 가했다. 팜한농이 국민권익위 보호조치 결정을 수용하고도 또 다시 불이익을 가한다면, 이는 국민권익위 결정을 무력화는 것이다 .
한편 참여연대는 지난 6월 29일, 9월 21일 두 차례에 걸쳐, 국민권익위에 이종헌씨에 대한 팜한농의 2016년 개인종합평가 문제점에 대한 신속히 조사와 보호조치 결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또한 지난 12월 5일에 (주)팜한농에 국민권익위 보호조치 결정을 이행하라는 요구서를 발송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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