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테러방지법 제9조 제3항의 ‘낯익은 위험’, 연 1천만 건 이번엔 통신의 내용까지? 사업자들은 “강제적 요구”와 “합법적 요구” 구분해야

지역

테러방지법 제9조 제3항의 ‘낯익은 위험’, 연 1천만 건 이번엔 통신의 내용까지? 사업자들은 “강제적 요구”와 “합법적 요구” 구분해야

익명 (미확인) | 월, 2016/03/07- 15:07

테러방지법 제9조 제3항의 ’낯익은 위험’

연 1천만 건 이번엔 통신의 내용까지?

사업자들은 ”강제적 요구”와 ”합법적 요구” 구분해야

 

테러방지법(이철우 의원 대표발의 및 주호영 의원 수정안)은 “UN이 지정한 테러단체”의 조직원 또는 “테러예비·음모·선전·선동을 하였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이하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처벌과 원활한 조사를 위한 법이다. 한편 이 법에 따르면 “테러”는 ’정부, 지자체, 외국정부, 국제기구의 권한행사를 방해하거나 강요하거나 공중을 협박할 목적으로 한 (1) 인명 상해, 체포, 감금, 약취, 유인 또는 (2) 항공기, 선박, 대중용 차량, 핵시설에의 위해, (3) 차량부대시설, 공중이용시설, 수도전기가스시설, 공중건조물 폭파 및 그 시도로 정의된다. 그러나 테러방지법의 정당한 입법 의도에도 불구하고, 사단법인 오픈넷은 법원의 영장 없이 감청, 감시할 수 있는 위험을 초래하는 독소조항에 대해 우려하며 이 조항에 대한 개정을 요구한다. 또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사업자들도 법조문이 허락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수사기관의 요청에 무차별적으로 응하는 관행을 종식시켜 고객들을 이런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것을 요청한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은 재판을 통해 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보호를 받되, 범죄연루의 개연성을 수사진행에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은 공직자, 즉 판사가 서면으로 확인한 경우(영장)에만 감청, 압수수색 등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테러방지법 하에서는 판사의 영장을 통하지 않고 그런 조사를 받을 위험이 존재한다.

테러방지법 제9조 제3항에서는 “국가정보원장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개인정보(…‘민감정보’ 포함…)와 위치정보를…‘개인정보처리자’와…‘위치정보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는데 영장 등 아무런 절차적 제한이 없다. 특히 여기서 개인정보나 위치정보의 범위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통신의 내용, 비밀리에 보관된 정보도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에게. . .요구할 수 있다”라고만 되어 있을 뿐 사업자들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지 않아 일견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방만하게 조문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199조제2항(“. . .요구할 수 있다”)와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제3항(“. . .제공할 수 있다”)도 제9조제3항과 비슷하게 조문화되어 있지만, 관련 정보처리자들은 수사기관이 요구한 정보를 거의 100% 제공하고 있어 강제적인 조항이 있는 것과 결과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이동통신사들이 의무조항이 아닌데도 매년 1천만 건 이상의 통신자료를 수사기관 등에 대부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최원식 의원 2015년 8월27일 보도자료, “2012~2014년 한해 평균 1천14만568건) 국정원의 요청 역시 기계적으로 모두 응할 가능성이 높고, 이때 범죄와 무관한 사람들의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수사기관에 넘겨지게 될 것이다.

위 현상의 문제점은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으며, 오픈넷은 정청래 의원과 함께 공공기관이 임의로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경우 통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또한 통신자료제공에 대해서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와 함께 ’이통사에게 물어보기 캠페인‘을 진행해서 수천 건의 통신자료제공 사례를 밝혀낸 바 있으며, 작년 11월 UN인권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에 대해서는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특히 이용자 식별정보에만 한정된 통신자료제공과 달리 테러방지법 제9조제3항은 통신의 내용도 포함할 수 있어 더욱 심각하다.

물론 같은 법 제9조 제1항이 ”. . .정보의 수집에 있어서는 「출입국관리법」, 「관세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통신비밀보호법」의 절차에 따른다”고 되어 있지만 이는 강제적인 수집을 할 때에 적용되는 것이고 제9조 제3항은 사업자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 정보를 수집하는 제2의 통로를 뚫은 것으로 봐야 한다.

또 동 조항의 제4항에서는 국가정보원장이 “대테러 활동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대테러 조사 및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추적을 할 수 있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이 역시 “추적”의 의미가 매우 불분명하며 기간, 장소, 방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해킹팀 RCS까지 포함할 것인지 궁금할 정도이다. 제3항과 제4항 모두 그 흔한 대통령령으로의 위임도 없어 구체적으로 절차나 범위가 제한될 가능성도 없다.

물론, 외국의 테러방지법들도 ’테러’라는 범죄에 대해서 일부 영장주의를 완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국정원은 다른 해외정보기관들과 달리 사이버심리전 수행 권한과 정부 전체의 정보보안사무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2012년 대선 댓글 개입 및 2015년 밝혀진 해킹팀 RCS 이용도 가능하였다. 또 통신내용의 취득이 영장 없이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사례를 찾아보기는 힘든데 바로 그런 위험이 있는 것이다. 스노우든이 폭로한 프리즘 수사도 미국법원의 영장에 의해 집행되었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가후견주의가 강한 나라에서는 ”합법적인 요구”와 ”강제적인 요구”가 잘 구분이 되지 않고 있으며, 관의 ”합법적인 요구”는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오해가 지배적이다. 개인정보처리자는 국정원이 제9조제3항을 언급하며 요구하는 정보제공에 대해 별다른 고민 없이 응할 가능성이 높은데, ”합법적인 요구”는 반드시 따를 의무가 없으니 사업자들은 정보제공이 필요한지에 대해 스스로 면밀히 판단하여 고객들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영장주의라는 민주사회의 프라이버시 보호체제를 무시하는, 수사기관의 영장 없는 개인정보제공 요구 시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제공 판단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2016년 3월 7일

 

사단법인 오픈넷

 

첨부. 테러방지법 수정안(주호영의원안)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망중립성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단법인 오픈넷이 지원하고 박경신 이사가 감수한 특별기획 웹툰(글: Nica, 그림: farming)이 나왔다. 웹툰은 ‘라이즈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 ‘리턴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라는 제목으로 총 2부작으로 제작되었다. 1편 ‘라이즈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는 주인공이 정체불명의 박교수와 함께 2030년 망중립성이 사라진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면서 인터넷 세계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망중립성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2편 ‘리턴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에서는 2020년으로 돌아온 주인공이 박교수가 알려주는 망이용료 및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고시, CP서비스안정화의무법 등 현재 이슈들의 문제를 깨닫고 망중립성 지키기 운동을 벌여 인터넷의 미래를 바꾼다는 내용이다. 특히 ‘커뮤니티 네트워크’라는 국내에 생소한 개념을 소개하여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논란의 맥락도 짚어준다.  

인터넷은 서로가 서로의 정보를 품앗이로 전달해줌으로써 누구나 무료로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망중립성’이란 각자가 정보 전달에 돈을 받으려거나 정보의 내용에 조건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단말 간 상부상조의 약속이다. 오픈넷은 그동안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보장, 건강한 인터넷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망중립성 강화 운동을 지속해왔다. 최근 망중립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용자들에게 망중립성 원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웹툰을 만들게 되었다. 

5G폰을 왜 지금 사면 안 되는지, 인터넷은 왜 전화나 우편에 비해 무료인지, 인터넷은 왜 “쓴 만큼 내는 것”이 아닌지, 왜 한국 인터넷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는지, 왜 국내에서 넷플릭스와 페이스북 접속속도가 느린지 등등 인터넷 이용자가 실생활에서 직접 겪었을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지금처럼 미래에도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 망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이유에도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웹툰은 오픈넷 홈페이지(opennet.or.kr)에서 볼 수 있으며, 망중립성에 대한 좀 더 자세하고 세부적인 내용을 알길 원하는 독자에게 웹툰과 더불어 아래의 글을 읽기를 권한다. 

[망중립성 특별기획 웹툰①] 라이즈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
[망중립성 특별기획 웹툰②] 리턴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

<망중립성 더 읽기>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월, 2020/09/07- 23:41
3
0

사단법인 오픈넷이 인터넷 이용자가 ‘망중립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동영상 시리즈를 제작하여 오늘부터 매주 1편씩 3차례에 걸쳐 공개한다.

영상보기: 망중립성 1편 – 인터넷은 어떤 원리로 운영되고 있는 걸까

총 3편의 동영상에서는 망중립성 원칙 개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넷의 작동 원리부터 차근차근 알아보고, 이어 최근 망이용료, 5G 관련 쟁점까지 빠짐없이 다룬다. 또한 이용자가 실생활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때 불편을 느꼈던 경험과 의문들을 풀어가며 망중립성 원칙이 멀리 있는 인터넷 개념이 아닌, 우리 일상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리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망중립성 원칙과 인터넷이 무료인 이유,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인터넷 접속료, 최근 페이스북과 넷플릭스가 갑자기 느려졌던 이유 등을 풀어 설명한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망중립성법에 우리 언론이 말하는 ‘망이용료’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이 있는 이유, 최근 기본요금으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해외 이통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사례도 소개한다.   

더불어 유튜브가 우리나라 동영상 시장을 석권하는 동안 국내 업체들이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를 하지 못해 이용자들에게 외면당하게 된 원인과 국내 업체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인터넷 정책에 대한 이야기도 다룬다. 지금도 잘 터지지 않는 5G 통신 서비스에서 자율주행이나 원격수술을 위해 따로 전용회선을 만들자는 논의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전용회선을 쓰지 않는 일반 이용자가 차별받을 가능성, 특히 국가재난상황에서 일반 이용자가 인터넷을 이용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짚어본다.

위 동영상은 유튜브 오픈넷 채널에서 볼 수 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화, 2020/10/06- 23:36
3
0

헌법재판소는 2020. 11. 26.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자의 요청에 따라 인터넷 게시물의 게시를 중단하는 임시조치 제도(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2020. 11. 26. 결정, 2016헌마275 등).

이번 헌법소원을 진행한 오픈넷은 임시조치 제도가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현실을 도외시한 헌재의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결정요지에서 헌재의 다수의견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사인이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는 이용계약의 당사자의 지위에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정책에 따라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권이나 복원권을 규정할 수 있는 점, 사인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임시조치를 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곧 표현의 금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게시자는 해당 정보를 다시 게재하거나 다른 곳에 게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 제한이 심대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임시조치 제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는 임시조치 제도가 삭제 요청이 들어온 모든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한 번은 사실상 무조건적으로 차단하도록 법상 ‘의무화’하여 해당 표현물의 유통을 인터넷상에서 금지시키도록 하고 있어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제한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한 결론이다. 게시자가 해당 정보를 다시 게재하거나 다른 곳에 게재할 수 있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 제한이 중대하지 않다는 논지도, UN 인권이사회가 수차례 반복해서 천명한 ‘오프라인에서 보호되는 표현은 온라인에서도 보호되어야 한다(What is protected offline should be protected online)’는 국제인권기준에도 반하는 설시다.[1]

이번 헌재 결정의 3인의 반대의견에서는 이러한 위헌성이 명확히 지적되었다.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 3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 다른 절차적 요건 없이 임시조치를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권리침해 주장자의 주장만 있으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임시조치에 나아갈 여건을 제공한다는 문제가 있고,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되는 영역에서는 개별적 사안마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이익형량이 필요하다는 것이 헌법적 요청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적으로 선재(先在)적 법익형량을 하여 개별적 사례에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이익형량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채 일정기간 동안 표현의 자유보다는 인격권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는 특정한 사건에 관한 논쟁이 성숙되었을 때 표현하고자 하는 표현의 ‘시의성’을 박탈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고,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의 조화로운 보장이라는 헌법적 요청을 도외시한 입법이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은 권리침해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정보가 아니라 권리침해의 가능성 또는 개연성이 있는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막아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인 반면, 이로 인하여 제한되는 사익은 주요한 표현매체로 자리 잡은 인터넷 공간에서 시의 적절하게 자신의 사상이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인바, 전자가 후자보다 반드시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한다.”고 하며 임시조치 제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임시조치로 연간 약 450,000건, 일일 평균 1,250건이 넘는 인터넷 게시글이 차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임시조치는 공적 인물이나 업체 대표에 의하여 요청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결과적으로 대체로 공인에 한정된 피해주장자의 권리보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인터넷상 여론을 통제하여야 할 필요성이 가장 크며 이러한 활동이 가능한 인적·재정적 자원을 가진 공인이나 기업들이, 임시조치 제도가 간단한 방법으로 인터넷 글들을 지울 수 있는 제도라는 맹점을 이용하여 온라인 마케팅 업체나 지지단체를 이용하여 자신들에 대한 온라인상의 비판글들을 무차별적, 대량적으로 조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10. 5.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랑크 라 뤼’의 한국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임시조치 제도가 그 추상성으로 말미암아 과도한 인터넷 게시물 규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를 폐지할 것을 촉구하며 정보매개자의 책임 시스템은 서비스제공자의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규정되어야 하고, 복원권이 보장되는 선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하였다. 

국제 인권 기준의 일부인 정보매개자 책임제한 원리(intermediary liability safe harbor)에 따르면 정보매개자에게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불법게시물에 대해서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2] 왜냐하면 정보매개자로 하여금 사전검열이나 일반적 감시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나아가 이 임시조치 제도와 같이 불법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삭제 요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게시물을 삭제, 차단하도록 하는 동기를 강하게 부여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는 인터넷 임시조치 제도의 개선은 헌법 및 국제인권법상의 요청이며,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이기도 했다. 국회 및 정부가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길 바란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UN인권이사회 결의문 (HRC res 20/8, 2012년6월; HRC res 26/13, 2014년6월)

[2]  JOINT DECLARATION ON FREEDOM OF EXPRESSION AND THE INTERNET by The United Nations (UN)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the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OSCE) Representative on Freedom of the Media, the 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 (OAS)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Expression and the African Commission on Human and Peoples’ Rights (ACHPR)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Expression and Access to Information, June 1, 2011 (“intermediaries should not be subject to extrajudicial content takedown rules which fail to provide sufficient protection for freedom of expression (which is the case with many of the ‘notice and takedown’ rules currently being applied)”); EU Electronic Commerce Directive 2000/31/EC, Article 15(1)

2020년 11월 27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캠페인] 오픈넷, “부당한 임시조치 사례 고발 캠페인” 시작 (2016.05.17.) (임시조치벙커: http://censored.kr/)
[카드뉴스] 부당 임시조치 사례 고발 캠페인 NO MORE BLOCKING!
[헌법소원] 참여연대와 오픈넷,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및 고발 캠페인 진행 (2016.07.26.)
[보도자료] 임시조치 미이행시 과태료 부과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민홍철, 2105121)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2020.11.20)
[보도자료] 오픈넷, 임시조치 강제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김수민 의원안)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2018.03.06.)
[논평] 우리나라에서 미투운동(#MeToo)이 어려운 이유: 진실적시 명예훼손죄와 임시조치 제도 (2018.02.05.)
[논평] 인터넷 임시조치 제도 개선의 5대 원칙 – 2017년 12월 22일 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발표에 대한 오픈넷의 입장 (2018.01.29.)
포털 ‘임시조치’가 악법인 이유 (허프포스트코리아 2017.05.12.)
[논평] 합법적인 게시물의 복원권을 보호하는 임시조치 개정이 필요하다 – 방통위-유승희 의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비교 (2016.08.25.)
[보도자료] 오픈넷, “디지털 권리를 위해 일어서다!: 책임 있는 기술을 위한 권고” 국문본 공개 및 APrIGF 워크샵 주최 (2016.07.14.)
아이엠피터의 글은 왜 사라졌나 (슬로우뉴스 2016.02.04.)
[논평] 총선 앞두고 공인들의 인터넷 게시글 삭제 심의 신청 늘어 – 비판여론 차단을 위한 공인들의 임시조치, 통신심의 제도 남용을 우려한다 (2016.02.01.)
[논평] 우리 저작권법은 미국 저작권법의 정보매개자면책조항을 온전히 도입하였는가? – 망법 임시조치제도 “개정안의 개정” 필요성 (2015.06.03.)
국민 20% 감시, ‘투명성 보고’ 중요한 이유 (슬로우뉴스 15.04.07.)
[논평] 세계 각국의 정보인권단체들, 정보매개자책임에 관한 마닐라원칙 선언 (2015.03.31.)
삭제는 메일로, 복원은 소송으로? 임시조치 개악을 막아라! (슬로우뉴스 15.02.26.)
[논평] 오픈넷, 정부의 임시조치제도 국회제출안에 대해 반대의견서 제출 (2015.02.10.)
[논평] 정부의 임시조치제도 법률 개정안에 대한 논평 – 게시물 복원절차는 바람직하나, 임시조치 의무화는 퇴보 위험 (2014.12.08.)
[논평] 인터넷 임시조치개선 정부측 안, 합법정보의 차단을 의무화하는 것은 위헌 (2014.12.05.)
임시조치 개정안이 개악인 이유: 제2의 사이버 망명 사태를 원하는가? (슬로우뉴스 2014.12.02.)
금, 2020/11/27- 23:54
3
0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0. 12. 22, 대전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워마드 사이트 운영자를 대리하여 워마드 사이트 내 선거법 위반 인터넷 게시물 삭제 요청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4 제3항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한 인터넷 게시글에 대하여 삭제 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오픈넷이 2016년 정보공개청구를 개시한 이래, 본 제도로 제20대 총선 17,101건, 제19대 대선 40,222건, 제21대 총선 53,716건의 방대한 인터넷 게시물이 삭제되고 있음이 밝혀졌고, 선관위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아, 선거기간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번 취소소송의 대상이 된 대전선관위의 삭제 요청 처분은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내의 게시글에 대해 이루어진 것이다. 해당 게시글들은, 당시 여야 비례대표 대표 후보들 중 전과기록이 있는 후보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제목에는 여성 후보 2인만을 대표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기자를 비판하는 내용, 신원미상의 한 남성이 여성의당 비례대표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던 당원에게 돌을 던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용하며 이를 비판하는 내용 등이다. 대전선관위는 이를 공직선거법 제110조 제2항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하여 정당,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와 관련하여 특정 지역ㆍ지역인 또는 성별을 공연히 비하ㆍ모욕하여서는 아니된다”에 위반하는 정보로 판단했다. 그러나 본 선거법 조항은 그 자체로 이번 사안과 같이 판단자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선거의 공정이나 평온을 현저히 해할 위험이 없는 표현물에까지 적용될 수 있는 위헌성이 높은 조항으로, 적용되는 경우에도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낙선이나 당선을 도모하는 ‘선거운동’으로서의 성격을 가진 경우에만 한정되어 적용되어야 하는 조항이다. 그런데 위 삭제 요청 대상 게시글들은 이러한 선거운동을 위한다는 목적의사가 없고, ‘정당,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와 관련하여’ 특정 지역ㆍ지역인 또는 성별을 공연히 비하ㆍ모욕하는 내용 역시 찾아볼 수 없음에도, 대전선관위는 선거기간 ‘한남XX’ 등의 남성 비하적 욕설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본 조항 위반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근거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위법한 처분이다. 나아가 이 게시글들은 선거 과정에서 미디어가 여성 후보에 대한 편견이나 공격을 조장하는 행태를 지적하고자 하는 표현물, 여성주의를 의제로 한 정당의 선거유세를 폭력적으로 방해한, 일종의 여성 혐오 범죄로 볼 수 있는 행동을 비판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 보호가치가 높은 표현물로 함부로 삭제되어서는 안 되는 표현물이다.

이 사안은 공직선거법상 과도한 표현 규제 조항이 선관위의 포괄적 검열권과 맞물려 광범위하게 남용되어 국민의 선거기간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되고 있는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사안이다.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 공직선거법 제110조 제2항에 대한 합헌적 해석 기준을 제시하고, 선관위가 삭제 요청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신중하게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020년 12월 23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논평] 선관위는 ‘가짜뉴스’를 빌미로 한 사이버 검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2017.02.16.)
[논평] 선관위는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옭죄는 행정검열을 즉각 중단하라 (2017.02.01.)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선관위 인터넷 게시물 삭제 조사 보고서” 
수, 2020/12/23- 19:31
3
0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1. 1. 7. 데이터의 이용촉진과 데이터산업의 진흥에 관한 데이터의 이용촉진 및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안(허은아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06820)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제정안은 1) 개인데이터 등 주요 용어의 정의가 예측가능성이 없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며, 2) 데이터주체가 자신이 처리하는 타인의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주권적 권리를 갖고 제3자에게 제공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개인정보보호법을 형해화시키며, 3) 개인데이터 이동권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먼저 도입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데이터의 이용촉진 및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의견서

1. 결론: 반대의견

  • 제정안은 개인데이터 등 주요 용어의 정의가 예측가능성이 없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며, 데이터주체가 자신이 처리하는 타인의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주권적 권리를 갖고 제3자에게 제공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개인정보보호법을 형해화시키며, 개인데이터 이동권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먼저 도입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함

2. 명확성의 원칙 위반

  • 제정안 제2조 제1항 제3호는 개인데이터를 “개인이 처리한 데이터”라고 하고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른 개인정보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조제1항제1호에서 “처리”란 “수집, 생성, 저장, 조합, 분석,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음. 그러나 개인이 처리하기만 하면 데이터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개인에 관한 것이든 타인에 관한 것이든 개인데이터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데이터를 처리하는 개인에 관한 것만 개인데이터가 되는 것인지 알 수 없음. 즉 이러한 정의로부터는 개인데이터가 무엇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어 제정안의 해석·적용을 매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됨
  • 제정안 제9조는 “데이터 주권”이라는 부제 하에 데이터주체가 자신이 처리한 데이터에 대하여 “주권적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음. 그러나 이러한 “주권적 권리”에 대하여는 아무런 정의를 하고 있지 않은바, 주권적 권리가 무엇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됨

3. 개인정보보호법의 형해화

  • 제정안 제9조는 데이터주체가 자신이 처리한 데이터에 대하여 주권적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음.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에는 개인정보 등 개인데이터가 포함된다고 보임. 앞서 본 바와 같이 주권적 권리가 무엇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될뿐만 아니라 타인의 개인정보인 경우에도 데이터주체가 처리하기만 하면 이에 대해 주권적 권리를 갖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음. 그러나 개인정보인 개인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며 개인정보보호법 상의 권리는 정보주체가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을 형해화시키는 조항임
  • 제정안 제10조는 데이터주체가 자신이 처리한 데이터를 국가ㆍ지방자치단체 및 데이터서비스 제공자 등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하고 있음.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에는 개인정보 등 개인데이터가 포함된다고 보임.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는 개인정보의 제공시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바, 문언상 타인의 개인정보인 경우에도 데이터주체가 처리하기만 하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므로 개인정보보호법을 형해화시키는 조항임

4. 개인데이터 이동권

  • 제정안 제12조는 개인데이터 이동권을 규정하고 있음. 본 규정은 GDPR의 개인정보 이동권에 기초한 것이라고 보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최근 개인정보 이동권(전송 요구권)을 개인정보보호법에도 도입하기 위한 2차 개정 계획을 발표했는데, 개인데이터에 개인정보가 포함된다는 점에서 개인데이터 이동권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먼저 도입되어 적용되어야 할 것임
금, 2021/01/08- 19:50
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