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의안번호 : 13847)에 관한 의견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의안번호 : 13847)
지난 2021년 6월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등 주요 기업 협회들은 개인정보 보호법 2차 개정안에 대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였다. 이 입장문에서 기업들은 "전체 매출액 기준의 과징금 상향, 과도한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의 도입, 사법절차에 준하는 분쟁조정위원회 사실조사권 부여 등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의 주요 조항"의 수정을 요구하였다. 한마디로 개인정보 활용은 쉽게, 그러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기업들의 뻔뻔한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이후, 기업들은 과징금을 전체 매출액 기준으로 변경한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그러나 전체 매출액 기준 과징금 부과는 한국만의 독특한 정책이 아니며, 유럽연합의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비롯한 국제적인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
기업들은 GDPR이 전체 매출액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 “EU내 경쟁력 있는 디지털 기업이 거의 없고 시장 전체를 글로벌 기업에 잠식당한 상황에서 우회책으로 마련한 통상제재 수단”이라고 폄하하고 있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해석이다. GDPR은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서 EU 역내의 모든 사업자에게 적용이 되는데, 기업들의 논리대로라면 EU는 디지털 산업 육성을 포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더구나 2차 개정안은 현행 형사처벌을 완화하고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들이 오래 동안 요구해온 것을 반영한 것이다. 기업들은 “과징금 규모를 높이는 것이 개인정보 보호 강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적 연구결과’가 전혀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개인정보 보호 강화에 영향을 미치는 제재 방법에 대한 실증적 연구결과를 제시해보라. 단지 형사처벌도 싫고 과징금 규모를 높이는 것도 싫다면, 개인정보 침해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미국처럼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어 피해를 당한 정보주체들에게 엄청난 손해배상을 감당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기업들은 전체 매출액이 아닌 ‘관련’ 매출액 기준으로 하자고 하지만, 한 기업 내에서 개인정보가 관련된 매출액을 엄밀하게 구분해낼 수 있는가. 이를 축소해석하여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관련 매출액에 대한 해석 논란을 제기하여 시간을 끌자는 꼼수임이 뻔히 보인다.
기업들은 분쟁조정위원회에 강제적 조사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개인정보 분쟁조정 제도와 관련한 2차 개정안의 취지는 분쟁조정에 의무적으로 응해야 할 대상을 확대하고 효과적인 사실조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분쟁조정 제도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개인정보와 관련된 분쟁의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존재하지만 특정 개인에게 미치는 피해는 크지 않아, 피해 당사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분쟁조정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나마 2차 개정안과 같이 개정되어도 기업들이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분쟁조정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2차 개정안조차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분쟁조정 제도의 활성화를 막고자 하는 것이고, 이는 개인정보 침해의 피해자들이 손쉽게 소송을 제기하지 못할 것임을 고려한 ‘배째라’식 행태에 다름 아니다.
기업들은 “산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정보주체의 권리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개보법 2차 개정안 주요 조항들의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드러내놓고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조항들에 반대하면서 말이다. 그렇다고 정보주체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다른 합리적 방안을 제안한 것도 아니지 않는가.
지난 2020년 1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은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한 것이었다. 인공지능 등 신기술에 대응하여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호하고 기업들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항들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정보주체의 권리를 강화한다는 2차 개정안의 내용도 시민사회의 기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시민사회는 정보주체의 권리를 강화할 별도의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기업들의 공동 입장문에서 볼 수 있다시피, 한국 기업들의 개인정보 보호인식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사태가 발생한 것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도 없이 기술 개발만 잘하면 된다는 기업과 정부의 무책임에 기인한 바 크다. 심지어 통신사와 같은 대기업조차 개인정보의 동의없는 활용에만 치중하고 있을 뿐, 정보주체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 기업들은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에 대한 뻔뻔한 요구를 즉각 철회하라!
-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정보주체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고 기업의 개인정보 침해 행위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라!
2021년 6월 15일
경실련,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성명[https://docs.google.com/document/d/1lyBdGgELclR_CCzP8RWc0q6Eep9KsUGlFlU1... target="_blank" rel="nofollow">원문보기/다운로드]
지난 12월 17일 행정안전부는 2020년 10월부터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의 지역번호 대신 임의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주민등록번호 부여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현 체계의 주민등록번호는 생년월일, 성별, 지역번호, 등록순서, 검증번호를 포함한 13자리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기존 주민번호는 그대로 유지되며 신규 부여받거나 변경하는 경우 생년월일과 성별번호 7자리 이후 6자리를 임의번호로 부여받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개편안은 주민번호체계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다. 그동안 지적돼 온 현행 주민등록번호 부여체계의 핵심적인 문제는 모든 영역에서 사용되는 범용성, 생년월일·성별·지역 등 개인의 고유한 정보가 내재된 구성체계 등이었다. 이번 개편안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대안이 아닌 일부 수정에 불과하다. 이에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주민번호 전부를 임의번호로 부여하는 등 온전한 개선안 마련이 필요하다.
주민번호는 번호 자체가 그 사람을 대표하는 유일한 번호로서 성명, 주소 등 다른 개인정보와 연결되는 연결자다. 그렇기 때문에 유출될 시 개인정보 전반에 입는 피해가 매우 크다. 그러나 한국의 주민번호는 공공·민간영역 할 것 없이 본인확인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정부는 잦은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2014년부터 법령으로 정해진 경우에만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있도록 주민번호 수집 법정주의를 도입한 바 있지만, 여전히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주민번호 자체에 성별, 생년 등 고유한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유출로 입는 피해뿐만 아니라 차별에 노출될 가능성도 굉장히 높다. 특히 성별 이분법적 시각으로 분류한 성별번호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성별이분법에서 벗어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지적도 수차례 있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현행 주민등록번호에 포함돼 있는 생년월일, 성별번호 등을 없애고 무작위 난수체계의 임의번호 체계로 변경할 것을 촉구해 왔다. 아울러 주민등록번호를 관련 행정업무와 사법행정업무에 한해 사용하고 목적별 번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또한 인권위는 이미 지나치게 많은 법령에서 주민번호 수집을 허용하고 있으니 법령 정비를 통해 이를 최소화하고 민간영역에서의 허용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한정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행안부의 이번 개편안은 여전히 주민번호에 핵심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반쪽짜리 개선에 불과하다. 이러한 개편안을 마련한 이유에 대해 행안부는 의료, 금융시스템 등 공공·민간 분야에서 주민번호를 통해 생년월일과 성별을 관리하고 있어 주민번호를 전면 개편할 경우 약 11조원의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주민번호 수집 법정주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편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은 주민번호의 수집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도입한 주민번호 법정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인권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공·민간영역에서의 광범위한 주민번호 활용을 허용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비용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시행하더라도 근본적인 방향은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우리처럼 개인식별번호에 민감한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고 조세·사회보장 등 극히 제한된 공공행정업무에만 한정해 사용하고 있으며 그외 민간영역에서는 개인 신분인증의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 역시 지금부터라도 주민번호의 사용범위를 줄이고 목적별 식별번호 사용을 추진해야 한다. 이미 필요한 경우 생년월일과 성별을 별도로 수집하는 경우가 있다. 주민번호의 전면 개편으로 인한 변경 비용과 사회적 혼란이 우려된다면 시스템 변경에 필요한 경과기간을 두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신규 등록자 및 원하는 사람 위주로 변경하도록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대안에 대해 행안부가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일부분 변경으로 갈음한다면 향후 또다시 제도변경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행안부의 이번 개선안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헌법상 기본권 보장 측면에도 부합하지 않는 관리의 효율성만을 앞세운 반쪽짜리 개선안이 아닐 수 없다. 행안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주민번호로 인한 사회적 차별, 유출 위험 등을 줄일 수 있도록 주민번호 13자리를 전부 임의번호로 부여하는 방식의 온전한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주민번호 수집 법정주의를 엄격하게 관철해 주민번호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목적별 식별번호 사용도 반드시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
201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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