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장애x젠더, 재생산을 말하다] 출산을 결정하는 여성, 여성을 결정하는 ...

지역

[장애x젠더, 재생산을 말하다] 출산을 결정하는 여성, 여성을 결정하는 ...

익명 (미확인) | 목, 2015/12/24- 14:13

[장애x젠더, 재생산을 말하다] 출산을 결정하는 여성, 여성을 결정하는 사회, 사회를 마주하는 장애

 
김재왕
print
 
 

[편집인 주]

한국사회에서 임신과 출산은 인구정책의 기조에 따라서 국가로부터 관리되고 간섭받는 영역이었다. 임신을 중단할 것인가 지속할 것인가의 문제에서도 철저하게 국가가 허용하는 사유와 처벌하는 사유가 나누어져 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성관계와 양육 등의 문제에 대해서 장애를 가진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 고민하며 <장애/여성 재생산권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 기획단이 활동해왔다. 앞으로 8차에 걸친 연재를 통해서 장애/여성의 재생산권리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 연재는 비마이너와 공동게재된다.

나는 남성 시각장애인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공익인권변호사로 활동해오면서 여성의 권리에 관한 구체적인 고민과 활동을 해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런 내가 ‘장애/여성 재생산권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 기획단’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장애 태아 낙태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임신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장애 태아의 생명권은 서로 충돌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장애계와 여성계가 대립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이 상황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기획단에 참여하게 되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vs 장애 태아의 생명권?

임신출산에 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확보하는 문제에 대해서 장애계의 시각은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낙태에 대한 제한이 사라질 경우에 장애 태아 낙태가 더 쉽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는 것 같다. 형법에서 낙태를 처벌하고 있음에도 장애 태아 낙태는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산전검사가 건강보험의 지원 아래 시행되고 산부인과에서 비보험 검사도 권장하면서 임신 초기에 태아의 장애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늘고 있다. 이 경우 선별적 낙태가 고려되고 시행되기도 한다고 한다. 결국, 장애 태아 낙태가 용이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낙태가 허용될 경우 장애계에는 그나마 있는 제한이 사라진다는 불안함이 있는 것 같다.

직접 차별을 당할 때만 고통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내가 차별을 당하지 않더라도 나와 비슷한 대상이 차별당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시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태아가 낙태를 당하는 것을 본다면 나는 몹시 씁쓸한 감정을 느낄 것 같다. 장애계에서 장애 태아 낙태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장애를 이유로 한 배제와 거부, 그것과 장애를 가진 태아를 원치 않는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면서 장애 태아가 단지 그 이유로 낙태되지 않도록 하는 묘안이 존재할까. 예전에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많은 여아들이 낙태되었었다. 여아 낙태가 줄어든 것은 낙태를 금지해서라기보다는 남아선호사상이 사라진 영향이 더 크다. 이처럼 근본적으로 장애 태아 낙태가 사라지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이 와야 한다. 그러나 그런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결국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장애 태아의 생명권은 충돌하는 것인가. 그 사이 접점은 없는가. 내가 존경하는 장애 활동가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위 사진:2007년 5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불구로 태어날 수 있는 태아의 낙태는 가능하다"는 발언에 대한 항의 기자회견 (출처: 오마이뉴스)


여성의 재생산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여성이 아이를 낙태하는 것이 온전히 여성만의 결정일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입고 나갈 옷을 고를 때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곤 한다. 하물며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낙태 결정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아마도 여성은 낙태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태아가 장애가 있다고 알려 주는 의사, 그 사실을 공유하는 배우자나 파트너, 고민을 이야기할 가족과 친구 등등. 이때 여성이 만나는 사람들이 여성에게 해준 조언은 여성의 판단에 영향을 줄 것이다. 태아를 낙태했을 때 혹은 낳았을 때 자신이 어떤 사회적 지지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정보와 가능성이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결국, 여성의 낙태 결정은 사실은 여성을 둘러싼 사회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임신, 출산, 육아를 포함한 여성의 재생산은 그 여성을 둘러싼 사회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결정된다. 이는 장애 여성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개의 경우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사회의 지지와 축복을 받는다. 하지만 장애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반대와 우려를 받는다. 심지어 모자보건법 14조는 사실상 장애를 가진 부모의 재생산권리를 제한하는 효과를 가진다.(*) 기획단의 장애 여성 인터뷰에서 시어머니에게 낙태를 종용받은 장애 여성의 사례, 불임 시술을 권유받은 장애 여성의 사례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장애 여성은 재생산 과정에서도 차별을 경험하고 있었다.

여성의 재생산이 그 여성을 둘러싼 사회와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됨에도 불구하고 태아 낙태에 대한 비난은 여성 개인에게 집중된다. 낙태에 대한 논쟁의 구도도 여성과 태아의 대립으로 그려진다. 사회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육아에 있어서도 여성의 부담이 큰 편이다. 빙산의 일각처럼 재생산을 둘러싼 사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정점에 있는 여성 개인이 부각된다. 이런 양상은 재생산의 책임을 여성 개인에게 돌리는 억압적인 모습이다. 

태아가 장애를 가졌다는 진단을 받을 때 의사는 태아의 상태를 알리고 대응 방안으로 낙태를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정부에서 장애 태아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지도 않는다(오히려 ‘산전 기형아 검사’에 대한 국가 안내에서는 기형아 출산은 고통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도 장애아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오히려 장애아 육아의 어려움, 부정적인 면이 부각될지도 모른다. 장애아 육아의 문제는 오로지 그 아이를 낳은 여성이나 그 가족의 몫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그 여성이 낙태를 선택할 가능성은 높을 것이다.

이런 여성의 경우는 장애인이 장애 진단을 받을 때와 비슷한 점이 있다. 내가 처음 안과에서 실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의사는 눈의 상태와 대응 요법에 대해서만 이야기 해주었다. 내가 시각장애인으로 등록했을 때에도 복지 서비스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장애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까지 내가 접한 시각장애인은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장애는 온전히 나 개인의 문제, 내 가족의 고민이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몇 년씩 집에 틀어박혀 사는 장애인들도 많다.

문제는 장애에 대한 두려움을 조장하는 사회

장애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듯이 임신, 출산, 육아를 둘러싼 재생산의 문제도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이 만나는 다양한 장벽을 제거하지 않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장애인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듯, 아무런 사회적 지원 없이 여성에게 아이를 낳아 기르라는 것 또한 사회적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 태아의 낙태 문제 또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장애 태아의 생명권의 대립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장애계와 여성계는 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장애인들이 장애를 진단받았을 때 곧바로 장애에 대한 정보와 복지 서비스가 개인에게 맞춰서 제공되는 사회를 꿈꾼다. 마찬가지로 태아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을 진단받았을 때 그 여성과 가족에게 장애에 대한 정보와 장애아 육아 등 복지 서비스에 대한 안내가 제공되는 사회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사회라면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규정이 없더라도 장애 태아 낙태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장애 태아 낙태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장애아 육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장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일 수 있다. 무엇보다 장애에 대한 두려움을 조장하는 시도부터 단호히 배척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장애계가 싸워야 하는 대상은 여성이 아니라 장애에 대한 두려움을 조장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물론 그 사회에는 여성도 포함되니 여성은 바꾸어야 하는 대상이자 함께 해야 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나는 장애 때문에 불편하다. 하지만 불행하지는 않다. 장애 태아에 대해서도 태어나면 불편하겠지만 불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 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모자보건법 시행령 제15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② 법 제14조제1항제1호에 따라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은 연골무형성증, 낭성섬유증 및 그 밖의 유전성 질환으로서 그 질환이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질환으로 한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특별시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희망농구 올스타에서 희망팀 가수 정진운과 배우 박재민이 기쁨의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한기범희망나눔은 '프로농구 올스타 선수와 연예인들이...
일, 2016/03/27- 16:38
8
0
=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특별시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희망농구 올스타에서 사랑팀 배우 서지석이 레이업 슛을 하고 있다. 한기범희망나눔은 '프로농구 올스타 선수와 연예인들이 참가해 경기를 펼치는...
일, 2016/03/27- 16:38
21
0
=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특별시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희망농구 올스타에서 사랑팀 김태형이 패스 공간을 찾고 있다. 한기범희망나눔은 '프로농구 올스타 선수와 연예인들이 참가해 경기를 펼치는 희망농구...
일, 2016/03/27- 16:38
20
0
=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특별시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희망농구 올스타에서 걸그룹 레드벨벳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한기범희망나눔은 '프로농구 올스타 선수와 연예인들이 참가해 경기를 펼치는...
일, 2016/03/27- 16:38
18
0
=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특별시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희망농구 올스타에서 사랑팀 정진운이 패스를 하고 있다. 한기범희망나눔은 '프로농구 올스타 선수와 연예인들이 참가해 경기를 펼치는 희망농구...
일, 2016/03/27- 16:38
11
0
=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특별시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희망농구 올스타에서 걸그룹 레드벨벳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한기범희망나눔은 '프로농구 올스타 선수와 연예인들이 참가해 경기를 펼치는...
일, 2016/03/27- 16:37
19
0
=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특별시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희망농구 올스타에서 희망팀 배우 오승훈(왼쪽)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한기범희망나눔은 '프로농구 올스타 선수와 연예인들이 참가해 경기를 펼치는...
일, 2016/03/27- 16:37
25
0
=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특별시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희망농구 올스타에서 방열 대한농구협회장, 한기범 한기범희망나눔회장, 프로농구 올스타, 연예인 선수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기범희망나눔은...
일, 2016/03/27- 16:37
11
0
=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특별시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희망농구 올스타에서 사랑팀 허웅(가운데)이 수비를 피해 슛을 시도하고 있다. 한기범희망나눔은 '프로농구 올스타 선수와 연예인들이 참가해 경기를...
일, 2016/03/27- 16:37
43
0
서울시 구청장 출신 신동우· 이노근 의원과 유영 전 강서구청장,한인수 전 금천구청장, 김영순 전 송파구청장... 한인수 새누리당 금천 후보민선 1·3기 강서구청장을 지낸 유영 후보는 새누리당 강서 병 후보로 확정돼 더민주당...
일, 2016/03/27- 15:00
20
0
니케이 아시안 리뷰,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 정부 상대 소송 개시 보도 –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한국 정부에 의견 개진 – 위안부 한일 협의 적법성 여부 관심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의 니케이 아시안 리뷰(Nikkei Asian Review, 이하 니케이)는 지난해 이뤄진 ‘위안부 관련 한일 합의’에 대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한국 정부가 공식적인 배상을 받기 위해 ...
화, 2016/03/29- 05:46
198
0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전직대통령 비서관 등을 역임한 이 후보는 경주시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며, 출마선언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기간에 지역 여론조사에서 15%까지 올라가며 돌풍을 일으켰으나 짧은...
목, 2016/03/24- 21:31
115
0
정 예비후보는 14일 오전 10시 30분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3강으로 분류되던 후보를 여론조사 경선조차 참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정치보복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당대표까지...
화, 2016/03/15- 00:44
51
0
경주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주형 예비후보는 14일 경주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석기 예비후보를 강력히... 새누리당은 지난 주말 동안 경주에서 정수성, 김석기, 이주형 예비후보를 상대로 후보 경선을 위한 여론조사를...
월, 2016/03/14- 18:59
73
0
14일 경주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정 예비후보는 이 자리에서 “자신은 당에서 정해 둔 공천부적격자 기준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3강으로 분류되던...
월, 2016/03/14- 18:07
17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