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4대강 사업 대법원 판결에 대한 논평] “4대강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은 정책법원 기능 강화가 대법원의 헛된 구호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민변, 4대강 사업 대법원 판결에 대한 논평]
“4대강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은 정책법원 기능 강화가
대법원의 헛된 구호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선공약을 이유로 한반도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려다 국민의 반대여론에 부닥쳤다. 이에 2009. 6. 이명박 정부는 멀쩡한 4대강(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을 죽은 강으로 규정하면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발표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혈세 22조 원을 쏟아 부으며 속도전으로 밀어부쳤다. 이에 4대강 주변 지역 주민들 9089명은 국가재정법 위반, 하천법 위반,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건설기술관리법 위반, 수자원공사법 위반 및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을 주장하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2012.경 대전고등법원(금강사건), 광주고등법원(영산강 사건), 서울고등법원(한강 사건)은 각각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부산고등법원은 국가재정법이 요구하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위법하지만, 모래 준설과 보(8개) 건설공사가 완료된 상황이라는 공익을 내세워 사정판결을 하였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국가재정법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한 부산고등법원은 매우 상세히 논증하였다. 먼저, 국가재정법의 예비타당성 조사는 사업추진결정 이전 단계에서 당해 사업의 정책적 타당성과 경제적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사업추진 여부 및 대안의 검토, 다른 행정목적을 위한 정책사업 사이의 우선순위결정을 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려는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국책사업의 추진단계를 예비타당성 조사 → 타당성조사 → 설계 → 보상 → 착공의 순으로 설정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는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당해 사업의 추진 여부를 판단하고 사업 간의 우선순위를 합리적으로 결정하여 제한된 예산으로 효율적인 재원분배를 가능하게 하는 데 그 기본적인 취지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 예비타당성 조사제도는 단순히 예산편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규모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신규 사업의 시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으로서 국가재정의 건전화를 도모하기 위한 국가재정법의 입법취지와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는 행정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절차적 통제방법(행정부 자기 통제 방법 또는 사법부 통제 방법)으로 기능하고 있음에 비추어, 행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여 이 사건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시켜 타당성 분석 수치에 대한 논란을 피한 것은 모법인 국가재정법의 입법목적에 반한다.
넷째, 이 사건 사업을 포함한 4대강 사업 중 핵심사업인 보설치, 준설 사업의 추진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면제시킬 정도로 시급성을 요하는 것이라고 도저히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사업 중 보의 설치와 준설 등의 사업은 관련 법률이 정한 예비타당성 조사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국가재정법 제38조 제1항을 위반한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예비타당성 조사가 대규모 신규 국책사업의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최초의 단계로서 이를 거쳐야 다음 단계인 타당성 조사 등 예산편성이 가능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제도의 목적, 취지, 대규모 국책사업의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가지는 절차적 중요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단순히 다음 단계인 예산편성을 위한 선행 절차에 불과하여 이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음 단계에 대한 예산이 편성되는 이상 그 하자가 치유되거나 이 사건 각 처분의 하자로 승계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예비타당성 조사절차를 거치지 않는 하자는 이 사건 각 처분을 근거로 한 이 사건 사업이 설령 완료되었다 하더라도 그대로 존재하게 되는 이 사건 각 처분 자체에 내재된 하자라는 것이다.
2012년 이후 4대강 사건이 모두 대법원에 계속된 상황에서 위와 같은 부산고등법원의 판단은 4대강(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대법원에 사건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한반도대운하 사업의 전초단계로서 추진하였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하여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였고, 4대강은 여름이면 ‘녹조라떼’, ‘남조류’와 ‘큰이끼벌레’가 번무 하는 등 국민의 식수를 위협하면서 수질개선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수질을 악화시키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2015년 가뭄에도 4대강의 보건설로 확보된 용수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5. 12. 10. 대법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적법성을 인정하는 판결(낙동강 사업의 경우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파기자판)을 하였다.
대법원은 ① 예산은 1회계연도에 있어 국가의 향후 재원 마련 및 지출 예정 내역에 관하여 정한 계획으로 매년 국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확정되는 것으로서 이 사건 각 처분과 비교할 때 그 수립절차, 효과, 목적이 서로 다른 점, ② 이 사건 각 처분의 집행을 위한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정부 이 사건 각 처분을 할 수 있는 한편, 정부는 이 사건 각 처분이 없더라도 이 사건 각 처분 내용의 집행을 위한 예산을 책정할 수 있는 등 예산과 이 사건 각 처분은 단계적인 일련의 관계가 아닌 독립적인 관계에 있는 점, ③ 예산은 관련 국가 행정기관만을 구속할 뿐 국민에 대한 직접적인 구속력을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예비타당성조사는 이 사건 각 처분과 형식상 전혀 별개의 행정계획인 예산의 편성을 위한 절차일 뿐 이 사건 각 처분에 앞서 거쳐야 하거나 그 근거법규 자체에서 규정한 절차가 아니므로,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지 아니한 하자는 원칙적으로 예산 자체의 하자일 뿐, 그로써 곧바로 이 사건 각 처분의 하자가 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입장은,
첫째, 예산수립절차, 효과 및 목적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결국 국책사업의 추진단계가 예비타당성 조사 → 타당성조사 → 설계 → 보상 → 착공의 순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매우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둘째, 22조원에 달하는 예산수립과 하천공사 실시계획은 독립적인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제한된 예산으로 효율적인 재원분배를 하여 하천공사가 가능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 있고, 예산을 고려하여 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22조원의 예산수립과 4대강 사업 실시는 밀접하게 상호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점을 애써 무시하였다.
셋째, 대법원은 원고적격의 범위와 관련하여 당해 처분 근거법률 뿐만 아니라 관련 법률을 들어 원고적격 여부를 판단하는데, 국가재정법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직접 처분근거가 되지 않더라도 관련 법률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종래의 입장과 매우 상반되는 판단이다.
넷째, 대법원은 상고법원을 도입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대법원의 정책법원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방하였는데,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지 아니한 하자는 원칙적으로 예산 자체의 하자일 뿐, 그로써 곧바로 이 사건 각 처분의 하자가 아니라는 판단을 함으로써 정책법원기능 강화라는 목표를 외면하였다. 왜냐하면,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붓는 국책사업에 대하여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정부와 다수여당이 강행하는 경우에 사법적 통제는 불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다섯째, 대법원이 당해 처분 근거법률과 관련 법률로서 원고적격을 제한하는 이유는 행정소송이 민중소송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데, 원고적격에 문제없는 경우라면 정부의 국책사업의 위법성 여부는 관련 법률의 위법성 여부를 적극적으로 심사하여 객관적 위법성 심사라는 행정소송의 본연의 제도적 기능이 실현 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번 대법원은 이러한 행정소송의 목적을 전혀 살피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정책법원으로서 기능 강화라는 표방이 한 낱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든 국민에게 알리는 대법원의 맨 얼굴을 보여준 판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4대강은 스스로 원래 모습을 찾아가는 길을 택할 것이다.
2015. 12. 11.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회장 한 택 근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장맛비에 여러 곳에서 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시행하면 홍수피해는 없을 거라던 MB의 거짓말은 매년 발생하는 홍수 피해로 입증이 되어가고 있다. 홍수 피해는 4대강 사업과는 본래부터 무관했다.
홍수는 산간지역이나 배수가 잘 되지 않는 지천에서 발생한다. 본류에는 이미 97% 이상 홍수예방시설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4대강으로 홍수를 예방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특히 4대강에 세워진 16개의 보는 홍수 유발시설이지 예방시설이 아니다.
장맛비가 내리고 있는 백제보 수문은 열렸다. 홍수 위험 때문이란다. 물을 가두는 시설은 홍수예방시설이 될 수 없기에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이렇게 열린 수문은 다시 닫힐 예정이다. 홍수로 임시 개방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금강의 3개보 중 2개는 이미 완전 개방되어 있다. 4대강 사업의 폐해가 지난 7년간 심각했기 때문에 수문을 개방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수문의 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7년간 발생했던 녹조, 실지렁이, 큰빗이끼벌레, 물고기 집단 폐사 등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끔찍한 재앙이었다.
재앙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일단 수문을 개방해보고, 이에 따른 문제점들이나 실제 개선 여부를 모니터링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일단 수문이 개방되어야 한다. 수문이라는 것은 본래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하려고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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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하지만, 백제보는 아직도 수문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의 반대가 심각하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농민들은 왜 반대할까? 지난해 11월 백제보는 수문을 개방했다가 다시 닫았다. 수문이 개방되면서 지하수를 사용하는 수막재배 농가에서 지하수위 감소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강력하게 항의했기 때문이다. 수막재배는 겨울철 일몰시간 이후 하우스의 온도 유지를 위해 상온보다 높은 지하수를 분사하여 온도를 유지하는 농법이다.
이로써 3개 수문을 모두 완전 개방하기로 했던 환경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약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백제보 수문은 개방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20cm의 수위를 낮추는 개방만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농민들이 주장하는 지하수위 감소는 과학적 근거를 조금 더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인근 지하수 모니터링 결과 수문개방 이전부터 지하수위가 내려가는 현상을 보였다. 수막재배 농가에서 겨울철 농사를 시작하면서 지하수 사용량이 늘어나 낮아진 결과가 있는 것이다.
백제보 수문개방과 지하수위의 영향도 있을 수 있지만, 사용량이 많아 감소한 것인지 실제 수문개방이 영향을 준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실제로 2015년 한국지질자연원구원에서는 우리나라 수막재배시설이 겨울에 사용하는 지하수 양은 약 6900억 톤으로 농업용 지하수 사용량의 40%나 된다며 대수순환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2017년 2월에 논산에서는 수막재배로 생활용수사용까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수막재배의 경우 하우스 내 온도 유지를 위해 1일 10시간정도의 물을 뽑아내기 때문에 지하수의 고갈 위험이 높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막재배의 경우 물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하수가 감소하면서 지역의 피해와 대안마련을 고민 중인 농법이었다. 백제보 수문 개방이 일정하게 지하수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실제로 수막재배의 과도한 농업용수 사용이 지하수위 감소에 훨씬 큰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원인과 결과를 추정하기 위해서라도 수막재배를 하지 않는 시기에 수문개방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실제 지하수위 변동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방안을 도출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농민들은 수문 개방에 반대하고 있으며 적절한 보상대책을 먼저 요구만 한다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반대하는 농민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가 발생한다면 적절한 보상을 국가가 해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보상의 규정이나 내용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실제 모니터링과 조사는 불가피하다.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수막재배의 이전인 현재가 모니터링에 적기인 것이다. 실제 수문개방에 따른 피해보상이 가능하려면 수문개방을 통한 현장확인이 필요하다. 농민들도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환경부는 수위저하 목표를 지난해 11월 지하수위에 영향이 없었던 지점까지 우선 개방하고 이후 모니터링과 조사를 통해 2차 개방을 할 예정이다. 더불어 환경부는 수위저하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조치를 통해 백제보 수위를 올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농민들이 반대한다면 수막재배가 본격화되면 백제보 수문은 열 수조차 없다.
백제보의 수위저하에 따른 지하수 영향을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라도 농민들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공주보와 세종보가 열려있고 백제보까지 열려야 강의 변화와 개선 과정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환경부도 지난 6개월간 농민들과 충분히 대화하지 못하고 과정을 설명하지 못했던 우가 있다. 때문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연락이 가능한 핫라인 구축이나 민관협의회 등을 구성하여 농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백제보 수문이 열릴 수 있도록 서로간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자라기 시작한 큰빗이끼벌레는 40cm가 넘어 보였다.ⓒ 김종술[/caption]
금강 본류에서 사라졌던 외래종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Pectinatella magnifica)가 다시 나타났다. 손가락 크기부터 40cm가 넘는 것까지 발견되었다. 그런데 정부는 큰빗이끼벌레 출연에 따른 상황 파악도 못 하고 있다.
큰빗이끼벌레는 지난 2014년 4대강 금강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낙동강, 영산강, 한강 등에서 발견됐다. 저수지나 댐 등에서 축구공 크기로 간혹 발견되던 큰빗이끼벌레는 급기야 2m가 넘는 것부터 최대 3.5m 크기까지 발견되었다. 그러나 2015년 이후부터 금강의 수질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본류에서 자취를 감추었다(큰빗이끼벌레조차 서식할 수 없을 정도로 수질이 악화되었다는 뜻). 본류에서 사라진 큰빗이끼벌레는 지천과 만나는 합수부 또는 지천에서 다량 발견되었다.
2016년부터는 충남 공주시 유구천과 세종시 대교천, 청양군 지천에서 발견되었다. 또 서천군 농경지 수로와 농사를 짓고 있는 벼 포기에 붙어 자라는 모습이 지역방송을 통해 보도되면서 충격을 줬다.
큰빗이끼벌레가 농경지와 지천으로 유입된 경로는 금강에서 퍼올린 강물이 농업용수 양수장을 통해 휴면아(休眠芽)가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 새와 낚시꾼들의 낚싯대에 붙어서 지천 및 인근 저수지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조사 자료가 발표된 적은 없다.
탁한 물속에 죽은 나뭇가지에 큰빗이끼벌레가 군체로 성장하고 있다.ⓒ 김종술[/caption]
7일 모니터링을 위해 찾아간 금강은 세종보와 공주보 수문이 전면 개방된 상태였다. 하류 백제보는 인근 시설재배 농가의 지하수 고갈 민원이 발생하여 닫힌 상태다. 굳게 닫힌 백제보 수위의 영향은 공주보 상류 백제큰다리까지 맞닿아 있었다.
상류 세종보의 수문이 전면 개방되면서 세종시 청벽과 공주시 공산성 앞은 겉보기에 강물이 맑아 보였다. 그러나 공주보에 다가갈수록 강물은 축산 분뇨처럼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정지된 강물에서는 저수지나 늪지에 서식하는 마름이 피어나고 있다. 탁한 강물에서는 시궁창 악취가 풍겼다. 낮은 물가에서는 쌓인 펄 때문에 발목이 푹푹 빠져들었다.
지난해 가뭄을 틈타 건설된 공주보에서 예당저수지로 공급하는 도수로는 외관은 말끔하게 단장해 놓았다. 파란색 부유물 차단 펜스가 설치된 '백제양수장' 시멘트 벽면과 부유물을 밀어내기 위해 설치한 수차에는 낯익은 생명체가 붙어 자라고 있다. 지난 2014년 4대강을 논란에 빠트렸던 태형동물 큰빗이끼벌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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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로를 통해 예당저수지로 강물을 공급하는 ‘백제양수장’ 구조물에도 큰빗이끼벌레는 자라고 있었다.ⓒ 김종술[/caption]
백제양수장을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수계사업팀 담당자는 "백제양수장은 지난 2월 말에 준공을 끝마쳤다. 준공 이후 가동은 하지 않았다. 지난해처럼 가뭄 등 응급 상황에서만 가동할 예정이다"라고 했지만, 정작 필요한 응급 상황에서 가동이 될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래종인 큰빗이끼벌레 원산지인 캐나다에서도 양수장 취수구에 큰빗이끼벌레가 붙어 자라면서 취수관을 막아 용수 공급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 바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대로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물 속 산소가 부족해져 물고기가 죽는 등 물속 생명체들에게도 피해가 예상된다.
하류로 더 내려가 보았다. 부여군과 청양군을 연결하는 왕진교 인근 낮은 수몰 나무 부근에서는 물고기들이 산란하느라 나뭇가지에 몸을 비비면서 주변이 온통 흙탕물이다. 인근 물속 나뭇가지와 수초에서 20~30cm 크기의 큰빗이끼벌레가 자라는 모습이 포착됐다.
백제보 상류 우안 물고기 관찰로 주변은 줄풀, 부들, 마름 등이 뒤섞여 촘촘하게 자라고 있다. 물고기가 뒤집어 놓은 강물은 흙탕물이다. 그러나 미동이 없는 강물에서는 스멀스멀 녹조가 생겨나고 있다. 녹조가 핀 강물에서 물고기들만 머리를 치켜들고 다닌다. 관찰로 기둥인 H빔에도 40cm가 넘는 큰빗이끼벌레가 붙어 있다.
탁한 물속에 죽은 나뭇가지에 큰빗이끼벌레가 군체로 성장하고 있다.ⓒ 김종술[/caption]
환경부 담당자는 "수문개방으로 각종 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다"라며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조사도 전문가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함께 하는 만큼 어느 지점에 얼마나 분포하는지 알려주면 조사단을 보내 현장 확인을 하겠다"고 했다.
국내 유일 태형동물 전공자이자 우리나라 큰빗이끼벌레 이름을 붙인 서지은 우석대학교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환경부 조사단에서 활동하지 못하고 전문가로서 개인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큰빗이끼벌레가 외부환경적인 변화도 있지만, 한해는 급증하고 다음 해는 안 보이는 경우도 있다. 현재 수문개방에 따른 모니터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어서 딱히 드릴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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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보 상류에서 건져 올린 큰빗이끼벌레를 손으로 가르자 붉은 속살이 보이면서 심한 악취가 동반했다.ⓒ 김종술[/caption]
전문가에 따르면 큰빗이끼벌레는 첫 번째 개충이 무성생식으로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서 만들어진다. 군체를 보면 안에 새까만 점 같은 것이 있는데 그것을 '휴면아' 또는 '휴지아'라고 한다. 월동을 한 후 봄에 수온이 12도 정도로 오르면 첫 번째 개충이 (무성생식의 한 가지인) 출아법에 의해 군체를 형성하여 엄청나게 커진다.
수온 25도는 큰빗이끼벌레가 제일 좋아하는 온도로 이때 급격하게 번성한다. 수온이 15~16도로 떨어지면 군체가 와해된다. 다 죽게 되면 휴면아가 바닥에 가라앉거나 물 위에 떠다닌다. 이후에는 휴면아가 물속에서 다시 월동하는데 추위에도 엄청나게 강하다. 큰빗이끼벌레 같은 종은 염분에도 강하다.
지난 1995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이 외래종이 들어오게 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식장에서 키우는 수입 물고기를 통해 큰빗이끼벌레 휴면아(休眠芽)가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4대강 사업 전 물이 흐르는 하천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없었다. 전부 물이 갇혀 있는 댐과 저수지 위주로, 강원도 춘천댐과 저수지, 금강의 대청댐과 저수지 등에서 발견되었다.
큰빗이끼벌레 휴면아는 내부의 세포덩어리를 딱딱한 키틴질이 둘러싸고 있는 태형동물의 특수 구조로, 열악한 생존 환경을 견딜 수 있게 한다. 그러다 온도 등 생육 조건이 맞으면 세포덩어리에서 새로운 개체가 형성된다. 처음 발화할 때는 일조량과 관계가 있어 약간 그늘진 곳에서부터 번성해나가기 시작한다. 너무 깨끗한 곳과 오염된 곳에서는 살지 않는다. 양식장 주위 녹조와 동물성 플랑크톤이 있거나 붙어 있을 수 있는 장소에서 집단서식하기도 한다.
큰빗이끼벌레는 정체 수역에 사는데, 4대강 사업 전 유속이 있는 흐르는 강물에서는 살지 못하던 것이, 콘크리트 보가 세워지면서 물이 느려지고 먹잇감인 녹조류와 동물성 플랑크톤이 많아지자 대량 번식한 것이다. 지난 2014년 "금강에서 발견한 큰빗이끼벌레"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환경부 담당자가 "큰빗이끼벌레가 뭐예요?"라고 되물을 정도로 낯선 생물체였다.
한편,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보 상시 개방, 4대강 사업의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 대해 정책감사 지시에 따라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다. 모니터링은 수질, 수생태, 수리 수문, 지하수, 물이용, 경관, 하천시설, 농어업, 퇴적물, 구조물(하상), 지류(하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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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녹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강물에 물고기들이 머리를 치켜들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김종술[/caption]
문의 : 물순환 담당 02-735-7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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