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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망신 자초한 ‘독재자의 딸’…’복면’ 다룬 외신 2백여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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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망신 자초한 ‘독재자의 딸’…’복면’ 다룬 외신 2백여 건

익명 (미확인) | 목, 2015/12/10- 19:03

민중총궐기 ‘해외 홍보 1등 공신’은 박근혜 대통령

12월 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에는 기상천외한 복면들이 총 출동했다. 각시탈, 하회탈, 각종 슈퍼히어로와 닭복면까지, 노동법 개악 반대와 국정교과서 반대를 요구하는 5만여 명의 시민들 중 상당수는 저마다 준비한 복면을 착용했다.

 

▲ 12월 5일 민중총궐기에 등장한 갖가지 복면들.

▲ 12월 5일 민중총궐기에 등장한 갖가지 복면들.

 

박근혜 대통령 때문이었다. 복면을 쓴 집회 참여자를 테러집단 IS와 비교한 박근혜 대통령의 11월 24일 국무회의 발언이 시민들을 자극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한국특파원은 “한국 대통령이 복면 쓴 시위대를 IS에 비교했다. 정말(Really)”이라는 트윗을 통해 박 대통령의 발언이 놀랍다는 것인지, 아니면 비웃는 것인지 모를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월스트리트 저널 한국특파원 알라스테어 게일 기자의 트윗

▲ 월스트리트 저널 한국특파원 알라스테어 게일 기자의 트윗

 

외신 보도도 쏱아져 나왔다. BBC,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은 12월 5일 한국의 민중총궐기를 자세히 보도하면서 가면을 쓴 한국 시민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실었다. 그리고 자국 시위대를 테러집단과 비교한 한국 대통령의 발언도 빠뜨리지 않고 소개했다.

구글에서 관련 기사를 검색하면 200개가 넘는 외신 기사를 찾을 수 있다. 기사 가치도 있었겠지만 1차 총궐기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물리적 충돌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렇게 외신들이 2차 총궐기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이른바 ‘그림이 되기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민중총궐기를 해외에 홍보한 1등 공신이 된 셈이다.

 

▲ 구글에서 12월 5일 한국의 민중총궐기 관련 기사를 검색하면 200여 건이 나온다. 대부분 복면을 쓴 시위대의 모습을 사진으로 실었다.

▲ 구글에서 12월 5일 한국의 민중총궐기 관련 기사를 검색하면 200여 건이 나온다. 대부분 복면을 쓴 시위대의 모습을 사진으로 실었다.

 

박근혜 정부의 ‘표현의 자유’ 억압…외신 통해 국제 망신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집회 소식을 전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례들을 집중 보도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한 가게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는 이유로 경찰들이 대거 출동해 과잉 대응한 사례를 자세히 소개했다. 포스터에는 박근혜 대통령 그림과 ‘독재자의 딸’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가게 주인 황 씨와 같이 분노한 시민들이 대거 거리로 나섰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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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한국의 교과서 국정화 강행 방침에 대한 심층 보도를 했다. BBC 한국 특파원 스티브 에반스는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배경에는 아버지 박정희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에서는 업적만 있을 뿐 과오는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으며, 그게 박근혜 대통령이 원하는 역사 교과서의 모습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BBC의 스티브 에반스 기자는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소개한 뒤 결론적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토대가 얼마나 튼튼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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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외신들의 한국 비판…한국정부는 부적절한 대응

BBC가 보도를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최근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뉴욕타임즈의 사설과 맥을 같이 한다. 뉴욕타임즈는 11월 19일 사설을 통해 “한국의 민주적 자유를 후퇴시키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도가 우려스럽다.”, “박 대통령은 SNS와 인터넷 상의 반대와 비판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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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즈가 독재국가나, 미국과 전쟁 상태에 있는 국가, 민주주의가 완전히 말살된 국가가 아닌 특정 국가에 대해서 비판적 사설을 쓰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한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다고 미국 언론이 보고 있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12월 1일 일 미국 시사주간지 더네이션도 비슷한 논조의 기사를 게재했다. “한국에서 독재자의 딸이 노동자를 억압하고 있다“는 제목이다. 그러자 뉴욕에 있는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가 더네이션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에 대해 항의했고, 기사를 쓴 팀 셔록 기자는 이 사실을 페이스북에 폭로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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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셔록은 뉴스타파와 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도를 넘어선 (over the top) 일”, “선을 넘어선 (cross the line) 일”을 벌였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또 “기사의 사실 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부정확한 부분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한국) 정부는 그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전화는) 일종의 위협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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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는 참을 이길 수 없다

글 | 허광준(오픈넷 정책실장)

 

지난 3월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디캠프에서는 미디어의 정보 신뢰도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미국 시민단체인 퍼스트 드래프트구글 뉴스랩이 함께 주관하는 특별 강좌가 열렸다.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이날 강좌는 가짜 뉴스로 대표되는 불량 정보가 넘치는 디지털 환경에서 언론인들이 어떻게 정보를 확인하고 검증할 것인가를 주제로 하여 진행되었다.

가짜 뉴스 특별 강좌
이날 발표자는 퍼스트 드래프트의 활동가인 에이미 라인하트였다. 그녀는 가짜 뉴스에 대한 최근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가짜 뉴스로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첫 슬라이드는 구글 트렌드에서 ‘가짜 뉴스(fake news)’에 대한 검색수를 시간 흐름으로 보여준 도표였다.

 

지난 5년간 “fake news”의 구글 검색 추이

지난 5년간 “fake news”의 구글 검색 추이

발표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발표자와 깊은 연대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이틀 전인 3월 28일, 나는 사단법인 오픈넷이 사회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오픈넷 아카데미’ 제5기 수업 중 두 번째를 맡아 가짜 뉴스에 대해 발표했다. 여기서 나도 똑같은 도표로 이야기를 시작했었다.

라인하트와 나는 당연한 듯 그 다음 순서로 가짜 뉴스의 정의에 대해 말했고, 풍자를 목적으로 한 무해한 가짜 뉴스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미국 풍자 신문 [디 어니언]을 사례로 든 것도 똑같았다.

이 지경이니 난생 처음 보는 외국 미디어 활동가와 연대의식을 갖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발표 여정은 그다음부터는 달라졌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가짜 뉴스

두 발표가 함께 나가다 분기점에서 갈라진 것은 발표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는 언론인을 교육하려는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을 인식하고 정책 방향을 짚어보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러한 분기가, 가짜 뉴스라는 골칫덩이를 놓고 사회가 대응하는 방식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정보를 더욱 확인하고 올바른 정보 유통을 고무함으로써 극복하려는 접근방식과 규제하고 단속하고 처벌함으로써 극복하려는 접근방식의 차이.

라인하트는 언론 자유 지수가 계속 추락하고 있는 한국에서 또 다른 규제와 처벌이 모색된다고 해도 그리 놀라지 않을지 모르지만, 여하튼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서서 칼을 대려는 모습을 낯설고 희한하게 생각하리라는 점은 틀림없어 보였다.

 

가짜 뉴스에 발목 잡힌 반기문?

 네이버 “가짜 뉴스” 검색 추이

네이버 “가짜 뉴스” 검색 추이

한국의 ‘가짜 뉴스’ 검색 그래프는 2월 초에 정점을 찍는 형태로 나타난다(위 네이버 “가짜 뉴스” 검색 추이). 2월 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가장 그럴 듯한 설명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다. 그는 2월 1일 대선의 꿈을 접는다는 발표를 하면서,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가짜 뉴스를 들었다.

“그러나 이런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서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면서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발표를 하기 며칠 전에는 국회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짜 뉴스 단속법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2월 초의 피크 현상은, 강력한 대선 후보로 손꼽혔던 사람이 가짜 뉴스 때문에 낙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갑자기 가짜 뉴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잊소리 반기문

지난 2월 21일 국회에서는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 주최로 가짜 뉴스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하 의원은 선거 정국에서 가짜 뉴스가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 사실을 강조하며, 왜곡 편집된 유튜브 영상을 즉석에서 틀어 보였다.

국회에서 열리는 토론회는 대개 입법 활동의 방향성을 잡기 위한 것이다. 해당 토론회도 가짜 뉴스를 법률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진행되었어야 옳은지 모른다. 그러나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대체로 법적 규제가 능사가 아니며 다른 다양한 방식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짜 뉴스와 관련한 법적 규제안이 실제로 등장하기도 했다. 3월 3일에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이 법안은 가짜 뉴스 제조와 유포 자체에 대한 처벌은 아니지만, 가짜 뉴스와 관련이 있는 디지털 증거물을 선거관리위원회가 무리하게 수집하는 길을 허용하고 있다. 가짜 뉴스에 대한 우려는 공감할 만하지만, 그 해법으로서는 요령부득에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음은 해당 발의안에 대해 오픈넷이 낸 논평에 잘 나타나 있다.

 

“트럼프 당선에 미친 실제 영향은 알 수 없다” 

가짜 뉴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 추이에서 입증되듯, 가짜 뉴스는 미제(美製), made in USA다. 지난해 말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정국에서 확 불이 붙은 개념이다. 가짜 뉴스를 알게 된 많은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에 가짜 뉴스가 일정한 역할을 했으리라고 믿거나 그렇게 의심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일까? 과문이어선지 모르겠지만 2016년 미국 대선에 가짜 뉴스가 미친 영향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그러리라는 추정과 의심이 있을 뿐이다. 대선 이후 나온 많은 분석이 말하듯, 트럼프 현상에는 일정한 정치적, 사회적 배경이 있다. 트럼프 당선을 단지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의 결과라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에서 열린 특별 강좌에서, 퍼스트 드래프트의 발표자 라인하트에게 한 청중이 “미국에서 가짜 뉴스가 실제로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가짜 뉴스 현상을 긴밀하게 추적해 왔고 그 위험성을 잘 알고 있으며 여러 나라에서 ‘가짜 뉴스에 속지 않는 법’을 강의하는 라인하트, [뉴욕 타임스] 온라인판의 창립 멤버였고 컬럼비아 대학 저널리즘 스쿨에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한 바 있는 그녀가 내놓은 대답은 “모르겠다”라는 것이다.

질문 물음표

나는 그 말이 옳다고 본다. 나아가, 잘 모르는 것(검증되지 않은 것)을 잘 모른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가장 신뢰할 만하다는 믿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가짜 뉴스를 놓고 겁에 질린 나머지 국가가 나서서 단죄하는 위험한 방법까지 모색하는 한국의 풍조는, 가짜 뉴스의 효과를 실제보다 훨씬 과장된 것으로 예단하는 데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짜 뉴스라는 게 허위 사실, 혹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어떤 의도에 따라 유포하는 것임을 상기하면, 이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짜 뉴스 부추기는 한국적 특수성

가짜 뉴스는 사실 낯선 현상이 아니다. 그와 유사한 현상은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그것은 ‘가짜 뉴스’가 아니라 ‘유언비어’나 ‘흑색선전’ 같은 이름으로 불렸을 뿐이다.

차이도 있다. 가짜 뉴스가 유언비어나 흑색선전과 다른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차이는 △언론 기사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과 △인터넷, 특히 SNS나 메신저를 통해 확산된다는 점이다. 기사, 그리고 인터넷. 이 두 가지 특성을 고려해 볼 때, 한국 사회와 한국인이 유달리 가짜 뉴스에 취약할 수 있는 배경이 있긴 하다.

1. 낮은 언론 신뢰도 

첫째, 우리나라 언론의 신뢰도는 바닥 수준이다. 언론이 자초한 일이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 중 중요한 하나는 정보의 출처를 밝히지 않는 행태다. 지금 당장 아무 매체나 골라 들여다 보라. 서술된 정보가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 취재원은 누구인지 정정당당하게 밝히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며, 사실 대신 추정과 예단의 문장으로 가득 채운 기사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좀 과장되게 말한다면, 번듯한 매체에 실리는 기사 대부분이 이미 가짜 뉴스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사람들이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품이 짝퉁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을 때, 소비자가 짝퉁에 속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

2. 뉴스 소비자의 강한 정파성 

둘째, 뉴스 소비자들이 강한 정파성을 갖고 있다. 극단적 대립의 양상을 띠는 정치 지형, 그리고 그런 지형을 그대로 정체성으로 반영하는 정파적 언론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정파성에 지배받는 뉴스 수용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비판과 공격, 그리고 아군에 대한 변호와 옹호다. 사실이나 언론의 윤리 따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명박을 까기 위해서라면 부정확한 정보도 대환영이고, 박근혜를 옹호하기 위해서라면 새빨간 거짓말도 퍼다 나른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은 매체 수용자의 전통적 미덕(?)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디지털 뉴스 소비의 특성으로 점점 더 강화된다. 죽(竹)의 장막, 인(人)의 장막 다 위험하지만, 요즘 가장 위험한 것은 필터 장막이다.

자신의 신념을 유지하기 위해 반대 증거는 모조리 폄하, 제거하고,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는 증거와 근거만을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이 소셜미디어에서는 더욱 구조적으로 강화된다. 이런 확증편향 현상은 필연적으로 '눈먼 증오'를 강화한다.

자신의 신념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는 증거와 근거만을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이 소셜미디어에서는 구조적으로 더욱 강화된다.

3. 디지털 리터러시 부족 

셋째, 디지털 경험을 충분히 하지 못한 세대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이들은 이른바 디지털 해득력(디지털 리터러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온라인에서 나도는 가짜 뉴스의 단골 희생양이 된다.

대표적인 집단은 아동, 청소년이다. 이들은 상업적이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제조된 메시지에 취약한 계층으로 알려져 있고, 따라서 디지털 교육은 주로 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사각지대에 버려져 있는 또 하나의 그룹이 있다. 바로 노년층이다. 디지털 생태계의 음지와 양지를 차근차근 밟아오지 못한 채, 바로 스마트폰 시대를 맞닥뜨린 사람들이다. 주민센터 강습에서 인터넷을 배우고 손자 손녀에게 이메일을 배우며 디지털 걸음마를 하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스마트폰과 채팅앱이라는 날개가 주어졌다. 밀랍으로 붙인 날개가 위태하듯, 인터넷의 뻘소리, 헛소리에 단련되지 않은 날갯짓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어용 시위에 나서서 극단적인 주장을 쏟아내는 노년층 상당수는 인터넷에 떠도는 허황된 이야기를 사실로 믿고 있다. 나는 이들에 대한 디지털 교육이 아동, 청소년에 대한 그것보다 훨씬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지만, 노년층은 실제로 국가 운명을 결정하는 데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구글, 페이스북, 가짜 뉴스

4. 정부와 국가기관이 유언비어 유포하는 사회 

넷째, 가짜 뉴스와 관련하여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지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한국적 특수성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한국은 정부, 국가기관이 나서서 가짜 뉴스급 유언비어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사회라는 점이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원세훈 산하의 국가정보원이 국민을 대상으로 하여 댓글 공작을 펼치며 선거에 개입하였던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국정 농단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김기춘이 언론과 어용 단체를 움직여 공작을 펼치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대한민국 쉬운 직업 - 국정원

과거의 일일 뿐인가? 아니다. 바로 지금도 계속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강남구청장 신연희가 퍼나른 악성 유언비어는 30년 동안 국정원에서 근무한 자가 만들어 퍼뜨린 것임이 드러났다. 현직 직원이 아니니 국가기관이 그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가 가진 기형적 소신이 국정원을 비롯한 반민주적 권위주의 기구들과 공유되어 왔음을 고려하면, 정부의 한구석에서 허위사실 유포 공작을 모의하고 전개하는 일이 언제든 다시 시도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네 가지 조건은 가짜 뉴스를 잉태하고 키워내는 환경이 된다. 지금 가짜 뉴스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차고 넘치지만, 나는 가짜 뉴스를 걱정하기보다 이렇게 가짜 뉴스를 활개치게 만드는 환경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본다. 물을 주지 않으면 잡초는 저절로 말라 시든다. 시원한 물과 기름진 비료를 열심히 주면서 잡초가 자라난다고 걱정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자기 편한대로 갖다 쓰는 말? 

미국발 가짜 뉴스는 우리에겐 낯선 개념이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가짜 뉴스에 대한 관심은 ‘가짜 뉴스란 게 뭐야?’, 즉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거의 비슷한 내용의 정의를 만들어 왔다.

정의에 집착하는 것은 ‘사전에 등재하기 위해서’와 같은 단순한 학문적 관심에서가 아니다. 정확한 규정이 있어야 그 특성을 이해할 수 있고,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할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정의 내리기’는 지극히 실용적인 목적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가짜 뉴스에 대한 정의가 이미 엄밀하고도 적절하게 잘 형성되었음에도, 실제로는 이러한 정의가 거의 쓸모가 없다. 다들 편한 대로 갖다 쓰는 말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너의 의도나 속마음이 네가 한 말에 '각주'를 따로 달아주는 건 아니다.

‘가짜 뉴스’는 다들 편한 대로 갖다 쓰는 말이 되어버렸다.

앞에서 가짜 뉴스 이전에 유언비어, 흑색선전 같은 개념이 있다고 했다. 가짜 뉴스는 이들과 달라야 하기 때문에 정의가 새로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일반인은 물론이고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말하는 가짜 뉴스는 이런 정의에 잘 부합하지 않는다. 그냥 늘 있던 유언비어, 흑색선전을 부르는 새로운 이름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흑색선전, 허위사실, 유언비어를 모두 가짜 뉴스라고 퉁친다.

이런 행위의 의도는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가짜 뉴스의 심각성을 강조하려는 것이 좋은 의도라면, 이미 있던 일탈을 새로운 말로 포장하여 시류에 편승하고 (정치인의 경우) 피해를 강조하려는 것은 나쁜 의도라 할 것이다. 반기문의 피해의식이 대표적인 예다. 가령 ‘퇴주잔 사건’은 가짜 뉴스가 아니었음은 물론이고, 흑색선전, 허위사실, 유언비어, 비방 등의 어느 항목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가짜 뉴스라는 말이 마구잡이로 쓰이다 보니, 이제는 ‘우리 편을 까는 뉴스는 다 가짜 뉴스’라는 인식까지 퍼졌다. 욕망이 언어에 간섭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가짜 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13일, 대선을 앞두고 벌어질 수 있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관련 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경찰, 검찰, 포털사, 기자협회, 방통위, 방심위 등 13개 기관, 단체가 모인 자리였다. 이 회의의 이름은 ‘가짜 뉴스 등 비방/흑색선전 대응 유관기관 대책회의’였다.

‘가짜 뉴스 등’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관위가 회의 자료로 만든 문건에서 본문 10쪽 중 가짜 뉴스에 대한 것은 그림 한 페이지를 포함하여 2쪽 반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비방과 흑색선전이다. 말만 화려한 가짜 뉴스보다 전통적인 골칫거리가 더 심각한 것이다.

 

규제 법안 마련? 이미 규제는 차고 넘친다  

가짜 뉴스의 내용을 엄밀하게 따지고 이현령비현령식 적용을 경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짜 뉴스가 위험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누군가 나서서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진 좋다. 그런데 그 누군가에 국가를 설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가가 나서서 가짜 뉴스를 규제하고 처벌하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으로 처벌하려면 그 이유와 대상이 매우 명확해야 한다. 아무 데나 갖다 붙이면 되는 딱지로는 규제도 처벌도 정당하게 할 수 없다. 가짜 뉴스가 심각하다고 여기면 여길수록, 규제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느낄수록 가짜 뉴스인 것과 아닌 것(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존의 유언비어나 흑색선전과 다른 것)을 구별해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의 법 현실을 생각하면 가짜 뉴스를 규제하고 처벌할 새로운 법이나 조항이 필요한지 강력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허위 사실 표현을 처벌하는 법을 이미 차고 넘치게 갖고 있다. 선진국치고는 그 정도가 심해서, 한국을 표현의 자유 후진국으로 만들고 있는 법들이라는 평을 듣는 것들이다.

예컨대 형법에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있다. 욕만 해도 처벌 받을 수 있으며, 사실을 서술해도 어이없게 명예훼손죄를 덮어쓸 수 있다. 평범한 사람끼리 이런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주로 정치인 같은 공인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공공 영역에 대한 대중의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 악용되는 것이다. 심지어 국정원, 해경, 청와대 같이 명예훼손의 주체가 될 수 없는 국가기관이 피해자랍시고 나서는 경우도 흔하다.

국민을 상대로 '너 고소' 남발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공직자

국민을 상대로 ‘너 고소’ 남발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공직자

또 선거 때에는 공직선거법에 있는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가 오랏줄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공직 선거에 나선 후보자는 다른 어떤 종류의 사람보다 더 많이, 더 넓게 검증의 도마에 올라야 할 것인데도, 한국 선거법은 거꾸로 검증의 폭을 극단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인터넷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정보통신망법의 임시조치 조항이 족쇄를 채운다. 악법 중의 악법인 이 조항은 명예훼손 등 권리 침해가 실제로 벌어졌는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자가 요구하면 무조건 지워준다. 누구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 자신에게 불리한 글이나 콘텐츠를 손쉽게 삭제할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국은 허위 사실(심지어 진실 사실)에 대해서도 법적 처벌과 행정적 규제를 모두 할 수 있는 촘촘한 족쇄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가짜 뉴스는 이미 존재하는 이런 처벌, 규제에도 모두 걸린다. 가짜 뉴스를 규제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시류에 영합한 것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후진적인 표현의 자유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

Looking Glass, CC BY SA

 

손쉬운 규제 vs. 쉬운 길 대신 옳은 길 선택할 용기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점을 말하기에 앞서, 나는 앞에서 이미 말한 몇 가지를 다시 강조하고 싶다.

  1. 첫째, 가짜 뉴스가 선거에 미치는 실제 영향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다. 다들 그러리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대중의 짐작이나 믿음과 실제 사실이 다른 사례는 차고 넘친다.)
  2. 둘째, 가짜 뉴스는 새로운 현상도, 놀라운 발명도 아니다. 다른 형태와 이름으로 우리 주변에 늘 있어왔던 것이다.
  3. 셋째, 가짜 뉴스를 잉태하고 살찌우는 (특히 한국적인) 환경이 있다.
  4. 넷째, 가짜 뉴스 등 허위 사실 유포를 단죄하는 법은 이미 지나치게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가짜 뉴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그 윤곽이 그려진다고 생각한다. 가짜 뉴스는 새로 칼을 빼 들어 혀를 베고 목을 치는 방식으로 근절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런 메시지가 나오는 현상을 살펴 그 토양을 말려버리는 것이 최선이다. 또 미디어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의 디지털 해득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나쁜 정보, 그른 정보에 대응하여 옳은 정보를 확산하는 여러 장치, 이를테면 팩트 체크의 제도적 일상화 같은 작업도 중요하다.

나는 가짜 뉴스에 대해 발표하는 마지막에, 지난 겨울 우리가 찬 바람을 맞아내며 몸으로 깨달았던 진리를 그 대책의 핵심으로 말씀드렸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Susanne Nilsson, CC BY SA https://flic.kr/p/oTqd8Q

Susanne Nilsson, CC BY SA

청중 중에서 두어 분이, 이러한 접근은 너무 순진하고 소극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하셨다. 그런 걱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만, 나는 실은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간편하게 칼을 들어 말문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야말로 비겁하고도 순진한 생각이다. 그렇게 하는 데에는 고민도 필요 없고 노력도 필요 없다는 점에서 비겁하며, 그렇게 해서는 근절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순진하다. 반면, 참이 거짓을 덮으리라는 신념을 갖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쉬운 길을 마다하고 옳은 길을 선택하는 의연한 용기를 가져야만 가능하다.

진실은 억압과 족쇄에 의해서가 아니라 넓게 열린 마당에서 벌어지는 싸움 속에서 모색되고 확정된다. 표현의 자유를 주창한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표현의 자유가 꼭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잘못된 의견의 가치는 옳은 의견이 옳다는 증거를 부지런히 제출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점을 든 것을 상기해 보면 좋겠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게재하고 있습니다. (2017.04.07.)

월, 2017/04/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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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엑스포제, 한일 ‘위안부’합의에 대한 6개의 다른 시각 묘사 – 한일합의는 협상의 기본도 충족 못 시킨 편파적 비밀협약으로 실패작 – 소녀상 지킴이 학생들과 활동가 외에 피해자들을 위해 싸워 줄 또 누구 없소? 지난 2일 코리아 엑스포제에 12.28 한일 ‘위안부’합의를 진단하는 홍숙정 작가의 그래픽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한일 간 “위안부 합의”: 6개의 다른 시각> 이며, 왜 한일합의가 ...
화, 2016/02/09-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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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함께 주력하고 있는 이른바 ‘노동개혁’이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9월 13일 노사정이 합의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 중 일부 독소조항이 시행되고, 새누리당이 같은달 16일 발의한 5대 노동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노동현장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저성과자로 찍히면 상시 해고 가능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는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도입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조건 완화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고, 경영상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반해고가 도입될 경우 인사평가에서 저성과자로 분류된 사람은 해고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도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상당수의 노동자들은 명예퇴직,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지만 회사에서 노동자에게 일정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런데 일반해고가 도입되면 회사가 ‘값 싸고 손 쉬운’ 해고를 할 수 있는 길을 터주게 되는 것이다.

또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는 노조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노동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개정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 관련 행정지침을 만들고 있다.

이 두 가지 사안은 9월 13일 노사정 합의문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내용으로 봉합해 놨지만 불씨가 남아있다.

▲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이 노사정 합의문을 최종 의결한 9월 15일 오전, 민주노총 간부들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삭발하고 있다.

▲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이 노사정 합의문을 최종 의결한 9월 15일 오전, 민주노총 간부들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삭발하고 있다.

파견업종, 직접 생산 공정까지 확대

고용노동부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관련 행정지침(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사이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이 노동 관련 5대 개정 법안을 발의해 노동계를 압박하고 있다.

노사정은 기간제와 파견노동자에 대해 공동 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수렴 후 대안을 마련해 입법에 반영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새누리당은 35세 이상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 대상자(55세 이상 고령자, 고소득 전문직)와 업종(뿌리산업)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는 ‘인력난이 심한 업종’으로만 파견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업종이 바로 ‘뿌리산업’이었다는 사실이 새누리당 법안에서 드러난 것이다.

지금까지 직접 생산 공정에는 파견이 허용되지 않았는데 뿌리산업(주조, 금형, 소성가공, 열처리, 표면처리, 용접 산업)까지 파견이 허용되면 전체 제조업에 파견이 허용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수차례 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국내 완성차 사업장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게 된다.

파견노동자는 자신을 고용한 사업주와 일하는 직장의 사업주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도 어렵고 고용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아 134일째(10월 22일 현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며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는 최정명 씨는 “파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이라며 “정규직도 이제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9월 법원에서 기아차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는 판결을 받은 기아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한규협, 최정명 씨(사진 왼쪽부터). 22일로 134일 째 옛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탑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지난해 9월 법원에서 기아차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는 판결을 받은 기아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한규협, 최정명 씨(사진 왼쪽부터). 22일로 134일 째 옛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탑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동법 ‘날치기’ 과거 경험 되풀이될까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여야 의원이 동수인데다 위원장이 야당 의원이기 때문에 새누리당 발의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과거 크게 논란이 됐던 노동 관련법들이 날치기 처리된 전력이 있는 데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연일 ‘노동개혁’을 강조하고 있어 올해 연말에도 이 같은 일이 재연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1996년 12월 26일 새벽, 당시 신한국당(현 새누리당)의 날치기로 정리해고법이 도입됐고, 2010년 1월 1일 새벽에는 타임오프를 도입하고 복수노조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이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주도로 통과됐다.

1996년 정리해고가 법제화될 당시에도 정부와 여당은 정리해고가 자의적으로 남발되는 것을 막기위해 정리해고 사유를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을 때로 한정한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정리해고는 우후죽순처럼 발생했다. 최근 고용노동부 역시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면서 일반해고가 남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11월 12일까지 전국 1만 개소 ‘을들의 국민투표’

정부가 말하는 ‘노동개혁’이 사실상 ‘노동개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민사회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등 노동, 시민단체는 지난 7일 ‘을들의 국민투표’(링크)를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와 재벌의 ‘노동개혁’ 추진안과 노동자, 청년, 서민의 요구안을 비교해 놓고 시민들이 직접 원하는 곳에 투표하도록 한 것이다. 전국 1만 곳에 투표함을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다음달 12일까지 투표를 받는다. 22일 기준 전국 137개 지역, 1천100여곳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투표 결과는 전태일 열사 45주기인 11월 13일 공개된다.

▲ 지난 20일 서울대 캠퍼스에 마련된 ‘을들의 국민투표소'에서 한 대학원생이 투표를 하고 있다.

▲ 지난 20일 서울대 캠퍼스에 마련된 ‘을들의 국민투표소’에서 한 대학원생이 투표를 하고 있다.

※ 첨부자료 :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합의문(2015.9.15)

목, 2015/10/2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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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올해 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와 노동자대회 등을 주최해 도로교통법과 집시법 위반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돼 조계사에 은신한 지 25일 만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6월 체포영장이 발부된 후 민주노총 건물에서 생활하다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한 후 16일 조계사로 피신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25분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과 함께 은신해 있던 관음전을 나왔다. 대웅전에서 절을 올린 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으로 이동해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한 위원장은 생명평화법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일 동안 고통과 불편을 감내하여 주신 조계종과 조계사 스님, 신도님들께 감사드린다”며 “무엇보다 이천만 노동자들의 생존이 걸린 노동개악을 막기 위한 활동에 함께 하겠다 하신 조계종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저를 구속시키고 민주노총에 대한 사상 유례없는 탄압을 한다 하더라도 노동개악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이것은 전 국민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노동자 서민을 다 죽이고 재벌과 한편임을 선언한 반노동 반민생 새누리당 정권을 총선과 대선에서 전 민중과 함께 심판해낼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노동재앙, 국민대재앙을 불러 올 노동개악을 막기 위해 이천만 노동자의 생존을 걸고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16일 새누리당이 발의한 ‘노동 5법’을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에 나선다.

목, 2015/12/1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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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역개발 사업을 통해 본인 소유의 부동산 가치를 끌어올린 것뿐만 아니라 후원회장이나 종친의 부동산에도 영향을 준 사례가 드러났다. 산업 단지 부지에 후원회장의 땅이 포함되거나 연구 단지 개발 예정지 인근에 종친들의 땅이 분포돼 있는 경우가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1. 후원회장의 수상한 섬…시장 개발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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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지방선거 당시, 거제 시장에 출마한 권민호 후보의 후원회장은 김00 씨였다. 김 씨는 권민호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되고 4개월 뒤, 거제 사곡만에 있는 사두섬을 매입했다. 김 씨가 산 땅 면적은 2만529m2로 당시 매입가격은 9억 원이었다. 김 씨는 “내 땅을 담보로 8억 원을 대출 받아 샀다”면서 “그물 야적장 목적으로 섬을 샀으나, 허가가 나지 않아 운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권 시장 당선 직후 매입자금의 대부분을 융자를 통해 마련해서 땅을 샀다는 점이나 매입 이후 땅을 방치하고 있다는 점은 그의 섬 매입 목적이 투기가 아니었느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권 시장이 산업단지 예정지를 당초 덕곡에서 사곡으로 변경한 과정도 의문이다. 타당성 조사를 통해 애초 거제시 덕곡으로 선정된 산업단지를 권 시장이 갑작스럽게 사곡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산업단지 조성은 권민호 시장의 2010년 지방선거의 대표 공약이었다. 권 시장은 거제시장에 당선 되자, 6억원을 들여 산업단지 입지선정 타당성 조사를 착수했다. 그리고 지난 2012년 6월, 거제시는 용역 보고서를 통해 “4개 입후보지 중 덕곡을 최종 입지로 선정한다”며 “환경, 기술, 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측면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 시장은 이 같은 결정을 번복했다. 권 시장은 2013년 1월, 기자회견을 열고 “덕곡은 실수요자 접촉과 주민 보상 협의의 어려움이 있다”며 “사곡을 산업단지 최적지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변경에 당시 거제시의원들은 반발했다. 한기수 거제시의원은 “세금을 들여 만든 용역 결과를 무시한 처사”라고 항의했지만, 권 시장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거제시 국가산업단지 사업추진단은 사곡 단지 토지보상비로 3700여억 원을 책정했다. 토지 보상 대상지는 234만 7천여m2로, 평균 토지보상비는 m2당 15만 7천 원에 이른다. 이 금액은 2010년 김씨가 사두섬 매입 당시 구입한 금액, m2당 4만3천여 원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이대로 토지보상이 진행된다면 김 씨는 9억 원에 매입한 땅을 30억 이상 받고 되팔 수 있게 된다. 6년만에 3배 이상의 시세 차익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현재 거제시는 국토교통부에 사곡 산업단지 건설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거제시는 올해 안으로 국토교통부의 승인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특혜 논란에 대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후원회장 당시에는 산업단지 공약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권민호 시장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그렇게 할 일이 없냐”는 말로 답변을 거부했다.

2. 각별한 애정… 문중 땅 인근에 연구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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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2014년 4월, 기자회견을 열어 성균관대 수원캠퍼스내 식물원에 과학 연구 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1조2천억 원을 투입해 식물원에 35만평 규모의 연구 개발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염 시장은 “1만6천여개의 일자리와 연간 1조6천여억 원의 경제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는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시점으로 이같은 계획이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거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문제는 개발 부지 500미터 인근에 염 시장 종친들의 땅 2만7천여m2가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염시장 종친들의 땅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으며, 땅 위로 송전선이 지나가고 있다. 현재로선 가치가 거의 없는 땅이다.

하지만 과학 단지 조성이 완료되면, 개발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과학 단지 조성이 계획대로 된다면, 개발제한구역 해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주민들도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염 시장은 종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해왔다. 자서전 <염태영의 아름다운 약속>을 보면, 염 시장은 문중에서 장학금을 받고 학창시절을 보낸 것으로 나와 있다. 그는 책에서 “장학금을 받아들고 나는 다짐했다, 세상에 좋은 일로 꼭 환원하리라, 이 장학금보다 몇 배로 되돌려 주리라”고 썼다. 또 그는 2010년 수원시장에 당선되자, 자신의 종친 할아버지를 시장 취임식에 초대하기도 했다.

염태영 시장 측은 종친 땅 논란에 대해 “송전탑 이전 없이는 지가 변동은 없을 것”이라며 “연구 단지 조성은 단기 계획이 아닌 장기 계획으로 준비한 것으로 수원시의 과학단지 조성과 종친들의 부동산은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취재: 강민수 한상진
촬영: 김수영
편집: 박서영

목, 2016/07/1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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