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감시단, 중국에 구류된 북한 난민 구하라 한국 정부에 촉구
78
‘78’. 뉴스타파가 말 그대로 살인적인 전세보증금 폭증 상황을 취재하다 마주한 숫자다. 정부의 가계동향지수를 보면 지난 2014년 말 현재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4,302,352원이다. 뉴스타파가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집계를 바탕으로 구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보증금 3억 3천 665만원을 이 소득 금액으로 나눠보니 78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평균 정도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가 78개월, 즉 6.5년 동안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 지역의 평균적인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12.8
12.8이라는 숫자는 한달여 전 주거비 문제 취재를 시작하면서 정부의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분석하다 맞닥뜨린 숫자다. 가계동향조사자료는 통계청이 전국의 만가구 정도를 표본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물이다. 가계 소득과 지출에 대한 수백 개 항목을 설문조사해 국민 살림살이의 동향과 추이를 가늠한다.가계동향조사의 주요 설문 항목 중 하나가 ‘실제주거비’다.

▲ 통계청 자료
2015년 2분기 현재 가구당 ‘실제주거비’는 월 평균 73,870원이다. 일반적인 상식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렇게 낮은 이유는 이 ‘실제주거비’에는 전세보증금이 포함되지 않고, 월세 지출만 포함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제주거비를 구할 때는 자가 소유 가구나 전세 가구까지 포함한 전체가구를 분모로 한다.
(월세가구수 × 월세지출액) ÷ 전체가구 = 실제주거비
그런데 자가 소유나 전세의 경우 월세지출액이 0(제로)이기 때문에 월세, 즉 실제주거비는 턱없이 낮게 나올 수 밖에 없다. 만약 공식에서 분모를 전체가구로 하지 않고 월세가구로 한정한다면 실제주거비는 훨씬 클 것이다. 통계의 함정이다. 때문에 이 실제주거비라는 항목에 나타난 금액 자체엔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눈여겨 볼 것은 그 추이다. 12.8%는 지난 2015년 1분기 실제주거비의 상승비율을 의미한다. 바로 직전 분기, 즉 2014년 4분기에 비해 실제주거비가 그만큼 올랐다는 것이다.

실제주거비가 12.8% 상승한 것은 2003년 통계청이 신분류를 기준으로 가계동향조사를 집계한 이후 49분기만에, 즉 12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는 월세입자들의 월세 지출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월세 주거 형태도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서민의 주거 불안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2026.49
시장의 전체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가운데 하나는 그 나라의 종합주가지수다.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당일 코스피(KOSPI)는 2026.49였다. 지금은 1900선에서 헤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 18일, 자신이 집권하면 임기내 코스피가 3000을 찍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물론 아직 임기의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고, 그동안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는 변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대표 지수와 비교해보면 코스피의 성적표가 초라한 것은 분명하다. 2013년 2월 25일을 기준으로 현재 주가지수가 그때보다 떨어진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나머지 숫자들
일반 소비자 물가는 별로 오르지 않았다. 2013년, 2014년 모두 1.3%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분기마다 0%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액은 524억 달러로 사상최대였다. 수출은 크게 늘지 않고 수입은 줄어들어 발생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수출 대기업들은 여전히 살만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질 GDP성장률은 박근혜정부 취임 이후 각각 2.9%와 3.3%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이미 올 성장 전망치를 2%대로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 한국은행 : 2.8% |
| LG경제연구원 : 2.6% |
| 금융연구원 : 2.8% |
| 하나금융연구원 : 2.7% |
| 무디스 : 2.5% |
이는 이명박 정부때(2.9%)와 비슷하지만 노무현 정부(4.3%)나 김대중 정부(4.8%) 시절 연평균 경제성장률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제시한 잠재 성장률 4%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지난 8월 25일로 임기의 반환점을 돈 박근혜정부의 경제성적표를 굳이 점수로 매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여전히 재벌 등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은 나쁘지 않지만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최악의 상황이다. 경기를 체감하는 온도는 각자의 위치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요즘 말들을 안해서 그렇지, 세입자들이 재계약 걱정을 많이 해요. 조금 전에 길거리에 잠깐 서 있었는데 세입자 한 분이 와서 미리 걱정을 하더라고요. 들어보니 2년 사이에 전세보증금이 1억 4천만 원이나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 송파구 가락동 00공인중개사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30분 남짓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여러 번 전화가 걸려 왔다. 전세 매물이 나왔는지, 좀 더 저렴한 매물은 없는지 문의하는 전화였다. 공인중개사도 답답하다는 듯 매번 같은 대꾸를 했다.
아니, 사장님. 20평도, 30평도, 40평도 없어요.
– 송파구 가락동 00공인중개사
공인중개사의 말에 따르면 이 지역 전세가는 2년 사이 1억 원 이상 올랐다고 한다. 지역 내에서 비죠적 싼 아파트 중 하나인 가락 우성아파트의 사정만 봐도 이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아파트는 1986년 입주를 시작한, 올해로 30년이 된 아파트다.
2개의 방과 조그마한 거실, 화장실 하나가 있는 전용면적 59 제곱미터 아파트의 2년 전 전세가 1억 8천만 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3억 원 수준이다. 2년 사이 1억 2천만 원 가량 오른 셈이다.
문제는 그조차도 귀해 전세 매물을 찾는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전세가가 매매가의 80% 이상 쫓아왔지만 앞으로도 이 현상이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전세 대신 일정액의 보증금과 함께 월세를 받는 ‘반전세’가 주된 임대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은행 이자보다 훨씬 수익율이 높은 월세 방식을 선호하는 임대인들이 크게 늘면서 임차인들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반전세를 택할 수밖에 없는 추세다. 이 아파트 단지에서 통용되는 6~7부(6~7%) 전월세전환율을 적용하면, 늘어난 보증금 1억 2천만 원에 대한 월세는 60~70만 원 수준이다.
※ 전월세전환율 = 월세×12÷월세 전환할 보증금 액수
임차인이 먼저 월세를 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열에 하나 정도 될까? 입장 바꿔 월세 살 이유는 없잖아요. 하지만 전세가 워낙 고공행진을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재계약하는 거죠. 이자가 싸니까 대출을 받을 수도 있지만 소득이 없는 사람은 그것도 어려워요.
– 송파구 가락동 00공인중개사
2년 사이 1억 2천만 원의 목돈을 저축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가오는 가을 이사철, 결국 2년 전 이 아파트 단지에 전세로 입주한 주민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1억 원이 넘는 돈을 빚 내든, 아니면 6, 70만 원 가량의 생활비를 깎아 월세를 내야 한다. 이도 저도 힘들면 이 지역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젊은 부부들이 이사하려고 해도 이 지역을 떠나는 게 쉽지 않아요. 학군이 괜찮다 보니 애들 교육 문제가 걸리거든요. 6, 70만원의 월세 부담하려고 보니 소비를 엄청나게 줄이는 수 밖에 없어요. 애들 학원 보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지는 거죠. 제가 봤을 때 이대로 가면 내수 경기가 살 수 없을 거에요. 아파트 값이 계속 올라가니까…
– 송파구 가락동 00공인중개사
목돈 2억 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전세 아파트 직접 찾아보니…
2억 원이면 단순 계산으로도 1년에 1천만 원 씩 20년간 모아야 하는 목돈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에 따르면 2015년 2분기 현재의 가구 평균 흑자액(저축액)은 100만 원이 조금 안된다. 일반적인 가구라면 200개월(16년8개월) 동안 꾸준히 저축을 해야 비로소 2억 원을 모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만한 목돈으로도 가락동 안에 전세 아파트 한 채를 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비단 특정 지역만의 문제일까. <뉴스타파>는 전세보증금 2억 원을 돌려받은 이 지역 주민의 상황을 가정해 서울의 다른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직접 현장 조사를 해봤다. 기존의 주거 수준인 방 두 개, 전용면적 59제곱미터 이상 아파트를 기준으로 삼았다.

취재진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서울 동북권의 아파트 밀집지역인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 이 지역은 서울 다른 지역에 비해 시세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도 주택 임대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던 지역이었다.
이 지역 아파트 상가의 공인중개사무실 유리창에는 ‘전세 구함’이라는 종이가 빼곡히 붙어 있다. 실제 취재진과 만난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올해 들어 활발하던 전세 공급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들과 전세 매물을 공유하고 있지만 성북구 길음동과 강북구 미아동을 통틀어 나와 있는 전세 물량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한다.
그는 이처럼 전세 물량이 줄어들면서 2년 사이 전세금도 최소 7, 8천만 원 씩은 올랐다고 했다. 길음뉴타운 초기인 2003년 입주를 시작해 인근에서 가장 낮은 시세를 보이는 길음 동부아파트의 경우 2억 원 대 초반에서 거래되던 59 제곱미터 형이 현재 3억 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2010년 이후에 입주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상승폭이 더 커서 2년 전과 비교하면 1억 원 이상 차이를 보였다.
2억 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단지는 현재 뉴타운 내에 없어요. 길음역 앞에 있는 삼부 아파트(1998년 입주)같이 재개발 이전에 지어진 아주 오래된 아파트들도 2억 원 이상은 갑니다. 뉴타운 안에서는 2억 원은 커녕 최소 2억 9천에서 3억 원은 생각해야 해요.
– 성북구 길음동 00공인중개사
서울 서북권의 대표적인 아파트 밀집지역인 은평뉴타운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지역 공인중개사의 설명에 따르면 전용면적 59제곱미터 형 전세 아파트의 시세는 2년 전 대비 6천만 원 가량 올랐다고 한다. 2억 6천만 원 선에서 거래되던 것이 현재는 호가로 3억 2천만 원까지 나온다는 설명이다. 은평뉴타운에서 가장 많은 세대를 갖고 있는 전용면적 84 제곱미터 형 전세의 경우 상황이 더욱 어렵다. 2년 전 2억 8천만 원 선에서 거래되던 것이 현재는 호가로 4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천정부지로 전세가가 오르면서 젊은 부부들이 아예 집을 사거나 역세권의 오피스텔로 발길을 돌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풍경이라고 한다.
이 지역 특징이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많이 산다는 거에요. 전세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르다 보니까 대출을 풀(Full)로 받아서 아예 집을 사시는 분들도 많아요. 불과 1, 2년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에요.
– 은평구 진관동 00공인중개사
2억 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는 없어요. 전세가가 워낙 오르다 보니 인근 구파발 역 주변에 있는 오피스텔들이 호황을 이룬답니다. 은평뉴타운에 집을 알아보던 신혼 부부들이 방향을 틀어 10평 대의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거죠.
– 은평구 진관동 00공인중개사

전통적으로 저소득층 거주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서남권의 사정은 어떨까. 취재진이 찾아간 구로구 신도림동의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도 더이상 2억 원짜리 전세 아파트는 찾아볼 수 없었다.
2년 전 2억 원 선에서 거래되던 신도림 우성아파트 59 제곱미터 형의 경우 현재 2억 9천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고 한다. 이조차도 매우 드물게 나온 전세 매물이어서 사실상 전세가 산정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여기 인근 아파트 단지가 8,000세대가 넘는데 전세 매물이 아예 없어요. 재계약하며 월세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그런 것 보면서 (돈) 없는 사람들이 더 어려워지겠다는 얘길 해요. 월세가 앞으로 올라가면 올라가지 떨어지진 않을 거 아녜요. 그간 집 사놓은 사람은 괜찮은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사정이 딱하죠. 젊은 사람들은 장가도 못 가게 생겼어요. 너무 매도자 중심의 시장인 것 같다는 생각 해요.
– 구로구 신도림동 00공인중개사
신도림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가 2억 원으로 구할 수 있는 전세 아파트가 있다며 인근의 한 아파트를 소개했다. 신도림동의 외곽, 공단 지역에 위치한 A 아파트였다. 1989년 입주해 올해로 27년 된 아파트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52제곱미터 형의 전세 시세는 매매가에 비춰 1억 6천만 원 정도로 평가된다.
A 아파트를 찾아 가봤다. 고층 아파트들로 빼곡한 신도림동의 아파트 밀집 지역을 벗어나자 옛 구로 공단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장 지대가 나타났다. 낡은 공장들에선 기계들이 소리를 내며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쉼없이 오가는 짐차들 때문에 좁은 길에선 이동이 쉽지 않았다.

결코 쾌적하다고 말할 수 없는 공장 지대 한복판에 서 있는 아파트 단지, 노약자나 어린이를 둔 가정이라면 기피했을 이곳이 취재진이 사흘동안 서울 전역을 돌아다녀 찾아낸 ‘방 2, 거실 1, 화장실 1, 전용면적 59 제곱미터 내외에 해당하는’ 유일한 전세금 2억 원짜리 아파트다. 사실상 2억 원이라는 목돈을 갖고서도 서울에서 쾌적한 주거 환경의 전세 아파트를 찾을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 것이다.
박근혜정부 30개월, 전세가 22.7% 상승…“월세 전환이 폭등세 견인”
<뉴스타파>는 이같은 전세가 폭등 현상의 진원을 파악하기 위해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부터 2015년 상반기 현재까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를 취합해 조사했다.
통계는 목돈을 쥐고도 오갈 곳이 없게 된 서울 ‘전세 난민’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지난 30개월 동안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2억 7천여 만원에서 3억 3천여 만원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분인 6천 2백여 만원은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는 부장급 직원의 한해 세전 연봉에 맞먹는 액수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의 가구 평균저축액으로 따져도 62개월, 즉 5년 이상 모아야 감당할 수 있다. 상승율로 환산하면 22.7% 상승한 셈인데, 이는 지난 2013년(1.3%)과 2014년(1.3%), 그리고 올해 1분기까지의 물가상승률(0.4%)을 모두 합한 것 보다도 7배 이상 높은 수치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전세가 폭등이 세입자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취재진이 수소문한 2억 원 이하의 전세 아파트 거래량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1만1천 여 건에서 4천 여 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전체 전세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 대에서 20% 대로 10%p 이상 줄었다.
반면 서민이 감당하기 힘든 5억 원 초과의 전세 거래량은 크게 늘었다. 전체 거래량의 6.5%에 불과했던 거래 비중은 올해 상반기 13.4%까지 치솟았다. 결국 서민이 감당할만한 전세 아파트는 사라지고 소수 고소득자들을 위한 전세 아파트는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아파트 전세가의 원인은 뭘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최근 임대시장에서 두드러지는 월세 전환 추세에서 찾았다.
최근 임대시장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임대사업자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전환하다보니 전세를 구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졌고, 전세 가격이 너무 빨리 오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전세 수요자들이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경우가 늘어나고 덩달아 집값도 오르게 되는 거죠. 이런 문제가 파급을 갖고 (전월세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고요.
–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동향 실장
박근혜 정부가 지속적으로 저금리 정책을 펴면서 많은 임대인들이 이해타산을 따져 기존의 전세 매물을 수익률이 높은 월세로 돌렸고 그에 따라 수요에 비해 전세 공급량이 대폭 줄어 전세보증금의 시세가 치솟았다는 것이다.
아파트 실거래가 분석을 통해서도 월세 전환 추세가 확인된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1분기 전세 거래의 비중이 임대 시장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지만 올해 1분기 이 수치는 60% 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월세나 반전세(일부 보증금을 두고 월세를 내는 방식)의 비중은 20% 대에서 출발해 올해 들어 30%대를 넘어섰다. 상당수의 소액 월세가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전세와 월세의 비율은 거의 반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민란’ 우려되는 주거 불안…정부는 ‘유체이탈’ 화법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임대 시장의 월세 전환 분위기가 결국 주거비 폭등으로 이어지고 주거 불안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한다.
똑같은 주거비용이라면 전세에서 월세 전환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은행 이율이 1% 대인데 비해 지금의 전월세 전환율은 6%대입니다. 은행 이율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죠. 결국 주거비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기 때문에 월세 전환은 기본적으로 문제가 됩니다. 게다가 이같은 주거비 폭등은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부담이 가기 마련입니다.
–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
월세의 경우 총 소득 대비 주거 비용, 즉 월세 비용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생계의 어려움을 부를 수 있습니다. 가처분 소득의 소비 지출 중 10~15퍼센트의 가처분소득, 그리고 소비지출의 15%를 주거비로 하다 보니 많은 부담을 갖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세 제도가 거의 사라지면서 생긴 작용이죠. 즉 주거 비용을 싸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나가 버린 것입니다. 때문에 주택 매매가 늘고, 월세 가격이 오르는 형태의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동향 실장
전례없는 주거비 폭등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지만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총 8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지만 그 내용은 서민들의 주거 불안 해소가 아닌 매매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뉴스타파>는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서민 주거 불안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유 장관은 “100% 완벽할 순 없겠지만 노력하고 있다”며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을 주거 안정에 두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 가운데 실효성있는 주거 안정 대책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정부가 주거 안정을 최우선에 놓고 부동산 정책을 펴고 있다는 유 장관의 말은 사실상 실체가 없는 ‘유체이탈’식 화법인 셈이다.
다른나라 경우 소득 대비 주거비(RIR) 부담이 얼마여야하는지 기준이 있습니다. 유럽 같은 경우 소득 대비 주거비가 25%가 넘으면 정책 대상이고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가 있는데 우리의 경우 그런 것이 전혀 없는 실정입니다. 기본적으로 서울같이 주거비 부담이 큰 도시에서는 ‘임대료 컨트롤’이나 ‘전월세 상한제’ 등의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도 충분히 높은데 계속 상승하지 못하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주택 주무부처가 리얼에스테이트(부동산)에 관심을 두는 나라는 없습니다. 하우징(주거)에 관심을 둡니다. (우리 정부에)그 점이 아쉽습니다.
–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
매일 100만 명이 오가는 서울 광화문 지하철 역. 이 곳에서 당신과 나는 한번 쯤 마주친 사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2012년부터 1,000일이 넘게 저와 친구들은 매일 광화문 역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서명을 받고 있기 때문이죠. 이 곳에서 저희는 외칩니다. 저희 장애인들도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혼자서는 온전한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저는 누군가 도움없이 제대로 살아가기 힘듭니다. 그래서 많은 장애인들은 평생을 부모나 형제, 자매에게 의지해 살아갑니다. 장애인 수용 시설에서 지내는 사람도 있죠.
그런데 저는 수용 시설에 모여 사는 것이 싫어, 지금은 독립해 혼자 살고 있습니다. 정부는 저처럼 혼자 살지만 혼자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애인들을 위한 정부의 제도에 문제가 있습니다.

▲ 2012년 8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빈곤사회연대 등 225개 단체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의 폐지를 요구하며 광화문 지하철 역내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 광화문역 농성장 앞에는 1000일이 넘는 농성 기간동안 숨진 장애인들의 영정사진이 놓여져 있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아시나요?
장애인들이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두가지 제도가 있습니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입니다. 장애등급제는 정부가 장애인들의 장애에 등급을 매기는 제도입니다. 등급 산정은 의료전문가들이 하는데 신체적인 불편함이 장애등급을 매기는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손을 얼마나 잘 움직이는지, 하체는 얼마나 마비되었는지, 심지어 아이큐는 얼마인지로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교육이나 주거 환경 등 고려되어야 할 여러 요소들이 있고 이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들이 다른데도 말입니다.
장애인의 삶을 짓누르는 ‘부양의무제’
장애를 가진 사람의 직계 가족에게 일정한 소득이 발생하면 정부는 더는 그 장애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게 됩니다. 부양 의무가 있는 가족에게 소득이 발생했으니 그 가족에게 부양을 의지하라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부양의무제입니다.
때문에 가난한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가족들의 안부도 제대로 묻지 못합니다. 장애를 가진 부모는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 자식과 연락을 끊고, 그 자식들은 장애인 부모의 짐이 버거워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이 지금 부양의무제가 나타내는 현실입니다. 장애 1급인 사람도 그의 부모나 자식에게 생계가 가능한 수입이 발생한 것이 확인되면 장애인 연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장애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최저생계비미달의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로부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격 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이 거의 수급자 숫자에 육박합니다. 2010년 기준으로 117만 명 정도가 사각지대에 빠져있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어요. 또 부양의무자들이 빈곤의 악순환에서 나올 수가 없다는 점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거죠.
–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 동자동 쪽방촌에 거주중인 이경숙(61세)씨. 그녀는 구청에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딸이 가끔 생활비를 보내준다는 이유로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 했다.
“우리는 홀로 설 수 없나요?”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임기 3년 차인 지금까지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부정 수급자를 적발해 제대로 된 복지를 하겠다는 말만 할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국 곳곳에서 이 현실들을 알리는 시위를 100회 가량 열었습니다.

▲ 지난 8월 17일 광화문 인근에서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며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애인도 사람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우리 장애인들을 사람 답게 살도록 하는 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 장애에 등급을 매기고 가난한 장애인들에게 알아서 살 궁리를 하라고만 합니다. “우리는 정녕 홀로 설 수 없나요?”
이번 목격자들의 내레이션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김영희 공동대표가 맡았습니다. 그 역시 1급 장애인입니다.
글, 구성, 연출 : 박종필 감독 (‘다큐인’ 프로듀서, 동자동 쪽방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목격자들>’사람이 산다’ 제작)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엔 일부 언론들까지 가세해서 ‘통일 대박’을 합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북 강경책을 쏟아 붓던 정부의 평소 입장에 비춰 볼 때 일관성도 없는데다, ‘대박’이라는 표현 이외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통일을 이루어내겠다는 건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얼마 전 극한의 상황까지 치달았던 남북대결 상황보단 현재의 분위기가 낫다는 데서 위안을 삼기는 합니다.
제대로 된 통일 방식, 그 방식에 기초가 되는 통일에 대한 철학을 살펴보려면 현 정부에겐 별로 기대할 게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어쩔 수 없는 독일로 눈을 돌렸습니다. 20년간 이어진 일관된 독일의 통일 절차에 있어 실질적 설계자였던 ‘에곤 바르’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1963년 그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습니다. ‘접근을 통한 변화’라는 것인데요, 일단 ‘접근’해서 대화하고 협력을 하면 상대방이 ‘변화’하게 되고, 그 변화에 기초하여 좀 더 접근을 해 나갈 수 있다는, 어찌 보면 매우 상식적인 정책입니다.
그는 우선 동베를린시 당국자를 만나 수차례 대화를 한 끝에 ‘베를린 통행증 협정’을 체결합니다. 이 협정 덕에 120만 명의 서베를린 시민들이 헤어졌던 동베를린 가족을 만나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게 됩니다. 에곤 바르는 이처럼 정책 제안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성과를 현실에서 직접 증명해 냅니다.
1969년 들어선 빌리브란트 정권은 ‘접근을 통한 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합니다. 동독을 국가로 인정하고, 동독만이 아니라 동구권 공산국가들과도 화해협력 정책을 펼칩니다. 흔히 ‘동방정책’이라고 불리는 공산국가들에 대한 전방위적이고 적극적인 외교정책입니다.
당연히 야당과 보수언론들의 질타가 이어집니다. 조국을 배반했다는 감정적 비난부터 동독을 국가로 인정하는 게 오히려 분단을 영구히 한다는 논리적 비난까지 말이죠. 일종의 ‘애국심’이란 보수적인 관점으로 공격한 셈입니다. 이에 대해 에곤 바르는 애국심 대신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영민함을 보입니다.
언론은 여론의 어느 한쪽 입장에서 관찰하고 비판하면 됩니다.
하지만 정치가로서 회담이나 협상에 임할 경우,
상대방을 적으로 볼 것인가 파트너로 볼 것인가를 우선 결정해야 합니다.더구나 나는 많은 경우에 상대방이 적일지라도
파트너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에곤 바르의 관점에 따르면 상대방을 ‘적’으로만 보는 건 ‘정치가’ 답지 못한 것이 됩니다. 정치가란 ‘협상’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고, 따라서 적과 아군의 이분법으로만 나누는 정치가란 한마디로 ‘함량미달’인 되는 셈입니다. 차분하게 말했지만 말 속에 칼이 들어 있네요. 더불어 ‘협상’이란 관점을 강조함으로써 ‘적’을 ‘파트너’로 바꾸어 일종의 ‘비지니스’의 범주로 관점을 이동시킵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승리와 패배’ 대신 협상의 ‘성과’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후 1970년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동서독의 협력 관계는 급물살을 탑니다. ‘우편 및 통신 협정’ (1971년), ‘여행 및 방문 협정’ (1971년), ‘교통협약’ (1972년) 등이 체결됨으로써 매년 동독과 서독간에는 무려 700~800만 명의 사람이 왕래하게 됩니다. 사람이 오고 가면 자연스레 물자도 오고 가게 됩니다. 특히 문화와 같은 ‘생각’도 오고가게 되죠. 북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다며 확성기로 시끄럽게 떠드는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변화로 인해 1982년 헬무트 콜 총리가 이끄는 보수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동방정책’은 지속됩니다. 에곤 바르가 말했던 것처럼 ‘접근’을 통해 일어난 ‘변화’가, 이제는 ‘접근’을 지속하도록 만들어 낸 셈입니다. 에곤 바르 본인 역시 보수정권에서도 계속 동방정책의 실무자로 일하게 됩니다.
이처럼 정권의 성격과 상관없이 20년간 일관된 정책이 시행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1989년 동독 시민들은 스스로가 혁명을 통해 새로운 정부를 세운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독일은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통일을 이룹니다.
흥미로운 건 동방정책을 추진했던 진보정권의 빌리 브란트 총리와 보수정권의 헬무트 콜 총리 모두 ‘통일’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목표를 정해 놓고 달려가기 보다는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집중했고 통일은 오랜 협력의 결과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에곤 바르가 오래전 제시했던 ‘접근을 통한 변화’라는 철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우리가 이 정책을 아무런 환상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이것이 평화전략이라는
정치라고 확신한다.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기적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그건 정치가 아니다.
– ‘접근을 통한 변화’(1963) 중에서
에곤 바르는 처음부터 알았습니다. 금방 통일을 이룰 수 없다는 걸 알았고, 그럼에도 접근 그 자체만으로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알았고, 무엇보다 정치란 기적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하나라도 더 얻어내야 하는 ‘비지니스’라는 걸 알았습니다.
통일은 대박이라고 외치는 현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여기에 장단을 맞추는 일부 언론들은 에곤 바르만큼 알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솔직히 말하면 정 반대로 알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얼마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담화를 통해 ‘노동 시장 유연성 제고’가 필요하다며 독일의 사례를 내세웠습니다.
독일은 노사간 협력관계 구축과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의 개혁을 이뤄내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데 성공했고,
이제는 유럽 최강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습니다.-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 中-
박근혜 대통령의 이 말이 정말 맞을까요? 고용을 늘리는데 성공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늘어난 일자리엔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독일 사례는 이른바 ‘하르츠 개혁’이라 불리는 것으로 과거 슈뢰더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입니다. 골자는 간단합니다. 기존에 아르바이트 정도로 취급되던 월 소득 450유로 미만(한화 약 59만원)의 ‘미니잡’을 양성화하여 고용률을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부족한 급여는 정부가 보충해 주고 소득세와 사회보장기금 납부를 면제해 주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정책으로 인해 ‘미니잡’ 종사자들은 늘고, 실업률도 낮아집니다. 하지만 문제 역시 발생합니다. 기업의 고용부담을 줄여줘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기업의 정규직 고용 의무를 없애고 대신 시간제나 파견제 같은 질 낮은 일자리로 채울 수 있는 고용의 자유를 기업에게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선 당연히 임금이 싸고 해고가 용이한 비정규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고용율은 올랐지만 일자리의 질은 나빠지게 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취업은 했는데 노동자는 더 가난해지게 되는 것이죠. 당시 창출된 신규 일자리 중 정규직은 15%에 불과한 반면, 저임금 직종은 무려 85%에 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쁜 일자리’를 마냥 거부할 수도 없습니다. 만약 1년 이상 재취업 하지 않거나 이유 없이 취업을 거부할 땐 하르츠 법에 의해 단계적으로 실업 급여가 삭감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 상황에서 가장 억울한 게 청년들입니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나쁜 일자리’이다 보니 일단 취업 후 경력을 쌓는다고 해도 옮겨 갈 ‘더 나은 일자리’가 드뭅니다. 한번 미니잡을 시작하게 되면, 계속 미니잡을 전전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미니잡’이 청년들에게 더 나은 일자리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 했던 정부의 장담과 달리 미니잡은 처음부터 한계가 명확한 ‘끊어진 사다리’였던 셈입니다. 결국 독일 정부는 하르츠 개혁의 부작용으로 늘어난 워킹푸어를 보호하기 위해 최근 8.5유로 최저 임금제 도입에 나서게 됩니다.
그러면 이러한 독일 사례를 내세우며 대한민국 정부가 외치는 ‘노동 개혁’은 과연 어떨까요? 하르츠 개혁의 부작용을 염두에 두고 개선된 안을 추진하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그 반대입니다. 나쁜 신규 일자리를 양산했던 하르츠 개혁의 부작용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멀쩡하게 좋은 일자리를 이미 갖고 있는 노동자들을 쉽게 해고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신규 일자리만이 아니라 기존 좋은 일자리까지 나쁜 일자리로 만드는 ‘개악’입니다.
원래 하르츠 개혁은 ‘기존 취업자 해고’가 아니라 실업급여만 받고 일을 안 하는 ‘현재의 미취업자들’이 취업에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책입니다. 미니잡이라도 선택하면 부족한 급여는 정부에서 채워줄테니 취업을 하라는 의미입니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노동 개혁’은 기존 정규직들을 좀 더 쉽게 해고한 후, 그 일자리를 임금이 낮고 해고가 용이한 비정규직이나 파견직 같은 나쁜 일자리들로 쪼개서 청년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하르츠 개혁과 발상과 의도 자체가 전혀 다릅니다.
게다가 하르츠 개혁은 미니잡의 낮은 임금을 정부에서 보충해 줍니다. 실업수당을 삭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은 연간 75조원의 천문학적 비용을 지출합니다. GDP대비 사회 복지지출 역시 27.2%인 그야말로 ‘복지 국가’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GDP대비 사회복지지출이 10.4%로 OECD 28개국 중 28위입니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 와중에 재계에서는 기존의 사회복지까지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쉽게 해고를 하는 것에 나아가, 해고된 이들에게 제공되는 복지까지 축소하자는 말인데요. 국민들은 살든지 죽든지 각자 알아서 하라는 말 같습니다. 그렇게 보면 정부와 재계가 공조하여 추진하고 있는 ‘노동 개혁’은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지옥 같은 대한민국’ , 즉 ‘헬조선’으로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
(경영자총협회는) 건강보험은
‘필수적 급여’ 중심으로 재편하고…사소한 질병은 개인들이 알아서
치료비를 부담하고…노후보장은…개인연금을
더 많이…건강보험에 대한
부자들의 부담을 줄이고…국민연금의 고갈을 막기 위해
실수령액을 더 줄여야…고용보험은 육아휴직급여 지출을 줄이고
산재요양 기간의 장기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쉬운 해고도 모자라 사회보험 축소까지 주장하는 재벌(경향신문 2015.9.21)-
국제개발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는 새마을운동의 홍보 외교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 지속가능하고 진정한 의미의 개발 전략으로써의 역할 고민해야 -
지난 9월 26일(토) 한국정부는 UN개발정상회의 기간 동안 OECD, UNDP와 공동 주최로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를 개최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해 개도국의 ‘새로운 농촌개발 패러다임’으로써의 새마을운동의 중요성을 피력하였다. 또한 새마을운동을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뜻 깊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발언과 함께 ‘국가발전 전략’으로서 역할을 강조하였다. 2014년 ‘지구촌 새마을운동 종합추진 계획’ 발표 후 국제무대에서 핵심적인 국제협력 사업으로 공표하는 자리였다.
경실련은 그 동안 지구촌 새마을운동이 개발도상국의 수요에 따라 특화된 단위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되었던 방식을 넘어 한국의 대표적인 개발모델로 확산시키고자 하는 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
첫째, 지구촌 새마을운동은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저해하는 내부적 모순을 안고 있다.박근혜 대통령은 새마을 특별행사에서 새마을운동의 성공 요인으로 “신뢰에 기반을 둔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과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국민의 참여”를 꼽았다. 하지만 한국의 새마을운동은 권위주의 시대의 산업화와 독재체제를 지속하려는 도구로 악용되었으며, 이는 자칫 민주주의 절차를 중요시 하지 않는 권위주의 모델을 더욱 더 부각시킬 수 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지구촌 새마을운동 역시 대부분의 사업이 국내 전문가 인력 풀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지 사정에 맞지 않는 기술 교육과 인프라 건설에 치중되어 있다. 특히, 새마을운동 정신의 배양 여부를 지원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어 현지 주민들의 자생적 발전 뿐 아니라 협력대상국의 주인의식 배양에도 걸림돌이 된다. 새마을운동이 “신뢰에 기반을 둔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과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국민의 참여”를 통한 개도국의 발전을 돕기 위해서는 한국의 대표 개발 브랜드로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아니라 현지 상황에 맞는 진정한 의미의 지역 발전이 가능하도록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지구촌 새마을운동의 명칭이 가지는 정치적 함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대부분의 개도국들의 정치가 권위주의적인 상황에서 한국의 권위주의 시대의 모델과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즉 개도국 정부로 하여금 인권과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들을 강조하지 않았던 한국식 모델이 더 효과적이라는 오판을 하게 만드는 위험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아울러 새마을이라는 이름의 정치성으로 인해 다음 정권에서 지구촌 새마을사업이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낮을 수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의 핵심적인 사업인 녹색 ODA의 경우 심지어 같은 정당에서 출범한 현 정부에 의해 대폭 축소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지구촌 새마을 운동을 한국의 ODA로 전일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국제개발의 주요 규범인 지속가능성 차원에도 위배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적 위험성을 갖는 지구촌 새마을 운동의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구촌 새마을운동이 협력대상국의 농촌에 미칠 중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보다 세심한 논의가 필요하다. 새마을운동은 농촌 개발을 넘어 한국 경제성장의 모든 것인 것처럼 포장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경우 1970-80년대 새마을운동 이후 초기 농촌지역 개발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농현상이 가속화되었고, 정부보다 농가에 치중된 재정 부담으로 인한 농가부채 문제 역시 더욱 심각해졌으며, 저곡가정책과 값싼 외국농산물 수입과 같은 정부정책으로 인해 농가의 실질소득 증대는 단기간 동안만 유지되었다. 농촌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해 왔는지에 대한 성찰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새마을 운동이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평가도 존재한다. 따라서, 지구촌 새마을운동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중장기적 효과를 모두 고려한 다원적 평가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경실련은 지구촌 새마을운동이 충분한 성찰 없이 국제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홍보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다. 향후 새마을운동이 진정한 의미의 협력대상국을 위한 개발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가치를 고려한 리더십과 현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 정치적 위험성을 갖는 명칭에 대한 재고, 새마을운동의 중장기적 효과를 모두 고려한 평가가 수반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촉구하는 바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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