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유엔 자유권 권고 짚어보기 ③] 병역기피자 인터넷 공개, 어쩌다 이 지경까지

지역

[유엔 자유권 권고 짚어보기 ③] 병역기피자 인터넷 공개,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익명 (미확인) | 금, 2015/11/20- 15:17

지난 10월 22일~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지난 9년간 한국의 전반적인 시민적, 정치적 권리 실태를 점검하고 권고를 내리는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아래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자유권 위원들은 정부, 국가인권위원회,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의 자유권 규약 이행에 대해 심의하고 지난 11월 5일 최종 권고를 발표했습니다. 
 
유엔에서 내린 권고는 국내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국제사회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자유권 실태는 어떠할까요? 국내 83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유엔 자유권 심의 대응 한국 NGO 모임은 6회에 걸쳐 유엔 자유권 권고를 짚어보는 기사를 게재합니다. - 기자 말
 
① "민주주의 억압 하지마", 유엔에 혼난 한국정부 (참여연대 백가윤 간사)
② 참을 만큼 참은 유엔 "국가보안법 7조 폐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기남 변호사)

③ 병역기피자 인터넷 공개, 어쩌다 이 지경까지 (전쟁없는세상 이용석 활동가)

병역기피자 인터넷 공개, 어쩌다 이 지경까지

혼자만 20세기를 살고 있는 한국 정부

전쟁없는세상 이용석 활동가

 

IE001862446_STD.jpg

▲ '다양한 양심이 존중받는 사회'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관련 여론 수렴을 위한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이 열리는 9일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죄수복을 입은 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현행 병역법은 위헌'이라며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국의 병역거부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 것은 대략 15년 전이다. 물론 그 전에도 병역거부자들은 있었다. 일제 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하면서 신도 대부분이 수감된 여호와의 증인은 해방 이후에도 꾸준히 병역을 거부해왔다. 일제 강점기 말기에 일본의 징집을 피해 산으로 숨은 사람들, 한국 전쟁 당시 전쟁을 피하고자 도망다녔던 사람들도 넓은 의미에서 병역거부자다.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역사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토지>를 비롯한 소설이나 사람들의 회고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긴 역사에 비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 이슈가 되는 것과 거의 동시에 국제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병역거부자가 처벌받는 국가들은 세계적으로도 드물었고, 그나마도 아직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나라들이 태반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 세계 병역거부 수감자 중 90%가 넘는 사람들이 한국 감옥에 있을 만큼, 한국은 병역거부 수감자 숫자에서 압도적이었다. 

 

다양한 국제 인권단체들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처음부터 한국의 병역거부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한국정부와 국제사회에 한국의 병역거부자 처벌에 대해 의견을 표명해왔다. 유엔만 하더라도, 이번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권고 이전에도 유엔의 여러 기구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한국 정부에 병역거부자를 감옥에 가두지 말고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라고 촉구해왔다. 

 

2004년 유엔인권위원회 35호 결의안 
2004년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보고서 
2006년 자유권규약위원회의 대한민국 정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
2008년 유엔인권이사회 1차 국가별 인권상황정기검토(UPR) 권고
2012년 유엔인권이사회 2차 국가별 인권상황정기검토(UPR) 권고
2013년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보고서
2013년 유엔인권이사회 병역거부에 대한 결의안

대표적인 것들만 살펴봐도 이렇다. 여기에 병역거부 수감자 개개인들의 진정에 대한 자유권위원회의 개인진정 결의문들까지 더한다면, 유엔에서 한국정부에 내린 권고들만 모아도 책을 몇 권 펴낼 수 있을 정도다. 

 

국민을 핑계 삼아 인권을 외면하는 한국 정부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고 병역거부자를 처벌하지 말라는 유엔의 권고에 대해 한국 정부는 초지일관으로 '국민적인 여론'을 핑계 삼고 있다. 이는 이번 자유권위원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나이젤 로들리 위원이 "인권은 여론으로 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한국 정부의 변명을 일축했을까.

 

그런데 인권의 문제를 여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아주 지당한 말은 하지 않더라도, 한국 정부의 핑계는 문제 삼을 것이 많다. 병역거부에 대한 여론은 지난 10여 년 사이에 눈에 띄게 많이 좋아졌다. 이제는 악의적으로 만든 질문이 아닌 경우에는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찬성이 절반 넘게 나오기도 한다. 

 

2013년 한국갤럽에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이해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대다수인 76%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지만("이해할 수 있다"는 답변은 21%),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는 68%가 찬성(반대는 26%)하기도 했다. 이는 병역거부자의 신념의 내용과는 별개로 이들을 처벌하는 것인 인권침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또 다른 조사에서는 대체복무도입 반대가 더 높게 나오기도 했지만, 이처럼 질문에 따라서 결과가 다르게 나올 정도로 병역거부 문제가 처음 이슈화된 10년 전에 비해서는 국민 여론도 많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10년 동안 정부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그리고 변화된 여론의 지형은 애써 외면하면서, 국제사회에는 국민을 핑계 삼기만 해왔던 것이다. 

 

2015년 자유권위원회 권고에서 주목해야 할 점

 

IE001630093_STD.jpg

▲  지난 2013년 10월 8일 10대때 청소년운동부터 최근 알바연대 등 사회단체 활동을 활발히 해 온 박정훈씨(27세)가 군입대일인 8일 오전 서울 대한문앞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권우성

 

한국 정부는 고장 난 녹음기마냥 10년 동안 똑같은 핑계만 대고 있지만, 유엔은 한국 정부의 불성실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갈수록 진일보한 권고를 내오고 있다. 이번 자유권위원회의 권고안은 특히 그렇다. 

 

지난 2006년 권고에서는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채 병역거부자들을 일방적으로 수감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는 정도였다면, 이번 권고에서는 병역거부자들이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현재 수감 중인 병역거부자를 즉각 석방할 것을 명시했다. 이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이 사안을 유엔이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것이며, 그리고 그 심각성에 비해 여전히 아무런 의지도 계획도 없는 한국 정부에 대한 강한 질타의 목소리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주목해서 봐야 할 지점은 병역거부자의 신상정보를 온라인에 공개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병역거부자들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를 내린 점이다. 2014년 12월 9일 대한민국 국회는 병역기피자들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내용을 포함한 병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병무청은 6개월 동안의 소명 기간을 거쳐 2015년 말이나 2016년 초에 병역기피자들의 신원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여러 인권평화활동가들이 언론 기고 등을 통해서, 애초 도입 취지와는 달리 고위공직자나 재벌가 자제들의 병역의무 불이행을 잡아내는 데는 실효성이 없고 개인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지적해왔다. 자유권위원회의 이번 권고는, 신상공개를 시점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국제적인 인권규범에 비춰봤을 때 신상공개 방식이 얼마나 반인권적인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해주는 것이다.

 

아시아의 인권 국가 한국으로 발돋움해야하지 않을까?

 

사실 대체복무제도 도입이나 병역거부권 인정은 국제적으로는 이견이 없을 만큼 논쟁이 끝난 것들이다. 국격을 중시하는 한국 정부인 만큼, 유엔인권이사회 상임이사국의 국격에 맞는 행동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인권 문제에서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정부는 없을 것이다. 인권은 하나의 가치체계이자, 늘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100년 전 사회에서 인류가 미처 인권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우리는 지금 아주 당연한 인권으로 여기고 누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100년 후 우리는 새롭게 확장되어 있을 인권의 목록을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런 인권 문제들은 다양한 노력을 통해서 인권의 문제로 인식될 것이다. 하지만, 병역거부는 대체복무는 그렇게 다가올 미래의 인권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지난 20세기에 결론이 난 인권 목록을 21세기가 시작된 지 15년이 지나도록 붙잡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 이번 자유권 심의에 참가한 한국 NGO 대표단은 오는 11월 25일(수) 오후 7시, 서울시 시민청 워크숍룸에서 '유엔, 한국 인권에 대해 말하다 - 한국 자유권 대응 시민사회 활동 보고대회'를 개최한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오마이뉴스 기사 링크 >> http://bit.ly/1Yngek5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미국의 소리 ‘한국 정부 일본에 다시 항복’ -이용수 할머니 말 인용 보도, ‘위안부’ 합의 재조명 -“왜 우리 정부가 일본과 함께 우리를 두 번 세 번 죽이려 하는가?” 일본군 강제동원 성노예인 ‘위안부’ 문제가 해결 됐다고 믿는 것은 한국의 박근혜 정부와 일본 뿐인 것 같다. 일본의 아베와 박근혜가 합의한 ‘위안부’ 문제의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인 해결에 이르렀다고 생각한 것은 그들만의 ...
금, 2016/03/25- 13:01
412
0

지난 10월 22일~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지난 9년간 한국의 전반적인 시민적, 정치적 권리 실태를 점검하고 권고를 내리는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아래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자유권 위원들은 정부, 국가인권위원회,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의 자유권 규약 이행에 대해 심의하고 지난 11월 5일 최종 권고를 발표했습니다. 

 

유엔에서 내린 권고는 국내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국제사회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자유권 실태는 어떠할까요? 국내 83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유엔 자유권 심의 대응 한국 NGO 모임은 6회에 걸쳐 유엔 자유권 권고를 짚어보는 기사를 게재합니다. - 기자 말

 

① "민주주의 억압 하지마", 유엔에 혼난 한국정부 (참여연대 백가윤 간사)

② 참을 만큼 참은 유엔 "국가보안법 7조 폐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기남 변호사)

③ 병역기피자 인터넷 공개, 어쩌다 이 지경까지 (전쟁없는세상 이용석 활동가)

④ 외국인 구금과 인신매매 (공익법센터 어필 정신영 변호사)

⑤ '회피 연아' 이후에도 변함없는 대한민국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갇히거나 팔리거나, 오스람과 메리를 아시나요

외국인 구금과 인신매매

공익법센터 어필 정신영 변호사 

# 오스람 이야기

청주

▲  감옥과 다름 없는 외관과 시설을 갖춘 청주 외국인보호소 사진 ⓒ 공익법센터 어필

 

이란 출신 오스람은 한국에 온 뒤 기독교를 접하고 기독교로 개종을 하였습니다.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고 타 종교로의 개종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이란 정부의 박해가 두려워 오스람은 한국 정부에 난민신청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개종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며 거절을 하였고, 오스람을 이란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외국인 보호소에 가두게 됩니다. 

 

하지만 오스람씨는 이란으로 돌아가는 것은 죽음을 뜻한다며 계속해서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였고, 결국 3년에 가까운 시간을 외국인 보호소에 갇혀 지내게 됩니다. 햇볕 한 줌이 겨우 드는 방에서 오스람씨는 신경쇠약과 그로 인한 두통, 소화불량,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스람씨를 괴롭게 만드는 것은 이 감옥같은 곳에 언제까지 갇혀 있어야 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오스람씨는 자나깨나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렇게 오스람씨를 '합법적'으로 구금하고 있지만, 신체의 자유에 대해 규정을 하고 있는 자유권 규약  9조에 따르면 이렇게 난민신청자를 장기간 아무런 제약 없이 가두어 두는 것은 '자의적' 구금, 즉 제멋대로 사람을 가두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신체의 자유는 한 사람이 온전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 보장되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경우, 가령 형사 처벌의 결과로 감옥에 가게 되는 경우, 법에 근거가 있는 경우, 법원에서 심사를 한 후에, 잘못한 만큼만 가둬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외국인의 경우 이러한 절차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외국인은 단지 체류자격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의 개입 없이, 가둘 필요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심사도 없이 가두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얼마나 오랫동안 가둘 수 있는지 상한이 없기 때문에 이론상으로 영원히(!) 구금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외국인 보호소는 본국으로 돌려보내기 전 '잠깐' 머무는 곳이니 괜찮다고 하고 있지만, 박해의 위험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난민신청자의 경우 구금 기간이 기약없이 길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2015년 11월 현재에도 외국인 보호소에는 3년 넘게 구금이 되어 있는 난민신청자들이 있고, 자유권 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였습니다. 

 

이에 자유권 위원회는 한국 정부에게 외국인들을 보호소에 가두는 기간을 제한해야 하며, 구금이 최단 기간 동안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되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또한 한국의 외국인 보호소에 18세 미만 아동들 또한 구금이 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최선의 이익의 원칙'에 따라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 기간에만 아동의 구금이 사용되도록 권고하였습니다. 또한 외국인 보호소에서의 생활 조건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하며, 구금에 대하여 정기적이며 독립적인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하라는 요지의 권고를 내렸습니다. 

 

# 메리 이야기

메리

▲  메리와 같은 예술흥행비자를 소지한 여성들이 일하게 되는 동두천 미군 기지 주변의 외국인전용 유흥업소들의 모습 ⓒ 두레방

 

메리는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 젊은 필리핀 여성입니다. 평소 한국 드라마와 유행가들을 종종 접하며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던 메리는 한국에서 가수로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입국한 당일 밤, 메리는 동두천의 어느 클럽으로 보내졌습니다. 클럽 주인은 한국에 돈을 벌러 온 것이면 이렇게 해야 한다면서 메리가 손님들에게 술을 팔면서 접대를 할 것을 강요하였습니다. 클럽 주인이 원하는 만큼 술을 팔지 못할 때에는 메리는 벌금을 물거나 외출이 금지되기도 하였으며, 때로는 성매매까지 강요 당하였습니다. 

 

메리는 클럽에서 그리고 숙소에서도 감시를 당하였으며 원하는 곳으로 원하는 때에 외출을 할 수 조차 없었고, 원래 약속된 만큼의 급여 또한 받을 수 없었습니다. 메리는 경찰에 도움을 구하고 싶었지만 클럽 주인은 번번이 '그렇게 신고해봤자 여기는 한국이고 너희가 성매매라는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너희만 추방당하게 될 것'이라고 협박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업주의 예언은 그대로 이루어져 경찰의 업소 단속 후, 메리는 인신매매 피해자가 아닌 성매매 피의자로 입건이 되었고,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이 된 후 본국으로 강제송환이 되었습니다. 

 

한국에는 매해 3천 명이 넘는 여성들이 가수의 꿈을 안고 입국을 하게 되는데 그 중 많은 수가 메리와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메리와 같이 기망적인 계약을 통해 자발성을 박탈당한 근로상태에 놓이고 때로는 성착취마저 당하게 되는 현상에 대해 국제 사회에서는 '인신매매'로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팔레르모 의정서에 따르면 '착취를 목적으로 위협, 무력행사, 강박, 납치 사기, 기만, 권력남용 등을 통해 사람을 모집, 운송, 이송, 은닉 또는 인수하는 행위'가 인신매매에 해당하며, 착취에는 성매매를 비롯한 성적 착취, 강제노동, 노예제나 노예제와 유사한 관행, 장기 제거 등이 포함된다는 점 또한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에 자유권 규약에서는 노예제와 예속상태 및 강제노동에 대한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8조에 따라 '현대판 노예제'로 불리고 있는 인신매매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인신매매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자유권 위원회는 본심의 전에 한국 정부에 보낸 사전질의서를 통해 (1) 외국인 근로자들이 강제노동, 착취와 학대에 노출되도록 하는 고용허가제 상의 제한 (2)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 및 국내외의 한국국적 어선에서 일하고 있는 선원들이 위협, 신체적·성적 괴롭힘과 폭력, 휴일이 없는 과도한 업무시간, 저임금, 비인도적인 대우에 노출되어 강제노동과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 (3) 예술흥행비자(E-6) 및 국제결혼브로커들을 통해 이주 여성이 강제 성매매 및 강제 노동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인신매매로 간주하며 우려를 표명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현재 한국 형법상의 '인신매매'는 국제협약상의 인신매매의 정의와 달리 협소하게 이루어져 금전적 대가를 주고 받아 사람을 사고 판 경우에만 인신매매가 성립을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들에 대해 가해자가 인신매매로 처벌이 되거나 피해자에게 필요한 보호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피해자들이 구금되어 본국으로 송환된다는 점입니다.

 

자유권 위원회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으며, 인신매매의 정의를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정할 것과 피해자 식별과정을 마련하고 피해자들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들리지 않는 오스람과 메리의 이야기

 

이렇게 한국에서 외국인들이 무기한으로 구금이 될 수 있고, 인신매매를 당하여 한국에서 착취를 당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스람과 메리의 이야기는 전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의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오히려 외국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며 이미 배제와 차별로 고통받고 있는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와 막연한 공포감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스람과 메리의 이야기가 자유권 위원회의 위원들의 입을 빌어 한국 정부에 전달이 되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이야기를 함께 들은 우리 국민들은 정부가 자유권 위원회의 권고를 잘 이행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바로가기 >> http://bit.ly/1Q02Z5N

월, 2015/11/23- 12:47
397
0

 

법무부장관에 <유엔 자유권 심의 권고 이행계획> 질의

인권이사회 의장국인 한국, 권고 이행여부 그 어느 때보다 중요

 

오늘(3/9) 유엔 자유권 심의 대응 한국 NGO 모임(84개 단체, 이하 NGO 모임)는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2015년 11월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 심의에서 받은 권고의 이행계획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NGO 모임은 자유권 위원회 최종견해 중 우선순위 권고인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근거로 한 차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를 비롯하여 기타 모든 권고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계획과 이행 일정, 그리고 2017년부터 실행될 3차 국가인권기본계획(NAP)에 위의 권고들을 어떻게 반영할 예정인지 질의했다. 3가지 우선순위 권고의 경우, 한국 정부는 2016년 11월까지 이행 상황을 보고서로 제출해야 한다. 
 
NGO 모임은 한국이 올해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가 국제 인권 기준을 준수하고 유엔 인권 권고를 이행하는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덧붙였다. NGO 모임은 법무부의 답변을 받는 대로 시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며, 한국 정부의 권고 이행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예정이다. 

 

※ 유엔 자유권 심의 대응 한국 NGO 모임(84개 단체)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 찾기공동 행동, 국제민주연대, 군인권센터, 그루터기, 노동당 성정치 위원회,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구장애인연맹, 대구퀴어페스티벌, 대전여민회, 대학생소수자모임연대, 두레방, 레주파, 망할 세상을 횡단하는 LGBTAIQ 완전변태, 무지개인권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부산 여성 단체 연합,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여성사회교육원,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사단법인 오픈넷,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새움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연분홍치마, 성적지향․성별정체성(SOGI)법정책연구회, 수원여성연합,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언니네트워크,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울산여성연합, 울산인권운동연대, 유엔인권정책센터, 이화여대 레즈비언 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재단법인 동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쟁없는세상, 정의당 성소수자 위원회, 제주여성연합,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센터, 젠더정치연구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진보네트워크, 진실의 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차별없는세상을 위한 기독교인연대,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청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충북여성연합,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포항여성연합, 한국게이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구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인권재단, 한국정신장애연대, 한국퀴어문화축제, 함께하는 주부모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동성애자인권연대),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유엔 자유권 심의 권고 이행계획 관련 질의서


                                수신 김현웅 법무부 장관

발신 유엔 자유권 심의 대응 한국 NGO 모임 (84개 단체)

 

지난해 11월 5일,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 (UN Human Rights Committee, 이하 자유권 위원회)는 대한민국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 전반을 심의한 후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를 발표했습니다. 최종견해는 총 26개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으며 특히 이 중에서도 1)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근거로 한 차별, 2)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3)평화로운 집회의 자유 관련 권고 3가지 항목은 주요 권고사항으로 채택되어 심의를 받은 지 1년이 되는 2016년 11월까지 해당 권고의 이행 상황을 보고서로 제출하여야 합니다.

 

올해 한국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국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어느 때보다도 한국 정부가 국제 인권 기준을 준수하고 유엔 인권 권고를 이행하는지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권 위원회를 포함한 유엔 인권 권고에 대해 이행 기한이 명시된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이행 계획이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이행 방안은 2017년부터 실행될 3차 국가인권기본계획(NAP)에도 충실히 반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아래와 같이 질의하오니 성실히 답변해주실 것을 요청 드립니다. 

 

1. 자유권 위원회의 최종견해 중 우선순위 권고 (권고 15번, 45번, 53번)

 

한국 정부는 유엔 자유권 위원회의 의사절차규칙 제71조 5항에 따라 최종견해 중 우선순위로 선정된 권고에 대해 1년 내에 이행과 관련된 정보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에 아래 권고들에 대해 이행 관련 정보를 제출해야 하는 올해 11월까지 어떠한 이행 계획을 갖고 계신지 답변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권고를 받은 이후부터 2016년 2월 현재까지 개선된 사항이 있으면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대한 차별 관련 (최종견해 단락 15번)

 

유엔 자유권 위원회 최종견해 단락 15번은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아래와 같은 권고를 내렸습니다.
 -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어떤 종류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식적인 형태로 분명하게 명시할 것
 - 성소수자 개개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 체계를 강화할 것
 - 군형법 제92조의 6을 폐지할 것
 - 민간단체의 소위 ‘전환치료’ 행사에 공공건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
 - 학생들에게 섹슈얼리티와 다양한 성별 정체성에 대해 포괄적이고 정확하며 연령에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는 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
 - 트렌스젠더 성별정정의 법적 인정을 용이하게 할 것
 -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의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과 존중을 증진하기 위한 대중 캠페인과 공무원 교육을 개발하여 시행할 것

 

위의 권고가 내려진 이후에도 국회 등 공공장소에서 소위 “전환치료”(탈동성애 혹은 반성소자 차별 선동 행사) 관련 행사가 진행된 바 있으며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 항목이 포함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행사도 여러 차례 열린 바 있습니다. 정부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어떤 종류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과 관련해 어떤 공식적인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1-1. 위의 각 권고들과 관련하여 어떠한 이행계획을 갖고 계신지 구체적인 이행 시간과 함께 밝혀 주십시오. 더불어 각 권고들이 올해 2차 국가인권기본계획(NAP)의 실행계획에는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밝혀주십시오. 이와 관련된 내용이 2017년부터 실행될 제3차 국가인권기본계획(NAP)에 어떻게 반영될 예정인지도 밝혀주십시오.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형사처벌 관련 (최종견해 단락 45번)

 

유엔 자유권 위원회 최종견해 단락 45번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지속적으로 형사 처벌을 받는 것과 이들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될 수 있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아래와 같은 권고를 내렸습니다.
 - 병역을 면제받을 권리를 행사한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병역거부자 전원을 즉각 석방할 것
 - 병역거부자들의 전과기록을 말소하고, 적절한 배상을 제공하며, 이들의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법적으로 인정되도록 하며 병역거부자에게 민간 성격의 대체복무를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할 것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은 이번 자유권 심의뿐만 아니라 국가별 인권상황정기검토(UPR) 등 다양한 유엔 인권 메커니즘에서 관련 권고를 내린 바 있습니다. 과거 한국 정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는 권고와 관련하여 남북 대치의 특수한 안보상황, 국민적 합의 부족 등을 이유로 실질적인 이행을 하지 않아왔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2007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약속하고 구체적인 이행을 계획한 바 있습니다. 도입 직전까지 갔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정권이 바뀌며 무산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남북 간의 특수한 안보상황이나 국민적 합의 부족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못할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이번 자유권 위원회에서 내린 권고는 인권 상황에 대한 개선의 여지없이 같은 답변만 반복하는 한국 정부에게 내리는 유례없이 강력한 권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전원 사면이라는 권고는 유엔에서 한국 정부에게 처음으로 내린 권고입니다. 또한 병역거부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는 병역법 개정은 유엔의 권고와도 배치되는 것입니다. 

 

1-2. 위의 각 권고들과 관련하여 어떠한 이행계획을 갖고 계신지 구체적인 이행 시간과 함께 밝혀 주십시오. 더불어 각 권고들이 올해 2차 국가인권기본계획(NAP)의 실행계획에는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밝혀주십시오. 이와 관련된 내용이 2017년부터 실행될 제3차 국가인권기본계획(NAP)에 어떻게 반영될 예정인지도 밝혀주십시오. 


◯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 관련 (최종견해 단락 53번)

 

유엔 자유권 위원회 최종견해 단락 53번에서 유엔 자유권 위원회는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가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음에 우려를 표하며 아래와 같은 권고를 내렸습니다.
 - 모든 이가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할 것
 -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 제한이 자유권 규약 제21조에 엄격하게 일치하도록 할 것
 - 무력사용에 관한 규정을 검토하여 규약에 부합하도록 보장하고 이에 따라 경찰관을 교육할 것 

 

해당 권고와 우려사항은 지난 1월, 한국을 공식 방문해 조사활동을 펼친 유엔 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씨의 출국 기자회견문에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특히 ‘허가된’ 집회만을 합법 집회로 규정하고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불허된 집회면 평화롭게 진행되더라도 불법 집회로 규정해 처벌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1-3. 위의 각 권고들과 관련하여 어떠한 이행계획을 갖고 계신지 구체적인 이행 시간과 함께 밝혀 주십시오. 더불어 각 권고들이 올해 2차 국가인권기본계획(NAP)의 실행계획에는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밝혀주십시오. 이와 관련된 내용이 2017년부터 실행될 제3차 국가인권기본계획(NAP)에 어떻게 반영될 예정인지도 밝혀주십시오.  


2. 자유권 위원회의 기타 최종견해 관련

 

2-1. 한국 정부는 우선순위 최종견해 이외의 다른 최종견해들에 대해서도 차기 자유권 심의 때까지 이를 성실히 이행하고 그 이행결과를 자유권 위원회에 보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에 아래 각각의 권고에 대해 차기 자유권 심의 보고서 제출 예정일인 2019년 11월까지 어떠한 이행 계획을 갖고 계신지 구체적인 이행 시간과 함께 밝혀 주십시오. 당장 이행이 어렵다면 해당 권고를 이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떠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각 권고들이 올해 2차 국가인권기본계획(NAP)의 실행계획에는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밝혀주십시오. 이와 관련된 내용이 2017년부터 실행될 제3차 국가인권기본계획(NAP)에 어떻게 반영될 예정인지도 밝혀주십시오. 

 

선택의정서에 따른 견해
 - 자유권 위원회의 견해에 충분한 효력을 부과하는 메커니즘과 적절한 절차를 수립하고 이로써 ‘규약’을 위반한 모든 사건들에 유효한 구제 수단을 보장할 것
 - 자유권 위원회가 내린 견해를 모두 이행할 것 

 

국가인권위원회
 -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원들을 선출하고 임명하는 모든 과정에 있어서 전적으로 투명하고 참여적인 절차가 보장 되도록 필요한 법을 제정할 것

 

기업과 인권
 - 자국 영토 내를 비롯하여 관할권 내에 있는 모든 기업의 운영에 있어서 자유권 규약에 명시된 인권 기준을 존중하는 것에 대한 기준을 명백히 할 것 
 - 해외에서 운영하는 기업들의 활동으로 인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책 및 피해자 발생 방지를 위한 안전망의 강화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차별금지
 - 명시적으로 삶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인종,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근거로 한 차별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규정하고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채택할 것 

 

여성에 대한 차별
 - 가부장적 사고방식과 젠더 고정관념을 철폐하기 위한 조치를 개발할 것
 - 가정과 사회에서의 남녀 평등에 대한 이해와 지원을 증진시키기 위한 인식제고 캠페인을 시행할 것
 - 일시적 특별조치를 포함하여 민간 및 공공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
 - 동일한 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성별임금격차를 철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
 - 미혼모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특히 교육, 고용 및 주거에 대한 지원을 포함해 미혼모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

 

여성에 대한 폭력 및 성폭력
 - 모든 상황에서의 부부강간을 명백히 범죄화하고, 모든 형태의 강간을 협박이나 폭력 대신 동의의 부재라는 관점에서 정의할 것
 - 젠더에 기반한 폭력의 모든 유형과 현상을 방지하고 다루기 위하여 통합적인 정책을 도입할 것
 - 경찰, 사법부, 검찰, 지역 대표들을 대상으로 가정 폭력의 심각성 및 가정 폭력이 피해자들의 삶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방법을 강화할 것
 - 가정폭력과 부부강간을 철저히 조사하고, 가해자들이 기소되도록 하며, 유죄 시 적절히 처벌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피해자들이 적절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것
 - 피해자들이 분쟁 해결 메커니즘으로 대체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방안을 수정할 것

 

반테러조치
 - 반테러 법률과 관행이 자유권 규약에 완전히 부합하고, 테러에 한해서만 적용되며 비차별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보장할 것
 - 사이버 테러를 포함한 테러 행위가 명확하고 한정된 방식으로 정의되도록 해야 하며, 이와 관련하여 채택된 법률이 명백하게 테러로 간주되는 행위에만 적용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사형제 
 - 모든 사형 선고형을 징역형으로 감형하는 것은 물론 사형제를 법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충분히 고려할 것
 - 사형 폐지를 목표로 하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차 의정서(사형 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채택 25주년을 맞아 해당 선택의정서에 가입하는 것을 고려할 것

자살
 - 자살의 근본적인 원인을 조사하고 다루며, 그에 따라 자살 방지 정책을 개선할 것

 

고문 및 부당한 대우
 - 자유권 규약 제7조 및 다른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규범들과 충분히 일치되도록 고문의 정의를 포함하여 형법을 개정하여야 하며, 고문은 독립적인 범죄로 규정할 것
 - 모든 고문과 부당한 대우의 사건들에 있어서 수사자와 잠재적 가해 혐의자들 사이에 어떠한 기관 혹은 위계질서 상에 관련이 없는 독립적인 기구에 의하여 적절히 조사될 수 있도록 할 것
 -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재활과 보상을 포함한 구제책 뿐만 아니라, 그 중대성에 따라 그와 같은 행위의 가해자와 공범들에 대하여 일반 형사 법원에서 기소와 유죄 선고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할 것

정신과 시설에서의 비자발적 입원
 - 타인을 다치게 하거나 타인에게 심각한 해를 끼칠 소지가 있는 경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그 필요성과 비례성이 엄격하게 적용되어 정신과 감금이 이뤄지도록 하며, 적당한 기간 동안 최대한 짧게, 최후의 수단으로만 적용할 것
 - 비자발적 입원의 절차에서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여야 하고, 어떤 대표자라도 개인의 이익과 소망을 진정으로 대표하고 방어하도록 할 것
 - 정신과 시설에서의 비자발적 입원은 법률에 의해 규정된 적절한 절차와 실질적인 보호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 

 

군대 내 폭력
 - 군대 내 학대와 관련한 혐의에 대해 온전하고 공정한 수사가 진행되도록 할 것
 - 군대 내 인권 침해 가해자가 재판에 회부되고 처벌받도록 할 것. 단지 가해자를 복무로부터 제외하거나 보직해임시키는 것은 폭력 범죄에 대한 충분한 대응이 아님. 
 - 제기된 진정의  비밀은 유지되어야 하고 피해자와 증인들은 보복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함.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 피구금자의 수사 중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어떤 상황 하에서도 제한되지 않도록 필요한 법률을 개정할 것

 

구금시설 내 상황
 - 독방구금이 가장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사용되고 엄격히 제한된 기한 동안만 이루어지도록 할 것
 - 징벌위원회의 위원이 독립 기관으로부터 임명되도록 할 것 
 -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99조 제2항의 이행 여부가 반드시 모니터링될 수 있도록 하고, 보호장비의 사용이 법적으로 정해진 한도를 따를 수 있도록 보장할 것 
 - 구금시설 시스템이 규약과 유엔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United Nations Standard Minimum Rules for the Treatment of Prisoners)에 부합하도록 구체적 단계를 밟아나갈 것

 

국가정보원에 의한 ‘북한이탈주민’의 구금
 - 북한이탈주민을 최단 기간만 구금하고, 피구금자들에게 구금기간 전반에 걸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부여할 것
 - 수사 중에는 변호인의 조력이 허락될 뿐만 아니라, 수사 기간 및 방법 역시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도록 엄격히 제한할 것
 - 개인이 제3국으로 추방되기 전에 충분히 독립적인 메커니즘에 의해 일시적 집행 정지 효과를 가지는 심의를 허용하는 명백하고 투명한 절차를 도입할 것

 

난민신청자의 구금
 - 이주구금의 기간을 제한해야 하며, 구금이 최단 기간 동안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되도록 보장할 것
 - 자유권 위원회 일반논평(General Comment) 35번에 부합하도록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고려한 뒤에, 최단 기간 동안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동의 자유가 박탈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 이주구금시설의 생활 조건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하며, 정기적이며 독립적인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것

이주노동자와 강제노동을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
 - 고용허가제 하의 노동자들이 고용주 변경을 자유롭게 하도록 허락할 것
 - 노동 감독을 강화하는 것을 포함하여 강제노동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
 - E-6 연예흥행비자가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에 사용되지 않도록 규제할 것
 - 인신매매의 정의가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하며, 인신매매 피해자를 식별하고 피해자로서 필요한 모든 지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사적 통신에 대한 사찰, 감시 및 감청
 - 국가 안보를 위한 감시를 포함해 모든 감시가 자유권 규약에 부합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법을 개정할 것
 - 이용자 정보는 영장이 있을 때만 제공해야 하고, 국정원의 통신수사를 감독할 수 있는 기제를 도입해야 하며 기지국 수사가 자의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보호수단을 강화할 것

 

형법 상의 명예훼손
 - 명예훼손의 경우 민법에 의한 제재가 가능하므로 비범죄화를 고려해야 하며, 자유형은 어떠한 경우에도 적절한 형벌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가장 심각한 사건들에만 국한해서 형법을 적용할 것
 - 진실을 항변하는데 있어서 또 다른 조건이 부가되지 않도록 할 것
 - 민주주의가 기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비판에 대한 관용의 문화를 장려할 것

 

국가보안법에 따른 기소
 - 국가보안법 제7조를 폐지할 것

 

통합진보당의 해산
 - 정당의 해산이라는 것이 특별히 지대한 영향을 가져올 성격의 결정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당사국은 그러한 방법이 최후의 수단으로, 가장 엄격한 규제 하에서 사용되도록, 그리고 비례의 원칙을 구현하도록 보장할 것

 

결사의 자유
 - 자유권 규약 제22조에 대한 유보를 철회하고,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과 해고자들 또한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할 것

 

출생등록
 - 아동의 출생등록이 부모의 법적 상태 그리고/혹은 출신국과 무관하게 모든 아동들에게 허용되도록 보장할 것

 

수, 2016/03/09- 12:43
359
0

지난 10월 18일 광주지방법원 항소부에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항소심으로서는 첫 무죄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를 인정하는 1심 판결은 2015. 5. 광주지법에서 4명, 2015. 8. 수원지법에서 2명, 2016. 6.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2명, 그리고 2016. 8. 청주지법에서 1명 등 최근 들어 예전보다 빈번히 선고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지만, 이번 판결은 첫 항소심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27쪽의 판결문을 통해 법원은 더 이상 국가가 이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다수의 국민이 보편적 입장을 공유하게 된 이 시국에서 소수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장철준 교수님의 깊이 있는 칼럼을 통해 살펴봅니다.   


그들을 다시 정당한 민주시민의 자리로

: 다시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을 바라보며


[광장에 나온 판결] 광주지방법원 2016노1668 병역법위반 (재판장 김영식 판사 유병호 강화연)

 


장철준(단국대학교 법과대학)

 

소수자의 권리와 양심적 병역거부

 

  헌정의 위중을 논할 시점에 무슨 양심 논란인가 되묻는 이들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저 복잡한 비위의 흑막을 꿰뚫고 직시하여야 할 인권 문제가 여전히 곳곳에서 반향을 기다리고 있다. 먹고 살기 어려운 시대에 일자리와 소득, 세금 등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당연하고, 수많은 을들의 호소 덕분에 갑에 대한 불평등의 성토 또한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이 모두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어서 서로 간의 경중을 가리는 것조차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나마 많은 이들의 관심과 동조를 이끌 수 있는 문제들은 다수라는 규모에 담긴 변혁의 잠재성에 기댈 수 있어 희망적이다. 하지만 대중의 일상 밖에 있는 소수자들의 인권 문제는 특별히 귀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의 것으로 삼기 어렵다. 다수 대중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 이것이 여전히 귀찮거나 불편한 인상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소수자의 삶을 누리기 위한 경제적 조건에도 그러하지만, 당장 먹고 사는 것과 관련 없는 그들 마음 속 생각과 신념의 자유에까지 대중의 공감이 미치기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이 잘 이루어지는 사회를 향해 우리는 선진국이니 성숙한 시민이니 하는 말로 칭찬하는 데 익숙하면서도, 정작 우리 사회를 그렇게 만드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소수로 전락하지 말아야 하고, 적어도 겉으로는 남들과 달라 보이지 않는 것이 좋은 삶이라 가르쳐 온 대가일지 모른다. 자신이 언제든 그 소수가 될 수도 있음을 잊은 채 말이다.


  굳이 이 시점에 양심적 병역거부 이야기를 꺼내는 까닭은, 이 주제에서 위와 같은 갈등 구도에 대한 제도적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법적 논란은 결과의 면에서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있지만, 법 해석의 변화와 함께 점차 우리 사회 다수의 인식 속에 긍정적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10월 18일에 선고된 광주지방법원 합의부의 병역법 위반 항소심판결(2016노1688)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진전된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간의 다른 판결에서 언급을 생략하거나 논의를 피하였던 헌법적 주제들을 과감하게 직접 검증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각종 경험적 통계자료와 외국 법제와의 객관적 비교를 근거로 대법원 판례의 오류를 지적하였다. 물론 한 달도 안 되어, 문제의 핵심에 해당하는 대체복무제에 대해 침묵한 채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반복한 다른 항소심판결이 나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광주지법에서 제기하고 논증한 본질적 헌법 사항은 상급심과 헌법재판소에서 반드시 재검증 절차를 밟게 될 것이므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의 쟁점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부터 3일 이내에 입영하지 아니하는 경우” 처벌한다는 규정에서 ‘정당한 사유’에 양심의 자유가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은 이 정당한 사유에 “질병 등 병역의무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에 한정될 뿐”이라 하여, 양심에 의한 자발적 입영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광주지법 항소심 판결은 이 대법원 판례의 쟁점을 반박하며 반대의 입장을 취하였다. 먼저 우리나라가 가입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B규약)에 명시된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의 보장을 이제 우리 사법에서도 실천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규약 범위 안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된다고 판시한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을 근거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국제법 해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각종 대체복무제도를 입법하여 이 문제의 해결에 힘쓰고 있는 국제사회의 전향적인 법적 조치를 눈여겨보아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참고로 지금까지 대법원은 규약의 어디에도 ‘양심적 병역거부권’이란 개념을 인정하는 명문 규정이 없고, 규약 제정 과정에서 이 권리의 포함을 두고 반대하는 국가들이 있었으며, 그 수용 여부를 개별 국가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전제로 규정된 조항이 있다는 이유로 줄곧 반대의 입장에 있었다.

 

  또한 항소심판결에서는 현행 병역법 체계에서 신체등위, 학력, 연령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한 다양한 병역처분을 내림으로써 병역의무를 구체적으로 배분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미 우리 법체계에서도 병력 자원을 합목적적으로 사용하고 이를 통해 실질적 평등을 제고하며 사회통합까지 이루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기존 입장에서조차 완고한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였던 것이 아니라, 병역거부의 사유로 내세운 헌법상 권리가 병역법 조항의 “입법목적을 능가하는 우월한 헌법가치를 가진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의무 이행 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었다. 이러한 점들을 함께 고려한다면, 유독 한 해 600명에 달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만 별도의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실형을 부과하는 현행 법체계는 불공정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민주시민과 양심의 자유

 

  판결에서 광주지법이 제시한 변화된 국민의식 결과(대체복무제 도입에 약 70% 이상이 찬성)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먼저, 여전히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게 하는 안보 논리의 불합리성이다. 남북의 대치가 엄존한 상황논리를 배경으로 연 600여 명에게라도 더 집총행위를 시킴으로서 우리 국방력의 유지와 개선 목표에 봉사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현대전의 전자화·기계화 된 군사기술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면 도무지 동의하기 힘든 사항이다. 연 40조원에 육박하는 국방예산과 첨단무기를 운용하며 세계 9위의 국방력을 자랑하는 우리 군을 오히려 폄하하는 편협한 생각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의 본질을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헌법이 명하는 국방 의무의 면제를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집총을 매개로 한 병역을 할 수 없다는 것 뿐이다. 국방 의무를 반드시 총으로 수행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법제의 각종 변형된 병역의 모습은 이를 이미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종교적 믿음에서, 혹은 개인의 신념에서 사람에 대한 살생의 병기를 멀리 하겠다는 마음의 법을 따르고자 한다. 그 법을 어기는 것이 자신의 전 인격을 부인함과 동일한 정도의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며, 인격의 파멸을 선택하기보다 차라리 자발적 병역법 위반을 택하는 것이 낫다는 이유에서이다. 만일 병역 대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대체의 방법을 국가가 지정해준다면 그것이 군 생활보다 힘들고 오래 걸리더라도 기꺼이 감내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 회피의 수단으로 파급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혹자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그냥 법 위반의 길을 가게 하라는 주장을 내뱉기도 한다. 많은 경우 여기에는 “시키는 대로 군대 갔다 온 나는 양심도 없는 사람이란 말인가”라는 자조의 뒷말이 달리곤 한다. 헌법의 양심(良心)을 오해한 까닭이다. ‘양심의 자유’에서의 양심(conscience)이란 도덕적이고 착한 마음 그 자체보다,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하는 ‘신념’에 더 가깝다. 민주주의 역사에서 개인의 신념은 때로 여럿이 모여 역사를 변혁하였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하기도 하였지만, 많은 경우 국가에 의하여 탄압받거나 다수의 생각에 억눌리는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과거 서로 다른 신의 뜻을 명분으로 한 오랜 살육의 투쟁을 끝내면서 역사는 공존과 관용의 지혜를 가르쳐주었다. 이는 한 사람의 신념이 옳고 다른 이들의 생각이 그를 수 있다는 자유주의 사상으로 발전하여 법치주의를 통해 그 한 사람의 신념이라도 보호하는 제도를 취하기에 이른다. 이 오랜 고통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런 의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오로지 개인의 헌법적 권리 차원에서만 바라볼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익의 차원에서 공익과 사익의 형량을 통해 기본권 보장 여부를 결정하는 헌법적 사고방식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우리 민주주의의 주역인 시민으로서 소중한 참여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할 것인지를 우리 스스로 결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한결같이 밝혀온 대로, 여기서는 대체복무의 수용과 그 제도적 디자인을 담당할 입법의 역할이 중요하다. 격의 없는 토론과 소통을 통해 거부자들이 겪고 있는 정확한 현실이 공유되어야 하며, 사회적 다수가 인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입법적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사법부 입장에서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제도를 두고 법적 판단을 내리는 일이 만들어진 제도의 합헌성·합법성을 분석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껏 우리 입법부가 이들 소수의 권리에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라도 변화된 태도를 촉구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제 민주주의의 문제이다.
 

  또한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주의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는 시민들이다. 시민은 자유의 동등한 권리를 누리며 공적 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또한 참여하여야 한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공동체에 봉사하겠다는 이들에게 약간의 관용을 발휘하여 온전한 참여의 주체인 시민으로 복귀시킬 수 있다면, 이는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다. 이 선택지를 택하여야 한다. 관용의 부재로 인하여 범법자, 전과자의 멍에를 질 수밖에 없는 이들로부터 시민적 참여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구성원의 참여 기회를 박탈하는 민주주의는 제대로 발전할 수 없다.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헌법은 우리의 참여의 자유 증진을 목표로 하고, 실제 든든한 보장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족이지만, 마음 한 켠에는 여전히 “군대 가기 싫어 양심 타령 하지 말라”는 오해의 푸념을 마냥 나무랄 수도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 말 속에 많은 이들이 함께 맡았던, 결코 잊을 수 없는 고난의 군대 냄새가 짙게 배어있기 때문이다. 그 반응에 공감하면서도, 이 문제는 모멸과 억압,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인내의 경험으로 점철된 병영 환경과 문화 자체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만 한다는 어색한 답을 제시해본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금, 2016/12/02- 18:48
353
0
논평] 시리아 난민, 미국-서유럽 정책실패 산물 – 내전, 미국 패권주의, 국제사회의 무관심 어우러져 Wycliff Luke 기자 [전 세계를 울린 아일란 쿠르디] 국제사회의 눈과 귀가 시리아 난민에게로 쏠리고 있다.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건너가려다 보트가 뒤집히는 바람에 그만 목숨을 잃은 시리아의 세살 바기 아이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은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한편 이슬람 국가(IS)는 4년째 이어지는 시리아 ...
일, 2015/09/06- 12:01
35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