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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주제2] 온 국민의 이익이 달린 문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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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주제2] 온 국민의 이익이 달린 문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개정하라

익명 (미확인) | 목, 2015/09/10- 14:24

온 국민의 이익이 달린 문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개정하라

 

윤지영ㅣ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고령이나 치매 등으로 혼자서는 생활하기 힘든 노인들에게 신체 활동 및 가사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바로 2008. 7.부터 시행되고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개인과 가족에게 떠맡겨졌던 노인 요양 문제가 국가와 사회의 책임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사회보장제도에 큰 바람을 몰고 왔다. 도입된 지 3년 만에 전체 노인 인구의 5%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이용하게 되었고 관련 기관이나 종사자의 수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러나 무리하게 제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였다. 시행 초기부터 지적되었던 문제점들- 과잉공급, 과당경쟁, 종사자의 열악한 노동조건, 편법운영, 서비스의 질 저하-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고착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장의 원리에 내맡겨져 사회보장제도라는 공공성의 틀에서 벗어나 있다는 데에 있다. 이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일선에서 수급자들과 대면하는 요양보호사들이 담당하고 노인장기요양사업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수가 지불 방식의 문제점

 

과거 다른 사회보험제도의 경우에는 직종별 배치인력에 대한 인건비, 관리운영비, 저소득층 노인생계비가 각각 보조금 형태로 지급되었으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장기요양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 실적, 즉 수급자의 확보 정도에 따라 수가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비용 지급 방식은 다음의 결과를 낳는다. 첫째, 장기요양기관의 안정적인 운영이 담보되기 어렵다. 장기요양기관의 안정적인 운영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것은 해당 장기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노동여건 역시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장기요양기관은 가급적 많은 수의 수급자를 확보하는 데에만 주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요양보호사는 수급자 및 그 가족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게 되고 성희롱이나 폭력 등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정당하게 항의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노인장기요양기관이 어떤 식으로 회계를 관리하는지 현행 법 체계 하에서는 알 길이 없다. 회계가 투명하지 않다 보니 장기요양기관에 지급되는 수가는 검은 돈이 되어 버린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장기요양기관

 

한편 공공성과 시장질서에 기반한 영리성은 본질적으로 이율배반적이다. 장기요양기관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이익에 따라서 서비스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보험의 보편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장기요양기관은 궁극적으로 이익이 남지 않는 경우 서비스를 회피하게 되며(물론 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장기요양기관의 급여 제공 거부를 금지하고 있다), 또는 이익을 남기기 위하여 비용을 줄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용을 줄인다는 것을 적은 재원으로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희생은 반드시 따르기 마련인데 요양기관과의 관계에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요양보호사들이 결국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 요양보호사에 대한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가장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난립하는 장기요양기관의 문제

 

재가장기요양기관이 난립하는 것도 결국 노인장기요양 사업이 돈벌이 수단으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가장기요양기관을 설립하고자 하는 자는 일정한 요건을 갖춰서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신고만 하면 바로 재가장기요양기관으로 지정 의제된다. 또한 노인의료복지시설과 재가노인복지시설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신고만 하면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지정제 방식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신고제로 운영된다. 개인이라고 하더라도 법에서 정하고 있는 요건을 갖추면 자유롭게 장기요양기관을 설립할 수 있다.

 

이처럼 복잡한 절차 없이 누구나 장기요양기관을 설립,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보니 지나치게 많은 수의 장기요양기관이 난립하고 있으며 이를 적절히 통제할 방식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장기요양기관의 난립은 앞서 언급한 비용 지급 방식과 결합하여 장기요양기관 간에 수급자의 확보를 위한 지나친 경쟁을 불러일으킨다. 장기요양기관은 더 많은 수급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하여 수급자들로부터 본인부담금을 받았다가 현금으로 돌려주거나, 서류상으로만 받은 것처럼 편법을 사용함으로써 수급자들의 본인 부담금을 면제해 주는 대신 이를 요양보호사에게 전가시킨다. 또한 수급자 혹은 수급자의 가족에게 급여 외의 업무를 제공하고 비용을 청구하는 부정 수급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가 지급에만 신경을 쓰고 요양보호기관의 공정한 운영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는 무관심하다. 요양보호사의 불법,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한 반면에 장기요양기관이나 수급자의 불법,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제재방안이 부족한 편이다. 정부의 이러한 인식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의 원인을 요양보호사 개개인의 도덕성 및 책임에서 찾는 데에 기인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장기요양기관의 난립과 이로 인한 부작용이며 그 결과 오히려 요양보호사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보험의 원리에 부합하는 법 개정 필요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들어가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우리는 매달 꼬박꼬박 노인장기요양보험료를 낸다. 내기 싫다고 안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민간보험과 달라서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보험료를 내야 한다. 사회적 연대원리가 작동하는 사회보험의 본질적 속성이다. 사회보험인 만큼 책임주체도 국가다. 이윤을 남기기 위해 설립된 민간 기업에 공적 보험 제도를 맡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민간보험과 달리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이 되어서도 안된다. 공공성의 원칙 하에 비영리로 운영되는 것, 그것이 바로 사회보험의 특징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허술한 법제도로 인하여 돈을 벌기 위해 장기요양기관을 개설하고 노인들을 유치하고 국가로부터 보험료를 받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사회보험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면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노인을 위한 비용으로 100이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이윤을 뺀 나머지만 투입되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나 부실한 식사를 노인들한테 제공하는 요양기관이 있는가 하면, 2010년 포항에 있는 노인요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을 당시 노인들을 돌보던 요양보호사는 1명에 불과했다. 노인뿐만 아니다. 요양기관에서 일을 하는 요양보호사들도 타격을 입는다. 인건비가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요양보호사에게 들어가는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직하게 일을 하는 요양기관도 타격을 입는다. 돈을 벌기 위해 요양기관을 설립하는 사례들이 많아지면서 요양기관 간에 과다 경쟁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탈법·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고 정직하게 일을 하는 요양기관은 오히려 도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보험료를 내는 국민 모두 타격을 입는다. 보험료가 정직하고 공정하게 쓰이지 않으면 보험료를 추가 부담해애 할 가능성은 커지기 마련이다.

 

발 묶인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왜?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 잘못된 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보험의 원리에 부합하는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시민사회 및 노동단체의 주도하에 남윤인순 의원과 김성주 의원을 각 대표 발의자로 하여 노인 돌봄의 공공성 확보, 요양서비스 질 개선,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을 내용으로 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해당 법률안은 요양보호사에 대한 정부의 처우 개선 의무, 정기적인 실태조사, 장기요양기관의 재무·회계 기준에 따른 투명한 운영 의무, 정부의 관리감독 권한 강화, 요양보호사에 대한 직접 인건비 지급, 요양보호사 지원센터의 설치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원래 더 다양하고 공공성 강화에 부합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했으나 법률안에 대한 심의 과정에서 조정, 통합되었다. 해당 법률안은 2014년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된 법안은 감감무소식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요양기관 운영자들의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 이면에는 요양기관 운영자들에 대한 눈치 보기가 존재한다.

 

그동안 일부 요양기관 운영자들은 조직적으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국회 로비·시위 등의 활동을 해 왔다. 법안은 요양기관으로 하여금 투명한 회계규칙을 따르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일부 요양기관 운영자들은 자본을 투자해 요양시설을 만들었는데 잉여금, 소위 이윤을 가져 가지 못 하게 막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리를 목적으로 한 운영, 투명하지 못한 회계는 사회보험의 원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당장 눈에 보이는 반대 목소리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나는 내가 낸 사회보험료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쓰이길 원한다.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사회보험은 더 이상 사회보험이 아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해서는 안된다. 하루 속히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개정하길 바란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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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적인 미국식 의료민영화 : 정부의 의료부분 규제완화 정책

 

변혜진 l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실장

 

박근혜 정부는 2014년 8월 제 6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보건의료부문에 대한 전면적 규제완화책이 포함되어 있다. 작년 초에 발표했던 4차 투자활성화 방안에는 주로 비영리법인병원의 규제완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영리병원 허용은 물론이고 원격의료를 원하는 한국의 IT 재벌들을 위한 규제완화, 제약회사를 위한 규제완화, 개인질병정보를 가져가고 병원의 진료내용까지 간섭하려는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규제완화 등이 모두 포함되어있다. 한마디로 전면적인 의료민영화이고,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미국식 의료민영화 내용이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보건의료부문 규제완화 정책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도 영리병원 추진, 메디텔을 비롯한 영리자회사 규제완화, 해외환자유치를 내세운 병원과 보험의 직접계약 허용, 의과대학 기술지주회사 허용을 통한 대학병원 영리자회사 허용, 개인질병정보 활용을 위한 규제완화, 임상시험 규제완화 등의 모든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여기에 원격의료 시범사업도 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6차 투자활성화 대책이 모두 실현되면 한국은 사실상 대학병원부터 중소병원까지 사실상 영리적 성격을 더욱 강하게 띠게 되고 직접적으로 전국의 9개 지역에서 영리병원이 허용된다. 개인질병정보를 보험회사와 통신회사들이 가져가서 모아놓을 수 있게 되고, 보험회사가 병원의 진료에 간섭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한 제약회사들의 임상실험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원격의료까지 허용되면 미국보다 의료가 더 민영화되고 상업화된 최초의 나라가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의료규제 완화 정책은 한국 보건의료체계를 전면적으로 영리화.민영화 시켜, 의료비는 폭등하고 국민건강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1.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과 ‘의료기술 지주회사’

 

기술지주회사

정부는 영리자회사를 2013년 12월에 도입한다고 밝히면서 중소병원의 어려움을 근거로 들었다. 사실 국민의 살림살이가 아니라 병원의 살림살이를 먼저 걱정하는 정부가 정부인가? 그런데 작년 8월에는 6차 투자활성화 방안을 발표해 대학병원들도 영리자회사를 직접 차릴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대학병원은 비영리학교법인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영리자회사를 차리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기술지주회사, 즉 의과대학 주식회사라는 중간관리회사를 병원 아래 두겠다는 것이다.

 

원래 기술지주회사는 대학 산하에 있는 산학협력기관으로 IT기업이나 공업기업과의 산학협력을 위해 10여년 전에 도입된 것이다. 대학병원이 자신의 영리자회사에서 얻은 이익을 독식하려면 대학교 전체에 있는 기술지주회사로는 곤란하기 때문에 대학병원 직속의 기술지주회사 허용이라는 편법을 생각해 냈다.

 

대형병원이면서 중환자를 담당하는 대학병원이 수십개의 영리자회사를 세우는 것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일이다. 미국처럼 병원에서 사용하는 검사용 소변 컵 하나까지 돈벌이에 쓰려는 것이다. 게다가 대학병원 교수들의 특허에 대해서는 영리자회사의 스톡옵션까지 제공하여 돈벌이에 나서라고 장려하고 있다.

 

단순히 병원의 영리자회사 도입으로도 검사와 처방이 증가할 텐데, 자신이 특허를 낸 검사장비나 약품, 건강식품 등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의료비 폭등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미국도 의료특허를 허용한 1980년대부터 의료비가 급격히 올라갔다. 의료비에 의료특허비용까지 더해서 내야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학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급여질료)가 많고, 비용도 비싸다. 그런데 의료특허로 돈을 더 받아 장사를 하게 되면 의료비가 더욱 비싸진다. 결국, 대학병원에서 꼭 진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들도 진료받기 어려워지게 된다.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 것뿐만이 아니다. 환자의 건강과 안전도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 연구자들이 경제적 보상 때문에 연구 결과를 왜곡하거나 의료인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로 돈벌이를 하게 될 수도 있다.

 

거기다 기술지주회사는 다른 병원에 대한 경영컨설팅 및 수많은 영리자회사를 거느리는 대장 역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술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수직, 수평의 재벌네트워크 체인병원이 가능해진다. 한국에서는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이 가장 큰 병원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의료기기, 제약회사, 민간보험 등을 모조리 하나의 기업네트워크로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는 미국처럼 아무도 통제하지 못하는 병원-보험회사-제약회사 복합기업을 만드는 길이다.

 

영리자회사 = 기술지주회사 = 영리병원

정부는 영리자회사와 기술지주회사를 모두 병원이 투자를 더 잘 받고 연구에 매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완전한 거짓이다. 영리자회사와 기술지주회사는 돈이 되는 사업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돈벌이가 되는 진료와 약품에만 더욱 매진하게 된다. 지금도 결핵이나 재활환자에는 병원들의 투자가 인색하지만, 각종 고가검사와 로봇치료기에는 수십억원도 쉽게 지출하는 것이 이런 이유다.

 

미국에서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보다 개인당 의료비가 20% 높지만 사망률은 오히려 더 높았다. 즉 영리병원은 의료비 상승과 의료의 질 하락을 가져온다. 비영리병원의 영리자회사도 마찬가지다. 1991년 회계감사원이 비영리병원의 영리자회사를 규제해야 한다고 한 이유다. 영리자회사와 기술지주회사 도입도 영리병원과 똑같은 효과를 가지고 오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든 비영리병원들이 합법적.우회적으로 주식회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예상된다.

 

정부는 의료법상의 영리행위 금지라는 큰 틀을 편법적으로 우회하여 영리자회사 및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병원의 영리사업을 허용하려는 술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2. 영리병원 설립 추진, 미국형 주식회사 병원의 도입

 

박근혜 정부는 자신들도 의료영리화에 반대한다는 말과 달리 ‘영리’병원 설립 추진을 위해 나서고 있다. 이번 6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제주도에 영리병원 설립사례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영리병원은 투자자가 자본을 투자하고 수입을 가져갈 수 있는 병원이다. 투자자의 이윤을 위해 존재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수익이 먼저고 환자 건강은 나중이 된다. 수익을 위해 환자들로부터 진료비를 더 받거나, 병원 인력을 줄이게 된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영리병원은 진료비가 비영리병원보다 20% 더 비싸고, 과잉진료가 만연하다.

 

한국에서 법으로 금지되어 있던 영리병원은 2003년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영리병원이 허용되면서부터 일부 가능해졌다. 처음에는 ‘외국인 편의’를 명목으로 허용되었기에 외국인만 설립할 수 있고 외국인 환자만 받을 수 있는 병원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법을 조금씩 개정하여 지금은 국내 환자도 진료할 수 있고, 국내 자본이 진출할 수 있는 병원으로 바꾸어 버렸다.

 

정부는 한 술 더 떠 그나마 ‘외국병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아주 최소한의 규제조차 없애려고 한다. 외국인 의사를 10%이상 고용하고 병원장 및 진료의사결정기구의 50%이상을 외국인으로 두어야 한다는 규정마저 없애 버렸다. 각 과별로 외국인 의사 1인씩만 있으면 된다고 규제를 완화했다. 간판만 ‘외국 영리병원’ 이지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 허용과 다름없는 규제완화인 것이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의 규제를 제주도와 같이 완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근 녹지국제영리병원은  제주도 영리병원 설립 조건이 너무나 허술해 조례 15조 만이 국내 영리병원 설립을 강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에서 녹지국제병원과 같은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국내 병의원이 외국에 진출해 영리병원을 세우고 국내로 역수입되는 국내 영리병원 설립이 합법화되는 방식이 허용되는 것이다. 제주도에 첫 영리병원 도입이 허용된다면 전국 8개의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게 되는 것이고, 사실상 전국 영리병원 허용이 되고 마는 것이다.

 

또한 경제자유구역에 내국인 영리병원이 우후죽순 생기면 이전부터 ‘역차별’이라며 문제를 제기해온 다른 지역 병원 경영자들도 영리병원을 허용해달라고 거세게 요구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껏 자본의 요구에 따라 영리병원의 규제를 점차 완화해 왔고 경제자유구역을 확대해 왔다. 따라서 영리병원의 확산과 전국적 허용은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만약 영리병원이 전면화된다면 폭등할 의료비 때문에 건강보험도 버티지 못할 것이 우려된다.

 

싼얼병원 사태

정부는 지난 8월 제6차 투자활성화대책을 통해 국내 1호 영리병원을 도입하겠다며 제주도에 ‘싼얼병원’의 승인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싼얼병원’은 자격 미달과 불법 및 사기행위로 크게 문제가 있음이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을 통해 밝혀져 결국 지난 9월 퇴출되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싼얼병원의 모회사인 CSC그룹은 버진아일랜드에 세워진 페이퍼 회사로 사기에 가까운 줄기세포 기술로 투자자모집 사업을 해 온 조세회피 기업이었다. 또한 CSC그룹의 회장 쟈이자화는 존재하지도 않은 주식과 광산을 담보로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범죄자였으며, 싼얼병원의 모기업은 지난해 파산한 상태였다.

 

‘싼얼병원 승인’이 바로 투자자들을 위한 영리병원 도입이 국민 건강과 생명에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할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사례다. 영리병원은 돈벌이가 목적인 병원이기 때문에 의료비를 높게 받아 주주들에게 이윤을 배당하는 주식회사형 병원의 미래가 바로 싼얼병원이다. 영리병원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투기형 자본인 사모펀드조차 유입될 수 있다. 이러한 투기자본이 환자와 의료진과 병원 직원의 고혈을 뽑는 것을 그 누구도 규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영리병원의 실체다.

 

녹지국제병원 사태

제주도는 싼얼병원 사태가 발생한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중국 국영기업과 함께 영리병원을 설립하겠다고 사업계획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제주도가 신청한 국제녹지병원은 외국법인이 아닌 국내법인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제주특별자치도법의 법률에 어긋나 신청서가 반려된 상태다. 국제녹지병원은 탈세전과가 있는 국내 성형외과 의사들이 중국에 세운 영리병원이 서울리거 병원이 사실상의 운영주체다. 이러한 국내 성형외과 의사들의 우회적 국내영리병원 설립 시도라는 의혹에 대해서 제주도와 복지부는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그린랜드헬스케어주식회사(국내법인)’ 와의 사업계약서 추진을 위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로 표기) 공무원 등도 동원된 바 있다는 공무보고서와 정부 출장보고서 등이 있어 복지부가 영리병원 추진을 사실상 돕고 있는 상황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시민사회단체가 이러한 의혹들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녹지그룹이 100% 출자한 외국인투자법인”이라고 주장했고, 원희룡 지사와 제주도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국내법인을 걸러냈다’고 두 차례나 주장했지만 이 모든 것이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제주도정은 이와 같은 거짓말에 대한 어떠한 해명없이 ‘녹지그룹’ 과의 100% 계약서를 다시 만들어 제출하겠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병의원의 우회적인 영리병원 설립 허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복지부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으면서 영리병원 승인심사 기준에 대해 기업의 재무 건전성만을 확인하면 된다고 말해, 복지부가 과연 국내 보건의료체계를 뒤흔들 영리병원 도입에 대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아주 단순하고 기본적인 영리병원 설립 법조항이었던 병원 사업자가 외국법인이어야 한다는 사실로 인해 두 번째 영리병원 설립 신청서가 취소된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영리병원 신청과 승인 절차가 밀실행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그리고 이 문제의 책임은 밀실행정과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있는 복지부에 있다. 복지부는 제주 영리병원 추진을 위한 도우미 정부 부처가 아니라 돈벌이 영리병원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복지부는 영리병원 사업자가 법인을 변경하여 신청하면 재검토하겠다며 영리병원의 추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도 밝혀진 것처럼 영리병원은 국내법인의 우회적 진출이 언제든 가능한 구조일 수밖에 없고, 싼얼병원에서 드러난 것처럼 투기를 목적으로 한 사기 기업들을 제한할 수 없다. 따라서 영리병원은 언제든 투기꾼들의 불법과 탈세가 점철되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영리병원 도입 시도를 완전히 중단하는 것만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입니다.

 

3. 의료관광과 의료수출을 위한 ‘국제의료특별법’의 문제점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제정안이 지난 23일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되었습니다. 이 법안은 정부와 여당에서 주장하는 ‘경제활성화’ 중점 법안 중 하나로 강조되어 왔다. 특히 지난 달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대표 3자 회동에서 자신의 중동 순방의 핵심 성과 중 하나로 의료 분야를 꼽으며 이 법안의 통과를 주문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 제정안에 따르면 ‘국제의료’란 “외국인환자 유치사업과 의료 해외진출사업 등 국내외 외국인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보건의료서비스 및 이와 연관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체의 사업”을 뜻한다. 즉 ‘의료 관광’과 ‘의료 수출’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국제의료지원법안의 주요 내용들은 사실 국내 규제 완화책일 뿐이며, 정부가 그간 추진해왔던 의료민영화 정책을 지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국제의료’ 활성화는 현재 의료 체계 전체를 상업적으로 재편하려는 자본의 요구이기도 하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지난 8월 정부의 ‘제 6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 처음 등장했다. 정부는 투자활성화대책에서 ‘현행 의료법 체제에서는 의료수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어 별도의 법 제정 필요’하다며 외국인 환자 대상 국내 의료광고 허용,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 허용 및 금융‧세제‧재정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번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에는 해외 환자 대상 원격의료 허용까지 추가되었다.

 

보험사 해외환자 유치, 병원-보험사 직계약 허용은 미국식 의료민영화 발판

외국인 환자 유치업은 2009년 의료법 개정으로 허용되었지만 보험회사 등에 대해서는 제외되었다. 지난 정부는 이러한 예외조항을 없애는 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였으나 국회에서 무산되었고, 박근혜 정부 역시 의료법 개정으로 이를 도입하고자 시도해왔다.

 

보험자본이 해외환자 유치 허용을 정부에 요구하는 이유는 이것이 곧 병원과의 직접계약 체결을 통하여 의료공급체계를 지배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환자를 유치하고 병원에 직접 지불하게 되면 보험사가 갑, 병원은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허용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보험회사들이 수익을 많이 남기는 방법으로 병원 진료에 간섭하여 진료왜곡과 과소의료를 통한 의료의 질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식 의료민영화의 핵심인 보험-병원 복합기업(HMO)은 바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다. HMO는 보험회사가 병원을 통째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형태다. 미국에서 민영의료보험은 병원을 소유하며 의료 체계 전체를 마음대로 휘두르면서 공적 의료보험이 담당해야 할 영역을 잠식하였습니다. 이는 현재 전 국민의 6분의 1이 의료보험조차 없이 치료비를 부담하지 못해 사람이 죽어가는 미국의 상황을 초래하였다.

 

한국의 보험사들이 미국식 의료체계 형성과 국민건강보험 무력화를 목표로 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2005년 삼성생명내부전략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정부의 건강보험 대체’라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보고서는 민영의료보험의 발전방향으로 ‘보험금 직불 시스템 도입(병원-보험사긴 직접계약)’, ‘요양기관 계약제도 시행(요양기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을 주장하였다. 또한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의료산업고도화와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보험자가 공급자에게 다양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효율성을 제고하는 관리의료형 민간의료보험(HMO)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2011년 보험연구원의 보고서도 관리형 의료서비스의 효율성을 주장하며 관련한 법적 토대 마련을 주문했다.

 

병원-보험사 직계약 허용을 통한 해외환자 유치라는 것은 허울이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환자대상의 병원-보험사 직계약 허용을 위한 민간 보험사를 위한 규제완화 정책입니다. 국내보험사가 외국환자를 직접 모집한다고 외국환자의 대규모 유치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국내보험사의의 매출규모에 비교하여 외국환자유치의 보험매출액은 너무 적어 국내보험사가 외국환자유치에 나설 경제적 유인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즉 외국환자유치를 내세우지만 실제목적은 병원과의 직계약 규제완화에 맞추어져있다.

 

해외환자 원격의료, 우회적 원격의료 도입 눈속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이자 국내 의료기기 및 통신 기업들의 숙원 사업이다. 그러나 이는 다음과 같은 문제로 지난 해 2월 국회에 제출된 이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원격의료의 가장 큰 문제는 개인 질병정보 유출이다. 삼성 등 민간기업들은 개인질병정보의 영리적 활용을 제안해왔다. 그런데 질병정보 유출은 최근 20억건 이상의 국민 질병정보를 수집하여 해외로 빼돌린 IMS헬스코리아 등이 문제가 된 것처럼 의료정보 유출은 이미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민간 기업이 개인의 건강‧질병정보를 수집할 경우, 이것이 민간보험사 가입 및 지급 거부에 이용되거나 기업의 채용에 영향을 미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원격의료는 안전성과 비용-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원격의료는 얼굴을 맞대는 대면진료에 비하여 오진 가능성이 높고, 비용은 높은데 효과는 없다고 알려져 있다. 복지부는 원격의료 도입 시 환자는 마이크, 웹캠 등과 생체 측정기 비용으로 150~350만원의 돈이 소요된다고 추정하였다. 복지부 예상대로 만성질환자 585명에 최대 350만원을 대입하면 국민들은 20조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국민 의료비는 폭등하고 원격의료 관련 기업만 이익을 보게 된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에는 해외에 있는 의료인 또는 외국인 환자에게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해외환자로만 한정하고 있으나, 이는 국내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던 영리병원이 결국 국내 환자용이 된 것처럼 한번 규제가 완화되면 그 완화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훨씬 쉽다. 해외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국내 환자는 왜 안 되냐는 논리가 등장할 것이다. 또한 개인정보 유출, 안전성과 비용-효과의 문제는 외국인 환자도 겪어서는 안 될 일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원격의료 자체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해외 환자 대상 원격의료가 국내 허용을 위한 명분이라는 것은 정부의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계획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정부는 2차 시범사업의 핵심과제 네 가지 중 하나로 ‘해외환자 원격협진 활성화’를 꼽았다.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하기로 한 UAE 셰이크칼리파 전문병원과 서울대병원 본원 간 원격협진을 실시하고, 국내 송출 UAE 환자에 대한 사전‧사후관리를 위한 원격협진 센터를 개소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한국에서 허용되어 있는 의료인-의료인 간 원격협진으로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의 효과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결국 해외 환자 대상 원격의료는 해외진출 성과를 명목으로 국내의 원격의료 허용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

 

의료관광·해외진출 기관에 대한 국가 지원, 지역불균등을 심화시키고 의료상업화를 부추길 정책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민간보험사를 비롯한 유치업자와 의료기관에게 금융, 세제, 재정 지원 및 정보제공을 하겠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국가 및 지방자체단체가 나서서 조사연구와 해외마케팅 및 홍보활동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의료수출 전문인력 양성에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편중되어있는 대형병원중심-대도시 중심의 병원 지역불균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의료관광 유치 의료기관의 경우 대도시에 집중되어있고 대형병원이 대부분이다. 또한 소형병원도 피부 미용 등 영리적 목적으로 진료를 하는 병원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들에게 세제혜택을 준다는 것은 상업화되고 영리화 된 국내의료체계의 왜곡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정부가 국내의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는 게을리 하고, 의료복지 확대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하면서 해외환자 유치 기관에만 혜택을 몰아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부가 금융 세제 지원을 강화해야 할 대상은 지방의료원 등 적정진료와 소외계층 및 재난의료를 담당하는 공공의료기관이다. 또한 한국의 보건의료 학생들은 전적으로 민간에 맡겨 높은 등록금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보건의료인들의 졸업 후 영리 추구의 한 계기가 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의료수출 인력 양성이 아니라 국내 공공의료기관에 복무할 보건의료인들의 양성하는 것이다.

 

비민주적 추진방식

정부의 투자활성화방안 추진 방식은 절차적으로 비민주적이다.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의 의료민영화 방안에 이어 이번에도 국민적 토론이나 합의 없이, 국회에서의 입법과정도 생략하는 막무가내 밀어붙이기 방식이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2월 13일 발표한 제 4차 투자활성화 계획을 통해, 영리자회사 허용, 부대사업확대, 의료법인 인수합병허용, 약국영리법인 허용, 신의료기술평가 간소화, 원격의료 추진 등의 전면 의료민영화 추진을 선언한 바 있다.

 

특히 '부대사업확대'와 '영리자회사 가이드라인'은 의견 수렴 마지막 날인 7월 22일과 23일, 온라인에서만 1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반대 서명을 하는 등, 총 200만명이 반대서명을 했으며, 보건복지부에는 10만여 건의 의견서가 제출되기까지 했다. 또한 정부의 부대사업 확대는 사실상 의료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환자 및 병원종사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범위를 심하게 넘어선 것이었다. 정부가 의료법을 위반한 행정독재라는 의견이 국회 입법조사처와 대한변협에서 제출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보다 더한 규제완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국민적 여론을 무시하는 행위이고 불통정치의 표본이다.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로 이익을 내기위해서 국내 보건의료체계를 상업화시키는 것 자체도 문제이고, 과장된 근거와 전망으로 국민들을 현혹하여 국내 의료민영화를 밀어붙이려는 계획 또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국제의료’가 아니라 무너진 공공의료를 바로 세우고 발전시키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노력이다.

금, 2015/07/1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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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지자체 규제개혁 정책의 문제점

 

장지혁 l 대구참여연대 정책부장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드라이브가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다양하지만, 최근 2년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지자체 규제개혁 정책에 대해서 대응하기가 쉽지가 않다. 지역건설산업에서부터 문화예술까지 워낙 다양한 분야에 개혁을 요구하고 있어 지역의 시민사회 단체들이 대응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차근차근 살펴보면 이 ‘공정위발 규제개혁’이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경과를 살펴보자면 2011년 OECD 경쟁영향평가 툴킷(Tool Kit)을 개발 회원국들에게 확산 배포하였다. 그리고 2013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 표기) “지방자치단체[광역, 기초]의 경쟁제한적 조례 및 규칙 등에 관한 실태파악 및 개선방안연구”(연구용역) 발간했고, 이에 기초하여 2014년 3월 11일부터 각 지자체에 총 2,134건(광역 228/기초 1906건)의 규제개선 협의 요청을 시작으로 공정위발 지자체 규제개혁을 실시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면 공정위가 조례∙규칙들을 규제개혁대상으로 선정한 근거 자체가 문제가 많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발표한 보고서에도 OECD에서 2011년 제출한 경쟁영향평가 툴킷(Tool_Kit)이 규제영향평가의 정량적∙현재적 평가와 대비되는 것이기 때문에 규제영향평가가 가지지 못한 잠재성평가이며, 기존의 규제영향평가와 상호보완적 역할을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공정위가 지난 2013년 지자체 경쟁제한적 조례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에서도 이러한 점이 반영되어 정량적인 평가를 함께 병기하여야 하지만, 그런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지난 5월 29일에는 국무조정실에서 그동안의 규제영향평가가 자의적이고, 더욱더 과학화 하겠다는 이른바  ‘규제영향평가 과학화 방안’을 발표 한 바 있다. 이처럼 현재 추진 중인 공정위의 지자체 규제개혁의 근거조차도 불분명하고 불완전하다.

 

두 번째로 지역사회 및 민주적 원칙을 위반하는 규제개혁이라는 점이다. 지역의 조례는 상위법의 입법취지와 목적에 걸맞게 제정되고 지역사회의 공론을 통해서 지방의회에서 확정된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러한 지역사회의 공론과 제정과정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공정위가 “지방자치단체 경쟁 제한적 조례 개선 권고”를 내자마자 전국시도지사 협의회에서 반대의견을 냈다. 특히 시도지사협의회는 지역건설산업 관련 조례의 개정을 명확히 반대하고 있고, 그 범위도 광범위하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제주도의 문화예술조례의 경우, 공동입장을 내기도 어려워, 이미 5월 6일 개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몇몇 광역단체에서는 LED 조례도 개정준비중이다.

 

뿐만 아니라 로컬푸드지원 조례 등도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제한조례로 주요한 개정 대상중 하나이다. 공정위는 로컬푸드지원조례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이며 지역농산물의 경쟁력약화와 고품질의 지역외 농산물을 소비하는 데 장애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로컬푸드 기업이나 사회적경제분야의 로컬푸드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 농수산물 시장에 막대한 경쟁제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지난 5월 29일에는 지역농산물 소비촉진에 관한 법률 즉 로컬푸드법이 국회에서 통과 되었다. 입법기관에서는 권장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행정부는 규제라고 하는 모순에 처한 조례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단순하다. 공정위가 입법권과 조례제정권이라는 국회와 지방의회의 역할과 기능을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구시 친환경의무급식조례의 경우 3만명의 시민들이 서명을 하고 입법발의한 대구지역 시민들의 역사적 조례이지만, 결국 시의회의 조례제정에서 수정안을 통해 무력화 되었다. 실제로 대구시는 친환경의무급식을 실시하고 있지 않으며, 저소득층 급식지원과 관련하여 예산 문제로 대구 교육청과 의견마찰을 빚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실제의 집행여부와 상관없이 조례상의 문구만 보고 이를 규제개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지역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지정된 아이러니한 사례이다. 대구지역만 보아도 이러한데 여타 타시도, 기초단체에는 더 많은 사례들이 있을 것이다.

 

여러 절차적인 부분, 근거의 미약, 삼권분립의 무시 등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이번 규제개혁의 최종점은 역시나 대기업이다. 앞서 언급된 지역건설산업 조례는 지역 공공발주에서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중소기업들을 제외하겠다는 명확한 의도가 드러났다. 이 밖에 공정위가 추진 중인 지자체 개혁 대상 조례들은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경영의 족쇄가 되거나 방해물을 앞장서서 제거 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사회적 경제나 로컬푸드 등 대기업의 진출하지 않은 영역의 당사자들은 아직 이번 개혁안을 잘 인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규제개혁안을 인지한 소상공인, 사회적경제영역의 당사자들은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간신히 지역사회와 풀뿌리 영역에서 분투해 만들어 놓은 보호막을 공정위가 시장질서확립이라는 명분으로 독점적 대기업들에게 내어주려고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공정위의 이번 규제개혁안은 대기업 친화적인 개혁이며, 수많은 지역민을 무시하는 것이고,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을 잃은 개혁으로 반드시 막아야 한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착한 조례들을 지켜내는 것은 쉽지 않다. 워낙 광범위한 분야를 걸치고 있는데다 서로 다른 영역에 당사자들이 있어 연대를 만들어내기가 쉽지가 않다. 또한 지역단위에서 중앙정부를 감시하기 위한 역량부족 등 한계점 때문에 존재하는 문제도 있다. 그나마 광역단체는 지역사회의 여론을 핑계로 공정위발 규제개혁에 태업할 수 있지만, 기초단체는 그것마저 쉽지가 않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일수록 중앙정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어 제대로 된 문제제기 조차 어렵다.

 

공정위의 지자체 규제개혁에 대해서 전국적인 상시모니터링과 자료구축을 매개로 한 전국적 연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6월 18일에 진행한 기자회견만 하더라도 광역단위의 현재 상황 정도만 확인할 수밖에 없었고, 연대단위도 대응의 여력이 아직 부족한 듯하다. 앞으로도 지자체에 몰아칠 중앙정부의 강력한 규제완화 맞설 힘이 요원하다.

금, 2015/07/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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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노동자 건강권 및 간접고용 문제

 

최명선 ㅣ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지난 7월29일 정부는 사실상 메르스 종식선언을 했다. 이는 세계 보건기구 (WHO)의 기준보다 한 달이나 앞선 것이다. 국회 메르스 특위도 7월28일 메르스 재발방지와 감염병 예방을 위한 정부의 이행 촉구 결의안을 의결하는 것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메르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도 경제활성화 운운만 하던 정부는 어떻게든 사태를 덮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 지원이나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물론이고 구조적인 원인과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모두 덮어 버리고자 하는 것이다.

 

구멍난 사업장단위 예방대책과 반복된 ‘가만히 있으라

 

메르스 사태로 한국의 방역대책이나 공공의료등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주요하게 제기된 문제 중의 하나가 병원 등 간접고용노동자의 문제와 방치되어 있는 사업장 보건관리의 문제이다. 노동부가 7월 14일 고용보험 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격리 대상자 중에서 유급 휴가 사용이나 인사상 불이익 등의 문제로 노동부의 지도를 원한 노동자만 234명에 달한다. 노동부가 사업장에 안내문을 발송하고 17개 지자체를 통하여 확인하여 희망자만 파악한 것이 234명이니, 메르스 사태로 격리대상이 된 전체 노동자는 몇 배수 수준이 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6월5일에 노동부에 사업장단위 조기 적극적인 예방 대책 수립을 위해 환자 발생 사업장 명단 공개를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이에 자체적인 조사와 언론취합을 통해 메르스 환자 발생 사업장 현황을 조사했다. 메르스 환자는 병원 노동자를 비롯해 제조업, 건설업, 운수업, 공무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업장 예방 대책은 보건당국과 기업의 판단에만 맡겨져 있었다.

 

경기도 평택지역의 주요 운행 버스인 협진여객에서는 확진판정이후 사망한 관리자가 있었으나, 보건당국이 관리직만 격리시켰다. 식당 등을 같이 이용하고 있는 버스기사 노동자들은 불안에 떨다가, 민주노총의 경기본부의 기자회견 이후에야 전 직원 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 보건당국은 처음에는 환자를 자영업자로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에서는 확진환자 1명이 발생했으나, 회사의 선제적인 예방조치는 7일 동안 없었고, 확진 판정 이후에 77명이 격리 되었을 뿐이다. 안산 태흥 정공 확진 환자는 계속 거주지역과 나이만 발표되었다. 이후 이 환자가 4개 사업장을 방문하며 일을 했던 것이 파악되었으나, 해당 사업장에 대한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건설현장은 고령 노동자가 많고 분진이 많이 발생하는 현장 특성으로 호흡기 질환자도 많다. 건설현장에서도 확진환자 발생 현장이 있었으나, 이 또한 건설현장이 어딘지 공개되지도 않았고, 일부 현장에서는 30만 원만 지급하고 작업 중단을 했을 뿐, 현장을 이동하는 건설노동자에 대한 예방 조치는 별도로 없었다.

 

국토교통부 발표를 인용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중동지역 파견 노동자는 12,792명에 달한다. 이중 메르스 발병 10개 국가에 파견된 노동자만 7,186명이다. 중동지역 건설현장은 주로 오지에 있어 환자 발생 시 응급처치가 어렵고 집단숙소 생활을 주로하기에 감염위험이 높다. 그러나 정부나 건설기업의 대책은 대응메뉴얼을 게시했다는 것에 그치고 있고, 현장 상황에 대해서는 파악도 되지 않고 있다.

 

사업장은 집단 노동을 하는 공간이다. 제조업, 건설업뿐만이 아니라, 공공교통, 유통, 사무금융분야 서비스 노동자와 급식, 교육 등 학교현장 노동자들은 집단 노동을 할 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다중이용시설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경우에는 감염성 질환에 노출빈도가 높기도 하고, 다중이용시설의 예방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는 이용하는 시민의 건강에도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감염성 질환을 비롯한 사업장 보건관리 문제는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건강 모두를 위해 주목되어야 한다.

 

사업장 예방 대책 수립의 구조적인 문제

 

1) 사업주 보고대상에서 사라진 4군 감염성 질환

 

사업장 차원의 예방 대책 수립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발생현황에 대한 파악이 되어야 한다. 2009년 당시에는 신종플루 발생에 대한 사업주 보고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이후 규제완화로 메르스를 포함한 감염성 질환의 상당수가 사업주 보고대상에서 삭제되었다. 사업장 차원의 예방대책 수립을 위한 정부 관리 감독의 근거 자체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사업장 예방대책을 관리 감독해야 할 노동부조차 기업의 자발적인 신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2) 기업규제완화특별법으로 무너진 사업장 보건관리 체계

 

노동부는 메르스에 대한 기업의 예방조치에서 사업장 내 전담부서와 관리 체계를 두도록 했다. 그러나 이는 사업장에서는 그야말로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실제로 사업장에 전담부서와 관리체계는 산업보건관리자의 업무 영역이다. 산업안전보건법 16조는 산업보건관리자 선임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업종별 제한도 있어서 서비스업과 건설업의 경우에는 2014년, 2015년에 들어서야 선임의무가 적용되었다. 적용대상에 포함되어도 사실상 선임과는 거리가 멀다.

 

2014년 안전공단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보건관리자 선임신고 대상 사업장의 절대적 비중은 제조업이고,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2명, 교육서비스업 2명 등 보건관리자 선임이 거의 되지 않고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보다 우선 적용되는 ‘기업활동규제완화에 관한 특별 조치법(이하, 특조법)’ 에 의하여 산업보건의 선임은 완화 되었고, 안전관리, 보건관리가 무제한적으로 외부기관에 위탁이 허용되었다. 외부기관에 위탁하면 한 달에 1-2회 점검만 하게 되고, 위탁 자체가 갑을 계약관계에 있어 점검과 시정조치 내용은 사업주 입맛대로 된다. 현재 한국의 약 2,000,000개 사업장에서 보건관리자 선임 대상 사업장은 12,000여개 사업장으로 0.6%내외이다. 또한 특조법 제정 이후 보건관리자 선임은 2년 만에 18.5%로 하락했다. 선임 신고 대상 사업장중 80%에 가까운 사업장은 보건관리를 위탁 대행하고 있다. 사업장의 보건관리 체계가 취약하고 규제완화가 대폭 진행되면서 사업장의 보건관리 체계는 붕괴된 상태이다. 이는 메르스 등 감염성 질환뿐만 아니라, 화학물질, 발암물질로 인한 직업성 암과 근골격계 질환, 정신질환 등 노동자 건강관리에 무대책인 상황이다.

 

간접고용의 확대와 비정규직 노동자에 차별적인 예방과 보상

 

메르스 사태로 그 동안 제조업, 조선업, 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던 간접고용의 확대문제가 병원 사업장에서 다시한번 확인되었다. 삼성 서울병원은 전체 8,440명이 비정규직이었고, 병원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18.8%로 타병원이나 공공병원보다 높았다. 청소, 주차, 시설관리, 환자 급식, 간병을 비롯해서 이송업무까지 외주화 되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핵심 수칙만 20여 가지가 되고 긴급상황 시, 대처능력 등 최소 2년의 숙련기간이 필요한 이송요원도 외주화 되었다. 환자의 바로 옆에서 오염물에 직접 노출되는 간병 노동자, 청소 노동자 등 감염에 취약한 노동자들이 간접고용으로 감염정보와 예방조치의 완전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심각한 피해를 당했다. 병원의 청소, 간병 노동자의 문제는 그 동안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병원 중환자실 등에서 AIDS를 비롯한 각종 주사침 찔림 사고가 수차례 발생한 바 있으나 방치되어 왔고, 신종플루 당시에는 병원 전 직원에 예방접종을 하면서 청소노동자와 간병 노동자를 제외시켜 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치기도 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지속적으로 간접고용을 확대하면서도 안전보건조치는 사각지대에 방치해 왔고,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메르스를 확산시키는 사태에 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간접고용노동자는 기존의 고용, 임금, 노동조건의 차별에 이어 감염성 질환의 예방조치에서도 차별을 받았다. 인천공항은 예방조치를 하면서 보호구 지급 같은 기초적인 조치에서도 보안, 청소 등 80%에 달하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를 방치하고 차별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로 넘쳐나는 유통매장에서는 보호구 지급하지 않고, 지급된 보호구도 고객 불안을 이유로 착용하지 못하게 했다. 제조업 사업장에서도 간접고용 노동자는 보호구 지급에서 차별 받았고, 메르스에 대한 예방교육 대상에서도 제외되었다. 같은 간병 업무를 해도 요양보호사는 노동자로 예방과 보상의 권리가 있고, 특수고용인 간병 노동자는 예방은 커녕 감염이 되어도 산재보상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해외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도 정규직 노동자는 출장으로 간주되어 산재보험 당연적용을 받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는 파견직으로 되어 사업주가 가입하지 않으면 산재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메르스 사태로 휴교한 학교의 정규직 교사는 공무원으로 휴가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으나 무기 계약직인 급식 조리사 등 비정규직 노동자는 연차휴가를 강요받았다. 더구나 울산대 병원 같은 경우는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영악화를 빌미로 하청 용역업체 도급단가를 일방적으로 하향 조정 통보하기도 했다.

 

생명안전업무의 무차별적인 하도급을 금지하고, 원청의 책임강화가 되어야

 

메르스 사태는 간접고용의 증가가 어떻게 위험을 확대하고, 노동자,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가를 다시한번 확인시켰다. 민주노총은 유해위험 업무 도급금지를 주장해 왔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생명안전업무의 도급금지. 비정규직 고용 금지를 주장해 왔다. 현행의 산업안전보건법 28조는 유해위험 업무 도급 금지 조항이 있다, 그러나 실제 금지 업종은 없으며 정부의 인가를 받아 도급을 받도록 하는데 그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가 사회적으로 제기되면서 노동부는 도급급지 업종을 제한적으로 검토하다가 경총 등 자본이 반대하자 바로 안전대책에서 삭제했다.

 

현행의 산업안전보건법은 29조에 원청의 예방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업주간 협의체를 구성하고, 합동 안전점검 등 제한적인 내용으로만 되어 있다 원청이 직접 안전보건조치의 책임을 지는 것도 20개 장소로 한정되어 병원을 비롯한 상당수 사업장이 적용되지 않는다. 예방과 보상, 처벌의 책임에서 구조적으로 빠져 나갈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현재의 법제도는 병원을 비롯한 기업으로 하여금 간접고용, 특수고용을 확대하는 가장 큰 유인책이 되고 있다. 메르스 사태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안전보건 문제가 제기되자 노동부는 병원과 서비스 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와 점검을 나갔다. 그러나 현행법의 한계로 노동부가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실태조사 뿐이었다. 예방조치를 하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 권고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나마 실태조사도 원청을 통해서만 실시하고 점검 결과에 대한 확인도 하청 노동자를 통해서는 하지 않았으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대표의 확인도 서류상으로만 존재할 뿐 누락된 체 진행되었다.

 

공공의료 체계와 더불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사업장 보건관리와 비정규 노동자 대책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 한 메르스 사태는 끝난 것이 아니다. 공공의료 체계는 그 주요한 대책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구조대응체계 뿐만 아니라 침몰의 원인인 기업의 이윤만을 보장하는 규제완화, 무너진 안전대책, 정부관리 감독, 처벌문제 등 근본적 대책 수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었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예방을 위한 근본적 구조개선이 필요하다. 사업장 보건관리 체계에 대한 제도개선과 간접고용 및 비정규 노동에 대한 대책 수립도 주요한 문제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월, 2015/08/1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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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첫 단추는 특별법 제정으로부터!

 

여준민ㅣ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사무국장

 

시간이 흘러도 잊힐 수 없었건 형제복지원 사건

 

2012년 7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다짜고짜 “부산의 형제복지원 피해자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아느냐! 인권단체라면 이 사건을 파헤치고 해결해야 하지 않는가?”라 따져 묻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차분한 듯 하면서도 신경질적이었다.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알아봐라, 그곳은 지옥보다 더 한 곳이었고, ‘도가니’(광주 인화원 사건을 이르는 말)보다 더 심한 곳이었다”고 다그쳤다. 그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피해생존자 한종선 씨다.

 

전화를 끊고 “뭐지?” 싶어 인터넷을 통해 자료부터 살펴보았다. 많은 자료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박인근이라는 당시 시설장에 대한 비판 글 몇 편이 전부였다. ‘비리와 횡령으로 2년 6개월의 형도 다 받았는데 뭐가 문제지?’ 싶었다. 사법연수원에서 실습 나온 친구에게 대법원 판결문을 구해 분석을 부탁했고, 주변 변호사들에게도 자문을 구했다. 하지만 공소시효 등의 문제로 이 사건은 더 이상 다룰 수 없는, 이미 끝난 사건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앞에서 노숙을 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는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계속 맴돌았다. 이미 끝난 사건을 뭘 어쩌자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졌다. 국회 앞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는데, 그가 곧 책 한권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초고가 나오면 보여줄 수 있겠냐는 말에 그는 며칠 후, 상당한 분량의 원고를 건네주었다. 84년부터 87년 사건이 드러날 때까지 형제복지원에서 그가 경험한 인권침해와 그곳에서 정신질환을 얻게 되어 사건 후 헤어져 행방을 모르고 살다 26년 만에 정신병원에서 아버지와 누나를 찾은 사연이 가슴을 찌르는 분노의 언어로 기록되어 있었다.

 

사실 이 글 한편이라면 형제복지원 사건 같은 끔찍한 수용소에서의 강제노역, 폭행, 성폭행 등의 인권유린이 가능했던 원인과 실체적 진실에 대한 접근은 어려웠을 것이다. 단지 부도덕한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건의 서술이란 충격과 역사적 기록이 될 수 있지만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왜 그러한 일이 가능했는지를 따져 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은 반헌법적이고 반인권적인 사건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한 기록도 있었다. 한예종의 전규찬 교수가 [부랑인의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내무부훈령410호]라는 국가 정책이 이 모든 것의 배후였다는 점을 지목한 것이다. 가해자인 박인근 원장의 대법원 판결로 모든 사건이 일단락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건으로 읽혀졌지만, 한종선의 분노와 의문, 전규찬의 내무부훈령 410호란 국가정책 발견과 재해석이 형제복지원 사건을 28년 만에 다시 끄집어 낸 것이다. 그리고 박래군 인권활동가는 수용소, 시설 비리의 역사를 정리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배제와 감금의 시대를 재조명했다.

 

그 후, 2012년 12월 몇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국회 진선미의원실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의 법학자들, 그리고 민변의 과거사위, 49재단, 발바닥행동 등은 수차례의 토론을 거쳐 이 사건을 안보와 경제발전의 희생양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은 국가폭력의 문제로 규정하고 자료를 모았다. 국가기록원에서 형제복지원 자료 일체를 찾아 제본한 자료만 해도 수 십 권에 이르고 과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위원회 조사관들, 사법연수원 인권법학회원들의 참여로 자료를 분석해 나갔다.

 

이와 동시에 필요했던 것은 한종선 씨와 같은 피해생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었다. 국가가 만든 ‘부랑인’이라는 상상적 개념의 올가미에 갇혀 2-30년 동안 자기 탓만 하며 숨죽여 살아온 생존자들의 일종의 커밍아웃이 절실히 필요했다.

 

대책위는 2013년 3월부터 8개월의 준비모임 동안 국가책임이라는 부분을 다양한 각도에서 밝혀내는 작업을 했고, 간간이 언론에 노출시켜 생존자들의 자발적 연락을 기다렸다. 약 10개월 정도가 지나자 2-3명의 피해생존자가 나타났고, 이 분들의 증언을 기록해 [피해생존자 증언대회]를 가지며 자료와 증언, 두 가지의 객관적 근거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모인 사람들

 

드디어 2013년 10월 22일, 형제복지원 사건의 국가책임을 조명하는 학술대회를 통해 공론화 했고, 21개의 단체로 구성된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도 공식 출범을 했다.

 

대책위에는 과거사운동을 하는 단체부터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와 홈리스행동처럼 복지운동을 하는 단체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조직들이 참여했다. 그 만큼 형제복지원 사건은 과거에 벌어진 과거사이지만, 피해생존자의 트라우마가 존재하고 현재의 복지정책까지 영향을 주는 현재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론회, 공청회 등으로 사건의 본질을 알려내고 피해생존자들이 직접 고통받아온 세월의 설움을 토해내도 우리 사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2014년 2월 안전행정부 2차관이 관심이 있는 듯 부산시, 국가기록원, 안행부 과거사위, 복지부 등 관계기관을 소집해 대책위와 회의 자리 한 번 마련한 것 말고는 모르쇠로 외면했다. 당시 정부는 “단일 사건에 대한 특별법이 꼭 필요한가? 자료가 너무 없다, 개인 문제 아니었는가?”라고 이야기하며 단 한곳의 사회복지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건으로 실체적 진실을 은폐, 축소하려 했다.

 

이에 대책위는 특별법 제정 청원운동을 벌였고, 2014년 3월 23일 진선미의원 등 55명의 국회의원은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하지만 정부 측의 주장대로 국회 역시 이를 개별 사회복지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건으로 해석해 해당 상임위를 보건복지위로 배정했다. 상임위의 배정이 중요한 이유는 ‘진실규명’이냐 ‘피해생존자 구제’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였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호와 자립, 복지’라는 허울로 신체적 자유를 구속한 어두운 대한민국 현대사를 재조명하고 밝혀내는 일이다. 대책위는 과거 『한센인 특별법』을 거울삼아야 했다. 한센인에 대한 감금과 배제의 역사 또한 국가폭력의 일환이었지만,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치한 위원회는 피해자 신청-심사-생활지원 결정을 하는 유명무실한 위원회로 전락해 진실을 규명하고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방향으로까지 가지 못하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형제복지원 사건, 국회를 향하다

 

따라서 대책위는 이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로 회부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명과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춘 내용으로 보완을 했다. ‘내무부훈령410호’라는 국가정책에 방점을 찍고 형제복지원 사건만이 아닌 동시대 비슷한 수용소 인권침해 문제도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대표 발의한 진선미의원의 동의를 구해 법안을 철회하고, 2014년 7월 15일 「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등 피해사건의 진상 및 국가책임 규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란 긴 이름의 법안을 재발의 했다. 이 법안은 ‘내무부훈령’이라는 지금의 행정안전부의 지침이었기 때문에 결국 우리가 바라던 ‘안전행정위원회’로 회부되었다.

 

법안이 발의되면 의원들이 알아서 논의하고 통과시킬 줄 알았다. 순진한 생각이었을지 모르지만,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방송과 한겨레신문 토요판의 연속 시리즈 기사 등 다양한 언론매체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의 숨겨진 진실과 생존자들의 고통을 연일 보도했기 때문이다.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하기도 해서 사회여론화는 충분히 됐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다음은 국회 몫 아닌가. 하지만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 책상 위에 잠자고 있는 수많은 법안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2014년 7월에 발의된 이후 논의 움직임이 없자, 피해생존자들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국회에서 피해생존자 증언대회도 열고, 대책위와 생존자모임이 미온적인 의사표명을 하는 안행위 의원들의 방을 수시로 방문하며 호소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호소와 설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짜증스러웠지만 도리가 없었다. 할 일을 하라는 당연한 요구가 사정하는 듯한 모양새로 비춰지는 상황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2014년 12월 진상규명에 대한 명확한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알리는 자료조사 발표회를 열고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지만, 행자부는 “과거사와 관련한 일체의 것을 다루지 않기로 한 것이 현 정부 입장이다”라는 애초의 입장만을 고수할 뿐이었다. 청와대의 방침이란 얘기다.

 

1차 법안소위에서는 ▲단일 시설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꼭 특별법을 통해서 해야 하는가 ▲국가책임이란 것의 근거가 무엇인가, 이미 결론을 내놓고 하는 진상규명이라는 것 없다 ▲배상 책임은 국가책임이란 결론이 났을 때 가능한 것이다 ▲국가 보상에는 예산이 필요하다 ▲왜 과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않았나 ▲동행명령, 자료제출 요구 등의 수사권은 사법기관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등의 논의가 있었다.

 

이에 대책위와 피해생존자모임에서는 일단 진상조사에 대한 착수가 중요하니 배, 보상과 강력한 조사권한 등은 모두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야당에 표명했다. 새누리당에서 딴죽 걸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도 ‘국가책임’에 대한 부분은 양보할 수 없었다. 다시 개인의 도덕적 문제와 비리 문제로 흘러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법안 핵심 내용에 대해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더 이상 논의를 진척시키지 않았다.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안행위 법안소위 논의가 정리되어야 하고, 새로 제정되는 입법이기 때문에 상임위에서 공청회도 열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법안 소위에서 합의된 내용으로 다듬어 안행위 본회의에 상정, 다시 통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 후에는 법안심사위원회, 그리고 본회의 통과...아직도 긴 여정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키는 조원진 새누리당 간사가 쥐고 있었다. 야당은 이미 법 제정으로 입장을 정리했지만, 논의할 법안의 순서를 정하는 여, 야 간사의 합의가 필요하다. 진선미의원은 상임위가 열릴 때마다 법안 논의를 요구했다. 그러자 지난 2월 진영 위원장은 “4월에는 꼭 공청회를 하자”고 발언했다. 하지만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등으로 국회는 또다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어물쩡 시간을 넘겨 버렸다. 대책위와 생존자모임은 4월 27일 ‘법 제정을 요구하는 삭발식’을 가졌고 생존자들은 눈물로 또다시 분통을 터트리며 호소했다. 언제까지 피해자들이 거리로 나와 악다구니 쓰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걸까. 그 날 기자회견 후 안행위 의원실과 여,야 간사들의 방을 방문한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당일 상임위에서 진영위원장은 “이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여, 야 간사들에게 공청회 일정 등을 잡으라 했다. 빨리 논의하도록 하자”고 발언했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 야 간사 방에서 확답을 기다리던 생존자분들은 그제야 안심을 하고 발길을 돌릴 수 있었지만, 매번 뒤통수 맞은 경험 때문에 피해생존자모임에서는 “공청회 날짜가 정해질 때까지 노숙 연좌농성을 하겠다”고 했다.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지 200일이 지났지만 그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상황 인식에서 였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4월 말, 생존자들은 그렇게 ‘거리의 잠’을 선택했다.

 

당사자들의 진정성 있는 행동은 거부하기 어려운 그 무엇인가 보다. 국회는 7월 3일 안행위 공청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조원진 새누리당 간사는 “정부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애매한 말로 면담을 회피해왔는데 역시나 정부 측 추천 토론자였던 이근동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행자부 자문변호사)는 “진상규명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특정한 사건을 위한 특별법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현행법제도 안에서 민사소송으로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할 수도 있다”면서 특별법 제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민사소송은 소를 제기한 측에 입증 책임이 있는데, 28년이 지난 사건에 대해 현재 피해생존자들이 과연 방대한 국가 자료들을 찾아내 입증할 수 있겠느냐”며 맞대응했다. 또한 인권위에 진정했으나 각하된 상황도 언급하자 이근동 변호사는 말을 얼버무리며 “그러나 꼭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두서없는 결론을 내버렸다.

 

공청회 며칠 전 대책위가 많은 자료를 사전에 제공했었고, 그걸 검토했기 때문에 일면 동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영락없는 행자부 자문변호사였다. 공청회 바로 전, 행자부 국장이 “법 제정 반대!”를 강하게 주문했다는 후문인데, 그는 정부측 입장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10년대 일제강점 시기부터 6․25, 민주화 등을 거쳐 오는 동안 과거로부터 억울한 일들을 많이 입어왔다 ▲정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법, 대일항쟁기 특별법,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법 등을 제정하여 명예회복과 보상을 실시해 왔다 ▲수많은 개별 사건별로 일일이 개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현재 있는 법령 및 복지정책을 활용하여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사건들 중 형제복지원에 한하여 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할 것이므로 대국민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 수렴 과정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공청회를 방청하던 피해생존자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행자부 측 증인으로 나온 보건사회연구원 이태진 박사는 “전두환 정권의 사회정화사업이자 형제복지원의 무작위 체포, 감금 등 근거가 된 내무부훈령이 '부랑아', '노숙인'의 보호차원의 지원정책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해 피해생존자들의 공분을 샀다. 단지 국가의 복지정책 일환으로 부랑인을 단속했던 상황일 뿐이며 불가피한 복지정책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 정책의 문제와 한계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고, 오히려 “현재도 부랑인 용어와 개념을 노숙인과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내뱉었다.(관련법에서 모두 노숙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다들 고개를 기우뚱했다.

 

급기야 듣고 있던 강창일 야당 의원은 “이 법의 필요성과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태진박사에게는 질문할 꺼리조차 없다”고 비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하튼 1시간 이상 진행된 공청회에서 조원진 위원장 대리는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합의가 된 것 같다. 법안 심사에 참고하라”고 했는데, 상당히 고무적인 발언이었지만 생존자들은 생각만큼 기뻐하지 않았다. 이미 그들의 말이 여러 번 신뢰를 잃어서 일까?

 

자, 그 후 다시 2개월이 지났다. 9월 국정감사가 있을 것이고, 끝나면 상임위에서 법안 논의를 할 것이다. 생존자들은 “이러다 그냥 또 지나가는 거 아니에요?”라는 전화를 수시로 걸어오며 불안해하고 있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뭘 어째야 하는 건가요?”라면서 말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하지만 피해자들에게 품위 있는 자세를 취하도록 해줄 수는 없는 것일까? 2016년 4월이 총선이다. 19대 국회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이미 일부 의원들은 법안 논의보다 선거에 열중하고 있다.

 

“누나 집을 찾아달라고 찾아간 파출소에서 왜 나를 형제복지원에 보냈는지, 그 이유를 듣고 싶어요. 국가가 이제라도 나에게 그 대답을 해줘야 하지 않나요?”

 

어느 생존자의 물음에 대해 19대 국회는 화답해야 한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목, 2015/09/1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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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의협에 입 맞추려 보험재정 관리마저 포기하려는가?

– 건강보험재정 퍼주려는‘요양기관 자율점검제도’즉시 폐기하라!

극단적 집단이기주의 행태로 국민과 여론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에게 복지부는 또 다른 선물 꾸러미를 준비하고 있다. 현지조사에 대한 의료계의 거부감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이른바 ‘요양기관 자율점검제도’를 올 하반기부터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병의원 등 요양기관에서 청구한 진료비 중 단순 착오건 등 부당청구 개연성이 있는 항목을 발췌, 이를 해당 요양기관에 통보 후 자진 신고하면 현지조사를 면제해 주거나 행정처분을 감면조치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심평원이 해당 요양기관에게 ‘이런 형태의 부당청구가 의심되니 내역을 점검해보라’고 통보해주면, 요양기관 스스로 확인해서 부당청구라고 인정 시, 건보공단이 관련 급여비를 환수하는 절차이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를 훔쳐간 도둑에게 훔쳐간 물건 목록을 통보해주고 알아서 반납하면 용서해 준다는 식이다.

현재 요양급여비용 청구는 심평원의 전산심사로 기준에 맞추어 청구하면 실제 진료여부와 관계없이 심사⦁지급되는 구조여서 ’16년 심사 삭감률은 0.84%에 불과하다. 부당청구는 최근 5년 동안 67%나 증가했으며, 이마저도 실제 진료사실 확인은 전체 요양기관의 1% 수준 정도이다. ’16년 건보공단과 심사평가원이 복지부에 의뢰한 현지조사건은 727기관(건보공단 516, 심평원 211)에 불과했으나 적발률은 무려 94.4%에 달하였다.

복지부가 도입하려는 요양기관 자율점검제도는 건강보험 재정관리의 최소 수단인 현지조사를 통한 행정처분권 마저 포기하고, 더 나아가 문재인케어 성공을 위한 재정 보호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자율점검제가 시행될 경우, 병의원 등 요양기관은 밑져야 본전 식으로 일단 부당청구 해 놓고 걸리면 자율신고를 하는 식으로 부당청구가 만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 상황에서 요양기관 자율점검제는 부당청구를 부추기고 조장하는 제도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요양기관들이 자율점검제도의 심사패턴에 익숙해지면 심사·청구경향을 피해 보다 고도화된 편법적인 부당청구방법을 익힐 가능성도 높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각종 자율신고제도는 특정한 분야의 불특정 다수에게 특정한 기간에 법을 위반한 사항을 신고하면 행정처분 등의 감경을 받는 제도이다. 이와는 달리 복지부가 도입 운영하려는 ‘요양기관 자율점검신고제도’는 국내에서 사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변형적인 제도인 것이다.

5월 17일 복지부는 1차 시범사업 결과 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기관을 선정하여 통보한 결과 해당 요양기관 전부(100%)가 부당청구를 자진 신고하였다고 그 성과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는 부당청구 개연성이 있는 기관을 선정한 것이 아니라, 부당청구가 확정적인 기관을 선정하여 행정처분 감경 등의 면죄부를 준 것일 뿐이다.

복지부는 문재인케어를 통한 보장성 강화를 염원하는 국민 정서에 반하여 원칙 대신 편법적인 행보를 계속 보여서는 안 된다. 의료계의 자율적 정화수준이 일천한 상황에서 자율점검제도 도입은 보험재정 보호를 위한 수단들을 무위로 만들어 문재인케어 실현에 결정적 장애가 될 것이다 .

요양기관 자율점검제도를 도입한다면 통상적·일반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들과 현지점검을 통해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명백히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이 또한 현지조사의 역할과 제재에 대한 강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현지조사를 대체하는 의미로 도입되어서는 안 됨을 명백히 밝힌다.
아울러 복지부가 의사협회에 끌려다니는 행태가 계속된다면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노동,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대규모 대회를 개최하여 정부를 규탄할 것이다.

2018년 5월 2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문의 : 경실련 사회정책팀(02-3673-2145)

목, 2018/05/2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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