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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유감’…돌고 돌아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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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유감’…돌고 돌아 제자리

익명 (미확인) | 수, 2015/08/26- 20:26

전반적으로 잘 됐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이번 공동보도문이 나오지 않았다면…칼을 뺏던 사람들이 칼을 휘두르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야? 자존심이 있으니까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합의문은 잘 된 합의문으로 평가합니다
–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8월 4일 : 목함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으면서 시작된 남북간 준전시상태가 보름만에 해소되고 남북공동 합의문이 발표된 것에 대해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물론 이는 대승적 차원의 시각이다. 남북이 합의한 공동보도문 내용은 청와대나 집권당이 대치 기간 중 쏟아낸 다짐과 비교하면 상당한 거리가 있다.

8월 24일 : 남북회담이 진행되는 도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무엇보다도 현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지뢰 도발을 비롯한 도발 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북한의 확실한 사과를 요구했다. 같은 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다시는 도발의 도 자도 꺼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8월 25일 : 남북회담의 대표였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도 공동보도문을 발표하면서 이번 회담은 “근본적으로 금번에 발생한 지뢰도발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 북한이 주체가 되는 사과를 받아내고 재발 방지의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정 수뇌부의 공언과는 달리 남북공동보도문 어디에도 북한이 주체가 되는 사과나 재발방지의 약속은 없었다. ‘유감’이라는 공동보도문의 문구는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의 강경 입장을 무색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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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남북협상엔 분명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합의문의 문구보다는 일단 남과 북이 화해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게 대통령이 사실은 그날 2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전 정권들과는 달리 지뢰도발에 주체가 누구인지를 명시하는 그런 식의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큰소리를 쳤지.그런데 그럼 난 이번 협상은 결렬이다, 그렇게 되면 합의문 못 만든다 생각했는데, 결국 12시간만에 주어가 분명치 않은 어떻게 보면 유체이탈 화법으로 이야기하는 거에요.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합의문구에서 좀 손해 보고, 이익 보고 이런 것은 우리가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요. 누차 말씀드렸다시피 김정은이 이런 합의에 개입을 하면서 결과를 만들어냈잖아요. 이것은 굉장히 실용주의적인 김정은의 협상태도를 증명해 냈다는 하나의 케이스가 될 수 있다…그런 면에서 좋은 기회가 된 거죠.
–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문가들의 말대로 남북 관계라는 것은 누가 이기고 졌는지를 명확하게 나누는 것이 애당초 불필요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또 서로의 체면을 감안하여 합의사안에 대한 문구도 모호하게 쓸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번 합의문이 그런 경우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왜 임기의 절반인 2년 반 동안 제대로 된 대화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서 북한과 소모적인 신경전만 벌였던 것일까? 전문가들이 이번 합의를 만시지탄이라고 아쉬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남북간에 합의하면 되는 겁니다. 얼마든지 가능했어요.그런데 그동안에 사람이 죽고 다치고, 주민들이 생업현장에서 뿌리 뽑혀가지고 무슨 난민 수용소 같은 데 피난을 가질 않나. 이런 것들이 국가적으로 아픔과 손실을 겪고 2년 반만에 왔다는 그 자체가 아쉽습니다.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이명박 정부 이후,그리고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남북관계는 꼬일대로 꼬여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나 ‘통일 대박론’을 내세웠지만 남북관계는 더 악화됐다. 정부는 수시로 응징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남북 간의 대화나 소통은 없이 간헐적 도발과 신경전만 지속됐다.

▲ 박근혜 대통령, 2014년 7월 16일 전군주요지휘관 회의

▲ 박근혜 대통령, 2014년 7월 16일 전군주요지휘관 회의

이렇게 수시로 남북 간의 군사적 마찰이 일어나다 보니 지난 20일 남북의 포격으로 대치 국면이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미 국무부의 기자 브리핑 룸에서는 한반도 문제가 이란, 시리아, 인디아, 파키스탄, 이집트 문제 다음에 겨우 6번째로 거론됐다.

더구나 미국 기자의 질문도 북한의 도발이 한미군사훈련 때면 으레 발생하는 도발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링크).

현재 미국에선 내년 대선에 거의 모든 신경이 쏠려 있고, 중국은 위안화 하락과 주가폭락을 겪고 있다. 두 나라 모두 한반도에서 긴장이 격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 상황이 이번 남북 합의를 이끌어 낸 하나의 배경이 됐다는 진단도 있다.

미국 국방예산이 매년, 2013년부터 500억 달러씩 삭감되는 제도를 적용하고 있잖아요.그런 점에서 한반도에서 새로운 군사개입의 불가피성이 대두되면 미국이 참 곤혹스럽습니다. 그래서 미국도 되도록 말로 풀어라고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한국정부가 북한과 대화할 수 있도록 우선 미국이 강력한 방향제시를 했다는 거, 또 중국은 북한에 대해서 이런 열병식을 앞두고 전승절 행사를 앞둔 상황에서 평화를 깨는 분위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비공식적으로도 전달했고, 그러다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합의 바로 전날 환구시보에 열병식 행사를 저해하는 세력은 반드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 나왔던 것이죠.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어떻게 대화 자리에 앉게 됐느냐? 그건 국제사회가 개입을 했다, 그런 추측을 우리가 하고도 남습니다. 전쟁위기로 가는 것은 미국과 중국, 국제사회 이익에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입할 수 밖에 없었다는 계산들이 있었다고 보고, 그래서 미국과 중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소위 무박 4일이라는 협상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죠.
–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26일) 새누리당 의원 전원을 초청한 오찬에서 이번 남북협상과 관련해 ‘끝까지 원칙을 지켰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이번 남북 합의가 대통령 임기를 절반이나 보낸 뒤에 사실상 최초로 이뤄낸 진전이란 점에서 그렇게 자랑할 만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이번 협상 결과를 보면 박근혜 정부는 과거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시절 자주 이뤄졌던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협의를 다시 진행하기로 하고, 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 회담을 개최하기로 겨우 합의했을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남북 관계는 돌고 돌아 이제야 이전의 자리로 향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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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이명박의 비밀부대 국정원 공작 은밀하게 꼼꼼하게
그것이 알고 싶다' 지난 9년 정권 의혹의 실체 조명 23일 방송되는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는 국가기관을 이용해 여론을 장악하고 조작했던 지난 9년 정권이 가진 의혹의 실체를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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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2017/09/2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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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하는 것 같다. 1970-80년대 정부 고위관료들이 평온하게 공부했던 미국이라는 나라가 갑자기 전두환 군사정부보다 더 우파적인 정부로 바뀐 것 같다. 

특히 안보와 군사분야만큼 시급한 문제는 없으며, 한국은 빨리 입장을 정해야 한다. 억만장자와 극우파로 이뤄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대규모 군사대결을 준비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 그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주한일본대사의 갑작스런 본국 소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워싱턴 극우파들은 일본을 끌어들여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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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의 한반도

트럼프는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한반도와 관련된 미국의 군사적 태도에는 그동안 거대한 변화가 있었다.

미국군사전대학 전략연구소(The Strategic Studies Institute of the United States Army War College)는 최근 “대도시에서 일어날 군사적 긴급상황(Military Contingencies In Megacities and Sub-Megacities)”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미국이 대규모 사상자를 만들어낼 대도시 내 군사충돌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필 윌리엄 교수와 워너 셀르 교수가 쓴 이 보고서는 또한, 그런 군사충돌은 가까운 장래에 일어나며,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서울이 그런 군사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도시로 거론된다. 그들의 주장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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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그럴싸한 시나리오는 그런 군사충돌이 서울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사례와 유사하다. 2300만명이 살고 있는 서울과 그 주변은 한국 경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서울을 잿더미로 만들 전쟁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과의 전쟁일 것이다.

또한 이 보고서에서 서울은 반드시 방어돼야 할 동맹의 수도가 아니라, 더 큰 지정학적 게임의 희생자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수 백만명의 서울시민들은 이러한 지정학적 게임의 어쩔 수 없는 희생자로 묘사된다.

이러한 식의 인식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미군 군부는 한국을 동맹국이 아니라, 중국을 꼼짝못하게 만들 전쟁무대로 보고 있다. 그들은 한국을 시리아나 우크라이나에서 본 것처럼 대리전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13일,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자는 그런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는 또한 중국의 남중국해 접근을 봉쇄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중국이 하와이를 미국으로부터 독립시키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이런 악몽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한국은 외국세력 간의 소규모 대리전을 불러올 국내정치의 분열을 끝내기 위한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자신의 독립을 지켜내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계획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비전과 계획은 비싼 로비스트를 고용해서 한국이 미국의 무기시스템을 살테니, 미국은 한국을 떠나지 말라고 로비를 하는 것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전쟁상인들은 중국과의 충돌을 돈벌이를 위한 기회로 삼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이 이미 수명을 다한 상황에서 그들은 열전이든, 냉전이든 다양한 전쟁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위기가 크면 클수록, 그들의 권력은 더 오래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인이 중국을 방문해 미국 극우파와도 협력하지만, 중국과도 친구로 지내겠다고 말하는 것으로 중국을 달랠 수 없다. 중국인들은 바보가 아니다. 중국인들은 권력을 잡은 미국 극우파들이 중국과의 충돌을 통해 자신의 통치를 유지하려는 것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지금과 같은 경제침체기에 군사주의는 강력한 정치적 무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와 그의 내각은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다. 그들이 핵전쟁의 위험을 두려워할까? 그들은 예측할 수 없는 극단적 사태로 인한 정치적 이득에 관심이 많다. 그들은 어쩌면 몇 달 안에 안보와 관련해 한국이 당연히 여기는 것을 무효화할지 모른다.

지난 30년동안 잘 살아왔던 한국인들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정치, 경제, 문화적 위기를 맞닥드릴 지도 모른다.

G2사이에서 한국의 생존법

400년 전, 조선은 임진왜란때 구원병을 보내준 명나라가 동물의 시체를 뜯어먹는 하이에나 또는 독수리같았던 환관들과 부패한 관리들에 의해 임진왜란 이후 30년 만에 망한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천계제(1620-27)때 이미 명나라에 망조가 들었을 때도, 그리고 1640년 멸망했을 때도 조선은 여전히 중국에 대한 사대를 멈추지 않았다.

지금 한국은 국내․외의 안보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상대로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이다. 그러한 비전은 뚜렷한 명분과 도덕적 권위를 바탕으로 주변 4개국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순진한 이상주의라고? 절대 그렇지 않다. 오직 이것이 한국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안타깝게도 미국과 한국에서 한국의 안보 관련 전문가들은 전쟁무기상에게 구걸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들 중에는 현재 한국의 안보를 진짜 고민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해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해답을 찾으려면 최근의 한국 정치상황에서 사라진 상상력, 창의력, 순수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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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동아일보)

요즘 한국의 정치인들은 소녀들과 셀카를 찍거나, 정치이슈에 대한 피상적인 대담을 나누는데 바쁜 것 같다. 이들 중에 미국의 점증하는 군사주의 또는 핵전쟁의 위협을 경고하는 정치인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탄핵국면에서 세계적인 전쟁위협에 대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

먼저 한국은 자신의 정치적, 외교적 의제를 밀어붙이기 위해 트럼프가 구사하는 ‘예측불가능성의 정치(politics of unpredictability)’의 속성에 대해 배워야 한다. 물론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트럼프의 수법을 배우라는 것이 아니다. 예측불가능성은 전술적 차원의 것이지, 전략적 차원의 것은 아니다. 국가의 행동은 예측가능해야 하고, 원칙은 일관돼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이 중국과 북한에 대응한 안보와 군사적 역할에 대해 미국과 한국의 공통가치에 기반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저모양 저꼴이지만, 그래도 한국은 비확산, 군축, 관여 등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확고히 지지해야 한다. 즉 한국은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따르고 있는데, 오히려 지금 미국이 더 이상 그 가치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용기있게, 그리고 수사적으로 세련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의 철학자 오기우 소라이(荻生 徠)는 “바둑의 고수가 되는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기존의 규칙을 완벽히 익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어떤 역사적 시점에는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내는 전략이 최상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특히 작은 나라일수록 용감하게 이슈를 정의하고, 의제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비이성적이고, 군사적인 트럼프 행정부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눈치를 보는 것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

한국은 기본으로 돌아감으로써 한국과 동아시아 안보와 관련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지금 위험요소는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주도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무모하게 중국과의 충돌을 추구하고, 구식 무기를 팔려고 하는 것은 안보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비이성적인 상황 속에서 한국은 진짜 안보가 무언인지 고민한다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친구를 만날 것이다.

‘미국의 가치’로 트럼프를 설득하라!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안보 이슈는 사드 배치 문제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 한국 배치를 밀어붙일 것이다. 또 한국과 미국의 일부 세력들은 지금 한국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할 것이다.

최근 중국의 한국 방공식별구역 침범과 같은 기사는 워싱턴의 정치컨설팅업체가 기획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말을 중국이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사드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은 분명 한국이 당면한 안보 이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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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www.redian.org/archive/100334)

아쉽게도 지금까지 사드 관련 논쟁은 사드 배치로 한국이 중국으로 어떤 보복을 받을지, 또는 사드 자체의 무용성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느 누구도 사드 배치의 뒤에 숨어있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계획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2년 6월 13일, 부시행정부는 1972년 체결된 ABM(Anti-Ballistic Missile)조약을 파기했다. 그 이후로 미국은 MD시스템을 통해 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 있다는 환상을 유포하고 있다. 간혹 MD가 미사일을 막을 순 있겠지만, 핵을 장착한 대륙간 미사일을 막을 수는 없다. MD는 몇 가지 대응조치만으로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

대륙간 미사일을 방어하는 유일한 길은 오직 사려깊은 협상을 통하는 것 뿐이다.

그런데도 부시와 오바마행정부는 그런 협상을 무시하고,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의 위협에 대응한 대책으로 MD만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인력으로 운영되는 군대를 아예 없애버리려는 군수업체의 음모와 관련이 있다.

레이건 행정부 이래로 군수업체들은 군대때문에 수 십억 달러의 비용만 낭비된다고 생각해 왔다. 그들은 훈련된 전문 군인들을 원치 않는다. 대신 그들은 인력 중심의 군대를 값비싼 무기체제로 대체하려고 한다. MD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여기에 미국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체제 탈퇴 결정까지 내리면 사태는 매우 위험해진다. 이 조약은 핵무기 보유 국가를 제한하는 국제조약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이스라엘과 인도의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해줬다. 더군다나 오바마행정부는 북한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핵무기를 개발했다. 이것은 명백히 NPT 규제 위반이다.

내가 제안한대로 한국이 주도권을 발휘한다면, 분명히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어떤 식으로 나오든, 트럼프 행정부는 트집을 잡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게 정치적 술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유일한 정치세력이 아니고, 미국 역시 세계 유일 강대국은 아니다. 한국이 용기있게 지역 내 무기감축협정을 제안한다면,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지지세력이 응원할 것이고, 심지어 미국의 펜타곤 안에도 지지세력이 나타날 것이다.

문제는 무엇이 옳은 정책인지 여부가 아니라, 한국의 정치인이 매우 허약하고, 겁쟁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정치인은 언론으로부터 비판받는 것에 전전긍긍해 한다.

만약 향후 6개월 동안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온갖 협박과 적대정책을 잘 견뎌내고, 위에서 말한 원칙을 고수한다면, 한국은 그동안 한국을 의심했던 다른나라로부터 호감을 얻고, 그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워싱턴 외교가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그런 의지를 갖고 버티면 반드시 성과를 얻을 것이다.

또한 한국이 지역 내 무기감축을 주도적으로 제기하면 북한도 동조해 핵무기 생산을 제한하고, 결국 감축에 동참할 것이다. 우리가 핵전쟁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려면 감축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한국 언론에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도 핵무기를 개발하라고 촉구하는 기사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한국이 핵무기를 가지면 더 안전해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반대로 한국의 핵무장이 일본,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도미노 가설이 더 현실적이다. 중국은 현재 300개 정도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비상시에는 즉시 만 개로 늘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즉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이 ‘미국의 전통적 원칙’에 충실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충돌을 추구한다면, 오바마와 시진핑 사이에 이뤄진 기후변화 협력 및 군사협력을 상기시켜야 한다. 그런 행동은 미국과 중국 양국으로부터 한국에 대한 존경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한국의 또 다른 역할은 동아시아의 지역안보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역내 테이블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기서 드론, 로봇, 사이버전쟁, 3D프린팅과 같은 기술 등에 의해 촉발되는 위협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기술의 이용을 제한하는 합의를 이끌어내고,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는 규범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한국은 지역 안보와 관련한 정책혁신가가 되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한국은 첨단기술을 보유했지만, 그와 관련된 이론과 정책을 스스로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안보 개념과 관련해 혁신적인 시도를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핵심 안보 이슈로 삼아라

한국은 기후변화가 인류 전체의 위협이 되고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안보개념을 기후변화를 포괄하는 것으로 확장해야 함을 주장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군대는 축소하고, 중국, 미국, 한국 또는 다른나라 군대와의 협력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 이렇게 미사일, 전투기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고 나면, 남는 돈만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쓸 수 있다. 기후변화는 전쟁 못지 않게 우리의 생존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류가-배출한-온실가스는-기후변화의-주범
(사진 출처: https://atomstory.or.kr/p/49411/?print=1)

이처럼 한국이 기후변화 이니셔티브를 주도하는 것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왜냐하면 기후변화 이니셔티브를 통해 한국이 얻는 국제적 평판은 친중이냐 친미냐는 딜레마에서 벗어나, 중미 양국에서 한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주창하는 기후변화 이니셔티브는 미국과 중국 내 지지그룹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제적 평판을 구축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비위를 맞추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의 전략은 군수업체들을 자극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안보가 군수업체에 의해 좌우돼서는 안된다. 그리스 철학자 투키디데스는 “행복의 비밀은 자유이고, 자유의 비밀은 용기”라고 말했다.

중국 네이멍자치구에 위치한 쿠부치 사막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서서히 베이징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북한은 산성토양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점점 토종생물이 사라지고 있다. 미국은 향후 20년 안에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될 것이고, 더 이상 한국에 농작물 수출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부산과 인천은 높아진 해수면에 잠길 위협에 처해 있다.

문제는 이런 문제에 어떤 준비도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싱크탱크는 이런 문제에 대해 전혀 얘기하지 않는다. 그곳의 전문가는 오직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기후변화는 매우 현실적이다.

지난 수 십년동안 미국산 무기를 사기 위해 수 십억 달러를 썼지만,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이런 진실에 대해 여러분들이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정부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을 향해 군비의 60% 이상을 기후변화에 써야 한다고 요구해야 한다. 그런 요구가 비현실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면 한국은 이 분야에서 국제적 평판과 리더십을 갖게 될 것이다.

첫 걸음은 동북아시아 역내 국가 간의 논의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즉시 실행가능한 행동계획을 도출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현재의 군비지출을 기후변화 지출로 전환하는 체계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예컨대 해군은 해양보존, 공군은 대기와 오염가스 배출, 육군은 숲과 토양, 해병대는 다양한 환경이슈를 담당하는 식이다. 정보부대는 지구적 차원의 환경문제를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맡으면 될 것이다.

일단 이런 계획이 수립되면 국가간 협력도 가능해질 것이다. 기후변화가 공동의 적인 상황이라면, 미국, 중국, 일본, 한국은 너무 자연스럽게 협력하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한국이 직면한 진짜 안보 위협은 기후변화이며, 이 의제의 이니셔티브를 발휘함으로써 한국이 주변국들로부터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설명했다. 물론 이렇게 하는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이 직면한 안보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누군가는 이것이 너무 비현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비현실적이기로 따지면, 미사일과 폭격기에 초점을 맞춘 안보가 더 비현실적이다.

기후변화는 분명히 현실적이다. 한국이 먼저 행동에 나선다면, 분명히 세계가 그 뒤를 따를 것이다.

화, 2017/01/1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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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사거리 광고탑에 올라 고공 단식농성을 했던 노동자들이 농성 27일만에 지상으로 내려왔다.

금속노조 콜텍지회 등 6개 노조로 구성된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 소속 노동자들은 지난 4월14일부터 광화문 사거리 40m 상공 광고탑에서 단식농성을 벌여왔다.

고공농성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은 △김경래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조 동양시멘트지부 부지부장 △오수일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대의원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 △고진수 세종호텔노조 조합원 △김혜진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민주노조사수 투쟁위원회 대표 △장재영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 등 6명. 이중 이인근 콜텍 지회장은 건강 악화로 지난 6일 단식을 중단, 현재 녹색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들이 대선기간에 광고탑에 올랐던 이유는 대선후보들이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 등 근본적인 노동문제 해결을 약속해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대선후보는 없었다. 그렇게 대통령선거는 끝났고,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했다. 같은날 이들은 고공 단식농성을 중단했다.

공투위측은 “1700만의 국민이 촛불을 밝혔고, 박근혜 정권을 파면시켰지만 그 투쟁의 맨 앞에 섰던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이는 없었다. 문재인을 비롯한 대선주자들도 마찬가지였다”며 “이제는 고공단식투쟁을 결의했던 그 마음으로 땅에서 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겠다. 그렇게 문재인 정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취재 : 홍여진
촬영 : 김기철, 신영철
편집 : 정지성

수, 2017/05/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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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에서 ‘이미지 정치’를 잘하는 정치인을 꼽는다면 단연 박근혜 대통령이다. 시장상인들로부터 뜨거운 환대를 받는 모습을 보면, ‘선거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려 보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난 지금, 시장 상인들의 민심은 싸늘하게 바뀌었다. 재래시장 방문으로 상징되는 박 대통령의 이미지 정치의 실제 모습은 어땠을까?   

▲ 2013년 대통령 취임 보름을 앞두고 박근혜 당선인이 중곡제일골목시장을 찾아 물건을 구입하면서 환하게 웃고있다. (출처: 부천타임즈)

▲ 2013년 대통령 취임 보름을 앞두고 박근혜 당선인이 중곡제일골목시장을 찾아 물건을 구입하면서 환하게 웃고있다. (출처: 부천타임즈)

뉴스타파 목격자들 취재진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2015년 두 차례 방문했던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골목시장을 찾았다. 당시 대통령이 직접 순대를 샀던 곳. 그런데 대통령의 얼굴이 나오는 사진 부분을 살짝 가려놨다. 최근 손님의 항의가 잇따르면서, 대통령의 얼굴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중곡시장의 한 가게. 박근혜 대통령 방문 사진을 걸어 놨지만, 최근 손님들이 항의가 잇따르자, “곱창, 족발 문구”로 대통령의 얼굴을 가렸다.

▲ 중곡시장의 한 가게. 박근혜 대통령 방문 사진을 걸어 놨지만, 최근 손님들이 항의가 잇따르자, “곱창, 족발 문구”로 대통령의 얼굴을 가렸다.

심지어 가게 벽면에 걸어놨던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 사진도 사라졌다. 원래 액자로 만들어 가게 안 벽에 걸어 놨는데, 지금은 가게 뒤 창고에 보관중이었다. 최근 두달 사이, 민심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 가게 한쪽 벽에 걸려있던 박근혜 대통령 방문 사진은 현재 가게 창고에서 보관하고 있다.

▲ 가게 한쪽 벽에 걸려있던 박근혜 대통령 방문 사진은 현재 가게 창고에서 보관하고 있다.

시장상인들은  “옆에서 누가 도움을 주지 않으면 물건을 쉽게 고르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일상 생활’을 잘 모르는 것 아니냐는 행동도 목격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게  박근혜 대통령이  감자를 고르며 냄새를 맡는 모습이었다.  실제 냄새를 맡고 감자를 고르는 손님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시장상인은 “감자라는 게 흙냄새밖에 안 날텐데 무슨 냄새를 맡는 것인지 의아스러웠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감자 냄새를 맡으며 감자를 고르고 있다. (출처: 중부일보)

▲ 박근혜 대통령이 감자 냄새를 맡으며 감자를 고르고 있다. (출처: 중부일보)

정치인 박근혜의 ‘이상한 점’은 더 많이 발견된다. 사진 작가 노순택 씨는 2001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그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인터넷에 능숙했음을 자랑했다고 한다. 심지어 아마존에서 자주 책을 ‘직접’ 구입해 읽는다고도 했다.

그런데, 당시 노순택 작가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노 작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힌 당시의 회상은 이렇다.  “그의 방에 그가 쓴다던 데스크 탑이 한 대 있었는데, 모니터와 본체는 있으되 키보드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상해, 왜 키보드가 없을까. 아마존에서 책을 직접 구입해 읽는다는 게 사실일까?”하고 되물었다고 한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광화문 천막생활을 하고 있는 노순택 작가를 만났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광화문 천막생활을 하고 있는 노순택 작가를 만났다.

황상민 前 연세대 교수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정치인 박근혜의 이미지를 탐색해왔다. 그가 분석한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귀공녀’였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에는 ‘출신 좋은 에비타’라는 이미지였다고 말한다.

심리연구소 ‘함께’의 김태형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연산군’에 비유했다. 세상이 무서워 폭군이 된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도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보복정치를 했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정당 해산이나 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에 대한 ‘공천학살’ 등이 그 예다.  

누구도 믿지 못한다는 불신과 두려움이 대면보고 기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화법은 “섞여지는 대화”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대통령과 대화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철저하게 자신이 준비한 말만 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보면서 대화가 오가는 그런 식의 섞여지는 대화를 안 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장훈 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로봇’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회에서 직무정지를 위한 탄핵을 앞두고 있는 지금, 박 대통령의 심리상태는 어떨까?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최악의 불통 대통령’, 국정농단의 범죄 피의자이기도 한 박근혜 대통령, 18년 정치 인생을 돌아보면서 그동안의 발언과 행보를 통해 그의 심리를 분석했다.


취재작가 곽이랑
글 구성 김근라
취재 연출 박정남

금, 2016/12/0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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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씨가 정호성 비서관을 통해 넘겨받은 각종 청와대 문건 가운데는 박근혜 정부 인수위 시절의 ‘미완성 내각구성도’와 비상 국정운영 체계 가동방안’이 포함돼 있다. 이 문서들은 검찰이 최 씨를 기소하면서 발표한 47건의 기밀자료 가운데 일부로 알려졌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완성 내각구성도’ 넘겨받은 최순실…초대 내각 인선 개입 가능성

검찰은 최순실 씨가 사용하던 태블릿PC와는 별도로 최 씨의 비밀창고에서 또 다른 컴퓨터를 압수해 분석했다. 그 속에 저장돼 있던 문건 가운데 파일명 ‘130211 행정부_3안.pptx’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 시절이던 2013년 2월 11일에 작성된 것으로, 새 행정부의 골격을 짜는 과정이 담겨 있는 문건이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이 문건을 자신이 최 씨에게 전달했다고 시인했다.

▲정호성이 최순실에게 넘겨준 ‘미완성 내각구성도’

▲정호성이 최순실에게 넘겨준 ‘미완성 내각구성도’

문건에 그려진 조직도에는 국무총리 정홍원, 국가보훈처장 박승춘 등 당시 사실상 내정된 장차관급 인사들이 표시돼 있다. 또 국가정보원장 자리에는 김재창과 이병호가,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는 이명재와 권영세가 기재돼 있는 등 복수 후보자를 놓고 고심 중인 정황도 나타나 있다. 검찰이 정호성 전 비서관에 대한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이러한 극히 기밀성이 요구되는 정보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극소수만 알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추궁하자 정 전 비서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더구나 이 조직도에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조정실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상당수 요직이 공란으로 남겨져 있다. 이 문건을 미리 받아본 최순실 씨가 최종 인선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정 전 비서관에게 “최순실이 현 정부 초기 행정부 최고위직 인선과 구성에 관여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정 전 비서관은 “그와 관련해서는 알지 못한다”고만 대답했다.

‘비상 국정운영체계 가동 방안’도 최순실에게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21일 동안 행정부를 구성하지 못했다. 국회의 정부조직법 협상이 난항을 거듭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2013년 3월 6일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은 ‘비상국정운영체계 가동 방안’을 작성해 각 정부기관에 하달했다. 그런데 이 문건 역시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최순실 씨에게 넘겨졌다.

▲정호성이 최순실에게 넘겨준 ‘비상 국정운영체계 가동 방안’ 문건

▲정호성이 최순실에게 넘겨준 ‘비상 국정운영체계 가동 방안’ 문건

이 문건에는 당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장관 후보자 8명과 채택이 예상되는 후보자 5명에 대한 공식 임명 일정과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 국무회의 개최 일정 등이 담겨 있었다. 또한 청와대 각 수석실을 중심으로 소관 부처들을 지휘하고, 신설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경우는 당시 교과부 2차관과 방통위 부위원장 등과 함께 현안에 대응하라는 등의 지침도 들어 있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에게 “최순실은 아무런 공직을 가지고 있지 않은 민간인 신분인데, 이와 같은 국정에 관한 중요한 문서까지 최순실에게 보내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한 정 전 비서관의 답변은 “대통령님의 뜻에 따라 최순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여러 참고자료를 보냈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 초기 대한민국 행정부 조직을 설계하고 운영한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최순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취재 : 김성수
영상취재 : 정형민
영상편집 : 윤석민

화, 2017/01/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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