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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인권위원장 밀실 인선, 국제인권기준을 거부한 청와대를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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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인권위원장 밀실 인선, 국제인권기준을 거부한 청와대를 규탄한다

익명 (미확인) | 월, 2015/07/20- 16:50

또 인권위원장 밀실 인선인가!

국제인권기준을 거부한 청와대를 규탄한다


오늘(7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위원장에 이성호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내정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 고법 수석부장판사,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남부지방법원장을 지냈으며, 2013년 11월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5조 2항에는 “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중에서 다음 각 호의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인권위법에 명시된 자격에 부합하는 근거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 그가 법조인으로서 인권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려진 바도 없고 청와대가 인권위원장으로 그를 내정한 배경에도 그의 인권 관련 경험과 전문지식으로 무엇을 높이 평가하였는지, 어떤 점이 인권친화적이었는지도 발표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임명권을 행사하는 대상이 대법원장과 같은 법 관련 기구의 수장이 아니라 인권기구의 수장인 인권위원장이라는 점을 청와대는 분명하게 상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의 인선발표에서는 이성호 후보자가 위 인권위법에 명시된 자격에 부합하는 여부와 그 근거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  

 

국가인권기구 간 국제조정위원회(ICC)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정기심사에서 국가인권위 위원의 인선절차의 부재를 언급하며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투명한 인선절차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내내 ICC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고 박근혜 정권 시기에도 이러한 권고 이행을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ICC는 2014년 3월과 10월, 2015년 3월까지 세 번이나 인권위원회 위원 구성의 다원성과 인선절차의 부재를 우려하면서 한국 국가인권위에 대한 정기심사를 내년으로 보류하였다. 이는 인권위의 등급 하락과 사실상 다르지 않다. ICC는 8월 인권위원장 교체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인선절차를 강조하였다.
 
이번 이성호 후보자의 내정 과정은 이러한 ICC의 권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ICC 승인소위는 파리원칙 B.1항과 ‘의사결정 기구의 선출과 임명’에 관한 일반견해 1.8항을 참조하라면서, “a) 공석을 널리 공개, b)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지원자의 수를 최대화, c) 지원, 심사, 선출, 임명 과정에의 광범위한 논의 및/혹은 참여 도모, d) 선결된 객관적이고 공시된 기준을 바탕으로 지원자 평가, e) 지원자들이 대표하는 기관보다 그들의 개인적 역량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구성원 선출”을 권고하였다. 이는 최소한 인권위원 인선절차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인선 과정에서 위의 어느 것도 행해졌다는 것을 우리는 들은 바가 없다. 

 

그래서 전국의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이성호 후보자의 내정 전부터 국가인권위 위원장 인선절차 마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준)(약칭 ‘인권위원장 대응 연석회의’)를 구성하여 인권위원장 인선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현병철 위원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부터 청와대에 투명한 인선절차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인권위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하였다. 또한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통해 투명한 인선절차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하였다. 나아가 인권위원장 선임 절차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의견표명도 한 바 없다.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투명한 인선절차를 만들라는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를 통째로 무시하는 밀실 선임이 이루어졌다. 또 한 번 불통의 정신을 발휘한 것이다.  

 

현재 인권위원 11명 중 8명, 그리고 상임위원 4명 중 3명이 법조인이다. 이러한 인적 구성은 인권위원의 다양한 인적 구성을 요청하는 파리원칙과 ICC의 권고에 반하는 것이다. 법조인 중심의 인적 구성은 파리원칙 B.1항과 ‘다양성 보장’에 대한 일반 견해 1.7항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 ICC가 권고한대로 “국가인권기구의 지도부 및 직원 구성의 다양성은 국가인권기구가 속한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인권 문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며 또한 모든 국민들의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 시킬 수 없을 뿐더러 “한국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더구나 인권위원이 대부분 법조인으로 구성되면서 인권위의 판단이 국제인권기준과 같은 인권의 잣대가 아닌 실정법의 형식논리에 갇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번 이성호 후보자의 내정은 법조인에 지나치게 치우친 인적구성을 심화시킬 뿐이다.
 
인권위법에서 대통령에게 인권위원장의 임명권을 부여한 것은 대통령의 전속적인 선임권한을 규정한 것이 아니다. 투명한 인선절차와 다양한 인적구성은 인권위원 구성의 핵심이고 인권위의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활동을 위한 전제인 것이다. 인권위원장 대응 연석회의는 이번 인권위원장 후보자 내정을 밀실인사로 규정한다. 이번 밀실인사는 여전히 인권위를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운영되도록 하려는 관행을 벗을 의지가 없다는 청와대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를 무시하는 청와대를 규탄한다. 청와대는 어떤 추천 절차와 어떤 인선 기준으로 인권위원장을 내정했는지 밝혀라. 다시 한번 청와대에게 촉구한다. 인선절차 없는 인권위원장 내정을 철회하고 인권위원장 인선기구를 구성하라.
 

 


2015년 7월 20일 


국가인권위 인권위원장 인선절차 마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준)

(약칭 인권위원장 대응 연석회의)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국제민주연대, 불교인권위, (사)인권정책연구소, 새사회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유엔인권정책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 사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차별금지추진연대,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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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8_인권위원장의조건토론회 (1)

2015.6.8. 국가인권위 인권위원장 대응 연석회의가 <인권위원장의 조건>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전체 사회를 맡은 김금옥(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발제를 맡은 김성연(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김원규(국가인권위원회 현 직원), 유남영(변호사), 강은지(국제민주연대), 명숙(인권운동사랑방, 인권위공동행동). ©참여연대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임기가 2015년 8월 12일로 끝나고, 새로운 인권위원장 선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행태를 보면 "과연 한국에 인권위가 존재하는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많은 인권현안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본 토론회에서는 현병철 위원장의 6년에 대한 평가와 인권위원장의 최소한의 조건 제시를 통해 올바른 인권위원장 선임의 필요성, 절차의 투명성 및 공개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제목 인권위원장의 조건

 

일시 2015년 6월 8일 (월) 오전 10시 

 

장소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 오시는길>>

 

주최 국가인권위 위원장 인선절차 마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국가인권위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국제민주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화가족운동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새사회연대, 여성단체연합, 유엔인권정책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정책연구소, 인권중심 사람,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국회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남인순, 부좌현, 장하나 / 정의당 서기호 / 천정배 의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 지부

 

주관 국가인권위 위원장 인선절차 마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준)

 

프로그램


사회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세션1] 인권위 내/외부에서 바라본 인권위원장의 자격
발제1 현 국가인권위원회 직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 지부)
발제2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세션2] 인권위원장의 자격과 올바른 인선절차
발제1 어떠한 사람이 한국의 인권위원장이 되어야 하나 / 유남영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발제2 외국의 인권위원장 선임의 예와 ICC 상반기 권고의 의미 / 강은지 (국제민주연대)
발제3 국가인권위원회를 시민사회의 곁으로 오게 할 인권위원 인선절차 / 명숙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집행위원, 인권운동 사랑방)

 

[세션3] 종합토론
토론1 오영중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토론2 정태욱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토론3 이종걸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문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02-723-0666

 

 

* 자세한 사항은 첨부한 토론회 자료집을 참고하세요.

 

 

 

 

 

[토론회] 인권위원장의 자격

월, 2015/06/0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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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빕니다

정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반드시 필요해


1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대회 도중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하루 빨리 의식이 회복되길 바라던 국민들의 간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영면했다. 참여연대는 이 억울한 죽음을 깊이 애도하고, 유가족에게 위로를 표한다. 또한 국가폭력이 은폐될 수 있는 정부의 일방적인 강제부검에 반대하며, 경찰병력을 당장 철수 시킬 것과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다. 

 

백남기 농민이 사망에 이른 원인은 경찰의 직수 살수에 의한 것이며, 당시 경찰이 살수차운용지침을 지키지 않은 정황이 국가인권위원회와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해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과를 거부하고, 진상규명을 회피하는 것은 국가폭력을 덮으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정당한 공무집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반드시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 2016/09/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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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밀실추천, 한위수 위원 연임을 규탄한다

 

오늘(8/10), 국가인권위원회는 대법원장 지명의 비상임위원에 한위수 변호사(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를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한 위원은 이번 임명으로 연임을 하게 된다. 

우리는 한위수 위원의 연임을 규탄한다.

 

첫째,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내 인권시민사회단체의 요구와 유엔의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의 수차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밀실인선을 진행했다.

둘째, 한위수 위원이 어떠한 이유로 연임되었는지도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묻지마 식의 인선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서 퇴직해 변호사로 개업한 한위수 위원은 2012년 임명 당시에도 광우병 관련 PD수첩 방송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측의 변호와, 인터넷 댓글 삭제의 표현의 자유 침해와 관련된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방송통심심의위원회 측의 변호를 맡기도 하는 등 기업과 정부를 대리하는 활동을 하면서 인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에서 국가인권위 위원으로서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이 매우 높았던 인사다. 

 

그리고 한위수 위원의 3년간의 활동에 대한 인권단체들의 평가는 한마디로 무취무색한 인사라는 것이다. 한 위원은 인권위원으로서 재직 당시에도 인권발전에 뚜렷한 역할을 한 기억은 거의 없으며, 인권현장에서도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연임된 것이다. 

 

대법원장의 지명의 인권위원 연임은 지난 해 윤남근 위원에 이어 두 번째다. 우리는 대법원장 지명의 인권위원 자리가 국가인권위법상의 자격기준에도 어긋난 법조출신 인사들의 경력용 자리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이유가 양승태 대법원장이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에 대한 존중의식이 없고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눈감았기 때문으로 보며, 이번 한위수 위원 연임에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묻는다. 

 

 

 

2015년 8월 10일


국가인권위 인권위원장 인선절차 마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준)

(약칭 인권위원장 대응 연석회의)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국제민주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불교인권위, (사)인권정책연구소, 새사회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유엔인권정책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 사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월, 2015/08/1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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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을 위한 함정, ‘사실적시 명예훼손’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형법 제307조 제1항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 제70조 제1항은 타인의 평판을 저하시키는 표현은 허위가 아닌 사실을 적시함에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허위가 아닌 사실, 즉 진실(또는 진위 판명이 원천적으로 있을 수 없는 견해)의 표명에도 형사처벌을 하는 제도는 문명사회의 수많은 가치들과 격렬히 충돌할 수밖에 없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란

국내에서 처음 이 문제를 지적했던 신평 교수는 “이 법이 보호하는 것은 명예가 아니라 허명(虛名)”이라고 비판했다. 한 사람에 대한 불편한 진실의 유통을 모두 억제하여 드러나는 평판은 그 사람의 진짜 명예가 아니라 거짓된 명예라는 의미다.

바로 이 조항 때문에 수많은 언론 보도 및 정보 공유 행위가 타인의 악행을 실명으로 지적하지 못하고 익명 및 가명으로 지적하는 것에 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예의’인 양 떠받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정보가 불완전하게 공유되니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어렵게 된다. 문제가 된 자를 특정할 수 없으니 그와 유사한 모든 사람들을 회피하게 된다.

‘만두 파동’, ‘치킨 파동’은 실제로 많은 만둣집과 치킨집들이 유해 음식을 팔아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극소수의 만둣집과 치킨집들에서 이물질이 발견되었지만 이에 대해 실명 보도를 하지 않으니 소비자들이 모든 만두와 모든 치킨을 보이콧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평가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작품이 아니라 문명 자체’라고 일컫는 아름다운 시나 그림도 사물에 대한 평가인 것과 마찬가지다. 타인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의 언행을 있는 그대로 다룸으로써 그 힘을 더하는데 바로 그런 평가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이다.

이 문제점에 대해서는 UN자유권위원회도 2010년 표현의 자유에 대해 발행한 ‘일반논평 34호’에서 명예훼손에 대해 ‘진실’이 항변이 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일반논평은 UN자유권위원회가 수많은 자유권 당사국들의 인권 상황을 검토하고 의결하면서 나온 사례들로부터 일반화시킬 수 있는 원칙을 추출한 것으로서 장래의 UN자유권위원회의 해석 방향을 정리한 문건이며 UN시민정치적권리협약(ICCPR)에 대한 유력한 해석 자료다.

 

‘오로지 공익을 위해’의 함정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오로지 공익을 위해’ 발언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법원은 형법 제310조를 넓게 해석하여 제도권 언론에 의한 보도의 경우 거의 대부분 항변을 인정해주고 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서만 말하라는 것은 그 자체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인데 언론을 통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고발을 했다가 공익성을 인정받지 못한 다음 사례들을 살펴보자.

– 노인회 회원이 노인회 간부가 다른 회원들에게 공개 석상에서 폭언과 폭행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인터넷에 공유했다가 명예훼손 유죄판결을 받음. 심지어 이 노인회 간부의 동행자는 폭행죄로 유죄판결까지 받은 상황이었음.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도11914]

– 제약 도매상이 제약 회사들의 불공정한 거래 행위, 소위 ‘갑질’에 대해 비난한 글을 관련 단체 및 언론 등에 팩스로 보낸 것에 대해서도 공익의 항변을 인정하지 않고 유죄판결 [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4도1497]

– 임금 체불을 당한 노동자가 임금 체불 사실을 피켓에 적어 행인들에게 알렸다고 해서 유죄판결 [대법원 2004. 10.15, 선고 2004도3912]

– 노조 위원장이 회사의 노조 담당자가 다른 사업장에서 노조 파괴 활동을 하던 사람임을 인터넷에 알린 것에 대해 유죄판결. 대법원 상고 진행 없이 확정 [서울중앙지법 2011. 9. 8, 선고 2011노2137 (형사8부)]

– 2012년 사장이 여성 경리 직원에게 언어 학대를 일삼다 해고하자 경리 직원이 학대 사실을 A4용지에 적어 직원들이 점심 먹으러 가던 식당 등에 돌린 것에 대해서 사장이 명예훼손 고소를 하여 사실적시 명예훼손 유죄판결 (공익 변론을 하고자 하였으나 당사자의 고사로 포기함.)

 

이 법이 존재하는 한 모든 사회적 고발을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판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법에 ‘오로지’라는 한정 문구가 있어서 피해자가 직접 고발을 하는 경우 그 피해에 대한 법적〮사회적 보전을 받고자 하는 ‘사익’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제310조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피해자만큼 사안의 부정의를 정확히 이해하고 절절히 고발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참 난감한 법해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두고 있는 나라들 중 공익성 항변에 ‘오로지’라는 한정 문구를 두고 있는 나라는 ‘오로지’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법의 문제가 더 크다.

뿐만 아니라 ‘오로지’라는 한정 문구가 빠진다고 해도 고발자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공익’을 입증하지 못 하면 형사처벌될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고발을 위축시킨다. 현재 법해석 관행상 운 좋게 언론사가 관심을 가져서 언론 보도로 나가면 공익성을 인정받겠지만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공익이 아니라면 언론이 관심을 가질까?

세월호 사고 이후, 세월호의 과적 상황에 대한 고발은 언론의 관심을 받지 않더라도 공익성을 인정받을지 모르겠지만 세월호 사고 이전의 고발은 어땠을까? 2014년 1월 청해진해운 직원이 세월호 과적을 사회적으로 고발하지 못 하고 청와대 신문고의 비공개 절차를 따랐고, 3개월 후 참극이 일어났다. 이 법이 존재하는 한 모든 사회적 고발을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미투 운동의 큰 걸림돌

최근의 미투(#MeToo) 운동과 관련해 성폭력 피해자들과 그 지원 그룹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과거 성추행 피해자들을 입막음하거나 가해자에 의해 입막음의 무기로 이용되어온 문제점을 지적하자 ‘미투 고발은 공익성을 인정받을 것이므로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관련 없다’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의 미투 고발은 대부분 유명인사나 공인이 가해자인 경우에 대해 이뤄지고 있어 언론사들이 앞다퉈 보고를 해주기 때문에 위의 법 해석에 따라 쉽게 공익성이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많이 횡행하고 있는 사인 가해자에 의한 성폭력에 대해서는 언론의 실명 보도는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당장 모든 사실이 밝혀진 강간죄 재판 결과에 대한 보도마저도 A씨, B씨의 익명 보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행태를 보자. 당장 점주에게 성추행을 당한 이름 모를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는 마음 놓고 가해자를 사회적으로 고발할 수 있는 소통 공간이 없다.

실제로 2015년 필자가 UN자유권위원회의 위원들에게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진실이 항변되어야 한다’는 것은 완전 항변을 말하는 것이지 부분 항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즉 우리나라처럼 ‘오로지 공익을 위해’(형법 제310조) 발설한 진실만 면책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진실이 면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독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존재하지 않으며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이 우리나라처럼 ‘공익적인 진실’을 면책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법전에 남겨두고 있지만, 실제로 이 죄는 사람들의 평판 보호에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생활의 비밀 침해를 규제하는 데에 이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를 당해 자신의 의사에 반하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경우와 같이 내용상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을 것임이 명백한 사안들의 유출을 막기 위해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네거티브 시스템이 필요하다

앞서 예로 들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고용주가 여성 직원을 언어 학대하거나 임금을 체불하는 등 사생활의 비밀이라고 할 수 없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유지하고 있는 소수 국가의 선례를 따를 수 없는 이유다. 또 ‘공무원에 대한 고발’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면책하는 일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선례를 따라 ‘공인에 대한 고발’만 면책할 수도 없는 일이다(조국 민정수석이 취임 이전의 논문에서 제안함). 이 모든 것들이 고발자에 대한 엄청난 위축 효과로 귀결된다.

‘공익을 입증하면 진실을 말해도 된다’거나 ‘공인이 고발 대상이라면 진실을 말해도 된다’는 식의 포지티브 시스템이 아니라 ‘○○만 아니라면 진실을 말해도 된다’라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형법 조항은 ‘사실을 적시하여 △△하는 경우 □□형에 처한다’라는 식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 한정 문구를 더 넣어서 ‘「타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을 적시하여’로 바꾸면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고발할 수 있게 된다. 성추행, 임금 체불 등등을 사생활의 비밀이라고 내세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혹자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우며 “피해를 당했으면 법이 정한 절차에 의해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검찰에 조용히 고발을 해야지 왜 여러 사람에게 알리느냐”고 하는데 서지현 검사 사례를 보면 사회정의를 몽땅 검찰에 맡기자는 논리의 허구를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은 국민에 봉사해야 할 국가가 자신의 주인인 국민을 법적 절차 없이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지,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원리가 아니다. 쉽게 얘기해서 당장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사실을 동료들과 공유하여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할 권리는 법적 절차와 관계없이 행사될 수 있어야 한다.

법적 고발과 달리 사회적 고발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현대사회는 잘못을 저지를 자유를 허용하고 있어 불법과 부도덕 사이에 넓은 윤리적 재량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른 수많은 행위들이 불법은 아니지만 도덕적 논의의 소재가 된다. 간통이나 혼인빙자간음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사회의 헌법은 이런 부도덕은 법으로 규제하기보다는 국민들의 토론과 이에 따른 자율규제로 해소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이 토론의 공간마저 폐쇄하고 있는 법이다.

 

* 이 글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간하는 웹진 『인권(2018년 3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수, 2018/04/0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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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없는 밀실인선이 보여준 인권위원장 후보자의 황당한 전력 

성별정정을 신청한 성전환자에 대한 성기사진 제출 요구는 성소수자의 인권 침해
이성호 후보자의 해명은 실무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 성소수자의 인권 보장에 대한 국가인권기구의 역할을 강조하는 APF의 권고를 인권위가 이행할 수 있는가
이성호 후보자는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해명을 해야
청와대는 이제라도 내정을 철회하고 참여적이고 투명한 인선절차 진행해야 


2015년 7월 30일, 복수의 언론은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하 인권위원장) 후보자가 2013년 서울남부지방법원 법원장으로 재임하던 중 성전환자에게 성기사진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있음을 보도하였다. 이들 보도에 따르면 이성호 후보자는 자신이 담당한 등록부 정정 허가신청 사건에서 MTF(Male To Female) 성전환자인 신청자에게 “여성으로서의 외부 성기를 갖추었음을 식별할 수 있는 사진을 2장 이상 제출하라”는 보정명령을 하였다고 한다. 대법원이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이하 대법원 지침) 3조에는  ▲정신과 전문의사의 진단서나 감정서 ▲성전환시술 의사의 소견서 등이 있을 뿐 사진은 필수 첨부자료가 아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위 자신의 명의로 위와 같은 내용의 보정명령이 내려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통상적으로 법원 사무관이 맡아왔기 때문에 자신은 알지 못하였다고 언론에 해명하였다. 나아가 이 후보자는 성기 사진 요구는 당연히 잘못된 것이고, 당시 담당 사무관한테도 잘못됐다고 얘기해 그 뒤의 성별정정사건들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언론에 드러난 이성호 후보자의 해명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성전환자에게 성기 사진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후보자 자신은 알고 있다. 2) 자신의 명의로 보정명령이 발하여졌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자신에게 책임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법원 사무관이 독자적으로 한 것에 불과하다. 3) 따라서 자신이 관여한 것이 아니므로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

 

하지만 이성호 후보자의 해명은 통상적인 법원 실무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이다. 보정명령은 ‘재판장’이 결정하는 것으로, ‘사무관 등’이 자신의 권한으로 명할 수 있는 보정권고와는 형식적으로 구별된다. 재판장이 결정한다는 것은 반드시 재판장의 결재가 있어야만 발하여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성호 후보자가 이 사건의 재판장으로서 보정명령에 결재를 하였음이 분명함에도 보정명령의 내용을 몰랐다고 해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신청 사건에서 형식적인 사항의 흠결이나 첨부서류의 미비는 법원사무관의 보정권고의 대상이다(대법원 지침 제3조). 위 지침의 취지는 보정권고사항은 법관의 실체적인 판단이 필요하지 아니한 기술적 사항이므로 법원 사무관 등의 판단만으로 결정하여도 충분하며, 반대로 그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법관의 판단을 요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신청인의 성기사진의 제출은 보정권고의 대상이 아님도 명백하다. 따라서 이 사건 보정명령과 같은 결정은 당연히 재판장의 판단 하에서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시 말하여 대법원 지침에 필수 첨부서류로 정해져있지 않고 관행도 없는 성기사진의 제출을 법원 사무관이 재판장의 결정 없이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신청인에게 요구하였다는 것은 법원과 재판의 실무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이성호 후보자는 거짓해명인지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이 문제는 인권위원장 후보로 적합한지를 보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하여 법원 사무관이 보정명령을 발한 이후에야 이를 알았다는 이 후보자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사진요구를 인지한 시점이 언제이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하여 밝혀야 할 것이다. 이 후보자가 성기사진의 제출 요구가 인권침해라는 점을 인정하였으므로 자신의 명의로 보정명령이 발하여 졌다면 사후 조치를 취하였어야 했다. 그렇다면 이성호 후보자는 어떠한 조치를 취하였는가. 이성호 후보자의 해명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전혀 드러난 바 없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하여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인권침해적 보정명령을 언제 인지하였는지, 이를 인지한 이후 해당 재판 절차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였는지, 심문기일에서 당사자에게 이러한 점에 대하여 양해를 구하거나 사과를 하였는지를 모두 밝혀야 한다. 

 

「국가인권위 위원장 인선절차 마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준)(이하 ‘연석회의’)」는 이 사건이 단순히 후보자의 직업법관 시절의 하나의 일화가 아니라 후보자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이해의 정도와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 후보자가 우리의 해명 요구에 대하여 해명하지 않거나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연석회의는 이 후보자에게 이 사건 보정명령에 대한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평가할 것이다. 

 

연석회의는 성소수자 인권 보장과 인권위의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한다. 한국사회에서 최근 혐오세력이 발호하고 성소수자 차별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현 시점에서 성소수자 인권문제는 가장 원칙적으로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 인권 현안 중 하나다. 따라서 인권위의 노력과 개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그래서 아시아태평양국가인권기구포럼(Asia Pacific Forum Advancing Human Rights in Our Region)에서도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소수자의 인권보장을 위하여 다양한 역할을 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장으로서 위원장은 성소수자 인권보장에 있어 인권위의 역할을 이해하고 이의 실현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해 제기되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 후보자의 성소수자인권에 대한 인식과 인권감수성의 정도는 상식 이하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 의혹이 사실이라면, 과연 그가 인권위의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누구보다 인권의식과 반차별 감수성이 있어야 하는 자리가 인권위원장의 자리이다. 그런데 대법원 사무처리지침보다 낮은 인권의식과 감수성으로 성소수자 당사자에게 모욕을 주었다면 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2007년 인권위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을 정정한 사람의 병역신체검사 중 군의관이 육안으로 외부 성기를 확인한 것은 인격권 침해라고 결정한 바 있으며, 2008년 인권위는 대법원 지침이 인권침해적이고 차별적인 규정들을 포함하고 있고 성전환자에 대한 비밀누설 금지 조항이 누락되어 있다며 특별법 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적어도 인권위원장 후보자를 인선하는 과정에서 인권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을 시민사회의 참여 속에서 이루어졌다면 이런 황당한 의혹이 제기되는 일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연석회의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권고에 주목하는 것이다. 인선절차가 있었다면 인권의식이 없는 사람이 후보자로 나서는 일은 최소한 걸러졌을 것이다. ICC가  참여적이고 투명한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여러 차례 권고한 것은 제대로 된 인권위원장을 뽑기 위한 것이다. 시민사회와 국제인권기구가 인선절차를 강조하는 이유는 단지 형식적 절차적 문제가 아님을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러한 권고를 무시해왔고 밀실에서 이성호 후보자를 내정했다. 청와대는 어떤 과정으로 이 후보자를 내정하고 검증했는지 전혀 밝히지 않았다.  

 

우리는 인권의 신장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던 인권위, 자본으로부터 소외받는 자와 국가폭력의 피해자 편에 섰던 인권위를 기억한다. 그러나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서 이러한 기억과 기본적인 성취들이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였다. 새로운 인권위원장의 임무는 시민사회로부터의 신뢰가 무너져 내리는 인권위, 인권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정권과 가까워져 가고 있는 인권위를 다시 돌려 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지금까지의 해명내용으로 볼 때 이성호 후보자가 과연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하여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이 이성호 후보자 개인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ICC 권고를 무시하고 참여적이고 투명한 인선절차 없이 이성호 후보자를 내정한 청와대의 책임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청와대에게 촉구한다. 인선절차 없이 내정된 위원장 후보자의 문제적 과거 전력이 드러난 현실에서 계속 위원장 청문회 절차를 진행할 것인가! 이제라도 내정을 철회하고 참여적이고 투명한 인권위원장 인선절차를 진행하라!  

 

 

2015년 8월 3일
 


국가인권위 인권위원장 인선절차 마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준)

(약칭 인권위원장 대응 연석회의)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국제민주연대, 불교인권위, (사)인권정책연구소, 새사회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유엔인권정책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 사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차별금지추진연대,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월, 2015/08/0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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