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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안전’의 속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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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안전’의 속임수

익명 (미확인) | 목, 2015/07/02- 19:31

양정미 씨는 올해 세 살 난 아들을 둔 젊은 엄마이자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반대하는 부산시민입니다. 이진섭 씨는 아내, 어머니, 자신 등이 암에 걸렸고, 작년 말 고리 핵발전소와 아내의 갑상선 암 발병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부산지법의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부산 해수담수화 시설에 대한 현지 취재 과정에서 두 사람을 만나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양 씨와 이 씨가 우려하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혹시 소심한 시민들의 기우가 아닐까요? 시청자 여러분의 판단을 구합니다.

<양정미 씨의 이야기> “언니 방송 안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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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어느 날이었어요. 평소처럼 어린이집에서 강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해운대 쪽에 사는 동생한테 전화가 왔더라구요. 받았더니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해요. 언니, 언니네 바닷물로 만든 수돗물 먹게 된다면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니까, 방송 안 봤냐는 거예요. 그래서 인터넷 들어가서 검색을 해봤더니 짧은 뉴스 하나가 있었어요. 부산 기장군하고 해운대구 송정동 쪽에 바닷물로 만든 수돗물을 공급할 거라고… 정말이더라고요. 그 해수담수화 공장을 2010년부터 지었다는데 그 때 처음 알았어요.

작년에 균도 아버님(이진섭 씨) 소송이 있었잖아요. 고리 핵발전소 근처에 살면 갑상선암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걸 법원이 인정했으니 주위에서도 엄청 떠들썩 했죠. 나야 얼마나 살까 싶지만 우리 강희 생각하면 기장을 떠나야 하나 싶기도 하고,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갑자기 바닷물로 만든 물을 먹으라고? 그 바닷물은 고리 핵발전소에서 내보내는 방사성 물질들 흘러들어오는 그 바닷물이잖아요.

진짜? 왜? 우리가 먹겠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 물을 먹어야 하는데? 마음이 복잡했어요. 그날 밤까지 그 생각을 하면서 잠든 애 얼굴을 보는데… 나는 괜찮은데 우리 강희한테는 못 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 애가 미숙아로 태어났잖아요. 임신 중 유산에, 태어났는데 사산까지 거쳐서 세 번째로 정말 어렵게 얻은 아이인데 27주만에 세상 빛을 봤죠. 애 아빠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애기를 받아들고서 얼마나 걱정을 하고 울었는지 몰라요. 그래도 의사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3년만 버티면 그 다음부터는 괜찮을 거라고요. 그때부터 쭉 이 마음으로 살았어요. 강희야, 엄마가 너 지켜줄 거야.

그래서 집 밖에도 거의 못 나가고, 인스턴트 같은 거 하나도 안 먹이고 그렇게 세 살까지 키웠어요. 이제 좀 괜찮겠다 싶었죠. 그런데 갑자기 핵발전소 근처에서 만든 물을 공급하겠다는 거예요. 이건 그냥 틀면 나오는 거니까 먹고 씻고 할 때 쓸 수밖에 없잖아요. 그 때부터 이게 정말 안전한가, 여기 저기 알아보고 다녔죠. 부산시가 안전하다고 내세우는 근거들이 몇 개 있는데 정말인가 좀 따져보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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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에서 여러 차례 한 얘기가 그거였어요. NSF라고, 미국에 국제위생재단이라는 공신력있는 검사기관이 있대요. 거기서 해수담수화 물을 들고가서 방사성 물질을 58가지나 검사했는데 하나도 안 나왔다는 거예요. NSF가 품질을 보장했으니 안전한 수돗물이라는 거죠.

아무래도 뭔가 찜찜해서 직접 NSF 한국지사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어요. 부산에 해수담수화 공장에서 만든 물이 정말 안전한 물이라고 거기에서 보장하느냐구요. 그랬더니 부산시하고는 말이 다른 거예요. 자기들은 샘플로 온 물 가지고 검사 한 번 한 거 결과 통보했을 뿐이지 수돗물 자체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수돗물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거니까 수돗물의 품질을 인증하는 일은 없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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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그러대요. 지금까지 수차례 국내 기관에서도 검사 받았는데 안 좋은 물질들은 다 ‘불검출’이라고 나왔으니 안전하다고요. (불검출은 전문 용어로 ND:not detect라고 한다.) 그럼 정말 그 방사성 물질들 하나도 없는데 내가 괜히 설레발 친 건가 하고 잠깐 긴장이 탁 풀리기도 했어요. 근데 동국대 의대에 김익중 교수님이라고, 방사성 물질에 대해 잘 아시는 분 얘기는 또 다르더라구요. ‘불검출’이라는 말이 물질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래요. 기계가 검사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는데, 그거 이하로 나오면 그냥 ‘불검출’이라고 읽는다는 거예요. 물질이 없는 게 아니라 찾아내질 못해서 불검출 인거죠.

균도 아버님이나 다른 갑상선암 걸리신 기장의 어머님들 보면 참 걱정스러워요. 지금까지 고리 핵발전소에서 늘 기준치 이하로 안전하게 방사성 폐기물 처리하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했잖아요. 근데 지금 이렇게 핵발전소 근처에서 살아서 암 걸린 사람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요. 공기 중으로 나오는 것도 문젠데, 앞으로 식수에까지 그렇게 “미량이라서 괜찮다”고 하는 수준으로 자꾸 먹고, 또 먹고 하면 그게 문제가 되지 말란 법이 어디있어요.

기장시장 앞에서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 양정미 씨

▲ 기장시장 앞에서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 양정미 씨

저 요즘 길거리에서 서명운동을 하고 있어요.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죠. 사실 무척 힘들어요. 하지만 내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강희한테 너무 미안할 것 같아요. 내가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고 한 사람이라도 더 서명받으면 물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매일 이러고 있거든요. 오후 한시 되면 저는 늘 기장시장 앞으로 나갑니다.

<이진섭 씨의 이야기> “왜 하필 여기냐는 거예요.”

저한테 기장은 제 2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원래 부산이 고향인데 거기에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기장에 들어와서 조그마한 가구 무역 회사를 시작했어요. 장사가 꽤 잘 돼서 한 때 기장에서 손꼽힐 만큼 큰 돈도 좀 만졌습니다. 그러다 IMF와서 다들 망할 때 말아먹고 그 때부터 택시를 몰았죠.

90년에 기장 들어왔는데 2년인가 있다가 첫 아들 균도를 낳았어요. 균도가 두 살 땐가, 행동이 좀 다른 애들하고 다른 것 같아서 병원 여러 곳을 다녔는데… 알고 보니 애가 자폐성 장애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균도와 아빠 이진섭 씨

▲ 균도와 아빠 이진섭 씨

그래도 균도하고는 재밌게 잘 살았습니다. 녀석이 말이 좀 늦되고 가끔 과잉행동을 한 달 뿐이지, 기분 좋을 땐 싹싹하고 사람들한테도 잘합니다. 녀석이 번번히 학교에서 쫓겨나고 장애 정도가 심하다고 시설에서도 밀려나고 그러는 걸 보다가 안 되겠어서 제가 장애인 인권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죠. 녀석은 여전히 제 보배입니다.

애가 장애가 있어도 착하고 예쁘니까 그냥 그렇게 살면 되겠다 싶었는데, 어느 날엔가 저희 어머니가 갑상선암에 걸리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때가 시작이었습니다. 아내도 갑상선암에 걸렸다는 거예요. 유독 이 지역에 갑상선암 수술한 사람이 많긴 합니다만, 막상 내 가족이 그렇게 되고 나니 정말 충격이 컸어요. 그리고 저도 결국, 직장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왼쪽이 이진섭 씨, 그리고 아들 균도와 엄마 박 씨

▲ 왼쪽이 이진섭 씨, 그리고 아들 균도와 엄마 박 씨

저는 가족들이 이렇게 다 아프게 된게 고리 핵발전소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우리 가족 다들 고리원전 10km 안팎에 90년대부터 쭉 살아왔으니까요. 물론 고리 핵발전소는 늘 기준치 이하의 방사성 물질만 배출하고 있으니 건강에 무해하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럼 핵발전소 주변 5~30km 거리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보다 1.8배 더 많이 갑상선암에 걸린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겁니까. 그런데 지금 또, 핵발전소의 방사성 폐기물이 흘러드는 바다에서 수돗물을 만들어서 기장하고 송정에 넣겠다는 겁니다.

그것 때문에 요즘 또 고민이 많던 차에, 기준치 이하의 적은 방사선도 오래 피폭되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아, 이거구나 싶었죠. 그게 이미 학계에선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론인데 영어로 LNT라고 한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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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의 적은 양이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최근에 서울에서 온 어떤 기자가 부산시 수질책임자한테 이 얘기를 물어봤대요. 그랬더니 그 책임자라는 사람이 LNT라는 건 환경단체에서나 주장하는 근거없는 내용이라고 반박을 했다는 거예요.

그런 말을 들으니 내가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정말 그런가 한번 알아봤어요. 그랬더니 오히려 그 부산시 책임자 말이 근거 없는 무책임한 말입디다. 미국 환경보호국(EPA), 세계보건기구(WHO) 같은 권위 있는 곳에서도 모두 이 LNT 모델을 근거로 방사선 안전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있었어요. 보세요. 이런 자료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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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암 발생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연구한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의 논문에도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 써있지 않습니까. 적은 양의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더라도 암이 생길 수 있다는 LNT 모델이 자기들 생각에 가장 합리적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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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가지 결론이 나왔습니다. 방사성 물질에 그냥 받아들여도 되는 안전한 선이란 없는 거구나. 설령 99%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1% 위험을 수 십년간 겪어야 한다면 위험할 수 있는 거구나. 여기까지 생각하고 보니, 정말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먹는 게 걱정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들어보세요. 저는 해수담수화 시설 자체에 대해서 비판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거 물 부족한 곳에 먹는 물 만들어주는 좋은 기술인 거 다 압니다. 근데 왜 하필 여기냐는 거예요. 왜 핵발전소 코 앞에다 수돗물 만드는 시설을 지어놨냐는 거예요. 이거 우리가 수도 요금 내고 사먹는 물 아닙니까. 깨끗한 물이니 무조건 먹으라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용납이 안 됩니다. 한 5년 길게 모니터 해본 뒤 이상 없으면 그때 결정하든, 아니면 정말 주민투표를 해서 당장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든, 부산시는 주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대책을 내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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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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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많은 석탄재, 굳이 방사능 오염 걱정되는 일본산 석탄재를 수입해야 하나

14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상 앞에서 일본산 폐기물 수입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소속단체, 한국YWCA여성연합회 주최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장하나 의원이 제기한 일본산 폐기물 수입량이 급증했고, 수입 시 업체에서 방사능검사증명서를 위변조하는 것이 만연함을 발표한 조사 보고를 통해 이루어졌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이 우려되는 일본에서 생산된 폐기물을 시멘트 업체 등에서 대량 수입하고 있지만, 증명서를 위변조 하여 제출할 정도로 환경부의 감시체계는 매우 허술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시멘트는 아파트 건축 등에 자재로 대량 소비되는 만큼, 일본에서 들여오는 석탄재에 방사능 물질이 있을 경우, 이를 시멘트에 섞었을 때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고조된 상태이다. 방사능에 대한 높은 불안감만큼, 아이들을 동반한 많은 엄마들이 참여한 이날 기자회견은 시민방사능감시센터의 김혜정 운영위원장의 발언을 시작으로 국정감사를 통해 이 문제를 제기한 새정치민주연합·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모임 차일드세이브의 최경숙 대표, 여성환경연대 강희영 사무처장의 발언과 기자회견문 낭독으로 이어졌다. 그 후 참가자 전원이 일본산 석탄재를 섞은 시멘트라고 쓰인 시멘트 포대를 형상화한 봉투를 뒤집어쓰고, 아파트 모형에 일본산 석탄재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일본산 폐기물 수입을 당장 중단할 것, 방사능증명서를 위변조한 업체와 환경부 책임자를 처벌할 것, 일본산폐기물 방사능 검사 실태에 대한 민관합동조사를 실시할 것, 허술한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법제화할 것, 그리고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소각 및 매립할 경우 부담금을 부과하는 자원순환전환촉진법을 즉각 통과하고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caption id="attachment_154083" align="alignnone" width="1000"]KakaoTalk_20151014_142642570 ⓒ이연희[/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54039" align="alignnone" width="1020"]ⓒ이연희 ⓒ이연희[/caption]
금, 2015/10/1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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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정책국장, 2015년 3월 시장조사 도중 멈춰
국고로 갔어야 할 과징금 100억 원 온데간데없고
“보강 조사” 증거도 없는데 최성준 위원장은 용인

(2015년) 3월에는, 경품 부분은 저희가 안건으로 올릴 정도로 치밀하게 전수 조사가 안 돼 있습니다. 샘플 조사(를)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보고를 받았습니다.

지난 11월 22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사라진 경품 과징금 100억여 원’에 대한 대답을 내놓았다. 방통위가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9개월 동안 일어난 주요 통신사업자의 통신상품 결합판매 경품 위법행위를 그해 3월 조사하고도 과징금 부과 없이 멈춘 까닭이다. 지난 10월 4일 기자의 첫 질문 뒤 두 달여 만에 나온 답변으로, 100억 원대 과징금이 예상된 2015년 3월 경품 시장조사 결과를 방통위가 왜 덮었는지 확인됐다.

※ 관련 기사 : 방통위, 통신사업자 과징금 100억 원대 위법행위 알고도 덮었다(2016.10.12)

▲지난 10월 10일 최성준 위원장에게 보낸 메신저 질의(왼쪽). 오른쪽은 11월 16일 이메일 질문. 10월 4일과 11월 11일에도 같은 내용을 직접 물었지만 11월 22일에야 2015년 3월 시장조사를 의결하지 않고 덮은 까닭이 들렸다.

▲지난 10월 10일 최성준 위원장에게 보낸 메신저 질의(왼쪽). 오른쪽은 11월 16일 이메일 질문. 10월 4일과 11월 11일에도 같은 내용을 직접 물었지만 11월 22일에야 2015년 3월 시장조사를 의결하지 않고 덮은 까닭이 들렸다.

“(의결) 안건으로 올릴 정도로 치밀하게 전수 조사가 안 돼 있다”는 건 방통위 사무처 이용자정책국의 잘못. 2015년 3월에 벌인 시장조사가 부실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옛 방송위원회 · 정보통신부 · 방송통신위원회 출신 여러 관계자 말을 모아 보면 “방송통신 경품이 현금 · 상품권 · 물건 · 요금감면처럼 여러 가지로 주어지기 때문에 시장조사 공정성을 세우기 위해 보통 전수 조사”를 하는데 방통위의 2015년 3월 조사는 이에 어긋났다.

실제로 지난 12월 21일 열린 2016년 제71차 위원회에서 CJ헬로비전을 비롯한 7개 유료방송사업자의 시청자 이익 침해에 따른 과징금 19억9990만 원을 물릴 때에도 방통위 사무처 방송정책국은 가입자 민원과 요금 환불 내용 자료 3250만 건을 모두 조사했다. 방송정책국 방송시장조사과가 올 5월 9일부터 현장 조사를 벌여 2014년 11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1년 동안 일어난 모든 시청자 이익 침해 관련 자료를 들여다봤는데, 통신상품 경품 규제도 이런 ‘전수 조사’가 마땅했다는 것이다.

“샘플 조사(를) 한 걸로 알고 있다”는 것도 핑계. 사전 실태점검과 시장조사를 벌여 위법행위가 나왔음에도 ‘샘플 조사’를 구실로 삼아 별다른 조치 없이 덮은 걸 “이해하기 어렵다”는 관계자가 많았다. “샘플 조사를 했더라도 사업자별 가입자를 기준으로 삼아 전수로 환원해 과징금을 부과하면 된다”는 풀이도 나왔다.

한 방송통신 전문가는 “샘플 조사를 하다 보면 사업자 간 유불리가 생기기 때문에 이런 불만을 없애기 위해 (경품 관련 위법행위) 전수 조사를 한다”며 “(2015년 3월) 조사가 부실했다면 시간을 더 두고 더욱 엄격히 (전수) 조사했어야 할 텐데 (그냥) 덮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용자정책국장이 덮고 위원장은 용인

박 아무개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이 2015년 3월 경품 시장조사 결과를 위원회 안건으로 올리지 않은 채 ‘종결 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는 그렇게 보고를 받았다”던 최성준 위원장에게 ‘전수 조사 없는 샘플 조사였음’을 보고한 시장조사 총괄자다. 부실 · 샘플 조사의 큰 책임이 그에게 있다.

사실조사 들어가면 그때는 100% 처벌입니다. (사전) 실태점검에서 (위법행위가) 조금씩 보이지만 심하지 않다면 경고만 주고 넘어가기도 하죠. 하지만 사실조사를 할 정도면 실태점검을 미리 한 것이거든요. (실태점검 결과가) 심하지 않으면 사실조사 안 하죠. 사실조사를 했다면 (과징금을) 때린다는 겁니다.

방송통신 시장조사 경험이 있는 한 고위 공무원의 말. ‘사실조사’는 시장 현장 조사를 뜻한다. 지금 방통위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물론이고 조사를 받는 방송통신사업자 여럿도 같은 경험과 인식을 가졌다. 결국, 상식에 어긋난 100억 원대 과징금 봐주기가 일어났고, 이를 이용자정책국장으로부터 보고받은 최성준 위원장은 문책과 사후 조치 없이 눈감았다.

국고에 보탰어야 할 100억 원

지난 11월 15일 방통위는 2016년 제64차 위원회 의결 안건으로 ‘방송통신 결합상품 경품 등 제공 관련 이용자 이익 침해 행위에 대한 시정 조치에 관한 건’을 올렸다. LG유플러스를 비롯한 4대 통신사업자와 5대 케이블TV사업자가 2015년 1월부터 9월까지 통신상품을 결합판매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경품을 곁들인 책임을 묻는 자리.

방통위 사무처가 관련 시장조사를 벌인 건 2015년 9월이었고 실무자 1안이 과징금 118억 원, 2안으로 87억 원이 나왔다. 이 가운데 5대 케이블TV사업자 몫이 1억 원 정도에 지나지 않아 4대 통신사업자가 물어야 할 과징금은 86억 ~ 117억 원쯤일 것으로 보였다. 그날 방통위는 LG유플러스 쪽 이견을 들은 뒤 시정 조치 의결을 뒤로 미뤘다.

의결은 3주 뒤에야 이루어졌다. 이달 6일 열린 2016년 제68차 위원회에서 과징금으로 4대 통신사업자에게 106억7000만 원, 티브로드를 비롯한 3개 케이블TV사업자에게 2890만 원을 부과했다. 엘지유플러스가 45억9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SK브로드밴드 24억7000만 원, KT 23억3000만 원, SK텔레콤 12억8000만 원 순이었다.

▲2015년 9월 시장조사를 받은 방송통신사업자. 4대 통신사업자를 포함해 모두 14개 업체로 2015년 3월 조사 때보다 10곳이 줄었다. 그해 3월과 9월 조사가 보강을 위한 게 아니라 따로따로였음을 보여 준다.

▲2015년 9월 시장조사를 받은 방송통신사업자. 4대 통신사업자를 포함해 모두 14개 업체로 2015년 3월 조사 때보다 10곳이 줄었다. 그해 3월과 9월 조사가 보강을 위한 게 아니라 따로따로였음을 보여 준다.

2015년 9월 시장조사의 대상 기간은 그해 1월부터 9월까지. 같은 기간 방통위 용역을 받아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점검한 KT · LG유플러스 · SK브로드밴드 · SK텔레콤 등 4대 통신사업자의 월평균 경품 지급액은 24만7343원이었다. 이에 앞서 벌인 2015년 3월 시장조사의 대상 기간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같은 기간 KAIT가 점검한 4대 통신사업자의 월평균 경품 지급액은 31만6450원으로 2015년 9월 조사 때보다 6만9107원이나 많았다.

위법한 경품이 더 많았던 만큼 2015년 3월 조사에 따라 제대로 과징금을 부과했다면 86억 ~ 117억 원보다 많았을 테고,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0억 원 이상이었으리라는 게 옛 정통부 · 방통위 관계자들 중론이다. 특히 이달 6일 제68차 위원회에서 4대 통신사업자에게 과징금으로 부과된 106억7000만 원보다 많았을 거라는 얘기. 국고로 갔어야 할 그 돈은 지금 온데간데없다.

“보강 조사” 입증 못하고 꼼수 의혹까지 일어

박 아무개 이용자정책국장은 기자에게 2015년 9월 시장조사를 3월 조사의 “보강”이라고 주장했으나 사실과 달랐다. 이용자정책국 이용자정책총괄과의 2015년 3월 시장조사가 미진해 9월부터 같은 국 통신시장조사과가 보강한 것이라는 박 국장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게 나오지 않았다. 이용자정책총괄과로부터 통신시장조사과로 경품 시장조사 결과가 넘어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관련 공문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의 공개 정보 부존재 통지. 업무 이관 공문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실제로도 이용자정책총괄과의 3월 조사 결과가 통신시장조사과에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의 공개 정보 부존재 통지. 업무 이관 공문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실제로도 이용자정책총괄과의 3월 조사 결과가 통신시장조사과에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월 11일 박 국장은 ‘2015년 3월 시장조사 결과’를 2016년 제64차(11월 15일) 위원회의 경품 위법행위 관련 의결 안건에 포함할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예 입을 다물었고, 결국엔 뺐다. 같은 날 2015년 3월 치 경품 조사 결과를 보고받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용자정책국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받으면 (위원회에서) 의결할 것”이라던 최성준 위원장도 2015년 3월 시장조사를 뺀 채 사업자들에게 그해 9월에 조사한 결과의 책임만 물었다. 결국, 최 위원장이 박 국장과 함께 4대 통신사업자에게 100억 원대 혜택을 준 셈. 박 국장이 2015년 1~2월 실태점검 결과를 최성준 위원장에게 보고한 뒤 시장조사 허락을 받아 3월 2일부터 사실 조사를 시작한 것도 확인됐다.

박 아무개 국장은 이달 6일 “(시장조사) 담당자가 계속 바뀌고 하니까 (2015년 3월 조사가) 지지부진한 거였죠. 여유가 있으면 (3월 조사에) 이어서 6개월이 걸리든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계속할 수 있었겠지만, 그때 상황을 보니 도저히 제대로 끝낼 수 없을 것 같았다”며 “(이용자총괄과에서 통신시장조사과로) 업무를 넘기라고 구두로 지시했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경품 경쟁이 더 뜨거웠던 2014년 하반기를 대상으로 삼아 벌인 시장조사 결과를 뺀 까닭을 내놓지는 못했다. 최성준 위원장을 뺀 나머지 방통위 상임위원들에겐 2015년 3월 치 실태점검이나 시장조사 결과가 따로 보고되지 않았다. 박 국장의 옛 정통부 · 방통위 선배인 이기주 상임위원조차 2015년 3월 치 시장조사가 위원회 의결 없이 묻힌 까닭을 두고 “보고받은 적 없고 아는 바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꼼수 의혹도 불거졌다. 통신사업자가 낼 과징금 규모를 줄여 주기 위해 월평균 경품 지급액이 많았던 2014년 7월 ~ 2015년 3월을 피해 2015년 1월~9월로 조사 대상 기간을 옮겼다는 것. 2015년 9월 시장조사 결과마저 곧바로 위원회 의결 안건으로 올리지 않고 올 12월까지 1년 4개월이나 묵혀 둬 국회와 언론의 기억에서 1년 10개월 전에 있었던 ‘2015년 3월 시장조사’를 지우는 효과를 누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100% 처벌할 일

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릴 정도로 치밀하게 전수 조사가 안 돼 있다”는 최성준 위원장의 말과 달리 2015년 3월 조사는 마땅히 의결 안건으로 다뤘어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업자마다 위법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국회 변재일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공한 2015년 7월 6일 자 ‘통신사 및 주요 CATV사 방송통신 결합상품 경품 제공 현황’을 보면 “25만 원을 초과한 고액 경품 등을 제공받은 가입자도 평균 27.2%”라고 적시됐다. 2015년 3월 조사의 대상 기간이었던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사업자들이 새 가입자에게 제공한 경품 가운데 위법한 비율이 27.2%였다는 것.

▲방통위가 2015년 3월 시장조사 결과로 내놓은 ‘통신사 및 주요 CATV사 방송통신 결합상품 경품 제공 현황’ 가운데 경품 분석 결과. 그동안 사전 실태점검과 시장조사를 벌인 뒤 이런 보고서만으로 사후 조치 없이 과징금을 갈음한 사례는 없다. (자료: 국회 변재일 의원실)

▲방통위가 2015년 3월 시장조사 결과로 내놓은 ‘통신사 및 주요 CATV사 방송통신 결합상품 경품 제공 현황’ 가운데 경품 분석 결과. 그동안 사전 실태점검과 시장조사를 벌인 뒤 이런 보고서만으로 사후 조치 없이 과징금을 갈음한 사례는 없다. (자료: 국회 변재일 의원실)

사업자별 위반율도 나왔다. LG유플러스가 64.7%로 가장 높았다.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 인터넷과 인터넷(IP)TV를 가져다가 자사 이동전화에 붙여 되파는 SK텔레콤도 45.8%나 됐다. 뒤를 이어 초고속 인터넷에 강점을 가진 KT가 27.6%, SK텔레콤의 이동전화를 가져다가 자사 초고속 인터넷과 IPTV에 붙여 되파는 SK브로드밴드가 15.5%였다. 그때 경품을 아예 받지 못한 결합상품 가입자가 있었는가 하면 ‘62만 원을 받은 이용자’도 있었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2014년 하반기 시장에서 100만 원짜리 경품도 나왔던 터라 당연한 조사 결과로 보였다.

옛 방송위 · 정통부 · 방통위에서 시장조사를 해 본 여러 공직자에게 이처럼 시장조사에서 위반율과 지나친 경품 제공 행태까지 나왔음에도 과징금 없이 덮을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한 사람도 “그렇다”는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100% 처벌할 일로 여긴 것. 위반율이 가장 높은 LG유플러스의 권영수 부회장과 최성준 위원장이 경기고 · 서울대 동창 관계인 걸 헤아려 시장조사 대상 시기를 2014년에서 2015년으로 옮기고, 되도록 처벌을 늦춘 것 아니겠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화, 2016/12/2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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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장녀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이 남편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을 상대로 낸 이혼 및 친권자 지정 소송이 7월 20일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이혼 소송 과정에서 이부진 씨가 재산분할요구를 피하기 위해 그동안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온 ‘편법상속’을 고스란히 인정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 사건 1심 판결을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권양희 부장판사)는 두 사람이 이혼하되 이부진 씨는 임우재 씨에게 86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 역시 이부진 씨에게 주되 임우재 씨에게는 한 달에 한 차례 자녀를 만날 수 있는 면접 교섭권을 인정했다.

뉴스타파는 그동안 이 사건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추적을 해왔다. 두 사람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자녀들에게 어떻게 편법으로 재산을 증여해왔는지, 그 내막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 삼성가 장녀 이부진 씨(좌)와 임우재 씨의 이혼소송 1심은 7월20일 마무리됐다.

▲ 삼성가 장녀 이부진 씨(좌)와 임우재 씨의 이혼소송 1심은 7월20일 마무리됐다.

이부진 측 “보유 재산 1조 7천 46억 원”

뉴스타파가 확보한 이부진 씨측의 준비 서면에 의하면, 이부진 씨는 재판부에 1조 7천 46억 2천만 9백만원 가량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주식이 약 1조 6천 780억 7천만 원으로 96% 이상이고,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이 676억 3천 5백만원 가량이다.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의 내역을 보면 삼성종합화학주식을 매각한 매각대금 채권이 271억 원, 부동산이 195억 3천만 원, 예금이 192억 6천만 원 정도다. 이밖에 캐딜락과 벤틀리 등 차량 넉 대가 3억 2천만 원, 1억 2천만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포함한 보석이 4억 5천 8백만 원, 까르띠에 시계 등 시계 2점과 에르메스 가방 등 가방 7점이 7천 8백만 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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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주식은 준비서면 제출 당시 2017년 1월 20일 종가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현재 시가(7월 20일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2조 745억 원으로 불어난다. 전체 재산은 따라서 2조 천 412억 원이 된다. 주가상승 덕분에 불과 6개월만에 재산이 4천억 원 가량 불어난 것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이부진

이 사건은 지난 2015년 2월 이부진 씨가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이혼 조정 및 친권자 지정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1심에서 이부진 씨가 승소했지만 임우재 씨의 변호인단은 “1심 판결은 재판 관할권을 위반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고,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서울 가정법원으로 이송돼 다시 1심이 진행됐다. 이번에 판결이 난 게 바로 이 1심이다. 비슷한 시기 임우재씨 측은 1조 2천억 원대의 재산 분할 소송을 별도로 제기했다. 임 씨측은 이 재산분할소송에 대해 “이혼을 피해 가정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뿐 돈을 바라고 낸 소송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임우재 씨측은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에 이부진 사장의 재산 내역 조회를 요청했다. 재산 분할을 요구하려면 재산 내역을 정확히 알아야 하니 당연한 절차다. 그 결과가 바로 위에 나온 도표이다. 임우재 씨는 이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기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임 씨 측의 주장에 따르면 임 씨는 결혼 3년 전인 1996년부터 이부진 씨와 ‘부부에 가까운 교제’를 해왔고, 그 과정에서 건강이 좋지 않았던 이부진 사장의 건강이 회복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한다. 이후 이부진 씨가 호텔 신라의 사장직을 맡는 등 삼성 그룹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결혼 생활에 따른 건강 회복 덕분이고, 따라서 본인이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또 결혼 과정에서 자신의 가족들, 즉 이부진 씨의 시댁 식구들은 며느리와 삼성 그룹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숨어 살다시피 하면서 본인들의 생활을 희생해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즉, 본인의 노력과 가족의 희생이 이부진 사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산의 유지와 증식에 크게 기여한만큼 재산 분할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진위 여부는 당사자들과 그 측근들만 알 것이다. 그러나 이부진 사장 입장에서 보면, 주장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딜레마가 생겨난다. 즉 편법 상속을 인정하느냐 아니면 재산분할요구에 응햐느냐의 딜레마다. 결혼 뒤 스스로의 힘으로 재산을 형성했다고 인정할 경우 재산분할요구에 응해야 하고, 반대로 스스로의 힘이 아닌 아버지와 삼성그룹의 도움으로 재산을 형성했다고 주장할 경우 재산분할요구에는 응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동안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온 편법 상속을 인정해야 하는 진퇴 양난의 입장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부진 사장은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이부진, 재산 분할 피하려 ‘편법 상속’ 스스로 인정

이부진 씨측의 해결책은 간단했다.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해 편법 상속을 인정해버린 것이다. 이부진 씨가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원고(이부진)의 부(이건희)는 자녀들의 수입이 거의 없던 시점에 자녀들에게 다액의 돈을 증여하여 삼성물산 주식 및 삼성 SDS 주식을 취득하도록 하였고, 위와 같이 취득한 주식은 부친의 뜻에 따라 회사에서 실무적인 부분을 관리하여 왔기 때문에 피고(임우재)가 원고(이부진) 재산의 유지 관리에 관여할 여지 자체가 없었습니다.

이부진 측 준비서면 중

이 구절은 마치 이부진 씨의 편법 상속을 비판하는 기사의 한 구절처럼 보인다.그러나 놀랍게도 이것은 이부진씨 자신의 주장이다. 본인의 재산은 수입이 거의 없던 시절에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재산을 증여받아 형성된 것이며 그 관리는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에서 해왔다는 사실을 이부진 씨 스스로가 인정한 것이다.

▲ 이부진 씨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해 편법상속을 사실상 인정했다.

▲ 이부진 씨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해 편법상속을 사실상 인정했다.

원고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물산 주식과 삼성 SDS 주식은, 혼인 이전에 원고 부(이건희)의 뜻에 따라 원고 부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으로 취득되었고, 원고 부가 회사의 도움을 받아 대주주 주식 공동관리 차원에서 상당기간 동안 실무적인 주식관리(배당금 수령, 세금납부, 주권실물 보관, 지분 공시 등)도 하였습니다. 원고의 두 자매들도 원고와 같은 방법으로 동일 수량의 주식을 취득하여 동일하게 관리하여 왔습니다.

이부진 측 준비서면 중

준비 서면에 따르면, 본격적인 증여가 시작된 것은 이부진 씨가 만 25살에 불과했던 1995년이었다.

원고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산은, 원고가 혼인하기 이전 수입이 거의 없던 시기인 1995년 9월 경부터 1997년 6월 경까지 사이에 원고의 부(이건희)로부터 수회에 걸쳐 총 167억 천 244만 9천 730원을 증여받아 위 증여자금으로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을 취득하고 위 취득자산에서 발생한 수익금으로 재차 다른 자산을 취득하여 형성된 것입니다.

이부진 측 준비서면 중

가장 결정적인 것은 1996년에 받은 16억 원이었다. 바로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사들인 종자돈이다.

원고는 혼인 전인 1996.12.3 원고의 부로부터 증여받은 자금 16억 천 3백만 원으로 삼성 에버랜드 주식회사 전환사채(CB)를 인수하였다가, 1996.12.17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여 주식 209,129주를 취득했습니다. 삼성에버랜드 주식회사는 2014.7경 제일모직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하는 한편 2014.9(월) 경 주식 액면분할을 하였는바, 그로 인하여 원고가 보유한 제일모직 주식은 10,456,450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일모직 주식회사는 2014.12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어 2015.9(9월) 경 삼성물산 주식회사와 합병되었습니다. 이로써 원고는 현재 삼성물산 주식 10,456,450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부진 측 준비서면 중

이부진씨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의 현재 가치는 1조 5천억 원이다. 1996년에 아버지로부터 받은 16억 원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샀고 그게 21년 뒤인 현재 1조 5천억 원이 됐다는 얘기다. 이 과정의 전반부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배정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후반부는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한 국정농단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에버랜드 전환 사채 저가 배정 사건은 우여곡절끝에 삼성 특검을 거쳐 기소가 됐고 2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한 국정농단 사건’은 아직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부진씨가 제출한 준비서면에는 삼성 SDS 주식을 취득하게 된 과정도 상세히 나와있다. 이부진 씨는 3백만 주 정도의 삼성 SDS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158만 주는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헐값에 사들이는 방법으로 취득했다고 인정했다. 이 사건은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배정 사건’으로 알려져 있으며, 법원은 지난 2009년 8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김인주 등 측근들 뿐이었으며 이재용 3남매는 불법 행위로 취득한 재산을 고스란히 유지했다. 현재 삼성 SDS 주식 158만주의 가치는 3천억 원에 이른다.

재산분할 피하려다…‘이재용 법’ 통과되면 3천억 원 환수

더불어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특정 재산범죄 수익 환수법’, 이른바 ‘이재용 법’ (또는 ‘이학수 법’)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19대 임기 만료와 더불어 자동 폐기됐지만 박 의원은 지난 2월 28일 20대 국회에서도 이 법안을 재차 발의했다. 이 법은 50억 원 이상의 횡령 배임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 그 범죄 수익을 소급해 환수하는 법으로, 이 법이 통과되면 이부진 씨는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헐값으로 사들여 벌어들인 3천억 원을 환수당하게 된다. 이 경우 이부진 씨가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해 인정해버린 편법상속은 이부진 씨의 재산 환수를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될 것이다.


취재 : 심인보
CG : 하난희

금, 2017/07/2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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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일가와 오랜 관계를 맺어온 독일의 말 중개업자가 박대통령의 임기 첫해였던 지난 2013년 10월 “최순실의 초청을 받아 청와대에 들어가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다”고 증언했다.

독일 헤센주 노이안스파흐에 위치한 빈터뮬레 승마장의 대표이자 말 중개업자인 아놀드 빈터 씨는 지난 1월 17일 뉴스타파 취재진을 만나 이 같이 말했다. 빈터 씨는 지난 10년 동안 최순실 씨에게 말 4마리를 판매하는 등 최순실 일가를 잘 알고 지냈으며 지난 2013년 10월 최순실씨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청와대에 들어가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고, 한국마사회 관계자와 만나 독일 말을 한국으로 수출하는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독일 헤센주 빈터뮬레 승마장

▲ 독일 헤센주 빈터뮬레 승마장

빈터뮬레 승마장 대표 아놀드 빈터씨

▲ 빈터뮬레 승마장 대표 아놀드 빈터씨

최순실 일가와 10년 전부터 잘 알고 지내

빈터 씨와 최순실 일가와의 관계는 10년 전쯤 시작됐다. 빈터 씨는 최 씨 일가가 처음 자신의 승마장을 방문했을 당시 정유라 씨는 10살 쯤이었으며 방학을 독일에서 보내면서 승마장에 놀러와 말을 탔다고 했다. 그는 최순실씨의 전 남편 정윤회 씨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정 씨에 대해서는 “친절했지만 가족 내에서 발언권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빈터 씨의 승마장은 최순실 씨가 독일에 설립한 비덱 스포츠(코레 스포츠의 후신) 명의로 사들인 슈미텐의 ‘비덱 타우누스’ 호텔과 9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최순실 씨는 해마다 빈터 씨의 승마장을 방문하면서, 말을 한 마리씩 사기 시작했다. 처음에 산 말은 8천 마르크짜리 조랑말이었지만 이내 승용마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빈터 씨는 최순실 씨에게 조랑말을 포함해 모두 4마리를 팔았다고 밝혔다. 승용마의 가격은 6만 유로에서 12만 유로, 우리 돈으로 7천만 원에서 1억 5천만 원 사이다. 승용마를 사기 시작한 시점부터 통역이나 행정적인 업무는 데이비드 윤 씨가 도맡았다고 한다. 윤 씨는 독일 현지의 최순실 조력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빈터 씨는 정유라 씨에게 승마코치도 붙여줬다. 2014년 초까지 정유라의 승마코치였던 로베르토 아치는 빈터 씨가 데리고 있던 말 조련사였다.

빈터, “최순실 초청으로 한국 방문, 청와대에서 박근혜 만났다”

2013년 10월 최순실 씨는 빈터 씨 부부와 로베르토 아치 씨 부부를 한국에 초청했다. 로베르토 아치는 정유라의 승마 연습을 위해 이미 여러 차례 한국을 다녀갔지만 이번에는 빈터 씨 부부도 함께 초청한 것이다. 모든 비용은 최순실 씨 측이 부담했으며 이번에도 데이비드 윤이 비행기 표를 준비하는 등 실무를 맡았다고 한다. 빈터 씨 부부와 로베르트 아치 부부, 그리고 데이비드 윤까지 모두 5명이 한국에 입국했다.

한국을 방문한 빈터 씨 부부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청와대에 초청을 받은 것이다. 빈터 씨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증언한 바에 따르면 빈터 씨 부부는 한국에 입국한 당일이었던 2013년 10월 14일 저녁 8시 반쯤 최순실 씨와 함께 청와대에 들어갔다. 한 시간쯤 차를 마시며 기다렸더니 박근혜 대통령이 나타났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경호원이나 통역 요원도 없이 혼자 들어와 이들과 20분 가량 담소를 나눴다. 대화는 영어로 이루어졌으며 영어를 할 줄 아는 빈터 씨의 아내가 통역을 맡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빈터 씨에게 “최순실 씨로부터 당신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한국은 마음에 드는지” 등을 물었고 분위기가 친밀해지자 “당신 승마장에 내가 탈만한 경주마는 없느냐”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정유라 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박근혜 “내가 탈만한 경주마는 없나” 농담

놀라운 것은 빈터 씨 부부가 청와대에 들어갈 당시 어떤 공식적인 출입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빈터 씨 부부는 청와대 앞까지 승용차를 타고 간 뒤 청와대 문 앞에서 8인승 승합차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정문을 통과할 때 신분증 검사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출발하기 전 호텔에서 미리 최순실 씨에게 여권을 건네준 것이 전부라고 했다. 최순실 씨는 이들에게 차에서 기다리라고 한 뒤 경호동으로 추정되는 곳에 들어갔다 나왔고 그 뒤 이들은 무사통과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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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터 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독대가 있었던 2013년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독 승마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해다. 박 대통령은 이 해 5월 승마협회의 비리를 조사하라고 문체부에 지시했으며 이후 문체부 감사 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자, 8월에는 감사를 주도했던 노태강 체육국장과 진재수 체육정책 과장을 ‘참 나쁜 사람들’이라고 부르며 인사조치를 지시했다. 그리고 나서 불과 두 달 뒤 최순실 씨에게 말을 팔던 일개 말 중개업자를 청와대로 불러 독대를 한 것이다.

정유라 승마코치 부부 “한국 방문 사실이다”

뉴스타파는 빈터 씨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그와 함께 한국에 갔다고 했던 정유라의 승마코치 로베르토 아치 씨의 행방을 수소문했고, 지금은 독일을 떠나 헝가리에 살고 있는 아치 씨 부부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로베르트 아치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지난 2013년 10월 14일 최순실 씨의 초청으로 아놀드 빈터 씨 부부 및 데이비드 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확인해주었다. 아치 씨는 그 전에도 두 차례 더 한국을 방문했으며 그가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정유라 씨의 훈련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아치 씨는 그 증거로, 한국 출입국 도장이 찍힌 자신의 여권 사진을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보내주었다. 그러나 아치 씨는 빈터 씨 부부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날 때는 함께 가지 않았기 때문에 사정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2014년초까지 정유라의 승마코치였던 로베르토 아치 씨. 그는 2013년 10월 최순실 씨의 초청으로 아놀드 빈터 씨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 2014년초까지 정유라의 승마코치였던 로베르토 아치 씨. 그는 2013년 10월 최순실 씨의 초청으로 아놀드 빈터 씨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로베르토 아치 씨 여권에 찍힌 한국 출입 기록. 2013년 10월 14일 입국해 20일 출국했다.

▲ 로베르토 아치 씨 여권에 찍힌 한국 출입 기록. 2013년 10월 14일 입국해 20일 출국했다.

당일 공식 일정 없어.. 청와대는 묵묵부답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대통령 일정을 확인해보면 2013년 10월 14일에는 공식 일정이 없었다. 뉴스타파는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에게 이날 저녁 박근혜 대통령이 빈터 씨 부부와 독대한 사실이 있는지를 여러 차례 질의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최순실 씨와 박근혜 두 사람은 지난 주부터 특검의 수사에 대해 나란히 반격을 시작했다. 최순실 씨는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과 공동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인터뷰를 자청해 “경제 공동체라는 것은 엮어도 너무 어거지로 엮은 것”이라면서 최순실이 자신을 이용해 사익을 챙긴 것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치럼 어떻게든 서로 경제적 정치적 공동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뇌물죄를 피해보려는 게 이들의 전략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 씨와 여러 차례 말 거래를 했고 정유라 씨를 돌봐준 독일의 일개 말 중개업자를 취임 첫해에 청와대로 불러 비밀리에 독대까지 했다는 당사자의 증언이 새롭게 나옴에 따라 이들의 이러한 반격성 해명은 더욱 설득력을 잃게 됐다.


취재 : 심인보
촬영 : 김남범
편집 : 윤석민
독일 현지 취재 지원 : 강순원

목, 2017/02/0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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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최순실 조카 법인에 5억 원 지원 사실 드러나

삼성전자가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조카(최순실의 언니 ‘최순득’의 딸) 장시호 씨가 사무총장으로 근무하는 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5억 원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과 정부, 공기업이 이 법인에 낸 지원금 총액은 기존에 알려진 7억 원보다 두 배 많은 14억 원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체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확인된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공기업 GKL(그랜드코리아레저) 사회공헌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기 위해 제출한 ‘사업계획(신청)서’에는 이 센터가 삼성전자로부터 지난 2년 사이 5억 원의 외부 지원금을 받았다는 실적이 기재돼 있다.

▲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GKL사회공헌재단에 제출한 '사업계획(신청)서' (출처 : 김태년 의원실)

▲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GKL사회공헌재단에 제출한 ‘사업계획(신청)서’ (출처 : 김태년 의원실)

이 문건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이 법인이 주최하는 4차례의 행사를 후원했다. 지난해 12월 ‘과천빙상장 무료 스케이팅교실 대회’와 올해 1월 ‘스키캠프 및 영재선수 선발대회’, 2월 ‘한국동계스포츠영제센터 회장배 스키레이싱대회’와 같은 달 열린 ‘한국동계스포츠영제센터 빙상캠프’다. 이 기간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대기업들이 출연금을 냈던 시기와도 겹쳐진다.

뉴스타파는 삼성전자에 이 법인을 후원하게 된 경위에 대해 문의했으나 현재까지 답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법인의 설립일은 지난해 7월이다. 사업 내용도 기존의 동계스포츠 관련 단체들이 해오는 사업들과 차별성을 찾기 힘들지만, 이 신생 법인이 추진한 사업은 정부와 삼성으로부터 매번 수억 원 대의 지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최순실 씨 조카인 이 법인 사무총장인 장시호 씨에 대한 특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문체부도 최순실 씨 조카 법인 신청하는 족족 지원…총 6억 7천만 원

이 법인이 문체부에 제출한 또 다른 ‘지원신청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스키 영재캠프 및 선발대회 개최’, ‘빙상 영재캠프 개최 지원’ 명목으로 2억 원의 지원금을 정부에 신청했다. 또 올해 7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설상 영재 심화 육성 프로그램’과 ‘빙상 영재심화 육성 프로그램’, ‘스키 영재 캠프’와 ‘빙상 영재 캠프’ 명목으로 4억7천여 만 원을 신청했다. 신청한 소요예산이 상당부분 부풀려졌다는 지적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부는 신청 금액을 그대로 지원금을 줬다.

▲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문체부에 제출한 '2015.12~2016.3 사업 지원신청서' (출처 : 김태년 의원실)

▲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문체부에 제출한 ‘2015.12~2016.3 사업 지원신청서’ (출처 : 김태년 의원실)

▲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문체부에 제출한 '2016.7~2016.12 사업 지원신청서' (출처 : 김태년 의원실)

▲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문체부에 제출한 ‘2016.7~2016.12 사업 지원신청서’ (출처 : 김태년 의원실)

GKL 사회공헌재단은 ‘재단기획사업’으로 2억 지원…특혜 의혹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 법인은 올해 GKL사회공헌재단에서도 2억 원의 지원금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지원금은 재단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공모 사업이 아닌 ‘재단 기획 사업’의 일환으로 집행된 것으로 드러나 특혜성 지원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재단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재단 정관에 따라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후원하기 위해 해당 법인에 후원금을 지급했다”며 “제출 서류에 ‘장시호’라는 이름이 언급된 적 없어 그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혜성 지원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적다고 답했다. 그는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법인의 등기 이사로 돼 있고 사업 이력, 사업비집행계획 등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지원금을 지급했을 뿐 다른 요인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가장 많은 출연금(204억 원)을 낸 그룹사다. 또 최 씨의 딸 정유라(‘정유연’으로 개명) 씨가 타는 말과 승마장 구입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최 씨 모녀와 삼성의 남다른 관계가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뉴스타파의 취재를 통해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까지 거액의 지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삼성이 최 씨 모녀 뿐만아니라 장시호 씨 등 최 씨 일가 전체를 후원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삼성이 일찍부터 이른바 최순실을 중심으로 한 비선실세의 실체를 알고 있었고, 그에 따라 최 씨와 관련된 재단이나 인물에 ‘맞춤형’ 지원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취재 : 오대양

금, 2016/10/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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