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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사법부 신뢰 스스로 무너뜨리는 대법원의 비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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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사법부 신뢰 스스로 무너뜨리는 대법원의 비밀주의

익명 (미확인) | 금, 2015/07/03- 11:23

 

사법부 신뢰 스스로 무너뜨리는 대법원의 비밀주의

국정원 신원조사 관련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질의서엔 답변 안 해 
법관 인사 투명한 공개로 사법 신뢰 높여야


국정원의 경력법관 면접 논란과 관련하여, 참여연대가 지난 6/1, 대법원에 정보공개청구한 신원조사 의뢰 현황(신원조사의 목적, 대상자, 국정원의 회신 일자, 최종 임용자 수 등)에 대해, 대법원이 6/22, 비공개 통지를 해왔다. 게다가 참여연대가 대법원장에게 5/28, 대법원이 국가정보원에 법관 임용 지원자들의 신원조사를 요청한 법률적 근거와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 개선 계획 등을 공개 질의( 질의서 보기 )한 것에 대해서도, 법원은 지금까지 시간만 끌면서 사실상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정원의 법관 임용 개입에 대한 국민적 비판과 의혹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신원조사 의뢰에 관한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입장과 개선 계획도 성의 있게 내놓지 않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보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 

 

대법원은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비공개 사유를“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관 임용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법권도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인 만큼 민주적 통제 하에 있어야 하고, 특히 국민의 삶과 국가작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관의 인사 관련 사항은 국민적 신뢰 제고를 위해서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신원조사 의뢰 현황은 물론이고, 개별 인물 정보와는 무관한 대상자 전체의 수와 통계 등까지도 공개할 수 없다는 법원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참여연대는 대법원의 공식입장과 해명을 듣기 위해 정보공개청구와 별개로, 대법원에 보낸 공개질의서의 답변을 기다렸으나 대법원은 한 달이 넘도록 답변서를 작성 중이라며 시간만 끌고 있다. 법관 임용 과정에 국정원이 개입해 특정사안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묻고, 당락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후에 국민적 분노와 비판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이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 없이 답변을 회피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법원의 폐쇄성, 비민주성은 최근 경력법관 임용 과정에서 또다시 불거졌다. 경력법관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구체적 심사 기준, 탈락 사유 등 선발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법원 스스로 의혹과 불신을 키운 것이다. 
사법권도 입법권이나 행정권처럼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니만큼 사법부의 민주적 통제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기본은 법원이 스스로 운영과 인사 등 기본 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란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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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0_기자회견_테러방지법 반대

2015. 12. 10.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인권·시민단체·국회 공동 기자회견 ⓒ 참여연대

 

우리가 테러방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이유

이름만 다를 뿐 ‘테러’ 방지 법규는 이미 많아
여당 테러방지법안은 국정원 권한 확대 법안에 불과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인권·시민단체-국회 공동 기자회견 개최


일시 및 장소 : 12월 10일(목)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


오늘(12/10) 임시국회 시작을 기해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 남인순 의원, 박홍근 의원, 이학영 의원과 인권․시민사회단체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은 국회 정론관에서 테러방지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테러 관련 법안의 제정을 반대하기 위해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의원들과 인권․시민사회단체는 테러 관련 법안들이 국정원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줌으로써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 제정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뜻을 명백히 밝혔다.

 

지난 11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민간인에 대한 무장공격행위를 계기로 테러방지법 제정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IS도 테러방지법이 없다는 것 알아버렸는데도 천하태평’이라며 연일 테러방지법안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심사 중인 테러방지법은 ‘테러위협’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국정원과 검경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이양하고 있어 인권침해와 민주주의 훼손 우려가 있어 지난 14년간 처리되지 못했던 법안이다. 

 

이에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기식, 남인순, 박홍근, 이학영 의원과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이름만 다를 뿐 “우리나라에는 이미 G20 국가들 중 가장 촘촘한 테러방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무총리가 주관하는 테러대책회의가 10년째 활동을 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것은 국가안보와 공중안전을 명분으로 도입한 제도들의 남용으로 인해 인권침해가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법률상 모호한 개념의 ‘테러’행위를 예방한다는 명분아래 국정원 등 국가기관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려는 테러방지법안은 지금 당장 폐기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지금 시급한 것은 공안기구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일이 아니라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에 협력해온 지난 14년간의 우리나라 대외정책을 돌아보고 국정원을 개혁하여 각종 사회적 자연적 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단과 정책을 개발하는 일임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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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5/12/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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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세상에 너무나 크고 작은 일들이 넘쳐나지요. 그 일들을 보며 우리가 벼려야 할 인권의 가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질서와 관계는 무엇인지 생각하는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넘쳐나는 '인권' 속에서 진짜 인권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매주 논의하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인권감수성을 건드리는 소박한 글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때로는 촉촉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다가가기를 기대합니다.

7월 6일 이탈리아 소프트웨어 기업 ‘해킹팀’의 내부 자료가 유출되면서 국정원의 컴퓨터, 스마트폰 불법 감청 의혹이 일었다. ‘해킹팀’의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6차례에 걸쳐 9억여 원을 감청 프로그램 구입 유지비로 지급했다. 14일 이병호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해킹팀’에서 구매한 감청 프로그램 RCS(원격조정시스템)의 사용을 시인했다. 다만 해외 북한 공작원 감청을 위해 구입했다면서 민간인 사찰의혹을 부인했다. 그런데 국정원은 ‘해킹팀’에 카카오톡 검열 기능을 요구하고 국내에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마다 해당 기종에 대한 해킹과 국내에서 사용되는 모바일 백신을 깰 방법을 문의했다. 2012년 대선이 있기 전인 1월과 7월에 해당 프로그램을 구매했고 지방선거가 있던 2014년 6월에는 안드로이드폰 공격 기능을 ‘해킹팀’에 요구하기도 했다. 국정원의 의도가 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언제나 국정원과 함께 한 도청, 감청

정보기관에 의한 통신 도청, 감청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재 감청의 법적 근거인 통신비밀보호법은 1993년에 제정되었다. ‘초원복집’ 사건으로 알려진 92년 관권 부정선거 모의가 전직 안기부 직원에 의한 도청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당시 당선이 유력했던 김영삼 후보 측과 보수 언론은 이 사건을 도청이라는 불법적인 방법을 이용한 파렴치한 사건으로 몰아갔고, 역설적이게도 무분별한 도청, 감청을 막고자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당시 ‘초원복집’ 도청이 전직 안기부 직원에 의해 행해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군사정권 시절에는 중앙정보부-안기부, 보안사-기무사 등이 아무런 법률적 근거도 없이 자유롭게 도청을 했다. 감시, 사찰, 미행, 도청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일상인 시대였다. 

문민정부가 호기롭게 만든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 헌법 18조가 선언한 ‘통신의 비밀’이 지켜졌을까?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법원의 영장을 받아 감청을 집행할 거라고 믿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국정원의 도청 문서라며 김대중 정부에 의한 도청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3년의 조사 끝에 국정원 도청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지었다. 하지만 2005년 7월, 97년 대선을 앞두고 중앙일보 회장과 삼성그룹 부회장이 나눈 대화를 안기부가 도청한 ‘삼성 X파일’ 사건이 알려지면서 재수사에 들어갔고, 김영삼, 김대중 정부 아래에서도 안기부-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도청을 해왔음이 밝혀졌다. 김대중 정부부터 시작된 디지털 이동통신 상용화, 인터넷 통신의 발달은 자연스럽게 도청 장비 개발로 이어졌고, 국정원은 유선중계통신망 장비 'R2‘와 이동식 이동통신 도청 장비 'CAS'를 개발해 운용했다. 유선전화보다 휴대전화를 통한 통신이 일반화되고,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부터는 개인이 보유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정보가 스마트폰에 집적되게 되었다.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17~19대 국회에서 이통사의 휴대전화 감청 설비를 의무화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꾸준히 발의하는 이유다.

단지 욕망이 아닌 권력에 고유한 지배기술

민주화 투쟁의 오랜 역사와 경험은 국민들에게 정보기관에 의한 감시, 사찰, 미행, 도청이 왜 벌어지는지,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게 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이름난 투사들이라고 했던 김대중, 김영삼도 권력을 잡고 통치하기 위해서는 국정원을 필요로 했다. 비판적인 생각과 주장들이 어떻게 유통되고 조직되는지 감시하고, 세상을 바꾸는(그들 표현대로라면 정권과 체제를 위협하는) 운동으로 조직되기 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선거 시기에 유용하게 쓰이는 것은 덤이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 합법적인 감청요건이 되는 수많은 범죄들을 적시하고 있지만, 정부에 보고되는 감청 건수의 95% 이상이 국정원이 행한 것이다. 국정원은 어떤 관료조직보다도 권력의 그런 속성을 잘 알고 있기에 언제나 꾸준히 사찰을 해왔다. 도청, 감청은 국정원 조직이 갖는 특성이나 욕망이 아닌 지배 권력이 절대 버릴 수 없는 고유한 지배기술이다. 

더구나 한국은 기본권 침해를 정당화하는 특유의 체계가 탄탄하게 작동한다.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은 모든 법률체계에 스며들어 처벌근거로 기능하거나 기본권 제약근거로 작동한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 허용하는 감청사유에는 ‘국가안보를 위한 통신제한조치’ 조항이 별도로 있으며, 정보통신망법에서는 유통이 금지되는 불법 정보 조항에 포함된다. 정치 사상의 자유도 충분히 제약 가능해 국방부 불온서적 지정이 법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결사의 자유는 체제의 적에게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적극적인 해석으로 말미암아 국회의원 6명에 당원이 수만 명인 정당이 하루아침에 해산되었다. 집회 시위의 자유? 툭 하면 공공의 안전과 질서에 위협을 주므로 금지되거나 제한된다. 헌법재판소가 앞장서 국가보안법에 의한 기본권 제약의 법률적 근거를 만들었다. 헌법 37조 2항은 국가안전보장 등을 위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지만 그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을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것만을 강조한 나머지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될 수 없다는 데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실상이 어떻든지 법률적 근거만 구비한다면 상관없다는 것이다. 

도청, 감청의 법적 정당성 

국정원이 구입한 RCS 해킹 프로그램은 실시간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수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이런 끔찍한 행위가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사회에서 헌법적 정당성을 획득하면서 당당히 이루어질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국정원의 해킹은 어떤 형태로든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지만 법률 개정을 통해 근거만 마련하면 된다. 이런 엄청난 행동을 저지르고도 국정원장은 북한 공작원 감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변명한다. 일각에서는 국내에 침투한 북한 공작원 감청을 위해서는 필요한 기술이 아니냐는 말도 한다. 그런데 북한 공작원인지는 미리 알 수 없으니 일단 자의적으로 감청을 해서 증거를 모은다. 국정원은 법원의 영장을 반복해서 발부받으며 통합진보당을 3년 동안 감청해왔다. 논리적으론 새정치민주연합을 3년 동안 감청 못 할 이유가 없다. 

이런데도 북한에 우호적이거나, 옹호하는 이상한 사람들만 아니면 국정원이든, 국가보안법이든 아무런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북한을 옹호하는 사람인지 여부,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사람인지 여부, 정부 비판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지 여부는 국정원이 사찰하고 정보를 수집한 다음 판단할 문제이므로 사회 전반에 대한 사찰과 감시의 망이 쳐지게 된다. 저들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근거(국가보안법)가 살아있는 한, 국가보안법의 제한적 적용은 요원하다. 이제는 북한과 관련되면 인권, 민주주의의 원칙은 당연히 팽개쳐버릴 수 있는 것인지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도청, 감청이 문제일까. 간첩이라면 40년 넘게 감옥에 가둬놓고도 일말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았던 사회가 아닌가.
덧붙이는 글
정록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47 호 [기사입력] 2015년 07월 16일 7:55:45
수, 2015/07/15-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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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신속한 개혁조치 적극 환영한다

국정원과 청와대 공작정치 조사, 사드 재검토 등 계속 이어져야 

 

지난 10일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과 새 정부의 신속한 개혁조치들이 국민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조치나, 세월호 참사 때 학생들을 구조하다 희생된 2명의 기간제 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 조치 지시,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 문건에 대한 과거 청와대와 검찰의 조치의 문제점 조사 등이 대표적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문제 해결 방침을 이끌어낸 것과, 노후 석탄발전소에 대한 일시 가동중단 조치 등도 긍정적이다. 새 대통령과 새 정부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한 과감한 개혁조치를 적극 환영한다 .

 

이런 조치들에 이어,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새 정부가 곧장 진행해야 할 개혁조치들이 많다. 참여연대는 그 중에서 아래 몇 가지를 특히 강조하며 새 정부가 실행할 것을 기대한다. 이것들은 국민적 동의와 합의기반도 매우 두터운 것인만큼 우선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이기도 하다. 

 

첫째, 법무부장관에는 비검찰 출신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 검찰개혁은 여러 여론조사에도 확인되듯이 최우선 과제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은 국회에서 법률이 통과되어야 하는 조치들인데,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법무부장관은 검찰개혁 의지가 뚜렷할 뿐만 아니라 비검찰 출신 인사가 임명되어야 한다. 그래야 검찰조직에 휘둘리지 않고 검찰개혁이 중단없이 추진될 수 있다.

 

둘째,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벌인 각종 정치공작 등 위법 또는 탈법행위 지시에 대한 조사도 바로 시작해야 한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업무수첩이나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 등에는 박 전 대통령 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각종 위법 또는 탈법행위 지시가 기록되어 있다. 특히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 문화예술계, 시민단체 등에 대한 탄압을 사전에 기획하고 보복을 지시했고, 언론사 인사개입 및 통제 시도, 법원 판결 개입 및 법조인 징계 시도, 국가정보원을 통해 고위공직자, 정치인, 자치단체장과 교육감 등을 사찰 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나 '박영수 특검'이나 검찰 수사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다. 이같은 정치공작에 대한 조사는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  

 

셋째, 이명박 정부 시절과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벌인 정치개입 및 여론조작 행위의 진상 조사도 시작해야 한다. 문 대통령도 약속했듯이 국가정보원법을 전면 개정해 해외정보수집 전문기관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그에 앞서 할 일이 있다. 최근 한겨레21이 연속보도했듯이 2008년 말부터 국정원이 ‘알파팀’이라는 민간조직 결성 및 지원을 통해 여론조작행위를 벌인 점, 지난 9년간 여러 보수우익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관변 집회 개최 등 친정부 활동을 조장한 점 등은 언론과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 수준에서 마무리되면 안된다. 국정원을 직속기관으로 두고 있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국정원 개혁의 1단계 조치다.

 

넷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구실로 강행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즉 사드 장비의 반입을 중단하고 재검토를 지시 해야 한다. 전문가들과 정치권, 시민사회는 사드 체계가 한국 방어용인가에 대해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실질적인 한국 방어효과는 확인하기 어려운데 반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되어 동북아 군비경쟁만 재촉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정부는 대선 직전에 제대로 된 합의 문서도 없이,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법적 절차도 무시한 채 불법적으로 사드 장비를 경북 성주 지역에 반입했다. 장비 반입 직후 미국은 한국의 사드 비용 부담을 요구한 상태다. 우선 더 이상의 사드 장비 반입시도를 중단하고 사드 배치 결정의 적절성과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다섯째,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와 일본 아베 정부간에 맺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들을 중단하고, 일본과 재협상에 나설 조치를 취해야 한다.  피해자 당사자들과 국민들이 전혀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납득하지 못하는 합의는 깨어져야 마땅하다.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법적배상이 아닌 위로금 명목의 금전을 지급하는 일은 지금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나아가 피해자의 관점에서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재협상을 일본에 요구해야 한다. 유엔고문방지위원회의 최근 보고서는 한국측의 재협상 요구에 국제사회가 충분히 지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섯째, 이명박 정부가 강행했던 4대강 사업과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추진과정도 조사해야 한다. 훼손된 4대강을 재자연화하기 위해 보를 철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새 정부는 약속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와 함께 잘못된 의사결정을 강행한 과정도 밝혀, 책임도 묻고 교훈도 남겨야 한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의 경우 석유공사 또는 광물자원공사 사장들만 검찰이 수사하였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비롯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최경환 전 재정기획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터 장관, 자원외교 특사였던 이상득 전 의원 등이 여러 공기업으로 하여금 손실을 무릅쓰고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게 만든 과정도 밝혀야 한다. 이런 조치들은 잘못된 의사결정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화, 2017/05/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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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여·야간 특수활동비 개선 여부를 두고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이 대립이 얼마나 첨예한지 국회가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산재해 있고, 당장 며칠 뒤부터는 국정감사가 예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회는 그 업무마저 정지되었을 정도다. 특수활동비는 지금처럼 정치영역에서 논쟁 되기 훨씬 이전부터 시민사회영역에서 지속적으로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이어져 왔다. 잘 알려졌다시피 특수활동비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또한 최근에는 특수활동비와 관련된 고위공직자들의 부정사용 의혹과 비리가 연달아 발견되어 왔기 때문이다.


위 사진:(출처: 국민TV)


특수활동비가 뭐길래 


특수활동비 개선을 두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특수활동비 공개와 개선에 반대하고 있다. 그 명분은 국가정보원, 경찰, 검찰, 감사원, 국회, 헌법재판소 등 정보기관과 수사기관, 헌법기관에 편성되는 특수활동비가 세세하게 공개되고 그로 인해 사용이 제한될 경우에는 국가안보가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행정 및 의정 효율성을 위해 고위 공직자들이 드러나지 않게 행하는 고도의 정치 행위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그간 공직자들의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으로 특수활동비 사용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전면 점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공기관 전체 약 8800억 원의 특수활동비 예산 중 절반이 넘는 약 4700억 원을 지출하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가 적절하게 쓰이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특수활동비에 관한 입장 차이 같지만, 이 문제는 사실 그리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 이유는 이 논쟁이 안보와 행정 및 의정 효율성이 알 권리와 충돌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결국, 가치의 문제라고 할 때 이들 가치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나마 해보고자 한다. 논의가 혼탁할 때는 결국, 본질을 확인하는 것이 최소한 명확함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와 효율성 VS 알 권리?


우선 국가안보는 국가 안전보장(安全保障, national security)을 줄인 흔히 쓰이는 개념이다. 국가가 외부의 위협과 불안에 대해 안녕이 보장되고 대응이 준비된 상태를 말한다. 근대국민국가가 들어서고 국경이 존재한 이래, 모든 국가들에 외부의 위협은 항시적인 것이었다. 결국, 안보는 달성 가능한 완료상태나 객관적 도달지점이 아닌 항시적으로 지속되는 정부의 행위이며 주관적인 상태이다. 따라서 국가안보의 범위나 행위 또한 역사적으로, 시기적으로, 또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냉전이 해체되면서 전 세계, 특히 북미와 서유럽에 위치한 선진국들의 안보 조건은 완전히 변했다. 하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냉전이 진행 중으로 한국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이 두 국가 각각의 북쪽과 남쪽 국경은 휴전선이다. 또한 한국의 산업기밀을 외국(특히 중국)으로 빼돌리는 산업스파이들의 활동 또한 지속적인 안보문제로 대두된다. 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부가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활동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며 이런 중요한 기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증빙 없는 예산의 지출도 가능하다. 단, 조건은 이런 안보활동이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한 원칙으로 두고 내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국민들이 정보기관을 신뢰하는 한에서 그렇다.


다음으로 고도의 정치 행위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되고 있는 행정 및 의정의 효율성(效率性, efficiency)이란 것은 경제적 개념이다.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의 산출과 효과를 얻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 말은 곧잘 생산성(生產性, productivity), 경제성(經濟性, economic efficiency)과 같은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경찰과 검찰, 감사원 같은 치안과 수사의 기능을 수행하는 공직자의 경우 성공적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사과정에 긴급하게 필요한 지출을 증빙하지 않도록 하는데, 이런 증빙이 필요할 경우 증빙 절차에 따른 행정력과 시간이 등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또한 관련 정보가 공개될 경우에는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경우 특수활동비가 국회의장, 부의장, 교섭단체장, 각 상임위장을 맡는 의원들에게 지급된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특수활동비의 명목은 분명 의정활동의 효율성일 것이다. 국회 내의 치열하고 분분한 쟁점들을 원활하게 조율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국회 외부의 자원으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내는 등의 일을 정해진 회기와 멀게는 임기 내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부터 국회의원에 이르는 공직자들에게는 이런 효율성이 중요하다. 단, 조건은 이런 특수활동비가 공직자들의 당연한 특권으로 머물거나 개인적인 편의, 유흥, 또는 어떤 형태의 경제적 이득으로 유용되지 않는 한에서 그렇다.


반면 앞서 설명한 가치들과 대립하고 있는 알 권리(right to know)는 (정치적)표현의 자유와 상보 관계를 이루는 인권 개념이다. 알 권리가 표현의 자유와 상보 관계를 이루는 인권 개념인 까닭은 시민으로서 개인이 정부의 정보에 대한 접근이 금지된다면 자유로운 옹호와 반대, 비판, 대안제시 등의 의견개진과 함께 넓게는 이런 정치적인 결단에 따른 결사 또한 금지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알 권리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특수활동비는 국가구성원 각 개인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와 국회가 안보와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라는 합의에 의해 알 권리라는 보편적 인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인권을 제한하는 것의 정당성이란 것은 앞서 이야기한 가치에 달라붙어 있는 조건들을 충족하는 것에 있다.



특수활동비, 알 권리를 요구하자


하지만 이런 안보와 효율성이 용인되는 조건으로서 정당성들은 일찍이 무너졌다는 걸 국민 모두 알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2012년 대선개입과 해킹 프로그램을 통한 내국인 사찰의혹을 어떤 방식으로든 해명하지 못해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난 2011년 김준규 검찰총장은 검찰 간부들에게 나름의 보너스를 지급했고, 올해 홍준표 경남도지사, 신계륜 의원 등 공직자들의 특수활동비 유용 정황이 드러나면서 특수활동비가 공직자 개인에게 부여되는 당연한 특권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드러냈다. 상황이 이쯤 되면 최소한 특수활동비 제도 정비를 위해 일시적으로라도 특수활동비에 대한 우리의 알 권리를 다시 요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강성국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간사


*이 칼럼은 2015년 9월 2일자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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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5/09/0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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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6일, 국가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정치, 선거에 개입한 사상 유례 없는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특히, 이 사건 1심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을 무죄로, 2심은 유죄로 판단해 국민 모두가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주목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쟁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가름할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의 이메일 계정에서 압수한 '시큐리티' 파일과 '425지논'파일이 형사소송법이 인정하는 증거인가 여부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관 13명 전원은 일치된 견해로 유무죄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고 쟁점이 된 증거의 사실관계를 다시 확정하라는 취지의 판결 내리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회피함으로써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최후 보루서의 임무를 방기했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제기되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 서보학 사법감시센터 소장의 판결비평을 통해 1심부터 2심, 대법원 판결을 한 눈에 살펴보며 그간의 판결들 중 시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판결은 무엇이었는지, 판결을 판결해 봅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대법원 판결

결국 지록위마가 옳다는 것인지!

 


대법원 2015.7.16. 선고. 2015도2625 전원합의체 판결 (공직선거법위반, 국가정보원법위반)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민일영(주심) 이인복 이상훈 김용덕 박보영 고영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서보학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경희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보학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경희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상식에 반하는 ‘지록위마’ 1심 판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국가정보원법위반 및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다. 국가정보기관의 정치개입 및 선거개입이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 흔든 국기문란행위에 대해 지난 2014년 9월, 1심은 지극히 상식에 반하는 판결을 내렸다. ‘정치개입은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라는 매우 난해한 결론을 국민 앞에 내 놓은 것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정권의 정통성만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고심에서 나온 판결이었다. 그런데 국정원이 대선국면에서 정치에 관여하는 행위를 계속했다면 이러한 공작은 선거를 염두에 두고 한 선거개입 행위로 보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에 부합한다. 이렇게 상식에 어긋나는 결론 때문에 1심 판결은 법원 내부에서도 이 땅의 법치주의를 죽이는 지록위마(指鹿爲馬)와 같은 판결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되살린 2심 판결

 

이에 반해 2심은 2015년 2월, 국정원의 공작행위가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모두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2012년 1월 1일에서 12월 19일까지 사이의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트윗 27만 건을 분석한 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 20일 이후부터 심리전단 직원들의 선거 관련 글이 대폭 증가하는 것 등을 토대로 원세훈 전 원장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를 인정했다. 이를 위해 2심 재판부는 시계열분석까지 동원하여 데이터를 치밀하게 분석하였는데, 2012년 상반기는 선거와 직접 관련 없이 이명박 정부를 홍보하는 등의 ‘정치관련 글’이 압도적(84~97%)으로 많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8월 이후에는 ‘선거관련 글’의 비중이 부쩍 높아졌다(50~83%)는 객관적 통계를 확인함으로써 이런 결론에 이른 것이다. 

 

아울러 2심 재판부는 총 247쪽에 이르는 판결문 가운데 72쪽에 걸쳐 사실관계의 기초가 된 증거의 증거능력 문제를 꼼꼼히 검토하였다. 특히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문제가 되었던 ‘시큐리티’ ‘425지논’이라는 제목의 두 텍스트파일의 증거능력 문제를 총 43쪽에 걸쳐 상세하게 검토한 뒤 두 텍스트파일이 형사소송법상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 문서의 내용에 기초하여 선거에 개입한 국정원 직원들의 행위를 사실로 인정하였다 

 

이 두 파일에는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269개의 트위터 계정과 이를 기초로 하는 트윗덱 연결계정 422개가 들어 있는데, 이를 통해 이루어진 16만 건의 트윗·리트윗글의 상당수가 2012년 대선에 임박한 선거 관련 글들이어서 선거개입의 목적성 및 계획성 등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었다.

 

2심 판결은 ‘대선국면에서의 정치개입은 선거개입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을 확인하기 위하여 사실관계의 확인과 증거법적 논증에 많은 성의와 공을 들였다. 아울러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국가정보기관에 의한 민의의 왜곡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과 좌고우면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준 탁월한 판결이었다.

 

논리 없는 주장만 내세운 대법원 판결

 

그런데 최근 7월 16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판결을 통해 2심 판결을 파기환송 함으로써 사실상 2심의 결론을 뒤집었다. 선거개입 유무죄에 대한 최종판단을 다시 2심에 미루기는 했으나, 2심 재판부가 유죄판단의 결정적 기초로 삼았던 ‘시큐리티’ ‘425지논’ 두 텍스트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인함으로써 2심의 유죄판단이 유지될 수 있는 밑동을 제거해 버렸기 때문이다. 선거개입 여부에 대해 직접 유무죄를 선언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유죄의 핵심증거를 못쓰도록 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파기환송심의 결론을 제시해 준 뒤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해 버렸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권력의 눈치를 본 기회주의적이고 정치적이고 무책임한 판결’이라는 강한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2심의 유죄판단에 있어서 핵심증거였던 ‘시큐리티’ ‘425지논’ 두 개의 텍스트파일은 형사증거법상 소위 전문증거에 해당한다.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하면 이 텍스트파일들이 유죄의 증거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우선 텍스트의 작성자가 법정에서 스스로 작성한 사실을 시인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에 해당되어야 한다. 1심은 이 텍스트파일을 쓴 국정원 직원이 법정에서 작성 사실을 부인했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2심은 총 43쪽에 걸쳐 국정원 직원이 스스로는 작성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여러 정황(이메일 계정의 관리 및 활용에 관한 당해 직원의 진술, 직원의 이메일 계정에서 압수한 다른 파일과의 관련성, 위 두 파일에는 해당 직원만이 알 수 있는 정보 등이 기재되어 있는 등 제반 사정)을 세밀하게 판단할 때 해당 직원이 직접 작성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또한 두 텍스트파일의 내용을 세밀히 검토할 때 국정원 직원이 업무상 필요에 의해 통상적으로 작성한 문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유죄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문제의 파일들이 형사소송법상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주된 이유는 문서 내용 중 상당 부분이 단편적이고 조악한 형태의 언론기사 등이고 기재된 트위터 계정은 그 정보의 근원, 기재 경위, 정황이 불분명하며 개인적인 신변잡기 정보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었다. 2심 재판부가 43쪽에 걸쳐 세밀하고 신중하게 판단해 내린 결론을 대법원은 판결문 2쪽에 걸친 매우 추상적이고 단편적인 논리를 들어 간단히 뒤집은 것이다.

 

그런데 2심 재판부가 인정한 바와 같이 ‘시큐리티’ ‘425지논’ 두 텍스트파일의 내용을 검토해 보면 작성자인 국정원 직원이 업무수행과정에서 필요한 내용을 계속 추가, 보충하고 활동내역과 실적을 반복적으로 기재해 온 것으로서 일종의 ‘업무일지의 성격’을 분명히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우선 대법원은 기재된 트위터 계정은 그 정보의 근원, 기재 경위, 정황이 불분명하다는 반대논리를 제시하였다. 텍스트파일에 같은 심리전단 직원들이 현재 공유하여 사용하고 있는 트위터 계정들, 즉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을 적어 놓았는데 거기에 무슨 정보의 근원과 기재 경위 등이 또 필요하다 말인가! 

 

또한 대법원은 파일의 내용 중 상당수가 단편적 형태의 언론기사를 나열한 것이어서 공무원의 작성문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또한 국정원이 인터넷과 트위터에 올린 글 대부분이 정치와 선거관련이고 그 내용이 언론보도를 기초로 했다는 점을 대법원이 애써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대법원은 기재 내용 중에 개인적인 신변잡기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반대논거로 삼았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상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에 해당하기 위해서 일정한 정형화된 형식에 따른 공식문서의 형태를 띨 필요가 전혀 없다. 업무와 관련한 내용이 통상적 기계적 반복적으로 기재되기 때문에 그 내용의 신빙성을 신뢰할 수 있는 문서이면 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때문에 대법원은 “성매매업소에 고용된 여성들이 성매매를 업으로 하면서 영업에 참고하기 위하여 성매매 상대방의 아이디와 전화번호 및 성매매방법 등을 메모지에 적어두었다가 직접 메모리카드에 입력하거나 업주가 고용한 다른 여직원이 그 내용을 입력한 사안에서, 위 메모리카드의 내용은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의 ‘영업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로서 당연히 증거능력 있는 문서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7.7.26. 선고 2007도3219 )고 하였고, 또한 “피고인이 선거운동원들을 모집,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선거운동원들이 실제로 선거운동을 하였는지 여부를 그때그때 일상적, 계속적, 기계적으로 확인하여 작성한 출결부는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의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된 통상문서’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대법원 2013.06.13. 선고 2012도16001 ). 

 

성매매 상대방의 아이디, 전화번호, 성매매방법의 특징 등을 기재한 메모지. 선거운동원의 출석과 선거운동 참여여부를 때마다 기록한 출석부. 아무 정형화된 형식 없이 임의대로 기재한 사실상 메모에 가까운 이러한 문서들에 대해 업무상 통상적으로 작성되는 문서로서의 성격을 인정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대법원이 선거법 위반 사건에 와서는 갑자기 무슨 문서로서의 형식과 품위를 요구한단 말인가? 

성매매 상대방의 아이디, 전화번호, 성매매방법의 특징 등을 기재한 메모지에 혹 작성자의 신변잡기에 대한 내용이나 사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작성된 통상문서로의 성격을 잃는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일기장에 낙서나 그림이 들어가 있다고 해서 일기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본 사건에서도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텍스트가 전체적으로 업무일지의 성격을 분명히 갖고 있다면 혹 내용 중에 신변잡기에 대한 내용이 섞여 있다하더라도 업무상 작성된 통상문서로의 성격을 인정하는 것이 옳다. 이러한 점에서 대법원의 판단은 상식적인 판단과 거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앞선 스스로의 판결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전문증거의 세밀한 기준을 세워주는 것은 상급심으로서 대법원의 당연한 임무이다. 또한 증거능력의 인정기준을 엄격하게 세움으로써 피고인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큰 틀에서 형사법의 기본원칙(in dubio pro reo!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2심이 상세하게 검토·논증한 핵심증거의 증거능력을 상세하게 다투기보다는 매우 추상적이고 단편적인 논리를 들어 간단하게 배척함으로써 논리 없는 주장만을 내세웠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또한 상급심이자 법률심으로서 증거법의 세밀한 원칙을 제시하기 보다는 특정사건의 특정증거를 배척하기 위한 일회성 멘트를 날린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13대 0, 책임감도 용기도 없는 대법관들

 

나아가 이번 판결로 대법원은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최후 보루서의 임무도 방기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국가정보원이 정치에 개입하고 특히 대선·총선에 즈음하여 선거에 개입하여 여론을 조작·왜곡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 흔드는 국기문란행위에 해당한다. 국가기관의 이러한 중대한 불법행위에 대해 준엄한 사법판단을 내리고 재발을 방지해야 할 최종 책임은 대법원에 주어져 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그 책임을 회피하였고 법률심이라는 변명을 내세우며 판단을 하급심에 미루었다. 그것도 13명 대법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대법관들은 모두가 한 줄에 서면 책임이 면책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이런 중대한 사건에서 소수의견, 반대의견 하나 없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정말 책임감도 용기도 없는 대법관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대법원은 상고법원의 도입을 추진하면서 정책법원을 지향하고 있음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정책법원으로서 법령해석의 통일을 기하고 정의구현을 위한 바람직한 가치기준을 설정하는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대법원이 법이념·가치관·성별·출신 등에 있어서 다양한 대법관들로 구성되어 정의실현과 국민들의 삶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 사건들을 선별해 전원합의체를 통해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는 원칙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좌고우면하는 대법원, 치열한 내부토론이 실종되어 소수의견 하나 찾아 볼 수 없는 획일화된 대법원이 과연 정책법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대법관들의 자성과 아울러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혁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정의를 실현하는 것만큼이나 사회구성원들이 정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믿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7월 23일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판결’에서 대법관들이 한 말이다. 정말 멋있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원세훈에 대한 상고심판결을 보면서 정말 현재 대법원이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이 정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믿을 수 있게 판결을 내리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대법관들은 ‘지록위마가 옳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이 땅에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공은 다시 항소심으로 넘어 갔다. 포기하지 않는 한 정의가 실현될 희망은 아직 살아 있다고 믿고 싶다. 지난 2심 재판부가 보여준 책임감과 용기, 치열한 고민을 파기환송심의 재판부가 다시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화, 2015/08/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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