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검사 한 명에 가로막힌 국회의 입법권

지역

검사 한 명에 가로막힌 국회의 입법권

익명 (미확인) | 목, 2015/07/02- 10:37

자살까지 부른 저작권 합의금 장사는 언제 멈출까 | <5·끝> 검사 한 명에 가로막힌 국회의 입법권

글 | 남희섭(오픈넷 이사, 지식연구소 공방 대표)

DEFAULT

국회가 선택한 해결책 – 100만원 저작권법

저작권 합의금 장사 문제를 해결하려고 국회에서 여러차례 방안을 내 놓았다. 2008년부터 작년까지 7개나 된다.

  • 2008년 변제일 의원안: 침해 금액 1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음.
  • 2009년 최문순 의원안: “영리 목적의 업(業)으로” 침해한 경우에만 처벌.
  • 2013년 김희정 의원안, 2014년 김태년 의원안, 이상민 의원안, 박기춘 의원안 (총 4건): 비친고죄 폐지 또는 축소.
  • 2013년 박혜자 의원안: 피해 규모 5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처벌

이 개정안들은 어떻게 처리되었을까? 2009년까지 제안된 안들은 모두 임기만료 폐기되었다. 남은 5건 중 비친고죄와 관련된 4건을 처리하면서 이미 작년 봄에 이른바 ‘100만원 저작권법‘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여성가족부 장관인 김희정 의원은 2014년 4월 당시 저작권법 소관 위원회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비친고죄 폐지 또는 축소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 4건을 밀어붙였다. 당시 법안소위 의원들은 비친고죄만으로는 고소·고발 남용과 과도한 합의금 요구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박혜자 의원안을 참조로 피해 규모 1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형사처벌하는 위원회 대안을 만들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4월 23일자4월 24일자), 치열한 논쟁을 엿볼 수 있다. 결국 문체부 차관은 피해금액 100만원으로 하면 전체 고소 건수의 1.2% 정도가 되어 “크게 무리가 없는 부분”으로 평가했고, 김희정 의원은 100만원 저작권법 추이를 지켜보고 이걸로 해결이 안되면 다른 방법을 논의하자며 대안을 확정했다. 당시 교문위가 통과시킨 대안의 제안 이유는 이렇게 되어 있다.

“경미한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도 고소∙고발이 남용되고 고소 취하 대가로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임.
따라서 비영리 목적의 일정 규모 이하 저작권 침해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과도한 형사범죄자의 양산을 방지하려는 것임.”

 

검찰에서 파견된 국회 전문위원에게 가로막힌 ’100만원 저작권법’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1년이 넘도록 위원회 대안은 본회의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바로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법사위는 교문위에서 통과된 대안을 불과 8일 만에 전체 회의에 회부했다. 하지만 법사위 전문위원인 강남일 검사는 ’100만원 저작권법’이 “법체계상 이례적”이라며 지재권법 체계 전반의 “균형과 형평성을 고려하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역시 검찰 출신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저작권법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2소위에 넘겨서 검토를 해야 될 것 같고요”라며 전문위원을 거들고 나섰다. 그리고 문체부 장관도 저작권자들이 거세게 반발한다는 이유를 들어 법사위에서 더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해서 100만원 저작권법은 2014년 5월 2일 법사위의 제2 소위로 회부되었다. 그 후 지금까지 제2 소위는 저작권법을 안건으로 올리지도 않았다. 1년이 더 지나서야 겨우 안건으로 올라갔던 올해 6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행사로 또 다시 논의가 중단되었다(갑작스런 국회 정상회로 7월 1일 다시 논의한다고 하니 그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독재의 잔재 – 검찰 파견 국회 전문위원

국회 전문위원제도는 1973년 박정희 유신정권이 의회 장악 도구로 변질시켰다. 원래 전문위원은 의원들이 뽑았다. 하지만 유신정권은 여당 임명직인 국회 사무총창에게 실질적인 임명권을 주었다. 그리고 행정부 관료들을 국회 전문위원으로 파견하여 국회를 통법부, 거수기로 전락시켰다. 전두환 군부정권의 국보위는 이를 더 강화해 전문위원 검토보고를 들어야만 법안 심사를 하도록 국회법을 뜯어고쳤다.

이 때문에 상당수 법안이 전문위원 검토의견에 좌지우지된다. 전문성이 높은 법안일수록 더 그렇다. 국회 전문위원들도 처리할 법안 수도 많아지고 내용도 전문적이 되자 행정부가 주는 자료에 많이 의존한다. 그래서 전문위원이 행정부와 이해단체의 집중적인 로비의 표적이 되면서 실질적인 입법권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의원은 계약 기간 4년짜리 비정규직이고, 국회에서 정규직은 전문위원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국회의 입법권을 제약해온 이러한 독재의 잔재는 아직도 남아 있다. 검찰이 법사위에 전문위원으로 검사를 파견하고 있는 것이다. ’100만원 저작권법’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강남일 검사는 2011년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 2012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 부장검사를 거쳐 2014년 2월 국회로 파견되었다. 국회 상임위원회 전문위원 중 행정부 파견 인력으로는 유일하다. 강남일 검사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낸 이중회 서울고검 부장검사와 함께 사시 33회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검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문제는 검찰 파견 전문위원이 법무부와 검찰의 논리를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란 외피로 포장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특정 이익집단의 편향된 주장을 담는 것이다.

이 글에서 지적하는 문제는 강남일 검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의 문제다. 의회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입법권이 행정부에서 파견된 공무원의 검토의견을 들어야만 행사되는 제도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나?

 

전염병이 창궐하는데 통상적인 감기약으로 버티자고?

우리 법률 중 형사 처벌 대상을 피해자가 입은 피해액을 기준으로 나누는 예는 찾기 어렵다. ’100만원 저작권법’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전혀 터무니없지는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2007년부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언론의 문제제기와 시민단체의 제도 개선 요구, 저작권 사냥꾼으로 피해를 본 개인이나 학교, 유치원, 교회, 기관, 중소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는 이례적인 조치가 필요한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 2008년 기준으로 저작권법 위반 고소 사건 중 정식 재판에 회부된 비율이 0.00879%에 불과한 전대미문의 해괴한 통계를 보고서도 법 체계상 이례적이라는 형식적인 논리를 내세운다면 이는 치료약도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는데 통상적인 감기약 외에는 쓸 수 없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우리 헌법재판소는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의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라고 분명히 한 바 있다(헌재 2006. 6. 29. 2006헌가7, 2011. 11. 24. 2010헌바472). 따라서 국회는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저작권법 위반죄의 범위를 재량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100만원 저작권법’도 국회의 입법 재량도 속하는 것이다.

 

* 오픈넷은 총 5회에 걸쳐 과도한 저작권 합의금 요구 사례 및 입법적 해결 방안에 대한 글을 연재합니다.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동시 연재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포털 ‘임시조치’가 악법인 이유

글 | 손지원(고려대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 변호사)

 

기업이 듣기 싫어하면 소비자 불만글도 내려라??

유제품 회사인 남양유업은 2010년대 초에 자사 제품의 과장광고 및 대리점 운영상 갑질 행태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이 같은 의혹에 대한 기사를 링크, 인용하며 비판하는 글들을 올렸다. 남양유업은 이 글들에 대해 명예훼손 신고를 하였고, 글들은 모두 임시조치(게시중단)되었다. 해당 네티즌은 즉각 이의신청을 하였지만 돌아온 것은 30일이 지난 후에야 복원하겠다는 답변이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글, 더군다나 소비자의 알 권리나 대기업의 횡포와 관련하여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기 위하여 애써 올린 공익적·합법적 포스팅이 왜 누군가로부터 신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30일간 차단되어야 할까?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이 이용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닐까? 해당 블로그를 방문한 손님은 “(명예훼손 신고로) 임시적으로 게시가 중단된 게시물입니다” 같은 알림말로 도배된 블로그를 보면서 블로거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지는 않았을까? 분노한 해당 네티즌은 블로그 서비스 제공사인 네이버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2017-05-11-1494488124-3515491-1.jpg

그러나 2017년 4월, 법원은 네이버의 손을 들어줬다.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 제도에 따른 적법한 행위라는 것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4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정보에 대해서는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고, 네이버와 같은 포털로서는 어떠한 게시글이 명예훼손인지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해당 조항에 따라 게시중단을 한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판결에 따르면 온라인상의 모든 글은 특정인, 특정 기업이 언급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명예훼손 분쟁 소지가 있는 글로 간주될 수 있고, 따라서 관련자가 신고하기만 하면 모두 30일간 차단될 수 있다. 이번 소송의 원인이 된 게시글 중에는 남양유업이 아니라 무턱대고 글을 차단한 네이버를 비판하는 글도 있었다. 이 사건과 같이 공익성이 명백한 경우 게시글이 함부로 차단되지 않도록 법원이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하였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든다.

공익성을 가진 합법적 표현물을 차단하는 행위에 대해서 책임지는 주체가 아무도 없으니, 기업이나 업주들이 이를 악용하여 자신에 대한 온라인의 비판적 이용 후기나 소비자 불만글을 대량 차단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번 소송 과정에서도 남양유업을 비판하는 글들을 신고한 주체가 남양유업이 고용한 ‘온라인 삭제 대행업체’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러한 종류의 마케팅 서비스가 최근 번성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홍보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쓴 비교적 객관적인 후기까지 일방적으로 삭제, 차단하는 것은 평판을 조작하겠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임시조치 제도의 폐단은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명예훼손, 모욕죄 법리로 인해 더욱 악화된다. 진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고 단순히 욕만 해도 모욕죄가 성립하는 우리 법제 하에서는, 누군가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하는 순간 걸면 걸릴 수 있는 분쟁과 형사책임의 위험을 떠안게 된다. 이렇다보니 포털들도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차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게시자가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30일간 차단한 뒤에야 재게시하도록 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무조건적으로 후퇴시키는 불평등한 조치다. 저작권법(제103조 제3항)에서 저작권 침해 신고로 게시 중단된 경우 게시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지체없이 심의하여 재게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임시조치로 온라인상에서 사라지는 글은 한해 45만 건이 넘는다. 소비자 불만글, 대기업 비판글뿐만 아니라 공인에 대한 비판글 역시 임시조치로 무차별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가 침해되고 공론장이 위축됨으로써 오는 피해는 오로지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불합리한 임시조치 제도는 폐지하거나 개선하는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시조치 제도에 대해서 게시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에는 즉시 임시조치를 해제하고 분쟁조정기구의 심의나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게시를 유지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새 정부가 최소한 이 공약을 지켜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한 단계 진보시키는 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 위 글은 허프포스트코리아에 기고했습니다. (2017.05.12.)

금, 2017/05/12- 14:19
440
0

시대착오적인 ‘디지털뉴스 이용규칙’

글 | 허광준(오픈넷 정책실장)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새해 벽두부터 흥미로운 문서를 하나 내놨다.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이다. 뉴스 유통과 소비의 상당 부분이 디지털로 이루어지는 시대에, 뉴스 콘텐츠를 어떻게 이용해야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지를 밝힌 문서다.

언론진흥재단 저작권 이용규칙

온라인 환경에서는 뉴스 기사가 쉽게 공유되고 유통된다. 기사를 생산한 뉴스 매체의 저작권이 쉽게 침해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뉴스 저작권자의 권익을 지키려는 것은 납득할 만한 일이다. (‘이용규칙’을 내놓은 언론진흥재단은 주류 언론사들의 연합체인 한국디지털뉴스협회로부터 저작권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저작권이 관련법에 따라 존중되어야 하고 이용자가 저작권자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는 점에는 별다른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용규칙’의 내용은 이와 같은 상식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처럼 보인다.

이 규칙은 △ 디지털 뉴스가 유통되는 환경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 현행 저작권법의 취지나 구체적 조항과 모순되는 내용을 포함하며 △ 디지털 환경으로부터 편익을 얻으면서도 이익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심지어 △ 규제에 치우치다 보니 뉴스 콘텐츠의 활용이나 그로 인한 수익을 스스로 제한하는 결과까지 초래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용규칙’은 과도함, 모순, 그리고 자승자박의 내용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평가는 이용규칙이 저작권법의 두 축인 ‘저작자의 권리 보호’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도모’를 고르게 반영하지 못하고 오로지 전자에만 치중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규칙을 만든 주체가 뉴스저작권의 이해 당사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이용규칙’은 뉴스 콘텐츠 생산자의 입장만을 반영한 것이며, 그럼에도 누구나 지켜야 할 객관적인 원칙이나 조문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자.

언론진흥재단 저작권 폭탄

 

분량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자는 언론사가 자사의 웹사이트나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하여 제공하는 디지털 뉴스콘텐츠를 해당 언론사의 허락 없이 복제/배포/공중송신 등의 방법으로 이용할 수 없다.

 

‘이용규칙’은 그 전편에 걸쳐 뉴스 콘텐츠를 적법하게 이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콘텐츠를 이용하는 양상, 특히 얼마나 이용하는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권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경우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이른바 ‘공정 이용’). 그 부당성을 따질 때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즉 뉴스 콘텐츠의 일부만을 인용해 이용할 때는 공정 이용에 해당되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용규칙’은 그러한 점을 명시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언론사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부분 인용조차 안 되는 것으로 오해하도록 한다.

 

블로그나 SNS는 차별받아도 된다?

방송, 신문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시사보도를 하는 경우(에는 금지의 예외로 한다.)

 

저작권은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권리가 아니다. 저작권법의 제2관은 저작재산권 행사를 제한하여, 이용자가 복제하여 쓸 수 있는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 ‘이용규칙’도 이 같은 점을 반영하고 있기는 하다. 예컨대 ‘이용규칙’이 시사보도를 하는 경우 저작권자 언론사의 허락을 얻지 않아도 된다고 한 것은, 저작권법에서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라고 한 데 기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용규칙’은 블로그나 SNS 등이 뉴스를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 위반이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한다.

블로그 소셜미디어 SNS

블로그나 SNS 등 개인용, 비상업용, 커뮤니티형 웹사이트에 디지털 뉴스콘텐츠를 복제, 전송, 공중송신한 경우에도 저작권 위반이 될 수 있다.
공익/비영리 목적의 사용이라 하더라도 뉴스기사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함.

 

그럼 블로그나 SNS에서 뉴스기사를 보도나 비평 목적으로 사용하였을 때는 어쩔 것인가? 블로그나 동영상을 활용한 1인 미디어에서 보도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SNS에서도 뉴스에 대한 비평을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도 모두 언론사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는 말인가? 이것이 바람직하거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보도나 비평 등의 목적이라면 저작물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음에도 ‘이용규칙’은 그것이 블로그나 SNS 같은 방식으로 전개될 경우 금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링크만 해도 손해배상 물린다?

현재까지는 직접링크도 저작권법상의 복제/전송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지만, 직접링크를 업무적 또는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경제적 이득을 취했을 경우에는 민법상 부당이득, 불법행위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직접링크의 업무적/상업적 이용 사례] (2) 직접링크 방식으로 해당 기관(회사)의 관련기사를 모아 사내게시판 또는 홈페이지에 게시한 경우

링크
‘이용규칙’은 링크를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단순 링크’는 언론사의 메인 페이지로 가는 링크다. 온갖 기사와 광고로 화면을 꽉 채운 바로 그 페이지다. 둘째, ‘직접 링크’는 특정한 웹페이지로 가는 링크다. 단일 기사를 담고 있는 개개의 페이지를 말한다. 셋째, ‘프레임 링크’는 자신의 웹페이지 안에서 언론사의 페이지가 표현되도록 하는 링크다.

타인의 콘텐츠를 자신의 것처럼 그대로 표현되는 ‘프레임 링크’를 금한 것은 충분히 납득이 된다. 그러나 ‘직접 링크’에 대해서까지 규제하고 있는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것은 ‘이용규칙’에 담긴 가장 어이없는 내용일 것이다.

왜 그런가? 첫째, 법이 허용하고 있음에도, 시도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위협을 담고 있다. 둘째, 링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없고 오로지 해당 페이지로 연결되어야만 의미가 있다. 링크의 역할은 글자 그대로 해당 페이지로 연결되어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직접 링크’는 해당 언론사의 웹페이지(와 거기 실린 광고)를 노출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이것으로 인해 언론사에 어떤 손해가 발생하므로 손해배상을 물리겠다는 것인가? 방문자 수가 늘어나는 것이 손해란 말인가?

디지털 환경에서 뉴스 유통 구조에 조금이라도 이해가 있다면 ‘직접 링크’를 금하는 방침을 포함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자사 뉴스의 확산을 막고 자신의 이익을 줄이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용규칙’을 그대로 따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예컨대 어떤 웹사이트 운영자가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특검의 활동을 시기별로 정리하려고 한다. 그러한 활동을 보여주고 입증할 언론사 기사를 링크해야 하는데, ‘이용규칙’에 따르면 각각의 기사로 직접 가는 링크를 쓸 수 없다. ‘이용규칙’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라고 한 것은 언론사의 대표 홈페이지 링크뿐이다. 그러니 개개의 사안에 대해 모두 하나의 홈페이지, 이를테면 www.khan.co.kr이나 www.chosun.com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용자는 언론사 홈페이지에 실린 수많은 기사 중에서 (게다가 지나간 기사는 나오지도 않는 상황에서) 해당 기사를 각자 알아서 찾아야 한다.

이것은 기사 링크를 하지 말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거꾸로 말해 우리 매체의 기사를 보지 말라고 강요하는 셈이다.

뉴스콘텐츠는 유통되어야 의미가 있다. 링크를 통한 디지털뉴스 이용은 이런 유통에 기여하게 된다. 유통을 막으려는 것은 저 스스로 뉴스의 도달 범위를 축소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아무리 보아도 자승자박이랄 수밖에 없다.

자승자박

 

서비스 사업자도 책임져라?

블로그나 SNS 등을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블로그나 홈페이지 운영자가 디지털 뉴스콘텐츠를 무단으로 전재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홍보하여야 하며 방지책을 마련하여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

 

‘이용규칙’은 뉴스콘텐츠의 적법한 사용 책임을 서비스 사업자에게까지 부과하고 있다. 비록 강제 조항이 아니고 ‘사회적 책무’라고 표현하였지만, 이용자의 콘텐츠를 관리할 책임을 사업자에게 지우고 있음은 분명하다.

2015년 3월 오픈넷이 국제 정보인권 단체들과 연대하여 정립한 ‘마닐라 원칙’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를 비롯한 정보매개자의 책임에 대한 국제 원칙이다. 여섯 개의 원칙 중 첫 번째는 “정보매개자들은 제3자(이용자)의 정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이용자의 콘텐츠를 검열하고 삭제할 책임이 사업자에게 부여되면 결과적으로 정부 등을 대신하는 검열 기관으로 작용하게 되고 결국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이용규칙’이 서비스 제공자에게 부과하는 책임은 마닐라 원칙과 정반대이다. 교육과 홍보는 이해 당사자인 저작권자나 그 이해관계 단체가 하면 된다. 서비스 제공자가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 그것은 사회적 책무 같은 모호한 이유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명백하고 분명하고 적법 절차에 따른’(마닐라 원칙 제3조)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언론사는 면책?

‘이용규칙’은 디지털 뉴스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주장이다. ‘뉴스’가 들어간 것은 저작권자들이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뉴스’만 빼 보자. ‘디지털 콘텐츠’다. 언론사가 아닌 다른 주체, 예컨대 네티즌들이 생산하는 이용자 생산 콘텐츠(UCC)가 여기 해당한다.

자신이 생산한 콘텐츠가 무단 사용될 것을 끔찍이 염려하는 언론사. 그러나 정작 자신들은 다른 사람이 생산한 디지털 콘텐츠를 마음껏 갖다 쓴다. 방송은 남이 만든 유튜브 동영상을 그대로 틀어주고, 신문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사진을 그대로 갖다 싣고, 네티즌의 페이스북 내용이나 트윗은 그대로 무단 전재된다. 네티즌들이 붙이는 그 흔한 링크 하나 달지 않는다. 뉴스콘텐츠를 이용하는 대다수 네티즌과는 달리, 이 언론사들은 모두 상업적 목적을 위해 그렇게 한다. 심지어 언론사끼리 뉴스를 그대로 베껴 내는 것이 일상이다. 출처는 기분 내키면 밝힌다.

이러고도 자신의 콘텐츠만은 지키겠다는 것인가? 법과 디지털 환경을 충분히 참작하고 저작권자의 권리뿐 아니라 이용자의 권익도 함께 고려한 좀 더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새 ‘이용규칙’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xdfas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어울리고, 이용자와 상생하는 새로운 ‘이용규칙’이 필요하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17.01.18.)

목, 2017/01/19- 10:57
438
0

자살까지 부른 저작권 합의금 장사는 언제 멈출까 | <3> 날로 진화하는 저작권 사냥꾼들

글 | 남희섭(오픈넷 이사, 지식연구소 공방 대표)

 

1편과 2편에서 소개한 저작권 사냥꾼 사례는 2008년부터 기승을 부리는 우리나라 특유의 사례들이다. 저작권법에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 외국 어디에서도 이런 사례는 볼 수 없다. 이제 한국의 저작권 사냥꾼들은 날로 업그레드되고 있다.

사업 손실 만회 수단으로 악용

방송사와 일부 영화사들이 흥행 실패로 인한 손실 만회 방편으로 저작권 침해를 활용한다는 사실은 웹하드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보통 웹하드는 불법 저작물의 온상쯤으로 여기지만, 최근에는 상당수 영화가 제휴로 유통되고 방송물은 대부분 합법 유통된다. 2009년 방송 3사는 웹하드 사업자와 저작권 합의를 통해 수백억원을 과거 침해 보상금 명목으로 받았고, 2010년부터는 제휴계약을 맺어 편당 다운로드 대가의 70%를 웹하드로부터 받아왔다(웹하드를 통한 방송물 소비를 위해 이용자당 한달 평균 지출은 4,728원이라고 한다). 그 덕에 KBS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7년간 매출은 정체 상태였지만 저작권 수입만 800% 증가하는 기록적인 성과를 보였으며, 웹하드를 통한 수익이 연간 200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일부 방송물이 예상보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소수의 비제휴 유통을 근거로 웹하드에게 합의금을 받아 손실을 만회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터넷사업자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옭아매는 합의금 장사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짭짤한 재미를 안겨주기도 한다. 대원미디어와 웹하드간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원미디어는 국내 최초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이자, ‘원피스’, ‘드래곤볼’ 등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의 국내 독점 배급사다. 최근 3년간 실적이 저조했고 2013년 50억원의 영업적자를 보았던 대원미디어는 천억원 대의 대규모 저작권 소송을 진행한다는 보도자료를 낸 후 주가가 20%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원미디어는 대규모 소송을 예고한 지 1년 가까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고 있다.

저작권법 위반이 스미싱 미끼로 악용

작년 11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스미싱 주의 보도자료를 냈다. 저작권법 위반으로 신고가 접수되었다는 문자(SMS)를 통해 소액 결제 앱을 설치하는 스미싱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보통 스미싱에 활용되는 미끼는 ‘택배 도착 알림’, ‘청첩장’, ‘쓰레기 분리수건 위반 민원접수’, ‘돌잔치 등 행사 초대’ 같은 것들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일로 여길 만한 수준이 되어야 스미싱에 활용된다. 저작권법 위반이 이제 보통 사람들이 나의 일로 여길 정도의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소위 “불법 다운로드”를 한번쯤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이런 스미싱 사례는 저작권자들이 조장한 측면도 있다(우리가 “불법 다운로드”라고 부르는 행위가 실제로는 합법이다).

고소당하는 대학 총장들

2014년 여름 전북지역 대학들이 폰트 저작권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윤서체’로 유명한 윤디자인연구소가 로펌을 통해 저작권법 위반 경고장을 보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합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대학들의 총장을 고소하기까지 하였다. 전북을 휩쓸던 폰트 저작권 문제는 그 후 영남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윤디자인은 저작권법 위반을 빌미로 2천만원에 가까운 라이선스 계약을 요구했다. 실제로 사용하지 않은 폰트 제품의 구매를 강요하는 이런 행태는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에서 흔히 있는 불공정 행위다.

더 심각한 사실은 실제로 저작권 침해가 아닌 것까지 법 위반이라고 우긴다는 점이다. 교내 경비실에 붙은 “관계자외 출입금지”, 연구실 출입문의 “음식물 반입금지”는 비록 윤서체로 출력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왜냐하면 폰트 저작권은 글꼴 그 자체에 있지 않고 글꼴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폰트 파일)에 있기 때문이다(문체부 ‘폰트 파일 저작권 바로알기‘ 참조). 그리고 ‘윤디자인’은 정품으로 구매한 폰트 파일의 라이선스 조건을 임의로 변경하여, 문서 작성이나 인쇄용은 괜찮지만 영상물이나 전자책 제작에 사용하려면 별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산 물건을 어디에 쓰건 판매상이 관여하지 못하는 건 상식이다. 소프트웨어라고 다르지 않다. 정품으로 구매한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을 사업용 문서 작성에 사용하려면 돈을 더 내라는 꼴이다.

개인정보와 맞교환되기도

일부 저작권자들은 인터넷 사업자의 플랫폼에 달린 댓글을 통해 다운로드 이용자 수천명의 아이디와 연락처를 수집한 다음 연락이 닿은 이용자들에게 합의금을 요구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인터넷 사업자를 방조범으로 고소한 다음 합의조건으로 업로드 회원의 개인정보를 넘겨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인터넷을 통한 저작권 침해와 그로 인해 피해의 과장은 저작권자의 개인정보 수집이 위험한 지경으로 치닫게 만들기도 한다. 작년 모 방송사는 웹하드 이용자의 PC에 일종의 추적 프로그램을 달아 모든 콘텐츠 이용 내역을 죄다 긁어가려고 했다가 고발까지 당한 적이 있다. 합의금을 노리는 저작권 사냥꾼을 넘어 저작권 ‘빅 브라더’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 4편과 5편부터는 정책 얘기를 하려고 한다. 왜 저작권 사냥꾼이 우리나라에서만 문제가 되는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최소한의 해결책이 어쩌다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는지

화, 2015/06/23- 19:12
432
0

오픈넷, 미 하버드대 버크맨센터와 함께

5월 28일 국회에서 정보매개자책임에 관한 국제 세미나 개최

 

사단법인 오픈넷은 5월 28일 국회 박주선 의원실, 염동열 의원실(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승희 의원실(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입법조사처 그리고 미 하버드대학교 버크맨 인터넷과사회 연구센터(Berkman Center for Internet and Society), 한국언론법학회, 한국인터넷법학회,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서울대학교 기술과법센터와 함께 ‘정보매개자 책임의 국제적 흐름 – 이용자 권리 보호와 ICT 산업 발전을 위한 플랫폼사업자의 책임원칙’ 국제 세미나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한다.

인터넷은 ISP, SNS, 검색엔진 등 정보매개자들 간의 네트워크이며, 이용자들은 정보매개자들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이용하여 정보를 유통한다. 제3자인 이용자들이 유통하는 정보에 대해 정보매개자인 사업자들에게 어떠한 책임을 지울 것인지는 인터넷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이 두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수행하기 위해 주로 면책조항(safe harbor)을 이용,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유도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다양한 법에서 사업자에게 불법정보를 차단할 의무를 직접적으로 지우는 방식을 취해오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불법정보뿐만 아니라 합법정보에 대한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접근권이 제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면책이 아닌 처벌 위주의 규제들은 스타트업들을 포함한 국내사업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한국 ICT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국내의 정보매개자 규제를 외국의 제도 및 국제적 흐름과 비교해보면서, 이용자의 권리 보호와 ICT 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플랫폼사업자 책임원칙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동 세미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후원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1. 행사 세부내용

○ 일시: 2015. 5. 28. 목 09:30~18:00

○ 장소: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 주최

- 국회: 박주선 의원실, 염동열 의원실(교문위), 유승희 의원실(미래위), 국회입법조사처

- 시민단체: (사)오픈넷

- 학계: 하버드대학교 버크맨센터(Berkman Center for Internet and Society), (사)한국언론법학회, (사)한국인터넷법학회,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서울대학교 기술과법센터

○ 후원

-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저작권위원회

 

프로그램(국문)_최종 프로그램(영문)_최종

수, 2015/05/13- 10:57
430
0

‘유럽 ISP 협회’, 한국의 웹하드 저작권 규제 한-EU FTA 위반 주장

한-EU FTA 발효 4주년 앞두고 외교 분쟁 비화 조짐

 

구글, 페이스북 등 2,300여개 온라인서비스제공자(ISP)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유럽 ISP 협회(회장: 올리버 쥬메)가 6월 1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의 웹하드 저작권 규제에 대해 한-EU FTA 위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EU FTA 발효 4주년인 7월 1일을 앞두고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정보매개자 단체인 유럽 ISP 협회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어서, 한국의 웹하드 규제가 조만간 외교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유럽 ISP 협회는 우리 저작권법 조항이 한-EU FTA 위반이라고 보았다. 특히 일반적 감시 의무를 위법한다고 본 유럽사법재판소(European Court of Justice)의 최근 판결에 비추어볼 때 FTA 위반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하였다.

유럽 ISP 협회가 지적한 우리 저작권법 규정은 제104조를 말한다. 이에 따르면, 웹하드 사업자는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기만 하면, 해당 저작물의 복제, 전송을 차단하는 필터링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웹하드 사업자는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기 전이라도 저작권자가 요청한 저작물에 대한 필터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예방적 성격의 필터링 의무는 전 세계 어떤 나라도 요구하지 않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규제다. 문제는 한-EU FTA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일반적 감시의무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제10.66조). 여기서 일반적 감시의무란 반드시 저작권자의 요청이 없어도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스스로 취해야 하는 필터링 의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우리 정부는 일반적 감시의무를 이렇게 좁게 해석하고 있다), 모든 이용자의 모든 트래픽을 대상으로 기간 제한 없이 필터링 기술조치를 취해야 하는 모든 상황을 일컫는다.

이는 유럽사법재판소가 2건의 판결(Scarlet v. SABAM (2011년 11월 24일), SABAM v. Netlog (2012년 2월 16일) 판결)을 통해 분명히 한 바 있다. 이 사건들에서 저작권 권리자단체는 P2P업체들에 대해 자신들이 권리를 보유한 저작물에 대한 침해를 중단하라는 법원명령을 청구하였고 이에 대해 유럽사법재판소는 SABAM측의 저작물이 자신의 서비스에 올라오는 것을 막으려면 Scarlet과 Netlog 모두 자신의 이용자들의 모든 트래픽을 기간제한 없이 감시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EU전자상거래지침 (2000/31) 제15조 제1항이 금지한 일반적 감시의무에 해당한다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우리 저작권법 제104조에 따른 필터링 기술조치는 모든 이용자의 트래픽에 대해 24시간 상시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비추어보면 일반적 감시 의무에 해당하고, 따라서 한-EU FTA 위반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저작권법은 대부분의 외국과 마찬가지로 저작권자의 통지를 받고 침해 저작물을 삭제하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이 면책되는 이른바 통지-삭제(notice and takedown) 제도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우리 저작권법 제104조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저작권자의 요청(request)이 있으면 특정 저작물들에 대한 권리침해의 발생을 예방해야 하는 요청-차단유지(request and staydown) 의무를 웹하드 사업자에게 부과하고 있다.

일반적 감시의무에 관한 프랑스 대법원이나 독일 대법원은 일단 저작권자로부터 침해의 통지를 받고 침해물을 삭제한 후에도 관련 침해물과 관련하여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저작권 침해를 계속 감시해 차단하는 의무(이를 통지-차단유지(notice and staydown)라 한다)를 부과하면, 이 역시 일반적 감시의무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보았다. 이 판결에 비추어보더라도 우리 저작권법 제104조는 한-EU FTA 위반으로 볼 여지가 많다.

유럽 ISP 협회의 이번 주장은 협회 회장이 5월말 (사)오픈넷이 미국 하바드대학 버크만센터 등과 공동으로 개최한 ‘정보매개자책임의 국제적 흐름’ 세미나에 참석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특히 주목을 끈다. 세미나에 참석한 쥬메 회장과 이 문제를 논의했던 (사)오픈넷 관계자는 웹하드도 한-EU FTA에서는 호스팅 서비스 제공자로 분류되는데, 협정에 아무런 유보도 없이 웹하드 사업자를 차별하면 조약 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한편 2013년 1월 최재천 의원은 한-EU FTA 위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는데, 웹하드에 대한 지나친 규제가 통상 분쟁으로 비화되기 전에 서둘러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보도 참고자료]

유럽 ISP 협회(EuroISPA) 보도자료: http://www.euroispa.org/euroispa-president-addresses-south-korean-ict-community-benefits-innovation-friendly-intermediary-liability-environment/

 

<유럽 ISP 협회 보도자료 중 관련 부분 및 번역문>

The South Korean regulatory outlook is of particular interest to European ISPs, especially given the concern among the ICT community that recent amendments to the Korea Copyright Act may conflict with the Korea-EU Free Trade Agreement (FTA). Indeed, the obligation for Online Service Providers operating in South Korean to filter content under what is effectively a Notice and Staydown mechanism is contradictory to the FTA, especially in the context the recent EU Court of Justice rulings that prohibit the kind of general monitoring that a filtering obligation requires.

[번역: 유럽 ISP들은 한국의 규제방식에 대해 관심이 높은데, 특히 정보통신기술 업계는 최근에 개정된 한국 저작권법이 한-EU FTA와 저촉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들은 통지-차단유지(Notice and Staydown) 조치와 다를 바 없는 콘텐츠 필터링 의무를 지는데, 이는 한-EU FTA와 충돌한다. 이는 필터링 의무에 수반되는 일반적 감시의무를 위법하다고 본 최근의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비추어볼 때 더 분명하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화, 2015/06/09- 12:19
428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