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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ISP 협회’, 한국의 웹하드 저작권 규제 한-EU FTA 위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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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ISP 협회’, 한국의 웹하드 저작권 규제 한-EU FTA 위반 주장

익명 (미확인) | 화, 2015/06/09- 12:19

‘유럽 ISP 협회’, 한국의 웹하드 저작권 규제 한-EU FTA 위반 주장

한-EU FTA 발효 4주년 앞두고 외교 분쟁 비화 조짐

 

구글, 페이스북 등 2,300여개 온라인서비스제공자(ISP)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유럽 ISP 협회(회장: 올리버 쥬메)가 6월 1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의 웹하드 저작권 규제에 대해 한-EU FTA 위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EU FTA 발효 4주년인 7월 1일을 앞두고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정보매개자 단체인 유럽 ISP 협회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어서, 한국의 웹하드 규제가 조만간 외교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유럽 ISP 협회는 우리 저작권법 조항이 한-EU FTA 위반이라고 보았다. 특히 일반적 감시 의무를 위법한다고 본 유럽사법재판소(European Court of Justice)의 최근 판결에 비추어볼 때 FTA 위반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하였다.

유럽 ISP 협회가 지적한 우리 저작권법 규정은 제104조를 말한다. 이에 따르면, 웹하드 사업자는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기만 하면, 해당 저작물의 복제, 전송을 차단하는 필터링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웹하드 사업자는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기 전이라도 저작권자가 요청한 저작물에 대한 필터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예방적 성격의 필터링 의무는 전 세계 어떤 나라도 요구하지 않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규제다. 문제는 한-EU FTA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일반적 감시의무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제10.66조). 여기서 일반적 감시의무란 반드시 저작권자의 요청이 없어도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스스로 취해야 하는 필터링 의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우리 정부는 일반적 감시의무를 이렇게 좁게 해석하고 있다), 모든 이용자의 모든 트래픽을 대상으로 기간 제한 없이 필터링 기술조치를 취해야 하는 모든 상황을 일컫는다.

이는 유럽사법재판소가 2건의 판결(Scarlet v. SABAM (2011년 11월 24일), SABAM v. Netlog (2012년 2월 16일) 판결)을 통해 분명히 한 바 있다. 이 사건들에서 저작권 권리자단체는 P2P업체들에 대해 자신들이 권리를 보유한 저작물에 대한 침해를 중단하라는 법원명령을 청구하였고 이에 대해 유럽사법재판소는 SABAM측의 저작물이 자신의 서비스에 올라오는 것을 막으려면 Scarlet과 Netlog 모두 자신의 이용자들의 모든 트래픽을 기간제한 없이 감시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EU전자상거래지침 (2000/31) 제15조 제1항이 금지한 일반적 감시의무에 해당한다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우리 저작권법 제104조에 따른 필터링 기술조치는 모든 이용자의 트래픽에 대해 24시간 상시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비추어보면 일반적 감시 의무에 해당하고, 따라서 한-EU FTA 위반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저작권법은 대부분의 외국과 마찬가지로 저작권자의 통지를 받고 침해 저작물을 삭제하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이 면책되는 이른바 통지-삭제(notice and takedown) 제도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우리 저작권법 제104조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저작권자의 요청(request)이 있으면 특정 저작물들에 대한 권리침해의 발생을 예방해야 하는 요청-차단유지(request and staydown) 의무를 웹하드 사업자에게 부과하고 있다.

일반적 감시의무에 관한 프랑스 대법원이나 독일 대법원은 일단 저작권자로부터 침해의 통지를 받고 침해물을 삭제한 후에도 관련 침해물과 관련하여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저작권 침해를 계속 감시해 차단하는 의무(이를 통지-차단유지(notice and staydown)라 한다)를 부과하면, 이 역시 일반적 감시의무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보았다. 이 판결에 비추어보더라도 우리 저작권법 제104조는 한-EU FTA 위반으로 볼 여지가 많다.

유럽 ISP 협회의 이번 주장은 협회 회장이 5월말 (사)오픈넷이 미국 하바드대학 버크만센터 등과 공동으로 개최한 ‘정보매개자책임의 국제적 흐름’ 세미나에 참석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특히 주목을 끈다. 세미나에 참석한 쥬메 회장과 이 문제를 논의했던 (사)오픈넷 관계자는 웹하드도 한-EU FTA에서는 호스팅 서비스 제공자로 분류되는데, 협정에 아무런 유보도 없이 웹하드 사업자를 차별하면 조약 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한편 2013년 1월 최재천 의원은 한-EU FTA 위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는데, 웹하드에 대한 지나친 규제가 통상 분쟁으로 비화되기 전에 서둘러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보도 참고자료]

유럽 ISP 협회(EuroISPA) 보도자료: http://www.euroispa.org/euroispa-president-addresses-south-korean-ict-community-benefits-innovation-friendly-intermediary-liability-environment/

 

<유럽 ISP 협회 보도자료 중 관련 부분 및 번역문>

The South Korean regulatory outlook is of particular interest to European ISPs, especially given the concern among the ICT community that recent amendments to the Korea Copyright Act may conflict with the Korea-EU Free Trade Agreement (FTA). Indeed, the obligation for Online Service Providers operating in South Korean to filter content under what is effectively a Notice and Staydown mechanism is contradictory to the FTA, especially in the context the recent EU Court of Justice rulings that prohibit the kind of general monitoring that a filtering obligation requires.

[번역: 유럽 ISP들은 한국의 규제방식에 대해 관심이 높은데, 특히 정보통신기술 업계는 최근에 개정된 한국 저작권법이 한-EU FTA와 저촉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들은 통지-차단유지(Notice and Staydown) 조치와 다를 바 없는 콘텐츠 필터링 의무를 지는데, 이는 한-EU FTA와 충돌한다. 이는 필터링 의무에 수반되는 일반적 감시의무를 위법하다고 본 최근의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비추어볼 때 더 분명하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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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문명사적 의의와 정보매개자책임제도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넷의 생명은 극단적으로 분산되고 개인화된 소통방식을 통해 모든 개인을 공적 소통에 참여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적 소통이란 일반대중에게 한꺼번에 소통하는 것을 말하는데, 인터넷은 모든 사람이 타인의 허락 없이 원하는 글을 볼 수 있는 공적 소통의 장이며, 또 모든 사람이 이 공적 소통의 장에 타인의 허락 없이 글을 올릴 수 있다. 다른 공적 소통의 방법인 방송과 신문에서는 기자와 데스크의 선택을 받지 못한 개인들은 공적 소통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지만, 인터넷은 다르다. 물론 인터넷에는 이메일, 채팅, 클라우드 등의 다른 기능도 있지만, 세계 각국이 인터넷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인터넷이 엄청나게 다양한 개인들을 공적 소통에 포용하여 그 특유한 방식으로 정치, 사회, 경제를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도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 구조를 극복하여 계층․지위․나이․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게 한다”고 판시한 바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가장 참여적인 매체로서…경제력 차이에 따른 선거의 공정성 훼손이라는 폐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개인들에게 타인의 허락 없이 소통할 자유를 허락하는 한 인터넷에는 명예훼손, 저작권침해, 음란물 등의 불법행위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인터넷의 생명을 지킨다는 것은 여기서 두 가지 결단을 필요로 한다. 첫째, 사전차단이 아니라 사후규제여야 한다. 불법정보를 사전에 차단하려면 모든 정보를 누군가가 미리 검열하고 이를 통과한 정보만 인터넷에 오르게 해야 하는데 이와 같은 ‘일반적 모니터링’은 인터넷의 생명인 타인의 허락 없이 공적 소통을 할 자유가 파괴됨을 의미한다. 인터넷에 오른 정보는 타인의 승인 안에 오른 것이기 되기 때문이다. 둘째, 정보를 매개한 사업자(“정보매개자”)에게 불법정보에 대해 책임을 지울 때는 그 정보와 불법성을 인지한 경우에만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정보매개자가 인지하지 못한 정보에도 책임을 지운다면, 사업자들은 자신의 서버에 오르는 정보를 모두 사전검열을 하려 할 것이며 역시 ‘타인의 허락 없이 공적 소통을 할 자유’는 파괴될 것이다.

외국의 법들은 바로 이 결단들을 법제화하고 있다. 미국 CDA 제230조와 DMCA 제512조, EU전자상거래지침 제14조, 일본 프로바이더책임법 제3조는 법원이 정보매개자들에게 책임을 지울 때 자신이 모르는 정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우지 못하게 하는 조항들을 두고 있고 어떤 나라도 불법정보의 유통을 방지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 EU전자상거래지침 제15조는 EU회원국이 일반적 모니터링 의무를 정보매개자에게 부과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와 저작권법 제102조가 외국의 책임제한 조항을 도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해당 망법 조항과 저작권법 제103조가 합법적인 정보마저도 누군가 불법이라고 주장만 하면 차단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이런 의무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 그 취지를 퇴색시켰을 뿐 아니라, 망법조항은 책임제한여부 자체가 불분명하다. 저작권법 제104조와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3은 웹하드들에게 각각 특정 불법정보들(음란물 및 특정 원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의 유통을 “차단” 또는 “방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아청법 제17조는 모든 정보매개자에게 아동포르노의 유통을 “중단” 또는 “방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각각 다른 나라에서는 금기시되거나 금지된 일반적 모니터링의무에 해당한다. 아무리 모니터링의 목표물이 범위가 좁거나 해악이 큰 것이라고 하더라도 정보매개자 입장에서는 모든 정보를 일일이 확인해야만 해당 목표물을 찾아내어 사전차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개인이 허락 없이 세상을 향해 외칠 수 있는 자유 자체를 두려워한다. 걱정하지 마시라.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에서 어떤 정보를 길어 올릴지의 판단은 각 개인에게 주어진다. 내가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고 해서 모두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고 싶어 하는 사람만 볼 뿐이다. 검색을 통한 미리 보기는 그 선택권을 강화해준다. 방송과 신문의 시대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골라볼 자유가 채널 수준으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인터넷의 시대에는 그 자유가 기사 수준으로 확장되어 있고 그 자유의 양과 폭도 훨씬 넓다. 성인을 전제로 한다면, 유해한 정보의 파편들에 상처받은 개인을 상정할 것이 아니라 원하는 정보를 습득한 개인을 상정해야 한다.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강건한 정보매개자들을 상정한다. 소송당할 때 소송당하더라도 합법적인 정보들은 지켜내고 게시물 검열을 거부하는 정보매개자들을 상정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정보매개자가 법적 책임의 위험 때문에 합법적인 글들을 삭제차단하고, 서비스들을 축소하거나 닫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개발에 투여되어야 할 자원을 게시물 모니터링에 소진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모니터링 비용이 진입장벽으로 기능하면서 새로운 경쟁력 있는 정보매개자의 탄생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며, 살아남은 정보매개자들은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사회적 책임’의 압박을 받고 있는데 그 사회적 책임의 내용 역시 이용자들의 소통 자유를 제약하는 것들이다.

인터넷은 문명사적으로 매우 특별한 도구이다. 인류가 처한 상당수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이미 존재한다. 매년 수백만 명이 기아로 죽고 있지만, 인류는 이미 인구가 필요한 식량의 3배를 매년 생산해내고 있고, 더욱 중요한 것은 아사를 피할 수 있는 최소량에 해당하는 식량을 매년 버리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치료법이 없는 병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치료법의 유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죽는다. 중요한 것은 해결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의지의 조직이며, 인터넷은 의지들이 축적되기 위한 첫 단계로서의 상호소통을 가속화하고 나아가 그런 의지를 조직해내는 다양한 정치적 기술적 산업적 혁신들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최소한 정보매개자책임제도라도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개선하여 그런 상상의 나래라도 펼 수 있도록 해주자.

 

*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하였습니다.

목, 2015/07/0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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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목), 국회에서 “정보기본권과 개헌” 토론회가 열립니다.

국회와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본 토론회에서는 디지털 시대 국민의 정보기본권 향상을 위해 개헌안에 정보기본권을 신설하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합니다.

이호중 교수(정보인권연구소 이사장)가 사회를 맡고, 각 분야별로 △알권리 및 정보접근권 분야에서 한상희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분야 조지훈 변호사(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 △정보문화향유권 및 과학문화권 분야 남희섭 오픈넷 이사(변리사), △정보격차해소 및 정보독점 분야 이은우 변호사(정보인권연구소 이사) △인터넷 표현의 자유 분야 오병일 정책활동가(진보네트워크센터)가 각각 발표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개헌 정책 토론회] 정보기본권과 개헌

  • 일시: 2018. 3. 22.(목) 오전 10시
  • 장소: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
  • 공동주최: 국회의원 이종걸, 조배숙, 이정미, 박주민, 천정배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단법인 오픈넷,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사회: 이호중(정보인권연구소 이사장,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제 발표>

알권리 및 정보접근권 분야

한상희(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분야

조지훈(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 변호사)

정보문화향유권 및 과학문화권 분야

남희섭(사단법인 오픈넷 이사, 변리사)

정보격차해소 및 정보독점 분야

이은우(정보인권연구소 이사, 변호사)

인터넷 표현의 자유 분야

오병일(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월, 2018/03/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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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라면서 시대에 역행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내놓은 정부와 국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는 4건의 저작권법 개정안[1]을 병합 심사하여 2017. 12. 1. 위원회 대안(이하 “교문위 대안”)을 마련했다. 교문위 대안은 저작물의 사적이용 범위를 축소하고, 정보매개자의 면책 범위를 조약에서 약속한 것과 다르게 줄이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한국저작권보호원에 해외 사이트 접속 차단 권한을 부여하는 등 시대에 역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범위 제한(안 제30조) – 클라우드에 보관하는 행위까지 금지

교문위 대안은 현행 저작권법에서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가 허용되지 않는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의 “복사기기”를 “복제기기”로 확대하였다. 확대 취지는 스캐너와 녹화기기 등 복제가 가능한 모든 기기를 포함시키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가 합법적으로 구매한 음악이나 영화, 방송물을 다시 듣거나 보기 위해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행위까지 금지될 우려가 있다. 가령 ‘네이버’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동영상이나 문서, 음악 파일을 올리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네이버 클라우드를 교문위 대안의 “복제기기”로 볼 경우, 네이버 이용자는 자신이 구매한 정품 음악이나 동영상을 더 이상 클라우드에 보관할 수 없게 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장려한다며 클라우드 산업발전법까지 만든 국회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을 만든 배경에는 북스캔 대행 서비스가 있다. 그동안 저작권자들과 문체부는 이용자가 구매한 책을 스캔해주는 서비스를 불법으로 몰아세워 단속해 왔는데, 이번 개정안에서 “복사기기”를 “복제기기”로 확대하여 “합법” 북스캔의 여지를 없애 버렸다. 정품을 구매한 저작물의 사적이용 범위를 이렇게 축소하면, 고가의 디지털 복합기를 사거나 북스캔 장비를 구입할 재력이 있는 개인에게만 사적이용이 허용되는 ‘사적이용의 빈부격차’를 초래한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기기나 플랫폼에 구속되지 않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저작권법이 제한하는 문제가 있다. 종이책을 샀다고 해서 종이책 형태로만 책을 읽으라거나,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한 음악은 스마트폰으로만 들으라고 강요하는 교문위 대안은 디지털 시대의 저작물 이용환경에 역행한다.

또 다른 문제는 교육받을 권리의 침해이다. 우리 저작권법에 따르면 학생들은 수업목적상 필요하면 저작물을 복제하거나 전송할 수 있다(법 제25조 제3항). 여기서 수업목적은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과제를 준비하기 위한 것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따라서 대학생이 시험 준비를 위해 책을 스캔하거나 문서를 클라우드에 올리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고,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서도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교문위 대안은 사적이용의 범위를 축소하여 이러한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검색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과도한 면책 요건 부과(안 제102조 제1항) – 한미 FTA의 불평등 이행 문제

교문위 대안은 정보매개자 중 검색 서비스 제공자의 면책 요건을 축소하여 호스팅 서비스 제공자와 동일하게 변경했다.[2] 교문위는 이렇게 변경한 이유에 대해 검색 서비스 제공자의 면책 요건을 다른 정보매개자와 달리 정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검색 서비스와 호스팅 서비스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면책 요건도 달리 정해야 한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검색 서비스 제공자는 저작물의 송신을 시작하지 아니한 경우(제102조 제1항 제1호 가목) 면책을 주장할 수 있으나, 교문위 대안에서는 이것 외에도 저작물이나 수신자를 선택하지 않아야 하고(동호 나목), 반복 침해자의 계정 해지 방침을 채택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이행해야만 하며(동호 다목), 표준적인 기술조치를 수용해야(동호 라목) 면책을 주장할 수 있다. 교문위 대안에서 추가된 3가지 요건은 원래 검색 서비스 제공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는 것들인데, 이것이 우리 법에 들어온 이유는 한미 FTA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은 이행하지도 않은 요건을 한미 FTA에 넣어놓고 우리만 과도하게 이행한다는 점이다. 한미 FTA에서 정보매개자 면책 요건은 미국 저작권법 제512조를 반영하여 정했는데, 정작 FTA 조항(제18.10조 제30항)에는 미국법에는 없는 요건을 호스팅 서비스 제공자와 검색 서비스 제공자에게 부과했고, 한미 FTA가 발효된 지 5년 가까이 미국은 FTA를 지키지 않고 있다.

교문위 대안이 한미 FTA를 우리라도 충실히 이행하자는 취지라고 이해하려고 해도, FTA에는 명시되어 있는 검색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예외를 개정안에 넣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취지로 보기도 어렵다. 즉, 한미 FTA 제18.10조 제30항 나호 2목에 따르면, 검색 서비스 제공자는 검색 기능 그 자체에 어떤 형태의 선택을 수반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이나 수신자를 선택하지 않아야 한다는 면책 요건을 부과하지 않도록 하는데, 교문위 대안은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따라서 검색 서비스의 특성과 한미 FTA 이행의 불평등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검색 서비스 제공자의 면책 범위를 축소한 교문위 대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한국저작권보호원의 해외 사이트 접속 차단 권한 부여(안 제133조의2 및 제133조의3) – 인터넷 검열과 표현의 자유 침해

2012년 1월 18일 위키피디아 영문 사이트의 블랙아웃을 촉발한 법안이 있었다. 미국 의회에 제안된 SOPA(Stop Online Piracy Act), PIPA(Protect IP Act)로 불리는 법안이었다. 저작권을 침해하는 해외 사이트를 미국 정부가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SOPA, PIPA는 인터넷 검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에 휩싸여 결국 폐기되었다.

교문위 대안은 SOPA, PIPA보다 더 강력하다. 저작권 침해물뿐만 아니라 침해물과 관련된 정보까지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법적 판단도 없이 침해 관련 정보를 게시한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문체부 장관과 한국저작권보호원(이하 “보호원”)이 차단할 수 있도록 한다. 정보기본권인 정보접근권을 중대하게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 검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또한 보호원에게 사이트 접속 차단 권한을 주면 저작물의 보호와 이용의 균형을 추구해야 하는 저작권 제도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

보호원은 원래 저작권자 단체들이 만든 사조직인 저작권보호센터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도록 2016년에 법정화한 것이다. 그리고 보호원은 저작권 보호라는 편향적인 사업을 주목적으로 한다(저작권법 제122조의2 제1항). 따라서, 보호원에 의한 사이트 접속 차단은 저작권자의 이익을 위해 편향되게 이루어질 위험성과 과잉 차단이 남발될 위험성이 구조화되어 있다.

또한 문체부 장관과 보호원의 접속차단은 모두 보호원의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저작권법 제122조의6 제2항은 심의위원회는 권리자의 이해를 반영하는 위원의 수와 이용자의 이해를 반영하는 위원의 수가 균형을 이루도록 정하고 있지만, 심의위원회는 이러한 법정 요건에 따라 구성되지 않았다. 따라서 권리자 편향적인 심의위원회에 사이트 차단과 같은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2018년 2월 2일

사단법인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 정보공유연대

 

[1] 2017년 1월 4일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 2017년 2월 28일, 7월 10일 김정재 의원이 대표발의한 2건의 개정안, 2017년 2월 6일 염동열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

[2] 현행 저작권법은 정보 매개자를 4가지 유형 ① 접속 서비스 제공자, ② 캐싱(caching) 서비스 제공자, ③ 호스팅 서비스 제공자, ④ 검색 서비스 제공자로 나누어 각각의 면책요건을 다르게 정하고 있다.

 

문의: 사단법인 오픈넷 02-581-1643, [email protected]

금, 2018/02/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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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월드컵 응원도 도심지역 도서관 무료영화 상영도

저작권자 허락 없이는 전면 금지하겠다는 문화체육관광부

 

사단법인 오픈넷·진보네트워크센터·IPLEFT,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안 반대 의견서 공동 제출

문화부는 이용자가 참여하는 공론장에서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안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저작권자의 이용허락 없이 가능했던 반대급부 없는 공연 범위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문화체육관광부

지난 5월 2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이용허락 없이 가능한 무상 공연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저작권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에 사단법인 오픈넷, 진보네크워크센터, 정보공유연대 IPLEFT는 6월 12일 반대의견을 제출하였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저작권(공연권) 행사 대상이 아니었던 커피전문점 등에서 상업적음반을 트는 행위(공연)에까지 권리행사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 영상저작물의 경우 농어촌 지역의 박물관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무상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복제 및 전송 대가 이외에 공연행위 자체에 대한 이용허락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안 제11조에서 반대급부를 받지 않더라도 이용허락을 받아야 하는 경우>
7. 영상저작물을 감상하게 하기 위한 설비를 갖추고 상업적 목적으로 공표된 영상저작물을 이용하는 공연.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시설에서 공표일로부터 2년이 지난 상업적 목적으로 공표된 영상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가. 「농업ㆍ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제3조제5호에 따른 농촌 및 「수산업ㆍ어촌 발전기본법」제3조제6호에 따른 어촌에 설치된 박물관ㆍ미술관(「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제3조에 따른 박물관ㆍ미술관을 말한다)
나. 「농업ㆍ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제3조제5호에 따른 농촌 및 「수산업ㆍ어촌 발전기본법」제3조제6호에 따른 어촌에 설치된 도서관(「도서관법」제2조에 따른 도서관을 말한다)

 

반대급부를 받지 않는 길거리 월드컵 응원도 도심지역 도서관 등의 무료상영회도 공연에 대한 저작권자 허락 없이는 금지, 형사처벌 대상

개정안은 영상저작물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않더라도 저작권자의 이용허락 없이 가능한 자유로운 공연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예컨대 월드컵 응원을 위해 길거리 전광판에서 경기 중계를 상영하거나 또는 대통령 탄핵 시위 현장에서 전광판을 통해 영상저작물을 상영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 이미 DVD를 구입하였거나 스트리밍의 대가를 지급했더라도 영상 설비를 갖추어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공연에 대한 이용허락을 별도로 받아야 하는 것이다. 반대급부를 받지 않더라도 그렇다. 현행 법령 하에서는 반대급부를 받지 않는 경우 앞서 예시한 공연을 위해 별도로 이용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

한편 개정안에 따르면 농어촌 지역의 박물관 등에서만 이용허락 없는 자유로운 공연(공표 후 2년이 지난 영상저작물에 한정)이 가능해져, 개정안 시행 후에는 도심 지역 박물관 등에서는 이 같은 자유로운 공연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미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영상저작물을 구입했음에도 관내에서 이를 공연하기 위해서는 추가 예산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도심 지역 소외 계층을 포함한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이 심각하게 저해될 우려가 크다. 참고로 현행 법령 하에서는 전국의 모든 박물관이나 도서관 등 공공시설에서 공표 후 6개월이 지난 영상저작물을 상영하는 행위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자유롭게 가능하다.

결국 개정안이 시행되면 농어촌 지역의 박물관 등이 아닌 한 반대급부를 받지 않더라도 영상 감상 설비를 통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영상저작물을 공연하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저작권법 제29조가 반대급부 없는 무상 공연에 저작권자의 권리 행사를 금지시킨 이유

저작권법 제29조(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방송)
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상업용 음반 또는 상업적 목적으로 공표된 영상저작물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문화부는 개정이유에서 “효과적인 권리 보호와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이용자 보호 등의 균형달성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하지만, 개정안은 권리자의 이익을 확대하고 이용자의 정보문화향유권을 제한하는 내용만을 담고 있을 뿐이고, 이와 같은 개정을 추진해야 할 구체적인 근거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저작권법 제29조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방송’을 저작재산권 제한 사유로 둔 것은 저작물이 비단 사고파는 문화 상품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들의 삶과 관계를 풍요롭게 하는 윤활유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친구가 구매한 음악을 내가 함께 들을 때, 이것을 단지 친구의 구매력에 무임승차했다거나 창작자의 재산을 도둑질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번 개정안과 같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방송’의 영역을 극도로 협소화하는 것은, 저작권법이 음악이나 영화 등을 그 자체로 소비하는 것의 규제를 넘어서, 사람들의 문화적 향유와 소통을 제약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요원한 이용자의 정책과정 참여확대 – 문화부의 정책 고객은 오로지 저작권자뿐인가?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문화부는 이른바 창조경제를 위한 저작권 보호에 천착하여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보호만을 위한 기형적 조직인 저작권보호원을 만든 바 있다. 저작권법의 또 다른 축인 이용자를 위한 정책 예컨대 저작권법 제35조의3에 명시된 ‘공정이용’을 활성화하는 정책이나 이를 위한 예산 집행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4월 20일 미래저작권 정책포럼 등이 주관하고 문화부가 후원한 ‘문화와 저작권 정책’ 컨퍼런스에서 저작권자뿐 아니라 저작권 이용자도 저작권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거버넌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러나 이번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 과정을 살펴보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이용자를 홀대하는 문화부의 저작권 정책 기조는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가 입법예고를 위해 5월 2일 게시한 시행령 개정안에는 아직 입법예고 기간(2017. 6. 12. 까지)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입법예고 결과 특기할 사항 없음”이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물론 시행령 개정안의 초안이므로 추후 보완되겠지만, 이용자의 반대 의견은 애초에 염두에 두지 않겠다는 문화부의 안이한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화부가 지난 2017. 5. 2.에 게시한 시행령 개정안 중 발췌>

 

문화부는 이용자와 저작권자가 상생할 수 있는 균형잡힌 저작권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이용자가 참여하는 공론장에서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안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에 따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공론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정책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거버넌스 모델이 각광받고 있고, 저작권 정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저작권 보호나 창작자의 권익 향상도 중요한 의제이지만, 저작물의 공정이용이나 정보문화향유권의 보장 등 이용자의 이해관계 역시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안 역시 공론장에서 이용자의 적극적인 참여 하에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문화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한다.

첨부.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안 의견서_오픈넷

2017년 6월 14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수, 2017/06/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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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특허법 개정안(송기헌의원 대표발의)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지난 2018년 5월 24일, 사단법인 오픈넷이 진보네트워크센터, 정보공유연대 IPLEFT, 오픈소스소프트웨어재단과 함께 컴퓨터 프로그램 특허권을 온라인 유통에까지 확대하여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특허법 개정안(송기헌의원 대표발의)에 대한 반대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 첨부. 특허법 일부개정법률안(송기헌의원 대표발의)에 대한 의견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특허법 일부개정법률안(송기헌의원 대표발의)에 대한 의견

아래 서명한 단체는 귀 의원께서 2018. 5. 14. 대표발의한 특허법 개정안(송기헌의원 대표발의안, 의안번호: 13563, 이하 “개정안”이라 합니다)이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법안으로 보고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제출합니다.

1. 개정안은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위협합니다.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FOSS: Free and Open Source Software)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이를 배포할 자유를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배포’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정보통신망을 통해 전송 또는 제공하는 행위를 포함합니다. 그런데 개정안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온라인 전송” 행위를 특허권 침해행위로 규정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소스 코드를 공개하는 행위 자체가 특허권 침해가 되어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가장 훌륭한 개방형 기술혁신 모델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개방형 기술혁신이 특허권에 기반한 폐쇄형 기술혁신보다 더 우수한 이유는 기술혁신이 순차적‧누적적 과정으로 일어나고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혁신은 개방형 모델이 더 적합하다는 데에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개정안처럼 컴퓨터 프로그램 특허권을 온라인 유통에까지 확대하면, FOSS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프로그램을 배포할 자유, 개량 프로그램을 재배포할 자유를 가로막는 독소 조항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개정안에 의해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혁신을 특허법이 저해하는 어이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2. 오히려 소프트웨어 특허를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특허 제도는 일종의 시장 실패를 보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시장 독점을 통한 경제적 이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기술 개발에 나서지 않는 시장 실패는, 그러나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서는 생기지 않습니다. 요컨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특허가 없더라도 기술 혁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허 보호가 필수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특허 제도는 소프트웨어 기술 혁신에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저작권과 달리 특허권은 기술을 모방하지 않은 독자 개발까지 금지하는 절대적 독점권입니다. 특허 제도는 독자 개발자를 모방자와 동일하게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누구의 기술도 모방하지 않고 스스로 짠 프로그램 코드 때문에 특허 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허 공격을 피하려면 개발자는 자신의 프로그램 코드에 대해 누가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지 일일이 조사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개정안과 같이 소프트웨어 특허권을 강화하기보다는 소프트웨어 기술혁신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특허 제도에서 제거하는 입법조치를 고민해야 합니다.

3. 개정안은 실제로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개정안은 소프트웨어가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현실을 현행 특허법이 반영하지 못하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문제가 실제로 있었고 그것이 심각했다면, 특허청이 나서기 전에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들고 일어났을 것입니다.

그리고 1980년대부터 우리나라의 특허 보호를 문제 삼아 왔던 미국이 통상문제를 제기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소프트웨어의 온라인 유통과 특허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도 없고, 미국 역시 한미통상회담이나 FTA 논의 과정에서 안건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4. “방법 사용의 청약” 행위는 적용 범위가 불분명합니다.

개정안은 특허청의 집요하고 무리한 요구로 국무조정실에서 마련한 부처간 합의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인데, 소프트웨어 온라인 전송에 대응한다는 취지와 달리 방법 특허권의 효력 전체를 확대하여 “방법의 사용을 청약하는 행위”를 특허권 침해 행위로 규정하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소프트웨어와 무관한 모든 방법 발명에 대한 특허권이 확대되어 부처간 조정의 취지를 벗어나게 됩니다. 가령 의약품 원료 물질을 홍보하는 행위, 특허 기술과 관련된 제품을 전시하면서 카탈로그에 게재하는 행위까지 특허권 침해로 몰릴 수 있습니다.

또한 국무조정실 조정 과정에서 국무조정실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의견은 청취하지도 않았고, 시민사회단체들의 면담도 거부하였습니다. 특허청은 국가지식재산위원회, 국무총리실을 통한 부처간 조정을 수년간 시도하였으나 조정이 되지 않다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국무조정실장이 특허청장으로 부임한 직후 부처간 조정이 이루어진 점은 국무조정실의 조정이 민주적인 과정으로 진행되었는지 의심하게 만듭니다.

5. 국제적 추세에도 반합니다.

유엔 산하의 지적재산 분야 전문기구인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컴퓨터 프로그램 그 자체를 공식적으로 특허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정책이 점차 국제적 합의(consensus)를 형성해 가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2013년 독일 의회 의원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은 저작권으로만 보호하고 특허 보호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동의안을 발의한 바 있고, 뉴질랜드는 2013년 5월 특허법을 개정하여 컴퓨터 프로그램을 특허 보호대상에서 제외하였습니다.

미국 대법원도 2010년 Bilski 판결에서, 1998년에 최고점을 찍었던 소프트웨어 특허 강화에 종지부를 찍고, 소프트웨어 특허 보호 수준을 1970년대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이 Bilski 판결은 소위 ‘닷컴’ 열풍의 거품이 제거된 사회현상과, 기술혁신이 순차적이고 누적적인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특허권 보호의 강화가 오히려 혁신에 장애가 된다는 사법부의 정책적 판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2014년 3월 미국 대법원의 판결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유럽에서도 소프트웨어 특허를 유럽연합 차원에서 통일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유럽집행위원회가 지침 초안까지 마련하였지만, 오픈소스 진영의 강력한 반대 등에 부딪혀 2005년 유럽의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된 바 있으며, 유럽특허협약에서 “컴퓨터프로그램 그 자체”는 발명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삭제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6. 결론

2012년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특허 제도가 기술혁신이나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다는 실증적 증거는 없는 반면, 특허 제도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증거는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분야와는 달리 유독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발명자인 소프트웨어 개발자 스스로 특허 제도가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특허권의 보호가 없더라도 기술혁신을 일구어 왔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개정안과 같은 특허 강화 정책은 재고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개정안을 철회하고 소프트웨어 특허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새로운 입법 정책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8년 5월 24일

사단법인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 정보공유연대 IPLEFT, 오픈소스소프트웨어재단

화, 2018/05/2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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