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본격적인 선거 준비 태세로 돌입했습니다. 대통령 선거는 앞으로 60일 이내에 치러집니다.
그런데 선관위는 탄핵이 인용되기 전부터 탄핵 찬반 집회 주최 측에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안내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에 따르면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2월 23일 촛불집회 주최측인 전북비상시국회의 대표자에게 ‘탄핵집회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습니다. 공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2월 23일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가 촛불집회 주최측인 전북비상시국회의 대표자 앞으로 보낸 공문 (자료제공=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
2월 28일에는 성남시분당구선거관리위원회도 촛불집회 주최측인 성남국민운동본부 대표자 앞으로 ‘탄핵 찬반집회 개최 관련 공직선거법 안내’ 공문을 보냈습니다. 여기엔 선거를 앞두고 ‘할 수 있는 사례’와 ‘할 수 없는 사례’를 구분해 놓았습니다.
지난 2월 28일 성남시분당구선거관리위원회가 성남국민운동본부 대표자 앞으로 보낸 공문. (자료제공=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
두 공문에는 ‘입후보예정자’라는 말이 공통으로 등장합니다. ’입후보예정자’에 대한 지지나 반대하는 행위를 하면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에 ‘입후보예정자’에 대한 정의가 따로 명시돼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사람은 입후보예정자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경우는 입후보예정자로 볼 수 있을까요?
지난 2016년 12월 24일에 열린 9차 촛불집회. ‘황교안 탄핵’이라는 손피켓이 보인다.
중앙선관위에 질의했더니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희는 (황교안 권한대행은) 입후보예정자로 보지 않습니다. 판례를 보면 입후보 의사가 확정적으로 외부에 표출된 사람뿐만 아니라 신분, 접촉 대상, 언행 등을 비춰서 선거에 입후보할 의사를 가진 것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른 사람을 입후보예정자로 봅니다. 그런데 지금 황교안 권한대행은 본인이 출마한다는 얘기도 없었고 선거운동의 목적으로 사람을 접촉하거나 그 분의 행동을 봤을 때 입후보예정자로 보지 않습니다. 다만 언론에서 하마평으로 ‘출마할 것 같다’ 그런 식으로 보도가 되고 있는 것만 봤을 때는 지금 권한대행자의 직위에서 권한을 대행하는 것이지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입후보예정자로는 보지 않습니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출마를 선언하지 않는 한, 촛불집회에서 ‘황교안 퇴진’ 등의 구호나 황 권한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도 공직선거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엄격하게 적용되는 공직선거법에 대해서 시민단체는 오래 전부터 “유권자의 침묵을 강요한다”며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 등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4대강 반대 1인 시위 △2016년 총선 당시 용산참사 책임자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 출마 반대 기자회견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특정 정당의 급식 정책 비판 인쇄물 배포 등의 행위가 유죄로 처벌받은 사례를 제시하며 대선 전에 선거법부터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평소 NGO들이 해오던 활동도 (선거기간이 되면) 처벌받은 사례가 많다”며 “3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선관위도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인데요. 국회에 여러차례 선거법 개정 의견을 냈지만 국회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는 표현의 자유 규제를 완화하고 정치자금 쪽으로 (규제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가게 해달라고 개정 의견을 많이 냈는데 국회에서 개정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지난 11일자 매일경제 1면에 <‘노조 포퓰리즘’ 13년…브라질의 몰락>이란 제목의 기사가 큼지막하게 걸렸다. 브라질 현지 취재로 작성된 이 기사는 룰라 전 대통령과 호세프 전 대통령이 무상복지와 최저임금 인상, 공무원 증원 등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면서 국민을 파탄으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매일경제가 브라질 경제의 파탄 원인으로 지목하는 전임 대통령들의 정책들은 공교롭게도 현재 문재인 정부가 펼치고 있는 정책들과 닮은 정책들이다. 매일경제의 이 기사는 삼성언론재단의 지원으로 작성됐다.
국민 삶을 책임져 주겠다는 정부는 오히려 국민을 파탄으로 몰아넣었다. 좌파 정권이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3년간 실시했던 무상복지 포퓰리즘 정책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면서 브라질 경제가 붕괴된 영향이었다.
과연 맞는 설명일까?
브라질 경제는 원자재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철광석은 호주 다음가는 세계2위 수출품목이고 대두 역시 미국에 이어 2위다.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성장과 맞물려 세계적으로 원자재와 곡물가격이 폭등하면서 브라질의 경제는 2000년 초반부터 10여 년 간 큰 성장세를 기록했다. 브라질 전체 수출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반(49%)에 이르렀고 전체 수출의 18%는 중국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중국의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철강수요가 줄고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 브라질 경제도 침체기에 접어든다. 2015년에는 경제성장률이 -3.8%까지 떨어졌다. 이는 원자재 수출이 주수입원이었던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대신증권은 2015년 10월 <브라질의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브라질 경제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원자재 붐’은 종료됐다”며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함께 원자재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도 2015년 10월 <중남미 잔치는 끝났다>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제 원자재 수요가 크게 늘면서 브라질은 대두와 철광석 수출증가에 힘입어 2002-2010년 동안 연 평균 3.9%의 성장을 기록”했으나 “2013년부터 중국의 저성장으로 인해 국제 원자재 수요가 급감하면서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경제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2013년 기준으로 전세계 철강의 59%를 소비하는 나라였던 만큼 중국의 경기연착륙은 철광석 주요수출국인 브라질에 큰 타격을 입혔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원유생산국인 중남미 4개국의 경제성장률이 유가의 흐름과 거의 똑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중남미 국가들의 경우 유가의 변동에 따라 경제가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김진오 선임연구원은 “브라질의 저소득층 지원 정책이 재정에 부담을 준 측면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재정위기를 해석할 때 그 정책으로 국민들의 삶이 향상됐는지에 촛점을 둘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 투자하지 않아 성장동력을 잃게 한 측면에 더 중점을 둘 것인지는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경제위기의 주범이 정부의 저소득층 지원 정책 때문이었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정답이 될 수 없다”면서 “중국 등 글로벌 경제의 침체에 따라 국가의 주수입원이던 수출이 줄다 보니까 재원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투자가 줄고 고용이 줄면서 가계 소득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질 경제는 최근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3.8%, 2016년 -3.6% 등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브라질 경제는 IMF 전망에 의하면 올해 0.7%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세계 경제의 회복과 원자재 가격 회복과도 관련이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내부 개혁이 반영된 영향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주요수출대상국이었던 중국 등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에 따라 이들 나라의 성장을 뒷받침 했던 브라질 경제도 회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론에 입각한 정책을 추진하자 일부 언론매체에서는 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대기업 편향적인 기사를 양산해왔던 경제전문지와 보수일간지에서 그런 기사가 많이 나온다. 사실을 왜곡하거나 일부 팩트만 취합해 기사를 작성하는 식이다. 매경의 기사는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의 침체가 브라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을 오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언론재단이 취재지원했다는 사실은 그 의도를 더욱 의심하게 만든다.
문재인 후보 “치매의혹” 글 후보자비방죄 유죄 판결과 여당의 “문재인 나쁜 놈” 표현 검찰 고발
사법부와 여당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6월 23일 광주지방법원 제12형사부는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블로그에 문재인 대선 후보의 치매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작성해 올린 20대에게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제251조)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해당 포스팅은 ‘문재인 치매? 치매 의심 증상 8가지 보여. 대선주자 건강검증 필요’라는 제목과 함께 8가지 치매 진단 항목을 기재한 뒤, 당시 문 후보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 말실수를 하는 모습 등의 사진을 예로 들면서 문 후보가 이 항목에 해당하는 치매 의심 증상을 보인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이에 대하여 재판부는 “후보자 비방행위는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 선거 결과를 왜곡할 위험성이 있는 만큼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사실의 적극적인 조작·왜곡 없이 단순히 대선 후보자를 조롱·비방하는 표현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억압 행위이다. 특정 정치인을 조롱하면서 반감을 표시하는 것에 불과한 표현을 보고 국민 다수가 실제로 해당 후보가 치매라고 믿거나 재판부가 지적하는 것처럼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해 선거결과를 왜곡할 위험성은 거의 없다. 법원도 “게시물이 선거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다수의 생각과 다르거나 근거없는 의견을 표명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부당한 위축을 가져오고, 정권 비판이나 반대자에 대한 억압으로 남용될 수 있다. 작년 12월 사단법인 오픈넷은 1995-2015년 사이의 후보자비방죄와 허위사실공표죄 재판 1,569건을 전수조사하여 해당 범죄의 기소가 보수 대선후보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정부여당을 보호하기 위해 편향적으로 남용되고 있음을 밝힌 공동연구결과(호주국립대 유종성, 고려대학교 박경신)를 발표한 바 있다. 우리는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이와 같은 폐해를 충분히 겪었다.
또 UN인권위원회는 이미 표현의 자유 일반논평 제34호를 통해 진위확인이 불가능한 명제, 즉 감정과 견해 표명에 대한 형사처벌은 폐지하여야 함을 권고한 바 있다. 사법부는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최근 여당 측이 ‘종북’, ‘깡패같은 나쁜 놈’ 등의 표현에 대하여 검찰 고발을 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로 비판받아야 한다. 특히 여당 원내대표가 그 표현에 대해 “국민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고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한 것은 대통령에 대한 욕을 국민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반민주적인 시각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2mb18NOMA라는 트위터 계정 삭제가 얼마나 국민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는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최고 권력자나 유력 정치인에 대하여 이러한 정도로 표현하는 것만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에 처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누구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고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표현의 자유 억압을 포함한 전 정권의 적폐 청산을 약속하며 국민의 지지를 받아 출범한 정권이다. 전 정권들이 반대 여론을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한 제도는 청산되어야 할 적폐이다. 이를 새 정권이 그대로 이용하는 것은 자기 부정과 다름 없다. 즉, 문재인 정권은 문재인 대통령을 욕할 자유가 있는 나라를 만들 때 그 의미가 빛나는 것이다. 현 정부와 여당은 반대자들의 비판에 대한 형사적 대응을 중단하고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촉구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은 ’관운’이 좋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는 1980년 만성 담마진(두드러기)로 병역을 면제받고 이듬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징병 신체검사를 받은 365만여명 가운데 담마진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남성은 4명에 불과하다 (2016년 6월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자료).
2006년과 2007년 검사장 인사에서 두 번이나 미끄러졌지만 고검장은 사법시험 동기 가운데 가장 빨리 올랐다. 고검장을 끝으로 검사복을 벗었지만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에 올랐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장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 권한대행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현재 박근혜 탄핵 이후 방향을 잃은 냉전보수세력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국무총리에 오를 때도 운이 따랐다. 2015년 5월 이완구 총리가 성완종 게이트로 취임 두 달 만에 낙마하며 갑자기 국무총리가 됐다. 2016년 11월에는 김병준 책임 총리 후보자가 임명되며 ‘실업자’가 될 뻔 했지만, 복잡한 정치 상황 속에서 오히려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자 여권 주자 가운데 여론조사 지지율 1위에 오르며 ‘황교안 대망론’까지 불고 있다.
이제 그의 운은 시험대에 올랐다. 박근혜 정권의 핵심이었던 그가 박근혜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할지, 아니면 억세게 좋은 운이 그에게 다시 날개를 달아줄지 말이다.
“나는 흙수저”…유신시절 학도호국단장
“여러분은 나를 금수저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흙수저 중의 무수저다.”
2016년 12월27일 기자 간담회에서 황 권한대행은 자신이 ‘무수저’라며 6.25 전쟁 당시 월남한 가족사를 언급했다. 그는 1957년 서울 용산에서 태어났는데, 북에서 피난 온 아버지가 고물상으로 가족을 먹여 살렸다고 한다.
그는 법무부 장관 재직시절 모교인 봉래초등학교에 방문한 자리에서 부유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언급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초·중등학교까지 황 권한대행은 반장을 도맡아 하는 등 전형적인 모범생이었다.
지금의 그의 성향은 경기고 재학시절에서 엿볼 수 있다. 당시 동기생이던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노회찬 정의당 대표는 유신 선포 1주년을 맞아 유신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뿌렸지만 황 권한대항은 이에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3학년 때 학도호국단의 연대장(학생 대표)을 맡기도 했다. 학도호국단은 박정희가 장기집권을 위한 ‘10월 유신’ 을 밀어붙이며 학생회를 폐지하고 만든 준군사조직이다.
위 사진 왼쪽부터 황교안, 이종걸, 노회찬. 이들은 경기고 72회 동기들이다. 아래 사진은 1975년 경기고 학도호국단 연대장때의 황교안 총리(맨 앞쪽 어깨띠와 완장을 찬 이)의 모습. (사진 출처: 경기고 졸업사진)
그가 총리에 올랐을 때 이종걸과 노회찬은 “황교안 총리는 학창시절 모범생이었다. 당시 어린 마음에도 대부분 학생들이 독재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어서 어용조직인 학도호국단 간부를 맡으려 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서울대 법대를 노렸지만 실패한 그는 재수 끝에 1977년 성균관 법대에 입학해 고시공부에 매진했다. 반유신 투쟁이 본격화되는 시기였지만, 그는 ‘운 좋게’ 병역면제를 받은 뒤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총리 청문회 당시 군 병원의 공식 진단 6일 전에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끝내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운 피부병을 앓고도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기도 했다.
확신형 공안검사…민주정부에서 밀려나
그는 검사로 임용된 뒤 공안검사의 길을 걸었다. 대부분 공안검사들이 공안 경력을 내세우기 꺼리지만, 그는 법무부 장관 시절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관보다 공안검사가 가장 적성에 맞는다”고 밝혔다.
그는 1987년 서울지검 공안검사를 시작으로 대검찰청 공안 1·3과장과 서울지검 공안2부장을 지냈으며, 공안을 총괄하는 서울지검 2차장을 맡았다. 김현희 칼(KAL)기 폭파 사건과 임수경 방북 사건, 1980년대 말 학생 운동 등 여러 굵직한 공안 사건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1988년 펴낸 ‘국가보안법’. 그는 이 책으로 ‘미스터 국보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그는 공안검사의 ‘본색’을 고수했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김대중 정부 출범 첫해인 1998년 <국가보안법 해설>이란 책을 써서 ‘미스터 보안법’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2009년에 쓴 <집회·시위법 해설>에서 “집시법 역시 4·19 혁명 이후 각종 집회와 시위가 급증하여 무질서와 사회 불안이 극에 달한 상황 속에서 5·16 혁명 직후 제정됐다”며 5·16 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규정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공안검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꿋꿋이 고수했다.
아예 그는 ‘좌파정권에 저항하다 밉보인 투사’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사장 인사에 밀린 것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서라는 주장이었다.
2011년 그는 부산고검장 시절 교회에서 한 특강에서 이렇게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대중씨는 계속 재야활동을 했었기 때문에 경찰에서도 조사를 받고 검찰에서도 조사받고 정부하고는 계속 갈등했던 분이다. 그런데 이런 분이 대통령 딱 되고 나니까 그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에 있던 검사들이 전부 좌천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안부 검사들에 의해 대우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구속까지 된 분이다.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니까 공안부에 오래 있던 사람들에 대해 여전히 곱지가 않았다”
박근혜 아바타…공안통치 좌장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부름을 받은 그는 법무부 장관, 총리를 거치며 정권의 해결사 노릇을 했다.
2013년 9월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중 ‘혼외자’ 의혹이 불거진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감찰을 지시해 옷을 벗게 했다.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하자 “법률가의 양심”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였다. 당연히 대선개입 사건 수사는 힘을 잃었다.
황교안은 법무부장관시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했다. 이 사건이 박근혜정부의 정통성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철저히 박근혜의 아바타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헌정 사상 최초인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를 총지휘하기도 했다.
검찰이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 123 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려던 것을 막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기간 연장 요청에 그는 20일 현재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으며 야당의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실정법보다 교회법이 우선
공안검사와 함께 그를 설명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독실한 기독교 신앙이다. 문제는 그의 신앙이 공적인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 교인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활동을 벌이다가 탈레반에 납치됐을 때 무분별한 선교활동에 대한 비판이 일자,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그런데 과연 납치된 그들은 비난받을 일을 한 것인가?”라고 글을 올렸다.
황교안 권한대행 부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다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왼쪽 사진은 2012년 2월 열린 ‘변호사 친교의 밤’에서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는 황교안의 모습. 오른쪽은 아내 최지영씨가 낸 복음성가집 앨범 (사진 출처: http://www.bluetoday.net/)
그가 쓴 <교회와 법 이야기>에서 “주일에 사법시험 치르는 것을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결정해 유감이다”라며 실정법 위에 교회 논리를 앞세우기도 했다.
결국 그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공안검사’, ‘독실한 기독교 신앙’, ‘박근혜 정권의 해결사’ 등을 꼽을 수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철저하게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지향했고, 이른바 ‘애국 보수세력’의 가치를 대변해왔다.
실제로 그의 대망론을 부채질하는 것은 자유한국당(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몸으로 막겠다는 ‘아스팔트 우파’들이다.
그는 현재 자신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안 하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황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여론조사지지율이 20%까지 오르지 않으면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권한대행이라는 중책을 쉽게 내려놓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분명한 건 광장의 촛불 민심은 그를 황교안 개인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아바타’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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