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특별칼럼] 박근혜 탄핵가결 이후

지역

[특별칼럼] 박근혜 탄핵가결 이후

익명 (미확인) | 일, 2017/01/01- 17:11

박근혜 탄핵가결 이후

 

이태호 |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공동상황실장

 

 

지난 12월 7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재적인원 300명 중 234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그동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두고 우왕좌왕하던 국회가 촛불민심에 의해 견인된 결과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즉각퇴진을 외쳐온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탄핵된 상태였다. 그런데, 광장의 외침은 박근혜 개인을 향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 사태를 통해 드러난 국민 없는 국가, 그 민낯에 대한 주권자인 국민들의 분노와 항의가 촛불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 항의는 이미 대학가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나붙었을 때, 그리고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국가는 없었다”라고 국민 모두가 개탄했을 때 이미 격화되고 있었다.

 

 

무너지는 낡은 체제와 위태로운 시민

 

문제는 박근혜 개인이 아니라 그 체제다. 다행히 박근혜-최순실의 국정파괴 행위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박정희 시대에 대한 환상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 어떤 동상도 국정교과서도 이보다 더 큰 교육적 효과를 가질 순 없다. 실제로 모든 지표는 고도성장과 낙수효과에 대한 환상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국가이익과 국가안보 같은 동굴 속의 그림자로 개인의 희생과 순종을 강요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극단적인 양극화, 출산율의 저하와 인구절벽,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의 극단적 증가, 남-녀간 정규직-비정규직간 최악의 임금격차, 한계치에 다다른 가계 부채, 최악의 자살률 등 모든 조건들이 불평등과 특권에 분노하는 거리의 촛불에 휘발유 역할을 하고 있다.

 

 

대의제의 위기와 자유로운 시민


스스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없었던 한국의 보수정치는 파산했다. 그들은 국민에게 가져다 준 것은 ‘국민 없는 국가’였다. 현 상황을 보수의 민주적 개과천선의 결과로 해석하려는 조선일보류의 아전인수가 가당찮은 것과 마찬가지로, 탄핵안 가결을 야당의 정치적 승리로 보는 것도 큰 착각일 수 있다. 광장에 나온 시민은 기존의 정당체제나 조합 등의 사회조직으로부터 자유로운 시민들이며, 복지시스템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사회적 돌봄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즉 위태로운 분노한 시민들이다. 이들을 위태롭게 만드는데 야당도 한 몫 했다. 이 점에서 정치권 전체는 살림, 돌봄, 생명과 안전, 주권자의 권리행사를 중심에 두는 새로운 대한민국, 새로운 참여 민주주의의 비전을 마련하기 위해 겸허히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특권층의 실상과 또 하나의 게이트

 

청문회나 검찰 수사, 그리고 각종 언론이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제보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낡은 체제의 수혜자인 특권층은 상상한 것 이하로 저열하고 시대착오적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현대 같은 재벌기업들, 관료집단과 공안세력들, 독재자의 방패막이로 전락한 집권여당 등 지난 30년간 별다른 개혁 없이 이 체제를 재생산해온 온갖 특권집단들의 민낯은 영화나 드라마의 그것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어쩌면 더욱 심각하고 구조적인, 또 다른 국정농단 게이트가 있다. 김기춘, 우병우, 그리고 황교안 총리 등이 간여했던 정치검찰출신들의 공작정치, 국정농단 게이트가 그것이다. 김영환 비망록 등으로 그 일부가 드러났지만, 제대로 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청와대와 국정원, 검경이 모두 간여되어 있다. 부패한 분단안보국가의 적폐가 아직 규명되거나 처벌되지 않은 채 황교안 체제라는 이름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는 셈이다. 이 구악을 파헤쳐 개혁하지 않으면 박근혜 정권은 계속된다.

 

 

탄핵 이후의 과제들

 

박근혜는 즉각 사퇴하여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직무정지 상태의 대통령직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박씨 개인에게도 명예롭지 못한 일이고 나라 전체에는 ‘국정공백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박근혜 직무정지 이후의 대행체제는 박근혜 2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권의 적폐와 국정농단의 폐해를 회복하는데 최대한 기여하고, 국민통합과 현상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국정관리에 한정하는 중립적인 체제여야 한다. 대행체제는 또한 박근혜의 즉각 퇴진과 조기대선이 이루어지기까지 그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행체제는 지금까지 계속되어온 모두 공작정치를 중단하고, 국정원과 검·경·군의 엄정중립을 보장하며,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 과거 국정농단과 적폐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특검과 국정조사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특히 세월호 7시간 등 국정농단과 적폐와 관련된 정보와 자료를 은폐하지 말고 즉각 공개해야 한다. 국정교과서와 노동개악 같은 국민합의 없는 갈등유발 정책 강행을 중단하고, 주변국과 큰 외교적 긴장과 갈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 큰 논란거리가 되는 사드배치, 한일정보보호협정 같은 민감한 외교안보사안들은 유보해야 한다.

 

 

황교안 체제는 제2의 박근혜 체제

 

이런 일을 하기에 황교안 총리는 적임자가 아니다. 즉각 사퇴해야 한다. 그는 대행체제를 맡은 자격이 없다. 우선 그에게 중립적인 국정관리를 기대할 수 없다. 황교안은 민주인사들을 억압했던 대표적인 공안검사이자 친재벌 부패 법조인으로서,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법무부 장관 재직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과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해 수사검찰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고 공안사건을 조작하는 등 공작정치에 앞장섰고, 김기춘, 우병우 등 정치검찰 출신들의 공작정치를 일관되게 비호하여 현 사태에 원인을 제공한 대표적인 부역인사다. 일각에서는 총리마저 사퇴하면 국정에 큰 혼란이 초래될 것처럼 주장하지만, 황교안의 존재가 안정적인 국정관리나 국민통합에 큰 장애가 된다. 그가 사퇴하고 부총리가 대행체제를 맡는 것이 더 낫다.

 

 

정치개혁과 참여민주주의

 

촛불집회를 이끈 주체는 ‘자유롭고 위태로운’ 행동하는 주권자들이었다. 촛불은 국민 없는 국가, 주권자 없는 정치에 대한 항의였고, 자구적이고 합헌적인 저항행동이었다. 이 항의에 내재하는 무수한 사회적 난제들은 궁극적으로 정치의 개혁, 참여민주주의의 구현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정치의 과두제와 진입장벽은 정치개혁에 가장 큰 장애물이다. 자치와 분권의 확대와 주권자의 발의권-감사권-소환권-심판권의 강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각종 소수정당 진입장벽의 철폐, 모든 면에서의 국회의 개방과 특권의 축소 등 국회와 과두정당 자신의 개혁대안을 먼저 내놓고, 다른 개혁조치를 말해야 한다. 또한 헌법 개정 문제를 국회의원끼리 밀실에서 처리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퇴진이 완수되기까지 헌법 개정 논의는 중단해야 한다. 또한 그 이후에도 개헌이 과연 필요한 지 국민의 의사부터 확인해야 한다. 개헌을 원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 국민이 이 논의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 ‘헌법개정 절차법’부터 만들어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2018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보건의료 분야

김윤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과 교수

이경민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전체적인 평가

보건복지분야 총예산은 작년 대비 5.5%(본예산 대비, 추경 대비 5.1%) 증가하였다. 보건 분야 예산은 보건복지 총 예산의 16.3%(약 10.4조 원)이며 2017년에 비해 약 5.5%(5,414억 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국가치매극복 기술개발(R&D), 라이프케어융합 서비스 개발사업 등 신규 사업 예산이 대폭 증액 편성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예산 증가율을 살펴보면 한의약정책관 소관사업(34%), 질병관리본부 소관사업(6%), 건강보험정책관 소관사업(6%)이 증가하였고, 건강정책관 소관사업(△4%), 보건산업정책관 소관사업(△1%), 공공보건정책관 소관사업(△1%)은 감소하였다. 
 
2018년 건강보험 총 보험료 수입예상액은 53조 3,209억 원으로 예상되며, 보험료 수입의 14%에 해당하는 일반회계 국고지원금은 7조 4,649억 원이다. 그러나 정부는 2조 539억 원을 감액한 5조 4,201억 원을 편성하였고, 이는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세부사업 평가

보건산업정책관 
보건산업정책과 소관 예산은 16년 대비 1.1%감액된 4,563억 원이 편성되었다. 보건산업정책은 보건의료 기술의 연구개발과 보건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두고 있으며 이는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결과로 귀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보건의료 빅데이터, 해외환자 유치 사업 등 의료를 영리화하는 정책에 예산을 편성하거나 글로벌 화장품 육성 인프라 구축 등과 같이 보건의료와 관련이 명확하지 않은 사업에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사업에 대한 성과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이 지적되고 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은 올해 새롭게 시도하는 사업으로 115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은 개인정보 중 민감정보에 속하는 건강정보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정보가 빈번하게 유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안 마련 없이 건강정보를 활용하는 정책을 정부가 비공개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문제이다. 실제로 영국 Care. data의 경우, 개인의 건강정보 활용에 대한 국가의 불투명한 운영으로 시민들의 신뢰를 잃어 2016년 폐쇄한바 있다. 따라서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에 대한 사회적 논의 전제하에 예산이 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로벌화장품육성인프라구축 사업에 지난 3년간 약 1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편성되었으나 올해 16년 대비 32억 원 삭감된 68억 원의 예산을 배정하였다. 그러나 글로벌화장품육성인프라구축 사업은 보건의료산업 정책 소관 목적에 부합성이 떨어지는 사업으로 보이며, 국정감사 시 민간대기업화장품 업체를 지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예산은 감액 되었지만 여전히 막대한 예산이 편성되고 있어 사업에 대한 정당성, 합리성에 대한 설명이 요구된다. 
 
해외환자유치사업은 작년 대비 64억 원 삭감된 132억 원이 편성되었다. 해외환자유치사업은 외국인 환자에게 치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한국의 의료관광사업은 대부분 피부성형, 미용, 건강검진 등 영리목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결국 질병의 개선, 공공성과는 무관한 피부성형외과, 대형병원 등의 수익창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작년과 비교하여 예산은 삭감되었으나 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하기 위한 합당한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국가치매관리 정책과 연계하여 치매극복기술개발사업(R&D)에 98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었다. 치매를 예방하고 조기발견하여 돌보는 등 종합적인 R&D 추진을 목적으로 두고 있으나 치매 치료 연구를 집행하기 위한 예산 편성이라 볼 수 있다. 치매에 대한 국가책임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노인성질환을 치매로 한정하여 예산을 개별적으로 책정한 부분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또한 치매를 보건의료적 관점에 의해 조망하기보다 치매노인, 가족, 사회 등 사회적 환경을 고려한 돌봄의 관점에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관련 예산에 편성에 대해 다각적인 평가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보건의료정책관
의료기관안전및질관리 사업 예산을 전년대비 17.8% 증액 편성하였다. 그 중 의료기관평가인증 사업은 2017년 28억 원에서 18년 39억 원으로 책정되었다. 병원급 중 의료기관평가인증을 자발적으로 인증 받은 기관이 11%에 불과하고, 인증을 받은 기관에서 C형 간염 감염사고, 요양병원 화재사고 등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기관평가인증 사업이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보장에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예산이 증액되었다. 
 
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수급 관리 사업은 2017년 104억 원에서 18년 132억 원, 26.7% 증액 편성되었다. 그러나 일차 진료의사와 간호사는 부족하고 전문의는 과잉 공급되어 있는 등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의 이유로 일차의료와 만성질환관리 강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와 중요한 의료정책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수급 관련 정책과 예산은 증액 되었으나 기존 수준을 답습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공공보건정책
지역거점병원 공공성강화는 지방의료원 등에 대한 지원을 하여 지역 주민에게 충분한 의료제공을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이다. 2017년 576억 원에서 2018년 623억 원으로 8.1% 증액 편성하였으나 2016년 예산에 비해 적은 규모이다. 또한 지역거점병원 공공성강화 예산의 대부분은 시설 및 장비 개선을 위한 기능보강사업 예산이어서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양질의 의료인력을 확보하거나 운영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예산을 별도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의료 및 분만 취약지 지원사업은 133억 원에서 98억 원으로 26.1% 감소하였으며, 34개 분만취약지 중 2개소와 59개 의료취약지 중 1개소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데 그치고 있다. 응급의료 취약지인 시군구가 99개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취약지응급의료기관육성 예산은 2017년 280억 원에서 2018년 257억 원으로 감소하였다. 분만 및 의료 취약지와 응급의료취약지를 이번 정부 임기 내에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취약지에 대한 지원예산을 증액해나가야 한다. 
 
중증질환에서 보장성을 강화하는 암환자 지원사업에 배정된 228억 원은 문재인 케어의 보편적 보장성 강화정책 기조에 맞게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과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연명의료법 제정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산되는 호스피스 전문기관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 사업은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근로자와 여성 결혼이민자, 난민 및 그 자녀 등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예산 집행률이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 동안 예산의 증액 없이 편성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난민 등 신청자가 많아 각 지자체에 미지급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관련 예산은 증액될 필요가 있다. 
 
응급의료기금 사업 중 우선순위가 낮거나 기금 사업에 성격에 맞지 않는 사업예산은 대폭 축소하는 대신 응급환자 진료비 대지금과 같이 필수적인 예산은 증액해야 한다. 기금 사업에 성격에 맞지 않는 사업의 예로는 응급의료기관 지원발전프로그램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응급의료기관의 인력, 장비, 시설, 운영 성과를 평가한 결과에 따라 지원금 차등지급하는 사업이다. 응급의료체계 구축 초기에는 응급의료기관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운영체계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사업이었으나, 응급의료기관의 인프라와 운영체계가 안정화된 현 단계에서는 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사업이다. 건강보험을 재원으로 한 유사한 성격의 사업인 의료질평가지원금과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8년 응급의료지원발전프로그램 예산은 289억 원은 기금사업의 성격에 맞고 우선순위가 높은 다른 사업예산으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응급환자 진료비 대지급 사업은 의료비 부담능력이 없는 빈곤층 응급환자의 진료비를 응급의료기금에서 대신 지급함으로써 돈이 없어 생명을 위협받는 응급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2015년 이후 매년 8천 건 이상의 응급환자 진료비 대지급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집행률이 계속 100%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책정된 진료비 대지급 예산에 비해 대지급 수요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대지급 예산은 2017년 23억 원에서 2018년 14억 원으로 36.8%를 삭감하였다. 빈곤층 응급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예산을 증액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삭감한 것은 매우 납득하기 어렵다. 대지금 예산을 증액하여 돈 없는 응급환자들이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중증외상환자의 예방가능한 사망률은 30.5%로 선진국의 약 5%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중증외상환자의 예방가능한 사망률은 응급의료와 외상진료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 년 간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증외상전문진료체계 구축 사업은 중증외상환자에 응급수술 등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시설, 장비, 인력 등을 지원하여 예방 가능한 사망률 감소를 위해 시행하는 것이다. 중증외상전문진료체계 사업은 지속적인 불용액이 발생하고 기획재정부 기금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아 기금이 삭감되는 등 정부가 사업을 체계적 기획 및 집행하지 못해 왔다. 2017년 서부 경남지역에 권역외상센터를 선정하지 못해 102억 원의 불용액이 발생한 바 있으며, 기금평가 결과를 반영하여 전년 대비 예산이 8.9%(39억 원) 삭감되었다. 향후 예방가능한 사망률를 감소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체계적인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지원 사업은 권역별로 의료시설을 균등하게 배치함으로써 고위험의 산모와 신생아에 대한 치료에 대한 접근성의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2017년 대비 14.7% 삭감된 119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었다. 제3차 저출산 고령화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진행되어 사업의 확대가 필요함에도 예산을 삭감한 것은 적절치 않다.
  
건강보험정책
건강보험법은 일반회계에서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정부는 건강보험에 지원해야 할 법정 지원금을 약 5조 원이나 덜 지원했다. 일반회계 지원금은 2017년 대비 증가하였으나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의 14%인 7조 4,649억 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5조 4,201억 원만 편성하였다. 이는 관련법을 위반한 것이며, 문재인 케어를 위한 재원조달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법정 지원금 수준으로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건강증진기금
담배값에 포함된 서민세수 국민건강증진기금은 본래의 목적이 아닌 일반회계 성격 자금으로 전용되고 있다. 2018년도 국민건강증진기금 4조 365억 원 중 국가금연지원서비스사업은 1,334억 원만 편성되고 나머지는 보건의료분야 전 영역에 사용되고 있다. 의료기기기술개발 291억 원, 질병관리본부 시험연구인력지원 207억 원, 의료기관 진료정보교류 기반 구축 58억 원, 국립병원 정보화 20억 원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자살예방과 지역정신보건사업 강화는 문재인 정부 주요 국정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예산은 2017년 502억 원에서 2018년 546억 원으로 8.7% 증가하는 데 그친다. 암과 같은 신체질환에 비해 정신건강에 대한 재정투자가 미미했던 점을 고려하면 자살예방과 지역정신보건사업 예산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보험료 수입예상액의 6%는 3조 2,003억 원 상당인데 국민건강증진기금 역시 법 부칙 단서 조항에 따른 당해 연도 부담금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65를 기준으로 한 1조 8,848억 원 상당을 편성하였다. 
 

결론

 
보건산업정책관 소관 예산은 절대적 규모에서 소폭 삭감되었으나 여전히 이전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 영리화 사업 등에 예산이 편성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은 민감정보에 속하는 건강정보를 이용하는 것으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하나 현재 비공개로 추진되고 있는 등의 문제가 있어 예산 편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한 해외환자유치사업, 글로벌화장품육성인프라 구축 등은 예산이 삭감되었으나 예산 편성의 정당성이 결여되어 추가적인 예산 삭감 등의 조정이 필요하다. 
 
공공보건정책 관련 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10% 이상 증액편성 되었다. 그러나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 의료 및 분만취약지 지원 등의 사업은 예산이 소극적으로 편성되거나 감액되었다. 또한 응급의료기금 사업 중 응급환자미수금대지급, 중증외상전문진료체계구축, 고위험 산모‧신생아 지원 사업 등 취약 계층 및 의료취약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임에도 예산이 삭감되었다.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공공보건 정책 예산이 합리적으로 편성될 필요가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 제1항에 의거해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 53조 3391억 원의 14%에 해당하는 일반회계 지원금 7조 4,649억 원을 지원해야 하나 2조 448억 원 감액 편성하였다. 이는 관련 법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시정되어야 한다. 또한 예상수입액의 6%는 3조 2,003억 원 상당인데 국민건강증진기금 역시 법 부칙 단서 조항에 따라 당해 연도 부담금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65를 기준으로 하여 1조 3,155억 원이 부족하게 편성하였다. 결과적으로 법정 국고지원율 20%를 기준으로 하여 일반회계 국민건강증진기금 합계 3조 3,604억 원 상당을 부족하게 편성한 것이다. 문재인 케어 소요재정 조달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법이 지정한대로 국고지원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예산심의과정에서 시정되어야 한다. 
 
또한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 제1항과 국민건강증진법 부칙에 따라 국고지원을 2022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및 재정 확충의 필요, 경제활동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로 건강보험료 수입 인상의 한계를 보충하는 공공재정의 역할을 위해서 국고지원은 상설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건강보험 국고지원의 상설화를 위해 국회의 입법조치가 적극적으로 요구된다.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보건산업예산을 제외하고 이를 의료 및 분만 취약지 해소, 자살예방 및 지역정신보건사업 강화 등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건강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사업에 우선적으로 배정해야 한다. 
수, 2017/11/01- 14:31
241
0

2017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노인 분야

 

이경민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전체적인 평가

2018년 노인분야 총 예산은 11조 7,677억 원으로, 기초연금 9조 8,399억 원과 노인정책관 소관 예산1 1조 9,278억 원으로 구성된다. 노인분야 예산 중 일반회계 예산은 1조 6,650억 원, 기금 예산은 2,627억 원(국민건강증진기금 2,527억 원+응급의료기금 100억 원)으로 일반회계 예산이 노인분야 예산의 97.8%를 차지한다. 

 

2018년 노인분야 예산은 2017년 예산에서 19.4% 증가한 것으로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 증가율 9.8%(추경대비), 사회복지분야 예산 증가율 10.7%와 비교해 높은 수준인다. 노인분야 예산은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 64조 2,416억 원의 18.3%, 사회복지분야 예산 53조 7,838억 원의 21.8%를 차지한다. 노인분야 예산이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과 사회복지분야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모두 2017년에 비해 증가했다.

 

노인2 1인당 노인분야 예산은 2018년 159만 4,337원으로 2017년 138만 3,547원보다 21만 790원 증가하고, 기초연금을 제외한 노인정책관 소관 예산은 2018년 노인 1인당 26만 1,188원으로 2017년 24만 6,296원3 보다 1만 4,892원이 늘어 1인당 노인분야 예산이 늘어났다.

 

노인분야 예산 중 기초연금 예산이 차지하는 구성비는 2018년에 83.6%로 2017년보다 감소했으나 기초연금 예산은 2018년에 9조 8,399억 원으로 2017년 보다 21.5% 증가했다. 이는 기초연금 수급자 수가 2017년의 4,983천명보다 18만 4,000명 증가한 5,167천명으로 늘었고, 기준 연금 지급액도 2017년 20만 6,000원에서 2018년 25만 원으로 증가한 것에 기인한다. 

 

노인요양시설 확충 예산은 2017년 213억 3,700만 원에서 2018년 1,259억 800만 원으로 490% 증가하여 가장 높은 예산 증가율을 보인다. 다음으로 기초연금 21.5%,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21.3%, 노인건강관리 13.5% 증가하였다. 

 

반면, 노인단체지원 예산은 2017년 413억 8,700만 원에서 2018년 101억 5,400만 원으로 75.5% 삭감되어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장사시설설치 예산도 38.0%의 큰 금액이 삭감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노인돌봄서비스 예산은 41.6% 감액되었으나 이는 사례관리 지원체계 개선 사업으로 이관되었기 때문이다. 

 

세부사업 평가

노인요양시설 확충

노인요양시설 확충은 1,259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었고, 전년대비 490% 대폭 증가한 금액이다. 이는 치매전담형 요양시설 확충을 위한 예산이 77.6%, 977억 원 순증한 것에 기인한다. 치매전담형 요양시설을 2018년에 총 192개소 확충할 예정이며,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치매전담형 요양시설 32개소(494억 원), 치매전담형 주야간보호시설 37개소(118억 원), 치매전담형 시설 증개축 86개소(328억 원), 치매전담형 개보수 37개소(35억 원)이다. 치매를 국가가 책임을 진다는 데에 의미있는 정책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노인성 질환은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에도 치매에 한정한 노인 정책 추진과 예산 증액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노인요양시설 확충은 2017년 94억 원에서 2018년 216억 원으로 27억 원 증액되었다. 서울 2개소, 지방 6개소 신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국공립노인요양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필요한 예산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2016년 노인요양시설 확충은 50억 원의 막대한 불용액이 발생하였고 2017년 관련 예산이 삭감된 바 있다. 이는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시행령 제4조에 의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50:50으로 재정을 분담하여 노인요양시설을 확충하도록 되어 있지만 지자체의 재정 확보 어려움으로 사업을 수행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사설확충의 재정부담 변동 없이 치매전담시설 확충 예산까지 더해지게 되었을 때, 지방정부가 사업 수행이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재가기관 및 주야간보호시설은 2017년 대비 23억 원 삭감된 43억 원만 편성됨. 이는 ‘지역사회에서 노후보내기(Aging in placement, AIP)’라는 정책 방향에 반하는 예산 편성이며, 예산을 삭감 배정한 충분한 설명이 요구된다.

 

건강관리관리강화사업은 2017년 원격협진 장비지원을 위한 사업을 지칭하는 것으로 작년대비 11억 원이 삭감되어 8억 5,000만 원이 편성되었다. 2016년 말부터 요양시설의 원격협진을 위해 2017년 16억 원의 예산을 순증하였는데, 원격진료는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하지 않고 오진의 발생이 크다는 문제점 등을 이유로 예산 편성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에도 20개 기관에 원격협진 장비 지원을 위해 예산을 편성한 것에 대한 설명이 요구된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사업의 예산은 2017년 5,231억 원에서 2018년에 6,348억 원으로 21.3%가 증가하였다. 이는 노인일자리 수가 2017년 46만 7,000개(추경기준)에서 2018년 51만 4,000개로 4만 7,000개 증가한 것과 2017년 8월부터 활동비가 27만 원으로 오른 것을 반영한 예산이다. 노인일자리의 양적확대와 급여 증가는 저소득 노인의 소득보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노인의 사회참여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됨. 하지만 여전히 노인일자리 근무기간에 대한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약 70%의 노인들이 생계비 마련을 위해 참여한다고 밝힌바 있듯이 노인일자리 사업의 근무기간이 짧고 급여수준이 낮은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또한 민간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높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욕구에 맞는 일자리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노인돌봄서비스

노인돌봄서비스 예산은 2017년 1,689억 원에서 2018년에 987억 원으로 41.6%가 감소했다. 이는 노인돌봄기본서비스가 ‘사례관리 지원체계 개선’ 사업으로 통합된 것으로 노인돌봄기본서비스 자체 예산은 줄지 않았다. 

 

2018년 노인돌봄기본서비스 예산은 887억 원으로 2017년 대비 101억 원 증가하였다. 수혜자는 작년보다 15,000명 증가한 24만 명이며, 인건비 증가와 독거노인생활관리사 증원에 따라 예산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방서비스관리자는 2017년 대비 25명이 줄었고 독거노인생활관리사 등의 인건비가 증가했으나 여전히 처우가 열악한 수준이다. 노인 중 독거노인의 비율이 2005년에는 17.8%였던 것이 2015년에는 20.8%로 증가했으며, 2035년에는 23.2%로 전망하고 있듯이 취약한 독거노인의 안부확인 등을 위한 예산은 확대될 필요가 있다.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예산은 2017년 855억 원에서 2018년 939억 원으로 9.8%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는 최저인건비 인상에 따라 서비스 단가를 월 25만 2,000원에서 27만 6,700원으로 인상한 것으로 실제 수혜자 수는 동일한 것으로 계측한 예산이다. 또한 2016년 결산보고에서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단가가 낮다는 문제가 지적되었고, 18년 예산에는 월 평균 단가를 32만 7,000원으로 상향 조정해야 함을 요구했으나 이에 미치지 못한 예산 편성이 이루어졌다. 실제 노인돌봄서비스에 대한 미충족 욕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질 향상을 고려하지 않은 예산 편성은 시정되어야 한다.

 

단기가사서비스는 대상자가 508명이 감소로 2017년 6억 2,000만 원에서 2018년 4억 9,000만 원 삭감된 예산이 편성되었다. 2016년 24억 원에서 2017년 6억 원으로 17억 원(73.5%)이 대폭 감액된 바 있다. 단기가사서비스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 가사, 일상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독거노인, 후기노인이 급속하게 증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자를 감소하여 예산을 책정한 적절한 근거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사업운영 

노인장기요양보험 사업운영은 2017년 6,689억 원에서 2018년 7,238억 원으로 8.2%가 증가하였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58조에 의거해 당해 연도 장기요양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국가가 지원하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18%에 해당하는 금액만 편성하였다. 또한 2018년 건강보험요율은 2.04% 인상이 결정되었고, 장기요양보험료도 인상될 전망이라 노인장기요양보험 예상수입액은 증가하고 이에 따른 국가 지원도 현재보다 더 증액 편성되어야 한다. 

 

장기요양기관의 재무회계 프로그램 구축 운영을 위해서 16억 원의 예산이 순증했는데 장기요양기관의 투명한 재무회계 관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의 일환이다. 

 

노인단체지원  

노인단체지원 예산은 전반적으로 크게 삭감되었는데,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사업의 예산이 2017년 300억 원에서 2018년에 전액 삭감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2005년에 지방정부로 이관된 사업으로 매년 중앙정부에서 삭감하면 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 국회 부대의견으로 반영되어 예산이 재편성되고 있다. 각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 격차가 매우 큰 우리나라 현실에서 중앙정부가 전적으로 예산의 책임을 지방정부에 전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 

 

노인보호전문기관

노인학대와 관련된 사업 예산은 2017년에 73억 원에서 2018년에 74억 원으로 1.8% 소폭 증가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보수단가 증가에 의한 것으로 서비스지원을 위한 사업비는 전년과 동일한 수준이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의하면 20년까지 노인보호전문기관 44개,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 21개까지 확충하겠다고 밝혔으나, 2018년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 확충을 위한 예산은 편성하지 않았다. 또한 사업 운영비는 전년과 동일하게 계측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사업 운영비는 0.3% 감액하였다. 

 

노인학대 건수가 12년 3,424건에서 16년 4,280건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며, 실제 노인학대 피해 경험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보호 사업비는 예년과 동일하여 노인보호서비스의 질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낮은 예산으로 인해 실제 저소득층 노인이 아니면 학대로 인한 치료비를 지원해줄 수 없는 상황이며 학대노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직접 사업비가 부족하여 노인보호전문기관들은 자체적으로 민간 후원금을 조성해서 제공하고 있지만 기관별 지역별 격차가 존재한다. 최근 UN 사회권 최종 심의에서 우리나라 노인학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권고가 있었듯이 노인학대 예방 및 보호사업을 위한 정책 마련과 이에 상응하는 예산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 

 

치매관리체계 구축

치매관리체계 구축 사업이 2017년 본예산 154억 원에서 치매국가책임제 시행으로 추경을 통해 2,185억 원으로 대폭 증액되었다. 2018년에는 2,331억 원이 편성되었는데 본예산 기준 513.5%, 추경 기준 6.7% 증가한 것이다. 

 

치매안심센터 설치와 치매안심요양병원을 확충하기 위해 2017년 추경을 통해 약 2,000억 원의 예산을 증액하고, 2018년에 관련 기관 운영 지원을 위한 예산이 반영되었다. 고령화에 따라 치매노인이 증가하고 있어 치매노인 돌봄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필요한 예산이다. 그러나 치매노인만 한정한 요양병원 확충 등은 시설화를 유도할 수 있어 정책 추진에 신중해야하며, 치매노인을 돌보는 바람직한 모델에 대한 사회적 논의, 정책의 개발이 수반되어야 한다. 

 

 

결론

노인 분야의 예산은 전년대비 19.5% 증가하였다. 기초연금의 기준연금액 상승과 대상자 증가, 치매국가책임제,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사업의 확대 등 주로 문재인 정부의 공약과 관련된 사업의 예산과 노인인구의 증가에 따른 자연증가분 인상이다. 반면 노인돌봄 관련 사업 예산 증가는 미미하거나 오히려 감소되었다. 

 

치매국가책임제 인프라 확충을 위해 일반회계,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예산이 대폭 증액되었다. 이는 치매노인에게 적합한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노인성 질환을 치매로 한정한 정책 시행과 현재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요양병원이 많은 상황에서 치매노인 전담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바람한지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시설 중심의 정책은 노인이 재가와 지역사회에서 노후를 보내도록 하는 선진국의 경우와 우리의 거시적인 정책 방향을 감안할 때 오히려 시설화를 유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치매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은 바람직하나 치매를 돌봄의 연속성이라는 관점에서 조망할 필요가 있으며, 보건의료와 복지서비스의 체계적 연계를 위한 전달체계 개편 등의 적극적인 방안이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노인돌봄서비스, 노인돌봄기본서비스 등 예산의 절대적 규모는 증가했으나 이는 인건비 증가분을 반영한 예산일 뿐, 서비스의 양적, 질적 확대를 위한 예산은 반영되지 않아 관련 정책의 질적 후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고령화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노인인구가 절대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노인돌봄 정책에 대한 질적 확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국고지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명시되어 있는바, 법정 비율만큼 지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18년에 18%에 해당하는 금액만 예산에 편성하였는데 이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58조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또한 201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예상수입액을 2018년 건강보험료와 노인장기요양보험료 인상을 반영하지 않은 문제가 있어 예산심의과정에서 시정되어야 한다. 

 

계속해서 노인복지서비스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갈등 요소를 부분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로당 운영예산을 들 수 있으며, 노인요양시설 확충도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의 어려움으로 불용액이 발생한바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안 마련 없이 노인요양시설 확충 예산이 증액되었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정책 시행과 예산 편성 갈등 해결을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1. 고령친화산업육성, 100세 사회 대응 고령친화제품 연구개발(R&D), 노인장기요양보험사업운영, 영주귀국 사할린한인 정착비 지원, 영주귀국 사할린한인지원 자치단체 경상보조, 노인보호전문기관, 노인단체지원, 노인돌봄서비스, 양로시설 운영지원,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노인요양시설확충, 강진문화복지종합타운, 장사시설설치, 노인정책관 기본경비(총액), 노인정책관 기본경비(비총액), 치매관리체계 구축, 노인건강관리, 독거노인·중증장애인 응급안전알림서비스

2. 

년도별 노인수 (단위 : 천 명)

연도

65세 이상 인구 수

기초연금 대상자 수

2017

7,119

4,983

2018

7,381*

5,167

*출처: 국가통계포털. 주요 연령계층별 추계인구(생산가능인구, 고령인구 등) / 전국

3.  1,753,378백만 원/7,119천 명 

 

수, 2017/11/01- 14:30
180
0

2018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아동∙청소년 분야

 

최영 |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체적인 평가

아동·청소년복지 관련 예산은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하나, 본 보고서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예산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예산분석에 있어 아동분야 뿐 아니라 장애인(장애아동가족지원), 보건의료(국가예방접종실시) 등의 분야에서 아동과 관련되어 있는 예산을 일부 포함하여 작성하고, 아동·청소년복지 관련 예산 중 인구교육, 인구개발 국제 부담금, 저출산·고령화 관련예산, 그리고 일부 기본경비 등은 본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보건복지부 소관 사업이나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 등에서 예산이 지출되는 사업은 참고하였다. 

 

아동·청소년분야예산(약 1조 3,919억 원)과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운용되는 아동·청소년 보건의료부분 예산(2,859억 원)을 포함한 아동·청소년분야 예산의 총합은 약 1조 6,779억 원으로 전체 보건복지예산 64조 2,416억 원(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예산 38조 7,917억 원) 대비 2.6%에 해당한다.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출되는 아동보건의료 관련 예산을 제외하고 일반회계로부터 지출되는 아동 관련 복지예산은 약 1조 3,919억 원으로 전체 보건복지예산 64조 2,416억 원의 2.2%에 불과하며, 보건복지 일반회계 예산 38조 3,079억 원 대비 3.6%에 해당한다.

 

2018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서 아동청소년분야 예산은 전년 대비 약 148.8% 증가한 편성으로 보건복지부 소관 전체 사회복지예산 증가율 11.4%(본예산 대비, 추경예산 대비 9.8%)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0-5세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아동수당제도의 도입(약 1조 1,009억 원)으로 인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오히려 일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취약계층아동 등 사례관리 예산의 사례관리 전달체계 개편 사업으로의 이관과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사업, 아동정책조정 및 인권증진 사업, 모자보건사업 예산의 감소에 따른 것이다.

세부사업 평가

요보호아동 보호·육성 사업

요보호아동자립지원 사업은 작년 대비 0.8% 증가하였으나 증가 수준이 미미하여 최근 몇 년 동안 예산 변화가 거의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지방자치단체 사정에 따라 100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 지급의 차이가 크다. 자립정착금이 최대 500만 원이다보니 요보호아동이 현실적으로 자립하는데 한계가 있다.

 

중앙입양원 운영지원 사업 등에 대한 예산이 2017년 약 55억 원에서 약 58억 원으로 5% 정도 증액되어, 헤이그 아동입양 협약 가입에 따른 입양인의 권익보호와 사후관리를 위한 노력을 일정부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가정위탁 지원 운영 사업관련 예산은 2017년 약 12억 원에서 소폭 상승하였으며 주로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운영과 위탁아동 상해보험료 및 심리치료비 지원에 한정된다. 요보호아동에 대한 시설보호 중심에서 지역사회보호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에서 가정위탁보호업무가 지방정부로 이양되어 가정위탁 아동과 위탁가정에 대한 서비스를 위한 충분한 재정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지방정부사업으로 이양된 아동시설보호 사업의 경우도 지역 간에 서비스의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국고보조사업으로의 환원을 통해 요보호 아동보호와 관련된 중앙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아동발달지원계좌 사업은 2017년 약 173억 원에서 2018년 약 195억 원으로 예산이 13.1% 증편되어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기초수급가정 아동의 가입 연령 확대(12~17세 이하) 및 신규가입 증가에 따른 것으로 18세 미만의 요보호 아동 및 저소득층 아동을 포괄하는 사회투자 대책으로서의 모습을 일정부분 갖추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동복지지원

지역아동센터 지원은 5.4% 증가하여 1,542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었다. 이는 사회투자적 효과를 거두기 위한 보편적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 증액이라기보다는 지역아동센터 수 증가로 인한 자연증가분만을 고려한 예산편성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방과후 돌봄서비스 체계의 전반적인 개편을 전제로 한 예산편성이 요구된다.

 

취약계층아동 등 사례관리는 2018년부터 사례관리 전달체계 개선 사업으로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중 취약계층 아동통합서비스 지원 예산은 전년과 동일하다. 한편 사례관리 전달체계 개선사업은 아동·노인·보건·자활 등 분야별 사례관리 사업간의 연계·협력 체계 구축하여 지역단위의 통합 사례관리 서비스 제공을 위한 예산 전환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지원 사업은 예산이 2017년 230억 원에서 2018년 178억 원으로 22.7%% 삭감되었다. 삭감액 중 일부는 저소득층 청소년 생리대 지원사업이 여성가족부로 이관됨으로써 발생한 것이나, 나머지 부분은 기저귀 지원사업의 대상자 중 실제 수혜자의 감소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국회 지적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사업대상자에 대한 홍보 강화 등을 통해 사업의 수혜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동청소년 정책

아동정책조정 및 인권증진과 관련된 예산은 큰 폭으로 감소했으나, 대부분이 아동인권 증진 지원사업 중 지난해에 구축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관련 예산 축소와 관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권리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및 홍보 관련된 예산은 여전히 비중이 높아 않아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이행 및 이를 통한 아동권리보호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예산편성이 필요할 것이다. 

 

0~5세 아동 모두를 대상으로 한 아동수당 지급을 위해 새로이 1조 1,009억 원의 예산이 신규로 편성되었다. 그간 보편적 아동권리 보장 및 저출산·고령화 대비를 위해 지속적으로 그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져 왔던 아동수당제도의 실시는 그간 요보호아동 대상의 선별적 복지에서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복지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그러나 재원을 중앙과 지방매칭으로 제한하고, 0~5세 아동만으로 대상을 한정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후 18세(또는 16세)이하 모든 연령의 아동으로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하여 모든 아동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예산확보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성이 있다.

 

한편, 다함께 돌봄 사업 예산으로 약 9억 원이 신규 편성되었다. 0~12세 아동의 돌봄을 위해 지역사회내의 공동육아·돌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존 교육부나 여성가족부, 그리고 복지부 내의 아동돌봄 인프라와의 연계 및 역할분담에 대한 고려와 예산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 부분

모자보건사업은 2017년 약 703억 원에서 2018년 약 138억 원으로 약 80% 감소하였다. 이는 대부분 난임부부 지원사업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됨에 따라 예산이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국가예방접종 예산은 2017년 약 2,442억 원에서 2018년 약 2,596억 원으로 약 6.3%로 증가하였고, 증가예산의 대부분은 초등학생, 어린이집·유치원생을 대상으로 독감 국가예방접종 실시로 인한 것이다. 

 

기타 기금사업

아동복지시설 아동치료·재활지원사업, 요보호아동 그룹홈 운영지원, 입양아동 가족지원, 아동복지시설 기능보강 사업 등은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에서,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 및 지원사업은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예산이 책정되고 있다. 사업의 성격상 소관부서인 보건복지부 일반회계 예산이 아니라 타부서의 기금으로부터 예산이 집행됨으로 인해 안정적인 예산의 확보가 쉽지 않다. 실제 이와 같은 기금으로부터 지원되는 예산은 2017년 619억 원에서 2018년 626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아동·청소년 욕구에 비해 거의 변화가 없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사업의 효과적인 운영과 이를 위한 안정적인 예산의 확보를 위해서는 이들 사업의 예산이 보건복지부의 일반회계 예산으로 편성되어 운용될 필요성이 있다. 

 

한편 기금관련 예산을 사업별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아동복지시설 아동치료·재활지원사업의 경우 2017년 8억 9천만 원에서 2018년 약 10억 원으로 약 16.0%가 증가하였으나, 배정된 예산으로는 추정된 위기대상아동 약 5,800명 중 약 700명만 사업대상이 될 수 있어 추후 지속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더불어 요보호아동 그룹홈 운영지원 예산의 경우 2017년 약 164억 원에서 2018년 약 175억 원으로 약 1.7% 소폭 증가하였으나, 유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시설보호 사업이나 타 사회복지 관련 사업 등과 비교해 종사자의 처우 및 운영비가 매우 낮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추가적인 예산배정이 필요하다.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 및 지원 관련 예산은 2017년 183억 원에서 2018년 약 187억 원으로 2.4% 소폭 상승하였으며, 이는 1개소의 아동보호전문기관 신규설립(3억 원)으로 인한 것이다. 아동학대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상황에서,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복지법에 규정된 최소한의 인프라(아동보호전문기관 및 피해아동쉼터 등)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예산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사업 예산이 여전히 범죄피해자 보호기금(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복권기금(피해아동쉼터) 등 타 부서의 기금으로 편성되고 있어, 노인학대 예방(노인보호전문기관)과 같이 소관부서인 보건복지부의 일반예산으로의 전환을 통해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결론

0-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아동수당제도 도입을 위해 약 1조 1,0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배정되었다. 0-5세를 대상으로 한 보편적 아동수당제도의 도입으로 보육서비스를 비롯하여 보편적 아동·가족 지원정책의 기본틀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재원을 중앙과 지방매칭으로 제한한 점은 보편적 아동수당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며, 예산 심의과정에서 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모든 아동의 기본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이후 대상아동을 18세 이하 모든 아동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고 이에 대한 추가적인 정부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동·청소년분야 예산은 아동수당제도의 도입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으나, 노인, 장애인분야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절대액 및 상대적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18년의 경우 아동수당관련 예산을 제외하고, 기존 취약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예산은 대상아동수 증가에 따른 자연증가분 이외에 큰 변화가 없어 요보호 아동·청소년 복지향상을 위한 정부의 추가적인 의지와 노력의 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이후 지방분권으로 지방정부에 이양된 사업 중 2015년부터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된 장애인, 노인양로시설 운영사업과 달리 아동복지 관련 시설 운영 및 위탁가정 지원 관련 예산은 여전히 국고보조사업 환원에서 배제되어 예산에 반영되지 않는다. 보육서비스, 노인복지 등의 확대로 인한 재정 부담으로 인한 지방자치단체가 전반적인 복지 예산부족을 겪고 있고, 지역 간 재정 상황의 차이에 따라 서비스의 불균형 등이 나타나고 있음을 고려했을 때 아동양육시설, 지역 가정위탁지원센터 등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 대책이 요구된다.

 

최근 가족이나 교사 등에 의해 발생한 아동학대사건으로 인해 아동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아동학대예방 및 피해아동 지원을 위해 체계적인 아동보호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관련된 예산이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으로 충당되고 있어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인프라 구축의 안정적인 예산확보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 따라서 관련 사업 예산을 소관부서인 보건복지부의 일반회계 예산으로 전환하여 안정적인 사업의 추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외 보건복지부 소관 사업이나 타 부서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요보호아동 그룹홈 운영지원 등 요보호아동 관련예산도 보건복지부로 일원화할 필요성이 있다. 

 

수, 2017/11/01- 14:29
199
0

2018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보육 분야

 

김진석 |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체적인 평가 

예산과 기금을 모두 포함한 보건복지부의 총 예산은 64조 2,416억 원으로 작년의 추경예산 58조 5,333억 원 대비 약 9.8%(5조 7,083억 원) 증가되었다. 보건복지부 총 지출을 예산과 기금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예산은 2017년 기준 34조 5,757억 원에서 2018년 38조 7,91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2%(4조 2,160억 원) 증가하였다.

 

전체 보건복지부 예산에서 보육예산이 차지하는 예산은 2017년 추경예산 기준 5조 4,068억 원에서 2018년 5조 4,039억 원으로 0.1%(29억 원) 감소하였다.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이 작년 대비 9.8% 증가한 점에 비추어봤을 때, 보육분야의 예산은 절대 액수에서는 29억 원 정도 감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보건복지부 총 예산에서 보육예산이 차지하는 비율도 작년 9.2% 수준에서 올해 예산안 기준 8.4%로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항목별 비중을 보면 먼저 무상보육정책과 관련하여 바우처 방식으로 지급되는 영유아보육료 지원과 부모에게 직접 지급되는 가정양육수당 지급을 위한 예산이 전체 보육 예산의 각각 58.6%와 20.2%를 차지하여 전체 보육예산의 78.7%에 달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공공책임보육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예산이라 할 수 있는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어린이집 기능보강과 같은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각각 1.3%와 0.1%에 머물러 전체 보육예산의 2% 미만이다. 다만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예산이 작년의 428억 원에 비해 올해 714억 원으로 67% 증가한 점이 특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보육 인프라 구축에 비해 무상보육정책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불균형한 보육예산 운용 방식은 여전히 한계로 남아있다.

 

 

세부사업 평가

영유아보육료 지원

영유아보육료 지원은 종일반과 맞춤반으로 구분하고 이 중 종일반의 규모를 전체 이용자의 77.5%로 가정하였음. 지원단가의 측면에서 종일반의 경우 부모보육료와 기본보육료를 1.8% 인상하였고, 맞춤반의 경우 부모보육료는 작년과 동일하게 하되 기본보육료는 종일반과 동일하게 조정하였다. 이와 같은 지원단가의 상승요인에 따라 만 0-2세 보육료의 지원대상이 2017년 738천 명에서 2018년 (예상)717천 명으로 자연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규모는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맞춤반 이용아동 (160천 명 예상)의 월 이용시간이 13.5시간으로 조정됨(2017년 15시간/월)에 따라 지원단가도 현재 월 6만 원에서 2018년 5만 4,000원으로 조정되었고 2017년에 비해 긴급보육바우처 이용아동의 수가 증가한 것으로 가정했음에도 (2017년 146천 명 예상) 불구하고 총 소요예산은 소폭 감소하였다. 

 

어린이집 확충

보육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어린이집 확충 예산이 대폭 증가한 부분은 2018년 보육예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이는 2017년에 비해 67% 증가한 713억 8,400만 원으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규모가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2015년까지 1년에 국공립어린이집 150개소 신축을 목표로 예산을 책정하던 것을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축소해오던 최근 경향과 반대되는 예산계획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의 신축은 2017년의 90개소에서 112개소로 25% 증가하였으며, 공동주택리모델링의 경우 90개소에서 225개소로 150% 증가한 규모이다. 뿐만 아니라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중앙정부차원의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장기임차 방식의 확충을 113개로 책정하여 총 450개소의 확충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국공립어린이집 신축의 경우, 기준 면적이 대폭 상향조정됨에 따라 개소당 지원금액이 두 배 가까이 상향조정되었으며, 공동주택리모델링을 위한 예산도 기존 개소당 2,500만 원에서 5,500만 원으로 상향조정되어 지원수준을 현실화한 점이 특징적이다. 올해 신규로 시도되고 있는 국공립어린이집 장기임차는 개소당 1억 5백만 원 수준의 예산이 책정되어 비용측면에서 신축과 공동주택리모델링의 중간에 위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집기능보강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보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존 어린이집에 증개축, 개보수 등 환경개선 지원’을 위해 투여되는 예산인 어린이집 기능보강 예산이 2017년에 이어 2018년 예산에도 전년 대비 10% 감소한 58억 원이 책정되었다. 이로써 관련 예산이 3년 연속 감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보육사업관리

보육사업관리와 관련한 예산이 전년 대비 21% 가량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보육통합정보시스템 관리 비용이 2017년에 비해 약 35% 증가한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보육통합정보시스템 기능개선 및 고도화를 통한 보육행정 간소화를 통해 지자체 및 어린이집의 행정부담 경감을 위한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국민 참여 제안을 반영한 어린이집 등하원 자동알림서비스 ISP 신규 실시를 위한 예산이 책정된 것이 특징적이다. 

 

보육실태조사

3년 주기 법정 정기조사인 보육실태조사를 위한 예산 7억 원이 편성되었다. 

 

공공형어린이집 

공공형어린이집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원단가도 상승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업규모도 기존 2,150에 더해 2018년 150개소 신규 지정 및 지원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공형어린이집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공공보육인프라 확충의 정책 방향과 정합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보육교직원 인건비 및 운영지원

0-2세 영아반 교사의 업무부담 경감을 위한 보조교사 확대와 보육교사 연가 및 보수교육 참석 지원을 위한 대체교사 확대에 대한 계획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예산에는 인력 확충을 위한 계획이 반영되어 있지 않음.

 

 

결론

공보육 인프라 확충을 위한 사업의 규모와 그에 상응하는 예산이 예년에 비해 상당 수준 증가한 점이 긍정적이다. 또한 기존의 신축 중심이 확충계획에서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규모를 대폭 확대한 점이나 장기임차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리모델링과 장기임차의 경우 사업수행의 용이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공보육인프라 확충과제의 시급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나, 결과적으로 한시적인 조치이므로 사업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보육 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산규모가 전체 보육예산의 2%에 채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점진적 접근으로는 공공보육인프라 확충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보육인프라 확대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공보육인프라 확충을 위한 획기적인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다. 2027년까지 어린이집 개소수 기준 국공립어린이집의 비율을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연 평균 859개 정도의 신규 어린이집 확보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고려했을 때, 현재의 확충규모와 확충방식은 여전히 재검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공형어린이집의 지속적인 확대 기조는 보육의 공공책임성 강화와 양질의 보육서비스 제공이라는 보육정책의 큰 방향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우수 민간·가정 등 어린이집의 운영비 지원을 통해 보육의 공공성 확보 및 보육서비스 질 제고’를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공공형어린이집 사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올해에도 전년과 같은 수준인 150개소 추가 지정을 계획하고 있다. 민간어린이집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린이집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질 제고를 위한 동기부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시행되고 있는 사업이지만 선정 및 운영기준, 사후관리의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함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만큼 보육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효과성의 측면에서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할 부분이다. 

수, 2017/11/01- 14:28
144
0

2018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기초보장 분야

 

김성욱 |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체적인 평가 

 

기초생활보장예산은 2015년 7월 1일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에 따라 주거급여는 국토부로, 교육급여는 교육부로 각각 이관·분산되었으나, 본 분석에서는 포함하여 분석하였다. 2018년 기초생활보장예산은 생계급여(3조 7,216억 원), 주거급여(1조 1,252억 원), 교육급여(1,312억 원), 의료급여(5조 3,466억 원), 긴급복지(1,113억 원), 자활지원(4,735억 원), 취약계층 의료비지원(2,984억 원) 등 총 11조 3,165억 원으로 편성되었으며, 전년 추경예산 대비 3.21% 증가하였다.

 

 

기초생활보장예산은 2017년 대비 증가하고 급여수준도 소폭 향상되었다. 주거급여의 경우, 대통령 공약 사항 이행 실현을 위해 가장 많은 예산이 편성되었다. 그러나 세부항목별로 살펴보면, 2017년 복지축소를 일부 만회하는 정도의 인상분만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세부사업 평가

생계급여

기초생활급여의 가장 많은 비중은 생계급여이며, 전체 기초생활급여 중 73.2%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22.1%를 차지하는 주거급여 순으로 나타난다. 

 

생계급여는 2018년 3조 7,216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었고, 2016년 대비 378억 원, 1.0% 증가한 것이다. 내년 기준 중위소득 1.16%(5만 2,000원) 인상에 따른 급여수준의 상승과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을 반영한 예산이다. 생계수급액은 가구당 연 457만 원(전년대비 1.78%, 8만 원 상승), 개인당 연 295만 원(1.72%, 5만 원 상승)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는 2017년 대비 수급자수를 감소 추계하여 반영한 결과로 판단된다. 2018년 수급자 수를 2017년에 비해 1만 명, 6,000 가구 적은 126만 명, 81만 4,000 가구로 계측하였다. 결국 생계급여 예산은 생계급여 수준 확대를 위한 정부의 의지는 반영되지 않은 소극적 예산 편성이라 볼 수 있다.

 

주거급여

국토교통부로 이관된 주거급여의 경우 2017년 대비 18.81% 인상된 1조 1,252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었다. 이는 내년 10월부터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면서 신규수급가구가 약 65%(58만 가구)가 증가한 최대 136만 9,000 가구로 예상(‘18.9월까지는 83만 1,000 가구)된 데 따른 결과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따른 신규 수급자의 월평균지급액을 산정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신규 수급자의 월평균지급액을 기존 수급자의 약 77.9%로 산정하였는데 이는 신규 수급자를 생계급여기준(기준 중위소득 30%)을 초과해 자기부담률이 존재하는 가구로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통해 유입되는 신규 수급자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바탕으로 한 예산이 편성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급여

교육부로 이관된 교육급여는 2.36% 인상된 1,312억 원이 편성되었다. 학생수가 2.84% 감소하지만 초중고 부교재비, 학용품비, 교과서대의 단가인상과 그간 배제되어 왔던 초등학용품비 신설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1인당 평균 연 34만 7,400원으로 2017년 1인당 평균 지급액 32만 9,700원에 비해 약 1만 7,700원 인상된 금액이다. 

 

의료급여

의료급여는 2016년에 비해 1.98% 인상된 5조 3,466억 원이 편성되었다. 의료급여 수급자 진료비,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에 따른 추가 진료비, 1종 외래본인부담금 지원, 본인부담 보상금 및 상한액 지원비, 북한이탈주민 취업특례자 진료비 등 대부분의 세목에서 증가를 보인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의료급여 1종은 수급대상자가 전년보다 증가하고, 단가도 8.1% 인상된 반면 의료급여 2종, 타법 1종 대상자의 지급 단가가 각각 9.2%, 8.1% 인상되었지만 수급자수는 감소 추계하였다. 또한 매년 국회에서 지적되어 온 진료비 미지급금의 경우 올해 4,671억 원(추경포함)에 비해 대폭 감소된 1,387억 원으로, 내년에도 국회에 추경을 요청하게 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예산수립 관행에 대한 합리적 개선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긴급복지지원

긴급복지지원은 내년에도 큰 폭으로 삭감된 1,113억 원이 편성되었는데, 작년대비 8.24%, 100억 원이 감액되었다. 2015년, 2016년 집행률이 100%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2018년 예산을 삭감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아 예산 편성에 대한 합당한 설명이 요구된다. 

 

긴급복지지원사업은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대상자에게 충분한 재정적 수단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급복지지원사업은 ‘위기상황’이라는 모호한 정의로 인해 신청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고 있고, 지원 수준이 지나치게 한시적인 한계가 있다. 또한 2006년부터 도입 된 긴급복지지원제도는 매년 일정치 않은 예산이 편성되고 있는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다음해에 예산이 크게 늘었다가 논란이 없으면 축소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예를 들면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발생 이후 2015년 급격히 예산이 증가하였고 이후 예산이 삭감되고 있다.

 

자활지원

자활지원은 자활사업, 생업자금이차 및 손실보전금, 근로능력 있는 수급자의 탈수급지원, 근로능력심사 및 평가운영 예산으로 구분된다. 그 중 자활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9.63% 인상된 3,756억 원이 편성되었다. 이는 자활지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활근로 급여단가의 인상과 급여대상의 증가(5,000명)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급여대상 증가는 이미 2017년 예산수립시 5,000명을 감축한 것을 회복시킨 것에 불과하다. 결국 2018년 예산이 2017년에 비해 증가한 것이나 2016년 결산액과 비교할 때 증가분은 2.47%로 크게 낮아진 것이다. 

 

취약계층 의료비지원

취약계층 의료비지원은 장애인의료비지원,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 차상위계층지원으로 구분되며, 2018년 예산은 2,984억 원으로 전년 대비 인상률이 0.13%에 불과하다. 이는 저소득 장애인에 대한 의료비지원이 16.33% 감소 한 230억 원만 편성되었고,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은 전년과 동일하며, 차상위계층지원은 1.82% 소폭 인상되었다. 

 

그러나 장기적 경기침체와 실질가구소득의 감소, 노동시장 불안정성의 지속 등 차상위계층의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대상자수를 2만 명 감소하여 추계한다면 향후 의료사각지대 발생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

전반적으로 기초보장 관련 예산은 증가했다. 그러나 대통령 공약사업인 주거급여를 제외하면 두드러진 예산액 증가나 프로그램적 개선은 발견하기 어렵다. 오히려 2018년 예산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어 온 과소편성 경향과 향후 추경을 통해 부족분을 보충하려는 의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추경을 통해 부족분을 보충하는 관행에 대한 공론화 및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 

 

의료급여와 함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생계급여의 경우 기준 중위소득인상과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에도 불구하고 급여의 ‘수준확대’를 위한 별도의 조치나 노력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또한 대통령 공약에 따라 부양의무자기준이 처음으로 폐지되는 주거급여의 경우, 신규 수급자의 월평균지급액이 기존 수급자에 비해 낮게 책정하여 예산이 과소추계 된 것으로 보여 예산 심의과정에서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긴급복지지원의 불합리한 예산삭감과 차상위계층에 대한 의료비지원 대상의 축소는 과거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으로 확대된 비수급빈곤층 문제 해결을 위한 위기가구의 적극적 발굴 및 지원체계의 구축을 심각하게 훼손할 소지가 있다. 

 

2018년 10월부터 적용되는 일부 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그에 따른 급여 및 대상의 확대는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부분이다. 다만 현 정부 최초의 기초생활보장 부문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공약이행을 위한 주거급여 확대 외에 국정운영 철학과 방향성을 확인하기 어려우며, 광범위한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없이 일부 프로그램상의 개선만 반영한 채 기존 사업을 관례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수세적인 예산이라 평가할 수 있다. 

 

수, 2017/11/01- 14:28
137
0

2018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총론

 

남찬섭 |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전반적인 평가

현 정부는 경제정책 및 복지전략과 관련하여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적 복지국가론을 주창하였고 이는 내년인 2018년도 예산안에도 일정하게 반영되어 있다. 즉 현 정부는 2018년도 예산안의 투자중점으로 ① 일자리 창출 및 질 개선, ② 소득주도성장 지원, ③ 혁신성장동력 확충, ④ 국민이 안전한 나라, ⑤ 인적자원 개발의 다섯 가지를 제시하였는데, 여기서 「소득주도성장」은 명시적으로 부각되어 있으며 반면 「포용적 복지국가」는 드러나 있지는 않다. 또한 다섯 가지 투자중점 중 일자리창출과 소득주도성장, 인적자원개발에 조금씩 흩어진 채로 포괄되어 있다. 

 

정부예산안의 편성기조를 2015년부터 2018년데 걸쳐 비교해보면 정부예산의 기조가 변화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점도 알 수 있다(<표 1-1> 참조). 각년도 예산안의 기본방향과 재정개혁 기조를 보면 모든 연도에 성장동력 및 재정건전성 관련 기조가 언제나 포함됨을 볼 수 있다. 

 

이런 기조는 재정운영에서 늘 요구되는 기조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지구화‧탈산업화 및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더 많이 거론되는 것이기도 하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적 복지국가 역시 지구화‧탈산업화 및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재정운용기조와 소득주도성장 및 포용적 복지국가의 기조 간 길항은 지속될 것이며 그 길항 속에서 어떤 균형을 취할 것인가가 정부와 더 나아가 한국사회의 성패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정부 예산안의 총지출 추이를 보면, 2014년 355.8조 원에서 2017년 400.5조 원으로 연평균 4.0%씩 증가하였으며 현 정부에 들어와서는 7.1% 증가 편성되어 내년도 정부예산이 상당히 큰 폭으로 증액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정부예산이 12개 분야별로 어떻게 배분되어왔는가 그 추이를 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분야는 ‘문화‧체육‧관광’ 분야로 연평균증가율이 8.5%로 총지출의 연평균증가율 4.0%의 2배 이상이다. 이 분야 예산은 내년에 8.7% 감액됨으로써 크게 삭감되었다. 

 

2014~2017년 간 문화‧체육‧관광분야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았던 분야는 ‘보건‧복지‧노동’분야이며 연평균증가율이 6.8%에 달하는데 내년인 2018년 예산에서는 12.9% 증가하도록 편성되었다. 결국 2014년 정부 총지출예산에서 29.9%에 달하던 보건‧복지‧노동분야 예산은 2018년에는 34.1%를 차지하게 되었다. 보건‧복지‧노동분야 예산 중 일자리 예산은 이전 정권에서도 증가율이 높은 편이었는데(연평균증가율 9.0%) 2018년 예산에서의 증가율은 일자리창출 기조를 반영하여 그보다 더 높은 12.3%로 잡혔다. 그 외 교육예산(11.7%)과 일반‧지방행정예산(10.0%)이 큰 폭으로 증액되었고, 반면 문화‧체육‧관광분야 예산 외에 SOC예산(19.9%)과 환경예산(1.4%)이 삭감되었다. 

 

한국사회는 이미 1990년대 중반 경부터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이것이 1997년 외환위기로 가속화하였지만 이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규모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대외의존성은 심화하는 한편 내수(內需)가 진작되지 못하고 분배는 계속 악화하여 갔으며 노동력(인적자본)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로 변모하였고 그 결과는 OECD 최저의 출산율과 OECD 최고의 노인자살률, 노인빈곤율이 10여년이 훨씬 넘는 세월 동안 지속되고 있다.

 

지난 보수정부 집권기 동안 우리사회가 이와 같은 양극화와 그로 인한 결과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나름대로 기울인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성장과 재정건전성 확보 위주로 재정을 편성한 상태에서 복지재정을 부수적으로 추가하는 기조를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복지를 배제한 예산구조를 짜 놓고 복지를 늘리면 그것이 세입이나 세출,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사후적으로 따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 재정활동의 기본방향 자체를 복지와 사람을 중심으로 재편되게끔 근본적으로 구조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성장도 그리고 재정건전성도 그것들이 사람과 사람의 삶(복지)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의 측면에서 평가받는 그런 재정구조와 재정운용기조로 전환해야 한다. 

 

현 정부의 2018년도 예산안이 이러한 전환을 한꺼번에 이루어낼 수는 없겠지만 장기적인 전환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성장과 재정건전성은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적 요구라는 점에서 이것을 소홀히 하지 않되 이들이 복지와 사람을 중심으로 재정구조와 운용기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데 방해가 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부적인 평가

2018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총지출예산은 약 64.2조 원으로 2017년 57.7조 원 대비 11.4% 증가(추경 대비로는 9.8% 증가)하여 정부전체 총지출예산 증가율 7.1%보다 증가율이 높으며, 보건‧복지‧노동분야 예산(복지예산) 146.2조 원의 증가율 12.9%보다는 약간 낮다. 2018년도 복지부의 총지출 예산 64.2조 원은 정부전체의 총지출 429조 원 대비 15.0%에 달하고, 복지예산 146.2조 원의 43.9%에 달하는 규모로 편성되었다.

 

2018년도 복지부 총지출예산 64.2조 원을 복지부 정책의 하위분야별로 보면 보육‧가족 및 여성 예산(추경 대비 18.9%)과 노인예산(추경 대비 19.5%)이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사회복지일반 예산의 증가율이 실제로는 가장 크지만 금액이 작음). 이는 포용적 복지국가의 실현을 반영하여 신설되거나 증액된 대표적인 사업인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이 이들 예산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 기초생활보장 일부 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2018년 10월부터), 주거급여 확대, 공보육 인프라 확충과 국가치매책임제 시행과 노인일자리 사업 확대, 장애인연금 급여인상 등으로 관련 예산이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한 점이 눈에 띄는 변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면 외에 아쉬운 대목도 발견된다. 

 

예컨대, 긴급복지지원예산의 경우는 정부예산편성에서는 감액편성한 후 나중에 추경으로 이를 보충하는 관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아직도 비수급빈곤층과 같은 사각지대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추경으로 보충하겠다는 태도여서 포용적 복지국가의 기조와도 맞지 않으며 예산편성관행에 대한 세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공보육인프라예산의 확충은 긍정적이나 여전히 그 예산비중이 전체 보육예산의 2% 정도에 그치는 등 부족한 점이 있어 개선의 여지가 있고, 또 공공형어린이집 확대는 보육공공성 확보라는 정책기조에 비추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다. 

 

그리고 노인분야에서는 국가치매책임제와 관련하여 확충되는 치매안심센터 등의 시설인프라 외에 치매노인에 대한 인간적인 돌봄 모델 개발과 관련인력 교육 등을 위한 소프트웨어적 예산의 증액 등 보다 세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학대피해노인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예산의 증액 등의 조정이 있어야 한다. 

 

보건의료에 있어서는 문재인 케어가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소요재정 조달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에 해당하는 일반회계 지원금을 법률의 규정대로 전액 편성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전 정부 때 자행되어온 위법과 적폐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문재인 케어의 성공을 위한 초석으로서의 의미도 있을 것이다. 

 

장애인 예산에서는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지원할 수 있는 장애인소득보장과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의 예산이 거주시설지원 예산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긍정적이며 이러한 기조가 계속 이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지원예산이 감액 편성된 것은 아쉬운 점이 있다. 

 

이와 함께 내년도 복지부 예산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으로는 각 분야의 사례관리사업을 ‘사례관리 지원체계 개선’ 사업으로 통합하여 2,229억 원을 신규로 편성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난 2000년대 초 이후 정부가 지속적으로 공공복지전달체계를 강화해온 데 따른 결과라 할 수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때늦은 감도 없지 않다. 공공전달체계에 관련된 복지부 사업으로는 사례관리지원체계 개선사업(2,229억 원) 외에 지역복지사업평가(40억 원),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203억 원), 공공사회복지전달체계 개선(703억 원), 사회보장정보원 운영(656억 원, 정보화 포함) 등도 있어 관련예산의 규모가 개략적으로 봐도 3,800억 원을 상회한다. 

 

이 외에 전달체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바우처 사업 관련 운영예산과 시설평가 관련예산, 민간복지기관 지원예산 등 민간전달체계 및 공사전달체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의 예산 등을 모두 고려하면 전달체계(공공, 민간 및 공공과 민간의 관계)에 관련된 예산은 전체적으로 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다(아동, 노인, 장애인 등 각 분야의 민간기관 관련예산을 제외한 것임). 

 

현재 한국의 사회복지에서 특히 사회서비스 전달체계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다소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정부가 사례관리지원체계 개선사업의 예산을 별도로 편성한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며 다만 이와 관련된 정부의 전달체계 구축 정책이 그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민간중심적 전달체계의 조정과 연관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민간부문과 협조할 부분과 민간부문을 대체할 부분을 면밀히 분별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민간부문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수, 2017/11/01- 14:27
190
0

편집인의 글

 

김보영 | 영남대학교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

 

이제 집권 반 년째를 맞이하는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70% 내외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87년 민주화 이후 최초의 문민정부로 초반부터 금융실명제 실시와 역사바로세우기 등 숨 가쁘게 달렸던 김영삼 정부를 제외하면 최고 기록이다. 특히나 2000년대 이후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모두 초반 지지율 급략을 피하지 못해왔던 터라 이 기록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흔하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대비효과 덕이라고 말한다.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엉망이었으니 누가해도 그 것보다는 나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만큼 기대가 높다는 것 역시 부담요인이다. 또한 인수인계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집권 준비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악조건도 있었다. 과감하고 파격적인 소통행보, 몇몇 상징적이고 과감한 인사, 의외로 속도감 있는 개혁추진 등 집권 초반의 국정운영이 적어도 국민의 눈에는 만족스러워 보인다는 평가를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초반의 높은 지지율이 성공적인 정부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IMF 구제금융을 불러들였던 김영삼 정부의 사례는 여전히 뇌리에 깊다. 공교롭게도 민주당 정부의 시작은 그렇게 우리 경제와 사회의 내리막길에서 시작되었다. 다행히 구제금융은 빨리 벗어났어도 이어진 노무현 정부는 가장 탈권위적인 정부였지만 국민들은 지속적인 삶의 악화를 경험했었다. 이후 경제만은 잘할 것 같았던 보수 정부 10년을 보냈지만 그렇다고 삶이 나아지지도 않았고, 민주주의마저도 후퇴하고 말았다. 사실 지난 촛불광장의 함성은 단지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었다. 양극화, 저출산, 청년실업, 비정규직, 가계부채 등 10년 가까이 켜켜이 쌓인 절망은 최소한의 정당성마저 무너진 정부를 맞닥뜨리자 누르기 어려운 분노가 되었다.

 

이제는 다시들 일상에서 지켜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다시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정부로서 출범하였을 뿐만 아니라 ‘소득주도 성장’, ‘비정규직 제로’,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등 과거와는 달라질 것이라고 선언하였고, 그 의지에 대한 신뢰가 높은 지지율의 기초일 것이다. 하지만 의지에서 실제 구현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여정은 지난하다. 대통령의 의지라도 다양한 변수가 고려된 정밀한 대안과 전략이 없다면 선언의 기억은 실망으로 돌아올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 후보시절 “아이만 낳으면 나라가 키우겠다”고 한 말을 기억하지만 세계 최저 출산율이 여전한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그 5개년의 시계는 이미 돌아가고 있다.

 

국정목표를 구현하는 첫 번째 허들은 예산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정권의 의지가 실제로 얼마나 정부의 관료들에게 투과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인수과정도 제대로 없었던 문재인 정부의 첫 공식 예산으로 많은 기대를 하긴 어렵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예산이 집행되고 나면 벌써 5년 임기의 절반에 가까워진다. 단임제 대통령의 집권 중반 이후가 어떤 의미인지 이미 익숙한 터이다. 그래서 이 첫 예산은 더 이상 집권 초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집권 전반의 운명과도 관계되는 가늠자가 된다. 기초보장, 보육, 아동·청소년, 노인, 보건의료, 장애인 등 사회복지 예산에서 볼 수 있는 가늠자는 과연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가리키고 있는가. 최종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수, 2017/11/01- 14:26
100
0

편집인의 글

2018년 1월 제231호_이은주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정책위원

 

기획주제

미래세대의 미래

기획1 생애초기 교육 불평등

          김기헌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획2 왜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보장되어야 하는가
          이은선 | 울산총학생회장단연합(UHAS) 대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상임공동대표

기획3 청년, 불평등 사회와 마주하다
          민선영 | 청년참여연대 공동운영위원장

 

동향

동향1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의 몇 가지 문제들
          변혜진 |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

동향2 보호종결아동 자립 현황과 대안
          김형모 | 한국아동복지학회 회장,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복지톡

나는 특별한 일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복지칼럼

공공성, 주민자치, 그리고 시민사회 | 김형용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생생복지

대한민국 아동방치사건 | 사회복지연대

월, 2018/01/01- 18:43
152
0

대한민국 아동방치사건

아동'수'로 지역아동센터를 문 닫게 하는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연대

 

 

지난 겨울 ‘이게 나라냐’는 분노로, 때로는 절규로 거리를 가득 채웠던 촛불은 불평등 속에서 인내해야했던 많은 시민들의 염원이었다. 그렇기에 장미대선은 희망이었고 삶이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복지에는 그 희망이 여전히 옅은 것 같아 아쉽다.

 

이런 아쉬움에는 최근 아동수당 축소를 비롯한 많은 이유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국가의 미래인 ‘아동’과 관련한 복지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아동에게도 복지에 대한 권리, 교육받을 권리,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이전 정부의 흔적과 정리되지 못한 행정의 무책임함으로 인해 아동들이 방치될지도 모르는 위험에 처해져있다.

바로, 박근혜 정부 시절 만들어진 지역아동센터 통폐합에 대한 지침 때문이다.

 

 

<표 1-1>의 내용은 2017년 초 지역아동센터 운영을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마련한 지침이다. 센터의 운영을 위해 여러 측면을 고려할 순 있으나 단순히 아동의 수를 기준으로 지원금을 중단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지금의 우리나라는‘저출산 고령화’라는 말이 너무도 익숙하다. 고령인구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아동의 수는 감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표 1-2>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7대 특·광역시 모두 지난 5년 동안 아동인구수가 감소했으며 이동인구 비율도 평균 2% 정도 감소했다. 이 중에서도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은 총 인구 감소보다 아동인구 감소가 더 많았다.

 

이에 인구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항의성격의 문의를 보건복지부에 한 결과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할 일”, “센터가 문을 닫으면 다른 센터로 이동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답변을 받았다. 또 보건복지부는 2018년도 새로 만들어질 문재인 정부의 지침에서도 통폐합조항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내년, 부산에서만 28개의 지역아동센터가 문을 닫을 위험에 놓인다. 아동의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돌봄을 받아야할 아동이 줄어드는 것이 아닌데 정부는 무책임하게도 다른 기관을 이용하면 된다고 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복지가 여전히 뒷전인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모습이다. 불평등 속에서, 정부·정책의 부재 속에 살아야했던 국민들은 다양한 욕구로 지금 정부에 기대하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복지분야에서는 이에 제대로 응답하기는커녕 적폐조차 바꾸지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런데 여기엔 또 다른 큰 문제가 숨어있다. 바로 돌봄에 대한 ‘책임’ 주체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지역아동센터 뿐만 아니라 초등돌봄교실,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등 각각 성격이 다르지만 유사한 돌봄기관이 세 개나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지난 참여정부 시절 공부방을 제도화하여 만들어진 보건복지부 관할 기관이며 초등돌봄교실은 이명박 정부 만들어진 교육부 관할,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는 박근혜 정부 만들어진 여성가족부 관할의 기관이다. 각 기관들의 기능과 역할은 조금씩 다르지만 아동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임에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담당부서는 제각각이다. 바로 여기서 책임의 부재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UN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한 국가로서 아동의 권리보장을 위해 노력해야할 의무가 있다. 제3조의 내용처럼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활동에서 국가와 가족, 모든 책임 있는 기관들이 최상의 서비스를 보장해야함을 의무로 가지고 있다.

 

아동의 권리보장과 복지증진을 위해 체계를 만드는 것부터 현장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서 이러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관할 부처가 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로 나누어진 상황은 이에 적절한 모습이 아니다. 행정부처가 달라 기본적인 통계도 정확하지 않다는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사항에도 이러한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의무도, 책임도 잊은 채 어쩌면 지금도 정책 속에서 아동을 방치하고 있는 지금 우리사회의 복지는 ‘이게 나라냐’는 부르짖음에 여전히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불평등 속에서 살아가는 삶이 존재하며 그 삶을 바꾸기 위해 복지가 해야 할 것들이 쌓여있다.

 

무엇이 답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 요즘이지만 사회복지연대는 늘 그랬듯이 답을 찾기 위해 행동할 것이다. 부디, 대한민국 아동방치사건이 발생하지 않길 소망한다.

월, 2018/01/01- 18:35
188
0

공공성, 주민자치, 그리고 시민사회

 

 

김형용 |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회혁신과 공공성

한국사회의 현 과제는 무엇보다도 사회공공성 확보이다. 지난 정부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비합리성과 전근대성 그리고 이에 따른 적폐청산이 의미하는 바는 국가 운영의 합리화 또는 현대화이며 이는 여전히 민주주의 공고화의 과제와 일치한다. 정치적 영역에서의 민주주의는 주권자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국가 책무에 대한 강제와 감시 그리고 참여를 통한 공공복리의 구현이다. 따라서 공공성 회복은 사익을 위해 통치되었던 국가를 다시 공익 조직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그리고 공공성은 시장 vs. 국가의 이분법 구도에서 사회권 보장 국가, 즉 복지국가를 확대하는 정책으로 지지되었다. 예컨대 공공인프라를 구축하고, 공적소득보장을 확대하며, 공공 전달체계를 개선하는 등의 논의로 이어진다. 이는 특히 노동양극화와 가족해체 등 사회위기를 가족이 전적으로 책임지던 한국사회의 국가 최소개입주의에 대한 반성임과 동시에 사회투자를 통한 장기적 성장전략이기도 하다. 한국사회는 그 동안 시장이 과도하게 국가와 시민사회 영역을 침범해 왔고, 이윤추구 시장을 규제하는 국가의 역할 또한 매우 미미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적 접근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즉 복지국가는 사회공공성을 확보하는 최우선 전략이다.

 

복지 전달체계가 사라진 분권과 자치

지난 10월 26일 행정안전부는 자치분권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내년 1월초까지 지역별 토론회를 거쳐 다양한 의견을 정리하여 로드맵을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으로 완성할 계획이다(행정안전부, 2017). 로드맵은 5대 분야 30대 과제를 제시하였는데, 그 중 지방이양, 재정분권, 자치단체 역량제고,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와 함께 풀뿌리 주민자치가 5대 분야에 포함되었고(표 1-1), 풀뿌리 주민자치 세부과제로 혁신읍면동이 포함되었다. 이는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이 지난 8월 발표한 ‘내 삶을 바꾸는 공공서비스 플랫폼’(읍·면·동 주민센터를 주민이 원하는 공공서비스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그리고 공공서비스 플랫폼 계획은 당초 서울시의 복지혁신인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가 그 원형이었다. 

 

 

서울시의 찾동은 단지 주민센터를 주민자치 공간으로 설계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보장의 증진을 위해 공공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목표가 구체화된 체계다. 대규모 공공인력을 투입하여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민관협력을 통한 복지전달체계를 혁신하는 것이었다(이태수 외, 2017).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공공서비스 플랫폼에서 강조하는 주민센터는 주민이 원하고, 주민이 결정한 정책과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찾동의 전국화는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라는 점이 명확히 제시되었지만, 공공복지 전달체계 개편의 주무 부처가 행정안전부로 정해지면서 혁신읍면동으로 그 방향이 확정되었다. 물론 혁신읍면동의 세부방안으로 보건복지 및 방문건강서비스 인력 확대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표 1-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업의 핵심 목표와 대부분의 키워드는 주민자치 그리고 마을자치이다. 이로써 공공복지 전달체계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추진과제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강혜규, 2017). 이러한 우려는 이미 서울시의 찾동 사업 진행 과정에서도 예견되었던 바이다. 복지생태계 구축이 주민에 의한 복지로, 주민공동체의 관치화로 뒤덮이면서 갈등의 소지를 포함하고 있었던 것이다(김보영, 2017).

 

공공성: 인민, 의사소통, 공공복리 

물론 공공성 회복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것, 즉 국가를 정상화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공성의 정의는 ‘자유롭고 평등한 인민이 공개적인 의사소통 절차를 통하여 공공복리를 추구하는 속성’이다(조한상, 2010). 세 가지 구성요인은 순차적으로 각 요소를 필수 조건으로 한다. 즉, 무엇이 공공복리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사회 각 구성원들의 주장과 합의에 따라 공공복리를 확인하는 공론장을 필요로 한다. 국가가 일방적으로 규정한 공공복리가 사회권 보장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례는 국내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한편 공론장은 언제나 왜곡되기 쉬운 정치의 장이다. 오픈 공간에서 참여자의 발언이 사익의 경연장인 경우도 많고, 권력의 배치에 따라 공론과는 거리가 먼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 쉽다. 따라서 공론장에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참여해야 하고 이들의 독립된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어야 공론장의 의사소통이 비로소 공론에 가까워진다. 그런데 현재 한국사회는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세 번째 요건(공공복리)이 두 번째 요소(공론장)를 과도하게 침범하고 있다. 즉 시민사회조차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과제 하에 국가의 공공부문을 과도하게 주목하고 있어, 시민사회의 공론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시민사회가 국가부문에 밀착하면서 제도화 현상을 보이면 (동일화 현상), 이는 비공식 생활세계에 기반한 자율적 공론장을 국가에 넘겨주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시민사회 공론장이라는 두 번째 요소가 첫 번째 요소인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를 반영하는지 여부도 반문할 필요가 있다. 공론장에 자유롭고 평등한 인민이 과연 존재하는가, 인민은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개인이었는가라는 말이다. 공유재의 자율적 관리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어촌계나 농촌계의 경우, 우리사회에서는 불평등한 위계와 배타성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게 지적되어 왔다. 반공주의와 성장주의로 점철된 지난 수십 년 역사가 개인을 억압해 온 결과, 분리와 차별의 공동체가 우리 공론장의 특성이 된 것이다. 결국 공공성은 적극적인 민주주의 과제이며, 분권화된 민주주의가 먼저 발현되어야 한다. 서구 복지국가의 구성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복지국가는 당초 공유재(common goods)를 관리하는 국가이며, 계급 간, 지역 간 이해가 대타협에 의해 집합적 소비와 연대를 이루어낸 사회체제이다. 

  

분권과 자치의 함정 : 마을은 마을답게, 나라 걱정은 하지 말기

주민자치의 당위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먼저 한국사회의 왜곡된 시민사회라는 토양을 고려해야 한다. 자유로운 개인이 없고, 공론장이 왜곡되었다면, 어떻게 이들에게 공공복리를 맡길 수 있는가? 시민사회가 정책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집행에 협력할 수 있고, 자치 역량은 경험으로부터 성장한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동안 서울은 행정이 문턱을 낮추어서 시민참여가 활성화되었고, 이를 통해 개인의 성장과 모임의 변화, 그리고 관계망의 형성이라는 매우 가치 있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는 관주도라는 비판과 달리 소규모 주민자치모임에서 점증적인 발전단계를 지원함으로서 주민들의 의제선정, 참여, 기금모금, 마을계획, 변화추구 등 주민역량 강화에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자치 경험’을 늘리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왜곡된 시민사회 맥락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는 해방과 함께 억압된 시민사회, 국가에 의해 순치된 시민사회였다. 반공 히스테리와 ‘완장’에 대한 기억(공론장에 나오면 다친다)은 오랫동안 한국 시민사회의 질곡이었다. 억압된 시민사회의 동전의 양면으로 전투적 시민사회도 존재했다. 이들은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연합으로 87 민주화 혁명을 이끌어내었다. 그러나 억압-반동의 변증법은 시민사회 영역의 점진적 성숙을 이끌어 내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과정이었다. 시민사회조직의 폭발적 성장(1990년대) 시기에서도 한국 시민사회의 맥락은 분화의 딜레마들을 양산하였다. 노동과 삶이 분리된 시민사회는 대표적으로 전문가 중심의 정책집단, 중앙화된 의사결정 중심의 시민사회단체를 만들어냈다. 또한 민주정부 시기, 국가와 시민사회 조직의 파트너쉽은 시민사회가 관과 유착되거나 서비스공급조직 정도로 기능하도록 하는 변형을 가져왔다. 

 

‘시민없는 시민사회’와 달리, 국가로부터 독립된 ‘마을공동체’의 주민들은 다양한 영역 (생태, 육아 등)의 자조조직으로 성장하였으나 여전히 공익을 위한 자조조직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마을과 주민공동체의 관계는 ‘이익의 사유화와 비용의 사회화’로 간략히 요약될 수 있다. 참여하는 조합원들은 노동과 생활을 지역에서 공유하는 이들이 아니라 생애주기 과정에서 요구되는 과업을 스스로 소비하고 흩어지는 외부인/내부인인 구조가 상당수이다. 결국 한국사회 맥락에서 몇 명 되지도 않는 주민활동가들이 관에 깊이 개입하거나 스스로 관료가 되고, 반면 지역사회에는 무자격자들이 완장을 차고 다니고, 관이 할 일에 협치라는 이름으로 민간자원을 동원한다는 비판도 어느 정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공공복리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경계해야 한다. 복지의 문제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주민자치의 영역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경향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주민자치는 그야말로 시민사회의 자치영역으로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혁신읍면동은 행정기관이라서 지속적으로 국가사무를 자치적으로 해결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조직이 왜 제안된 공공복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읍면동은 사회보장의 최일선 조직인데 왜 주민참여가 전제되어야 하는가? 전혀 타당한 근거가 없다. 영국의 빅소사이어티가 긴축을 위한 명분에 다름이 아니었다는 평가를 돌이켜 보면, 이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사적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우선적 역할이어야 한다. 지역사회 환경, 노동, 돌봄, 복지, 여성 등 다양한 이슈들의 공론이 없는 상태에서, 공공부문과의 파트너쉽이나 협치를 논의할 수 없다. 개인들의 독립된 목소리를 위한 장시간의 지역사회 숙의, 토론, 학습이 요구된다. 우리사회에서 풀뿌리가 여전히 어려운 이유는 사회적 약자 집단 참여의 한계, 노동정치와 시민정치가 지역사회의 목소리로 충분한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점, 그리고 생활세계에서의 자율적 목소리가 조직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민사회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공공과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시민사회의 성장은 보편적인 공공복리보다는 참여 구성원들의 이해에 충실해야 한다. 자치적 활동을 확장하고 나서 공익에 나서야 한다. 시민사회 조직이 다루는 집합적 소비 영역 내에서 신뢰와 협동이 먼저인 것이다. 따라서 혁신읍면동은 주민자치를 위해서라도 이들을 무조건적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을 자제해야 한다. 주민참여란 의사결정에 당사자 주민이 참여하는 것이지, 이들의 활동이 공공사무가 된다는 것은 아니다. 진정 주민자치를 목적으로 한다면, 다시금 누가 어떻게 무엇을 결정하게 할 것인지, 그 본래 의미의 공공성이 중요하다.

 


<참고문헌>

강혜규 (2017). 새 정부의 복지 전달체계: 정책 기조 검토와 과제 제언. 보건복지포럼 (2017.11),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보영 (2017). 무엇을 위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인가. 월간 복지동향 224. 52-59. 

이태수·강혜규·김진석·김형용·남기철·엄의식 (2017).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서울연구원

행정안전부 (2017). 지방자치분권 5년 로드맵

월, 2018/01/01- 18:31
203
0

나는 특별한 일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인터뷰 | 조준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기록 및 정리 |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신체적, 정신적 차이가 차별과 배제의 원인이 될 수 없고 모두가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가는 오래 전부터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을 시설로 보내 격리시킴으로써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장을 사전에 차단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 장애인을 평범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김예원 변호사다. 김예원 변호사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 법이 필요한 사람들을 직접 찾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더 많은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2017년 초 1인 법률 사무소를 개소하였다. 장애인을 나와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생각하며 장애인 인권 증진을 위해 오늘도 발로 뛰고 있는 김예원 변호사를 만나보았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현재 장애인권법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김예원이라고 한다. 연수원을 수료하고 재단법인 동천에 있었고, 이후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에서 3년 정도 일했다. 
 

공익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사법 연수생들은 2달 정도 연수를 하게 되어있다. 일종의 실습인 것이다. 당시 몇몇의 연수생들과 함께 여태 해보지 못한 활동을 해보자고 의견을 모아 시민사회단체를 찾아갔다. 그렇게 몇몇 연수생이 난민, 장애인, 이주외국인, 성폭력 등 관련 단체로 흩어져 활동을 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인권침해가 상시적으로, 장기간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권력관계로 인해 문제제기를 못하는 수준이었다. 개인이 해결하기에는 구조적인 어려움이 명확했다. 이 상황을 목도한 연수생들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매주 만나 회의를 했다. 결국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아 공익전담 변호사를 세우기로 했다. 
 

공익전담변호사를 세우는 과정은 어땠나? 

당시 연수원 동기가 약 1,000명이었는데, 단순하게 일인당 1만 원만 걷어도 3명의 월급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수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팜플렛을 만들고, 거리홍보도 했다. 다행히 공감대를 얻어 약 3억 6천만 원을 모았고, 3명의 공익전담변호사를 책임질 수 있게 되었다. 그 3명이 현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류민희, 김동현 변호사와 세월호 관련 활동을 열심히 했던 배희철 변호사다. 
 

여러 분야 중 특별히 장애인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사실 앞서 소개한 공익전담변호사를 세우는 과정에서, 나는 당사자가 되기보다는 펀드레이징을 역할을 담당했다. 연수원 수료 이후에도 개인적으로는 공공기관에 가고 싶었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설립한 재단법인 동천에 입사하게 되었다. 동천은 공익법률지원 등 법률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을 주로 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어떤 숭고한 뜻을 가지고 들어간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나는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한 쪽 눈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장애인이지만 개인적으로 장애인라고 생각하며 살지 않았다. 개인적 특수성일 수 있지만 나는 기득권(?)이었기 때문이다. 공부도 잘했고, 합기도, 검도, 호신술을 배워 힘도 셌다. 결국 장애인 권리를 보호하는 인권변호사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경험한 차별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차별과 배제를 경험한 사람들의 사건들을 직면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차별과 배제를 경험한 사람들의 사건, 어떤 사건들이었나?

2012년 원주 사랑의 집 사건이 있었다. 워낙 유명한 사건이라 검색사이트에 ‘원주 사랑의집’, ‘원주 장목사’라고 검색하면 사건 내용이 나올 정도다. 당시 사건을 접했을 때는 이미 장애인 21명 중 4명만이 생존해 있었고 나머지는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 중 한명도 직장암 말기로 곧 사망했다. 생존자 중 한 명은 여자인데도 주민번호 뒷자리가 1로 시작하더라. 생일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청력이 너무 떨어져서 청각장애 신청을 하러 갔는데 청각을 잃은 것이 아니라 귀지가 3센티나 쌓여 듣지 못했던 것이었다. 여러 가지로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후 생존자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너무 다행스럽게도 그분들이 지역사회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홍천 실로암 사건’ 역시 기억에 남는다. 그곳에 계시던 한 분은 지적장애만 낮은 정도로 있던 상태였는데 입소한지 일 년 만에 사망했다. 욕창 때문에 엉덩이뼈가 보일정도로, 어떤 보호도 되고 있지 않았다. 반면 시설장은 횡령은 기본이고, 여기저기 관광을 다니며 제대로 시설을 관리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들을 경험하면서 장애인들의 인권을 지원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장애인권법센터를 만들기 전에도 계속 공익활동을 해오고 있었는데, 특별히 독립단체를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로펌에서 일할 때도 의미 있는 사건들이 많았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사건이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로펌까지 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건이 일어나는 즉시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감정적으로 소진되어 지친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피해자를 직접 만나기 힘든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이후 당사자를 직접 만나면서 일을 하기 위해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로 이직을 했다.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는 피해자 등이 신고를 하면 개입하는 구조였다. 이전 보다는 피해자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많았고, 그렇게 3년 정도 일했다. 다만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사건이 서울시라는 공간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고, 전화로 초기신고를 받기 때문에 도움이 정말 필요하지만 전화로 신고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신고를 할 수 있는 분들은 자기 옹호체계를 조금이라도 표현 가능한 분들인데, 발달장애, 장애여성, 장애아동은 그야말로 사각지대에 있다. 특히 아동 같은 경우가 너무 열악하다. 아동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주변의 옹호체계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그 옹호체계가 가해자라면 더욱 답이 없다. 그래서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에 장애인권법센터를 설립하게 되었다.
 

장애아동의 경우가 가장 열악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동은 자신의 상황에서 대해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장애아동은 더욱 심각하다. 그리고 장애아동의 인권을 대변하고 지원하는 단체가 거의 없기도 하다. 
 
또한 장애아동의 권리보호는 사회적 인식개선과 제도 설계가 필요한 영역이다. 예를 들면 중증장애아동 중에는 주기적으로 석션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료인이 없다는 이유로 학교 내에서 석션을 못한다. 결국 중증장애아동은 일반학교에 입학하기 어렵다. 반면 일본은 간호사 입회가 가능하고 통합교육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도 법은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현재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하는 중이다. 
 
<사진=장애인권법센터>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특별히 어떤 사건을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예은이(가명)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13살 예은이가 엄마 핸드폰을 가지고 놀다 핸드폰을 깨트리고 혼이 날까봐 집을 나갔다. 이후 강화도에서 예은이를 발견했는데, 예은이는 노숙인 상태였으며, 눈에 초점을 잃었고, 성폭력 흔적도 있었다. 예은이가 강화도까지 간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예은이가 집을 나간 후에 엄마가 이용하던 채팅앱에 접속을 해서, 집을 나왔다고 하니 성인남성들이 재워주겠다고 하며 예은이에게 접촉을 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가해자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왜냐면 우리나라는 만 13세 이상이면 성적자기결정권이 있다고 보는데, 예은이는 13세 이상이었고, 법원은 이것을 성매매로 본 것이다. 그래서 처벌이며 피해보상에서 패소하였다. 안타까운 사건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의미가 있으나, 문제는 성적자기결정권 부여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해 없이 형식적인 부여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성폭력 교육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관계적 교육이 부재하고 기술적인 것만 가르치고 있다. 성폭력 상황에서는 위계, 권력 같은 것들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도 말이다. 아무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각한 피해에 이를 때까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장애여성이 성폭력을 당할 때 자기효능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우리사회에서는 장애인은 비정상이라고 보고 장애인이 배제와 차별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폭력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칭찬과 치켜세움 등을 통해 그루밍(길들이기)을 한다. 그렇다보니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하는 경험을 하면서도 이 상황이 거부해야 하는 폭력인지, 자기효능감을 느끼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 권리 옹호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한국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인식은 사람마다 달라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다. 예전에는 대부분이 장애인을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불쌍하지만 나랑 엮이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회가 파편화되는 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변해간다고 느낀다. 
 
교육을 통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겠지만 같이 부딪히는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 가령 통합교육이 이루어지는 과정 속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경험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사회는 장애인은 시설에 수용되어야하고, 사회와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살기 바쁜, 척박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약자가 약자를 혐오하는 풍토가 심해지고 있다.
 

그런 사회의 인식을 직면하게 되면 절망스럽지 않나?

그렇다. 편견에 부딪힐 때 가장 어려움을 느낀다. 장애를 경험하지 못하고, 아니 경험이 없으면서도 완고한 편견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장애인은 으레 그래야 한다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부딪힐 때도 참 답답하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보면서 ‘좋은 일’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이 적성에 맞고, 즐겁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숭고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대한다. 장애인이 나와 다른 사람이 아니라고 여기는 사회라면 내가 하는 일은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니지 않겠는가.
 

현재 아이가 2명이고 셋째를 임신했다고 들었다.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남편이 최대한 도와주려고 하나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내가 아이들의 양육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객관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보내야 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는 일종의 타임 푸어다. 그래도 센터를 꾸리는 일은 자영업이다 보니 시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은 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아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람들을 만나면 앞으로 국회의원이나 관료가 되려고 인권운동을 하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이 일을 재미있게 오래 하고 싶다. 그리고 뜻이 맞는 동역자를 만나면 더욱 좋겠다. 그래서 현재도 열심히 연대하며 일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장애인을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예 ‘어떤 태도로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면 좋겠다. 사람에게 집중해 달라. 인간 대 인간으로 상호작용하면 다를 것이 없다. 장애라고 인식할수록 차이가 깊어지고 이것이 차별이 된다. 
월, 2018/01/01- 18:27
205
0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의 몇 가지 문제들

변혜진 |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

 

 

‘예산’

결국 예산안이 통과됐다.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본 사업이 아니라 ‘시범사업’ 으로 제한되었고, 일부 미미한 삭감은 있었지만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은 이제 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예산안 통과를 강력하게 반대한 핵심적 이유 중 하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 자체가 기업의 이해를 우선하며 현행법 위반이라는 조건 하에서 추진되기 때문이다. 현재 개인 의료 정보와 진료기록이 포함된 다른 정보를 ‘연계’ 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의료법 위반으로 매우 엄격하게 법률적 제한을 받는다. 개인의 의료 및 건강정보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매우 민감한 정보에 해당되며, 관련 정보가 만에 하나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유출되었을 시 한 개인이 겪게 될 혹은 그 가족이 겪게 될 피해는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사업 추진 주체로서 내 놓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에는 공적으로 집적한 정보를 민간 기업이 가진 정보와도 연계하고 이를 민간 기업에게 제공하는 식의 상업적 활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내용은 기업 민원 처리의 대가로 공공의 자원을 사유화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내용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박근혜가 대통령의 권력으로 추진했던 사업들은 여전히 국정 과제 일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복지부는 예산 통과를 위해 공적인 목적 외 상업적 활용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이전 정부의 막무가내식 행정 독재로 추진된 ‘비식별 가이드라인’ 조치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추진되는 이 사업은, 기업이 기업 마음대로 정부는 또 정부 마음대로 관련 내용에 대한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해 이후 시범사업의 설계와 추진 그리고 그에 대한 평가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상업적 활용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예산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던 지난 11월 건강과대안, 참여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공개적인 토론회 한 차례 없이 추진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요구했고 결국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가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이 토론회에서 시민사회는 복지부가 예산안 통과를 요구하며 내 놓은 추진 전략이 박근혜가 추진했던 의료민영화와 ‘창조경제’의 뒤를 이은 조치들 중 하나로, 의료 공공성의 마지막 보루인 개인 질병정보와 건강정보에 대한 민영화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모은 공적인 국민 개인 진료기록 및 건강보험 정보를 기업의 요구에 부응해 돈벌이 재료로 제공한다는 문제제기였다. 이러한 사업들은 그동안 강력한 드라이브로 추진되던 의료민영화로부터 국내 의료제도를 보호하는 핵심 축이었던 국민 개인 질병정보 관리의 보호막을 일거에 제거해 버리는 조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 간 보험업계는 보험업법이나 의료법 개정안 등을 통해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이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국민 개인 건강정보와 기록에 대한 민간 공유를 요구해 왔다. 그리고 관련 법안이 국회에 상정될 때마다 막아왔던 시민사회단체의 이러한 주장은 매우 타당한 것이었다. 전체 병상 수에 10%에도 못 미치는 공공 의료기관을 보유한 국내 의료가 그나마 공공성을 가지고 버티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건강보험 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제도를 무너뜨리기 위한 보험업계의 요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강력하게 이뤄졌고, 정액형 보험 상품 판매, 실손 의료보험 상품 판매와 최근 보험 상품과 건강관리서비스 상품을 연계한 판매까지 꾸준하고 줄기차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요구는 매번 강력한 반대운동에 부딪혔고, 의료민영화 논란으로 막혀 왔던 것이 사실이다. 보험업계 입장에서는 민간보험 지급률(손실률)을 보전하고 보험 상품 및 위험률을 ’맞춤‘으로 설계해,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보험보다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전 국민의 개인 질병정보를 손에 넣는 것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가족력과 유전병 정보와 병력 정보는 보험 가입에서부터 보험금 지급 사유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그야말로 보험 상품 설계, 유통, 판매, 지급 등을 해결하는 ’21세기 금광‘과도 같다. 최근 이런 논란이 가중되자, 복지부는 ‘박근혜표’ 추진전략을 대폭 수정·축소해, 시범 사업에서는 기업 정보와의 연계 활용 여부를 추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 놓았으나, 완전하게 기업 경영과 마케팅 활용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또한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1) 산업통상자원부도 내년 복지부와 유사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복지부가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공공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제공한다면 산업부는 병원 내 의료 정보를 표준화해서 민간에 공유”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6개 병원을 우선 선정해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병원 내 전자의무기록(EMR) 데이터, 유전체 데이터. 유전체 정보까지 민간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언론보도의 이중 플레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다. 복지부에 제기된 문제들을 산업부로 넘겨 기업 민원 해결을 추진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공익적 목적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복지부의 손을 떠나 산업적 이해를 대변하는 산업부로의 이관은 한층 더 우려스러운 일이다.

 

말이 안 되는 방식으로 각 부처 마음대로 추진계획을 내고 있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산업화 방안은 그 자체가 내재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국내 빅데이터 산업화 자체가 그 목적을 경제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윤을 위한 개인 정보 거래를 전제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와 달리 이에 따르는 유출 위험이나 상업적 이용에 대해서는 법제도적 보호가 아닌 ‘비식별화’ 라는 기술적 방식으로만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공단과 심평원에 모인 개인 정보의 상업적 활용에 대해 지금 어느 누가 동의했는가?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 자체가 비민주적인 것은 개인 정보 이용권의 동의 절차가 생략되었다는 점에서도 큰 문제지만, 이런 상업적 이용을 통해 기업은 수익을 올리는 반면 그에 따르는 위험은 개인의 몫이고, 이는 사회 전체로 향해 있다.

 

복지부는 현재 개인 정보 연계 활용 사업이 불법이라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자체 법률 자문을 통해서 진료 정보나 건강보험공단 정보의 연계가 현행법과 어긋난다는 자문을 이미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법률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 사업을 멈추지 않은 채 그냥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정부의 적폐를 계승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은 이래서 나온다. 예상해보건대, 이전 정부 하에서 이미 여러 이해관계자들 간 내부 약속과 거래가 있었을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우선 폐기를 요구하는 ‘비식별 가이드라인’ 조치로 이미 많은 기업들이 개인 정보를 이용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행정 관료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관련 공무원들은 관례상 현행법의 효력을 가지는 예산안 통과에 그렇게 목숨을 걸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진행될 시범사업의 설계와 방향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공익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닌 상업적 이용이 우선되는 정책은 ‘플랫폼’ 사업의 특성 상 그 시범사업만으로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범사업이 제대로 된 원칙을 기반으로 시행되려면 지난 정권 하에 ‘자신이 곧 법’ 이라는 박근혜식 행정 가이드라인을 폐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 정권은 법률 위반이 분명한 사안일 경우 행정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편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이 비식별 가이드라인은 헌법에 기초한 국가의 개인 정보 보호의 가치보다 기업의 이익과 관련 산업의 발전을 우선한다는 인식으로부터 나온 조치다. 이 조치가 살아 있는 한 기업들 마음대로 개인 정보 사유화를 허용하는 것이라는 그 해석상의 잠재적 문제들이 지속될 것이다. 

 

<사진=참여연대>

편견을 가진 알고리즘

기업이 이익을 그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방식으로 개인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결국 사회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조건에 있는 계층에게 더욱 불리하고 불평등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공익적 목적이 아닌 개인정보의 상업적 활용에는 건강정보를 매개로 감시와 차별, 배제, 낙인 등의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한다.

 

빅데이터가 차별과 배제의 알고리즘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은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빅데이터의 활용을 전제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조차 자체 과학기술자문위원회의 이름을 통해,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여러 기회를 포착해야 하지만 빅데이터 도구가 개인의 사적인 상세정보를 노출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이를 보완할 법 제도적 조치를 우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2) 빅데이터 기술이 오랜 시간 축적된 방대한 사회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로지 알고리즘에 따라 분석이 수행되기 때문에 분석자의 주관이나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분석한다는 믿음은 틀렸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자문위원회는 이러한 점을 ‘데이터 근본주의’라고 지적하고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설명하고 있다.3) 특정 알고리즘을 입력하며 이 데이터에 반영되지 못한 이들이 소외되는 결과가 발생하고, 이러한 데이터가 반복·누적되면 사실상 현실에 존재하는 한 개인의 삶이 왜곡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의 중립성을 상상하거나 신뢰한다. 이 때문에 빅데이터 기술 역시 숫자에 기반해 분석자의 주관이나 편견과 상관없이 객관적 분석을 한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에서 나온 연구에서 구글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스러운” 이름을 넣어 검색하면 범죄자 정보를 찾아주는 회사 광고가 뜰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페이스북은 유색인종과 장애인의 글을 블로킹하는 알고리즘이 생성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으며, 여성이 일자리를 검색하면 더 적은 임금의 일자리만이 더 많이 검색된다는 사실도 나타난 바 있다. 결국 알고리즘 설계자의 주관에 따라 편견은 개입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누적되고 반복되며 결국 그것이 진실이 되기도 한다.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정보들은 그 자체에 불평등의 결과가 내제해 있을 수밖에 없다. 건강을 결정하는 사회·경제적 결정 요인들을 고려할 때 저소득 계층일수록, 안정적 일자리가 없을수록, 차별을 심각하게 경험하는 사람일수록 건강상태는 더 안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젠더 불평등에 기인한 건강 불평등 문제도 그러하며, 소득차이에 의한 주거환경에 따른 실질적 기대여명의 차이가 이를 증명한다.

 

또한 사회 취약계층의 경우 입력할 데이터가 아예 비어 있는 경우도 있으며, 어떤 데이터는 그 자체가 과잉돼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알고리즘으로 설계될 때 관련 데이터에 반영되지 못한 이들은 소외되는 결과가 발생하고 이러한 빅데이터가 반복되고 누적되면, 애초에 데이터에서 배제되거나 왜곡된 이들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 되거나 왜곡된 데이터가 실재하는 인간을 대신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배제와 차별의 알고리즘 문제를 발견, 인식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미 그것이 빅데이터가 되어 한 사람을 설명하는 상징이 되었을 때, 이를 교정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체가 아닌 데이터 축적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한 보건·복지는 빅데이터 기술이 만드는 또 다른 ‘복지 사각지대’로 이어질 수 있다. 관료 행정에 의해 사각지대로 내몰린 사람들을 다시 온정 없는 데이터셋에 가두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복지부가 내세우고 있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보건의료 빅데이터 효용 방안이 보다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개인 정보 빅데이터를 통해 업무의 효율화를 이룰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사람보다 데이터가 우선되는 방식의 일방적 제도설계는 특정 집단의 데이터셋이 ‘건강 블랙리스트’로 활용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 개인정보보호 감독관(EDPS)은 ‘빅데이터 문제 해결에 관한 의견서(Meeting the challenges of big data)’4)를 통해 알고리즘 설계와 분석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개인 정보 이용 동의 절차에 대한 행정기관의 역할을 전제한 바 있다. 즉, 개인 정보를 이용하고자 하는 기관들이 그 정보 주체에게 제공하고 동의 받아야 할 내용을 전제하고 있는데, “개인에 대해 관찰되고 추론된 개인정보가 무엇인지, 어떠한 개인정보가 처리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해당 개인에게 제공해야 하며, 개인정보의 사용 목적과 방법에 대해 보다 확실하게 고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개인들에게 고지해야 할 내용에는 “개인 정보 수집과 활용의 목적, 방법에 대한 가정과 예상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의 논리(logic)도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럽 개인정보보호 감독관의 의견은 알고리즘에 따라 수집되고 분석된 데이터의 내용은 언제든지 그 설계기관이나 개인의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건강 정보의 의미

개인 정보 보호 조치가 상대적으로 강력하다고 하는 유럽국가들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OECD조차도 지난 1월 ‘보건의료 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한 권고(Recommendation of OECD Council on Health Data Governance)’안을 발표했다. 권고에서 “건강관련 데이터는 본질적으로 민감하고, 데이터 공유와 사용 확대는 데이터의 손실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유출 및 오남용 위험을 야기해서 개인에게 개인적, 사회적, 재정적인 위해를 끼칠 수 있고,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자와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5)고 지적하며, 각국 보건 부처 장관 회의를 통해, 개인 정보 제공자에게 충분한 설명 후 동의를 구하는(informed consent) 적절한 절차를 제시한 바 있다.6)  

 

보건의료 데이터의 경우 개인정보 중 가장 민감한 정보에 해당되기 때문에 그 사용에 앞서 충분한 설명이 전제된 ‘동의 절차’ 가 전제되어야 하며, 공공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을 경우에는 또 다른 적합한 대안 및 예외가 있어야 하며, 그에 따른 보호 조치가 뒤 따라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개인 건강정보 처리에 대한 동의는 충분한 설명이 전제되고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전제된 상황에서만 유효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국제적 기준을 볼 때 복지부가 공단이나 심평원, 질병관리본부 등을 통해 집적한 개인 정보를 연계·활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어떤 처리과정을 거치고 어떤 법적 보호 조치를 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는 일이 선행되어야함이 명확해진다.

 

복지부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은 현재 텍스트 데이터라 볼 수 있는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질병관리본부,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의 연계이지만, 이것이 보건의료 플랫폼 구축을 통해 모바일 어플이나 IoT등으로 음성적 형태로 수집되고 있는 개인 신체·바이오정보·생활정보가 결합 될 수 있으며, 이는 개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일상의 모든 정보가 결합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빅데이터 사업이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된다 해도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하물며 민간 활용을 전제한다는 방침이 완전하게 폐지되지 않은 이상, 이를 위한 시범사업의 위험성은 너무 클 수밖에 없다. 복지부가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시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개인정보의 밀집과 연계 집적 처리가 낳을 위험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구하고 이를 사회적 장치로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조치 마련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범사업은 시작되어선 안 된다. 플랫폼 사업의 특성 상 관련 틀을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으며, 문제가 제기되어서 이를 중단한다고 해도 이미 쓸모없는 세금 낭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복지부가 주무부처로서 우선 해야할 일은 현재 기업이 만든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어플을 통해 무작위 수집되고 있는 개인의 신체·건강 정보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박근혜표 비식별 가이드라인의 목적은 이미 이런 음성적인 데이터 수집을 합법화해주는 것임을 고려할 때 지금도 무방비로 수집되고 있는 포괄적 개인 건강·신체 정보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법 안에서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정부 방침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책의 공론화

마지막으로 복지부는 최근 심평원 사태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사람들이 믿고 찾아갔던 병의원에서 제공 받은 개인의 진료 기록을 공공기관이 개인의 동의 절차도 없이 30만원의 실비로 기업 돈벌이에 제공했다. 공익 목적을 위한 연구도 아니었다. 그런데 심평원은 이 사태에 대해 공식적인 별다른 문책을 받지 않았다. 누구 하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도 없다. 오히려 공공정보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공공정보를 연구목적으로 제공했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만을 늘어놓고 있다. 환자들의 진료 기록을 심평원에 제공하는 이유는 의료인의 진료 처방 내역을 심사·평가해 제대로 된 진료를 하고 있는지 관리 감독 하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에게 제공된 진료기록을 ‘공공정보’ 라고 정의하고 이를 마음대로 처리·이용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자임하고 있다. 누가 이러한 권한을, 이러한 정보 사용에 대한 권력 남용을 눈 감아 주고 있는가?

 

심평원 사태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개인질병 정보에 대한 상업적 거래는 정권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빅데이터 산업화 방침에 의해 지원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기 ‘창조경제’론에서 시작된 빅데이터 산업화는 ‘4차 산업혁명’ 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문재인 정부 하에 ‘4차 산업혁명위원회 산하 헬스케어 특위’ 로 이어지고 있다. 자본 입장에서 저성장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 예견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고위험·고부가가치 산업을 의미한다. 이러한 산업들이 부동자금을 투자금으로 다시 끌어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자본의 빠른 투자수익률을 위한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공익이 핵심인 보건·복지 분야에 적용하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고부가가치 창출은 고위험을 전제하고 있으며, 이는 곧 규제완화를 조건으로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분야에 있어 필수적인 안전 장치에 대한 규제 완화를 의미한다. 이처럼 고위험 산업을 지원한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는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이어받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러한 정책 기조 때문에 복지부는 심평원 사태뿐만 아니라 SK텔레콤, 약학정보원, IMS헬스 등 개인정보 관련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박근혜식으로 추진되던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과 문재인 정부 하 복지부의 추진 전략의 구별점이 있는가?’라고 되묻는 것은 이러한 정책적 기조가 유지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는 2016년 결국 중단된 영국의 ‘care.data.NHS’ 의료 정보 공유 사업에서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국민의 동의 절차를 무시하고 기업들에게 개인 의료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던 영국 정부의 시도는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해 결국 100만 명의 옵트아웃(당사자가 자신의 정보 수집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 선언으로 이어지면서 보수당 정권 자체를 뒤흔드는 문제가 되었다. 국민의 동의 절차 없이, 박근혜 정부 하에서 기업 로비를 전제로 진행된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 사업이 이제 그 목적을 분명히 하고 보다 분명한 개인 정보의 법 제도적 보호조치 하에 재논의 되어야 하는 이유다.

 

더불어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의 일방적인 추진으로 인해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게 된다면, 정부의 보건의료분야 핵심 정책인 문재인케어가 실행되는 존재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 건강보험에 대한 사회적 혼란과 흔들림으로 반사 이익을 얻는 것은 민간보험사를 비롯한 의료자본이다. 이 점을 상기할 때 의료민영화 반대라는 분명한 공약 속에서 당선된 문재인 정부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는 분명해 보인다. 정부 정책은 사회적 실행을 위한 것이며, 이러한 사회적 실행의 결과가 낳을 문제들에 대해 더 많은 연구와 토론 그리고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국회는 빅데이터 사업 예산을 통과시켰으나 시민사회단체의 눈을 의식해 본 사업이 아닌 시범사업으로 예산집행을 한정시킨 것을 성과라면 성과로 삼을 수 있겠다. 나아가 국회는 2018년 추진될 시범사업의 과정과 결과에 있어 제대로 된 감시와 평가를 진행하고 관련 내용을 제대로 공론화하는 데 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1) 전자신문, 12월 19일자 ‘보건의료 빅데이터 '족쇄' 분다...국가 프로젝트 추진’http://www.etnews.com/20171218000395

2) 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2016 May), Big Data: A Report on Algorithmic Systems, Opportunity, and Civil Rights

3) 안형준(2016), ‘[미국] 알고리듬 안에 내재된 사회적 차별 – 빅데이터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  과학기술정책 2016년(5호)
4) “Meeting the challenges of big data” the European Data Protection Supervisor (EDPS), 2015. 11
6) a) 개인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 그 결정을 위해 사용되는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유효한 동의를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이고, 어떻게 동의를 철회할 수 있는가도 명확해야 함. 동의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비현실적이거나 건강 관련 공공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을 경우, 동의를 대신할 수 있는 적법한 대안 및 예외가 명확해야 하고, 이러한 과정에 부합하는 보호조치가 뒤따라야 함.
b) 개인 건강정보 처리가 동의에 기반한 경우, 이 동의는 충분한 설명이 자유롭게 제공되는 경우에만 유효 함. 개인이 장애의 정보사용에 대해 동의하거나 철회할 때 그 방법이 명확하고 눈에 잘 띄고 사용하기 쉬웠을 때 유효 함.
월, 2018/01/01- 18:15
124
0

청년, 불평등 사회와 마주하다

 

민선영 | 청년참여연대 공동운영위원장

 

 

바뀌지 않은 일상

1년 전 나라를 바꾸기 위해 광장으로 모였던 1,700만 명의 시민은 어디로 갔을까. 광장에서 박근혜정권의 퇴진을,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사드 배치의 철회를,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위해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돌아온 일상에서 무엇을 위해 촛불을 들고 있을까. 아니면 촛불을 꺼버렸을까. 거리 곳곳의 촛불과 사람들의 행렬로 추울 새 없던 지난 겨울에 비해 이번 겨울은 유난히 코가 시리다.

 

광장은 대통령을 바꾸었지만 광장 밖 일상을 바꾸지는 못했다. 광장의 중심에서 몇 발자국만 떨어지면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가 보였고, 보증금이 없어 집을 구하는 데 전전긍긍하는 세입자가 보였고, 적금이 아닌 대출금을 상환하는 채무자가 보였다.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IMF 이후 청년실업률이 최대치를 찍고, 6평 남짓한 단칸방을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50만원으로 구해야 하고,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육박하는 현실은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더 이상 아이는 부모보다 더 나은 삶의 수준을 영위할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계층 이동 사다리에서 상승이 가능하다고 낙관한 응답자는 21.5%뿐이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 본인이 중산층이 아니라고 답한 계층의 비율이 79.1%에 달했다. 취업정보 사이트인 잡코리아에서 이직 시 고용형태 변화를 설문한 결과 정규직의 90% 이상은 정규직으로 이직이 가능했지만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이직한 비율이 50%도 채 되지 않았다.

 

이제는 노동을 해서 얻는 소득보다 부동산 투기로 얻는 소득이 자산을 형성한다. 땅값이 오르는 속도를 월급이 오르는 속도가 따라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한 나라 안의 모든 부를 그 해 국민이 벌어들인 소득으로 나눈 값인 자본/소득 배율로 한국을 대입해 계산하면 8.28배로 주요 선진국의 2배 가까이를 기록했다. 우리는 그 어떤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불평등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과열된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거취를 옮기게 되면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86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한반도에서 서울과 경기, 인천에 살지 않는다는 것은 태어나면서부터 불공정한 출발선 위에 놓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학을 가기 위해 또 다시 수도권에 월세방을 구하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스펙 상경을 해야 한다.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 양극화된 일자리 그리고 지역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구조적으로 작동하며 세대의 어려움을 가속화시키는 중이다.

 

청년은 이런 사회에서 삶을 시작한다. 불평등, 불공정, 불통이라는 단어가 지배적인 사회 속에서는 제아무리 건강한 청년이라도 아플 수밖에 없다. 무엇을 이뤄볼 기회도 없이 ‘N포 세대’,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청년실신’(졸업 후 실업하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청년) 등의 자조적 세대 지칭어를 부여받는다. 매년 청년 세대를 풍자하는 유행어는 수십 개씩 만들어지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정책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청년, ‘미취업자’에 갇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런 정책은 없다. 특정한 청년에게만 존재할 뿐이다. 청년 정책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인 청년들에게만 시행되고 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취직을 한 청년,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 결혼 예정이 없거나 비혼 선언을 한 청년들은 있어도 없는 존재가 된다.

 

2004년, 처음이자 유일하게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책인 ‘청년실업해소특별법’에서는 청년을 미취업자라고 정의했다. 이는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공간에서 거주하는 주거빈곤청년이나 신용 대출의 굴레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신용불량청년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 청년 담론이 고용뿐만 아니라 주거, 부채, 교육, 지역, 문화, 건강 등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청년에게 닥친 가장 큰 어려움이 실업 뿐 아니라 삶의 모든 측면에서 존재하고 있음을 경고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는 여전히 청년에게 직업교육을 시킨 뒤 양극화된 노동시장에 투입하는 정책을 내놓을 뿐이었다.

 

이제 청년에게 6평 남짓한 공간은 ‘방’이 아니라 ‘집’이다. 빚 없이 시작한다면 반은 성공한 인생이라 위로한다. 용은 개천이 아니라 강남 8학군에서 난다. 수도권 청년과 그 외의 지역에 사는 청년은 사투리가 아니라 서로 누릴 수 있는 인프라에서 격차를 느낀다. 이런 시대에서 청년이 겪는 어려움은 단순히 실업으로만 한정되지 않으며 이에 따라 청년도 미취업자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삶의 이행기에 놓인 청년

아직도 우리는 2004년의 청년실업해소특별법에 머물러 있다. 여전히 청년 문제도 실업이라는 주제 하나에만 집중되어 있다. 여태 중앙정부는 청년실업해소를 위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청년일자리예산에만 11조원을 썼다. 2018년에는 3조원 정도를 더 쓰겠다는 모양이다. 예산 증액에는 의지를 보여도 정책 기조의 전환에 대해서는 감감무소식이다. 청년실업률은 여전히 9%대에 머물러있으며 지표상 나아지는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청년 실업만 해소한다고 청년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무엇도 해결할 수 없음을 매년 확인하고 있다. 이제는 청년을 미취업자로 한정 짓고 실업해소를 위해서만 시행하는 정책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주거, 부채, 지역을 비롯해 삶의 전반에 놓인 불공정한 기회와 걸림돌을 제거하려면 보다 다양한 분야의 대책이 만들어져야함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민달팽이 청년을 위한 주거 정책과 학자금 대출, 소액 대출로 시작된 부채 악순환에 놓인 청년 등 이 모두가 논의에 포함될 수 있도록, 어떤 청년도 소외되지 않을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청년이라는 기준을 무엇으로 잡을 수 있을까.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국회에 발의된 6개의 청년기본법은 15세부터 39세와 같이 보편적 연령으로서의 청년을 제시하고 있다. 청춘은 영원할 수 있어도 청년으로 영원히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청년은 고정된 정체성이 아닌 단계적으로 유동하는 정체성이다.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거쳤던 것처럼 청년 또한 시간이 흘러 중년기를 맞이하게 된다. 청년은 미취업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삶을 이행하는 시기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부재했던 사회안전망의 회복

삶은 언제나 연속하기에 끈을 잘라내듯 조각내어 볼 수 없다. 지난 과거가 마냥 순탄치는 않았으나 지금은 별 어려움 없는 호시절을 보내고 있다면 지난 날 겪은 아픔이 잘 봉합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삶의 이행기에 놓인 청년에겐 안정적인 다음 세대로의 이행을 위한 디딤돌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일자리로, 가족의 집에서 독립적인 주거로, 원 가족에서 새 가족으로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직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어려움으로부터의 얇더라도 확실한 방패막이다.

 

무엇 하나 해결되는 것 없이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는 것은 고착화된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고민이 아닌 당장의 급한 불 끄려는 식의 응급처치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지금 청년에게 필요한건 당장 눈에 보이는 어려움만을 가리기 위해 시행되는 선별적 복지 정책이 아니라 보편의 청년을 아우를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러니 청년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만들자는 이야기는 단순히 청년 세대만의 어려움을 해소해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 전반에 퍼진 구조적 문제를 생애주기에서 좀 더 빠른 시기인 청년기에 교정해나가자는 이야기다. 모든 세대가 직면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문제에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 그것이 청년문제라는 이름에 가려진 본래 목표이다.

 
<사진=청년참여연대>
 

청년 정책의 유의미한 변화

다행히 지난 3여 년간 청년 정책을 둘러싼 환경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2015년 1월, 서울시에서 청년조례를 세운 다음부터다.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청년들과 지자체가 만나 좋은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여타의 세대에 비해 제도적 대상이 되어본 적 없던 청년들을 15세에서 39세까지로 보편적 연령 기준을 설정하고, ‘청년수당’이라 일컬어지는 청년활동지원금은 그간의 청년 복지 패러다임을 전환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청년조례를 세우는 지방정부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청년조례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 다른 지자체와의 정보를 교류하며 이에 대한 논의를 전국적으로 확장해나가기도 한다.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다. 조례를 만드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시행에 강제성이 없는 터라 지역 시의원의 재량과 역량에만 기대야 하는 문제에 직면한 상태다. 어떤 정책을 만들어보고 예산을 얼마나 투입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지역 청년들의 목소리에도 나몰라라 하는 경우도 있다.
 

시작은 청년기본법으로부터

더 이상 청년기본법 제정을 늦출 수 없다. 보다 체계적이고 균형 잡힌 정책 시행을 위해 지방정부와 함께 중앙정부에서부터의 관리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간 일시적이고 제한적으로 시행되어왔던 청년 정책의 한계를 벗어나 규칙적으로 청년의 현실을 진단하고 중장기적인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생애주기 로드맵 구성이 가능해질 것이다. 연령을 기준으로 한 보편적 정의, 청년의 시민성을 회복할 명확한 근거, 이행기에 마주친 어려움을 극복할 수단을 담은 작지만 확실한 안전망이 필요하다. 이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 불안하다는 이들에게 앞날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첫 번째 방법이다.
 
여태까지 청년은 빈곤 포르노 속에서 다른 세대의 연민을 구걸해왔다. 정책 하나를 얻기 위해 누가 더 불쌍하게 사는지를 두고 저마다의 가난과 결핍을 자랑해야만 했다. 세월이 흐르며 문제가 보다 구조화되고 심화된 탓도 있지만 청년의 어려움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에 이를 수 있었던 것도 끝없는 불행자랑대회의 유일한 성과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청년에게 ‘복지를 시혜한다’는 것처럼 시행되곤 했다.
 
청년은 한국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산업 역군이 아니라 한 사회의 동료 시민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하루하루 각자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옆자리의 동료 시민과 함께 생활할 수 있을 때, 청년이 살아가는 오늘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걷어낼 수 있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월, 2018/01/01- 18:08
120
0

왜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보장되어야 하는가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한 청소년의 목소리

 

이은선 | 울산총학생회장단연합(UHAS) 대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상임공동대표

 

 

올해 나와 친구들은 청소년 인권을 알리는 활동의 일환으로 전국의 고등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각 학교의 학생생활규정(학칙) 내용을 수집했었다. 홈페이지에 생활규정 내용을 게시하지 않는 학교가 상당수 있어 모든 고등학교의 생활규정을 수집하지는 못했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수집한 결과 조사대상 절반 이상의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제한 규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울산지역의 한 일반계 공립고등학교의 생활규정에는 “정치에 관여하여 행동을 한 학생은 퇴학까지 가능”하다는 내용마저 있었다. “학교장의 허락 없이 대외 행사에 참여”한 경우 징계하는 규정이 있는 학교도 다수였다. 더 슬픈 것은 꼭 생활규정에서 노골적으로 학생의 정치적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경우라도,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학교 안에서든 밖에서든 정치적 권리를 제한 당하는 게 현실이라는 점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울산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나는 수많은 인권침해를 경험하고 목격했다. 2017년 6월 울산 우신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체벌 사건과 관련한 내용이 SNS를 통해 “우신고를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확산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지만 교육청도 학교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 울산 교육청에 학생인권 전담부서도 없고, 국가인권위 사무소도 없어서인지 이 사건과 관련하여 책임있는 그 누구도 나서서 도와주는 어른이 없었다. SNS 폭로를 계기로 우신고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당시 울산 교육청에서는 우신고등학교의 학생 인권 침해 사례 조사를 목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는 하였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체벌을 통해 학교가 명문 고등학교라고 느끼는가’와 같은 황당한 질문을 담은 설문조사로 악화된 여론을 수습해보려 하였을뿐, 체벌·폭력에 대처하는 교육청의 수준은 기대 이하였다. 나를 포함한 다수의 학생들이 울산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자는 서명운동을 벌였는데, 그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관련 학생들을 교무실로 불러 위협을 하는 일도 있었다. 또 울산의 모 대학교 청소노동자의 복직을 위해 청소년들이 집회를 했을 때에도 울산 교육청은 ‘청소년을 선동한다’며 집회를 이끈 관련 청소년의 학교생활을 조사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울산의 모 고등학교에서는 ‘박근혜 탄핵 집회’를 주도하였다는 이유로 학생을 징계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민주주의의 시작은 모든 사람의 의견이 존중 받는 것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인 청소년들도 스스로를 이 나라의 주권자라고 생각하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느끼고 있을까?

 

민주주의의 목적은 자유와 평등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이루는 것이다. 인간은 존엄성은 사람이라는 이유 그 자체만으로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힘은 구성원의 다수가 공동체의 운영과 결정에 참여하여 능동적인 시민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발휘된다. 현 대의제 민주주의 체제에서 투표는 민주주의의 힘을 완성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며 또한 시민이 가진 가장 큰 무기이자 도구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청소년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며 청소년의 참정권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민주주의의 관점으로 보면, 시민으로서 ‘미성숙한’ 태도란 다른 시민의 의견과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청소년을 동료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그 태도야말로 ‘미성숙’하다 할 만하다. 청소년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능동적인 시민이 될 수 있도록 사회가 길을 터주어야 한다. 청소년이 세상에 영향을 미칠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자신의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을 존중받는 것에 왜 나이 제한이 필요한가? 국가도 학교도,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막아서는데 정당한 명분은 없다. 우리나라가 진정 민주공화국이라면 청소년의 정치적 목소리를 더 이상 묵살해서는 안 된다. 나는 청소년으로서 나의 목소리가 존중받길 원한다. 나는 국민이지만, 국민이고 싶다. 한쪽 집단에게만 부여되는 권리는 권리가 아닌 권력이다. 

 

청소년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청소년 투표 참여를 위해 선거연령을 하향하는 것과 현행 만 19세 미만에게는 불법인 정당가입 및 선거운동 연령제한을 없애는 것 등 국회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영역이 있을 것이고, 청소년 참여 활성화 정책 및 참여기구 실질화 등 중앙 및 지방정부 차원에서 담당해야 할 과제도 있다. 그러나 개별 학교 및 지역사회, 가정에서 모든 시민이 해야 하는 역할도 있다. 바로 청소년의 의견에 “어린 것이 어디서 말대꾸야”라는 식으로 반응하기를 멈추고, 존중하며 귀 기울여 듣고 소통하고 의사결정을 함께 하는 것이다. 투표할 권리와 일상에서 의견을 존중받을 권리는 멀지 않고, 속성상 다르지도 않다.

 

<사진=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청소년에게는 ‘촛불혁명’이 오지 않았다

지난 겨울, 청소년도 이 나라의 국민이기에 촛불을 들어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켰다. 박근혜가 파면되고 촛불 시민이 승리하였다고 했다. 청소년도 함께 했었기에 승리의 결과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청소년을 민주주의에서 배제해온 적폐들은 청산되지 않았다. 청소년은 국정 농단 대통령을 파면시킨 민주주의의 주역인데, 국가와 학교에서는 여전히 입시 공부하는 기계이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 취급을 당하고 있다. 촛불광장에서 많은 청소년이 청소년 참정권을 외쳤지만 앞당겨진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청소년은 배제되었다.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해 청소년들이 입는 피해도 다양하다. 표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들과 정당들은 투표할 수 없는 청소년의 현실 따위는 중요시하지 않고 외면하기 십상이다. 또한 현행법상 청소년은 당원이 될 수 없기에 청소년의 목소리는 정당의 주관심사와 당론이 될 수 없다. 청소년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과제들은 늘 국회에서도 정부에서도 후순위로 밀려왔다. 가정에선 청소년들이 입시 공부 이외에 다른 것을 할까 봐 정치 참여를 막고, 학교에선 학생들의 의견 표명과 목소리에 ‘말대꾸’, ‘선동’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징계를 내리고 불이익을 준다.

 

청소년은 어른들에게 대신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하기 지쳤고, 그렇게 해서는 해결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촛불 광장에서는 청소년도 같이 민주주의, 민주주의하며 그렇게 외쳤지만 여전히 이 사회는 아직 민주 사회가 아니다. 청소년의 삶에는 아직 촛불 혁명이 오지 않았다. 최근 몇 년 사이 만 18세 선거권 부여가 공론화 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선거할 수 있는 연령을 한 살이라도 낮추는 것은 중요하지만 사실상 청소년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대변되기에는 부족하다. 선거연령을 확 낮추고 교내·외에서의 청소년의 정치 활동이 보장되어야 청소년의 삶에도 비로소 민주주의가 올 것이다. 아직 청소년의 삶에는 촛불 혁명은 오지 않았다.

 

촛불혁명 이후 청소년 참정권의 외침

2017년 9월에 출범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이하 ‘제정연대’)는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비롯하여 어린이청소년인권법·학생인권법 제정 등 청소년이 시민다운 대접을 받는 사회를 위해 필요한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청소년 참정권 영역에서는 청소년의 선거권뿐만 아니라  피선거권, 정치와 선거에 대해 말할 권리(선거운동), 정당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선거법, 정당법 등을 개정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박근혜 퇴진 촛불 1주년이었던 지난 10월, 제정연대에서는 “촛불 1년, 우리에게는 아직 민주주의가 오지 않았다 -인간으로서의 존중과 참정권을 요구하는 청소년 행동”을 진행하였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시대라고 하는데 청소년의 삶은 아직도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음을 알리고 변화를 요구했다. 

 

11월에는 만 16세로 선거연령 하향을 요구하면서 국회 청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청원 기자회견 제목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 만 16세 선거권을 국회로! – 정치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큰 걸음, 만 16세 선거권 청원 기자회견”이었다. 청원인으로 함께한 만 16세 청소년 한 분은 “정치는 우리 모두의 생활이며 엄연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국민으로서, 사람으로서 함께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발언하였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과 함께 정당법 및 선거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현행 만 19세 미만에게 금지되어 있는 선거운동과 정당가입의 권리에서 연령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이었다.

12월에는 청소년의 정당활동 권리 요구를 알리기 위해 “청소년, ‘정당’하다”라는 이름으로 여의도 각 당사 앞을 행진하며 돌면서 청소년들이 입당 원서를 제출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청소년을 선거에서 배제하는 선거법에 대한 헌법소원도 진행했다.

 

청소년도 시민으로서 참정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요구는 최근에서야 시작된 것이 아니다. 내가 이 활동에 함께하기 전부터 청소년의 인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 온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목소리는 늘 등한시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청소년을 배제한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라 불러선 안 된다. 청소년은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일원이며,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진=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보장된다면?

헌법 제2장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말한다.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보장된다면, 청소년의 삶의 질은 지금과는 매우 달라질 것이다. 참정권과 여타의 인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보장된다면 먼저 학교가 변할 것이다. 어른들이 말로만 하는 ‘학교 자치’가 아닌, 진짜 학교 자치가 보장되고 학생이 학교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학생회에 출마하기 위해서 공약을 학교 학생생활지도부에서 검열을 받는 일은 근절될 것이다. 학생회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등 실질적인 권한을 획득할 수 있도록 법의 재정비도 조속히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실질적인 권한이 학생회에게 부여된다면 대학 입시를 위한 직책이 아닌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한 학생회가 구성될 것이고, 학교는 변할 것이다.

 

학내의 표현의 자유 보장도 가능해질 것이다. 현재 다수의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대자보를 붙이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대자보뿐만 아니라 청소년 모임이나 행사의 홍보물조차 불이익이 우려되어 게시판에 붙이지도, 학생들에게 나눠주지도 못한다. 게시판에 게시물을 붙이기 위해서는 학생생활지도부에 검열을 받아야 하며, 그 규칙을 어길 시 징계를 받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실이 변화할 것이다.

 

학교 수업 시간에는 현실의 정치에 대해 교사 및 다른 학생들과 토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은 학생이 수업 중 정치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어려서 아직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기 십상이다. 청소년은 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에 대해 알 필요도 없다고 여겨진다. 청소년의 참정권의 보장된다면 교사와 청소년이 함께 정치와 법에 대해 배우고 토론하는 실질적 정치 수업이 가능해질 것이다.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보장된다면 학교 밖에서의 삶도 달라질 것이다. 청소년과 관련된 정책 비전을 가진 후보와 정당에 투표가 가능해지고, 지역주민으로서 주민발의도 할 수 있게 된다. 환경 문제를 좌우할 신고리 5호기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원회에서 청소년이 배제되고 ‘학생인권조례’에조차 주민발의에 함께할 수 없었던 지난날과는 다른 현실이 펼쳐질 것이다. 

 

청소년의 표를 정부와 정치권이 의식하게 되면 청소년 관련 예산도 확대될 것이다. 단순히 교육 예산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위한 예산, 탈학교 청소년을 위한 예산, 청소년의 문화·여가생활의 위한 예산도 늘어날 것이다.

 

청소년이 직접 국회의원 등으로 출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정당에 가입해 전문적으로 훈련받고 경험을 쌓은 청(소)년들이 출마하고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하는 일이 흔하다. 예를 들어 2014년 스웨덴 교육부 장관에 취임한 구스타프 프리돌핀은 32살의 나이에 교육부 장관이 되었다. 그는 11살에 스웨덴 녹색당 당원으로 가입하고 19살에 국회의원이 되었으며, 32살에 교육부 장관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청소년의 참정권이 보장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삶을 청소년도 함께 변화시키기 위해, 청소년 참정권 보장은 꼭 필요하다. 참정권은 시민권의 핵심 권리이자 상징이다. 참정권이 보장될 때, 청소년은 비로소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홈페이지(http://youthact.kr/) 활동소식을 참고하였다.

월, 2018/01/01- 18:04
172
0

생애초기 교육 불평등

 

김기헌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들어가며  

교육 불평등 문제는 우리사회의 중요한 화두 중에 하나이다. 그동안 주로 입시경쟁이 치열하게 이루어지는 대학 진학에 있어서 사회계층 간 격차가 주된 관심사였다. 그 양상도 초기에는 대학 진학에 있어서 교육 불평등이 쟁점이었지만 최근 들어 어떤 대학에 진학하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따라서 명문대 진학에 있어서 사회계층 간의 격차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현실이 주목받았다. 김희삼(2016)은 서울대 진학률에서 출신 고교 유형 간에 격차가 크고 부모의 소득수준을 보면, 특목고와 특성화고 간에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어 교육기회에 있어서 세대 간에 계층적 지위가 재생산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하지만 교육 불평등의 문제는 대학 입시라는 목표점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출생부터 이루어지는 출발점에서부터 불거지는 문제이다. 초등학교 취학 전에 발생한 교육격차는 이후 학업성취도는 물론 사회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김기헌, 신인철, 2012).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유아교육 및 보육이 2000년 이전까지 보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곳이다. 참여정부 시기에 무상보육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중요한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보육사업 재정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였고, 이제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중 한 곳을 다니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그렇다면 생애 초기의 교육 불평등 문제는 많이 개선되고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아있다. 여기에서는 우리나라의 생애초기 교육 불평등 문제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현재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어떠한지, 이 문제를 풀어나갈 해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왜 생애초기 교육 불평등인가?

우리사회가 보다 통합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사회이동성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OECD(2011)에서는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한 세 가지 요소를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 차별하지 않고 배제하지 않으며 포용하는 것이 필요하며 개인들 간에 신뢰하며 서로를 배려할 줄 알아야 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고 공정하게 기회가 제공되어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이동성은 교육 기회에 있어서 사회계층 간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으로 공정한 출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육 불평등 수준을 낮추는 것은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 불평등 문제 중에서도 왜 생애 초기가 중요한가? 우선 교육 불평등을 가족배경의 영향으로 살펴볼 때 생애 초기에 가정배경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를 설명하는 이론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생애주기 가설은 자녀가 성장하는데 있어서 부모의 영향이 점차 줄어드는 이치로 이를 설명하고 있다. 생애초기가 교육 불평등이 가장 큰 시기라면 이 시기의 사회계층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생애 초기의 영·유아에 대한 교육 투자는 다른 연령집단에 비해 효과가 가장 크다는 점이다. 왜 그런가? 개인의 인적 자본은 평생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이루어지는 누적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곧 초기의 교육투자는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후기의 교육투자는 이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줄어든다. 생애초기 교육투자의 효율성도 높은데 그 이유는 예방적인 투자이기 때문에 그렇고 유아보육에서 초등, 중등, 고등교육으로 넘어갈수록 투자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도 그렇다.

 

 

세 번째로 생애 초기가 중요한 이유는 두뇌가 가장 빠르게 발달하는 시기라는 점이다. 영·유아 시기는 뇌 발달이 가장 왕성하게 이루어져 이 시기에 이루어지는 학습 경험은 인지적, 정서적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세 가지 이유를 넘어, 근본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것은 권리에 대한 것이다. 국제연합(UN)의 아동권리협약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아동의 학습권은 기본적으로 제공받아야 할 권리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국가들에서 생애초기에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애 초기 교육 불평등 실태와 정책적 대응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에 진학하기 이전 유아교육 및 보육 실태를 살펴보면, 무상보육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이전인 2001년 유치원 취원률은 27.2%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4명 중 1명만이 유치원을 다녔다는 점에서 생애 초기의 교육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었던 셈이다. 어린이집 이용률도 28.2%로 낮았고 맞벌이 부부들의 자녀들을 돌보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교육프로그램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유아교육 및 보육 참여에 있어서 사회계층 간의 격차는 여러 연구에서 규명된 바 있다. 김기헌, 신인철(2011)이 한국노동패널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아버지의 교육수준이 높아질수록 유아교육 및 보육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았고 대졸 이상은 이미 1980년-1984년 출생 집단에서 90%가 넘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지만 초졸이나 중졸 이하는 1985년-1989년 출생 집단도 참여율이 80%를 넘지 못하였다(표 1-1 참고).

 

2001년 당시 우리나라의 유아교육 및 보육에 대한 공공지출은 GDP대비 0.11%로 덴마크(1.38%), 스웨덴(1.02%) 등 북유럽 국가는 물론 미국(0.40%), 일본(0.32%)보다 낮고 심지어 멕시코(0.47%)나 칠레(0.25%)와 같은 남미 국가들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유아교육 및 보육과 같은 공교육 참여에 있어서만 사회계층 간 격차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교육 이용에 있어서도 사회계층 간 격차가 존재했다. 김기헌, 신인철(2011)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 전에 사교육 이용비율은 모든 계층에서 증가하고 있으나 초졸이나 중졸 이하의 아버지를 둔 자녀와 대졸 이상의 아버지를 둔 자녀간의 차이는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애 초기 사교육 문제는 영어유치원 등 고가의 고급 사교육 시장이 확장되면서 더 큰 사회적 화두로 부상하였다. 

 

참여 정부에서는 이러한 교육 불평등 해소와 당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한 저출산 문제, 여성의 경제활동참여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생애초기에 대한 교육기회를 확대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무상보육이 부분적으로 실시되었고 2013년부터 3~5세를 대상으로 무상 유아교육 및 보육이 이루어지는 누리과정이 전면 도입되면서 유아교육 및 보육은 보편적인 참여 단계로 바뀌어왔다. 어린이집은 1997년과 비교해 2016년 2.7배나 늘어났다. 유치원 교사 수는 2001년 28,974명에서 2016년 52,484명으로 늘었고 어린이집은 67,143명에서 270,449명으로 증가하였다. 2006년 0-2세 아동의 유아교육 및 보육 참여율은 11.2%에 불과했으나 2014년 35.7%로 늘었다. 

 

OECD 평균과 비교해 보면, 2006년 당시 평균(29.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였지만 2014년 평균(34.4%) 수준을 넘어섰다. 3-5세 참여율도 2014년 현재 92.2%로 OECD 평균(83.8%)은 물론 유럽연합의 회원국들의 평균(85.0%)보다도 높아졌다. 2013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공공지출(0.88%)은 남미는 물론 미국(0.35%)과 일본(0.37%)보다 더 높아졌다.

 

 

그렇지만 최근까지 너무나 빠른 추진으로 인해 부작용도 존재했다. 3-5세 누리과정이 전면 도입되면서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 간의 예산 배분 문제로 2014년부터 누리과정 운영 예산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는 누리과정 예산이 지방재정교부금으로 충당되는데 세수부족으로 내국세의 일정 비율(20.27%)로 할당되어 있는 교부금이 크게 줄면서 4조원 이상의 예산이 부족한 ‘보육대란’이 발생하였다. 다행히 2018년부터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정부가 전액 국고로 지원하기로 해 정부와 시도 교육청 간의 예산 편성에 대한 갈등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월 10만원 씩 아동수당이 2018년부터 도입될 예정이어서 생애 초기 아동의 생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애초기 교육기회에 있어서 공교육은 보편단계로 진입하여 사회계층 간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계층 간 격차도 크게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사교육 조사는 초등학교부터 통계를 제시하고 있어 취학 전 사교육 현황을 알 수 없다. 최근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생애 초기 사교육 비용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이를 통해 사교육 실태를 살펴볼 수 있다. 

 

김은영, 최효미, 최지은, 장미경(2016)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세아 중 사교육을 경험하고 있는 비율은 월평균 가구소득이 265만원 미만일 때 28.7%였지만 370-480만원 미만일 때 42.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월평균 사교육 비용은 부모의 소득수준이 265만원 미만일 때 11만 원이었지만 480만 원 이상일 때 16만 4천원으로 차이를 보여주었다. 부모의 교육수준이 대학원이상일 때 20만 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썼지만 고졸 이하는 9만 9천 원을 월평균 사교육비로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5세아의 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아가며

우리나라는 유아교육 및 보육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국가로 변모해 왔다. 생애 초기 교육 기회에 있어서 한국은 이제 모범적인 국가로 바뀌었지만 다른 국가에서 볼 수 없는 생애 초기 사교육이 확대되고 있는 문제점도 상존하고 있다. 

 

김은영, 최효미, 최지은, 장미경(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 영유아는 학습기간이 상대적으로 너무 길어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학부모를 상대로 사교육에 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 학부모들은 생애초기에 사교육을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고 답변하고 있다. 누리과정을 통해 유아교육 및 보육이 공교육으로 확대되어 왔지만 이러한 변화가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으로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동시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부모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생애초기 아동에 대한 공교육 지원이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생애 초기에 이루어지는 교육 투자는 가장 효과적인 동시에 가장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아동이 기본적으로 제공받아야 할 권리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인 노력이 뒤따를 필요가 있다. 교육 불평등을 줄이고 사회이동성을 높일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보다 많은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저출산으로 한 명 한 명의 미래 세대가 너무나 소중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지 아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생애 초기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김기헌, 신인철(2011). 생애 초기 교육기회와 불평등. 교육사회학연구, 21, 29-55.

김기헌, 신인철(2012). 유아교육 및 보육 경험의 장기 효과. 한국사회학, 46(5), 259-288.

김은영, 최효미, 최지은, 장미경(2016). 영유아 사교육 실태와 개선방안 II. 서울: 육아정책연구소. 

육아정책연구소(2016). 유아교육·보육통계. 

 
월, 2018/01/01- 17:57
11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