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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없이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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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없이 미래도 없다.

익명 (미확인) | 월, 2017/02/13- 16:22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모인 광장의 시민들이 이제는 박근혜의 퇴진과 처벌을 넘어서서 사회경제적 사안에 대해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주요 사안 중의 하나가 재벌에 관한 것이다.

실상 재벌이 문제라는 이야기는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이었던 1970년대부터 귀에 익숙한 주제이다. 그 당시에는 삼성은 이병철, 현대는 정주영, 금성(현재 LG의 전신)은 구자경, 대한항공은 조중훈 등 창업 1세대가 주로 활동하던 시기였다.  

핵심적 주제는 국민경제에 대한 독과점보다는 부정부패의 원천인 정경유착과 군사정권의 하수인으로서 특혜를 받는 재벌에 대한 비판이 주로 다루어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권은 바뀌어도 재벌은 영원

시민혁명을 무산시키고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군림하면서 해외로부터는 굴욕적인 경협차관을 도입하고 국내적으로는 강제저축으로 초기의 원시적 산업자본(seed capital)을 축적하여, 정권에 고분하고 정치자금줄의 역할을 담당할 기업인들에게 몰아주면서 개발독재의 시대가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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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blog.yes24.com/blog/blogMain.aspx?blogid=5for10&artSeqNo=4824782)

때마침 문호를 활짝 개방한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기반으로 임가공을 통한 수출이 무서운 속도로 확장일로에 있었고, 이를 계기로 하여 거대자본을 필요로 하는 기간산업과 중공업에 대한 투자가 일정 시차를 두고 왕성하게 이루지고 있던 시절로 기억된다.

이후 40-50년이 흘러 한국경제 규모는 아시아의 변방의 가난한 나라에서 제조업 규모로 세계 10위권을 형성하면서 OECD의 주요 국가로서 성장하였고, 정권은 박정희에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그리고 박근혜 등 7명의 대통령이 헌법 규정에 따라 이루어진 선거에 의해 바뀌었다.

그러나 재벌기업의 경우에는 창업자 사후 후손들인 2.5 세대들은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의 절차도 없이 세습적으로 대를 이어 한국경제의 주역으로 등장하였다. 고등학교 동창회를 가면 흔히 듣는 ‘국적은 바뀔 수 있어도 학적은 영원하다’이라는 슬로건처럼 ‘정권의 주역은 바뀌어도 재벌의 승계는 영원하다’는 씁쓸한 연상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한다.

국가권력 위의 재벌

세습적인 재벌권력은 과거의 단순한 정경유착과 정책적 특혜집단이라는 지위를 넘어서 이제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임기제한의 정치권력을 능가한다.  

정상적인 시장의 기능을 무력화하고 국민경제 전반을 지배하는 독과점적 위치를 강화하면서 산업경제 분야의 신규 진입을 통제하는 소위 문지방권력 (gate-keeper)과 선사후민(先私後民, 見利私益)의 부패한 관료들을 뒤에서 수족처럼 조정하는 배후통치세력(shadow rule-setter)으로 입지를 완벽하게 구축하였다.

통계상으로 보면 상장된 10대 재벌의 평가액이 주식총액의 절반을 넘어섰고, 합산된 매출액 역시 GDP 총액의 60-70% 수준을 넘나든다. 물론 매출액 자체가 국민경제의 차지하는 비중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해도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10대 재벌들의 영향은 이제 한 나라의 사회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큼 지나치게 팽창하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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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국가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였던 노키아 실패 사례를 깊이 연구한 박상인 서울대 교수가 절박감에서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이라는 저서를 써야 할 만큼 이제 재벌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 교수에 의하면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노키아가 전성기에 핀란드 경제에 미쳤던 영향보다도 더욱 크다고 한다. 참고로 핀란드는 노키아가 몰락한 2013년 이후 2016년 현재까지 3년이 넘도록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때마침 최근 재벌들의 심각한 폐해가 잇따르고 있다. 해운업의 경우 족벌 경영의 문제점을 고발이나 하려는 듯이 해운산업의 특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가문의 며느리들이 기업의 총수로 앉아 있으면서 급변하는 국제 해운업의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과거형 대마불사 방식으로 경영해오다가 급기야 파산의 지경에 이르러 관련 업계와 노동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입혔다.

또 박근혜 개인과 주변에 있는 사인들의 이익을 챙겨주기 위하여 재벌들의 임의단체인 전경련이 수백억에 달하는 자금을 회원사들에게 할당하여 추렴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처럼 족벌가문의 경영권에 대한 유지와 승계를 위하여 황당무계한 박근혜 정권과 결탁하여 협작스런 방법으로 계열기업 간에 불합리한 합병을 승인하도록 대주주격인 국민연금에게 강요함으로써 국민들의 노후재원에 커다란 손실을 끼치고 연기금운용에 심각한 불신을 초래하는 대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더하여 특검이 암시하였듯이 삼성그룹과 박근혜정권 간에 주고받은 수많은 뒷거래는 일반적 상식을 넘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반드시 형사적 처벌이 따라야만 한다.

재벌체제의 공과, 동시에 평가해야

구미의 경험에서 보면, 사회에 영향을 줄 만한 대규모 기업집단과 상장된 기업들은 대체로 3세대로 넘어오면서 가문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계로 전환되었다 한다.

나라마다 산업의 역사와 실제 사정에 편차가 있기에 단순화하고 일반화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제는 한국사회도 대기업 재벌집단이 보여온 가족중심의 족벌경영체제에서 경영성과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는 전문경영인 시대 또는 국민주권적 통제가 가능한 지배시스템으로 이행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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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biz.heraldcorp.com/)

그러나 이 주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재벌들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문제가 거대하고 복잡한 만큼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대응하거나, 과거에만 너무 집착한 분석에 의존하거나, 혹은 단죄라는 재판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지난 산업화 과정에서 이룩한 일정한 성취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현재 국민경제의 장애물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폐해에 더하여 한국을 둘러싸고 새롭게 진행되는 국제정치질서와 경제지리적 조건, 그리고 국내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정치사회적 요구와 더불어 기업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조직 관행과 문화,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전문경영인 집단의 형성여부와 역량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제3차 산업시대가 지나가고 새로운 기술시대가 도래하는 산업적 변천과정 역시 주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수 백년간 산업화 경험을 축적한 선진국 거대기업에 맞서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우뚝 서는데 재벌들의 대규모 조직 역량이 크게 기여한 바를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가전, SK통신과 에너지, 포스코 철강 등 간판 기업군들이 이룬 금자탑은 제 3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만큼 자랑스럽고 훌륭한 성취임에 틀림없다. 절대로 과소평가할 수 없는 한국 현대사의 주요한 업적이다.

재벌체제를 통하여 세계적 기업군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들과 단계적 과정 그리고 대내적인 조건이 서로 결합된 것으로, 그 요인들과 과정, 조건을 면밀하고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하는 작업 또한 역사적 평가 못지않게 중요하다.

반면에 재벌체제는 군사권력과 결탁하여 비정상적 특혜를 통해 국민들이 피땀을 흘린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하였다. 온갖 비리와 불법으로 한국사회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여 만들어 낸 군사동원체제의 결과물이다. 이에 따라 오늘날 이중적 다층적 단절과 극심한 양극화라는 격차를 구조화한 주요 원인이다.

안타깝게도 87년 민주화 운동의 결과로 탄생한 민간정부마저 대외적으로는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타협하고 내부적으로는 재벌들의 기득권을 묵인하고 방조하면서, 사회경제 성과의 대부분을 1.0%도 안되는 극소수의 재벌가문들이 독점하는 오늘의 현실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따라 ‘홍익인간’이라는 위대한 건국설화를 지닌 한국이라는 나라가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천형같은 빈곤과 상습적인 불안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헬조선’으로 변질되었다.

재벌 지배구조 개선

마침 대규모 재벌들이 끼친 국민경제적 비중과 폐해가 한국과 비슷했던 이스라엘이 재벌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낸 경험이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교훈적 사례가 되었다. 필자는 자연스레 이를 깊이 연구한 박상인 교수의 저작과 논문을 참조하여 글을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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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이스라엘 국회에서 통과된 재벌 개혁 법안은 상장기업의 피라미드식 지배 구조를 2단계까지만 허용하는 것이었다. (이미지 출처: KBS)

‘헬조선’ 배경의 주범이 된 재벌체제의 고질적이고 무책임한 가문중심의 족벌경영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이를 받쳐주는 금산겸업 체제부터 무력화시켜야 한다.

재벌들이 소유하고 있는 일체의 금융집단 지분을 현재 시점에서 소유권과 배당권은 인정하되, 의결권과 경영권은 전적으로 무효화하여야 하며, 일정기간의 유예를 거쳐 재벌집단의 금융지분을 모두 매각하도록 유도하고 강제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재벌들의 큰 장점이었던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 결정의 경험을 가급적 살리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되, 반드시 합리적이고 투명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결정권자가 반드시 책임지는 경영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순환과 상호출자 방식으로 소수의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전횡적으로 지배하는 현재의 관행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재벌을 일정기간 안에 지주회사 형식으로 전환하도록 강제하여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재벌 가문은 지주회사의 대주주로 지분만큼 경영에 관여하도록 허용하되,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의 출자규정을 2단계까지는 지분참여의무 비율 50% 이상으로 정하고, 3단계부터는 100% 지분만을 허용하여서, 순환과 상호출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타사 간 거래보다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이를 불이행할 때는 거래이익을 능가하는 처벌적 벌금과 불이익을 강화해야 한다. 또 위반 행위가 반복될 경우에는 강제 매각을 명령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국민 대다수가 소유하는 국민연기금의 현재 자산규모가 400조를 넘어서 향후 20년간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므로, 연기금 자산을 활용해 재벌에 대한 국민주권적 통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재정비해야 한다.

앞으로 국민연기금의 지위와 역할이 막대하고 중요하기에 이사장과 이사 선임의 방식을 현재처럼 해당 장관 또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회가 직접 선임하거나, 또는 필히 청문회를 통해 승인하는 과정으로 바꾸어 나가야만 국민주권적 통제가 가능해 질 것이다.

연기금을 통한 재벌 통제 고려해 볼만 

한편에서는 이를 ‘연기금 사회주의’라고 우려하지만,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 한국적 상황에서는 연기금을 통해 재벌의 지배구조에 개입하고 경영성과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충분한 재무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매우 귀한 축복과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물론 시장경제 하에서 재벌 설립자들이 기여한 창업정신과 경영 헌신 노력 역시 적정하게 인정해야 하나, 이에 대한 지분 인정과 평가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비리와 부정으로 점철한 역사적 배경,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이룬 교육과 문화적 기반, 사회전체가 치룬 희생과 땀의 대가 등을 함께 균형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현재의 창업가문 후손들이 소유한 재벌의 지분과 영향은 지나치게 과다하며, 그동안 상속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편법과 비리 역시 참조해야 한다.

또한 국민의 노후대책인 연기금의 수익성은 결국 그 나라의 경제운용 성과와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연기금이 국민 대다수의 이해를 대변해서 국민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재벌의 경영성과에 개입하여 함께 공유해야 한다.

또는 최소한 문제가 되는 10대 주요 재벌 기업의 경영진 선정과 경영 평가에 대해 연기금이 대주주로서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한국 산업사의 정상화’라는 맥락에서도 매우 정당하고 마땅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오너출신이 아니라 고용된 경영진의 지위에 대해 회의를 표하나, 외환위기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지 한 세대가 지난 오늘, 한국사회도 서구식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경험을 충분히 겪었고 질높은 전문경영 역량이 충분히 확보되었다고 판단한다. 

그래도 혹시 필요하다면 마땅히 외국의 스타 경영인을 영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가문출신 경영진들의 자질과 능력을 문제 삼아야 옳은 일이다.

연기금을 통한 개입 뿐 아니라 시장을 통한 평가, 소액 주주운동을 통한 견제, 사외이사제의 취지에 맞는 운용, 그리고 시민사회의 공론화 등을 통해 전문경영인 제도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견제 그리고 적극적 지원이 가능하리라 본다.

지속가능한 성장 고민해야 할 때

일반적으로 기업전략을  수립할 때, 수익성, 성장, 지속가능 이라는 3대 요소를 균형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이 그간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성장의 개념이 심각한 도전과 비판을 받게 되었다. 금융시스템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신을 당하고, 지구 자원과 에너지의 한계로 인하여 성장 중심의 경제운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온난화 등 기후변화와 환경조건이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따라서 기업의 경영전략에서 성장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전략적 목표는 마땅히 재검토 되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이제는 ‘지속가능’이라는 조건에 일차적 방점을 두고 수익성과 성장도 지속가능조건을 창출하는 전제와 여건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역성장이 오히려 지속가능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까지 인정해야 한다.

기업경영인의 가장 주요한 역할은 미래에 다가올 파산의 위험을 미리 예견하고 대비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제적 대외환경이 격변하고 새로운 기술혁신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독과점의 특혜에 익숙하고 공룡의 몸집을 지닌 거대한 규모의 재벌기업구조로는 이에 적응하기에 명백한 어려움과 한계가 존재한다.

필자가 앞선 칼럼에서 여러 번 강조하였듯이, 상황 대처에 둔한 근육질적인 제조중심의 산업구조와 군대식 명령적 수직 결정구조를 혁파해야 한다. 또 상황에 기민하게 응동할 수 있는 연성적 산업을 육성하고 목표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평적 자율조직으로 기업의 구조와 문화를 재편성해야 하는 것은 재벌의 문제를 떠나 한국경제 미래의 사활적 과제이다.

수평적 분권적 기업조직 문화 정착돼야

경영의 성과와 과정에 대해서 전적인 책임을 지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도입과 더불어 기업 내부의 조직 관행과 문화에도 대변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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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www.ctkorea.net/news/articleView.html?idxno=2115)

개발독재의 쌍생아처럼 과거 군대식 명령하달과 일방적 평가방식이 횡행하는 그간의 관행에서 탈피하여, 현대경영의 구루로 평가되는 피터 드러커의 가르침대로 기업전략에 의해 설정된 목표관리에 기업의 모든 종업원들이 민주적이고 자발적이며 창의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과 스위스의 조직문화를 오랫동안 깊이 연구해온 최동석 경영학박사는 여러 권의 저서를 통하여 기업조직에도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수평적 자율적 조직)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종업원은 단순한 경영 자원이 아니라, 영혼을 지니고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존재이다’라고 선언한다.

기업 활동에 참여하는 종업원들이 명령과 강요에 의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성과 창의성을 통해 자기실현의 의미를 발견할 때 기업 역시 탁월한 성과를 통해 발전과 지속을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가오는 미래시대를 대비하는 매우 적절한 경영조직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단시간 안에 기업의 조직관행과 문화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 깊이 들어가려면 ‘기업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할 것이고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몇 권의 책을 써도 부족할 것이다.

다만 기업조직에 법인격을 부여한 것은 응당한 사회적 역할을 인정하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수익을 내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기본적 역할에 더하여 자신이 속해 있는 국가가 정한 법규와 원칙을 따라야 하고 사회적 규범에 응해야 하며 가능한 범위에서 지역사회에 적정한 공헌과 합당한 기여를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의 관행보다 우선하는 국가와 사회의 법규와 규범을 위반하거나 무시할 경우에는 내부 종업원은 이를 시정하도록 요구해야 할 도덕적 근거를 가지며, 시정되지 않을 때는 외부에 고발하고 알려야 할 의무를 지닌다.

내부고발의 유인체제 만들어야 

한국적 기업 문화에서 내부고발행위(whistle blower)를 마치 배신자로 경멸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매우 좁은 단견이다.

지난 수십 년간 온갖 비리와 불법으로 물들은 재벌들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변에 대한 불이익과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내부적 고발을 실천하는 행위는 사회발전에 크게 헌신하고 기여하는 것으로 적극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당연히 내부 고발인의 지위와 안전을 국가에서 법적으로 철저히 보호하고 경제적으로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링컨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구법(false claims act)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조직 내에 누구라도 부정행위를 인지하였을 경우 국가를 대신하여 부정행위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승소할 경우 해당 금액의 최고 30%까지 보상받는다고 한다. 내부고발에 따른 위험과 불이익을 충분히 감수할 만한 유인책이다.

정경유착의 고리로써 재벌기업 모두가 예외 없이 참여한 건설업이 과거 정경유착의 자금을 만들어 내는 통로이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우선 건설업이 가지는 업종 특유의 현장회계 특성상 검은 돈을 조성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보인다. 더구나 해외 건설의 경우에는 외화가득의 변형된 수출행위로 평가되면서 과다한 정책금융적 혜택과 수주 비리에 대한 면책을 받아왔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건설의 경우에도 주택건설사업을 할 경우 외국에서는 실례를 찾기 어려운 ‘선분양방식’을 허용하여 땅을 짚고 헤엄치며 황금알을 만지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해 지면서 금융기관을 경유한 정경유착과 비리부패의 관례가 뿌리 깊게 형성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정경유착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건설 분야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현명한 대책이 필요하다.

재벌-중소기업 간 협력적 산업구조  

매년 50-60조에 달하는 재벌들의 R&D 연구활동비 지출의 일부를 개별 재벌기업 단위로 추진하는 것과 별도로, 목적과 주제에 따라서 몸집이 가벼운 전문적인 중소기업과 연합하여 분업형, 합자형, 기여배분형 등 다양한 협력체계를 검토해야 한다.

대규모의 국책 전략과제인 경우 정부 연구기관, 대학 그리고 전문업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협동형 CJV(common joint venture)을 고려해야 한다.

이 문제에 전착해 온 전병유 한신대 교수는 최근 발표를 통해 전문적 중소기업은 인적 재정적 자원이 빈약하고 경영적 경험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전문기업의 신속한 혁신능력에 재벌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재무적 인적 자원을 보태 새로운 합자방식의 혁신기업을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이처럼 기존과는 다른 규칙에 의거한 기업 가버넌스와 새로운 거래모델을 창출하여 미래의 기술시대에 대비하자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단순히 재벌기업과 전문 중소기업의 협력을 넘어서 활용가능한 모든 자산을 매개로 참여자 간에 협력적 수평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자산의 공유방식으로 혁신적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참여하는 주체들 간의 협력과 신뢰를 고양하고 조건적 상호성과 이타적 징벌방식을 도입하는 등 산업영역의 새로운 민주제적 실험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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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www.ifs.or.kr/bbs/board.php?bo_table=NewsInsight&wr_id=214&devic…)

위의 제안에 보태여 필자는 그간 재벌체제에만 의존해 왔던 현재의 수직적이며 근육질적인 단일 산업구조(single dependent pillar system)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유연하며 협력적인 산업구조( multi-supportive pillars system)로의 전환이 매우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사회적 영향이 지대한 재벌 기업의 역할과 활동범위는 단순히 기업조직내로 한정할 수 없다. 함께하는 협력업체들 역시 기업의 동동한 참여자로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하며, 시장과 고객과 사회와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자본주의적 시각이 요구된다.

과거 방식으로 협력업체를 쥐어짜서 이중적 차별적 임금구조를 조장해서는 안 되며, 납품업체들이 개발한 혁신적 창의적 기술을 갑의 입장에서 갈취하고 도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혹독한 처벌과 제재가 필요하다.

정부관련 부처들은 협력업체와는 정당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거래관계가 이루어지도록 감독하고, 일정한 수준의 성과공유제 도입도 제도적으로 고려해 볼만 한다.

거래 계약의 자동연장 조항을 강화하고, 계약을 부당하게 파기할 때는 하청권 등을 도입하여 거래협력 업체의 법적 지위를 강화해서 사전에 조정과 협의가 가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해약을 인정해야할 때는 선행투자와 사업정리에 따르는 손실을 적정하게 보상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재벌 기업 단위의 경영참여는 회의적

일반기업과는 달리 재벌노조의 경영참여 부분은 재고가 필요하다. 재벌이라는 기득권 집단과 협력적 공범이 된 재벌노조가 국민경제와 사회에 순기능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자신들의 이해를 희생하고 양보를 할 수 있을지는 판단이 어렵다. 

이미 한국 재벌기업과 공기업의 임금수준은 노동시간과 무관하게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달하여 국제경쟁력의 장애로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재벌기업 내의 높은 임금구조는 결국 사내 일거리가 저임을 찾아 과다하게 외주와 하청으로 이동하게 하고 이중적 다층적 임금의 차별구조를 만들어 낸 주요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

저임에 의존한 외주와 하청의 관행은 결국 장기적으로 한국산업의 경쟁력을 전반적으로 고갈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필자는 산별노조가 아닌 기업별 노조를 중심으로 형성된 현재의 입지조건에서 기업 단위의 노조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는 폐단이 극심한 산업간, 기업간, 직종간 격차와 단절을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노조간부가 사외이사진의 하나로 참여하여 경영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은 매우 추천할 만하다. 재벌 기업의 민주적 책임경영 여부는 개별 조직의 단세포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경제 전반적 필요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부에서는 실행단위의 조직 관행과 문화가 DAO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외적으로는 가난한 서민을 대변하는 진보적인 정당이 주요한 정치세력으로 자리를 잡아 법적인 강제가 이루어 질 때만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재벌개혁,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국의 재벌체제는 군사정권의 개발독재 방식으로 지난 50-60여 년간 한국의 가용가능한 모든 자원을 독점하고 노동과 사회 제 세력을 억압하는 가운데 온갖 정책적 지원과 특혜를 받아 가면서 세계적 기업군으로 성장하였다. 그사이 한국인 개인별 PPP수준이 선진국에 접근한 점에 대해서는 재벌기업들의 역할이 지대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87년 민주화 운동의 성과로 군사정권에서 민주정권으로 이행하면서 군사정권의 재벌기업에 대한 개입과 통제가 사라지고 때마침 불어 닥친 IMF 사태이후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린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맞추어 월가의 금융자본과 결합하면서 그동안의 독과점적인 지위를 더욱 강화하고 산업적 질서를 교란하며 시장을 무력화시키는(gate-keeper) 한편 막강한 재력과 조직기반으로 행정과 정치조직을 뒤에서 조정하는 배후세력으로 군림하게(shadow rule-setter) 이르렀다.

SEOUL, SOUTH KOREA - DECEMBER 06:  (L-R) Sohn Kyung-shik, chairman of CJ Group, Koo Bon-Moo, chairman of LG Group, Kim Seung-Yeon, CEO of Hanhwa Group, Chey Tae-Won, chairman of SK Corporation, Lee Jae-Yong, vice chairman of Samsung, Shin Dong-Bin, chairman of Lotte Group, Cho Yang-Ho, chairman of Hanjin Group and Chung Mong-Koo, chairman of Hyundai Motor Group, take an oath at a parliamentary hearing of the probe in Choi Soon-sil gate at the National Assembly on December 6, 2016 in Seoul, South Korea. South Korea started the parliament hearing with leaders of nine South Korean conglomerates including Samsung, Hyundai, Lotte over the tens of millions of dollars given to foundations controlled by Ms Park's friend Choi Soon-sil, the woman at the center of the scandal.  (Photo by Jeon Heon-Kyun-Pool/Getty Images)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조사 특위에서 재벌 회장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

이러한 결과로 이중적 다층적 격리와 차별적 구조가 심화되어 청년실업이 40%선에 이를 만큼 수평적, 수직적 이동성이 지극히 제한되었으며, 양극화의 폐해가 OECD국가들 중에 가장 극심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는 한국사회를 하나의 국민적 정체(政體) 단위로 유지하고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졌다.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적 흐름으로 저성장 또는 탈성장이 구조화하였고, 기후변화와 함께 지구적 자원과 에너지의 한계가 지속가능한 조건을 위협하고 있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등장이 상징하듯이 국수적 보호무역이 급격히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기존의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새로운 기술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격변하는 국제적 환경변화와 국내의 극심한 양극화 조건으로 인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족벌경영 방식의 재벌체제를 묵인하고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오랫동안 재벌체제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한국경제의 현실적 조건에서 개혁 프로그램을 실행하다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단기적 혼란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는  결국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정치권력이 의지를 갖고 수행해야할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명명백백하게 재벌의 향방은 창업가문의 소유문제를 떠나서 한국사회의 미래를 좌우하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가문 중심의 족벌경영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우선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금산겸업을 해체하여야 하며, 재벌의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중심으로 재편하여 순환과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계열사 간의 부당한 내부거래를 철저히 감시하여 필요에 따라서는 매각처분을 강제하고, 대주주인 연기금을 통하여 반드시 역량을 갖춘 전문경영인 체제로 안착시켜야 한다.

재벌의 금력을 이용하여 정치권과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고, 격변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벌의 개별적 이해를 뛰어넘는 다양한 협업과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재벌에 대한 단일적 의존구조에서 벗어나 연성적이고 다양하며 혁신적이고 전문화된 산업구조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정부, 재벌, 대학들이 함께 협력하여 전문기업들과 혁신 벤처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자산공유적 플랫홈을 구상해야 한다.

사람이 자산이고 지식이 미래 산업인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관행과 문화가 변해야 한다. 명령과 강요 대신 자발적 참여와 창의적 업무수행을 통하여 재벌조직 전체가 개방적 수평적 자율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재벌 단위들과 사업을 함께하는 협력업체와는 성과와 어려움을 공유하는 이해관계자 참여방식을 통하여 차별과 격차의 벽을 극복하고, 전반적인 경제운용의 성과를 정부가 매개하여 전 국민이 공정하게 함께 누릴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재벌체제가 이룩한 산업경제의 성과와 폐해는 현재 한국사회의 토대이자 조건이다. 이를 섣불리 해체하거나 개혁한다고 교각살우의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재벌의 장점은 장점대로 살려가면서 폐단을 척결하고, 지배구조를 혁파하여 폐쇄적 경영에서 국민적 통제가 가능한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 질서를 회복해 가면서 미래를 위한 다양한 경제적 산업적 정책을 준비하고 실행하여 나가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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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개입 의혹 철저히 수사하라

근로감독관 수시 접촉·관리 등 정부 근로감독에 개입하려 한 삼성의 노조 대응 문건 드러나

고용노동부, 2013년 근로감독에 대한 감사에 나서고,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도 재조사해야

 

검찰이 최근 삼성전자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6천여 건의 문건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서비스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을 관리하고, 근로감독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자 계획하였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확인되었다.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에 대한 전모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2013년에 있었던 삼성전자서비스 근로감독 과정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즉각 감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당시 근로감독결과 보고서의 전문 공개는 물론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 및 불견파견에 대한 재조사도 이루어져야 한다. 검찰 역시 삼성전자서비스 근로감독 개입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앞서 2013년 6월, 참여연대·민변 노동위·민주노총 등이 구성한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 공동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이하 삼성공대위)’는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와 형식상 도급계약을 체결하지만, 실질적으로 직접근로계약관계에 있거나 불법파견 관계에 있다는 진정서와 고발장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바 있다. 삼성공대위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이 삼성의 교육을 받고, 삼성의 업무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작업에 필요한 자재·설비가 모두 삼성의 소유이므로 사실상 삼성의 직원이거나 불법파견관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정황에도 불구하고 당시 고용노동부는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근로감독결과를 발표했었다(https://bit.ly/2EIkBB9).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여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에 따라 판단한 결과 종합적으로 보면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었다. 사실상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해 실질적 사용자로서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도록 해주며 위장도급에 면죄부를 준, 노동권 보호라는 고용노동부 본래의 사명을 방기한 결론이었다. 당시 삼성공대위는 삼성전자서비스가 고용노동부에 조사대상 업체를 추천하고 고용노동부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근로감독 개입 의혹을 제기했지만 별도의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 대한 조사 결과가 고용노동부 고위직에 보고되는 과정에서 내용이 바뀌었다는 증언이 최근에 나온 것이다.(https://bit.ly/2JEbk0G). 

 

이처럼 삼성의 불법행위는 꼼꼼하고 치밀하게 이루어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는 2013년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마스터플랜’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계획이 실행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종합점검표’까지 만들어 관리해왔다고 한다. ‘마스터플랜’은 삼성 내 노조 활동 전반에 대한 단계별 대응 지침을 담고 있고, ‘종합점검표’에는 파업에 따른 직장폐쇄 등의 대응을 한 뒤 노조 와해 공작이 완료된 날짜와 담당자 이름까지 모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 와중에 검찰 수사를 통해 삼성전자서비스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을 수시로 접촉하고 관리하며 근로감독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내용까지 드러났다. 문건에는 "노동청 근로감독관과 수시로 접촉해 공감대를 형성하라"며, 조사에 대비해 사전에 근로감독관을 만나 설명하라는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 더 어떤 불법행위가 나올지 가늠하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노동자 권익보호의 사명을 지닌 정부의 근로감독 활동까지 삼성재벌이 좌지우지하려했다는 것은, 유독 삼성에게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법과 원칙, 자신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 온 삼성의 실체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주는 것이다.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고용노동부 스스로 재조사에 나서야 한다. 검찰도 삼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국가는 삼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끝.

 

성명[원문보기/다운로드]

 
금, 2018/04/1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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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협력업체 노동자 직접고용과 사실상 무노조 경영 폐기 합의, 만시지탄이나 환영

삼성의 노조파괴 행위 더 철저하게 밝혀지고 처벌되어야 반헌법적 노동권 탄압 반복되지 않을 것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전자서비스 주식회사는 오늘(2018.4.17)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 직접 고용, 합법적인 노조활동 보장 등에 대해 합의하였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의 수년 간의 노동권 보장 호소가 오늘에서야 받아들여졌다. 많은 노동자의 희생 끝에 타결된 너무나 늦은 결정이나, 이제라도 삼성이 과오를 바로잡고 노동권을 보장을 위해 첫 발걸음을 떼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오늘 삼성이 밝힌 입장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삼성의 노조파괴 행위는 더 철저하게 밝혀져야 하고, 이를 통해 다시는 이러한 행위가 어떤 기업에서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계기가 되어야 한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삼성이 오늘 밝힌 무노조 경영 방침 철회가 이행되는지와 노조파괴 행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철저하게 진행되는지  지속적으로 지켜볼 것임을 밝힌다.  더하여 이번 합의를 계기로 삼성이 글로벌 수준의 노동기준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실천하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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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8/04/1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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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직접고용, 이제 시작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 이슈의 굳건한 기둥이 되어야

 

오기형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정책위원

 

지난 17일, 삼성전자서비스가 간접고용으로 위장했던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을 약속했다. 간접고용이라는 열악한 조건 아래 삼성의 혹독한 탄압에 맞서 모질게 투쟁했던 조합원들의 성과다. 무노조 80년 최초의 노동조합 공개인정 선언인 만큼 그 의미가 깊다. 

 

삼성에서 일궈낸 직접고용의 놀라움에 압도된 탓인지, 아직 우려의 목소리는 높지 않다. 그러나 찬찬히 생각해보면 차분하고 대범하게 준비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제대로 된 정규직화

 

그동안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정년보장'으로 정규직화의 의미를 축소하는 시도를 반대해 왔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과정에 있어서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하고 △내용에 있어서 노동조합할 권리를 증진하는 것 그리고 △특히 건당 수수료에 기반한 착취적 임금구조를 폐지하는 것을 정규직화의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정규직화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참여를 보장받았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조건들은 달성되었는가? 삼성전자서비스와의 직접고용 세부내용 교섭의 과정에서 지회는 충분한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아직 미지수다. 향후 진행될 교섭의 힘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조합원의 단결된 조직력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정규직화는 아직 미완이다. 

 

노동조합할 권리의 강화 역시 '노조 인정, 합법적인 노조활동 보장'이라는 합의 문구가 담보해주는 것이 아니다. 건당 수수료의 폐지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본사 출신과 협력사 출신을 구분하는 이중 임금체계를 들고 나오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현재의 분위기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언제나 자본의 악의는 우리의 상상 너머에 있었다. 복수노조 싸움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미완의 정규직화는 오늘의 조직 확장과 강화에 달려 있다. 기회를 몰아쳐 조직을 강화해 내기 전에는 섣부르게 정규직화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전조직적 역량을 집중해 조직 확장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미래지향적 관계

 

4월 7일 공개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전자서비스의 합의문에는 '갈등관계의 해소,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이 담겨있다. 이 문구를 두고서도 의혹의 시선이 있을 수 있다. 오늘의 합의가 온전히 투쟁으로만 쟁취된 것이 아님은 모두 안다. 이재용 부회장의 형사재판이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지 않았다면, 6천 건의 노조와해문건이 폭로되지 않았다면 삼성의 전격적 행보는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분명하게 선언할 수 있다. 미래지향적 관계란 과거에 대한 양해와 청산에 있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과거에 일어났던 범죄사실에 대한 철저한 규명, 그에 대한 진실한 성찰이 전제되지 않은 채 내일의 신뢰를 구축할 수 없다. 과거에 이미 일어났던 사실을 오늘의 잉크로 다시 쓸 수 없음은 분명하다. 오늘의 직접고용 합의가 삼성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열사에게 부끄럽다. 이재용 부회장의 흑기사가 되어서는 우리를 응원했던 동지들을 볼 낯이 없다. 검찰조사가 축소되어야 했다면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합의에 나서지 않았다.

 

여전히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희망?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전체의 희망이 될 것임을 자부해 왔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했고 조합원이 아닌 전체 수리서비스 노동자의 외주화된 위험 문제를 이슈화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실질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품공급사 하청노동자까지 포함하는 180만 삼성노동자로 확장해야 한다는 다소 도발적인 쟁점 역시 반복해서 사회화했다. 그리고 삼성전자서비스에 '직접고용'될 오늘,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여전히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희망인가?

 

어쩌면 하나의 정규직화 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가능하겠다. 법원의 근로자지위 확인이나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 없이 사회적 투쟁으로 민간에서 직접고용을 쟁취했다는 모델. 그러나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정규직화 사례에 특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직접고용이 사랑하는 동료를 떠나보내고 수십 일 동안 수백 명이 노숙해야 얻어지는 결과여서는 곤란하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망이 된다는 것은, 우리와 똑같이 피를 흘려 투쟁하라 훈수를 두는 것일 수 없다. 삼성이기에 탄압이 모질고 혹독했던 것이 진실인 만큼, 삼성이기에 연대와 도움의 손길이 셀 수 없었던 것도 진실이다. 

 

아직도 간접고용은 사회 도처에 만연해 있고 여전히 세상은 야만이다. 야만의 바닥을 들여다보았던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새롭게 만들어 나갈 변화를 떠받치는 굳건한 기둥이 되어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조직된 조합원들은 간접고용에서 벗어난 후에도 간접고용 철폐 투쟁에 헌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희망이라 자부할 자격이 있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앞머리가 무성한 반면 뒷머리가 없다. 무성한 앞머리는 한편으로 기회를 쉽게 알아채지 못하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 기회를 알아본 자가 쉽게 움켜잡게 해준다. 그러나 한번 지나친 후에는 돌이킬 수 없다. 카이로스의 뒷머리는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금 카이로스를 마주하고 있다. 기회를 포착하는 예리한 인식과 기회를 놓치지 않는 과감한 행동이 필요한 때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목, 2018/04/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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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파괴 재고소고발 및 무노조경영폐기 촉구 기자회견

 

지난 2월 이명박의 다스 소송비 대납혐의로 삼성전자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삼성의 노조와해 전략이 담긴 6천여건의 문건이 발견되었습니다. 지난 80년간 ‘무노조 경영’의 ‘신화’를 만들어왔던 삼성이 얼마나 치밀하고 잔인하게 노조설립을 막아왔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낱낱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검찰과 고용노동부는 이미 삼성이 치밀한 방법으로 노조설립을 막아왔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이를 묵인하고 방치하면서 삼성의 노조파괴를 방조해왔다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20180423_기자회견_삼성 노조파괴 재고소고발 및 무노조경영폐기 촉구 기자회견

 

지금까지 확인된 삼성의 노조파괴공작만 해도 매우 치밀하며, 시신탈취라는 극악무도한 짓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노조원들의 일상을 감시하고 약점을 잡아서 징계를 하는 등 탄압하여왔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염호석 열사의 경우, 6억원을 주겠다고 유족을 회유하여 시신을 탈취하려는 계획까지 준비하였음이 최근 드러났습니다. 삼성테크윈(현재 한화테크윈) 역시 위 문건에 따라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설립 직후에 어용 노조를 설립하여 교섭대표노조가 되도록 하고, 노조활동을 이유로 조합원들을 무더기로 부당징계하였다는 의혹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모든 과정에 삼성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계획과 지시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미 지난 2013년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공개되었을 때, 삼성지회는 이건희 등을 부당노동행위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검찰은 누가 이 문건을 작성했는지 알 수 없고 삼성관계자들의 공모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채증 및 미행을 담당했던 실무자 4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혐의 없다고 보았습니다. 서울고용노동청은 위 문건 작성에 삼성경제연구소가 개입하였고 삼성그룹이 관여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문건 작성자가 누군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모두 혐의 없다는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습니다. 그리고 삼성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을 상시 관리해 왔다는 문건까지 확인되어, 삼성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긴밀하게 협력해왔다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2013년 9월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근로감독결과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발표하였고, 중부지방고용노동청경기지청은 국회와 법원에 경영·영업상의 비밀이 있다는 이유로 수시 기획감독 보고서 전문(69페이지)이 아니라 요약본(39페이지)만을 공개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확인된 수시 기획감독 보고서 전문을 살펴본 결과 요약본에는 없는 내용들이 상당히 많았고 대부분 불법파견의 증거로 해석될 만한 사실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요약본을 만들면서 의도적으로 불법파견에 유리한 사실들을 누락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검찰과 고용노동부 또한 적극적으로 조력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지난 17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노동조합 활동을 인정하기로 공식 합의를 하였습니다. 이 역시 노동자들의 투쟁의 성과이나, 그렇다고 하여 그동안의 노조탄압의 역사가 청산되는 것은 아니고. 노조파괴의 역사는 지금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삼성그룹 전체 차원의 무노조경영이 폐기되어야하고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삼성에 협력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에 삼성지회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참여연대, 민변 노동위는 이건희 등 삼성 관계자 39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재고소(발)합니다. 또한 삼성과 협력관계로 의심되는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촉구서를 제출합니다. 삼성지회 관련 부당노동행위 사건에 대한 재고소고발을 통해 삼성그룹 전체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삼성그룹과 고용노동부의 유착관계를 낱낱이 밝혀 삼성의 노조탄압 범죄의 고리를 차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기자회견 순서

  • 사회: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 삼성노조파괴대응팀장)
  • 여는발언: 강병원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 경과발언: 안진걸 시민위원장(참여연대)
  • 고소고발요지: 신하나 변호사(민변 노동위 삼성노조파괴대응팀)
  • 삼성-고용노동부 유착관계 수사촉구 발언: 조현주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민변 노동위 삼성노조파괴대응팀)
  • 현장발언: 조장희 부지회장(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 규탄발언: 권영국 변호사(민변)
  • 연대발언: 박진(삼성노동인권지킴이)
  • 기자회견문낭독: 이승렬 부위원장(금속노조)

[기자회견문]

 

더 이상의 노조파괴는 없다! 

검찰은 삼성그룹의 노조파괴전략 철저히 수사하라!

삼성은 무노조경영폐기를 공식선언하라!

 

삼성의 노조파괴 전략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노조관리를 위한 ‘마스터플랜’ 문건 6천건을 시작으로, 그동안 삼성이 얼마나 치밀하고 잔인하게 무노조경영의 신화를 만들어왔는지,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삼성의 노조파괴 행태는 이번에 처음 드러난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13년 ‘2012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공개되었을 때, 삼성지회는 이건희 등 삼성 관계자 36명을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문건에는 조합원들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와 관리, 징계와 해고 등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전략이 고스란히 적혀있었다. 그리고 법원은 조합원들의 해고를 다투는 소송에서 위 문건의 작성자가 삼성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검찰은 고소 후 2년 만에 ‘문건을 누가 작성했는지 알 수 없다’며 삼성 관계자들을 무혐의처분했다. 검찰 스스로 압수한 문건에서 매일 새로운 노조파괴전략이 드러나고 있는 지금, 검찰이 무어라 답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의 만행은 끝이 없었다. 하청업체 뒤에 숨어 노조를 관리하고, 노조탄압에 맞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호석 열사의 유족을 6억원으로 회유하여 시신을 탈취하려고 했다. 삼성테크윈은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설립 직후 어용노조를 설립하고 노조활동을 이유로 조합원들을 무더기로 징계했다.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들을 삶의 벼랑 끝으로 몰고, 온갖 공작을 동원했던 노조탄압 뒤에는 삼성의 치밀한 전략이 있었던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노조파괴전략의 협력자를 자처했다. 서울고용노동청은 ‘마스터플랜’ 문건 에 삼성경제연구소가 관여하고 삼성그룹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삼성관계자들 모두 부당노동행위 혐의가 없다고 보았다.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근로감독결과 불법파견의 증거가 다수 발견됐음에도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결과를 발표하고, 그 과정에서 삼성에 불리한 증거는 모두 누락했다. 삼성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을 상시 관리하고 긴밀하게 협력해왔다는 문건이 사실임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고용노동부와 삼성의 긴밀한 협력관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얼마 전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노조활동을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너무도 당연한 노조활동을 보장받기위해, 수많은 노동자들의 눈물과 희생이 있어야만 했다. 5년 전, 검찰과 고용노동부가 제대로 수사하고 삼성의 노조파괴전략을 밝혔다면, 염호석, 최종범 열사는 지금 우리 옆에 함께 서 있었을 것이다. 노조인정합의는 그동안의 노조탄압의 역사를 청산하고 삼성의 무노조경영 신화를 완전히 깨트리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이에 오늘 우리는 검찰에 다시 삼성을 고발한다. 검찰은 몇 명을 처벌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이 그동안 어떻게 노조를 탄압하고 파괴해왔는지 전방위적으로 수사하고 그 결과를 빠짐없이 공개해야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만으로도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은 차고도 넘친다. 또한 그 과정에서 고용노동부와 삼성의 유착관계에 대한 수사 또한 철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오늘 우리의 고발은, 삼성에 대한 고발임과 동시에 그동안 삼성의 협력자를 자처했던 검찰에 대한 경고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삼성이 무노조경영전략의 전면폐기와 노동자들의 노조활동 보장을 공식적으로 선언할 것을 촉구한다. 삼성이 진정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보장할 의지가 있다면 검찰 수사 앞에 보여주기 식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삼성은 국민들 앞에서 노조탄압과 파괴를 자행해온 사실을 인정하고 무노조경영전략의 폐기를 공식 선언하여, 다시는 노조파괴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할 것이다.    

 

 

2018. 4. 23.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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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8/04/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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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전경련의 설립허가를 취소하라!

– 반복된 정경유착을 방관하는 것은 산자부의 직무유기 –

– 전경련, 삼성, 박근혜 정부의 관계 철저히 수사해야 –

지난 22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는 세월호 반대집회를 벌인 보수단체를 전경련에서 집중지원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전경련은 청와대의 요구로 2014년부터 보수단체에 70억원을 지원했다. 자금을 받은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보수·우익단체들은 이른바 폭식집회와 같은 세월호특별법 반대 시위 등의 친정부시위를 주도하였다. 경실련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전경련의 설립허가 취소를 주장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시절 전경련 해체에 동의를 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전경련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정경유착을 일삼고, 설립목적에 어긋난 활동을 하고 있는 전경련 설립허가를 반드시 취소해야한다.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자금 출연을 주도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이었다. 또한 삼성의 요구를 받아 반인륜적 행위를 일삼은 보수단체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각종 불법 정치자금과 정치인 대상 로비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이는 전경련의 설립목적인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 촉진”과 전혀 맞지 않는 활동이다. 민법 제38조(법인의 설립허가의 취소)에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미 수차례 불법행위가 드러났음에도 주무부처인 산자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는 산자부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또한 이번 사건에서 밝혀진 전경련-삼성-박근혜 정부의 연결고리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여야 한다. 방송에서는 전경련의 보수단체 지원의 배후에는 삼성과 청와대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삼성은 직접적인 지원 대신 전경련에 자금을 전달하여 청와대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했다. 이는 삼성을 비롯한 주요재벌들이 전경련을 정경유착의 연결고리로 이용했다는 증거이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여 남아있는 국정농단 관련 재판들에서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전경련에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 전경련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졌고, 전경련은 다시 활동을 재기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정경유착 사건들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거대한 사건으로 터져나왔다. 이제 이러한 사건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 하루 빨리 전경련의 설립허가를 취소하고, 이들의 범죄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수십년간 반복되어온 정경유착의 역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전경련은 반드시 해체되어야 한다.

문의: 경실련 경제정책팀 02-3673-2143

화, 2018/04/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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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힘으로 이끌어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지 어느덧 1년 이상이 훌쩍 흘렀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책임자들에 대한 법원의 선고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법원의 판단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판결비평]의 모토는 '광장에 나온 판결'입니다. 국정농단의 주범들에 대한 재판은 광장에 나온 촛불시민들의 힘으로 가능했습니다. 그런만큼 국정농단에 대한 법원의 판결 역시 광장에 나와 자유로운 토론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이에 국정농단에 대한 주요 판결의 법리를 시민의 관점에서 분석해보는 [판결비평칼럼 국정농단 특집]을 연재합니다. 그 세번째 순서는 지난 4월 6일에 선고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18개 혐의에 대한 1심 판결비평입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교수가 분석하였습니다. 

 

① 국정농단 주범은 엄벌, 재벌엔 관대... 사법부 절반의 심판(김남근)

② 박근혜 겁박 희생자? 이재용은 국정농단 공범(노종화)

③ 국정농단 본질은 정경유착, 평등한 법적용으로 끊어야(임지봉)

 

 

국정농단 본질은 정경유착, 평등한 법적용으로 끊어야

[광장에 나온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 2017고합364-1 재판장 김세윤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4월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제22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판결에서 18개의 혐의사실 중 16개를 인정하면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하였다. 재판부는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헌적 권한 남용과 수뢰 등의 범죄행위들을 인정하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이유로 신임을 준 주권자 국민에 대한 배신과 국정을 혼란에 빠뜨린 권한남용을 꼽은 것이다. 

 

헌법 제1조 제2항의 국민주권주의와 헌법 제67조의 대통령 선거를 통한 대의제에 근거해 주권자인 국민들이 '선거'라는 신임행위를 통해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하고 최순실 등 국민은 알지도 못하는 비선실세들과 공모하여 자신들의 '사익 추구'를 위해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신성한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국민들을 배신했다는 점을 재판부는 분명히 하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치주의 부정

 

재판부는 헌법 제66조 제2항이 대통령에게 '헌법수호의무'를 부과하고 있음에도 사익추구와 권한남용을 통해 헌법과 법률들을 위반함으로써 법치주의를 비롯한 '헌법상의 기본원리'들을 훼손한 점도 강하게 질타하였다. 

 

원래 법치주의란 "행정과 사법이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적합하도록 행해질 것을 요구하고 국회가 제정하는 그 법률의 내용도 기본권 보장의 헌법이념에 합치할 것을 요구하는 헌법원리"이다. 따라서 이것은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준법주의'가 아니며, 오히려 대통령을 비롯한 입법, 행정, 사법 권력이라는 국가권력의 제한원리이다. 즉, 법치주의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을 비롯한 공권력 행사 담당자들에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 재임기간 중 그토록 법치주의를 강조하던 박 전 대통령이 권한남용을 통해 법치주의를 훼손한 심각한 아이러니를 이번 판결은 확인해 주었다.

 

대통령 재임기간 중 그토록 법치주의를 강조하던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이후 형사재판을 받으면서부터는 법치주의를 더 철저히 부정하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8개의 혐의 사실 전부에 대해 이를 부인하고 법원에 의해 구속기간 연장 결정이 난 지난 10월 이후부터는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며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재판을 거부했다. 

 

국민에 대한 진정 어린 사과는 고사하고 그 어떤 반성도 찾아볼 수 없다. 반성의 기미가 없는 이러한 태도가 이번 판결의 양형에도 고려되었다. 상급심에서도 이러한 재판 거부가 이어진다면 강제구인을 통해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이 중요한 사건 재판과정을 통해 법치주의가 부정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

 

최순실과 공모해 기업을 대상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에 이 사건 각 재단에 대한 출연을 요구하고 최서원(최순실)이 설립·운영을 주도하거나 최서원(최순실)과 친분 관계가 있는 회사 등에 대한 광고 발주나 금전 지원, 납품 계약, 에이전트 계약 체결 등을 요구하고, 최서원(최순실)의 지인들에 대한 채용 및 승진까지 요구하여 기업들로 하여금 이를 이행하도록 강요하였고, 사기업의 경영진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강요하기도 하는 등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여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였다고 판시하였다.

 

우리 헌법은 제23조 제1항 제1문에서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라고 하여 기업을 포함한 국민 개개인의 재산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경제질서에 관한 첫 조항인 제119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면서 제2항에서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가의 경제에 관한 부분적 규제와 조정을 인정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우리 헌법상의 경제질서로 천명하고 있다. 즉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를 근간으로 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가의 경제에의 부분적인 개입만을 인정한다. 기업경영의 자유도 시장경제질서가 우리 경제질서의 근간임을 밝히고 있는 헌법 제119조 제1항으로부터 도출된다.

 

판결문이 열거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범죄행위들은 따라서 우리 헌법상의 경제질서의 근간인 시장경제질서와 이에 기반한 자유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보수 정치인들이 앞세우는 자유민주주의에 위배되는 행위들을 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 정치권과 경제계 사이에서 오래 동안 행해진 '정경유착'을 계속해 시도한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제3자 뇌물죄 적용 부분, 과연 평등한가?

 

우리 헌법 제11조 제1항 제1문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 "법 앞에" 평등의 의미는 통설과 헌법재판소 판례에 의할 때 법의 제정과 집행이 평등해야 한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법의 '적용'도 평등해야 함을 의미한다. 평등의 의미와 관련해서 과거에는 어떠한 차별도 금지하는 '절대적 평등설'이 잠깐 주장된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상대적 평등설이 통설이자 헌법재판소 판례의 입장이다. 

 

즉 '평등한 것은 평등하게, 불평등한 것은 불평등하게'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는 '상대적 평등'이 '평등'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차별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내지는 '자의적인 차별'만 평등원칙에 위배되게 된다.

 

형법 제130조는 '제3자 뇌물제공'이라는 제하에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하여 제3자 뇌물죄를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129조 제1항에 규정된 수뢰죄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와 비교했을 때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직무에 관하여" 이외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이 입증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재판부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K스포츠재단 70억원 지원과 최태원 SK회장에 대한 디택스포츠 등 89억 원 지원 요구는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면서 제3자 뇌물수수를 인정한 반면에, 삼성에게는 미르 및  K재단 204억원 출연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에 대한 16억여원 지원에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등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하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제3자 뇌물죄 성립을 위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느냐의 판단 부분에서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어 '제3자 뇌물'이 성립한 롯데 및 SK와 달리 삼성에게는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지 않아 미르 재단, K재단 및 영재센터에 대한 삼성의 출연금 등은 제3자에 대한 '뇌물' 로 보지 않은 것이다. 더 나아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이 승계작업을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제3자 뇌물죄 성립의 중요한 요건인 '부정한 청탁'의 판단 부분에서 삼성을 롯데나 SK와 다르게 취급한 것이다.

 

물론 '부정한 청탁' 여부와 관련해 삼성이나 롯데 및 SK의 사실관계는 다 다르다. 그러나 롯데는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이라는 현안에 대해 명시적인 부정한 청탁의 근거는 없지만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은 있었다며 이를 비교적 쉽게 인정했다. 반면에 삼성은 경영권 승계나 부정한 청탁과 관련될 수 있는 10개가 넘는 현안에 대해 특별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즉, 기준 적용의 엄격성에 차이가 존재하고 그 차이(차별)에 합리적 이유를 발견할 수 없다.

 

특히 그즈음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했음은 SBS 등 언론들의 심층탐사보도로 속속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그 시점에 삼성이 '경영권 승계' 협조라는 대가를 바라고 돈을 건넨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삼성 경영진을 겁박해 이재용 부회장이 그 겁박을 못 이겨 마지못해 204억과 16억의 금액을 미르·K재단과 영재센터에 지원했다는 것은 국민적 상식에 배치된다. 

 

재판부는 이 대목에서 국민적 상식보다는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엄격한 증명을 요하는 형사재판의 성격을 고려해야 했고 이러한 관점에서 검찰측이 '부정한 청탁'에 대한 입증을 다하지 못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 롯데나 SK에서는 똑같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도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입증되는데, 삼성의 경우에만 유독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인가. 판결문에는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증이 부족해 보인다. 

 

이 사건의 본질은 '정경유착'이다 

 
최순실씨 1심 선고 때와 같이 재판부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 자체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그에 근거해 묵시적 청탁으로서의 '부정한 청탁'도 없었다고 한 것은 '정경유착'이라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축소한 판결로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판결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분은 문형표 전 장관 등의 판결과도 상호 모순된다. 서울고법 형사 10부(재판장 이재영)는 작년 11월에 문형표 전 장관 등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부당하게 압력을 가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도록 함으로써 "이 부회장에게 이익을 취하게 했다"고 지적하면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그리고 문 전 장관 사건 1·2심 재판부 모두 "삼성 합병은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이라고 일관되게 판시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에 도움이 됐고, 국민연금공단이 삼성 합병에 찬성한 배경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하였다. 

이 합병 건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문형표 전 장관 등이 일심과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었는데, 승계작업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두 판결에서 동일한 판단 대상이 된 부분에 대해 모순되는 판결이 나온 것으로 판결의 형평에 맞지 않는다. 즉 헌법적으로는 이재용 부회장은 문형표 전 장관과 비교했을 때 법원으로부터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우대를 받은 것이다.  

평등한 법 적용만이 '정경유착'의 폐습을 끊을 수 있다 

형량과 관련해 재판부는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72억 원 중 피고인이 직접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확인되지 않고, 롯데그룹으로부터 받은 70억 원은 반환된 점,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선고형을 결정"하였다고 하면서 유리한 정상 참작사유를 설시하면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선고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따른 막대한 국정 혼란과 국민들에게 준 마음의 상처에 비하면 결코 무겁다고만 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농단 사건의 피고인들에 대해 이어지는 항소심이나 대법원 판결은 국민적 상식에 부합하고 법치주의에 부응하는 엄정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들에 대한 엄정한 사법적 처벌이 정경유착의 폐습을 끊고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권한남용의 기준을 제시하는 기회로 선용되고 우리 정치의 발전과 우리나라의 도약을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화, 2018/04/2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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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에 관한 알권리 보장과 ‘삼성직업병문제 해결 약속’ 이행 촉구 기자회견

및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 일시/장소 : 2018년 5월 2일(수) 오후1시, 청와대 분수대 앞

항의서한 전달 일시/장소 : 당일 오후2시,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

 

20180502_사진_삼성직업병 관련 기자회견 (8)

 

28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국민의 안전권 및 알권리 보장을 염원하는 시민사회단체 연대'는 최근 법원과 노동부의 ‘삼성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 공개’결정에 대해 삼성 측이 국민권익위, 산업통상자원부, 법원 등에 다양하고 적극적인 공개 저지 활동을 펼치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합니다.

 

그동안 삼성은 피해자들의 산재 입증에 필요한 작업장의 유해화학물질 정보를 ‘영업 기밀’이라는 명분으로 공개하지 않았고, 법원의 ‘영업 기밀이 아니다’라는 판결 이후에도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의 공개를 가로막아 왔습니다. 이는 삼성직업병 피해자들의 권리는 물론이고 국민의 안전권과 알권리를 심각히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이에 '국민의 안전권 및 알권리 보장을 염원하는 시민사회단체 연대'는 5월 2일 오후 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안전할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성명서 발표와 함께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 공개를 막으려는 삼성전자와 산자부를 규탄했습니다. 이어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해 ‘삼성직업병문제 해결 약속’을 지킬 것과 ‘안전에 관한 알 권리’가 보장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참여단체 대표단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하고,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되었다’고 결정하여 삼성 측에 힘을 보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했습니다.

 

기자회견 개요

  • 제목 : 안전에 대한 알권리 보장과 ‘삼성직업병문제 해결 약속’ 이행 촉구 기자회견 및 항의서한 전달
  • 일시 : 2018년 5월 2일(수) 오후 1시
  • 장소 : 청와대 분수대 앞,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
  • 주최 : 국민의 안전권 및 알권리 보장을 염원하는 시민사회단체
  • 발언자 : 황상기(반올림 공동대표) / 김귀옥(민교협 상임의장) / 이상진(민주노총 부위원장) / 심재섭(민변 노동위원회)
  • 산자부 장관에 항의 서한 낭독 :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 성명서 낭독 :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팀장)
  • 청와대 서한 전달 : 황상기(반올림 공동대표), 김귀옥(민교협 상임의장), 이상진(민주노총 부위원장), 송경용 신부
  • 산자부 장관 서한 전달 : 황상기 대표, 박정은(참여연대 사무처장), 박래군 대표(416연대 공동대표)

 

[성명서] 국민의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라

 

1. 삼성반도체, LCD 공장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 공개를 막으려는 삼성전자와 산자부를 규탄한다. 

2. 대통령과 민주당은 ‘삼성전자직업병문제 해결 약속’을 지켜야 한다.

3. 안전에 관한 알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이하 산자부)는 삼성전자의 신청에 의해 지난 4월 17일 삼성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되었다’고 결정했다. 해당 결정의 적법성이나 타당성 논란에도 삼성전자는 이 결과를 보고서 공개를 막기 위한 근거자료로 법원과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대전고등법원 판결대로 삼성전자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한 고용노동부의 결정과는 정반대의 결정을 산자부가 내린 것이다. 

 

2018년 2월 대전고등법원은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백혈병 사망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 대해, ‘삼성전자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는 영업 기밀이 아니고, 산재노동자와 인근 지역 주민의 생명, 신체의 건강 등을 위해 필요한 정보이므로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삼성의 주장과는 달리 고등법원은 해당 보고서상 측정위치도는 개략적이고 간략한 공장도면 모식도에 측정대상자의 위치나 시료채취 지점을 표시한 것에 불과하므로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또한 단순히 라인명과 공정명이 기재됐을 뿐, 공정 간 배열이나 각 공정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사용량이나 구성성분은 적혀 있지 않아 영업기밀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 이후에도 삼성은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의 공개를 막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 화성사업장,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 등에서 일하다 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등 피해를 입은 피해노동자 및 유족들이 산업재해 입증을 위해 해당 정보를 고용노동부에 정보공개 청구하였지만 또다시 삼성전자는 이를 모두 가로막고 나섰다. 삼성의 신청에 의해 3월 27일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위원장(김대희 상임위원직무대행)이 직권으로 집행정지를 시킨데 이어, 4월 19일 수원지법 등도 삼성전자가 신청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앞으로 또 행정소송 최종 판결이 있기 까지 피해노동자와 유족들은 보고서를 통한 산재입증의 길이 막힌 것이다. 더불어 지역주민들과 국민들의 알권리도 막혔다.  

 

잇따른 삼성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 방해 활동에 대한 정부 기관과 법원의 후속 조처는 과연 이들이 국민을 위한 기관인지 삼성공화국의 기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는 사업주가 작업장 내 유해물질에 대해 노동자의 노출 정도를 자체 측정한 결과이다. 일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는지 알 수 있는 미약하지만 거의 유일한 근거이다. 

직업병의 입증 책임을 사업주가 아닌 병든 노동자에게 돌리면서, 노동자에게 이런 정보마저 차단하는 것은 산재를 입증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에서는 작업환경 측정 결과와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접근권 등 국민의 안전에 관한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산재 후진국, 노동자가 안전하지 못한 나라로 남을 것인가.

 

삼성직업병 피해자들에게는 아직도 정권 교체가 되지 않았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라.

 

2018년 5월 2일

 

국민의 안전권 및 알권리 보장을 염원하는 시민사회단체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광주인권지기 활짝, 구속노동자후원회, 기업인권네트워크(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민주연대, 좋은기업센터, 환경운동연합 등),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사)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건설을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생명안전시민넷, 일과건강, 원불교인권위원회, 장애여성공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함께하는시민행동, 환경보건시민센터

 

청와대 서한 [원문보기/다운로드] 

산자부 장관 항의서한 [원문보기/다운로드]

수, 2018/05/0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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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2월 16일 금융감독원에 특별감리를 요청하는 등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핵심적인 논점을 다시 한 번 명확히 정리하고 이에 대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의 해명과 주장을 반박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관련성 및 금융위원회 결정의 공정성 담보 방안 등을 짚어보는 기자간담회를 다음과 같이 진행했습니다.

 

* 유뷰브에서 영상보기 : https://youtu.be/HKP4vrJ_NnE

* 참여연대 유튜브 채널 : https://goo.gl/L52MGb

월, 2018/05/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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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QnA

▲ 사진을 클릭하면 유뷰트에서 영상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는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초일류 기업집단이 총수의 승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해치고,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끼친 중대한 시장교란 행위에 해당하는데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한 쟁점을 다시 한 번 정리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Q&A」(링크 : http://www.peoplepower21.org/Economy/1566107 )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스피 상장 동기를 이해하려면, 그 배경에 삼성물산-제일모직합병과의 관련성 여부, 즉 삼성그룹 승계작업의 일환으로서 계획된 분식회계의 고의성 여부에 주목해야 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단순히 회계기준의 해석과 회계처리의 적절성에 관한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2편도 준비했습니다. 2편은 삼성 지배구조의 이해에 대한 내용입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 유뷰브에서 영상보기 : https://youtu.be/2sLFX6AQ71k

* 참여연대 유튜브 채널 : https://goo.gl/L52MGb

월, 2018/06/0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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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노동위원회·참여연대 삼성그룹 무노조경영 방침 폐기 계획 공식 질의 기자회견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삼성전자지회 등 계열사 노조파괴 행위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는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침해하고 노동조합법을 위반한 명백한 범죄행위입니다.

 

2018.4.17. 삼성전자서비스(주)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직접고용을 합의하면서 노조활동을 보장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삼성그룹은 무노조경영 방침을 공식 철회하지 않았고, 삼성에버랜드 노조, 삼성웰스토리 노조, 삼성에스원 노조 등의 노동조합은 삼성그룹 내부에서 자유로운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민변 노동위원회와 참여연대는 삼성그룹에 대하여 무노조경영 방침의 공식 폐기를 요구하며 그 계획에 대해 공식질의하고 질의서를 전달하였습니다. 

 

기자회견 개요

 

  • 일시 : 2018년 6월 8일 (금) 11:30
  • 장소 : 서초동 삼성그룹 본관(서울 강남역 8번출구 인근) 
  • 사회 : 이용우(민변 노동위원회)
  • 발언 : 이조은(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이만신(삼성에스디아이 해고노동자)
  • 기자회견문 낭독 : 이지영(민변 노동위원회), 송은희(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보도자료 원문보기 / 다운로드

 

20180608_기자회견_ 삼성그룹 무노조경영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공개질의1

 

삼성그룹 무노조경영방침 공식 폐기 선언 등 계획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공개 질의서

 

발 신 참여연대, 민변 노동위원회(담당자: 민변 노동위원회 이용우 변호사)

수 신 삼성전자(주) 부회장 이재용

참 조 1. 삼성전자(주) 공동대표이사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2. 삼성그룹 언론홍보 담당자

제 목 삼성그룹 무노조경영방침 공식 폐기 선언 등 계획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공개 질의

 

1. 귀 그룹 및 소속 계열사들의 정도경영을 기원합니다. 

 

2. 귀 회사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주)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노동조합 결성을 방해하고, 노조파괴 공작을 일삼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하여 귀 회사가 깊숙하게 관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한편 검찰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파괴 행위에 대하여 수사를 벌이고 있던 중, 삼성전자서비스(주)는 2018. 4. 17.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합의하면서, “회사는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하였고, “회사는 노조를 인정하고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한다”는 합의문안이 반영되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언론은 “삼성, 80년 무노조경영 폐기”라고 동 합의를 해석하여 보도한 바 있습니다. 

 

4. 그러나 이는 귀 회사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주)의 합의문일 뿐, 삼성전자(주), 나아가 삼성그룹 전반의 무노조경영 폐기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바, 귀 그룹 차원의 무노조경영방침에 대한 공식적인 폐기 선언, 과거 노조파괴행태에 대한 사과와 피해회복 및 재발방지 약속, 무노조경영방침을 뒷받침한 관련 인적·물적 조직의 청산과 규정 및 제도의 정비, 전사적인 노조활동 인정과 건전한 노사관계 확립의 공표 등에 대하여 <별지>와 같이 질의합니다. 

 

5. 조속한 시일 이내에 회신하여 주기를 바랍니다. 

 

<별지>

- 질 의 사 항 -

 

1) 귀 회사의 2003년 7월 신입사원 교육자료 중 ‘비노조경영’이란 제목의 교육자료와 관련하여,

 

가) ‘신노사관계’를 노사협력관계로 설명하면서, GE, IBM, MOTORORA 등의 기업의 예를 들고, 한국노사관계가 후진적이라고 설명한 후, “노조는 전체 근로자 가운데 일부 근로자의 이익만을 대변한다”, “노조는 고용안정을 보장하지 않는다”, “노조는 근로자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현재에도 이와 같은 신입사원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나) 또한 위 교육자료에 따르면, “회사(삼성전자)는 비노조경영을 경영방침으로 선택할 수 있다”, “회사의 경영방침에 명시적·묵시적으로 동의하여 입사한 근로자는 이를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진다”, 또한 “노사 모두의 생존권 보호차원에서 비노조가 필요하다”, “노사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노조 무용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비노조경영은 시스템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미래형 노사관계이다”, “노조는 기업경영을 포지티브섬 게임에서 네거티브섬 게임으로 변환시킨다”, “비노조경영은 글로벌 트렌드이며 선진국에서는 하나의 경쟁력 있는 시스템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는 등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재에도 이와 같은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다) 위와 같은 교육은 신입사원들에게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면서, 부당하게 노동조합 결성을 방해하는 행위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되는바, 이에 대한 귀사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2) 2013. 10.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통해 알려진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이란 문건과 관련하여,

 

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조사결과, 위 문건은 삼성인력개발원의 조ㅇㅇ 전무가 2011년 11월 말 삼성경제연구소 이ㅇㅇ 상무에게 2012. 1. 예정된 삼성그룹 CEO 세미나에 필요한 ‘바람직한 조직문화 구축’에 대한 참고자료를 만들라고 지시하여 만들어진 문건임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귀 그룹은 여전히 “삼성이 만든 문건이 아니다”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 문건의 작성 경위에 대한 귀 그룹의 현재 입장은 무엇입니까?

 

나) 위 문건 중에는 아래 그림과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노조가 있는 회사에 노조 설립시(생명 등 8개사) 기존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근거로 신규노조와 단체교섭 거부하고, 기존노조를 통해 신규 노조 해산을 추진한다”“노조가 없는 회사에 노조 설립시(삼성전자 등 19개사) 전부분 역량을 최대한 집중하여 조기와해에 주력하고, 불가시 친사노조 설립 판단 후 교섭을 진행하며 고사화 추진”이라는 내용의 위 대목은, 그 자체로 노조설립의 자유와 단체교섭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인데, 이러한 내용이 작성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3) 2018. 2. 이명박 다스 소송비 대납건으로 삼성전자 본사 서초동 사옥을 수색하면서 발견된, 노조와해 정황이 담긴 외장하드와 6,000여 건의 문건 중 이른바 ‘마스터 플랜’ 문건과 관련하여, 

 

가) 언론에 알려진 바로는, 위 문건에는 노조활동 전반에 대한 단계별 대응지침과 100여 가지 행동요령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노조 진행상황 점검표’상 ‘노조설립 움직임과 가입, 세 확산, 파업’ 등 세 단계에 대응하는 100여가지 행동요령이 기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있습니까? 구체적으로 누가 작성하고, 누구에게 배포하였습니까?

 

나) 특히 삼성전자서비스 ‘그린(Green)화 문건’도 발견되었는데, 이 문건에는 ‘특정 시점까지 직원들을 모두 그린화, 즉 노조에서 탈퇴하도록 하는 방법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고, 학연과 지연은 물로 개인 치부가 드러나는 사생활까지 적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부당하게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되는바, 이에 대한 귀사의 의견은 무엇입니까?다) 또한 검찰이 확보한 문건에는 2013년 노조설립 때부터 2017년 말까지 삼성전자서비스(주)가 임원급이 실장인 종합상황실을 두고 단계별로 치밀하게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이행한 정황이 담겨져 있다고 하는데, 귀 그룹은 삼성전자서비스(주)가 이러한 행위를 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4) 2018. 4. 17. 삼성전자서비스(주)와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사이에 체결된 “회사는 노조를 인정하고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한다”는 합의와 관련하여

 

가) 위 합의는, 삼성전자서비스(주)에 국한된 합의입니까, 아니면 삼성전자서비스(주)를 넘어 삼성그룹 전반에 걸쳐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한다”는 취지입니까?

 

나) 만약 “삼성그룹 전반에 걸쳐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한다”는 취지라면, 현재 삼성그룹 계열사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에버랜드지회, 금속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 서비스연맹 에스원노동조합 등의 노조활동도 보장하는 취지입니까?

 

5) 귀 그룹의 ‘비노조경영’ 방침 및 역사와 관련하여,

 

가) 귀 그룹의 비노조경영 방침은 1977년 제일제당 미풍공장 사건 이후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노조는 안 된다”는 창립자 고 이병철 회장의 유지(遺志)로서, 귀 회사의 주장에 따르면, “노조가 없는 것이 회사 경쟁력에 더 유익하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1988년 “노조 결성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는 직원을 구분 관리하고 동태를 철저히 파악하여 노조 결성을 봉쇄하라”는 내용의 <88년 노사관리 지침 제4호(위기상황의 인식과 완벽한 대응)> 등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귀 그룹의 비노조경영은 결국 “노조가 설립되어서는 안된다”, 또는 “노조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지침으로 해석․실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귀 그룹의 비노조경영 방침은 결국 노동3권을 부정하는 것이다”는 주장에 대한 귀 그룹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나) 귀 그룹의 비노조경영 방침은 헌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고, 현재 검찰 수사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이러한 과오를 일부 인정하여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의 최근 합의문에 노조인정을 포함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기회에 귀 그룹 차원의 무노조경영방침에 대한 공식적인 폐기 선언, 과거 노조파괴행태에 대한 사과와 피해회복 및 재발방지 약속, 무노조경영방침을 뒷받침한 관련 인적·물적 조직의 청산과 규정 및 제도의 정비, 전사적인 노조활동 인정과 건전한 노사관계 확립의 공표 등을 할 계획이 있습니까? 

 

 

 

기자회견문

 

삼성그룹 무노조경영방침 공식 폐기 선언 등 계획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공개 질의서

삼성은 무노조경영, 노조파괴경영방침을 즉각 폐기하라

 

창립된 지 80년이 된 삼성은 부동의 국내 1위 기업집단이자. 전세계적으로 막강한 기업으로 성정하였다. 삼성의 눈부신 발전은 진심으로 헌신적이고 열정적으로 일한 노동자들의 피와 땀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삼성은 삼성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을 철저하게 탄압해왔다. 

 

1977년 제일제당 미풍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초임은 고작 2만176원. 당시 여성노동자들의 1인 최저생계비가 4만 5000원 정도였고 라이벌이었던 미원공장 노동자의 월급도 4만 원 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제일제당의 임금은 실로 턱없이 작았다. 13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전국화학노동조합 제일제당 김포공장지부를 결성했지만, 제일제당은 노동자의 친인척을 겁박하고, 노조를 탈퇴한 노동자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노조탈퇴 만세”를 외치게 하는 등 악랄한 방식으로 노조를 와해시켰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이 전개되자, 삼성은 ‘345지침’, ‘88 삼성 노사관리지침 제4호’, 89년 국정감사에서 폭로된 ‘89 비상노사관리지침’을 만들어 노조파괴를 자행했다. 노조에 우호적인 직원을 ‘문제 사원’이라 칭한 후,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노조설립 움직임이라도 보이면 이들 집 앞에서 지키고, 미행과 감시를 일삼았다. 또한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철저히 활용하여, 노조설립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그 결과 87년 삼성중공업 창원2공장, 88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2000년 에스원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신고가 반려됐다.

 

2003년 작성되어 삼성전자 신입직원 교육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진 ‘비노조경영’ 문건에 따르면, 삼성은 노조무용론을 내세우며, “회사는 비노조경영을 경영방침으로 선택할 수 있다”, “회사의 경영방침에 명시적·묵시적으로 동의하여 입사한 근로자는 이를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진다”, 또한 “노사 모두의 생존권 보호차원에서 비노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노조경영’은 그 표현이 무엇이든 간에, 현법상 노동3권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복수노조 금지가 사라지자, 삼성은 2011년 삼성에버랜드에서 노조를 만들려는 조장희 위원장을 부당하게 징계해고하였다. 그러나 1심, 2심, 3심 법원은 삼성의 징계사유가 터무니없다고 판단하였다. 노조를 설립하려는 직원에 대해 삼성은 회사의 징계권을 남용하였던 것이다. 

 

2012년 작성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보면, “노조가 있는 회사에 노조 설립시(생명 등 8개사) 기존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근거로 신규노조와 단체교섭 거부하고, 기존노조를 통해 신규 노조 해산을 추진한다”, “노조가 없는 회사에 노조 설립시(삼성전자 등 19개사) 전부분 역량을 최대한 집중하여 조기와해에 주력하고, 불가시 친사노조 설립 판단 후 교섭을 진행하며 고사화 추진”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노조와해’, ‘사측에 친한 노조를 통한 고사화’ 등 노동조합 자체를 절멸시키려고 한 것이다. 

 

그 사이 삼성은 불법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건희 사면과 이재용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 뇌물을 바쳤다. 삼성은 정치권력에 유착하는 것이 중요했지, 삼성을 위해 일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반도체 신화를 만든 삼성에게 있어, 반도체를 만들다 생명과 건강을 잃은 노동자들은 한갓 부속품에 지나지 않았고, 배가 고파 노조를 만들려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하루 빨리 처리해야 할 골치덩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삼성 노조파괴 행위의 진실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더 이상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는 것은 불가능하다. 삼성의 발전은 삼성을 위해 피와 땀을 바친 임직원의 헌신과 열정에 있지, 삼성 이씨 일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삼성은 비노조경영, 아니 노조파괴경영 방침을 즉각 폐기하라.

 

2018.  6.  8.

민변 노동위원회·참여연대

 
금, 2018/06/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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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고의성은 이미 드러나

2015년에 지배력 판단을 변경할 어떠한 “결정적 사건”도 없어

삼성물산 위해 작성한 안진 보고서 무단 사용해 사후 합리화 시도한 것

증선위, 2012년의 회계처리 방향을 깊이 살펴보는 척 하면서
2015년의 불법적 장부조작을 은폐·묵인하려 해서는 안 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2018.6.13.자 보도참고자료 「삼성바이오로직스 건 관련 증권선물위원회 논의 경과」를 통해 이례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판단과 관련하여 2015년도 이전 기간 회계처리의 적정성 여부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감독원이 지적한 2015년 회계변경 문제 뿐 아니라, 이전 기간 회계처리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판단해야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에 대한 조치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시점인 2012년에 삼바가 삼성바이오에피스 투자 부분을 어떻게 회계처리를 하는 것이 적절했던 것인가는 그것 자체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2012년 회계처리 문제는 현재 현안인 “일단 삼바가 특정한 회계처리 기준을 정립한 이후에 2015년에 들어 이를 변경할 만한 ‘합리적이고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는가?”와는 논리적으로 분명하게 구분되는 문제이다. 만에 하나, 증선위가 이 두 문제를 정확히 구분하지 않은 채 두루뭉술하게 분식회계 문제를 검토 하면서 섣불리 삼성에게 ‘검찰 고발 면제’라는 특혜를 부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참여연대는 ▲삼바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의도를 판단 논거로 제시했지만 ‘투자자의 의도’는 지배력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 ▲삼바가 복제신약 승인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주장했으나 2015년 중에는 유럽 지역 승인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는 점, ▲심지어 삼바가 새로운 가치평가의 기초로 사용한 안진의 보고서는 어떠한 복제신약 승인도 나기 이전인 2015.8.31.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라는 점, ▲이 안진 보고서 자체도 삼바를 위해서 작성된 것이 아니라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회계 처리를 위해 작성된 것으로 통합 삼성물산은 이 보고서를 받은 후 2015.9.30. 기준 분기보고서에서 삼바와 관련한 지배력 판단을 변화시키지 않았다는 점, ▲이 안진 보고서는 제3자(삼성물산의 관계기업 포함) 유출이 금지된 보고서여서 삼바가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보고서였다는 점, ▲이 안진 보고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도 검토하지 않은 매우 부실한 평가였다는 점, ▲삼바는 바이오젠이 최종적으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2015년의 분식회계가 ‘고의’라는 증거는 넘쳐난다는 점을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또 다른 논점인 ‘콜옵션 공시 누락’부분은 이미 금융감독원이 특별감리에 착수하기 이전인 2017년 초에 “문제가 있다”고 참여연대에 회신한 사안으로서, 언론 보도(https://bit.ly/2ytGDK2)에 따르면 감리위원회도 7대1의 압도적인 표차로 이미 ‘고의’성을 인정한 문제다. 결국 어떤 항변을 동원하더라도 삼바의 ‘고의적’ 분식회계는 면죄부를 주기 불가능할 정도로 그 불법성이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이다. 

 

 

참여연대는 물론 삼바의 2012년 회계처리도 잘못되었다고 판단한다. 비록 주주간 계약서를 직접 검토하지 못해서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처음부터 삼바와 바이오젠이 공통투자 형태로 회사를 창립한 점, ▲콜옵션의 행사가격이 높지 않게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공동지배력을 취득하게 되는 효익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2012년부터 콜옵션을 실질적 권리라고 보고 2012년과 2015년 사이에 지배력에 대한 판단을 변경할 근거가 없다는 점에 기초하여 회계처리 했다면, 삼바는 2015년에는 완전자본잠식상태가 된다. 이와 같이 2015년 말 완전 자본잠식인 회사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판단을 ‘2015년에 와서야 별다른 근거 없이 갑자기’ 달리함으로써 엄청난 회계서류 상 흑자를 만들어 낸 것이 바로 ‘고의적 분식’이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법률」과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등에 따라 실시한 감리 및 회계조사 결과 발견된 회계처리기준 및 회계감사기준 위법행위 관련 증권선물위원회의 조치안에 대한 심의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실무조치안을 제시하는 「감리결과조치양정기준」에 따르면, “고의”는 위법사실 또는 그 가능성을 인식하고 위법행위를 한 경우를 말하는데, 당해 위법행위가 “위법행위를 정정하면 상장진입요건에 미달되거나, 상장퇴출요건에 해당되는 경우”에 해당하면, “고의가 있는 것”으로 본다. 삼바의 경우, 2015년 회계처리를 정정하면 상장진입요건에 미달하기 때문에 「감리결과조치양정기준」에 따르면, 삼바 분식회계는 ‘고의적인 것’이 된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설사 2012년의 문제를 별도의 논점으로 검토한다고 하더라도 삼바의 고의적 분식회계 혐의는 절대로 면죄부를 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2015년의 분식회계 문제가 2012년의 분식회계 문제와 개념적으로 구분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가 이례적으로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 문제를 강조하고 나선 배경을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혹시라도 어떻게든지 ‘검찰 고발(검찰 통보 포함)’만은 회피하기 위해 삼성과 금융위 일부 공무원들이 공감대를 이루었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세속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삼성과 일부 금융위 공무원의 이해관계가 기묘하게 일치한다고 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삼성이야 이 문제가 검찰로 넘어가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까지 불똥이 튈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과거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 지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 고발을 회피하는 데 사활적 이해가 걸려 있다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금융위다. 우선 현재 증선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2015년 분식회계 사태가 진행 중이던 2015년 3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증선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2015년에 이루어진 삼바 문제에서 자유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김학수 현 증선위 상임위원이 2015년 5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으로서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바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 삼바 회계처리가 고의적 분식으로 결정날 경우 김용범 증선위원장과 김학수 증선위 상임위원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문제제기가 근거 없는 우려에 불과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러나 2012년 상황으로 증선위의 관심을 돌리는 이유가 혹시라도 2018.5.15. 삼바 관련 브리핑에서 김 증선위원장이 “이해관계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발언(https://bit.ly/2tjx3ny)의 진정한 의미인가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제기될 수도 있다.     

 

 

삼바의 회계처리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에 입각하여 가장 적절한 회계처리 방식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현안의 핵심은 그것이 아니다. 삼바가 2015년에 했던 회계처리(지배력 판단의 변경)가 합리적인 논거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불순한 동기에 근거하여 고의적으로 이루어진 분식회계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여러 증거를 종합하면 고의적 분식회계는 회피할 수 없는 결론이다. 삼성은 혹시라도 이것을 적당히 뭉갤 수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증선위 공무원들은 본인들의 과거 행적에 대해 일말의 의구심이 존재한다는 현실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이를 깨끗이 씻어내기 위해 시장의 투명성 확보와 금융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신들에게 부여된 공적 감독권한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금융투자자 보호를 위해 삼바의 고의적 분식회계 사건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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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8/06/1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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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영상 미리보기 이미지, 삼성의 불편법적인 승계 언제까지 계속될까?

2017년 2월 16일, 참여연대는 금융감독원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특별감리요청을 했습니다.

2018년 5월 1일, 금융감독원은 1년 간의 특별감리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 판정을 내렸고, 

오늘 6월 20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는 2차 정례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삼성의 불편법적인 승계 관련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는지, 삼성 지배구조 개편 과정이 합법적으로 이뤄지는지 계속해서 지켜보겠습니다.

 

1편 보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QnA. 이재용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삼바가 왜 나와?

➜➜ https://youtu.be/2sLFX6AQ71k

 

♥︎ 유튜브에서 영상보기 : https://youtu.be/KDx2dScU_ug

♥︎ 참여연대 유튜브 채널 : https://goo.gl/L52MGb

 

수, 2018/06/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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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재용 '불편한 만남'의 의미는?

J노믹스, 미래가 어둡다

 

이병천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

 

적색 경보가 울렸다. 다름 아니라 이제 1년을 보낸 문재인 정부 사회경제 개혁의 현 단계, 그 건강 상태를 가리켜 하는 말이다. 촛불시민의 힘과 열망으로 탄생한 이 정부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섣불리 단정 지을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출범 1년의 시점에서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불편한 장면들이 인상적으로 다가 온다. 

 

장면 #1 

청와대 홍장표 경제수석의 목이 잘렸다.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세축으로 작동하는 '세 바퀴 경제'를 기본 기조로 내걸었는데 홍장표 수석은 J노믹스의 핵심 골간에 해당하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이끌어 온 주도적 인물이다. 그리고 최저임금인상은 소득주도성장정책을 구현하는 대표적 조치로 시행되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 특히 고용효과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끝에 문책성 인사로 홍 수석이 밀려나고 정통관료 출신 인물이 새 수석(윤종원)으로 들어앉은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이제 청와대와 기재부가 '걸림돌' 없이 손발을 잘 맞추어 나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은 그 시작에 불과해 보인다.

 

장면 #2 

조세 및 재정개혁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어렵사리 만들어진 대통령직속 재정개혁 특위가 금융소득 과세강화 권고안을 냈다. 그런데 기재부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 권고안을 간단히 하루 만에 걷어찼다. 청와대와 여당도 기재부 쪽에 힘을 실어 줌으로써 '대통령직속' 특위의 위상을 무력화시켰다. 이것은 기재부가 서민·중산층이 아니라 부동산부자를 안심시키는 안이라 해야 할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최종 확정한 후에 일어난 일이다. 기대하던 부동산 세제개편안에서 지불능력이 큰 대기업이나 건물주에게 부과하는 별도합산 토지 종부세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그리고 공시가격의 현실화 문제는 검토 의사를 밝힌 정도에 불과할 뿐 제대로 시행될지도 의문스럽다. 

 

장면 #3 

한때 '재벌저격수'라는 별명도 가졌던 이 정부 공정거래위원장이라는 사람이 공정위 본분인 경제력 집중 억제와 공정한 시장거래 질서 확립에 몰두하기는커녕 "경제성과가 없어 초조하다"면서 재벌총수들이 변화를 이끌어 달라고 읍소하는 일이 일어났다. 반면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을 겨냥해서는 근본주의적 성향과 개혁조급증, 경직성 때문에 이 정부의 개혁이 실패할 수 있다고 겁박한다. 요지인즉, 소득주도성장도 공정경제도, 규제완화와 이에 힘입은 혁신성장이 성공하지 않고는 공염불이 된다고 한다. 마치 "규제완화 혁신성장 전도사"라도 된듯한 행보가 아닌가.

 

장면 #4 

잘 아는 바와 같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최순실과 함께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의 주범 혐의로 재판을 받는 도중에 있다. 이 사건의 대법원 판결 여하와 더불어, 최순실 항소심에서 이재용의 뇌물혐의가 어떻게 판가름 날지, 삼성의 노조파괴 및 이명박의 소송비대납 사건 등에서 이재용의 혐의가 어떻게 나올지, 삼성적폐의 청산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에서 이재용을 만나 격려하며 국내 일자리를 부탁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의 실망감은 어땠을까. 대통령은 이 불편한 만남이 재판에 미치는 효과를 몰랐을까? 보좌진에서 만들어준 로드맵대로 움직인 걸까. 몰랐어도 문제, 알고 만났으면 더 큰 문제다. 현 정부에서 사법부가 노골적으로 재벌적폐를 비호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도 정부의 미지근한 태도가 빌미를 준 부분이 없지 않다는 것이 나의 생각인데 국민들은 이런 못 볼 장면까지 보게 됐다.

 

위와 같은 장면들에 대해 사람들은 다른 진단을 내릴 수도 있겠다. 다양한 견해는 자연스럽고 바람직하기도 하다. 글쎄, 적색경보는 과장이야, 라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적색경보는 심각한 수위의 위험을 알리는 경보인데 이 장면들은 촛불의 힘과 열망에 힘입어 출범한 문재인 정부 사회경제개혁의 행보에서 분명한 적색경보 소리로 들린다. 그 '애애애애앵!' 하는 빨간 소리는 대처 여하에 따라 황색경보, 남색경보 등으로 바꾸어지고 경보가 소멸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오래 지속되고 더 큰소리로 울려 펴질 수도 있다. 어떻게 될까? 매우 불안하다.

 

촛불의 요구는 과거적폐를 청산하고 국민주권, 약자주권을 실현하라는 것이다. 권력을 "시장"에, 재벌에, 삼성에 넘겨주고 기득권층에 포획되었던 2기 민주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촛불혁명'은 당면 과제로서는 박근혜 탄핵을 요구했지만 이를 넘어 대다수 국민이 '헬조선'의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회경제적 개혁요구를 제기했었다. 그것은 비리‧세습 재벌체제를 발본적으로 청산할 것, 국가권력과 재벌의 오랜 결탁체제아래 억압받아온 노동자‧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힘을 강화시켜 줄 것, 한국형 몰아주기 시장경제의 핵심 가격변수이자 대중의 살림살이 향방을 좌우해온 임금‧임대료‧하청단가 등을 정상화시켜 줄 것,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해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심각한 자산 불평등문제를 해소할 것, 주거·교육·의료 서비스 등 국가복지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것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런 조치들을 통해 노동자, 중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을'들과 거듭난 대기업이 상생‧동반성장하는 길, 성장과 복지, 경제민주화가 선순환을 일으키는 길을 열수 있기를 기대했었다. 우리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중심으로 J노믹스의 '세 바퀴 경제'를 새 정책 패러다임으로 내걸었을 때 나름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출범 1년의 시점에서 보는 것은 우리가 기대했고 정부가 자임했던 촛불정부로서의 소임과는 너무 어긋난다. 비전은 밀려나고 정치공학이 압도하는 느낌을 받는다. 심지어 1년만의 명백한 우클릭은 국가의 새로운 권력전략은 아닌지 하는 슬픈 생각마저 든다. 어차피 '집토끼'는 도망가기 어렵고, 자유한국당은 패퇴한 상황이니 집 잃은 보수층을 가져오자, 그래서 다수를 유지하자라는 계산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나의 짐작이 사실은 아니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사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의 꿈을,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별로 오래되지 않은 위의 말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이 말이 부디 빈말, 거짓말이 되지 않기길 바랄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정부는 다시 정신을 차려 '촛불정부'로서 소임을 다해야 할 과제가 아주 많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일, 2018/07/1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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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 플랫폼 경제의 공공성을 사유화하기

'소유의 종말'이 아니라 '소유의 집중'으로 가는 길

 

장흥배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원

 

정부가 혁신성장 기조의 일환으로 '플랫폼' 경제 활성화에 조 단위의 재정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재정 투입은 지금까지 모든 IT산업 육성 정책의 단골 메뉴였던 규제완화 흐름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경제와 같은 정보화 담론은 자본의 재구조화를 위한 비용을 노동과 사회의 희생으로 충당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이데올로기로 기능을 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용어가 실물적·경제적 실체를 반영하지 않는 허구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테일러리즘과 포디즘에 대한 분석 없이 전후 세계 경제의 전개와 자본의 운동을 설명할 수 없던 시기가 있었듯이, 이미 전개되고 있는 혹은 앞으로 전개될 자본 운동은 플랫폼 경제에 대한 분석 없이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지난 9일 "지난해말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이 모두 플랫폼 기업"이라는 김동연 부총리의 발언에서도 이것이 확인된다. 정부의 거액의 재정 투입 계획 발표로 국내에서도 플랫폼이라는 용어가 경제 용어로 더 멀리 더 자주 사용되겠지만, 플랫폼 경제에 대한 분석은 아직 일천해 보인다.

 

더 많은 데이터가 경쟁력의 원천

 

플랫폼은 두 개 이상의 그룹이 참여해 경제적·사회적 교류를 하는 디지털 인프라로 정의할 수 있다. <플랫폼 자본주의, Platform Capitalism)>의 저자 닉 스르니체크(Nick Srnicek)는 지금까지 생긴 플랫폼의 유형을 5가지로 분류한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주도하는 광고 플랫폼 △서버, 저장장치, 소프트웨어 개발 툴, 운영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등을 임대하는 클라우드 플랫폼 △산업 사물 인터넷(IoT)으로도 불리며 제조업체들의 생산 최적화를 가능케 해주는 산업 플랫폼 △집, 자동차, 면도기, 제트기 엔진 등 유형의 상품을 임대 서비스하는 상품 플랫폼 △온라인에서 서비스 주문과 제공이 이뤄지는 린(lean) 플랫폼이 그것들이다.

 

플랫폼 유형에 따라 현재의 수익성 및 수익 잠재력은 엇갈린다. 예를 들어 공장용 앱 스토어를 운영하기 위한 클라우드 기반 컴퓨팅, 개발 툴, 애플리케이션을 제조업체들에게 임대하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산업 플랫폼 프리딕스(Predix)는 2020년에 수익이 1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우버(택시), 에이비앤비(숙박), 미케니컬 터크(주문형 노동) 등이 주도하는 린 플랫폼은 수익성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

 

어떤 플랫폼이 살아남고 사라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며, 하나의 플랫폼은 주된 비즈니스 모델을 겸하거나 옮겨갈 수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데이터 수집이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점은 모든 플랫폼이 공유한다. 광고 플랫폼은 사용자 정보를 추출하고 분석해 이를 광고 영업에 활용한다. 플랫폼의 사용자 규모도 물론 광고 영업에 영향을 미치지만 더 많은 데이터에 대해 이뤄지는 데이터 분석은 광고주의 타깃 마케팅을 가능케 함으로써 광고 수익 제고에 큰 도움을 준다.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 롤스 로이스는 엔진을 판매하는 사업에서 임대하는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모든 엔진에 센서를 부착해 수집하는 데이터는 엔진의 연료 효율 개선, 수명 연장, 고품질의 유지보수 시간표 산출 등 경쟁우위를 확보하는데 필수불가결하다. 데이터의 관점에서 플랫폼을 데이터 추출 기계로 정의할 수도 있다.

 

더 많은 데이터가 더 많은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네트워크 효과는 플랫폼 고유의 성격이다. 더 많은 데이터는 결국 더 많은 플랫폼 참여자들의 행동에서 나오기 때문에 플랫폼은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사활을 건다.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목적의식적으로 추구하며, 네트워크 효과는 다시 플랫폼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 능력을 한층 높인다. 네트워크 효과는 탄생과 경쟁, 성장에 이르는 전체 과정에서 플랫폼이 독점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과 소유의 관점에서 뚜렷한 자본 편향

 

일자리와 노동권의 관점에서 플랫폼은 재앙에 가깝다. 노동자 아웃소싱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인 린 플랫폼은 복지 및 초과근무 수당, 병가 등의 비용을 제로로 함으로서 인건비를 약 30% 절약한다. 노동의 수요·공급과 수행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크라우드 노동의 대표격인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AMT)에서는 업무의 90%가 시간당 2달러 이하이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미국에서 전통적인 고용계약과 다른 형태의 계약직 일자리가 2005년 노동 인구의 10.1%에서 2015년 15.8%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일자리는 910만 개 증가했지만 거의 대부분이 기본적인 노동권이 작동하지 않는 취약한 일자리였다. 우버를 피고로 하는 한 집단소송에서 원고측은 우버가 계약한 운전자들이 노동자라면 우버는 이들에게 8억5,200만 달러의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경제에서 일자리 감소 전망은 산업 플랫폼의 미래를 생각할 때 한층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산업 플랫폼은 처음부터 노동 비용의 20% 절감 효과를 내도록 설계되었다. 더 많은 제조업체들이 들어올수록 수익도 커진다. 그런데 제조업체들이 이 플랫폼에 참여한다는 말은 이들이 자동화와 아웃소싱을 통해 고용 계약을 통한 노동자를 축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올해 3월 '로봇이 테슬라를 죽이고 있다'는 다소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요지는 전기차 조립 라인을 완전히 자동화하려는 테슬라의 전략이 시간과의 싸움에서 엄청난 비용의 낭비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한 대당 시급 30달러 노동자 5명에 해당하는 비용 절감은 로봇을 프로그램하고 유지·보수하는 시급 100달러 숙련 기술자 1명의 필요에 의해 상쇄된다. 여기에서 완전 자동화의 경제적 효율성은 임금이 높을수록 떨어진다. 그런데 산업 플랫폼은 제조업체들이 주요 노동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말은 산업 플랫폼에 참여하는 제조업체는 자동화의 경제적 유인이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처럼 플랫폼 경제가 노동에 의미하는 바는 임금 비용의 감소,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축소이다. 플랫폼 경제는 임금 소득의 증가,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중요한 요소로 하는 소득주도 성장과도 충돌한다.

 

플랫폼은 구매자에게 판매되는 물리적 상품을 서비스로 전환하는 흐름을 만들어내면서 '소유의 시대는 끝났다'는 기업들의 선언을 이끌어냈다. 사실 우버는 택시를, 에어비앤비는 숙박시설을 소유하지 않는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가 소유의 종말로 이어질까? 스르니체크는 "이것은 소유의 종말이 아니라 소유의 집중에 가깝다"고 반박한다. 플랫폼 기업들이 플랫폼을 소유한다. 플랫폼을 소유하는 것은 가치 창출의 원천으로서 데이터를 장악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네트워크 효과의 이익을 전유한다는 것이다.

 

규제완화로 플랫폼 경제 사유화 노리는 자본

 

플랫폼 경제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특별한 강조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의 만남을 계기로 이뤄진 것은 불길한 징조다. 삼성의 제약산업 진출과 플랫폼 산업의 연관을 드러낼 만한 구체적인 정보는 없지만, 삼성은 의료 분야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부상할 만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국내 최대 생명보험 가입자 확보, IT 기업으로서의 위상 등이 그러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김동연 부총리와의 면담에서 바이오 약값 자율화를 요구한 점에서 확인되듯,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플랫폼 경제가 규제완화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경제를 화두로 기획재정부와 보수언론은 파격적이고 광범위한 규제완화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나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같은 일반적인 수준에서부터 은산분리 완화, 의료산업 영리화, 개인정보보호 완화, 전세버스 승차 공유서비스 허용 등 특정 분야의 규제완화 요구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소득주도 성장의 무게를 덜고 혁신경제로 돌아선 정부여당은 이들 규제완화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할 태세다.

 

규제 때문에 혁신 사업에 투자를 하지 못한다는 재계의 주장은 사회 전체가 부담할 공익의 희생을 비용 삼아 지대 수익을 창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인터넷은행 투자를 명분 삼은 은산분리 완화 요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구적 수준의 자본주의 경쟁 동학 때문에 공익을 내세워 플랫폼 경제를, 플랫폼 경제 육성에 필요한 규제완화 일체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례로 독일과 미국의 국민경제간 경쟁으로까지 가고 있는 산업 플랫폼의 경우 선점 효과로 인해 후발 주자의 추격이 한층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가 규제완화와 만나 일으킬 경제사회적 효과가 노동권의 추가 위축, 독점의 심화, 감시 자본주의의 강화 등 반노동적, 반경제적, 반노동적 상황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시민의 플랫폼 지배와 통제가 대안

 

이 딜레마적 상황에 대한 대안은 결국 플랫폼 경제 일반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플랫폼 경제의 과실을 공유하는 방식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여러 지자체와 공공기관도 플랫폼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공공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기본 관심이 비용의 절감이나 경제적 효율성에 맞춰져 있다. 정작 중요한 공공 플랫폼에 대한 시민 참여와 지배의 중요성은 거의 간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점에서 바로셀로나의 '기술 주권 이니셔티브'가 중요한 방향을 보여준다.

 

2015년 포데모스연합 정치세력이 집권한 바르셀로나는 2016년 디지털 어젠더를 발표했다. 플랫폼 경제와 관련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행정과 공공서비스 제공을 통해 획득되는 주민의 데이터는 법적으로 체계화된 '도시 데이터 공유부'(City Data Commons)를 형성하여 집적해 사적 서비스 제공자나 플랫폼 기업의 소유가 되지 않도록 하고 △실생활 데이터 집적과 분석을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맡기며, △빅데이터의 산업정책적 활용이나 경제정책적 보호에서 시장 모델보다 공적 모델이 우선되도록 하고 중앙집중적 소유보다 협동조합적 소유가 우선하도록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아직 선언 수준에 있지만 바르셀로나 모델은 플랫폼 자본이 주도하는 스마트시티(Smart City) 모델에 대한 최초의 대항 프로젝트라고 평가할 만하다. 핵심은 플랫폼의 지배권을 플랫폼 자본이 아니라 시민이 장악한다는 것이다. 물론 시민이 소유하고 지배하는 공공 플랫폼이 민간 영역의 플랫폼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노동권을 포함한 공익 규제를 적정 수준에서 유지 강화하고, 획기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며, 플랫폼 자본이 공유부에 속하는 데이터에 대한 독점을 통해 그 과실까지 독점하지 못하도록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분배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절실하다. 하지만 현재 국면에서 선차적인 과제는 의료, 교통, 교육, 에너지와 같은 공공의 영역이 플랫폼 자본의 데이터 인클로저의 장이 되지 않도록 시민이 지배하는 공공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일, 2018/08/1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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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8/22) <삼성노조파괴 유착 의혹, 고용노동부 신속수사 촉구!>기자회견을 진행합니다.

2013년 이래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삼성전자서비스 근로감독에 대한

고용노동부와 삼성의 불법적 결탁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삼성과 유착한 고용노동부를 신속·철저하게 수사해야 합니다!

 

[공동 기자회견]

삼성노조파괴 유착 의혹 고용노동부 신속수사 촉구!

2018. 8. 22. 수 11:00 서울중앙지검 앞

 

사회 이지영 변호사 / 삼성노조파괴대응팀

발언 

라두식 대표지회장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박다혜 변호사 / 금속노조 법률원, 삼성노조파괴대응팀

박정은 사무처장 / 참여연대

 

기자회견문 낭독

오민애 변호사 / 삼성노조파괴대응팀

 

주최  

금속노조·금속노조법률월·삼성전자서비스지회·민변·노동위원회삼성·노조파괴대응팀·참여연대

 

문의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02-723-5036
화, 2018/08/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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