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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384] 수능 수험생에게 국정 교과서는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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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384] 수능 수험생에게 국정 교과서는 재앙

익명 (미확인) | 목, 2016/12/15- 18:35

"수능 수험생에게 국정 교과서는 재앙"

박근혜와 함께 탄핵된 국정 교과서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


지난 11월 28일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였다. 이날 교육부는 '학계 권위자들로 집필진 구성'하여 '학생들에게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교육'할 수 있도록 교과서를 만들었으니, 의견 수렴에 많이 참여해달라고 요청하였다. 내용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테니, 이제 논쟁은 끝내고 국정 교과서를 기정사실화해달라는 뜻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그런데 교육부가 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선보인 뒤, 오히려 논란은 더욱 확산되었다. 교육부가 "학계의 권위자로 집필진을 구성"하여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을 갖도록 집필하였다는 주장 자체가 잘못이기 때문이다.

 

학계의 권위자로 집필진을 구성했다는 말에 대다수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전문성을 갖춘 중견 역사학자들로 구성된 것도 아니고, 심지어 교과서 집필 경험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장 논란이 많은 현대사 영역에서는 역사학자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뉴라이트 관련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어 이념 편향도 심하기 때문이다.

 

내용도 문제다. 박근혜의 박정희 추모를 위한 교과서, 친일과 그 청산의 역사를 교묘하게 비틀어버린 친일 은폐 교과서,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과 재벌의 기여를 강조한 친기업 교과서, 유신 시절을 방불케 하는 반북 반공교과서라 부를만하기 때문이다.

교과서로서 책이 지녀야 할 품질도 수준 이하다. 수없이 많은 사실을 기계적으로 나열하여 교사들조차 읽기 어렵다. 풍부한 자료나 생각을 키우는 학생 활동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걸로 역사를 공부하고 내신과 수능을 준비해야 할 학생에게는 재앙이다. 비전문가들이 박근혜 정부 임기 안에 책을 서둘러 보급하려다 빚어진 문제다.

 

당연히 반발도 거세다. 역사 교사와 교육 단체, 역사학계와 시민 단체들은 국정 교과서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지적하였다. 중‧고등학생들과 학부모 단체들은 이 책으로 배우지 않겠다고 나섰으며, 역사교사들도 국정 교과서 불복종운동을 천명하였다. 대다수 교육감들은 이 책이 현장에 보급되지 않도록 막겠다고 나섰다.

 

교육부가 끝내 국정 교과서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학교 현장에서 일어날 혼란은 예상하기 어렵다. 2017학년도도 문제지만, 이 책이 도입되면 2018학년도나 2019학년도에 일어날 일, 그 책으로 공부해야만 하는 학생들이 대입을 치러야 하는 그 이후 상황도 있다. 그래서 도대체 교육부가 올해 결정한 일의 파급력이 어디까지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물러설 기미가 없다. 편향되었다는 지적에는 그 책을 읽은 사람의 오해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부실한 교과서란 지적에는 오류를 수정 중이니 보급될 때는 문제 없을 것이란 말을 되풀이 한다. 반발하는 교육감들에게는 법적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

 

바로 이 지점, 치명적인 혼란이 예상되는 데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상황이 국정화 소동의 본질이다. 국정화 논란은 처음부터 역사 교육의 방향을 둘러싼 전문가 심의란 형식이 아니라, 정치적 반대 세력을 싸잡아 종북좌파로 매도함으로써 이익을 얻으려는 자들이 주도한 정치공학의 일부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반공이데올로기나 박정희 신화를 지지하는 이들이 대통령 지지율 4%보다는 많을 것이라 미련, 헌법 훼손·부패 무능 세력에 대한 심판을 중심으로 한 정치 지형을 진보-보수의 대립으로 변화시키는데 이 이슈가 유용할 것이라는 미련이 이 교착 상황의 본질이란 것이다.

 

교육부가 겉으로는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정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교육적으로 보면 '균형 있는 역사관'이란 말 자체가 모순일 수 있다. 균형을 잡는 이들이 결국 5년마다 바뀌는 정권일 수밖에 없고, 역사 해석에 국가 권력이 개입했을 때 빚어진 타락은 역사를 통해 충분히 입증된 일이다. 더욱이 국정화 정책이, 특정 정권이 '균형을 잡았다'고 주장하는 해석을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행위를 전제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문제다.

 

역사 교육은 학생들이 다양한 가치를 접하고 이를 자신의 삶과 연계하여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본령이다. 그래서 유엔은 국정 교과서 제도를 반대하고, 역사 교육을 통해 '해석의 다양성과 비판적 사고'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바로 이 때문에 검인정제조차 완화하고, 나아가 자유발행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국정 교과서는 이미 국민들에게 탄핵당하였다. 역사교사와 역사학자 대부분이 국정 교과서를 거부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중 열에 두 사람만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고 있다. 그것은 국정 교과서가 노골적으로 독재를 미화하고 친일을 은폐하며, 비전문가들이 만든 수준 낮은 학습교재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권력이 만든 하나의 역사 교과서로 학생의 역사인식을 획일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전히 교육부는 남은 시간 동안 완성도 높은 교과서를 만들 테니, 이제 더 이상의 논란을 끝내자고 한다. 그러나 국정 교과서가 사용될 경우 생겨날 혼란은 지금껏 일어난 논란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그것을 뻔히 알고 있는 교육부가 권력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여 국정화를 철회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스스로 청산되어야 할 부당한 권력과 한패임을 입증하는 것이며, 이는 곧 국민에 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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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됨으로써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에게로 넘어갔다. 헌재 안팎에서는 탄핵은 인용될 것이며,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퇴임하는 내년 3월 13일 이전에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만난 법률전문가와 전 헌법재판관들은 모두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 즉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이 중대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뇌물수수가 인정되면 탄핵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이번에는 탄핵 찬반에 대한 재판관들 개개인의 의견을 공개해야 하는 것도 탄핵 결정을 점치게 하는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재판관들은 소추의결서에 적시된 내용 하나하나를 검토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 판단해야 하는데 관건은 검찰과 특검, 법원의 수사와 재판 기록이 얼마나 빨리 헌재에 도착하느냐 달려 있다. 노무현 탄핵 심판은 결정까지 63일이 걸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사실 관계를 모두 인정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의혹들을 모두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구두변론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며, 대통령의 변론권을 어디까지 보장할 지도 재판에 걸리는 시간에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헌재 관계자들은 내년 1월 31일 퇴임하는 박한철 소장 임기 내에 재판이 끝나는 것은 물리적으로 힘들다고 보고 있다. 대신 이후 소장을 대행하게 되는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에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정미 재판관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명해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조기 퇴진하기 보다는 탄핵 절차를 택했다. 때문에 심리과정의 법리 다툼이나
현 헌법재판관 구성 측면에서 뭔가 기대하는 게 있지 않느냐는 추즉도 나오고 있다. 노무현 탄핵 심판 당시 9명 재판관 중에 탄핵에 찬성한 재판관은 3명이었으며 이 중 두명은 탄핵을 추진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추천한 재판관이었다. 현재 9명의 헌법재판관 중에 안창호 재판관은 새누리당이,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추천하거나 지명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탄핵심판에서 이들 3명의 입장에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 2016/12/0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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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의 자진 사임이 불가능해진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국회법 134조)고 규정돼 있어 대통령의 자진 퇴진은 불가능해지며 오직 헌법재판소의 결정만 남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의 시기와 방법을 국회에 떠넘긴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회의 결정이 효력도 없는 만큼 국가의 안정을 위해서는 대통령 스스로 국민 앞에서 조속히 퇴진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서는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할 것으로 내다 봤다. 탄핵은 피소추자 행위의 위헌이나 위법 여부와 탄핵의 필요성이 조건인데 박근혜 대통령의 직권남용이나 뇌물 등은 탄핵 사유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탄핵을 찬성하는 만큼 재판관들도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국회가 탄핵소추안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면 헌재의 증거조사에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는 만큼 탄핵소추안에는 탄핵 사유로 확실한 내용들을 선별해서 포함시켜야 헌재의 결정이 빨리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목, 2016/12/0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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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우리는 크게 두 차례의 민중 혁명을 경험했다. 이승만의 독재에 항거한 1960년 4.19 혁명과 ‘호헌 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낸 1987년 6.10 항쟁이 그것이다.

6월 항쟁 29년 뒤인 2016년 10월 말,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의 무능과 오만, 국정농단과 범죄 행위에 분노한 시민들이 다시 광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청와대 앞 광화문 광장에는 그런 열망을 가진 촛불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고, 이내 촛불의 바다를 이뤄 청와대를 포위하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다. 2016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도 100만 시민들은 광장에 모여 ‘박근혜 구속’을 외쳤다. 이날까지 전국의 촛불 인파는 연인원 천만 명을 넘어섰다.

시민들을 광장으로 이끌었던 분노는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열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과거 4.19 혁명 후 박정희 쿠데타 세력의 등장으로 민주화 대신 18년의 군부독재를 겪어야 했던 경험과, 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의 성과를 군부독재와 기득권 세력에게 빼앗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른바 ‘죽 쒀서 개 주는 상황’을 이번에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게 천만 촛불이 직면한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뉴스타파는 2017년을 맞아 신년특집으로 과거 민중혁명 과정에서 기성 정치권과 지배 권력이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어떻게 묵살하고 교묘한 공작과 반격으로 자신들의 지배구조를 다시 공고히 다져왔는지를 집중 조명한다. 60년 전과 30년 전의 뼈아픈 과거를 직시해 다시는 그와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또 다시 ‘죽 쒀서 개 주는’ 상황을 그냥 지켜볼 수는 없지 않은가?


연출 : 박정남 송원근
글 : 정재홍
취재작가 : 박은현
내레이션 : 박혜진
촬영 : 영상취재팀
편집 : 윤석민

목, 2017/01/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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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에 증인신청한 37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무더기 증인 신청 명단은 앞으로 변론 과정에서 대통령 측이 검찰 수사의 상당부분에 대해 증거 채택을 거부할 것을 짐작케 했다. 대통령 측은 여기에 국회 측이 신청한 28명에 대해서도 만일 국회가 증인신청을 철회하면 자신들이 추가로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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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신청 명단을 보면 준비기일에서 재판부가 정리한 5가지 쟁점 중에서 ‘비선조직에 따른 국민주권과 법치주의 위배’와 ‘대통령 권한남용’과 ‘형사법 위반’과 관련된 증인이 가장 많았다. 언론자유 침해에 대해서는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부인인 한학자씨가,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서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과 김경일 해경 123정장이 들어 있다. 특검에 의해 구속된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도 포함됐다.

대통령 측은 증인신청을 정당화하기 위해 두 가지 주장을 하고 있다. 우선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돼 있는데 여기서 ‘준용’의 의미를 ‘사실상 적용’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 측의 주장이다. 이어 동전의 양면처럼 “검찰 수사는 쓰레기”라는 주장이 뒤따르고 있다. 검찰 수사 기록이 증거로 채택되는 것을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두 번째, 특검이 주력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부분도 국회 측은 증거로 채택할 것을 주장하지만, 대통령 측은 특검의 중립성을 문제삼아 증거채택에 부동의할 뜻을 시사했다. 대통령 측은 이 같은 입장을 오는 5일로 예정된 2차 공개변론에서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가 대통령 측의 증인신청 모두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재판부는 이미 “필요할 경우 직권으로 재판을 진행하겠으며 형사소송법을 그대로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탄핵심판 당시 국회 측은 29명의 증인을 신청했지만 당시 재판부는 4명만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 따라서 대통령 측의 반발을 재판부가 어떻게 무마시키느냐가 초반 재판진행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늘 1차 공개변론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았고 재판은 10분만에 끝났다. 오는 5일로 예정된 2차 변론에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으면 이때부터는 대통령 없이 재판이 진행된다. 2차 변론에는 이재만, 안봉근, 윤전추, 이영선 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취재 최문호, 최윤원, 김강민

촬영 김수영, 김남범

편집 정지성

수, 2017/01/0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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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프레시안의  ‘민교협의 정치시평’ 코너에 실린 글(2016. 12. 12)을 전재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조선일보는 더 이상 촛불은 들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실었다. 이제 지금까지와는 다른 국면이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 따라서 그 동안 박근혜 하야 운동을 주도해 왔던 세력들은 이제 시위에 대한 환호와 격찬을 넘어 박근혜 이후에 대해 고민을 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

현재도 많은 지식인들과 활동가들이 이러저러한 시나리오를 상상하며 많은 훈수를 두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박근혜 탄핵 이후의 근본적 변화에 대해서는 다소 추상적인 구상 외에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위 민주화 이후 많은 지식인들이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종말을 고했으며, 이제는 진보 대 보수라는 구도로 정치가 점차 재편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쿠데타나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형태의 헌정 중단 사태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소수의 서구 중심부 국가들을 제외한 전 세계의 압도적 대다수 지역의 국가들에서는 얼마든지 반동적인 퇴행이 일어날 수 있음을 우리는 간과해 왔다.

아니 이제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유사한 퇴행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흐름은 많은 지식인들이 예상하는 방향으로 갈 수는 있으나, 그 길은 전혀 단선적이지 않으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민주주의의 퇴행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군사독재 시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제도적,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최소주의적 민주주의마저 붕괴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현 국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대선을 염두해 둔 상황에서 정권과 정당에 대한 지지율은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계파의 분열을 초래할 정도로 현 정국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탄핵까지 이끌고 온 동력이면서도 동시에 그 이상으로 나아가는 데 결정적인 제약 요인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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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갤럽

다소 거칠게 단순화하자면, 더욱 격렬한 저항이 일어나도, 그리고 더 많은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도 기득권 지배집단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이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다. 만일 현재 대통령 지지율이 5% 이고, 새누리당 지지율이 10% 안팎이 아닌 상황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오더라도 저들은 곧바로 경찰로 하여금 폭력적 진압을 명령했을 것이다.

분명 시민들 중 상당수는 이탈할 것이며, 조선일보 등 시위를 자신들의 가이드라인에 맞게 이용하려는 세력들은 시위를 제한하려 할 것이다. 지배 집단에 대한 낮은 지지율은 시민들의 대규모 집회 참가와 다양한 행사를 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이러한 맥락 속에서 현재 상황에 대해 광장에서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우리는 차분히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규모 시위대가 경찰의 제지를 받지 않고 서울시 중심가를 점령하고 행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상식을 뛰어 넘는 국정농단과 그를 방조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 대다수의 분노에 그 원인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전 국민적 분노를 야기한 충격적인 비밀들은 검찰의 수사나 야당과 시민사회의 압박에 의해 폭로된 것이 아님은 우리 모두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나 군사독재정권 등 그 어떤 보수 정권 하에서든 여러 기득권 세력들이 국가의 부를 탈취해 왔다. 이번 정권에서는 극소수가 그 부를 독점했으며 그 방식이 매우 폭력적일 뿐 아니라 꼬리가 잡히기 쉽게 행동함으로써 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던 여타의 기득권 집단들을 분노케 하고, 자신들의 지배를 불안하게 한 것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득권세력 중 일부가 반발하기 시작했고, 청와대와 그들의 힘겨루기가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저항 운동에 있어서 결정적인 도화선이 되었다. 즉 전두환 독재 시대에조차 일정 수준을 유지했고 그 이후 세대가 변해도 무너져 본 적이 없었던 콘크리트 지지층 붕괴에 기득권 지배세력의 분열과 반박근혜 세력의 조직적 저항이 탄핵 국면까지 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기득권 세력 일부 분파에 의해 균열이 시작되어 탄핵 정국까지 오는 과정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민들이 통제되고 관리되길 바라고 있지만, 탄핵 전까지는 자신들의 본질을 드러내지 않고 국민의 힘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용태가 폭로했듯, 소위 새누리 비박들의 재빠른 변신과 이들과 결합하려는 일부 야당 내 특정 세력과 명망가들에 의한 기득권 세력 재편 전략은 이제 본 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다. 

특히 저들은 정권이 재창출되지 않을 경우까지 대비해서 개헌을 적극적으로 밀고 나갈 가능성도 있다. 개헌 자체에 대해서는 야당이나 시민사회에서도 엇갈리는 입장을 갖고 있는데, 긍정적 측면이 존재하더라도 이렇게 현 국면의 상당 부분이 저들에 의해 주도되었고 여전히 저들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상황 속에서 맥락에 대한 파악 없이 저들의 프로그램 속에서 헤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얼핏 보아 국민들의 압도적 대다수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고, 매번 기록을 갱신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시위대가 도심을 점거하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 현 국면이 야당이나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것으로 착각되기 쉽지만 현 정세는 결단코 그렇게 보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안타깝게도 대선에서 어떤 정당의 어떤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느냐의 문제로 협소화시켜 격렬한 논쟁이 대두될 것이 자명하다.

또한 소위 촛불 시민의 저항의 성과를 보수 야당의 집권으로 헌납해 버려서는 안 된다며 격렬한 상호비방도 난무할 것이다. 그리고 각 진영에서 참모로 나서서 논란을 야기하는 이들도 수두룩할 것이다. 진보정당이 대안이 되지 못 하는 현재 어떻게 보면 이러한 혼란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보적 지식인들과 활동가들은 이제 이러한 정치 정당 중심의 논의에서 벗어나 급격하게 정치화되고 있는 시민들의 다양한 직접적인 권력 감시와 견제, 나아가 통제 수단이 마련될 수 있도록 담론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무엇보다도 박근혜, 최순실 일파, 문고리 3인방, 김기춘, 김종, 차은택 등 측근들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재산 몰수 등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방조해 온 검찰 등 관료 조직들, 새누리당, 재벌들은 물론이고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거나 처벌을 피하고 있는 자들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 다양한 기득권집단들이 이들을 앞세워 이익을 관철시켜왔던 그 결과물들을 정상화 해야한다. 즉 노동개악, 국정교과서, 위안부합의, 한일군사협정, 사드배치 등등 반민주적이고 반평등적이며 반평화적 정책들을 모조리 무효화하고 원점부터 재검토하도록 담론을 형성하고 정치세력들에게 강제해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최순실 일파와 그 부역자 집단을 넘어 차후 그 어떤 세력들도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지 못 하도록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지도록 강제해야 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에 대한 시민적 통제 장치 마련은 가장 시급하다. 현재 돌연 엄정한 수사를 하다가 청와대와 충돌하고 있는 것처럼 또 다른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검찰은 가장 시급한 개혁의 대상이다. 권력의 이익에 철저하게 복무하면서 정권의 시녀를 자처해 온 정치 검찰의 문제점은 그 동안 수도 없이 지적되어 왔었다.

가령 지난 4월에 착수한 어버이연합에 대한 수사도 지금 현재까지도 아무런 진척이 없으며, 바로 이 시점까지도 박근혜 게이트의 중심에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서는 구속은커녕 증거인멸을 방조해 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문제는 정치적 문제, 가령 단지 청와대의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했던 우병우 사단이라는 특정 집단이나 특정 정권의 특정 시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지방검사장들을 주민선거로 선출하도록 하고 선출된 검사장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규정이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데, 이를 넘어 검찰의 수사권 독점을 분산시키는 등 한층 더 강화된 검찰에 대한 시민 통제권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에는 비판의 대상에서는 살짝 비켜나 있지만,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을 불법적인 방식까지 동원해 이어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실패로 돌아갔지만 간첩단 조작 등을 통해 야권 인사들을 엮으려 하는 등 공작 정치를 주도해 온 국정원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그 외에도 수많은 국가권력 기관들의 문제가 수두룩한데, 심지어 헌법재판소 내부의 논의와 선고에 대한 내용에 대해 김기춘을 필두로 한 청와대가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났다.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독립성과 삼권분립의 원칙 침해 등에 대해 반드시 밝혀내야 하며,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가 권력 기구들의 문제만큼이나 심각한 것이 바로 언론이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집요하게 진행되어 온 언론 독립성 파괴 공작과 종편 지원 등으로 인해 불과 얼마 전까지 언론은 철저하게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해 있었다. 많은 의혹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지만 보도를 한 적도 없었고, 그러한 의혹에 대해 나서서 반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언론들은 시위 진행 지도를 보여주며 시위 진행 상황을 안내하거나 앞 다투어 현 정권의 온갖 비리와 국정농단, 심지어 수십년전의 박근혜와 최태민 간의 관계까지도 보도 경쟁을 하고 있다.

이는 결단코 청와대의 통제력이 약화되어서도 언론인으로서의 자세를 되찾아서도 아니다. 언론에 대한 단죄와 더불어 권력의 언론 장악 장치들을 파괴할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하고 시민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벌에 대해서 말 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체제 개혁에 대해서는 수없이 많은 논쟁과 운동이 압박을 가해 왔으나 커다란 효과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이다. 그들은 절대로 이 박근혜 게이트에서 소극적 참가자이거나 피해자가 아니다.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가 정확히 지적했듯, 이들은 주범이다. 정경유착의 토대가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일 자체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의 말대로 재벌은 항시적 몸통이고 최순실 같은 이들은 지나가다 걸리는 파리인 것이다.  

박근혜가 재벌 총수들과 직접 만나 돈을 받은 댓가로 민원을 들어주었는지 아닌지도 중요하지만, 정권은 많은 경우 재벌을 비롯한 부유층과 기득권세력의 이익에 복무하고 노동자, 서민들을 억압해 왔다. 따라서 현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재벌개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영복 엘시티 특혜분양에서 보이듯 감시권 바깥에서 국가를 좀먹고 있는 재벌 외 자본가들과 부유층에 대한 사회적 통제수단, 중앙과 지방을 막론하고 권력과 자본의 영합을 제어할 수 있는 시민이 주도하는 논의들이 활발해져야 한다. 

아직 헌재의 결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현재 상황을 봐서는 탄핵을 무효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했듯, 탄핵 이후의 다음 정치 일정, 그 중에서도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로 좁혀지거나 변질되기 쉬운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진보 지식인들과 활동가들은 정치사회에서의 문제만으로 스스로 사안을 좁혀 어느 집단에 줄을 서거나 지지를 보내는 일에 과도하게 몰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정치적 사안들이 불거지기 불과 얼마 전까지도 한국사회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들로 홍역을 앓고 있었다. 이주자와 소수자는 물론 여성 일반, 심지어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조차 혐오와 배제의 정서가 우리 사회를 뒤덮어 왔다.   

이러한 문제는 시위 과정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어 최근 산E와 DJ D.O.C 등의 여성혐오성 노래에 대한 논쟁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가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없는 것이 문제’라든가 최순실 모녀까지 포함해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는 등 심각한 여성혐오에 근거해 박근혜 정권을 비판 해 온 이들도 많다. ‘병신년(丙申年)에 병신년이 병신 짓 한다’는 등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도 서슴지 않는 이들이 시위대 안에도 넘친다.

사실 전 국민의 95%가 박근혜 정권에 반대한다는 의미는 불과 얼마 전까지 사회적 문제로 논란이 되었던 각종 혐오를 남발하는 집단이나 소위 ‘개저씨’나 ‘일베’ 같은 이들도 저항하는 시민 속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아직 여러 측면에서 심각한 퇴행적 문제를 갖고 있는 사회가 저항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저항이라는 공통점 외에 다른 부분들, 특히 그것이 인권과 (성)평등, 실질적 민주주의 등을 저해하는 것일 경우 과감하게 드러내야 하는 시점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한다고 해서 반동적이고 퇴행적인 요소까지 다 용인하고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더욱이 이제 국회에서의 탄핵안 통과로 촛불시민들은 규모가 작아질 것이고, 분화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시민 대부분은 설사 정권이 바뀌더라도 큰 변화 없이 현재의 ‘헬조선’을 살아갈 것이다. 결국 커다란 사회경제적 변화가 없으면, 더욱 무서운 기득권 세력의 반격이 있을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이제 지식인들과 활동가들은 저항이나 탄핵 그 자체에만 착목할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100년도 더 넘은 과거에 썼던 용어와 개념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현실 속에서 가능한 것부터 조금씩, 그러나 아주 과감하게 밀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제 국회에서의 탄핵이라는 1차 목표를 이루었으니, 어정쩡하게 한 배를 타고 있었던 다양한 분야의 기득권세력들은 권력이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대대적 반격을 시도할 것이다.   따라서 기득권세력들의 정치적 이합집산과 같은 정치 세력 재편이나 정치적 반격에 대비하기 위해 대선 등 정치 사회에서의 이후 일정에 대해서도 치밀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어렵게 열린 시민들의 고양된 정치 의식을 정치 사회만으로 좁혀서 집중하게 해서는 안 된다.  

어떤 면에서 정치 퇴행은 사회를 방치한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이 정치세력들에게 향해야 하는 요구와 불만을 옆과 아래에 있는 이들에게 향하게 만든 죄가 지식인과 활동가들에게도 있다.

100년 전과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는 안 되지만, 누가 대선후보가 될 것이고, 어떤 당이 지지율이 높은지가 아니라 시민들이 정치와 경제를, 관료와 재벌을 조금 더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말 그대로 혁명적인 방안들을 매우 촘촘히 마련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시점이다. 진정한 시민혁명은 이제 시작이다.

화, 2016/12/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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