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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373] 정세균이 옳고, 이정현이 틀렸다 :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의 위법성과 정당성 논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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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373] 정세균이 옳고, 이정현이 틀렸다 :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의 위법성과 정당성 논란에 대해

익명 (미확인) | 화, 2016/09/27- 10:11

정세균이 옳고, 이정현이 틀렸다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의 위법성과 정당성 논란에 대해

 

좌세준 변호사
 
박근혜 대통령이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 수용을 거부했다. 역대 여섯 건의 장관 해임 건의 중 다섯 번은 대통령이 국회의 해임 건의를 어떠한 형태로든 받아들였는데,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초유'의 거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문제는 청와대만이 아니라 새누리당도 국회의장 형사 고발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인데, 새누리당에 그 많다는 율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정세균 의장은 과연 국회법을 위반하여 가면서까지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일까?

 

아마 새누리당은 알면서도 짐짓 '포커페이스'로 "국회법 위반"이라 밀어붙여 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번 해임 건의안 의결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국회법 위반' 논란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답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 1학년 정도면 배우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새누리당 의원들과 청와대 참모들이 모르지는 않겠지만, 확인 차원에서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겠다.

 

23일 밤 국회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 처리 과정을 지켜봤다. 23일 자정 직전까지 진행되던 제8차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정세균 의장은 본회의 차수 변경 및 의사 일정 변경을 통해 24일 0시가 넘은 시점-국회사무처 보도 자료에 따르면 24일 0시 18분경-에 제9차 본회의 개의를 선언한 다음, 해임 건의안 표결에 들어갔고 투표 결과 가결을 선포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장석 앞까지 나와 강력히 문제 제기한 부분은 정세균 의장이 국회법 제77조에서 정한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 차수를 변경하고 의사 일정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해임 건의안 통과 후 국회사무처가 낸 보도 자료에 따르면 "차수 변경을 위해 회기 전체 의사 일정 변경(안) 및 당일 의사 일정(안)을 작성하여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 : 9.23(금) 23시 40분경"이라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한 새누리당의 반응이 "종이 한 장 보내 통보한 것은 협의가 아니다"인 것을 보면, 새누리당은 "산회를 선포하고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나온 새누리당 측의 '국회법 위반' 관련 주장은 사실상 이것이 전부다.

 

그렇다면, 국회법 제77조가 규정하고 있는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협의" 절차에 대해 우리 헌법재판소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국회법상 '협의'의 개념은 의견을 교환하고 수렴하는 절차라는 성질상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그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종국적으로 국회의장에게 맡겨져 있다."

 

위 헌재 결정은 17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김원기 국회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청구 사건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2005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 마지막 날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가결되는 과정에서 김원기 국회의장이 "야당인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아무런 협의도 거치지 아니한 채 본래의 의사 일정상 다섯 번째로 예정되어 있던 사립학교법 개정안 심의를 첫 번째로 일방적으로 변경하였는데, 이는 협의를 거쳐 의사 일정을 변경하도록 규정한 국회법 제77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었고, 위 개정안 통과 직후 엄동설한에 이듬해 1월까지 '장외 투쟁'까지 돌입했던 터라 가히 '잊지 못할' 사건이었을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8년 4월 24일 위와 같이 결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고 있다.

 

"피청구인 국회의장은 장내 소란으로 국회법에 따른 정상적인 의사 진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효율적인 회의 진행을 위하여 의사 일정 제5항이던 사립학교법 중 개정법률안을 제일 먼저 상정하여 심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점, 사립학교법 중 개정법률안의 상정 자체에 반대하던 한나라당 대표의원과의 협의는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던 점, 당시 회의록에 의하면 한나라당 의원들을 포함하여 274명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의사 일정을 변경하더라도 그 자체로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에 지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피청구인이 한나라당 대표의원과 직접 협의 없이 의사 일정 순서를 변경하였다고 하여 국회법 제77조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8년 전에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이번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상황과 비교하여 보면 정세균 의장을 '직권 남용'으로 형사고발한다는 새누리당의 카드가 무리수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23일 자정 직전까지 이루어진 헌정 사상 '초유'의 장관 답변 필리버스터를 통해 해임 건의안 상정 자체를 거부하는 새누리당의 의사가 명백히 확인되는 상황이었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협의하는 것은 실질적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던 점, 정세균 의장은 새누리당 의원들도 본회의장에 출석하고 있는 가운데 차수 변경과 의안 심의 순서 변경을 직접 고지하였던 점 등이 모두 위 2005년 12월 본회의 당시의 상황과 일치한다. 차이가 있다면 의안 상정 순서 변경 외에 본회의 차수 변경이 있었다는 것인데, 국회법 제76조 제2항, 제78조 등에 비추어 볼 때 차수 변경 절차의 위법을 주장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가 이번 해임 건의안 처리 과정의 '위법성' 논란에 대한 결론이다. 그렇다면 위법성 논란을 넘어, 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과 가결, 해임 건의안 수용을 거부한 박 대통령의 결정을 정치적 '정당성'의 잣대로 재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25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청와대가 해임 건의안 수용을 거부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임명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장관에게 직무 능력과 무관하게 해임을 건의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24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했다는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해임 건의안 통과는 유감"이라는 발언도 같은 맥락의 입장 표명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와 같은 입장은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의 요건이나 제도적 취지를 완전히 오해한 데서 나온 것이다.

 

우리 헌법 제63조 제1항은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해임 건의를 할 수 있는 요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헌법 제65조 제1항이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의 경우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는 것과 명백히 구별된다. 한 마디로 우리 헌법은 "직무 능력과 무관한 사유"로도 국회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를 의결할 수 있도록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런가. 우리 헌법은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건의의 권한을 대통령이 갖는 국무위원 임명권에 대한 국회의 통제장치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 의결은 장관의 직무 수행과 관련한 '법적인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인 반면, 해임 건의는 대통령의 장관 임명권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위한 제도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장관 해임 건의안 의결을 두고 "직무 능력과 무관한 해임 건의"라거나 "형식적 요건"을 거론하는 것은 난센스이자 허튼소리에 불과하다.

 

청와대가 "장관 해임 건의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헌법상 규정이 없다"는 이유, 이른바 '기속력'을 이유로 해임 건의안 수용을 거부하는 것 또한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무위원 해임 건의 규정의 정치적 기능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오랜만에 펼쳐본 헌법 교과서를 보면 국무위원 해임건의 부분에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해임 건의가 갖는 기속력의 강약은 해석론이나 헌법 이론의 문제가 아니고 해임 건의가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정치 상황의 여러 변수에 의해서 정해진다고 할 것이다. 바로 이곳에 우리 각료 해임 건의권의 개방성과 정치성이 있다."

 

박 대통령이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한 결정은 '합법성'의 영역을 떠나 정치적으로 '옳은' 선택인가, '그른' 선택인가를 판단하는 '정치적 정당성'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가 이루어진 최근의 정치 상황의 여러 변수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청와대 참모진들의 정치적 감각이 발휘되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국회법 위반이나 국회의장에 대한 형사고발로 접근하는 새누리당의 선택이나, 청와대가 해임 건의안 수용을 거부하겠다고 한 결정은 한 마디로 '법'과 '정치' 모두를 무덤으로 가지고 가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카드를 꺼내 든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보다 나은 카드를 선택할 시간과 기회는 아직 충분히 남아 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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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잘 됐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이번 공동보도문이 나오지 않았다면…칼을 뺏던 사람들이 칼을 휘두르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야? 자존심이 있으니까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합의문은 잘 된 합의문으로 평가합니다
–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8월 4일 : 목함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으면서 시작된 남북간 준전시상태가 보름만에 해소되고 남북공동 합의문이 발표된 것에 대해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물론 이는 대승적 차원의 시각이다. 남북이 합의한 공동보도문 내용은 청와대나 집권당이 대치 기간 중 쏟아낸 다짐과 비교하면 상당한 거리가 있다.

8월 24일 : 남북회담이 진행되는 도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무엇보다도 현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지뢰 도발을 비롯한 도발 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북한의 확실한 사과를 요구했다. 같은 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다시는 도발의 도 자도 꺼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8월 25일 : 남북회담의 대표였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도 공동보도문을 발표하면서 이번 회담은 “근본적으로 금번에 발생한 지뢰도발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 북한이 주체가 되는 사과를 받아내고 재발 방지의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정 수뇌부의 공언과는 달리 남북공동보도문 어디에도 북한이 주체가 되는 사과나 재발방지의 약속은 없었다. ‘유감’이라는 공동보도문의 문구는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의 강경 입장을 무색하게 만든다.

201508260202_01

전문가들은 남북협상엔 분명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합의문의 문구보다는 일단 남과 북이 화해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게 대통령이 사실은 그날 2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전 정권들과는 달리 지뢰도발에 주체가 누구인지를 명시하는 그런 식의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큰소리를 쳤지.그런데 그럼 난 이번 협상은 결렬이다, 그렇게 되면 합의문 못 만든다 생각했는데, 결국 12시간만에 주어가 분명치 않은 어떻게 보면 유체이탈 화법으로 이야기하는 거에요.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합의문구에서 좀 손해 보고, 이익 보고 이런 것은 우리가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요. 누차 말씀드렸다시피 김정은이 이런 합의에 개입을 하면서 결과를 만들어냈잖아요. 이것은 굉장히 실용주의적인 김정은의 협상태도를 증명해 냈다는 하나의 케이스가 될 수 있다…그런 면에서 좋은 기회가 된 거죠.
–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문가들의 말대로 남북 관계라는 것은 누가 이기고 졌는지를 명확하게 나누는 것이 애당초 불필요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또 서로의 체면을 감안하여 합의사안에 대한 문구도 모호하게 쓸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번 합의문이 그런 경우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왜 임기의 절반인 2년 반 동안 제대로 된 대화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서 북한과 소모적인 신경전만 벌였던 것일까? 전문가들이 이번 합의를 만시지탄이라고 아쉬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남북간에 합의하면 되는 겁니다. 얼마든지 가능했어요.그런데 그동안에 사람이 죽고 다치고, 주민들이 생업현장에서 뿌리 뽑혀가지고 무슨 난민 수용소 같은 데 피난을 가질 않나. 이런 것들이 국가적으로 아픔과 손실을 겪고 2년 반만에 왔다는 그 자체가 아쉽습니다.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이명박 정부 이후,그리고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남북관계는 꼬일대로 꼬여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나 ‘통일 대박론’을 내세웠지만 남북관계는 더 악화됐다. 정부는 수시로 응징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남북 간의 대화나 소통은 없이 간헐적 도발과 신경전만 지속됐다.

▲ 박근혜 대통령, 2014년 7월 16일 전군주요지휘관 회의

▲ 박근혜 대통령, 2014년 7월 16일 전군주요지휘관 회의

이렇게 수시로 남북 간의 군사적 마찰이 일어나다 보니 지난 20일 남북의 포격으로 대치 국면이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미 국무부의 기자 브리핑 룸에서는 한반도 문제가 이란, 시리아, 인디아, 파키스탄, 이집트 문제 다음에 겨우 6번째로 거론됐다.

더구나 미국 기자의 질문도 북한의 도발이 한미군사훈련 때면 으레 발생하는 도발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링크).

현재 미국에선 내년 대선에 거의 모든 신경이 쏠려 있고, 중국은 위안화 하락과 주가폭락을 겪고 있다. 두 나라 모두 한반도에서 긴장이 격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 상황이 이번 남북 합의를 이끌어 낸 하나의 배경이 됐다는 진단도 있다.

미국 국방예산이 매년, 2013년부터 500억 달러씩 삭감되는 제도를 적용하고 있잖아요.그런 점에서 한반도에서 새로운 군사개입의 불가피성이 대두되면 미국이 참 곤혹스럽습니다. 그래서 미국도 되도록 말로 풀어라고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한국정부가 북한과 대화할 수 있도록 우선 미국이 강력한 방향제시를 했다는 거, 또 중국은 북한에 대해서 이런 열병식을 앞두고 전승절 행사를 앞둔 상황에서 평화를 깨는 분위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비공식적으로도 전달했고, 그러다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합의 바로 전날 환구시보에 열병식 행사를 저해하는 세력은 반드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 나왔던 것이죠.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어떻게 대화 자리에 앉게 됐느냐? 그건 국제사회가 개입을 했다, 그런 추측을 우리가 하고도 남습니다. 전쟁위기로 가는 것은 미국과 중국, 국제사회 이익에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입할 수 밖에 없었다는 계산들이 있었다고 보고, 그래서 미국과 중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소위 무박 4일이라는 협상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죠.
–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26일) 새누리당 의원 전원을 초청한 오찬에서 이번 남북협상과 관련해 ‘끝까지 원칙을 지켰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이번 남북 합의가 대통령 임기를 절반이나 보낸 뒤에 사실상 최초로 이뤄낸 진전이란 점에서 그렇게 자랑할 만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이번 협상 결과를 보면 박근혜 정부는 과거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시절 자주 이뤄졌던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협의를 다시 진행하기로 하고, 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 회담을 개최하기로 겨우 합의했을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남북 관계는 돌고 돌아 이제야 이전의 자리로 향하고 있을 뿐이다.

수, 2015/08/2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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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한국 전직 총리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 –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 도지사,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이완구 전 총리, 불법 선거 자금 수수 혐의 후 사퇴– 박 근혜 대통령 측근의 뇌물 추문은 박 대통령에 타격 입혀뉴욕타임스는 2일 한국의 전 총리와 도지사 한 명이 불법 정치 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에 의해 ...
금, 2015/07/0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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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순회강좌 : 손에 잡히는 정치 참가자 모집 웹홍보물

 

 

정치,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프고 짜증나는 이야기입니다.
국민들은 바쁘게 먹고 사느라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
이 놈의 정치는 맨날 싸움박질이나 하고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고요,

 

그런데 우리네 먹고 사는 문제도 다 정치에 달렸다? 이건 무슨 말일까요?
<지역순회 민주주의 강좌 : 손에 잡히는 정치>에서 마음 뻥 뚫리게 함께 얘기해봐요!

 

참여연대는 거리가 멀어 참여연대 총회 등 여러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지역회원님들을 위해 매년 지역을 순회하면서 지역회원 분들과 함께 하는 행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부산/대전/광주/대구광역시에서 회원 만남의 날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하반기에는 성남/수원 등 경기남부권에 계시는 회원님들을 위한 <지역순회 민주주의강좌 : 손에 잡히는 정치>를 준비하였습니다.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충돌?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갈등? 노동당-정의당 합당? 녹색당은 뭐지? 현재의 뜨거운 이슈를 포함해 2016년 총선을 앞둔 우리는 지역에서 무엇에 관심을 두고 참여하면 좋을지, 비례대표의원과 전국구의원 무엇이 달라졌는지, 의원 수 확대는 어떻게 볼 것인지 등, 정치를 둘러싼 여러 질문과 해법들을 참여연대 지역순회 민주주의강좌를 통해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2015 하반기 <지역순회 민주주의 강좌 : 손에 잡히는 정치>

 

언제 어디서? 

2015년 7월 22일(수) 7시 수원 그리고 8월 22일(토) 4시 성남에서

(수원시 평생학습관 2층 세미나실 / 성남시 분당구청 2층 소회의실)

 

강사 

서복경 /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참가비

참여연대 회원 무료 (비회원 1만원)

 

참가신청하러가기>>클릭

 

문의

시민참여팀 02-723-4251 [email protected]

화, 2015/06/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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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만평, 메르스로 국제적 비웃음 사는 한국 – 탈북자마저 한국이 불안해 돌아오는 만평 – 메르스에 안절부절못하는 한국에 대한 국제 사회 시선 엿볼 수 있어메르스로 인해 한국이 국제적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는 7일 만평을 통해 메르스가 창궐하는 한국 상황을 풍자했다. 만평 내용은 북한군 경비병이 김정은에게 “탈북자 일부가 돌아오고 있다”고 보고한다. 김정은의 손에는 “한국에서 메르스 ...
월, 2015/06/0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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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촛불 시민을 치어리더로 만드는가?

헌재 판결이 민주공화국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최택용 콜리젠스 정치연구소장
 
지난 겨울,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광장에 작은 촛불이 모여서 만든 희망은 뜨거웠다. 겨울이 가면 반복적으로 돌아오는 자연의 봄은 매번 아름다워서 '새봄'이라고 찬사를 듣는다. 촛불이 달군 한국 사회의 겨울도 새봄으로 금방 변모할 것만 같았다.

 

과연 무엇이 변했을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고, 최순실과 이재용을 비롯한 공범들은 구속이 됐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고, 최순실과 공범자들이 처벌받고, 그리고 정권교체까지 이루어지면, 우리 사회는 새봄을 맞이할까?

 

야당은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특권 사회를 극우정권 9년 동안 견제하지 못했다. 집권 세력은 사회 전반에 걸쳐서 불공정과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욕망의 금도가 없는 괴물 같은 사람들이 행한 거침없는 일탈들은 우연히 드러났고, 그런 일이 가능했던 대한민국의 속살을 본 국민들은 분노했다.

 

그 분노 중에도 '국가 권력을 민간인 최순실에게 위임한 박근혜 대통령의 일탈 행위'가 국민적 공분의 핵심이었다. 주권자의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비선들과 함께 국가 권력을 사적 이익에 사용했다는 사실에 "이게 나라냐?"라고 참담하게 절규했다.

 

우리는 자문해야 한다. 국민을 대표한다고 자임해 온 여의도 국회와 정당들이 '국민 주권'을 농락한 정권의 독주를 왜 견제하지 못했을까? 단지, 여의도 국회와 정당들이 무능했기 때문일까? 만약, 정당 정치의 오퍼레이팅 시스템(OS·운영체제) 자체가 문제가 있다면 앞으로도 여의도 국회와 정당은 제 기능을 하기 힘들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더라도, 12월 대통령 선거로 교체될 박근혜 정권을 5월 대통령 선거를 통하여 몇 달 앞당겨서 교체되도록 만들 뿐이다. 어차피 탄핵 사태 이전에도 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었던 대통령 선거였다. 최순실과 공범자들이 법적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특권과 반칙을 제어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 자체가 바뀌는 것은 없다. 이전에도 이권을 위해서 특권과 반칙을 사용한 사람들의 극소수는 작은 처벌을 받아왔다.

 

확인하자. 탄핵 가결 이후 수개월 동안 이어진 촛불 집회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국회는 국가 시스템을 바로잡는 어떤 유의미한 개혁 입법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 선거 운동이 본격화된 것 외에 여의도 정당 정치는 변한 것은 없다.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이 바뀐 것을 변화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우리 촛불 시민들은 새 대통령이 잘 해주기만을 기다리면 되는가? 또는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는 촛불을 더 들어 주세요!'라고 요구했던 야당을 믿고 기다리면 되는가?

 

여의도 정당 정치가 촛불 시민을 선수로 뛰는 자신들의 치어리더로 여긴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박근혜 대통령만이 헌법을 위반했다고 보지 않는다. 야당을 포함한 여의도 정당 정치가 헌법 정신에서 한참을 벗어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1987년 체제 이후로 관습과 관행의 포장지 속에서 특권·기득권을 향유하고 있다. 그 여의도 정당 정치에 '국민 주권'이 앉을 좌석은 없다.

 

여의도 정당들을 정상적인 민주 정당이라 볼 수 있을까? 헌법 8조 2항,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를 일탈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여의도 정당의 비정상적인 문제점 중에서도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 국회의원 공천 제도의 모순을 살펴보자.

 

총선이 다가오면 주요 정당의 당 대표와 공천심사(관리)위원들은 대부분의 후보를 밀실에서 낙점하여 하향식 공천을 해왔다. 당 대표는 당원도 아닌 명망가와 금수저 엘리트를 총선 직전에 '인재 영입'이라는 명분으로 영입해서 황제공천을 주기도 한다.

 

지역주의와 소선거구제에 의한 양당 구조 아래에서 정당 대표와 실세들이 낙점한 거대 양당의 후보 중에서 국민들은 선택을 강요받아 왔다. 실질적으로는 '주권'과 '권력'이 국민에게 있지 않고 정당을 장악한 대통령이나 당 대표에게 있다는 의미다.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국민 주권'을 확인하는 것은 몇 년에 한 번꼴로 있는 선거를 통해서 겨우 가능하다. 그래서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의도 정당들은 비민주적이고 봉건적인 '공천제도'를 통해서 '국민 주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거 때마다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공천 파동'이 뉴스를 도배하는 후진국 선거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공천을 받아서 국회의원이 된 정치인은 누구를 위해서 정치를 할까? 공천을 준 대통령과 당 대표를 비롯한 실력자를 위해서 정치를 할까? 국민과 당원을 위해서 정치를 할까? 이런 기득권을 얻기 위해서 당권을 둘러싸고 계파 패거리의 쟁투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한국 정당 정치 구조인 것이다. 그것이 친박 비박, 친문 비문 등의 몰가치적이고 전근대적인 표현을 만든 것이다.

 

지난 2016년 4.13 총선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의 경우, 253개 지역구 중에 불과 56개 정도에서 후보 선출 경선을 실시했다. 경선을 시행한 지역도 공천심사위원회에서 후보를 대개 2배수로 압축하여 본 선거일을 겨우 한 달 남겨두고 경선지역으로 발표했다. 확정된 룰에 따른 공정한 경선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전무하다시피 한, 형식적 경선에 불과했다.

 

비례대표 공천은 당 대표와 공천심사위원들이 밀실에서 후보 명단을 압축하여 중앙위원회에서 순번만을 정했다. 아울러 '당 대표 추천 몫'이라는 비민주적이고 제왕적인 관행을 인정하여, 당선 안정권 비례 후보 몇 석을 김종인 대표가 공개적으로 낙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김종인 대표의 '셀프 비례 2번 공천'과 '정무적 전략 공천' 등으로 민주적 상향식 공천이 발붙일 여지가 없었다.

 

새누리당도 대동소이했지만, 행태와 파장은 민주당보다도 더 심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던 새누리당은 '진박'공천을 노골적으로 밀어붙였다. 2016년 4.13 총선도 공천을 둘러싼 비민주적 행태와 이전투구를 보도하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치러졌다.

 

우리는 이렇게 불공정하고 비민주적으로 국회의원을 재생산하는 여의도 정당 정치가 국민을 대신하여 사회적 불공정과 불평등을 해소해주기를 기다린 셈이다. 우물에서 숭늉을 찾은 격이다.

 

정당론의 태두인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는 그의 저서 '정당 정부(Party Government)'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천 절차의 본질이 정당의 본질을 결정한다. 공천 권한을 가진 사람이 정당의 주인이다."

여의도 정당의 주인은 당을 장악한 대통령이나 당 대표를 비롯한 극소수 실세들이었다. 그들이 낙점한 두세 사람 안에서 국민들은 선택했을 뿐이다. 더구나 소속 당의 지지율이 높은 지역에 낙점된 공천자와 비례대표 상위순번 공천자는 선출직 국회의원이라 보기 어렵다. 내용적으로 임명직 국회의원이었던 셈이다. 당원과 국민에 의한 상향식 민주주의와 무관한 공천으로 헌법 제8조 2항이 명령한 당내 민주주의를 노골적으로 외면한 것이다.

 

그리하여 헌법의 최고 가치인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까지도 여의도 정당 정치는 실질적으로 무력화시켜왔던 것이다.

 

촛불 시민들에게 여의도 정당들이 외치고 있는 '적폐 청산'을 이룰 의지가 있다면, 자신들의 집 안에 있는 적폐부터 청산하고 민주적 정당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른 수순이다.

 

복잡하거나 어려운 해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OECD 국가들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상식적인 민주주의 룰을 지키는 것이다. 헌법은 기본원리인 제1장 총강의 제8조 2항에 당내 민주주의를 규정했다. 그러나 법률은 헌법 제8조 2항의 당내 민주주의를 구체화하지 않고 정당의 당헌당규에 위임한 셈이지만, 여의도 정당의 당헌당규는 당내 민주주의와 이에 입각한 상향식 민주적 공천을 수십 년 동안 외면했다.

 

이제 헌법 제8조 2항이 천명한 당내 민주주의를 선거법과 정당법에 구체화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 헌법을 법률로 구체화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신들의 비민주적 특권과 기득권을 당원과 국민에게 반납해야 한다. 자신들의 반(反)헌법적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외치는 '국가 대개조'와 '적폐 청산'은 공허하고 모순된 주장일 뿐이다.

 

현 시스템 아래에서 여의도 정당의 공천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대변해야 될 대상은 국민이나 당원이 아니었다. 실제로 자신이 공천되는 과정과 무관했던 국민과 당원에게 충성하는 것은 어렵다. 다음 공천을 위해서 노력할 국회의원들의 공천권자가 당원과 국민일 때, 당권과 공천권을 둘러싼 패거리 정치가 아니라 가치와 노선으로 국민에게 어필하는 정치가 시작될 것이다.

 

비민주적 계파 패거리의 정치는 의회민주주의를 왜곡할 뿐만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큰 영향을 미쳐왔다. 이제 그들만의 리그를 끝내고 정당 정치를 정상화하지 않는다면,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고 다가올 경제 위기를 대비할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다.

 

최순실 사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도 정당의 문제나 다름없다. 입법부인 국회의 협조 없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입법부는 현행 헌법 하에서도 충분히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국회를 구성하는 주요 정당의 내부가 민주적 상향식 시스템에 의해서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이 여당을 장악하여 시녀화했던 것이다. 국가 권력기관과 여당을 장악한 대통령은 국회와 야당을 협치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야당의 실권자들도 대통령에 맞서는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 당내 민주주의를 외면하고 당을 장악하려 했다. 그 결과로 국회는 '정쟁의 장'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한국 정당 정치의 현주소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판결을 앞두고 정당의 공천 문제와 정당민주주의를 살펴 본 이유는, 최순실 사태를 겪은 한국 사회의 최대 문제는 공적 영역 전반에서 민주적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공적 영역에서 민주적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제어하고 감시하는 것은 정치 본연의 몫이다. 정당 정치 자체가 민주적 시스템을 일탈한 상태라면 그 몫을 해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정치의 정상화를 생략한 사회의 정상화는 이룰 수 없는 환상이나 다름없다.

 

얼마 전 비례의원 숫자를 늘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박주민 의원이 발의했다. 현 상태에서 시행한다면 당 대표와 당주류 실세들이 임명할 수 있는 국회의원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다. 독일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준용하자는 의견이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그러나 독일은 정당법과 선거법에 당내 민주주의와 상향식 공천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순이 잘못되면 선한 의도가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본질적 모순을 외면하고 풀 수 있는 문제는 없다. 완벽한 제도는 없지만 합리적 제도는 있다. 합리성을 망각한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야 4당의 의석수를 합하면 200석에 육박한다. 국민의 사회개혁 열망도 뜨겁다. 그러나 선거법과 주요 개혁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골든타임에 놀고 있는 여의도 정치 선수들이다. 촛불 시민은 집권을 위한 치어리더가 아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그 결정이 대한민국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다. 그 이후는 또다시 정치의 몫이다. 전근대적 '여의도 정치'가 현대적 '시민 정치'로 거듭날 때만이 공정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향한 첫걸음이 시작될 것이다.

 

'시대 교체'를 이룰 제19대 대통령 후보들의 동참을 호소한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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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03/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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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공약'이라더니, 기본소득이 뜨고 있다

[시민정치시평] 2017년 한국에서 기본소득을 말한다는 것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아직은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촛불 시민들의 열망을 담은 조기 대선은 기정사실화 됐다. 각 정당의 후보들도 윤곽을 드러내고 공약을 발표한다. 새 정부는 인수위원회 활동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하기에 장기적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 모두에 대한 검증이 모자람이 없어야 한다.

 

이 판국에 기본소득 역시 주요 화두 중 하나로 떠올랐다. 촛불 광장 초기에 급상승하는 지지율을 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청년배당에서부터 이어진 기본소득 논의에 일찍이 불을 지핀 덕이기도 하다. 대선 출마 선언과 거의 동시에 발표된 그의 단호한 주장에 다른 후보들도 차례로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후보들이 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녹색당과 노동당의 기본소득 정책이 시기상조라 불렸던 지난 총선이 불과 1년 전임을 상기해보자. 심지어 기본소득을 진보정당의 "황당 공약"이라고 평했던 신문은 기본소득은 원래 우파적 정책이라며 스리슬쩍 말을 바꾸기도 했다.

 

실현 가능성 논의를 넘어

 

지난 1년간 우리 사회가 만들어온 기본소득 논의는 실현 가능 여부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기본소득이 지금 한국에서 가능한가?"로 요약되는 질문은 공약의 현실성을 따지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물음만을 유일하고도 궁극적인 질문으로 삼는 상황이 아쉽다.

 

현실을 고정한 채 실현 가능성만을 공학적으로 따지는 걸 넘어,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선택의 기준 자체를 심판대에 세워보자. 지금은 소수 정치인이나 엘리트만이 아닌 다양한 시민들의 주도로 우리가 꿈꾸는 나라의 틀을 새로 짜야 할 때다. 가난한 이도, 장애인도, 여성도, 소수자도, 어린이도, 동물도 안전하고 자유롭게 함께 사는 세상의 밑그림을 그려볼 기회의 시간이다.

뜨거운 토론을 전개할 사회적 시공간이 절실하다. 나는 기본소득이 그 물꼬를 터줄 잠재력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의 여러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자, 혹은 최소한 그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라도 지지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모두의 정동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매력적인 의제다.

 

기본소득을 말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일은 당장 법안을 발의하고 실험을 확대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언제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이 허락된 적이 있었나? 한국처럼 의제 휘발성이 큰 나라에서 단기간에 기본소득이 주요 의제로 부상하는 게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특히 기득 정치세력과 기업들이 기본소득을 외치는 맥락은 자유와 평등의 철학적 기반 위에 세워지는 분배 정치의 관점과 거리가 멀다.

 

정부는 기계화, 정보화로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미래에 초래될 사회적 혼란을 관리하기 위해서, 기업은 "해고는 살인이다"와 "비정규직 철폐"의 구호가 여전히 유효한 끔찍한 한국 사회에 더 많은 '유연성'을 도입하기 위해서 기본소득을 부르짖고 있다. 이들은 자원과 권력을 가지고 담론의 향방을 결정하려 한다. 그렇지만 이들의 의도와는 다른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반대로 기본소득 이후 이러저러한 긍정적 효과가 생길 거라는 예측도 마찬가지의 한계를 지닌다.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는 어떨까? 우리 사회의 기본소득 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기본소득'에 대해' 말하는 것을 넘어서, 기본소득'으로' 말하기

 

나름 꽤 다양한 사람들과 기본소득 얘기를 나눠오며 느낀 바가 있다. 기본소득에 대한 설명을 처음 듣고 어떤 질문을 하는가는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한다. 즉, 평소 자신의 관심사나 신념, 편견 등이 드러난다. 재밌는 것은 몇 가지 빈번한 질문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구분하는 게 여타의 정치적 아젠다들을 좌우파로 나누듯 쉬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의 경계를 흔들어 그 안에서도 균열을 야기한다. 노동이나 생태와 같은 주제가 그렇다. 여성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 권한 부여), 시민권 강화와 관련해 기존 성 역할의 고착화가 심해지리란 의견과 아닌 의견으로 나뉜다. 재원 조달 및 제도화 과정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국가와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다. 또한 동료시민인 타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시장과 화폐라는 역사적 산물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알 수 있다. 예술 혹은 예술가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그렇다. 의문이 제기되는 순서는 다르지만 조금 오래 이야기하다 보면 방금 얘기한 주제들은 거의 빼놓지 않고 한 번쯤 나오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실현 가능성만을 중심으로 하는 논의를 넘어 하나의 방법론으로서 기본소득을 제안한다. 기본소득을 렌즈 삼아 경제 성장 패러다임과 미래의 일과 노동, 젠더 문제나 복지국가론을 투과시켜볼 수 있다. 사람들도 이를 매개로 자신이 원하는 삶의 미래, 사회의 미래에 대해 더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제도 완성의 종착점으로서보다 새로운 상상, 편견에 열린 자세를 마주하는 시작점으로서 말이다.

 

국가의 부를 공유하라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는 기본소득에 찬성하지만…"으로 운을 떼는 사람이 최근 확연히 늘어난 것을 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이제 기본소득의 무엇에 대해 얘기할 것인지, 어떤 입장으로 얘기하는지 명확히 해보자. 막연한 찬성 혹은 반대보다는 기본소득의 무엇을 어떤 관점에서 지지하고, 지지하지 않는지를 밝히는 것이 구체적인 논의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을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면, 그건 기본소득 개념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정책적 분화에 대한 토론이 된다. 또 한편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괜한 거부감'을 곰곰이 뜯어볼 때, 기저에 자리한 여성혐오적인 편견이나 노동에 대한 편견 혹은 스스로에 대한 혐오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들을 좀 더 드러내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부터 솔직하게 말해본다. 2017년의 한국에서 기본소득을 얘기할 때, 무엇을 얘기하는지를 넘어서 어떤 태도로 얘기하는지 역시 중요하다. '욕망'이나 '자유'와 같은 단어는 이제껏 한국 사회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웠다. 하지만 이 단어들 역시 무엇을 반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다음을 꿈꾸기 위해 필요한 말이 아닐까. '성실한 빈민'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인간 극장'식의 재현 말고, '한국형 생애주기'에 의해 박제되지 않고 특수성을 재단당하지 않는 단독자로서의 삶을 존중하자. 그래서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의 기본소득이 특히 중요하다. 각자가 충분한 시간을 버는 일이고 곧 사회적 논의의 시간을 모으는 일이다. 소진시키는 시간이 아니라, 소생시키는 시간을 바란다.

 

지난해 우리는 국가 최정점의 권력을 가진 이가 참으로 성실하고도 뻔뻔하게 사익을 추구해온 행태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우리야말로 당당해지자. 말로만 갖게 되는 권리가 무용하다면, 손에 쥔 구체적인 '몫'으로 들어올 원래 우리의 것을 요구하자. 국가의 부를 공유하라 외치자.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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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7/02/2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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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불확실성’ 트럼프의 미국은 어디로?

환율 전쟁 불똥, 한국은 어떻게 피하나

조성대 한신대학교 교수

 

대통령직에 취임하자마자 트럼프는 지난달 21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기 발표, 23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선언, 24일 '키스톤 XL' 등의 송유관 건설을 허가하는 행정명령, 25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라는 행정명령, 27일 무슬림 7개국 국민들의 입국과 비자발급을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31일 중국, 독일, 일본 등과의 환율 전쟁 선포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 돈키호테식 행보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2016년 미국 대선에서부터 현재까지 차례로 짚어보자.

 

트럼프 현상의 버팀목은 중하층 백인들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2009년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공화당으로 엑소더스를 시작했는데, 흑인 대통령에 대한 인종적 편견과 함께 다음의 정치적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우선 1990년대 이래 미국 경제가 월가로 상징되는 금융자본주의로 재편되어온 것에 대해 냉소적이었다. 미국의 양대 정당이 월가 자본가의 이익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WTO와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생산직 일자리가 멕시코 등 제3세계로 빠져나가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남은 일자리도 중남미 국가들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다 앗아갔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 안의 불법 이민자들이 남은 복지마저 약탈해갔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당연히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불법 이민에 관대했던 공화당의 주류들이 마음에 와 닿을 리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시선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란 슬로건 아래 "해외로 이전한 공장들을 되돌리고", "불법 이민자들을 즉시 추방하며",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우며", "모든 무슬림의 입국을 거부할 것"이라 외치는 트럼프에게로 향했다. 즉 트럼프는 미국 사회가 ‘갈색화’되어가고 있음을 우려하는 인종적 우파와 세계화와 양극화로 삶의 방향을 잃은 블루칼라 백인들을 대변하는 하나의 시대 현상이었다.

 

이런 배경 아래 취임 이후 트럼프가 보인 일련의 막무가내 행보는 블루칼라 백인 중심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주의에 입각한 일방주의, 중상주의(현실주의, 보호주의), 인종주의적 반이민주의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취임사에서 트럼프는 첫 번째 정책 목표로 50조 달러어치로 추정되는 셰일가스 및 유전의 적극적인 개발로 에너지 독립 국가를 건설할 것을 제시했다. 에너지 수입 감소로 물가를 잡고 생산 확대로 생긴 이윤을 공공 인프라를 구축에 투자하면 고용 확대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10년 동안 2500만 개 일자리와 4%의 성장을 약속했다. 또 소득세와 법인세도 감면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감세와 동시에 공적 지출의 확대 때문에 발생하는 재정 압박을 어떻게 감당할지 잘 모르겠다. 심지어 트럼프는 네 번째 정책 목표로 미국 패권과 힘에 의한 평화를 위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유지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러나 국방비 증액은 당연한 결과로 재정 압박이 더욱 부추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군비 경쟁을 부추길 위험도 다분하다. 

 

트럼프는 이러한 재정 팽창의 위험을 일방적 중상주의로 돌파하려는 듯하다. 그래서 여섯 번째 정책 과제에서 “강하고 공정한(tough and fair)” 무역협정을 강조했다. 혹자는 FTA 폐기 및 TPP 탈퇴를 고립주의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다 정확히는 미국 노동자 제일주의에 입각한 미국 우선의 무역 강화가 정답일 것이다. 중국이 일차 표적이 될 것이 분명하다. 무역 불균형에 대한 보복 관세와 달러 약세를 위한 환율 전쟁 선포 등이 예상된다. 심지어 트럼프는 하나의 중국 정책도 부정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 한판 뜰 기세이다. 그러나 이 역시 잘 먹힐지 의문이다. 중국의 상당히 발달한 내수 시장과 역대 최고급으로 보유하고 있는 달러 및 미국 국채는 공격에 버틸 체력과 언제든 반격할 무기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의 인종주의적 반이민 정책도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당장 중동 지역의 평화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란의 반발이 두드러진다. 특히 이란과의 대형 계약의 연이은 무산과 핵개발 재장전 가능성은 엄청난 복병이 될 수 있다. 국내 저항도 만만치 않다. 전국적인 시위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지난 1월 30일 국무부 관료 100여 명이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비난하는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급기야 연방법원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지난 3일 시애틀 연방 지방법원은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자유권을 명시한 수정헌법 1조를 위반했으며 미국 전역에서 그 시행을 잠정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물론 법적 다툼의 최종 결론은 연방대법원에서 내려지겠지만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은 출발부터 삐걱거리게 되었다. 

 

미국 우선에 입각한 일방주의 및 중상주의는 그렇게 낯선 것은 아니다. 과거 공화당 행정부에서도 보복 관세를 부여하는 수퍼301조 등이 공격적으로 활용되었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강도가 더 세질 것으로 예상될 뿐이다. 사드 배치는 당연한 수순이 될 전망이다. 주한미군 주둔을 위한 한국 정부의 분담금을 증액하라는 요구가 더 강해질 것이다. 한미 FTA의 재협상 요구도 예견된다. 환율 전쟁의 불똥이 우리에게도 튈지도 모른다. 모든 쟁점에서 미국 우선의 공정성이 기준이 될 것이다.  

 

문제는 그 공정성의 잣대가 트럼프만이 아는 고무줄이라는 데에 있다. 눈앞에 닥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실제 대선 기간 중 트럼프는 즉자적인 제안을 쏟아내었다가 철회한 적이 많았다. 김정은은 미치광이라고 했다가 이후 당선되면 김정은과 대화할 것이라고 번복하기도 했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이 돌발적 돈키호테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여우의 간교함과 사자의 용기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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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02/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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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도 '직접 밝히라' 한 '7시간'이 진짜 중요한 이유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탄핵의 연결고리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지난 12월 7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재적인원 300명 중 234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그동안 우왕좌왕하던 국회가 촛불 민심에 의해 견인된 결과다. 탄핵소추안의 국회 가결에도 불구하고 광장의 촛불은 지속되고 있다. 광장의 외침은 박근혜 개인을 향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 사태를 통해 드러난 국민 없는 국가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들의 분노와 항의가 촛불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 항의는 이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본격화된 것이다.

 

지난 12일 자 <중앙일보>에 따르면 광장 민심을 키워드로 분석하니, 박 대통령, 촛불, 세월호 순으로 많았다고 한다. 19일 자 <연합뉴스>에서도 2016년 사회관계서비스망(SNS) 등 온라인에서 회자된 키워드가 박근혜, 최순실, 세월호 순이었다고 한다. 세월호는 지난해 조사에서도 1위에 올랐었다.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과 "참사 당일 국가는 없었다"는 깨우침은 정확히 같은 분노를 담고 있다. 이는 박근혜 체제에 대한 광장의 심판 의지가 커져갈수록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을 비롯한 세월호 진실에 대한 요구도 커져갈 수밖에 없음을 일깨워준다.

 

그런데, 광장의 일체감과는 달리 정치권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나 인양 등을 정치적으로 의제화하는 데 소극적이기 이를 데 없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대통령의 헌법상 직무 불이행 문제를 포함시키는 것을 망설였던 야당의 미적지근한 태도를 들 수 있다. 표면적인 이유로는 비박계 새누리당 의원들의 탄핵소추 동참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겠냐는 것이었지만, 야당 스스로 '세월호 7시간'으로 상징되는 대통령의 직무 유기와 직권 남용을 문제 삼고 심지 않았다는 정황은 얼마든지 있다. 이미 탄핵 사유가 될 만한 여러 가지 근거들이 확보되었는데, 굳이 형사적 입증이 힘든 세월호 7시간을 탄핵 사유에 포함시켜서 탄핵 심판의 조속한 확정에 장애를 조성할 필요가 없지 않냐는 것이 당시 야당 측의 해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22일 1차 심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7시간 의혹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박 대통령 변호인 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헌재의 생각은 야당의 생각과 다소 다른 모양이다.편집자)

비록 피해자 가족들과 시민들의 강력한 항의 속에 야당도 비박계도 세월호 문제를 '생명권 침해'로 규정해 탄핵결의안에 포함시키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도 이 문제를 탄핵 사유로 입증하는데 얼마나 실질적 노력을 기울일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헌법 전문가가 아닌 필자가 이 문제를 자세히 다루는 것은 한계 밖의 일일 것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쟁점에 대해 몇 마디 언급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7시간' 문제가 거론된 이래 청와대는 "대통령과 청와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논리로 책임을 모면하려 해왔다. 그러나 대통령 보좌기구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형식상 구조구난을 직접 지휘하는 기구인가 혹은 정보수집 분석 기구인가 하는 것은 이 문제의 본질과 무관하다. 행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초대형 참사의 구조구난과 이를 위한 구조자원의 적절한 동원에 과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가 본질적인 질문이다. 게다가 대통령 자신이 이 참사의 구조구난 업무에 법적 의무가 없다고 변명하는 것 자체가 대통령답지 못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지난 2년 반 이상의 기간 동안 대통령이 헌법기관인 국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행한 공적 업무에 대한 최소한의 일지조차 공개하기를 거부하고, 이에 대한 조사권을 보유한 특조위의 자료 요구 등에도 일체 협력하지 않은 것을 입법기관인 국회가 탄핵소추의 사유로 주장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일관되게 "대통령의 사생활이 궁금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공무 수행이 꼭 필요했던 그 절박한 시간에 대통령이 어떤 공적 활동을 수행했는지를 알고 싶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이 상식적인 요구를 말할 수 없이 폭압적인 방식으로 억누르고 핍박한 대통령의 직무 유기와 직권 남용은 반드시 심판받아야 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사유로 인용되어야 한다. 헌재와 국회는 세월호 7시간이 포함된 탄핵안을 조속하고도 철저하게 처리하여 박근혜에게서 대통령직을 박탈해야 한다.

 

더불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의해 불법적으로 강제 종료된 4.16세월호참사진상규명특별조사위원회를 다시 활동하게 하기 위한 국회의 노력도 시급하다. 박근혜의 방패막이를 자처한 새누리당의 방해 행위에 의해 국회는 특조위의 강제 종료를 수수방관해야 했다. 20대 국회에 들어서도 특조위의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특별법 개정안, 혹은 보다 강화된 새로운 2기 특조위 구성을 위한 특별법의 재제정안 중 그 어느 것도 처리되지 않고, 정부와 여당의 방해에 의해 가로막혀 있는 상태이다. 국회는 애초 가족이 요구했던 기소권-수사권을 갖춘 더욱 독립적이고 강력한 특조위를 조속히 재구성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한편, 최근 공개한 김영한 비망록이나 국정원 보고 문건 등에 따르면 정부는 '세월호 사고'를 정부에 부담을 주는 사건으로 여겨 피해자 가족들과 시민사회 단체들의 진상규명운동을 파괴하려는 체계적인 공작을 펼쳐왔다. 정부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경험과 능력을 갖춘 인양업체를 배제하고, 결과적으로 연내 인양이 불가능한 상황을 연출해 낸 것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탄핵안 논의가 헌재에서 진행되는 동안 권한대행 체제는 참사 당일 대통령의 업무일지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데 부역해 온 모든 공무원들의 처벌하거나 징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세월호를 조속히 인양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문제는 황교안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법무부 장관과 총리 시절 세월호 진상규명 운동을 핍박하기 위해 검찰 조직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등 공작 정치를 주도한 대표적인 부역 인사다. 세월호 진상규명 방해와 은폐 행위를 온전히 심판하기 위해서도 우선 황교안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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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6/12/2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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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의 거래 대상이 된 노동자 건강권

위험의 외주화, 언제까지 방치해야 하나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재벌 대기업은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이었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건강권은 정권과 재벌의 거래 대상이었다.

 

2015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 대기업 총수 17명을 만나, 재단 설립과 모금을 요구한 이후 두 달 만인 9월 16일 새누리당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오래된 요구였던 파견 확대를 포함한 노동 개악 5법을 전격 발의했다. 미르재단에 대한 기업의 입금이 완료된 바로 다음날인 10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시정 연설에서 노동 개악 5법과 서비스 발전 기본법 등 재벌의 이익을 위한 법들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또 2015년 12월말 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업의 입금 완료 이후 다시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 개악 5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그리고, 메탄올 중독 사고로 20대 청년 노동자 5명이 실명 위기에 빠진 사실이 보도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파견법 통과를 촉구했고, 기업들이 벌린 서명 운동에 대통령이 직접 서명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노동 개악 5법 중에는 실업 급여 확대를 위한 고용보험법과 출‧퇴근 재해 산재 전면 적용을 위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초 실업 급여 제도 개선은 고용보험 전문위원회에서, 출퇴근 재해 산재보험 적용은 산재 예방 정책 전문위원회에서 2015년 초부터 제도 개선 과제로 논의 중이던 사안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노동 개악 5법으로 포함되어 기간제, 파견제 확대 등 노동 개악 입법의 거래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급작스런 발표는 노동부 해당 주무 과장, 국장 등 일선 부서에서도 당황한 흔적이 역력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소위 '당근'으로 노동개악 법안과 일괄처리 방침을 고수했다.

 

국정 농단의 흔적은 박근혜 정권의 규제 완화에서도 나타난다. "규제는 암 덩어리, 쳐부숴야 할 원수. 단두대로 보내야" 등 통상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발언들이 규제 완화 정책 개혁 드라이브에서 쏟아져 나왔다. 기업들의 민원 해결인 규제 완화를 정부 부처별로 '손톱 및 가시'라는 이름으로 가속화했고, 정책으로 시행하던 규제 일몰제, 규제 비용 총량제 등을 아예 입법으로 추진하고, 규제개혁위원회 인사를 대폭 물갈이하는 등 대대적인 총공세를 밀어붙였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현실이 전 분야에 걸쳐 끊임없이 제기되었지만, 박근혜 정권은 요지부동이었다.

국정 농단으로 전국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일 현대중공업에서는 40대 하청 노동자가 작업 중 추락으로 사망했다. 올해 들어 11번째, 권오갑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취임 이후 18번째 산재 사망이다. 노동부는 10월 19일부터 2주간 감독관 등 50여 명을 투입해 특별감독을 한 바 있으나, 현장 개선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사업장의 법 위반 사실을 적발하는 겉핥기식 점검과, 푼돈 수준인 과태료 처분과 시정명령 남발로 현장이 개선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참으로 황당한 정부 대책이다.

 

문제는 조선업의 다단계 하청 고용인데, 이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산재 사망 1위인 한국의 하청 노동자 산재 사망은 심각한 수준이다. 2016년 국정 감사에서도 하청 산재 사망에 대한 추가적인 사실이 계속 드러났다. 주요 30개 기업의 산재 사망 중 하청 노동자 비율은 96%에 달했다.

 

하청 산재 사망은 공기업에서도 심각하게 나타났다. 지난 5년간 발전 공기업 5개사 산재 사고의 96.6%는 하청 노동자였고, 이중 사망 사고 21명은 전원 하청 노동자였다. 남부발전의 사고 중 90%는 재하도급에서 발생했다. 2016년 당기 순이익만 9조4000억이 예상되는 한국전력공사에서 하청 노동자의 산재 발생은 원청 정규직 노동자의 39배에 달했다. 지난해만 87명의 하청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고, 지난 5년으로 확대하면 총 710명의 하청 노동자가 한전의 협력사에서 일하다 산재로 사망했다.

 

그러나, 동일한 배전 작업을 하는 한전의 원청 정규직 노동자는 1인당 연간 73만 원 상당의 안전 장구 지급이 되는 데 비해, 한전 하청 노동자 평균 3~4명이 팀 작업을 하는 1건 공사당 책정된 안전 관리비는 1만7000여 원에 불과했다. 지진으로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전의 방사선 관리, 용수 처리, 정비 등 운영 인력의 37%가 하청 노동자임이 드러났다. 최근 원전 사고 81건 중 71건이 하청 노동자 사고이고, 사망 6명은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방사선 피폭도 하청 노동자는 일반인의 14배, 정규직 노동자의 10배에 달했다. 더구나, 지난 7월과 9월 울산과 경주의 지진 발생 당시 하청 비정규 노동자는 지진 경보 알림 대상에서도 제외되었다.

 

지난 5월 구의역에서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사고로 19살 청년 노동자가 사망했다. 성수역, 강남역에 이어 3번째 사고였고, 다양한 원인이 있었지만, 결정적 이유 중의 하나는 외주화 문제였다. "1시간 이내에 출동하지 않으면 패널티를 부과하는 원청의 과업지시서는 하청 노동자들을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시간에 쫓겨 위험 작업을 감수하는 상황으로 몰고 갔고, 하청 노동자는 급박한 위험에도 지하철 기관사에게 알리려면 9단계를 거쳐야만 했다. 2011년 인천공항철도 5명 사망 사고, 지난 9월 경주 지진 코레일 선로 보수 사고에서도 '열차 진입'이라는 단순 정보가 전달되지 않은 것이 사고원인이었다.

 

화학 물질 사고에서도 가스 농도 특정 등 단순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고, 노량진 수몰 사고 때도 폭우가 계속 내리고 있다는 단순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다. 하청 노동자의 산재 사망 사고의 대부분은 고도의 기술적 문제도, 고비용이 들어가는 안전설비 문제도 아닌 경우가 대다수이다. 한국의 산재 사망, 특히 하청 산재 사망은 기초적인 안전 교육, 위험 정보, 보호 장구 지급등 기초적인 안전보건 조치가 지켜지지 않아 발생하고 있다. 너무도 단순한 이러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바로 하청 고용이라는 고용구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국정 농단으로 거래 대상으로 전락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이제 위험의 외주화 금지 입법, 원청의 책임 강화 입법, 규제 완화 중단으로 즉각적인 개선이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여소야대라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은 정부의 지속적인 반대 입장과 국회의 무책임한 태도로 표류되고 있다. 더욱이 위험의 외주화 금지, 생명 안전 업무 직접 고용과 관련된 법안들은 구의역, 남양주역 사고 이후 앞 다투어 발의되었지만,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

 

하청 고용을 숙명으로 알고 있는 건설업의 경우,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에서는 30%에서 50% 내외로 원청이 직접 고용하여 시공하는 직접 시공제를 실시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70% 이상의 직접 시공을 계약 조건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영국 건설 노동자의 11배, 미국 건설노동자의 6배가 넘는 하청 건설노동자가 매년 산재로 사망하고 있다.

 

유럽 등에서는 '사업 이전에 관한 입법 지침'에 따라서, 사내 하도급 계약 시에도 그 일이 존속하는 한 고용 승계와 노동 조건 유지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제3자 보호 효과가 있는 계약'을 적용하여 하청 노동자가 산재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 원청 사업주에게 직접 손해 배상 청구권을 갖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한국으로 치면 법령 수준의 효력을 지니는 다양한 안전 보건 가이드와 매뉴얼을 통해서 하청 노동자의 위험성 평가, 사고 조사 참여, 안전 보건 조치 등을 통해 하청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보호 의무를 원청에 부여하고 있다.

 

중국은 2014년 안전 생산법을 개정하면서 "사업주가 안전 생산 조건이나 상응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 단체 또는 개인에게 하청을 주거나 임대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또한 동법 제 100조에는 46조를 위반해서 하청을 주거나 임대하는 경우에는 시정 명령을 내리고 위법 소득을 몰수하도록 하고 있다. 또, 기한 내에 시정하지 않으면 생산 정지, 휴업 정비 등을 명령하도록 되어 있다. 외국뿐 아니라 한국의 국내 법률에도 다양한 조건으로 도급 및 재하도급을 금지하는 개별 법률이 많다. 이제 도급 금지는 성역의 대상이 아니다.

 

지난 5월 구의역 사고 이후 서울시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안전 업무직 7개를 직접 고용으로 전환했다. 고용 형태와 노동 조건 등 아직 해결 과제가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서울시는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면서, 외주화로 인해 하청 업체에 지급되었던 간접 비용을 없애서, 하청 노동자의 임금 등 노동 조건을 일부 개선하고, 외주화로 인한 치명적인 안전 위험 요소도 해결한 것이다. 그러나 전국의 철도, 지하철을 비롯한 수많은 하청 고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하청 노동자의 죽음과 시민의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재벌 대기업 혹은 공공기업의 무분별한 외주화 남발. 이제는 입법으로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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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11/1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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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이 사이버 방범대원?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 제2의 사이버테러방지법

 

오병일 정보인권연구소 이사

 

지난 9월 1일 국가정보원은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법은 이름만 바꾼 '사이버테러 방지법'이며, 민간 정보통신망에 대한 국정원의 감시와 사찰을 확대할 국정원 권한 강화법이다.

 

올해 초, 국가비상사태라는 (물론 그러한 사태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지만) 황당한 명분으로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 상정하고, 192시간에 걸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에도 결국 국회를 통과한 것을 모두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밀어붙였던 또 하나의 법안이 사이버테러방지법이었는데, 정의화 국회의장도 이것까지 직권 상정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결국 사이버테러 방지법은 19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러나 사이버테러 방지법에 대한 국정원의 열망은 멈추지 않는다. '국가 사이버위기 관리 법안',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 등에 관한 법률안' 등 이름만 바뀌었을 뿐 18대, 19대 국회에서 계속 발의되었고, 이미 20대 국회에서도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 대표 발의로 '국가 사이버안보에 관한 법률안'이 국정원의 입법예고안과 별개로 발의돼있다.

 

국가사이버안보 기본법을 반대해야 하는 이유 

 

그럼, 이 법률안이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자. 입법예고안은 국정원에 다음과 같은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법안에서 국가정보원의 역할
- 지원기관에 사실상 국정원 영향 하에 있는 국가보안기술연구소 포함 (제2조 7호)
- 국가사이버안보 실무위원회 공동 운영 (제5조 3항)
- 사이버안보 기본계획 수립·시행 권한 (제7조 1항)
- 사이버안보 실태 평가 권한 (제8조)
- 국가 차원의 일원화된 신고 및 조사 체계 운영 (제12조 1항)
-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사이버 공격'의 신고 접수 (제12조 2항)
-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사이버공격'에 대한 사고조사 (제12조 4항)
- 사이버위기대책본부의 구성 관여 (제15조 2항)

 

우선 법률안은 국정원이 국가사이버안보 실무위원회를 공동 운영하고 사이버안보 기본계획을 수립, 시행하도록 함으로써 콘트롤타워로서의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비밀정보기관에 국가 사이버보안의 콘트롤타워를 맡기는 나라는 없다. 이는 마치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이나 중앙정보국(CIA)이 미국 사이버보안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법률안은 국정원이 공공기관 및 민간업체의 정보통신망에 침해 사고 조사를 명분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침해사고 조사는 일종의 수사와 유사한 과정으로 볼 수 있는데, 국정원이 이를 통해 공공기관과 민간업체의 민감한 정보에 접근하여 이들을 감시, 사찰할 우려가 있다. 지난 '사이버테러방지법'에 대한 비판을 의식했는지, 이번 법률안에는 포털 등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가 의결을 통해 법률의 규율 대상이 되는 '책임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포털이나 언론 등으로 그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국가정보원은 공공기관들의 사이버 보안에 대한 실태 평가도 할 수 있는데, 시행령이 어떻게 제정되느냐에 따라 법원, 국회, 헌법재판소, 선관위 등의 사이버 보안 관련 정보와 시설에 접근할 수 있다. 비밀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국회, 법원 등의 사이버 보안을 관할하는 것은 헌법기관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지금까지 국내 정치 개입, 민간인 사찰 등으로 물의를 빚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회나 법원의 통제를 받지 않는 국정원이 사이버 보안을 명분으로 포털이나 주요 대기업, 언론사, 국회 등의 정보통신망에 접근하여 민감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면 국정원의 정치 공작이 더욱 심각해질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국정원은 사이버 보안에서 손을 떼라!

 

이미 국정원은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에 근거하여, 국가 및 공공기관망 에 대한 관리 권한과 함께,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통해 '민관군 사이버위협 합동대응팀'을 이끌고 있다. 또한, 정보 보호 시스템에 대한 인증, 암호 인증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국내 보안 업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 보안(Cyber Security)을 국가 안보(National Security)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물론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있을 수도 있고, 중대한 사이버 공격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이버 공격이 북한이나 국가안보에 관련된 것은 아니다. 호기심이 많은 해커에서부터 인터넷 상의 크고 작은 사기꾼이나 범죄자들까지, 혹은 해외의 정보기관이나 심지어 국정원까지 누구나 사이버 공격자가 될 수 있다. 지난 2015년, 국정원도 RCS라는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악성 코드를 유포해왔음이 드러나지 않았나. 사이버보안은 예방, 탐지, 복구, 대응 등 여러 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누가 공격자이든 정보통신망을 운영하는 기관은 자신에게 필요한 보안 조치를 취해야 한다. 조사 결과 범죄와 관련되어 있다면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하면 된다.

 

국정원에 국가 사이버보안에 대한 콘트롤타워를 맡기는 것은 오프라인으로 비유하자면 국정원이 민간의 자치적인 방범부터 경찰과 검찰까지 통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국정원의 기본 직무 범위를 한참 벗어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나라가 비밀정보기관에 사이버보안에 대한 콘트롤타워를 맡기고 있는가! 국가적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면 국회의 감독을 받을 수 있는 일반 행정기관이 담당해야 한다. 

 

이제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에 대한 반대라는 네거티브적 접근에서 벗어나서, 국정원으로부터 사이버보안 업무를 분리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국정원의 개혁과 국정원에 대한 입법적, 사법적 감독의 강화와 함께 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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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10/1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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