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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채택 최종견해 이행을 위한 당사국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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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채택 최종견해 이행을 위한 당사국의 책무

admin | 수, 2019/12/04- 23:08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채택 최종견해 이행을 위한 당사국의 책무

- 2019 아동권리포럼을 중심으로 -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변호사

 

2019년 11월 18일, 대한민국의 아동권리협약 이행 제5-6차 심의에 따른 최종견해 이행방안을 모색하는 2019 아동권리포럼이 개최되었다. 국제아동인권센터는 보건복지부의 2019년 아동인권증진사업의 한 내용으로, 위 포럼을 주관하였다. 본 원고는 포럼 준비과정과 당일의 현장을 소회하며, 협약 이행을 위한 당사국의 책무를 확인하고자 한다.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의 의의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이하 ‘아동권리위원회’ 또는 ‘위원회’)의 제5-6차 최종견해는 2019년 9월 27일 채택되었다.1) 2017년 12월 제5-6차 국가보고서가 제출된 이후, 2018년 11월 대안보고서2)와 아동보고서 제출, 2019년 2월 사전심의와 쟁점목록 채택, 2019년 8월 쟁점목록에 대한 정부 답변서와 시민단체 추가의견서 제출, 그리고 9월 18-19일 양일에 걸쳐 아동권리위원회와 당사국 대표단이 ‘건설적인 대화(constructive dialogue)’를 진행한 본심의 결과 도출된 문서이다.

 

특히 제5-6차 심의는 시민사회의 역할에 주목할 수 있다. 국가보고서(State party’s Report) 이후 제출된 대안보고서(Alternative Report)는 아동보고서(Children’s Report) 및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NHRI’s Report)를 포함하여 총 16개에 이르렀으며, 10여개 단체가 사전심의에 참석하여 대한민국의 다양한 아동인권 현안을 위원들에게 전달하였다. 심의과정에 함께한 단체도 아동복지단체의 범주를 넘어 여성, 환경, 장애, 노동, 이주민 인권 등 다양한 단체로 확대되어, 세상의 모든 인권현안이 아동의 인권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경험적 과정을 거쳤다. 본심의 현장까지 12개 단체가 참여하여 조직적인 로비활동을 이어나갔다. 제5-6차 최종견해는 한국 시민사회의 연대와 성장이 만들어낸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이번 최종견해는 종전과 비교하여3) 유례없이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으며, 각각의 권고도 굉장히 구체적으로 언급되었다. 노키즈존,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구제,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 미세먼지와 유해물질 노출, 베이비박스와 익명출산제, 선거연령과 정당 가입 연령, 스마트폰을 포함한 아동의 사생활 및 개인정보 보호, 스쿨미투와 의제강간 연령, 온라인 그루밍, 부의 육아휴직제도, 수용자 자녀 등은 제5-6차 심의과정에서 새롭게 제시된 아동인권 사안이다. 이주아동, 소년사법, 장애아동과 성착취 피해아동 등 소수자 아동과 관련한 문제는 세부적인 법·제도 개선요청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최종견해는 당사국의 협약 이행을 위한 지침으로 기능한다. 협약이 포괄하는 아동인권 실태는 각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으며, 계속하여 변화하는 사회모습에 따라 아동인권의 내용도 새롭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위원회의 최종견해는 해당 국가의 사회문화환경을 바탕으로 아동인권을 존중·보호·실현하기 위한 당사국의 단계적 책무를 안내하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즉, 아동권리협약 이행을 위한 일차적 의무이행자는 ‘당사국’으로서, 협약을 비준한 대한민국은 아동권리협약이 지향하는 가치에 기초하여 최종견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시민단체는 당사국을 조력하여 협약 이행을 촉진하는 동반자이자 감시자로 존재한다.

 

이에 최종견해를 알리고, 그 이행방안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은 필수적이다. 대중은 물론 최종견해와 관련한 담당부처가 해당 권고내용을 알고, 권고의 문언적 내용을 넘어 그 함의를 해석하고 실천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분명 지난 30년간 점진적으로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성인과 동등한 아동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제한적이다. 부모와 교사의 체벌은 훈육을 이유로 정당화되고, 스마트폰 감시앱 의무설치 정책과 학교의 휴대폰 일괄수거 조치 등 아동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는 보호를 명목으로 손쉽게 침해된다. 잔혹한 소년범죄가 보도될 때마다 소년법 폐지여론이 드높고, 학교 밖·가정 밖 아동에 대한 시각은 문제아에 대한 낙인이다. 아동이 나의 삶과 관련된 일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특별하거나 특이한 경우로 인식된다. 나의 근원을 알아야 할 자연스러운 권리는 아동과 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의 행복을 이유로 후차적이거나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치부된다. 즉, 여전한 현실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은 계획과 전략이며,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명확한 체계이다. 따라서 아동권리협약 이행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최종견해 이행방안을 모색하는 포럼’을 주최한다는 결정은 매우 의미있었다.

 

포럼 준비과정의 어려움

하지만 포럼을 준비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 첫 번째 어려움은 시간이다. 포럼 기획이 확정된 시점은 10월 중순이었는데, 아동권리협약 채택 30주년을 맞이하는 11월 20일 전후로 포럼을 개최하고자 하니 약 5주간의 기간만 남아있었다. 준비 일정을 고려하여 시기를 미루는 방안도 논의하였으나, 최종견해 이행에 대한 논의로 아동권리주간을 시작하는 포문을 연다는 의미에서 11월 18일 월요일로 확정하여 추진하게 되었다. 일정은 긴급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① 최종견해 번역자료 확정, ② 최종견해와 관련한 소관부처 확인, ③ 포럼에서 논의될 주제와 내용 구성, ④ 발표자 섭외와 원고 취합 등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그러나 촉박한 일정보다 어려웠던 것은 포럼을 구성하는 과정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차기 정기보고서 제출시까지 최종견해에 기초하여 협약 이행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은 권고의 적극적인 해석과 이행계획 수립이 주요하게 요청된다. 문제는 정부부처의 이행 모니터링 체계가 부재한 현실에서 관계부처의 협력을 구하고, 해당 부서의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 자체가 용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민간과 국가기관이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구성 대신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형태를 제안하였다. 그에 따라 ‘시민사회의 제언’과 ‘정부의 이행의견 표명’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도출하고자 했던 당초의 계획은 ‘최종견해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둥글한 형태로 변경되었다. 개괄적인 발제 이후, 시민사회와 부처가 각자의 의견을 발표하는 소위 ‘라운드테이블’ 형태였다면 이해가 갈까.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관계부처가 최종견해를 인식하는 명확한 계기를 마련하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포럼을 준비하였음을 밝힌다.

 

포럼에서 논의될 이슈를 선정하는 것도 긴 논의가 필요했다. 협약은 인간의 모든 권리를 포괄하며, 더욱이 급변하는 사회가 여실히 반영된 제5-6차 최종견해는 굉장히 많은 쟁점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주제가 논의되어 아동인권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확산되기를 바랐으나, 포럼 준비일정을 고려할 때 논의하고자 하는 모든 주제와 관련된 부처를 섭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했다. 부처 간 이견이 있는 사항은 참석협조가 더욱 어려울 수 있으며,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진전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사안에서는 그다지 새롭지 않은 의견만 반복될 수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우려도 있었다. 발언자가 너무 많으면 포럼 전반이 늘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포럼의 큰 틀은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와 ‘모든 아동을 위한 포용국가’ 2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었고, ‘교육’과 ‘포용’의 범위에 가능한 포괄적인 논의를 담아보고자 노력하였다.

 

무엇보다 라운드테이블의 형태에 맞지 않는 발표 준비과정이 마음 한 켠을 불편하게 했다. 보다 유연한 분위기 속에 다양한 부처의 참여를 확보하고, 그들의 참석이 최종견해 이행을 위한 각 부처의 출발선이 되기를 바랐다면, 부처 역시 최소한의 준비는 필요했다. 시민사회의 제언과 방향성에 ‘응답’하는 역할이 아닌, 협약 이행을 위한 의무이행자로서 그들 나름의 입장과 성과, 노력과 어려움을 밝히는 대등한 주체로서 포럼에 참석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하지만 보건복지부를 통해 발제 원고는 물론 시민사회의 발표원고를 관계부처에 사전에 회람하며 참석 회신을 기다려야 했고, 그 결정 또한 포럼 직전에야 결정되었다. 관계부처의 부담을 줄여 참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는지 의문이며, 아동권리증진 및 아동권리 관련 국제협약에 관한 사항을 소관하는 보건복지부의 역할과 권한은 무엇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4) 또한 발제와 시민사회의 원고도 촉박한 일정 속에 준비되어야 했던 만큼, 해당 원고를 부처에 전달하는 과정도 상당히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부처 외) 모든 발표자료가 취합된 11월 13일 오전이 지나서야 참석을 요청하고자 하는 부처에 원고들이 전달되었으며, 포럼에 참석한 부처 중 사전에 원고를 준비하여 발표한 곳은 없었다.

 

과연 대한민국의 정부는 협약 이행의 첫 번째 의무이행자로 당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포럼을 준비하며 머릿속에 맴돌던 물음이다. 상호대등한 부처관계에서 협약 이행과 관련한 업무를 이리도 추진하기 어렵다면, 과연 국제인권조약의 담당부서는 행정부 특정 부서의 업무로 분장되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 ‘협약 이행 모니터링 체계 마련’을 위한 험난한 발걸음을 예고하는 듯한 경험이었다.

 

포럼의 아쉬움과 성과

많은 어려움과 내면적 갈등을 거치며 포럼은 개최되었고, 현장에 참석한 부처의 발언과 답변도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예컨대,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제언에도 불구하고 ‘인권조례가 지역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도돌이표 강조를 하였다. 아동인권 실현을 위한 범국가 단위의 역할을 외면한 것은 아닐지, 협약 이행을 위한 입법적 조치의 의미를 되묻게 하였다.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는 서두에‘정부를 합리적인 존재로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진의가 어떠하든 인권보장을 위한 국가의 기능적 신뢰를 바탕으로 그 이상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민주사회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법률에 근거한 행정부의 법 집행은 견제와 감시를 통해 균형을 유지하지만, 그것이 곧 ‘불신’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통합교육이 실천되지 않는 국내 교육제도의 한계를 짚지 않은 채, ‘특수학교로 가지 못한 학부모의 항의’를 단편적으로 언급한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의 발표도 협약에 대한 제한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또한 ‘여성가족부는 모든 청소년 정책의 총괄부처인데, 상황별로 부처를 달리 보는 의견이 안타깝다’면서도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온라인 기반 아동 성착취 근절을 위한 법적 도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포럼 발표를 통해 아이돌봄 서비스도 아동인권 관련 여성가족부 업무임을 인지할 수 있었다는 여성가족부 권익지원과의 발언은 진정 모든 아동을 포괄하는 정책 수립을 위한 인권기반 접근을 모색하고 실천하고 있는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협약 이행 역사상 최초로 최종견해 이행방안을 모색하고자 한 이번 포럼은 분명히 의미 있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발표자 포함 120여 명이 참여하며 협약과 최종견해에 대한 인식제고에 기여하였으며,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장의 아동권리협약 이행 경과보고를 통해 부처의 심의 준비과정이 대외적으로 공유될 수 있었다. 국가보고서와 쟁점목록 답변서를 집필한 김영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이 협약 이행을 위한 대한민국의 과제를 명확하게 짚으며, 협약 이행을 위한 당사국의 구체적인 역할도 공론의 장에 올려졌다. 심의 전 과정에 참여한 아동보고서 집필진의 발표는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상기시켰고, 포럼에서 논의된 세부주제를 넘어 ‘교육제도’와 ‘포용국가’ 전반을 포괄하는 다양한 질문도 현장에서 제시되었다. 포럼에 참석한 관계부처 담당자가 최종견해에 따른 책무를 인지하였다는 것도 소정의 수확이다. 하루 일정으로 다루기에 불가능할 만큼 광범위한 주제들을 다룬 결과 종일 시간에 쫓기는 일정이었지만, 협약 이행 방향을 모색하는 총론을 시작했다는 점에 그 의의를 찾아본다. 비록 관계부처와 의견 조율이 확정된 최종견해 발간자료는 완성되지 못했지만, 보건복지부 발행 최종견해 일차자료집도 만들어졌다. 추후 활용도 측면에서, 정부발행의 국문자료 발간은 대표적인 성과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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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아동권리포럼에서 발표 중인 김희진 변호사 <사진 = 국제아동인권센터>

 

부디 이 포럼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를, 시민사회는 물론 부처가 스스로의 책무를 인지하는 계기가 되기를, 이후 협약 이행을 위한 일련의 단계적 과제를 도출하는 촉진제가 되었기를, 그로써 아동인권을 보장·증진하는 대한민국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2019 아동권리포럼은 다음 스텝을 위한 첫 발자국일 뿐이다. 

 


1) 제5-6차 최종견해는 9월 27일 채택된 이후, 10월 3일 미편집본이 공개되었고(출처: OHCHR 웹사이트 - Human Rights Bodies - 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 – Media – Press release - UN Child Rights Committee publishes findings on Australia, Bosnia and Herzegovina, Georgia, Mozambique, Panama, Portugal, and the Republic of Korea, https://www.ohchr.org/EN/NewsEvents/Pages/DisplayNews.aspx?NewsID=25095&...), 이후 문장 및 세부표현 등을 정리한 최종 편집본이 10월 24일 공표되었다(출처: OHCHR 웹사이트 - Human Rights Bodies - 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 - Country-specific information = Republic of Korea, https://tbinternet.ohchr.org/_layouts/15/TreatyBodyExternal/Countries.as...). 본문의 최종견해는 10월 24일 최종공표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2) 당사국 이외 NGO, 시민사회단체, 국가인권기구 또는 아동 당사자가 제출하는 보고서를 지칭하는 정식명칭은 없다. 다만, 이러한 보고서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당사국의 협약 이행 상황을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에, 대안보고서(Alternative Report), 보완보고서(Supplementary Report, Complementary Report) 등의 용어로 다양하게 불린다. 본문에서는 대안보고서라는 용어로 사용하였다.

3) 대한민국은 아동권리협약 이행보고에 따라 1996년 2월 제일차, 2003년 3월 제2차, 2012년 2월 제3-4차 최종견해를 전달받았으며(일자는 문서에 기록된 최종 편집본 공표날짜를 기준으로 하였다). 제5-6차 최종견해는 4번째 심의 결과 채택되었다.

 

4) 「보건복지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16조 제3항 제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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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종사자 처우개선을 인권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사회복지 종사자의 노동인권 문제가 더 이상 방치되거나 미룰 수 없는 정책과제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또한 앞으로 경기도 복지환경에 대한 전향적 발전이 이루어지기 위한 기대가 모아지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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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100여명의 주민이 모여 진행한 1차 마을회의에선 마을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찾았습니다. 학교주변 흡연, 통학로 무단횡단, 골목불법주차로 인한 사고위험 등 다양한 주제가 나왔습니다. 9월 16일엔 이런 위험요소가 사실인지 직접 확인하고 공유지도에 표시하는 커뮤니티맵핑을 진행한 후 9월 19일 위험요소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2차 마을회의를 진행했습니다. 2차 마을회의에선 마을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주민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자치단체가 해결해야할 내용으로 정리했습니다.

 

주민이 직접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첫 시도인 안전마을 만들기 사업은 이후 다양한 주제로 확장할 예정입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복지축소 반대, 지방정부 복지자치권 수호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결성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가 시행 중인 ‘지방자치단체 유사, 중복 사회보장사업정비 추진방안’으로 전국이 혼란스럽다. 인천의 경우 해당하는 사업이 총 53개, 예산액은 78,291백만 원이다. 서비스대상자는 940,000명에 달한다.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대한 대책으로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을 떠들어 놓고는 처우개선에 관해 한 푼도 국가예산으로 늘이지 않으면서 지방정부가 주는 16,000여명에 대한 처우개선비 201억 원을 중복사업이라며 삭감토록 했고, 가장 열악한 복지기관인 지역아동센터에 주는 종사자장려수당 14.8억 원도 삭감하라고 한다. 또한 중중장애인 7,000명에게 주는 월 3만 원의 생계보조수당 25억 원도 정비계획에 포함되었다.

 

이에 인천지역의 사회복지계와 시민사회는 ‘복지축소 반대, 지방정부 복지자치권 수호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하였다. 인천평화복지연대를 비롯하여 25개 단체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9월 22일 인천시청 앞에서 복지축소 반대와 지방정부 복지자치권 수호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정비방안이 지역복지 축소로 이어지는 것을 명백히 반대한다. 복지정책의 확대와 지속성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마련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소득보장제도와 저출산고령화 관련 예산에 대한 국가 책임성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 ‘저부담저복지’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복지사업 국고보조 비율 조정 등을 통해 지방정부의 복지재정 확충 계획을 함께 수립해야 한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향후 토론회와 궐기대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중앙정부의 재정책임성 높이고 지방정부의 복지자치권을 지켜내기 위해 강력한 저지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또한 인천시를 상대로 복지자치권 보장을 위한 의지를 중앙정부에 분명한 전달할 것을 촉구하고 이 모든 과정을 당사자들과 협의하여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행동하는복지연합

행동하는복지연합 10주년 생일잔치 열려

행동하는복지연합(이하 행복연)이 6월 22일 창립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메르스로 인해 행사가 늦춰져 9월 15일에 청주대학교 공터에서 400여명의 지역주민들과 사회복지현장 실무자, 공무원 등이 함께 모여 생일잔치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행사는 지역사회에서 복지운동을 처음 시작한 행복연을 10년 동안 묵묵히 지켜보고 함께 해주신 지역사회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10여년의 시간동안 행복연은 지방정부 복지정책 및 예산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안제시 활동, 복지현장에 대한 대변옹호 활동, 복지주체들에 대한 색다른 교육훈련 활동, 가난한 이웃들의 복지권 확보 운동, 착한소비를 통한 일상의 나눔 문화를 만들어 가는 행복카페활동, 나와 우리를 생각하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디자인을 수행하고 있는 행복나무 활동을 꾸준히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또한 행복연은 정부보조금을 받지 않고 오로지 회원들이 참여하는 회비와 후원금만으로 조직의 운영을 하는 재정원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적은 회비 수입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지만 늘 지켜봐 주시고 참여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행복연이 10년동안 지역복지 강화라는 목표를 중심으로 달려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행복연은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지역사회의 복지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충북지역에서 필요한 이슈들을 만들어 내고 실천적 대안들이 현실화 되도록 유관 기관 단체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실천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역사회 욕구에 기반한 존재성에서 그 소임을 다할 것입니다.

 

‘모두가 행복해야 합니다’ ‘행복한 지역사회를 디자인 합니다’ 이것이 행복연이 가는 길입니다!

 

평화주민사랑방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은 국민이 갖는 기본권이다.

지난 8월에 익사에 거주하는 조모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했는데 익산시에서 주민등록을 복원 한 후 신청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조모씨를 상담하기 위해 익산으로 향했고 상담을 통해 확인한 사실은 익산시가 수급신청 조사도 하지 않고 전화로 부적합 판정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익산시에 기초생활보장 부적합 사유에 대한 공문서 및 신청 재검토를 요청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 익산시는 조모씨에게 수급자 선정이 되었다고 연락을 했다.

 

주민등록말소제도는 국민의 기본권(국민기초생활보장, 국민건강보험, 선거 등 참정권, 초등학교 배정 등)을 침해하기 때문에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법 제6조·제8조·제14조·제15조·제20조·제21조·제23조를 개정하고 거주불명등록제도로 변경하였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2조(신청에 의한 조사) 제1항에 의하면 제21조(급여의 신청)에 따른 신청이 있는 경우, 조사하게 하거나 검진을 받게 할 수 있으나, 주민등록상의 문제로 수급권을 제한하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구나 2015년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 358쪽에는 “가급적 주민등록 재등록을 하여 거주지 확인이 되도록 설명, 개인적 상황 등에 따른 거주불명등록자로 된 경우에도 수급신청은 실제 거주지에서 급여신청을 할 수 있음을 안내” 하도록 되어 있다.

 

개인적 사정에 의해 거주불명등록(주민등록말소)이 되어 있는 경우라도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은 국민이 갖는 기본권이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월, 2015/11/0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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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 살아야 좋은 도시입니다

 

이상훈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 사무국장

 

 

저는 인천 강화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유일하게 하나 있던 개봉관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영구와 땡칠이’를 마지막으로 사라졌고, 백화점은커녕 햄버거 가게도 하나 없었습니다. 사춘기 시절에는 누가 ‘시골’에서 산다고 하면, 나는 그래도 ‘면’이 아니라 ‘읍’에 산다고, 읍에는 논이 별로 없으니 시골이 아니라고 항변하기도 했었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 문제집을 산다는 핑계로 서울 신촌에 가서 하루 종일 쏘다니던 기억도 있습니다. 대학생이 되면 꼭 서울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학생활도 인천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생활권이 강화라는 시골에서 대도시로 옮겨졌지만 뭔가 부족했습니다. 놀러갈 곳이라곤 월미도뿐이고, 연극이나 뮤지컬은 대학로에 가야만 볼 수 있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요즘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어떤 생활을 하는지, 어떤 문화 속에서 사는지 나오는 것을 보면 나와는 달랐습니다. 우리나라는 서울에만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전국을 상대로 하는 지상파 방송에 인천이야기는 좀처럼 나오질 않습니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인천 소식은 공직자의 비리, 강력범죄 소식뿐입니다. 시쳇말로 ‘마계 인천’이라는 말도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도 갖고 있습니다. 분명 인천에 20년, 30년 넘게 살고 있는 사람인데도 ‘나는 부산사람’, ‘나는 광주사람’ 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천시민들 사이에서 인천은 성공해서 떠나야 하는 곳으로 각인됩니다. 

 

지난 2011년, ‘인천에 인천 사람이 있을까?’, ‘인천에 인천 문화가 있을까?’ 어찌 보면 어이없는 이 두 가지 물음에서 인천사람과문화는 시작됐습니다. 인천은 인구구성비가 매우 다양한 도시입니다. 인천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토박이부터, 한국전쟁 시기에 내려온 이북출신, 산업화시기에 상경한 호남출신, 물길을 통해 올라온 충청출신이 있습니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지역의 한 원로는 인천을 ‘해불양수(海不讓水)’의 도시라고 표현하십니다. 바다처럼 물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것이지요. 소위 ‘텃새’라는 것이 없어 누구든 정착하기 좋은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의 경우, ‘문화의 불모지’가 아니라 ‘문화’를 찾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방 이후 에스캄 시티로 불렸던 부평은 1950~60년대 팝, 블루스 밴드 음악의 중심이었고, 관교동은 많은 음악인들의 작업실이 있었던 곳입니다. 동인천은 지금의 홍대 못지않은 공연의 거리였습니다. 지금도 연극, 뮤지컬, 무용, 락, 퓨전국악, 크로스오버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인천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아니 잘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기도 합니다. 

 

인천사람과문화는 인천이 바다의 도시, 평화의 도시, 노동의 도시, 다양성의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에 사는 사람들이 인천에서 태어났건 아니건 ‘인천사람’으로서 사고할 수 있도록, 지역의 역사를 기반으로 문화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며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인천숲포럼’은 인천사람과문화의 대표적인 사업입니다. 2011년 ‘인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시작하여 2012년 ‘인천의 현실과 과제’, 2013년 ‘인천 어디로 가야 하나-원로에게 듣는다’, 2014년에는 ‘인천에서 꿈을 만들다’와 ‘6.4 지방선거 당선자와의 만남’을 진행했습니다. 올해 3월까지 총 36회의 포럼을 진행했고 지역에서 현안 대한 담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인천숲포럼>

 

 2012년부터 진행한 ‘밥이 되고 꿈이 되는 인천 인문학콘서트’는 개인의 일상과 사회 현상을 인문학을 통해 바라보는 강연 사업입니다. 역사, 철학, 문학, 미술, 정치, 평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저자를 초청하여 진행하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양질의 강좌를 접하기 힘들었던 인천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고, 시민들의 요구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사업입니다.

 

<사진-인문학콘서트>

 

‘길떠나는 인천공부’는 인천의 곳곳을 직접 찾아가는 기행 프로그램입니다. 한국 근대의 역사를 품고있는 동인천역 일대 개항장 기행, 선사시대부터 개항까지의 역사를 모두 살펴볼 수 있는 강화도, 다도해의 풍경이 부럽지 않은 덕적도 등 인천의 숨은 명소들을 각 지역의 문화해설사와 함께 돌아보며 인천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4월에는 분단의 현실로 고통 받고 있는 연평도를 찾아 서해 평화와 인천에 대해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작년에 처음 진행한 사업으로는 ‘인천평화창작가요제’가 있습니다. 인천은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중국어선 불법 조업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분쟁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는 도시입니다. 가장 위태로울 수 있는 도시에서, 누구나 접하기 쉬운 노래를 통해 가장 먼저 평화를 이야기 하자는 생각으로 시작된 사업입니다. 첫 대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177곡이 접수되었는데 일상의 평화, 전쟁이 없는 평화 등 다양한 내용의 곡들이 출품되었습니다. 인터넷 이용이 어려워 카세트테이프에 녹음을 해서 보낸 참가자도 있었고, 평화를 기원하며 창단된 일본 합창단이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연평도에서는‘방공호에 대피하게 되었을 때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을 보며 평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았다’는 한 선생님이 곡을 써서 아이들과 함께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본선 진출이 확정된 팀들을 대상으로 평화워크샵을 진행하여 경연 결과에 목적을 두기 보다는 ‘평화’라는 가치를 살리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준비하는 사람들, 참가자, 관객 모두가 큰 감동을 느끼며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자부할 수 있는 대회였습니다. 

 

<사진-인천평화창작가요제>

 

이외에도 ‘책읽는 부평 – 한 도시 한 책 읽기 추진위원회’, ‘평화도시만들기인천네트워크’,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북공동등원단’ 등을 통해 민관 거버넌스 및 지역 단체 간의 연대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천문화예술꿈나무’ 장학사업을 통해 지역의 문화・예술 영재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2011년 작은 씨앗으로 시작해 4년이 흐르는 동안 시나브로 지역에 뿌리를 내려왔던 인천사람과문화는 이제 자리를 잡고 잎을 틔우고 있습니다. 인천을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2013년 하반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순천 출신의 해태(손호준 분)가 여수 출신의 친구와 전라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가 어디인지 다투게 됩니다. 인구가 몇 명인지, 공항이 있는지, 그 지역의 유명인은 누가 있는지, 백화점은 있는지를 이야기 합니다. 그 때 옆에 있던 서울 친구가 한 마디 합니다. ‘시골 애들은 자기지역 인구를 외우고 다니더라.’

 

이 장면에서 드러나는 것은 각 지역 출신들의 ‘애향심’입니다. 이것을 ‘정주의식(定住意識)’으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향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만큼 지금 내가 발 딛고 사는 지역에도 관심과 애정을 쏟는다면, 서울을 바라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부터 돌아보고 산다면 인천이라는 도시도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것은 비단 인천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어느 지역이건 고유의 문화가 있고,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아파트가 많다고 해서, 오락 시설이 많다고 해서, 높은 빌딩이 들어선다고 해서 그 도시가 좋은 곳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내 지역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 곳, 안 좋을 것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 좋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것은 이런 좋은 도시들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금, 2015/04/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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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다

 

안진걸 |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상임운영위원

 

[인터뷰 및 정리] 김남희 |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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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

 

자기를 위한 가치 소비로 분주한 현대인들. 피로한 현대사회에서도 자신만을 위해 시간과 돈, 열정을 쏟는 포미(For-me)족이 대세다. 물질만능주의 소비문화 안에서 자기만을 생각하는 포미족이라고 다 같은 포미족이 아니다. 여기 다른 의미의 포미족이 있다. 타인을 위해 시간과 돈, 열정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자신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 이야기하는 사람, 바로 참여연대 안진걸 처장이다. 그는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동해번쩍 서해번쩍 하는 서민운동가로, 사회 안에서 답답하고 억울해 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본인도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천상 민생 사랑꾼이다.

 

그가 얼마나 바쁘게 사는 지는 그의 24시간 족적이 빼곡히 적힌 수첩을 보면 누구도 반문할 수 없으리라. 새벽 신문이 배달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그의 하루는 민생으로 시작해 민생으로 끝난다. 서민이 더 행복해지는 삶을 위해 늘 애쓰는 그가 이번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낸다고 한다. 과연 퇴진운동에서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하려 하는지,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정세를 들어보자.

 

 

퇴진행동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현재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이다. 그리고 퇴진행동의 운영위원이며, 공동대변인이다. 퇴진행동에서 각계 각층을 망라하는 24명의 상임운영위원을 선임했는데 그 중의 한 명이다. 공동대변인으로 퇴진행동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퇴진행동이 구성되게 된 계기를 설명해 달라

 

지난 10월 초 민주노총과 민중단체들이 주축으로 민중총궐기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10월 중순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문제가 되면서 정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진상규명과 박근혜 퇴진 촉구를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여러 단체들로부터 제기되었다. 민중총궐기 추진본부와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범국민적 연대기구를 만들자는 교감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0월 29일 집회를 개최했는데, 많아야 3,4천명이 모일 줄 알았는데, 3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나왔다. 국민들의 열망을 직접 느끼고, 이러한 열망을 모아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여러 차례의 회의와 논의를 거쳐 11월 9일 정식으로 출범하게 되었고, 그 이후 지금까지 10차례에 걸친 주말집회와 매일 촛불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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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

 

집회가 그 동안 변화된 모습은 어땠는가

 

정권퇴진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시민들이 모였고, 짧은 시간에 국회의 탄핵소추 결정을 이끌어 냈다. 그 과정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도 확장했고, 최초로 청와대 100m 앞에서 집회가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민주적 기본권이 확장되었다. 이를 통하여 범국민적 민주주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이었다고 본다. 이 모든 결과는 분노를 가지고 촛불을 들고 나온 수많은 국민들의 덕분이다.

 

추운 날씨에 주말마다 집회가 계속되면 지칠 법도 한데, 10번에 달하는 대규모 집회를 했는데도 열기가 크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열정 뒤에는 공정하고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 있다고 본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가 후퇴되고 있는데 그 뒤에 권력자들의 국정농단, 헌정파괴, 정경유착 등으로 시민들의 권리가 철저하게 짓밟혀 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넘어선 것을 얘기하는 데 대해서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열기 뒤에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열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열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포함해야 할 것 같다.

 

 

두 달 만에 탄핵 소추를 이끌어냈다. 이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

 

탄핵 소추가 이루어지기까지 과정을 보면 드라마틱했다. 박근혜는 마지막까지 정치적 꼼수를 부리며, 대국민 담화를 통해서 중도에 그만둘 수도 있으니까 탄핵은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새누리당에게 보냈고 여기에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동의하면서, 탄핵 소추의 건이 국회에서 부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촛불집회에 나올 뿐 아니라 강력한 퇴진압박을 했다. 국민들의 압력이 흔들리는 야당의 퇴진담론을 이끌어냈다. 새누리당이 흔들리고 야당도 탄핵이 물건너 갔다는 전망이 나올 때, 전국적으로 11월 26일 192만 명, 12월 3일 232만 명이 모이는 등 모두의 예상을 깨고 더 많은 사람이 쏟아져 나옴으로써, 강력한 시민들의 의견을 보여줬고, 결국 압도적 탄핵을 이끌어 냈다. 탄핵은 아직 절반의 승리지만 시민의 힘으로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벌써 두 달이 넘게 주말마다 계속 집회가 열리면서 시민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박근혜가 빨리 내려올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발휘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보니 박근혜, 최순실에 대한 분노가 더 커지고 있다. 잘못한 게 없다고 하면서 국민들의 고통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작정하고 국민과 나라를 괴롭히는 적반하장, 후안무치의 태도를 보고 분노가 치솟는다.

 

 

퇴진행동의 운동이 시민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평소에 시민사회, 시민운동이 이론적으로 제도 안팎의 저항권과 주권을 행사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체제내적이고 제도적인 진보를 추구해 왔다. 거버넌스를 통한 소통과 제도권과의 협력을 통한 개선을 주 업무로 해온 것이다.

 

그런데 이번 퇴진행동의 운동을 통해서 필요하다면 시민들의 결단으로 체제나 제도를 뛰어넘는 운동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고 본다. 대통령 임기를 단축시킬 수 있는 결단을 시민들이 하고, 시민사회도 함께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선거를 통해서 선출된 정치권력에 대하여 정권퇴진 운동을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온갖 악행과 불법으로 점철된 정권에 대하여 다음 선거를 기다려야만 할까?

 

이번 박근혜 퇴진운동은 국민의 수인한도를 넘어선 권력인 경우에는 제도를 뛰어넘어 퇴진을 요구하는 범국민적인 운동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운동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운동을 일부 단체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집회에 참석하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오히려 앞서서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이다.

 

이번 운동은 앞으로 시민사회가 권력을 감시하는 태도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은 박근혜 게이트가 처음 터졌을 때, 퇴진이나 탄핵을 요구로 내세우는 것에 대하여 많은 논의가 있었다. 만약 퇴진이나 심판을 시민사회의 요구로 내세우는 것에 대하여 끝까지 반대하거나 주저했다면, 시민단체는 시민들로부터 지탄받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시민사회라는 것이 민심의 바다에 자리잡고 있고, 그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도태되거나 심판받을 수 있다는 것도 느꼈다. 또한 이번 운동은 시민사회 활동에도 발전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시민들이 이번 퇴진운동을 통하여 시민단체의 역할을 보고 느끼면서 재평가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참여연대 회원가입도 실제로 늘고 있다.

 

시민사회가 이번 퇴진운동을 적극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광장이 열렸고 시민들의 열기가 있다. 환경운동연합이 토요일 집회 때 헌법재판소에 엽서 보내기와 탈핵 서명을 같이 진행하고 있다. 열린 광장에서 여러 가지 시민운동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사회의 정책이나 기조에 대하여 국민 중심으로, 민주적 합의를 중심으로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는 울림이 있다. 시민사회도 이 판에 함께 해야 한다.

 

 

예전에도 큰 사회운동에 참여해 왔는데, 기존의 경험과 비교해 달라.

 

87년 6월 항쟁 때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공기만 맡은 수준이었다. 대학에 들어간 이후 91년 5월 투쟁의 기억이 있고, 95년 전두환 노태우 학살자 처벌 투쟁을 통해 구속시킨 승리의 경험도 있었다. 시민운동을 시작한 이후에는 2002년 미선이 효순이 범대위, 2004년 노무현 탄핵 반대 촛불,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2011년 반값등록금 및 FTA 폐기 운동, 2012년 세월호 추모 집회 등 여러 사회운동에서 크고 작은 실무자로 결합했다.

 

그런데 이번 퇴진운동은 지금까지의 운동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크고 더 역동적이었다. 우선 집회의 인원이 비교가 되지 않게 많이 모였다. 집회 현장의 항공사진을 보면 시민이 가득찬 서울광장이 전체 집회 규모에서 한 귀퉁이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은 광장에 모인 사람 뿐만이 아니라 집회가 이루어지는 같은 시간에 온라인 등으로 수백만 명이 응원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의 마음이 사실상 하나로 모아졌다.

 

광우병 촛불집회 때는 학생이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위주였고, 6월 항쟁도 재야인사와 운동권 학생이 중심이었다. 그런데 이번 퇴진운동은 진보중도보수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국민 일반이 모였다. 가장 많이 나온 단위가 가족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 나온 사람들을 정말 많이 봤다. 그래서 가족혁명이라고도 부르고 싶다. 뿐만 아니라 동창회, 산악회, 동네 모임과 같이 함께 어울리는 여러 모임으로 나오는 모습도 정말 많았다.

 

기존의 사회운동과 비교할 때 이번 퇴진운동은 양태와 규모가 크고, 공감대가 높고, 논란이 거의 없었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핵심구호에 대하여 논란이 거의 없었다. 이에 대하여 국민적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다고 본다. 사실상 대부분 국민의 판단은 끝났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핵심구호 뒤에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 숨어 있다고 본다. 이번 집회에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특히 학생들은 헬조선이 싫어서 나왔다는 사람이 정말 많다. 우리 사회가 지금 너무나 답답하고 막막한 사회다. 우리에게는 헬조선인데, 자기 자식, 자기 사람을 좋은 학교, 좋은 자리에 집어넣은 자가 정권의 핵심이라는 점이 이렇게 많은 시민들의 분노를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집회가 규모는 컸지만 매우 평화로운 분위기였다는 평가가 있다.

 

이번 퇴진운동은 시민의 합의가 높아서 더 파괴력, 더 대중적인 운동이었다고 본다. 유례없이 많은 사람이 광장에 나오는데 수백만 명이 모였는데도 단 하나의 폭력사태도 없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대규모 집회에는 폭력, 약탈, 방화가 있는 경우도 많은데, 퇴진운동은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큰 규모가 이렇게 평화적이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사회과학적 분석대상이 되고 있다. 시민들이 모이는 이유에는 강한 분노가 있었지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 똘똘 뭉쳤다. 집회에서 간혹 돌출행동을 보이려는 움직임이 있으면, 바로 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누군가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면, 다들 “내려와 내려와”를 연호하여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가는 것을 막았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역사적 지혜를 모아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평화적인 가족 단위에 아이들이 많이 나온 것도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을 것이다. 이 광장에서 다양한 실천이 가능하다. 열린 광장에서 서로 다른 태도를 포용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경험을 함께 하고 있다고 본다. 더 많은 사람의 광장이라는 자각이 있는 것이다.

 

이런 큰 규모의 집회에서는 처음으로 집회인권수책을 만들어 발표하고, 논란이 되는 발언을 한 사람은 즉시 사과하는 용기도 보였다. 집회에서 습관적으로 “모두 일어나주십시오”라고 말해 왔는데, 이번에는 장애가 있거나 다리가 불편한 분들을 고려하여 “일어설 수 있는 분만 일어서주십시오”라는 표현을 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배려와 존중이 학습되고 실천되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어떤 운동보다 위대하고 짜릿하고 보람차고 긍지가 넘친다. 국민들의 마음에도 이러한 자긍심이 함께 스며들고 있다.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다.

 

 

앞으로 퇴진행동의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박근혜 정권 퇴진이다. 너무나 어려운 과제다. 6월 항쟁 때도 그렇게 많이 싸웠지만, 전두환은 결국 임기를 마쳤고 노태우가 다음 정권을 맡았다. 우리의 목적은 정권 퇴진이다. 집중해서 성과를 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정권 퇴진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그 과정에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왜 우리는 흙수저가 되었을까. 왜 사회는 공정하지 않는가 하는 논의가 있고, 헬조선을 바꿔보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소수 특권 세력, 재벌대기업만 특혜를 받는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퇴진과 함께 지금까지 이루어진 잘못된 정책을 막는 임무도 있다. 퇴진행동이 다루어야 할 의제를 무한정으로 확대할 수는 없겠지만, 퇴진 이후 서민을 위한 정책을 하기 위한 기반은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퇴진행동을 퇴진을 위하여 철저하게 운동하되, 탄핵이 이루어진다면 이후 60일이면 바로 다음 대선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퇴진행동은 퇴진 즉시 해산보다는 질서 있는 해산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1000만 명이 되는 시민들이 참여한 운동에서 정권교체가 되지 않고 끝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권퇴진을 위한 조건과 계기를 만드는데 기여를 하고 질서 있게 해산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여연대에서 1999년부터 일했다. 시민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인 김종건 교수가 대학동기다. 98년 여름에 학교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졸업하고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어서 민중을 위한 일을 하려고 한다고 했더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 가보라고 했다. 당시 IMF 때문에 중산층이 붕괴되고 정리해고로 인한 실업자 증가, 노숙인 증가 등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사회복지위원회가 바로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곳이라고 했다. 듣는 순간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당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 일하고 있는 박순철 간사를 소개시켜 줘서 연락했는데, 참여연대에서 곧 사람을 뽑는다고 해서 지원했다. 1999년 1월부터 근무하기 시작했고, 시민권리국으로 배치되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를 접했을 때 신선함과 청량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늘 노동이 존중받고 복지가 넘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결국 시민운동과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복지위원회가 가장 왕성히 활동하는 것에 대해 항상 흐뭇하다. 나에게 큰 영감을 준 활동기구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이후 우리가 바라는 사회 또한 노동이 존중되고 복지가 넘치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에서 보람을 느끼는 점과 힘든 점은 무엇인가

 

운동의 보람은 고비고비마다 촛불도 들고 집회도 하고 하면서 느낀다. 우리 사회에 답답하고 억울하고 안쓰러운 사람이 너무 많다. 그분들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운동을 하면서 이웃들과 함께 답답하고 어려운 억울한 것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육체적으로도 피곤하고 정신적으로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일이라 심신이 힘들 때도 있다. 함께 웃으면서 낙관적으로 일하면 좋은 세상 오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

 

일, 2017/01/0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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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흑자와 부과체계 개편

 

정형준 l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오바마도 부러워한다’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그러나 막상 들여다 보면, 주요선진국과 비교해 부끄러운 수준이다. 낮은 보장성, 상병수당의 부재, 간병비의 존재등에 대다수 국민들은 민간보험을 추가로 가입한다. 여기다가 국제적으로 유래가 없는 민간중심의 의료공급체계는 과도한 경쟁으로 병상과다, 과잉진료논란은 물론, 의료민영화의 배경까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해, 작년까지 무려 13조원에 달하는 누적흑자가 발생했다

 

사실 13조원이면 획기적으로 보장성을 강화하고,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급감시킬 수 있다. 2005년경 1조원가량의 흑자를 기반으로도 ‘암부터 무상의료’를 시행했듯이 말이다. 그간 재정문제로 시도하지 못한 각종 보장성 강화안들을 모조리 시행해 볼 수도 있는 기회로, 의료복지의 획기적 확대를 꾀할 호기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선별적으로 보장성 항목을 찔끔 확대하는 척 하면서, 재정지출을 제한하려 한다. 도리어 한술 더 떠 입원비 부담을 높여 보장성을 낮추려 한다. 여기다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강조하고, 빈곤층 의료지원을 축소하려 한다. 막대한 재정흑자에도 의료복지를 축소하는 괴이한 상황인 셈이다.

 

우선 건강보험에서 복지긴축을 획책하는 맥락은 몇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재정흑자를 기반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줄이려는 심산이다. 이미 담배세 인상으로 일반회계 지원금이 줄 것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을 순수하게 가입자들의 돈으로 운영하겠다는 시도다. 시기적으로도 현행 ‘20% 지원법안’이 2016년 만기이다. 두번째는 향후 노령화, 저성장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미리 대비하는 구도다. 물론 2000년 건강보험 재정적자때 국고지원이 이를 메꾸듯이, 향후 비용이 늘어나 혹여나 이를 국가가 부담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국가책임회피 시도로도 볼 수 있다. 결국 더 나아가서는 건강보험의 공적기능을 약화시키는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더내고 덜받는’ 기조를 건강보험에도 적용하려는 포석이다. 최근 5년간 흑자에도 꾸준히 보험요율을 올려왔고, 보장성은 낮춰왔다. 이미 의료복지에서는 ‘더내고 덜받는’ 구조가 작동한 셈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과체계 개편논의’도 이런 맥락에 놓여있다. 향후 노령화, 저성장국면에서 필요한 건강보험 추가재원을 누가 마련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면 개편논의가 시작되었다. 물론, 불합리하고 역진적인 그간의 부과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때문에 피부양자문제, 종합소득부과문제 등은 지난 3년간 부분적이나 개선되었던 바 있다.

 

문제는 전면개편의 방향성이다. 그래서 이번호 복지동향에서는 정부추진안의 근간인 ‘소득중심’ 개편방향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비판지점과 대안등을 다뤄본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 많이 내야 한다는데 이이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소득중심’이 ‘드러나는 소득중심’이 될 공산, 그리고 ‘자산부과’배제가 향후 사회보험의 미래에 미칠영향등이 주된 촛점이다.

 

끝으로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본다는 측면에서 ‘소득중심’ 주장과 이에 대한 안티테제 개념을 넘어선 논의가 여전히 필요하다. 가입자들 사이의 형평부과외에도 건강보험재정을 둘러싼 중요한 논의들이 많이 있다. 특히 국가와 기업 기여를 높일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부과체계 개편논의를 뛰어넘는 건강보험의 미래에 대한 논의에 이번호가 밀알이 되기를 기원한다.

금, 2015/04/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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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세대에 새로운 경험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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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 | 건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1세기를 전후하여 한국사회에서 1997년 12월 IMF 외환위기 만큼 전체 구성원에게 이토록 장기간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 사건이 또 있었을까. IMF 위기는 미시적으로 개인 및 가구의 삶, 가치관과 생활양식뿐만 아니라, 거시적으로 노동시장과 가족구조, 그리고 더 나아가 복지국가 체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로 인한 충격은 20년이 지난 현재도 가족해체, 돌봄의 위기, 최고 수준의 경제적 자살, 소득불평등, 실질임금수준의 지속적인 하락, 계층 및 세대 간 갈등과 같은 형태로 분화되고 심지어 누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이후 출생한 아이들은 현재 성인이 되어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에 대학생이거나 사회초년생들은 지금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의 연령에 도달해 있을 것이며, 기업도산과 구조조정 등에서 살아남은 당시의 4~50대들은 현재 노인이 되어 그 중 다수는 기초연금의 대상이 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계적인 예상과는 달리 97년 이후 20년은 개인들에게 단순히 시간적 배열에 따른 자연스러운 생애과정을 허용하지 않은채 이전 세대가 경험한 위험을 다시 그 다음세대가 경험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우리는 20년 전 청년세대나 중장년세대가 경험한 경제위기의 충격과 고통이 20년 후 그들이 자녀세대인 현재의 청년 또는 중장년 세대에게 그 형태를 달리한 채 전승되고 있음을 쉽게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20년이다. 몸 한 자리의 고통이 하루만 지속되어도 참기가 힘들 터인데, 몸 전체가 20년 간 아파왔지만 문제는 원인도 대책도 아직 잘 모른다. 무엇보다도 고통이 언제 끝날지 알지 못할뿐더러, 내 자식도 똑같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잔인하다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1997년은 아직도 변하지 않고 진행 중이다.

 

하지만 변하는 것도 있다. 입 다물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강압을 변태적으로 즐기던 자들에게, 복지과잉이 망국의 지름길이라며 한 달 전기세 앞에 두고 목숨 끊는 이들의 마지막 길 마저 외면하던 자들에게, 부모의 능력을 자랑하며 가난한 자를 모욕하던 자들에게, 열아홉살 비정규직을 추모하는 포스트잇과 손에 든 초의 구매출처를 수사하라는 자들에게, 최저임금이라도 주라는 CF 광고에 손가락질 하는 자들에게, 자기편이 아닌 모든 자는 빨갱이라고 주저 없이 말하는 자들에게, 국민에게 용서를 빌 게 없다는 부끄러움 따윈 개나 줘버린 정치인들과 박 전 대통령에게 시원하게 손가락 하나 날려주고 보니, 우린 어쩌면 느리더라도 세상이 조금씩은 나와 내 자손이 살기에 더 나은 곳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 같은걸 본 건 아닐까.

 

이제 대중들은 다른 경험을 해야 할 것이다. 생각을 내 목소리로 표현하는 것이 터부시되는 교실 내 억압을 사회에 그대로 투영한 채 숨죽여 살던 개인들에게 광장에서 소심하게나마 구호라는 걸 외쳐보도록 하는 경험을 넘어서야 한다. 자신의 목소리가 법으로 또 제도로 실현되어 그것이 밥이 되고 나무가 되고 깨끗한 물과 동네 친구가 되어 세상을 풍요롭게 했다는 경험 말이다. 그래서 세상이 나에게 이로운 방식으로 바뀐다고 나라가 망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나와 내 자손, 이웃이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에 살 수 있었음을 회상하고 추억하고 두고두고 자랑하게 해야 한다. 새로운 꼰대주의를 만들어줘야 한다. 야근을 당연하게 여기며 주말에도 회사 야유회에 다니고 부장의 이삿짐을 날라줬다며 아랫사람을 나무라는 그런 꼰대 말고 말이다.

 

일, 2017/01/0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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