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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새로운 종류의 국가를 위한 ‘비어있는 판 짜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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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새로운 종류의 국가를 위한 ‘비어있는 판 짜기’인가?

익명 (미확인) | 화, 2018/10/30- 13:37
 
새롭게 부상하는 북한이 지속 가능하고 협력적인 경제 및 사회 발전의 새로운 벤치마크를 국제사회에 제공할 수 있을까? 지정학적 변화와 새로운 기술 덕분에 국가 ‘커먼스(The commons)’에 대한 아이디어는 점점 더 실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관계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긴급한 문제는 더 이상 화해 과정의 다음 단계가 아니라, 정치적·경제적 및 문화적 인식에서 한반도가 향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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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개념과 기술과 함께 제도적 변화를 향한 ‘은둔의 왕국’의 문이 열리고 있다. 정부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새로운 기반 시설 구축은 다른 국가들이 북한을 모델로 삼을 수 있는 고무적인 실험이 될 것이다.

한반도는 앞날이 기대되는 발전 속에 있지만,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들이 북한의 풍부한 광물 자원 개발과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빠른 부(富)를 창출할 약탈 경제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빈곤한 북한 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대신 국제 투자자들이 혜택을 볼 것이다. 이는 전후 이라크가 보여줬던 청사진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월스트리트나 일본, 중국의 투자자들이 북한 경제 개발에 관여할 것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북한은 정체와 빈곤을 초래한 북한 노동당의 후진적인 경제 정책을 따를 필요도 없고, 글로벌 투자 은행과 그들이 펀딩한 컨설팅 회사에 의해 운영되는 소비 기반의 신자유주의 ‘개발’ 정책을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여기에 대안이 존재한다. 북한이 더럽고 착취적인 ‘성장’을 거부하면서도 여전히 지속 가능한 경제적 정치적 성공에 도달하는 제3의 길이 있다.

21세기의 커먼스 수용

북한을 위한 ‘제3의 길’은 바로 협력적인 경제와 사회이다. 이는 현재 부상하는 글로벌 커먼스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P2P시스템 및 커먼스 기반의 생산물(예를 들어 리눅스, 위키피디아)에 의해 교육·정치·제조 및 경제 분야에서 글로벌 커먼스가 가능해졌다. 본질적으로 북한은 처음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행해지던 것보다 더 포괄적인 방식으로 블록체인(blockchain)이나 홀로체인(holochain)과 같은 ‘검증 인터넷’을 채택할 수 있다.

사회주의 경제가 존재한다는 전제하에서 이런한 경제 혁신이 공유되겠지만, 의사 결정 과정이 사회 전체에 분산되어 권위주의 정치를 타파할 것이며, 공동체가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할 것이다.

이런 접근 방식은 북한이 국제 금융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서도 북한이 국제화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P2P재단과 서울의 커먼스 파운데이션(Commons Foundation)은 착취 및 추출 시장 경제에 대한 실행 가능한 대안인 공유 경제를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제시했다.

남한을 비롯하여 세계의 동료들과 연결시키는 글로벌 P2P경제에 북한 주민들을 포함함으로써 북한은 자신의 주민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그리하여 국가나 월스트리트의 통제를 받지 않으면서 커먼스 기반의 미시(微視) 생산을 통해 그들은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다. 북한은 값싼 노동력이나 값싼 광물 자원으로 착취당하는 대신, 자본이 아닌 사람들에 의해 작동되는 긍정적인 세계화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요구되는 근본적인 개념 전환의 예시를 전근대 한국에서 찾을 수 있다. 1910~45년의 일제 식민지 전략은 한때 한국 마을에서 번창했던 상호 지원 공동체를 파괴했다.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그들의 땅과 전통적인 생산 수단을 빼앗은 일본의 ‘인클로저(enclosure)’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커먼스 파운데이션 창립자 최용관은 커먼스가 한국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향촌규약(향약)은 지역 사회에서 역할을 규정했지만 절대적인 소유권을 부여하지는 않았습니다. 향촌규약은 일본 식민지 시대에 파괴되었습니다. 비인간적인 경쟁에서 비롯된 불평등의 심화와 그로 인한 부의 집중이 시작되었습니다.”

커먼스는 시민들에게 초점을 맞춘 공유 경제를 창출함으로써, 부유한 국가들이 건설적이고 비 착취적인 방법으로 덜 개발된 국가와 협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모델을 제공할 수 있다. 게다가 커먼스 경제는 외국인 투자나 노동 착취에 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엔의 대북 제재에 명시된 경제적 상호 작용의 표준 모델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현실적인 희망의 문을 보여준다.

서방 언론이 북한을 기괴하고 고립되고 신비한 국가로 묘사하고 있지만, 최근 남한과의 협상은 다른 개발도상국과 마찬가지로 금융 기관이 지배하는 무자비한 세계화 질서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북한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필자가 제안하는 혁신은 특정한 기술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개방형 플랫폼으로서 북한이 전 세계의 지식·기술·전문 지식·금융자원에 접근할 수 있게 하여 과두정치에 빠지지 않고 경제적 전환을 이뤄낼 수 있게 한다.

커먼스 101: 무엇을 할 것인가

북한은 현대 기술이 거의 없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의 문화를 망가뜨린 상업주의나 소비자 물신주의도 거의 없다. 따라서 북한의 출발점이 제로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서는 불가능한 제도 혁신을 위한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한다.

북한은 모든 건물에서 태양 에너지 발전을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 이 제조방식은 지역 단위에서 오픈소스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 이 서비스는 중개인 없이 공유된다. 또한 지방 정부가 다른 국가의 다른 지방 정부와 교육 및 사회적 교류를 위한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북한은 지역 경제 자치를 구축하는 수단으로 암호화폐 및 크라우드펀딩을 사용하는 지역 협동조합을 육성하는 혁신적인 금융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크라우드펀딩의 형태로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거나 전 세계 지지자들의 소액 투자를 허용할 수 있다.

북한은 진공청소기와 톱에서부터 세탁기와 태양열 발전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공동체에 맡기는 공유 경제에 포함할 수 있다. 모든 시민의 공헌을 인정하는 서비스 교환(청소, 요리부터 아동과 노인돌봄 노동까지) 프로그램을 계획할 수 있다. 노인들을 젊은이들과, 농민들을 도시 거주민들과 연결하여 새로운 문화적, 경제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지역 농업과 미시 제조업에 뿌리를 둔 공유 경제의 커먼스를 도입하는 것은, 낭비와 경제적 격차를 촉진 할 뿐만 아니라 군사적 갈등의 주요 요인이기도 한, 오늘날 동아시아의 골칫거리인 지속 불가능한 과잉 생산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다.

북한은 양질의 고속도로와 자동차에 대한 의존성이 적다. 따라서 수송수단이 모두 전기로 작동하며 교통수단이 공유되는 도시, 자동차에 대한 필요성을 줄이는 도시를 계획하는 것이 가능하다.

북한의 개방은 건강한 P2P국제화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커먼스 101: 어떻게 할 것인가

남한은 같은 언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P2P경제를 위한 강력한 전례를 확립했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참여 정치에 대한 엄청난 열의를 보여 왔고, 2016년 ‘촛불 혁명’은 그 정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함께 나와 부패한 정치의 종식을 요구하였다.

서울시는 4년 전에 시 전역에서 공유경제를 위한 강력한 기반을 제공하는 지역 마을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또한 이 도시는 최근 서울 전역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세대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5,400만 달러(한화 약 6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북한은 단기 이익이 아닌 경제적, 기술적 변화의 윤리적 의미에 초점을 둔 P2P자문위원회가 필요하다. 남한도 이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신흥 경제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전 세계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북한에 6조 달러 규모의 석탄·우라늄·철·금, 아연 및 희토류 광물이 대규모로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P2P자문위원회의 첫 번째 권고 사항 중 하나는 북한이 개발의 장기적인 환경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충분한 전문 지식을 보유할 때까지 지하자원 개발을 동결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자원 개발, 교통 인프라 구축, P2P전문가 네트워크에 의한 도시 공간 개발에 대한 모든 제안을 검토하는 것은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북한은 개방의 첫 단계에서 과도한 부채를 지는 것을 피해야만 한다. 투자자의 단기 수익을 보장하는 것을 계획의 요소로 삼지 않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위원회는 도울 수 있으며, 자본 도피의 위험이 없도록 분명히 할 수 있다. 소련 붕괴 이후 과두 정치가 부상했던 것과 북한의 상황이 유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공동체 은행을 만들고 참여적 자금 조달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선진국’ 산업화된 세계를 ‘따라잡아야’하는 신비하고 폐쇄적이며 불가역적인 냉전 시대의 잔재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북한은 블록체인 기술, 미시 제조업, 지속 가능한 에너지 인프라 및 국제화에 대한 P2P 접근 방식과 같은 새로운 시대, 동북아시아 및 세계를 선도하는 고무적인 실험이 될 수 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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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트럼프, 클린턴 그리고 한반도
Obama, Trump, Clinton & The Korean Peninsula

 

2016년 10월 / 박병선, Olly Terry (평화네트워크)
October 2016 / Olly Terry, Byeongseon Park (Peace Network)

 

 

※ 시민평화포럼은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국 시민사회의 시각과 입장을 해외 각국에 알리고자 정기 영문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본 보고서는 작성자 및 출처를 밝힌 후 비상업 용도로 자유로이 배포하실 수 있습니다. 
국/영문 보고서 전문은 첨부파일을 확인해주세요. 
 

월, 2016/10/3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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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에 의하면 ‘워싱턴 룰’이란 것이 있다 합니다.

미국의 대외정책 기초로 군사우선주의를 채택하게된 배경을 지칭하는 용어로, 대충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국제적 질서의 규칙은 미국이 정한다.
  2. 규칙을 강제하기 위하여 전세계에 미군을 배치한다
  3. 규칙을 위반하는 국가는 미국이 경제적 군사적 응징을 가한다.

한반도의 현재적 군사충돌의 위기는 북한의 주체적 국가생존전략과 위의 언급한 워싱턴룰에 의거한 미국의 군사우선주의 간의 충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진행되어 온 북핵문제는 일방적 강압적 미국의 북한붕괴전략 때문으로 모든 일차적 책임이 미국에게 있습니다.

이것이 한반도 위기의 핵심이자 본질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군사우선주의와 북한붕괴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한반도에 평화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주도적 ‘한반도 운전자론’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군사우선주의에서 상호주의, 협력주의, 평화우선주의로 전환시키는 것이 요체입니다. 평화의 제전, 인류의 축제인 평창올림픽은 이러한 펑화로의 반전의 계기를 제공하는 천우신조의 기회입니다.

문재인 정부에게 강력히 요청합니다. 자신의 상전이 한국대통령인지 미태평양사령관인지도 구분 못하는 송영무에게 강력한 경고장을 날려 평창 이후 일체의 무모한 군사작전을 전개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고, ‘미국의 푸들’ 노릇만 하는 안보외교라인에 일대 쇄신을 가하여 평창 기간 동안 전세계 만방에 한국의 원칙이 주권외교 자주국방 민족우선임을 분명히 천명하고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가야합니다. 한반도의 주인은 바로 우리이고 당연히 한반도의 미래와 운명은 우리가 결정해 나가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북한과 미국에게도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합니다. 평창 이후에도 한반도에서 일체의 군사도박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이 땅에서 핵을 사용하는 전쟁이 일어나면 한반도만 사람이 살 수 없는 참혹한 땅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도 파멸하는 공도공멸(共倒共滅)의 길로 들어설 것입니다. 이미 국제적사회에서 외교적으로도 규범적으로도 고립되어 세계인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마당에 서로를 향한 전쟁노름은 양국 모두에게 스스로 무덤을 파는 자살행위가 될 것입니다.

sbs
평창 올림픽 이후 ‘평화 로드맵’은 미국이 일체의 무모한 군사작전을 전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이미지: sbs).

우리가 소망하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출구와 북미간의 평화협정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다시 말하면 92년 북미간에 합의한 제네바 협정 (Agreed Frame, AF)의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것 입니다. 문제는 이미 북한이 핵무장 강국을 선언한 현재 시점에서 위에 언급한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과정의 경로에는 매우 세심하고 긴 호흡의 인내를 요구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대략의 과정을 구상해 보면, 한미간 군사훈련의 축소 또는 중단에 답하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의 추가개발 중단 (freezing), 경제적 외교적 제재의 완화 조치에 응하는 북한의 IAEA 사찰 수용 (fact-finding), 제재의 해제와 대규모의 경제지원에 화답하는 북한의 대미 핵보복 능력의 최소수준으로 축소 (rolling –back), 마지막 단계로 북미간 평화협정체결 및 동아시아의 상호안전 및 평화기구 창설을 통한 북한의 핵능력 해체 (peace-making) 등 단계적 내용을 담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압박과 제재를 대신하여 역지사지하는 대화와 포용만이 평화로 가는 비밀스런 통로입니다.

월, 2018/02/1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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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자 시리즈>

다른백년은 ‘금주의인물’ 코너를 통해 매주 소개해 온 인물 가운데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을 추려 <대선후보자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어떤 후보자는 소개 시점이 빨라 지금 상황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직 소개하지 않은 후보자도 있습니다.

대선 후보자들의 과거 행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이번 시리즈가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마운드에 오른 폐족, 안희정 충남도지사 (2016. 9. 13)

SNS를 든 싸움닭, 이재명 성남시장 (2016. 10. 14)

말이 통하는 보수주의자, 유승민 의원 (2017. 1. 20)

계급배반을 꿈꾸는 금수저, 남경필 경기도지사 (2017. 2. 14)

아스팔트 우파의 마지막 희망,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은 ’관운’이 좋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는 1980년 만성 담마진(두드러기)로 병역을 면제받고 이듬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징병 신체검사를 받은 365만여명 가운데 담마진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남성은 4명에 불과하다 (2016년 6월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자료). 

2006년과 2007년 검사장 인사에서 두 번이나 미끄러졌지만 고검장은 사법시험 동기 가운데 가장 빨리 올랐다. 고검장을 끝으로 검사복을 벗었지만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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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권한대행은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장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 권한대행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현재 박근혜 탄핵 이후 방향을 잃은 냉전보수세력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국무총리에 오를 때도 운이 따랐다. 2015년 5월 이완구 총리가 성완종 게이트로 취임 두 달 만에 낙마하며 갑자기 국무총리가 됐다. 2016년 11월에는 김병준 책임 총리 후보자가 임명되며 ‘실업자’가 될 뻔 했지만, 복잡한 정치 상황 속에서 오히려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자 여권 주자 가운데 여론조사 지지율 1위에 오르며 ‘황교안 대망론’까지 불고 있다. 

이제 그의 운은 시험대에 올랐다. 박근혜 정권의 핵심이었던 그가 박근혜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할지, 아니면 억세게 좋은 운이 그에게 다시 날개를 달아줄지 말이다.

“나는 흙수저”…유신시절 학도호국단장

 “여러분은 나를 금수저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흙수저 중의 무수저다.”

2016년 12월27일 기자 간담회에서 황 권한대행은 자신이 ‘무수저’라며 6.25 전쟁 당시 월남한 가족사를 언급했다. 그는 1957년 서울 용산에서 태어났는데, 북에서 피난 온 아버지가 고물상으로 가족을 먹여 살렸다고 한다. 

그는 법무부 장관 재직시절 모교인 봉래초등학교에 방문한 자리에서 부유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언급하며 “돈을 많이 벌거나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초·중등학교까지 황 권한대행은 반장을 도맡아 하는 등 전형적인 모범생이었다. 

지금의 그의 성향은 경기고 재학시절에서 엿볼 수 있다. 당시 동기생이던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노회찬 정의당 대표는 유신 선포 1주년을 맞아 유신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뿌렸지만 황 권한대항은 이에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3학년 때 학도호국단의 연대장(학생 대표)을 맡기도 했다. 학도호국단은 박정희가 장기집권을 위한 ‘10월 유신’ 을 밀어붙이며 학생회를 폐지하고 만든 준군사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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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왼쪽부터 황교안, 이종걸, 노회찬. 이들은 경기고 72회 동기들이다. 아래 사진은 1975년 경기고 학도호국단 연대장때의 황교안 총리(맨 앞쪽 어깨띠와 완장을 찬 이)의 모습. (사진 출처: 경기고 졸업사진)

그가 총리에 올랐을 때 이종걸과 노회찬은 “황교안 총리는 학창시절 모범생이었다. 당시 어린 마음에도 대부분 학생들이 독재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어서 어용조직인 학도호국단 간부를 맡으려 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서울대 법대를 노렸지만 실패한 그는 재수 끝에 1977년 성균관 법대에 입학해 고시공부에 매진했다. 반유신 투쟁이 본격화되는 시기였지만, 그는 ‘운 좋게’ 병역면제를 받은 뒤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총리 청문회 당시 군 병원의 공식 진단 6일 전에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끝내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운 피부병을 앓고도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기도 했다.

확신형 공안검사…민주정부에서 밀려나

그는 검사로 임용된 뒤 공안검사의 길을 걸었다. 대부분 공안검사들이 공안 경력을 내세우기 꺼리지만, 그는 법무부 장관 시절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관보다 공안검사가 가장 적성에 맞는다”고 밝혔다. 

그는 1987년 서울지검 공안검사를 시작으로 대검찰청 공안 1·3과장과 서울지검 공안2부장을 지냈으며, 공안을 총괄하는 서울지검 2차장을 맡았다. 김현희 칼(KAL)기 폭파 사건과 임수경 방북 사건, 1980년대 말 학생 운동 등 여러 굵직한 공안 사건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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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권한대행이 1988년 펴낸 ‘국가보안법’. 그는 이 책으로 ‘미스터 국보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그는 공안검사의 ‘본색’을 고수했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김대중 정부 출범 첫해인 1998년  <국가보안법 해설>이란 책을 써서 ‘미스터 보안법’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2009년에 쓴 <집회·시위법 해설>에서 “집시법 역시 4·19 혁명 이후 각종 집회와 시위가 급증하여 무질서와 사회 불안이 극에 달한 상황 속에서 5·16 혁명 직후 제정됐다”며 5·16 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규정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공안검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꿋꿋이 고수했다.

아예 그는 ‘좌파정권에 저항하다 밉보인 투사’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사장 인사에 밀린 것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서라는 주장이었다. 

2011년 그는 부산고검장 시절 교회에서 한 특강에서 이렇게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대중씨는 계속 재야활동을 했었기 때문에 경찰에서도 조사를 받고 검찰에서도 조사받고 정부하고는 계속 갈등했던 분이다. 그런데 이런 분이 대통령 딱 되고 나니까 그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에 있던 검사들이 전부 좌천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안부 검사들에 의해 대우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구속까지 된 분이다.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니까 공안부에 오래 있던 사람들에 대해 여전히 곱지가 않았다”

박근혜 아바타…공안통치 좌장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부름을 받은 그는 법무부 장관, 총리를 거치며 정권의 해결사 노릇을 했다. 

2013년 9월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중 ‘혼외자’ 의혹이 불거진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감찰을 지시해 옷을 벗게 했다.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하자 “법률가의 양심”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였다. 당연히 대선개입 사건 수사는 힘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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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은 법무부장관시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했다. 이 사건이 박근혜정부의 정통성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철저히 박근혜의 아바타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헌정 사상 최초인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를 총지휘하기도 했다. 

검찰이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 123 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려던 것을 막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기간 연장 요청에 그는 20일 현재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으며 야당의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실정법보다 교회법이 우선

공안검사와 함께 그를 설명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독실한 기독교 신앙이다. 문제는 그의 신앙이 공적인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 교인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활동을 벌이다가 탈레반에 납치됐을 때 무분별한 선교활동에 대한 비판이 일자,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그런데 과연 납치된 그들은 비난받을 일을 한 것인가?”라고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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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권한대행 부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다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왼쪽 사진은 2012년 2월 열린 ‘변호사 친교의 밤’에서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는 황교안의 모습. 오른쪽은 아내 최지영씨가 낸 복음성가집 앨범 (사진 출처: http://www.bluetoday.net/)

그가 쓴 <교회와 법 이야기>에서 “주일에 사법시험 치르는 것을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결정해 유감이다”라며 실정법 위에 교회 논리를 앞세우기도 했다. 

결국 그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공안검사’, ‘독실한 기독교 신앙’, ‘박근혜 정권의 해결사’ 등을 꼽을 수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철저하게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지향했고, 이른바 ‘애국 보수세력’의 가치를 대변해왔다. 

실제로 그의 대망론을 부채질하는 것은 자유한국당(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몸으로 막겠다는 ‘아스팔트 우파’들이다. 

그는 현재 자신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안 하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황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여론조사지지율이 20%까지 오르지 않으면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권한대행이라는 중책을 쉽게 내려놓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분명한 건 광장의 촛불 민심은 그를 황교안 개인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아바타’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화, 2017/02/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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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국가 권력을 사유화한 최악의 사건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내각, 행정부와 사법부의 엘리트 관료 집단, 재벌 등이 하나가 되어 부정의한 방법으로 국가 권력을 사유화했다.

박근혜 정권의 독선과 불통 정치는 결국 ‘국가 권력의 사유화’와 ‘1인과의 소통’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최순실 1인을 단죄하는 것은 이 게이트의 본말을 전도하는 것이다. 최순실의 전횡과 월권을 허락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고, 그는 국민이 부여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헌법을 위반했다. 대한민국 헌법을 위반한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일 수 없다.

황교안 총리를 포함한 박근혜 정부의 내각, 행정부, 사법부의 엘리트 관료 집단 또한 박근혜 정권의 권력 사유화에 조직적으로 관여하고 동참하였다. 행정부와 사법부를 오가면서 부패한 권력을 향유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국민 위에 군림하였다.

민의를 대표해야 하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국정조사 자체를 보이콧하면서 의회민주주의를 짓밟았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민의를 저버리면서 부패한 박근혜 정권 구하기에 나섰던 그들이 이제는 거국내각을 얘기한다.

부패한 정권을 창출하고, 그것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썼던 그들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없다. 게다가 거대 재벌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수십억 씩 자본금을 대주면서 노동자, 중소기업, 영세한 자영업자들을 약탈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최순실을 단죄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부패한 박근혜 정권을 창출하고, 유지시켰던 한국 사회의 보수 기득권 세력의 권력 카르텔을 끊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오늘과 같은 이 참담한 역사는 되풀이될 것이다.

우리의 분노는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행정부와 사법부의 엘리트 관료집단, 거기에 자금을 대준 재벌, 더 나아가 의회 민주주의를 짓밟았던 국회를 향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인 대통령 본인이, 그리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부패 권력에 복무한 박근혜 정부 내각, 사법 당국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거나 조사를 수행할 수 없고, 제 역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국회에 이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수치스러운 오늘의 역사를 바로 잡고, 지금의 국가 위기 사태를 수습하고, 이와 같은 참담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시민사회가 주체가 되어 한국 사회의 새로운 전환을 이끌어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정치 제도의 개혁을 위해 각계각층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에 대통령의 독선정치와 불통정치가 가능한 것은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된 한국의 정치제도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시민사회가 주축이 되어 대한민국의 정치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지혜를 모을 수 있는 공론장을 제안한다. 

 2016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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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11/0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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