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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주택(임대)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문제

지역

협동조합주택(임대)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문제

익명 (미확인) | 금, 2018/10/19- 11:43

1.스웨덴의 인구는 975만, 가구 수는 477만, 주택 재고 수는 467만, 천명당 주택 재고 수는 479호, 1인당 전용주거면적 49m²인 나라이다. 이중 자가 비중은 41.6%, 임차인 협동조합 거주 23.2%, 공공임대주택 16.0%, 민간임대주택이 19.2%로 공공임대와 민간임대 주택의 가격차가 별로 없고 모든 임대차에 대한 임대료가 규제되는 가운데, 자가 비중인 41.6%를 제외한 모든 세대가 공공 혹은 민간임대 주택에 거주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7년 국토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자가 거주가 57.7%, 보증금 낀 월세가 19.9%를 기록했다. 전세는 15.2%이었다. 나머지는 공공임대 전체재고가 140만호로 전체 주택의 9.5%이며 장기임대가 가능한 주택은 4.7% 남짓을 차지한다. 천명당 주택재고는 2010년 기준으로 302호, 2017년에는 대략 370호 정도이며, 1인당 주거면적은 30m²을 넘지 못한다.

 

2.위에서 본 스웨덴의 경우, 협동조합과 공공임대를 합치면 40% 정도의 국민이 공공이나 준공공의 주택을 ‘임대’하거나 지분을 가지고 거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기 공공임대 4.7%만이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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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수도인 스톡홀름에 위치한 핀보다 파크 협동조합주택

3.국민의 집 – 페르 알빈 한손(스웨덴 사회민주당의 지도자)이 1928년 주창하고 1932년 집권한 이래 1976년까지 ‘국가는 하나의 가족, 국가가 자식인 국민을 돌보아야, 국민의 집에서 가족 구성원인 국민은 자유평등을 보장받는다’는 모토로 국민의 주거와 교육 등 보편적인 복지 기능이 국가의 역할이라는 사상이 보급되었다.

44년간 장기 집권한 사회민주당은 기초연금(35), 실업보험(35), 출산수당(37), 아동수당(48), 의료보험(55), 공공임대주택과 주택수당 – 임대료 조정 등의 정책을 꾸준히 진행하여 오늘날의 스웨덴을 만들어 냈다.

특히 1940년대 – 1950년대에, 하층 계급이 밀집하여 거주하던 지역의 낡고 오래된 집들을 파괴하고 대신에, 풍키스(funkis) 건축 양식이라고 불린, 모든 방에 볕이 들고 침실과 창문이 딸린 근대적 주택들이 만들어졌다. 같은 방법으로, 1960년대 – 1970년대에 도시 근교에 증가하는 인구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주택 100만호 프로그램 (Million Programme)〉이라고 불린, 새로운 노동 계급을 위한 주택 지구가 건설되었다.

 

4.우리나라 주택정책

1962년 주택공사가 만들어지고 이후 정부의 역할은 시장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 그것 하나에 집중되었다. 자가소유형 주택, 아파트식 공동주택, 대규모 택지조성과 건설사를 통한 시공, 로또와 같은 분양과정… 정보와 금융접근성이 일부계층에게 제한되고. 이는 곧바로 축재의 무기가 되었다. 우리나라 국민들, 특히 대도시 주민들에게 주택은 거주공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자산이다. 주택공급정책에 기반한 정부도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에 끊임없이 부응해 왔고 나아가 앞장서서 조장해 왔다.

청약저축과 복권이익으로 만들어지는 주택도시기금은 주거취약계층에게 도움을 주고 있나? 지금도 주택도시기금은 자가소유주택을 옹호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이 사용되는 곳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임대주택(국민·행복주택 등) 건설사업 출자 및 융자, 서민을 위한 분양주택(공공분양·다세대·다가구주택 등) 건설사업 융자 – 귀퉁이의 공공주택은 별개로 하고 분양주택의 경우는 자가소유주택을 공급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 노후불량주택 개량 등 융자, 국민임대, 행복주택, 영구임대 건설 시 주거약자용 주택편의시설 설치 융자 – 존재감이 전혀 없는 사업이며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다.

3) 무주택 서민·근로자의 주택구입 또는 저소득층·도시영세민들에게 전세자금 지원, 전세가격 안정과 미분양주택 해소를 위한 매입임대주택 자금지원 – 전세자금 융자는 전세금을 상승시키고, 주택가격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서울에서 무주택 서민에게 주택구입자금을 지원하려면 얼마를 융자해 주어야 하는 것일까?

4) 새로이 생겨난 리츠방식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지원 – 주택도시기금의 마중물 역할을 통해 임대주택 투자에 민간자금을 유치하여 재정부담 없이 지속가능한 임대주택 공급체계라고 한다. 하지만 부영이나 호반의 경우, 이런 사업을 이윤달성의 기회로 삼아 임대입주자를 억압하고 폭리를 취하여 왔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그래서 시행자를 사회적경제 주체로 한정하겠다고 합니다만 이 경우에도 LH나 SH의 Exit을 위해서는 입주자가 적어도 시세의 7~80%의 주택가격을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기금은 전적으로 LH, SH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주택개발정책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주택은 기회가 적고, 사회주택 혹은 공공지원 민간주택은 모두가 반전세 방식으로 공급되는 주택들이다. 게다가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건설과정에서 방이 2~3개짜리인 집들만 제공하여 1인가구에게는 아예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반전세라는 것이 서울에서 신혼부부를 위한 49m²(제일 기회가 많다)인 경우, 1억5천~2억의 보증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목돈이 없는 계층, 새내기 직장청년들과 대학생들에게는 아예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5.주택정책의 목표 : 지원의 중립성과 형평성

우리나라 주택정책이 스웨덴처럼 ‘국민의 집‘까지는 아니어도 공공과 준공공을 적어도 20%까지는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특히 준공공 협동조합 주택(조합이 소유주체이며 임차인이 지분을 소유하거나 그 지분의 이전도 가능한)을 위한 법제도가 전무한 상태에서 지자체에서는 사회주택, 공동체주택 등의 애매모호한 용어를 사용하는 주택지원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정책의 목표는 간단하고 명료한 것이 좋다. 즉 공공/준공공 주택, 소유형이 아닌 주거형으로의 주택보급, 이를 위한 중립적이며 형평성이 있는 제도와 지원이 필요하다.

 

6.협동조합 주택의 건설

현재 스웨덴 주택의 26%를 차지하는 협동조합 주택도 초기에는 조합의 투기, 자금횡령, 부실 건설 등으로 상당기간 결실을 보지 못하였다가 23년 HSB (임차인 저축 및 건축협회) 설립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주택저축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소비자 협동조합의 설립으로, 매달 5만원 정도의 적금 납입 후 기다려서 입주권 가진다. HSB가 민간시장에서 비영리주택 모델을 최초로 제시한 것이다. 릭스뷔겐 (건설노동조합이 지원하는 주택협동조합), 주택저축 통한 조합원 모집은 같고 이 두 기관의 재고가 전 협동조합 주택의 75%이다.

협동조합 주택의 의미는 무엇인가? 소액의 저축으로 주거가 가능하다, 주거의 개념으로 주택을 건설하자. 1~2억 보증금이 아니고 500만~1천만원 저축만으로 주거가 가능한 집의 보급, 우리도 가능하다!

주택도시기금을 자가소유나 전세자금으로의 융통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대신, 공공/준공공에만 집중하여야 한다. 특히 협동조합 (임대)주택을 위한 자금지원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도 조례를 제정하고 토지도 내놓아야 한다. 협동조합 주택이 만들어 지고 저렴한 주거공간, 1인당 보증금 500만원과 월 30만원 정도의 20~25m²의 공간, 지하철과 대중교통이 편리한 지점의 교통요지에 편리한 공공시설까지 갖춘 건물에서 청년들이 생활하는 것이 현실이 되도록 하는 것은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제대로 알고 제대로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실천하는 것이다. 국민의 집 한손처럼!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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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돌아온’ 온갖문제연구 프로젝트>로 독립연구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정된 3팀의 독립연구자(팀)를 소개합니다. 진행 중반에 접어든 지금,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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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이랩(4.2LAB)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혜민입니다. 사이랩은 스스로 길을 찾으면서 청년의 길 찾기도 함께 고민하는 청년 모임입니다. 교육공간 민들레에서 인큐베이팅한 팀이고요. 청년이 자기 삶의 방향을 찾아 힘을 얻고, 그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해 2015년에 만들어졌습니다. 2018년 현재까지 5명~10명의 청년이 모여 운영진・연구원・소모임 참여자 등의 다양한 멤버십으로 활동 중입니다. 요즘에는 다양한 청년들의 다양한 삶의 형태를 만나고 싶어서 이런저런 작당을 하고 있어요.

<‘돌아온’ 온갖문제연구 프로젝트>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나요?
‘청년 라이프스타일 설계 교육과정 연구’ 인데요. 한국과 일본의 청년이 교류하여, 청년을 위해 만들어졌던 진로 설계 과정을 함께 연구하고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일본 도쿄의 대안대학인 슈레대학의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연구 강좌’, 사이랩이 하고 있는 ‘청년 길 찾기 과정’을 연구해볼 예정입니다.

“청년들이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운 삶의 형태를 스스로 만들고 존중하며 살길 바랍니다”

주제를 선정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도 그렇고 교육공간 민들레에서도,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자기 인생을 기획하는 데에 쓸 시간과 방법을 충분히 가지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사이랩이 만들어졌고,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그러다 슈레대학의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연구 강좌’를 알게 되었습니다. 삶을 구성하는 요소(가정, 돈, 직업, 집 등)를 구체적이면서도 집요하게 분석하고, 이 분석을 토대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하는 강좌인데요. 커뮤니티 구성원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설계도의 구조와 내용을 업그레이드하는 점이 특이하더라고요. 필요한 다른 강의나 세미나가 있으면 강좌 안에 포함하기도 하고요. 이것을 한번 배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이랩과 슈레대학의 경험을 토대로 새롭게 ‘청년 라이프스타일 설계 교육 과정’을 만들어보는 게 목표입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어요. 청년들의 삶의 형태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변수도 많아지고요. 저희가 만들 교육 과정이, 청년들이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운 삶의 형태를 스스로 만들고 존중하며 살 수 있게 도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연구 잘 진행되고 있나요?
더디지만 순탄히 진행 중입니다. 한・일 청년 교류 워크숍과 전・후 세미나를 진행하는 형태로 연구를 할 것 같은데, 날짜를 확정했고요. 한국과 일본에서 연구를 함께할 동료를 모으는 작업도 진행했어요. 동료들이 있다는 것이 든든하고, 연구가 풍성하게 진행될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우리 사회 청년의 삶은 스펙트럼이 넓어요.
실제 청년들의 삶의 구석구석을 긁어주고 싶습니다”

이 연구를 ‘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면?
한국의 주류 미디어와 행정, 정치는 청년을 유형화하고 일반화하며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특히 경제적 빈곤에 초점을 맞췄죠. 88만 원 세대, 금수저・흙수저론 처럼요. ‘담론’이니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항상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청년 당사자인 제가 겪는 삶은 스펙트럼이 꽤 넓었거든요. 시기에 따라 필요한 것이 다르고, 해외여행이나 인터넷 등으로 가치관의 전환도 많이 일어나고, 직업 선택 기준도 가지각색이고요. 하지만 청년의 가장 큰 고민이 일자리라는 고착화된 프레임으로 판단하니, 쏟아지는 청년 정책도 대부분 대동소이하고, 실제 청년의 삶을 구석구석 긁어주진 못했던 것 같아요.
저희는 각자의 삶에 필요한 요소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고,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 내가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코스를 만들려 합니다. 청년들이 느끼는 소외감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연구 주제를 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돼요.

“연구는 거창하고 심오한 것이 아닙니다
생활 속 일을 한 번 두 번 다시 생각하는 일,”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게 연구라고 생각해요”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연구’라는 단어 자체가 진입장벽이 높은 것 같아요. 학계, 즉 전문가 집단에서 하는 연구의 이미지를 상상하게 되고, 그 방식을 따라가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하게 됩니다.
고민하다가 저희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분석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에 ‘가능한 해결방안을 찾고 실천해보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로 했습니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표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두 번 다시 생각하며,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에 대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여기는 것이죠. 지금 연구를 하고 계시는 분들 모두가 이 사회의 인식과 구조를 전환하고 확장하는 것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잘 마무리 해 주실 거죠?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슈레대학의 스태프,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연구 강좌’에 현재 참여하고 있는 청년, 강좌를 경험한 뒤 본인의 설계도로 살아가고 있는 청년을 초청해 워크숍을 열 예정입니다. 이후에는 한국 청년 문제에 관심 많고 해결 의지를 가진 동료들과 함께 세미나를 열고 한국 청년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설계 과정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미래가 두렵고 막막하다고 호소하는 제 친구들과 그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또래 청년들에게 당당하게 제안할 수 있는 무언가를 꼭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정리 : 최은영 | 이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 그래픽 : 조현상 | 이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월, 2018/10/0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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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주: 북한의 청년들은 장마당세대로 불리워 왔지만 기실 장마당에만 존재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편견이다. 8090년대에 출생한 북한청년들은 공장과 기업소, 대학 등 사회 곳곳에 있으며, 실리에 밝아 정치에는 무관심하지만 그래도 당간부는 되고 싶어하는 청년들이다.


한 세대 만에 열리는 남북청년회담을 기다리며

장마당세대 담론과 그들의 삶

장마당의 꽃제비 강민은 어쩌다 장삿꾼이 되었나

장마당세대, 타자화된 프레임을 넘어 김정은 개혁시대의 동반자로 떠오르다

일탈과 실험, 유행과 실리를 추구하는 장마당세대

이불 속에서 세계를 본다

8090 북한 청년들의 초상

북한사회를 주도할 엘리트: 종합대학출신 청년

-90년대생, 식량난의 타격으로 출생이 줄어들다

-“정치는 무관심하지만 당간부는 되고 싶어

남북의 8090: 평화로운 한반도를 맞이할 첫 청년세대

 

한 세대 만에 열리는 남북청년회담을 기다리며

남북한의 대학생들이 조만간 한 자리에 만나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할 날이 멀지 않았다. 못할 이유도 없다. 작년 8월에 남북노동자들은 서울 상암 경기장에서 통일축구대회를 열어 정을 나누고 평화통일을 향한 연대의식을 확인했으며, 남북경색기인 2015년에도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가 열린 바 있다. 만약 2019년 올해에 남북 청년들의 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면, 1989년 6월에 전대협 대표로 당시 대학 4학년이던 68년생 임수경 학생이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여 북한 조선학생위원회와 교류를 가진 이후 30년 만에 한 세대(generation)간 단절의 역사를 겪고 겨우 공식 만남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미 작년 8월 22일에 서울대 총학생회에서 김일성대학 측에 남북 교류를 제안하는 메일을 보냈다. 이 제안에 북한 김일성종합대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통일조국의 첫 세대는 청년들이 돼야 한다”고 바로 화답하였으나 서로 만나자는 약속을 다짐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올해 2019년도에는 남북 대학생들 사이에 교류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통일부의 교류허가도 받았다. 서울대 총학생회 말고도 서울권 대학언론연합회이 김일성종합대학에 토론회 개최요구를 비롯하여 한반도 평화대장정의 남북대학생 교류, 남북한 청년간의 숙의적 대화 구상 등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풍성하고 다양한 남북청년 간 교류사업이 기획되어 있다. 남북 청년들이 만날 수 있다면 서로 다른 체제에서 성장한 청년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커다란 기회가 30년 만에 도래한 것이다. 만약 이번 만남이 성사된다면 파워엘리트로 성장하면서 북한을 주도해나갈 남북한 청년들이 서로의 생각을 알고 교류할 중요한 기회가 된다. 이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 그럼 북한의 청년세대들을 8090년생들을 중심으로 들여다보자.

다큐멘터리 ‘장마당 세대(The Jangmadang Generation)’ 영상 캡쳐. 사진: 한국일보.

 

장마당세대 담론과 그들의 삶

장마당의 꽃제비 강민은 어쩌다 장삿꾼이 되었나

‘장마당세대’란 호칭은 북한의 청년세대가 시장경제를 추동하는 변혁의 동력으로 성장하리라는 기대를 상징한다.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태어난 북한의 ‘장마당 세대’를 북한 사회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조명한 한 개의 다큐멘터리가 공개됐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의 자유(LINK)’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장마당 세대’를 공개하며, 이들이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전위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북한 장마당 세대를 서구사회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와 비교하면서 고난의 행군시기 붕괴된 북한의 배급체계가 이들을 자립ㆍ자조의 자본주의 인간형으로 개조했다고 분석한다. 이 영화의 정점은 91년생 주찬양과 87년생 강민의 인생스토리이다. 이들은 일찍부터 시장(장마당)을 활용한 상품거래에 익숙했다. 2010년 탈북한 여성 주양(26)은 다큐멘터리에서 “쌀이 조금 남으면 떡을 만들고, 옥수수가 조금 남으면 옥수수 국수를 만들어 팔았고, 송이버섯을 따다 중국에 팔기도 했다”고 말한다. 9세 때 어머니와 헤어지고 ‘꽃제비’가 돼 소매치기로 생활하던 강민(30)이 장사로 나서게 된 동기는 보다 감성적이다.

아홉 살때부터 죽 장마당의 꽃제비로 살아온 강민이 장삿꾼이 될 용기를 내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어느날 훔치던 중에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음을 의식한다.

“그날도 내가 장마당에서 도둑질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첫사랑이고, 짝사랑이고 그냥 (나의) 모든 것이었던. 그녀가 나를 보고 있는 거예요. 도둑질하는 모습을. 이미 전에 그 애는 제가 꽃제비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런데, 저는 그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어요. 이렇게 내가 살아야하나. 너무 부끄럽고.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그러다가 결심하게 된 게 그래, 내가 이런 식으로 살지 말고, 내 힘으로 한번 떳떳하게 살아보자. 그런 마음을 먹었어요.(강민, 30, 현재 남한 거주 자영업) ”

떳떳하게 내 힘으로 살고자 장삿일에 나선 강민은 그 후 중국으로부터 배터리, 양말을 사들여 내륙의 도매상들에게 팔아 돈을 벌었으며 남한에 온 이후에도 자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장마당세대, 타자화된 프레임을 넘어 김정은 개혁시대의 동반자로 떠오르다

워싱턴포스트(WP)가 이 다큐멘터리를 소개해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들은 태생적 자본주의자이며 장마당세대들의 목소리는 “정부에서 해주는 것이 없으니 내 미래는 내가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한 장마당의 탈북여성).”로 요약된다. 자본주의가 체화된 이들이 북한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르면, 북한 사회는 램프에서 빠져나온 요정 지니가 다시 램프 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 불가역적인 사회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라는 이야기이다.

기존에 언론이나 북한인권에서 말하는 ‘장마당세대’라는 프레임은 국가의 무력함과 시장에서 성장하는 개인과 청년들을 대비시킨다. 처음 장마당세대의 호명은 ‘변혁의 주체’로 불러내는 타자적 시각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일관성있게 시장을 허용하는 정책이 지속되면서 이같은 시각의 변화가 엿보이고 있다. 2018. 5.20일 방영된 sbs 드라마 스페셜, <‘84년생 김정은과 장마당 세대>기획의 관점은 장마당세대와 정권을 대립적 시각이 아니라 장마당세대를 84년생에 출생한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 내내 함께 가야할 인구학적 동반자로 위치지우면서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민감하게 반영한 기획물이다.

 

일탈과 실험, 유행과 실리를 추구하는 장마당세대

Liberty in North Korea(LINK, 북한의 자유)에서 만든 ‘장마당세대’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장마당에서 살아온 80년대생들과 90년대 탈북청년들이 주인공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장마당을 근거지로 해서 살아가는 발랄한 청춘 87년생 강 민, 91년생 주찬양이 벌이는 자유로운 일탈과 실험, 그리고 실리를 추구하는 장마당 삶의 일단을 드러낸다. 일상속의 작은 반항들.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패션 따라 하기, 장마당에서 의류상을 하던 91년생 장마당세대들의 경험담을 소개한다. 한 여성은 중국과 한국에서 들여온 중고 옷을 팔기 위해 몸매가 예쁜 친구에게 그 옷을 입혀 장마당을 하루에도 열 번씩 입고 왔다 갔다 하면서 유행을 만든다. 그녀는 북한에서는 여자에게 금기시된 오토바이를 직접 운전하는 크러쉬걸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머리를 만들기 위해 기계를 사서 노력한 끝에 전지현 머리에 성공하는 여성들도 있다. 노력에는 보상이 따른다. 결국 전지현 머리를 만드는데 성공한 그녀의 집앞에 전지현 머리를 해달라는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유행을 선보일 때마다 밀수꾼들은 돈을 벌게 되고, 돈을 벌고 싶은 신세대 밀수꾼은 다시 새로운 유행을 창조해내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이불 속에서 세계를 본다

외부에 대한 관심에서 연령은 역시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나이가 낮을수록 외부의 정보나 접촉을 중시하고 나이가 많을수록 그 반대이다. 반란은 이불속에서도 이루어진다. 이불속에서 노트북을 넣고 불빛을 죽인 채 한류드라마를 보던 경험, 친구들끼리 함께 한국드라마를 보고 정부가 금지한 행위들을 했던 경험들은 이들 청년세대 내부의 결속을 높이는 친밀한 경험들이다. 정부에서 하지 말라는 것을 볼 때 생기는 우정, 우리가 같이 보았을 때 생겨나는 우리는 가까운 친구라는 연대의식. 서로의 뒤를 봐주고, 통제를 피하면서 생기는 친밀감.

그러나, ‘장마당세대’라는 프레임에 가두어 두고 북한의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외눈박이 거인일 수 있다. 장마당을 북한이해의 중심에 두고 청년들의 행태를 굳이 해석해내고자 하는 우리의 시장경제 중심적 시각은 숨겨진 그들의 다른 면을 보지 못하게 하는 함정이자 타자적 시각이다. 중국은 80년대 출생자들을 바링허우(80후)라고 부르고, 90년대 출생자들을 저링허우(90후)라고 부르면서 소비, 주거, 직업 등 다양한 시각에서 그들 고유한 세대적 특성을 보려고 노력한다.

 

8090년대 출생한 북한 청년의 초상

8090세대의 중심에는 <종합대학출신>의 파워엘리트가 있는가 하면, 주변부에는 장마당으로 상징되는 시장세력이 있다. 그런가하면 공식부문에서 조용히 착실하게 당간부를 향해 경력을 쌓으면서 성장하는 청년들도 여전히 있다.

80년대와 90년대에 출생한 세대들은 독자적인 세대의식이나 세대담론이 뚜렷하게 규명되지 않은 채 동일한 역사적 경험을 동일한 시기에 했다는 이유로 하나의 덩어리처럼 인식되어져왔지만, 특정한 세대 담론없이 바라볼 때 오히려 북한 청년들의 실체가 있는 그대로 잘 볼 수 있다. 8090세대의 내부를 들여다 보면 다양한 공식/비공식부문에 자리한 이질적인 집단이 공존함을 알 수 있다. 한 축에는 <종합대학출신>의 파워엘리트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장마당으로 상징되는 시장세력이 있다. 다른 한 축에서는 공식부문에서 착실하게 당간부를 향해 성장을 하고 경력을 쌓는 청년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 중에서 외부에 가장 널리 알려진 집단은 장마당세대이다. 과거 탈북청년들이 북한에서 살아온 삶을 많이 알리고 드러냈기 때문이다. 언론들도 주로 장마당에서 성장한 꽃제비의 이야기를 자주 조명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북한청년들의 한 단면만을 극대화하여 드러내는 것이다. 80년대와 90년대에 출생한 세대는 사실 장마당이라는 특정한 공간에서만 있는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와 공장과 기업소, 농장, 군대에서도 어디서나 발견된다. 일단은 우선 공장이나 기업소에 배치되기 때문에 공장이나 기업소에서 일하는 이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장마당이라는 비공식 부문에서 일하는 이들은 공장이나 기업소를 떠나 사회의 비주류, 내지는 주변부에 온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남성들은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장마당에서 일할 수는 없다. 향후에는 남북한 청년들의 공식적인 만남과 현지방문이 봇물을 이루면서 새로운 흐름을 주도해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사회를 주도할 엘리트 종합대학출신 청년

한국사회를 주도하는 엘리트집단은 주로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 출신들이 공급하듯이, 북한 8090세대의 중심축은 역시 종합대학출신의 청년집단이다. 북한에서 종합대학이나 혁명학원은 특수한 위치를 점한다. 대학생 수는 인구 만명당 2017년도 현재 208명이다. 한국은 596.8명으로 한국의 1/3 정도이다. 2002년 전에서 북한의 대학은 4년제 대학만 치면 134명이었는데, 2003년도 통계부터는 어장대학이나 농장대학, 공장대학까지 포함하여 통계를 낸 결과이다. 북한 역시 교육열이 높아 부모들은 모두 대학을 보내기를 선망한다. 그러기에 고난의 행군기부터 공교육체제는 상당히 훼손되고 부패했지만, 여전히 대학졸업장은 북한사회를 끌어가는 매우 중요한 경력이다.

한국과는 달리 학생들은 고등중학교를 졸업한 후에 바로 대학으로 가기도 하지만, 군대나 직장을 거쳐 가는 경우도 많다. 북한의 대학생들은 한국의 수능에 해당하는 예비시험과 대학의 면접시험을 거쳐 대학에 가게 되는데, 무엇보다 출신 성분이 좋아야 하고 학교별로 조직되어 있는 청년동맹 활동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일단 이와 같은 조건을 갖춘 학생들은 각 도·시·군에 조직되어 있는 대학추천위원회의 사상검토를 거쳐 추천을 받아야 대학별로 치르는 입학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입학시험은 구술시험과 필답고사를 치르는데, 경쟁이 치열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출신성분도 중요하지만, 학부모의 물질적 뒷받침이 더 중요한 조건이 되었다. 대학에 들어간 후에도 돈이 많이 들어간다. 등록금은 내지 않지만 대학을 다니기 위해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 중도에 대학을 다니다 포기하는 경우들이 속출한다. 이제 북한의 대학은 명목상 등록금만 없을 뿐, 돈 없이 다닐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북한의 대입은 재수(再修)가 없다. 입시에서 탈락하면 바로 직장이나 군대로 가야 한다. 그러나, 한국과는 달리 바로 대학을 가지 못하더라도 2~3년간 직장을 다니다가 추천을 받아 대학에 갈 기회가 있고 또, 군대를 마치고 군의 추천을 받아 대학에 갈 수도 있다. 북한사회에서 간부를 하기 위해서는 출신성분, 군대와 더불어 대학졸업장 없이는 안된다. 특히, 종합대학 졸업생은 사회를 주도하는 엘리트로 성장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경력이며 이같은 학위를 통한 실력의 입증은 향후 시장경제가 발전한다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90년대생, 식량난의 타격으로 출생이 줄어든 세대

세대명칭을 구성하는 기준으로 역사적 경험, 나이 혹은 생애주기 단계, 문화적 행태적 특성의 세 가지를 드는데, 특히 세대특성이 청소년기 이후에도 어느 정도 지속될 때 그 세대가 타 세대와 구별된다. 북한의 새 세대라고 불리우는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바로 이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5~99년 사이에 배급제도의 붕괴와 죽음, 장마당의 탄생을 겪으면서 십대 전후의 시간들을 보낸 세대이다. 이는 만하임가 말하는, 역사적 사건이 각인되어지면서 세대가 형성되는 나이에 ‘고난의 행군’이라는 역사적 경험이 성층화었다고 하겠다. 그 뒤에 오는 90년대들은 식량난으로 인해 출생율이 감소된 세대이다.

통계청의 북한인구추계에 따르면 2019년, 8090년대 출생자들인 20대와 30대는 북한인구에서 29.8%를 차지한다. 1990년대 출생자들인 20대는 2019년 현재 400만 명으로 이들은 전체 북한 인구 252만명 중에서 12.9%를 차지하며, 80년대에 출생한 30대는 15.8%로서 20대와 30대 인구가 북한 전체인구의 약 29.8%를 차지한다.

인구학자 박경숙이 1993년과 2008년 두 센서스를 근거로 분석한 연구 “북한의 식량난 및 기근과 인구변동”에 의하면, 1993년에서 2008년에 걸쳐 북한인구 감소가 88만 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즉 식량난에 따른 총 인구 손실 88만명 중 약 49만 여명이 사망률 증가에 따른 손실로 추정이라면, 약 29만 여명이 출산율 감소로, 그리고 약 10만 명이 이주와 그에 수반된 출산율 감소의 효과이다.

90년대생은 식량난의 출산율 감소의 영향을 받은 세대이다. 만약, 식량난이 아니었다면 90년대생들은 보다 많이 출생했을 터이니, 외적요인에 의해 강제적인 출생율 감소가 이루어진 세대인 셈이다. 이 점에서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의 직접적 영향을 받은 80년대생 바링허우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이들 8090세대들은 자신들의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나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정치는 무관심하지만 당간부는 되고 싶어

8090세대가 금단의 영역을 넘어서는 행위나 실리추구를 한다고 할지라도, 북한정권에 대한 반대나 정치적 진보로 민주화로의 열망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화순의 세대연구(박영자 외, 2015, 북한주민의 동력, 통일연구원)에서, 오히려 6070년대에 출생한 세대들이 정치적으로 보다 급진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에 8090 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하며 김정은 정권에 호의적이다. 미제척결을 가장 주장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계획경제에 대해 기성세대만큼 비판적이지도 않을 정도다. 한편, 새로운 8090 세대들은 기성세대 보다 개인의 일탈에 너그러우며, 집단주의보다 개인주의를 선호하고 준법의식이나 수령의식도 기성세대보다 낮다. 명분보다 실리와 물질을 중시한다.

8090세대들이 선호하는 북한에서 가장 전망있는 직업이 무엇일까? 돈을 버는 직업인가? 아니다. 이 질문은 북한체제의 안정성이나 미래전망을 북한주민들이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북한사회에서 유망직업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부동의 1위는 역시 당간부로 나타난다. 8090 세대와 기성세대 할 것없이 당간부가 되는 것을 가장 좋은 경력(career)으로 인식한다. 돈보다는 권력이고 권력을 가지면 돈은 따라오는 게 북한의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주민들은 현재의 북한사회체제가 당권력을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권력체제가 앞으로도 지속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남북의 8090: 평화로운 한반도를 맞이할 첫 청년세대

이제 민족분단의 긴 전쟁을 끝내고 사랑을 나누어야 할 때이다. 남북의 교류가 잦아진다면 남한의 청년들이 북한의 ‘8090 세대’를 만나 함께 비즈니스도 하고 일도 하고 우정을 쌓거나 썸도 타고 연애도 결혼도 함께 살기도 할 날이 올 것이다.

지금 우리는 서로 무엇을 어떻게 느낄까? 헬조선을 외치던 남한의 청년들이 북한 청년을 만나 의기투합할지 이질적으로 느낄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설사 만남이 갈등으로 이어질지라도 현재보다 더 나은 관계의 출발이 될 것이다.

결국 남북한의 청년세대들은 한반도의 미래와 평화 그리고 통일을 이어받아 갈 세대들이다. 남과 북은 이미 도보다리에서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다. 이제 남북한의 8090들은 평화로운 한반도를 맞이한 첫 청년세대가 될 것이다. 세상은 이들을 어떤 세대라고 부를지, 역사는 이들을 어떤 세대라고 기록할지 궁금해진다.

수, 2019/02/0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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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국회 교육위 안건조정위로 회부돼
부자감세하면서 이자 1.7% 감면이 정부재정에 부담? 동의 어려워
입으로만 ‘민생’ 반복하는 정부여당 규탄, 법안 즉각 처리해야

오늘(2/27)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폐업·실직·육아휴직 등으로 소득을 상실하거나 저소득 상태인 청년들의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해주는 내용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해당 법안의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신청하면서 처리가 무산되었다.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로 2030 청년세대의 취업난·창업난이 더욱 심각해지고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이 법안의 처리를 기다리던 대학생·청년·학부모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반값등록금실현과교육공공성강화를위한국민본부(이하 반값등록금본부)와 함께 하는 대학생·청년·학부모 및 교육시민단체들은 소득이 없는 청년들의 학자금 대출 이자 감면마저도 정부 재정 운운하며 막아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규탄한다. 여야 국회는 입으로만 민생을 말하지 말고 즉각 해당 법안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2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9-39세 청년이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부채는 8,455만원으로 지난 10년동안 약 2.5배 증가했으며, 소득 대비 부채가 3배가 넘는 청년가구도 21.75%로 5명 중 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8세-29세 청년의 경우 학자금 마련으로 인한 부채가 가장 많았고 소득 10분위 중 3분위 이하의 저소득층의 경우 대출규모만 약 2조 8,802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청년층의 첫 일자리 임금 수준은 36.6%가 월 150-200만 원 미만, 28.4%가 200-300만 원 미만에 그쳤으며 이마저도 실직이나 폐업, 육아휴직 등으로 인해 소득이 단절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학자금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늘 논의가 예정되었던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법률안은 최소한의 소득도 거두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학자금 대출 원금 부담은 고사하고 해당 기간동안의 이자부담이라도 덜 수 있도록 하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교육위 의원들은 해당 법안이 비대학생인 청년들을 차별하고 국가의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물론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서도 의결 직전 퇴장하는 등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오늘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해당 법안의 안건조정위 회부를 신청하면서 끝끝내 청년들의 발목에 채워진 빚의 굴레를 붙잡고 늘어진 것이다. 앞서 정부가 사실상 ‘등록금 동결 포기’선언을 하면서 4년제 대학의 약 40%가 내년에는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이번 법안마저 무산되면 향후 취업 후 상환학자금 대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90일의 논의과정이 더 소요될 안건조정위 회부는 지금도 소득이 없거나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으로 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는 생사를 오가는 시간임에 틀림없다. 일주일도 길다. 여야 국회는 즉각 해당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비대학생인 청년을 차별하고 국가 재정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정부와 여당의 반대논리 또한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약 75%로 대다수의 청년이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의 대상이 되는데다가 정부 또한 이미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 비대학생 및 취업준비생, 중소기업 취업자인 청년들을 포함하여 햇살론 YOUTH와 같은 생활자금대출 지원 등의 정책을 병행 중이다. 비대학생 청년들에 대한 차별이 문제라면 지금도 3.5%에 달하는 햇살론 대출의 금리를 더 낮춰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정부여당이 당장 소득이 없는 청년들에게 연 1.7%의 이자를 꼭 받아내야겠다고 고집 부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수십 조 단위의 대기업 법인세와 부동산 부자들의 종합부동산세를 감면해 준 정부여당이 취업 후 상환학자금 대출 원금도 아니고 폐업·실직·육아휴직으로 소득을 상실한 경우 그 기간동안의 이자 연 1.7% 감면을 두고 재정부담 운운할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여야 국회는 말로만 민생을 앞세우지 말고 학자금 대출의 부담에 허덕이는 저소득층 청년들이 우리 사회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즉각 처리해야 한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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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3/02/2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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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30.토.

국가는 잘 사는데 왜 국민은 못 사는가
-도널드 발렛, 제임스 스틸 공저 / 이찬 역

중산층과 생산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은 부상하는 중국과 인도의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 미국 내의 중산층을 파괴하는 정책들이자 그 정책을 만들기 위해 말그대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로비하는 다국적 기업들과 초극소수의 부자들이라는 것을 강력히 어필하는 책이다. 보수적 싱크탱크와 재단들이 부상한 시기와 중산층이 침체된 시기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소름돋는 이야기, 이른바 혁신 사업들로 불리는 사업들이 기존의 일자리들과 고용방식을 마치 구시대의 유물이자 망하는 지름길인 것처럼 갈아엎고 없애왔지만 사실은 그 결과 더 많은 서민들의 숨통을 조여 더 소수의 손에 부가 집중되었다는 이야기 등을 생생히 들려주고 있다. 앞에서 강연을 듣는 듯, 이야기를 듣는 듯 친근하고 위트있는 문체로 써내려간 이 책은, 사례들을 하나하나 읽다보니 어느덧 예정된 12시를 조금 넘겨 강독을 끝낼 수 있었다. 미국에서 십여년간 거주하다 오신 분이 계셔서 토론은 자연스레 미국의 실상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수많은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다. 이 책을 똑같이 대한민국 버전으로 써도 되겠다. (맞아맞아)

이게 실제로 미국에서 맞는 이야기인가?

큰 틀에서 맞는 이야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이후 401(K)제도는 일종의 저축처럼 임금에서 돈을 넣고, 사측에서도 매칭펀드 식으로 넣어주는 방식. 그래서 한 달에 50~100만원 정도가 나오긴 한다. 그리고 은퇴 후 노후엔 시니어 아파트라는 곳이 있다. 여기 렌트는 80~100만불 정도 되는데, 1/3만 내면 나머지는 정부에서 지원해준다. 식료품은 푸드스탬프 제도로 해결 가능. 그렇다면 의식주 중 식,주는 이런 방식으로 해결하고 한달에 20만원 정도의 용돈으로 턱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생활은 가능하다.

(이부분에서 나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한국에서 중산층이 무너졌다는 것은 노후에 정말로 생계가 막막한 수준의 붕괴인데, 미국의 중산층이 다 무너졌대서 엄청 심각하게 이 책을 다 읽고났더니 그래도 미국은 망한게 의식주 중 식,주는 이정도로 보장된 수준이라니!(그렇다고 문제의 경중이 더하고 덜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님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우리나라 중산층들은 진짜 어느 정도로 망한 것인가 하는 절망감이 들었다. 복지병 논쟁을 들을 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복지의 ‘복’자도 꺼내지 않은 상태인데 지금 우리가 있는 선이나 비교선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미국은 연방이 사회보장에서 큰 영향력이 없지 않나?
미국에는 카운티(county)가 존재한다. 카운티에 여러 city들이 존재.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는 50여개의 카운티가 존재하고 지역의 카운티들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래서 예컨대 오바마케어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연방이 연방의 몫인 안보, 외교 등을 나쁘게 하는 건 가능한데 교육, 복지 등을 좋게 하는 건 힘든 것 같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나라는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면 보다 더 쉽게, 더 많이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좀 더 크다고 본다.

모든 사람이 정치에 목숨 걸지 않아도 되는 문화기도 하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정치에 참여, 노출 되어있다.

독서 모임 후, 함께 밥을 먹으며 이번 모임은 책과 실제 삶의 경험이 잘 어우러진 ‘반반치킨’ 같은 강의라는 평을 주셨다. 전날의 엄청난 삼겹살 파티 불금에 이어 독서모임 후 같이 점심 먹으면서 해장까지 함께한 것을 보면 금-토 환상의 콜라보레이션, ‘반반무많이’와 같은 날이 아니었나 평해본다.

수, 2015/06/0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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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후기

책을 읽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어려웠고, 무거웠고, 그래서 생각도 많아졌던 책이다. 책을 읽고 잠이든 후, 출근을 하면 그 책과 동일한 일상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나를 통해서도 책속의 일들이 생기게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고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마음과 다르게 나 또한 색안경을 끼고 상담을 하거나, 선정이 되기 힘들 것 같다는 결론을 가지고 상담을 하게 될 때도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나눔의 시간에 일선에서 상담을 할 때, 의심에서 시작해 검증하는 방식으로 상담이 이루어지기도 한다는 말씀에 나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 또한 상담을 하는 동안 상담자의 상황이나, 현실을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를 하고, 마음으로도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제도 안에서 필요한 증빙서류들이 준비되어야만 그것이 믿을 수 있는 사실이 될 때, 그리고 그것들을 요구하게 될 때, 스스로 딜레마에 빠지게 되곤 한다.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실제 도움이 많이 필요하고, 구구절절 저마다 사연이 많지만 공공제도안의 복지를 제공받을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다. 어떠한 혜택도 해당되지 않음을 안내해야 할 때 안타까움과 손발이 묶인 듯한 답답함을 느낀다. 민간기관에 협조나 연계를 하는 경우에도 100% 연계 되는 경우보다 재정 및 자원의 한계로 원하는 욕구, 필요를 완전히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 더 많다. 그럼에도 주변에서는 자발적으로 이·통장 이웃들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며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적인 복지서비스를 전달하고, 제공하는 일을 경험한지 오래되지 않았고, 거의 시작 단계이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어렵고, 조심스럽고, 벽에 부딪히는 듯한 답답함을 느끼곤 한다.

책 속에서 「현재 현장의 전달자와 수급권자는 적대적 관계가 되어 있지만 어쩌면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의 당사자일지도 모른다.」라고 말한 것처럼 당사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보려 한다. 그에 앞서 우선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상담자와 마음을 열고 그들을 진솔하게 대하는 태도이며,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거나 수치심이 들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해봐야겠다.

책에서도 잠깐 언급이 되었지만, 2015년 7월 1일 맞춤형개별급여 기초생활보장제도[기존 통합신청에서 개별 신청(생계, 주거, 의료, 교육급여)으로 변경]가 새롭게 시작되어 현재 읍·면·동주민센터에서는 6월 1일부터 신청을 받고 있다. 새롭게 시작된 만큼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의 방문이 많지만, 충족해야하는 기준들과 신청 서류들이 간단하지만은 않아 몇몇 사람들은 불만어린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새로운 제도로 신청과 상담을 받은 지 한 달여 정도 되었으며, 기존 차상위계층에게 안내문을 발송 하고, 각종 회의를 통해 홍보를 하였다. 언론매체를 통해 월세를 지원해준다는 홍보로 주거급여에 관한 문의가 많은 상황이며, 또한 학교에서도 4가지 급여 중 교육급여 신청을 위한 안내문을 전교생에게 홍보하여 교육급여 신청 문의가 많은 상황이다. 맞춤형 개별급여로 바뀌어 교육급여만 신청할 수 있지만, 그 기준에 충족되는 가구는 많지 않고, 상담 시 기초생활수급자 중 교육급여만 신청하시는 것이라고 안내를 하면, 본인은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급여를 신청하러 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대다수다. 더불어 4인 가구 기준 교육급여 신청을 위한 소득인정액(소득과 재산을 소득으로 평가·환산한 금액)은 2,111,267원으로 이 기준에 소득만으로 초과되는 가구도 많다. 그렇기에 상담 시 기준에 초과된다는 안내를 하면 이럴 거면 왜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다 될 것처럼 홍보했냐고 따지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아직은 맞춤형개별급여가 기초생활보장제도라는 것이 확실히 인식되지 않은 상황이여서 한동안은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맞춤형 개별급여 신청으로 교육급여 등 소득인정액 기준이 완화되어 급여를 신청하는데 접근이 완화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가장 마지막으로 보장받는 사회안정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적절한 보장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안정망으로서의 역할이 되고 있는지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검토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보장 받는 자가 얼마나 되는지 여부보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진정 최저생활(국민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는 지를 검토하고 보완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제도의 신청이나 상담 절차, 조사 진행과정 및 제도나 사업 등의 개선 사항과 관련하여서도 다양한 절차나 통로로 현장의 의견을 보내고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앞으로도 많이 개발되기를 바라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의 나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 좋았고, 지금도 생각이 온전히 정리되진 않았지만, 앞으로 끊임없는 질문과 생각을 하며 앞으로 나의 역할과 나의 태도에 대해 되돌아보고 노력하고자 한다.

목, 2015/07/16-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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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부인(否認)과 복지국가의 미래

 

김진석 l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후의 만찬이 있던 날 밤의 장면이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Quo Vadis, Domine?)”라는 수제자의 물음에 예수는 “지금은 따라오기 힘들겠지만 나중에 날 따라오게 될거다.”라는 알 듯 말 듯한 대답을 남긴 채 떠난다. 예수의 이 말을 들은 그 수제자는 “내 목숨이라도 내놓고” 당신을 따르겠노라고 큰소리치며 따라나선다. 예수는 자신이 사랑해마지 않는 그 제자에게 “새벽닭이 울기 전에 네가 나를 세 번 부인하리라”는 말을 남긴다.

 

한동안 우리나라는 복지국가의 완전체 실현을 목전에 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다양한 복지정책 관련 논의들이 정국의 한 복판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무상급식으로 촉발된 보편적 복지정책의 논의는 무상보육을 거쳐 무상의료로까지 확산되었고, 반값 등록금 등 교육의제에까지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그러한 흐름은 지난 대통령 선거기간에 정점을 찍은 바 있다. 다른 모든 것을 걸고라도 복지국가의 미래를 앞당기고야 말겠다는 그 화려한 약속들을 우리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우리가 기억하기에 이미 세 번의 커다란 부인(否認)이 있었다.

 

가장 먼저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약속이 일찌감치 깨졌다. 지금은 기초연금이라 불리우는 소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20만원 지급’을 약속했던 기초노령연금이 어느덧 많은 것을 묻고 따져서 겨우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나마 지급한 20만원을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 노인에게는 ‘줬다 뺏는’ 천덕꾸러기 기초연금이 되어버렸다. 그 와중에 노인빈곤의 문제는 OECD 비교국가들 중에서 여전히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단위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는 무상보육 중앙정부 지원 약속 또한 번번이 깨져나가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안을 세울 때마다 보육예산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은 소위 보편적 무상보육이 우리나라 역사에 자리 잡은 이래 연례행사가 되어버렸다. 이와 같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보육예산 줄다리기 싸움의 와중에 엉뚱하게도 무상급식으로 불똥이 튀어 애꿎은 경남의 아이들과 부모들만 울상을 짓게 되고 말았다.

 

2014년까지 국가장학금 확충을 통해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던 약속이 다음이다. 소득기준 1-2분위의 저소득 출신 학생의 경우 대학등록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지금 현재 국가장학금에 적용되는 상한금액은 주요 사립대학의 경우 등록금 대비 겨우 절반 수준에 미치고 있으며 국공립대학의 등록금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가뜩이나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우리 청년들은 대학졸업장과 함께 빚독촉장을 함께 받고 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허언이 되어버린 이와 같은 약속들은 사실상 하나의 커다란 약속의 틀 안에 갇혀있는 개별정책들이라 할 수 있다. 소위 ‘증세없는 복지확대’라는 또 하나의 약속은 그 자체로 형용모순에 해당하며, 개념이 탄생하는 그 순간부터 부질없는 파기가 예정되어 있는 그런 약속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누가 보더라도 현실성 없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른 소중한 정책과 제도들이 희생당하고 있는 안타까운 판국이다.

 

공적연금체계 개혁안 마련을 위한 지난 몇 달 동안의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한 바와 같이 복지의 확대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비용은 세금이 되었든, 보험료가 되었든 결국 시민과 기업을 포함한 전체 사회구성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이다. 복지의 확대를 위해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 추가적 비용을 결국 시민과 기업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이 평범한 사실을 부인하는 데에서부터 일이 꼬여나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노인빈곤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선별적 기초연금에서 보편적 기초연금으로의 개편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며 이는 결국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감당해야 할 몫인 것이다.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는 저출산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아이들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돌보는 데에 공공이 의미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정책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양질의 보육을 위해 필요한 필수적인 요건들, 즉 보육을 위한 부모부담의 최소화, 양질의 국공립어린이집 증대, 교사의 신분보장과 처우개선 등에는 국가적 차원에서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며 그 투자비용은 궁극적으로 중앙정부가 마련해야 할 몫인 것이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사회적 양극화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보편적인 고등교육 기회의 보장은 유의미한 정책적 수단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부모와 당사자 등 개인의 주머니로부터 지출되는 교육비 부담을 줄여줘야 하고, 이는 결국 공공 차원의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위와 같은 사실들을 이해하는 데 대단한 과학적 지식과 논리적 추론의 과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인 것이다. 이렇듯 당면한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의 집행을 위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이에 대한 시민과 기업의 추가부담 필요성을 정부와 대통령이 나서서 거부하는 순간 보편적 기초연금으로의 전환이든, 공공책임보육이든, 반값 등록금과 같은 제도와 정책들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은 ‘안(案)’이 되고 사회적으로 부인당하는 것이다.

 

‘증세없는 복지확대’라는 모순적 원칙에 비추어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영구적인 ‘안(案)’으로만 남겨져있거나 이미 용도 폐기되어버린 수많은 복지제도와 정책들이 복원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은 없는 것인가? 다시 보편적 기초연금‘안’을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노인들이 당면하고 있는 처참하기조차 한 노인빈곤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로서 보편적 기초연금제도의 필요성과 그 제도적 효과성에 대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형성된 제도의 도입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기반으로 제도도입의 전제조건인 재원마련방안을 도출해내야 한다. 이와 같은 복지재정 마련방안이란 다름 아닌 시민과 기업의 합리적 추가부담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라고 할 수 있다. 부자증세가 되었든, 보편적 증세가 되었든, 사회복지세의 도입이나 심지어 간접세의 상향조정이 되었든, 사회보험부담률의 증가가 되었든, 이와 같은 복지재정마련방안의 시작은 바로 제도도입의 필요성과 추가적인 비용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도출이다. 물론 이러한 사회적 합의의 도출과정에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음은 우리가 이미 경험하고 있는 바와 같다.

 

앞서 언급한 그 예수의 수제자는 세 번 부인한 후에 잘못을 뉘우치고 고난의 길이 기다리고 있는 로마로 발길을 돌렸다. 세 번 이상의 부인을 경험한 지금,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수, 2015/06/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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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복지국가를 말하다

 

강의 :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

정리 : 이경민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노르웨이에서 7월은 집단 휴가의 달. 필수기관에서 근무하는 노동자가 아니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약 5주의 휴가를 즐긴다고 하는데, 일주일 남짓의 여름휴가도 눈치보고 사용하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면 참으로 부러울 수 밖에 없다. 노르웨이는 우리나라와 얼마나 다르길래 ‘한 달 휴가’가 가능한 것일까? 환상을 품을 수 밖에 없는 북유럽국가,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다음은 7/30일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카데미에서 진행되었던 박노자 선생님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들어가며

 

한국에서 북유럽 사회에 대한 동경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과거 개화기 인사들의 눈에 비친 유럽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나라의 규모가 작음에도 독립을 지킬만한 군사력을 확보하고 있었고 문명 수준도 높았는데 이와같은 북유럽 국가의 모습이 조선인에게 완벽한 나라라는 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이후 공산주의가 몰락하면서 80년대 운동권 세력은 동구권에서 실현 가능한 지향 모델을 찾지 못하였고, 북유럽 국가의 등장으로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지식인들은 북유럽사민주의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북유럽 사회에서 개인의 행복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수준으로 한국과 비교가 불가능하다. 앞서 얘기한 휴가뿐만 아니라, 노동시간도 큰 차이가 난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연간 평균 2100시간이다. 박정희 정권 때는 3000시간이었고 그 당시 여공들은 주당 80시간 정도 일을 했다. 반면 노르웨이의 노동시간은 연간 1350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북유럽 사회를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향으로 여기는 기저에는 이러한 차이가 존재한다.

 

또한 북유럽 사회에서 의료와 교육은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다. 의료 같은 경우, 한국은 건강보험이 있어도 보장성이 약 55%밖에 되지 않으며 공공병원은 병상기준 90%이고 대부분은 민간병원이다. 그러나 노르웨이는 반대로 민간병원이 10%정도이며 대부분 공공병원이다. 또한 약간의 수수료를 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의료는 무상이다. 만약 국내에서 치료할 수 없어 외국에서 치료받는 경우에도 국가가 치료비를 지불한다.

 

교육의 경우 대학의 박사과정까지 무상이다. 박사과정에 들어가면 월급이 지급되는데 이는 준공무원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노르웨이는 대학입시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대입입시를 위해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해서 노르웨이 교육수준이 뒤처지지는 않는다. 교육과정의 난이도는 한국보다 낮을지 모르나 대학진학률은 전문대학까지 포함하면 60% 정도이다. 무엇보다 노르웨이는 대학이 평준화가 되어 있어 명문대학이라는 개념이 없다. 또한 자국민이 외국에 유학 갈 때, 장학금을 주고 장기상황으로 유학비까지 주고 있다.

 

한국은 준주변부 자본주의 국가이며 이런나라에서는 초과노동, 과도한 경쟁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로워 보이는 북유럽 사회와 같은 복지국가의 모습을 동경한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자본주이적 세계에서의 국가 순위가 다르고 복지제도의 기반이 되는 소득의 차이가 현격하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보다 4배 가량 높다. 결국 북유럽 사회는 부의 재분배가 잘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높은 소득 수준으로 자연스레 높은 수준의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북유럽사회는 자본주의와 다른 체계인가?

 

북유럽사회는 자본주의사회인가? 그렇다. 기본적으로 사유재산이 보장되고, 자본시장이 있기에 분명한 자본주의 국가로 수정자본주의, 국가 주도자본주의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국가주도자본주의사회는 세계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데, 우리나라 박정희 정권 시절의 경제개발정책도 이에 해당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북유럽 사회는 그 주도 방향이 복지국가였던 반면 한국과 같은 주변부 국가는 성장중심 자본주의국가였던 것이다.

 

북유럽사회는 자본주의사회이다.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같은 경우 국유기업이 많지만 개인이 주식을 소유한 형태의 기업도 있다. 노르웨이에 5대 상장사가 원래 국유기업이었으나 2000년대 부분적으로 사유화 되어가고 있다. 주택, 부동산 시장도 전체 주택의 80% 이상이 사유주택이다. 대부분의 개인들이 자신의 집을 가지고 있고 영구임대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주택가격은 계속 상승 중에 있는데 최근 20여 년 동안 4배가 상승했다. 여기서도 노동은 상품이다. 노동자를 해고해야 한다면 할 수 있다. 다만 한국과 다른 점은 한국에서 해고는 살인일지 모르나 북유럽사회에서는 해고를 특별히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데 해고를 할 시,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해고 이후에도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실업수당 등의 제도가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복지제도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노르웨이가 석유가 많아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조세정책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국고는 소득세, 재산제, 부가가치세 등 세금으로 구성되는데, 북유럽사회는 소득세가 한국보다 높다. 반면 법인세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 아니다. 일본 20-30%, 독일 29%, 노르웨이는 25-26%정도이다. 노르웨이 소득세는 최고세율이 60%인데 최근 46%까지 떨어졌고 전문직은 대략 45~55%정도이다. 즉 법인세는 상대적으로 낮고 소득세는 높은 편으로 재분배 시스템이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표준 법인세가 22%정도인데, 실제 삼성이나 LG같은 대기업의 법인세는 6~7%이다. 한국은 법인세나 소득세 모두 낮은 편이다. 다시말해 노르웨이가 자본주의 사회임에도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개개인의 세금 덕분이다.

 

북유럽사회에서 자본축적이 어렵지 않다. 이익률이 높지는 않으나 보장성이 높고 내수기반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실질 소득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구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재분배 비율을 살펴보면 스웨덴, 노르웨이는 45~46% 이고, 한국은 25%로 세금을 통한 재분배 비율에서 2배의 차이가 난다.

 

이처럼 자본주의 현태가 정치적인 형태로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높은 수준의 재분배가 가능한 것은 왜인가?

 

바로 조직화된 노조의 힘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노조 조직률은 53%로 9%에 그치는 한국의 노조에 비하면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노조 조직률은 프랑스 10%, 유럽평균 30%, 스웨덴 및 덴마크 등은 70% 안팎이다. 노조를 조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노르웨이는 중앙노총과 경총 간에 임금인상률, 노동조건, 복지 등에 대한 내용의 합의를 보는 중앙임단협의를 한다. 1935년 중앙임단협의를 시작했고 매년 노총과 경총사이의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의 내용은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가장 높은 조직률을 보이는 조직은 금속노조, 은행, 교사 등으로 공무원의 경우 100%의 조직률을 보인다. 반면 가장 낮은 조직률을 보이는 직종은 서비스업이다. 조직률이 높은 노조가 조직률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조의 임금 협상을 도와줌으로써 보다 높은 임금 체결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고 중앙노총에 모든 노조가 가입하는 것은 아니다. 고지식 노동자(연구자, 군장교, 목사 등)들은 중앙 노총에 가입하지 않고 보다 작은 노총에 가입한다.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은 경찰이나 목사도 노조를 결성한다는 것이다.

 

튼튼한 내수시장, 노조의 높은 조직률, 사민당의 높은 지지율 등 이 외에도 북유럽 사회가 복지국가의 모습을 갖추게 된 역사적 배경에는 세계대공황, 공산주의 체제의 위협 등이 있다. 역사적인 맥락이 같지 않은 한국의 경우 북유럽사회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핵심은 노동운동이다.

 

진보의 핵심운동은 노동운동이어야 한다. 북유럽 사회가 사민주의로 갈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하고 큰 원동력은 대중이 노동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노동운동의 정치화를 가능케 했고 사회를 진보화 시킬 수 있는 중요 요인이 되었다. 또한 대기업 고숙련자들의 재분배 시스템에 대한 지지도 사회 진보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직도 북유럽 사회 대기업 고숙련자들은 재분배 시스템을 지지하고 있는데, 이런 조직들의 세력이 자본층을 압박하고 있다. 노동운동의 정치화로 북유럽 사회는 수정자본주의 사회이지만 국가를 통한 재분배가 이뤄지며 내수기반 또한 튼튼하다. 즉 북유럽에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가 가능한 이유는 노동의 높은 조직률과 이러한 노조가 사회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유럽사회의 사민주의, 독립된 사회경제적 형태로 봐야 하는가?

 

사민주의사회의 사람들은 모두 사민주의자들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오래전부터 전문직은 고세율에 대한 부담을 느껴왔다. 또한 자본을 가진 경영자들은 노동자와의 임금격차가 미국은 최대 500배까지 차이 나지만 노르웨이는 고작 3-4배인 것에 불만을 가지고 영국, 미국 등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처럼 고세율에 대한 불만을 가진 부르주아들은 사민주의에 대한 적대심이 있어왔다. 그리고 80-90년대에 들어 발생한 이민문제 등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노르웨이에는 사민주의에 적대적인 진보당이 있다. 진보당은 60년대에 고세율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만들었는데 당시 개인소득세금은 80%였다. 현재는 60%정도로 낮아졌지만 말이다. 진보당은 한때 약 10여년정도 지지율이 28%정도까지 올랐던 적도 있었다. 진보당은 높은 세금 때문에 기업이 죽고,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문제 발생으로 인해 국민국가경계가 몰락한다고 생각한다.

 

자본과 노동이 어느 정도 타협할 수 있는가?

 

노르웨이는 장기연립우파가 장기 집권 중이며 복지제도는 후퇴하고 있다. 80년대 이후 북유럽사회는 자본축적의 국제화가 이뤄지면서 자본축적이 높은 속도로 국외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자본의 글로벌화로 스웨덴은 80년대부터 대기업의 국외 이익이 국내보다 커지기 시작했다. 노르웨이는 90년대부터 자본이 글로벌화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저가항공사로 유명한 노르비치아 항공사이다. 동남아시아 인력을 사용하고 있는 이 항공사는 빠르게 성장하여 현재 유럽의 3대 저가항공사가 되었다. 국유 형태를 벗어나 무한경쟁시장에 속한 것이다.

 

이어서 북유럽 자본들은 점차 자기들만의 경쟁영토를 넓히기 시작했다. 북유럽 자본의 존속되어 있는 곳은 발틱 3국이다. 발틱 3국은 1991년에 소련에 독립해 독립국가형태를 갖췄지만 현재는 북유럽 금융지배를 받고 있다. 북유럽 국가는 발틱 3국의 현지 은행의 주식을 매도하면서 식민화하는 등 현재 금융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북유럽 자본이 해외자본을 착취하면서 국내에서 얻지 못한 이윤을 회복하고 국외자본축적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외자본 축적 과정에서 악용사례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노르웨이 3대 기업 중 ‘텔레로사’통신회사의 불법고용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방글라데시 하도급 업체를 통해 청소년 노동자를 불법고용하여 저임금으로 노동을 착취했다. 또한 안전대책 없이 노후장비를 사용하여 수많은 사망자를 냈으며, 이제는 미얀마로 진출하려고 하고 있다. 미얀마와 같은 제3세계 사람들에게 북유럽국가는 미국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곳이 되었다.

 

이민자들의 문제

 

북유럽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급증하면서 이들의 노동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노르웨이 중산층 가정에서 필리핀계 오페어는 일반적이다. 오페어는 노르웨이 가정에서 숙식을 제공받고 40-45만원의 믿기 힘든 적은 임금으로 가사일부터 육아까지 감당하고 있다. 이들은 덴마크에선 노조 가입이 가능하나 노르웨이에서는 불가능하다. 또한 몰락한 동구권에서 유입되는 남성노동자의 문제도 심각하다. 노르웨이에는 폴란드계 노동자들은 15만 명으로 상당한 규모이지만 형식상 노조가입이 가능할 뿐, 실제로 상당부분 인력파견회사를 통해 취업하게 되어 있어 노조가입이 쉽지는 않은 구조를 갖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도입되면서 인력파견업체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 업체를 통해 취업하게 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노동착취를 당하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이처럼 저임금 노동의 광범위한 계층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노르웨이 사람들은 사민주의를 이탈하고 있다. 왜냐하면 더 이상 사민주의가 모든 노동자들을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온건좌파를 이탈하고 국우정당에 투표를 하기 시작했다. 저숙련 노동자들은 동구권에서 유입된 외국인 노동자들과 경쟁을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해결하겠다고 나선 극우정당에 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점차적으로 좌파 사민주의 복지국가가 수정되고 있다. 비정규직 같은 경우, 현재는 개악이 되어 이유를 불문하고 비정규직 채용이 가능하게 되었고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스웨덴은 의료와 교육부문에 점차 시장적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교육은 여전히 무상이나 최근에는 사립학교 창립여건 완화 및 영리형 사립학교 설립을 허가하였다. 또한 6년 전까지는 외국인에게도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했으나 현재는 등록금을 받고 있다. 노르웨이는 아직까지 무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머지않아 사회적 불만을 크게 일으키지 않은 선에서 스웨덴처럼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북유럽 사회의 사민주의는 죽어 가는가?

 

그렇지는 않다. 북유럽사회는 사민주의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점차 신자유주의 요소들로 수정을 가하겠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복지제도의 기반 자체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내수기반이 튼튼해야 실질소득의 증가를 보장할 수 있고 복지제도 또한 유지된다는 것을 자본이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유럽사회도 자본사회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적 요소들이 강해지고 있고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겠지만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아닌 복지를 유지하는 북유럽사회만의 신자유주의가 될 것이다.

목, 2015/09/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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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료>(청년의사) 2015.9.12

<건강할 권리>(후마니타스) 2015.9.19

 

내 친척들 가운데에는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의료계와 법조계에 일하는 ‘인맥’을 가지는 게 복이라면 한 쪽이나마 실하게 복 받은 셈이다. 다만 이들이 어떻게 일하는 지에 대해서는 그리 밝게 알지 못하였다. 현장에서 일상화된 3교대로 밤낮이 바뀌는 생활에 피로를 느낀다던가, 명절에도 자주 얼굴을 보지 못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만 어렴풋이 했을 뿐이었다. 때문에 이번 정치적 책읽기모임에서 두 주에 걸쳐 한국의 보건의료에 다루는 책(『개념의료』(청년의사, 2013), 『건강할 권리』(후마니타스, 2013))을 읽으며 그들이 마주한 현장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박재영의 『개념의료』는 한국의 보건의료 현실이 얼마나 복잡한 역사적 굴곡에 따라 형성되었는가를 보여준다. 어째서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한 나라인데도 가족 가운데 한 명이라도 중병에 걸리면 온 가족의 집안 사정을 걱정해야 하는지, 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민간보험이 그렇게 어르신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는지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물론 책에서 다루는 의료계의 전문 용어들과 사안의 구조가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는 이 책이 어렵게 서술되어있다기보다는 현실의 이해관계가 그만큼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창엽의 『건강할 권리』는 앞의 책보다는 더 넓은 정치, 사회적 맥락에서 보건의료의 현실을 다룬다. 이 책은 사회가 평등할수록,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가 활발해질수록, 보건의료 영역의 공공성이 강화될수록 더 건강한 사회가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건강은 개인적인 영역만으로 볼 수 없으며 정치, 경제, 사회적 조건까지 종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두 책의 저자 모두 보건의료에 대한 ‘정치적 접근’을 강조한다. 이해관계자에 대한 종합적이고 역사적인 이해(『개념의료』)와 함께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건강할 권리』)도 필요하다. 결국 이를 조율하고 종합해내는 것은 정당의 책임이 아닐까.

여하간 모임을 마치고서는 두 책을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동생에게 선물하였다. 한창 바쁜 사람에게 숙제까지 떠안긴 셈이지만, 언젠가 동생에게 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그리고 책을 읽은 뒤에 현장이 어떻게 달라보였는지 물어볼 참이다.

수, 2015/09/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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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체스네 아이들(오스카 루이스, 이매진)

 

2015.8.29

 

‘타임’지는 책이 나온 이래 10년간 최고의 책 리스트에 올려놓았고, 피델 카스트로는 “5만 편의 정치 팸플릿보다 가치 있다”고 평했다. 르포르타주의 고전이라 불리지만 이 책은 무려 790쪽이다. 읽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쉽게 읽기 어려운 책이다. 책읽기 모임이 아니었다면 읽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을 것이다.

 

<산체스네 아이들>은 1960년대 멕시코시티 빈민가의 가족이야기다.

오십대의 아버지와 네 명의 자식들이 생애사를 털어놓는다. 일종의 집단 자서전이다.

각자의 시각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런데 이게 정말 지나치리만큼 솔직하다. 일상과 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황당하리만큼 성적으로도 자유롭다. 무지하고, 감정적이고, 폭력적이다. 그러면서 소박하고, 진지하다. 누군가의 삶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개인은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빈곤의 덫에 갖히면 옴짝 달짝 할 수가 없다.

정부가, 정치가, 노동조합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삶은 제자리걸음이다. 심지어, 나빠진다. 더 나빠질 것이 없어 보이는 데 나빠진다. 빈곤은 사회구조적 문제다. 평생 가볼 것 같지 않은 나라 멕시코의 60년대 이야기에서 2015년 한국사회를 떠올리는 이유다.

 

역자 후기를 옮긴다. “내년이면 이 책을 번역해서 낸지 20년이 된다. 그동안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는가(중략) 전 세계적 보수화의 물결 속에 자꾸만 감춰지고 움츠러들 뿐 빈곤의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중략) 가난을 선택한 적도 없고 가난을 투쟁의 대상으로 삼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형편은 다시금 조명돼야 한다.” 역자후기가 쓰인 날짜는 ‘1997년 6월’이다. 이 책은 번역 된지 거의 40년이 되었다. 깜짝 놀랄 만큼 변한 게 없다.

역자가 오스카 루이스의 입을 빌러 인용한 C.P 스노의 말을 곱씹어 보는 것으로 후기를 맺겠다. “사람들이 이제는 빈곤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완전히 잊어버려 불우한 사람들을 느끼지도 못하고 그 사람들과 이야기하지도 못하게 돼버린 게 아닐까?”

수, 2015/09/2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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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8. 1. 독서모임 후기 (교재 : 유아사 마코토 지음, 덤벼라 빈곤)

 

“저, 성00님, 제가 급한 약속이 있는데요. 2시간 정도만 일직근무 좀 대신해주실래요? 12시 전후까지 돌아올게요.”

“예, 그러세요.”

8월의 첫 토요일 오전. 하필 몇 개월에 한 번씩 돌아오는 일직근무일이었다. 다행히 사무실에 출근한 여직원에게 대타를 부탁했다. ‘스스로에게 독서모임 무결석을 다짐했으니 이 정도쯤이야’했지만, 섭씨 30도가 넘는 더운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불광동 서울혁신파크로 보금자리를 옮긴 정치발전소를 처음 방문했다. 이사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인지 사무기기, 집기류가 듬성듬성 놓여 있었다. 사무실 구석엔 아직 풀지 않은 짐들도 눈에 띄었다. 우선 이마와 목덜미에 흐르는 땀부터 닦았다.

오전 10시가 지나자 독서모임의 리더 박선민 씨가 오늘 함께 읽을 교재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그리곤 늘 그랬듯이 리더의 안내대로 참석자들이 한 두 페이지씩 돌아가며 낭독했다.

「덤벼라 빈곤」은 일본에서 빈곤 퇴치 운동으로 유명한 유아사 마코토가 쓴 빈곤 문제에 관한 대중서적이다. 현장에서 노숙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활동가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사회의 빈곤 문제를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통쾌하게 이야기한다.

과거 노숙인의 주거문제로 석사논문을 쓰던 때가 떠올랐다. 일 년 가까이 매주 거리와 쪽방 등에서 아웃리치(거리상담활동)와 문화활동을 하며 노숙인을 접할 때마다 궁금했다. ‘이분들은 왜 이러고 살까? 젊었을 때 게을렀기 때문인가? 알코올의존을 끊을 수 없을 정도로 자제력이 부족한가?’

「덤벼라 빈곤」은 위와 같은 노숙인의 빈곤에 대하여 쉽게 풀어쓰고 있다. 저자는 1장 ‘올 테면 와라, 자기 책임론’부터 2장 ‘우리 사회를 포기할 수 없다’까지 빈곤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할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봐야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일본의 현실을 근거로 현장경험이 풍부한 저자의 설명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에 따르면 2013년 8월 기준으로 한국의 비정규직 근로자(Temporary workers) 비율은 22.4%를 기록해 28개 회원국 중 4번째로 높았다. OECD는 국가간 비교를 위해 기간제 근로자, 단기기대 근로자, 파견 근로자, 일일 근로자를 합쳐 비정규직 근로자 수를 계산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한국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594만6000명에서 409만2000명이다.

저자는 고리타분하고 머리 아프게만 느껴지는 빈곤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으며,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사회를 더 좋은 사회로 바꾸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이 사회 속에서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빈곤이라는 괴물을 향해 덤비라고 외치는 저자의 목소리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수, 2015/09/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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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담 중복지론의 함정

 

한국의 복지국가, 어디로 가야 하나? 최근 정치권이나 학계에서 ‘중(中)부담-중(中)복지’가 답이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생각하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복지의 확대를 꺼려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보자. 한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금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만 해도 노인인구의 증가와 각종 복지제도의 숙성에 따라 국내총생산 중 복지 지출비의 비중은 현재의 10% 정도에서 2030년 17.9%, 2050년 26.6%, 급기야 2060년엔 29.0%가 된단다. 가만히 있어도 2040년쯤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보편적 복지의 주장에 재갈을 물리기에 딱 좋다. 그래서 당장 이 정도에서 멈추잔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추계에 필요한 수많은 인위적이고 임의적인 전제들을 어떻게 처리한 것인지 설명은 없다. 지금 우리 사회의 심각한 위기와 고통의 무게는 상대적으로 가볍다.

 

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에게도 중복지는 현실적 선택지이다. 우리는 북유럽국가들처럼 강력한 계급 정당의 역사도 없고 복지에 대한 시민의식도 낮다. 사회적 합의기반마저도 없기에 고부담도 불가하다. 특히 정치권이 중부담 중복지를 타협적인 선으로 생각하는 것같다.

 

이들 모두의 생각엔 결정적인 오류가 있다. 먼저, 중부담 중복지 주장은 현재 저부담-저복지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그런가?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 및 공적보험료 총량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현재 24.8%인데, 국내총생산 중 복지 지출로 돌아오는 것은 9.6%이다. 낸 것의 38.7%만을 돌려받는다. OECD 국가들의 평균은 64.1%이다. 저복지국가라고 불리는 영미권 국가들도 68.6%에 해당한다. 우린 저복지인 것은 맞지만 이 정도밖에 받지 못할 만큼 적게 부담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부담한 만큼이라도 복지혜택을 누리게 해달라!

 

또 다른 중요한 오류는 복지국가의 수준과 단계가 결코 복지 지출비의 수준과 정도로 표현되지 않음을 간과한다는 점이다. 지출비보다는 복지국가의 내적 구성이 본질이고 그에 따라 다음과 같이 적어도 세가지 유형의 복지국가가 존재한다.

 

먼저, 계층 간 타협과 복지정치의 작동으로 중산층까지도 동의하는 복지제도를 많이 만들어 나간다. 각종 사회적 위험에 모든 국민이 노출되기에 국가가 이에 대해 철저히 국민들의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보편주의와 사회권의 원리가 깔려있다. 사회보험보다는 보편적 사회수당을 더 활용하고 사회서비스도 공공영역에서 적극 실행한다. 사회민주주의 모형이다. 이럴 경우 중복지를 거쳐 고복지로 갈 수 있는 경로가 열린다.

 

다음은, 각자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차별적으로 복지제도가 연결되어 복지혜택도 다르다. 복지에 있어 가족의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정책 수단들을 강구한다. 차등적으로 급여가 제공되는 사회보험에 더 의존한다. 보수주의 모형이다. 중복지 중부담 이상을 넘어서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복지는 자신과 시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라서 오로지 그것에 실패한 이들만 국가가 책임지면 된다. 경제적 능력이 있느냐를 따지려 한다. 권리라기보다는 실패자에 대한 구제다. 받는 이는 부끄럽고 세금을 내는 이들은 아깝다. 자유주의 모형이고 결코 저복지 저부담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그런데 어떤 복지국가가 이런 세 가지 유형 중 하나로 고착되면 그 길을 벗어날 수 없다. 이른바 경로의존성이다. 저복지에서 중복지로 갔다가 상황 봐서 고복지로 갈 수 없다.

 

결국 복지국가의 기조와 동력, 정책수단들을 어떻게 확립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다행히 아직 한국의 복지국가는 초기 단계다. 자유주의, 보수주의, 사민주의적 요소가 혼재한다. 어떤 요소를 주된 것으로 할 것인가? 한국의 미래에 결정적인 선택이다. 중(中)복지가 아니라 중(重)복지의 판을 치열하게 짜야 한다.

 

이태수 꽃동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이태수 꽃동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 이 글은 2015년 9월 13일 한국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일, 2015/09/1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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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복지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영국의 작가 찰스 도지슨이 1865년 발간한 책이다. 적어도 174개의 언어로 번역되었을 뿐 아니라 셀 수없이 많은 연극, 영화, 만화 등으로 재탄생하여 전 세계 어린이들과 어른들에게 친숙한 동화이다.

 

이 소설 12장엔 하트왕이 앨리스를 재판정에 세워놓고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재판을 진행하면서 그 경과가 여의치 않자 점점 몸이 커지고 있는 앨리스를 겨냥하여 “규칙 42. 누구든 키가 1마일이 넘는 사람은 법정을 떠나야 해!”라고 소리친다. 우스꽝스런 장면으로 우리 뇌리에 남지만, 그 책의 원제목처럼 ‘이상한 나라에서 겪는 체험’의 전형이다.

 

우리 주변에 그리 이상한 일이 어디 한 두가지이랴만, 오늘은 복지부를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참으로 우스꽝스런 일을 짚어볼까 한다.

 

보수정부 8년차에 들어선 지금, 민주정부 10년간 초기 복지국가의 틀을 놓으려는 다양한 ‘대못질’은 아련한 추억으로 존재감도 사라져간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이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이며, 노동시간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이며 의료, 노후소득, 고용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널려있어도 ‘무위(無爲)’라는 노자의 철학을 고수할 뿐이다. 경제가 살아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철 지난 보수의 주술에 기대어.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하지 않는 ‘무위’의 영역을 지방정부가 해보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 시간을 24시간까지 확대하려는 지자체의 시도를 비롯하여, 장애수당의 추가 지급, 65세 어르신의 버스비 지원, 장수수당 도입, 6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 지원, 공공산후조리원 설치 등등 지자체가 행하려는 그 가상한 노력을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가로막는 기막힌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쇄 때는 발동시키지 않던 협의 및 조정 권한을 지금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

 

작년 한해 심의 대상인 81개 사업 중 원안 그대로 시행이 허락된 것은 33건뿐이었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21건은 권고 또는 추가 협의 대상이 되었고, 불복하여 복지부에 사무국을 두고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사회보장위원회의 조정 대상이 되었다가 끝내 19건은 불허되었다. 기존 사업과 중복된다거나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에 어긋나서, 타당성이 떨어져서, 선심성이라서, 나아가 재정지속가능성이 없어서… 등이 불허의 이유였다.

 

제도는 있으나 그 보장 수준이 낮은 현실에서 기존 사업과 중복된다는 불허 사유는 맹랑하다. 지자체 간의 형평성이 문제가 된다면 중앙정부의 제도로 끌어올려서 전국사업화하면 된다. 타당성과 선심성 유무의 판단은 궁극적으로 주민의 몫이고 선거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 염려 붙들어 매어도 된다. 지방 재정이 염려된다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재원 조달의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만 그만두면 될 일이다.

 

지방정부의 자주 예산으로 행하는 사업에 대해 중앙정부의 허락을 구해야 하는 것 자체가 지방자치를 못 박은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지방정부의 다양한 복지서비스 제도의 도입과 실행이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핵심임도 명백한 사실이다. 중앙정부가 의지 없으니 지방정부도 하지 말라는 심산인지 모르나 정말 이상한 복지부가 아닐 수 없다.

 

이 사단의 단초는 2012년 당시 박근혜 의원이 한국형 복지국가를 위해 야심 차게 발의하여 통과시킨 사회보장기본법의 제26조이다. 결국 2014년 활동보조인이 없는 사이 호흡기가 떨어져 끝내 유명을 달리한 근육장애인 고 오지석씨의 죽음이 그 법 조항이 만들어낸 현실이다.

 

하트왕의 난폭한 재판 과정에서 공포를 느낀 앨리스는 화들짝 잠에서 깨어 언니의 무릎 위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 법의 덫에 걸려 꼼짝없이 손발이 묶인 지자체는 어디서 희망의 빛줄기를 찾아야 할까?

 

이태수 꽃동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이태수 꽃동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 이 글은 2015년 7월 12일 한국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일, 2015/07/1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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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교협의 정치시평] 복지 무력화하는 정부의 '입법 공격'

박근혜 정부, 복지도 '국정화' 하려 하나?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아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망연자실할 정도이다. 게다가 지난 11월 14일 민중대회 이후 복면시위는 금지시키겠다면서 국정교과서 집필진에게는 복면을 씌워주는 이율배반조차 벌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많은 반대와 저항이 이어지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망신을 당하고 있다. 역사의 해석에 하나의 견해만 인정된다는 것은 아무리 너그럽게 받아들이려 해도 도무지 될 수 없는 일이다.

 

복지는 중앙정부만 해야 하나?

그런데 이와 논조가 비슷한 일이 사회복지 영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에 사회보장위원회가 있다. 이는 사회보장기본법에 근거한 위원회이다. 여기에서 지난 8월 11일 각 지자체가 자체 사회보장사업으로 실시하는 5,981개 사업 중 1,496개 사업(사업수로는 25.4%, 예산으로는 15.4%)이 유사, 중복 사업이라며 정비하라는 내용의 '지방자치단체 유사, 중복 사회보장사업정비 추진방안'(이하'정비방안')을 의결하였다. 이에 8월 13일, 보건복지부는 각 지자체에 지침을 공문으로 보내고 정비추진단을 구성하여 이를 추진 중이다.

 

말인즉슨 중앙정부가 행하는 복지사업과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은 중단 또는 폐지하라는 얘기다. 복지는 중앙정부가 알아서 할 테니 지방자치단체는 손을 떼라는 말이다. 중앙정부가 충분한 수준으로 복지를 한다면 일면 수긍이 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얘기다. 전국적으로 공통 또는 기본적인 것은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해야 하지만, 지역에 특유하거나 부족한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보충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사회복지관련 법들을 보면 모든 복지사업이나 정책에 대하여 주어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규정되어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복지를 위해 파트너로서 공동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회복지사업법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외에도 누구나 자유롭게 사회복지사업을 행할 수 있도록(법 제34조) 복지다원주의를 규정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주민 누구나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사회복지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법 제33조의2~제33조의8).

 

또한 지방자치제의 취지로 봐도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을 해라 하지 말라 하는 것은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지역주민의 복지욕구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보다 잘 파악할 수 있으며, 중앙정부의 제도가 섭렵하지 못하는 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보충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정비방안의 위법성

이러한 정비방안은 법적으로도 위법성의 소지가 다분하다. 정비방안은 중앙정부의 지침이다. 지침은 법규범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법령을 위반하면 위법하게 되며 무효가 되는 것이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2항 제7호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및 비용부담에 대하여 사회보장위원회가 심의·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중앙정부의 사업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위탁하는 사업에 대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과 비용을 합리적으로 분담하게 하려는 취지의 규정이다. 정비방안이 요구하는 것처럼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업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에 따라 제정한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이하 "사회보장급여법")에서는 사회보장급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사회보장급여를 신청토록 하고, 보장기관(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은 그에 필요한 안내와 상담 등의 지원을 제공토록 하고 있으며(법 제4조 제1항), 보장기관은 지원이 필요한 국민이 누락되지 않도록 하고, 국민의 다양한 복지욕구를 충족시키고 생애주기별 필요에 맞는 사회보장급여가 제공되도록 노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법 제4조 제2항과 제3항). 이 규정은 기존 사회복지사업법의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에 관한 규정을 사회보장사업으로 확대하여 제정한 것이다. 법률은 이렇게 만들어 놓고 정부는 반대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 참으로 어불성설이다.

 

또한 지방자치법 제166조 제1항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시·도지사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대하여 조언, 권고 또는 지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사회보장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이 아니며 보건복지부가 할 수 있는 조언, 권고, 지도는 일반사무에 관한 것일 뿐 자치사무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17조는 지방자치를 규정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법 제9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자치사무와 국가위임사무를 처리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일환으로 주민의 복지증진에 관한 사무를 예시하고 있다. 사회보장기본법, 사회보장급여법 그리고 사회복지사업법에서 규정한 사회보장급여와 사회복지서비스는 지역주민의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급여와 관련된 사무를 처리하는 것은 주민의 복리증진을 지향하는 지방자치의 본질적인 내용에 속한다. 이를 어기라고 지침을 내려 보내는 정부는 도대체 무엇인가?

 

정부의 입법적 공격

이러한 위법성을 인식해서 그랬을까? 최근 정부는 사회보장위원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교부세를 감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9월 30일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조정 결과를 따르지 않고 사회보장사업을 시행할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교부세를 감액할 수 있는 조항(안 제12조 제1항 제9호)이 포함되어 있다.(이 시행령은 12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편집자)

 

이번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그동안 거론되지 않던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4항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4항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위원회의 심의조정사항을 반영하여 사회보장제도를 운영 또는 개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심의·조정은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2항에 의해 사회보장위원회가 수행하는 심의·조정을 말하며 이 심의·조정의 대상은 사회보장기본계획이나 사회보장제도 평가,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급여 및 비용부담 등 사회보장제도 전반에 걸쳐 있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은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사회보장사업에 관한 심의·조정에 대해서도 지방교부세 감액이라는 채찍을 만들어 지방자치단체를 통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나아가 이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과 관련해서 지방자치단체에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지방자치의 본질과 내용, 사회보장기본법 및 사회보장급여법 등에 규정된 주민의 욕구를 고려한 맞춤형 사회보장제도의 구축, 운영을 법률의 하위규범인 시행령으로 침해하는 꼴이 된다. 지난 누리사업 예산 편성을 시행령으로 지방교육청으로 떠넘긴 것과 같은 수법이다. 위법하고 위헌이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복지국가를 건설하기는커녕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무엇이었던가? 이렇게 복지를 후퇴시키는 것이 한국형 복지국가인가? 증세 방안에 대한 합리적 대안 없이 약속했던 복지공약의 일부라도 시행하려다보니 기존 예산을 깎고 깎아 새로운 복지프로그램의 예산을 마련하려는 꼼수 아닌가 의심스럽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든다. 서민들과 빈민들에게는 더욱 추운 계절이다. 따뜻하고 자상한 복지를 기대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인가? 어려울수록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힘을 합쳐 공생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복지조차 중앙정부가 독점하겠다며 줄이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윤찬영 전주대학교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 이 글은 2015년 12월 1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화, 2015/12/0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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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가로막는 ‘사회보장 정비조치’

 

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조치’(이하 정비조치)에 대해 26개 지자체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지역 자치단체와 복지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 조치는 지자체 스스로 사회보장사업을 점검하게 하자는 취지여서 강제적인 것이 아니며, 지방자치를 침해하지도 않고 유사·중복사업의 정비를 통해 절감된 예산을 사각지대 해소에 쓰므로 복지총량은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 해명이 과연 타당한지 생각해 보자.

 

첫째, 정비조치가 지자체 스스로의 점검을 유도하는 취지라는 정부의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정비 대상사업을 5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각 범주별로 폐지, 사업내용 변경, 타 사업과 통폐합 등 정비유형을 정해 놓았다. 특히 사회보험료나 본인부담금 지원, 장수수당 등에 대해서는 폐지로 못박고 있다. 이처럼 정비유형을 사업범주별로 정해놓은 상태에서 지자체 스스로의 점검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또한 이들을 굳이 폐지하고 다시 사각지대 해소에 투입할 근거가 별로 없다.

 

둘째, 정부가 말한 대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정책에 관여할 수 있다. 이번 정비조치의 대상사업은 지자체가 지방의회를 통과해 편성한 자체 예산에 의거해 시행하는 자체 사업들이다. 지자체가 민주적 절차를 거쳐 확정한 자체 예산으로 시행하는 사업을 정비유형까지 못박아 놓고 정비하라는 것은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다.

 

셋째, 정부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교부세 감액은 이번 정비조치와 무관하고, 사회보장기본법상 신설·변경 시 협의의무 미이행에 관한 것이므로 이번 정비조치는 강제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 시행령 개정안에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4항을 위반한 경우 교부세를 삭감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제20조 제4항은 사회보장위원회의 일반적인 심의·조정에 관한 것으로 신설·변경 시 협의·조정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 시절에 한국형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정을 주도한 법이다. 이 법에는 수요자 중심 맞춤형 복지 원칙이 평생 사회안전망이라는 개념으로 구체화돼 있다. 평생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의무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부과하고 있다. 또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을 통해 사회보장급여를 필요로 하는 국민은 누구나 지자체에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지자체는 욕구조사를 거쳐 개별지원계획을 수립해 사회보장급여를 중복되지 않게 지원토록 하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유사·중복을 피해 지원토록 이미 정부와 대통령이 주도한 법률에 규정돼 있다.

 

게다가 사회보장기본법은 사회보장 품질관리체계까지 구축해 운영하게끔 명시하고 있다. 이런 조항들만 제대로 시행해도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그들의 자치권을 침해하지 않고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다. 이런 조항들을 놔두고 뜬금없이 정비조치를 들고 나온 것은 정부가 지자체의 사회보장 프로그램이 복지국가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라더니 그 꿈은 다 어디로 갔는가!

 

남찬섭 동아대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남찬섭 동아대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 이 글은 2015년 11월 2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월, 2015/11/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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