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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밀레니얼 다이어리] 이제, 일상의 촛불을 켜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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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밀레니얼 다이어리] 이제, 일상의 촛불을 켜야 할 때

익명 (미확인) | 월, 2018/02/19- 14:40
‘나무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지 말고 전체를 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르라는 의미다.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의아하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하나하나의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는 것 아니던가. 숲이 울창하려면 각각의 나무가 튼튼해야 한다. 즉, 숲만큼 나무도 중요하다는 것! 오늘은 10대부터 30대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라면서 보고 느꼈던 나무의 힘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2018년 봄, 희망제작소는 평창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성산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깁니다. 새 터전에서 희망제작소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실현하려 합니다. 생활 현장을 실험실로 만들고, 그 현장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시민이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2006년부터 2017년까지 수송동과 평창동에서 희망제작소는 여러 실험을 했고, 이를 통해 많은 시민을 만났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우리 사회의 어떤 요구에서 탄생했을까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시민과 함께 어떤 변화를 만들었을까요?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이번 글은 연재 마지막 편입니다.

* 밀레니얼세대(millenials) :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어 평균 소득이 낮으며 대학 학자금 부담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내 집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다. (출처 : 박문각 시사상식사전)

[기획연재] 마이 밀레니얼 다이어리 : ⑤ 이제, 일상의 촛불을 켜야 할 때

‘나무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지 말고 전체를 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르라는 의미다.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의아하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하나하나의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는 것 아니던가. 숲이 울창하려면 각각의 나무가 튼튼해야 한다. 즉, 숲만큼 나무도 중요하다는 것! 오늘은 10대부터 30대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라면서 보고 느꼈던 나무의 힘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열린 소통과 연대의 힘을 발견하다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던 2002년,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작은 소도시에 살았지만 응원 열기는 도시 못지않았다. 한국 경기가 있는 날이면 군청, 군민회관 등 주요 기관 앞은 중계를 보러 온 인파로 가득했다. 저녁 경기가 있던 날, 나와 친구 몇몇은 선생님 몰래 야간자율학습 도중에 빠져나와 그 무리에 합류하기도 했다. 물론 걸려서 된통 혼났지만. 한일월드컵 전에는 축구의 ‘축’자도 모를 만큼 관심이 없었는데, 왜 그렇게 열광했나 싶다.

4강 신화의 열기가 조금씩 식어갈 때쯤 월드컵 환호에 자칫 묻힐 뻔한 사건이 드러났다. 미군이 운전한 장갑차에 깔려 여중생 2명이 사망한 것이다.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기저기에서 ‘이러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도 들끓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학생인 데다 일개 소시민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분노’밖에 없었다.

어느 날,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한 편의 글이 올라왔다. ‘앙마’라는 필명의 네티즌이 쓴 글이었다. 그는 ‘죽은 이의 영혼은 반딧불이 된다고 한다’며,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여 희생자들과 함께 반딧불이 되자’고 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글에 많은 이들이 반응했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 오고 간 구속력 없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약속 당일, 광장은 숱한 촛불로 메워졌다. 현장에 가지 못한 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마음속 촛불을 켰다. 나는 메신저 알림말로 ‘근조’를 의미하는 검은색 리본(black_ribbon)을 적었다. 많은 네티즌이 글을 퍼다 나르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 기성 언론을 움직이는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고, 한다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서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관계도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문제에 공감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자발적으로 모여 광장을 밝혔고 변화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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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갈무리

국민 위한다는 정치, 정말 그래?

20대에 접어든 내게 현실은 가혹했다. 캠퍼스의 낭만을 누릴 새도 없이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취업 준비에 돌입해야 했다. 사회와 주변의 문제에 관심 가지기에는 당장 내 삶과 하루하루가 절박했다. 취업하면 숨통이 트일 줄 알았지만, 학자금 상환과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으로 일에만 매달리는 삶이 반복됐다. 내일이 보이지 않아 매일을 하루살이처럼 보냈다. 자연스레 결혼과 출산은 남의 이야기가 됐다.

그러다 그 소식을 접했다. 연일 야근에 지쳐 눈이 풀린 상태로 식당에 앉아있었다. 숟가락을 겨우 들고 입에 밥을 꾸역꾸역 집어넣던 어느 봄날의 점심시간이었다.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배가 침몰했다고 했다.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전원 구조라는 말에 다시 밥그릇에 얼굴을 묻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사건 발생 후 7시간 만에 나타났다.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참사 4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 사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으며 구조를 기다리던 수많은 생명은 차가운 바닷속으로 아스라이 사라져 갔다. 아릿해진 마음으로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SNS에 ‘잊지 않겠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 희망제작소 '0416 잊지 않았습니다' 캠페인

▲ 희망제작소 ‘0416 잊지 않았습니다’ 캠페인

국민을 위한다던 정치.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의심은 날로 커졌다. 또 다른 어느 날, 한 장의 사진을 봤다.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진 농민이라고 했다.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고 중태에 빠졌단다. 경찰은 불법 집회에 대해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며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들 말대로 ‘정당한’ 대응이더라도 피해를 본 국민이 있다면 사과와 적극적인 대처가 먼저 아니던가. 더구나 이번 피해자는 생사를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지 않나.

빛은 어두울 때 가장 필요하고, 어두울수록 가장 빛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었다. 내 삶을 책임진다던 정치가 어쩌면 내 삶을 망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눈앞의 현실도 암담했다. 정치까지 신경 쓰기엔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렇다고 냉소적 태도로 방관할 수는 없었다. 정치권에서 결정하는 것들은 우리 모두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목소리를 내자! 그리고 바꾸자! 시민 개개인은 미약하더라도 모이면 강력한 힘이 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부분이다. 더구나 나는 10대 때에 그것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던가.

빛은 어두울 때 가장 필요하고, 어두울수록 가장 빛난다. 광장으로 향했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많은 이들이 나와 있었다. 모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한마음 한뜻으로 촛불을 들어 거리를 밝히며 ‘민주주의’를 외쳤다. 그리고 부패한 권력을 끌어내렸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인용하던 날, 지인이 페이스북에 올렸던 메시지를 잊지 못한다. “딸 아이에게 조금은 덜 부끄러운 세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기쁘구나.”

▲ 사진 출처 : JTBC 뉴스 갈무리

▲ 사진 출처 : JTBC 뉴스 갈무리

숲이 울창한 이유는 나무가 있기 때문

촛불의 힘으로 사회는 조금씩 변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게 끝일까? 안심해도 되는 걸까? 권력은 시민이 조금만 방심하고 방관하면 언제든지 괴물이 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 바쁘고 고된 생활에 치여 촛불의 기억은 마음 한편으로 밀려났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날의 마음과 다짐을 삶 속에 어떻게 녹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거창할 필요 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저마다의 시도와 노력, 실천이 하나둘 모이면 세상을 움직이는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숲이 울창한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깊고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으며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수만 그루의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시민’과 ‘참여’는 희망제작소의 핵심가치입니다. 삶의 현장에 해답이 있고, 국민(시민)이 통치의 대상이 아닌 사회의 주인이자 정치의 실질적 주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에 시민의 아이디어 제안과 후원, 활동 참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갖춰야 할 시민의식, 사회의식을 되살리고, 이를 통해 시민성과 민주주의 회복을 실천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기획했습니다.

* 대표 활동

– 시민희망지수 : 시민의 희망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측정도구를 개발하여 2016년부터 매년 개인차원, 국가차원, 세계차원의 시민희망인식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2017년 조사결과 보기)
– 좋은 일 공정한 노동 : ‘좋은 일’의 기준과 그 확산 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입니다. 온라인 설문조사, 기획연재, 전문가 토론 등을 거쳐 좋은 일의 기준을 찾고 정책 요구안을 마련했습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나에게 좋은 일을 찾아보는 보드게임 ‘좋은 일을 찾아라’를 개발·출시했고,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보드게임 소개 보기)
– 사다리포럼 :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는 막다른 일자리를 전문가와 시민이 ‘괜찮은 일자리’로 만들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연구입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 대학 청소노동자 등의 고용문제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관련 기사 보기)
– 청소년 사회혁신 프로젝트 ‘OO실험실’ : 자기 손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청소년이 모여 다양한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한 프로그램입니다. 총 23명의 청소년이 2015년 8월부터 5개월간 네 가지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우리 주위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참여에 나섰습니다. (관련 보고서 보기)
– 사회창안/시민창안대회 : 시민의 아이디어가 정책, 현실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전국 혹은 지역 단위로 시민참여 페스티벌을 개최했습니다. (관련 인터뷰 보기)
– 소셜디자이너스쿨 : 공공영역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에게 사회혁신의 주제와 방법론을 제시한 프로그램입니다. 총 16개 과정이 운영되었고, 690여 명이 수료하였습니다. 수료생들은 일상으로 돌아가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관련 후기 보기)
– 노란테이블 : 세월호 참사 이후 희망제작소는, 대형사고가 되풀이되고 쉽게 묻혀버리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기 위해 ‘노란테이블 : 한국을 바꾸는 천개의 행동’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시민의 안전과 안녕을 지킬 방안을 찾고 토론하는 캠페인입니다. (관련 기사 보기)
– 누가 좋은 국회의원인가 :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바람직한 국회의원의 자질을 논의하기 위해 진행된 시민원탁토론입니다. 참여한 시민들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30대 후반·여성·엄마·주부를 이상적인 국회의원으로 꼽았습니다. (관련 후기 보기)

*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 설정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현실에 기초하여 창조되었음을 밝힙니다.

– 글 : 최은영 | 이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이 글은 아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 오마이뉴스 ‘월드컵 환호 광화문서 ‘촛불 시위’ 효순·미선 ‘추모’…1만여 명 운집’ / 2002.11.29. (자세히 보기)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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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대한민국 민주주의 어디로 가나? – 자기 업적에 치우친 대통령의 한계 지적 – 과거로 후퇴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 – 대통령제 개선을 통한 해법 제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기사가 하루를 멀다하고 전세계에서 보도되고 있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군사 독재체제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전향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국제사회가 꼽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표본이 되어 왔다. 그래서 ‘거의 30년 ...
목, 2016/04/1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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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

지역혁신을 통해 희망을 만들어가는 목민관클럽은 지방자치의 길잡이 <목민광장>을 발간하고 있다. <제12호 목민광장>에서는 민주화항쟁과 개헌을 통해 형성된 87년 체제가 갖는 의미와 한계를 돌아보고, 97년 외환위기(IMF)와 그 과정에서 본격 도입된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져온 한국사회 변화의 내용을 평가하면서, 지방정부·지방자치의 위상과 역할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본다. 또한 다양한 주제로 우수한 정책을 학습했던 목민관클럽 정기포럼, 목민관 인터뷰, 전국 목민관클럽 회원 지방자치단체들의 소식을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기획특집 ‘기억문화와 지역의 변화 : 한국과 독일 사례 비교’에서는 기억문화가 지역과 지방정부의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 또는 기억문화와 지역의 변화를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살펴보았다. 이 내용은 지난 3월 안산에서 진행된 한독도시교류포럼 ‘기억의 조건’(희망제작소, 목민관클럽,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 공동주최) 발표 내용 및 추가 글로 구성되었다.

■ 목차

– 발간사
2017년, 분권에 기초한 연대와 협력의 시대를 꿈꿉니다

– 특집좌담
87년 체제 30년 그리고 한국사회

– 기획특집
기억문화와 지역의 변화 : 한국과 독일 사례 비교
/ 기억문화와 지역사회의 변화 : 5·18 광주의 경험을 통해 세월호를 보다
/ 세월호와 기억
/ 기억의 공간,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 기억문화의 역사와 의미
/ 기억문화와 지방정부의 역할 : 베를린시 사례

– 목민관 인터뷰
주민과 함께 살맛 나는 으뜸도시를 만들어가는 광주 서구
성동, 청년 그리고 혁신을 이야기하다
시민이 행복한 자연치유도시, 제천

– 이슈&포럼
17차 포럼 : 지방정부의 인권 정책 어디까지 와 있는가?
18차 포럼 : 에너지정책의 전환과 지방정부의 도전
19차 포럼 : 시민의 기억이 지역을 만든다

– 희망제작소 Think and Do
주민이 만들어가는 행복한 마을
지속가능 안전사회를 꿈꾸는 희망제작소의 고민
일단 찍어보고 싶습니다

– 목민광장을 읽다

– 목민관클럽 회원 지방자치단체 단신

수, 2017/06/0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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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현대 민주주의의 최초 모델 가운데 하나인 영국에서 처음 민주주의를 하게 되었을 때, 그들은 그 의미를 어떻게 정의했을까. 그것은 정당 정부(party government), 즉 정당이 정부가 되는 체제였다. 의회 주권이 강화되면서 ‘왕은 군림하나 통치하지는 못한다’는 규범이 자리 잡게 되었는데, 그때 등장한 것이 ‘그럼 누가 통치할 것인가(who governs)?’의 문제였다. 긴 논란 끝에 ‘선거에서 다수 시민의 지지를 받은 정당이 정부를 맡는다’는 정당 정부의 원리가 만들어졌고, 본격적인 제도화 기점은 1868년 총선이었다. 이 선거에서 윌리엄 글래드스톤이 이끄는 자유당이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이끄는 보수당에 압승을 거둬 자유당 정부를 구성했다.

정부가 다수 시민의 지지와 요구에 반응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위임된 시민 주권은 해지된다는 책임 정부(responsible government)의 원리 역시 이 정당 정부의 원리에 기초를 두고 발전했다. 정당이 책임 정치의 보루가 되지 못하면 그때의 통치자는 ‘선출된 군주’에 가깝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극 역시 ‘새누리당 정부’로 불릴 수 없게 된 것, 다시 말해 집권당을 ‘박근혜 정부’라고 하는 사인화된 정부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 때문에 발생했다. 특정 정당의 후보로 선출된 대통령이 자신의 정당을 통해 책임 정치를 실천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에서도 ‘선출된 전제정(elective despotism)’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잘 보여준 것이다. 다음 정부는 어떨까. ‘문재인 정부’나 ‘안철수 정부’처럼 특정 개인의 정부로 불리지 않고 공통의 정견과 가치, 정책을 갖춘 ‘민주당 정부’ ‘국민의당 정부’로 부를 수 있게 될까.

민주주의에서라면 정당은 사회적으로 책임 있고 조직적으로 유능하고 정책적으로 체계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라는 거대한 공공재를 이끌 수 있다. 이런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선거를 하고 제아무리 좋은 사람을 청와대로 보낸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의 국정 담론과 정책 공약이 화려해도 지켜지거나 실현되지 않는 것은 정당의 조직적, 사회적 기반이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치가 제도나 형식에만 매달려 존재할 뿐, 민주적 책임성을 감당할 수 있는 정당의 사회적 기반이나 조직적 토대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다음 정부가 되고자 하는 정당들이 해야 할 역할일 텐데 상황은 밝지 않다.

우리 정당들은 평소에 언론과 뉴미디어에만 존재하다가 선거 때 비로소 사회로 내려오지만 그나마도 개인 캠프가 주도하고 여론조사의 수치 올리기에만 매몰돼 있다. 이래서는 제대로 될 게 있을 리 없다. 후보 개인과 수치화된 여론에 따라 유동하는 선거를 치러서 누군가 집권한다고 한들 안정된 정당의 뒷받침 없이 대규모의 정부 조직과 행정 관료제, 시장경제와 노사 관계, 교육과 문화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운 수많은 영역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사회 구성체를 무슨 재주로 운영할 수 있겠는가.

지금 한국의 정당들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다. 다른 당 후보를 탓하기 전에 뒤를 돌아 자기 정당부터 돌아봐야 할지 모를 정도로 무질서하고 무조직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한다 해도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감동적인 화음을 만들어 내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지휘자가 청중을 등지고 자신의 팀을 향해 서 있을 때 가능하다. 각각의 악기는 그 자체로는 불협화음이다. 이를 거대한 화음으로 조율해 내는 것이 지휘자인데, 그 아래에서 악기 파트들과 악장들의 역할이 살아나야 좋은 소리는 가능하다. 무대 뒤 보이지 않는 스태프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 모든 게 제대로 되어야 관객들의 반응이나 태도도 제 몫을 하게 된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정치가가 여론을 향해 인기를 끌려고 하는 동안 자신의 정당은 공허해지고 끊임없는 당내 불협화음으로 시민들을 괴롭힌다면 어찌될까. 자신의 정당이 하나의 조직이자 팀으로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치가라면 여론을 뒤에 둘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정당을 제대로 기능하게 만드는 정치가가 대통령이 되고 그런 정당이 책임 있고 유능한 정부를 이끌 때, 민주주의라는 ‘시민의 집’은 제 모양을 갖춰 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또 다른 선출직 군주를 뽑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음번 정부가 될 정당을 선택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0411/83793110/1#csidx1819994f3f2711ab04a7f7a6dbb3ed8

화, 2017/04/1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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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겨울, 유학을 위한 재정 마련을 위해 나는 부모님을 열심히 설득하고 있었다. MBA를 다녀왔을 때 얻을 많은 기회와 보상에 대해 강조하며(예컨대 MBA 후 받을 수 있는 연봉), 부모님께 용돈도 많이 드릴 수 있다는 약간의 사기성(?) 발언을 가미해 딸에게 투자해달라 말씀드렸다. 그리고 1년 후, 나는 부모님의 투자금(?)과 그간 모아둔 자산을 탈탈 털어 유학길에 올랐다. 어렵게 온 만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경험하고 배우자는 생각이었다. 후회 없이 3년의 유학 생활을 보내고 작년 여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희망제작소 연구원이 되었다.

투자금 상환 실패로, 엄마는 나에게 ‘사기꾼’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셨다. 나는 5년 전과 비슷한 수법으로 엄마에게 말했다. 희망제작소는 돈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곳이고 나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곳이기에 동반 성장할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입사 초기였기에 확신은 없었다. 확신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1년 동안 나는 엄마를, 아니 나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희망제작소의 특별한 무언가를 찾고자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왜 희망제작소에서 일하는가?

한 사람의 연구원으로, 시민으로, 후원회원으로 나는 희망제작소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곳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희망제작소의 캐치프레이즈인 ‘시민과 함께 사회혁신을 실천하는 민간 독립 싱크앤두탱크(Think&Do Tank)’. 이 말을 일곱 가지로 쪼개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희망제작소가 함께 하고자 하는 ‘시민’은 누구이며, 희망제작소가 시민과 어떤 방식으로 ‘함께’ 사회혁신을 실천한다는 것인지, 희망제작소가 말하는 ‘사회혁신’의 상은 무엇인지, ‘실천’ ‘민간’ ‘독립’ 그리고 ‘싱크앤두탱크’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하나씩 떼어놓고 바라봤다.

우선 10년 동안 발간된 활동보고서와 홈페이지의 글, 관련 기사를 살폈다. 그리고 희망제작소와 인연이 스친 사람이라면 누구든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연구원들과 이사회뿐만 아니라 후원회원인 사람, 과거 후원회원이었던 사람, 희망제작소에서 일했던 사람,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사람까지…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그들의 입을 통해 희망제작소가 어떤 곳인지 느꼈다.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그 ‘확신’은 절실했다. ‘희망제작소를 후원해주세요’라는 말 뒤에 한 치의 부끄러움과 불안이 없어야 했기에. 저 말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나는 온 힘을 다해 희망제작소의 가치에 대해 고민했다.

경계에 서 있다는 것, 불확실성과 모호함은 옵션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넘어가기 위해 꼭 지나야 하는 것, 바로 경계(Frontier)다. 경계에 서 있을 때 우리는 이도 저도 아닌 불확실함과 모호함에 힘들어한다. 이쪽을 바라보면 이게 옳은 것 같고, 저쪽을 바라보면 저게 옳은 것 같다. 인도해주는 사람도, 이정표도 없기에 감당해야 할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다.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하는 희망제작소의 미션 상,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은 항상 사회의 경계에 서서 한 영역과 다른 영역을 연결해야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연구원들은 항상 불확실성 속에서 자신을 믿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확신이 중요하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자기 생각과 경험에 기초하여 방향을 잡고 뚜벅뚜벅 걸어나가야 한다.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은 자신의 연구와 사업에 관한 확신을 위해 작게 자신의 생각을 실험하고 시민을 만나 피드백을 구한다. 그렇게 자신이 만드는 희망에 관한 확신을 쌓아간다. 지난 1년간 후원사업팀의 연구원인 나는 이 사람들에 대한 확신을 쌓아왔고 그것이 충분하다고 느끼고 있다. 마음속 가득한 뜨거운 확신을 고이고이 포장해 시민에게 전달하면 된다.

희망제작소 3층 주방에는 ‘희망제작소스러움’이라는 게시판이 마련돼 있다. 연구원들은 각자 생각하거나 원하는 희망제작소에 대해 자유롭게 적을 수 있다. 몇 개의 문구를 뽑아봤다.

– 경계 없이 무엇이든 연결하고 연대하는 희망제작소
– 불확실성도 수용하는 희망제작소
– 우리 사회의 침묵을 깨는 희망제작소
– 가슴 설레는 재미가 있는 희망제작소
– 나를 믿고 너를 믿고 우리를 믿는 희망제작소
– 다양한 기회를 만드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희망제작소.
– 치고 나가는 희망제작소
– 오지라퍼 집합소, 희망제작소

내가 이런 곳에 다니고 있다니! 가슴이 설렌다. 후원회원과 연구원의 경계에 서서 두 영역을 이어야 하는, 그리고 이어줄 수 있는 후원사업팀의 일원으로 하고 싶은 일이 참 많다. 후원회원을 비롯한 시민의 피드백이 우리의 연구로 흘러들어 가고, 이 연구에 시민의 관심이 커져 삶에 적용되고, 더 나은 연구를 위한 자원이 우리 주변으로 모이고, 그 자원을 가지고 우리는 더 많은 대안을 제시하고… 희망제작소의 에너지가 우리 사회에 넓게 확산하는 선순환 구조! 이것이 후원사업팀 연구원인 나의 꿈이고 희망이다.

글 : 박다겸 | 후원사업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화, 2016/12/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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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징벌적손배제 특별법 추진 환영

국회는 올해 안에 제도 마련위해 입법 서둘러야

 

 

어제(7/18) 언론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제2의 옥시사태를 막기 위해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에 피해를 입힌 기업의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최대 순자산의 10%까지 부과하는 내용의 징벌적 손해배상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한지 5년 만에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제라도 옥시사태와 같이 기업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 그 손해액을 초과하는 징벌적 배상 책임을 부여하여 재발방지 및 충분한 손해의 배상을 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은 징벌적손해배상법을 올해 안에는 반드시 통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미 국민적 공감대는 충분하다. 고의나 중대과실로 국민의 신체와 안전에 위해를 끼친 기업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해서는 안된다. 그것이야말로 사회정의와 경제 민주화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는 2016년 6월 30일 기준 사망자 701명을 포함해 3,600명을 넘어섰다. 가장 큰 가해기업으로 지목받고 있는 옥시는 제품 시험 및 제조 과정에서 증거들을 없애고 감추려 하거나 조작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밝혀졌다. 국민들의 분노와 처벌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지만 현행법으로는 충분한 배상도 제2의 옥시사태의 재발을 막기에도 역부족이라 할 수 있다. 일례로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중 상당수는 이미 옥시와 화해했다고 알려졌다. 화해 금액은 교통사고 사망 시 위자료를 참고해 2억~3억원 사이에서 정해졌다고 한다. 이마저도 사망하거나 중증 환자에 한해서다. 또한 화해 내용의 비공개가 화해 조건으로 제시되었다고 한다.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로 그간 벌어들인 금액에 비하면 큰 금액도 아닐 뿐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배상이 되지도 못한다. 사정이 이렇다면 과연 제2의, 제3의 옥시사태가 재발하지 말란 법이 있겠는가? 

 

 

옥시의 경우처럼 제품의 위험을 알면서 이루어진 고의적인 영업활동은 실제 발생한 손해만을 배상해서는 재발을 막기 어려울 때가 많다. 기업들은 제품의 위험을 알아도 사고가 났을 때 지불할 피해배상액수에 확률상 발생할 사고빈도수를 곱해서 나오는 총액수가 제품을 리콜하는 비용보다 적게 나오면 고의적 영업을 계속하게 될 동기를 갖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이와 같이 위법한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이윤이 실제 손해배상액을 물어주더라도 높을 것이기 때문에 위법 행위를 반복하는 가해자에게 실제 손배배상액보다 높은 배상을 하게 함으로써 이후의 위법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 그 기본 취지이다. 이는 기업의 반복되는 위법행위로 인해 사회 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실제 손해배상액수(특히, 위자료 액수) 자체가 현실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기업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고액의 배상을 예방하려는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하지만 지난 2004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도입을 논의한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징벌적손배제도입은 진척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로 우리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거나 기업활동 위축을 야기한다는 반대목소리가 이를 막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개별법에 징벌적인 배액배상을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하는 입법이 진행되었고 옥시사태와 같은 국민의 신체와 안전에 위해를 가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다른 법적체계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명분도 없다. 

 

 

그런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3배 배상, 10배 배상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기업의 불법행위를 통한 영업활동의 경제적 동기를 억제하겠다는 징벌적손해배상제의 본질에는 맞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고 순자산 10%까지 배상액을 가능하게 하는 특별법으로 징벌적손배제를 추진하겠다는 이번 방안이야말로 징벌적손배제 도입의 취지에 보다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국민의당과 새누리당도 옥시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현행 손해배상제도로는 충분치 않고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니만큼 국회차원의 공감대도 마련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올해 내 징벌적손배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최우선적으로 처리하여야 할 것이다. 국회가 국민의 목소리에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화답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화, 2016/07/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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