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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토익 특별접수기간 단축 환영, 그러나 비용인하⋅성적재발급 수수료 인하 없어 아쉬워

목, 2018/02/08- 14:14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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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특별접수기간 단축 환영, 그러나
비용인하⋅성적재발급 수수료 인하 없어 아쉬워

많은 응시생이 보는 대표 영어 인증시험인 만큼 사회적 책무 가져야

 

오늘 YBM한국토익위원회(이하 YBM)은 토익 제도 개선 사항을 공지 했다. 성적처리 기간을 단축하여 차기 시험 접수 마감 전에 성적을 발표하고, 특별접수기간을 단축하고 정기접수기간을 연장하며, 기소 생활 수급자의 무료 응시 기회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본부장:조형수 변호사)는 토익 개선 사항을 환영하지만, 응시비용과 성적재발급 수수료 인하가 담기지 못한점은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한다. 

 

토익은 정기접수 기간이 일찍 종료되어서 전월(前月)에 치른 시험 성적을 확인하고 이번 달 시험 접수를 하려면 특별접수 비용 4,400원을 더 지불해야 했으며, 미리 접수한 시험의 취소를 하려고 해도 100% 환불 받지 못하는 일정으로 편성되어 있어서 많은 응시생들의 불만이 많았다. 이를 개선하고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2013년부터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해왔으며 어제 발행한 보도자료에서도 한 취업준비생이 청와대에 올린 청원을 소개하며 다시한번 토익 문제 개선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YBM의 토익 개선안에 환영하지만, 몇가지 아쉬움을 남긴다.

우선 특별접수기간을 기존 25일에서 10일~11일로 단축한다고 했지만, 시험접수는 응시일로부터 3일전까지 가능한 것을 보면, 특별접수 기간을 아예 폐지하거나 더 단축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을 남긴다.

또 정기접수 비용 44,500원과 특별접수 비용 48,900원 그리고 성적확인서 재발급비용 2000원을 인하하지 못한 것도 추가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토익은 많은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이 보는 대표적인 영어 능력평가 시험이기도 하고, 일부 공무원 임용과 자격증 시험에 제출해야 하는 영어 인증 서류이기도 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응시하는 시험으로서, 그에 따르는 사회적 책무를 지녀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특별접수 기간 폐지와 비용 인하가 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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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국회 앞에서 만나!

 

오늘(5/31) 헌법재판소는 국회 100미터 이내 집회·시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11조 제1호에 대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습니다.

 

국회 앞 행진에 참여했다가 집시법 위반을 이유로 기소된 이태호 참여연대 전 사무처장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거의 5년 만에 나온 결과인데요. 비록 많이 지체됐지만 이제라도 그 위헌성을 적극 인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환영하며, 한국사회의 집회의 자유가 보다 확장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따라 국회는 보다 가까이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의정활동에 임해야겠죠?

 

참여연대 입장 자세히 보기 : http://www.peoplepower21.org/PublicLaw/1567565

 

* 유뷰브에서 영상보기 : https://youtu.be/Wrb-idupqbs

* 참여연대 유튜브 채널 : https://goo.gl/L52MGb

목, 2018/05/3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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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깨뜨리는 자, 시민(市民/詩民)

함돈균 회원

 

글. 호모아줌마데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애 엄마. 2007년 참여연대 회원 가입과 동시에 자원활동 시작.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백인보’라는 코너에 비정규적으로 인터뷰 글을 쓰고 있음. 특기사항 : 합기도 빨간띠.

사진.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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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사물에 비유한다면?

“만년필이요. 펜촉을 보면 끝은 뾰족하지만 전체적인 모양은 방패처럼 돼 있잖아요. 모든 논리적인 글은 뭔가를 찌르는 동시에 그것을 치유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렵고 때론 불가능하겠지만 그래서 더 재미가 있는 거죠.”

 

2년 전, 탄핵정국 당시 한 회원 인터뷰에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가 실린 적이 있다. 혁명이 무엇이냐고 묻는 한 기자에게 장일순 선생님께서 하신 답이었다.

“혁명이란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것이라오. 혁명은 새로운 삶과 변화가 전제돼야 하지 않겠소? 새로운 삶이란 폭력으로 상대를 없애는 게 아니고 닭이 병아리를 까내듯이 자신의 마음을 다 바쳐서 하는 노력 속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만년필에서 시작된 생각이 병아리와 알을 품은 어미 닭으로 옮겨간다. 그러나 정작 인터뷰 내내 내 머릿속을 요란스럽게 굴러다닌 건, 세탁볼이었다. 

 

어려운 문제를 푸는 자 

그에겐 여러 개의 직업이 있다. 일단 명함에 적힌 것들 먼저 만나보자.

“오늘 아침에도 시집 한 권이 와 있더라고요, 해설을 좀 해 달라고 하면서. 10년 이상 너무 성실한 문학평론가로 살아왔죠.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게 좋고, 또 남의 얘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거기에 제 얘기를 덧붙이는, 그게 비평가적인 기질인데 그런 게 재밌었어요.”

 

그가 말하는 문학비평가라는 직업은 이렇다. 첫째, 다른 사람의 글을 성실하게 읽어야 한다. 둘째, 작가의 생각을 최대한 정확하게 이해해 주어야 한다. 셋째, 누군가의 저작을 바탕으로 했을 때만 이야기할 자격이 생긴다. 

대중의 입장에서 문학평론은 어렵고 까다롭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평론에도 종류가 있어요.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비평 그리고 매거진, 신문에 실리는 리뷰들처럼 독자를 위한 비평이 있죠. 근데 독자와는 무관한 평론들도 있어요. 제가 주로 쓰는 평론인데, 글 자체로 존재해야 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저한테 청탁이 오는 글들을 보면 굉장히 난해한 작품이 많아요.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놓고 제 방식으로 풀어내는, 그런 형태의 비평이죠. 비평 자체도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후에 다른 비평가에 의해서 다시 해석돼야 하는 그런 비평도 있는 거죠.”

 

그의 긴 대답을 듣는 동안 나는 수식으로 가득한 칠판 앞에 서 있는, 이를테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같은 걸 풀고 있는 수학자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난해한 문학을 풀어내는 어려운 문학평론도 있는 거구나, 무식하게 정리하고 곧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의 두 번째 직업은, ‘그냥 평론가’다.   

“최근에는 앞에 문학이라는 두 글자를 뺀, 다양한 글쓰기 영역에 도전하고 있어요. 제가 낸 책 중에 『사물의 철학』 하고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이 있는데, 일상의 작은 물건들을 가지고도 여러 가지 방향으로, 밀도 있는 사유가 가능하다는 걸 말하고 있는 책이에요. 이건 제가 생각하는 시민교육의 중요한 방법론이기도 하죠.” 

 

자동문은 여닫는 문의 목적성만 가진 직선적 ‘기계’다. 그러나 경험의 깊이는 전적으로 합목적적인 행위가 아니라 실은 거기에 어쩔 수 없이 들러붙는 ‘쓸데없는 찌꺼기’ 행위에서 더 많이 길어 올려진다. 손으로 직접 여닫으면서, 문 안쪽을 조심스럽게 살피는 잉여적 행위가 죽은 감각이 아니라 산 감각을 만든다. 상황을 살피면서 그에 따라 문을 여닫는 속도도 달라진다. 그것이 곧 삶의 구체성에 대한 (보)살핌이자 배려다. 이 ‘살핌’이라는 잉여적 행위야말로 부지불식간에 도덕 감각을 기르는 훈련이 된다.

- 『사물의 철학』 중 <자동문>

 

평범한 사물에서 그가 길어 올리는 사유의 깊이에 탄복하면서 내 맘속에서도 그를 하나의 사물에 비유하고 싶은 충동이 솟구쳐 올랐다. 

 

행성을 지키는 자 

두 번째 직업에 대한 답변 속에서 자연스럽게 세 번째 직업과 관련된 단어 ‘시민교육’이 등장했다. 그의 세 번째 직업은 행성을 지키는 자, 다른 말로 하면 ‘실천적 생각발명그룹 시민행성’의 운영위원이다. 

“이 모임도 벌써 6년째에 접어드네요. 평론가가 혼자 자기 생각을 표현한다면, 이 일은 여럿이 함께하는 일이다 보니까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이 많이 들어요. 뜻대로 잘 안 되는 것도 많고, 이 일을 하면서 엄청 배우고 있죠.”

 

‘시민행성’은 ‘책상 위의 인문학’을 사회적 공공성과 시민적 가치를 담보한 인문운동으로 확대하자는 지향성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삶에 대해 배우고 이야기하며 훈련하는 인문 공동체다. 시민행성, 확장된 글쓰기 그리고 그가 벌이고 있는 엄청나게 다양한 일들(인문예술교육 기획 · 자문 · 강의, 도시계획, 대안디자인대학, 팟캐스트, 각종 교육프로그램의 멘토 등) 모두 그 바닥엔 ‘생각한다는 것’이란 하나의 큰 줄기가 관통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2012년 대선 직후에 시작된 일들이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을 보면서 제가 뼈저리게 느낀 것은 ‘한국사회는 지금 생각하는 사회인가’였어요. 개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그 선택의 근거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그걸 물어야만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죠.”

 

요즘 시민행성에서는 과학기술을 매개로 삶을 인문적으로 성찰하는 프로그램 <느린 시선으로 미래의 열차를 타다>를 진행 중이다. 강연이 끝나면 기술혁명 시대에 첨예하게 부상하는 철학적 · 사회적 문제들을 융합적으로 이해하고 가상시나리오에 근거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제안해 보는 ‘디자인사고 워크숍’을 함께 연다. 간단히 말하면, 듣고 배우고 질문하며 생각을 발명하는 과정이다. 이 강연 중 하나인 ‘디지털 · 빅데이터 × 휴먼 히스토리’를 소개하는 게시물에는 이런 말들이 적혀 있다. 

 

“우리는 그 세계가 무엇인지, 어디까지 디지털화가 되는 것인지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다룰 것인지, 시스템과 규범에 개입해야 하는지 혹은 개입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의심하고, 실험한다.” 

 

이 과정들의 끝엔 시민행성이 이 시대를 향해 던지는 진지한 물음 하나가 기다리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빅데이터 시대에 어떻게 설 수 있는가?’ 시민행성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이런 과정 속에서 ‘생각하는 시민’들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제가 가진 재능과 경험치가 좀 더 폭넓게 쓰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판단했어요. 그리고 그 쓰임새가 이왕이면 체계적이길 바랐고요. 그런 고민 끝에 ‘시민행성’이란 모임이 탄생한 거죠.”

대학에서의 오랜 교편생활을 접고 청와대 근처에 자리를 잡은, 이곳이 예전에 사간원①이 있던 자리라며 기세 좋게 말하는 그를 보며 왠지 마음 한켠이 든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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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창성동에 위치한 ‘실천적 생각발명그룹 시민행성’ 사무실 한쪽 벽면에는 그가 쓴 책과 시선집이 가득하다.

 

생각을 발명하는 자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반복되는 하루와 변화 없는 일상은 중력처럼 우리의 생각을 한 지점에 묶어 놓는다. 단순하고 일상적인 것들에서 예민한 징후를 보는 그에게 ‘생각을 발명하는 법’에 대해 물었다. 

“단번에 그런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하죠. 근데 이런 교육을 가능케 하는 건 사회의 역할이에요. 개인의 입장에서는 책을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다양한 관점을 갖게 된 건 결국 책들을 통해서 사고와 경험을 융합하기 때문이죠.”

 

그는 작년부터 한 대기업에서 인문 강의를 한다. 디자인 트렌드라든가 테크놀로지에 대단한 정보와 실력을 갖춘 이들에게 그는 연암 박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암이 어떻게 새롭게 세상을 봤는지, 어떻게 중세를 깨뜨리는 문장들을 썼는지. 그가 생각하는 ‘창의’는 이렇게 다른 감각들을 접하고 사유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근데 우리가 적폐세력이라고 부르는 일부 엘리트 계층이나 학자들도 책을 많이 읽었을 텐데,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요?

“문제는 ‘시민’ 없는 리더십 교육 때문이에요. 엘리티즘과 리더십은 다르거든요. 한때는 그 둘이 같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민주화된 시대의 리더십은 리더이면서 시민이어야 되거든요. 근데 우리 사회의 지배계층에 있는 이들은 스스로를 시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을 아래로 깔아 보죠. 단지 갑질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바탕 위에선 절대로 창의적인 발상이 나올 수 없어요.”

 

이런 철학은 그가 요즘 한창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융합형 대안독립대학’ 안에도 들어가 있다. 

“제가 만들려는 학교는 사회를 디자인할 이들을 양성하는, ‘새로운 사회 디자인학교’예요.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뭔가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통을 해소하는 것이에요. 기본적으로 큰 비전은 공존, 세계시민, 생명이에요. 참여연대처럼 사회를 비판하고 법률적으로 접근하는 조직도 있어야 하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창발성을 가지고 모양을 제안해주는 접근방법도 이젠 필요한 거죠. 그러기 위해선 감성과 예술적 프로그램들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 학교의 또 다른 특징은 ‘움직이는’ 학교라는 것이다. 학교 건물을 따로 가지지 않고 일종의 프로그램 즉, 유닛의 개념을 가지고 강의별로 다른 공간에서 수업이 이루어진다.  

“네크워크형 학교라고 할 수 있죠. 도시 디자인, 공공정책 디자인, 공연예술 디자인 등으로 범주가 나뉘어 있는데 이걸 저흰 ‘유닛’이라고 표현하거든요. 해당 유닛의 선생님이 계신 곳에 가서 공부를 하게 되는데 그 공간은 어디든 가능한 거죠. 연계를 맺은 다른 교육기관이나 학교일 수도 있고, 한국이 아닐 수도 있고요. 예를 들어, 도시 디자인과 관련된 수업이 시리아에 있는 난민촌에서도 열릴 수 있는 거죠. ”

 

머리 부분에 씨를 심고 물을 주면 초록의 잎을 틔워내는 잔디 인형처럼, 다른 생각과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그의 두피를 뚫고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스스로 깨뜨리는 자 

“인문이라는 건 360도를 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존재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과 복합성을 성찰하고 공존하게 만드는 사회의 프로그램, 이게 인문입니다. 앎과 실천의 분리, 지식과 생활이 분리된 교육은 쓸모가 없어요. 교육의 현장 자체가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활동들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냉동기술이 생기기 이전과 이후에 지구 생명들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기에, 냉장고 하나를 설계할 때도 동물들이 겪는 고통의 지점에 대한 감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그. 그가 이 세상과 공유하고 싶은 ‘앎’은 이렇게 구체적인 ‘태도’로 구현될 수 있는 것들이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을 살아내는 삶이란 어쩔 수 없이 패턴과 양식들을 만들어낸다. 그 안에서 웅크려 지내다 보면 감각은 굳어가고 끝내는 스스로가 틀 안에 갇혀있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함돈균은, 비유하자면, 끊임없이 세상의 굳은 부분을 향해 자신의 몸을 부딪치며 깨뜨리는, 세탁볼이다. 세탁볼이 거칠게 밀고 지나간 자리, 묵은 때들이 떨어져 나가 다시 맑은 기운이 솟는 그곳에서 오늘도 시민들이 모여 생각을 발명하고 있다. 

 


조선 시대 언론을 담당했던 기관. 주로 왕에 대한 비판과 견제의 역할을 함

 

목, 2018/05/3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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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반대 1인 시위가 벌금 100만원 ‘감’인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몰이해, 유권자 입에 재갈을 물리는 판결 개탄스러워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최경환 의원에 대한 공천 반대 1인 시위를 한 김민수 활동가의 공직선거법 위반(2018노792) 파기환송심이 열린 오늘(5/31)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차문호 부장판사)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였다. 재판부는 “확정되지 않은 사실, 의혹을 제기하는 1인 시위가 허용될 경우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오고, 세상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가득하게 될 것”이라며, 상식 밖의 중형을 선고하였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소장 :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는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몰이해를 드러내며, 유권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법원의 논리와 판단에 개탄을 감출 수가 없다.

 

김민수 활동가가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게 된 것은,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측근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드러난 최경환 의원이 공천을 신청하자 이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국회 앞에서 40여분간 진행하였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의 경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과 2심은 ‘공천반대 1인 시위가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표현이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대법원 제2부(재판장 김소영, 주심 고영한, 조재연 대법관)은 이같은 1, 2심 판결을 뒤엎고 파기환송하였다. 파기항소심이라도 각각의 법관의 독립성이 보장됨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스스로를 “대법원의 판결에 귀속된다”며 법원이 유권자의 권리를 구제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같은 김민수 활동가의 1인 시위가 벌금 100만원이나 내야 하는 불법행위라는 판결을 납득할 이가 있을지 의문이다. 1인 시위는 유권자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행위 중 하나이며, 총선에서 어떤 후보가 공천되어야 하며, 국회의원의 자질은 무엇인지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이다. 의혹을 제기하는 1인 시위가 허용될 때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올 것이라는 재판부의 판단도 황당하지만, 의혹 제기를 합리적 판단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선거의 본질을 망각한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선거는 정당이나 후보가 제공하는 정보만으로 유권자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검증이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이어야 한다. 수많은 주장들 가운데 필요한 정보를 판단하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지, 재판부가 예단하여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 

 

참여연대는 헌법에 보장된 유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보다는 심각하게 침해한 오늘 파기항소심 결정에 불복해 항소할 것이다. 아울러 돈 선거를 막아 공정한 경쟁을 장려하려는 입법 취지와 달리, 유권자의 입을 막고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는 데 악용되고 있는 선거법 90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요청하는 등 유권자들의 힘을 모아 선거법 개정을 위한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성명 [원문보기/다운로드]

 

 

 
목, 2018/05/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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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글.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활동가 출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활동.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에 기거 중. 조세제도, 예산체계, 그리고 재벌 기업지배구조에 관심이 많음.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 『최순실과 예산 도둑들』 공저.

 

선거 시즌이 또 돌아왔다. 벌써 전철역에서는 명함을 나눠주는 후보들이 보인다. 이제 곧 길거리에서 선거 로고송이 들리겠지. 잠깐의 소란 정도는 감내하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래도 유세차 소리는 시끄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지방의원이 되면 어떤 혜택이 있을까? 연봉은 어느 정도 받을까? 세금은 정상적으로 잘 내고 있겠지? 

지방의회 의원의 급여는 각 지자체에서 정하게 된다.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곳은 역시 서울시다. 서울시 의원은 382만 원의 월정수당과 150만 원의 의정활동비를 지급받는다. 합치면 월 532만 원, 연봉 6,400만 원의 ‘짭짤한’ 급여를 받게 된다. 자치구 의원 급여도 해당 자치구 조례를 통해 정한다. 서울 강북구 의원은 월 110만 원의 의정활동비를 지급받고 약 250만 원의 월정수당을 받는다. 합치면 월 360만 원, 연봉 4,300만 원의 급여를 받게 된다. 

 

지방의원이 시정을 제대로 감시하면 낭비되는 예산을 수천억 원이라도 줄일 수 있으니 지방의원에 지급되는 급여를 아까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방의원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는지는 또 별개의 문제다.

 

지방의원들은 공무원에 준하는 급여를 지자체로부터 받고 있으니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소득세 납부 대상이다. 그렇다면 지방의원이 세금을 내고 있지 않다는 말은 단순한 ‘루머’일까? 안타깝게도 일부는 사실이다. 상당수의 지방의원들은 세금을 한 푼도 내고 있지 않다. 그 비밀은 ‘의정활동비’에 있다.

 

표

 

지방의원의 의정활동비는 국세청에 따르면 비과세, 

그러나 법적 근거는 미약해

지방의원의 월정수당은 근로소득자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소득세 과세대상이다. 그러나 의정활동비는 비과세다. 국세청은 지방의원의 의정활동비는 ‘실비변상적’ 성격으로 소득세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문제는 비과세라는 국세청 주장에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근로를 제공하고 받는 모든 보상은 명칭, 형식을 불문하고 소득세 과세 대상이다. 실비변상적 급여는 해당 용도에 사용되었다는 영수증 등 증빙이 없으면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이다. 이는 대법원 판례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대법원(2003두3089)

정액으로 정기적으로 지급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용목적이나 사용방법에 관하여 아무런 기준을 제시한 바도 없고, 또 업무와 관련하여 지출하였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중략) 과세대상인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영수증 등 증빙이 없다고 모두 소득세 과세대상은 아니다. 소득세법 제12조에서 비과세 소득으로 열거된 소득은 비과세다. 예를 들어, 월 20만 원 이하의 선원 승선수당, 월 20만 원 이하의 교사 연구활동비, 보육교사의 근무환경개선비, 전공의의 수련보조수당, 월 20만 원 이하의 취재수당, 월 20만 원 이하의 벽지근무 수당, 등 비과세의 범위와 대상이 구체적으로 한정되어 있다. 

지방의원의 의정활동비는 관련 증빙 첨부의 의무도 없고, 소득세법상 비과세소득으로 열거되지도 않았기에 비과세라는 국세청의 판단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의정활동비가 비과세이기에 강북구 의원의 과세대상 근로소득은 연 3,000만 원 정도가 된다. 연봉 3,000만 원 근로소득자의 약 1/3은 과세 미달로 세금을 한 푼도 내고 있지 않다. 결국, 기초의원이 세금을 내고 있지 않다는 말은 약 1/3의 진실을 담고 있다.

 

지방의원의 의정활동비,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지방의원은 지급된 의정활동비를 모두 의정활동에 실제로 사용할 수도 있다. 반면, 일부 지방의원은 의정활동비를 개인적 지출에 쓰기도 한다. 그래서 일괄적으로 과세한다면 오히려 실제로 의정활동에 지출하는 의원만 피해를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증빙이 되는 의정활동비에만 비과세 혜택을 유지하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월 20만 원 이하의 의정활동비만 일괄적으로 비과세를 하고 증빙을 갖춘 의정활동비에만 비과세를 하는 것은 어떨까? 이번 지방선거에서 특권을 버리고 증빙 없는 의정활동비에는 세금을 내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후보가 있을까? 그런 후보의 선거 로고송은 이제 더 이상 시끄럽게 들리지 않을 것 같다.

 

 

목, 2018/05/3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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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주인공은
돈이 아니올시다

글. 장성익 환경저술가

녹색 잡지 <환경과생명>, <녹색평론> 등의 편집주간을 지냈다. 지금은 독립적인 전업 저술가로 일한다. 환경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주제로 책 집필, 출판 기획, 강연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평화와 번영을 심다?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의 극적인 만남은 크나큰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다. 지긋지긋한 핵과 전쟁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웠던 이곳 한반도에도 이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평화의 시대가 오는 걸까. 물론 아직은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가 만만찮을 것이다. 평화가 깨져야 이득을 챙기는 나라 안팎 여러 수구 반동 세력의 저항도 물리쳐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담대한 용기와 비상한 지혜, 그리고 두 번 다시 이런 기회가 오지 않으리라는 결연한 각오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된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던져야 할 물음이 있다. ‘우리가 꿈꾸는 평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가 그것이다. 4월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소떼길 옆에 기념식수를 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소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나무 앞 표지석엔 이런 문구가 새겨졌다. ‘평화와 번영을 심다.’ 여기서 번영이란 뭘까? 당신은 혹시 경제적 번영, 즉 물질의 번영부터 떠올리지는 않는가? 질문은 이어진다. 그래서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말은 곧 ‘평화를 통해 물질적 번영을 이루자’는 뜻은 아닐까?  

 

남북 정상회담 이후 펼쳐진 우리 사회의 풍경을 보라. 정부, 언론, 학계 등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이 관심을 집중한 것은 비핵화, 종전 선언, 평화체제 같은 것뿐만이 아니었다. 경제에 관한 이야기도 홍수처럼 쏟아졌다. 이를테면 파주를 비롯해 접경지역 땅값이 벌써부터 들썩거리고, 남북 경협이 기대되는 북한 관련 업종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란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북한은 ‘황금의 땅’이다. 북한에 매장된 주요 광물자원의 잠재가치가 4,170조~7,5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단다. 남한은 광물자원 수입의존도가 88%가 넘는 세계 5위의 광물자원 수입대국이다. 이런 남한 땅에 남아 있는 광물자원의 무려 15배에 이르는 양이 북한 땅에 묻혀 있다는 것이다. 싼값에 써먹을 수 있는 노동력도 널렸다. 언어 장벽도 없으니 일을 시키기에 얼마나 편한가. 이런 흐름을 타고 긴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한 경제에 북한이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가 될 거라는 둥, 남북한 합쳐서 인구 8천만의 거대 시장이 탄생하고 동북아 경제권이 획기적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둥 갖가지 ‘장밋빛 전망’이 넘쳐난다. 

 

이런 것이 우리가 가야 할 평화의 길일까? 지난 박근혜 정부도 ‘통일 대박론’을 내세웠다. 지금과는 달리 아무런 실체도 없는 허망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건 그렇다면 한반도가 평화와 통일로 가는 도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게 경제적 가치, 곧 돈벌이라는 점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한통속이란 말인가?

 

청와대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소떼길 옆에 기념식수를 했다. ⓒ청와대

 

더 높고 깊은 평화를 위하여

분명한 것은 이런 식의 흐름이 비판적 성찰 없이 무조건적인 대세로 굳어진다면 그것이 낳을 결과는 파괴적이고 폭력적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점이다. 자본주의란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탐욕과 이기심의 시스템이다. ‘천민자본주의’라는 말이 상징하듯이 남한 자본주의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이런 터에,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이에 힘입은 남북 경협 활성화가 북한을 남한 자본주의의 내부 식민지로 전락시키는 과정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북한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헤매는 남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사냥터’이자 ‘먹잇감’인가? 만약에 ‘한반도 신경제 지도’의 실제 양상이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손쉽게 착취하고 새로운 소비 시장을 창출하며 남한의 천박한 개발 바람이 북한의 산하를 마구 망가뜨리는 식으로 그려진다면, 그것을 북한 인민들이 반길까? 남한 사람들에게도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남한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모순과 병폐를 더욱 구조화하고 확장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과 빈곤에서 벗어나는 건 긴급하고도 절박한 과제일 것이다. 그래서 경제발전과 물질적 삶의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 당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남북 사이의 경협 확대와 경제적 결속 강화가 평화 흐름의 퇴행을 막는 일종의 ‘안전판’ 구실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남한 자본주의의 무분별하고도 공격적인 팽창으로 귀결되어선 안 될 일이다. 번영이 단순한 물질의 번영에 그친다면 그것은 사이비 번영이자 껍데기 번영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 이 지구와 한반도가 처한 생태적 조건에서 물질적 번영의 끝없는 추구는 지속가능성 원리와 양립할 수 없다. 

 

평화도 마찬가지다. 궁극적인 평화는 모든 종류의 폭력이 사라진 상태다. 지금 주로 논의되고 있는 남북 사이의 평화는 말하자면 인간들끼리의 평화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세상의 평화를 이루자는 거다. 하지만 참된 평화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평화를 바탕으로 할 때 온전히 꽃필 수 있다.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은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삶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더 높고 깊은 평화, 곧 생명평화다. 자본주의적 경제 가치와 돈의 논리를 앞세우는 평화가 이런 평화와 거리가 멀다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 자연을 과잉 파괴, 과잉 착취, 과잉 소비함으로써만 굴러갈 수 있는 게 자본주의 성장 경제의 민낯인 탓이다. 이런 시스템을 북한에 이식하는 게 평화일까? 그건 남한의 자본가나 물신주의자들이나 기뻐할 일이 아닐까? 

 

남북 정상은 기념식수를 하면서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함께 뿌렸다. 한강 물과 대동강 물도 함께 주었다. 그 흙과 물이 섞이고 어우러져 무럭무럭 평화의 나무를 키울 것이다. 흙과 물이야말로 진정한 평화의 상징이 될 만하다. 돈은 평화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평화를 일구어가는 과정에서 돈이 일시적이고 부분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터이다. 현실적으로 이것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돈의 힘과 자본의 이윤 논리가 지배하는 곳에 사람, 자연, 생명, 공동체, 민주주의의 가치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참 평화는 이런 가치들과 더불어, 이런 가치들 속에 깃들기 마련인데 말이다. 

 

 

 

 

목, 2018/05/3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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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소복이

혼자 살다가 짝꿍과 살다가 아기까지 셋이 사는 이 생활이 어리둥절한 만화가입니다.

이럴줄몰랐지022_01

이럴줄몰랐지022_02

 

목, 2018/05/3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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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를 때
영혼에 새잎이 돋는다

 

글.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과 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민중의소리’와 ‘재즈피플’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공연과 페스티벌 기획, 연출뿐만 아니라 정책연구 등 음악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다양하게 하고 있기도 하다. 『대중음악의 이해』, 『대중음악 히치하이킹 하기』 등의 책을 함께 썼는데, 감동받은 음악만큼 감동을 주는 글을 쓰려고 궁리 중이다. 취미는 맛있는 ‘빵 먹기’.

 

 

고단한 영혼을 위로하는 음악들 

사람들은 어떤 음악을 들을까. 언제 음악을 들을까. 가온차트의 결산을 보면 한국 대중음악을 듣는 이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발라드를 많이 듣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펴낸 『음악산업 백서』에는 이동하면서 음악을 듣는 이들이 가장 많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단순하게 말하면 이동하면서 발라드를 많이 듣는다고 할 수 있을까.

 

음악을 듣는 이유는 다양하다. 특정 뮤지션이나 장르를 좋아해서 듣기도 하고, 심심해서 듣기도 한다. 신나거나 슬픈 감정을 만끽하기 위해서도 듣는다. 대부분의 음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방식으로 마음을 움직인다. 새로운 음악을 꾸준히 찾아 듣는 이들이 아니라면, 한 사람의 음악 취향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익숙한 음악을 들으면 부담이 없다. 그러나 부담 없다는 사실은 새로운 만남과 자극이 없다는 의미일 수 있다. 때로는 도전하고 탐구할 때 취향과 안목은 새로운 경계를 만든다.  

 

대부분의 대중음악은 감정을 증폭시킨다. 록, 소울, 알앤비, 일렉트로닉, 재즈, 팝, 포크, 힙합 모두 대동소이하다. 음악은 감정을 표현하고 감정을 매개하는 예술이다. 하지만 어떤 음악은 감정을 가라앉힌다. 감정을 가라앉히고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시공간으로 인도한다. 많은 소리와 이야기를 정교하게 채우지 않고 비워둔 음악이다. 소리의 공간을 비워두고 그 틈에 다른 시공간이 스며들게 하는 음악이다. 다른 시공간에서 우리는 자신의 영혼을 만난다. 영혼이라 상상하는 허상을 만날 수도 있지만, 이미 알고 있던 자신 아닌 자신을 만나는 일은 무의미하지 않다. 뉴에이지, 재즈, 월드뮤직을 담은 독일의 재즈 레이블 ECM의 음반들이 독보적이다. ECM의 음반들이 대동소이하다고 오해하지는 말기를. ECM의 음반들도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영혼을 눕힐 때 ECM의 음악이 흐르면 고단한 머리칼은 쉽게 잠든다. 

 

재즈레이블 ECM의 음악과 함께 마음의 평화를

유독 자주 꺼내 들었던 ECM 음반이 있다. 첼로 연주자 데이비드 달링의 음반들이다. 1941년에 태어난 첼리스트 데이비드 달링은 1979년 첫 음반 [Journal October: Solo Cello]부터 ECM에서 발표했다. 그중 [Cycles], [Cello], [Dark Wood] 음반을 추천한다. 첼로 한 대로 채우는 연주는 어둡고 무겁다. 그러나 그 어둠은 고통스럽지 않다. 그 어둠은 빛으로 눈부신 도시를 떠나 인적 드문 지역에 묻힐 때 만나는 어둠처럼 고요하다. 활을 긁어내릴 뿐 다른 연주를 더하지 않는데, 데이비드 달링의 음악을 들으면 깜깜한 세계에 완전히 파묻힌다. 첼로 소리가 가득 찬 공간에서 눈을 감아보라. 세계는 멈추고, 분주하던 몸과 마음은 숨을 고른다. 지루하다거나 음울하다는 이야기는 음반을 다 듣기 전까지는 미뤄두자. 우리에게는 정보가 너무 많고, 손 닿는 곳마다 쉴 새 없이 이야기가 쏟아진다. 이제는 오히려 단절하고 침잠해야 한다. 쉬고 비워야 한다. 모든 소리를 멈추고, 모든 소통을 멈추고 자기에게만 웅크릴 때 데이비드 달링의 음악은 유효하다. 이제 첼로가 차단하는 소리의 성벽 아래에서 이끼처럼 침묵하자.

 

데이비드 달링의 연주가 끝나면 아르보 패르트의 음반을 올려두면 된다. 1999년에 발표한 [Arvo Part : Alina] 음반이다. 단순한 피아노 연주와 조심스러운 바이올린 연주뿐인 음반이지만 이 음반은 조심스러워 편안하다. 가만가만 연주하는 음악은 따뜻하게 다독이고 위로한다. 위로하고 위로받기 위해 화려한 보컬이나 꽉 찬 연주가 필요하지는 않다. 단순함이 항상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하지는 않지만,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은 단순함의 미학을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들뜨고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이 녹아내린다. 음악은 BGM이나 신나는 놀이, 압도적인 몰입으로만 유효하지 않다. 좋은 멜로디와 섬세한 연주뿐만 아니라 소리가 울려 퍼지는 방식을 조율해 만들어내는 여백과 파장으로 음악은 특별해진다. 귀를 쫑긋 세우고 침묵해야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다. 그 소리를 들으면 더 넓어지고 깊어지는 세계가 있다. 이미 존재했던 세계이다. 그러나 놓치고 외면하고 잊어버린 세계를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은 묵묵히 가리킨다. 내 안에 나는 얼마나 많은가. 그 많은 나들에게 나는 얼마나 다정하고 여유로운가. 

 

곁에 두고 들으면 좋은 ECM 음반은 이뿐 아니다. 케틸 비에른스타, 보보 스텐손 트리오, 노마 윈스톤, 엘리나 두니, 마티아스 아익, 아누아브라헴, 크레이그 타본, 콜랭 발롱의 음악을 들으면 음악이 소리로 인도하는 영혼의 현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요란하고 자극적인 음악의 쾌감에 물릴 때면 이 음악들로 최소한 균형을 맞춰보자. ‘힐링’이라는 단어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 여전히 마르고 남루한 영혼에 새잎이 돋는다. 

 

재즈레이블 ECM의 추천 음반

 

듣자-서정민갑-사진추가

데이비드 달링 [Journal October: Solo cello] 

 

달링

데이비드 달링 [Cycles]

 

아르보

아르보 패르트 [Arvo Part : Alina]

목, 2018/05/3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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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계곡숲길 피서여행 

 

글. 정지인 여행카페 운영자 

전직 참여연대 간사. 지금은 여행카페 운영자가 되었다. 매이지 않을 만큼 조금 일하고 적게 버는 대신 자유가 많은 삶을 지향한다. 지친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여행을 꿈꾼다. 

 

 

여행을 떠나는 날이 많다 보니 날씨정보에 민감하다. 비 예보가 있는지, 배라도 타는 여행은 풍랑이 없는지 기상청 홈페이지를 자주 들락거린다. 최근에는 황사와 미세먼지가 새로운 골칫거리다. 폭염과 한파도 위협적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더위와 추위, 급작스런 날씨 변화는 ‘예전에는 이랬는데, 삼한사온이 어떻고, 장마 기간은 어땠지’라는 우리의 경험적 상식과 예측을 뛰어넘는다.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기후변화를 실감한다. 당혹감과 불편을 느끼다가, 이후 세대를 떠올리면 뜨끔하다. 과연 그들에게 남겨줄 맑은 물과 공기, 푸른 산은 남아있을까 마음이 무거워진다. 우리의 일상을 옥죄어 오는 기후변화 앞에서 개인의 불편을 토로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대응과 책임으로 미래를 바꿔 가면 좋겠다. 올해도 다가올 폭염을 앞두고 더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생각하다 기후변화까지 생각이 갔다. 더위를 잘 관리하는 방법은 좋은 피서지를 찾는 것만큼이나 더워지는 지구를 식히는 노력, 기후변화를 막는 노력이 중요할 테니 말이다.

 

일찍 시작해 늦게까지 이어지는 더위, 습기를 잔뜩 머금은 찜통 같은 더위, 마른장마에 폭우 등 우리나라에 없던 폭염과 더위의 패턴을 몇 년 사이에 경험하면서 여름 피서여행도 그만큼 절실해진다. 너무 많이 걷기도 벅차고, 햇빛을 피할 수 없는 곳도 부담스럽다. 그래서 이번에는 더위를 피해 쉼과 휴식을 얻을만한 그늘지고 호젓한 계곡숲길 세 곳을 골라봤다. 

 

만수계곡과 하늘길

충북 충주 월악산국립공원에 자리 잡은 만수계곡은 물 맑은 송계계곡의 최상류 물줄기 중 하나로 계곡을 따라 가볍게 걷기 좋은 길이다.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풍부한 숲길은 사람이 붐비지 않아 호젓하다. 만수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와 겹치기도 하지만 월악산국립공원 만수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자연관찰로 코스로 한 바퀴 돌면 2km 정도로 가볍게 걷기 좋다. 

 

근처에 신라 시대에 열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옛길인 하늘재와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석굴사원 중 하나인 미륵대원지가 남아있어 같이 둘러보기 좋다. 하늘재는 신라의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달래며 넘던 길이자 상주성을 치러가던 후고구려의 궁예가 넘었던 역사의 흔적이 오롯한 길이다. 그늘진 숲길은 시원하고 옆으로 계곡물도 졸졸 흘러 역사의 향기와 함께 더위를 피할만한 괜찮은 숲길이다. 하늘재는 왕복 3.6km 구간이고 길도 걷기 편하다.

 

만수계곡

만수계곡 ⓒ정지인

미륵대원지

미륵대원지 ⓒ정지인

 

산음자연휴양림과 다산생태공원   

경기도 양평의 용문산과 소리산, 봉미산 높은 봉우리에 둘러싸여 있어 산에 그늘이 지었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산음자연휴양림은 산림청의 1호 ‘치유의 숲’으로 지정된 숲 좋고 물 맑은 곳이다. 숲이 그윽하고 계곡물은 수량이 풍부해 여름에 더욱 좋다. 2km가량 이어지는 치유의 숲길 탐방로는 소나무가 쭉쭉 뻗은 데크길을 지나고, 조붓한 흙길도 거닐다 계곡을 만났다가 헤어지고 또 만나며 아기자기한 숲길이 이어진다. 걷다 지치면 돗자리 하나 펴고 계곡에 발을 담그고 숲에서의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숲이 주는 상쾌함으로 더위와 함께 찌든 피로도 날려버릴 수 있지 않을까. 

 

발을 담글 수 있는 호젓한 계곡도 많지 않다. 국립공원에서 관리하는 계곡은 일체 진입이 금지돼 있다. 그렇기에 휴양림 안에 있는 안전한 계곡에서 맘껏 발을 담그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겨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시간이 맞는다면 휴양림에서 진행하는 산림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해 봐도 좋다. 해설사의 지도에 따라 숲을 이해하고, 호흡과 명상을 하며 숲의 기운을 충분히 받고 느껴보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산음휴양림을 갔다가 들릴만한 곳으로 조안면의 다산생태공원을 추천한다. 조선 시대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의 고향으로 생가와 실학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두물머리에서 흘러 내려온 한강물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다산생태공원은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라 쉬어가기 좋다.

 

봉화 청옥산 숲길

청옥산 숲길은 계곡을 따라 신갈나무와 자작나무, 잣나무, 가래나무가 우거진 숲이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숲길부분 우수상을 수상한 숲길인데다, 봉화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외진 곳에 위치해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호젓해서 더 여유로운 숲길이다. 본래 이 지역은 금강산에서 시작해 태백산맥을 따라 강릉, 삼척, 봉화, 울진으로 백두대간을 따라 이어지는 금강소나무 자생지 중 한 곳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금강소나무들이 거의 훼손된 것을 지금은 산림청에서 금강소나무 후계림(後繼林) 조성지로 지정해 관리보호하고 있다. 그래서 청옥산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자연적인 숲과 산림청에서 조림한 나무들이 어우러져 한결 더 싱그럽고 관리가 잘 된 느낌이다. 

 

청옥산 숲길의 또 다른 매력은 걷는 내내 길벗이 돼주는 계곡이다. 수량도 풍부하고, 걷는 길에 따라 달라지는 계곡의 모습도 아기자기하고, 시냇물 소리는 마음까지 편안하게 한다. 청옥산 생태경영림 숲길안내소에서 출발해 청옥산 정상(1,277m)까지 다녀오면 왕복 8km쯤 된다. 꽤 높은 산이지만 시작하는 곳이 해발 800m라 그리 힘들지 않게 정상까지 다녀올 만하다. 근처에 청옥산자연휴양림이 있어 숙박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다산생태공원

다산생태공원 ⓒ정지인

 
목, 2018/05/3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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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18년 5월 12일 토요일, 헌법재판소 앞 

헌법재판소 앞에서 과거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 생활을 했던 한 청년의 감옥 퍼포먼스가 진행되었습니다. 병역거부자들과 평화활동가들이 모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병역법 위헌 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현명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매년 5월 15일은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입니다. 올해는 특별히 한국의 병역거부자들을 위해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한국 병역거부자 석방, 대체복무제 도입(#freeKoreanCOs)’을 주제로 다양한 액션을 진행했습니다. 지금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최소 241명의 젊은이가 차가운 감옥에 구속되어 있고, 900여 명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군대가 아니면 감옥인 사회,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목, 2018/05/3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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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참여연대, 날아라 민주주의
이달의 참여연대

박정은 사무처장이 보고드립니다

 

평화가 지천의 꽃같이 피어나는 6월을 기다립니다. 갑작스런 폭우가 내리더니 거짓말처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 번갈아 펼쳐졌던 오월입니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유럽까지 기차여행을 이야기하며 한껏 기대를 부풀게 했던 한반도 정세는, 북미 간 경색과 남북고위급회담 연기 등으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31년 만에 촛불의 열망을 담아 추진되었던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은 국회의 직무유기로 무산되었습니다. 비리혐의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까지 부결시킨 국회는 국민들의 실망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지만, 시민의 삶에서 무엇이 바뀔지 뚜렷하지 않습니다. 한반도 평화의 대전환의 역사를 기록하는 6월을 기다리며 지난 5월 참여연대 활동을 보고 드립니다. 

 

 

한반도 평화 시대, 시민사회가 준비해야 할 과제 모색

라운드테이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5월 2일 라운드테이블 <2018 남북정상회담 평가와 향후 과제>를 개최해서 4.27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평가하고, 북미정상회담을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5월 15일에는 참여연대가 적극 함께하고 있는 시민평화포럼에서도 <한반도 전환과 시민운동의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장에서 새로운 장이 열리는 한반도 시대에 준비해야 할 평화와 인권, 생태와 환경, 평화와 통일 교육의 과제를 모색했습니다. 참여연대는 한반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단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배치되는 한미 연합 공중훈련 ‘맥스 선더(Max Thunder)’의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평화시대와 공존할 수 없는 사드 배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5월 9일에는 성주 김천 주민들과 함께 경찰청과 청와대 앞에서 항의집회를 개최하였고, 성주 소성리로 달려가 지역주민들과 함께 사드 배치 현장을 감시하는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평화의 길로 가는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도록 준비에 착수해야겠습니다. 

 

‘내 삶을 바꾸는 지방선거 유권자 모임’ 진행

내바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내 삶을 바꾸는 지방선거 유권자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 순서로 5월 3일과 10일 춘천에서 유권자모임을 두 차례 진행하여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에게 주어진 일곱 표를 어디에 어떻게 행사할지 토론하고 선거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춘천(6/18)은 물론 서울(6/7, 6/14), 대구(6/9, 6/19)에서도 유권자 모임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관심 있는 참여연대 회원 여러분 함께해 주세요. (문의 02-725-7104, 자세한 내용은 의정감시센터 홈페이지 참조) 

 

문재인정부 1년 평가, 개혁정책 가속 촉구

1년평가

문재인정부가 출범 1년을 맞았습니다. 참여연대는 민변과 공동으로 5월 3일 문재인정부 1년 평가토론회 <문재인 정부,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는가?>를 개최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적폐청산과 권력기관 개혁 그리고 개헌 ▲공정과 상생의 사회경제 등 3개 분야 과제 이행을 평가하고, 종합토론을 진행했습니다. 대토론회인 만큼 아침 열시부터 오후 여섯시까지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와 별도로 참여연대는 5월 10일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권력기관 개혁과 반부패, 사회경제 분야, 한반도 평화 관련 30개 과제에 대한 이행을 평가하는 이슈리포트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이행 1년 평가』를 발표했습니다.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 국민과의 소통,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검찰이나 국정원 개혁의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구체적인 제도적 성과를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재벌개혁, 일자리 등 사회경제분야는 국정과제 이행이 아직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야당의 비협조 등으로 입법 환경이 유리하지 않지만, 개혁의 강도와 속도를 높여 입법실현을 위한 정치력을 발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공익제보자 신원 유출과 보복행위 대책 촉구

공익제보자

공익제보자에 대한 신원 유출과 보복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5월에만 공익제보지원센터는 교육부 서기관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제보자의 신원을 유출한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난 것은 신고자의 비밀보장 의무 등을 위반한 매우 심각한 사안입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접수처리 및 제보자 신원 유출 사태에 대한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또한 20년 전 코레일이 철도 안전 문제를 제보한 검수원 황하일, 윤윤권, 황효열, 석명한, 故 조OO 씨에게 보복성 징계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사과하고, 이들이 받은 고통과 불이익에 대해 적절한 회복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서도 보냈습니다. 5월 23일에는 대한적십자사 전북혈액원의 부패행위 신고자를 보호해 달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앞으로도 공익제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막기 위한 참여연대의 노력은 계속됩니다. 

 

검찰보고서 『잰걸음 적폐수사, 더딘걸음 검찰개혁』 발간

검찰보고서

공수처 설치 운동을 진행해온 사법감시센터는 5월 15일 문재인 정부 1년 즈음하여 검찰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올해로 10번째 연례보고서가 되는 이번 검찰보고서의 부제는 ‘잰걸음 적폐수사, 더딘걸음 검찰개혁’입니다. 검찰이 박근혜정부에 이어 이명박정부 당시의 불법행위와 비리 사건에 대해 지난 1년간 활발하게 수사를 진행했지만, 검찰 내부의 부패나 비리문제에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습니다. 검찰개혁은 문재인정부가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로 내걸었던 중대 과제였지만 공수처 설치법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는 등 제도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건에 대한 수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지고, 셀프 수사의 한계를 드러낸 검찰 성폭력 진상조사단의 활동을 평가하면서 참여연대는 더 이상 공수처 설치법 제정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UN주거권특보, 한국 시민사회와 주거권 실태 공동 점검 활동 진행

유엔특보

한국을 공식 방문한 레일라니 파르하(Leilani Farha)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이하 ‘유엔특보’)이 2018년 5월 14일부터 한국의 주거권 실태에 대한 조사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주거권실현을위한한국NGO모임’을 통해서 참여연대는 유엔특보의 조사활동에 함께하여 거리홈리스, 주거빈곤층, 강제퇴거, 이주민 등과 관련한 지역을 직접 방문할 수 있도록 안내했고, ‘모두를 위한 주거(Housing for All)’에서 소외된 당사자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유엔특보는 5월 23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의 주거권 실태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현실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는데요. 참여연대가 오랫동안 주장해 온 바와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가 임차료 상한제도를 작동시키기 위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하는 조치, 모든 민간임대주택의 등록을 의무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세입자의 점유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이끌어냈습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좋은정책’ 제안과 채택 촉구

청년공동행동

6.13지방선거에서 정당과 후보자들이 향후 추진해야 할 정책들을 모아 지난 5월 3일, 『2018년 지방선거 ‘17개의 좋은정책’ 제안』 이슈리포트를 발표했습니다. 제기되고 있는 복잡한 사회경제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합니다. ‘17개의 좋은정책’은 지역주민의 삶을 개선할 주거와 복지정책, 중소상공인 보호, 노동친화적 지방행정, 청년 지원 관련 사회경제정책과 지방정부 투명성 관련 정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사무국을 맡고 있는 참여자치지역연대도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개혁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5월 11일부터 오마이뉴스와 함께 [지방정부 이렇게 바꾸자]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과 함께 지방선거 전까지 7편을 연재하며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제시하고자 합니다.

 

청년들도 나섰습니다. 청년참여연대는 지난 4월 24일 여러 청년단체들과 함께 <2018지방선거 청년공동행동>을 구성하여 5월 17일 공동 정책요구안을 카드뉴스 형태로 발표했습니다. 정책요구안 1탄은 ‘비금전적 지원 등 청년수당 지원체계 확립’과 ‘진로탐색 보장을 위한 청년갭이어 도입’, ‘채무경감을 통한 부채경감 및 사회적 금융지원’입니다. 2탄은 ‘청년주거지원 및 주거 공동체 활성화’, ‘청년공간 확대 및 커뮤니티/청년활동 지원’, ‘청년건강검진 시행을 통한 건강권 확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의회 후보자들이 이러한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합니다. 

 

삼성과 현대에 맞서 정면으로 문제 제기

삼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핵심, 이재용 경영권 승계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감원의 감리를 요구하는 등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왔던 참여연대는 5월 14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하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핵심적인 논점을 정리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의 해명과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관련성, 금융위원회 결정의 공정성 담보 방안 등을 짚어봤습니다. 열띤 기자들의 취재와 질문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금감원의 회계처리 위반 결론은 당연하고, 금융위가 최종적으로 상식적인 결론을 내릴 것을 촉구하고 있는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바이오젠에 공개질의서를 보내는 등 삼성이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게 집요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도 참여연대는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출자구조 재편과 관련한 문제제기에 집중했습니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분할합병비율의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현대차 입장에 대한 반박자료를 즉각 내놓았습니다. 5월 16일에는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 방안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적정성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5월 말 현대차그룹은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발표했던 출자구조 재편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국회 대상 특수활동비 공개 승소, 무산된 6월 개헌

개헌

올해만 두 번째 대법원 승소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이동통신요금 원가공개 소송에 이어 의정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이유를 대며 국회 사무처가 비공개로 일관한 특수활동비 공개 소송도 대법원이 참여연대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민생은 뒷전인 국회가 예산 운영마저 불투명하여 국민들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는데, 주머니 쌈짓돈처럼 여기고 있는 국회 특수활동비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잘 드러내 보도록 하겠습니다. 

 

4월 말 국민투표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6월 지방선거와 동시개헌도 무산되었습니다. 개헌을 약속했고 합의안 마련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국회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개헌이 완전히 불가능해진 것은 아닙니다. 참여연대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민주도헌법개정전국네트워크를 비롯하여 전국 961개 사회단체는 5월 15일 국회 앞에서 지방선거 동시개헌 무산을 규탄하고 연내 합의 개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여야는 자신들의 개헌안과 선거제도 개혁안을 국민 앞에 떳떳이 공개하고, 연내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합의안을 도출하는 구체적인 절차와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인내심이 극에 달했던 5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많은 모순과 문제들은 결국 정치로 풀 수밖에 없는데, 그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장 난 정치를 바꾸고 조금이라도 바로 잡을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의 투표가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걸 증명해내리라 믿습니다. 

목, 2018/05/3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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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국회 앞에서 만나

국회 100미터 집회금지 헌법불합치 결정 환영

국회 앞 자유로운 의사 표현 가능하도록 집시법 개정에 나서야

 

오늘(5/31) 헌법재판소는 국회 100미터 이내 집회·시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11조 제1호에 대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국회앞 행진에 참여하였다가 집시법 위반을 이유로 기소된 이태호 참여연대 전 사무처장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거의 5년 만이다. 소송을 기획하고 진행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양홍석 변호사)는 비록 많이 지체되었지만 이제라도 그 위헌성을 적극 인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환영하며, 한국사회의 집회의 자유가 보다 확장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따라 국회는 보다 가까이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의정활동에 임해야 할 것이다.

 
오늘 헌법재판소 결정은 9명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그동안 집시법이 국회가 수행하는 헌법적 기능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는 정당한 집회·시위까지 필요이상으로 금지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음을 명백히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 동안 누구보다 국민의 목소리, 특히 소외되기 쉬운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어야 할 국회는 집시법 규정을 통해 이들의 목소리를 국회 100미터 밖으로 밀어내기 일쑤였다. 국회가 빈번하게 국민의 의견과 괴리된 결정을 내리거나 무책임한 행태를 보여도 국민이 국회의원들에게 제대로 의견을 표현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집회·시위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소통과 연대의 권리이다.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갖추지 못한 평범한 시민이나 사회적 약자들이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때로는 생존을 위한 절실한 수단이기도 하다. 평범한 이들의 목소리가 국회 앞에서 충분히 표현될 수 있어야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고 그 정당성도 확보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19. 12. 31.까지 국회가 집시법 제11조를 개정할 것을 명령함에 따라 국회는 그 취지에 맞게 집시법을 개정할 책임을 부여받았다. 헌법재판소는 오늘 결정에서 국회의 기능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는 집회의 경우를 몇 가지 예시하였으나, 이는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사례를 예를 든 것이지 오로지 그 경우에만 집회·시위가 가능한 것으로 헌재 결정의 의미를 협소하게 해석하여서는 안된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는 국회 앞이라 하여 단순히 소규모, 휴회기나 휴일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 집회라면 원칙적으로 그 규모나 시간에 불문하고 매우 넓게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국회의 보호라는 것이 국회의원에 대한 물리적 압력이나 위해를 가할 가능성 및 국회의사당 등 국회 시설에의 출입이나 안전에 위협을 가할 위험성으로부터의 보호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드러난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따라 국회는 본연의 헌법적 기능과 국회의사당 인근 집회는 양립이 가능하며, 오히려 ‘민의의 수렴’이라는 국회의 기능을 고려할 때 국회 인근 집회 보장을 통해 보다 충실하게 헌법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관련하여 참여연대가 절대적 집회금지장소 조항에 대해 2016년 11월 개정안을 청원한지 1년 반이 넘도록 국회는 심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만큼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부합하게 국회 앞에서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이제라도 자신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목, 2018/05/3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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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1년을 평가하다

글. 최재혁 정책기획실 간사

 

 

20180503_문재인정부1년평가토론회 (1)

5월 3일, 참여연대는 문재인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함께 <문재인 정부 1년 평가토론회-문재인 정부,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는가?>를 개최했다.

 

평가는 주로는 과거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의 다양한 면을 묻고 따지는 과정이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결과물을 살펴보는 일은 결국 이어질 다음의 단계를 상상하고 준비하기 위함이다. 어떤 관점에서는 1년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성패를 평가하기에는 길지 않은 기간일 수도 있고, 그래서 짧은 기간을 되짚어 본다는 일은 성급한 시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부패했던 정권을 시민의 힘으로 몰아내고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한 우리에게 지난 1년은 ‘되돌아본다’라는 수사로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다. 

 

2017년 5월 10일 이후, 우리 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인천국제공항의 방문으로 출발한 문재인정부는 11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판문점선언>은 상상만 했던 평화를 실현 가능한 일로 만들어냈다.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를 주목시키는 변화였다면, 파리바게뜨와 네이버에서 설립된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에 대한 편견과 적개심 속에 ‘도둑처럼 다가온’ 우리 일상에서의 변화이다. 변화는 동시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현실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고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시민들은 새로운 정부를 통해 기득권을 해체하고 상식을 복원하여 원칙을 확립하고자 했지만, 이재용의 석방으로 정경유착의 한 축인 재벌에 대한 단죄는 요원한 것처럼 보인다. 진부한 표현으로 다사다난했던 문재인정부의 1년을 되돌아보며, 우리 사회의 다음을 기획해보고자 했다. 

 

문재인정부,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는가?

참여연대는 문재인정부 출범의 1년을 맞이하여 문재인정부가 제시한 주요 국정과제의 이행 여부와 그 진행 정도를 살펴보고 남은 과제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5월 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함께 <문재인정부 1년 평가토론회-문재인정부,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는가?>를 개최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적폐청산과 권력기관 개혁 그리고 개헌 ▲공정과 상생의 사회경제 등의 3개 분야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토론하는 자리였다.

 

1주년 당일인 5월 10일에는 <문재인정부 국정과제 이행 1년 평가> 이슈리포트를 발표했다.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검찰,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개혁, 공익제보와 반부패정책 등 권력감시 분야 ▲경제민주화·재벌개혁과 노동, 복지와 조세 등 사회경제 분야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등 평화·국제연대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이와 관련한 30개의 국정과제의 이행 여부와 그 세부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법제화까지는 나가지 못한 권력기관 개혁, 물 건너간 6월 개헌

검찰과 국가정보원 같이 지난 10년 동안 정권에 의해 사유화되었던 권력기관의 개혁은 그 어느 과제보다 시민의 기대가 켰다. 개혁의 방향과 내용을 논의하는 별도의 기구를 구성하고 개혁의 방안을 마련하는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소위 ‘공수처’ 설치나 「국가정보원법」의 전면 개정과 같은, 역진 불가능한 변화를 위해 법제화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개헌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대선에서부터 논의되었던 ‘6월 개헌’은 불가능해졌다.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제시했지만 국회에서는 개헌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도 내놓지 못했다. 

 

갑을개혁은 성과 있었으나 재벌개혁은 지지부진

불공정한 하도급의 문제, 중소자영업자 보호 등을 위한 ‘갑을개혁’의 경우, 소기의 성과를 거둔 데 반해, 재벌대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개혁은 지지부진하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등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추진된 정책의 집행은 긍정적이지만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의 개선이 미미하다.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추진은 답보상태에 있으며 아동수당, 부양의무자 기준의 경우 부분적으로 이행되었다.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국가치매책임제 도입 등에 따른 복지예산의 증가는 바람직하지만, 이를 위한 적극적인 증세는 없다. 자산불평등 해소를 위한 조세정책의 개선은 이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부족한 공공인프라와 높은 취업장벽 앞에 놓인 청년세대에게는 어쩌면 ‘비트코인’이 유일한 대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남북정상회담 평화로 가는 획기적 성과

문재인정부는 11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판문점선언>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한반도의 정세가 급격하게 변화했지만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과 보복응징을 위한 무기체계 도입이나 사드 배치, 전면전 등을 상정한 전력배치와 작전계획 등은 여전하다. 관련한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더 강하게,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도 있다. 지난 1년 동안의 일정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개혁의 주요한 과제가 별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 사례 또한 적지 않다. 정치적인 타협의 결과 혹은 현실적인 문제로 후퇴되거나 부분적으로 시행된 과제도 있고 다양한 당사자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직면해 교착상태에 빠져있거나 시작하지 못한 과제도 있다. 물론, 여러 경우에 있어, 국정과제의 이행을 막아선 야당의 비협조, 기득권의 저항이 존재했고 제도화를 위한 ‘입법 환경’이 긍정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정체된 개혁을 마냥 합리화할 수 없다. 개혁을 위해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국회를 설득할 정치력이 요구된다. 

 

문재인정부, 시민의 동의를 기반으로 개혁의 강도와 속도 높여야

문재인정부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로드맵과 구체적인 이행전략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짧게는 집권 2년 차, 길게는 남은 4년을 준비하는 문재인정부에게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겨져 있다. 앞에 놓여있는 길이 순탄하다고만 할 수 없다. 그러나 적폐의 청산으로 명명된 개혁에 대한 시민의 열망과 염원은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개혁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시민의 지지이기도 할 것이다. 더욱 과감한 개혁을 위한 시민의 동의는 충분하다. 문재인정부는 개혁의 강도와 속도를 보다 높이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목, 2018/05/3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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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 지배를 가능케 하는 보험업감독규정,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글. 이지우 경제금융센터 간사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 결과 ‘회계처리 위반’이라는 잠정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이 회계부정 중 가장 높은 수위인 ‘고의적 분식회계’ 판정을 내렸기에 이후 이어질 감리위원회·증권선물위원회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에 대한 단언은 금물이다. 상대가 ‘삼성’이기 때문이다.

 

삼성공화국이란 말이 낯설지 않을 만큼 한국사회에서 삼성이 누려온 특혜와, 이를 이용해 저지른 불·편법의 역사는 유구하다. 비단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건만이 아니라 이와 관련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 논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최근 드러난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와해 공작까지 모두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 글에서는 삼성의 오래된 적폐 중 하나인 ‘삼성생명의 보험업법을 위반한 삼성전자 지배’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삼성그룹 지배 뒤에 삼성생명이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휴대폰·가전제품 등을 생산하는 회사로서, 한국 유가증권 시장 전체 시가총액 1,700조여 원 중 삼성전자 시가총액만 300조 원이 넘는다. 그러나 삼성전자 전체 주식 중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4%가 채 되지 않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은 0.65%에 불과①하다. 그럼에도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건희 회장에 이어 이재용 부회장을 삼성그룹의 총수(동일인)로 지정했다. 어떻게 해서 이들은 이렇게 적은(?) 돈으로 삼성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일까? 

 

여기서 잠깐 분산투자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겠다.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회사의 경우 위험을 분산하여 자산운용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상품에 골고루 투자해야 하며, 집중투자는 금지된다. 이는 타인이 위탁한 자산을 건전하게 운용해야 할 금융기관의 책무이므로 관련법령은 이들 금융회사의 자산운용 비율에 대해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특히 「보험업법」은 보험회사 운용 총자산의 3% 이상을 계열회사의 주식이나 채권으로 갖고 있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삼성생명의 경우 운용 총자산이 258조 원으로, 보험업법대로라면 삼성생명은 그중 3%인 7.7조 원까지만 자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26조여 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으며, 이는 삼성생명 총자산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최대의 생명보험회사로, 1천만 명이 넘는 보험계약자를 보유한 삼성생명이 자산 운용 포트폴리오의 10%가 넘는 금액을 한 회사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보험업법의 입법취지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사실상 법 위반이다.

 

보험업감독규정이 삼성을 위한 ‘맞춤’ 조항인 이유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금융위원회가 만든 보험업감독규정에서 보험회사 자산운용비율의 적용기준을 분자에 들어가는 주식·채권은 ‘취득원가’로, 분모에 들어가는 총자산은 ‘공정가액(시가)’으로 계산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자산운용비율의 분자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옛날에 샀을 때 지불한 가액으로, 분모는 삼성생명 전체 운용자산의 시장가격으로 평가한다. 여기서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처음 자산을 산 가격인 취득원가는 장부에 기록된 순간 불변이나, 주식 등 운용자산의 공정가액은 대부분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이 취득할 당시 약 5만3천 원이었던 삼성전자 주식의 2017년 말 종가는 254만8천 원으로 취득 시보다 50배 가까이 상승했다.②

 

그런데 이 주식을 계속 5만3천 원으로 평가하면서 총자산 대비 이 값이 3%를 넘는지를 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국 보험업감독규정으로 인해 삼성생명이 보험업법 기준을 초과하여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기형적 자산운용비율이 용인됐던 것이다. 더욱 특이한 것은, 은행·증권회사의 자산운용비율에 대해서는 분자·분모 평가에 모두 ‘공정가액’이 적용되는 데 비해 유독 보험회사에만 분자에는 취득원가, 분모에는 공정가액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감독규정의 관련 조항이 삼성만을 위한 ‘맞춤’ 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으로 금융부분 적폐 청산해야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삼성생명의 운용자산은 원래 삼성생명 돈이 아닌 보험가입자가 맡긴 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고객 자산 운용’이라는 본래의 사업목적을 벗어나 ‘삼성전자 지배’를 위해 고객의 돈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줄기를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2018년 1분기 기준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의 8.2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주식의 19.34%를, 이재용 부회장은 17.08%의 삼성물산 주식을 갖고 있다. 결국 삼성생명이 고객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진정한 목적은 모회사 삼성물산의 지배자인 이재용 회장의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권 확보 때문인 것이다.

 

지난 4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소유 문제”에 대해 “관련 법 개정 이전이라도 금융회사가 단계적·자발적 개선조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방안을 적극 강구하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 이는 19·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의 통과를 언급하며, 삼성생명의 자발적 개선 노력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금융위는 딴청을 피우고 있는 중이다. 이종걸 의원의 법안은 과거 삼성에 대해 무조건적 보호막을 치던 보수 정권 시절, 이 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해 발의된 것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뀐 지금, 금융위는 회의를 열어 ‘취득원가’를 ‘공정가액’으로 개정하면 된다. 

 

참여연대는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삼성생명에 대해서는 총자산의 3%를 초과하는 삼성전자 주식의 처분 계획을 질의하고, 금융위에 대해서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 계획을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객의 돈을 총수일가의 지배구조 유지에 쓰고 있는 삼성생명도 문제고, 자신의 책무를 방기한 채 재벌의 자발적 개선을 주문하고 입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금융위의 행태도 개탄스럽다. 금융회사에 맡긴 국민들의 소중한 자산이 재벌총수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작금의 적폐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으로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것이다. 

 


① 2018.5.15. 삼성전자 분기보고서 기준

② 이해의 편의를 위해 2018.5월 단행된 액면가 5,000원에서 100원으로의 액면분할은 반영하지 않았다.

목, 2018/05/3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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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명 투표 뒤에 숨어버리는
지방의회를 바꾸자

 

글.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

 

 

국회와 다른 지방의회의 이상한 모습 한 가지

다가오는 6월 13일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냐,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구체제에 대한 심판이냐 등 여러 가지 의미부여를 하고 있지만, 지역주민의 대표자를 뽑는다는 게 지방선거의 가장 큰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이나 지역주민의 대표자인 지방의원이나 동료의원 감싸기에 일가견이 있음이 분명하다. 지난 5월 21일 국회는 염동열, 홍문종 두 의원에 대한 검찰이 법원을 거쳐 국회로 이송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16일에는 대전 서구의회 의원들이, 성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동료의원에 대한 제명 건을 부결시켰다. 그러나 둘 다 무기명 투표였기 때문에 누가 반대표나 기권표를 던졌는지 국민들과 대전 서구 주민들은 영원히 알 수 없다. 

그런데 지방의회는 국회와 같은 듯하면서도 한 발 더 나간다. 동료의원에 대한 사안 말고도 예산안이나 조례안 처리조차 무기명 투표를 하는 경우가 있다. 

 

통인뉴스-담론-이미지추가

국회는 본회의에서 표결된 모든 안건에 대해 찬반 의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국회 홈페이지 <본회의 표결정보>에 올라와 있는 2018년 3월 30일에 표결처리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의원 명단 부분을 갈무리한 화면이다. 

 

무상교복 예산 반대의원, 이재명 전 성남시장도 모른다

2017년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성남시의회에 ‘고교 무상교복 지원’ 예산이 포함된 추경예산안을 제출했다. 그러자 성남시의회 예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무상교복 예산을 삭감하여 추경예산안을 본회의에 넘겼다. 본회의가 열리자 민주당 의원들이 곧바로 무상교복 예산을 되살린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성남시의원 32명 중 31명이 출석하여, 14명 찬성, 16명 반대, 1명 기권으로 부결됐다. 

 

화가 난 이재명 시장은 예결특위에서 반대의견을 냈던 8명의 명단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런데 그 중 당시 바른정당 소속 A의원이 자신은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지지 않고 기권했다며 항의를 했다. 이 시장의 실수였다. 의원들이 무기명 투표를 했기 때문에 이 시장은 예결특위 반대의원 8명은 알지만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진 16명은 누군지 몰랐던 것이다. 

더 역설적인 상황은 따로 있었다. 투표에 참여한 의원 중 이 시장과 같은 민주당 소속이 15명이었는데, 찬성이 14표였으므로 1표가 모자랐던 것이다. 무기명 투표 뒤에 숨어버린 같은 정당 소속 의원은 누구였을까. 

 

청소년 알바보호 조례안, 무상급식 예산안도 무기명 투표

2017년 10월 25일, 대구광역시 수성구 의회에서는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의 권리 보호 조례 제정안을 폐기했다. 본회의에서 18명이 무기명 투표했는데, 찬성 7표, 반대 11표로 부결됐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무기명 투표 뒤에 숨고 싶었을 것이다. 

 

서울시의회에서도 무기명 투표가 벌어진다. 상인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서울특별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 일부개정안이 2016년 7월 6일 통과됐다. 찬성의원 58명, 반대의원 24명, 기권 8명이었다. 상인들 눈치가 보여 무기명 투표가 실시된 사례로 보인다. 

 

2015년, 인천시의회는 인천 강화군 중학교 1학년 무상급식 예산안을 무기명 투표로 처리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무기명 투표를 제안했다. 인천시의회의 다수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무상급식 반대 당론에 구애받지 말라고 쓴 일종의 작전이었다. 하지만 찬성 14명, 반대 19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자유한국당 당론 이탈표가 2~3명으로 추측되지만, 작전은 실패했고 반대표를 던진 의원이 누군지 영원히 알 수 없다. 대전광역시의회, 전북도의회, 춘천시의회, 여수시의회, 익산시의회, 광주광역시 동구의회 등에서도 조례안, 예산안들을 무기명으로 처리해버린 일들이 있었다.

 

청소년

2017년 10월 25일 대구광역시 수성구 의회 본회의에서 청소년 알바 보호에 관련한 조례안을 무기명 투표방식으로 표결하자는 박원식 의원의 제안과 이에 대해 이의가 없어서 무기명 투표가 확정되었다. 당시 회의록을 대구시 수성구 의회 홈페이지에서 갈무리한 화면. 

 

조례안과 예산안만큼은 무조건 ‘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물론 지방의회 본회의 안건의 대부분은 상임위에서 합의처리된 것이기 때문에 본회의에서도 만장일치로 처리된다. 또한 가끔 쟁점이 뜨겁지 않은 안건들이 기명투표로 처리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민들의 생활에 중요한 안건인데도 의원들이 원하면 얼마든지 무기명 투표 뒤에 숨기가 반복되는 것은 큰 문제다. 무기명 투표방식 뒤에 숨어버리는 자세는 무책임하다. 이번 지방선거에 나오는 의원후보자라면 모든 안건을, 그게 어렵다면 국회처럼 최소한 조례안이나 예산안만큼은 절대로 무기명 투표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 구성되는 지방의회는 지금까지의 악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6월 13일 지방선거 투표장에 가기 전에, 지방의회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에게 물어보자. “무기명 투표 방식으로 할 거예요, 말 거예요?” 

 

성남시의회 회의규칙 제41조(표결방법) 

①표결할 때에는 전자투표에 의한 기록 표결로 가부를 결정한다. 다만, 투표기기의 고장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의장이 의원으로 하여금 기립 또는 거수하게 하여 가부를 결정할 수 있다.<개정 2004.02.18>

②의장의 제의 또는 의원의 동의로 본회의의 의결이 있을 때에는 기명 또는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

③의장은 안건에 대한 이의 유무를 물어서 이의가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가결되었음을 선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의가 있을 때에는 제1항 또는 제2항의 방법으로 표결하여야 한다.

④의회에서 실시하는 각종 선거는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무기명 투표로 한다.

 

성남시의회 회의규칙 41조 2항은 의원들이 동의하면 어떤 안건도 무기명 투표방식으로 표결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런 규정은 전국 어느 의회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적용되고 있다.

 
목, 2018/05/3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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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_비무장지대를 상상하다

살아있는 자연박물관,
비무장지대

글.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지구상의 마지막 비무장지대를 걷다』 저자 

 

생태축

비무장지대와 백두대간이 만나는 한반도 생태축의 정점인 지역 ⓒ서재철

 

비무장지대는 전쟁과 정전으로 형성된 공간이다. 인간의 전쟁이 자연에게는 또 다른 공간을 열어 주었다. 역설의 땅이다. 비무장지대의 자연은 확실히 유례가 없는 곳이다.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북반부 온대림에서 거의 유일한 자연지역이다. 원시림은 아니지만 원시림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60년 동안 인간의 정상적인 접근과 행위가 제한된 곳이다. 

 

 

정부는 지난 2002년 한반도 자연생태계의 종축으로 백두대간을 횡축으로 비무장지대를 설정했다. 한반도 허리를 이어가는 생태계의 중추가 비무장지대인 것이다. 비무장지대는 무엇보다 다양한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100년 근대화 산업화 이전의 자연이 248km 생태축에 그대로 펼쳐져 있는 것이다. 산림과 계곡, 하천과 습지 등을 비롯하여 평원림, 하반림, 농경지습지 등 자연의 모습을 띤 온갖 경관과 서식지가 응축되어 있다. 생물들이 살아가는 자연의 모습은 다양하다. 한반도에 존재하는 온갖 모습의 자연은 비무장지대에 켜켜이 붙어서 연결되어 있다. 자연은 50년만 지나도 스스로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속성이 있다. 전쟁 이후 60년이 지나면서 비무장지대는 살아있는 자연박물관이 되고 있다.   

 

한반도 생물종의 40%가 서식하는 곳 

비무장지대는 한반도 생물종의 40%가량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그만큼 생물다양성이 아주 높다. 특히 서부전선은 습지의 천국이다. 비무장지대에는 습지가 전 구간을 거쳐 다양하고 넓게 분포한다. 주로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을 관통하는 물줄기와 함께 발달했다. 반세기 넘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비무장지대 일원의 모든 물줄기 주변이 자연천이 과정을 거쳐 습지로 변한 상태이다. 지리적으로는 동부지역보다 중서부지역의 저지대에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고, 동부지역으로는 계곡습지나 호수 등의 형태를 띤다. 

 

평원림 

서부전선 파주 비무장지대의 평원림 사이의 묵은 농경지와 습지 ⓒ서재철

습지 

비무장지대 곳곳에 습지가 펼쳐져 있다 ⓒ서재철

 

파주부터 연천의 사미천을 지나서 철원의 역곡천까지는 논이 변모하여 습지를 형성한 경이의 지대가 펼쳐진다. 국제사회는 이미 습지의 범주에 농사를 짓는 논도 중요하게 포함하고 있다. 논습지다. 그런데 농사를 짓다가 중단된 채 자연으로 되돌아간 곳은 예외 없이 습지로 접어든다. 자연의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역동성의 무대다. 비무장지대 서부전선은 곳곳에 습지가 펼쳐져 있다. 하천, 저수지, 둠벙, 논 등이 전쟁 이후 스스로의 모습으로 거듭나면서 습지로 정착되었다. 습지를 고정된 공간으로 이해했던 인식을 뒤흔들 정도다. 파주부터 철원까지 서부전선의 습지에서 중부전선의 철원평야까지는 국제적인 보호종인 두루미, 재두루미, 저어새, 흑고니 등의 서식한다. 특히 파주 사천강, 사미천, 임진강, 철원평야에는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가장 안정적인 서식지다.  

 

동부전선 비무장지대는 한반도 중부 산림생태계의 전형을 보여준다. 신갈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림과 금강소나무 군락이 어우러진 숲이 형성돼 있다. 신갈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물박달나무, 산벚나무, 고로쇠나무, 음나무, 가래나무, 귀종나무, 신나무, 당단풍나무 등 한반도 중부 산림생태계의 전형을 보여준다. 

 

솔채꽃 

중동부전선의 솔채꽃 ⓒ서재철

왜솜다리 

동부전선 가칠봉의 왜솜다리 ⓒ서재철

 

깊고 울창한 천연림과 야생동물의 지상낙원 

비무장지대와 연결된 민통선지역은 울창한 산림생태계를 자랑한다. 민통선은 산림의 품이 얼마나 깊고 드넓은지를 부족함 없이 보여준다. 사방으로 산림이 펼쳐져서 그 속에 젖어 드는 기분이 들 정도다. 중동부전선의 한가운데를 파고들어 철책선은 이어지고 그 길을 따라서 주변은 산림의 깊은 품으로 이어진다.

 

중동부전선 천불산부터 삼천봉-적근산-백암산-백석산-가칠봉-백두대간-건봉산-까치봉으로 이어지는 비무장지대의 산악지대는 깊고 깊은 골짜기와 울창한 천연림을 자랑한다. 비무장지대와 그 뒤로 민통선 지역은 끝없이 이어지는 천연림지대다. 이 지역 중 민통선 지역 전체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되어 있다.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의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에는 반달가슴곰, 사향노루, 산양, 수달, 담비, 하늘다람쥐, 삵 등 국내의 대표적인 포유동물이 모두 살고 있다. 중동부전선과 동부전선의 비무장지대는 국내 제일의 야생동물 보고로 안정적인 서식지다. 특히 포유동물에게 최고의 터전이다. 이는 비무장지대가 한반도 자연생태계의 횡축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비무장지대는 포유동물을 비롯한 야생동물의 안정적인 서식지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인간의 간섭이 다른 지역보다 현저히 적다.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은 일부 군사시설 이외에는 대부분 야생의 공간이다. 

 

고라니 

서부전선 연천에 서식하는 고라니 ⓒ서재철

검은딱새

와 철원 비무장지대 철책선에 앉은 검은딱새 ⓒ서재철

 

적근산-백암산-백석산-백두대간-건봉산까지는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일대에 남한을 대표하는 야생동물의 최고 서식지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사향노루, 산양 등의 안정적인 서식지다. 군인들과 군사시설 이외에 일체의 인간의 활동과 인위적인 개발 행위가 없다. 그래서 멸종위기 동물에게는 지상낙원과도 같은 곳이다. 

 

비무장지대에서 사람과 동물들이 공존한다. 남한에서 동물들이 사람을 회피하지 않은 곳은 비무장지대와 민통선뿐이다. 이 이외의 지역에서는 야생동물들이 인간을 철저히 회피한다. 백두대간도 국립공원도 야생동물에게는 힘겨운 마지막 피난처다. 

 

금, 2018/06/0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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